타카오 스터디
~01. 비서함의 고민
모항. 집무실
평소와 다름없는 근무일. 비서함 타카오는 미간을 찌푸리며 눈앞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지휘관: (타카오가 고민이 많아 보이네. 업무량이 너무 많아서 그런가?)
내 시선을 눈치챘는지 묵묵히 집중하던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타카오: 왜 그러지, 지휘관공? 무슨 일이라도 있나?
타카오: 일이 너무 많냐고……? 아니. 이 정도 업무량은 충분히 해낼 수 있다.
타카오: 흠….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고 있었나…….
타카오: 미안하다, 지휘관공. 하지만 그건 업무와는 무관하다.
→ 무슨 고민이라도 있어?
타카오: 조금… 있긴 하지만.
타카오: 지휘관공이 걱정할 일은 아니다.
타카오: 음. 우선은 일에 전념하자. 다 끝나면 얘기하도록 하지.
그렇게 말하고 타카오는 미간을 편 뒤 다시 눈앞의 업무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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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녘. 모든 서류를 정리하고 나서야 마침내 오늘 업무가 끝났다.
약속대로 타카오는 고민거리를 밝혔다.
타카오: 실은… '수행'을 하려고 생각 중이다.
타카오: …그래서 지휘관공이 도와주었으면 한다.
→ 타카오의 수행을 도와달라고? 내가…?
→ 내가 검술 쪽은 그다지……
타카오: 걱정 마라. 검술 수행은 아니니…… 그건 안심해도 된다.
타카오는 잠시 망설이다가 말을 이었다.
타카오: 어제 아타고와 이야기할 때 소인의…… '약점'을 지적받고 말았다.
타카오: 수행이라 함은 바로 그것을 보충하기 위함이지, 검술과는 전혀 무관하다.
지휘관: 음. 그러면 내가 도울 수 있겠네. 구체적으로 뭘 하면 돼?
타카오: 수행 내용에 따라 도울 내용도 달라진다.
타카오: 하지만 불필요한 수고를 만들지는 않겠다고 약속하지.
지휘관: 왠지 재밌을 거 같네…. 좋아, 맡겨줘.
타카오: 협력에 감사한다, 지휘관공!
타카오: 그럼 내일 아침 훈련장에서 기다리겠다.
지휘관: 응. 꼭 갈게.
승낙을 받은 타카오의 얼굴에 슬며시 웃음이 번졌다.
지휘관: (내일 대체 무슨 수행을 하려나. 좀 궁금한걸――)
~02. 특별한 수행
약속대로 아침 일찍 훈련장으로 향했다.
타카오: 좋은 아침이다, 지휘관공.
훈련장에 들어서자 타카오의 기운찬 목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안녕. 훈련장에서…… 응?
어째서인지 훈련장 중앙에 업무용 책걸상이 놓여 있었다.
지휘관: 왜 훈련장에…… 책걸상이?
타카오: 아아. 그건 오늘의 수행과 관련이 있다.
타카오: 지휘관공. 잠시만 기다려 주겠나? 마지막 준비를 마치고 돌아오겠다.
사무용품과 서류를 책상 위에 가지런히 늘어놓은 뒤 마지막 준비가 끝났다.
내 당혹스러운 눈빛을 알아차린 듯 타카오는 설명을 시작했다.
타카오: 오늘 수행은 마음을 다스리는 수행……. 즉 수행을 통해 외부의 영향에 관계없이 허기평심 하는 것이다.
지휘관: 마음을 다스린다라…. 좋긴 한데 이 책상하고는 무슨 상관이야……?
타카오: 그건 지휘관공의 책상이다.
타카오: 어제 말했다시피 도와준다고 해도 불필요한 수고는 만들지 않을 거야. 지휘관공은 여기서 평소처럼 업무를 보면 된다.
지휘관: 알겠어. 그럼 타카오는 어떤 식으로 수행하는 건데?
타카오: 소인은 집중해서, 훈련장 청소를 끝낼 것이다.
타카오: 지휘관공. 준비는 됐나?
→ 응. 준비됐어
→ 하루 종일도 할 수 있어!
책상 앞에 앉아 오늘 업무를 시작했다.
한편 타카오는 청소 도구를 들고 청소를 시작했다.
지휘관: (들고 있는 건 칼이 아니라 대걸레지만… 그래도 대단한 압박감이네.)
지휘관: (아무래도 수행에 100% 진심인 거 같아.)
지휘관: 좋아, 나도 오늘의 싸움을 시작하자!
~03. 사고 발생?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처리를 기다리는 책상 위의 서류도 점점 줄어들었다.
지휘관: (이 페이스라면 금방 끝나겠는걸… 응? 뭐지?)
어느새 사방에서 느껴지던 압박감이 사라졌다.
→ 타카오의 상태를 확인한다
지휘관: 수행은 벌써 끝난 건가…?
주위를 둘러보다 훈련장 구석에서 칼을 휘두르며 표적을 베고 있는 타카오를 발견했다.
→ 계속 집중한다
지휘관: 지금 나에게 일보다 중요한 건 없다.
지휘관: 타카오도 외부의 간섭을 떨치려는 수행을 하고 있어. 그렇다면 나도 마찬가지야.
지휘관: 그래. 타카오가 뭘 하고 있든, 나는 눈앞의 일을 끝낼 뿐――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싹둑!
지휘관: …이대로 계속하긴 힘들겠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보러 가자.
소리를 더듬어 가니 훈련장 구석에서 칼을 휘두르며 표적을 베고 있는 타카오를 발견했다.
타카오: 지휘관공…?
타카오: 앗. 이, 이런……. 청소가 아직 끝나지 않았어……!
타카오는 황급히 칼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대걸레와 양동이를 들고 뛰다가 넘어지고 말았다.
타카오와 청소 도구가 모두 나를 덮쳤다――
콰당――!!
타카오: 지휘관공, 무사한가!
지휘관: 흠뻑 젖은 거 빼면 괜찮아. 타카오는 다친 데 없어?
타카오: 소인도 무사하다. …큭. 지휘관공이 도와주기까지 했건만…!
타카오: 소인의 마음이 아직 명경지수에 한참 모자르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다.
타카오: 미숙한 모습을 보여서 미안하다. 지휘관공.
지휘관: 이제 알았어. 타카오는 칼을 휘두르고 싶다는 잡념에 맞서기 위한 수행을 하고 싶었던 거구나?
타카오: 대강 그렇다.
지휘관: 그런데 이거 내가 타카오에게 도움이 되기는 하는 거야…?
타카오: 청소 수행은 그대를 위한 것이다만…….
타카오는 수줍은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타카오: 지휘관공이야말로 이 수행을 성립시키는 존재. 지휘관공이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소인에게 힘이 된다고 할 수 있다.
타카오: 오늘 수행은 소인의 의지 부족으로 실패하고 말았다…. 정말 미안하다.
타카오는 분하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었다.
지휘관: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타카오는 이 수행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고 있는 거 같아. 그렇다면…….)
→ 아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
지휘관: 이대로 수행을 재개하자.
지휘관: 아직 이른 시간이니까 타카오가 수행을 완료할 때까지 충분한 시간이 있어.
타카오: 지휘관공…. 소인과 계속 함께해 주는 건가?
지휘관: 물론이지. 한다고 한 이상 중간에 내팽개칠 수는 없잖아?
타카오: …그대 말이 맞다. 한번 시작한 수행을 도중에 포기할 수는 없다.
타카오: 그럼 바로…….
지휘관: 잠깐만. 그 전에 할 일이 있어…….
→ 옷 좀 갈아입고!
→ 서류 더 가져와!
~04. 단계적 성과
점심시간. 타카오의 권유로 학원 교실동 옥상으로 왔다.
타카오: 지휘관공. 오늘 수행도 잘 부탁한다.
지휘관: 우선 내용부터 알려줄래?
주위를 둘러보니 옥상은 이미 깨끗해서 청소할 필요는 없어 보였다. 물론 책걸상도 보이지 않았다.
타카오: 오늘은… 청소는 하지 않는다. 물론 지휘관공의 시간을 오래 뺏지도 않을 거다.
타카오: 오늘은… '주변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조화와 균형을 느끼는 수행'의 성과를 확인해 주었으면 한다.
지휘관: 흐음…. 또 마음에 관한 수행이야?
타카오: 그렇다. 지휘관공도 준비가 되었으면 바로 시작하지.
타카오는 벤치에 식탁보를 펴고 도시락을 꺼냈다.
타카오: '주변의 아름다움'을 응축한 재료를 '조화와 균형'을 바탕으로 맛을 내 보았다.
타카오: 끈기 있게 정성껏 만들어 이 상자 안에 담은 결과가… 이 수행의 성과가 된 것이다.
타카오: 성공 여부는 지휘관공이 공정하게 판단해주길 바란다.
타카오: 지휘관공. 부디 맛있게 들기를…….
도시락 뚜껑을 열자 향긋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타카오의 수행의 성과가 가득 담겨 있었다.
지휘관: (이 메뉴는…? 그러고 보니 저번에 아타고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어봤었지….)
지휘관: (그게 오늘을 위해서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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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오와 함께 맛있는 점심을 먹었다.
타카오: 지휘관공… 어떤가?
→ 음, 맛있어!
→ 수행은 대성공이네!
타카오: !! …지휘관공의 인정을 받으니 안심이 되는군.
타카오: 하지만 도시락은 이번 수행의 첫걸음에 불과하다.
타카오: 도시락말고도 지휘관공이 확인해 주었으면 하는 수행의 성과가 있다.
지휘관: 더 난이도 있는 거에 도전하려고?
타카오: 아아. 수행은 차근차근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니까.
타카오: 입문 단계인 도시락은 무사히 성공했으니 이제는 더욱 본격적인 요리에 도전해야지.
타카오: 어디까지나 '주변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조화와 균형을 느끼기' 위함이지만, 계속 협력해 주었으면 한다.
타카오: 시간은… 이번 주 일요일로 부탁하고 싶은데…….
타카오: 지휘관공, 괜찮겠나?
~05. 예상 밖
일요일. 약속대로 타카오의 방을 찾았다.
문을 열자마자 구수한 향기가 느껴졌다.
타카오: 지휘관공. 편하게 있어라.
→ 수행은 잘 되고 있나 보네
타카오: 음.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에 대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 같다.
타카오: 지휘관공. 차부터 받아라.
타카오: 이번 수행은 소인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다.
타카오: 재료 선택부터 각종 준비, 레시피 연구까지….
지휘관: 맞아. 요리의 세계는 정말 심오하고 수행할 가치가 있지.
지휘관: 그런데 네 수행은 원래 '주변의 아름다움을 깨닫고, 조화와 균형을 느끼는 수행'아니었어…?
지휘관: 전에도 생각했지만 주제와 방식이 미묘하게 어긋난 거 같은데….
지휘관: 이래서는 그냥 평범한 요리 수행 아냐…?
타카오: 크, 크흠…….
타카오: 지휘관공. 이는 어디까지나 작은 것으로부터 큰 것을 배우고, 실상으로부터 이치를 터득하는 수행의 방법이다.
타카오: 가령…… 소금과 설탕은 완전히 반대되는 조미료지.
타카오: 하지만 짭짤한 양념 요리 시 적당량의 설탕을 더하면 감칠맛을 이끌어 낼 수 있다.
타카오: 또한 단맛을 마무리할 때도 적당량의 소금을 더하면 단맛을 더욱 돋보이게 할 수 있지.
타카오: 요리에는 이런 조화와 균형의 이치가 들어 있지 않은가.
타카오: 검과 마찬가지로 베는 것도, 받아넘기는 것도, 공격도, 수비도, 모두 하나의 초식, 그리고 호흡――
어느새 화제는 요리에서 타카오가 잘하는 검술로 넘어갔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속에서 타카오의 깨달음은 한층 깊어지고――
지휘관: (어……? 잠깐만, 연기……!?)
→ 타카오!
→ 요리가!!
타카오: 앗…… 이, 이런!
타카오: 지휘관공, 잠깐만 기다려라! 지금 주방에――!
지휘관: 늦었어!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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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타카오: ……무사한 것은 이것뿐인가….
타카오: 더할 나위 없는 대실패다…….
지휘관: 세 가지 요리를 동시에 하고 있었을 줄이야….
타카오: 큭…. 역시 소인의 솜씨로는 무리였던 것인가….
타카오: 하지만… 그대가 좋아하는 음식을 많이 만들면 더 기뻐해 줄 것 같아서….
타카오는 수줍은 듯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타카오: 미안하다. 오늘은 자신을 파악하지 못하고 과욕을 부리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 잠깐. 타카오
지휘관: 전에도 말했지만 좌절이 있더라도 한번 시작한 수행을 중간에 내팽개쳐서는 안 돼.
지휘관: 재료는 아직 있으니까 다시 만들자. 이번엔 나도 도와줄게.
지휘관: 나도 네 수행의 협력자로서 조화와 균형의 아름다움을 느껴 보고 싶어.
지휘관: 조금 억지일 수도 있지만… 타카오는 어때?
지휘관: 설마 아무것도 못 먹은 나를 이대로 돌려보낼 셈은 아니지…?
타카오: 그럴 수는 없지!
타카오: 음…. 지휘관공의 말대로 수행은 유종의 미를 거두어야 하지.
타카오: 고맙다, 지휘관공. 그럼 잘 부탁하마!
~06. 수행의 진의
하루 일과가 끝나자 타카오는 미소를 지으며 집무실 책상 앞으로 왔다.
타카오: 지휘관공. 다음 수행에 관해서 말이다만…….
지휘관: 응? 이번엔 또 무슨 핑계를 대려고?
타카오: 피, 핑계라니…….
타카오: 지휘관공…. 역시 전부 알고 있었군.
지휘관: 조금 말이 지나쳤네. 그래도 타카오가 무언가를 빌미로 수행을 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지휘관: 당당한 무인 타카오는 그런 속임수는 능숙하지 못하니까.
타카오: ……그래. 들켰으니 전부 고백하마.
타카오: 수행은 확실히 소인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타카오: 하지만 수행의 내용… 진짜 목적은 다르다.
타카오: 사실은… 소인의 여자력을 높이기 위한 수행이었다.
지휘관: ……여자력 향상?
타카오: 아타고에 따르면 아무래도 소인이 지휘관공을 대하는 태도는 너무 딱딱하기만 하고 여자아이의 ‘부드러움’이 부족하다고 한다.
타카오: 결국 여자력이 부족하다는 것이지.
타카오: “타카오는 청소도 요리도 못하고 입만 열면 칼 얘기잖니. 그래서야 지휘관과 가까워지기 어렵지”라더군.
타카오: 아타고의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해서… 계획을 세워 수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지휘관: 그래서 그런 내용이었구나.
지휘관: 나를 도우미로 삼았던 것도 아타고의 계획이야?
타카오: 아니. 그건 소인의 생각이었다.
타카오: 지휘관공. 왜 웃는 거지…?
지휘관: 아니야. 그냥 타카오는 여자력이 부족한 게 아니라 방향성이 다른 거 같아서.
타카오: 그런 건가…?
타카오: 그럼, 앞으로의 수행은…?
지휘관: 계속해야겠지? 한번 시작한 수행을 도중에 그만둘 수는 없잖아?
타카오: 아아, 물론이다!
지휘관: ……아. 그런데 오늘 수행 내용은 뭐였지?
타카오: 통찰력 수행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찾는 것이지.
→ …………
지휘관: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 줄래?
타카오: “지휘관과의 데이트 계획을 세우고, 수행의 명목으로 유인해서 계획을 완수하는 것”……이라고 아타고는 말했다.
지휘관: 이제야 좀 이해하기 쉽네.
지휘관: 그럼 그 데이트 계획은 준비됐어?
타카오: ……계획 자체는 세웠지만……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타카오: 지휘관공, 내일은 휴일이다. 소인과 함께 보내지 않겠나?
지휘관: 시간 비어 있으니까 연락하면 바로 달려갈게.
타카오: 좋아. 그럼 지휘관공, 내일 보자!
~07. 마지막 수행
다음 날. 타카오의 연락을 받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지휘관: 영화관이나 수족관이나 놀이공원이 아닐까 했는데….
지휘관: 설마 훈련장이라니. 확실히 타카오답네.
타카오: 으흠. 계획을 짜는 단계에서 그런 장소도 고려하긴 헀지만.
타카오: 지휘관공의 말을 듣고 그동안의 소인의 행실을 검토한 결과….
타카오: 역시 수행… 아니, 데이트 장소는 훈련장이 적합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지휘관: 아무튼, ‘어지러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찾는 수행이라고 했는데.
지휘관: 난 뭘 하면 돼?
타카오: 지휘관공은 여기 안전한 자리에 앉아서 견학만 하면 된다.
타카오는 부끄러운 듯 고개를 살짝 돌리고 몇 발자국 물러섰다.
지휘관: 견학…?
타카오는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허리춤에 차고 있는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칼날이 공기를 가르며 듣기 좋은 바람 소리를 냈다.
마치 다른 세계로 들어선 듯 그 눈동자에는 조용한 각오가 깃들어 있었다.
늠름한 산봉우리 같은 그 모습은 버들가지처럼 가벼우면서도 건실함과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내리치는 칼과 함께 단풍이 하늘을 날았다. 시정이 넘치는 연무는 보는 이의 마음을 흔들고 끌어당겼다.
타카오: 어땠나? 지휘관공.
잔심, 납도. 칼날이 칼집에 들어가는 소리는 마치 연인의 속삭임과도 같았다.
타카오는 천천히 눈을 뜨고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입가에는 희미하게 미소가 걸려 있었다.
→ 대단했어!
→ 숨이 멎을 정도로 멋졌어!
타카오: 마음에 들었다니 다행이군….
타카오: 이번 데이트를 위해 아타고에게 부탁한 소품이었는데.
타카오: 충분히 제 역할을 해냈군.
지휘관: 방금 단풍 말하는 거야?
타카오는 끄덕이며 내 앞자리에 앉았다.
지휘관: 그런데 왜 이걸 보여줄 생각을 했어?
타카오: 어제 지휘관공은 소인에게 다른 방향의 여자력이 있다고 했었지.
타카오: 따라서 소인은 자신이 가장 잘하는 것을 데이트의 주제로 삼았다.
타카오: 어지러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찾는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타카오: 지휘관공과의 데이트가 무사히 이루어졌으니 이를 위안으로 삼겠다.
지휘관: 아니, 수행 주제는 확실하게 달성됐어. …단지 그 주체가 타카오가 아니라 내가 됐지만.
지휘관: 뭐랄까…. 어지러운 세상에서 아름다운 순간을 찾는 데에는 의외로 통찰력 같은 건 필요없을지도 몰라.
타카오: …무슨 뜻이지?
지휘관: 아름다운 순간은, 타카오가 내 곁에 있는 동안 계속 생겨나고 있는걸.
어느새 타카오가 내 손을 잡았다.
오랜 시간 검의 길을 걸어온 그녀의 손바닥이 이제는 내 손바닥에 딱 붙어 있었다.
그리고 입술로 전해지는 부드러운 온기. 사랑스러운 존재에게 느껴지는 은은한 향기.
타카오: 지휘관공. 소인도 같은 생각이다.
타카오: 구태여 찾지 않아도, 그대와 함께하는 시간은 언제나 아름다운 순간으로 넘치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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