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자스, 오버히트!
~01. 수호검은 완벽하다
집무실로 이어지는 복도를 어떤 소녀가 룰루랄라 걷고 있었다.
양 눈은 가면으로 가려져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 입술과 노랫소리로부터 그녀가 얼마나 들떴는지를 알 수 있었다.
알자스: ~♪~♪
알자스: 알자스~♪ 멋있는 알자스~♪
알자스: 지휘관과 함께~ 거침없는 싸움을~
알자스: 오늘의 알자스는~ 명예로운 비서함♪~
에페: 아, 알자스……. 안녕…….
플뢰레: 알자스 비서함 된 거야? 좋겠다~
알자스: 긍정! 알자스, 지휘관의 명에 따라 오늘 부로 비서함을 맡게 되었다! 플뢰레도 열심히 활약하면 발탁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너무 부러워할 필요 없어!
알자스는 눈앞의 두 작은 기사들에게 열심히 설명했다.
에페: 아. 활약이라고 하니까… 저번에는 고마웠어…….
플뢰레: 어? 에페가 음료를 벽에 흘려서 닦으려고 했는데 그만 구멍을 뚫어버렸던 그때 얘기하는 거야?
에페: 응…. 알자스가 같이 벽 고치는 거 도와주지 않았다면 에페, 분명 지휘관한테 쓸모없는 애라고 여겨졌을 거야…. 아으으….
플뢰레: 흐음… 그래서 그때 너희 옷이 페인트 범벅이였구나….
플뢰레: 뭐, 다음에 또 그런 일 생기면 만쥬 수리팀을 불러. 그리고 에페. 그 정도로 지휘관이 화내거나 에페를 싫어하게 되거나 하진 않을 거야.
에페: 으, 응!
알자스: 알자스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사양하지 말고 뭐든지 알려줘.
알자스: 지휘관을 지키는 검으로서 당연히 지휘관의 모항도 지켜야 하는 법!
알자스: 그럼, 알자스는 이만.
고개를 숙여 가볍게 인사한 알자스는 노래를 흥얼거리면서 두 사람을 지나쳐 들뜬 걸음으로 계속 나아갔다.
플뢰레는 살짝 걱정되는 표정으로 사라져 가는 알자스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플뢰레: 그러고 보니 알자스는 지휘관 내성이 엄청 낮았지…? 가까이 있으면 금방 오버히트해서 행동이 정지될 거 같은데….
에페: 아, 아마 괜찮을 거야……!
에페: 저번에 알자스 방 앞을 지나간 적이 있었는데, 왠지는 모르겠지만 지휘관 이름을 부르면서 내성이 붙도록 열심히 연습하던 거 같았어…!
플뢰레: 연습? 흐응…….
플뢰레: 뭐 좋아. 알자스의 제어 능력하고 지휘관의 실력을 믿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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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 집무실.
똑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알자스가 슥 집무실로 들어왔다.
알자스: 하나된 아이리스의 기적, 인류가 감히 꿈꿀 수 없는 환상, 성좌 수호자이자 지휘관을 지키는 인도검――
알자스: 알자스, 지금은 세련되고 완벽한 비서함! 지휘관, 지시를 바란다!
~02. 비서함이니 괜찮아……?
비서함이 된 알자스에게 오늘 업무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알자스: 알자스, 이해했다. 지휘관. 걱정 말고 알자스에게 맡겨줘.
알자스: ~♪~♪
오리지널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알자스는 자리에 앉아 업무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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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알자스가 난잡했던 서류를 깔끔하게 정리해준 덕에 업무 효율이 대폭 올라갔다.
지휘관: (알자스를 비서함으로 임명한 건 내가 생각해도 훌륭한 선택이었어.)
지휘관: (너무 열심히 하다 열이라도 오르면 큰일이니… 일단 휴식을 권하자.)
지휘관: 알자스, 슬슬 쉴까?
알자스: 휴식? 알자스, 현재 척척 비서함 모드 풀 가동 중이므로 피로 해소를 위한 휴식은 불필요하다고 판단!
지휘관: 오전 중 업무는 잘 해줬어. 계속 집중한 채로 일하다간 금방 지치니까 적당히 휴식을 취하는 것도 중요해.
알자스: 이해했어. 그, 그런데 지휘관……. 그거 혹시…… 아, 알자스를 칭찬해 주는 거야……?
알자스: 그렇게 알자스를 칭찬하면…… 감정 모듈이…… 아아……!
알자스의 말과 함께 집무실 온도가 급격히 상승하기 시작했다!
지휘관: 알자스… 일단 진정해!
알자스: 미, 미안해! 알자스, 시각과 센서 모듈을 일시 정지할게…….
알자스가 고개를 푹 수그리고 말을 멈추자 집무실 온도도 내려가기 시작했다.
잠시 후 다시 고개를 든 알자스의 목소리에는 이전의 침착함이 다시 돌아와 있었다.
알자스: 아까는 흐트러진 모습을 보여서 미안해, 지휘관.
알자스: 사과의 뜻으로 알자스, 당장 차가운 소다를 갖고 올게!
말과 동시에 알자스는 일어나 쪼르르 집무실을 나섰다. 그리고 곧 소다를 가지고 돌아왔다.
지휘관: 고마워.
알자스가 소다를 건네줬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기대에 가득 찬 시선이 느껴졌다.
지휘관: (응……? 가면을 쓰고 있는데도 알자스의 시선이 느껴진다고……?)
기묘한 감각이 신경 쓰여 알자스를 향해 돌아앉았다. 그리고 그만 그녀를 오래 응시하고 말았다.
알자스: 지, 지휘관이…… 알자스를 응시하고 있어……. 16초…… 17초…….
지휘관: 알자스……?
알자스: 안돼안돼안돼안돼……. 이 거리에서 그렇게 보면…… 알자스… 더는 못 버텨……!?
~03. 멋있는… 알자스?
여기는 집무실. 나는 지금 알자스의 강제 방열로 날아가버린 서류를 부지런히 줍고 있다.
알자스는 아무래도 상당히 충격을 먹은 것 같다. 지금은 잘못을 저지른 어린애처럼 의자에 앉아 조용히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었다.
알자스: ……미안해, 지휘관…….
지휘관: 이 정도는 괜찮아.
알자스: 알자스… 열심히 연습했는데…….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지휘관과 함께 있는 시간을 시뮬레이션해서….
알자스: 계속 지휘관만 생각했어. 이벤트라든가 케이스라든가 시추에이션이라든가…….
알자스: 지휘관의 손이 알자스의 몸에……. 알자스, 열심히 고민했는데……. 그, 그런 거, 안 돼애…….
지휘관: (가만히 놔두자…….)
알자스: 으으……. 알자스, 결국 제대로 제어하지 못했어……. 지휘관……미안해…….
지휘관: 감정 모듈이 불안정해질 때가 있다는 건 알고 있어. 최근에 그러기 시작한 거지?
지휘관: 난 딱히 그게 문제라고 생각하진 않아. 오히려 그게 바로 알자스의 장점이라고 생각해.
알자스: 알자스의, 장점……?
지휘관: 그래. 감정 제어가 폭주하기 쉽다는 건 바꿔 말하면 주변 상황을 예민하게 느끼고 있다는 거잖아?
지휘관: 어쩌면 전투 성능 향상에 따른 영향일지도 몰라.
알자스: 그… 그래? 지휘관은 알자스를 그렇게 생각했던 거야…?
지휘관: 걱정 마. 나도 같이 해결책을 찾아 줄게.
지휘관: (알자스의 폭주의 주된 원인은 감정 모듈이야…. 그렇다면 그에 따른 제어 능력을 향상시키면 돼.)
지휘관: (그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알자스: 지, 지휘관이 알자스를 도와주는 거야? 아, 알자스, 준비 다 됐어!
지휘관: 감정 모듈의 제어 능력을 올리기 위해서는 즉 감정의 기복을 제어하는 게 중요해.
지휘관: 감정의 기복은 마음… 즉 마음가짐으로 어느 정도 조절할 수 있을 거야.
지휘관: 생각해 보면 처음 만났을 때는 꽤 멋있고 당당한 모습으로 있었잖아? 그때의 마음가짐을 떠올려 보면 어떨까?
알자스: 그, 그러니까… 그때의 알자스 흉내를 내 보라는 거야…?
지휘관: 응. 한번 해 봐.
알자스는 심호흡을 하고 일어나 다시 내 앞에 섰다.
알자스: 감정 모듈, 심층 분석 알고리즘 기동. 해당 로그의 분석을 개시――
알자스: 스테이터스 로그 동기화. 감정 모듈, 스테이지 환경에 오버라이트 개시――
알자스: 지휘관. 지금의 알자스는 부, 분명 네 가장 믿음직한 힘이 될 거야.
알자스의 목소리와 표정이 처음 만났을 때의 그 냉정 침착한 모습으로 돌아오고 있다.
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몸이 살짝 떨리는 게 눈에 들어왔다. …마치 필사적으로 뭔가를 참고 있는 것만 같았다.
→ 알자스를 북돋는다
지휘관: 힘내! 알자스는 할 수 있어!
알자스: 아, 안돼안돼안돼애…. 알자스, 진짜로 안 돼!
~04. 교외 특훈… 개시!
필사적으로 감정을 제어하려던 알자스였지만, 내 성원도 무색하게 단숨에 폭발해 버리고 말았다…….
피해를 입은 집무실을 둘이서 어떻게든 정리하고, 기분 전환을 위해 알자스를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알자스: …….
밖에 나왔음에도 알자스는 고개를 숙인 채 안절부절못하는 낌새였다.
알자스: 이렇게 한심한 알자스는… 더 이상 지휘관을 지키는 검이 될 수 없어….
지휘관: 아니… 내가 갑자기 말을 걸지만 않았어도 잘 됐었을지도 모르잖아?
알자스: 지휘관하고는 아무 상관 없어. 이건 어디까지나 알자스가 미숙해서 그런 거니까…….
지휘관: 글쎄? 봐봐. 이렇게 단 둘이서 있으니까 감각도 평소보다 민감해지지 않았어?
지휘관: 아. 그래서 요즘 그렇게 자주 폭주한 거구나.
알자스: 그, 그럴지도….
지휘관: 지금은 밖이니까 알자스도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기분을 좀 풀어 봐.
알자스: 응! 알자스를 생각하는 지휘관의 마음, 헛되게 하지 않을 거야. ……스읍……하아……스읍……하아…….
열심히 심호흡을 하기 시작한 알자스. 그 서투르고 귀여운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까보다는 많이 진정된 것 같다.
그 때 작은 새 한 마리가 알자스의 어깨에 앉았다.
알자스: 아…. 사람을 잘 따르는 아이네. …알자스, 작은 동물을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야…….
알자스: 알자스가 하나도 무섭지 않나 봐…….
어깨에 앉은 새를 보며 알자스도 기분이 살짝 좋아진 것 같았다.
지휘관: 만져 보지 그래?
지휘관: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해 보면 감정 모듈의 제어 능력이 올라갈지도 몰라.
알자스: 응!
알자스는 손을 뻗어 작은 새의 복슬복슬한 등을 어루만졌다. 긴장으로 굳어 있던 표정도 조금 풀린 것 같았다.
지휘관: (다행이다. 아까보다 많이 진정된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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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긴장이 풀린 알자스와 함께 오솔길을 걸으며 신선한 공기를 만끽했다.
둘이서 신나게 얘기하고 있자니, 멀리서 익숙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플뢰레: 어? 지휘관하고 알자스잖아? 이 시간에 밖에서 만나다니…….
지휘관: 알자스 덕분에 일이 빨리 끝났거든.
플뢰레: 그랬구나~ 알자스가 멀쩡한 거 같아서 다행이네♪
알자스: 응. 지휘관을 지키는 검으로서 알자스, 컨디션 최고야!
알자스: 명예로운 비서함 알자스~ 지휘관의 요구라면 무엇이든 척척~♪
플뢰레: 계속 문제 없을 거라고 믿을게! 그럼 난 에페를 도와주러 가 봐야 되니까 나중에 봐!
플뢰레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배웅한 뒤에도 알자스는 여전히 기운이 넘쳤다.
지휘관: (시간도 꽤 지났고 플뢰레하고도 멀쩡하게 대화했어. …이 기회에 한 번 더 알자스를 북돋아 주자.)
→ 알자스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린다
알자스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며 칭찬해 줬다.
→ 알자스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는다?
지휘관: (……이제야 겨우 알자스의 감정 모듈이 안정된 참인데, 하지 말자.)
결국 알자스의 어깨를 가볍게 톡톡 두드리기로 했다.
지휘관: 이렇게 느긋하게 산책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알자스 덕분이야.
지휘관: 그러니까 설령 또 감정 모듈을 제어할 수 없게 돼도, 알자스는 이미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훌륭한 비서함이야.
알자스: 아아… 아, 알자스는…….
알자스: 아까 플뢰레 앞에서 지휘관이 칭찬해줬을 때… 알자스는 필사적으로 고양되는 감정을 참고 있었어…….
알자스: 그그그그치만… 이렇게 알자스의 어깨를 두드리고, 칭찬해 주면서…… 시시신뢰가 된다고까지 말해 주면…….
알자스: ……감정 모듈이…… 더, 더는 안 돼애…….
지휘관: 알자스? 조금만 참아! 지금 바로 데리고 갈 테니까!
또다시 체온이 오르기 시작한 알자스를 부축하고 서둘러 집무실로 향했다.
~05. 아이스 쿨다운!
알자스와 함께 집무실로 돌아온 후, 서둘러 그녀를 소파에 눕혔다.
가면을 벗은 알자스는 거친 호흡과 함께 울먹이는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지휘관: 버, 벗겨도 됐었던 걸까…?
알자스: (작게) 하아……. 버, 벗기지 않아도… 어차피 알자스는 지휘관의 마이크로웨이브를 받으면…… 저항할 수 없는걸….
지휘관: 응?
알자스: 크흠. 아, 아마도 밖에 나가서 기분 전환을 한 덕분에… 알자스, 어떻게든 임계치까지 아슬아슬하게 버틸 수 있었어….
알자스: 이제는 체온만 내리면…!
지휘관: 에어컨은 최저 온도로 맞췄어. 얼음도 가져올게!
냉장고를 열었더니 이럴 수가. 얼음이 다 떨어지고 없었다!
다행히 아이스바는 그럭저럭 남아 있었다.
지휘관: (일단 있는 아이스바는 다 꺼내자. 나중에 또 주문하면 되니까.)
알자스는 아이스바를 받고 바로 포장을 뜯어서 입에 넣었다.
알자스: 후우…….
알자스는 으적으적 아이스바를 먹으면서 만족한 듯 숨을 내쉬었다.
지휘관: 그러고 보니 전에도 수영장에 들어간 채로 아이스바를 먹으면서 쿨다운 하고 있었지?
알자스: 그랬었지……. 후우…….
알자스: 그치만 오늘은 모항 수영장이 점검 중이라 쓸 수가 없어서….
지휘관: 괜찮아. 아이스바는 아직 많이 있으니까.
알자스: 으, 응! 에어컨 바람을 맞으면서 아이스바를 계속 먹으면 분명 효과가 있을 거야….
지휘관: 그래? 그럼 다행이지만…….
알자스: 지휘관. 걱정해줘서 고마워…. 알자스, 이제 꽤 진정됐어…!
알자스: 제어 불능의 임계 직전까지 갔다가 회복된 덕분에 알자스, 한계치가 증가했어!
지휘관: 게다가 당분을 잔뜩 섭취한 덕도 있겠지.
알자스: 지금 알자스가 느끼는 편안함과 평온한 기분…. 아이스바 대량 섭취와의 관련성에 대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는 사이에 알자스는 아이스바를 전부 먹었다.
그걸 보고 나는 지체 없이 아이스바 한 봉지를 꺼내 포장을 뜯고 다시 알자스에게 건넸다.
알자스도 기쁜 듯이 몸을 내밀어 내 손에 들려 있는 아이스바를 앙 깨물었다――
지휘관: 응? 알자스, 직접 먹는 거 아니야?
알자스: 어……?
알자스는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드디어 상황을 파악했는지 눈을 휘둥그레 떴다.
멀뚱멀뚱 아이스바를 들고 있는 내 손과 얼굴을 번갈아 보던 알자스는….
알자스: 알자스…… 알자스 지금, 지, 지휘관이 주는 걸 받아먹었어…….
알자스: 아아… 아, 알자스…… 또, 제, 제어 불능……!
~06. 민감 소실 솔루션!
다시 감정이 폭주하고 만 알자스. 겨우 진정시켰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완전히 풀이 죽고 말았다.
알자스: 하아…….
알자스: 미안해……. 지금의 알자스는 세련되고 완벽한 비서함이 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알자스: 오전만이라도 효율적으로 행동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 아니면 지휘관한테 민폐를 끼쳤을 테니까….
낙담한 표정을 숨기지 않는 알자스를 보면서 지금까지 일어난 그녀의 폭주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봤다.
지휘관: (따져 보면… 알자스의 폭주는 대부분 나하고 눈이 맞거나, 내 몸이 알자스의 몸에 닿았을 때 발생했어.)
지휘관: (그렇다는 건 애초에 내가 원인인 건가……?)
지휘관: 알자스, 잠깐 괜찮아?
알자스: 응? 지, 지휘관? 무슨 명령이라도…….
지휘관: 질문이 있는데 진지하게 대답해줘.
알자스: 가, 가가가갑자기 왜 그래….
진지한 표정으로 물어보자 깜짝 놀라면서도 알자스는 감정 모듈을 제어하기 위해 내 시선을 피해서 고개를 푹 숙였다.
지휘관: 알자스, 진정해. 경험담이라도 좋으니까 하나만 알려줘.
지휘관: 감정 모듈이 폭주하기 쉬워지는 건 나하고 같이 있을 때만이지?
알자스: 으으……. 그, 그건…….
알자스는 머뭇거리면서 대답하길 망설였다. 그 모습은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고, 무언가를 결심한 것 같기도 했다.
알자스: 으, 으응…. 알자스, 지휘관이 발사하는 마이크로웨이브에 저항할 수가 없어….
알자스: 마이크로웨이브를 감지하는 것만으로 알자스의 감정 모듈이, 바로…….
알자스: 그, 그치만! 오늘 지휘관이 도와준 덕분에 감정 모듈의 제어 능력이 꽤 향상됐어!
알자스: 이, 이제는… 몇 초 정도는 더 버틸 수 있을 거야!
지휘관: 그렇구나. 그래도 역시 더 효율적… 아니, 대증적인 조치나 특훈이 필요하겠어.
지휘관: 최대 요인이 다름 아닌 나니까 우선은 간단한 접촉부터 시작해 보자.
알자스: 지, 지휘관하고 저, 접촉…. 무, 무리무리무리무리――!
지휘관: 감도를 의도적으로 낮추는 '민감 소실 요법'이라는 게 있어. 조금씩 내성을 키워 가는 거야.
알자스: 어, 언젠가는 내성이 붙어서 쉽게 폭주하지 않게 된다는 거야!?
지휘관: 그래. 우선은 악수부터 해 보자.
알자스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머뭇머뭇 손을 내밀었다. 손끝이 닿고, 이내 손과 손이 겹쳐졌다.
지휘관: 좋아. 일단 놓자.
알자스: 하아……하아……. 어??
아직 상황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알자스지만, 그래도 순순히 지시에 잘 따라줬다.
지휘관: 해 보니 어땠어?
알자스: 하아…하아…. 그, 그럭저럭….
얼굴을 붉히면서도 열심히 노력하려는 기특한 마음이 확실히 전해졌다.
손을 맞잡고 놓는다. 이를 반복하는 사이 알자스는 점점 익숙해져 갔다.
그럼 다음은 어깨를 가볍게 만져 보자.
알자스: 으으으…….
처음은 움찔했지만 몇 번 반복하는 사이 알자스는 점점 내성이 생기는 것 같았다.
지휘관: (좋아…. 이대로면 계속해도 문제 없겠어.)
지휘관: 이제 익숙해졌어? 그럼 다음은 머리를 쓰다듬어 볼게.
알자스: 어? 아아아알겠어! 지휘관……. 응…….
눈을 꼬옥 감은 채 안절부절못하는 알자스. 이에 영향을 받은 건지 나도 왠지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그대로 머리에 손을 얹으려던 순간――
브렌누스: 실례하지. 집검자, 저번에 부탁했던 서류를….
반쯤 열려 있던 집무실 문을 누군가가 밀고 들어왔다. 돌아보자 브렌누스가 수상쩍다는 표정으로 서 있었다.
브렌누스: …연극 연습이라도 하는 건가?
지휘관: 연극 연습…?
그 '연습 상대'――알자스는 빨개진 얼굴로 눈을 감은 채 '기다려' 상태가 되어 있었다.
알자스: 지휘관. 아, 알자스는 준비됐어……!
브렌누스: ……서류는 여기에 두지.
브렌누스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 채 문에서 가장 가까운 책상에 서류를 두었다. 그리고 슬쩍 집무실을 나가 문을 닫았다.
~07. 최종…수단?
브렌누스에게 멋지게 오해를 사고 말았지만, 그 뒤로도 알자스와 여러 가지 특훈을 계속했다.
하늘이 어두워질 즈음 알자스가 "감정 모듈의 내성이 얼마나 향상됐는지 실험하고 싶다"는 제안을 했다.
그 제안을 받아들여 간단한 '테스트'를 끝낸 후…….
알자스: 음…… 응! 보고. 알자스의 감정 모듈, 5초의 내성 향상이 있음을 확인!
지휘관: (지금까지 있었던 일을 생각하면 5초나 늘어난 건 분명 훌륭한 성과야. …그래도 이 페이스라면 효율이 너무 안 좋은데…….)
알자스: 지휘관……? 왜 갑자기 미간을 찡그리는 거야……? 역시…… 역시 알자스는 쓸모가 없다고 판단한 거야……?
알자스: 으으…… 지휘관. 미안해…….
지휘관: 아니야. 알자스는 잘 해줬어.
지휘관: 애초에 감정이 폭주하는 건 나 때문이니까 오히려 내가 사과를 해야지.
알자스: 아, 아아아아아아니야! 그건 지휘관 탓이 아냐…….
알자스: 알자스가…… 알자스가 지휘관을 점점 더 좋아하게 돼서, 그런 거야!
아까처럼 새빨개진 알자스였지만, 감정 모듈은 폭주하지 않았다.
알자스는 살짝 입술을 깨물고, 주먹을 꼭 쥐었다. 마치 스스로 결의를 다지는 것처럼.
알자스: 응…. 알자스, 너를 조, 좋아하니까…….
알자스: 네 일거수일투족에 알자스의 시선도, 마음도, 전부 빼앗기고 말았으니까…….
알자스: 너한테서 나오는 마이크로웨이브에 대한 내성이 점점 약해져…….
알자스: 그러니까 네 탓이 아냐. 알자스가 너를 점점 좋아하게 돼서…… 이렇게 된 거니까…….
지휘관: 알자스…. 혹시 지금 제어 되는 거 아냐…?
알자스: 아, 응……! 지휘관한테는 계속 비밀로 하고 있었지만, 사실 알자스한테는 '최종 수단'이 있어…….
알자스: 하지만 지휘관의 협력이 없으면 실행할 수가 없어…….
지휘관: 알려줘. 뭐든 협력할게.
알자스: 그, 그그러면…… 알자스, '최종 수단' 실행 개시…….
알자스: 기체에 축적된 '열'은… 계속 쌓아두기보다, 일부라도… 방출해야만 하니까…….
알자스: 과부하, 방열 모드. 준비…….
알자스는 건들릿을 벗어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내던졌다.
알자스: 지휘관…. 알자스의 감정 모듈을 오버히트 시켜서…… 그래서… 쌓인 걸 전부… 발산시켜줘…….
알자스: 물리 접촉에 따른 직접 접속……. 준비 완료…….
소녀의 볼이 빨개졌다. 달아오른 몸에서도 불타는 듯한 온도가 느껴졌다.
알자스: 감정 모듈의 방열뿐만 아니라…… 지휘관에 대한 사랑도…….
문을 걸어 잠그고 나를 돌아보는 소녀의 얼굴에 더는 망설임은 존재하지 않았다.
알자스: 알자스의 걷잡을 수 없는 사랑을… 해방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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