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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기르 캐릭터 스토리 ~격동하는 황량한 바다의 주인

킹루클린 2024. 6. 15. 20:43

 ~01. 서류의 산, 붕괴
에기르와 함께 집무실에서 업무에 필요한 서류를 정리하던 중이었다.

에기르: 정리한 서류는 여기 둘게.

에기르: ……그런데 오늘 업무 너무 많지 않아?

투덜거린 에기르는 눈살을 찌푸리며 책상 위의 서류를 노려봤다.
훈련 보고서에 회의 자료, 창고 확인 목록……. 여러 종류의 서류가 사람 키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지휘관: 어쩔 수 없지. 월요일이니까…….

지휘관: 그런데 이렇게까지 쌓일 줄은 나도 몰랐어…….

에기르: 정말 비참하네. ……어쩔 수 없지. 이 에기르가 도와주겠어.

에기르: 감사하게 여기도록 해. 후후후♪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고 에기르는 우아하게 책상에 앉아 일을 재개했다.
처음에는 말썽이 좀 있었지만, 에기르는 곧 비서함 업무에 잘 적응했다.

지휘관: (오늘도 그래. 에기르가 없었다면 이 서류 더미를 처리하려면 밤을 꼬박 새웠어야 할 거야…….)

하드커버로 된 두꺼운 서류들을 말없이 돌아봤다.

지휘관: (음…. 페이스를 좀 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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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들자 밖은 이미 캄캄해져 있었다. 그러나 책상 위에는 아직 서류가 가득 쌓여 있었다.

지휘관: (이거 잔업은 피할 수 없겠군. 뭐 일상다반사지만.)

지휘관: (그런데 에기르는…….)

에기르는 내 시선을 눈치채지 못하고 가볍게 기지개를 켜며 하품을 하고 있었다.
하루 종일 일했으니 역시 피곤하겠지.

지휘관: 에기르, 수고했어. 나머지는 내가 할 테니까 돌아가서 쉬어.

에기르: 지휘관. 지금 농담하는 거야?

눈앞의 소녀는 눈을 치켜뜨고 나를 노려봤다. 마치 심해의 신다운 위압감이 느껴지는 시선이었다.

에기르: 이런 상황에서 내가 안심하고 갈 수 있을 것 같아? 커피 타 줄 테니까 계속하도록 해.

지휘관: (음… 순순히 꺾을 수는 없나…….)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여 그녀의 ‘초과 근무’를 승인했다.
그러나 에기르가 커피를 타러 가려던 순간, 문제가 찾아왔다.
에기르가 자리에서 몸을 일으킬 때 그만 뿔이 서류 더미와 부딪치고 만 것이다.
이내 서류 더미가 무너지기 시작했다…!

지휘관: (위험해, 에기르하고 부딪치겠어!)

생각보다 몸이 먼저 움직였다. 나는 에기르의 팔을 잡아당겨 품에 안았다.
서류 더미가 무너져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졌다. 나중에 다시 정리해야 되겠지만…….
다행히도 에기르는 다치지 않았다.

지휘관: 에기르, 괜찮아?

에기르가 무사한 건 확인했지만 그래도 무의식적으로 물어봤다.

에기르: 어……?

품속의 에기르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지금 에기르는 잡아당겨졌을 때의 관성으로 인해 내 가슴에 거의 기대는 모습이 되어 있었다.
가쁜 숨과 함께 가슴이 요동치고 피부가 순식간에 붉게 물들었다.

에기르: 지휘관…… 너, 너……!

잠시 넋을 잃었던 그녀는 이내 품에서 벗어나 소파 쪽으로 가버렸다.

지휘관: (부끄러웠나…? 아니, 지금은 그런 생각 할 때가 아니지.)

나는 땅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서류를 집어들었다.

에기르: ………….

잠시 후 에기르는 부끄러움이 가라앉았는지 묵묵히 서류를 줍는 나를 가만히 지켜봤다.
안타깝게도 서류들이 원래 어느 파일에 껴 있었는지는 전혀 알 수 없게 되었다.

지휘관: 에기르가 무사하다면 그걸로 괜찮아. …일단은 서류를 정리하자.

에기르: 내가 할게. 그 정도면 나 혼자서 할 수 있어.

에기르: 오히려 네가 더 피곤하지 않아~? 일이 너무 많았으니 어쩔 수 없지. 이해해.

필사적으로 여유를 가장하며 나를 ‘놀리는’ 이게르.

에기르: 그러니 가서 쉬어. 애초에 이건 내 책임이니까.

에기르는 단호한 표정으로 나를 소파로 내몰았다.
그리고 흩어진 서류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지휘관: (에기르……. 자책하는 건가?)



 ~02. 처음부터
소파로 쫓겨나긴 했지만, 역시 에기르 혼자만 일하게 할 수는 없다.
일단 에기르가 서류를 다 책상에 올려놓을 때까지만 쉬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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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분 뒤.

지휘관: (하아…. 서류를 다시 책상에 올려 놓는 데만 벌써 5분이 걸렸어….)

지휘관: (에기르는 오기로라도 혼자서 정리하려고 할 텐데….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어.)

에기르: 자, 이제부터는 나한테 맡겨.

에기르: 이 서류들을 다시 정리하는 건 상당한 도전이네…. 흥. 이 에기르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겠어!

에기르에게 들키지 않고 몰래 도와줄 방법을 고민하던 중 갑자기 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맞다! 그러고 보니 어제 페터 슈트라서가 훈련 보고서를 전하러 온다고 했었지.)

지휘관: (그녀라면 힘이 되어줄 거야…!)

나는 자세를 바로 앉고 페터 슈트라서에게 들어오라는 말을 전했다.
페터가 훈련 보고서를 건네는 순간 눈짓으로 옆에 있는 에기르를 가리켰다.
순간 당황한 페터지만, 서류 정리에 몰두하는 에기르를 보고 이내 알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페터 슈트라서: ……보고 내용은 이상이야. 문제가 없다면 여기 사인해줘.

페터 슈트라서: 그리고… 에기르. 서류를 좀 더 효율적으로 분류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한번 해볼래?

페터는 물 흐르듯이 화제를 에기르 쪽으로 돌렸다.

에기르: 좋아. 페터, 빨리 어떻게 하는지 알려줘!

에기르: …하지만 정리는 나 혼자 할 거야.

페터 슈트라서: 물론이지. 어쨌든 이건 경의 일이니까. 시간이 아까우니 바로 시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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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의 강의 덕분에 에기르의 분투는 1시간 만에 드디어 끝을 보였다.
에기르가 마지막 서류 정리에 몰두하고 있을 때 페터가 개인적인 상담이 있다며 나를 집무실 밖으로 불러냈다.

페터 슈트라서: 후후후. 아까부터 계속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는 표정이던데.

페터 슈트라서: 그래서 내가 먼저 경을 불렀어. …궁금한 게 있다면 빨리 물어봐. 보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지휘관: 역시 페터는 눈치가 빠르구나. 사실 에기르에 대해서 말인데…….


페터 슈트라서: 흐음. 에기르와 친해지고 싶다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경은 이미 에기르와 충분히 친해 보이던데?

페터 슈트라서: ……그래도 아직 부족하다면, 작지만 공들인 무언가를 선물해 보는 건 어때?

지휘관: 공들인 무언가…… 액세서리 같은 거?

페터 슈트라서: 그래. 경이라면 직감적으로 적절한 선물을 찾을 수 있을 거야.

페터 슈트라서: 그나저나 물어보고 싶은 게 선물이었다니… 후후후♪

지휘관: 응?

페터 슈트라서: 아무것도 아냐. 그럼 행운을 빌게.

그렇게 말하고 페터는 자리를 떴다.

지휘관: (좋아…. 이제 에기르를 도와주러 가자.)



 ~03. 조용한 한때
페터 슈트라서를 배웅한 뒤 다시 집무실로 돌아왔다.
에기르가 모든 서류를 다 분류해서 정리해 놓은 덕분에 밤을 새워야 할 것으로 예상됐던 작업이 밤중에 모두 끝났다.
에기르가 작업 중인 책상을 바라봤다.
에기르는 피곤한 표정으로 팔꿈치로 머리를 괴고 있었다.

에기르: 뭐야 지휘관. 하고 싶은 말이라도 있어? 발언을 허락할게.

내 시선을 알아차린 에기르는 평소처럼 위세 넘치는 표정으로 돌아왔다.

지휘관: 에기르가 없었다면 오늘 일은 이렇게 쉽지 않았을 거야.

지휘관: 네가 곁에 있어줘서 정말 다행이야.

에기르: 무슨……!? 크흠. 그렇다면 이 심연의 주인에게 ‘공물’을 바쳐야 하지 않겠어?

에기르: 그게 싫다면 네게 다른 대가를 치르게 할 수밖에 없지.

지휘관: ‘공물’이라… 좀 생각해 볼게.


→ 에기르에게 식사를 대접한다
지휘관: 모항에 괜찮은 레스토랑 하나 알고 있는데 쉬는 날에 같이 갈래?

에기르: 후후…. 한 끼 식사로 이 에기르의 욕구를 채울 수는 없겠지만…….

에기르: 네 성의를 봐서 허락해 주겠어.

→ 에기르와 쇼핑한다
지휘관: 다음 쉬는 날에 같이 쇼핑하러 갈래?

에기르: 흐음… 쇼핑? 뭐라도 사주게? 하지만 내가 원하는 건…….

에기르: 지휘관. 각오하는 게 좋을 거야. 후후후♪


에기르: 그나저나 쉬는 날을 단 둘이 보내자니.

에기르: 그야말로 데이트잖아……. 혹시 너 처음부터 노리고 있던 거야?

지휘관: 응. 데이트 맞아.

에기르: 너, 너……! 그렇게 직구로?! …자, 잠깐만!? 설마 진심이야?!

방금 전까지 부리던 여유는 어디로 간 건지 에기르는 내 대답을 듣자마자 다시 동요했다.

지휘관: 처음부터 진심이었는데?

에기르: 교, 교활해! 지휘관, 너란 놈은……!

이후 에기르와 약속을 잡은 뒤 무사히 오늘 일을 끝마쳤다.



 ~04. 서서히 줄어드는 거리
오늘도 어김없이 에기르와 업무에 착수했다.
일에 열중하는 에기르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며칠 전 페터의 조언에 대해 생각했다.

지휘관: (작지만 공들인 무언가라…….)

에기르: 지휘관?

지휘관: (에기르의 분위기에 맞아야 되고, 그러면서도 너무 자기주장이 강해선 안 되고….)

에기르: 지휘관…? 이 에기르를 눈앞에 두고 정신을 팔다니. 배짱도 좋구나.

어떤 액세서리를 선물하면 좋을지 생각하고 있던 중 어느새 에기르가 내 옆까지 다가와 있었다.
늘어진 은빛 머리칼이 뺨을 간지럽히고 나서야 나는 그녀가 왔다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에기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서류에 사인하다가 말고 멍하니 있지를 않나.


→ 에기르를 생각하고 있었어
지휘관: 아니… 데이트 때문에 좀.

에기르: 고, 고작 데이트로? 그렇게나 기대하고 있는 거야!?

→ 다음 업무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어
지휘관: 에기르에게 너무 부담을 주고 싶진 않으니까. 그러니 조금만 더 내게 기대줘.

에기르: 가, 갑자기 무슨 소리야…?! 너야말로 나한테 기대도록 해! 황량한 바다의 주인인 나를 얕보지 말라고!


강하게 쏘아붙였지만 에기르는 이내 붉게 물든 뺨을 감추려고 고개를 푹 숙였다.

에기르: 어흠…. 쉬는 날에 데이트하기로 했던 거, 조금 생각이 바뀌었어.

다시 고개를 든 에기르는 살짝 어색한 말투로 말했다.

지휘관: 데이트하기 싫어졌어…?

에기르: 아니야! 그냥 시간하고 장소를 바꾸고 싶을 뿐이야.

에기르: 예를 들면… 오늘! 퇴근하고 같이 해변을 산책한다던가 그런 거!

에기르: 그러니 빨리 일 끝내! 안 그러면 황량한 바다의 분노에 직면하게 될 거야!?

지휘관: 황량한 바다의 주인의 요구라면 어쩔 수 없지.


에기르가 분류를 잘 해준 덕분에 빨리 일을 끝낼 수 있었다.

에기르: 가자. 지금이 바닷바람이 가장 기분 좋을 시간대기도 하고, 귀찮은 태양도 얌전해졌을 테니까.

지휘관: 휴…. 그래, 가자.

나는 외투를 집어 들고 에기르를 따라 집무실을 나섰다.



 ~05. 마신의 유혹
집무실을 떠나 에기르와 함께 해변에 왔다.
그녀는 조금 빠른 걸음으로 내 앞을 걸으며 여유로운 모습으로 발밑의 모래사장과 바닷바람을 즐겼다.
그 느긋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에기르: 뭐야. 갑자기 왜 웃어?

갑자기 돌아선 에기르에게 허를 찔렸다.

지휘관: …에기르를 보고 있으니 즐거워서.

에기르: 흐응…. 지휘관, 설마 이 에기르한테 반한 거야?

→ 수긍한다

지휘관: 응, 맞아.

에기르: 뭣…!? 그, 그렇게 직구로 던지는 건 반칙이잖아?!

둥요를 감추지 못하고 에기르는 다시 등을 돌렸다.

지휘관: (흠. 그렇다면….)

→ 에기르와 나란히 걷는다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서 에기르와 걸음을 맞췄다.
여전히 어색한 침묵을 지키고 있는 에기르였지만 어느새 손을 뻗어 내 손을 맞잡았다.
부드럽고 가느다란 손가락. 손을 놓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사가 느껴졌다.

에기르: 후후. 지휘관. 휘몰아치는 황량한 바다에 휩쓸리지 않도록 조심해.

지휘관: 휩쓸려도 좋아. 그때는 에기르가 날 찾아줄 거라고 믿으니까.

에기르: 흥…! 그럼 그때 가서 잘 간청해 봐!

맞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우리는 그렇게 바닷바람을 맞으며 산책을 즐겼다.



 ~06. 파티 전주곡
해변 데이트 이후, 에기르는 무슨 일이 있어도 업무 시작 시간보다 일찍 집무실에 와서 일을 시작했다.

지휘관: (단순한 배려라고 그러긴했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집무실에 도착했다.

지휘관: (에기르는 아직인가? …응? 책상에 뭐가 놓여져 있는데?)

반으로 접힌 카드 앞면에 내 이름이 적혀 있었다.
나는 카드를 펼쳐 안을 살펴봤다.

지휘관: (북방연합과 철혈의 파티… 오늘 밤에?)

지휘관: (이건 나한테 보내는 초대장인가? 나중에 에기르한테 물어봐야지.)

몇 분 뒤 에기르가 집무실에 돌아왔다.

에기르: 지휘관. 책상에 있던 초대장은 이미 확인했어?

지휘관: 안 그래도 물어보려던 참이었어.

에기르: 내가 올려둔 거야. 잠깐 자리를 비웠던 것도 파티 때문에 상의할 게 있어서였고.

에기르: 그래도 걱정 마. 그냥 친목을 위한 편한 파티니까 격식은 따지지 않아도 돼.

에기르: 그동안 네가 고생했다는 건 나도 잘 알아. 이참에 푹 쉬는 건 어때?

에기르: 황량한 바다의 주인인 나의 권유니까 거절할 권리는 처음부터 없지만.

지휘관: 그래. 그럼 기꺼이 갈게.

에기르의 권유를 수락하고 다시 일을 재개했다.
분주한 하루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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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주최자인 에기르는 한발 먼저 회장으로 향했다.
나는 조금 나중에 도착한다고 말해두었다.

지휘관: 시간이 빌 때 가서 선물을 좀 골라 봐야지.


모항 상가를 찾았다. 액세서리 가게들에는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아름다운 물건들로 가득했다.
가게를 돌아다니며 진열창을 하나씩 확인했다.
문득 정교한 호박 목걸이가 내 눈길을 끌었다.
송진에 갇힌 매력적인 금빛은 마치 마성이 담긴 한 쌍의 눈동자를 떠올리게 했다.

지휘관: 좋아, 이걸로 하자!



 ~07. 요동치는 황량한 바다의 신성
회장에 도착했을 때, 파티는 이미 열기에 휩싸여 있었다.
술을 즐기는 동료들 곁을 지나 2층 테라스석에서 에기르를 발견했다.
그녀는 잔에 담긴 호박색 액체를 단숨에 들이키고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에기르: 꽤 늦었네. 지휘관.

지휘관: 기다리게 해서 미안.

에기르: 황량한 바다의 신을 혼자 기다리게 한 대가… 과연 네가 지불할 수 있을까?

그러면서 에기르는 내게 다가와 어깨에 턱을 얹었다.
귓가에 느껴지는 뜨거운 숨결과 함께 에기르가 내 허리를 가볍게 감았다.
시끌벅적한 분위기에 1층 사람들이 정신이 팔린 사이 나는 살며시 주머니 속 작은 선물 상자를 움켜쥐었다.

지휘관: 사실… 에기르에게 주고 싶은 게 있어.

에기르: 어머? 그게 네가 지불하려는 대가야? 좋아, 보여줘.

나는 작은 상자를 꺼내 뚜껑을 열었다. 그러자 안에 담긴 호박 목걸이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지휘관: 에기르를 기다리게 해서가 아니라, 그냥 주는 선물이야.

지휘관: 솔직히 뭘 선물하면 좋을까 오랫동안 고민했는데… 이거면 잘 어울릴 거 같아서.

에기르: 너… 설마 저번에 페터하고 둘이 속닥거리던 게 설마 이거 때문이었어?

지휘관: 응? 들켰나?

에기르: …당연하지!

에기르: 그럼 요즘 이유도 없이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거나, 나를 보면서 바보 같이 웃었던 이유도 다 이것 때문이야?

지휘관: 멍하니 있었던 건 인정하지만 바보 같이 웃었다는 건 좀…….

에기르: 그게 중요한 게 아냐! 너…… 전부터 노리고 있었던 거야!?

지휘관: 노렸다니……. 데이트 때 얘기하는 거야…?

에기르는 대답하지 않고 단지 나를 노려보았다.

지휘관: 하지만 그날 해변에서 네게 했던 말은 진심이었어.

지휘관: 에기르를, 정말로 좋아하니까.

에기르: 너, 너……!

얼굴이 새빨개진 에기르는 황급히 근처 레모네이드를 집어 단숨에 들이켰다.
꽤 시간이 지난 다음에야 그녀는 간신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었다.

에기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빨리 걸어줘.

고고한 황량한 바다의 주인은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에기르: 설마 이 에기르가 직접 하라는 건 아니겠지?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

나는 목걸이를 손에 들고 에기르의 가는 목에 정성껏 달아줬다.
시크한 금빛이 검은색과 붉은색에 녹아들었다. 그녀의 금빛 눈동자와 어우러져 더욱 매혹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에기르: 지휘관. 그거 알아…?

그녀는 다시 내 허리에 팔을 두르고 힘을 주어 나를 끌어당겼다.
서로의 희미한 숨결까지도 확실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다.

에기르: 나를 속박한 대가는 비싸. 지휘관.

에기르: 새벽이 올 때까지 결코 놔주지 않을 테니까……. 후후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