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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프르 캐릭터 스토리 ~천사와의 랑데부

킹루클린 2024. 4. 20. 18:54

천사와의 랑데부

 ~01. 잊힌 약속
업무 지옥을 빠져나와 겨우 서류 더미와 업무 연락으로부터 해방된 휴일을 맞이했다.
그런데――

지휘관: 왜 집무실에 와 있는 거지…. 젠장, 일하는 게 습관이 되어버린 건가….


→ 기왕 온 김에…
지휘관: 온 김에 일이나 좀 할까….

→ 조금 생각해본다
지휘관: 나중 일을 먼저 처리할지, 모처럼의 휴일을 만끽할지… 고민되네….


결단을 내리려던 그때 갑자기 누군가가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지휘관: 응? 조프르…?

입구에 서 있는 소녀는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곧 내 앞까지 다가왔다.

조프르: ……약속대로 일찍 일어나셨군요.

조프르: 당신의 각오를 우습게 본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지휘관: (약속…? 조프르하고 무슨 약속이라도 했었나?)

조프르: 그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저와의 약속은 까맣게 잊어버리신 것 같군요.

조프르: 분명 어젯밤에 약속을 했는데 하루아침에 잊어버리다니….

조프르: 그럼 이제부터 지휘관님이 저지른 ‘망각’의 죄에 대해――

지휘관: 자, 잠깐만!


→ 생각…났어!
지휘관: 그래! 다 생각났어…!

어젯밤. 의식이 몽롱한 채로 꾸역꾸역 일을 하고 있었을 때 분명 서류를 전하러 온 조프르와 무언가 얘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 봐도 내용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지휘관: 미안… 사실 거짓말이야. 아무것도 모르겠어.

조프르: 정직한 것은 좋습니다. …하지만 지은 죄를 쉽게 사할 수는 없습니다.

→ 속죄할 기회를 줘!
지휘관: 어흠. …정죄받기 전에 속죄할 기회를 줄 수 있을까?

조프르: 그렇군요….


조프르: 그럼 오늘 하루 당신의 행동으로 속죄를 대신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휘관: 그래. 근데 그 중요한 약속은 대체 뭐였어…?

조프르: …….

지휘관: (기분 탓인가. 조프르의 눈이 흔들리는 거 같은데….)

조프르: 아직은 알려드리지 않겠습니다.

조프르: 그럼 우선 함께 아침 기도를 드리러 가죠.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02. ‘속죄’의 기도
조프르와 함께 예배당에 왔다.
“함께 기도하자”고 했지만 실제로는 의자에 앉아 기도하고 있는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조프르: ……아이리스의 가호가 있기를.

바닥에 무릎을 꿇고 가슴께에서 두 손을 맞잡은 채 기도를 드리는 조프르. 높이 달린 창문에서 쏟아지는 햇빛이 그 아름다운 반신의 그림자를 바닥에 드리웠다.
눈을 감고 있는 아이리스의 ‘천사’를 방해할까봐 무심코 숨마저 죽일 정도로 경건하고 신성한 광경이었다.

조프르: 후우. ……끝났습니다. 그럼 이번에는 당신 차례입니다. 지휘관님.

그녀는 눈을 뜨고 나를 바라봤다.

조프르: 기도에 익숙하지 않은 것을 감안하여 정성껏 지도해 드리겠습니다.


→ 역시 나는 괜찮아…
지휘관: 기도는 형식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역시 안 할래.

조프르: 그렇습니까. 그러면 강권하지는 않겠습니다.

→ (끄덕인다)
고개를 끄덕이자마자 조프르에게 손목이 잡혔다.

조프르: 이렇게 손을 모아 주십시오.

천사의 손이 내 손을 감싸쥐었다.

조프르: …네. 손을 맞잡을 때는 지금과 같은 강도를 유지하시면 됩니다.

그녀의 담담한 어조로는 감정을 잘 읽을 수 없었다.

조프르: 다음은….

이번에는 내 뒤로 돌아,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뺨을 쓸어 올리고는 이내 손바닥으로 내 두 눈을 가렸다.

조프르: 눈을 감고 함께 기도하죠.

지휘관: …알겠어.

아주 조금만 몸을 뒤로 젖혀도 소녀의 온기와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졌다.

조프르: 아이리스의 이름으로….

어째서인지 조프르는 내 쪽으로 몸을 살짝 숙였다.
온기와 부드러움. 맨살의 감촉이 맞닿는 순간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도저히 천사가 읊는 말에 집중할 여유가 없었다.

조프르: 집중을 못하시는군요…….

지휘관: …….

시야를 가리고 있던 손바닥은 어느새 사라져 있었다. 돌아보니 조프르는 무언가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조프르: 역시 먼저 익숙해질 필요가 있겠어요.

지휘관: …아침 기도에?

조프르: 네. 그렇게 생각하셔도 상관없습니다.


조프르: 그럼 장소를 바꾸죠. 따라 오십시오.

지휘관: ……그래.

지휘관: (…역시 오늘 조프르는 좀 이상하네.)



 ~03. 인형 뽑기의 ‘시련’
예배당을 나와 조프르와 함께 모항 상가에 왔다.
상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소에는 고양이 육구 모양이 그려진 인형 뽑기 기계가 몇 대 설치되어 있었다.

지휘관: (아카시가 만든 새 수금 방법인가…?)

조프르는 인형 뽑기 기계를 보고 걸음을 멈추었다.

조프르: 이것은…?

…아이리스의 천사는 인형 뽑기를 처음 보는 모양이었다.

→ (아이리스에는 없나…?)
지휘관: (……라고 물어보면 아무리 그래도 너무 눈치가 없겠지.)

지휘관: (지금 취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역시 조프르에게 노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거야.)

→ 같이 해보자고 제안한다

지휘관: 모처럼이니 같이 해볼래?

조프르: …네.

지휘관: 여기가 코인 투입구고 이게 조작 버튼이야. ……이 버튼으로 기계 팔을 조종할 수 있어.

지휘관: 각이 나온 거 같으면 이 버튼으로 팔을 내리면 돼. 무게 중심이 맞으면 인형을 들어올릴 수 있을 거야.

조프르: 먼저 여기를… 그리고 여기를 누르고… 알겠습니다.

지휘관: (그나저나 안에 있는 인형은 전부 내 모습이잖아……?)

지휘관: (아카시는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조프르: 조작법은 파악했습니다. 지휘관님, 슬슬 도전해 봐도 될까요?

지휘관: 잠깐만. 환전 좀 하고 올게.

자금을 매우 불합리한 비율로 게임 코인으로 환전하고, 조프르와 함께 오늘의 첫 번째 ‘시련’에 도전하기 시작했다.

조프르: 위치를 조정하고… 타이밍을 잡아서….

팔이 천천히 내려오면서 인형을 집으려고 했지만, 결국 놓치고 말았다.

조프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습니다.

조프르: 지휘관님. 한 번 더 도전해 봐도 되겠습니까?

→ 당연하지
지휘관: 이 통 안에 있는 게 전부 게임 코인이야. 내킬 때까지 해봐.

→ (통 안에 잔뜩 든 게임 코인을 보여준다)

조프르: 이 정도의 기회가 있다면 무슨 성과라도 올리지 않는 한 변명을 할 수는 없겠군요.

조프르: …….

조프르: 분명 하늘이 제게 부여한 시련일 터…. 쉽게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조프르: …….

조프르: 한 번 더…!

통 속의 코인이 바닥을 보일 때까지 결국 조프르는 ‘시련’을 이겨내지 못했다.



 ~04. ‘약속’의 진실
코인이 바닥나자 나와 조프르는 길가의 벤치에 걸터앉았다.
아직도 시련 실패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 천사는 ‘지휘관’ 인형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 말로 위로한다
지휘관: 처음에는 다 그래.

지휘관: (그리고 이 게임기는 분명 아카시가 손을 써놨을 테니 못 잡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조프르: 그것은 즉 지휘관님은 제게 그다지 기대를 걸지 않았다, 는 말씀이십니까?

지휘관: 그게 아냐. 애초에 인형 뽑기는 운에 크게 좌우된다는 뜻이야.

→ 행동으로 위로한다
조프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조프르: ……?

지휘관: 인형 뽑기는 결국 운에 달린 거니까 너무 기죽지 마.


조프르: 운…입니까.

조프르: 지휘관님이 마지막에 도와주지 않으셨다면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을 것입니다.

조프르: 아아. ‘운’이라는 단어로 저를 위로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것은 분명 하늘이 제게 내린 벌일 테니까요.

지휘관: 벌?

조프르: 네. 당신에게 거짓말을 했습니다.

조프르: 어젯밤 당신은 저와 어떤 중요한 약속도 하지 않았습니다.

조프르: 오늘 아침 집무실에 찾아온 것도 단지 재실 여부를 확인하려고 한 것일 뿐….

조프르: 그런데 잠이 덜 깬 당신을 보고 저도 모르게 장난을 치고 말았습니다.

조프르: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때의 반응은 정말 재밌었습니다. …후후후.


→ 뭐, 알고 있었어
지휘관: 약속 내용을 말해주지 않는 시점에서 대강 짐작은 하고 있었어.

→ 뭐, 예상대로네
지휘관: 어렴풋이 눈치는 채고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털어놓을 줄은 몰랐네.


조프르: 죄송합니다. 참회할 기회를 주십시오.

조프르: 죄를 심판하는 사람임에도 큰 죄를 짓고 말았습니다.

지휘관: (인형을 못 뽑은 게 상당히 충격이었나 보네….)

지휘관: 그럼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자. 처음의 목적을 제대로 완수하는 게 ‘속죄’야.

조프르: 하지만 제 초심은 당신과 데이트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속죄가 될 수 있을까요?

지휘관: 괜찮아. 조프르는 스스로의 죄를 고백하고 내게 용서를 구했지?

지휘관: 이제는 아이리스 앞에서 초심으로 돌아가면 이 정도 ‘죄’는 금방 갚을 수 있을 거야.

조프르: …어느 정도는 이치에 맞는 것 같군요.

조프르: 그럼 속죄의 결의를 보이기 위해서라도 앞으로의 데이트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천사는 일어서서 내게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 손 잡자고?

조프르: 물론입니다. 속죄의 데이트니까 손을 잡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프르의 손을 잡고, 그 명백하게 가벼워진 발걸음을 따라 상가를 나섰다.



 ~05. 천사와 갈매기
손을 잡은 채 이리저리 걷다 보니 어느새 부두 근처까지 다다랐다.

조프르: 밑으로 내려가서 바닷바람을 쐬고 가죠.

지휘관: 그래.

갈매기 떼가 수면에서 퍼덕거리며 날아올랐다. 물보라가 솟구치며 사방으로 튀었다.
이를 본 조프르는 즉시 날개를 펴서 물보라를 막아줬다.

지휘관: …‘천사’다.

눈부신 햇살 속에서 날개를 활짝 편 소녀를 보며 나도 모르게 감탄을 쏟아냈다.

조프르: 모두 저를 그렇게 부르곤 합니다.

조프르: 그런데 지휘관님께서 생각하시는 ‘진짜 천사’는 어떤 모습입니까?

지휘관: 음…. 날개가 있고, 새하얗고, 머리에는 헤일로가 있고… 뭐 그 정도?

지휘관: 그래도 내가 보기엔 조프르도 진짜 천사와 크게 다르지 않아.

조프르: ……? 이유를 들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지휘관: 천사는 정의와 순결의 화신이며, 곤경에 처한 사람에게 거룩한 예언을 전하는 존재잖아.

지휘관: 조프르도 똑같지 않아?

조프르: 저는….

나는 조프르의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 대고 내 말을 끝까지 들어달라고 했다.

지휘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는 알아. 하지만…….

지휘관: 네가 죄를 심판하는 것은 공정과 선함을 세상에 가져오기 위해서.

지휘관: 네가 열심히 싸우는 것은 더 나은 내일을 위해서.

지휘관: 그러니 나에게 조프르는 진짜 천사야.

지휘관: 나는 그런 네가 정말 좋아.

조프르: …….

조프르: 지휘관님. 방금 발언은… 마치 사랑 고백 같네요.

조프르: 그래도… 후후.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정말 기쁩니다.

천사는 살짝 미소를 짓고는 살며시 이쪽으로 다가와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조금 전 날아갔던 갈매기 떼가 다시 돌아와 두 마리씩 짝을 지어 서로를 껴안고 있었다.
……마치 지금의 나와 조프르처럼.



 ~06. 달빛과 천사
부두를 뒤로 하고 우리는 본격적으로 데이트에 나섰다.
수족관도 가고, 영화도 보고, 마지막으로는 놀이공원에 가서 관람차를 탔다.
폐장을 알리는 불꽃놀이가 펼쳐질 때까지 마음껏 시간을 보냈다.

지휘관: 어때? 재밌었어?

조프르: 네. 이렇게나 많은 것을 함께 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만족합니다.

지휘관: 그럼 이걸로 ‘속죄’도 끝난 거겠지?

조프르: 네. 감사합니다. 하지만….

지휘관: 하지만?

조프르: 설령 그간의 죄를 다 갚았다고 해도 이미 제게는 당신의 ‘죄’를 공정하게 판단할 자격이 없습니다.


→ 왜…?
지휘관: 왜 그런데?

조프르: 그건….

→ 무슨 말이야……?
지휘관:좀 이해하기 어려운데…….

조프르: 설명하겠습니다.


조프르: 죄를 심판하는 사람은 사적인 감정을 배제하고 절대적인 공정성을 유지할 필요가 있습니다.

조프르: 하지만 오늘의 저는 죄를 지었을 뿐만 아니라, ‘속죄’를 위한 데이트에서도 또 다른 사사로운 감정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조프르: 당신 앞에서 공정함을 유지할 수 없게 된 저는, 심판할 자격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조프르: 왜냐하면… 제 마음의 저울은 이미 한없이 당신 쪽으로 기울어져 버렸으니까요.

말을 마치자 천사는 검은 날개를 펴고 품안으로 나를 끌어당겼다.

조프르: 당신을 심판할 자격은 잃었지만…… 당신을 사랑할 자격은 아직 가지고 있습니다.

조프르: 그 자격을 마음껏 행사하여 당신이 제 마음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프르의 은빛 머리칼이 달빛을 받아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휘황찬란한 네온에 둘러싸여 있었지만, 더 이상 그녀가 내는 빛 외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07. 밀회 이후
결국 조프르와 헤어졌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방으로 돌아가서 푹 자고 다시 새로이 업무에 임하려고 했지만…….

조프르: 좋은 아침입니다. 예상보다 일찍 오셨군요.

조프르: 조프르급 항공모함 조프르. 오늘부터 비서함을 담당하겠습니다.

조프르: 어제는 푹 주무셨습니까? 기운은 충분히 회복되었나요?

지휘관: …덕분에 잘 잤어.

조프르: 다행이군요. 오늘 일정표입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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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느 때처럼 분주한 오전 시간을 보냈다.
겨우 마지막 서류에 서명을 하고 기지개를 펴며 쉬려고 했는데――

조프르: 방금 분류한 서류입니다.

가까스로 비운 책상에 다시 산더미 같은 서류가 나타났다.

지휘관: …….

조프르: 아직 일이 많이 남았습니다. 멍하니 계실 여유는 없을 텐데요?

조프르: 만약 나태의 죄를 범할 생각이시라면….

조프르: 저도 용서하지 않겠습니다.

→ 어젯밤하고는 이야기가 전혀 다르잖아…!?
→ 날 심판할 자격을 잃은 거 아니었어?

조프르: 다른 아이리스 동료를 불러서 저 대신 당신을 심판하게끔 하겠습니다… 물론 농담입니다.

조프르: 방금은 비서함으로서 충고를 드린 것에 불과합니다.

조프르: 지휘관님과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내고 싶지만, 그건 일이 아니라 데이트일 때의 얘기입니다.

조프르: 서로를 위해서라도 얼른 업무를 마치도록 하죠.

조프르: 일에 쫓기는 동안은 당신을 향한 사랑도 제대로 전할 수 없으니까요.

조프르: 그렇죠, 지휘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