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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티엔 캐릭터 스토리 ~출발! 영감을 찾는 여정

킹루클린 2024. 5. 10. 22:29

출발! 영감을 찾는 여정

 ~01. 슬럼프 상태
모항. 집무실.

하이티엔: 지휘관님. 이번 주 일정표입니다. 확인 부탁드립니다.

최근 착임한 비서함 하이티엔에게 이번주 일정과 임무 목록을 받았다.
꽉 들어찬 일정표에는 세세한 메모가 첨부되어 있었다. 임무 목록에도 우선순위가 명확하게 나와 있어 모든 부분이 일목요연했다.
하지만――
서류 작성에 열중한 소녀는 자신이 건넨 서류 속에 ‘특별한’ 종이 몇 장이 섞여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다.

지휘관: (“그녀는 마음속에 그려왔던 사람의 가슴으로 힘껏 뛰어들었다…지움표…. 연인의 가슴은 무척이나 단단하고 또 따뜻했다…고침표.”)

지휘관: (“지움표…비의 장막이 두 사람을 에워싸며, 마치 천지에 오직 서로밖에 없다는 착각을 들게 했다…지움표.”)

지휘관: (이건… 하이티엔이 쓴 소설인가?)

지휘관: (지움표도 상당히 많고, 이건 분명 파쇄기에서 흘러넘친 조각들인데…. 요새 글이 잘 안 써지나?)

지휘관: (소설이란 구성이든 뭐든 하여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니까….)

여기서는――


→ 하이티엔을 쉬게 한다
지휘관: 일정표와 임무 목록을 보니 오늘은 나 혼자서도 괜찮을 거 같아.

지휘관: 오늘은 이만 쉬어도 돼. 집무실에 있어도 좋고, 편한 대로 보내도 상관없어.

→ 직접 하이티엔에게 물어본다
지휘관: (억측은 소용없어. 그냥 넌지시 물어보자….)

지휘관: 하이티엔. 요즘 무슨 고민거리라도 있어?


하이티엔: 네? 그게 무슨….

하이티엔: 서, 설마 제가 비서함으로서 너무 쓸모가 없어서 지휘관님께 빈축을 사고 만 걸까요…?

지휘관: 그런 거 아냐. 비서함을 맡은 지 얼마 안 된 것치고는 매우 잘하고 있어.

지휘관: 그리고 평소에도 여러모로 도움을 주고 있으니까, 이번엔 내가 도와주려고.

하이티엔: 네에….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기꺼이 따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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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티엔: ……이러쿵저러쿵.

하이티엔: 아무튼, 소설을 쓰다가 슬럼프에 빠져서 도무지 만족할 만한 이야기를 쓸 수 없게 되었습니다….

지휘관: 다른 작품에서 영감을 찾는 건 어때? 음악이나 고전 명작 같은 거.

하이티엔은 막막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하이티엔: 그것도 시도해 봤지만 별다른 효과는 없었습니다….

지휘관: 그래! …옛사람들은 흔히 산을 유람하다가 문득 떠오른 생각에 시를 읊었다고 그러잖아?

지휘관: 우리도 그걸 본받아서 캠프를 해보는 건 어때? 무슨 아이디어가 떠오를지도 모르니까.



 ~02. 캠프 준비
하이티엔은 캠프를 하자는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래서 각종 준비를 위해 다음 비번 날에 만나자는 약속을 잡았다.
일도 일단락되고, 비번 날을 맞아 하이티엔과 함께 모항 상가를 찾았다.

하이티엔: 지휘관님. 다른 분들과 상의해서 캠프 용품 목록을 만들었습니다. 이걸 참고해서 물건을 구입하도록 하죠.

지휘관: 좋네!

오와리: 어? 지휘관하고 하이티엔이잖아! 혹시 캠프 용품 사러 왔어?

오와리: 필요한 게 있다면 편하게 물어봐!

하이티엔: 오와리 씨 가게는 분명 야채 가게였죠…? 캠프 용품은 없지 않나요…?

오와리: 음~ 그렇긴 한데 야채나 과일 말고도 다양한 걸 팔고 있거든.

오와리: 모항에서 장사하는 건 꽤 경쟁이 치열하단 말야! 사업 영역? 같은 걸 늘리지 않으면 끝장이라구.

아카시: 냐? 누가 ‘장사’ 얘기를 했는데냐?

어느새 나타난 초록 그림자, 아카시가 불쑥 끼어들었다.

아카시: 하이티엔이 들고 있는 쇼핑 목록은… 흠흠… 그렇구냐.

아카시: 캠프 용품을 사고 싶냥? 아카시 가게에 좋은 게 잔뜩 있는데냐♪

오와리: 아니, 저기요! 내가 먼저 말 걸었는데 옆에서 당당하게 손님 빼가는 건 좀 아니지!

아카시: 우냐? 장사란 결국 고객에게 달린 거다냐.

아카시: 뭣하면 각자 제공할 수 있는 상품을 가져와서 지휘관과 하이티엔이 고르게 하면 어떠냥?

오와리: 콜! 마침 나도 같은 생각 하고 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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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오와리: 하아…하아…. 계속 상품 설명하느라 목말라 죽을 거 같애……!

오와리: 아카시는 왜 완전 괜찮아 보이는 건데!

아카시: 므흐흐…. 그건~ 아카시는 바로 이걸 사용했기 때문이다냐!

아카시: 짜자자잔! “아무리 말해도 목이 마르지 않는 마우스 스프레이”냐!

아카시: 영업직의 필수템! 지금이라면 무려 9,999물자로 구입할 수 있다냐!

오와리: 우와 뭐야 쩐다 이거! 2개 줘!

지휘관: (…반대로 영업당해서 어쩌자는 건데! 게다가 그런 수상쩍은 광고 문구에 넘어가다니!)

아카시: 매번 고맙다냐!

아카시: 그럼 거기 두 사람. 뭐로 할지는 이미 정했냥? 첫 캠프라면 철저히 준비하는 게 좋다냐. 살 수 있는 건 다 사두는 게 좋을 텐데냐♪

오와리: 응응! 비품류 말고도 만일에 대비해서 구급상자나 비상식량도 챙겨 가야지~

지휘관: 음… 그런 건 좀 더 보고 나서….

하이티엔: 방금 오와리 씨가 하신 말씀, 일리가 있습니다! 목록에는 없는 것들이지만 만일의 사태를 생각하면….

하이티엔: 여기, 그리고 이쪽 물건도 전부 부탁드려요!

아카시: 매번 고맙다냐! 이야, 하이티엔은 통이 크구냐~
오와리: 사줘서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막을 타이밍을 놓치기도 했고, 한창 즐기는 중에 찬물을 끼얹는 것도 멋쩍어서 결국 아카시가 오와리가 가져온 상품을 전부 사들이게 되었다.



 ~03. 영감을 찾는 여정으로!
아카시와 오와리네 가게에서 산 물건들을 집무실로 가져와 바닥에 펼쳐놓고 정리했다.

지휘관: 텐트하고 타프. 캠프 의자에 접이식 선베드. 스프레이 살충제, 물티슈, 선크림….

지휘관: 잠깐만! 이 도끼는 뭐야…!?

하이티엔: 그게… 그루터기를 만들거나 야수를 만났을 때를 생각하면 역시 만전을 기하는 편이….

→ 모항에 야수가 있을 리가 없잖아…
→ 야수라고 해도 포격은 못 버틸걸…

하이티엔: 그, 그렇죠…! 그럼 도끼는 놔두고… 빠루도….

무전기, 접이식 건조대, 전기톱 등 당장 사용할 계획이 없는 제품들을 반품하고….
하이티엔과 함께 영감을 찾는 캠프 투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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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뒷산 숲속.

하이티엔: 후우…. 숲의 맑은 공기를 마시니 머리도 맑아지는 것 같아요.

하이티엔: 아직 영감은 떠오르지 않지만, 몸은 가벼워진 느낌입니다.

웃으며 말하는 하이티엔. 갑자기 다람쥐 한 마리가 나무줄기에서 뛰어내려 그녀 주위를 한 바퀴 돌고는 다시 숲속 깊숙이 사라졌다.

지휘관: 따라가 볼까?

하이티엔: 그래도 되나요? 감사합니다!

하이티엔과 함께 다람쥐가 사라진 곳으로 향했다.
계절 꽃이 피는 시기라 그런지 여기저기 꽃들이 활짝 피어 있어서 그쪽으로 눈이 돌아가느라 점점 발걸음이 느려졌다.

하이티엔: 지휘관님, 꽃에 관심이 있으신가요? 이 꽃들에 대해서라면 조금 알고 있으니 괜찮으시면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하이티엔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꼭 들려주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 하이티엔에게 부탁한다
지휘관: 가르쳐줘 하이티엔 선생님!

→ 일부러 관심 없는 척한다
지휘관: 꼭 부탁하고 싶지만, 꽃이 아름답다고 해서….

하이티엔: 아름답다고 해서…?

지휘관: 눈앞에 있는 미인에는 비길 수 없지.


하이티엔: 어, 어흠…. 지휘관님도 참… 너무 놀리지 마세요….

하이티엔의 볼이 살짝 빨개졌다.

하이티엔: 잘 생각해 보니 단순히 꽃만 소개하는 것은 다소 정취가 떨어지네요.

하이티엔: …지휘관님은 ‘비화령(飛花令)’이라는 놀이를 알고 계세요? 번갈아가며 시를 읊다가 더 이상 생각이 나지 않는 쪽이 지는 게임입니다. 

지휘관: 그거 재밌겠네. 나도 그냥 걷기에는 지루하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지휘관: 그럼 해보자!

하이티엔: 후후. 그럼 하이티엔부터…… “화악루 앞, 번성한 봄.”

지휘관: (규칙에 따르면 ‘꽃’이 들어간 시로 화답해야 한다고 했지.)


→ “꽃을 보며 술잔을 나누니, 깊어가는 정에 형영상반하는구나.”
하이티엔: 어머…. 그렇게 화답하시다니, 지휘관님도 꽤 하시는군요.

하이티엔: 그럼 계속하겠습니다.

→ “돈다발 흩날리는 것은 꽃잎과도 같으니!”
하이티엔: 지휘관님… 방금 그 문장 어디에 꽃의 요소가 있는 거죠…?

지휘관: 어흠. 그게 글쎄… 으음~ 어디 보자…. 뭐, 사소한 건 신경 쓰지 말고!

하이티엔: 찌릿…. 하아…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눈감아 드리죠. 계속하겠습니다.


지휘관: 좋아, 덤벼라!

하이티엔: “달이 기우니, 창 앞에 드리운 꽃 그림자.”

지휘관: 꽃과 같은 가인, 구름에 가리우니.“

하이티엔: “흘러가는 구름에 옷을 생각하고, 흐드러진 꽃에 용안을 연모하누나.”


→ 난간을 쓰다듬는 봄바람, 이슬이 떨어지면 꽃 빛이 짙어지네.“
하이티엔: 응? 지휘관님. 그건 아까 전의 시에 이어지는 것 아닌가요?

지휘관: 하이티엔을 보고 있다 보니 그만….

지휘관: “천자국색(天姿國色), 곤륜산이 아니면 요대 월하(瑤臺)에서 보자꾸나.” …음, 역시 하이티엔한테 딱 어울려.
 역주) 천자국색=경국지색 / 곤륜산=절세미인 서왕모가 기거했다는 산 / 요대 월하=신선이 사는 달 아래

하이티엔: 읏…. 그, 그럼 이번에도 눈감아 드리겠습니다.

→ “나무에 피어난 배꽃 천만”
하이티엔: 좋네요! 그럼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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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티엔: “배에서 들리는 생가(笙歌), 물가를 수놓는 꽃들.”

지휘관: ……큰일이다. 아무것도 안 떠올라….

하이티엔: 후후후. 아무래도 이 승부는 하이티엔이 이긴 것 같네요. 그럼… “꽃이 피었으면 즉시 꺾으시오. 꽃 지고 난 뒤 헛되이 빈 가지 꺾지 말고.”
 역주) 두추랑 - 『금루의』

하이티엔: 지휘관님. 화관을 하나 만들어 주시겠어요?

지휘관: (화관 만드는 것 정도야 별일 아니지….)

고개를 끄덕이고 하이티엔의 요청에 응했다.
가지와 꽃을 손에 들고 머리에 얹을 수 있는 크기로 동그랗게 만들려고 고군분투하던 와중….
가냘프고 부드러운 손이 내 손을 살며시 잡더니, 정교하게 만들어진 풀 반지를 손바닥에 가볍게 떨어트렸다.
그 손의 주인은 뺨이 새빨갛게 물들었을 뿐만 아니라 귀까지 연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하이티엔: 이건 그러니까… 화관의 답례입니다.

소녀의 목소리는 가늘고,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04. 소설 한 편
하이티엔: 흐흐흥~흥♪

내가 엮은 화관을 머리에 쓴 하이티엔은 경쾌한 발걸음으로 옆에서 걷고 있었다.
나도 하이티엔이 풀로 엮은 반지를 왼손 손가락에 끼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숲속 오솔길을 따라 걷다 보니 이내 캠프 하기 딱 좋을 것 같은 공터에 도착했다.

하이티엔: 지휘관님. 여기에 텐트를 칠까요? 저도 도와드리겠습니다.

지휘관: 응. 그러자.

둘 다 캠프 초보자였지만, 텐트 치는 것쯤은 아직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지휘관: (음…. 조금 뒤면 햇빛이 더 따가워질 거 같은데. 타프도 쳐야겠다.)

하이티엔: 지휘관님. 또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지휘관: 괜찮아. 마침 의자도 다 조립했으니까 하이티엔은 앉아서 쉬고 있어. 풍경을 바라보며 영감이라도 찾아봐.

지휘관: 타프 정도는 혼자서도 칠 수 있으니까.

하이티엔: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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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프를 치던 도중 갑자기 하이티엔의 목소리가 들렸다.

하이티엔: 안 돼 안 돼! 여기 감정은 달라요! 눈에 더 애정을 담아서!

하이티엔: 네, 바로 그거예요! 그 느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보는 거예요!

지휘관: (응? 이상하네…. 근처에는 아무도 없을 텐데 대체 누구랑 얘기하는 거지.)
궁금해서 손을 멈추고 하이티엔을 돌아봤다.
어느새 그녀 앞에는 다람쥐들이 모여 한 줄로 서 있었다.
그리고 하이티엔은 다람쥐들을 향해… 신나게 연기 지도를 하고 있었다.
좀 더 말없이 듣고 있자니 아무래도 내용은 하이티엔이 이전에 파쇄했던 소설과 같은 내용인 것 같았다.

다람쥐: 찍찍!

다람쥐: 찍! 찍찍찍!

하이티엔: 좋아요~ 그 느낌을 유지하세요! 다음. 폭우가 내리기 시작합니다!

하이티엔: 꼭 껴안고, 그녀에게 당신의 심장 고동을 들려 주세요.

지휘관: …….

마치 동화 같은 이 광경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런데 하이티엔은 어떻게 다람쥐들한테 대사를 가르친 거지? 다람쥐 말을 이해할 수 있는 건가…?



 ~05. 미지의 풍경
타프를 다 치고 나서 하이티엔의 작은 연극을 잠시 듣고 있자니 이내 다람쥐들이 모두 떠나갔다.

지휘관: 하이티엔의 이야기, 꽤 재밌었어.

하이티엔: 으으, 너무 들떠서…. 그리고 지휘관님도 듣고 계셨다는 걸 그만 잊고 있었어요…….

지휘관: 하이티엔 너 혹시 다람쥐하고 소통할 수 있는 거야?

하이티엔: 아뇨? 못하는데요?

지휘관: 어? 어떻게 얘기가 잘 통하는 것처럼 보여서 할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하이티엔: 그건 친절하게 말을 걸었더니 다람쥐들이 받아줘서 그런 거예요….

하이티엔: 서로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는 것처럼 보였던 건 아마 지휘관님의 착각이었겠죠.

하이티엔: 지휘관님도 앉아서 좀 쉬시는 건 어떠세요? 한숨 돌린 다음 주변을 좀 걸어 볼까요?

지휘관: 괜찮아. 지금 가도 돼.

손에 들고 있던 도구를 내려놓고 하이티엔과 야영지 주변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하이티엔: 어머? 이런 곳에 오솔길이….

하이티엔은 어느 방향을 가리켰다.

지휘관: 그럼 저리로 가 볼까? 뭔가 재밌는 게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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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솔길 끝에는 풀밭이 펼쳐져 있었다. 멀리 작은 호수까지 보였다.

하이티엔: ‘곡경통유(曲逕通幽)’……. 어둑한 곳을 의미하는 ‘유(幽)’는 이곳에는 어울리지 않지만…….
 역주) 곡경통유: 구불구불하고 어두운 곳을 지나 비로소 확 트인 곳으로 나아간다. 중국식 조경의 핵심이라고 함.

하이티엔: 방금 전 숲속의 오솔길과 지금 눈앞에 펼쳐진 이 전망…. 전혀 다른 멋이 있네요.

지휘관: 그러네. 하이티엔이 말한 ‘유(幽)’는 이제 유유의 ‘유(悠)’로 바꿔야겠네.

하이티엔: 후후…. ‘곡경통유(曲逕通悠)’, 인가요? 그것도 재미있는 표현이네요.

하이티엔: “버드나무 실 나부끼어 바람에 꿰이고, 무성한 봉오리들 비에 깎이누나”…….

하이티엔: 이렇게 아름다운 경치를 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하이티엔: 지휘관님. 이제야 조금 영감이 떠오른 것 같습니다.

하이티엔은 살짝 까치발을 들고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06. 그녀와의 거리
우연히 발견한 풍경 속에서 하이티엔과 잠시 여유롭게 산책했다.

하이티엔: 아, 슬슬 야영지로 돌아가야겠네요….

하이티엔: 지휘관님. 돌아갈까요?

지휘관: 그래.

방금 전까지만 해도 화창했던 푸른 하늘에 느닷없이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야영지까지는 거리가 꽤 있고, 서두른다고 해도 도착하기 전에 오솔길도 금방 미끄러워질 것이다.
만일을 대비해서 우선 하이티엔과 함께 이 근처에서 비를 피할 수 있는 곳을 찾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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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마침 비를 피할 수 있는 동굴을 찾다니 운이 좋네….

하이티엔: 후후. 이게 바로 지휘관님께서 말씀하셨던 ‘재밌는 것’일지도 모르겠네요.

하이티엔은 입가를 손으로 가리고 드물게 미소를 지었다.
그 때 처음으로 그녀의 옷이 비에 젖어 피부에 착 달라붙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하얀 천을 통해 비치는 탓인지 눈처럼 하얀 피부색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어흠…. 마른 가지도 있고 돌멩이도 있네.

지휘관: 불을 피워서 비에 젖은 옷을 말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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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 끝에 드디어 불을 지필 수 있었다.

하이티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것도 지루하네요…. 옛날이야기라도 하나 해드릴까요?

모닥불의 불빛이 곁에 있는 하이티엔의 눈동자를 비추어 그녀의 눈동자를 더욱 빛나게 하고 있었다.

지휘관: 하이티엔이 쓴 소설이야?

하이티엔: 아뇨. 지휘관님은 ‘유호차산(遊湖借傘)’…호수를 유람하던 신사가 우산을 빌리는 이야기를 알고 계십니까?
 역주) 유호차산: 중국 항주 서호(西湖) 뇌봉탑에 얽힌 설화 『백사전』에서 유래한 단어.

지휘관: 유호차산?

하이티엔: 네. 옛날 허선(許仙)이라는 분이 계셨는데, 청명절에 성묘하러 가는 길에 서호(西湖)에서 비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하이티엔: 폭우가 내리는 가운데 허선은 백사(白蛇)가 변한 소녀와 만났습니다.

하이티엔: 같은 조각배를 탄 두 사람은 서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데…….

하이티엔은 턱을 괴고 살짝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하이티엔: 조각배가 물가에 닿아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허선은 자신의 우산을 소녀에게 빌려주었습니다.

하이티엔: 그 우산이 바로 두 사람의 사랑의 증거가 되었습니다.

하이티엔: 다만 아쉽게도…….

지휘관: 응?

하이티엔: 지금도 마찬가지로 폭우가 내리고 있는데 백사 소녀처럼 지휘관님께 무언가를 빌릴 수가 없네요….

→ 하이티엔은 이미 ‘빌렸’잖아
→ 하이티엔은 이미 ‘빌려줬’잖아

하이티엔: 네?

의아해하는 하이티엔을 향해 풀로 엮은 반지를 낀 왼손을 내밀었다.

하이티엔: 이건, 오늘 만든 반지….

하이티엔: 앗…! 서, 설마 지휘관님도…!

다음 순간 하이티엔은 무언가 결심한 듯 내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하이티엔: 저기… 옷을 말려야 하는 건 지휘관님도 마찬가지고, 불을 피웠다고는 하지만 옷을 벗으면 동굴 안은 습하고 추우니까요…….

하이티엔: 지휘관님의 건강을 위해… 몸에 실례하겠습니다…!

멈추지 않는 빗소리가 이곳과 외부와의 모든 연결을 차단하고 있었다.
모닥불에서 작게 불똥이 튀었다. 문득 시선이 젖은 소녀의 옷에 가려지고…….
눈처럼 하얗게 윤이 나는 살색만이 남았다…….



 ~07. 영감의 원천
모닥불의 열기 탓인지, 혹은 맞닿은 피부에서 느껴지는 온기 탓인지, 우리는 어느새 깊이 잠들고 말았다.
눈을 뜨자 비는 이미 그쳐 있었다.

지휘관: 하이티엔?

곁에 있는 소녀는 눈을 감고 입가에는 미소를 띤 채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을 걸자 그제야 그녀는 천천히 눈을 떴다.

하이티엔: 으응……? 지휘관님?

나와의 거리가 무척이나 좁혀져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는지, 평소 익숙한 홍조가 다시 양 뺨을 붉게 물들였다.

하이티엔: 아,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참을 수 없어서 저도 모르게 그만…….

지휘관: 아니, 괜찮아.

하이티엔: 지, 지휘관님……. 벌써 비도 그쳤네요…. 부, 불 끄고 돌아갈까요?

말에서 약간의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지휘관: 그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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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굴을 나서고, 우연히 발견한 이 풍경 속을 다시 지나갔다.
비 온 뒤 맑음. 맑게 갠 푸른 하늘에는 예쁜 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하이티엔: “무지개 끊어지고 비가 그치니 가을 하늘 맑도다. 산은 수미의 신록으로 물드는구나”…….

하이티엔: 때는 다르지만 시에 그려진 풍경을 진심으로 맛볼 수 있었습니다….

하이티엔: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지휘관님과 함께 즐길 수 있어서… 이번 캠프에서는 정말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하이티엔: 물론 소설의 영감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휘관: 분명 아까 이 풍경을 봤을 때도 뭔가 떠올랐다고 했었지?

하이티엔: 네, 맞아요.

하이티엔: 지휘관님과 함께였기 때문에 영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하이티엔: 무엇보다… 마음에 사랑을 품고 있기에 ‘문장이 샘처럼 솟아오르고’ 있답니다.

하이티엔: 다시 말하자면 이 풍경이 아니라 지휘관님이 계셨기에 하이티엔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내 왼손을 잡고 자신이 엮은 반지를 부드럽게 어루만지는 하이티엔. 그 미소는 사랑스럽고, 마치 꽃처럼 활짝 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