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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하이 캐릭터 스토리 ~기력 향상의 묘수

킹루클린 2024. 2. 27. 08:39

 

기력 향상의 묘수

 ~01. 차와 커피
심야의 집무실

하이티엔: 이, 이렇게 늦은 밤에 집무실로 부르시다니…. 대체 무슨 일인지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하이티엔: 시끌벅적한 모항 거리가 아니라 부드러운 달빛과 정적이 감도는 곳으로 하이티엔을 부르신 이유는….

하이티엔: 으으… 조금만 더 기다려 주세요…. 두근거림이 멈추지 않는 탓에 지금 당장은 지휘관님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 ……
→ 수상한 의도는 아닌데……

하이티엔: 시, 실례했습니다!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지휘관: 늦은 시간에 불러내서 미안해. 좀 묻고 싶은 게 있어서.

하이티엔: 알겠습니다….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지휘관: 고마워. 잘 부탁해.

----

다음 날 점심. 오전 업무를 정리하고 집무실로 돌아오니――

젠하이: 어서 오세요, 지휘관님. 고생이 많으십니다.

젠하이: 후후.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시네요. 우선은 앉아서 잠시 쉬시지요.

젠하이: 걱정 마세요. 자리를 비우신 동안에 비서함 담당 서류 업무는 전부 처리했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젠하이는 커피잔과 겉표지가 화려한 책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지휘관: 어? 젠하이가 차가 아니라 커피를…? 게다가 혼자 바둑이 아니라 독서…?

젠하이: 어머. 지휘관님의 머릿속에 있는 젠하이의 인상은 차와 바둑뿐인가요?

→ (끄덕)
→ ……

젠하이: 그리 생각하셔도 어쩔 수 없죠. 특히 차는 저를 포함해 동황 사람이라면 다들 좋아는 것이니까요.

젠하이: 다만 이렇게 가끔씩 커피를 즐기는 등, 평소와 다른 젠하이의 모습을 보이면… 지휘관님께서 저를 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한답니다.

지휘관: 과연….

젠하이: 납득이 너무 빠르신 것 같군요. 지휘관님을 돌아보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다른 동료들과 음식을 통해 교류하기 위해서일지도 모르는 일입니다만?

지휘관: 흐음….

젠하이: 자, 제 진짜 의도는 어느 쪽일까요? 지휘관님. 괜찮다면 맞혀보시겠어요?

지휘관: (또 젠하이에게 말려들었어…. 안 돼! 오늘이야말로 주도권을 잡자!)

지휘관: (어제 잠자는 시간도 쪼개서 열심히 예습했으니까!)

지휘관: 아직 시간 있지? '기술' 몇 개를 배워왔는데 네게 한 수 배우고 싶거든.

젠하이: 물론 괜찮습니다만… 방금 말씀하신 '기술'이란 대체…?

지휘관: 곧 알게 될 거야.



 ~02. 지도 부탁드립니다
철컥.
나는 집무실 문을 잠갔다. 젠하이는 살짝 당황한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젠하이: 문을 잠그시다니, 지휘관님…? 배움을 청하고 싶으시다는 것이 혹시…….

젠하이: 후후, 그렇군요. "방비하지 않은 곳을 공격하고,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출격하라"더니….
 -역주) 『손자병법』 "공기무비, 출기불의(功其無備 出其不意)"

지휘관: (젠하이가 뭔가 오해하고 있는 거 같지만… 일단은 '그걸' 꺼내는 게 급선무야.)

지휘관: 조금만 기다려. '그걸' 먼저 꺼내야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젠하이: 괜찮습니다. 저는… 도망가지 않아요.

젠하이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커피잔을 들었다. 하지만 잔이 흔들리는 것으로 보아 꽤나 긴장한 것 같았다.

젠하이: 오히려 지휘관님이 어떤 '기술'을 선보일지… 기대되는걸요? 후후후.

지휘관: (이상하네. 어젯밤에 썼었는데 어디로 간 거야.)

젠하이: 한번 짐작해 볼까요? 지휘관님이 배움을 청하는 것에 대해서는 저도 학습 목적으로 조금 알아본 적이 있답니다.

지휘관: (너무 깊숙이 넣어 놨나…?)

지휘관: 어? 아아 미안해, 젠하이. 조금만 더 기다려줘…….

젠하이: …그렇습니까. 조금 이상하네요…….

젠하이: 일전에 지휘관님의 피로를 풀어드리기 위해 마사지를 했었을 때는 제가 주도권을 쥐고 있었는데….

젠하이: 하지만 지금처럼 지휘관님께 방치… 아니, 지휘관님께 주도권을 빼앗긴 채로는… 저…….

젠하이: 일단은 후퇴하고 재정비하는 것이 좋겠어요…….

젠하이: 지, 지휘관님! 사실 급한 일이…….

지휘관: 찾았다!

젠하이: 차, 찾으셨나요? …아하하…그거 다행이네요…… 저기, 제 말은… 잘 됐네요.

젠하이: 어머? 이건… 바둑판이네요?

지휘관: 응. 젠하이하고 제대로 겨뤄 보고 싶어서 바둑 기술을 몇 수 배웠거든.

젠하이: …그런 거였군요….

지휘관: 젠하이? 괜찮아? 안색이 나빠 보이는데….

젠하이: 아뇨. 저는 지금 최상의 컨디션입니다.

젠하이: 그럼, 천천히 확실하게 '절차탁마' 해보실까요? 후후후….



 ~03. 특훈!
5시간 뒤. 집무실.

젠하이: 망설임이 많으시군요…. 돌을 쥔 채로 너무 오래 생각에 잠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지휘관: 또 졌어….

지휘관: 역시 바둑으로 젠하이를 이기는 건 어렵구나. 조금 자신 있었는데.

젠하이: 과찬이십니다. 저야말로 지휘관님의 성장 속도에 놀랐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언젠가 저를 꺾으실지도 모르겠군요.

젠하이: 다만 지휘관님께서 배우신 기술에는 아직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젠하이: 괜찮으시다면 제가 지도를…….

젠하이: 아, 멋대로 말씀드려 죄송합니다. 지휘관님께서 지도가 필요하신지 아직 여쭤 보지도 않았는데….

→ 제발!
→ 부탁해요, 젠하이 선생님!

젠하이: 후후후. 참으로 기운이 넘치는 대답이시군요.

젠하이: 다만 제 지도를 받으려면 마음을 단단히 먹고 제 지시에 잘 따라 주셔야 합니다.

지휘관: 문제 없어!

젠하이: 그럼 각오를 다지신 듯하니… 확실하게 특훈시켜 드리겠습니다.

젠하이: (아까 제 가슴을 두근거리게 한 작은 벌이랍니다. 후후.)



 ~04. 바둑의 네 가지 기술 1
젠하이를 따라 수영장에 왔다. ……나도 모르는 새에 작은 인공 폭포가 생겨 있었다.

지휘관: 여기서 바둑을 두는 거야…?

젠하이: 물론 아닙니다. 지휘관님께서는 모항 동료들로부터 '폭포 수행'이라는 개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시죠?

젠하이: 폭포 밑에서 차가운 물에 머리와 몸을 맞는 것입니다.

지휘관: 당연히 알고는 있는데… 그게 바둑하고 무슨 상관이야?

젠하이: 제가 요약한 '바둑사예(바둑四藝)' 중 하나, '대담불적(大膽不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젠하이: 지휘관님께서는 저와 대국하실 때 허심탄회의 경지에는 이르지 못하셨죠?

젠하이가 내 귓가까지 다가왔다. 서로의 숨결이 얽힐 것만 같은 거리. 그녀에게서 상큼한 향기가 느껴졌다.
이런 상황에서 진정할 수 있을 리가 없지….
내 마음의 동요를 알아차린 듯 젠하이는 귓가에서 작게 웃었다.

젠하이: 후후후. …그런 이유로 지휘관님께 드릴 첫 번째 가르침은 바로 '마음의 평정을 유지하는 것'입니다.

지휘관: 좋아. 그래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돼?

젠하이: 네. 우선은 옷을 벗어 주십시오.

지휘관: 잠… 잠깐만!?

젠하이: 너무 놀라지 마세요. 걸치고 계신 외투만 벗으시면 됩니다. 아니면… 혹시 지휘관님께서는 다른 무언가를 생각하셨나요…?

지휘관: 아니, 아무것도 아냐…. 그럼 잘 부탁해.

젠하이의 안내를 따라 인공 폭포 속으로 들어갔다.
폭포수는 생각보다 차갑지 않았다. …마치 온수로 샤워를 하는 기분이었다.

젠하이: 정말로 혹독한 환경에서 폭포 수행을 할 수는 없죠. 그러다 몸이라도 망가지면 본전도 못 찾으니까요.

젠하이: 따뜻한 물줄기 속에서 차분히 명상을 해 보세요.

젠하이가 시키는 대로 눈을 감았다.


어두운 바다에 잠기듯, 사고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머릿속에서 붉게 빛나는 다이아몬드가 차례로 나타났다. 하나, 둘, 셋….
그 다음에 나타난 것은 고양이였다. …노래하면서 붉은 다이아몬드를 쫓는 고양이 한 마리….

지휘관: (……정신세계 속 아카시인가…?)

더욱 기묘한 광경이 뇌리에 나타날 것만 같은데…….


탁.
젠하이의 손가락이 내 코끝을 가볍게 튕기면서 나는 현실로 돌아왔다.

젠하이: 역시 그리 쉽게 트랜스 상태에 진입하기는 어렵겠죠.

지휘관: 음….

젠하이: 후후후. 괜찮습니다. 이번에는 제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젠하이: 자, 우선은 제 손을 잡으세요. 그리고 손의 감촉에 집중하면서 호흡을 가다듬어 보세요.

젠하이: 한 번 더, 해보겠습니다.



 ~05. 바둑의 네 가지 기술 2
결국 흠뻑 젖은 나는 젠하이의 도움을 받아 몸을 닦고 옷을 갈아입은 뒤, 함께 집무실로 돌아왔다.

지휘관: 도와줘서 고마워.

젠하이: 아닙니다. 그보다 폭포 수행을 해보시니 어떠셨습니까?

지휘관: 음… 확실히 머리가 맑아진 것 같아.

지휘관: 그나저나 젠하이도 옷이 꽤 젖었는데, 안 갈아입어도 돼?

젠하이: 저희 함선은 조금 젖은 정도로는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젠하이: 그럼 지휘관님. 다음 수행으로 넘어갈 준비는 되셨습니까?

지휘관: 얼마든지 와라!

젠하이: 그럼 '바둑4예' 중 두 번째 가르침을 시작하겠습니다.

젠하이: "바둑은 비록 작은 길이나, 예의 덕행 존경은 큰 길과 같다." 라는 말이 있습니다.
 -역주) 천이(1901) 『바둑명보특선』 "기수소도, 품덕최존(棋虽小道,品德最尊)"

젠하이: 이번에는 지휘관님께 바둑을 둘 때의 예절과 기초적인 전술을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지휘관: 잘 부탁드립니다, 젠하이 선생님.

젠하이: 우선은 공수 읍례입니다.

젠하이: 근래에는 이렇게까지 정식을 따지지는 않지만, 그래도 대국 전에 양 선수는 절을 하거나 고개를 숙여 존경을 표해야만 합니다.

젠하이: 인사가 끝나면 대국이 시작됩니다. 즉 둘만의 사적인 시간이 되는 것이죠.

지휘관: 알았어.

내가 인사를 하자 젠하이도 따라서 인사했다.

지휘관: …….

젖은 젠하이의 옷은 피부에 착 달라붙어 있어 그녀의 곡선미를 더욱 부각시켰다.
검은 머리칼과 까마귀 깃털처럼 아름다운 속눈썹도 무척이나 아름다워서 평소와는 사뭇 다른 정취를 자아내고 있었다.
음. 눈을 둘 곳이 없구만.

지휘관: (역시 옷을 갈아입으라고 주의를 줘야 하나…?)

젠하이: 지휘관님?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지휘관: 여기 여분의 수건도 있는데 몸 좀 닦거나 가리는 게 어때? 만약 감기라도 걸리면….

젠하이: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지만 정말로 아무렇지도 않답니다?

젠하이: 자. 예절을 계속 알아보겠습니다. 다음으로 가르칠 것은 '돌 가리기'입니다.

젠하이: 먼저 연장자가 백돌을 한 움큼 쥡니다. 그러면 연소자는 연장자가 쥔 백돌의 수가 홀수인지 짝수인지 맞혀서 누가 선수를 가질 것인지 정합니다.

젠하이: 이번에는 제가 선생님 역할이니 백돌을 쥐겠습니다.

젠하이는 백돌을 한 움큼 집어 반상 중앙에 놓았다.

젠하이: 지휘관님께서는 아직 배우는 중이시니 난이도를 조금 낮추겠습니다.

젠하이: 제 손에 백돌이 얼마나 있는지 직접 손으로 만지며 확인해 보세요.



 ~06. 바둑의 네 가지 기술 3
몇 시간 뒤. 젠하이의 끈기 있는 가르침 끝에 나는 마침내 예절 수업을 마쳤다.

젠하이: 이것으로 끝내겠습니다. ……지휘관님. 오래 앉아 계셔서 허리가 뻐근하시겠군요. 괜찮으시면 제가 마사지해 드리겠습니다.

지휘관: 괜찮아. 젠하이 선생님 덕분에 바둑에 대한 이해가 더 깊어진 것 같아.

지휘관: 요통은커녕 빨리 상대를 찾아서 대국해 보고 싶어.

젠하이: 후후후. 그러시군요. 쇠뿔도 단김에 빼랬으니 탁상공론이란 말도 몸에 익혀 보도록 하죠.

젠하이: 상대를 고르자면…….

젠하이: 치안은 아직 실력 차가 커서 지금 지휘관님의 대국 상대로는 적합하지 않겠죠.

젠하이: 그럼 누가 있을지…. 아, 그러고 보니 지휘관님께서 배우셨다던 '기술'은 누가 가르쳤습니까?

하이티엔: 지휘관님~ 어젯밤에 이어서 바둑을 계속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공교롭게도 마침 하이티엔이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하이티엔: 제, 젠하이!?

하이티엔: 그리고 지휘관님…?

하이티엔: 어, 어째서 둘 다 옷이 흐트러져 있는 거죠? …이, 이런 파렴치한… 부끄러운 일이…!

지휘관: 설명하면 길어지는데… 아무튼 정말로 바둑을 두고 있었을 뿐이야.

하이티엔: 바둑이요…? 바둑을 둘 뿐인데 어째서 그런 꼴이 되나요…….

하이티엔: 옷이 흐트러진 남녀, 둘만의 방,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리가……?!

지휘관: 잠깐만! 마지막은 대체 무슨 뜻인데?!

젠하이: …과연. 지휘관님께서는 하이티엔에게 바둑을 배우셨군요.

지휘관: 응.

젠하이: 하이티엔도 기술을 모두 전수하지는 않은 모양이네요?

하이티엔: 그건… 천천히 가르쳐 드리려고 했습니다….

하이티엔: …연재물처럼 적당히 달아오르게 하는 편이 더 호응이 좋을 것 같아서요….

젠하이: 그런 계획이었군요….

젠하이: 하지만 하이티엔의 그 행동 때문에 지휘관님께서는 많은 고생을 하셨습니다.

하이티엔: 죄, 죄송합니다….

지휘관: 고생이라니 말도 안 돼. 게다가 내가 먼저 하이티엔에게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잖아.

젠하이: 지휘관님의 넓으신 아량에는 감복할 따름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하이티엔의 행실을 탕감할 수는 없습니다.

젠하이: 이렇게 하죠. 지휘관님께서 막 배우신 기술을 몸에 익히실 수 있게 대국 상대가 되어 드리세요.

하이티엔: 아, 알겠습니다. …사죄의 의미로 성실하게 대국에 임하겠습니다…!

젠하이: 후후후. 그럼 젠하이는 지휘관님의 '유일한 바둑 선생님'으로서 옆에서 관전하겠습니다.

지휘관: …….

젠하이: (쉿―)

나는 뭐라 말하려고 했지만, 바로 옆에 앉은 젠하이가 입술에 손가락을 갖다대며 나를 가로막았다.

지휘관: (기분 탓인가…. 젠하이가 하이티엔을 보며 웃는데 평소보다 속내를 알 수가 없네…….)



 ~07. 바둑의 네 가지 기술 4
나는 필사적으로 저항했지만 두 시간도 채 안 되어 하이티엔에게 지고 말았다.

하이티엔: 지휘관님, 죄송합니다…. 이길 생각은 아니었는데….

지휘관: 사과할 필요 없어. 어차피 승부는 나게 되어 있는 거니까.

지휘관: 그리고 하이티엔과의 실력 차도 잘 알고 있고.

젠하이: 후후후. 졌다고는 하지만 꽤 재미있는 대국이었습니다.

젠하이: 그럼 지금부터 지휘관님과 함께 복기를…….

하이티엔: 그, 그럼 하이티엔도 함께…!

젠하이: …말씀은 감사하지만 하이티엔은 마감이 있지 않나요?

하이티엔: 아직 여유가 있어서 괜찮은데요? …설마 젠하이는 지휘관님을 독자치하고 싶어서…….

젠하이: 어머. 그럼 복기하기 전에 하이티엔이 쓴 최신 장의 내용을 지휘관님과 함께 감상해도 될까요?

젠하이: 그거 말입니다. 당신이 쓰는 연애――

하이티엔: ――크흠!!

하이티엔: 가, 갑자기 급한 일이 생각났어요! 죄송합니다, 먼저 실례하겠습니다――!

하이티엔은 순식간에 집무실을 떠났다. 또다시 젠하이와 단 둘이 남게 되었다.

젠하이: 역시 하이티엔을 보낸 것이 마음에 걸리십니까?

지휘관: 아니… 그냥 좀처럼 바둑 실력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네.

젠하이: 그렇습니까? 지휘관님께서 이렇게나 바둑에 진심이실 줄은 몰랐군요.

젠하이: 생각해 보면 지휘관님께서는 젠하이의 장난에도 개의치 않고 끝까지 제가 하라는 대로 따라와 주셨지요.

젠하이: 그렇게 성실하게 임하셨는데…. 다시금 제가 얼마나 옹졸한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휘관: 뭐? 지금까지 한 게 다 장난이었어?

젠하이: 장난이지만 기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젠하이: 기력은 하루아침에 오르지 않는 법입니다. 저도 하이티엔도, 당장 모두 알려드리고 싶지만 한번에 습득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지휘관: 그렇구나. 그래도 정말로 바둑을 잘하고 싶어.

젠하이: 음…. 지휘관님께서는 어째서 갑자기 바둑에 관심을 가지게 되셨습니까?

지휘관: 그게…. 저번에 함대 지휘를 맡은 젠하이를 봤을 때, 그 냉정 침착한 모습으로 동료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거든.

젠하이: 지휘관님? 갑자기 무슨 말씀을…?

지휘관: 하지만 그런 매력적인 젠하이를 만든 것에는 물론 재능도 있었겠지만, 남다른 노력도 있었을 거야.

지휘관: 그러던 중 며칠 전에 책에서 "바둑을 배우면 머리가 좋아질 뿐 아니라 지략도 갈고닦을수 있다"는 내용을 봤어.

지휘관: 어떻게든 젠하이에 대해서 더 알고 싶어서 그 이후로 바둑을 공부했고, 하이티엔에게도 가르침을 받았지. 젠하이를 놀래켜주고 싶어서….

젠하이: …확실히 놀랐습니다. 하지만 지휘관님은 어째서….

지휘관: 나는 젠하이의 지휘관이니까.

지휘관: 젠하이가 나를 믿고 의지할 수 있도록 강해지고 싶었어.

젠하이: 후우….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아무리 냉정한 사람이라도 감동하지 않을 수 없겠네요.

젠하이: 후후후. 지휘관님의 마음은 확실히 알았습니다.

젠하이: 기력은 그다지 늘지 않았는데 이런 기책을 세울 수 있다니.

젠하이: 솔직히 말씀드리겠습니다. 젠하이는 지금 지휘관님의 기책에 완전히 농락당하고 있습니다.

지휘관: …놀리는 거 아니지?

젠하이: 당연히 아닙니다. 이렇게 함께할 수 있어 영광이고, 지휘관님께 더 많이 가르쳐 드리는 것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젠하이는 팔짱을 끼고 나를 천천히 안방으로 이끌었다.

젠하이: 가죠. 특훈은 아직 끝나지 않았으니까요.

젠하이: 지금부터는 마지막 '한 수'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젠하이: 부디 끝까지 함께해 주세요. 지휘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