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빙룡파풍
동황. 어느 곳
슈퍼 컴퓨팅 기구 '천성대’
'빙룡파풍' 작전 개시 직전
이셴: 일심단결하여 용왕매진합시다.
이셴: 최후의 승리는 우리 것입니다!
이셴의 마지막 연설이 끝났다.
통신 채널은 잠잠했다. 각 부대는 말없이 총공격을 기다리고 있었다.
잉루이: 1호 폭풍, 모니터링 수치 정상. 2호 폭풍, 정상. 3호 폭풍, 정상. 4호 폭풍, 정상.
잉루이: 최종 점검 완료했습니다. 4개 주요 폭풍의 모니터링 수치는 모두 정상 범위 내입니다.
차오호: 좋아! 폭풍이 강해지지만 않는다면 이번엔 반드시 우리 승리야!
환창: 어흠.
차오호: 아, 현재 모든 전력은 작전 위치에 도착!
차오호: '동유'급 화력지원함 총 853척, 전선 배치 완료. 언제든 출격할 수 있어.
차오호: 보급 물자 및 보급 함대 배치도 완료.
차오호: 예측에 의하면 모든 화력지원함은 최대 5차례까지 포화 공격을 실시할 수 있고, 3일 간의 연속 작전 행동이 가능해.
차오호: 아주 집안 기둥까지 다 뽑아다 놨으니까, 이번 작전에서는 원 없이 쏟아부을 수 있어.
환창: 좋아.
환창: 동유급 화력지원함은 대량의 '동유' 사거리강화집속로켓탄을 탑재하고 있어.
환창: 짧은 시간에 모두 발사하면 폭발 공역 주변의 온도를 일시적으로 크게 낮출 수 있지.
환창: 열역학적 균형이 무너진다면 폭풍도 기세를 유지하기 어려울 거야.
환창: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최대 네 차례의 포화 공격으로 4개의 폭풍을 완전히 와해시킬 수 있어.
환창: 그렇게 된다면 폭풍에 의한 봉쇄는 무너질 거야.
환창: (불안 요소라면 우리는 폭풍 너머의 상황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는 점이지만.)
환창: 북방연합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마리아나 해역에서 세이렌의 행동이 활발해지고 있어.
환창: …그곳에 있는 세이렌 요새가 폭풍을 만든 게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는데….
환창: 우리가 움직이자 그쪽도 움직이기 시작한 걸 보면… 확실하다고 봐도 되겠지.
차오호: 그쪽도 싹 다 해치우면 되지!
잉루이: 우선 폭풍을 돌파했을 때의 이야기지만요~
환창: 그래. 우선은 폭풍을 소멸시키는 게 먼저야.
환창: 폭풍을 뚫어도 세이렌 대군이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어쨌든 싸움은 피할 수 없어.
환창: 북방연합의 지원도 기대하기 힘들고.
환창: ……진인사대천명. 다들 각오 단단히 하도록 해!
----
전선 해역. 동황 함대의 배치는 모두 끝났다. 남은 것은 작전 개시 선언뿐.
멤피스: 설마 정말로 정면에서 폭풍에 맞서려고 할 줄이야….
멤피스: 치밀한 시뮬레이션을 거쳤지만…… 그래도 역시 안심할 수가 없네.
지휘관: 괜찮아. 동황은 착실하게 준비해 왔어. '폭풍을 돌파한다'는 제1단계는 계획대로만 움직이면 돼.
지휘관: 문제는 그 다음이야. 태평양에서 세이렌이 어떻게 행동하고 있는지 현재 정보로는 파악할 수가 없으니까….
헬레나: 힘든 싸움이 될지도 모르겠어.
지휘관: 그래. 방심하지 말자.
통신: 8――7――6――5
통신: 4――3――2――1
이셴: '빙룡파풍', 작전 개시!
찰나. 백 척이 넘는 동유의 대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폭풍에 뒤덮인 하늘이 환하게 빛났다.
그동안 동황을 가둬 왔던 폭풍은 엄청난 규모의 타격에 떨며 몸을 움츠리는 것처럼 보였다.
빙룡파풍――얼어붙은 용이 폭풍을 뚫고, 하늘을 나는 기세는 무지개와도 같다.
~21. 돌파
화자: 지휘관님께 보고. 남해 폭풍 해석 함대, 1차 포화 공격 종료. 폭풍은 아직 건재합니다!
젠하이: 북해 폭풍 해석 함대, 1차 포화 공격 종료. 목표는 소멸되지 않았습니다.
치안: 동해 폭풍 해석 함대, 1차 포화 공격 종료. 목표에 반응 없습니다.
치안: …제1차 포화 공격 종료. 4개 폭풍 모두 건재함을 확인. 각 함은 보급 및 장전을 실시하며 제2차 공격을 준비 중입니다.
지휘관: 그래. 장전을 마치면 내 지시에 맞춰 바로 2차 공격을 실시한다.
치안: 네. 장전 완료 후 바로 2차 공격을 실시합니다.
지휘관: (역시 첫 공격은 이 정도로군.)
지휘관: (하지만 3차…, 4차 공격까지 가한다면 반드시 폭풍의 장벽을 뚫을 수 있을 거야…!)
2차 공격 이후, 폭풍은 변함없이 건재했지만, 주변의 바람은 크게 줄었다.
3차 공격 이후, 비교적 약했던 1호와 4호 폭풍은 거의 사라졌다. 2호와 3호 폭풍도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4차 공격 이후, 마침내 바다는 잠잠해졌다.
목표 4개는 모두 사라졌고, 동황 주변 해역의 이상 기상도 연쇄적으로 붕괴되어 갔다.
안샨: 해냈다…… 해냈어요!
치안: 지휘관님! 세이렌 함대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요!
지휘관: 폭풍이 사라졌으니 재밍도 약해졌을 거야! 각 함대는 함재기를 띄워서 공중 정찰을 실시하도록!
지휘관: 나머지 인원은 요격을 준비한다!
하얼빈: 좋아! 지휘 실력이 대단하다는 말은 전부터 많이 들었다고!
하얼빈: 이렇게 같이 싸우게 됐으니 한번 멋지게 날뛰어 보자!
~22. 마리아나
통신: ――
젠하이: 지휘관님. 북해 폭풍 해석 함대는 세이렌을 모두 소탕했습니다.
젠하이: 전투 중 상위 개체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들은 선발대일 뿐 주력 함대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화자: 네. 저희 쪽 생각도 그래요.
화자: 남해 폭풍 해석 함대도 적을 모두 소탕하고 예정대로 재보급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지휘관: 수고했어. 치안. 각 함대의 피해는?
치안: 아군의 지원 화력 덕분에 동해 폭풍 해석 함대의 전력 손실은 5% 미만이에요.
젠하이: 저희 쪽은 BP 기지와 가까워서 전력 손실은 3% 미만이었습니다.
화자: 아으…. 저희 함대는 9%네요….
지휘관: 괜찮아. 너희 남해 함대는 전력도 다른 2함대보다 부족하고, 담당 구역도 넓으니까. 충분히 잘하고 있어.
지휘관: 제1단계에서 전력 손실 허용 한계치는 15%였어. 다들 잘해줬어.
지휘관: 환창. 적의 동향은?
환창: 취합된 정보에 따르면 마리아나 요새에 세이렌 병력이 꽤 많이 모여 있는데…. 다른 해역에서 지원이 오는 것 같지는 않아.
환창: 기본적으로 큰 변화는 없다고 할 수 있겠네.
지휘관: 아군 피해는 허용 범위 이내, 적의 동향은 큰 변화 없음…….
지휘관: 2단계로 진행해도 될 것 같은데. BP 기지는 어때?
이셴: 이견 없습니다. 작전 제2단계로 진행하도록 하죠.
지휘관: 좋아. 각 함대는 1시간 후에 예정된 진격로를 따라 출발한다.
지휘관: 그리고 북방연합에도 연락해줘. 마리아나 요새에서 보자고.
~23. 계획이 있어
――――!!!
멤피스: 지휘관. 양산함의 피해 상황이 점점 커지고 있어.
멤피스: 여기 정찰기가 찍은 사진이야. 세이렌 IV형 양산함하고 비슷하지 않아?
멤피스: 반쯤 바다에 잠겨 있긴 하지만… 어쩌면 초기부터 투입되어 있었을 가능성도 있어.
지휘관: IV형…?
지휘관: (비스마르크가 준 자료에 적혀 있었지. 아직 목격 정보가 극히 드문 신형이야.)
지휘관: (설마 여기서 이렇게 대량으로 만날 줄이야.)
지휘관: (IV형 양산함은 III형에 비해 작전 성능이 비약적으로 향상됐다고 들었어….)
지휘관: (대규모로 공격해 오면 위험한데.)
지휘관: (동황은 함선 수가 부족해서 각종 전력을 양산함에 의존하고 있어.)
지휘관: (동황의 양산함은 III형에는 대응할 수 있어도, IV형이라면 상대가 소수여도 버거워.)
지휘관: (이대로 계속 싸우다간 상황은 점차 악화되고 말 거야…….)
지휘관: (일단 북방연합과의 합류부터 서둘러야 하나.)
통신: ――
안샨: 지휘관님. 적이 투입한 IV형 양산함으로 인해 아군 양산함대의 피해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안샨: 그래서 제안드립니다만, '동유'를 투입해 공격하는 건 어떨까요?
안샨: 사거리강화집속로켓탄 폭격이라면 IV형 양산함이라도 버티지 못하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있습니다!
지휘관: …너희 IV형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어?
안샨: 네! IV형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후 BP 기지는 계속 대처법을 시뮬레이션 했었습니다!
안샨: 걱정 마세요! 분명 잘 먹힐 겁니다!
~24. 자유와 미래
테스터: 동황 함대. 너희는 너무 설쳤어.
테스터: 이제 그만 작전을 끝내고 돌아가. 그러면 폭풍의 부활이 확인될 때까지 공격은 하지 않겠어.
테스터: 싫다면 여기서 전원 가라앉혀 주지.
하얼빈: 하! 다시 얌전히 폭풍에 갇혀 평생을 보내라고?
창춘: 염치도 없이 잘도 그런 말을 하네.
타이위안: 도저히 안 될 거 같아서 시간 벌기 작전으로 나왔군요…!
푸슌: 맞아 맞아!
→ 대화는 끝이야
지휘관: 네 술수에 놀아나진 않겠어. 안샨!
안샨: 올 테면 와 보세요! 얌전히 포로가 된다면 목숨만은 살려드리죠!
→ 그 말, 그대로 돌려주지.
지휘관: 마리아나 요새를 넘긴다면 이번만은 봐 주겠어. 싫다면…….
치안: 후후후. 여기서 가라앉혀 드리죠!
→ …절대 가라앉게 두지 않아!
지휘관: 지휘관으로서 수많은 싸움을 겪으며 동료들을 지켜 왔어….
지휘관: 모두를 가라앉게… 놔둘까 보냐!
테스터: 대화는 끝인 것 같군. 양산함, 전진!
----
테스터: 마지막 충고야. 함대를 물려.
쾅――――!!
하얼빈: 그럼 이게 동황의 대답이다! 똑똑히 들었나!
테스터: …….
하얼빈: 흥. 드디어 조용해졌군.
통신: ――――
젠하이: 지휘관님. 진로상에 테스터의 스페어 보디가 다수 출현했습니다.
지휘관: 이길 수 있겠어?
젠하이: 물론입니다.
화자: 지휘관님. 이쪽에도 스페어 보디가 나타났어요. 대략 10대 이상입니다…!
지휘관: 10대나……. 화자, 지원 필요해?
화자: 걱정 마세요. 남해 폭풍 해석 함대, 반드시 작전 목표를 완수하겠습니다.
지휘관: 알겠어. 우리는 본체를 가능한 한 압박해서 녀석의 리소스가 다른 쪽으로 돌아가지 못하게 할게.
지휘관: 작전 변경 없음. 마리아나 요새에서 보자!
----
―――――!!!
동황 함선들과 '동유' 로켓탄의 포화 공격으로 무사히 테스터의 공격을 버텨낼 수 있었다.
스페어 보디가 하나씩 쓰러질 때마다 점점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테스터: 폭풍을 돌파해 봤자, 이 앞에 뭐가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테스터: 자신들이 '보호받고' 있었다는 것도 모르면서.
이셴: 만에 하나 그렇다고 해도, 그 보호는 '우리'와 다름없습니다.
이셴: 그리고 저희는 분명히, 폭풍 너머에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셴: 그것은 자유, 그리고……미래입니다!
테스터: ……그렇게 놔두진 않겠어.
하얼빈: 늦었네. 이미 그렇게 하고 있거든!
하얼빈: 폭풍을 돌파하는 걸로 끝이 아냐! 우리는 우리의 길을 간다!
하얼빈: 말리고 싶다면 얼른 덤벼!
하얼빈: 네 함대도, 스페어 보디도, 본체도 한꺼번에 해치워 주마!
――――――!!!
격전 끝에 테스터의 스페어 보디가 모두 파괴됐다.
통신: ――
안샨: 지휘관님. 동해 폭풍 해석 함대입니다. 세이렌 섬멸에 성공했습니다.
안샨: 폭풍이 존재하던 해역을 돌파하여, 현재 예정대로 목표 해역으로 이동 중입니다!
젠하이: 저희 쪽도 마찬가지로 목표 해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화자: 저희도 이동 중이에요…!
다른 방향의 함대에서도 스페어 보디 격파 소식이 들어왔다.
동황 함대는 마침내 폭풍을 돌파해 태평양으로, 그리고 자신들의 미래로 나아갈 수 있었다.
~25. 동시 진행
'빙룡파풍' 작전에는 총 3단계 작전 목표가 존재한다.
우선 1단계. 폭풍 돌파 및 주변 세이렌 소탕. 이를 완수하고 전체 전력 손실이 15% 미만이면 작전은 다음 단계로 이행한다.
2단계. 마리아나 요새로 진격하여 북방연합 함대와 합류한다.
마지막 3단계. 마리아나 요새의 세이렌을 소탕하고 적 시설을 완전히 파괴한다.
폭풍 발생이 마리아나 요새의 세이렌 때문이라는 것이 거의 확실해진 이상, 적을 철저하게 격파하지 않으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무의미해질 수 있다.
따라서 잠시 승리의 기쁨을 누린 동황 함대는 곧 다시 임전 태세로 돌아갔다.
동황 함대는 세 방향에서 마리아나 해역으로 전진하기 시작했다.
태평양. 어느 곳
동황 동해 폭풍 해석 함대
지휘함 내
멤피스: 지휘관. 요 며칠 간 태평양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한 보고야.
멤피스: 현재 별바다에서 통신 기능을 강화한 드론을 각 군사 거점에 파견했어.
멤피스: 이제 재밍의 영향도 꺾였으니 각지의 정보도 신속하게 올라올 거야.
지휘관: '허상 환경'……. 이렇게까지 광범위한 이변은 처음이야.
지휘관: 유럽에서 태평양, 유니온 본토까지 전부 영향을 받았어.
지휘관: PH항 같은 외딴 기지뿐만 아니라, NY 시티, 별바다, DC 특구 등 중요한 시설이 하마터면 전부 적의 손에 떨어질 뻔했어.
지휘관: 다행히 중앵 함대 덕분에 인디애나, 새러토가, 엔터프라이즈 등 수많은 동료들이 무사할 수 있었어.
지휘관: 그리고 현재는…….
지휘관: 유니온 곳곳에 관측되었던 허상 환경은 모두 사라졌어.
지휘관: 엔터프라이즈는 나가토 함대와 합류하여 마셜 제도 기지로 향하고 있고.
지휘관: 나가토와 협력 관계가 된 것도 좋은 일이야.
지휘관: 나가토는 중앵의 고위층이고, 세이렌에 대한 반격 작전을 겪으면서 중앵의 일반적인 여론과 품고 있는 생각이 다를 수도 있어.
지휘관: 현재 중앵은 전반적으로 연합 합병에 찬성하지 않는 입장이야. 만약 나가토가 협력해 준다면…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어.
지휘관: 그나저나 나가토가 제공한 정보가 마음에 걸리네…….
지휘관: "이번 사태는 아카기와 관련이 있다"라…….
지휘관: 아카기를 생각하면…… 참 복잡한 기분이야.
지휘관: 태평양 전역에서 첫 번째로 싸운 상대기도 하고…….
지휘관: 모두의 허를 찌른 그 기습….
지휘관: 그리고……산호해 해전…….
지휘관: AF 해전. 그리고…….
지휘관: ………….
지휘관: AF 해전 직후 침몰했다는 소문이 돌았지만, 결국 잘못된 정보로 판명됐지.
지휘관: 그 후 나는 지휘관으로서 각지의 전장을 돌아다녔고, 아카기는 중앵의 지도자가 되어 내정에 집중하느라 좀처럼 만날 기회가 없었어.
지휘관: 다시 만난 건 프리드리히가 주도한 반격 작전에서였지.
지휘관: 그 전투에서 우리는 함께 컴파일러의 본체를 파괴했어.
지휘관: 물론 상황이 긴박했기 때문에 결국 얘기를 나누지는 못했지만.
지휘관: 아카기는 이후 연합 합병 회의에서조차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
지휘관: 소문에 따르면 합병에 대해서는 줄곧 반대했다고 하고.
지휘관: 유럽에서 태평양, 그리고 유니온 본토에서 일어난 일은 모두 아카기가 꾸민 계획의 일환일까?
지휘관: 대체 어떤 무서운 계획을 꾸미고 있는 건지…….
지휘관: 아카기가 있는 중앵 본섬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휘관: 정보가 부족해.
지휘관: 최악의 사태를 대비해서 유니온, 북방연합, 동황에게 중앵 본섬에 대한 정보 수집을 부탁해야겠어.
지휘관: 당장은 눈앞의 목표인 마셜 제도 기지 탈환과 마리아나 요새 공략에 집중하자.
지휘관: 중앵 마셜 제도 기지는 이미 의문의 적에게 함락당해 전진 기지화 되었어.
지휘관: 이에 맞서 벙커힐 함대가 섬의 항로를 봉쇄하고 방어 태세로 대응하는 중이고.
지휘관: 엔터프라이즈와 나가토가 이끄는 함대는 그 틈을 타 솔로몬 제도 기지를 탈환하고 현재는 마셜 제도로 이동 중.
지휘관: 두 함대가 협공을 펼쳐서 섬을 탈환한다는 작전이야.
지휘관: 후발대는…… 유니온에서 2개 함대가 더 오고 있어.
지휘관: 한쪽은 샌디에이고 사령부에서 출발해 PH항에서 추가 보급을 마친 뒤 전장으로 이동.
지휘관: 다른 쪽은 NY 시티에서 파나마 운하를 경유해 오는 중인데…….
지휘관: 거리로 볼 때 시간에 맞추진 못할 거야. 어디까지나 예비 전력이라고 생각해야지.
지휘관: 그리고 세이렌의 마리아나 요새군…….
지휘관: 오랫동안 버려져 있던 곳이라 지금까지는 그리 중요한 거점이 아니었어.
지휘관: 하지만 작년부터 갑자기 활발히 움직이기 시작했지.
지휘관: 동황의 첩보에 따르면, 요새가 활성화된 시점은 동황이 본격적으로 폭풍을 돌파하는 작전을 검토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했다고 해.
지휘관: 또한 이곳에 폭풍을 통제하는 시설이 있다는 게 확실해졌어.
지휘관: 후속 첩보와 테스터의 필사적인 저항으로 볼 때 이곳에 테스터의 본체가 있을 가능성도 매우 높아.
지휘관: 폭풍의 영향에서 벗어난 동황은 현재 세 방향에서 마리아나 요새에 접근하고 있어.
지휘관: 북방연합 함대도 작전대로 남하를 시작했고.
지휘관: 전역 내 통신이 원활해졌으니 철혈 부유섬 요새의 주둔 함대에도 한번 연락을 해 볼까….
지휘관: 시드니에 있는 로열 남극 함대는…….
지휘관: 티에라 델 푸에고 기지의 동료들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남극에는 아직까지 별다른 이상이 없는 것 같아.
지휘관: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의 힘을 감안하면, 어차피 시드니 함대와 티에라 델 푸에고 함대만으로는 막을 수 없어.
지휘관: 차라리 시드니의 로열 함대를 이쪽으로 부르는 건 어떨까…….
지휘관: 그래. 그렇게 하자.
지휘관: 로열 함대를 마리아나 요새 공격에 가담시킨다.
지휘관: 일전에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의 계획이 엉성했던 것과, 세이렌이 남극 해역에서 방어를 굳히고 있다는 걸 고려하면,
지휘관: 서로 부딪힐 경우 적지 않은 소모가 발생할 거야.
지휘관: 이제 2개 작전의 전력 비중에 관한 일인데…….
지휘관: 유니온 주력함대를 이미 적이 장악한 마셜 제도를 무시하고 마리아나 요새 공격에 가담시킬 수는 없어.
지휘관: 그리고 폭풍은 와해됐지만 통제 시설은 아직 남아 있으니 부활할 가능성이 있어.
지휘관: 그럴 경우 동황은 폭풍을 무력화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동유 로켓탄을 발사해야 하는데, 이러면 손해 비용이 너무 커져.
지휘관: 게다가 IV형 양산함도 끊임없이 생산하고 있으니 이 이상 미룰 수도 없어.
지휘관: ……결론이 났군.
지휘관: 2개 작전을 동시에 진행한다.
지휘관: 빙룡파풍 작전은 계획대로 진행한다. 만약 엔터프라이즈의 함대가 마셜 제도 기지를 제압한다면,
지휘관: 그 때 전군이 합류하여 마리아나 요새에 총공격을 실시한다.
지휘관: 이번 전투의 목적은 어디까지나 폭풍 통제 시설 및 IV형 양산함 생산 시설 파괴야.
지휘관: 테스터의 본체를 파괴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무방비하게 본체를 드러낼 리가 없겠지.
지휘관: 동원 병력의 수를 보면 유사시에도 충분히 대응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신중하게 가자.
지휘관: 멤피스.
멤피스: 응. 여기 있어.
지휘관: 지금부터 통신을 보낼 거야. 기록해줘.
멤피스: 알겠어!
지휘관: "1. 카라긴스키 기지, BP 기지, 샌디에이고 사령부는 지금부터 중앵 본섬에 대해 정보 수집을 실시하라.“
지휘관: "2. 시드니 사령부는 로열 남극 함대를 파견하여 마리아나 요새 공략을 지원하라.“
지휘관: "또한 남극의 상황을 주시하고, 이상이 있을 경우 즉시 보고하라.“
지휘관: "3. 유니온 티에라 델 푸에고 함대는 기지에서 대기하고, 본작전 완료 시까지 지휘권을 로열 시드니 사령부로 이관한다.“
지휘관: "4. 철혈 부유섬 요새의 페터 슈트라서 함대는 마리나아 요새 공략에 협력하라.“
지휘관: "현재 알려진 모든 정보를 페터에게 공유하고, 함대를 파견하여 마리아나 요새에 대한 우리의 공격에 협력하기 바란다는 의사를 분명히 할 것.“
지휘관: "5. 마셜 제도 기지 탈환 작전에 관해서는 엔터프라이즈에게 일임한다.“
지휘관: "작전은 예정대로 진행하며, 현재 엔터프라이즈의 휘하에 있는 중앵 함대는 계속 그녀의 지휘를 따르기 바란다.“
지휘관: "6. 북방연합 함대와 동황 함대는 빙룡파풍 작전을 계속 수행하여 마리아나 요새를 파괴하라.“
지휘관: "7. 엔터프라이즈는 마셜 제도 탈환이 끝나는 대로 함대를 모아 마리아나 요새 공략을 지원하라.“
멤피스: 다 기록했어!
멤피스: 다른 명령은 더 없어?
지휘관: 이제 없어. 그럼 눈 좀 붙일 테니까 무슨 일 있으면 통신으로 알려줘.
멤피스: 알겠어. 그럼 푹 쉬어.
멤피스: 설마 동황 파견이 이렇게까지 큰일이 될 줄은 몰랐어…. 정말 고생 많았어.
지휘관: 어쩔 수 없지. 이래봬도 '아주르 레인'의 지휘관이니까.
~26. 아마기라 자칭하는 것
마셜 제도 기지――이름 그대로 여러 섬에 배치된 군사 시설로 이루어진 중앵의 해외 영토다.
솔로몬 제도 기지 전투 후, 마셜 제도를 뒤덮은 허상 환경은 상상 이상으로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 판명되었다.
이 때문에 벙커힐은 엔터프라이즈와 나가토의 연합함대가 자리를 잡자마자 공세로 전환해 가능한 한 적의 전력을 자기 쪽으로 유도했다.
동시에 엔터프라이즈는 함대를 분할하여 허상 환경의 핵을 찾기 위해 각각의 섬을 공략하기 시작했다.
태평양. 마셜 제도 기지
나가토 함대
허상 환경 속
시야에 들어온 것은 푸른 산수였다. 사방에 새들이 지저귀고 꽃향기가 가득했다.
아시가라: 정말 아름답네요….
쇼카쿠: 이런 아름다운 환상이라니……. 적도 특별히 신경을 써서 보여주는 걸까요?♪
시만토: 나가토 님. 이곳은…….
나가토: 음. 틀림없다.
나가토는 굳은 얼굴로 주변을 둘러봤다.
콩고: 나가토 님께서는 이곳을 알고 계세요?
나가토: 그래. 이 경치는 중앵의 대신목이 있는 성역이다.
나가토: 삼엄하게 관리되는 곳이니 그대들이 모르는 것도 당연하지.
나가토: (지금껏 본 환상은 모두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의 심상에서 태어났다.)
나가토: (하지만 대신목의 경치는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이곳은 대체 누구의 심상일는지…….)
나가토: (운젠은 지금 야마토의 보호를 받고 있다.)
나가토: (무사시…는 중앵 본섬을 떠나 이곳까지 올 이유가 없지.)
히에이: 나가토 님. 이 앞에서 자고 있는 아이들을 발견했습니다.
나가토: 환상 속에서 잠을…? 히에이, 안내하거라.
개울가 옆의 정자. 그리고 그 옆의 잔디밭에서 중앵의 소녀들이 한가로이 잠들어 있었다.
콩고: 이13, 이19, 이25, 이26, 이56, 이58, 이168…….
콩고: 우리 잠수함들이에요! 근데 한 기지에 잠수함만 이렇게 많을 수가 없는데….
카와카제: 어이! 정신 차려!
카와카제: 안 됩니다. 도저히 깨어날 것 같지 않습니다.
히에이: 돗자리와 간식들을 보면 꽃놀이라도 하려고 했던 걸까요.
하루츠키: 나가토 님. 여기도 사람이 있어요…… 류호 씨에요!
나가토: 류호……?
나가토: (류호는 지금 제사의 섬에 있을 터인데….)
나가토: (아카기가 이곳으로 보낸 것인가…?)
나가토: (하지만 지금 류호는 환상에 빠져 있다.)
나가토: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이를 실행하는 사람이 환상에 사로잡혀서는 의미가 없는데…. 환상은 아카기가 꾸민 것인 아닌가?)
나가토는 일행을 이끌고 사방을 뒤졌지만, 다른 사람은 더 찾지 못했다.
나가토: (이곳의 책임자는 류호였던 것 같군.)
나가토: (하지만 류호라고 해도… 대신목이 있는 성역에 들어가 본 적은 없을 터.)
나가토: (이곳의 환상은 대체 누구의 심상에서 생겨난 것인지….)
나가토: (그리고 환상 속에서 또 잠든 것도 이상하구나….)
나가토: (가두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또 잠들게 하는 것은 헛수고가 아닌가…….)
류호를 안전한 곳으로 옮긴 다음, 나가토 일행은 대신목을 향해 걸어갔다.
도중에 적이 튀어나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일행은 무사히 대신목에 도착했다.
나가토: (대신목이야말로 이 허상 환경의 핵. 평범한 환상을 특별하게 강화한 원인.)
나가토: (솔로몬 제도의 환상에서 나는 신목 밑에 매장된 와타츠미 조각을 발견했다.)
나가토: (신목은 환상이 만들어 낸 가짜였지만, 와타츠미 조각은… 틀림없는 진품이었다.)
나가토: (그리고 그 조각에서는 조금이지만… '부정'의 기운이 느껴졌다.)
나가토: (분명 대현자가 와타츠미의 부정을 모두 정화했을 터인데, 어찌 또 부정이…….)
나가토는 대신목에 손을 대어 힘의 흐름을 읽기 시작했다.
나가토: (흠. 틀림없다. 이 환상은 대신목의 힘으로 인해 유지되고 있다.)
나가토: (하지만 대신목 주변의 벚나무들이 환상 바깥으로 영기를 전달하고 있는데…… 앗!?)
나가토: (설마 이 벚나무 한 그루 한 그루가 바깥의 거대한 배에 힘을 공급하고 있는 것인가……!)
나가토: (그래서 유니온 함대가 그토록 대응에 애를 먹은 것인가….)
나가토: …한시가 급하다. 즉시 제거해야 한다.
나가토: 시만토, 콩고. 그대들은 동료들을 데리고 환상 밖으로 힘을 전달하는 벚나무를 파괴하거라.
나가토: 대신목은 내가 맡겠다.
말을 마친 후 나가토는 다시 정신을 대신목에 집중했다.
순식간에 주변 환경이 바뀌었다.
나가토: (대신목 안에 또 다른 동천이 있는 것인가.)
나가토: (흠. 안쪽의 신목은 바깥쪽 신목에 힘을 공급하고, 바깥쪽 신목은 환상에 힘을 공급하고 있구나.)
나가토: (바깥쪽 대신목을 잘라내어도, 이곳에 있는 힘의 원천을 처리하지 않는다면 곧 되살아나고 만다.)
나가토: (교활한 술수를 쓰는군…….)
아마기: 역시 오셨군요. 나가토 님.
나가토: ……아마기. 그대가 꾸민 짓인가?
나가토: 그대의 혼은 완전히 변질되었다고 생각했건만…… 솔로몬 제도 기지에서 그대는 내게 이 일에서 손을 거두라고 하였지.
나가토: 그대에게 묻고 싶은 것이… 매우 많다.
나가토: 허나…….
아마기: '아마기'가 아직 얼마나 남아 있는지 여쭙고 싶으십니까?
나가토: ………….
아마기: 후후후. 솔로몬 제도에서 뵈었을 때를 기준으로 약 30% 정도일까요.
아마기: 지금은…… 얼마나 남았는지 저도 잘 모르겠군요.
나가토: ……그런가.
아마기의 혼이 오염되어 더는 눈을 뜰 가망이 없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본인의 입으로 직접 들으니 나가토는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
남은 자아는 30%뿐. 그럼에도 자신을 걱정해 준 그 마음에 복잡한 감정이 밀려들었다.
나가토: (아마기……. 나는 결코 도망치지 않겠다.)
나가토: ……지금 그대는 대체 누구인가?
아마기: '아마기'입니다.
나가토: ……그대가…?
아마기: 네. 같은 얼굴, 같은 기억, 같은 성격, 같은 생각, 같은 행동 방식――
아마기: 제가 바로 아마기입니다.
나가토: 허튼 소리. 아마기는 지금 그대가 하는 짓 따위는 결코 하지 않을 것이야.
아마기: 과거의 아마기라면 그럴지도 모르겠죠. 하지만 '미래'의 아마기는?
아마기: 아마기의 '미래'는 제가 쓸 수 있습니다. 그렇지 않나요?
나가토: 궤변이다.
나가토: 그대는 아마기가 아니다.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다.
나가토: 그대는 단지 아마기의 혼을 삼켜 버린, 슬픈 망념에서 태어난 괴물일 뿐이다.
나가토: 나는… 반드시 그대를 막겠다!
아마기: 역시 이렇게 되었군요.
아마기: 하지만 저는 목표를 완수할 것입니다.
아마기: 아무도 저를 막을 수 없어요.
아마기: 네. 비록 아마기 언니… 당신이라도…!
무수한 시키가미가 온 세상을 연분홍빛으로 물들였다.
포화와 함께 격전이 시작되었다.
~27. 부정의 그림자
시만토: 시키가미 수룡, 월한과도 같이――하아압!
――――!!
엔터프라이즈: 나가토! 괜찮나!
인디애나: 하! 역시 안에 또 다른 공간이 숨겨져 있었나!
인디애나: 다른 섬의 환상은 거의 다 깨졌는데 이곳만 남아 있었어.
인디애나: 고전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달려왔는데 다행이 제시간에 도착한 것 같군!
시만토: 나가토 님, 미안! 결계를 푸는 데 시간이 좀 걸렸어.
히에이: 나가토 님. 어서 저희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아마기: ……생각보다 빨리 왔군요.
나가토: 나는 괜찮다! 이대로 녀석을 집중 공격하라!
나가토: 녀석은 너무 위험하다…. 이곳에서 소멸시켜야 해!
교전 중, 나가토는 어렴풋이 상대의 정체를 알아차렸다.
그동안은 와타츠미 조각에 깃든 기운에 대한 의심만 있었지만, 합을 주고받으며 의심은 뚜렷한 확신이 되었다.
그래. 상대는 아마기가 아니라, '부정의 그림자'――
대현자의 노력으로 깨끗이 정화되었을 부정의 기운이, 오히려 예전보다 더욱 강해진 것 같았다.
나가토: (그럴 수가…. 대체 어떻게 이리도 짧은 시간 안에…….)
나가토: (아뿔싸! 아까 녀석이 힘을 보인 것은, 나를 유인하기 위해서…!)
마음이 어지러워서 그랬는지, 나가토는 자신이 시든 대신목 아래로 가까이 다가왔음을 깨달았다.
머리 위의 마른 가지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나가토: 이런…!
히에이: 나가토 님…!!!
▇▇▇▇: ▊▇▊▇■■■▊▇▊▇▊▇■■■■▋▌▊▎▇
탁류처럼 솟구친 검은 안개가 자신을 삼키기도 전에 뒤에서 누군가가 자신의 앞으로 튀어나왔다.
검은 안개가 만들어 낸 용은 히에이를 삼키고 다시 하늘로 돌아갔다.
가면을 쓴 아마기들, 부정의 그림자. 히에이는 모두 사라졌다.
~28. 탈환
잠시 후.
인디애나: 엔터프라이즈. 주변을 샅샅이 뒤졌지만…… 못 찾았어.
엔터프라이즈: 수색 범위를 넓힐 수밖에 없나….
헤링: 나는 더 깊숙이 들어가 볼게!
시만토: 나가토 님. 한 번 더 환상 속으로 들어가 찾아보고 올게.
벨: 우리도 도와줄게!
나가토: ……이제 됐다. 수색을 중단하거라.
쇼카쿠: 나가토 님?!
나가토: …이렇게 많은 인원을 동원하였으나 단서조차 찾지 못하였다.
나가토: 아마 신목을 통하여 이미 다른 곳으로 이동하였겠지….
피츠버그: …신목을 통해서 이동했다고?
나가토: 으음. 이는 본디 중앵의 비밀이지만… 직접 보았으니 알려주어도 무방하겠지.
나가토: (모두를 지키겠다고 결심하였는데… 나의 방심 탓에 히에이를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나가토: (……괜찮겠지. 분명 괜찮을 거야…….)
나가토: (아카기는 나를 노리고 있다. 관계없는 사람을 해치지는 않을 것이야……)
나가토: (헌데 어찌 히에이를 잡은 뒤, 재차 나를 노리지 않고 사라진 것인지…….)
나가토: (……나쁜 예감이 드는구나…. 그것도 터무니없는 나쁜 예감이….)
나가토: (지금은…….)
나가토: 이미 이곳에는 없으니 더는 찾아도 소용없다.
나가토: 바깥에서는 격전이 계속되고 있고, 마셜 제도도 아직 탈환하지 못했다. 우리에게는 더 중요한 일이 남았느니라.
나가토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대신목에 손을 뻗었다.
나가토: (역시 이곳에도 와타츠미의 조각이 숨겨져 있군. …그리고 '부정'의 기운도….)
나가토: ――부서져라.
핵이 부서진 마셜 제도의 허상 환경은 단숨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힘의 원천을 잃은 그림자들도 존재를 존재를 유지하지 못하고 안개로 변했다.
마셜 제도 전투는 함선들의 승리로 끝났다――
~29. 암류의 밑
태평양. 마리아나 제도 해역
동황 동해 폭풍 해석 함대
지휘함 내
동황 함대는 세 방향에서 진격을 계속했다. 전선은 마리아나 요새 쪽으로 천천히 이동하고 있었다.
멤피스: 진격 속도는 예상 범위 이내야.
멤피스: 그런데… 원래는 마셜 제도 쪽 작전이 끝날 때까지 진격 속도를 조절해서 양면 협공을 구사할 계획이었어.
멤피스: …하지만 적의 저항이 점점 거세지고 있어.
멤피스: 로열과 철혈 함대에 서둘러 달라고 연락할까?
지휘관: 아니. 아직 상황이 불명확하니 그쪽은 예비 전력으로 남겨 두자.
헬레나: 지휘관. 아직도 그 여우 가면을 쓴 사람이 신경 쓰여?
지휘관: 그래. 태평양 전역에서 소란을 피우고 있지만 진짜 목적이 뭔지는 도무지 알 수가 없어.
지휘관: 상황이 명확해지기 전까지는 조심해야지.
지휘관: (……여우 가면을 쓰고 아마기의 이름으로 사방을 떠돌고 있는 그 자는… 대체 뭘 꾸미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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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나가토: ……그대의 추측대로 허상 환경을 만들어 낸 것은 세이렌이 아니라 아마기를 자칭하는 위물이다.
나가토: 나는 그것을 와타츠미가 구현한 집념, 그것도 '부정'을 띤 존재라고 보고 있다.
나가토: ……'침식 구현체'?
나가토: 음……. 그대가 제공한 자료를 보면 '침식 구현체'와 '부정의 그림자'는 확실히 어느 정도 유사성이 있구나.
나가토: 허나 '부정의 그림자'는 구체적인 형태를 취할 수 있으니 더 높은 수준의 '침식 구현체'라고 보아도 되겠지.
나가토: 또한 그 위물은 와타츠미에 접속한 신목의 지맥을 이용하여 자유로이 이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나가토: …신목을 조심하거라. 신목이 있는 곳은 모두 그 영향권이다.
나가토: ……'도어 네트워크'?
나가토: 으음……. 자료를 제공해 주어 고맙다. 전투가 끝나면 꼼꼼하게 보도록 하마.
나가토: …위물은 그저 꼭두각시일 뿐. 시간을 버는 것이 목적이다.
나가토: 관건은 배후에 있는 아카기인데…. 아카기가 위험한 계획을 꾸미고 있다는 것은 알지만, 아직 그 전모를 완전히 파악하지는 못하였다….
나가토: …그대도 중앵 본섬의 소식을 알아보고 있으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나가토: ……고맙다. 긴밀히 연락하여 함께 진상을 밝혀내자꾸나.
----
지휘관: (위물은 꼭두각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진짜 계획을 위한 시간을 벌기 위해.)
지휘관: (나가토는 중앵의 고위층이고, 원래라면 중앵의 정세에 대해서는 가장 정통한 인물이겠지…….)
지휘관: (하지만 여기저기서 올라오는 보고를 보면, 그 여우 가면을 쓴 위물은 자의식과 자주성이 매우 강한 것 같아.)
지휘관: (진실이 밝혀지기 전까지는 단순한 꼭두각시로 여겨서는 안 되겠어.)
지휘관: (암류 밑에서 암류가 있다…… 인가.)
~30. 합류. 그리고
통신: ――
치안: 지휘관님. 함대가 예정된 해역에 도착했어요. 지금 세이렌의 외곽 방어선이 보이네요.
지휘관: 젠하이, 화자. 너희는 어때?
젠하이: 저희도 예정 해역에 도착해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화자: 저희 쪽도 예정 해역에 도착해서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어요.
통신: ――
소비에츠키 소유즈: 동황 함대 및 지휘관 동지께 보고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북방연합 극지 함대와 특별계획함은 예정 해역에 도착했습니다. 공격 명령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지휘관: 소유즈가 직접 함대를 끌고 온 거야?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이번 작전의 목표는 마리아나 요새 공략과 동황을 수년 간 가뒀던 폭풍 통제 장치를 파괴하는 것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중요한 일이니 만큼 제가 직접 인솔하기로 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특별계획함 함대와 META 키로프 동지도 데려왔으니 지휘관 동지의 힘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드미랄 나히모프: 아드미랄 나히모프야. 동황 여러분과 지휘관. 잘 부탁해.
키로프(META): 네가 지휘관인가? 복수 진영의 전력을 이렇게 통합 운용하다니… 대단한 실력이군. 지켜보도록 하겠어.
통신: ――
페터 슈트라서: 여기는 철혈 함대의 페터 슈트라서.
페터 슈트라서: 부유섬 요새 함대를 이끌고 마리아나 요새 공략 작전에 참가하겠어.
힌덴부르크: 힌덴부르크야. 언제든지 명령을 내리도록 해.
에기르: 후후후. 오랜만이야. 네 부탁이라면 거절할 수 없지.
에기르: 이번에도 대단한 스케일이네. 아주 좋아.
임플래커블: 로열 남극 함대도 도착했어.
임플래커블: 오다가 아이리스의 기사님을 만났는데, 지휘관을 돕고 싶다고 해서~
포르뱅: 아이리스 호교 기사 포르뱅. 리슐리외 님의 명을 받아 지원하러 왔습니다!
지휘관: 포르뱅? 리슐리외하고 통신이 회복된 거야?
포르뱅: 네! 잠시뿐이었지만, 리슐리외 님은 지금 유럽의 환상 문제를 대처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지휘관: (좋아. 시나노와 클레망소가 잘 하고 있는 거 같으니… 유럽 쪽은 걱정할 필요 없겠어.)
통신: ――
나가토: 여기는 중앵의 나가토. 작전대로 함대를 이끌고 지원하러 왔다.
지휘관: 고마워 나가토.
호넷II: 야호, 지휘관~ 새롭게 갈아입은 호넷도 지원하러 왔다구!
호넷II: 요크타운 언니는 샌디에이고 사령부에 남겠다고 해서 II형 함대 지휘권은 내가 인계받았어!
엔터프라이즈: 언니의 판단이 옳아. 아직 후방의 혼란이 완전히 가시지 않았으니 진두지휘를 맡을 책임자가 필요해.
호넷II: 응! 언니도 그랬어~ "지휘관님을 만날 기회는 나중에도 있으니까".
호넷II: 요크타운 언니도 그렇고 엔터 언니도 그렇고, 지휘관하고 진짜 분위기 좋다니까~♪
엔터프라이즈: 호넷…….
호넷II: 우와앗! 엔터 언니 화났나 봐 그럼 난 이만!
엔터프라이즈: 지휘관. 우리 함대는 한 시간 후에 예정 해역에 도착해. 호넷과 키어사지는 적어도 앞으로 두 시간은 더 걸릴 거야.
엔터프라이즈: 적의 증원을 감안하면 총공격은 한 시간 뒤에 시작하는 게 좋겠어. 유니온 함대가 선두에 서고, 그 후 각 함대가 전투에 돌입한다.
지휘관: 좋아. 한 시간 뒤에 총공격을 실시한다.
~31. 아마기의 모습을 취한 것
――――!!
인디애나: 괜찮나, 하루츠키!
하루츠키: 가, 감사합니다……!
인디애나: 세이렌 IV형은 만만치 않으니까 방심하지 마.
하루츠키: 네! 알겠습니다!
인디애나: 따라와. 중앵 함대로 데려다 줄 테니까.
하루츠키: 감사합니다! 아…
하루츠키: 인디애나 씨, 뒤에 조심하세요!
인디애나: 하!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이면 바로 공격해 온다니까!
인디애나: 내가 모를 줄 알았냐!
――――!!
인디애나: 테스터 스페어 보디 파괴 완료. 1점 추가로군.
인디애나: 흠. 마리아나 각지에서 포화가 피어나고 있네.
인디애나: 이 속도면 금방 끝나겠어. 하하하.
----
멤피스: 지휘관! 젠하이한테서 폭풍 통제 시설을 파괴했다는 연락이 왔어!
멤피스: 해역 곳곳의 세이렌 요새도 불타고 있어! 곧 작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거 같아!
지휘관: 좋아. 시설을 완전히 파괴한 다음 해역에서 이탈한다. 세이렌 본체 파괴는 다음에 준비가 된 이후에 해도 괜찮아.
호넷II: 지휘관… 근데 세이렌이 대놓고 본체를 드러내고 있는데?
호넷II: 지금 정찰 정보 보낼 테니까 확인해 봐!
호넷이 보낸 것은 좌표와 사진 한 장이었다.
바다 위에 마치 깨진 거울처럼 거대한 갈라진 틈이 나타나 있었다.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은 무수한 빛의 선들. 그리고 이 세상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전자의 바다에 떠 있는 강철의 도시.
멤피스: 저건… 테스터의 본체?!
멤피스: 테스터가 스스로 본체를 드러냈다고……!?
테스터: 침공 저지 계획 실행을 요함―― 폭풍의 부활도――
테스터: 실험 해역, 미리 설정된 실험 계획과의 편차가 임계치를 돌파.
테스터: 클린 업 컨센서스 권한, 신청 중.
벨: 클린 업 컨센서스……!?
파고: 위험해. 이전에 컴파일러가 본체를 파괴당하기 직전에 이 모드를 작동시켰어.
파고: 작동되기 전에 즉시 탈출하는 게 좋을 거야.
헤링: 그치만 우린 본체를 칠 생각이 없었는데?! 왜 갑자기 혼자 저런대……?
피츠버그: 설마… 우리 말고도……?!
테스터: 신청 기각됨.
테스터: "테스터의 보디가 외부 통제를 받고 있다는 징후가 있음. 우선 자가 진단을 실시할 것.“
테스터: ……자가 진단…?!
테스터: 웃기지 마…. 내 어디가 고장 났다고……!
테스터: 어어어어디가 고고고장 났다고고고고고
콰앙――――!!
아마기: 후후후. 이제 고장 났네요.
모든 것은 순식간에 벌어졌다.
여우 가면을 쓴 위물이 허공에 나타나 본체의 입구를 막고 있던 마지막 테스터 보디를 파괴했다.
아마기: 테스터의 본체는 제가 잘 사용하겠습니다.
여우 가면 아래에서 검은 안개가 흘러나왔다.
일부는 테스터의 본체가 있는 갈라진 틈을 향해 흘러갔고, 다른 일부는 해역에 남아 있는 세이렌 양산함과 잔해를 뒤덮었다.
갈라진 틈에 침입하려던 검은 안개는 보이지 않는 장벽에 막힌 듯 눈부신 불꽃을 일으켰다.
한편 세이렌의 양산함을 뒤덮은 검은 안개는 서서히 응집하면서 한 척의 거함을 만들어 냈다.
통신: ――
나가토: 저것이 바로 우리가 도중에 만난 적이다!
나가토: 세이렌의 본체를 탈취해 유사 신목으로 만들어서 와타츠미와 연결하려 하고 있어!
나가토: 지휘관. 어서 막아야 한다!!
아마기: 연산 리소스…혼……몸…….
아마기: 이것으로 전부 갖추어졌어요.
아마기: '오로치'――그 모습을 드러내라!!
검은 안개를 동반한 침식이 해역을 휩쓸었다. 안개는 바람이 되고, 바람은 용오름이 되어―― '흉조 현상'으로 변모했다.
'오로치'라는 이름의 거함은 검붉은 빛을 발산했다.
이내 거대한 함체는 허물어지고, 인간의 모습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두 명, 세 명, 열 명, 백 명…….
얼마 지나지 않아 아름답고 기이한 검붉은 대군이 바다 위에 나타났다.
나가토: ……이것은…함선이 아니다…….
나가토: 양산형도…… 배도…… 하물며 사람도 아니야……!!
나가토: 미쳤구나……!
나가토: 와타츠미의 힘으로… 잘도 이런 괴물을 만들어 내다니…!!!
아마기의 모습을 취한 것: 아하하하하하――
아마기의 모습을 취한 것: 해냈어요――
아마기의 모습을 취한 것: 정말 기뻐요――
귀에 거슬리는 웃음소리가 바다에 메아리쳤다.
멤피스: 흉조 현상의 발생을 확인! 침식 구현체에 저 기괴한 적들…. 더는 상황을 통제할 수 없어!
나가토: 위물의 힘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녀석은 환상 밖에서는 활동할 수 없을 터인데…….
나가토: 그래! 본체다! 녀석이 본체로 침임하게 두면 안 된다!
멤피스: 하지만 어떻게?! 검은 용오름을 맞으면서 돌진하라고?
젠하이: 지휘관님. 흉조 현상은 동황 주변의 폭풍과 성질이 비슷하고, 현재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입니다.
젠하이: '동유'가 폭풍을 와해시킬 수 있었으니, 흉조 현상 상대로도 효과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휘관: 그럼 그렇게 하자!
지휘관: 동황과 철혈 함대는 동유급 화력지원함을 보호하며 흉조 현상을 쫓는다!
지휘관: 엔터프라이즈, 벙커힐, 피츠버그는 함대를 이끌고 해역에 새로 출현한 적을 격퇴하라!
지휘관: 나머지 함대는 테스터의 본체로 이동하여 위물의 계획을 저지한다!
~32. 새로운 재앙
―――――!
나가토: 흉조현상――'부정'으로 이루어진 용오름이 없다면 그대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없을 터!
나가토: 그대의 음모도 여기까지다!
동유의 공격이 효과를 발휘하여 흉조 현상은 소멸했다. 간신히 존재를 유지하고 있던 적도 유니온 함대에게 전부 격파되었다.
아마기: 여기서 뵐 줄은 몰랐습니다. 나가토 님.
나가토: 아마기의 목소리로 말하지 말거라. 괴물 녀석.
아마기: 그런가요? 어차피 저는 성공했으니까 마음대로 생각하시죠.
나가토: 성공? 이런 괴물들을 만들어 낸 것으로 자기 자신을 속일 셈이더냐?
나가토: 유감이지만 우리는 한 마리도 남기지 않았다.
아마기: 아뇨. 저들의 사명은 성공적으로 만들어진 순간 끝났습니다.
아마기: 나가토. 당신의 눈에는 저것들이 어떻게 보입니까?
나가토: 영원히 진짜가 될 수 없는 가짜다.
아마기: 맞습니다. 하지만 '누구'의 가짜입니까?
나가토: 누구의……?
아마기: 진품이 있어야만 가품을 만들 수 있는 법이죠. 그렇다면 이 가짜들의 원본… 진짜는 어디 있을까요?
나가토: 진짜는…… 이미 죽었다.
아마기: 죽었다? 왜? 어째서?
아마기: 눈을 감으세요 나가토 님. 당신은 아마기의 치료법을 찾아내지 않았습니까?
나가토: 무슨 말을… 그건 환상 속의 꿈일 뿐인데…….
아마기: 환상 속의 꿈……?
아마기: 지금 당신은 현실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꿈'에서 일어난 일을… 기억에서 지울 수 있나요?
나가토: 그대…….
아마기: 모든 것에는 '인'이 있고 '과'가 있습니다. 반대로 '과'가 있으면 반드시 '인'이 있죠.
아마기: 가짜가 '과', 진짜가 '인'. 간단한 이치입니다.
나가토: 가짜 기억을 심어 놓고 와타츠미를 통해 현실에 구현한다……. 이것이 허상 환경의 진짜 목적이었나…!
아마기: 후후후, 아하하하하하하――!!!
여우 가면을 쓴 그림자는 박장대소를 하며 갈라진 틈 속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테스터의 본체로 이어지는 그 틈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시만토: 큭…! 앞으로 조금이었는데……!
나가토: 아니. …내 추측이 틀렸다.
나가토: 저 위물은 진작에 환상 밖에서도 자유로이 활동할 수 있는 몸을 손에 넣었다.
나가토: 순순히 우리에게 공격을 허용한 것도, 본체가 있는 공간에 침입하지 못한 것처럼 보인 것도, 전부 아직 희망이 있다고 착각하는 우리를 보며 비웃기 위해서였다….
나가토: 그저… 내 앞에서 승리를 자랑할 셈이었겠지…….
얼마 후. 해역 소탕을 마친 함대들이 속속 나가토가 있는 곳으로 집결했다.
텅 빈 것 같지만, 이곳이 테스터의 본체로 통하는 입구라는 것은 이제 모두가 알고 있었다.
나가토: 모두가 도착하기 전에 이미 자세한 조사를 행하였다.
나가토: 본체로 이어지는 입구는 매우 복잡한 결계로 덮여 있기에, 해독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피츠버그: 결계 말이지…… 흐음…….
피츠버그: 그거 경면해역 말하는 거야?
파고: 동감. 중앵이 말하는 결계는 일종의 '암호화 경면해역' 아니야?
나가토: 암호화 경면해역……?
파고: 응. 최초로 발견된 건――
헤링: 내부 공간을 특수한 방법으로 봉인해서, 어떤 특정한 조건을 만족시키지 않으면 들어갈 수 없는 경면해역!
파고: ……이야.
나가토: ……확실히 비슷한 점이 있군.
새러토가: 뭐야 뭐야? 오자마자 재밌는 얘기 하고 있네?
새러토가: 에헤헤~ 암호화 경면해역 해독 연구는 이미 성과가 나왔어. 마침 잘됐다 테스터의 본체가 있는 공간으로 실험해 보면 되겠네!
새러토가: 어때? 지휘관?
지휘관: 그래. 별바다의 계산 자원을 투입하면 해독 시간을 상당히 줄일 수 있겠지.
이셴: 동황의 슈퍼 컴퓨팅 기구 '천성대'도 분석을 돕도록 하겠습니다.
피츠버그: 중앵의 결계 전문가에 동황의 슈퍼 컴퓨터, 그리고 우리 별바다까지~
피츠버그: 당장이라도 해치울 수 있겠는걸?
나가토: 음. 모두의 협조가 있다면 금방 끝날 수 있을 것이야.
헤링: 콜은 우리한테 맡겨!
나가토: …콜?
헤링: 부적으로 결계를 해제할 때는 음성 조작이 필요하잖아?
헤링: 이 경면해역도 그런 거지? 우리가 도와줄게!
나가토: ……???
벨: 설마 필요없어? 그치만 전에 시만토가 부적을 날릴 때…….
시만토: 아, 그건 그냥 내 습관일 뿐인데….
벨: 뭐어어어!? 나 부끄러운 대사 엄청 녹음했었는데!?
벨: 게다가 파고의 드론이 환상을 돌아다니며 방송까지 했는데……!!!
헤링: 아하하. 벨, 유명해지겠네~
벨: 흐아아아앙~!!
지휘관: 하하…. 그럼 슬슬 해독 작업을 준비하자.
지휘관: 각 함대는 정비와 보급을 실시하면서 테스터의 본체를 공략할 준비를 해줘.
지휘관: 테스터 자체는 힘을 잃었지만, 그 여우 가면을 상대하게 될지도 모르니까 방심하지 마.
통신: ――
멤피스: 어……? 이건… 해일 경보……?
멤피스: 해일이 몰려오고 있어. 해저 지진이라도 발생했나…?
TB: 경고. 30초 전 중앵 본섬에서 거대한 에너지 파동이 감지되었습니다.
TB: 특이점이 전개될 때 발생하는 에너지 파동과 96.4%의 유사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됩니다.
TB: 모니터링 설비가 모두 파손되어 해당 특이점의 규모를 가늠할 수 없습니다.
TB: 별바다에서는 해당 특이점을 잠정적으로 '나락'으로 명명했습니다.
TB: 현 시점의 데이터에 따르면, '나락'의 영향 범위는 중앵 본섬 전역에 이릅니다.
TB: 위협 레벨은――'재앙'입니다.
모두: 뭐라고…!??!
승리를 눈앞에 두고 급변한 전국.
대국자는 말을 두었고, 관전자도 전장에 섰다.
신중히 전진하라. 생각한 후에 움직여라.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 번 싸워도 모두 이길 수 있다.
모든 진영을 끌어들이는 싸움은 여전히 계속된다
저편의 소리는 여전히 별하늘에 메아리치고 있다.
――계속
~33. 여왕 강림
로열. 스캐퍼 플로 관광 지구
오늘도 여느 때처럼 번화하고 평화로운 곳이다.
하디: 그런데… 저희 휴가가 너무 길지 않나요?
머스킷티어: 어차피 복귀 명령도 없었으니까 이대로 계속 쉬어도 되지 않을까?
켄트: Yes! 긴 휴가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구!
서포크: 아. ……하늘에….
머스킷티어: 응? 하늘에 왜? ……으아아! 다들 위에 봐봐!!
검은 태양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퀸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여왕이야! 로열의 신하들! 빨리 깨어나!
퀸 엘리자베스: 이 죽음으로 가득 찬 달콤한 함정에서 얼른 빠져나오도록 해!!
서포크: 으아아…. 폐하, 왜 하늘에 계세요오?!
퀸 엘리자베스: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하디: 으으…… 머리가 너무 아파요…….
하디: 그동안의 휴가는 모두 꿈이었군요……. 아직도 이렇게 생생한데….
퀸 엘리자베스: 꿈인지 꿈이 아닌지 알 수 없도록 철저하게 만들어져서 그래!
퀸 엘리자베스: 그래도 괜찮아! 검은 태양이 전개됐으니 3분도 채 안 돼서 이 환상은 무너질 거야!
퀸 엘리자베스: 지금은 머리가 아프거나 어지럽겠지만, 이따가 완전히 깨어나면 괜찮아질 거야!
퀸 엘리자베스: 아무튼 나는 다음 환상으로 갈 테니 너희는 빨리 깨어나!
퀸 엘리자베스: '아발론의 문'에 있는 애들이 바보 같은 짓을 안 했으면 좋겠는데….
~34. 위광의 이름하에
사디아 제국. 타란토
물결은 맑고, 하늘은 푸르다. 오늘도 여느 때처럼 활기차고 평화롭다.
아퀼라: 으응~ 오늘도 참 좋은 날씨네요♪
아퀼라: 잠시 후에 바다에 나가 함재기 진형 훈련을 하려고 하는데, 다들 보러 와주시겠어요?
카라비니에레: 카라비니에레가 호위로서 동행하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오! 나도 마침 새로 발명한 글라이더를 시험해 보려던 참인데. 같이 가자!
토리첼리: 구헤헤헤……. 다들 재밌게 놀아~ …토리첼리는 됐으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그래. ……어? 하늘에 뭐가 떠있는데?
검은 태양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비토리오 베네토: 어흠. 베네토입니다. 들리십니까? 지금 특수한 방식으로 타란토항에 계신 여러분께 말을 걸고 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검은 태양…… 생각났다! 전에 마르코 폴로가 사용했던 개념 병기야!
카라비니에레: 마르코 폴로의 병기!? 서, 설마 '거짓 신' 사건이 다시 발생한 겁니까!?
아퀼라: 그럼 이것도 사기꾼이네요!
아퀼라: 베네토 씨를 자칭하고 있습니다만, 사실 가짜라는 거 다 알아요! 누구시죠? 무슨 목적인가요?
비토리오 베네토: 네!? 아퀼라, 그게 무슨…. 저는 비토리오 베네토라고요??
아퀼라: 안 믿어요. 저번 거짓 신 사건 때도 그런 식으로 마르코 폴로 씨에게 속을 뻔했으니까요!
아퀼라: 뭐라고 하든 믿지 않을 거예요! 여러분, 전투 준비!
비토리오 베네토: 잠깐만요 아퀼라! 방금 환상에서 깨어나서 혼란스러운 건 잘 압니다만…….
비토리오 베네토: 우선 진정하고 심호흡을 해보세요…. 스읍…하아…스읍…하아…. 저는~ 개념 병기를 빌려 환상을 해제하러 왔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으응? 방금 말투 진짜 베네토 씨 같은데?
아퀼라: 어? 그런가요?
아퀼라: 환상이 대체 뭐죠…? 아퀼라는 잘 모르겠어요….
비토리오 베네토: 환상이란… 어? 여러분 이상한 꿈 같은 거 꾸지 않으셨나요? 이상한 사람을 만나거나, 이상한 일이 생기거나…?
토리첼리: 없는데…? 굳이 말하면 지금 베네토가 제일 이상해… 구헤헤헤…….
비토리오 베네토: 어허허……. 그, 그러니까 이곳에는 특별한 이상이 없었다?
비토리오 베네토: 다른 지역에서 이상한 통신이나 연락을 받은 적은 없나요……?
아퀼라: 네. 주변 함대와의 통신도, 수도와의 연락도 모두 이상 없었어요.
비토리오 베네토: (에에에!? 설마… 사디아 제국은 환상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건가요…!?)
비토리오 베네토: (그, 그래요! 아무래도 흑막도 사디아 제국의 위광에 겁먹어서 나쁜 수작을 부리지 못했나 봐요!)
비토리오 베네토: (다행이다……!!)
~35. 아카기의 언니
심판정 밀실에서는 환상에서 깨어난 지도자들의 회의가 한창이었다.
클레망소: 엘리자베스와 베네토가 순조롭게 유렵의 환상을 해제하고 있어. 이제 남은 건 북방연합 영토뿐이야.
리슐리외: 북방연합 말입니다만… 소유즈가 지휘 계통을 극동으로 이전했다고 들었습니다.
리슐리외: 검은 태양도 어쨌든 무기이니… 연락이 재개될 때까지 사용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비스마르크Zwei: 다음 의제인데… 아무래도 우리의 추측이 옳았던 것 같아.
비스마르크Zwei: 환상의 출현은 와타츠미 조각과 관련이 있었어.
시나노: ……허면 중앵의 공격 행위라 생각하는 것인가……?
비스마르크Zwei: 아니. 중앵이 아니라 '아카기'야.
시나노: 아카기…?
비스마르크Zwei: 이야기를 정리하자. 너희도 모두 환상을 겪었으니 그 자의 환영을 다 봤을 거야.
리슐리외: 스스로를 '아마기'라고 자칭하는 자 말입니까?
비스마르크Zwei: 그래. 프리드리히의 조사에 따르면 예전의 아카기는 지금 우리가 아는 강경하고 고집스러운 지도자의 모습이 아니었어.
비스마르크Zwei: 그녀의 변화는 언니인 아마기의 죽음에서부터 시작됐지.
리슐리외: …아카기의 언니?
비스마르크Zwei: 그래. 아마기는 중앵 연합함대의 가장 유력한 차기 기함 후보였어.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멘탈 큐브의 결함으로 나날이 쇠약해져, 결국 돌이킬 수 없는 죽음을 맞이하고 말았지.
비스마르크Zwei: 이는 지금까지 알려진 바로는 선천성 멘탈 큐브 결함으로 인한 유일한 사망 사례야.
비스마르크Zwei: 언니가 죽고 아카기는 한동안 극심한 우울증을 겪었어.
비스마르크Zwei: 그 후 마치 사람이 달라진 듯 언니의 남은 세력을 추스르고, 철권 수단으로 중앵의 실질적인 지도자가 되었지.
비스마르크Zwei: 중앵과 세이렌의 협력이 긴밀해진 것도 이 시기부터야.
시나노: 아마기……. 중앵에서도 그녀를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나노: 나도 미카사 대선배가 무의식 중에 언급하는 것을 듣고, 몇 번 더 캐물은 후에야 알게 되었지…….
비스마르크Zwei: 즉 아마기에 대한 정보는 중앵 내에서도 철저히 함구되어 있다는 건가?
시나노: 아아. 아마기라는 이름 자체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도 많은데…… 비스마르크, 그대가 이렇게까지 잘 알 줄은 몰랐다….
비스마르크Zwei: 프리드리히가 조사해 준 덕분이야.
리슐리외: 선천적 큐브 결함? 세이렌이 자신들의 실험을 위해 일부러 조작했을 가능성은 없습니까…?
비스마르크Zwei: 아마 그럴거야. 그래서 아카기는 세이렌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았지.
비스마르크Zwei: 그녀는 단지 세이렌을 이용해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고 했을 뿐이었어.
클레망소: 정리하면… 아마기의 존재, 그리고 그녀가 죽었다는 사실은 비밀로 지켜지고 있었다.
클레망소: 하지만 환상 속에서 우리 모두 아마기가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것을 목격했다.
클레망소: …과연. 아직 구체적인 과정은 모르겠지만.
클레망소: …아카기는 자신의 죽은 언니를 부활시키려 하고 있는 걸까?
리슐리외: 네…?! 한번 구현된 함선의 멘탈 큐브 손상으로 인한 죽음은 절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리슐리외: 그렇게 죽은 사람을 부활시키려 하다니…… 대체 무슨 생각을…….
비스마르크Zwei: 그래. 전례 없는 일이라고 할 수 있지. 그러니 그 계획에 수반되는 위험도 전례가 없는 수준일 거야.
리슐리외: 지휘관님께서는 현재 동황 함대와 함께 태평양에서 싸우고 계십니다. 저희도 가세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시나노: 찬성한다…. 허나 거리를 생각하면… 비행기를 타도 시간에 맞추지 못할 것 같은데….
클레망소: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우리에겐 이 특별한 와타츠미 조각이 있잖아?
~36. 예상치 못한 전개
아이리스 성도 유니온 대사관. 환상에서 막 벗어난 함선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에식스: (그동안 벌어진 일들이 전부 꿈이었다고……!?)에식스: (진정해 에식스! 환상이 풀린 지금, 어서 현상황을 정리해야 돼!)
에식스: 샹그릴라. NY 시티와의 통신은 회복됐어?
샹그릴라: 아직이에요. 아이리스의 정보에 따르면 막 환상이 해제되어 많은 시설에서 혼란이 발생하고 있다고 합니다.
샹그릴라: 아마도 그 때문이겠죠.
에식스: 야단났네…….
에식스: 됐어. 통신이 먹통인 적이 한두 번이었던 것도 아니고…. 일단 보고서를 정리한 다음 통신이 복구되는 대로 즉시 보고하면 되니까.
에식스: ……어?
에식스: 샹그릴라, 잠깐 여기 모니터 좀 봐 볼래? NA해역 중심부 모습이 좀 이상하지 않아?
샹그릴라: 확실히 모니터링 수치가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네요….
샹그릴라: 뉴저지에게 연락해서 조사해 보라고 할게요.
통신: ――――
샹그릴라: 어라…? 연결이 안 되네…?
에식스: 샹그릴라. 나 안 좋은 예감이 들어.
샹그릴라: ……네. 저도요.
에식스: 리슐리외한테 연락해서 상황을 알려줘. NA해역에서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빨리 확인해야 해.
에식스: 난 정찰기를 띄워서 직접 상황을 보고 올게…!
~37. 연환계
남극해. 어느 곳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흥흥♪~ 흐흐흥♪~
검은 코트를 걸친 소녀는 콧노래를 부르며 옷과 모자를 매만지고 있었다.
그녀 주변에는 무수한 잔해들이 나뒹굴고 있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본체와 연결되지도 않은 옵저버 보디가 쿠우를 막을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리고 뭐야 그… 이상한 장기말을 데리고 다니는 이상한 META도.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저번에는 방심해서 허를 찔렸을 뿐이야! 쿠우가 진심을 발휘하면 바로 도망갈 거면서!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흥흥♪~ 흐흐흥♪~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실험장 곳곳이 난장판이라 쿠우가 무슨 짓을 해도 아무도 모르는걸.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완전 낙승~
헬레나(META): 과연 그럴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또 옵저버의 보디가드야? 이번엔 누군데?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보여줄 게 있으면 빨리 다 보여줘 봐! 쿠우는 오늘 바쁘니까♪
헬레나(META): '데이터 클립 세퍼레이션'――개시!
'탑'에서 푸른 데이터가 쏟아져 바다와 하늘을 덮어 버렸다.
빛이 사라지자 무수한 별이 반짝이고 있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여기는……?!
헬레나(META): ——'°ţŔëśřşóąťÇýÖđ°É’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히, 힘을 못 쓰겠어…! 너, 넌 대체 누구야…!?
헬레나(META): 넌 몰라도 돼. 로드니. 해치워.
로드니(META): 시간이 되었습니다. 당신의 '종언'을 맞이하세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헬레나(META): 지휘관을 각성시키는 역할치고는 잘 해줬어.
헬레나(META): 이제 네 역할은 끝났으니 그만 무대에서 내려가도록 해.
컴파일러: 깔끔하네. 아예 깨끗이 지워 버린 거야?
헬레나(META): 장담은 못하지만, 그래도 당분간은 얌전하게 있을 거야.
헬레나(META): 가자. 아직 남극에서 할 일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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