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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쌓이는 이승

킹루클린 2024. 9. 9. 21:23

먼지 쌓이는 이승

 ~01. 특이점 발생.

태평양. 테스터 본체 주변 해역.
 
별바다에서 특이점 '나락'이 나타났다는 경보를 받은 지 얼마 안 되어 동황과 북방연합에서도 관측 보고서가 속속 올라왔다.
중앵 본섬을 뒤덮은 나락은 보이지 않는 장벽에 가로막힌 듯, 현재로서는 더는 확장되지 않았다.

나가토: 지휘관. 저 특이점의 형상은…… 중앵을 보호하는 '대결계'다.

나가토: 특이점은 대결계 내부에서 발생했으니, 그 영향 범위도 대결계를 넘지 못하는 것 같구나.

나가토: 그렇다면 대결계는 아직 유지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나가토: 중앵은… 아직 최악의 상황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지.

나가토: 지휘관. 미안하지만… 나는 먼저 함대를 이끌고 중앵 본섬으로 돌아가겠다.

류호: 나가토 님. 류호도 함께하겠습니다.

나가토: 음.

지휘관: 나가토. 혼자서 모든 걸 짊어질 필요는 없어. 특이점은 전 진영의 위기야.

지휘관: 허상 환경을 해제하러 다닐 때 엔터프라이즈와 동맹을 맺었었지?

지휘관: 아직 위기가 해소되지 않았으니 동맹은 유효해. 이대로 너희 함대만 홀로 보낼 수는 없어.

나가토: 그대가 그렇게 말한다면 거절할 이유가 없지…….

엔터프라이즈: 인디애나. 함대를 이끌고 지휘관과 함께 중앵을 지원해.

인디애나: 알겠어.

키로프(META): 나도 가지.

인디애나: 너는 북방연합의…….

키로프(META): 북방연합에 잠시 머물고 있는 META인 키로프다.

키로프(META): 특이점 '나락'에 관심이 생겨서 말이야. 함께 가도 되겠나?

지휘관: 소유즈. 괜찮아?

소비에츠키 소유즈: 두 분께서 동의한다면 저도 괜찮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애초에 저도 직접 함대를 이끌고 지휘관 동지와 함께할 생각이었습니다.

지휘관: 나가토. 어때?

나가토: 원군은 많을수록 좋지. 고맙다, 소유즈. 그리고 ‘키로프’.

지휘관: 좋아. 그럼 중앵 지원 병력은 이 정도로 하자.

지휘관: 테스터의 본체 공간의 해석이 아직 끝나지 않았어. 다른 함대는 현 위치에 남아 철저히 경비하도록 해.

지휘관: 특이점의 위협은 만만치 않아. 중앵으로 향하는 함대는 부디 신중하게 행동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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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함 내. 잠시 후

멤피스: 동황의 연산 능력이 점점 더 높아지고 있어……. 별바다도 해석 완료 시간을 또 앞당겼어.

멤피스: 이 속도라면 앞으로 6시간만 있으면 해석이 완료될 거야.

멤피스: 물론 동황이 연산 능력을 더 지원해 준다면 더 빨라지겠지만.

지휘관: 대단하네…….

지휘관: 그런데 동황의 연산 능력은 단계적으로 올라가는 타입인가? 한번에 전체 자원을 가용할 수 있는 별바다와는 많이 다르네.

멤피스: 글쎄…….

멤피스: 동황의 슈퍼컴퓨터는 상시 가동되는 게 아니라서 예열 과정이 필요한 걸까?

멤피스: 후우…. 아무튼 지휘관. 이제 겨우 시간이 비었으니까 이참에 좀 쉬어.

멤피스: 무슨 소식 있으면 바로 알려줄게!

며칠간 계속된 전투 지휘로 인해 정신적, 체력적 소모가 심했던 것은 사실이다.
특이점에 대한 작전 계획을 좀 더 보완하고 싶지만…… 일단은 선잠이라도 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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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은빛 찬란한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헬레나(META): 쉬는데 방해해서 미안해.


→ 괜찮아
지휘관: 이렇게 갑자기 찾아온 걸 보니 중요한 이야기라도 있는 거겠지?

헬레나(META): 응. 그것도 아주 중요한 이야기야.

→ 어떻게 보상해 줄 거야?
헬레나(META): ……그럼 깜짝 선물이라도 보여줄까?

헬레나(META): 이 아이가 누구게?

컴파일러: ………….

지휘관: 컴파일러…?!

헬레나(META): 놀란 건 이해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묻지 말아줘.

헬레나(META): 이렇게 널 찾아온 건 아주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헬레나(META): 이제부터 남극에서 열리는 회담에 참석해줘.

헬레나(META): 현재의 국면을 단숨에 역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거야.

지휘관: 뭐? 남극? 지금?

헬레나(META): 걱정하지 마. 방법이 있어. 네 지휘에 영향을 주진 않을 거야.

지휘관: 그래서 누구랑 하는 회담인데?

헬레나(META): 옵저버야.



 ~02. 카멜롯의 행방
 

스캐퍼 플로. 아발론의 문 지하 입구

‘허상 환경’을 해결하고 퀸 엘리자베스가 이곳에 도착한 지 반나절이 지났다.
뱅가드 일행은 행방불명. 카멜롯과는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
아발론의 문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각종 고장 가능성을 한번 훑어본 결과……

퀸 엘리자베스: ……고장이 아니라 안전 모드가 작동됐어.

퀸 엘리자베스: 응. 그거 말고는 설명이 안 돼.

퀸 엘리자베스: 안전 모드는 META인 내가 아발론의 문의 안정성을 업그레이드 할 때 설치한 거야.

퀸 엘리자베스: 안전 모드는 외부의 위협이 아발론의 문을 통해 ‘실험장β’에 침입하거나, 혹은 실험장β에서 아발론의 문 내부로 위협이 침입할 때만 작동해.

퀸 엘리자베스: 허상 환경이 나타나 있던 중에 무언가가 아발론의 문 내부로 침입하려고 했던 걸까?

퀸 엘리자베스: 하지만 환상은 모두 깨졌어. 위협이 없어졌으니 안전 모드도 풀려야 하는데…….

퀸 엘리자베스: 왜 아직도 아발론의 문은 안전 모드로 되어 있는 거지….

퀸 엘리자베스: META라고 해도 나는 나야. 여왕의 설계에 문제란 있을 수 없어!

퀸 엘리자베스: 그렇다면…….

퀸 엘리자베스: 지금도 무언가가 외부에서 아발론의 문을 통해 실험장β에 침입하려고 하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 아아 진짜! 이 중요한 때에 META인 나는 고래 사냥이나 나가고!

퀸 엘리자베스: 더는 못 기다려! 바로 연락해 봐야겠어!

엘리자베스는 눈을 감고 엘리자베스 META가 남긴 통신 장치를 가동했다.
그러자 마치 정신이 지하도에서 ‘퀸즈 라이트호’로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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퀸 엘리자베스: ……대단하네.

퀸 엘리자베스: 엘리자베스 META! 어디 있어? 물어볼 게 있는데!

미스 D: 우와아아!! 실험장β의 엘리자베스!

미스 D: 여긴 어떻게 찾았어!

퀸 엘리자베스: 아발론의 문의 안전 모드가 작동됐어. 그래서 여러 가지로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이렇게 연락한 거야.

미스 D: 오! 엘리자베스는 운전 중이야! 지금 오라고 할게!


퀸 엘리자베스(META): ……안전 모드가 작동됐다고? 확실히 좋지 않네….

퀸 엘리자베스(META): 그래서? 아발론의 문 내부는 어때?

퀸 엘리자베스: 그게 확인이 됐으면 이렇게 널 찾아오지도 않았지!

퀸 엘리자베스(META): 이런……. 이번 사냥은 갑자기 정해진 거고, 아직 시간도 더 걸릴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안전 모드일 때 사용할 수 있는 통신전송정화장치는 아직 미완성인데…….

퀸 엘리자베스: 그럼 설마… 너도 안전 모드 중에는 아발론의 문 내부하고 연락할 수 없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아니야! 내가 직접 가면 연락은 물론이고 아발론의 문에 데리고 들어가 줄 수도 있어!

퀸 엘리자베스: 그럼 빨리 돌아와!

미스 D: 안 돼! 엘리자베스는 나하고 같이 고래 사냥할 거야!

미스 D: 겨우 따라잡았으니까 절대 못 돌아가!!

미스 D: 안에 있는 사람하고 연락하고 싶은 거지? 나도 방법이 있어!

퀸 엘리자베스: 뭐…? 무슨 방법인데! 빨리 가르쳐줘!

미스 D: 저번에 내가 줬던 '동동삐뽀'!

퀸 엘리자베스: 도… 동동… 뭐?

퀸 엘리자베스(META): 미스 D가 너한테 줬던 고래 인형 말하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 ……그거였어!?

미스 D: 응! 전에 아발론의 문에서 나오기 전에 방에 '뚜뚜동빵'을 두고 왔어!

미스 D: '동동삐뽀'를 사용해서 '뚜뚜동빵'에 연락해!

미스 D: 안에 있는 놈들이 그걸 듣고 연결하면 통신할 수 있어!

퀸 엘리자베스: 뚜뚜… 이번엔 또 뭔!

퀸 엘리자베스(META): 얘가 아발론의 문에 남긴 또 다른 고래 인형 말하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 ……힘 빠져…….

미스 D: 됐지? 이제 가! 쉭쉭! 우린 고래 사냥에 집중해야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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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돌아오자 다시 지하도의 회색 벽이 눈에 들어왔다.

퀸 엘리자베스: 고래 인형…… 찾았다.

퀸 엘리자베스: 이 버튼을 누르면…….

괴상한 기계: 동동동――댕댕댕――

괴상한 기계: 삐삐삐――뽀――

괴상한 기계: 뚜뚜뚜――빵――

퀸 엘리자베스: ………….

괴상한 기계: 뭐야? 이 고래 인형, 이상한 소리가 나는데…?

괴상한 기계: 어, 이건…… 벨 소리……?

퀸 엘리자베스: 뱅가드! 들려?

괴상한 기계: 우와아아앗!? 폐, 폐하!?

퀸 엘리자베스: 그래! 지금 아발론의 문 밖의 지하도에 있어!

퀸 엘리자베스: 지금 당장 콘솔로 가서 내가 시키는 대로 해!

퀸 엘리자베스: 아발론의 문이 무슨 상황인지 당장 파악해야 돼!
 
 
 
 ~03. 외부 이질
 

NA 해역. 중심부 인근

일찍이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이 해역은 컴파일러와의 싸움 이후 완전히 잠잠해진 것처럼 보였다.
해역 중심에 있는, 그치지 않는 폭풍이 만들어내는 특이점조차 다들 그 위험성을 잊고 있었지만….
'허상 환경', 그리고 특이점 '나락'의 출현 이후 이 바다에는 점점 더 많은 함선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뉴저지: 겉보기에는 변화가 없지만 모니터링 수치는 이미 위험 레벨까지 올라갔어….

뉴저지: 관측 함대는 5분 간격으로 점검 결과를 보고하도록 해! 중심부에는 함부로 들어가지 말고!

타이콘데로가: 이미 말해 놨으니까 괜찮아, 뉴저지.

타이콘데로가: 가뜩이나 곳곳에서 나타나는 이상 현상 때문에 골치 아픈데…….

타이콘데로가: NA 해역 폭풍까지 이 타이밍에 불안정해질 줄이야…….

보이시: 뉴저지! 폭풍 중심에서 함선 두 명이 그쪽으로 향하고 있어.

뉴저지: 응?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뉴저지: 아! 그 두 사람이구나!

보이시: 응….

뉴저지: 그대로 통과시켜. 폭풍 속에서 왔으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아마 알고 있겠지.

뉴저지: 두 사람한테 줄 보급품도 준비하고.

보이시: 응. 알겠어.

NA 해역 중심 폭풍에는 세이렌 반격 작전 이후로 줄곧 '잔불' 히류와 아크 로열이 주둔하며 특이점을 관측하고 있었다.
반격 작전, 그리고 '거짓 신' 사건 때 함께 싸운 이후로 각 진영의 두 사람에 대한 시선은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이는 아주르 레인 지휘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휘관의 명령에 따라 NA 해역 중심부 주둔 함대는 중심 폭풍에 머무는 두 사람에게 정기적으로 보급 물자를 제공해야 했다.
잔불 히류는 이를 거부하지 않고, 유니온이 제공하는 보급 물자를 매번 순순히 받아들였다.
그뿐만 아니라 가끔은 함께 식사를 하거나 정보 교환을 하러 오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NA 해역 주둔 함대는 이미 두 잔불 일원을 이웃처럼 대하고 있었다.


히류(META): 이렇게나 병력을 모은 걸 보니 벌써 특이점 내부에서 생긴 이상을 발견하셨나 보군요.

타이콘데로가: 히류. 안에서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야?

히류(META): 물론 그것에 관해서 여러분께 알려 드리기 위한 것도 지금 이렇게 나온 목적 중 하나이긴 합니다만….

히류(META): 우선은 두 가지 나쁜 소식을 전해야 합니다.

히류(META): 첫 번째. 중심 폭풍의 이상은 자연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닙니다.

히류(META): 무언가 '외부 이질'이 특이점 속으로 밀려들고 있고, 그곳을 통해 실험장β로 침입하려 하고 있습니다.

히류(META): 두 번째. 아비터 허밋, 스트렝스, 템퍼런스가 다시 중심 폭풍에 나타났습니다.

히류(META): 아마도 이 실험장β 때문에 온 것이겠죠.

히류(META): 하지만 한 가지, 좋은 소식도 있습니다.

뉴저지: 좋은 소식…… 설마?!

히류(META): 네. 아비터는 외부 이질을 이 '가지'에 더 위협적인 존재라고 판단하고, 그 대책으로서 동원된 겁니다.

타이콘데로가: 그럼… 이상이 생긴 원인은 중심부에서 그 둘이 싸우고 있기 때문이야…?

히류(META): 그렇습니다.

뉴저지: 저기, 히류. 아비터든 그 '외부 이질'이든, 누가 이겨도 우리한테는 안 좋은 거 아냐?

히류(META): 맞습니다. 그러니 얼른 이 특이점을 완전히 닫을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뉴저지: 그 방법을 알았으면 우리가 벌써 닫았지….

뉴저지: 애초에 이 특이점은 너네 엔터프라이즈가 만들어 낸 거잖아? 걔한테 물어보면 안 돼?

히류(META): 그것이… 저도 엔터프라이즈와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히류(META): 이 가지에 머문지도 시간이 꽤 지났는데, 어쩌면 우리를 잊어 버린 게 아닐까…….

아크 로열(META): ……히류.

히류(META): 아크 로열. 마음은 이해하지만 저희는 지금 이곳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있으니까요.

아크 로열(META): ………….

타이콘데로가: 후후후. 잔불은 참 느슨하네. 지금까지 어떻게 싸워 왔는지 몰라.

히류(META): 잔불 일원은 모두 강하니까요. 특히 엔터프라이즈는 저희 중에서도 가장 뛰어납니다.

히류(META): 그리고 저희는 위험 감지 수단이 많아서 집단 행동을 하면 오히려 임기응변에 지장이 생깁니다.

히류(META): …개인의 성향은 어찌됐든, '잔불'은 냉혹한 조직이 아닙니다.

히류(META): 만약 저희까지 이 위기에 말려든다면, 분명 다른 인원이 도우러 올 겁니다.

히류(META): (……아마도.)

히류(META): (확실하게 와 줄 사람은 헬레나……일까.)

히류(META): 아무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세요. 지금은 싸움의 추세를 지켜볼 수밖에 없으니까요.

타이콘데로가: 그래. 여유를 좀 가지는 게 좋겠네.

타이콘데로가: 참. 아까 "이렇게 나온 목적 중 하나"라고 말했잖아. …다른 목적은 뭐야?

히류(META): 후후. 고래 싸움에 새우 등이 터지게 생겼으니 당연히 피난을 나와야죠.



 ~04. 희망
아이리스 성도. 시나노는 손에 든 부적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자신을 환상에서 일깨운 '와타츠미'로 만든 부적. 이를 손에 쥐고 있자니, 문득 묘한 감각이 감도는 것 같았다.
무척이나 그립고, 익숙한 느낌.
그것은, 오랜만에 '꿈을 꾸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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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달. 검은 안개에 휩싸인 세계. 피안화가 만발한 해원이 눈에 들어왔다.

시나노: 삼도천, 그리고 피안화…….

시나노: 무언가 의식이 거행되고 있구나…….

하늘을 바라보자, 공중에 떠다니는 에너지가 중앙에 있는 시든 거목으로 천천히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시나노: 시든 벚나무…… 저것도 '신목'인가……?

시나노: 아니다…. 와타츠미와 이어져는 있으나, 본질은 다르구나…….

시나노: 이것은 혹…… 와타츠미가 직접 만들어 낸 존재……?!

시나노는 천지에 흐르는 영기를 느끼며 지금 꾸는 꿈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어내려 했다.
문득 붉은 세계에서 그녀는 한 줄기 보랏빛을 느꼈다.

시나노: ……무사시?

피안화의 바다를 나아가는 제비꽃 그림자――무사시의 존재가 확실하게 느껴졌다.

무사시: ……좋아. 적의 시선은 모두 나에게 쏠렸으니 이제 즈이카쿠를 막을 자는 없겠지.

무사시: 의식의 수호 결계를 파괴하는 것만이 본래 목적이었건만, 설마 즈이카쿠가 따라올 줄이야……. 변수가 또 하나 추가되었군.

시나노: 무사시, 그대의 몸에서 느껴지는 이 반응……. 아아, 그대는 대체 무엇을…….!

시나노의 물음은 무사시에게 닿지 않았다. 무사시는 아예 시나노의 존재를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시나노: 무사시――!

시나노는 손을 뻗었지만, 실체가 없는 것처럼 그대로 무사시의 어깨를 뚫고 나갔다.

무사시: 콜록콜록…. '결전 병기'를 활성화 상태로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이토록 부하가 걸리다니……. 얼른 움직여야 해…….

무사시는 중앙의 거목을 한번 돌아보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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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시는 자신의 생명력을 깎아 나가는 결전 병기를 유지시키면서 의식의 결계 안을 계속 나아갔다.
검은 안개의 파도가 수없이 덮쳤지만, 마치 암초에 부딪히는 것처럼 수없이 쓸려 나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세에, 마침내 무사시는 무릎을 꿇고 말았다.

무사시: 더는 소리 하나 없는가….

무사시: …바다를 메울 정도의 이매망량을 여기까지 중화시킬 수 있다니…….

무사시: 과연 진츠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구나. 결전 병기가 완성된다면…….

무사시: 하지만 이 병기는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무사시: 내가 '핵'이 되어서 다행이구나.

무사시: 시나노였더라면…… 여기까지, 는………….

시나노: ………무사시…………….

시나노: 내가 나의 힘을 직시하여, 더욱 일찍 그대를 도울 수 있었더라면…….

시나노: 아니.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시나노: 야마토급의 힘은 모두 와타츠미와 연관되어 있다. 나도, 분명 그대의 힘을…….

시나노: 분명…… 분명 무슨 방법이…….

시나노: 생각하거라…… 얼른…… 시나노…….

그때 시나노는 무사시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르는 것을 보았다.
그것이 자신을 향한 미소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시나노의 마음은 요동쳤다.

무사시: 이런 결말 또한 필연. 후회는 하여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무사시: 인생 오십 년, 천하에 비하면 덧없는 꿈과 같으니… 한 번 태어나서 죽지 않는 자 그 누구인가….

무사시: 후후후…….

시나노: 안 돼…….

무사시: …이제 이 최후의 일격으로 무명의 절경에 희망의 빛을 가져오리라――

시나노: 멈추어라, 무사시. 분명 다른 방법이…….

무사시: "세상의 장막을 끊고, 내 몸 피안 건너는 잎사귀가 되리라."

시나노: 안 돼――――!!

무사시: "베어……봉하라――"
 

아침 해처럼 빛나는 금빛 나비떼가 시나노 곁에 나타나 일제히 주변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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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빛이 사라지자, 시나노는 자신이 또 다시 그리운 공간에 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나노: 진실과 환상의 경계선… 꿈의 조각으로 이어지는 틈…….

시나노: 드디어…… 드디어 이곳에…….

밀려오고 가는 두 개의 파도. 끝없는 꿈의 세계. 그녀가 '꿈을 꿀 때'만 찾을 수 있는 허실의 공간.
그곳은 이전과 달리 금빛 나비가 무리를 지어 정연하게 날아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금빛 궤적의 끝에는 토리이가 서 있었다.
꿈의 세계로 이어지는 토리이의 금빛 궤적은, 마치 시나노에게 나아갈 길을 알려주는 것 같았다.
 
 
 
 ~05. 왕관 융해
 

극지. 특이점 '왕관' 주변 해역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연락을 받고 바로 함대를 이끌고 왔다. 쿠르스크, 지금 '왕관'의 상태는 어떻지?

쿠르스크: ……별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야. 모니터링 수치가 계속 상승하고 있어.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이상하군. 이 특이점은 한 번도 성공적으로 열린 적이 없을 텐데….

쿠르스크: 그래. 위험한 냄새가 나.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치칼로프에게 연락하지. 그녀라면 뭔가 알고 있을지도 몰라.

쿠르스크: 그래. 나는 전투 준비를 해야겠군.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태평양 전역 지원은 나중으로 미룰 수밖에 없겠어.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치칼로프, 들리나? 여기는 소비에츠카야 로시야다.

통신: ――――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통신 재밍…? 대체…….

다음 말을 꺼내기도 전에 그녀는 눈앞의 광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왕관이 빛나고 있어……?!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어떻게 된 거지……!

함선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관의 빛은 더욱 강해졌다.

쿠르스크: 내가 가져온 전자 기기의 절반 이상이 벌써 고장 났어.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이유는 모르겠지만 왕관이 가동되고 있어!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전 함, 왕관에서 떨어져라! 이 해역을 탈출한다!

오미터: 그래! 얼른 꽁지 빠지게 도망치라고!

오미터: 아주 멀리, 최대한 멀리!

생각지도 못했던 목소리가 통신 회선에 불쑥 나타났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오미터…!?

쿠르스크: '극해의 폭풍' 작전 이후로 줄곧 잠잠히 있더니 이제야 모습을 드러내는군.

오미터: 하아!? 너네 설마 이 오미터 님이 겁이라도 먹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오미터: 아니지?! 아앙!?

오미터: 아무튼 물러서! 지금이야말로 이 오미터 님의 진정한 힘을 보여 주지!

오미터의 말과 함께 해역 상황이 급변했다.
왕관을 중심으로 바다가 급속도로 얼어붙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던 구름도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이내 폭우, 강풍, 천둥, 눈보라, 우박, 그리고 짧은 토네이도까지, 왕관 상공의 날씨가 어지럽게 계속 변했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오미터… 왕관을 공격하는 건가?

쿠르스크: 그런 것 같군. 다만 왕관이 입은 피해는 주로 맨 처음의 바다 동결에 의한 것이었어.

쿠르스크: 그 후의 기상 변화는 일으킨 목적을 알 수가 없군.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우리에게 실력을 과시하려는 건가?

쿠르스크: ………….

마지막 토네이도까지 멈춘 후, 이상 기상 퍼포먼스는 드디어 끝이 났다.
하지만 그런 오미터를 비웃기라도 하듯 왕관은 더욱 빛을 발했다. 안에서 뿜어져 나온 충격파가 순식간에 얼어붙은 해수면을 분쇄했다.
바로 그때――
 

세계가 하얗게 물들었다.
시야가 화이트아웃되기 직전에 북방연합 함선들은 하늘에서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빛줄기가 왕관을 관통한 것을 보았다.
시야가 다시 돌아오자, 오미터도 웅장한 왕관도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특이점이었던 곳에는 끓어오르는 바다만이 남아 있었다――



 ~06. 위기의 전환
태평양. 중앵 주변 해역

지금은 중앵을 가로막는 존재가 된 '대결계'. 검붉게 물든 벽은 중압감마저 느끼게 했다.

나가토: ……대결계가 이렇게 될 줄이야….

나가토: 시만토. 나와 함께 정화 의식을 거행하자꾸나.

나가토: 어떻게든 출입구라도 만들어야만 안에 들어갈 수 있다!

시만토: 알겠어. 나가토 님.

나가토가 정화 의식을 시작하자 다른 함선들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나 경계 태세를 취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중앵의 '대결계'…. 이 또한 '암호화 경면해역'의 일종일까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하지만 이런 형태는 처음 보는군요…. 외부와의 경계가 확연히 구별될 뿐 아니라 어느 정도 물리적인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키로프(META): 그건 이것이 경면해역의 경계이자 특이점의 경계가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키로프(META): 너희들이 '나락'이라고 부르는 특이점은 형성 원인을 볼 때 상당히 이질적인 존재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뭔가 알고 있습니까? 키로프.

키로프(META): 음. ……예전에 비슷한 특이점을 본 적이 있어.

키로프(META): 그것은… 원래 세이렌의 '실험장' 리셋에 대항하기 위하여 만들어졌었지.

키로프(META): 실제로 그 특이점은 훌륭하게 자신의 역할을 완수했어. …아주 왜곡된 방식으로 말이지.

소비에츠키 소유즈: 왜곡된 방식…?

키로프(META): 특이점이 전개된 후 그 실험장의 현실 세계는 붕괴하기 시작했다.

키로프(META): 결국 그 특이점을 만들어 낸 놈을 제외하고, 실험장 내 모두가 특이점에 삼켜졌지.

키로프(META): 물론 안에 있던 세이렌도 포함해서 말이야.

키로프(META): 세이렌이 존재하지 않으면 실험장은 리셋될 수 없다…… 그런 거지.

소비에츠키 소유즈: ……?!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건… 이 '나락'도 똑같다, 는 겁니까?

키로프(META): 아니. 위험한 건 이 특이점 자체가 아냐.

키로프(META): 너희가 재앙급이라는 평가를 내리긴 했지만, 내가 볼 때 이 녀석의 규모와 힘은 실험장을 통째로 파괴하기에는 부족해.

키로프(META): 하지만 이 녀석의 출현으로 인해 너희의 실험장과 연관이 생겨버린 '외부 이질'은 다르지…….

키로프(META): ……잠깐만. '왕관', 그곳도 특이점이었지…!

키로프(META): 소유즈 동지! 당장 동료들에게 왕관을 감시하라고 전해!

소비에츠키 소유즈: 왕관? …하지만 그곳은…….

키로프(META): 알아. 공격할 필요는 없어. 전투 태세를 갖춘 채로 감시만 하면 돼!

키로프(META): 이 '가지'에는 다른 특이점도 있겠지?

키로프(META): 자연적이든, 인공적이든, 가동 여부에 관계 없이……

키로프(META): 가능하다면 지금 당장 파괴하도록 해!

키로프(META): 만약 파괴할 수 없다면, 즉시 방어선을 쳐서 주변 해역을 전부 봉쇄해!

소비에츠키 소유즈: 당신은 모든 특이점이 위험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보는 겁니까?

키로프(META): 당연하지!

키로프(META): 예전에 나도 그렇게 허를 찔리고 말았어…….

키로프(META): 그러니 너희들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라!

소비에츠키 소유즈: 알겠습니다. 지휘관 동지께 연락하여 각 진영을 움직이게 하겠습니다.

통신: ――――

인디애나: 지휘관이 먼저 연락한 건가?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 긴하게 상담 드릴 것이 있습니다――

지휘관: 특이점 '나락'과 그 영향에 대해서 말이지?

지휘관: 이미 알고 있고 대응책도 생각해 놨어. 걱정 안 해도 돼.

지휘관: 그보다 나가토하고 연락이 안 되는데….

류호: 나가토 님께서는 정화 의식에 집중하고 계서서 통신 소리를 듣지 못하셨을 수도 있습니다….

지휘관: 류호. 지금 당장 나가토에게 연결해줘. 중요한 얘기가 있어.

류호: 아,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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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토: 지휘관. 나를 찾았나?

지휘관: 미안, 나가토. 아카기가 아마기를 부활시키려 한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나가토: …작금의 혼란은 모두 아카기에게서 비롯되었다. 물론 이를 멈추지 못한 나의 책임도 있다만.

나가토: 당장 몇 마디 말로 다 표현하기는 힘들 것 같구나…….

지휘관: 만약 정말로 아마기를 되살리면서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면?

나가토: ……!? 허나 그것이 가능할 리가――

쾅――――!!

갑작스러운 굉음이 바다를 뒤흔들었다. 대결계의 장벽에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다.

시만토: 나가토 님! 누가 내부에서 대결계를 물리적으로 파괴했어!

나가토: 물리적으로……?!

지휘관: 나가토. 지금은 매우 위험한 상황이지만, 단번에 역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해.

지휘관: 지금은 나를 믿어주겠어?

나가토: ……지금까지는 그대에 대해 아는 바가 없었다.

나가토: 허나 즈이카쿠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지. 수많은 싸움을 이겨낸 경험. 함선들을 이끄는 의지….

나가토: 그러니 나는…… 그대를 믿기로 하겠다.

나가토: ……어흠. 나는 무엇을 하면 되는가?

지휘관: 내가 아마기를 되살림과 동시에 지금의 위기를 해결할 수 있다고 했던 건 절대 빈말이 아니야.

지휘관: 하지만 그러려면 중앵 함대… 그리고 무엇보다 아카기의 전적인 협력이 필요해.

지휘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아카기를 찾아! 그리고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설득해줘!



 ~07. 기도
??? ???

아무것도 없는 공간에 정교한 '정원'이 떠 있었다.

멤피스(META): ………….

애리조나(META): 벌써 26번이나 한숨을 쉬었어. 멤피스.

멤피스(META): 하아…….

애리조나(META): 27번…….

멤피스(META): 헬레나가 임무를 남긴 이후로 계속 내 연락을 받지 않아.

멤피스(META): ……대체 뭐야?

멤피스(META): 지금 지휘관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는데…… 대체 왜 날 못 가게 하는 거야?

베스탈(META): 헬레나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을 거예요. 그리고 요크타운도 동의했잖아요?

멤피스(META): 베스탈 너도 그래! 이번 임무는 너도 적성이 있는데 헬레나는 네가 아니라 카스미를 선택했어!

멤피스(META): 헬레나… 일부러 우리를 배제하고 지휘관을 독자치할 셈은 아니겠지….

베스탈(META): ………….

카스미(META): 음…….

멤피스(META): 아, 카스미. 이제 출발하는 거야?

멤피스(META): 조심해. 지휘관을 잘 부탁해.

멤피스(META): 응. 멤피스, 걱정 마.

푸른 빛과 함께 카스미라는 소녀는 정원에서 사라졌다.

멤피스(META): ……역시 마음이 안 놓여….

멤피스(META): 진츠가 아직 온라인이네……. 몇 마디 당부 좀 하고 올게!

애리조나(META)&베스탈(META): ………….


요크타운(META): ……눈에 보이는 위험이 반드시 진짜 위험은 아닐지도 몰라.

요크타운(META): 무슨 일이 일어나든, 온 힘을 다해 지켜줄게…….

요크타운(META): 조심해…… 지휘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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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장β. 외곽 방어선

아비터 러버즈와 엠프레스가 엑스의 침공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방어선의 외곽.
'보놈 리샤르'가 침공한 이래 러버즈가 부설한 방어 전력은 단번에 몇 배나 급증했다.
그래서인지 보놈 리샤르는 최근 일주일 가까이 전선을 밀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오늘.

보놈 리샤르: 어라라? 왜 아까부터 저항이 약해졌지?

보놈 리샤르: ……함대를 철수시키고 있네?

보놈 리샤르: 인내심을 겨뤄 보겠다더니 벌써 항복이야?

보놈 리샤르: 아하하하하하하!!!

보놈 리샤르: 그렇게 큰소리 쳐 놓고 부끄럽지도 않아?

보놈 리샤르: 으흠~ 실험장β에서 무언가 재밌는 일이 일어난 것 같은데~

보놈 리샤르: 러버즈~ 안 막으면 나 이대로 들어간다?

평소 같았으면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렸겠지만 지금은 고요하기만 했다.

보놈 리샤르: 정말로 갔나 보네……. 그럼 나 진짜로 들어간다!

사방은 여전히 고요했다.

보놈 리샤르: 그럼 사양 않고….

보놈 리샤르: 실험장β! 내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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