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청어 제너레이션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바다에 둘러싸인 낙원. 이곳은 태평양에 위치한 유니온의 사모아 제도.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 함재기를 조종하는 소녀가 서 있었다.
파고: 측정 결과 풍속, 미풍. 습도, 83%로 어제보다 3% 상승. 기온, 80℉로 어제 같은 시각과 비슷함.
파고: 함재기 모니터링 범위 내에 적란운은 포착되지 않음.
파고: 향후 8시간 내 강우 확률은 1% 미만. 16시간 내 강우 확률은 15% 미만. 24시간 내 강우 확률은 23% 미만으로 추정.
벨: 즉 하루 종일 좋은 날씨라는 거지?
헤링: 이게 프로의 방식이지. 기상 관측소는 없지만, 파고가 있으니까 노 프라블럼!
파고: 파고의 일기예보 서비스를 이용해줘서 고마워. 그럼 대금을 결제해줘.
벨: 유, 유료였어?
파고: 농담이었어.
헤링: 전혀 그렇게 안 들렸다고!
파고: …감정 표현은 아직 연습 중이야. 그럼 ‘기쁨’ 수치를 200% 상향 조정――
파고: “그냥 농담한 거야♪ 진정해, 진정~!”
헤링&벨: ………….
파고: ……너무 높게 조정했나.
벨: 조, 조금 높았네……. 아하하하…….
헤링: 뭐, 아무튼 이대로 좋은 날씨가 계속된다는 거니까 계획은 차질없겠네!
헤링: 다들 준비됐어?
벨: 으, 응…. 진짜 하는 거야?
헤링: 이제 와서 뭘 망설이는 거야? 벌써 인디애나하고 피츠버그가 캠핑장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통신: ――
헤링: 오, 피츠버그다. 캠프 준비 다 끝났나 본데. 여보세요~?
피츠버그: 헤링. 여기는 준비 다 끝났어.
피츠버그: 텐트하고 그릴, 그리고 멋진 사모아의 풍경도 볼 수 있을 거야.
피츠버그: 너희는 식재료 준비 다 됐어?
헤링: 괜찮아 괜찮아~ 종류도 많고 양도 충분해~ 아, 근데 인디애나는?
피츠버그: 인디애나는 숲에 나뭇가지 주우러 갔어.
파고: 나뭇가지?
피츠버그: 연료로 쓸 건가 봐.
파고: 숯은 모두 전용일 텐데.
파고: 보급 수송은 내 담당이었어. 연료는 충분히 있을 거야.
피츠버그: 그래. 나도 그렇게 말했는데.
피츠버그: 그런데 인디애나가 "이대로는 재미없잖아! 기왕 캠프 하는 김에 보다 와일드한 거에 도전할 필요가 있다고!"라면서 말을 안 듣더라고.
벨: 인디애나는 우리가 청어 통조림 먹는다는 거… 알고 있었지?
벨: 그걸 알면서도 더 와일드한 거에 도전하겠다고…?
피츠버그: 그런데?
파고: 흥. 대단하네.
벨: ……파고, 방금!?
파고: 왜 그래?
벨: 감정 수치를 조정하지 않고서도 감정이 튀어나오지 않았어!? 드디어 해냈구나!
파고: ……하아….
헤링: 괜찮아, 나만 믿어! 일반 장작으로도 청어를 맛있게 조리할 수 있으니까!
파고: 응. 믿어.
헤링: …그럼 파고 뒤에 있는 그 큰 상자는 뭐야?
파고: 예비 식재료 보관함.
헤링: …전혀 안 믿고 있잖아! 두고 봐! 반드시 맛있게 만들어서 그 입이 쏙 들어가게 해주마!
피츠버그: 후후. 그럼 좌표 보낼 테니까 빨리 와? 술 챙기는 거 잊지 말고.
벨: 알겠어♪
헤링: 그음럼~ 청어 통조림 오명을 벗기 위한 청어 요리 피크닉 겸 캠핑, 드디어 시작이다~!
헤링: 오라, 청어 제너레이션♪
무엇이 꿈이고 무엇이 현실인가?
꿈에서 잠들면 꿈이 '현실'이 되고
꿈에서 깨어나면 현실이 '진실'이 된다
그러니 그냥 자자
두 날개를 접고 조용히 잠들자
~02. 시키가미, 환상을 부수다
푸른 하늘, 하얀 구름, 바다에 둘러싸인 낙원. 이곳은 태평양에 위치한 유니온의 사모아 제도.
햇살 아래, 두 소녀가 바다를 가르며 나아가고 있었다.
시만토: 나가토 님. 슬슬 목표 지점에 도착해.
시만토: 다 정상처럼 보이지만…… 뭔가 위화감이 들어.
시만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먹구름이 잔뜩 끼어 있었는데, 섬에 접근하자마자 갑자기 날씨가 맑아지다니….
시만토: 평화로워 보이지만… 왜곡된 '허상'이 이곳을 덮고 있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을 것 같네.
시만토: 응. 나가토 님은 걱정 마. 여긴 시만토에게 맡겨줘,
시만토: 그쪽도 조심해. 임무가 끝나면 바로 달려갈게.
통신을 끊고, 시만토와 하루츠키는 짧게 순서에 대해 말을 나눴다.
두 사람은 서로 거리를 둔 곳에 자리를 잡았다. 그러자 수많은 시키가미가 두 사람의 항적을 타고 날아올라 연분홍색 법진을 만들었다.
하루츠키: 용신님, 설치가 끝났습니다. 언제든지 침입할 수 있어요!
시만토: 좋아. 그럼 나가토 님과 함께 만든 이 시키가미의 힘으로 '허상'에 침입하자.
시만토: 시키가미 수룡, 그 힘을 보여라――!
----
유니온령 사모아 제도. 캠프장.
나무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바닥에 얼룩덜룩한 그림자를 남겼다.
벨: 어젯밤엔 진짜 재밌었지~ 나도 모르게 늦게까지 신나게 놀았다니까.
피츠버그: ……머리가 어지러워…….
벨: 피츠버그는 정말로 술이 아니라 주스 마시고 취한다는 것도 봤고…….
피츠버그: 으으응…… 한 잔 더♪
인디애나: 보아하니 당분간은 못 일어나겠네.
인디애나: 그나저나 청어를 사용한 칵테일은 재밌는 시도였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헤링: 하항~ 청어 다시 봤지?
인디애나: 그래. 그리고 청어는 단백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근육 만들기에도 좋지.
헤링: ……있지, 인디애나. 우리 헬스 해도 정말로 효과 있는 거야? 뭐, 과학적 근거 같은 거 있어?
인디애나: 근거고 뭐고 중요한 건 신념과 결심…… 그리고 기합이다!
헤링: 신념과 결심…… 아니! 얘기가 엇나갔잖아!
헤링: 아무튼 청어 통조림에 대한 평가는 결국 어떻게 된 거야?
인디애나: 그래. 어젯밤 음식은 다 괜찮았지. …청어 통조림만 빼고…….
헤링: 으으…. 조금은 성공했지만 아직 모자라……. 다음에도 노력해야지!
벨: 또 하는 거야…?
헤링: 모두가 청어 통조림을 인정할 때까지 할 거야!
벨: 마, 마치 만화에서 봤던 닌자의 청어 고문……. 오, 올 테면 와 봐라!
헤링: 죽음을 각오한 듯한 표정 짓지 마! 농담이니까!
헤링: 아무튼 너희 감상과 의견은 이미 다 기록해 놨어. 너희가 비교적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방법에 집중해서 개선해야지!
인디애나: 오오, 그래! 언젠가 반드시 모두가 청어 통조림을 받아들일 수 있는 날이 올 거야!
헤링: 고마워 인디애나~ 그런데 파고는? 아직 자?
벨: 파고가 늦잠 잘 리가 없잖아. 오늘 아침도 뭐 준비할 게 있다고 일찍 나갔는걸.
피츠버그: 후우… Zzzzz…… 무슨 준비?
피츠버그: 앗!
피츠버그: 세상에…. 오늘은 중앵 원양 관광단이 도착하는 날이잖아!?
피츠버그: 아아 주스 마시는 게 아니었는데! 다들 빨리 정리해! 손님 맞을 준비해야 돼!
피츠버그: 인솔자는 아마기야! 관광 목적이긴 하지만, 상응하는 대접을 해줘야지!
통신: ――
파고: 빨리 받네. 이제 깼어?
피츠버그: 파고. 중앵 관광단은?!
파고: 잘 대응하고 있으니까 진정해. 일단 씻고 옷부터 갈아입어. 그리고 3번 부두로 와.
인디애나: 역시 파고야. 프로페셔널 하다니까.
피츠버그: 자, 다들 정리하고 중앵 손님들 맞으러 가자~ 섬도 떠들썩해지겠네~
지이잉――――
피츠버그: …? 무슨 소리지…?
벨: 나 잘못 본 거 아니지…? 저기 잔디밭에 갑자기 중앵의… 토리이가 나타났는데?
그리 멀지 않은 잔디밭에 갑자기 토리이가 불쑥 나타났다.
그리고 더 놀랍게도 중앵 옷차림의 함선 두 명이 토리이 너머에서 걸어 나왔다.
시만토: 너희가 여기 주둔 중인 유니온 함대지? …어흠. 나는 시만토. 여기는 하루츠키야.
시만토: 나가토 님이 보내셔서 왔어. 긴급 상황이라 그런데 여기 대장이 누구니?
인디애나: 인디애나다. 내가 여기 책임자야. 주둔 함대라니 무슨 소린지 모르겠는데. 우리는 그냥 휴가로 왔을 뿐이야.
시만토: 휴가……?
시만토: 허상 환경에 따른 인식 간섭은 우리가 들어온 것만으로는 사라지지 않나 보네.
시만토: 하지만…… 이 용신님한테는 아직 다른 수가 있다구.
시만토: 찰싹!
시만토는 갑자기 걸음을 떼더니 부적 한 장을 인디애나의 이마에 붙였다.
부적은 피부에 닿는 순간 산산조각 나며 주변에 연분홍빛을 흩뿌렸다.
인디애나: 나한테……뭘 한 거지?
시만토: 걱정 마. 단지 외력으로 너희가 허상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왔을 뿐이야.
시만토: 이제 기억나니? 너의 진짜…… 사명이?
인디애나: …아아. 나는 유니온령 사모아에 주둔 중인 함대의 기함, 사우스다코타급 전함 인디애나.
인디애나: 휴가나 보내러 온 게 아냐.
인디애나: 이상하군, 왜 이런 중요한 일을 잊고 있었지?
시만토: 그건 우리도 조사 중이야.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이네.
인디애나: 고맙다. 그래서 너희는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우리 쪽의 이상 상황을 발견한 거지?
시만토: 우리는 원래 나가토 님과 함께 솔로몬 제도에 있었는데, 얼마 전 의문의 적에게 공격을 받았어.
시만토: 그 적들은 이 '허상 환경'과 함께 나타났고.
시만토: 나가토 님과 어떻게든 환상을 깨트리긴 했는데, 이번엔 인근 마셜 제도 기지와 연락이 두절되었지 뭐니….
시만토: 나가토 님은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보시고, 이대로 가다간 각 진영이 서로 오해해서 또 싸우게 될 거라고 하셨어.
시만토: 그래서 유니온에도 상황을 알리려고 했는데…….
시만토: 유니온 각 기지에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어느 곳도 응답을 하지 않았어.
인디애나: 설마… 그럼 유니온 기지 전체가 그 허상 환경인가 하는 거에 휘말렸다고?
시만토: 그럴 가능성이 커.
시만토: 사모아 제도는 우리랑 가장 가까운 유니온 기지니까, 나가토 님이 우리를 직접 보내서 경고하라고 하신 거야.
인디애나: 그렇게 된 거군……. 유니온 사모아 함대를 대표해서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하지.
인디애나: 너희가 아니었으면 우리는 계속…… 환상에 빠져 있었을지도 몰라.
인디애나: 아무튼 중앵은 괜찮아? 혹시 우리 도움이 필요한가?
시만토: 아니, 걱정할 필요 없어. 우리 일보다 중요한 건, 우선 유니온 각 기지의 상황이야.
시만토: 이 부적을 사용하면 허상 환경을 깨트리고 사람들을 꿈에서 깨울 수 있어.
시만토: 자, 용신님이 주는 선물이야~
인디애나: 고맙다. 유니온은 결코 너희의 도움을 잊지 않을 거야.
시만토: 별말씀을. 그럼 우리는 돌아가서 나가토 님께 보고할게.
시만토: …아. 그리고 이 환상은 곧 완전히 깨질 거야. 바깥 날씨는 먹구름이 가득하니까 조심해!
시만토: 우산하고 비옷 꼭 챙기고~!
~03. 의문의 적
유니온령 사모아 제도. 잠시 후.
파고: 키리티마티 섬, 응답 없음.
파고: AF 기지, 응답 없음.
파고: PH항, 응답 없음.
파고: 샌디에이고 사령부, 응답 없음.
파고: 태평양의 각 함대 주둔지에 모두 연락해 봤지만, 전혀 응답이 없었어.
벨: 시만토 말대로네……. 설마 상황이 이렇게 안 좋을 줄이야….
파고: 현재 기지 주변의 허상 환경이 아직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어. 따라서 통신 기기의 출력도 제한적이야.
파고: 응답이 없는 건 어쩌면 단순히 재밍 때문일지도 몰라.
피츠버그: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네.
피츠버그: 근데 잠깐. 아직 이상이 완전히 해제되지 않았다고?
파고: 파고의 정찰기가 소속 불명의 함대가 접근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어.
파고: 식별 가능한 부분의 외관은 중앵 양산함과 약 35.75% 일치해.
파고: 나머지 부분은 검은 안개로 뒤덮여 있어서 식별 불가능.
파고: 여기 정찰기가 촬영한 사진이야.
인디애나: 검은 안개로 뒤덮인 적……. 사령부 자료에 나와 있던 ‘침식 구현체’와 흡사해.
인디애나: 그런데 자료에는 ‘외관을 전혀 식별할 수 없음’이라고 나와 있는데, 이놈들은 어느 정도 식별이 가능하군.
인디애나: 적의 외관을 기록해줘. 통신이 복구되면 샌디에이고 사령부로 자료를 보내자.
파고: 알겠어.
헤링: 그런데… 그 무슨 허상 환경이라는 꿈속에서 오늘은 분명 중앵 관광단이 방문한다는 설정이었지?
헤링: 시간만 따지면 거의 흡사한데…. 설마 저 적들이 그건가?!
벨: 그럴지도…. 만약 우리가 깨어나지 못했다면… 사모아 기지가 함락당했을 거야…!
인디애나: 하지만 우리는 정신을 차렸지. 즉 놈들의 술수는 이미 실패한 거야.
인디애나: 이제는 순수한 힘겨루기다! 나가서 놈들을 때려 부수자고!
~04. 다음 작전
인디애나와 유니온 함선들은 개수일촉의 기세로 적 함대를 가르며 중심에 있는 지휘 유닛을 향해 돌진했다.
――!!
인디애나: 각 함은 주의하라! 적 지휘 유닛이 육안 거리에 진입했어!
피츠버그: 자, 그 정체를 드러내 주실까.
인디애나: 일제 사격! 쏴라――!!
――!!
???: …….
???: 후후후…….
포탄이 떨어지기 직전, 여우 탈을 쓰고 있는 존재는 연분홍빛 연기에 휩싸여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벨: 사라졌어…?!
피츠버그: 단순한 장기말은 아닌 것 같네…….
헤링: 그럼 META야? 아니면 세이렌의 신병기?
파고: 허상 환경 속 정보에 따르면 함대의 인솔자는 중앵의 ‘아마기’.
파고: 아마기에 대해 아는 사람 있어?
인디애나: 아마기? 글쎄다…. 지금 중앵 고위층 중에서 그런 이름은 못 들어봤는데.
헤링: 난 그런 얘기는 하나도 모르니까 나한테 묻지 마~
피츠버그: 벨은 중앵에 관심이 많잖아? 혹시 아니?
벨: 나, 나는 만화나 영화만 봐서……. 아마기라는 이름은 전혀 모르겠어.
인디애나: 아무래도 사령부와 통신이 복구된 후에야 알아볼 수 있을 거 같군.
인디애나: 다들 잠깐 쉬어. 이제 키리티마티 섬으로 갈 거야.
피츠버그: 키리티마티 섬?
파고: 키리티마티 섬의 통신 설비는 여기보다 뛰어나. 거기로 가면 사령부와 연락할 수 있을지도 몰라.
인디애나: 그뿐만이 아냐. 방금 우리가 싸운 적들이 어디서 왔는지 봤어?
인디애나: 항로로 볼 때 키리티마티 섬 방향일 가능성이 커.
인디애나: 즉 키리티마티 섬의 함대는…… 이미 위험에 처했을지도 몰라.
인디애나: 가장 가까운 함대는 우리야. 가서 도와줘야 해.
~05. 카피캣
함대가 키리티마티 섬에 접근하자 흐린 하늘이 순식간에 맑아졌다.
피츠버그: 자연 법칙을 무시하는 듯한 이상 기상이네…. 파고. 섬 정찰 결과는 어때?
파고: 이상 없음. 전투 흔적은커녕 전투준비태세 발령 징후조차 없어.
인디애나: 그런데도 우리 연락에 응답하지 않는다고?
파고: 응. 이 거리에서는 통신 재밍의 영향을 배제할 수 있어. 이에 대한 파고의 자신감 수치는 94.75%.
인디애나: 그럼 결론이 났군. 키리티마티 섬은 사모아와 똑같은 상황인 거야.
인디애나: 육안으로 보이는 풍경, 정찰기가 찍은 사진, 그리고 갑자기 변하는 이상 기상. 모두 허상 환경이 만들어낸 거짓이다.
인디애나: 키리티마티 섬은 이미 환상에 완전히 점령당했을지도 몰라.
헤링: 그럼 빨리 가서 도와줘야지!
피츠버그: 기다려. 환상이 우리의 인식을 왜곡시킨다는 건 이미 알고 있지?
피츠버그: 우리가 아까 적을 중앵 관광단으로 여겼던 것처럼, 여기 환상에 빠진 동료들도 우리를 적으로 여길 수 있어….
피츠버그: …맞다! 아까 시만토가 줬던 부적!
피츠버그: 그걸 이마에 찰싹 붙이면 환상에서 깨어나게 할 수 있는 거지?
인디애나: 근데… 그때 워낙 정신이 없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사용하는 건지 묻는 걸 까먹었네.
헤링: 몰라! 벨, 어떻게든 해줘~
벨: 난 만화하고 영화만 많이 봐서 그런 거는…….
벨: 응? 잠깐만. 이런 상황 왠지 영화에서 본 기억이 나…….
벨: 일단 부적을 손가락 사이에 끼우고, 기술명을 외치면서 던지면…… 될 거 같아!
벨은 신이 난 듯 부적을 꺼내, 기억 속 화면에 따라 검지와 중지에 부적을 끼웠다.
그러자 부적은 마치 숨을 쉬는 것처럼 연분홍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벨: 지, 진짜다…. 진짜 돼!
헤링: 기술명 외치는 거 잊지 마―
벨: 그, 그렇지! 그럼…… “앵부 · 드림 쉬레드”!
부적은 활시위를 떠난 화살처럼 날아가며 연분홍빛을 내뿜었다.
잠시 후 빛이 사라지자 수면 위에 토리이가 나타났다.
피츠버그: 아까 두 사람은 이렇게 섬에 온 거구나…. 우리도 흉내내 볼까?
인디애나: 대단하잖아, 벨! 잘했어!
벨: 대, 대단한 건 내가 아니라 시만토가 남긴 이 부적이야…….
헤링: 그래 그래. 아무튼 빨리 토리이를 지나서 안에 있는 동료들을 구하러 가자고!
~06. 키리티마티 섬의 환상
키리티마티 섬. 환상 내부
주변 해역
……?
초연과 경보음이 밤하늘을 메웠다. 땅과 바다가 불타고 있었다.
파고: ……주변 지형으로 추측하자면 이곳은 롱아일랜드 방어선이야.
벨: 롱아일랜드 방어선…? 우리 키리티마티 섬에 있는 거 아니었어?
인디애나: 환상이라서 비논리적인가 보지. 파고, 뭐 더 찾은 거 있어?
파고: 롱아일랜드는 습격당한 이후 방어 시설을 대폭 증설했어. 그런데 여기는 보이지 않아.
파고: 아마 이 환상은 롱아일랜드가 습격당했을 그 당시의 모습일지도 몰라.
피츠버그: 롱아일랜드가 습격당한 그날…….
피츠버그: 지금 키리티마티 섬에 배속되어 있는 듀이도 그때는 마침 방어선에 있었어.
헤링: 어쩌면 환상이 트라우마를 노리는 걸지도 몰라……. 듀이가 위험해!
인디애나: 파고. 주둔 함대의 위치는 찾았어?
파고: 아직 못 찾았어. 수색 범위를 더 넓히는 중이야.
파고: ……갱신된 정보에 따르면 침공한 세이렌은 이미 전부 해치운 것 같아.
파고: 여기 주둔 중인 구축함 함대만으로는 도저히 달성할 수 있는 전과가 아냐.
인디애나: 흠. 이상하군.
파고: 반응이 있어. 내륙 쪽으로 이동 중인 함대를 발견. 듀이, 할시 파웰, 헤이즐우드 모두 있어.
벨: 다행이다…. 빨리 합류하자――
파고: 가면을 쓴 수상한 적도 함께 있어.
파고: ……그리고 중앵 양산함을 닮은 의문의 적도.
피츠버그: …벌써 완전히 말려든 것 같네.
인디애나: 당장 구출하러 가자!
~07. 하늘에서 내리는 강철 날개
키리티마티 섬. 환상 내부
유니온·중앵 연합함대
현재
임시 편성 함대가 불타는 바다를 나아가고 있었다.
치열한 전투로 인해 방어선 전역은 이미 궤멸적인 타격을 입었다.
함선들은 상황을 바꾸기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역부족이었다……
헤이즐우드: ……대체… 어째서…….
할시 파웰: 적을 쓰러트렸는데도… 피해를 막을 수 없었어…….
듀이: 롱아일랜드 방어선이… 저희 때문에 함락당했어요…….
아마기: 아뇨. 여러분의 잘못이 아닙니다.
아마기: 이토록 중요한 방어선을 여러분끼리만 지켜낸다는 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아마기: 살아남았을 뿐만 아니라 적의 첫 공세를 물리친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해요.
듀이: 아마기 씨……. 도,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듀이: 아마기 씨가 아니었다면… 저희는 분명 침몰했을 거예요!
아마기: 천만에요. 동맹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죠.
아마기: 상층부가 연일 차출을 거듭하는 바람에 롱아일랜드 방어선을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아마기: 이번 방문은 원래 상층부와 이 문제에 대해 논의해 리스크를 조기에 해결하기 위함이었는데… 한발 늦었군요.
아마기: 세이렌의 다음 공세가 언제 올지 모르기 때문에 오래 있는 것은 위험합니다. 저와 함께 내륙으로 철수하죠.
통신: ――
인디애나: 여기는 인디애나다. 듀이, 그쪽 상황은?
듀이: 인디애나 씨…? 왜 여기 계세요?
인디애나: 당연히 구하러 왔지! 나뿐 아니라 피츠버그, 파고, 헤링, 벨도 있어.
듀이: …와 주셔서 감사해요. 하지만…….
듀이: 이미 늦었어요…. 세이렌의 1차 공격은 어떻게든 격퇴했지만, 방어선은 완전히 파괴됐어요…….
듀이: 주변 주둔지에도 연락이 안 되고…. 오늘 지원하러 오신 분은 인디애나 씨 함대가 처음이에요.
듀이: 아무튼, 세이렌의 지휘 유닛은 아직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어요. 언제 다음 공격이 와도 이상하지 않아요!
듀이: 저희는 중앵 사절단과 함께 철수하고 있는데… 인디애나 씨도 함께 오시겠어요?
듀이: 일단 물러나서 전선을 재정비해요!
인디애나: 철수한다고……?
듀이: 네! 저희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지만… 이 전력으로는 도저히….
아마기: 적의 공세가 맹렬합니다. 롱아일랜드뿐만 아니라 주변 기지들도 타격을 입었습니다.
아마기: 이 중요한 순간에 주력함대는 저 멀리 있죠.
아마기: 무리하지 말고 철수하여 힘을 온존하는 것이 상책입니다.
피츠버그: 갑자기 우리 일에 왜 그렇게 관심을 가지실까?
인디애나: 그래. 사람의 마음을 어지럽히는 괴물. 여긴 네가 있을 곳이 아냐.
듀이: 괴물이라니…. 아마기 씨는 저희를 도와주셨어요!
인디애나: 잘 들어, 듀이. 여기서 일어난 일은 현실이 아니라 꿈이다.
인디애나: 네 마음의 틈을 이용해 만들어진 허상이라고!
인디애나: 방어선이 습격당했을 때 우리는 그 자리에 없었지만, 나중에 여러 이야기를 들었어.
인디애나: 그날 세이렌의 기습으로 방어선은 큰 타격을 입었지만….
인디애나: 그 후엔 상황은 역전됐어!
인디애나: 대규모 세이렌 군세를 상대로 너희는 끝까지 싸우고,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고!
인디애나: 주변 동료들이나 전력 차에는 상관없이…… 믿음직한 존재가 너희 곁에 있었잖아!
듀이: ……듀이는… 그날……!
----
듀이: 패러것급 구축함 듀이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일윈: 패러것급 구축함 아일윈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빅토리어스: 얘기는 들었어. 너희가 롱아일랜드에 남아 있는 방어함대지?
듀이: 네!
볼티모어: 다른 사람들은 어때?
듀이: 동료들이 세이렌을 유인하는 동안 저희는 수송함을 대피시켰지만, 그 뒤로는 잘 몰라서…….
아일윈: 뉴욕에 기항해서 확인해 보고는 싶지만, 세이렌 함대 때문에…….
아일윈: 저희 둘만으로는…….
듀이: 지휘관님은 저희를 꼭 도와주실 거죠!?
지휘관: 그래. 걱정하지 마.
볼티모어: 그래. 지휘관과 함께라면 괜찮아. 이 위기를 넘어서자.
빅토리어스: 여기 승리의 여신도 있잖니! 둘 다 함대 뒤에 잘 붙어서 따라와.
듀이: 저, 저기! 아까 버밍햄 씨하고 주노 씨한테서 상급 세이렌과 접촉했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듀이: 지휘관님, 부디 두 분을 도와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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듀이: 맞아요…! 저희는 그날 지휘관님과 함께 싸워서… 마침내 승리했어요!
듀이: 그리고 그날… 중앵 사절단은 오지 않았어요.
듀이: ……당신은 대체 누구죠!?
아마기: 후후후. 눈을 떴군요.
아마기: 외부의 간섭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빨리 눈을 뜨다니…. 역시 추억의 힘이 있기 때문일까요.
아마기: 재미있네요…. 정말 재미있어…….
아마기: 눈을 떴으니, 영원히 머물러 주시죠――
정체를 들키자, 가면을 쓴 검붉은 그림자는 변장을 포기하고 몸에서 검은 안개를 내뿜었다.
안개를 맞은 주변 양산함들은 더욱 불길한 기색을 띄기 시작했다.
듀이: 이, 이럴 수가……!
방금 전까지만 해도 꿈이 주는 안도감에 빠져 있던 함선들은 순식간에 터진 살기에 압도당했다.
바로 그 순간, 연분홍빛과 함께 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토리이에서 누군가가 뛰어내렸다――
인디애나: 우리!
인디애나: 구축함을!
인디애나: 괴롭히지!
인디애나: 마――――!!!!!
거센 포화가 순식간에 주변 적함을 쓸어버렸다. 검붉은 그림자도 거리를 두고 피할 수밖에 없었다.
듀이: 하늘에서…….
할시 파웰: 나타났어……!?
헤이즐우드: 멋있다……!
인디애나: 흥. 할 말이 있다면 내가 상대해 주마. 괴물 녀석!
인디애나: 다들! 진정한 적이 모습을 드러냈다! 녀석을 해치우고 이 환상에서 탈출하자!
~08. 석양
인디애나 일행의 출현에 검붉은 그림자는 의표를 찔린 것 같았다.
여우 가면은 형식적으로 반격하다가 저번처럼 연분홍빛 안개와 함께 모습을 감췄다.
통솔을 잃은 함대는 쉽게 와해됐고, 곧 허상 환경도 풀렸다.
함선들이 키리티마티 섬으로 돌아오자 시간은 이미 저녁 무렵이었다.
듀이: 키리티마티 섬으로 돌아왔어요. ……으으, 이렇게 생생한 꿈이라니…….
듀이: 정말 죄송합니다! 주둔 함대인데도 환상에 빠지고 말았어요….
듀이: 여러분이 오지 않으셨다면……!
인디애나: 자책하지 마. 적이 너무 교활했던 탓이야.
피츠버그: 사실 우리도 현혹당했었어. 중앵의 시만토하고 하루츠키가 도와줘서 망정이지.
헤링: 참고로 우리가 만난 건 진짜 중앵 함대야~
듀이: 그런데 중앵 함대가 왜 사모아에…?
인디애나: 우리처럼 거기도 의문의 적에게 습격당했거든.
인디애나: 아마 지금 태평양 전체가 환상에 휘말렸을 가능성이 커.
인디애나: 그래도 걱정 말고 차근차근 싸워 나가다 보면… 분명 방법이 있겠지.
듀이: 네……!
할시 파웰: 아! 하나 질문!
할시 파웰: 하늘에서 나타나게 해줬던 저거는 뭐야?! 엄청 멋있어!
인디애나: 하하하! 저건 시만토가 준 부적으로 만든 토리이다. 이 허상 환경 속으로 진입할 수 있게 해주는 관문이지.
인디애나: 원래는 부적을 이마에 찰싹 붙여야 되는데, 벨이 다른 식으로 응용해 보자고 해서 말이야.
헤링: 역시 든든하다니까!
벨: 나, 나는 그냥 영화에서 봤을 뿐이야…. 진짜 대단한 건 시만토지…….
파고: 실례할게. 기리티마티 섬과 주변 해역의 정찰이 끝났어.
파고: 결론부터 말하면, 섬의 거의 전 지역이 함락당했어.
파고: 아마 적은 이곳을 중계 기지로 삼고 주변 섬으로 병력을 보내고 있었던 것 같아.
파고: 사모아를 공격한 적도 여기서 출격했을 가능성이 99.95%.
인디애나: 꽤나 조직적인 습격이었군. 이대로 적에게 주도권을 내어줄 수는 없지.
인디애나: 듀이는 나하고 같이 섬 지휘 시설을 탈환하고 유니온 기지와 연락할 방법을 찾아보자.
인디애나: 남은 인원은 적을 소탕하여 키리티마티 섬을 탈환한다!
~09. 태스크 포스
키리티마티 섬
섬 지휘 시설
잠시 후
하지만 키리티마티 섬의 통신 설비를 통해서도 샌디에이고 사령부와는 연락할 수 없었다.
그런데 예상 밖의 인물이 그들의 통신에 답했다.
엔터프라이즈: 여기는 태평양 함대. 나는 기함 엔터프라이즈다.
엔터프라이즈: 키리티마티 섬은 완전히 점령당한 줄 알았는데… 무사해서 다행이야.
엔터프라이즈: 현재 상황을 보고해줘.
피츠버그: …엔터프라이즈!?
피츠버그: 휴우… 다행이다…. 드디어 지휘부라고 할 사람과 연락이 닿았네.
피츠버그: 현 상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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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프라이즈: ……역시 사모아 제도도 공격받은 건가….
엔터프라이즈: 아주 올바른 대응이었어.
엔터프라이즈: 나도 키리티마티 섬이 적의 수중에 떨어졌을 거라고 판단해서, 지금 함대를 이끌고 가던 중이었어.
인디애나: 엔터프라이즈. 지금 대체 무슨 상황이야? 적의 정체는 뭐고? 샌디에이고 사령부는 무사해?
엔터프라이즈: 미안하지만, 인디애나. 나도 지금 그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엔터프라이즈: 현재 알 수 있는 건 태평양 전체가 강력한 재밍을 받고 있고, 각 기지가 환상에 있다는 거야.
엔터프라이즈: 샌디에이고 사령부는 물론이고, NY시티, DC 특구하고도 연락이 닿지 않아.
엔터프라이즈: 이번 습격의 영향 범위는 우리 예상보다 훨씬 넓을지도 모르겠어.
피츠버그: 그럴 수가…….
피츠버그: 엔터프라이즈. 너도 환상을 봤던 거야?
엔터프라이즈: 아아.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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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타는 세상.
마주한 것은 그립지만 낯선, 또 다른 모습…….
엔터프라이즈(META): 잡담이라도 하러 왔나?
엔터프라이즈: ……나는 아직 할 일이 있어.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수는 없어.
엔터프라이즈(META): 흥. 바로 그거다.
엔터프라이즈(META): 돌아가라. 꿈에서 깰 시간이다.
그녀가 가볍게 손을 흔들자, 눈앞의 모든 것이 불길에 휩싸였다.
환상이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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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터프라이즈: 아니, 아무것도 아냐.
엔터프라이즈: 환상은 깨트릴 수 없는 게 아냐. 실제로 우리는 이렇께 깨어나서 전황을 수습하기 시작했으니까.
엔터프라이즈: DC 특구나 NY시티에서도…… 정신을 차린 동료들이 있을 거야.
엔터프라이즈: 지금은 할 수 있는 일에 전념하고, 동료들을 믿자.
인디애나: 그래. 네 말이 맞아.
인디애나: 앞으로의 지휘는 네게 맡긴다. 우리는 뭘 하면 되지?
엔터프라이즈: 모두 알다시피 태평양 대부분의 거점과의 연락이 두절되었어.
엔터프라이즈: PH항과 AF 기지도 예외가 아냐.
엔터프라이즈: 그곳에는 대량의 보급 물자와 장비, 그리고 주둔 함대도 있지만 전혀 연락이 되지 않고 있어.
엔터프라이즈: 두 기지를 잃었다간 태평양 전세를 통제할 수 없게 돼.
엔터프라이즈: 동료들을 모아서 이 두 곳을 최우선으로 탈환해줘.
인디애나: 알겠어.
엔터프라이즈: 벙커힐 함대는 중앵의 마셜 제도 기지에서 온 적과 싸우고 있어.
엔터프라이즈: 처음에는 중앵이 공격한 건 줄 알았지만, 너희가 준 정보 덕분에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됐지.
엔터프라이즈: 방금 벙커힐에게 연락해서 중앵 마셜 기지를 습격하는 임무는 취소한다고 전했어.
엔터프라이즈: 우리가 PH항과 AF 기지를 확보할 때까지는 방어에 전념할 거야.
엔터프라이즈: 그리고 너희가 키리티마티 섬을 탈환해 준 덕분에 꽤 시간적 여유가 생겼어.
엔터프라이즈: 이제 각 기지의 안부가 확인되는 대로 동료들을 깨우면――
인디애나: 잠깐만, 엔터프라이즈. 중앵의 부적 덕분에 환상에 빠진 동료들을 깨울 수 있게 됐지만.
인디애나: 아직 의문의 적이 날뛰고 있고, 통신도 원활하지 않은 지금 전력을 분산시키는 건 위험해.
엔터프라이즈: 맞아. 그래서 생각한 방법이 있어.
엔터프라이즈: 함선이 아니라 함재기가 기지를 돌면서 동료들을 깨우는 거야.
엔터프라이즈: 환상에 침입한 다음, 공중에서 부적을 투하해서 동료들을 깨운다는 작전은 어때?
피츠버그: 음… 아마 안 될 거 같아. 우리 경험상 부적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조건이 필요해.
피츠버그: 부적을 날린 다음, 음성으로 자극할 것.
엔터프라이즈: 그래…… 역시 안 되나….
엔터프라이즈: 그렇다면 역시 우선 순위를 매겨 가능한 한 적은 수의 분산 함대가 순차적으로 구출할 수밖에 없겠군.
엔터프라이즈: 적이 알아차리면 각개 격파당할 위험이 있긴 하지만….
파고: ……꼭 사람이 움직일 필요는 없어.
파고: 내 고속 수송 드론은 투하와 음성 재생 기능을 모두 갖추고 있어.
파고: 함재기대는 호위와 적 소탕에 주력하고, 부적 투하와 음성 자극은 드론에게 맡기면 돼.
파고: 그러면 정밀도도 올라가고, 확실하게 동료들을 구출할 수 있을 거야.
파고: 환상이 깨지면 드론에 탑재된 통신 설비 출력 향상 장치로 주둔 함대와의 지휘 계통을 회복할 수 있고, 신속한 정보 교환 및 임무 전달도 가능해.
엔터프라이즈: 수송 드론과 함재기 조합인가. 해 볼 가치는 있겠어.
엔터프라이즈: …좋아. 그럼 그쪽은 공중 전력에게 맡긴다.
엔터프라이즈: 우리는 준비가 되는 대로 PH항과 AF 기지를 탈환하자.
인디애나: 좋아. 멋지게 날뛰어 보자고!
석양 속에서 드론에 둘러싸인 소녀는 마지막 조정 작업을 하고 있었다.
파고: 목적지, 샌디에이고 사령부. 음성 재생 모드, NINJABELL로 변경. 설정 완료.
드론은 부적 한 장을 화물칸에 싣고 날아올라 함재기 편대와 함께 출발했다.
파고: 다음. 목적지, 파나마 요새. 음성 재생 모드, NINJABELL로 변경. 설정 완료.
파고: 다음. 이스터 섬――
희망과 결의를 담고, 고속 드론과 함재기로 구성된 편대가 사방으로 날아갔다.
파고: …… 잘되면 단번에 국면을 바꿀 수 있어.
~10. 헤매는 파이팅 레이디
태평양. 샌디에이고 사령부 주변 해역……일 어딘가.
호넷II: 요크타운 언니. 아까 이 해역 지나지 않았어?
요크타운II: 그런 거 같은데…….
노샘프턴II: 내비대로라면 벌써 샌디에이고 사령부에 도착해도 이상하지 않을 텐데….
노샘프턴II: 그런데 육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다니…. 혹시 시스템이 고장난 건가?
휴스턴II: 글쎄…. 샌디에이고 근처까지는 내비도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었고….
휴스턴II: 아! 어쩌면 내비가 아니라 이 해역 자체가 이상한 거 아냐?
키어사지: 경면해역에 들어왔다는 거야?
휴스턴II: 응. 그러면 DC 특구하고 '별바다'하고도 연락이 끊긴 이유가 설명이 돼.
허먼II: 뭐어어!? 샌디에이고 사령부 근처에 경면해역이 나타났다고? 완전 큰 문제잖아!
호넷II: 큰 문제긴 한데……. 여기가 경면해역이면 왜 적이 없는 거지?
호넷II: 봐봐. 물속에도, 수면에도 하늘에도… 레이더에 아무런 반응도 없어.
휴스턴II: …! 호넷이 플래그 세우자마자 나왔잖아!
호넷II: 응? 레이더에 뭐 떴어…? 진짜다, 접근 중인 목표물이 있어!
호넷II: 요크타운 언니. 지금 바로 함재기를 띄워서 요격을…….
호넷II: 어? 식별 신호가 아군이네?
요크타운II: 나도 아군이라고 떠. 그리고 함재기 사이에 최첨단 드론까지 섞여 있네?
요크타운II: 함재기와 드론의 혼성 편대라니. 드론 때문에 전체적인 속도가 느려질 텐데…. 이상하네…….
의아한 시선 속에 혼성 편대가 머리 위를 지나며 무언가를 투하했다. 그러자 연분홍빛과 함께 하늘에 토리이가 나타났다.
허먼II: …방금 벨 목소리였지? 그리고 왜 갑자기 허공에 토리이가 나타난 거야!?
허먼II: 하아!? 함재기하고 드론이 전부 토리이 속으로 사라졌어!?
휴스턴II: 알겠다…! 어쩌면 우리가 아니라 샌디에이고 사령부가 경면해역에 휘말린 걸지도 몰라.
호넷II: 그런데 경면해역은 그 영향권에 들면 자동으로 말려드는 거야?
호넷II: 우린 저기서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데도 안 말려들었잖아.
노샘프턴II: 전에 특정한 방법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는 '암호화 경면해역'에 대한 자료를 본 적이 있어.
노샘프턴II: 철혈의 부유섬 요새가 비슷한 기술로 지어졌는데,
노샘프턴II: 특정한 방법을 사용해야만 안에 있는 시설로 들어갈 수 있는 구조래.
호넷II: 듣고 보니 세이렌의 '본체'가 있는 공간과 많이 비슷하네.
노샘프턴II: 세이렌 쪽이 더 복잡한데… 원리는 비슷하겠지만.
요크타운II: 우선 샌디에이고 사령부가 경면해역에 휘말린 건 확실해 보여.
요크타운II: 이 편대를 보낸 사람은 지금 사태에 대해 잘 알고 있을 거야.
요크타운II: 아직 토리이가 남아 있으니까….
요크타운II: 호넷, 키어사지. 우리도 함재기를 토리이 안으로 보내 보자!
~11. 이스터 섬의 낙원
태평양. 이스터 섬
'쿠우의 나라'
'영원한 낙원(가칭)'
영원히 계속되는 낙원에는 평화만이 맴돌았다.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는 해변을 걷다가 기운 넘치는 소녀들을 만났다.
킴벌리: 안녕, 파먀티 씨. 오늘도 좋은 날씨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응. 어제도 그랬고, 내일도 좋을 거야♪
킴벌리: 그럼 다행이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너희는 지금 어디 가?
멀라니: 순찰 중이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또오~? 쿠우의 낙원은 안전하다니까. 적도 싸움도 절대 없다고 말했잖아?
스티븐 포터: 하지만 외부의 위협을 경계해야지. 바깥 세상은 넓으니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건 그렇지만…….
킴벌리: 그리고 어차피 한가한걸.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래 그래, 맘대로 해! 아무 성과도 없기를 바랄게!
킴벌리: 응. 아무 성과도 없었으면 좋겠네.
소녀들과 헤어진 파먀티는 손을 흔들어 해변에 벤치를 구현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휴우……. 처음에 경보가 울렸을 때는 어떻게 되는 줄 알았는데….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뭐~가 중앵 함대고 뭐~가 아마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하아…. 진짜 재미없어.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래도 좀 도와준 답례로 이번엔 봐줄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네 환상을 개조해서 힘도 회복했고, 임시 기지로서 여러 가지 도움될 만한 것들도 만들어 낼 수 있었고.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러면서도 여유롭게 바캉스를 즐길 수 있으니까~ 전부 좋아 완전 최고~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실험장β'에서의 악운도 드디어 끝났나 봐~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후아아암…… 한가하네…….
방송: (경보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어?
통신: ――
킴벌리: 파먀티 씨, 들려? 적이 침입했어!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말도 안 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쿠우가 해치울 테니까 너희는 가만히 있어!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흑막이 드디어 움직이기 시작한 걸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렇다면, 이 꿈도 슬슬 끝날 때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쿠우의 꿈을 망친 대가로――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ËşÁŃśřşóˇŰËé°É」
파먀티의 목소리와 함께 물속에서 무수한 하얀 촉수가 쏟아져 나오더니, 순식간에 다가오는 검은 안개 함대를 집어삼켰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이거면 작별 선물은 되겠지.
통신: ――
킴벌리: 파먀티 씨, 대단해…! 저렇게 많은 적을 순식간에…!
멀라니: 멋지다……!
스티븐 포터: 다음에 나도 가르쳐줘~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다음에? …다음에 봤을 때도 아직 배우고 싶다면 가르쳐 줄게.
킴벌리: 그게 무슨 뜻이야? 파먀티 씨 떠나는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응. 가야 돼.
멀라니: 이렇게 갑자기――
통신: …….
파먀티는 통신을 끊고 허공을 응시했다.
저 멀리 드론과 함재기 편대가 낙원의 경계선으로 날아들고 있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다시 볼 일 없기를 기도할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Ďűɢ」
~12. 파나마 요새
태평양, 파나마 운하 요새
얼마 뒤
토리이를 통해 허상 환경으로 침투한 함재기와 드론 덕분에 파나마 요새 함선들도 무사히 꿈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환상이 사라지면서 함선들은 현실에 직면했다.
인트레피드: ……아직도 머리가 핑핑 돌아….
인트레피드: 환상 속에 얼마나 오래 있었던 거야…….
카사블랑카: 처음부터 끝까지 적의 공격을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카사블랑카: …공중 정찰 완료. 순회 범위 내 이상 없음. 시설 내부는 괜찮나요?
쿠퍼: 시설 내부 점검도 끝났어. 이상 로그 없음!
블루길: 수중 모니터링 시설도 점검 완료야. 이상 없음!
인트레피드: 휴우… 다행이다. 우리가 환상에 빠져 있던 동안 적이 침입하기라도 했다면 진짜 큰일이었을 거야….
인트레피드: ……그래도 역시 열받아! 이렇게 바보 취급 당하다니…!
인트레피드: 누가 이랬는지 찾아내면… 꼭 되갚아 줄 거야!
통신: ――
킴벌리: 여기는 키리티마티 섬 기지. 파나마 요새, 들리시나요?
인트레피드: 여기는 인트레피드. 잘 들려. 거기는 괜찮아?
킴벌리: 네. …엔터프라이즈와 파고 덕분에 꿈에서 깨어날 수 있었어요.
인트레피드: Really? 우리도야. 그보다 갑자기 무슨 일이야? 적에 대해서 뭐 알아낸 거라도 있어?
킴벌리: 적…이라고 하면 적인데요.
킴벌리: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에 대한 중요한 정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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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트레피드: 그런 일이 있었다니…….
인트레피드: 마지막에 남극으로 향했다는 건…… 틀림없어. 놈은 거기서 또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걸 거야…!
인트레피드: 하필이면 이렇게 혼란스러운 상황에…. 남극 쪽으로 돌릴 전력도 없는데…….
인트레피드: ……그래!
인트레피드: 파고의 드론에도 통신 장치가 있었지. …파고, 들려!?
파고: 잘 들려. 파나마 요새. 우리가 도울 일이라도 있어?
인트레피드: 우리 쪽은 별일 없는데. 그보다 여기로 보낸 편대는 이제 복귀하는 거야?
파고: 파나마 요새로 간 편대의 임무는 모두 끝났어. 이제부터 연료 보급을 위해 귀함시킬 거야.
인트레피드: 연료라……. 중앵한테 받은 부적은 아직 남았어?
파고: 응. 예비용이 있어.
인트레피드: Gotcha! 그러면 긴급 상황이 생겨서 말인데, 우선 티에라 델 푸에고 기지에 들르는 건 어때?
인트레피드: 연료가 걱정이면 함재기만 돌려보내고 드론은 여기서 보급시킬게. 나중에 내 함재기로 티에라 델 푸에고까지 바래다 주면 되니까.
파고: 잠깐만. 엔터프라이즈한테 연락해 볼게.
파고: 오래 기다렸지. 엔터프라이즈가 네 계획을 승인했어.
파고: 현 상황에서 남극 문제는 유니온 혼자서 처리하기 힘들어.
파고: 그래서 엔터프라이즈는 또 다른 편대를 로열의 시드니 사령부로 보냈어.
파고: 로열 함대의 상황이 파악될 때까지 대기하라고 남극 함대에 전해줘.
인트레피드: Roger!
~13. 별바다의 꿈
유니온 DC 특구
렉싱턴의 별장
7월 26일
현관 바닥에 산더미처럼 쌓인 물품들이 오늘 밤 이 별장에서 벌어지는 파티의 흥겨움을 말해주고 있었다.
렉싱턴: 새러토가, 너무 많이 산 거 아니니…?
새러토가: 괜찮아~ 오늘은 많이 초대했으니까! 호넷하고 엔터프라이즈도 다 올 거야!
새러토가: 다들 신나게 놀 텐데 이걸로도 부족할지도 모른다구!
렉싱턴: 후후. 그래. 어떻게 운 좋게 다들 휴가가 겹쳤으니 한번 신나게 놀아 봐야지.
렉싱턴: 그럼 일단 분류부터 하자. 마지막으로 청소까지 끝나면 음식 준비하는 거야.
새러토가: 네에~
렉싱턴이 떠나자 방안은 갑자기 고요해졌다.
???: ――――
귓가에 희미하게 경보음이 들렸다. 마치 죽음을 알리는 듯한 차가운 소리였다.
새러토가: ……또 이 소리야.
새러토가: ……시끄럽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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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DC 특구
골프장
10월 25일
오늘은 날이 화창해서 골프 치기 좋은 날이다.
새러토가: 언니. 수업하느라 고생했어~
새러토가: 에헤헤~ 오늘은 일주일 동안 고생한 언니를 위해서 골프장을 대절했어!
렉싱턴: 어머…. 우리 둘만 쓰기에는 너무 넓지 않니…?
렉싱턴: 돈도 많이 들었을 텐데…….
새러토가: 괜찮아 괜찮아! 방해받을 일도 없고 좋잖아!
렉싱턴: 새러토가… 혹시 요즘…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니?
새러토가: 걱정? 무슨 걱정? 새러토가는 아무 일도 없는데?
새러토가: 랄~랄라~♪~♬ 봐봐. 새러토가는 완전 멀쩡하다구!
새러토가: 언니야말로 그런 생각 하지 마! 집중 안 하면 나한테 질걸!
렉싱턴: 후후. 오늘따라 기운이 넘치네~
렉싱턴: 하지만 승패를 결정짓는 건 실력이야. 이따가 언니의 힘을 보여줄게.
새러토가: 그럼 각자 워밍업 하고 바로 시작하자?
렉싱턴: 그래. 이따 봐.
렉싱턴이 떠나자 골프장은 갑자기 고요해졌다.
???: ――――
귓가에 희미하게 경보음이 들렸다. 마치 죽음을 알리는 듯한 차가운 소리였다.
새러토가: ……부탁이니까 제발 그만해…….
새러토가: ……날 놔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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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온 DC 특구
중앙 상가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졌다. 네온사인과 리본으로 장식된 상가는 완전히 축제 분위기였다.
새러토가: 흐흥~♪ 역시 크리스마스 이브는 행사를 하는 가게가 많구나! 오늘도 잔뜩 쇼핑할 수 있겠네!
렉싱턴: 그러네~ 그런데 새러토가… 너무 많이 산 거 아니니?
새러토가: 전혀! 앞으로 세 블록은 더 돌아야 돼!
새러토가: 내일은 중앵의 사절단이 오잖아? 선물 준비해 놔야지!
새러토가: 인솔자는 그 유명한 아마기라는데. 새러토가, 전부터 한번 만나보고 싶었어!
렉싱턴: 그래. ……중앵의 사절단, 아마기…….
렉싱턴: 저기, 새러토가. 중앵의 사절 말인데… 정말로 올까?
새러토가: 예전부터 잡혀 있던 일정이잖아? 이제 와서 캔슬하면 너무하지 않아?
새러토가: ……그런데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봐?
렉싱턴: 아니, 그냥…. 요즘 너무 행복해서, 마치 '현실'이 아닌 것 같아서….
렉싱턴: 새러토가는 그런 느낌 안 드니……?
새러토가: 어, 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새러토가: 행복에는 진실도 거짓도 없어…….
새러토가: 우리는 그냥 이렇게 같이 행복하게 지내면 돼~♪
렉싱턴: ……새러토가. 요 며칠 동안 계속 한숨 쉬거나 우울해 하거나 그랬었지…?
렉싱턴: 나는 네 언니야. 네가 고민을 숨기고 있다는 것쯤은――
새러토가: …진짜, 언니! 곧 크리스마스인데 그런 말 하지 마! 그냥 즐겁게 보내면 되잖아!
새러토가: 봐봐. 저기 다른 사람들도 쇼핑하고 있지?
새러토가: 메릴랜드~ 콜로라도~ 웨스트버지니아~!
메릴랜드: 오! 새러토가하고 렉싱턴이잖아! 너희도 크리스마스 쇼핑하러 나왔어?
새러토가: 응응! 언니하고 같이 쇼핑 중이야♪
메릴랜드: 아하하하! 좋겠네! 그럼 우리는 방해 안 되게 이만 사라져 주지! 메리 크리스마스!
새러토가: 메리 크리스마스! 즐거운 쇼핑 해~!
새러토가: 봐봐 언니. 크리스마스에는 즐거워야지?
렉싱턴: 메릴랜드, 콜로라도, 웨스트버지니아…….
렉싱턴: 자료에 따르면 그들은 PH항에서 복무하던 중 뛰어난 활약을 인정받아 DC 특구 방어함대로 전속됐어.
렉싱턴: 내 말이 맞지?
새러토가: ?? 당연히 맞――
렉싱턴: 새러토가. 내 눈을 보렴.
새러토가: 어, 언니…….
렉싱턴: 내 눈을 보고, 네 안의 소리를 듣고 답을 알려줘.
렉싱턴: "그들에겐 정말 그런 일이 있었니?"
새러토가: ………….
새러토가: ……아니야.
새러토가: 메릴랜드, 콜로라도, 웨스트버지니아 세 사람은…… PH항에 배속된지 얼마 되지 않아 PH항 공습에 휘말렸어.
새러토가: 셋은 열심히 싸웠지만…… 중상을 면치 못했어.
새러토가: 그 후 오랫동안 치료를 받았지만 별로 효과가 없었고, 결국 장기 요양을 받았어.
새러토가: 개장 기술이 어느 정도 발전한 후에야 의장 개장을 받았고, 최근에 겨우 전선으로 복귀해서 각지의 함대에 배속됐어.
렉싱턴: 그럼 저번에 함께 파티를 했던 요크타운은?
새러토가: 요크타운은 AF 해전 중 멘탈 큐브에 침식성 손상을 입어서 계속 회복에 가망이 없었어.
새러토가: 하지만 다행히 지휘관이 II형 의장 기술을 사용해 큐브 손상을 복구하는 데 성공했어.
새러토가: 별바다에서의 재활 치료도 마쳤고, 이제는 일선에 복귀했을 거야…….
렉싱턴: 그럼…… 나는?
새러토가: ……이제 그만해. 언니.
???: ――――
귓가에 또렷한 경보음이 들렸다.
그 소리는 평소보다 더 차갑고, 야속했다.
렉싱턴: 나는… 어떠니?
렉싱턴: 정말로 이렇게, 새러토가와 함께 후방에서 매일 행복한 생활을 보내고 있니?
새러토가: ……행복해져도……되잖아…….
렉싱턴: 새러토가. 내 질문에 답하렴.
새러토가: ……렉싱턴급 항공모함, 렉싱턴.
새러토가: 산호해 해전에서 멘탈 큐브에 침식성 손상을 입었어.
새러토가: 회복에 전혀 차도가 없었고, 지금까지도 확실한 치료법이 나오지 않았어…….
새러토가: 그래서 아직도… 별바다 의료 캡슐에서 혼수 상태야……….
새러토가: ……왜…….
새러토가: ……다들 돌아왔는데…… 왜 언니만……!
새러토가: 왜…언니만…….
렉싱턴: 그건 나도 어떻게 할 수 없어…….
렉싱턴: 하지만 새러토가. 너는 계속 여기 있으면 안 돼.
렉싱턴: '꿈'은 언젠가 끝나니까…….
새러토가: ……하지만………!
렉싱턴: 이제 깨어나렴. 새러토가.
렉싱턴: 현실의 동료들은 아직도 분투하고 있어. …그들에겐 네가 필요해.
렉싱턴: 사실 너도 잘 알고 있지?
새러토가: ……알고 있어. 언니.
새러토가: 다 알고 있어…….
새러토가: 나는 계속 노력하면…… 되는 거지?
새러토가: 계속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분명…….
의료 캡슐: ――――
의료 캡슐에서 유난히 또렷한 경보음이 들렸다. 마치 죽음을 알리는 듯한 차가운 소리였다.
새러토가: 이제 갈게. 언니.
새러토가: 언니 말이 맞아. 깨어난 세계에서 새러토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까.
새러토가: ……TB, 들려?
TB: 내비게이터 TB, 오더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새러토가: 응. 제어실로 갈 테니까, 그 때까지 별바다의 현황을 정리해줘!
새러토가: 이제 반격할 차례야.
~14. 작전 준비
동황. BP 기지
작전 사령부
지휘관 집무실
'빙룡파풍(氷龍破風)'――동황이 '폭풍'을 돌파하기 위한 작전에 붙인 코드 네임이다.
현재 동황의 모든 작전 지휘 계통은 오랫동안 준비해온 작전 수행을 위한 최종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물론 함대를 지휘할 나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다…….
지휘관: (작전 계획대로라면 폭풍은 강해지고 있지만, 지금의 동황은 그걸 와해시킬 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
지휘관: (동황이 폭풍을 돌파하면 태평양으로 진출하게 되는데….)
지휘관: (아무래도 현재 유럽뿐만 아니라 태평양도 혼란에 빠진 것 같아.)
지휘관: (동황이 아무것도 모른 채 이대로 작전을 수행했다간,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지도 몰라….)
멤피스: 지휘관. 동황 측 말로는 여러 차례 외부 정찰을 실시했지만 폭풍이 너무 강해진 탓에 모두 실패하고 말았대.
멤피스: 하지만 어떻게든 북방연합의 카라긴스키 기지와 연락하는 데 성공했어.
멤피스: 지금 소비에츠키 소유즈하고 통화 중인데, 지휘관하고 직접 얘기하고 싶대.
지휘관: 소유즈가…? 왜 태평양까지 와 있지?
지휘관: 연결해줘.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께서 무사한 것을 보니 마음이 놓이는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런 상황에서 다시 뵙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지휘관: 북방연합에 무슨 일이라도 있어? 왜 갑자기 카라긴스키까지 온 거야?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는 유럽에서 왔으니 아마 아시겠지만…….
소비에츠키 소유즈: 현재 유럽 전역에서 광범위한 집단 환각 증상을 일으키는 환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 범위는 점점 빠르게 확대되고 있고, 효과도 매우 빠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더 이상 환상이 퍼지는 것을 막을 수 없어서 북방연합은 지휘 계통을 극동의 카라긴스키로 옮겼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각 부대에도 이동 명령을 내렸습니다만, 이미 한발 늦어서…. 명령에 응한 부대는 50% 정도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다행히 극지 함대와, 특별계획함을 포함한 계획함 연구소는 영향 범위 밖에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전반적으로 북방연합의 위기는 아직 통제 범위 내에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환상에 대한 조사가 끝나는 대로 반격을 시작할 예정이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럼…… 이제 지휘관 동지께서 궁금해 하실 만한 일에 대해 말해 보죠.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셴에게서 현재 태평양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북방연합이 가지고 있는 정보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도움이 되셨으면 좋겠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알류샨 방어선이 수집한 정보에 따르면, 현재 태평양 전역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공격 측은 중앵 함대입니다. 그리고 유니온의 태평양 함대가 중앵 마셜 제도 기지로 향하고 있다는 정보도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하지만 중앵의 마셜 제도 기지와, 솔로몬 제도 기지도 피해를 입었다는 정보가 있어서, 가해자가 누구인지는 아직 불명확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렇듯, 현재 진위를 구별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리고 유니온의 DC 특구, 샌디에이고 사령부, NY 시티와의 연락도 두절되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유럽의 상황을 고려하면 아마 유니온의 핵심부도 이미 환상에 빠져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혼란스러운 정세를 감안하면, 알류샨의 전력을 섣불리 태평양으로 빼내어 조사할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래서 제가 제공해 드릴 수 있는 정보는 이것뿐입니다. 죄송합니다.
지휘관: 아니야, 소유즈. 그동안 받은 정보 중 가장 상세한 내용이었어. 고마워.
소비에츠키 소유즈: 감사합니다. 그럼 여러분의 '빙룡파풍' 작전의 성공을 기원하겠습니다.
소유즈는 통신을 종료했다.
지휘관: (말은 저렇게 했지만 북방연합의 상황도 그리 좋지는 않을 거야.)
지휘관: (이 복잡한 정보들이 현재 태평양에 대해 알 수 있는 그나마 가장 정확한 정보인가…….)
지휘관: (그래도 최소한 엔터프라이즈의 함대만 무사하다면, 태평양 자체가 적의 손에 떨어질 염려는 없을 거야.)
지휘관: (유럽 쪽 정보에 따르면 클레망소와 시나노는 심판정의 '검은 태양'을 개조해 환상을 해제하려 하고 있는 것 같고.)
지휘관: (만약 소유즈가 도움이 필요하다고 하면, 그때 지원하라고 하면 되겠지.)
지휘관: (중앵 쪽은…… 역시 정보가 없네.)
지휘관: (아무튼 빙룡파풍 작전이 임박했어.)
지휘관: (세이렌도 두고 보지만은 않을 테니, 치열한 싸움이 될 거야.)
지휘관: (당장은 동황 일에 집중하자.)
~15. 솔로몬 제도를 향해
태평양. PH항
유니온 태평양 함대
다시 전선에 합류한 PH항은 분주한 모습이었다.
각지에서 달려온 함대들은 보급 및 수리를 받고 다시 각자의 전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브리핑 룸에서는 함선들이 전황 분석에 힘쓰고 있었다.
엔터프라이즈: 현재 PH항, AF 기지, 파나마 요새 등 태평양의 각 거점 탈환 및 주둔 함대 확보가 완료되었다.
엔터프라이즈: 환상으로 인한 인적 피해는 경미했지만, 장비의 경우 경중을 가리지 않고 수많은 피해가 발생했다.
엔터프라이즈: 또한 각 주둔 함대는 전선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현재 수리 및 보급이 이루어지고 있다.
요크타운II: 태평양의 거점이 한두 군데가 아닌데 이 짧은 시간에 전부 탈환해내다니…. 정말 놀랐어.
엔터프라이즈: 응. 나도 장기전이 될 줄 알았는데.
엔터프라이즈: 중앵이 제공한 부적과 파고의 아이디어 덕분에 작전 목표를 조기에 달성할 수 있었어.
새러토가: 아, 부적에 관해서라면 새러토가도 보고할 게 있어.
새러토가: 너희가 샌디에이고 사령부에서 회수한 부적은 이미 별바다로 전달했어.
새러토가: 그래서 별바다는 정상적으로 가동 중이야. 지금은 환상에 대한 분석 및 해제 방법에 대해 조사하고 있어.
새러토가: 유니온 본토에서도 환상의 영향을 받은 지역이 적지 않지만, 분석만 잘 되면 조만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거야!
엔터프라이즈: 역시 새러토가야. 든든하군.
새러토가: 흐흥~ 당연하지♪
새러토가: 그러니까 너희는 후방 걱정은 하지 말고 눈앞의 문제에 집중하면 돼! 지금 전선 상황은 어때?
벙커힐: 최전선은 현재 소강상태지만… 적은 조금씩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다.
벙커힐: 중앵 마셜 제도 기지 방향에서 습격해 오는 적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는 중이다.
벙커힐: 현 시점에서 적은 적어도 7개 함대로 확인되며, 각 함대는 길이가 3천 피트가 넘는 기함이 이끌고 있다.
호넷II: 3천 피트…? 세이렌 양산함 중에도 그렇게 큰 놈은 없었던 거 같은데…….
벙커힐: 맞아. 그리고 이 양산함들은 모두 실드를 탑재했고, 화력도 상당해.
벙커힐: 함재기로 여러 차례 공격해 봤지만 모두 허사였다.
벙커힐: 현재는 잠수함에 의한 참수 작전을 시도 중이야. 지휘 유닛을 격침시켜서 단숨에 전력 저하를 노릴 셈이다.
컨스텔레이션: …! 벙커힐, 일단 멈춰!
컨스텔레이션: 별바다에서 적의 정체에 대한 초기 분석 결과가 나왔어.
컨스텔레이션: 이번에 마주한 적은 ‘침식 구현체’의 일종인 것 같아.
컨스텔레이션: 일종이라고 한 건, 음…. 이 적은 기존의 침식 구현체와는 달리 우리 ‘가지’에 투영되는 게 아니라, 실재하는 어떤 배의 일부에 근거해 만들어진 것 같아.
컨스텔레이션: 그래서 지금까지 조우했던 침식 구현체와는 달리 외관을 어느 정도 식별할 수 있고, 공격도 통했던 거야.
컨스텔레이션: 문제는 이들이 어떻게 생겨났냐는 점인데….
컨스텔레이션: 배후가 누구이든 간에 제조 과정에서 중앵의 양산함 제작 기술을 사용한 건 틀림없어.
컨스텔레이션: 그리고 하나 더.
컨스텔레이션: 통상적인 침식 구현체는 무력화되면 한순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지만,
컨스텔레이션: 이번 적들은 파괴되면 무슨 광물 원석 같은 부품을 남겨.
컨스텔레이션: 샘플 분석 결과, 이 부품들은 다른 물질을 침식시키는 성질을 가지고 있어.
컨스텔레이션: 그 강도가 약해서 우리 멘탈 큐브를 침식시킬 수는 없지만, 전자기기 정도는 여전히 손상시킬 수 있는 것 같아.
컨스텔레이션: 아까 벙커힐이 말했던 적 기함의 샘플은 아직 입수하지 못했지만,
컨스텔레이션: 저 정도의 거함이면 침식성의 강도도 결코 낮지 않을 거야.
컨스텔레이션: 수중 공격으로 격파하면 그 침식의 영향을 바로 받게 될 테니, 잠수함이 무사히 탈출할 가능성은 희박해져.
벙커힐: 정보 고맙다, 컨스텔레이션. 작전은 재고하도록 하지.
인디애나: 방금 사모아 관측소에서도 정보를 하나 받았다.
인디애나: 1개 함대가 중앵 솔로몬 제도 기지를 떠나 마셜 제도 쪽으로 향하고 있다더군.
인디애나: 저 중앵 함대가 아직 환상 속에서 꿈을 꾸고 있는 거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인디애나: 최악의 경우, 깨어난 중앵 함대가 적에게 전멸당했을 가능성도 있어.
요크타운II: 이번에 우리가 이토록 신속하게 사태를 수습할 수 있었던 건 중앵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야.
요크타운II: 이대로 못 본 채 할 수는 없어.
새러토가: 맞아! 그리고 만약 솔로몬 제도가 적에게 넘어가면 전선에서 상대해야 될 적도 두 배가 될 거야.
새러토가: 어느 쪽이든 중앵 함대를 구하러 가야해!
엔터프라이즈: 나도 동감이다.
엔터프라이즈: 벙커힐. 계속 방어전을 맡아줘. 견실하고, 침착하게.
엔터프라이즈: 가능한 한 적 기함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진짜 목적이 무엇인지 알아내야 해.
엔터프라이즈: 솔로몬 제도의 중앵 함대를 구한 다음에는 다른 방향에서 마셜 제도 쪽으로 접근한다.
엔터프라이즈: 그때는 너희도 함께 협공해서 적을 일격에 쓰러트리는 거야.
벙커힐: 알겠어.
요크타운II: 엔터프라이즈. 우리 쪽에는 여유 전력이 있어. 솔로몬 제도로 보내줄까?
엔터프라이즈: 내 걱정은 하지 마. 벙커힐이 맡는 방어선으로 보내줘.
엔터프라이즈: 중앵 함대를 구출해낸다면 전력 합류를 기대할 수 있고, 주변에는 철혈의 부유섬 요새도 있어.
엔터프라이즈: 만약 필요하다면 철혈에도 증원을 요청하지.
요크타운II: 철혈…? 시드니에 있는 로열 함대에게 부탁하는 게 낫지 않을까?
엔터프라이즈: 안 돼. 시드니 사령부는 현재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의 추적, 남극해의 상황 변화 감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어.
엔터프라이즈: 함대를 파견하면 남극에 무슨 일이 생겼을 때 대응할 수 없게 돼.
엔터프라이즈: 지휘관 덕분에 철혈과의 관계도 많이 좋아졌어. 부탁하면 반드시 지원해줄 거야.
요크타운II: 알겠어. 엔터프라이즈, 조심해….
엔터프라이즈: 언니도.
엔터프라이즈: 아직 환상이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어. 그리고 배후도 밝혀지지 않았고. 아무리 II형 의장을 받았다고 해도…….
요크타운II: 후후후, 걱정 마. 전장에서 오래 벗어나 있었지만 아직 실력은 녹슬지 않았으니까.
요크타운II: 복귀한 뒤로 모두와 함께 맞는 첫 번째 싸움……. 상대가 누구든 우리의 힘을 확실히 보여주겠어…!
~16. 바래지 않는 검붉은 그림자
―――――!!
굉음과 함께 길을 가로막던 적은 잔해만 남기고 소멸했다.
카와카제: 나가토 님. 적의 수, 출현 위치, 전투 방식 모두 이전 적과 동일합니다.
쇼카쿠: 여기는… 벌써 몇 번이나 지나간 곳이에요…. 혹시 저희들 무슨 결계에 갇힌 걸까요…?
나가토: 결계라면 약점이 있겠지. 지금 시만토가 조사하고 있다.
나가토: 나머지는 내게 가까이 붙어 있거라. 그렇지 않으면 환상이 보여주는 꿈에 빠질 위험이 있어.
나가토와 함선들은 먹빛으로 물든 벚꽃 바다를 나아갔다.
나가토: (……지금껏 여러 쐐기를 해제했음에도 불구하고, 환상은 해제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아.)
나가토: (어찌하여 마지막 쐐기를 풀면 환상이 재구성되는 것인가?)
나가토: (다른 환상과 똑같다고 생각했건만, 이곳은 우리를 가두기 위한 함정인가……?)
나가토: (앞서 만난 가면을 쓴 '아마기'…. 만약 환상이 만들어 낸 허상이 아니라면….)
나가토는 아까 전 스쳐간 여우 가면을 쓰고 있는 검붉은 그림자를 떠올렸다.
나가토: (으음……. 아마기가 무슨 말을 하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군…….)
나가토: (생각해 보면 아마기를 처음 만났을 때 단순한 환상이라고 생각하여 무슨 말을 하는지 개의치 않았지…….)
나가토: (단지 무언가 안내하는 듯한 발걸음을 보고 나도 모르게 뒤를 쫓았는데….)
나가토: (도중 몇 번이나 의심했지만, 숨겨진 수많은 쐐기도 많이 찾아낼 수 있었지….)
나가토: (지금 생각하면 우활했구나…. 이곳으로 유인하려는 것인지도 모르고….)
나가토: (이 신목의 해역에…….)
나가토: (……음? 신목…… 아마기……?)
나가토: (…!! 그렇구나! 그것이라면 이치에 맞는다!)
나가토: (미카사 대선배는 내가 이것을 조사하길 바랐던 것인가…!)
나가토: (신목 아래에 묻힌 아마기의 잔혼은 신석의 뿌리로 흘러들어가 자아를 되찾게 되었다….)
나가토: (그리고 중앵 본섬을 넘어 본디 신목이 지키던 경계보다 더 넓은 범위까지 활동하고 있지…….)
나가토: (누군가가 환상을 이용하여 신목의 영역을 중앵 외부로 넓혔다…….)
나가토: (허나 대체 누가……?)
나가토: (대현자였던 운젠은 대신목을 봉인한 이후로 와타츠미에 대한 통제력을 잃고 말았다. 이를 인수한 것은 야마토인데…….)
나가토: (만일 야마토가 아니라고 한다면…….)
나가토: (그런가…! 그래서 야마토가 내게 경고를 한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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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즈키: "천암(天岩)의 문을 한 번 열 것이니 나가토 님만 괜찮으시다면 함께 오셔도…."
미나즈키: "………나가토 님."
미나즈키: "즈이카쿠를 속히 불러들여 시만토와 함께 곁을 지키게 하십시오."
미나즈키: "현세를 태우는 불이 타오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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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토: (현세를 태우는 불……!?)
나가토: (으으음… 깨닫는 것이 이리도 늦었다니……!)
나가토: (아카기…. 역시 그대는 아직도 정념에 사로잡혀 있는 것인가…….)
나가토: (육체는 사라진지 오래…. 큐브 역시 산산조각이 났다. 잔혼이 묻힌 곳 역시 오염되었지…….)
나가토: (그대는 정녕 그대가 되살리려 하는 것이 어떤 존재인지… 알고 있는가……?)
――――!!
갑자기 울린 포격 소리가 나가토의 생각을 멈추게 했다.
나가토가 펼친 결계에 떨어진 포탄은 파문을 일으켜 그 모양을 일그러뜨렸다.
나가토: ……윽!
카와카제: 나가토 님!
하구로: 칫…! 끝이 없네…. 이번엔 또 어디서 나온 검까…!?
시만토: 나가토 님, 여긴 나한테 맡겨!
시만토: 아직 힘이 완전히 회복되지도 않았는데, 이대로 계속 버티다간 위험해!
나가토: 안 된다!
나가토: 그대는 부적을 만드는 데 이미 너무 많은 힘을 소모했다. 지금 회복이 필요한 것은 내가 아니라 그대이다.
콩고: …그렇다면 더더욱 빨리 이곳에서 탈출해야 해요. 시만토, 환상의 약점은 찾았나요?
시만토: 응! 내가 안내할게!
나가토: 기다리거라. 시만토, 콩고!
시만토: 나가토 님……?
나가토: 내가 잘못 생각했다. 이 허상 환경은 함정이 아니다. …저기 있는 신목이야말로 이곳의 핵심이지.
나가토: 미카사 대선배는 이를 조사했으면 하여 나를 이곳으로 보낸 것이다.
나가토: 침로를 바꾸어라! 환상의 중심으로 향한다!
~17. 침입
중앵. 솔로몬 제도 기지
유니온 함대
허상 환경 침입 이후
앞길을 가로막는 적을 격파하고, 인디애나와 엔터프라이즈 일행은 부적으로 토리이를 만들어 환상 속으로 침입했다.
안에는 벚꽃으로 뒤덮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수평선 저 끝에는 시든 거목 한 그루가 서 있었다.
벨: 이렇게 꽃이 피었으면 생기가 느껴져야 하는데….
벨: 왠지… 엄청 쓸쓸한 기분이야…….
벨: 이게 중앵 사람들을 가둔 허상 환경인가?
인디애나: ……전투 흔적이 있군. 얼마 되지 않았어.
인디애나: 엔터프라이즈. 공중에서는 뭐가 좀 보이나?
엔터프라이즈: 전투 흔적은 한 군데가 아냐.
엔터프라이즈: 중앵 함대는 무사해. 그리고 계속 저항하고 있어.
피츠버그: 이상하네…. 우리가 환상 속을 드나들 수 있는 건 중앵 덕분인데….
피츠버그: 왜 자신들은 그 안에 갇혀 있는 거지?
파고: 어쩌면 이 환상만 특별한 걸지도 몰라. 흑막이 중앵 함대를 가두기 위해 특별히 설게했다던가.
헤링: 흑막이 직접 노린 거면… 위험하지 않아!?
엔터프라이즈: 찾았다. 중앵 함대는 중심부에 있는 큰 나무를 향해 이동하고 있어.
피츠버그: 그래도 늦지 않아서 다행이네! 우리도 빨리 가자!
~18. 검게 물든 새 바람
허상 환경 속에서 나가토 일행은 신목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탈출하려 할 때와 달리 앞길을 가로막는 적은 거의 나타나지 않았다.
나가토: (……혹시 일부러 나를 신목으로 향하게 하는 것인가?)
나가토: (허나 무슨 이유로…….)
신목은 이미 시들어 있었다.
나가토는 고개를 들어 신목을 살폈다.
문득 마른 가지 위에 붉은 봉오리가 보였다. 이내 신목이 만발했다.
----
아마기: 나가토 님….
아마기: 나가토 님……?
구름이 걷혔다. 방으로 들어오는 햇살이 눈부셨다.
몇 번이고 자신을 부르는 부드러운 목소리에 나가토는 정신을 차렸다.
나가토: 아마기……? 으음… 나는 지금……?
주위를 둘러보니 우아하면서도 화려한 객실이었다. 왠지 모르게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아마기: 나가토 님. 방에 들어올 때부터 계속 멍하니 계셨는데….
아마기: 무슨 고민이라도 있으신가요?
나가토: 으음……. 긴 꿈을 꾼 것 같구나…. 갑자기 깨어나니 어지러웠을 따름이다.
아마기: 그러시군요. 그동안 내내 비가 오다가 이렇게 구름이 개고 햇빛이 비치니 저도 잠이 쏟아지네요.
아마기: 나가토 님께서도 요즘 피곤하신 것 같으니 부디 몸조리에 힘쓰시길 바랍니다.
나가토: 으음…… 그래…….
나가토: 아마기…. 정말로 그대인가?
아마기: 네? 그렇습니다만…. 나가토 님, 혹시 꿈에서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겪으셨나요?
나가토: 꿈은… 그냥 꿈일 뿐이다.
나가토: 이제 괜찮다. 아마기, 무슨 일로 찾아왔느냐?
아마기: 외람되오나, 카가에 대해 한 가지 아뢸 게 있어 찾아왔습니다.
나가토: 좋다. 말해 보거라.
아마기: 전함 카가의 퇴역 처분을 철회하여 주실 수 있으실지요?
나가토: ……후우……아마기, 내게 그런 걸 바라면 아니 되느니라.
아마기: 조약은 이미 체결되었으니 바뀔 가능성이 없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아마기: 누군가가 카가를 대신하지 않는 이상은…….
나가토: ……….
아마기: 아시다시피 제 몸은 연합함대 기함을 감당하기 어렵습니다. 머지않아 타인에게 또 위임을 해야만 합니다.
아마기: 지금 카가에게 맡긴다면, 조금이라도 이 병든 몸을 마지막까지 중앵에 바칠 수 있을 것입니다…….
나가토: 그것이 그대의 소원인가?
아마기: 물론입니다. 카가는 지금 잠시 이성을 잃고 거울해역으로 향하고 있습니다만, 제가 함대를 이끌고 가 데려오도록 하겠습니다.
아마기: 그리고 난 뒤, 다음 연습 훈련 일정을 발표하실 때 정식적으로 공표하시고, 아카기와 카가의 함종 변경을 속행하실 수 있도록 관련 수속을 진행하실 수 있도록 간청드리고자 합니다.
나가토: ……아니 된다.
아마기: 나가토 님……?
나가토: …나는 허락하지 않겠다.
나가토: 아마기, 포기하지 말거라……. 내가 반드시 그대를 치료하겠다…!
아마기: 치료… 하지만 어떻게……?
나가토: 와타츠미와… 신목의 힘으로!
나가토: 그대의 멘탈 큐브는 고칠 수 없지만, 그래도… '아마기'라는 존재의 혼은 신목에 보존할 수 있다.
나가토: 와타츠미의 힘으로 신목을 자양하고, 그 뿌리를 대신목에 연결한 다음,
나가토: 와타츠미를 핵으로 삼아 그대의 신체를 다시 구현하면――
아마기: ……'그 아이'의 계획과 무슨 차이가 있습니까?
나가토: 그 아이……?
나가토: 과연. 조금 전까지 내가 꾸었던 것이 '현실'이고, 이것은 꿈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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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기: ………….
검붉은 그림자는 아무 말 없이 여우 가면으로 얼굴을 가렸다.
시만토: 시키가미 수룡, 환상을 부수어라――!
둘 사이의 정적은 멀리서 갑자기 들린 목소리로 인해 깨졌다.
아마기: ……여기까지인 것 같군요.
아마기: 나가토 님, 부디 돌아가 주세요. ……이번 일에서 손을 떼어 주세요.
환상이 풀리면서 숨어 있던 적이 나타났다.
하지만 중앵 함대와 멀리서 달려온 유니온 함대로 인해 적은 순식간에 섬멸되었다.
이런 혼란 속에서 검붉은 그림자는 모습을 감췄다.
귓가에 남은 것은 공허한 탄식 소리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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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앵 솔로몬 제도 기지
잠시 후
피츠버그: (저 아이가 나가토…? 어려, 귀여워…! 게다가 전함이라니….)
피츠버그: 네가 중앵 함대의 리더니?
나가토: 나는 중앵의 어호이자 전 연합함대 총기함. 나가토급 전함 1번함, 나가토이다.
피츠버그: 중앵 연합함대 총기함도 맡았었어…? 정말 사람은 겉모습으로 판단할 수 없구나.
카와카제: 무엄하다! 감히 나가토 님께――
엔터프라이즈: …피츠버그.
피츠버그: 미안, 너무 들떴나 봐. 사과할게.(그런데 정말 귀엽네……. 만져 보고 싶어!)
엔터프라이즈: 나는 엔터프라이즈다. 유니온 태평양 함대의 기함이자, 태평양 전역을 담당하고 있지.
엔터프라이즈: 만나게 되어 영광이다. 나가토.
이렇게 솔로몬 제도에서 두 진영이 합류했다.
유니온과 중앵. 태평양에서 가장 강력한 두 세력이 만나는 순간이었다.
나가토: 엔터프라이즈. 그대의 명성은 익히 들었다.
나가토: 과거의 원한에 연연하지 않고 솔로몬 제도 기지를 구원하려 달려와 주어서 고맙다.
엔터프라이즈: 아니. 나야말로 우리 동료들을 도와줘서 고마워.
엔터프라이즈: 삼가…… 아니, 지금은 시간이 아까우니 딱딱한 인사는 생략할게.
엔터프라이즈: 우리 정보에 따르면 마셜 제도 기지의 상황은 여기보다 더 심각한 것 같아.
엔터프라이즈: 우리는 주력함대와 함께 여러 방향에서 적을 협공하고 주둔 함대를 구할 계획이야.
엔터프라이즈: 중앵의 계획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을까?
나가토: …….
나가토: (이 또한 시대의 흐름인가…….)
나가토: (과거에 매달릴 것인지, 새로운 바람과 함께 나아갈 것인지……. 답은 처음부터 나와 있었다.)
나가토: (신생연합함대가 신목에서 나를 깨운 이후 겪은 수많은 경험들이, 이를 가르쳐 주었으니까…….)
나가토: …마음을 현혹하는 '허상 환경', 그리고 갑자기 나타난 적…. 이는 아카기가 꾸미고 있는 어떤 계획과 관련이 있다.
나가토: 우리 중앵의 보물 와타츠미와 신목을 악용하는 행태를, 나는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다.
나가토: 이 모든 이변은 중앵의 내부 문제로부터 시작되어 그대까지 말려들게 한 것이다.
나가토: 그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부디 그대들과 동행하여 원적을 토벌할 수 있게 해주겠나?
나가토: 모든 것이 끝날 때까지…….
엔터프라이즈: 물론이지. 사실 마셜 제도에 함대를 파견한 것이 침공 작전이 아니라는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걱정이었어.
엔터프라이즈: 너희 도움이 있다면 작전은 분명 순조롭게 진행될 거야.
나가토: 음. 그러면 함께 마셜 제도 기지를 향해 전진하자!
~19. 대안
태평양의 진정한 지배자는 탑에서 각 해역에 숨겨 놓은 감시 기구를 통해 전장 전체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시선은 서방에서 반짝이는 무수한 빛이 아니라, 동방을 향하고 있었다.
테스터: 사태가 점점 악화되고 있어.
테스터: 동황의 전력이 슈퍼 컴퓨팅 기구――'천성대'로 돌려진 것을 확인.
테스터: 현재는 40%지만, 점점 증가하고 있어.
테스터: 동황 전역이 제1급 전투 배치에 돌입한 것을 확인.
테스터: 현재 동황이 준비한 전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폭풍'을 돌파할 확률은 98% 이상.
테스터: 결론. 비상 대책을 가동할 필요가 있음.
테스터: 옵저버의 명령에 따르면 실험이 다음 단계로 진행될 때까지 동황이 폭풍을 돌파해서는 안 돼.
테스터: 비상 대책에 따라 폭풍의 강도를 클래스 IV에서 클래스 V로 변경.
테스터: 기간은 동황 함대의 자원이 모두 소진되어 공격을 계속할 수 없을 때까지.
의사 결정 시퀀스를 거친 후, 테스터는 지체 없이 각 기구에 지시를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기구들에게서 지시를 수령했다는 피드백이 돌아오지 않았다.
테스터: ……통신 지연?
테스터: 본체가 있는 탑이 재밍을 당하고 있나?
테스터: 그럴 리가 없는데….
본체가 위치한 강철의 도시에 한 점의 푸른빛이 나타났다.
빛은 순식간에 격류가 되어 도시 전체로 퍼졌다.
그 후, 빛은 다시 점이 되어 처음 나타난 위치에서 사라졌다.
테스터: 오더 수령.
테스터: 폭풍의 강도를 조정하는 기존 방안을 폐기한다.
테스터: 대안 수령 및 확인 완료.
테스터: IV형 양산함 생산 라인 가동.
테스터: 해당 구역에 방어선을 구축하고, 폭풍이 재가동될 때까지 동황 함대를 요격한다.
테스터는 다시 각 기구에 지시를 내렸다. 이번에는 제대로 피드백이 올라왔다.
실험장β에서는 한 번도 가동되지 않았던 IV형 양산함 생산 라인에 불이 켜졌다.
싸움은, 그야말로 일촉즉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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