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연주자의 꿈
경보: ――――――――!
화염, 폭연, 폐허. 눈앞에서 세상이 뒤틀리고 있다.
귀에 거슬리는 사이렌. 삐걱거리는 강철의 비명. 날아오는 포탄이 바람을 가르는 소리.
아이리스의 성지는 지옥과도 같았다.
스트라스부르: 나, 는……….
――――――――!
뒤플렉스: 스트라스부르…… 드디어 찾았다!
로데시유: 후우…. 괜찮으십니까? 정신 차리세요…!
스트라스부르: 그래…… 괜찮아. 아마도.
정신을 집중해 봤지만 머릿속은 여전히 멍했다.
‘나는 누구인지’, ‘여기는 어디인지’, ‘뭘 하고 있었는지’ 조차 알 수 없었다.
스트라스부르: ……아니, 나는 적어도 스트라스부르지…… 응.
뒤플렉스: 그런데……?
로데시유: 그게 왜……?
스트라스부르: 아무것도 아냐. 여긴 어디지?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뒤플렉스: 큰일이네…. 스트라스부르가 머리를 다친 것 같아.
로데시유: 치, 침착하세요! 스트라스부르 씨. 일단 심호흡을 해 보세요.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게 뭔지 알려 주시겠어요?
스트라스부르: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
스트라스부르: 합동 훈련을 준비했었고, 그 다음 파티가 있었는데…….
스트라스부르: 연회장에는 꽃과 맛있는 음식들, 그리고 음악이…….
뒤플렉스: 파티라니… 벌써 이틀 전 일인데?
로데시유: 맞아요…. 아무튼 상황은 통제 불능입니다.
로데시유: 여기도 곧 싸움에 휘말릴 테니까 탈출하면서 얘기해요…!
스트라스부르: 탈출……?
뒤플렉스: 로데시유 말이 맞아. 얼른 탈출하자!
―――――――!
지근거리에 포탄이 착탄했다. 폭풍에 휘날린 돌조각이 얼굴을 스치니 기억도 조금은 선명해졌다.
스트라스부르: 아이리스, 로열, 철혈, 사디아, 4대 진영의 합동 훈련……. 진영 간 친목을 다지기 위한 자리였는데….
스트라스부르: 왜인지…… 다들 싸우기 시작하고….
스트라스부르: 가까스로 그 자리에서 벗어났는데…… 큭…….
스트라스부르: 케비르… 툴롱…… 몽생미셸에서도 도망쳤어….
스트라스부르: 대체 언제까지 도망쳐야 하는 거야……. 언제까지 싸워야만 하는 거야…!?
―――――――!
무력한 외침은 포화의 굉음에 가로막혔다.
그 순간 시야에 보이는 모든 것이 빙빙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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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 하아……하아…….
베일 너머 부드러운 햇살이 방을 비추고 있었다.
스트라스부르: 여기는…… 내 방…….
스트라스부르: 아직 살아 있어……. 방금은 꿈인 걸까…….
스트라스부르: 악몽치고는 너무 리얼하잖아……. 정말이지….
악몽을 잊으려고 세차게 고개를 저었지만, 아까의 광경이 뇌리에서 좀처럼 지워지지 않았다.
스트라스부르: ……다른 사람하고 얘기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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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생미셸. 성당.
로데시유: ……사실 저도 비슷한 악몽을 꿨습니다.
로데시유: 각 진영이 싸우는 광경, 불타는 바다…….
로데시유: 저는 뒤플렉스 씨와 함께 사람들을 구하러 뛰어다녔습니다……. 그러다 스트라스부르 씨를 찾았고…….
뒤플렉스: 야근을 너무 많이 해서 환각이라도 본 걸까? …어떻게 이런 우연이 있을 수 있지?
스트라스부르: 뒤플렉스도 같은 꿈을 꾼 거야?
뒤플렉스: 응. 너희랑 똑같아.
스트라스부르: ……세 명이 모두 같은 악몽을 꿨다니…. 예삿일이 아니야.
뒤플렉스: 나 하나 생각났어. …‘거짓 신’ 사건 말야.
뒤플렉스: 사디아의 박람회장에서도 모두가 같은 환각을 봤었지. 또 어떤 이상 현상의 영향을 받은 걸까?
스트라스부르: ‘침식성 복합체’…….
로데시유: 그럴 리 없어요. 여기 오는 도중 어느 곳에도 침식의 흔적은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로데시유: 그럼 남은 단서는 ‘합동 훈련’뿐이군요. 여러분께서는 뭔가 알고 계십니까?
스트라스부르: 아니, 전혀 모르곘어.
스트라스부르: 나도 마찬가지야.
로데시유: 그러면 기우일지도 모르겠네요.
로데시유: 악몽의 내용은 모두 여기서 일어난 합동 훈련에서 비롯됐습니다. 훈련이 없다면 애초에 일어날 방법이 없죠.
뒤플렉스: 그건 그렇지만……. 아무리 낮은 확률이라도 일어날 때가 있으니까.
스트라스부르: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는――
통신: ――――
스트라스부르: 클레망소 님의 연락이네?
로데시유: 무슨 내용입니까?
스트라스부르: “……이틀 뒤 리슐리외 님께서 몽생미셸 주변 해역에서 합동 훈련을 실시할 예정. 로열, 철혈, 사디아 함대를 초청함…….”
스트라스부르: “각 진영의 지도자뿐만 아니라 지휘관도 참가 예정. 손님을 맞을 준비를 하라.”
뒤플렉스: 4대 진영의 합동 훈련, 정말로 왔네…….
스트라스부르: 너희는 사람들을 모아서 준비를 해줘. 악몽에 대해선 내가 클레망소 님께 연락할게.
뒤플렉스: 그래. 아무 일도 없었으면 좋겠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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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몽생미셸
성당 홀
7월 23일
~02. 합동 훈련 초대
아이리스. 열차 안
지휘관 전용 차량
7월 24일
샌디에이고 사령부의 연락을 받은 지 이틀 반이 지났다.
첫째 날, 그러니까 연락을 받은 당일 “태평양의 이상 사태는 수습 중이며 현재 사후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라는 연락이 왔다.
다음 날, 각 진영에 수집을 부탁했던 정보도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오늘, 멤피스가 정리한 보고서를 내 앞에 내밀었다.
지휘관: ……환각……환각……악몽……발작…….
지휘관: 갑작스러운 고양감……환각…악몽……전자 기기 고장…….
지휘관: 악몽……환각……집단적 악몽…악몽….
지휘관: 유니온뿐만 아니라 태평양 주변 여러 진영에서도 원인 불명의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구나.
지휘관: 정보는 이게 다야?
멤피스: 그게 다야. 선별을 거치긴 했지만.
멤피스: 낭설, 유언비어, 도시전설 같은 건 다 걸러냈어.
지휘관: 확실히 참고할 가치는 없어 보이네. …뭐 심심풀이로는 좋겠지만.
지휘관: 그것들도 다 보내 줄래? 도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까 대충 훑어 볼게.
멤피스: 알겠어. 잠시만.
멤피스는 손에 들고 있던 단말기를 조작했다. 곧 아까보다 훨씬 많은 수량의 자료들이 전송되었다.
지휘관: 상당하네…….
멤피스: 그만큼 각 진영이 잘 협력하고 있다는 거지♪
덜컹덜컹. 열차가 나아가면서 내는 규칙적인 진동 소리는 이런 가십거리를 읽는 데 좋은 반주가 된다.
유럽의 여름. 차창 밖으로는 목가적인 풍경이 끝없이 펼쳐져 있었다.
왜 내가 아이리스 성도에서 또 다른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이렇게 열차에 몸을 실고 있는지…….
모든 것은 어제 일로부터 비롯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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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집무실.
헬레나: 지휘관. ……아이리스 쪽에서 초대장이 왔어.
지휘관: 무슨 초대?
헬레나: 그러니까… 합동 훈련에 참가해달라는 내용 같아.
헬레나: 여기. 한번 읽어 봐.
헬레나에게서 아이리스의 인장이 찍힌 봉투를 받았다.
지휘관: “아이리스, 로열, 철혈, 사디아 4개 진영은 ‘평화 간주곡’이라는 이름의 합동 훈련을 개최하기로 결정…….”
지휘관: “장소는 아이리스의 몽생미셸. 열차는 이미 마련되어 있으며, 내일 출발할 예정…….”
멤피스: 너무 갑작스러운 요청이어서 나도 방금 조사를 좀 해 봤어.
멤피스: 이 훈련은 지휘관이 며칠 간 부재중이었을 때 엘리자베스와 리슐리외가 급하게 합의한 것 같아….
지휘관: (엘리자베스와 리슐리외가? …내가 ‘고래 사냥’에 참여하는 동안 시간을 끌기 위해서 그랬던 건가?)
지휘관: (그런데 예상보다 내가 일찍 돌아와서 정말로 훈련에 참관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 거고?)
지휘관: 아이리스의 초대를 거절할 이유는 없지.
지휘관: 마침 회의에 질려서 한숨 돌리고 싶은 참이었어. 다 같이 기분 전환하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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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전용 차량. 지금
지휘관: 그나저나 멤피스. 뭔가 비밀 정보는 없어?
멤피스: 비밀 정보…? 갑자기 무슨 소리야? 뭘 알고 싶은데?
지휘관: 뭐든 좋아. 이상 사태뿐만 아니라 최근 태평양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라든지, 아니면 내가 아직 모르는 거라든지, 알아두면 좋을 것 같은 거라든지.
멤피스: 글쎄…. 이상 사태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없어.
멤피스: 내 정보원이라고 해 봤자 거기서 거기고. 새러토가한테 물어보는 게 더 빠를걸?
멤피스: 태평양 주변도…… 별다른 건 없어.
멤피스: …맞다. 하나 있네. 지휘관이 ‘엘리자베스’를 상대하고 있었을 무렵에….
멤피스: 중앵이 갑자기 외교 태세를 확 바꾼 거 알아?
지휘관: 확 바꿨다고? 무슨 말이야?
멤피스: 중앵 지도층 사이에서 마침내 얘기가 통했는지 연합 합병에 대해서 갑자기 긍정적인 태도가 된 거 있지?
멤피스: 듣기로는 각 진영에 값비싼 선물도 보냈다나 봐.
지휘관: 음… 중요한 정보네. 중앵이 드디어 적극적으로 움직이는구나.
지휘관: (하지만 왜 갑자기 태도가 변했는지는 모르겠어. 나중에 시나노에게 물어보자.)
똑똑.
멤피스: 들어오세요.
기샹: 보잘것없는 마녀 기샹이야. 지휘관. 리슐리외 님의 식사 권유를 전하러 왔어.
기샹: 마음에 든다면 말이지만…….
지휘관: 당연히 좋지. 그런데…….
기샹: 걱정 마~ 멤피스와 헬레나의 식사는 나중에 방으로 보내줄 테니까.
멤피스: 고마워. 지휘관. 우리는 여기서 경치나 구경하고 있을 테니까 다녀오도록 해.
헬레나: 으, 응! …우리는 괜찮아…….
지휘관: (흠……. 합동 훈련에는 역시 다른 목적이 있는 걸까…?)
지휘관: (뭐, 직접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자.)
~03. 한가한 오찬회
아이리스. 열차 안
리슐리외의 객차
7월 24일
문을 열자 맛있는 음식 냄새가 물씬 풍겼다.
오늘의 점심 메뉴는 사디아식인 것 같다.
리슐리외: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이쪽으로 앉으십시오.
리슐리외는 엘리자베스와 마주앉아 있었다. 엘리자베스의 옆에는 베네토, 리슐리외의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
지휘관: (좌석도 미리 다 세팅해 놨구나.)
비토리오 베네토: 지휘관님. 최근에는 거의 회의실과 행사장에서만 뵈었지만.
비토리오 베네토: 오늘에야 드디어 사적으로 뵐 기회가 생기는군요.
비토리오 베네토: 오늘 요리는 모두 제가 직접 준비했습니다. 식재료도 모두 사디아 본토에서 직접 공수해 왔죠. 부디 입에 맞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지휘관: (어? 처음부터 리슐리외는 나와 베네토가 만날 기회를 만드는 게 목적이었나…?)
퀸 엘리자베스: 역시 유럽에서도 정평이 난 사디아 음식이야. 꽤 맛있네.
퀸 엘리자베스: 하인도 사양하지 말고 먹어.
퀸 엘리자베스: 꿀꺽……. 메이드대한테 공부 좀 하라고 해야겠어. …나도 가끔은 다른 요리를 먹어 보고 싶은걸.
지휘관: (엘리자베스는 그냥 밥 얻어먹으러 온 거 같은데……. 됐다. 먹으면서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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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음식을 즐기며 서로 잡담을 나눴다.
비토리오 베네토: 거짓 신 사건의 무사 해결과 연합 합병 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에 이르기까지 사디아 제국에 대한 지휘관님의 공로는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이런 식사 자리 한 번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잘 압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그러니 지휘관님. 다음에 사디아에 정식으로 방문해 주시겠습니까?
비토리오 베네토: 성심성의를 다하여 잊지 못할 ‘로마의 휴일’을 선사해 드리겠습니다.
→ 응. 기회가 되면 꼭 갈게
→ 생각해 볼게
퀸 엘리자베스: 그럼 나도 메이드대 데리고 갈래!
퀸 엘리자베스: 그동안 계속 아이리스 요리만 먹느라 사디아 요리 맛을 잊어버렸어! 나도 껴줘!
비토리오 베네토: 폐하께서 오신다니 영광입니다. 사디아 대표로서 최선을 다해 모시겠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응응! 그래야지!
지휘관: (정말로 밥만 먹으러 왔구나…)
지휘관: (그나저나 리슐리외가 좀 신경 쓰이네…. 초대한 건 본인인데 왜 아까부터 잠자코 있는 거지…?)
지휘관: (식사도 할 만큼 했으니 내가 먼저 말을 꺼내 볼까.)
지휘관: 음… 리슐리외, 그리고 너희들한테도 묻고 싶은데. 사실 이 합동 훈련에 대해서 아직 이해가 안 되는 점이 있거든.
리슐리외: 어떤 점입니까? 지휘관님.
지휘관: 가장 궁금한 점은 왜 갑자기 합동 훈련을 하느냐는 거야.
지휘관: 4개 진영이 참가하는 큰 행사치고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지 않았어…?
퀸 엘리자베스: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거야. 이걸로 납득이 안 돼?
지휘관: 아니, 대외적으로는 그걸로 충분하지만…… 내가 이유를 알고 싶어서 그래.
퀸 엘리자베스: 흐응~?
리슐리외: 이번 합동 훈련은 확실히 준비가 좀 촉박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리슐리외: 지휘관님께서도 중앵의 최근 행보에 대해서 들으셨겠죠. …저희 유럽 진영도 슬슬 행동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여 이번 합동 훈련 개최를 단행한 것입니다.
리슐리외: 아아리스, 로열, 사디아, 철혈…….
리슐리외: 갑작스러운 훈련이지만,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저희 4대 진영의 결속력을 세상에 알릴 수 있을 것입니다.
리슐리외: 유럽의 4대 진영이 하나로 뭉쳐 행동을 함께한다는 기정사실이 완성되면 향후 행보에 있어서도 훨씬 수월해질 테죠.
지휘관: (나아가는 것도, 물러나는 것도 함께…. 이른바 ‘공수 동맹’인 건가.)
지휘관: (이럼 아주르 레인의 재결성이 이루어지면 유럽 진영의 발언권도 크게 높아지겠지.)
지휘관: (반대로 재결성이 실패로 끝나도 유럽 동맹이라는 틀이 있으면 퇴로를 확보할 수 있지. ……어쩌면 기존 체계에서 벗어나 새로운 동맹을 만들 계획인가?)
지휘관: ……이번 훈련에 많은 상징적 의미를 부여한 것 같군.
지휘관: 그런데 비스마르크는 안 오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 비스마르크는 훈련 해역에서 합류할 거야.
리슐리외: 노선의 편의성을 고려할 때 현지에서 직접 합류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습니다.
지휘관: (연합 합병 회의가 시작된 이후로 비스마르크는 줄곧 원격으로만 참여하고 회의장에는 한번도 모습을 비치지 않았어.)
지휘관: (그런데 이번 합동 훈련에는 직접 오기로 했다니…….)
지휘관: (아까의 추측이 맞았나 보군.)
지휘관: (완전히 새로운 진영…이라.)
이렇게 열차 내의 오찬은 평온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되었다.
~04. 평화 간주곡
아이리스. 몽생미셸
합동 훈련 해역
7월 25일
맑게 갠 하늘. 몽생미셸의 산에 유럽 진영들의 깃발이 나부끼고 있었다.
함선들과 양산함은 이미 소정의 위치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합동 훈련 ‘평화 간주곡’의 시작이 머지않았다.
뒤플렉스: 휴우…… 야근을 거듭해서 겨우 시간에 맞췄네…….
뒤플렉스: 지금까지는 별 문제없이 순조롭구나. ……다행이다…….
스트라스부르: 수고 많았어. 뒤플렉스.
스트라스부르: 진짜는 지금부터지만…… 아직 긴장을 풀어선 안 돼.
뒤플렉스: 알고 있어. 잠깐 일단락됐으니까 한숨 돌린 것뿐이야.
뒤플렉스: 으으응…… 드디어 훈련 자체에 집중할 수 있겠구나.
로데시유: 4진영 간 함대의 공수 교대전입니다만… 딱히 순위를 매기거나 하는 건 아니군요.
로데시유: 어디까지나 친목을 다지기 위한 행사이니 만큼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요.
로데시유: 그런데 표적함이 아니라 동료에게 총포를 쏘는 거라니…….
뒤플렉스: 로데시유. 관점을 바꿔 봐.
뒤플렉스: 함선 상대로 싸우면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가장 잘 알 수 있을 거야.
로데시유: 그렇군요……. 그럼 슬슬 출격할 준비를 합시다.
로데시유: 아이리스 함대가 첫 번째니까요. 리슐리외 님께서 보고 계시니 정신 차려야지.
스트라스부르: ………….
로데시유: 스트라스부르 씨?
스트라스부르: …미안. 잠깐 한눈 팔았어.
스트라스부르: 로데시유 말이 맞아. 다들 정신 차리고 아이리스의 빛을 보여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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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마이오니: 평안하신지요. 아이리스 여러분.
스트라스부르: 어머. 안녕, 로열 메이드대 여러분. 몽생미셸에 어서 와.
허마이오니: 몽생미셸의 성당에 대해서는 저희도 익히 들었습니다. 이렇게 직접 보니 소문대로 정말 웅장하네요…!
스트라스부르: 맘에 든다니 기쁘네.
다이도: 어흠. 허마이오니, 인사는 그 정도로…….
허마이오니: 그, 그렇죠! 미안해요 다이도.
허마이오니: 그럼 아이리스 함대 여러분. 훈련을 시작하죠.
스트라스부르: 그래.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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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우스: 아이리스 여러분의 승리 같군요.
로데시유: 좋은 싸움이었습니다. 역시 로열 메이드대 분들이시군요.
로데시유: 덕분에 제 장점과 단점을 재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공수를 교대한 후의 재전을 기대하겠습니다.
다이도: 네. 로열 함대를 대표해서 삼가 상대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로열 함대는 진형을 정비하고 훈련 해역에서 이탈했다.
스트라스부르: 후우. …다들 수고했어.
스트라스부르: 잠깐 휴식을 취하고 철혈 함대가 있는 해역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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쾰른(개장): 여러분. 거기까지입니다.
스트라스부르: 근대화 개장을 마친 함선들뿐이잖아. 훈련 참가 인원 목록에는 그런 건 안 나와 있었는데.
쾰른(개장): 사람이 달라진 것도 아니고 딱히 규칙을 위반한 것도 아닙니다.
로데시유: 로열은 이미 개장된 함선을 집중 운용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철혈도 그렇군요.
Z23(개장): 네. 다만 저희는 실전 투입은 처음인지라 어디까지 연계가 될지는 미지수입니다.
Z23(개장): 서로 최선을 다해 후회 없이 싸워 보죠!
로데시유: 네! 저도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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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플렉스: 우리 쪽 양산함은 전원 격파. 함선은 전원 손상 판정이 나왔어. ……상당한 접전이었네.
뒤플렉스: 점수는…… 어머. 철혈이 조금 높네.
로데시유: 근대화 개장을 마친 함선인 만큼 개별 전력의 상승이 현저합니다. 더욱이 집중 운용으로 인해…….
라이프치히(개장): 여, 여러분도 충분히 대단했어요…….
쾰른(개장): 그럼 슬슬 휴식하도록 하죠. 나중에 있을 재전을 기대하겠습니다.
스트라스부르: 그래. 다음에는 톡톡히 갚아 주겠어.
철혈 함대는 진형을 정비하고 훈련 해역에서 이탈했다.
뒤플렉스: 다음은 사디아 함대구나. 공격자 입장에서 펼치는 최종전이네.
뒤플렉스: 순위를 매기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2승은 따고 싶어.
로데시유: 시범 훈련이니까 이기고 지는 건 부차적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 주세요.
로데시유: 여기서 힘을 다 써 버리면 다음 수비하는 입장에서 치르는 3연전이 힘들어집니다.
스트라스부르: 그래. 제대로 휴식을 취하고 사디아 함대가 있는 해역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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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
알프레도 오리아니: ‘합동 훈련의 순간: 바람에 도전하는 아이리스 함대’…응응. 아주 좋아!
폼페오 마뇨: 와아! 꽤 멋있네 나왔네…! 알프레도, 이거 상 탈 수 있을지도 몰라!
알프레도 오리아니: 그치 그치!
스트라스부르: (……사진을 찍고 있네…?)
알프레도 오리아니: 나는 저널리스트이자 사디아 제국 함대 훈련 멤버인 알프레도 오리아니야! 여기는 캡틴 폼페이하고 주세페 가리발디!
주세페 가리발디: 반가워.
폼페오 마뇨: 자, 지금부터는 위대한 캡틴 폼페이가 상대해 주마!
폼페오 마뇨: 아이리스의 도전자들이여. 이 빛나는 칼날을 잘 보거라!
로데시유: ……빛나는…칼날?
폼페오 마뇨: 응! 그러니까… 리슐리외 님의 전투 천사들은 무기를 반짝~ 하고 빛나게 해서 적을 쓰러트리잖아?
로데시유: ……이렇게요?
폼페오 마뇨: 응 그거 그거!
찰칵!
알프레도 오리아니: ‘합동 훈련의 순간: 빛나는 칼날을 보여주는 호교 기사’, 확보!
스트라스부르: ……하아. 긴장감이 없네….
뒤플렉스: 그리고 도전자라니…. 여기는 아이리스 해역이야. 너희가 도전자 아냐?
폼페오 마뇨: 음! 좋은 기세야! 그 힘, 전장에서 보여 주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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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우와…… 약해.)
폼페오 마뇨: 위대한 캡틴 폼페이가 지다니!
알프레도 오리아니: 서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 길고 치열한 접전이었어!
뒤플렉스: …점수는 우리가 압승인데…?
알프레도 오리아니: 승패는 부차적! 중요한 건 서로 사이좋게 지내는 거! 문제 없음!
주세페 가리발디: 맨 처음 당한 알프레도는 돌아가면 보충 수업이야―
알프레도 오리아니: 아앗! 방금은 일부러 진 거야! 다음에는 전력을 다할게!
알프레도 오리아니: 필승의 비밀 작전도 준비했고!
로데시유: (비밀 작전……? 두근두근)
알프레도 오리아니: 엄청 재밌으니까 목을 길게 빼고 기다리고 있으라구!
스트라스부르: 그래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알프레도 오리아니: 응응! 그럼 이따 봐~!
사디아 함대는 진형을 정비하고 훈련 해역에서 이탈했다.
이렇게 아이리스의 첫 라운드는 무사히 끝났다.
~05. 회담
아이리스. 몽생미셸
성당. 지휘관 개인실
7월 25일
해역에 배치된 무인기가 전투 장면을 끊임없이 이쪽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전술 분석 시스템이 이를 해석하여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전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현재 아이리스 함대는 철혈 함대와 팽팽하게 싸우고 있었다.
멤피스: 역시 근대화 개장은 대단하구나. 살짝 구식인 순양함이라도 순양전함과 교전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다니.
멤피스: 언제 우리 유니온도 저런 대규모 개장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지휘관: (근대화 개장 기술은 II형 의장 기술과 유사하긴 하지만 난이도는 훨씬 낮아….)
지휘관: (II형 의장 보급이 기술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지금, 전투력 상승만을 꾀한다면 더 많은 근대화 개장을 확보하는 게 현실적이야….)
지휘관: (…그나저나 저 검은 머리 소녀가 스트라스부르인가?)
지휘관: (거짓 신 사건 때는 리슐리외와 연락이 닿지 않았었지. 설마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지휘관: (왠지 안절부절못하는 것 같네. 훈련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고 있어.)
지휘관: (리슐리외가 직접 와 있어서 그런 건가?)
똑똑.
헬레나: 들어오세요.
브륀힐데: 비스마르크의 전언이다. 괜찮다면 자기 방에서 함께 훈련을 관전하지 않겠냐고 그러더군.
지휘관: (…조만간 접촉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비스마르크치고는 이유가 수수하군.)
지휘관: 물론이지. 브륀힐데, 안내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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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비스마르크 개인실
비스마르크: 아아, 지휘관. 편하게 있어.
→ 오랜만이야 비스마르크
비스마르크: 남극 사태 이후로는 처음인가? 후훗.
→ 얼굴을 보고 얘기하는 건 처음이네.
비스마르크: 그래. 철혈의 지도자와 아주르 레인의 지휘관이 한 방에 있다니,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장면이지.
지휘관: 그 모습을 보니… 게리온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비스마르크: 걱정 마. Zwei 의장과 게리온은 모두 정상이야.
비스마르크: 이 모습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 위한 일종의 이미지 전략인 셈이지.
비스마르크: 어쨌든 여기는 아이리스의 영토니까.
지휘관: 그에 비해 전력은 빈틈이 없네. 개장 함대를 데리고 온 것도 이미지 전략인가?
비스마르크: 아니야.
비스마르크: 진영 간 이해를 높이기 위한 훈련이니까, 당연히 철혈에 대해 더 많이 알려서 이상한 억측을 피해야 하겠지?
지휘관: …4대 진영 합동 훈련이 대외적으로 보여 주려는 의도와는 좀 어긋나는 거 같은데?
비스마르크: 동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조심하는 게 좋지.
지휘관: 그럼 유럽 진영의 공수 동맹은 확실한 건가……?
비스마르크: 부정하진 않겠어.
비스마르크: 세이렌과의 싸움, 적어도 옵저버를 필두로 한 실험 기관과의 싸움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어. 이제는 그 후의 일을 고려해야 해.
지휘관: 나는 그게 아주르 레인의 재결성을 의미하는 줄 알았는데.
비스마르크: 너는 회의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비스마르크: 만약 그렇다면 당시의 아주르 레인은 어떻게 갈라진 거지?
지휘관: 지금은 그때와 상황이 달라. 공통의 적이 표면에 드러나 있으니까.
비스마르크: 옛날에도 그랬지.
비스마르크: 너도 회의만으로는 재결성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나를 만나러 온 거 아닌가?
지휘관: 적어도 나는 모든 진영이 하나로 모여 미래에 맞서는 진정한 공동 전선을 바라고 있어.
비스마르크: 그 동맹의 이름이 ‘아주르 레인’일 필요가 있나?
지휘관: …‘아주르 레인’은 단순한 명칭이 아냐. 전승이지.
지휘관: 그러니 그건……‘아주르 레인’이 되어야만 해.
비스마르크: 여전히 솔직하구나. 네 생각은 잘 알았어.
지휘관: 그래? 난 계속 추궁당하는 줄 알았는데.
비스마르크: 아니, 그냥 ‘훈련을 관전하면서 잡담을 나누는 것’뿐이지.
비스마르크: 그나저나 아까 실험 기관과의 싸움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다고 했을 때… 딱히 반론하지 않더군.
지휘관: 그래. 세이렌의 전력은 여전히 막강하지만 우리는 이미 약점을 알고 있지.
비스마르크: 남극 전투에서 드러난 세이렌의 가장 큰 약점은…… 옵저버의 본체의 위치야.
지휘관: 맞아. 그러니까 우리가 단결할 수만 있다면 세이렌과 정면으로 싸워도 승리할 수 있어.
지휘관: 옵저버의 본체만 없애도 나머지 실험 기관 전체가 약체화될 거야.
비스마르크: 그래서 어떻게 할 생각이지?
지휘관: 어떻게 하다니?
비스마르크: 흐름에 몸을 맡기고 기회를 봐서 세이렌을 단숨에 일망타진할 건가? 아니면…….
지휘관: 세이렌과 대치하면 사상자가 발생하지. 나는 적을 키우는 것 같은 일은 절대 하지 않을 거야.
비스마르크: 너라면 그렇게 말할 줄 알았어. 아니면 내가 이런 건의를 하지도 않았겠지.
지휘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비스마르크: 세이렌을 완전히 없애는 것 말고도 우리 쪽으로 끌어들인다는 선택지도 있지.
지휘관: 세이렌의 실험 기관을 장악하려는 건가? 터무니없는 소리야…….
비스마르크: 그냥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야. 너라면 알겠지?
비스마르크: 세이렌. 아니, ‘안티 엑스’는 원래 ‘엑스’에 대항하기 위한 병기였지.
비스마르크: 만약 우리를 위해 사용할 수 있다면 미래에 있을 싸움의 승산도 올라갈 거야.
비스마르크: 네가 엑스의 세부 사항에 대해 알려 준 적은 없지만… 꽤 만만치 않은 상대겠지?
지휘관: …그래. 네 제안은 고려해 볼게.
지휘관: (…고래 사냥이 끝나고 작전 중 엑스를 목격했던 모든 인원은 헬레나 META의 제안과 본인의 동의하에 일종의 정보 차단을 실시했어.)
지휘관: (엑스에 대한 정보가 뜻하지 않게 유출되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 걸 막기 위해서…….)
지휘관: (사후 보고에서도 ‘엑스’라는 이름과 새로운 적이라는 최소한의 정보만 공유했어.)
지휘관: 엑스가 그만큼 위험한 존재라는 걸 알아줬으면 해. 자세히 파고들수록 엑스가 나타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져.
지휘관: 하지만 언젠가, 적절한 시기에 반드시 너희에게도 모든 걸 알려 줄게…….
비스마르크: 조급해하지 마. 엑스에 관한 정보의 위험성은 이미 엘리자베스나 리슐리외에게 몇 번이나 들었어.
비스마르크: 네 페이스대로 진행하면 돼. 철혈이 이 문제에 대해 자발적으로 조사하는 일은 없을 거야.
통신: ――――
비스마르크: 통신? ……멤피스인가? 후후, 설마 내가 무슨 짓이라도 했을까봐 걱정돼서 그러는 걸까?
지휘관: 아니, 그냥 업무 연락이야. 그래도 슬슬 돌아가 보는 게 좋겠어.
지휘관: 마지막으로 하나만.
지휘관: 아주르 레인의 지휘관이자 상층부가 파견한 연합 합병 회의 위원회의 구성원으로서…….
지휘관: 레드 액시즈 철혈 함대의 지도자인 비스마르크에게 전할 말이 있어.
비스마르크: 응. 듣고 있어.
지휘관: “철혈은 그동안 약속했던 모든 사항을 잊지 않고 조속히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비스마르크: 잊지 않았어. 추가 협약과 해방해야 할 점거 지역은 모두 안배해 놨어.
지휘관: 시원시원하네.
비스마르크: 철혈은 재결성에 대해서 충분한 성의를 가지고 임하고 있어.
비스마르크: 그리고… 철혈이 세이렌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지.
비스마르크: 이 세계의 미래를 여는 데 필요한 일이기도 하고.
비스마르크: 철혈은 피하지도 않고, 꺾이지도 않아.
지휘관: 고마워, 비스마르크. 그럼 상층부에는 그대로 보고할게.
비스마르크: 후후후. 그렇게 해줘.
비스마르크: ……말이 나온 김에 지휘관. 철혈이 약속을 이행하면 세계 정세는 엄청난 변화를 맞이하게 될 거야.
비스마르크: ‘신생’이라는 이름의 폭풍을 맞아 각 진영은 이미 비밀리에 준비를 하기 시작했지.
비스마르크: 그러고 보니… 이번에 ‘튤립 왕국’의 대표도 우리와 함께 이곳에 왔어.
비스마르크: 그동안 튤립 왕국은 군함을 함선화할 기회를 얻지 못했지.
비스마르크: 밤에 있을 파티에서 그 대표와 한번 얘기를 나눠보는 건 어때?
~06. 연주자의 밤
아이리스. 몽생미셸
연회장
7월 25일
부드러운 음악 속에서 각 진영이 참여한 연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퀸 엘리자베스: 으그극……. 꽤 수준급의 요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퀸 엘리자베스: 갑작스러운 일정이었는데 잘도 여기까지 준비했구나.
비토리오 베네토: 네. 빈객을 대접하려는 마음이 잘 느껴집니다.
리슐리외: 칭찬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이런 성대한 모임을 대강 준비할 수는 없지요.
지휘관: 혹시 지금 음악을 연주하는 사람이 스트라스부르야?
리슐리외: 네. 훈련 준비도 있었고 하니 실은 푹 쉬기를 바랐었는데….
리슐리외: 본인이 자신에게는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최고의 휴식이라고 하여 그냥 내버려 두었습니다.
지휘관: 그렇구나…….
스트라스부르가 연주하는, 가느다란 물결과도 같은 멜로디가 연회장에 울려 퍼졌다.
악기를 손에 쥔 그녀의 얼굴에 낮에 보인 초조한 표정은 더는 없었다.
지휘관: 굉장하네…. 멋진 연주 덕에 파티가 훨씬 우아해졌어.
리슐리외: 후후후. 지휘관님께서 마음에 드셨다고 전하면 분명 기뻐할 겁니다.
리슐리외: 지휘관님. 부디 지금은 고민을 잊고 파티를 마음껏 즐겨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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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개인실. 밤
똑똑똑.
스트라스부르: 리슐리외 님이 말씀하셔서……. 지휘관. 잠깐 괜찮을까?
지휘관: 스트라스부르? 리슐리외가 보낸 거야?
스트라스부르: 그게…… 사실 내 일이기도 해.
스트라스부르: ……요 며칠 동안, 나뿐만 아니라 몽생미셸에 있는 동료들이 모두 같은 내용의 악몽을 꿨어.
스트라스부르: 꿈에 대해서는 지휘관이 잘 알고 있다고 리슐리외 님이 그러셔서…. 그리고 꿈의 세계와 관련된 이상 현상을 조사하고 있다길래 이렇게 찾아온 거야.
지휘관: 그랬구나. …악몽은 언제부터 꾸기 시작한 거야?
스트라스부르: 이틀 전부터.
지휘관: (이틀 전? 이틀 전이면 23일 새벽부터인가…?)
지휘관: (태평양에서 이상 현상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시점도 22일이었는데…….)
지휘관: (하지만 이상 현상의 영향을 받은 건 태평양 주변일 텐데…. 여기는 유럽인데……?)
지휘관: 일단 안으로 들어와. 찬찬히 얘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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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스트라스부르: ……이게 다야.
지휘관: (모두가 같은 꿈을 꿨어. 게다가 내용은 4대 진영의 합동 훈련…….)
지휘관: (역시 우연으로 치부하기는 어렵겠어.)
지휘관: 스트라스부르. 알려줘서 고마워.
지휘관: 낮에 있던 훈련에서 묘하게 안절부절못하던 것도 악몽 때문이었어?
스트라스부르: …벌써 알고 있었구나. 역시 지휘관이네.
지휘관: 그래도 멋진 전투를 보여줬어.
스트라스부르: 아, 으응… 너무 칭찬하지 마…….
지휘관: 많이 피곤할 텐데 오늘은 푹 쉬어. 악몽에 대해서는 내가 계속 조사해 볼게.
지휘관: 만약 또 악몽을 꾼다면 내일 꼭 다시 찾아와.
스트라스부르: 알겠어……. 걱정해줘서 고마워. 너도 좋은 꿈 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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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꿈이라……. 꿈 얘기라면 적합한 사람이 있지.)
지휘관: (마침 시나노도 몽생미셸에 와 있다고 하니 한번 상담해 보자.)
~07. 성당에 숨겨진 비밀
아이리스. 몽생미셸
중앵 대기실
7월 25일
대기실에 들어서자 마침 외출 준비를 하는 시나노가 보였다.
시나노: 나도 마침 그대를 찾아가려던 참이었는데, 그대가 직접 이곳에 오다니…… 기우로구나…….
시나노: 그대는 무슨 일로 나를 찾았는가……?
지휘관: 상담할 게 있어서. 근데 시나노가 먼저 말해도 돼.
시나노: 알겠다…. 몽생미셸에 도착한 후 나는 기이하게도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시나노: ‘와타츠미’의 조각이…… 이곳 어딘가에 있는 것 같구나…….
지휘관: 아이리스의 성당에…… 중앵의 신석이 존재한다고……?
시나노: 아마…. 내가 지니고 있는 부적도 와타츠미의 조각으로 만들어졌기에… 같은 기척을 느낄 수 있을지도…….
시나노: 하지만 확실한 위치는 모르겠다…….
그렇게 말하며 시나노는 곡옥과 벚꽃 무늬가 새겨진 녹색 부적을 꺼냈다.
지휘관: 흠…… 그렇다면 손쉬운 방법이 있어.
지휘관: 클레망소에게 연락해 보자. 이 시간이면 아직 안 자고 있을 거야.
통신: ――――――
클레망소: 지휘관이네? 시나노도 있고. 무슨 일이야?
지휘관: 그냥 확인하고픈 게 하나 있어서.
지휘관: 여기에 중앵의 와타츠미 조각이 보관되어 있어?
클레망소: 어머. 온 지 채 하루도 안 됐는데 벌써 이 성당의 가장 큰 비밀까지 발견한 거야?
클레망소: 어떻게 알았어?
지휘관: 진짜로 있다고…? 실은 시나노가 와타츠미 조각의 존재를 감지했다고 해서 확인 차 연락한 거야.
클레망소: 감지라…. 재미있네.
클레망소: 과거 비시아 성좌 시절에 중앵과 우리는 일종의 기술 교류 협정을 맺은 적이 있어.
클레망소: 몽생미셸 성당에 있는 와타츠미 조각도 그때 합의에 따라 거래한 거야.
지휘관: 비스마르크도 비슷한 말을 했었지…. 그럼 중앵은 모든 레드 액시즈 진영과 와타츠미 조각을 거래한 건가?
클레망소: 사디아 쪽에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
클레망소: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프리드리히가 철혈을 장악하고 있었을 때는 심판정의 힘이 지금처럼 견고하지 못해서… 나도 전부 파악하고 있지는 않아.
지휘관: 그렇군…. 시나노는 뭐 아는 거 없어?
시나노: ……나는… 와타츠미가 거래되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휘관: 그런가….
지휘관: (마침 베네토도 여기 있으니 사디아에 대해서는 나중에 물어보자.)
지휘관: (하지만 사디아 내부의 실정을 감안하면… 정말로 뭔가 얘기가 오갔다고 해도 베네토가 파악하고 있지 못할 가능성도 있어….)
지휘관: (저번 거짓 신 사건 때도 마르코 폴로가 뒤에서 공작을 벌이고 있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했었고….)
지휘관: (역시… 마르코 폴로를 깨울 방법을 빨리 찾아야겠어.)
클레망소: 그렇게 궁금하면 내가 조사해 볼까?
지휘관: 그럴 필요까진 없어. 그냥 물어본 거야.
지휘관: 밤 늦게 미안해. 궁금한 건 이게 다야. 클레망소도 푹 쉬어.
클레망소: 후후후. 너희도.
시나노: 아. 클레망소……. 내일, 조각을 보러 가고 싶은데…….
클레망소: 좋아. 스트라스부르한테 말해 놓을게.
시나노: 고맙다…….
통신: ――――――
시나노: 번거롭게 해서 미안하다……. 헌데… 그대의 용건은……?
지휘관: 아아. 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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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노: 또……악몽…….
시나노: 나도 며칠 전에, 악몽을 꾸었다…….
시나노: 꿈의 세계… 내가 본 미래는 화염에 휩싸여 무너지고 있었다…… 무언가 큰일이 벌어질 징조 같구나…….
지휘관: 큰일? 그냥 흘려들을 수 없겠는걸….
지휘관: 시나노. 오늘 밤 꿈에서 조사해 볼 수 있어?
시나노: 안타깝지만 그 악몽 이후로… 나는 더 이상 꿈을 꾸지 않게 되었다…….
시나노: 나는… 꿈의 세계에 대한 통제권을 잃어버린 것 같다……. 어쩌면 꿈이 더 이상 나에게 무언가를 보여 주기 싫은 것일까…….
시나노: 그대의 힘이 되어 주지 못하여 미안하구나…….
시나노: ……대신 무사시에게 물어보마. 무사시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지휘관: 그럼 부탁해.
지휘관: (시나노가 악몽에 속수무책일 줄이야…….)
지휘관: (태평양의 이변, 몽생미셸의 악몽, 그리고 시나노의 난조…. 안 좋은 예감이 드는군.)
지휘관: (헬레나는 로드니를 안정화 시키느라 바빠. …당분간은 나 혼자 할 수밖에 없어.)
지휘관: (그럼…… 어떻게 할까……?)
~08. '■■'가 있는 꿈
보랏빛 밤하늘 아래 끝없이 펼쳐진 흰색이 눈에 들어왔다.
뒤플렉스: 스트라스부르. 추기경이 이끄는 아이리스 함대가 수도로 향하는 길을 확보하고 있어.
뒤플렉스: 클레망소 님한테도 몽생미셸의 성당을 정화하고 '개념 닻'을 가동하라는 연락이 왔어.
스트라스부르: …드디어 이 날이 왔구나.
로데시유: 네! 드디어 왔네요!
스트라스부르: 정말이지, 최고의 타이밍이야…….
스트라스부르: ……지금까지의 세계를 파괴하고 아이리스의 새로운 길을 열어젖힐…….
로데시유: 네…. 드디어 하나된 아이리스가 다시 시작되는군요….
뒤플렉스: 각지의 비시아 함대가 속속 추기경께 연락을 취하고 있어. 우리는 어떻게 할까?
스트라스부르: 연락할 필요 없어.
스트라스부르: 클레망소 님이 우리에게 명한 건 어디까지나 성당 정화와 개념 닻 가동뿐이야.
스트라스부르: ……출발하자.
----
――――――!!
검은 머리의 소녀는 이형의 적을 쓰러트리며 힘겹게 길을 뚫고 있었다.
스트라스부르: 어째서… 성당에 가까워질수록…… 감정을 주체할 수가 없는 거지….
스트라스부르: 기쁨…분노…안심…후회……. 이 감정은 대체 뭐야…?
스트라스부르: 시키는 대로 헤어지고, 다시 모두와 만나고… 원래 있던 곳으로 되돌아왔는데….
스트라스부르: ……만약, 내가 좀 더 강했더라면….
스트라스부르: 이 판에 영향을 줄 정도로 강했더라면…… 아이리스의 비극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스트라스부르: 이 날이, 더 일찍 올 수 있었을지도 몰라…….
스트라스부르: 지금 이 마음속에……설렘과 기쁨만 있었을지도 몰라…….
그녀의 마음속 목소리에 호응하듯 침식성 복합체로 뒤덮인 성당에서 눈부신 빛이 뿜어져 나왔다.
거룩한 빛이 주변의 침식을 모두 쓸어냈다. 익숙하고 포근한 밤하늘이 돌아왔다.
스트라스부르: 내 염원이 닿은 거야……!? 아이리스를 지키는 성인들 역시 같은 생각인 걸까…?
스트라스부르: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해……. 아이리스의 긴 밤에 여명을 가져오기에는… 아직……!
스트라스부르: 빨리…… 빨리 저기로 가야만 해…!
스트라스부르는 속도를 높혀 빛 속으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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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구름 아래 케비르항에는 살벌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후드: 저희가 이곳을 찾은 이유는 이미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만…….
후드: 로열의 대철혈 작전 행동에 협력하기를 권하는 바입니다.
후드: 저희의 안을 제시하도록 하죠.
후드: 1. 신속히 항구를 떠나 신속히 항구를 떠나 로열 네이비와 합류하여 철혈과 레드 액시즈에 맞설 것.
후드: 2. 무장을 해제하고 로열 세력 하에 있는 항구로 이동할 것. 이동 중의 안전은 로열 네이비가 보장함.
후드: 3. 로열의 감독하에 유니온의 지시를 따라 무장을 해제할 것.
후드: 4. 지금 여기서 자침할 것. ……이것만은 피하고 싶군요.
됭케르크: ……그게 너희들의 최후통첩이라고 이해하면 되나? …만약 모든 안을 거절한다면 어떻게 되지?
후드: 상층부의 지시에 따라 무력으로 위협을 제거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후드: 잠시 생각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현명한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됭케르크: ………….
스트라스부르: 건방지긴……. 됭케르크, 절대 굴복해선 안 돼.
됭케르크: 당연하지. 아무리 불리한 상황이더라도…… 마지막까지 싸울 거야.
스트라스부르: 응. 마지막까지 싸우――
■■: 많이 곤란하신 모양입니다.
스트라스부르: 당신은………?
됭케르크: ■■, 미안해. 당신을 이런 일에 말려들게 해서….
됭케르크: 아이리스의 기사도 아닌 네가 여기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울 필요는 없어. 얼른 육로로 대피해.
스트라스부르: ('■■'……? 대체 누구야…?)
■■: 이런 상황을 눈앞에 두고 어찌 외면할 수 있겠어요?
■■: 여러분께는 또 다른 선택지가 있습니다. ……지금의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가 말이죠.
됭케르크: ■■, 부디 그 방법을 알려줘…!
■■: 힘으로 그들을 물러나게 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제가 혼자 오지 않았다는 것을 잊지 마시길…….
굉음과 함께 독에서 칠흑의 거함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 아이리스와 로열 함대 사이에 장벽을 만들었다.
스트라스부르: (새카만 배…? …언제부터 여기 있었던 거지?)
■■: 기술 교류의 일환으로 제가 데려왔답니다. 스트라스부르 씨. 벌써 잊으신 건가요?
스트라스부르: ……마, 맞다…. 그랬었지….
■■: 네. "분명 그랬습니다."
■■: 됭케르크 씨. 제 함대와 여러분의 힘을 합하면 로열의 H함대를 상대로 승산이 얼마나 된다고 생각하시는지요?
됭케르크: ……이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해.
■■: 그리고… 후드 씨의 견해도 여쭙고 싶습니다만?
후드: ……중앵의 ■■. 로열은 오늘 일을 결코 잊지 않을 겁니다.
후드: H함대 여러분. 철수합시다.
■■: 후후후……. 모쪼록 가는 길 조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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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이게 대체 무슨……. 머리가…… 어지러워…….
■■: 스트라스부르 씨, 왜 그러시죠? 아까부터 안절부절못하시던데….
■■: 로열 함대는 벌써 철수했습니다. 다른 걱정거리라도 있으신가요?
스트라스부르: 별거 아냐. 단지…….
■■: '단지'? 후후후, 알겠네요. 어젯밤에 악몽이라도 꾸셨나요?
스트라스부르: …악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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됭케르크: 우리는 오직 추기경과 신앙만을 따르는 호교 기사단. 외부인의 명령을 따르는 일은 없을 거야.
됭케르크: 공격하지 않는다면 철혈… 그리고 사디아 제국에 가세하지 않겠다고 약속할게.
됭케르크: …한때의 맹우였건만 이 정도 약속도 믿어 주지 않는구나.
됭케르크: "로열 함대는 신용할 수 없다. 마지막까지 싸우겠다" ……이게 우리의 대답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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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바르: 적대하지 않았음에도 공격당한 그 시점에서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장 바르: 그런 위선자들에게, 우리는 결코 굴복하지 않겠다!
장 바르: 비시아 성좌는 지금 존망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장 바르: 우리 주변에는 적들 뿐이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냐!
장 바르: 명령한다! 전 함, 지금 즉시 자침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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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라스부르: 그……래. ……악몽….
스트라스부르: 길고… 긴 악몽이었어…….
■■: '깨어나셨다니' 다행입니다.
■■: 걱정 마세요. 아무리 무서운 악몽이라도 '깨어나면' 괜찮답니다.
스트라스부르: 그래. 깨어나기만 한다면… 괜찮아…….
■■: 좋아요. 저녁 연회에 있을 스트라스부르 씨의 연주가 기대되는군요.
스트라스부르: 응…. 절대 실망시키지 않을게. ■■…….
~09. 아름다운 하루
아이리스. 열차 안
지휘관 전용 차량
7월 25일……?
덜컹거리던 열차가 점차 속도를 줄였다. 이내 도착을 알리는 기적 소리가 들렸다.
헬레나: 지휘관, 지휘관… 일어나. 다 왔어.
눈을 떴지만――눈앞은 여전히 캄캄했다.
지휘관: (이건… 안대?)
몸을 일으켜 안대를 벗었다. 차창 밖으로 웅장한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 이 안대는 뭐야……?
멤피스: 후후. 내가 씌운 거야.
멤피스: 열차 안에서도 업무 보겠다고 당당히 말해 놓고는 너 결국 얼마 못 가 쿨쿨 자더라?
멤피스: 그래서 차라리 안대 쓰고 푹 자게 하는 게 좋겠다 싶어서♪
→ 덕분에 푹 잤어
멤피스: 천만에. 이것도 비서함의 일이니까 신경 쓰지 마.
멤피스: 푹 잤다니 다행이네.
멤피스: 그럼 얼른 준비해. 합동 훈련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 그럼 남은 업무는……?!
멤피스: 그게 자다 깬 사람이 처음으로 할 말이야? 얼마나 일중독인 건데….
헬레나: 정확히는 두 번째 말인데….
멤피스: 어쨌든! 남은 업무는 내가 다 해치웠으니까 잊어 버려!
멤피스: 자, 빨리 내릴 준비해. 합동 훈련이 기다리고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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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몽생미셸
성당. 지휘관 개인실
7월 25일
해역에 배치된 무인기가 전투 장면을 끊임없이 이쪽으로 중계하고 있었다.
전술 분석 시스템이 이를 해석하여 모니터에 실시간으로 전황을 반영하고 있었다.
현재 아이리스 함대는 철혈 함대와 팽팽하게 싸우고 있었다.
멤피스: 역시 근대화 개장은 대단하구나. 살짝 구식인 순양함이라도 순양전함과 교전할 수 있을 정도로 만들다니.
멤피스: 언제 우리 유니온도 저런 대규모 개장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
똑똑.
헬레나: 들어오세요.
브륀힐데: 비스마르크의 전언이다. 괜찮다면 자기 방에서 함께 훈련을 관전하지 않겠냐고 그러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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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비스마르크 개인실
비스마르크: 아아, 지휘관. 편하게 있어.
비스마르크: 그래. 철혈의 지도자와 아주르 레인의 지휘관이 한 방에 있다니, 과거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장면이지.
비스마르크: 걱정 마. Zwei 의장과 게리온은 모두 정상이야.
비스마르크: 이 모습은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기 위한 일종의 이미지 전략인 셈이지.
비스마르크: 어쨌든 여기는 아이리스의 영토니까.
비스마르크: 아니야.
비스마르크: 진영 간 이해를 높이기 위한 훈련이니까, 당연히 철혈에 대해 더 많이 알려서 이상한 억측을 피해야 하겠지?
비스마르크: 동맹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만큼 조심하는 게 좋지.
비스마르크: 부정하진 않겠어.
비스마르크: 세이렌과의 싸움, 적어도 옵저버를 필두로 한 실험 기관과의 싸움은 이제 막바지에 이르렀어. 이제는 그 후의 일을 고려해야 해.
비스마르크: 너는 회의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해?
비스마르크: 만약 그렇다면 당시의 아주르 레인은 어떻게 갈라진 거지?
비스마르크: 옛날에도 그랬지.
비스마르크: 너도 회의만으로는 재결성이 이루어질 수 없다고 생각해서 이렇게 나를 만나러 온 거 아닌가?
비스마르크: 후후후.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알아.
비스마르크: 철혈은 온 힘을 다해 네 염원이 이루어지도록 도울 거야.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어떤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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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몽생미셸
연회장
7월 25일
부드러운 음악 속에서 각 진영이 참여한 연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퀸 엘리자베스: 으그극……. 꽤 수준급의 요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퀸 엘리자베스: 갑작스러운 일정이었는데 잘도 여기까지 준비했구나.
비토리오 베네토: 네. 빈객을 대접하려는 마음이 잘 느껴집니다.
리슐리외: 칭찬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이런 성대한 모임을 대강 준비할 수는 없지요.
어느새 음악이 잠잠해졌다. 연주를 마친 스트라스부르가 이쪽으로 다가왔다.
스트라스부르: 후후후♥ 몽생미셸 성당에 온 걸 환영해.
스트라스부르: 리슐리외 님께 지휘관이 내 연주를 많이 좋아해 줬다고 들었어.
스트라스부르: 저기, 지휘관. …나하고 한 곡 추지 않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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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몽생미셸
지휘관 개인실
7월 25일
오늘도 아름다운 하루가 끝났다.
내일도 아름다운 날이…… 될까?
~10. 내일도 아름다운 하루?
아이리스. 몽생미셸
지휘관 개인실
7월 26일
지휘관: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쏟아지는 햇살로 보건대 벌써 정오가 다 된 것 같았다.
멤피스: 맞아. 점심 시간이야.
멤피스: 모처럼 늦게까지 푹 잤네. 역시 출장 오길 잘했나 봐.
지휘관: 후아암…. 응. 오랜만에 편하게 잔 거 같아.
지휘관: 혹시 오전 중에 스트라스부르가 찾아오진 않았어?
멤피스: 스트라스부르? 안 왔는데?
지휘관: (안 왔어? 스트라스부르도 푹 잤나?)
멤피스: 아무튼 벌써 점심이 준비되어 있어.
멤피스: 돌아가는 기차는 오후에 출발하니까 그때까지는 여유롭게 성당을 돌아볼 수 있을 거야.
지휘관: ('와타츠미'도 궁금하니까 시나노를 불러서 같이 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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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 식사 후 시나노를 찾아가던 도중 우연히 스트라스부르를 만났다.
스트라스부르: 어머. 안녕, 지휘관.
지휘관: 안녕, 스트라스부르. 어젯밤에는 잘 잤어?
스트라스부르: 응. 파티에서 너와 함께 춤을 추어서 그런지 밤새 멋진 꿈을 꿨어.
지휘관: 응? 함께… 춤을 췄다고?
지휘관: 너 어제는 계속 연주하지 않았어? 파티가 끝날 때까지?
스트라스부르: ? 혹시 아직 잠이 덜 깬 거야?
스트라스부르: 어제 연주는 금방 끝났어. 그 뒤로는 계속 지휘관하고 함께 춤췄는데?
지휘관: (어? 그랬던가…?)
머릿속에는 어제 스트라스부르와 함께 춤춘 기억이 역력했다.
지휘관: (아니, 이상한데….)
스트라스부르: 떠나기 전에 몽생미셸 성당을 둘러보려고?
지휘관: 응. 클레망소가 연락하지 않았어? 시나노하고 같이 조각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고…….
스트라스부르: 잠깐만. 그게 무슨 소리야? 오늘 클레망소 님께 온 연락은 없었어.
스트라스부르: 그리고 조각? 그게 뭐야…?
순간 강렬한 위화감을 느꼈다.
마치 거짓 신 사건 때의 박람회장처럼… 무언가가 기억을 덮어쓴 감각.
나는 스트라스부르에게 황급히 작별을 고하고 서둘러 시나노의 방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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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몽생미셸
중앵 대기실
7월 26일
지휘관: 시나노!
시나노: 지휘관…….? 어찌하여 이리도 경황이 없는가……?
지휘관: 긴급 사태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 시나노. 와타츠미 조각에 대한 일 기억해?
시나노: ……구체적으로 어떤 조각을 말하는 건가…?
지휘관: 어젯밤에 얘기했던 여기 성당에 보관되어 있다는 조각 말야. 기억 안 나…?
시나노: 아이리스의 성당에… 어찌 와타츠미 조각이…?
시나노: 어젯밤… 나의 기억에 따르면 연회 이후 그대는 바로 방으로 돌아갔다…. 나와 만난 적은 없는데…….
시나노: 함께 얘기했다고 해도… 무엇을 뜻하는 바인지…….
지휘관: (시나노가 기억을 못하다니……. 설마 이번에는 시나노까지 영향을 받은 건가……?)
지휘관: 그럼 와타츠미 조각으로 만들어진 부적은? 그걸 통해서 여기 와타츠미 조각이 있다는 걸 알아차린 거잖아.
시나노: 내가 부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은 와타츠미 조각으로 만든 것도 아닐 뿐더러 이미 오래 전에 잃어 버리고 말았다…….
시나노: 그대의 언동이 매우 기묘하구나…. 혹 너무도 강렬한 꿈을 꿔서 현실과 혼동한 것은 아닌지….
지휘관: (아니… 절대 그럴 리가 없어.)
지휘관: (……그래. 클레망소한테도 연락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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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레망소에게 메시지를 보내자 곧 답장이 왔다.
통신 단말: "중앵과 비시아 성좌는 와타츠미를 거래한 적이 없으며, 따라서 이 성당에도 와타츠미 조각은 존재하지 않는다."
통신 단말: "또한 어젯밤 지휘관은 내게 연락을 취한 적이 없다."
지휘관: (클레망소까지……. 다들 기억하지 못하는 거야…?)
지휘관: (설마… 전부 내 착각이었단 말야?)
지휘관: (시나노와 클레망소와 함께 와타츠미 조각에 대해 논했던 건 현실감 넘치는 꿈이었고, 스트라스부르와 함께 춤을 췄던 쪽이 현실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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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몽생미셸역.
의문은 풀리지 않았지만 출발 시간은 다가왔다.
열차에 오르기 전 누군가 나를 불렀다.
젠하이: 안녕하세요 여러분. 벌써 돌아가시는 건가요?
지휘관: 응. 출발 시간이 다 됐거든. 젠하이는 여기 남는 거야?
젠하이: 그렇게 된 셈이죠. 지휘관님의 남은 일정에 약간의 조정을 부탁드리려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멤피스: 조정?
젠하이: 네. 동황은 이 자리에서 지휘관님과 그 일행 분을 동황의 BP기지로 초대하여 앞으로 진행될 동황의 작전에 협조해 주시기를 공식적으로 요청드리는 바입니다.
젠하이: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하신지요?
헬레나: 동황의 아주르 레인 BP기지…… 난 한번도 가 본 적 없어.
지휘관: 너무 갑작스럽지 않아?
멤피스: 맞아. 그리고 내 기억에 동황이 작전 협조를 구한 건 이번이 처음 아냐?
젠하이: 맞습니다. 후후후.
멤피스: 솔직히 관심은 있고, 한번 가보고 싶어.
멤피스: 그런데 모든 일에는 절차가 있는 법이야. 동황은 처음이라서 아직 익숙하지 않겠지만….
멤피스: 지휘관이 다른 작전 구역으로 이동하려면 아주르 레인 상층부의 정식 이동 명령이 필요해.
지휘관: ……미안하지만 멤피스 말이 맞아. 이렇게 갑자기는 어렵다고 할까….
젠하이: 수속에 관해서는 걱정하실 필요 없어요. 상층부가 이미 동황의 신청서를 수리했답니다. 허가도 곧 내려올 거예요♪
지휘관: 벌써… 통과됐다고…?
헬레나: 말도 안 돼…. 상층부가 이렇게 빨리…….
멤피스: 그래. 상층부가 이렇게 빨리 허락해 줄 리가 없어!
젠하이: 못 믿으시겠다면 직접 확인해 보시겠어요?
곧 상층부로부터 정식 이동 명령이 떨어졌다.
젠하이: 이것으로 문제는 없겠죠?
지휘관: 이, 이럴 수가…….
지휘관: 대체 무슨 수를 쓴 거야? 전에 로열과 북방연합에서 작전을 했을 때도 오랜 조정 기간이 필요했는데….
지휘관: 어떻게 이렇게 쉽게 통과된 거지……?
젠하이: 어쩌면 '행운' 덕분일지도 모르죠.
젠하이: 지휘관님께서도 얼핏 느끼고 계시지 않나요? 어제와는 다른, 무엇이든 잘 될 것만 같은 이 분위기.
젠하이: 만사여의, 심상사성~♪
지휘관: ('어제와는 다른' 분위기…? 설마 동황은 지금 벌어지는 이상 사태에 대해 알고 있는 건가?!)
지휘관: (그렇다면 지금 요청도… 우리를 여기서 데리고 나가기 위해서인가?)
지휘관: 어흠. 정식 발령을 받은 이상 마다할 이유는 없지.
지휘관: 헬레나, 멤피스. 동황으로 가자.
헬레나: 으, 으응…. 아직도 못 믿겠지만……. 그런데 그러면 출장 도중에 또 출장을 가는 게 되는데?
멤피스: 오히려 본업에 복귀하는 셈이지.
멤피스: 젠하이가 "작전에 협조해 달라고" 그랬잖아?
멤피스: 함선이 계속 책상머리 앞에만 앉아 있다간 녹슨다니까!
젠하이: 감사합니다. 그럼 여러분. 저를 따라 공항으로――
노시로: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노시로: 지휘관. 시나노 님께서 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십니다. 잠시 시간을 내어 주실 수 있으신가요?
지휘관: 시나노가?
젠하이: 저희는 괜찮습니다. 여기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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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시로를 따라 인적 없는 조용한 곳에 다다랐다.
시나노는 녹색 부적을 손에 쥔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나노: …그대가 부적에 대해 언급한 이후로 나는 게속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시나노: 그래서 신변을 다시 확인했더니… 이렇게 '이미 잃어 버렸을 터인' 부적을 찾았다…….
시나노: 줄곧 몸에 지니고 있었는데… 나는 그 존재를 깨닫지 못했다….
시나노: 그 후… 그대가 어젯밤 나를 찾아왔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시나노: 묘하기도 하지…. 부적와 그대를 확실히 인식하자 어젯밤에 있었던 일…. 모든 기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시나노: 그대와 내가 나눈 대화…, 클레망소의 대답…, 아이리스의 성당에 존재하는 와타츠미의 조각….
시나노: 하지만 그와 동시에 또 다른 기억……. 그대가 찾아오지 않고, 나는 중앵의 동료들과 함께 달맞이를 즐겼던 기억 역시 여전히 선명했다….
시나노: 그 후 나는 노시로를 찾아갔다….
시나노: 처음에는 노시로 역시 나처럼 어젯밤에 있었던 즐거운 달맞이를 떠올렸다….
시나노: 하지만 나의 말을 듣고, 노시로도 어젯밤에 있었던 또 다른 기억을 깨닫게 되었다….
시나노: 같은 시간에 혼재된 두 가지 기억…. 참으로 구별하기 어려웠지만….
시나노: 지금 이렇게 손에 쥐고 있는 부적이… 어젯밤 그대와 나눴던 대화가 진실이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지휘관: 그러니까… 시나노는 부적을 찾고 나서 어젯밤 있었던 진짜 기억을 떠올렸고, 노시로에게도 진짜 기억을 되찾아줬다고…?
시나노: 그래. 이곳에서 교묘한 이변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시나노: 만약 부적을 찾지 못하고, 그대의 말을 듣지 못했더라면…… 아직도 환몽에서 벗어나지 못하였겠지…….
지휘관: 그 부적은 와타츠미 조각으로 만든 거지?
시나노: 그래. 무늬도 꿈에서 본 것과 똑같다…….
지휘관: (적어도 꿈과 와타츠미가 관련이 있다는 건 알겠어….)
지휘관: 여기 오기 전에 노시로 말고 다른 사람들도 일깨워줬어?
시나노: …급히 그대를 쫓느라… 아직이다…….
지휘관: 오히려 좋아. 너희는 당분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행동해.
지휘관: 아까 클레망소하고도 연락을 해 봤는데 아무래도 그녀도 이변의 영향을 받은 것 같아.
지휘관: 정확한 피해 규모나 원인을 알지 못하니까 신중하게 행동해야 돼.
지휘관: 적은 아직 몸을 숨기고 있어.
시나노: ……알겠다. 그대는 어떻게 할 텐가…?
지휘관: 난 지금부터 동황의 BP기지로 이동할 거야. 동황은 현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고, 그에 따른 작전을 준비하는 것 같아.
지휘관: 너는 유럽에 남아서 상황을 계속 주시해 줘.
시나노: 하면…… 이 부적을 가져 가거라…. 꿈에서 깨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으니…….
지휘관: 아니, 부적은 시나노가 가지고 있어. 지금은 한 명이라도 더 많은 사람을 깨우는 게 중요해.
지휘관: 이거 받아. 저번에 클레망소가 준 브로치야.
지휘관: 이따가 기차를 타고 아이리스 성도로 돌아가서 클레망소를 찾아가.
지휘관: 누가 막아 세울 때는 이 브로치를 보여 주면 괜찮을 거야.
지휘관: 클레망소를 만나고, 만약 그녀가 아직 이변의 영향을 받고 있다면 그녀를 깨워줘.
지휘관: 그 후에는 클레망소의 계획에 따르도록 해.
시나노: ……알겠다.
지휘관: 슬슬 열차가 출발할 테니까 이만 헤어지자. 몸조심해.
시나노: 그대도… 조심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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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합동 훈련이 종료되었다.
환몽의 간주곡도 끝을 고했다.
반상 위에서 대국자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반상 밖에서 관전자 또한 움직이기 시작한다.
저편의 소리는 여전히 별하늘에 메아리치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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