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원가수
우연히 한적한 곳에 발을 들여놓았다.
푸른 대나무 숲이 바람에 흔들려 바스락거렸다.
그림과도 같은 아름다운 풍경에도 불구하고 정원 한구석에 있는 가녀린 사람의 모습에 눈길을 빼앗기고 말았다.
젠하이. 부드러운 표정으로 바느질을 하던 그녀는 내가 온 것을 깨닫고 살짝 고개를 들었다.
젠하이: 어머, 지휘관님.
젠하이: 이런 곳에서 뵐 줄은…… 후후후. 혹시 일부러 저를 만나러 오셨나요?
지휘관: 아니, 그냥 돌아다니다 보니 어쩌다…. 그런데 이렇게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이 있을 줄은 몰랐어.
젠하이: 네. 그야말로 평온하고 온화한 곳이죠.
지휘관: 응.
젠하이: 후후훗. 지휘관님께서도 같은 느낌이시라니 다행입니다.
젠하이: 저도 이곳을 정말 좋아한답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에 도움을 주니까요.
지휘관: 생각에 도움…? 지금은 자수를 놓고 있는 거 아냐?
젠하이: 자수는 단순한 길쌈이 아니랍니다.
젠하이: 바둑의 한 수가 기사의 사고와 전략을 나타내고, 또 마음의 흔들림을 반영하듯…….
젠하이: 자수 역시 한정된 면적을 가진 무지에 어떻게 바늘을 통과시킬지 미리 생각을 해두어야 하죠.
젠하이: 바둑이 대승적인 전략을 요한다면 자수는 치밀함과 섬세함을 요합니다. 물론 양쪽 다 집중력과 끈기, 그리고 전심을 다해야 하지만요.
젠하이: 아무런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동공이곡하니 참으로 흥미롭죠.
→ 자수와 바둑이 이런 관련이 있었구나…
젠하이: 후후후. 사소한 마음가짐에 불과하답니다.
젠하이: 자수에 관심이 있으시면 조금은 알려드릴 수 있습니다만….
젠하이: 물론 말로만 대국하는 것을 원하시면… 그래도 괜찮습니다.
→ 역시 젠하이야
지휘관: 바둑과 지략뿐만 아니라 자수에도 통달하다니.
젠하이: 과찬이세요. 자수는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조금 능숙해진 정도에 불과합니다.
젠하이: 지휘관님만 괜찮으시다면 가끔 여기서 젠하이와 담소를 나누는 것은 어떠십니까?
젠하이: 물론 자수가 아니라 바둑과 지략에 대해서 말입니다. 후후후.
→ 자수에 대해서…
젠하이: 어머 이 도안이 궁금하신가요?
젠하이: 하지만 지금 알려 드리는 것은…….
젠하이: 아뇨.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조금 생각해 보겠습니다.
젠하이: 덧붙여서 이 자수는…….
젠하이: 지휘관님을 위해 준비한 작은 선물입니다.
젠하이: 좀 더 정교한 모양과 무늬를 추구하기 위해 '삼람수'라는 기법을 사용했습니다.
젠하이: 특징으로는 부드럽고, 청초하고, 우아한 색조가 있습니다. …네. 지금 제가 입고 있는 옷도 같은 기법이 사용되었죠.
젠하이: 바늘과 실, 한 땀 한 땀에 지휘관님께 전하고픈 마음을 담았습니다.
젠하이: 완성되면 부디 받아주셨으면 합니다.
지휘관: 응. 기대하고 있을게.
젠하이: 그러면… 마침 지휘관님께서 젠하이 곁에 계시니…….
젠하이는 자수를 탁자 위에 두고 옆에 있던 악기를 집어들었다.
가늘고 긴 손가락이 현 위에서 춤을 췄다. 마치 봄바람이 호수를 스치며 잔물결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유유하고 완곡한 가락은 그녀만의 여유를 승화시켜 이 고요한 천지 사이를 천천히 흘렀다.
젠하이: 괜찮으시다면 조금만 더 여기 계셔 주세요.
젠하이: 말씀을 나누고 싶으시다면 자수의 유래, 바둑의 마음가짐을 이야기하고,
젠하이: 휴식을 취하고 싶으시다면 저는 옆에서 조용히 수를 놓으며 지휘관님께서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젠하이: 젠하이는 그저… 지휘관님과 함께 이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싶을 뿐입니다.
미소 짓는 그녀의 목소리는 음악 소리와 함께 귓가에 와 닿았다.
'스토리 및 관련 글 > 중·소형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리틀 학원에 어서 오세요 (0) | 2024.06.30 |
---|---|
유유벽해행 (2) | 2024.06.11 |
휴일 두근두근 대항해 (0) | 2024.05.27 |
출항하라 모항 크루즈 (0) | 2024.05.20 |
모항 패션 특집! 색다른 일상 (1) | 2024.04.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