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야 휴일 개척기
~01. 황야의 초대
모항. 집무실
자벨린: 또 휴가 시즌이네요! 이번엔 어디로 가 볼까~
Z23: 어렵네요. 해가 지날 수록 점점 선택지가 줄어들고 있고요.
래피: 래피는 잘 곳만 있으면 돼……Zzzzz…….
푸슌: 좀 더 특별한 곳은 없을까? 평소하고 다른 뭔가 스릴 넘치는 체험을 할 수 있는 장소라던가!
U-31: 스릴~? 스쿠버다이빙은 어때? 바다 깊숙한 곳의 불가사의를 찾아보거나――
브리스톨: 뭐야 뭐야? 방금 누가 불가사의라고 했는데! 어디 어디?!
U-31: 그냥 농담이야…. 심해는 위험하잖아?
U-31: 재미도 있고, 지휘관의 안전도 보장되는 장소로 골라야지♪
동료들은 한자리에 모여 휴가지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었다.
Z23: 음…. 이런 막무가내식 얘기로는 명확한 결론이 나오지 않을 것 같아요.
지휘관: 맞아. 하지만 Z23이 말한 것처럼 선택지가 별로 없기도 해.
피츠버그: 후후후♪ 휴가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니?
집무실로 들어온 피츠버그가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 초대장을 팔랑팔랑 흔들어 보였다.
피츠버그: 자, 열어 봐. 지휘관. 모두의 고민을 단숨에 해결해 줄 수 있을 거야.
초대장을 받아서 열자, 낯익은 필적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다들 지금쯤 휴가지 때문에 고민하고 있겠지."
지휘관: "그래서 색다른 휴가를 즐길 수 있도록, 모두를 리조트 타운 '패리섹'으로 초대한다. 인디애나, 엔터프라이즈로부터…."
자벨린: 리조드 타운 패리섹? …그게 어디에요?
래피: 푹신푹신한 침대가 있을 거 같아…….
카사블랑카: …패리섹… 어쩐지 익숙한 이름인데….
지휘관: 들어본 적 있어?
네바다: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지은 이름이니까 겹치진 않을 텐데.
카사블랑카: 패리섹(Parisek)… 팰리세이드(Palisade)…?
카사블랑카: 아, 그게… 아무것도 아니에요!
피츠버그: 그럼 이야기로 돌아갈까?
푸슌: 알겠다! 유니온의 휴양지니까 앉아서 입을 벌리고 있으면 로봇이 콜라를 먹여주거나 햄버거나 팝콘을 먹여주는 곳이지!
피츠버그: …으흠. 저번에는 중앵의 섬에서 온천을 즐겼었지? 뭐 '요괴 극단' 같은 사소한 해프닝은 있었지만.
피츠버그: 그 이후로 엔터프라이즈는 꼭 모두에게 유니온의 문화를 맛보여 주고 싶다면서 기회를 노리고 있었거든.
피츠버그: 이 리조트 타운도 그동안 몰래 준비하고 있었던 건데… 이제 드디어 공개하는 거야♪
푸슌: 오오! 역시 앉아서 입을 벌리고 있으면 로봇이 콜라를 먹여주거나 햄버거나 팝콘을 먹여주는 곳이지!
안샨: 두 번이나 강조할 필요 없어!
안샨: 그런 고정 관념이 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설마 아니겠죠!
지휘관: 유니온의 문화라면… 웨스턴인가?
피츠버그: 후후, 맞아. 역시 지휘관. 바로 맞췄네♪
피츠버그: 중앵 하면 온천인 것처럼, 유니온 하면 웨스턴이지?
르 테메레르: 웨스턴…. 그러면 서부개척시대 마을 볼 수 있는 거야?
리버풀: 야호~! 기념 사진 잔뜩 찍어야지~!
네바다: 파고가 드론으로 물자 수송을 많이 도와준 덕분에 살았어. 안 그랬다면 제시간에 못 맞췄을지도 몰라. 하하하!
파고: 고객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우리 회사의 사명이자 비전.
칭찬을 받은 파고는 타이밍 좋게 명함 한 장을 내 손에 쥐어 주었다.
파고: 아직 개업한지 얼마 안 돼서, 사장도 직원도 나 혼자야. 아무튼 향후 업무 협조에 있어서 긍정적으로 검토해줘.
아카시: 우냐앙? 이제 막 개업한 택배사? 냐후후…. 아카시와 장기 계약을 맺을 생각은 없냥?
오와리: 아, 또 아카시보다 한발 늦었네…. 혹시 싱싱한 채소나 과일 배달도 가능해?
파고는 금세 동료들에게 둘러싸였다.
미래의 '상업 회담'은 일단 놔두고, 피츠버그와 네바다에 다시 시선을 돌렸다.
지휘관: 그래서 그 리조트 타운은 어떻게 가?
네바다: 그건 걱정 마~ 엔터프라이즈가 여객기를 수배해 놨으니까 내일이라도 출발할 수 있어!
네바다: 다들 오늘 중으로 짐만 챙기라고!
브리스톨: 좋아! 서부의 황야, 휘몰아치는 바람… 신비한 금광과 저주 같은 불가사의도 있겠지~!
피츠버그: 후후…. 참고로 이번 여행의 가이드는 바로 나야.
피츠버그는 그렇게 말하며 내 곁으로 다가왔다.
피츠버그: 지휘관한테 잊을 수 없는 여행을 약속할게♪
엔터프라이즈와 인디애나의 초청으로, 그녀들이 정성껏 준비한 리조트 타운으로 휴가를 떠나기로 결정되었다.
다들 기대에 부푼 가슴을 안고 짐을 꾸리러 돌아갔다.
----
다음 날 아침. 피츠버그의 안내를 따라 여객기에 탔다.
잠시 후.
자벨린: 졸려…. 어제 설레서 잠을 잘 못 잤어…….
아야나미: 곧 도착이에요. 거리가 보이는 거예요.
자벨린: 진짜다! 서부 마을… 살롱… 카우걸 의상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어!
그러는 사이 여객기는 천천히 착륙했다.
하지만 해치를 빠져나오자 눈앞에 펼쳐진 것은 끝없는 황무지와 사막이었다.
푸슌: 마을은…? 우리 휴가 온 거 맞지…?
피츠버그: 아아…. 어제 주스를 너무 많이 마셔서 말하는 걸 깜빡했는데….
피츠버그: 휴가는 휴가지만, 서부의 감성을 온전히 체험하기 위해서는 역시 황무지를 개척하는 것부터 시작해야지.
르 말랭: 개, 개척…?
Z43: 그, 그러니까 우릴 부려먹으려고 속인 거야!?
→ 바로 이거거든!
→ (말없이 피츠버그를 바라본다)
에페: 괘, 괜찮아…. 에페는… 지휘관 몫까지 열심히 할 테니까….
플뢰레: 아하하하…. 딱 봐도 농담이잖아~ 다들 너무 잘 속는 거 아냐~?
피츠버그: 후후후. 놀려서 미안. 여기는 특별히 경화 처리한 임시 비행장일 뿐이야.
피츠버그: 이제 기차로 갈아타고 리조트 타운으로 갈 거야. 날 따라와.
피츠버그를 따라 리조트 타운행 전용 열차에 올랐다.
피츠버그: 진짜 휴가는 지금부터 시작이야.
~02. 예기치 못한 총성
열차 안.
파고: 모두의 '기쁨' 감정 수치가 평소보다 67.11% 높아진 것을 감지.
파고: 이게 바로 '휴가'라는 행위가 가져온 결과인가.
파고: 그럼… 잘 녹아들 수 있도록 '기쁨'의 감정의 비율을 조정하는 게 좋겠어.
파고: '즐거움' 수치도 23.64%로 적절하게 높여야지.
알자스: 아, 아냐……. 파고의 방법은 틀렸어…!
알자스: 휴가 경험이 있는 알자스가 파고한테 가르쳐 줄게…!
가스코뉴: 감정 수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는 사물의 본질적 이해에 미치지 못함.
가스코뉴: 파고는 가스코뉴처럼, 아직 공부가 필요함을 확인.
아드미랄 나히모프: 좀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고 싶다면… 내가 방법을 좀 아는데.
알자스: 나히모프는 패치로 덮어씌워 버리니까… 최선의 해결책은 아냐….
알자스: 파고는 알자스한테 감정 모듈 사용법을 배워야 해. ……조, 조금 폭주하기 쉽지만….
창밖으로는 서부의 황야 풍경이 흐르고, 귓가에는 동료들의 담소가 들렸다.
그러나 그중에는 도저히 담소라고 부를 수 없는 대화도 있었다….
뒤플렉스: 하아아아…… 휴가 중에 일이 줄어들기는커녕 오히려 더 쌓일 걸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뒤플렉스: 으으… 그치만 일을 들고 다니면 누나, 지휘관군과의 휴가를 제대로 못 즐기게 되니까….
멤피스: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지금을 즐기는 것도 중요해.
멤피스: 자, 뒤플렉스. 기껏 휴가 왔는데 일 때문에 기분 망치지 말라구!
뒤플렉스: 응…. 네 말이 맞아.
뒤플렉스: 나중에 돌아가서 야근을 하게 되든 밤샘을 하게 되든, 누나는 지금 이 휴가를 만끽할 거야!
멤피스: 후후, 그래야지!
피츠버그: 조금 있으면 리조트 타운에 도착해.
피츠버그는 열차 통로를 누비며 모두에게 종착역임을 알렸다.
팽르베: 벌써요…? 어쩐지 순식간이네요.
피츠버그: 뭐, 리조트 타운에만 서는 단거리 직통열차니까.
피츠버그: 일부러 기차를 타게 한 것도 모두가 서부의 정서에 푹 빠졌으면 해서 그런 거야.
지휘관: 음. 그래서 열차 외관도 내장도 모두 복고풍이었구나.
지휘관: 기적도 울리고….
피츠버그: 응응. 서부 여행이니까 그 테마에 맞춰야지.
피츠버그: 지휘관 아까부터 떠들지도 않고 계속 조용하던데 그런 거에만 집중하고 있었어?
피츠버그: 그 집중력을 좀 더 재밌는 곳에 두는 건… 어때?
그렇게 말하며 피츠버그는 내 옆자리에 앉았다. 그녀에게서 달콤한 과일 향기가 풍겼다.
지휘관: 응…? 주스 냄새?
피츠버그: 어떡해~ 지휘관한테 들켰네~ 인디애나나 엔터프라이즈한테는 비밀이야♪\
뿌우우――――
입을 열려던 찰나 열차의 기적소리가 말을 가로막았다.
다시 창밖을 내다보니, 황야를 가로지르는 검은 선로 끝에 희미하게 작은 마을의 윤곽이 보였다.
지휘관: 다 와 가네.
피츠버그: 아앙, 그치만….
탕――!
탕탕――!
지휘관: (…총소리…?)
U-556: 오늘이야말로 놓치지 않겠다! 이 마을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자, 결판을 내자!
헤링: 아니, 승부는 아무래도 좋으니까! 지금은 손잡고 저 녀석들 털어 보는 건 어때?
창밖으로 무법자처럼 보이는 두 사람이 말에 타고 질주하고 있었다.
U-556: 꽤 매력적인 제안이군….
헤링: 거기 지휘관! 돈이 될 만한 건 다 내놔! 안 그러면….
지휘관: (…대체 무슨 연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일단은 맞춰 주자.)
지휘관: 아, 안 그러면…?
헤링: 안 그러면 헤링의 선물을 받게 될 거야~ 츄~
헤링이 손 키스를 날림과 동시에 열차가 크게 요동쳤다.
지휘관: 포, 폭약을 설치한 건가…?
헤링: 하하하! 맘에 들어~?
U-556: 자자, 비싸 보이는 건 놔두고 빨리 차에서 내려!
U-556이 시키는 대로 짐을 모두 열차에 두고 내렸다. 우리는 헤링의 감시하에 마을까지 끌려가는 신세가 되었다.
폭발과 총격전으로 뿌옇게 낀 연기를 빠져나오자, 드디어 작은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마을 입구에서 환한 미소로 우리를 반겨주는 인디애나 일행도 보였다.
헤링: 자, 이걸로 공연은 무사히 종료. 리조트 타운 '패리섹'에 온 걸 환영해!
인디애나: 하하하! 드디어 왔구나.
인디애나: 방금 공연은 어땠어? 그야말로 서부극이란 느낌이었지?
→ 스릴이 부족해…
지휘관: 내가 생각했던 서부의 와일드함과는 거리가 좀 있었지만, 뭐 괜찮았어.
→ 괜찮았어
지휘관: 특이한 환영 인사네. 생각보다 재밌었어.
에식스: 엔터프라이즈 선배. 지휘관님이면 괜찮을 거라고 제가 그랬잖아요!
지휘관: 응? 이거 에식스가 짠 거였어?
에식스: 네! 에헤헤… 다들 모처럼 먼길을 와 줬으니까, 조금 재밌게 해주고 싶어서요.
인디애나: 그래. 계속 리허설도 하면서 공연 방향성을 조정했는데.
인디애나: 최종적으로 지금 이 비교적 순한 버전이 채택됐어.
호넷: 아쉬운 점이 있다면 아이디어가 정해졌을 때는 다들 바빴어서….
호넷: 총격전도 열차 습격도 일손이 부족해서 박력이 좀 많이 떨어졌다는 거?
에식스: 맞아요. 복면을 쓴 수십 명의 카우보이가 열차와 나란히 총격전을 벌였다면 꽤 볼만했을 텐데요.
괌: Good idea!
에식스: 네?
괌: 복면을 쓴 수십 명의 카우보이가 열차와 나란히 총격전을 벌이는 거 말야!
괌: 영화 촬영에 딱일 거 같지 않아? 지휘관?
지휘관: 방금 걸로 영감을 받은 거야?
괌: 응응! 지휘관도 상상해 봐~!
괌: 끝없이 펼쳐진 황야. 구원을 찾아 헤매는 주인공이 쓸쓸한 석양이 드리운 어느 변방의 마을에 발을 들여놓는다…….
괌: 거기서 소란에 휘말려서…… 엄청 와일드하고 두근두근하겠지!
지휘관: 아니, 여기서 영화를 찍겠다고 해도… 촬영 장비도 없고 각본도 없잖아?
괌: 응? 장비는 내가 다 챙겨왔으니까 노 프라블럼! 유비무환의 정신이 바로 미소녀 멀티테이너 괌의 마음가짐이라구♪
지휘관: 아니… 보통 휴가 땐 이런 거 안 가져오지….
괌: 휴가니까 더 챙겨야지! 멋진 순간을 놓치면 아깝잖아!
괌: 아무튼 영화 얘기로 돌아와서…… 각본은 하이티엔한테 맡기면 든든할 거 같은데?
하이티엔: 저, 저기… 제가 그 장르는 잘 몰라서….
하이티엔: 집필은 할 수 있습니다만 유니온 분들이 감수를 맡아 주셔야 할 거 같아요.
괌: OK OK~ 걱정 마~
괌: 그럼 이제 문제 없지? 휴가 즐기는 틈틈이 영화 찍는 거야!
지휘관: 잠깐. 그 전에 일정부터 확인해 보고 싶은데.
지휘관: 엔터프라이즈가 준비한 일정하고 겹치면….
엔터프라이즈: 그건 괜찮아, 지휘관. 우리가 준비한 체험 활동은 두 개뿐이니까.
엔터프라이즈: 자유롭게 마을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시간 배분을 해 놨으니까 영화 촬영이 일정에 포함돼도 지장은 없을 거야.
인디애나: 체험 활동이 뭔지에 관해서는… 내일 알려주도록 하지!
인디애나: 열차에 놔뒀던 짐은 U-556이 다 숙소까지 날라줬어.
인디애나: 지금부터는 마을도 구경하면서 천천히 즐겨 봐!
~03. 개척자의 일과
이른 아침. 요크타운의 연락을 받고 마을 바깥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요크타운: 오늘 활동은 '개척 체험'이야.
르 말랭: 우와아, 힘들어 보이는 이벤트네요….
로데시유: 도망치면 안 돼요. 이럴 때 열심히 노동하는 것도 슈발리에의 임무입니다.
폼페오 마뇨: 이름에서 대충 짐작이 가긴 하는데, 구체적으로 뭘 하는 거야…?
요크타운: 개척은 말 그대로 이 황무지를 살기 좋은 장소로 바꾸는 거야.
뉴저지: 응응! 촌락에서 마을, 그리고 도시로 발전시켜 가는 거지.
뉴자지: 대충 이런 느낌이야!
요크타운: 맞아. 개척자들은 식량과 수원을 찾으며 황야에 자신만의 세계를 개척했어.
뉴저지: 운, 실력, 도시 계획 센스 같은 것도 빼놓을 수 없지!
마르코 폴로: 즉 여기서 제로부터 새로운 마을을 만든다는 거지?
마르코 폴로: 맘에 들었어!
마르코 폴로: 좋아! 이곳에 사디아의 위광이 넘치는 마을을 만들겠어!
뉴저지: 아~ 이번엔 어디까지나 체험 활동이니까 작은 오두막만 지으면 돼~
요크타운: 목재는 충분히 준비했지만, 오두막을 지으려면 일단 가공이 필요해.
요크타운: 그래도 걱정 마. 관련 도구는 다 준비해 놨으니까.
클레망소: 흐응? 이 개척 체험, 마냥 단순하지만은 않겠지?
뉴저지: 당연하지! 오두막 설계와 건축, 그리고 식량과 수원 탐색에도 시간 제한이 있어.
뉴저지: 그러니까 정해진 시간 내에 오두막을 잘 짓고, 식량과 수원도 확보해야만……
뉴저지: 진정한 개척자라고 할 수 있지!
지휘관: 갑자기 난이도 너무 높은 거 아냐…?
헤링: 너무 어려우면 식량 찾는 건 빼도 돼~
헤링: 통조림은 제공해 줄 수 있으니까~
클레망소: 설마…… 소문으로만 듣던 그 통조림……?
앵커리지: 소문…… 앵커리지, 몰라……. 그래도 먹고 싶어…!
헤링: 난이도를 낮추고 싶다면 통조림을 선택하면 돼.
헤링: 황무지 개척에는 선택의 여지가 많지 않으니까~
클레망소: 그건 그래…. 뭐, 통조림은 최후의 수단으로 남겨 두자.
클레망소: 오두막 짓는 데 시간을 너무 많이 쓰면 식량과 수원 탐색에도 지장이 가니까…….
클레망소: 그러면 청어 통조림이라도 먹어야지. 지휘관 생각은 어때?
지휘관: 그거 벌칙 아니야?
클레망소: 그냥 의욕을 불어넣기 위한 용도일 뿐이야. 봐봐. 누가 벌써 설계도를 그리고 있는데?
클레망소가 가리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뒤플렉스와 스트라스부르가 벌써 설계도를 그리고 있었다.
스트라스부르: 청어 통조림이라니…… 죽어도 싫어……!
뒤플렉스: 응응! 야근보다 무서운 청어 통조림… 절대 안 먹어…!
다른 사람들도 두 사람의 행동을 보고 서둘러 오두막 짓기에 돌입했다.
클레망소: 후후후. 역시 이벤트는 이래야지♪
클레망소: 개인적으로는 지휘관한테 직접 청어 통조림을 먹여주고 싶지만….
클레망소: 지휘관, 부디 힘내?
클레망소는 씩 웃더니 종이를 들고 오두막 설계를 시작했다.
지휘관: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겠는걸….)
----
잠시 후.
자벨린: 응? 래피는 왜 삼각형을 그렸어?
래피: 판자만 양쪽으로 끼우면 되니까…….
래피: 래피는… 안에 들어가서 잘 수만 있으면 돼…… Zzzzz
임플래커블: 음…. 고해실을 기도실로 바꾸는 게 나을까?
임플래커블: 그래도 역시 고해실 쪽이 더 즐겁겠지~? 후후후.
퀸 엘리자베스: 이런 좁은 공터에서는 내 센스를 발휘할 수 없어!
마르코 폴로: 동감이야! 고작 오두막 하나밖에 지을 수 없다니…… 어떻게 하지……!
뉴저지: 다들 설계 단계부터 기운이 넘치네~!
뉴저지는 두리번거리다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뉴저지: 허니는 어떻게 하기로 했어? 나한테도 보여줘!
도면을 뉴저지에게 보여줬다.
뉴저지: 응? 이 레이아웃은…… 집무실?
뉴저지: 정말! 허니 설마 아직도 업무 모드야? 휴가 즐기고 있는 거 맞지……?
뉴저지의 눈빛에 걱정이 역력했다.
지휘관: 아니야. 그냥 집을 설계하다가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거든.
지휘관: 모항에서는 모두가 집무실을 드나들잖아? 어떻게 보면 거기가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지.
지휘관: 그래서 나도 모르게 이렇게 설계한 거야.
폴타바: 후후후. 방금 발언은 반칙이야. 지휘관 동지.
퀸 엘리자베스: 하인이 그렇게 말한다면……. 로열 메이드대. 하인의 웨스턴 집무실 건설을 돕도록 해!
벨파스트: 알겠습니다, 폐하.
모두의 협력으로 목조 '웨스턴 집무실'이 완성됐다.
클레망소: 결과는 흐뭇하지만…… 다들 식량이나 수원을 찾을 시간을 놓쳐 버렸네.
헤링: 그럼 약속대로 청어 통조림 나눠줄게~♪
푸슌: 자, 잠깐만! 마지막으로 한 번만 기회를 줘!
푸슌은 그렇게 말하며 바닥에 흩어진 목재를 차곡차곡 쌓았다.
그렇게 간단한 제단을 세운 다음 그 위로 올라가…….
푸슌: "법단을 쌓아 괴강(魁罡)을 밟고, 나 푸슌이 칠성단에 검을 바치니――!"
푸슌: 어흠…… 검은 없지만.
지휘관: 푸슌, 뭐하는 거야…?
푸슌: 신비의 힘을 빌리는 거야…! 지휘관은 '동남풍을 빌린다'는 말 알아? 아마 음식도 빌릴 수 있을 거야!
푸슌: 바람아 불어라~! 비야 오너라~! 음식이여 나와라~!!
푸슌: 어, 어라……!?
……바람도 안 불고 비도 안 내렸다. 물론 음식도 안 나왔다…….
회전초만이 부름에 응해 푸슌을 강타했다.
헤링: 그냥 얌전히 통조림 먹자~
그러고 헤링은 모두에게 통조림을 나눠줬다.
다들 '웨스턴 집무실' 바닥에 앉아 조촐한 식사를 시작했다.
숨을 참고 캔을 열자, 안에는 청어가 아니라 익숙한 전투 식량이 담겨 있었다.
지휘관: 어? 전투 식량 캔 라벨을 청어 통조림으로 바꾼 거야?
헤링: 히히히. 맞아. 누구나 다 청어 통조림의 맛을 알아주는 건 아니니까.
헤링: 그래서 이렇게 준비했지. 그나저나 너희들 표정 진짜 재밌었어~
푸슌: 으, 으아악――! 왜 나한테는 진짜 청어 통조림이!? 살려줘~!
헤링: 아, 진짜가 섞여 있다고 말하는 거 까먹었다….
요크타운: 아하하……. 예정하고는 좀 많이 달라졌지만….
요크타운: 이건 이것대로 잊지 못할 추억이네. 그렇지, 지휘관님?
요크타운을 향해 고개를 끄덕인 뒤, 집무실을 뛰어다니는 푸슌과 그 뒤를 쫓는 헤링을 바라보았다.
지휘관: 확실히… 잊지 못하겠네.
개척 체험은 이렇게 청어 통조림 냄새 속에서 막을 내렸다.
~04. 골드 러시
다음 날 아침. 핸드폰에 온 호넷의 메시지에 따라 집합 장소로 향했다.
호넷: 헤헤. 지휘관, 오늘은 웬일로 정시에 왔네? 항상 약속 시간보다 일찍 나오더니.
호넷: 숙소 침대가 너무 편안해서 그만 늦잠이라도 자 버린 거야~?
임페로: 지휘관한테 정시=늦잠이라니…. 아무렇지도 않게 무서운 발언을…….
호넷: 하핫. 늦잠 얘기는 여기까지!
호넷: 오늘 활동은 바로 바로 '사금 캐기 체험'이야! 너희를 위해서 다양한 도구를 준비해 왔지.
클리블랜드: 응? 근데 사금 캐는 도구는 어차피 전의 그거잖아? 어제 에식스한테도 물어봤는데….
호넷: 그렇긴 한데, 인디애나가 새로운 플레이 방법을 넣는 게 재밌을 거 같다고 해서.
호넷: 아무튼 그래서 기본적인 하천용 도구 말고도, '자석 낚시'용 도구도 새로 준비했지!
환창&카와카제: '자석 낚시'?!
벨: 낚시라고는 했지만 나일론 줄에 강력한 자석을 묶고 강에 던져서 보물을 찾는 식이야.
벨: 자석 낚시를 해보고 싶으면 여기서 나일론 줄하고 자석을 받아가면 돼.
호넷: 전통적인 사금 캐기를 하고 싶으면 이쪽에서 삽하고 야금용 체 받아가라고~!
자벨린: 자석 낚시가 사금 캐기보다 재밌을 거 같아!
환창: 강력한 자석이면 무조건 금속을 끌어들이겠지? 그렇다는 건…….
지휘관: "절대 허탕치지 않는다"……환창한테는 딱인 거 같은데?
환창: 응. 지휘관 말대로… 이러면 반드시 뭐라도 낚을 수 있어…….
호넷: 아무튼 각자 마음에 드는 방법하고 도구를 골라 봐!
호넷: 다 고르면 나하고 벨이 근처 강으로 안내해 줄게!
지휘관: (으음…. 뭘로 할까.)
→ 평범한 사금 캐기
지휘관: 서부의 감성을 체험하려면 오리지널 테이스트로 가야지!
→ 자석 낚시
지휘관: 절대 허탕치지 않는다는 유혹을 어떻게 이겨…. 새로운 방식으로 도전이다!
도구를 챙기고 벨 일행과 함께 리조트 타운 인근 하천으로 향했다.
----
호넷: 음… 그나저나 그냥 금만 캐면 별로 재미없지 않을까….
호넷: 금 캐는 건 결국 단순 반복 작업이잖아. …차라리 두 팀으로 나눠서 시합이라도 해 볼까?
지휘관: 단순히 결과물을 비교하는 거면 별로 재미없을 거 같은데?
리슐리외: 그렇다면 금을 캐는 방법을 조금 조정하면 어떻습니까?
리슐리외: 하천에서 금을 캔다는 전제를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주변의 재료를 사용해 도구의 개조를 허용한다던가.
지휘관: 흐음. 각자의 창의력을 겨루는 건가….
리슐리외: 네. 그렇게 하면 지루해질 염려는 없을 겁니다.
지휘관: 좋은 거 같은데. 호넷, 그렇게 하자.
호넷: 알겠어~!
----
아오바: 아아~ 마이크 테스트~ 네, 지금 이곳에서는 짜릿하고 치열한 '제1회 웨스턴 사금 캐기 ' 대회가 개최 중입니다!
아오바: 저는 이번 대회의 중계를 맡은 아오바입니다!
아오바: 다들 묵묵히 사금 캐기에 집중하고 있는데…… 응? 저기 있는 것은――!
아오바: 오옷! 다 빈치 선수가 수중의 도구로 '사금 척척 체가름기'를 만들었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으으음~? 왜 돌멩이만 걸러진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분명 어딘가에 문제가……오오! 새로운 영감이 떠올랐다~!
아오바: 아이쿠! 다 빈치 선수, '사금 척척 체가름기'에 문제라도 생겼나요―!?
아오바: 다른 선수들의 상황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아오바: 그럼 현장에 있는 알프레도! 나와 주세요―!
알프레도 오리아니: 오케이~! 나한테 맡기라고!
알프레도 오리아니: 찰칵! 이번에는 자석 낚시 팀에 주목――!
알프레도 오리아니: 오오! 엄청난 잔상! 볼티모어 선수가 낚싯줄을 던졌다!
알프레도 오리아니: 저곳에 분명 금이 있을 거야! 볼티모어 선수의 표정이 그렇게 말하고 이습니다!
볼티모어: 아, 그냥 던져 본 건데…….
브레머튼: 에이, 저런 과장된 해설도 중계의 묘미야. 볼티모어도 빨리 익숙해져야지~
볼티모어: 그, 그래…….
아오바와 알프레도는 하천을 뛰어다니며 '중계'를 하고 있었다.
지휘관: (괌이 요즘 매일 방에 틀어박혀서 편집 작업에만 몰두하고 있는 게 좀 아쉽네. 여기 있었으면 더 시끌벅적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며 사금 캐기를 계속하고 있을 때――
헤링: 아, 아냐~ 나는 그냥 보러 온 거지, 참가할 생각은 없어…!
벨: 그래? 엄청 하고 싶어하는 거 같은데…?
벨: 심지어 도구까지 챙겨 왔잖아. 역시 남들하고 같이 놀고 싶은 거지?
헤링: 아―아―안 들려―! 난 그냥 어쩌다 보니 손에 도구를 쥐고 있었을 뿐이야―!
헤링: 그리고 땀 나면 어떡해…. 지휘관도 이렇게 가까이 있는데…….
모가도르: 구헤헤…. 헤링도 땀 때문에 고민하고 있구나……. 그럼 모가도르가 좋은 방법을 가르쳐 줄게……♥
헤링: 어? 무슨 방법?
모가도르: 옷을 벗어 버리면 덜 더워져어……♥
조프르: 이상한 사상을 남에게 주입하지 마세요.
조프르: 그리고 제 사각에서 망토를 벗으려고 하지 마세요.
모가도르: 하지만 모가도르, 지휘관도 함께 땀을 흘리고 있다고 생각하니까…… 점점 달아올라서 못 견디겠어……♥
조프르: 그래도 안 됩니다.
----
잠시 후, 호넷과 벨이 시간이 다 되었음을 알리고, 양측의 성과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U-31: 강에서 뭐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는 건 알지만….
U-31: 근데 왜 어뢰가……?
호넷: 어흠. 그건 우리도 전혀 모르겠는데…….
호넷: 아무튼 다들 열심히 해줘서 수확이 꽤 많아.
벨: 어디 보자…. 어뢰말고도 스패너, 금고, 조약돌…… 타이어…?
벨: 어…… 금 찾은 사람 아무도 없어?
벨: 설마 샌디에이고 선배가 준비를 잘못했나……?
지휘관: 응? 무슨 문제라도 있어?
호넷: 아니, 없어! 서부에서 금을 캐다 보면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벨: 으, 응! 내 생각도 그래!
호넷: 아무튼 오늘 활동은 이걸로 끝……!
~05. 웨스턴 나이트
숙소로 돌아가려던 때――
인디애나: 여어, 지휘관. 이 다음에 일정 있어?
→ 돌아가서 쉬려고
지휘관: 숙소로 가서 쉬려고 했는데, 도울 일이 있으면 뭐든 말해줘.
→ 딱히 없어
지휘관: 특별한 계획은 없는데. 뭐 도울 일이라도 있어?
인디애나: 아아, 딱히 네가 도울 일은 없는데….
인디애나: 오늘따라 달이 아름답길래, 다들 모아서 달맞이 파티라도 할까 해서.
인디애나는 달을 가리켰다.
서부 황야의 하늘에 둥근 달이 걸려 있었다. 손을 뻗으면 잡힐 것만 같았다.
지휘관: 그러네. 달맞이 하기에 딱 좋은 풍경이야.
인디애나: 하하하. 지휘관도 그렇게 생각한다니까 모두한테 연락해야겠군!
인디애나: 그보다 먼저 이리 와 봐. 달맞이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안내해 줄게.
인디애나의 뒤를 따라 탁 트인 공터에 도착했다.
그녀는 주변을 가볍게 치우고 나서, 내게 앉으라고 권했다.
은은한 달빛이 비춰서인지, 늘 시원시원하던 그녀는 조금 차분하고 수줍어하는 것처럼 보였다.
인디애나: 지휘관. 나는…….
지휘관: 응?
에식스: 아! 지휘관님! 인디애나~!
에식스: 다들 데리고 왔어요! 간식이랑 음료수도 챙겨 왔어요!
인디애나가 뭐라 말하려 할 때, 멀리서 에식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인디애나: ……다, 다음에 말할게!
인디애나: 어차피…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니니까…… 크흠…….
인디애나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목소리도 어딘가 떨리고 있었다.
샌디에이고: 지휘관, 인디애나~ 이제 비밀 얘기는 그만~!
샌디에이고: 다 같이 에식스가 가져온 간식 먹자!
동료들과 함께 모닥불을 피우고 주변에 빙 둘러앉았다.
자벨린: 그나저나 오늘은 달도 이쁘고 별도 많이 보이네!
Z43: 음. 유난히 찬란한 밤하늘…. 그래. 우리를 유혹하여 경계를 늦추게 하려는 암흑 진혼곡(다크 레퀴엠)의 음모가 분명해…!
자벨린: 다, 다크 레퀴엠?
Z43: 친우여, 보았는가! 저기 가장 밝은 별. 저것이 바로 유령 기사(스피릿 나이트)의 눈이다!
U-31: 달구경 와서도 그런 설정이야~?
Z43: 큭큭큭… 이것은 나의 개성……이 아니라 나의 마안에 비치는 진실인 것이다!
엔터프라이즈: 하하하. 의외로 재미있는 표현이네.
에식스: 엔터프라이즈 선배, 이런 거 받아 줄 수 있는 타입이셨어요!?
엔터프라이즈: 분위기를 띄우거나 모두의 사고를 회전시킨다는 의미에서… 가끔은 좋지.
엔터프라이즈: 그렇지 않아? 지휘관.
→ (끄덕인다)
→ 아아, 그리고 저 유성은 하늘을 달리는 유령 마차…!
에식스: 지, 지휘관님까지…….
에식스: 네 네. 그럼 은하수는요? 저건 어떤 설정을 붙이면 좋을까요?
호넷: 저건 바로 카우걸들의 우주 목장!
에식스: 호넷. 그건 세계관에서 벗어난 거 같은데?
호넷: 그럴싸하면 됐지 뭐! 세세한 건 신경 쓰지 말자구!
요크타운: 후후후. 모두 함께 웃고 떠들며 달과 별이 빛나는 하늘을 바라보는 것….
요크타운: 이것도 일종의 로망이라고 할 수 있겠네.
탁탁거리는 모닥불 소리를 배경음으로, 동료들은 간식을 먹으며 서로 휴가에 대한 소감을 나눴다.
피츠버그: 자꾸 이런 얘기만 하니까 좀 재미없네. 차라리 요 며칠 동안 가장 인상 깊었던 일이나 얘기해 볼까?
피츠버그: 아, 영화 촬영은 빼고.
인디애나: 왜 영화 촬영은 안 되는데?
피츠버그: 그럼 또 다들 그 얘기만 할 거잖아.
인디애나: 그렇구만. 그럼 누구부터 할까? 맨 왼쪽에 있는 556부터 시작할까?
U-556: 음…… 인상 깊었던 일…….
U-556: 말 탔던 거…? 육지에서도 멋진 모습을 보여 주려고 열심히 연습했어!
U-556: 어땠어? 열차 강도 장면 진짜 멋있었지? 에헤헤~
U-556: 근데 안장이 엄청 딱딱했어…. 다음에 또 말 탈 때는 부드러운 걸로 해줬으면 좋겠어….
헤링: 어? 이렇게 구체적으로 말해야 하는 거야?
피츠버그: 556만큼 구체적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상황은 확실히 말해야지~?
헤링: 그게 귀찮은 건데…….
헤링: 오늘 밤! 지금! 지휘관하고, 모두하고 함께… 밤의 경치를 즐기는 지금이 가장 인상 깊었어!
피츠버그: 어머. 헤링이 이렇게 순정파일 줄은 몰랐네♪
헤링: 그럼 너는 어떤데!?
피츠버그: 나? 나야 물론 매일 매 순간이 다 기억에 남지~
그렇게 말하며 피츠버그는 내게 몸을 기댔다.
헤링: 아아아! 그거 반칙! 아웃!
피츠버그: 그래? 그래도 이해하기 쉽지? 이렇게 '상황'을 확실하게 말해 주니까♥
헤링: 너 진짜…….
밤이 깊어질 때까지 다 함께 이야기를 나누었다.
슬슬 달맞이 파티가 끝나갈 무렵…….
인디애나: 얘들아. 오늘 밤을 더 기억에 남게끔 하는 건 어때?
인디애나는 허리춤에 찬 리볼버를 꺼내 화려한 건 스핀을 보여준 뒤, 하늘을 향해 2발 발사했다.
푸슌: 오오! 멋지다! 불꽃놀이보다 재밌겠다!
로데시유: 하지만 권총을 준비하지 않은 사람은 어쩌죠…?
인디애나: 함포로 하면 되지! 다만 지휘관이 다치는 일 없도록 조심해! 하하하!
모두: 네에~!
동료들은 의장을 전개해서 훈련탄을 장전하고 포구를 하늘로 돌렸다.
……훈련탄이 아니라 삼식탄을 장전한 사람도 몇 명 있었지만.
다들 기대의 눈빛으로 내 명령을 기다리고 있었다.
→ 구호에 맞춰서~!
→ 발사!!
쾅――!
쾅쾅――――――!
굉음이 자아내는 교향곡 속에 밤하늘이 환히 빛났다.
초연이 피어올랐지만 이는 싸움 때문이 아니라 달맞이를 기념하기 위해.
모두: 지휘관, 약속이야! 내년에 또 달구경… 아니, 어디를 가든 함께 즐기는 거야!
동료들의 행복한 목소리가 서부의 하늘에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
~06. 우리의 추억
괌: 어땠어!? 빨리 소감 말해 봐!
타운 영화관에서 영화 상영이 끝나자, 괌 감독은 곧바로 모두에게 소감을 물었다.
인디애나: 생각보다 훨씬 잘 나왔네!
Z23: 그러네요. 아까 촬영할 때 래피는 진짜로 잤지?
래피: 응. 래피, 커트 당할 줄 알았는데…… 완성본에 그대로 들어가 있었어…….
괌: 흐흥! 이게 바로 미소녀 멀티테이너 괌의 편집 실력이야!
괌: 아무튼 지휘관. 돌아가면 모항에 영화상 만드는 건 어때?
괌: 영화를 찍어도 상이 없으면 제작자의 의욕이 팍 떨어진다구~
꼬르륵――
엔터프라이즈: 괌. 혹시 아무것도 안 먹었어?
괌: 아차차! 방에 틀어박혀서 계속 편집만 하느라 밥먹는 걸 깜빡했어…….
괌: 꼬르륵 소리를 들키다니…. 괌, 미소녀 이미지에 매우 큰 대미지!
인디애나: 하하하하. 지휘관은 별로 신경 안 쓸 거야.
지휘관: 괌도 배고픈 거 같으니까 다 같이 점심이나 먹으러 가자.
----
잠시 후.
엔터프라이즈: 후우. …이 정도면 됐나. 슬슬 다른 사람들도 불러오자.
엔터프라이즈: 그런데 오늘 햇빛이 좀 따가운데. 정말로 밖에서 먹을 건가?
인디애나: 뭐 어때? 이게 바로 '웨스턴' 감성이잖아? 그렇지, 호넷!
호넷: 응응! 다들 유니온의 서부 감성을 맛보러 온 거니까 끝까지 함께해야지!
비스마르크: 나도 인디애나와 호넷의 의견에 동의해.
비스마르크: 햇빛을 신경 쓰기 보다는 다들 이 순간을 즐겨 줄 거야.
리슐리외: 네. 이 아이도 오늘 같은 날씨가 좋은가 보네요.
리슐리외는 무릎 위에 앉아 있는 오프냐에게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 뒤에서는 시마카제가 양손에 쟁반을 들고 달려오고 있었다.
시마카제: 으아아아아! 햄버거가……. 실수로 너무 빨리 달렸어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조심하세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균형을 잡으세요.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얼빈: 어~이! 다들 먼저 먹고 있어. 난 말을 마굿간에 돌려 놓고 올게!
일러스트리어스: 아앗… 조금만 천천히…… 모자가…….
아틸리오 레골로: 으응…. 아틸리오도 말에 타보고 싶어…….
하얼빈: 아하하하! 미안 미안!
하얼빈의 목소리가 말발굽 소리와 함께 점점 멀어져 갔다.
지휘관: (참 보기 드문 광경이야…….)
감회에 젖어 있는데, 괌이 갑자기 무슨 생각이라도 떠오른 듯 내 옆을 지나갔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는 파고와 속닥속닥 얘기를 나누더니, 다시 나를 보고 씩 웃었다.
괌: 쉿. 지휘관은 그냥 보고만 있어♪
괌은 입가에 검지를 대고 조용히 있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이윽고 파고의 드론이 날아올라 동료들의 머리 위를 선회하기 시작했다.
지휘관: 식사 장면을 찍는 거야?
괌: 절반만 정답~
지휘관: 절반?
괌: '찍고 있다'까지는 맞았지만, '왜 찍고 있나'는 아직 모르잖아?
괌: 이런 아름다운 순간은 당연히 잘 보존해 둬야지?
괌: 기억으로만 남기는 건 부족해~
피츠버그: 후후후. 괌 말이 맞아.
피츠버그: 기억은 퇴색되지만, 영상으로 남겨 두면 언제든지 그때의 감정을 느낄 수 있잖아.
괌: 오오! 미소녀 멀티테이너의 생각을 이해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괌: 맞다, 지휘관. 자! 고개 들고 스마일!
지휘관: ……왜?
괌: 당연히 '지휘관도 웃었다'는 아름다운 순간을 기록하기 위해서지!
지휘관: 너무 작위적인 거 아냐……?
괌: 으으으음…. 그럼 역시 일상 소재를 많이 찍어 두는 게 나으려나.
괌: 지휘관도 얼른 괌의 촬영 방식에 익숙해지는 게 좋아♪
괌: 왜냐면 저장해 둘 아름다운 순간들은 앞으로도 점점 더 늘어날 테니까~
~07. 걸즈 카운터
약속 시간에 맞춰 바에 도착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이미 피츠버그가 테이블 위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피츠버그: 후후후. 늦었잖아, '바운티 헌터.'
다리를 꼰 소녀는 내게 미소 지었다.
지휘관: (응? 방금은 3막 대사인데? 벌써 연기로 들어간 건가…?)
지휘관: 아냐. 아직 기다리는 사람들이 오지 않았으니까.
시나리오대로 대사를 하면서 피츠버그에게 다가갔다.
피츠버그: 그래? 그럼…….
피츠버그: 기다리는 동안 심심풀이라도 해 볼래?
지휘관: (애드리브…?)
피츠버그는 내 소매를 살짝 잡더니, 몸을 내게로 기울였다.
목덜미에 그녀의 숨결이 닿았다. 주변 공기도 뜨거워지는 것 같았다.
피츠버그: 바운티 헌터. 왜 아무 말도 안 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그녀가 들고 있던 소품 총의 총구가 내 옷깃에서부터 서서히 아래로 미끄러졌다.
지휘관: (애드리브라고 해도 너무 나가는 거 아냐…? 애초에 그런 전개는 없는데…?)
피츠버그: 그럼 내가 알려 줄게. 심·심·풀·이♡
달아오른 얼굴에 정열이 가득한 눈동자.
지휘관: (피츠버그, 설마…….)
피츠버그: 후후후♡ 심장소리가 다 들리는걸~
피츠버그: 창문이 열려 있어서, 다른 사람이 지나갈 거 같아서…… 오히려 흥분했어?
지휘관: 피츠버그…….
→ 주스 마셨어…?
→ 잠깐… 머리 좀 식힐까…?
총구가 위험한 곳에 닿지 못하게 총신을 움켜쥐었다.
피츠버그: 정말, 지휘관~ 이거 리허설인데? 빨리 원래 배역으로 돌아가~
피츠버그는 못마땅한 듯 콧소리를 내며 칭얼거렸다.
지휘관: 너 취했지?
피츠버그: 안 취했어~
피츠버그와 총 쟁탈전을 벌이던 도중 발밑에 있던 통이 쓰러졌다.
그 안에서 주황색 액체가 밖으로 흘러나왔다.
지휘관: 오렌지 주스……?
피츠버그: 맞아~ 너무 더워서 촬영 중에 못 참고 조금 마셨는데…….
피츠버그: 그래도 아직 리허설이니까아… 지휘관도 목마르면 마셔~
피츠버그: …어라……? 벌써 내가 다 마셔 버렸나…?
피츠버그는 통 안을 확인해 보려고 몸을 기울였으나, 곧 자세가 무너지며 내게 쓰러졌다.
피츠버그: 달콤하고 상큼한 오렌지 주스…… 못 마시게 돼서 아쉽네~
피츠버그: 어쩌면 내 입술에 아주 조금 남아 있을지도…? 어때, 확인해 볼래?
피츠버그: 어머~ 바운티 헌터……가 아니라 지휘관? 몸이 뜨거운데…?
지휘관: (네가 더 뜨거운데…라고 말하고 싶지만 이 상황에서는 말해도 안 듣겠지.)
지휘관: 이대로는 리허설 못 해. 우선은 어디 쉴 곳이라도 찾자.
피츠버그: 글쎄에? 위층에 방이 있긴 한데…….
피츠버그: 그냥 안에서 자는 거면… 재미없으니까 안 갈래.
피츠버그: 다만…….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는 피츠버그의 눈동자에는 취기 이외의 무언가가 빛나고 있었다.
피츠버그: 같이 재밌는 거 해 준다면… 얘기는 다르지만♡
~08. 하이 눈 어레스트
인디애나: 휴우…! 드디어 이 에피소드 다 찍었네…. 영화 촬영이 이렇게 힘들 줄 몰랐어.
나무 상자에 아무렇게나 걸터앉은 인디애나는 감회와 함께 숨을 푹 내쉬었다.
→ 수고했어!
지휘관: 하늘에서 떨어지는 장면도 찍었으니까 체력 소모가 컸겠지.
인디애나: 음… 맞아. 재촬영도 몇 번 했으니까.
인디애나: 훈련량을 더 늘려야겠어. 고작 영화 촬영 좀 했다고 체력 부족이라니 말도 안 되지!
지휘관: 다음 촬영은 밤이었지? 가서 좀 쉴래?
인디애나: 아… 일단 소품 팀 동료들이 오면 같이 바닥에 나무 조각 좀 치우려고.
인디애나: 응. 아까 하늘에서 떨어질 때 부서진 천장 판이야.
인디애나: 촬영장은 제때 치워야지. 안 그랬다가 다치는 사람이라도 나오면 큰일이니까.
인디애나: 나 혼자서 치우는 건 힘드니까 소품 팀에 미리 말해 뒀어.
지휘관: 그럼 나도 도와줄게.
인디애나: 오, 고맙다! 그럼 기다렸다가 같이 치우자!
지휘관: 그나저나 인디애나는 의외로 세세한 부분까지 챙기는 타입이구나.
인디애나: 응? 지휘관이야말로 웬일로 나한테 관심이 많은 거 같은데?
→ 지휘관이니까 당연하지
인디애나: 아, 그렇구나……. 나는 또…….
→ 어, 나도 모르게, 그게……
인디애나: 사실 나도 지휘관이 좋…….
인디애나: ……아무것도 아냐!
인디애나: ……방금은 못 들은 거다! 원래 하던 얘기로 돌아가자!
인디애나: 뭐라고 했었지? 내가 세세한 부분까지 잘 챙긴다는 얘기였나?
인디애나: 그것도 다 전투를 통해 기른 습관이지. 세세한 것까지도 놓치지 말아야 이길 수 있다고.
지휘관: 주먹 하나로 말할지언정 틈을 노리는 게 중요하다는 건가.
인디애나: 그건…. 확실히 한 방에 적을 쓰러트리는 힘도 중요하지만, 지혜도 빼놓을 수 없지.
인디애나: 안 그러면 힘이 막상막하인 상대와 싸울 때 고전한다고.
인디애나는 싱그러운 미소와 함께 대담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때 햇빛이 천장 사이로 새어 들어왔다.
부드러운 빛이 인디애나를 감쌌다.
인디애나: ……응? 해가 떴나?
인디애나는 고개를 들어 천장을 보고는 다시 나를 바라봤다.
인디애나: 햇빛이 지휘관을 비추니까…… 왠지 분위기 좋은데….
인디애나: ……햇빛이 그대를 감싸고…술 향기가 감도는 가운데……갈 곳 없는 두근거리는 내 마음……어어…….
지휘관: ? 뭐라고 했어?
인디애나: 콜록콜록!! ……아, 아무것도 아냐!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일이 갑자기 떠올라서……!
인디애나: 나중에 다 쓰면 보여줄게…….
인디애나: ……아. 소품 팀한테서 곧 도착한다는 연락이 왔어.
인디애나: 역시 너는 먼저 들어가서 쉬어. 여기는 우리가 정리할 테니까.
인디애나: 너하고 다음 촬영은 한밤중이잖아. 허투루 할 수는 없지!
~09. 이노센트 핫 웨이브
파고: 빨리 치워야지…….
외양간에서 파고가 바닥에 쏟은 우유를 청소하고 있었다.
지휘관: 파고. 나도 도와줄까?
파고: 지휘관……?
파고: 이 상황에서는 놀라운 감정을 표현하는 게 바람직해. ……'놀라움' 수치를 12.51% 상승――
파고: "지휘관?! 여기는 어떻게!?"
지휘관: ………….
지휘관: 아니, 파고가 계속 돌아오질 않길래 무슨 일 있나 해서.
파고: 작업 시간 초과로 민폐를 끼친 것에 대해 사과할게.
→ 괜찮아, 신경 쓰지 마
파고: 응. 알았어.
→ 걱정했었어
파고: ……응. 알았어. 고마워.
파고: 지금 지휘관의 감정 수치를 '걱정'의 샘플로 기록.
파고: 그래서 아까의 질문――"나도 도와줄까?"에 대해서….
파고: 괜찮으면 우유 치우는 걸 도와줘.
지휘관: 알겠어.
걸레를 들고 파고와 함께 쪼그리고 앉아 바닥에 쏟은 우유를 닦았다.
파고: 이럴 때는 웃는 얼굴로 '감사'를 표현하는 게 좋아?
지휘관: 보통은 그렇지.
그러자 파고는 엹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햇빛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였다.
하지만 그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파고: 데이터 기록 완료. 응. 희귀한 감정 샘플을 구했어.
파고: 고마워, 지휘관. 쉬기 전에 하나 더 부탁이 있어….
지휘관: 뭔데?
파고: 어제 노동을 오버한 탓에 팔이 시큰거려서 몸에 묻은 우유를 닦기가 힘들어.
파고: 그러니까 지휘관이 닦아줬으면 좋겠어.
→ (끄덕)
→ 좋아
파고: 이럴 때는 '기쁨' 수치를 1.27% 올려서 '감사'를 표현해야지.
파고: "지휘관, 고마워!"
깨끗한 수건으로 파고의 몸에 묻은 우유를 닦아주었다.
파고: 응읏…… 거기는…….
파고: 앗…… 지, 지휘관……///
둘만의 공간. 평소와 다르게 파고의 볼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지휘관: 왜 그래?
파고: 심박수가 빨라지고, 지휘관의 손에 닿은 피부의 온도도 올라가고 있어….
파고: 지금까지의 데이터로 판단하면 이건 '부끄러움'의 감정…?
지휘관: 그만할까?
파고: ………….
파고: ……아니.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어….
~10. 거룩한 연민은 나쁘지 않다?
케르생: 꺄아아아! 그, 그마아아아안!
지휘관: (……케르생 목소리!?)
급히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임시로 만든 외양간…….
지휘관: 케르생!
케르생: 지, 지휘관님!? 아아……!
케르생: 빠, 빨리 도망가세요! 혹시라도 지휘관님께서… 꺄악!?
케르생: 다치시기라도 한다면… 크, 큰일이니까요…. 그만 멈춰――!!
지휘관: (누굴 부를 시간도 없어…!)
지휘관: 케르생! 진정하고 내 말대로 해!
케르생: 으으……! 지, 지휘관님……!
지휘관: 소를 차지 말고 똑바로 균형을 잡아!
케르생: 네, 네! 해 볼게요…….
케르생은 내가 시키는 대로 차근차근 따라 했다. 그러자 날뛰는 소도 점점 얌전해져 갔다.
나는 외양간 구석에 있는 건초를 든 다음 천천히 소에게 다가갔다.
케르생: 지, 지휘관님! 아까보다는 얌전해졌어요….
케르생: 그래도 조심하세요…….
고개를 끄덕이고는 조심스레 다가가 소 앞에 건초를 놓았다.
그리고 조금 물러난 다음, 천천히 손을 뻗었다.
몇 분간 대치한 끝에 소는 눈앞에 있는 건초를 먹기 시작했다.
케르생: 하아……하아……. 지휘관님과 아이리스께 감사를…….
조금씩 소 옆으로 이동해서 이번에는 거의 탈진한 케르생에게 손을 내밀었다.
지휘관: 이제 괜찮아. 케르생.
지휘관: 고삐 놓고 천천히 내려와. 소 안 놀라게.
케르생: 네에…….
케르생의 손은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바로 내려오지 않았다.
케르생: 지, 지휘관님…. 아직 좀 무서워요……. 이 아이가 또 놀라지 않을까요……?
케르생: 으으… 동물을 길들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 몰랐어요…. 이, 이것도 아이리스의 시련일까요…….
→ 겁먹지 마. 내가 여기 있으니까
→ 괜찮아. 천천히 움직이면 돼
케르생: 네……. 하아아아…….
크게 숨을 쉬고 케르생은 움직이려고 했다.
하지만 그녀가 몸을 기울인 순간…….
케르생: ……머리가… 빙그르르…….
지휘관: 케르생!
케르생: 지휘관님, 죄송합니다……. 그런데 정말로 저, 못 움직이겠어요…….
케르생은 소의 등에서 미끄러졌다. 나는 즉시 몸을 받쳤다.
놀란 나머지 몸은 떨고 있었고, 두 손은 내 옷을 꼭 움켜쥐었다.
지휘관: 안 다쳤으면 됐어. 설 수 있겠어?
케르생: 으으…… 그게…….
지휘관: 괜찮아. 숙소까지 바래다 줄게.
케르생: 지, 지휘관님…… 그럼 부탁드릴게요…….
케르생: ……에헤헤…///
~11. 프레시에 축복 있으라
팽르베: 지휘관님, 여기에요~!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돌아보니, 수영장 에어베드에 누워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팽르베의 모습이 보였다.
팽르베: 지휘관님과 만날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있었는데 정말로 나타나시다니…….
팽르베: 후후후. 역시 행운의 날의 소원은 이루어지는군요.
→ 오늘이 팽르베의 행운의 날이야?
팽르베: 네, 맞아요. 그리고 운세에서 오늘은 데이트하기 좋은 날이라고도…….
지휘관: 데이트?
팽르베: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죄송합니다, 부끄러운 모습을…///
→ 나도 오늘 행운의 날이거든
팽르베: 네…? 저를 만난 게… 행운이라고 하시는 건가요…?///
지휘관: 응. 갑자기 일정이 바뀌어서 보기 드물게 이런 시간에 쉴 수 있게 됐고.
지휘관: 팽르베를 만난 것도 물론 행운이지.
팽르베: 아…… 그렇군요….
팽르베: 그러고 보니 지휘관님 요즘 영화 촬영으로 바쁘시죠…?
팽르베: 기왕 쉬시는 거면 저와 함께… 수영장에서 쉬시겠어요?
권유를 받고 수영장에 발을 들이자 시원한 물이 금세 더위를 식혀 주었다.
그대로 에어베드에 올라타 팽르베 옆까지 갔다.
팽르베: 저, 그게… 죄송하지만 지휘관님. 파르페 좀 들어 주시겠어요?
팽르베: 아까부터 계속 지휘관님만 쳐다보다가… 파르페를 조금 흘려 버렸어요… 으으….
팽르베는 한 손으로 파르페를 들고 다른 손으로 가슴팍에 떨어진 크림을 닦아내려 했다.
지휘관: 그래. 팽르베는 먼저 닦아.
팽르베: 감사합니다. 지휘관님도 크림 안 묻게 조심하세요.
팽르베는 파르페 잔을 내게 건네고 다시 몸을 닦기 시작했다.
팽르베: ……조금 부끄럽네요……아, 눈을 돌려 달라는 뜻은 아니었어요….
팽르베: 음… 아직 좀 끈적거리네요…….
팽르베는 수영장 물을 조금 떠서 자기 몸에 적셨다.
얇은 흰색 천이 물에 젖어 그녀의 피부에 달라붙었다. 반쯤 안이 비쳐 보였다.
팽르베: 휴……. 이러면 되겠네요.
청소를 마친 팽르베에게 다시 파르페를 돌려줬다.
팽르베: 이 파르페는 사실 오늘 제 행운의 아이템이에요.
파르페를 받아든 팽르베는 수줍게 웃었다. 그러자 옅은 홍조가 그녀의 볼에 떠올랐다.
팽르베: 그래서…… 이 행운을 지휘관님께도 나눠 드리고 싶은데….
지휘관: 나눠 준다고?
팽르베: 네. 그러니까… 앙~ 해서 먹여 드리고 싶다는 뜻인데…///
팽르베: 살짝 녹긴 했지만… 그래도 분명 지휘관님도 좋아하실 맛일 거예요.
입에 넣자 딸기와 크림의 달콤함이 혀를 어루만졌다.
팽르베: 어, 어떠세요? 맛은…?
→ 맛있다
지휘관: 정말 맛있네.
팽르베: 다행이네요…!
→ 한 입 더
지휘관: 한 입만 더 먹고 싶어.
팽르베: 지, 지휘관님……///
이렇게 ‘행운의 딸기 파르페’를 둘이서 먹으며 느긋하게 오후를 보냈다.
~12. 한여름 밤의 친밀
수영장에 오자 쉬는 중인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를 만났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런 시간에 아가와 만나게 되다니. 이것이 ‘인연’일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니면 아가. 일부러 나를 만나기 위해 온 거니?
프리드리히는 에어베드에 누워 살짝 나른하게 물을 휘젓고 있었다.
→ 수영하면서 기분 전환이라도 하려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후후후. 확실히 피곤해 보이는구나. 이리 와서 좀 쉬렴.
→ 프리드리히를 만나러 왔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솔직해서 좋구나 아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상으로… 내 곁으로 오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체리도 먹고, 음료도 마시고, 편하게 쉬도록 해.
잔 안에서 붉은색 액체가 흔들렸다. 프리드리히의 금빛 눈동자는 촉촉한 물기를 머금고 있었다.
지휘관: (취했나…?)
지휘관: (이대로 수영장에 혼자 두면 위험할지도 모르겠어….)
지휘관: 어… 방까지 데려다 줄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어머, 아가. 나를 걱정해 주는 거니…? 후후후…….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괜찮단다. 취하지 않았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보다 불꽃놀이가 시작되었구나. 자, 아가. 내 곁에서 함께 즐기자꾸나.
시키는 대로 그녀의 곁으로 갔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멀뚱멀뚱 서 있구나 아가. ……아직도 불안한 거니?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럼 한번 마셔 보렴. 그렇게 도수가 높지는 않단다.
프리드리히의 입술 자국이 선명하게 찍힌 잔을 받았다.
→ 입술 자국에 대고 마신다
입술 자국에 대고 한 모금 마셨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가의 욕망을 채워줄 더 쉬운 방법도 있단다. 후후후.
→ 입술 자국을 피한다
잔을 돌려 입술 자국이 없는 곳에 대고 마셨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부끄러워하는 거니? 후후후.
지휘관: 음…. 이거면 취할 수는 없겠네. 아까 얼굴이 빨개서 그만…….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낮에는 햇볕이 내리쬐고, 모래바람도 생각보다 자주 불어서…… 피부가 예민해진 탓이겠지.
프리드리히는 자세를 바꾸었다. 그녀가 걸치고 있는 베일이 흘러내리면서 하얀 피부가 보였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왜 그렇게 바라보니…? 체리가 먹고 싶은 걸까?
지휘관: …….
대답보다 빨리 프리드리히가 먼저 새빨간 체리를 내 입에 갖다댔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달콤하지?
입을 열어 붉은 과실의 산뜻한 단맛을 받아들였다.
지휘관: 밤에는 쌀쌀하니까 감기 조심하라고 말하려고 했었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후후후. 아가가 그렇게 말하니 정말로 쌀쌀해졌네.
프리드리히는 옷매무새를 다듬기는커녕, 자기 옆의 빈자리를 톡톡 쳤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여기 누우렴. 아가의 온기를 나눠줘.
밤하늘에 폭죽이 터지고, 수면에 찬란한 빛이 비쳤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자, 아가. 여름밤이 끝날 때까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내 품에서 마음껏 응석 부리려무나…….
~13. 모래 먼지가 이끈 만남
이 황야에는 한때 번성했던 마을이 있었다.
동네 선술집에서는 향긋한 과일 주스 냄새가 풍기고, 주방장이 굽는 파인애플 피자 또한 일품인 곳.
그들은, 이 마을에는 저주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것은 저주가 아니라 이야기였다.
왜냐하면 나는, 그곳에서 전설의 ‘지휘관’을 만났기에.
-호넷 『웨스턴 메모리즈·서장』에서 발췌.
마른 건초가 바람을 따라 발밑으로 굴러왔다. 애마는 머리를 가까이 대고 코를 킁킁거렸다. 하지만 이내 흥미를 잃었다.
지휘관[황야의 방랑자]: 피곤하니?
물론 말은 대답하지 않았다. 귓가에는 여전히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헤링[변방의 총잡이]: 호넷. 넌 해가 지기 전에 이 모래 더미의 일부가 될 거야.
호넷[하와이안 총잡이]: 과연 그럴까? 헤링, 너야말로 유서는 다 썼어?
호넷: 내가 왜 ‘속사’라고 불리는지, 그 이유를 알려 주지!
말소리가 황야의 정적을 깨트렸다.
목소리가 들리는 쪽을 바라보자, 두 명의 카우걸이 결투라도 하는 것처럼 대치하고 있었다.
→ 다가간다
낯선 땅에서도 모험심을 잊지 말라.
가까이 가지 않으면 적인지 아군인지도 알 수 없다.
→ 멀리 떨어진다
결투 중인 카우걸에게 부주의하게 다가가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말고삐를 쥐었는데――
호넷&헤링: 멈춰!
헤링: 움직이지 말라고~ 가슴에 바람구멍 나는 건 싫지?
호넷: 그래 그냥 얌전히 손 들어~ 총 뽑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마. 내가 더 빠르니까♪
지휘관: (괜히 자극하지 않는 게 좋겠어. 시키는 대로 하자.)
내가 양손을 들어 올리자, 두 사람은 서로 고개를 끄덕이며 내게 다가왔다.
헤링은 내 허리춤에 손을 뻗어 리볼버를 빼앗은 뒤 호넷에게 건넸다.
헤링: 미안. 하지만 여기서는 아무리 조심해도 부족하거든.
지휘관: 이해는 하지만 그 녀석은 내 오랜 동반자야.
지휘관: 위협이 없다는 게 확인된다면 돌려주면 고맙겠어.
호넷: 너무 서두르지 마~ 일단 총알을….
호넷: 응? 이 마크는… 반 더 라이트 갱?!
헤링: 뭐라고? 반 더 라이트 패거리였어!?
호넷: 이 총신의 마크…… 틀림없어.
호넷: 하지만 소문으로는… 총신에 마크가 그려져 있는 건 분명 그 갱단의 창설자――‘지휘관’뿐이랬는데….
헤링: 그, 그러러니까… 지금 우리 눈앞에 있는 녀석은 자신의 실력과 두뇌만으로 가장 험악하고 가혹한 땅에서 발판을 마련하고…….
헤링: 전설이 된 후 바로 종적을 감춘 그 ‘지휘관’이라고?!
지휘관: (…각본에는 안 나와 있었는데 그런 설정이었나.)
헤링: 어흠. 저기, 너. 정말로 ‘지휘관’이야?
→ 글쎄
헤링: 아니라고 해도 안 믿을 거야!
호넷: 그래! 넌 지휘관이 분명해!
→ 사인이라도 해줘?
헤링: 정말? 그럼…… 아, 지금 종이도 펜도 아무것도 없잖아!
헤링: 역시 마을에 가서 해달라고 해야겠네….
호넷: 그런데 지휘관은 왜 이런 데에 왔어?
지휘관: 질문에 대답하기 전에, 너희들은 왜 결투를 하고 있었는지 물어봐도 되나?
헤링: 아 그거~ 그냥 누가 더 총을 빨리 뽑는지 겨루고 있던 거야.
헤링: 이제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지만. 그치, 호넷?
호넷: 맞아 맞아! 지금 중요한 건… 지휘관. 우리랑 함께 가지 않을래?
지휘관: 이 여정을 시작할 때부터 나는 어느 파벌에도 가담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었어. 이제 싸움에 휘말리는 건 질색이야.
호넷: 아하하! 그런 거 아니니까 안심해! 무슨 동료 가입 그런 거 아냐!
헤링: 지휘관. 저 앞에 작은 마을 보여?
소녀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보니 모래 먼지 사이로 희미하게 건물의 실루엣이 보였다.
헤링: 헤헤. 저기는 패싸움보다 수십 배는 더 재밌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구?
지휘관: 그게 무슨…?
얘기하는 사이 조금 전까지 맑았던 하늘이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스산한 바람이 울부짖었고, 멀리서 모래 폭풍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호넷: 이런… 또 모래 폭풍이네.
호넷: 요즘 이상할 정도로 많다니까…. 뭐 좋아. 지휘관. 네 말 아직 달릴 수 있어?
지휘관: 문제없어.
헤링: 그럼 말에 타고 전속력으로 저 마을까지 달려가서 피난처를 찾아!
헤링: 지휘관. 마을에서 보자!
두 사람은 나를 향해 손을 흔들고, 각자의 말에 올라탄 뒤 피어오르는 모래 먼지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지휘관: …나도 머뭇거릴 틈은 없지.
말에 올라타 갈기를 한 번 쓰다듬고, 등자에 발을 단단히 걸었다.
지휘관: 이랴―!
모래 먼지에 잠긴 마을을 향해 거침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14. 토끼, 금광, 저주
하늘을 가리는 모래 폭풍이 덮치기 전에 가까스로 마을에 도착했다.
하지만 집집마다 전부 문과 창문을 굳게 닫고 있어서, 어두컴컴한 날씨에 어느 곳이 여관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
지휘관: 일단 아무 민가에나 들어가서 피하자
→ 왼쪽 집의 문을 두드린다
문을 두드리려던 순간 문이 스르륵 열렸다.
→ 오른쪽 집의 문을 두드린다
아무리 문을 두드려도 응답이 없었다.
그저 문틈으로 오르골 소리만이 희미하게 들렸다.
…바로 그 때, 왼쪽 집의 문이 스르륵 열렸다.
?????: 외지인이여…… 들어오시게.
캄캄한 방. 집주인이 들고 있는 램프가 유일한 광원이었다.
브리스톨[모래 먼지의 유령]: 크흠…. 나는 브리스톨. 외지인이여, 그대도 상금에 이끌려 찾아온 겐가?
지휘관: 상금?
지휘관: (헤링이 말한 "패싸움보다 수십 배는 더 재밌는 일"이 이건가?)
브리스톨: 반응을 보니 이 마을에 뭔가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 허나 그것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까지는 모른다…. 맞나?
브리스톨: 가르쳐 주지. 이 마을, 상금, 그리고 저주에 대해――
----
수십 년 전. 마을 광산 안.
르 말랭[성실한 광부]: ……아직도 폭약을 더 넣어야 하나요? 피곤한데요―
르 말랭: 금광맥을 바위가 가로막고 있다고 해도…. 그런 건 다른 사람을 쓰면 되잖아요….
임페로[노력가 광부]: 폭약을 잔뜩 설치하고 바위를 날려 버리면 되잖아. 응… 끝났으니까 이제 잘래.
뒤플렉스[게으른 광부]: 배역을 반대로 준 게 아닌지 묻고 싶지만…… 아무튼 여기서 자면 안 돼!
뒤플렉스: 일어나! 언니가 발파 작업할 테니까!
뒤플렉스: 카운트다운…….
르 말랭: 뒤플렉스… 잠깐, 잠깐! 임페로가 폭약을 너무 많이 설――
뒤플렉스: 3, 2, 1…….
콰과과과과광――――!!!
너무 많이 설치한 폭약으로 인해 갱도는 붕괴되어 광부들을 집어삼켰다.
임페로: 아… 임페로는 저주한다. 금광과 노동을 저주한다~
르 말랭: 저도 저주할 거예요…. 이곳의 금광을 건드린 사람은 모두 토끼가 되도록…….
뒤플렉스: 왜 토끼야?
르 말랭: ……토끼는 귀여우니까?
르 말랭: 저희 파트 촬영은 다 끝났죠? 만세, 드디어 쉴 수 있다아~
----
지휘관: 저주가 좀 제멋대로인데…….
브리스톨: 아무튼 광산이 무너진 날부터 이 마을에 저주가 퍼지기 시작했지…….
브리스톨은 말하면서 나를 건물 한구석으로 안내했다.
브리스톨: 외지인이여, 똑똑히 보게나! 저기 있는 토끼가 바로 저주의 증표다!
램프에서 나오는 희미한 빛이 벽장 안을 비췄다.
래피[커스드 토끼토끼]: ……이 배역, 래피, 좋아…….
래피: ……Zzzzz…….
지휘관: ???
브리스톨: 저 잠자는 토끼는 원래 샌디에이고 촌장의 조카딸인 래피였네.
브리스톨: 그녀는 저주의 존재를 믿지 않고 광산에 간 결과, 저런 모습이 되었지…….
브리스톨: 그 후 촌장은 광산에 있는 유령을 진정시키기 위해 상금을 내걸었네.
지휘관: 흠… 유령에게 저주받은 금광이라…….
잠시 생각에 잠긴 내 모습이 상금에 관심이 생긴 것으로 보였는지…
브리스톨은 창밖을 힐끗 본 후에 나를 집 밖으로 밀어냈다.
브리스톨: 작별일세. 이 혼란 속에서 당신만의 가치를 찾을 수 있기를――'지휘관'.
지휘관: 잠깐만!
브리스톨은 아랑곳하지 않고 문을 쾅 닫았다.
눈도 뜰 수 없는 광풍이 몰아치더니 이내 모래 폭풍이 멎었다.
다시 눈을 떴을 때, 주변 건물들의 모습은 이전과는 전혀 달라져 있었다.
지휘관: 어? 민가가 술집으로…? 아까는 이런 느낌이 아니었는데…?
타고 온 말은 술집 뒤 마구간에서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말을 마구간에 넣은 기억이 없다.
램프를 든 브리스톨도, 의문의 잠자는 토끼도 모두 사라졌다.
나는 환각이라도 본 것인가……?
지휘관: 아무튼 술집에 들어가 보자.
~15. 강자가 모이는 곳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반갑게 인사하는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벨[술집 웨이트리스]: 어서 와~! 나는 여기 웨이트리스인 벨이야.
벨: 일단 앉아서 뭐라도 좀 마셔~! 자, 여기 메뉴! 정해지면 다시 불러줘~
벨은 너덜너덜한 손 글씨 메뉴를 내게 쥐여 준 뒤, 쟁반을 들고 정신없는 발걸음으로 술집을 누볐다.
호넷[하와이안 총잡이]: 여어 지휘관! 늦었잖아. 헤링이랑 계속 기다리고 있었다고.
호넷: 자, 여기 앉아!
이쪽을 보고 손을 흔드는 호넷을 발견하고 그리로 가서 앉으려고 했는데…….
????[현상금 사냥꾼]: 음? 호넷. 방금 이 사람을… 지휘관이라고 불렀나?
???[미스터리어스 레이디]: 지휘관? 후후… 아무래도 상금이 어마어마한 거물을 끌어들인 것 같네♪
인디애나[현상금 사냥꾼]: 반갑군. 나는 현상금 사냥꾼 인디애나다.
인디애나: 금광의 저주를 풀기 위해 이 마을에 왔지. …지휘관. 나랑 손잡지 않겠나?
인디애나: 보수는 내가 4, 네가 6. 어때?
피츠버그: 벌써 끌어들이려고? 나는 무시하는 거야~?
인디애나: 피츠버그. 너는 상금에는 관심 없잖아?
피츠버그: 난 저주에 관심 없다고 했지, 지휘관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피츠버그는 테이블에 앉은 채 아무렇지도 않게 리볼버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헤링[변방의 총잡이]: 잠깐만! 얘기가 다르잖아!
호넷: 지휘관이랑 먼저 약속한 건 나하고 헤링이라고! 그치, 지휘관!
→ 맞아!
헤링: 봐봐~ 지휘관 본인도 그렇게 말하잖아? 빨리 포기해~
→ 누구세요…?
헤링: 하아!? 벌써 우리를 까먹은 거야?!
헤링: 아무튼 지휘관은 우리가 선점했어! 너희야말로 동료를 구하고 싶은 거면 사람은 여기 얼마든 있잖아?
호넷: 그래! 저기 앉아서 차 마시는 수녀라도 좋잖아!
호넷은 말하면서 술집 아무 데나 대충 가리켰다.
그제야 이 작은 술집이 사람들로 가득할 뿐 아니라, 실력자들의 집합소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지휘관: (수녀에 메이드, 게다가 마녀……?)
지휘관: (직업이 좀 너무 많지 않아??)
피츠버그: 후후♪ 나는 지휘관이 어디에 붙든 별로 상관없는데…. 인디애나는 어때~?
피츠버그: 이러면 시작부터 헛걸음이네~
인디애나: 괜찮아. 동료가 될 수 없다면 라이벌일 뿐이니까!
인디애나: 하지만 난 제일 먼저 상금을 손에 넣을 자신이 있어. 저주든 유령이든 이 리볼버로 박살 낼 테니까!
인디애나는 시원하게 웃으며 걸어와 내 어깨를 툭툭 쳤다.
인디애나: 지금은 라이벌이지만, 언젠가는 함께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 지휘관.
피츠버그: 후후~ 이제 빨리 지휘관을 저 두 사람에게 돌려줘.
피츠버그: 마침 잘 됐네~ 나도 너희랑 좀 더 친해지고 싶어.
피츠버그는 테이블에서 뛰어내려 내 팔을 잡고 호넷이 있는 쪽으로 밀었다.
헤링: 우와아… 더 귀찮은 놈이 왔다….
피츠버그: 후후, 걱정 마. 난 저주 풀기엔 관심 없어. 그냥 너희와 지휘관이 어떻게 움직일지 좀 지켜보고 싶을 뿐이야.
호넷: 그렇다고 해도 사실 어디서부터 알아봐야 될지 잘 모르겠고…….
호넷: 모래 폭풍이 이렇게 자주 불면 밖에 나가서 조사하기도 힘들고.
호넷: 마음을 달래주는 건 여기 피자뿐이고…. 으음♪ 역시 피자에는 파인애플이 올라가야 맛있지!
호넷이 피자를 크게 한 입 베어먹자, 술집 곳곳에서 분노의 시선이 쏟아졌다.
지휘관: 피자를 칭찬할 때는 표현에 좀 신경 쓰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호넷: 어? 왜? …그치만 지휘관이 그렇게 말한다면… 다음부터는 조심할게!
호넷: 아무튼 계속 이대로라면 지갑이 텅 비어 버릴 거야….
헤링: 나도야. 상금을 얻지 못한다면, 이제 남은 건 강도 짓밖에…….
지휘관: 여기 꽤 오래 있었어?
벨: 오래 기다렸지~ 피츠버그 씨가 주문한 믹스 주스 5잔, 다 합쳐서 1000금화 되겠습니다아~!
피츠버그: 나중에 카운터에서 계산할게.
벨: 네에~
절묘한 타이밍에 대화를 깨고 나타난 벨 덕분에 의문이 풀렸다.
헤링: 봤지? 물가가 이러니까 보통 사람은 힘들어.
지휘관: 원래 이렇게 터무니없이 비쌌어?
호넷: 그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이 동네에 왔을 때부터는 계속 이랬어.
피츠버그: 후후♥ 괜찮아, 지휘관. 만약 돈이 궁하면 내가 어떻게든 해결해 줄게…….
주스를 홀짝 들이킨 피츠버그는 약간 취한 얼굴로 내 곁에 다가왔다.
지휘관: 크흠. 마음만 받을게…….
피츠버그: 부끄러워하는 거야~? 귀엽기는…….
피츠버그: 뭐, 놀리는 건 이 정도로 할게. 이 마을도 예전에는 물가가 이렇게 높지는 않았어.
피츠버그: 하지만 샌디에이고 촌장이 상금을 내걸고, 모래 폭풍이 자주 발생하면서 물가가 급등했어~
지휘관: (응? 또 '모래 폭풍이 자주 분다'고…….)
지휘관: 그런데 저주에 걸린 건 샌디에이도 촌장의 조카딸 래피뿐이야?
지휘관: 래피말고도 이 저주에 걸린 사람이 있어?
벨: 아! 그러고 보니 수십 년 전에 광산 사고가 발생한 직후 조사하러 갔던 브리스톨도 그랬어!
어느새 웨이트리스가 우리 옆에 다가와 있었다.
지휘관: 브리스톨?
지휘관: (모래 폭풍 속에서 문을 열어준 사람이 브리스톨이었지. …이건 우연의 일치인가? 아니면…….)
벨: 응! 브리스톨은 광산에서 실종됐어. 나중에 용기를 내서 찾아간 사람은 광산 근처에서 토끼 한 마리밖에 발견하지 못했어.
벨: 그리고 마을 사람들은 아무도 광산에 접근하지 않게 됐고…. 금을 캐는 사람이 없자 마을도 점점 쇠퇴하게 됐어.
벨: 그러자 얼마 전에 래피가 마을의 미래를 위해서 저주 따위는 없다는 걸 증명하러 갔다가 그만…….
벨: 뭐, 전부 U-556한테 들은 얘기야. 사실 나도 이 마을에 이사 온지 얼마 안 됐거든.
벨: 더 궁금하면… 아, 곧 U-556이 물건을 배달하러 올 테니까 그때 직접 물어 봐!
~16. 수집한 실마리
유령의 저주, 또 한 명의 브리스톨, 물가 폭등, 잦아진 모래 폭풍.
몇 가지 중요한 키워드가 얽히면서 어렴풋이 단서가 잡히는가 하면 다시 뒤섞이고 만다.
U-556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산책하고 오겠다고 말한 뒤 나는 술집을 나왔다.
마을 벽에 붙어 있는 저주에 관한 포스터를 뜯어내어 쓸 만한 정보는 없는지 살펴봤다.
지휘관: "저주를 해결한 사람에게는 금광 수익의 20%를 제공한다.“
지휘관: 결국 상금 자체도 약속어음일 뿐, 현금이 아닌 건가….
지휘관: (애초에 정말로 저주 해결이 급하다면 현상금 사냥꾼들의 편의를 봐줘야 하지 않나?)
지휘관: (가령 시설 이용비를 할인해 준다던지…. 적어도 지금처럼 비싼 요금을 부과하지는 말아야지….)
???[당황한 소녀]: 위, 위험해요!! 빨리 피하세요――!
당황한 소녀의 목소리가 내 사고를 방해했다.
어느새 나는 목장까지 걸어와 있었다. 주위의 소들은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고, 그리고…….
케르생: 흐에에에엥…. 케르생 좀 도와주세요…….
암소를 타고 있는 소녀는 떨어지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균형을 잡고 있었다.
→ 패기로 날뛰는 소를 제지한다
지휘관: (――부릅!!!)
케르생: 대, 대단해요…! 눈빛만으로 소를 제압했어요…!
→ 권총으로 날뛰는 소를 제지한다
권총을 뽑아 소 옆의 잔디밭을 향해 몇 발을 쐈다.
케르생: 꺄악…. 위험을 감지하고 멈춘 건가요……?
무사히 위기를 넘긴 소녀는 계속해서 내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지휘관: 이제 괜찮아. 그런데 왜 소에 타고 있었어…?
케르생: 그, 그게… 여물을 갈아주는데 이 아이가 갑자기 날뛰어서…….
케르생: 진정시키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등에 올라타게 되어서요…… 으으…….
지휘관: 여물? 평소랑 똑같은 여물이야?
케르생: 글쎼요…. 케르생은 여물만 갈아주니까, 자세한 건 파고한테 물어봐야 될 거예요….
지휘관: 흐음. 그럼 파고는 지금 어디에 있어?
케르생: 네. 저쪽이에요.
케르생의 안내를 받아 근처 외양간으로 향했다.
파고[우호적인 목장주]: '지휘관'의 접근을 확인. '기쁨' 수치를 25.22% 상향 조정.
파고: 모드 변경. '완전 프렌들리'.
파고: 안녕, 지휘과안~!
파고: 어떻게 지휘관인 걸 알았는지 궁금하지! 아핫☆ 파고도 파고만의 비밀이 있다구?
지휘관: 하아…. 그건 굳이 안 물어볼게. 목장에서 사용하는 여물이 평소하고 같은지 알려줄 수 있을까?
파고: 같아. 모래 폭풍이 불기 시작하면서 이곳의 물자는 전부 U-556한테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됐어.
파고: 물론 여물도 그 아이가 배달해 준 거야.
지휘관: 또 U-556인가….
파고: 아, 그런데 어제는 배달된 여물만으로는 부족해서 나도 조금 따왔어.
파고: 광산 주변에서.
지휘관 ?!
인디애나[현상금 사냥꾼]: 지휘관. 왜 여기 있지?
등뒤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인디애나?
인디애나: 왜 피츠버그가 갑자기 사람을 찾아달라는 건가 했더니……. 여기서 파고한테 붙잡혀 있었군.
파고: 파고는 아무것도 안 했어. 지휘관의 질문에 답하고 있었을 뿐.
프렌들리 모드는 끝난 것인지 파고의 목소리는 원래의 무기질적인 목소리로 돌아왔다.
지휘관: 응?
인디애나: 아무것도 아냐. 어차피 지금 파고는 무해하니까.
인디애나: 네 일행이 기다리고 있어. 빨리 가자.
----
다시 술집 근처로 돌아오자 호넷과 인디애나는 정답게 이야기를 나눴다.
지휘관: 현상금을 두고 싸우는 라이벌 아니었나?
호넷[하와이안 총잡이]: 라이벌이지! 응!
인디애나: 뭐, 라이벌이라고 해서 하루 종일 총질하는 건 아니니까.
피츠버그[미스터리어스 레이디]: 맞아. 여기는 지휘관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여유롭다구.
잡담을 나누고 있는데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U-556[배달부]: 황야를 달리는 카우걸 나이트, U-556의 택배가 왔다!
마을 사람들은 하나둘씩 U-556의 짐마차에서 필요한 물품을 옮겼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U-556에게 말을 걸었다.
지휘관: 운반책을 맡고 있는 것 같은데. 제법 노련한걸?
U-556: 에헤헤~ 이 정도는 별거 아냐~ 넌 이 마을에 온지 얼마 안 됐지?
지휘관: 외지인인 게 바로 보여?
U-556: 응. 원래부터 이 마을에 살던 사람은 이제 별로 없거든. 최근에 이사 온 몇몇을 제외하면….
U-556: 나머지는 다 상금에 이끌려서 온 외지인이라는 거지.
U-556: 그래도 싫다는 건 아냐. 마을의 경제를 돌아가게 해 주고 있으니까.
헤링[변방의 총잡이]: 하아!? 이 마을 너무 쪼잔하지 않아…?!
헤링: 모래 폭풍 때문에 밖에 못 나간다는 걸 알고 이렇게 뜯어먹는 거잖아!
U-556: 그건 우리 탓이 아니잖아!
U-556: 원래 모래 폭풍 같은 건 없었는데, 너희 외지인이 유령을 화나게 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거야!
지휘관: 잠깐만. 원래 모래 폭풍이 없었다고?
U-556: 응! 첫 현상금 사냥꾼들이 오고 나서부터 생기기 시작했어!
U-556: 그리고 사람이 늘수록 발생 빈도도 잦아지고 있고! 이건 무조건 유령을 화나게 해서 그래!
지휘관: …………….
U-556이 의도치 않게 흘린 정보에, 희미한 생각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지휘관: 슬슬 이 저주의 실체를 직접 만나러 갈 때인 것 같군…….
~17. 유령의 복수?
방침이 정해지자 인디애나는 다시 술집으로 돌아가 계획을 세우자고 제안했다.
호넷[하와이안 총잡이]: 근데 너 자연스럽게 끼어든다?
인디애나[현상금 사냥꾼]: 너희를 따라가는 게 더 재밌을 거 같거든. 그리고 나도 이 마을은 뭔가 이상한 거 같아서 말야.
지휘관: 확실히 이상해. 지금 여기 있는 사람들 보다 먼저 마을을 방문한 소위 '최초의 현상금 사냥꾼'….
지휘관: 그들은 어디로 갔지? 그리고… 너희는 여기 머문지 꽤 됐는데 왜 아무런 수확도 얻지 못한 거지?
헤링[변방의 총잡이]: 어? 진짜네…. 우린 왜 전혀 몰랐지.
헤링: 그리고 왜 마을에 이상한 일이 일어날 때도 조사하려고 하지 않았지…?
인디애나: 듣고 보니 이상하군.
인디애나: 조사를 하려고 하면 갑자기 뭔가 이상한 생각이 샘솟아서… 그렇게 흐지부지되었지.
피츠버그[미스터리어스 레이디]: 후후…. 내가 상금에 관심이 없는 것도 그래서 그런 걸까?
지휘관: 피츠버그…. 뭔가 알고 있는 게 있다면 말해줘.
피츠버그: 아쉽지만 너보다 아는 게 많지는 않아. 단지 어렴풋이 수상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야.
피츠버그: 금광 속의 유령, 토끼로 바뀌는 저주, 묘하게 방해받는 생각, 떠나려 할 때마다 닥치는 모래 폭풍….
피츠버그: 지휘관? 대체 어느 게 진짜 저주일까?
피츠버그: 아니면… 전부 '진짜'일까?
피츠버그는 목소리를 낮췄다. 루비색 눈동자에는 알 수 없는 요염한 빛이 깃들어 있었다.
피츠버그: 왜 네가 영향을 받지 않는지는 모르겠지만….
피츠버그: 네 계획을 들려주겠어? 지·휘·관♪
----
인디애나: 알겠다. 나와 피츠버그는 여기서 대기하지.
피츠버그: 정말~ 우리도 데려가 줄 줄 알았는데…. 뒤에 남겨두다니 너무해.
피츠버그: 뭐 좋아. 오늘 밤 너희 행동이 잘 되기를 기원할게♪
----
밤이 되자 나와 헤링, 호넷은 행동을 개시했다.
호넷: 이상하네. 광산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것도 아닌데 왜 지금껏 가보려고 하지도 않았을까?
헤링: 그런데 갑자기 생각난 건데, 이 마을에 온 이후로 샌디에이고 촌장은 한번도 못 봤지?
호넷: 맞다! 어떻게 이렇게 중요한 사실까지 잊어버린 거지?
지휘관: 쉿. 거의 다왔어.
어느새 광산 근처에 다다랐다.
무성한 잡초가 사방을 뒤덮고 있었지만, 낫으로 베어낸 흔적이 똑똑히 보였다.
지휘관: (파고가 거짓말을 한 것 같지는 않네. 그런데 여기 풀들은 대체 뭐가 다른 거지…?)
→ 가까이 가서 관찰한다
자세히 살펴보니 광산 입구 인근 들풀에 아주 조금 검은 자국이 있었다.
지휘관: (이 검은 자국이 저주와 관련이 있는 건가…?)
지휘관: (아무래도 안으로 들어가 볼 수밖에 없겠어.)
헤링: 으흠. 지휘관… 저기… 저, 정말로 들어갈 거야?
헤링: 만약 저주가 진짜라서 우리가 토끼가 된다면…….
호넷: 헤링, 진정해! 저주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밝히려고 여기까지 온 거잖아?
→ 그래!
호넷: 봐봐! 지휘관의 확신에 찬 대답!
→ 글쎄…
호넷: 에엥… 거기서 말끝을 흐리는 거야…?
→ 같이 토끼가 돼서 푹 자자!
호넷: ?? 지휘관. 진심이야?
지휘관: 저주가 있든 없든, 이 안에는 분명 또 다른 비밀이 있을 거야.
지휘관: 너희도 이 작은 마을에 계속 갇혀 지내고 싶지는 않지?
헤링: 그건 그래….
지휘관: 그럼 같이 들어가자.
좁고 컴컴하며 눅눅한 폐광 갱도가 굽이굽이 이어졌다.
호넷은 작은 등유 램프를 들고 선두에서 걷고 있었다.
헤링: 하아…. 꽤 많이 걸었는데 아무 일도 없네. 설마 아무것도 없었다, 는 결말은 아니겠지…?
헤링이 불평하자 앞쪽의 한 갱도에서 희미한 말소리가 들려왔다.
호넷은 즉시 램프를 껐다. 다들 신중하게 소리가 들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빛나는 촌장]: 어…… 정말 그래도 돼?
??[극성맞은 상인]: 물론이냐. 샌디에이고 촌장은 걱정할 필요 없다냐!
샌디에이고: 하지만 래피는… 아카시. 정말로 괜찮은 거야?
아카시: 아카시를 믿으라냐~ 래피는 자기 의사로 토끼가 된 거고, 마을 경제도 좋아지고 있지 않냥.
샌디에이고: 하긴! 사람도 많이 늘었어! 언젠가 꼭 옛날처럼 반짝반짝하게 될 거야!
아카시: 냐후후후…. 맞다냐! 아키사도 왕창 벌 수 있다냐!
아카시: 그러면 이제 출력을 더 올리자냐~ 모래 폭풍의 발생 빈도를 높여서 아무도 마을에서 나가기 못하게냐~
샌디에이고: 그런데 아카시. 모래 폭풍은 둘째 치고, 물이랑 음식에 넣은 그 약에 이상한 부작용은 없지?
아카시: 당연히 없다냐~ 신뢰와 안심의 아카시제다냐~
아카시: 약간의 암시와 조합하면 모두가 꿈을 꿀 수 있게 해주는 무해한 거다냐~ 저주라는 소문이 잘 퍼질 수 있었던 것도 그거 때문이다냐~
아카시: 샌디에이고는 맘놓고 아카시만 믿으라냐. 여기에만 있어준다면 아카시는 촌장의 이름을 빌려서 마을을 계속 번창시킬 수 있다냐!
샌디에이고: 땡큐 아카시! 사업을 허락한 샌디에이고, 완전 머리 좋아~♪
아카시: 냐후후후후…. 이렇게 속이기 쉬울 줄이야…. 아카시를 정말 믿어줄 줄 몰랐다냐!
인근 갱도는 공방처럼 개조되어 있었다.
용도를 알 수 없는 기계들이 가득했고, 녹색 고양이가 그것들을 능숙하게 조작하고 있었다.
그리고 기계들 사이에 감옥이 하나 있었다.
빨간 머리 촌장 샌디에이고는 감옥에 앉아 신나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지휘관: (저게 현 촌장 샌디에이고? 왜 이런 데 있지?)
지휘관: (그리고 이 아카시라는 고양이는…. 설마 저 기계와 약이 저주의 정체인가?)
샌디에이고: 으응? 누가 지켜보는 기분인데…… 찌릿――!
감옥 안에 있던 샌디에이고는 갑자기 벌떡 일어나 몸을 돌렸고, 곧 나와 눈이 마주쳤다.
샌디에이고: 아카시~! 손님 왔어~!
아카시: 냐아!?
지휘관: (망했다!)
~18. 새로운 여로
좁고 축축한 터널 속을 전속력으로 달렸지만, 쫓아오는 아카시의 추격자를 뿌리칠 수는 없었다.
호넷[하와이안 총잡이]: 하아…하아…그러니까……!
호넷: 모래 폭풍도, 저주도, 우리가 겪은 기억 상실도… 전부 아카시 짓이었다고?!
헤링[변방의 총잡이]: ……금광이란 말로 우리를 이 마을에 붙들고 물 한 방울 안 나올 때까지 착취하기 위한 함정이었어!
호넷: …돈이 다 떨어져 마을을 떠날 수 없게 되면, 그대로 이곳에 정착하도록 유도하고…!
헤링: 더러운 녀석…….
지휘관: 하지만 그 모래 폭풍이 아카시의 기계로 만들어진 환상이라면… 오히려 걱정할 필요는 없겠군.
출구에 다다를 무렵 일행은 겨우 아카시의 추적자를 뿌리칠 수 있었다.
헤링: 일단 빨리 돌아가자! 피츠버그하고 인디애나한테도 알려줘야지!
지휘관: 그래!
----
무사히 술집으로 돌아와 광산에서 보고 들은 것을 전부 동료들에게 알려줬다.
지휘관: 이 마을이 비밀을 알게 된 이상, 더 오래 있을 필요는 없지.
아카시[극성맞은 상인]: 맞다냐! 그러니 아카시가 너희들을 일망타진 할 테다냐!
어느새 녹색 고양이가 술집에 나타났다. 그 옆에는 광산부터 우리를 쫓던 추적자들도 있었다.
아카시: 아카시가 이런 것도 예상 못했을 거 같냥!
아카시: 이 마을 지하에는 지하통로를 뚫어 놨다냐! 너희처럼 비밀을 알아 버린 놈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냐!
인디애나[현상금 사냥꾼]: 흐음. 그럼 여기서 싸우자는 건가?
아카시: 맞다냐!
인디애나: 바라던 바다. 덤벼라!
인디애나의 말과 함께 술집에 총성이 울렸다.
인디애나와 피츠버그는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권총을 뽑아들었다.
피츠버그&인디애나: 준비 됐어? 지휘관.
지휘관: 물론이지…!
탕! 탕!
두 발의 총성이 울리고, 아카시의 추적자들은 모두 바닥에 쓰러졌다.
술집은 혼란에 빠졌고, 테이블과 의자는 엉망이 되었다.
벨[술집 웨이트리스]: 으으… 가게를 망치지 마…….
파고[우호적인 목장주]: 피츠버그에게 변상을 요구할 것을 추천.
호넷: 윽. 호넷 님의 활약을 인디애나에게 빼앗기다니…. 우습게 보지 말라구!!
헤링: 이참에 누 더 빠른지 겨뤄 보자!
호넷: 좋아!
리토리오[피자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손님A]: 파인애플 피자는 이제 지긋지긋해!
비토리오 베네토[피자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손님B]: 네! 피자의 전통을 위해!
총격전이 불씨가 되었는지 술집에 있던 강자들도 속속 난전에 가세했다.
총알이 날아가고 술병이 깨지는 소리, 테이블과 의자가 쓰러지는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다.
새벽이 찾아오고 마지막 총성이 멎었을 무렵, 술집에는 다시 정적이 돌아왔다.
아카시: 으으… 아카시가 졌다냐…….
인디애나: 이 마을의 규칙대로라면 너를 촌장에게 넘겨야 하는데…….
피츠버그: 듣자하니 촌장도 공범이었다는 거 같은데? 그냥 속은 거 같긴 하지만.
인디애나: 곤란하게 됐군…….
헤링: 이런 큰일이 생겼으니 아무래도 새 촌장을 선출해야겠네~
헤링: 일단은 아카시를 어딘가에 가두고, 새 촌장이 취임하면 신변을 인도하면 되지 않을까?
아카시: 아카시가 전부 해결해 줄 수 있다냐! 제발 가두지 마라냐~~!
아카시: 아직 아카시를 기다리는 비즈니스 기회가 많은데냐~!
피츠버그: 그 얘기는 새로운 촌장에게 하렴~
피츠버그는 아카시를 묶은 밧줄을 세게 조였다.
호넷: 지휘관은 이제 어떻게 할 거야?
피츠버그: 그걸 뭐하러 물어? 이렇게 됐으니 새 촌장은 지휘관이 될 수밖에 없잖아♪
호넷: 지휘관이 촌장이면…… 여기도 분명 전설의 마을이 되겠네!
지휘관: 그렇기 때문에 난 가야만 해.
호넷: 지휘관?
지휘관: 호넷도 언젠가는 알게 될 거야.
시선을 멀리 돌렸다. 쓸쓸했던 마을은 햇빛 아래에서 활기를 되찾은 듯했다.
피츠버그: 지휘관. 정말로 가는 거야?
지휘관: 그래. 여행이 나를 기다리고 있어.
피츠버그: 후후♪ 그래…. 그럼 행운을 빌게, 지휘관.
인디애나: 또 보자. 지휘관.
인디애나에게서 고삐를 넘겨받아 익숙한 몸놀림으로 애마에 뛰어올랐다.
다리로 가볍게 말에게 박차를 가했다.
……마을의 윤곽은 점점 멀어져 갔다. 눈앞에는 미지의 여행길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상관이랴――
『모래와 거짓과 저주』·FIN
● 출연
주연
황야의 방랑자/지휘관 – 지휘관
하와이안 총잡이 – 호넷
변방의 총잡이 – 헤링
현상금 사냥꾼 – 인디애나
미스터리어스 레이디 – 피츠버그
조연
모래 먼지의 유령 – 브리스톨
술집 웨이트리스 – 벨
우호적인 목장주 – 파고
배달부 – U-556
당황한 소녀 – 케르생
빛나는 촌장 – 샌디에이고
극성맞은 상인 – 아카시
특별 출연
성실한 광부 – 르 말랭
게으른 광부 - 뒤플렉스
노력가 광부 – 임페로
커스드 토끼토끼 – 래피
피자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손님A – 리토리오
피자의 전통을 지키기 위해 싸우는 손님B – 비토리오 베네토
술집 수녀 – 임플래커블
술집 마녀 – 티시어스
술집 메이드 – 실라
● 제공
아카시 영화 그룹
CEO – 아카시
디렉터 – 시라누이
새러토가 영화 스튜디오
감독 – 괌
제1부감독 – 알프레도 오리아니
제2부감독 – 아오바
제작 진행 – 뒤플렉스
각본 – 하이티엔
각본 디렉터 – 브리스톨
각본 서포트 – 호넷
스튜디오 코디네이터 – 렉싱턴
재무 고문 – 트리에스테
프로듀서 – 새러토가
포스트 프로덕션
편집 협력 – 괌
음향 팀
음악 디렉터 –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음악 디렉터 – 프리드리히 카를
음향 협력 – 스트라스부르
음향 협력 – 플리머스
조명 팀
조명 팀장 - 치칼로프
조명 디렉터 - 진츠
디지털 조명 엔지니어 - 창춘
디지털 조명 엔지니어 – 타이위안
촬영 협력
공중 촬영 협력 - 퍼시어스
공중 촬영 협력 - 야드
공중 촬영 협력 – 아퀼라
메이크업 팀
메이크업 아티스트 – 세인트루이스, 헬레나, 뉴저지
코디네이터 – 볼티모어, 브레머튼, 에식스
미술 팀
미술 협력 – 키어사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롱우, 클리블랜드, 유바리, 요크타운
SPECIAL THANKS
드론 촬영 협력 – 파고
촬영 협력 – 엔터프라이즈
메이크업·의상 협력 - 인디애나
'스토리 및 관련 글 > 중·소형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낙원의 시작부 (3) | 2024.09.10 |
---|---|
헛꽃 피우는 피안 (1) | 2024.08.31 |
모항 패션 특집! 서머 레이스 (0) | 2024.07.29 |
환몽의 간주곡 (0) | 2024.07.28 |
리틀 학원에 어서 오세요 (0) | 2024.06.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