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어호의 출항
중앵 본섬
미카사의 저택
7월 23일
나가토 일행이 솔로몬 기지로 떠나기 전. 미카사 저택의 문 앞에서는 각종 물자가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출항을 앞둔 일행은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카와카제: 부딪히지 않게 조심해라. 다 실으면 바로 부두로 운반해. 하나도 빠뜨리면 안 된다!
카와카제: 하루츠키. 출항 물자 준비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지?
하루츠키: 네! 무사시 님께서 보내신 배가 이미 도착해서 부둣가에 정박 중이에요!
카와카제: 알겠다. 고마워.
쇼카쿠: 진행이 꽤 빠르네요.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쇼카쿠: 높으신 분께서 꾸민 일이라 그런 걸까요?
즈이카쿠: 나가토 님! 나가토 님~!!
즈이카쿠: 휴우…. 카와카제, 나가토 님 계셔?
카와카제: 나가토 님께서는 방안에서 출항 준비 중이시다. 무슨 일이지?
즈이카쿠: 조금 급한 일이 있어서! 미안, 금방 갔다 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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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사의 저택. 나가토의 방
똑똑똑.
즈이카쿠: 나가토 님! 즈이카쿠예요!
나가토: 즈이카쿠? 들어오거라.
나가토: 출항을 앞두고 이리도 급히 나를 찾아오다니. 준비 중에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이냐?
즈이카쿠: 아, 아뇨! 방금 부두를 보고 왔는데 별다른 문제는 없어서 제시간에 출발할 수 있어요!
나가토: 그럼 됐다만…. 허면 대체 무슨 일로 온 것이냐?
즈이카쿠: …나가토 님. 이번 발령, 너무 이상하고 급작스럽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즈이카쿠: 지금 태평양에는 별다른 일도 없는데 이런 대함대를 파견하다뇨. 게다가 보급 물자까지 든든히 챙겨서.
즈이카쿠: 아무리 그래도 이런 대규모 인원을 휴가라도 다녀와라! 라는 식으로 보내는 건 아닐 거잖아요.
나가토: 나도 의심스럽다. 허나 미카사 대선배에게 물어봐도 “서둘러 솔로몬 제도의 이상 징후를 조사해 달라”라고만 말하실 뿐이다.
즈이카쿠: 그 “서둘러”가 되게 수상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즈이카쿠: 혹시 앞으로 중앵 본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날 거기 때문에 우리를 일부러 멀리 보내는 게 아닐까요?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도 이런 지시는 처음이 아니고….
즈이카쿠: 저번에 유럽 갔었을 때도 일부러 희망봉 항로를 골라서… 진짜 엄청 빙빙 돌아갔거든요!
나가토: 이번 발령을 무사시가 정하였다면 그대의 말도 이해는 가지만…. 미카사 대선배까지 그러실 리는 없다.
나가토: 역시… 중앵 본섬에 나도 모르는 거대한 무언가가 일어나는 것인가…….
즈이카쿠: 네! 그러니까 나가토 님. 제가 남아서 조사해 봐도 될까요!
나가토: ……으음.
즈이카쿠: 미카사 대선배께서 자기 경호까지 전부 이쪽으로 돌리셨잖아요! 만약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하면 누가 대선배를 지킬 수 있겠어요!
나가토: ………….
즈이카쿠: 그리고 제가 남으면 본섬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나가토 님께 알릴 수 있고요!
즈이카쿠: 절대 근무지 이동이 싫다거나 그런 건 아니니까요!
나가토: ……그래. 허면 그대에게 한 가지 부탁이 있다.
나가토: 요즘 무츠의 몸이 좋지 않다. 출항하기 전에 나를 대신하여 병문안을 다녀오거라.
즈이카쿠: 네? …아, 네!
즈이카쿠: 그런데 나가토 님…….
즈이카쿠: 무츠 님은 자신이 ‘아프다’는 걸 알고 있나요…?
나가토: 무츠라면 알고 있을 게다. 설령 모른다 하더라도 그대가 병문안을 가면 알게 될 것이야.
나가토: 이제 됐다. 물러가거라.
즈이카쿠: 네! 꼭 기대에 부응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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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토: “나무는 멈춰있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않는구나.”
-역주) 『한시외전』 제9권, ‘풍수지탄’
나가토: 미카사 대선배. 나는 곧 떠난다.
나가토: 아무쪼록…… 어리석은 짓은 하지 않기를…….
아름다운 꿈에서 시작된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면으로
오늘밤 가면을 쓰고, 우리가 꿈으로 안내하리라
~02. 영산 기행
나가토 일행은 예정대로 준비를 마친 뒤, 솔로몬 제도로 출발했다.
즈이카쿠가 무츠를 찾자, 무츠는 갑자기 ‘몸 상태가 악화’되었다.
누군가는 무츠를 보살펴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에, 즈이카쿠는 본섬에 남게 되었다.
중앵 본섬. 어느 곳
즈이카쿠: 휴…. 나가토 님은 이미 출발했으니까 선배들의 경계도 느슨해져 있을 거야.
즈이카쿠: 이제 당분간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겠지.
즈이카쿠: 그야말로 천재일우의 기회…. 선배들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알아봐야겠어…!
즈이카쿠: ……저건… 무사시 씨의 수송대? 미카사 대선배도 있네…!?
즈이카쿠: 여기서 기다리길 잘했어.
즈이카쿠: 저런 대규모 수송대가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건지… 따라가다 보면 알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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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앵 본섬. 야쿠모산
야쿠모산은 원래 중앵 내에서 인기 있는 관광지였다.
하지만 ‘성역’으로 지정된 이후 출입이 봉쇄되었다.
무사시의 수송대는 몇 개의 검문소를 거치며 험한 산길로 향했다.
이내 즈이카쿠가 보는 앞에서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즈이카쿠: 야쿠모산은 성역으로 지정된 이후로 아무도 접근하지 않았을 텐데….
즈이카쿠: 무사시 씨와 대선배는 대체 여기에 무슨 볼일이 있는 거지…? 이런 수송대까지 이끌고….
즈이카쿠: 길에 검문소가 빽빽이 들어서 있으니 이대로 뒤를 쫓다간 분명 들킬 거야. 포기할 수밖에 없나…….
즈이호: 짹짹! 거기 숲에 숨어 있는 사람! 빨리 나와! 즈이호가 다 봤어!
즈이카쿠: (앗, 즈이호!?)
즈이카쿠: (이런! 너무 앞에만 쳐다보느라 뒤에도 사람이 있을 줄은 몰랐어!)
즈이호: 들었지? 안 나오면 경비를 부를 거야! 빨리 나와!
즈이카쿠: (아무튼 이러다 일이 커지면 곤란해……!)
즈이카쿠: (이제 모르겠다…!)
즈이카쿠: (즈이호라면 어떻게든 얼버무릴 수 있을 거야. 잘 되면 이쪽으로 끌어들일 수도 있고!)
즈이카쿠: 쉿! 즈이호, 목소리 낮춰!
즈이카쿠: 수상한 사람이 아니라 나야! 즈이카쿠!
즈이호: 짹? 즈이카쿠 언니…?
즈이호: 왜 풀숲에 숨어 있는 거야…?
즈이호: 혹시 거기 재미있는 거라도 있어??
즈이카쿠: 여기 재미있는 건 없는데… 아, 그래도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어. 즈이호도 궁금하니?
즈이호: 재미있는 일? 궁금해 궁금해!
즈이카쿠: 흐흥. 실은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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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호: 응, 알겠어! 즈이카쿠 언니는 야쿠모산 관광을 하고 싶었구나!
즈이카쿠: 관광이 아니라 조사!
즈이카쿠: 무사시 씨와 대선배가 몰래 하는 일을 조사하는 거야! 재미있을 거 같지 않아?
즈이호: 응! 재밌겠다!
즈이호: 아~! 즈이카쿠 언니는 야쿠모산에 못 들어가니까 풀숲에 숨어 있던 거구나!
즈이카쿠: 그래서 말인데. 모두에게 이쁨 받는 귀염둥이 즈이호는 당연히 야쿠모산에 들어갈 방법을 알고 있겠지?
즈이호: 응! 시라누이한테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는 통행증을 받았어! 오늘은 시라누이 만나러 온 거야♪
즈이호: 즈이카쿠 언니는 내 차에 숨어 있어! 몰래 데리고 가 줄게♪
즈이카쿠: 역시 즈이호야! 고마워~
즈이호: 에헤헤, 별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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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행증 덕분에 무사히 검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즈이호와 함께 산길을 오르다 보니 검소하면서도 웅장한 목조 건축물이 눈앞에 나타났다.
즈이호: 무사시 씨와 대선배가 만약 볼일이 있다면 저기 와키덴(脇殿)을 먼저 방문할 거야.
즈이호: 즈이호는 시라누이를 만나러 가야 되니까 즈이카쿠 언니는 여기서 내려~
즈이호: 내려가기 전에 여기서 다시 만나자! 밖으로 데리고 가 줄게!
즈이호의 말대로 즈이카쿠는 와키덴 구석에 자리를 잡았다.
즈이카쿠: 벽에 방음 처리가 잘 되어 있어서 말이 잘 안 들리네….
즈이카쿠: 그래도 무사시 씨와 대선배 목소리인 건 확실히 알겠어.
즈이카쿠: 그냥 저택에서 얘기하면 되는데 왜 이 먼 야쿠모산까지….
즈이카쿠: 응? 안에 한 명이 더 있네…?
즈이카쿠: 으음… 이즈모?
즈이카쿠: 응? …“협력해”…? 뭘?
즈이카쿠: 으으, 하나도 안 들려…. 몰래 방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 엿듣는 나쁜 사람 발견~!
갑자기 즈이카쿠의 시야가 어두워졌다.
??: 누구~게?
즈이카쿠: 정말, 즈이호!
즈이호: 짹♪ 역시 즈이카쿠 언니, 단번에 아는구나!
즈이카쿠: 쉿! 소리 낮춰! …깜짝 놀랐잖아….
즈이호: 괜찮아. 안에서는 안 들리니까.
즈이호: 그런데 조사는 어땠어? 성과는 있었어?
즈이카쿠: 있긴 한데 여기서 말하기는 좀 그래. 즈이호는 이제 산에서 내려가는 거야?
즈이호: 응! 시라누이한테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은 못 논대! 즈이카쿠 언니는?
즈이카쿠: …나도 충분해. 자, 가면서 얘기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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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즈이호: 이즈모? …잘 몰라.
즈이호: 하지만 야쿠모산에 있는 게 이상하지는 않을지도….
즈이카쿠: 그래?
즈이호: 우리가 방금 올라간 산 이름이 뭐였지?
-역주) 야쿠모(八雲) / 이즈모(出雲)
즈이카쿠: 아, 그래…. 그래도 우연인 거 같은데…….
즈이호: 우연이 아닐 거야. 아마 이즈모 씨는 산을 지키거나, 아니면 뭔가 맡은 역할이 있겠지.
즈이호: 안 그러면 무사시 씨하고 대선배가 왜 여기까지 왔겠어?
즈이호: 그냥 전화하거나, 아니면 이즈모 씨보고 내려오라고 하면 되잖아?
즈이카쿠: 이즈모는 야쿠모산을 떠날 수 없다는 건가?
즈이카쿠: 그래도 이즈모가 맡은 임무하고, 두 사람이 꾸미는 일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즈이호: 쉿! 즈이카쿠 언니, 다른 행렬이 왔어!
즈이호는 즈이카쿠에게 숨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잠시 후 다른 차량 행렬이 길을 따라 올라왔다.
즈이호는 인사를 하고 비켜서서 다른 행렬이 먼저 지나가게 했다.
즈이카쿠는 차량에 걸려 있는 깃발을 보았다. 푸른 깃발――저 문양은 전함 '토사'의 것이다.
즈이호: 즈이카쿠 언니, 다녀왔어~!
즈이카쿠: 방금 지나간 건… 토사 씨 행렬이지?
즈이호: 응! 오늘 야쿠모산 바쁘네~
즈이호: 아! 즈이카쿠 언니. 혹시 다시 돌아가서 엿들을 거야?
즈이카쿠: 아니 아니! 지금 돌아가는 건 너무 수상해 보이잖아!
즈이카쿠: 시간도 늦었으니까 이만 내려가자!
유운환몽, 앵하창홍
고인의 이야기를 심상에 드러낸다
아마기 언니, 당신은 이곳을 떠난 적이 없어요… 그렇죠?
~03. 중앵의 대결계
해가 저물 무렵, 마침내 즈이카쿠와 즈이호는 야쿠모산을 벗어났다.
즈이호: 즈이카쿠 언니. 여기부터는 안전해.
즈이호: 야쿠모산 당일치기 잠입 투어, 대성공~!
즈이카쿠: 아, 하하하…. 고마워, 즈이호!
즈이호: 이제 밤이니까 즈이호는 집으로 돌아갈 건데, 즈이카쿠 언니는?
즈이카쿠: 나는…….
즈이카쿠: (몰래 빠져나온 거니 이제 와서 나가토 님이나 대선배 저택으로 갈 수는 없고.)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도 솔로몬 제도로 갔으니까 우리집에 돌아가도 의심스럽고.)
즈이카쿠: (무츠 님 저택은 여기서 너무 멀어. 밤새 산을 타도 모자랄 텐데….)
즈이카쿠: (그럼 설마 노숙?! 아니, 정말로 노숙밖에 없는 거야?! 야밤에 이 산속에서!?)
불안해하는 즈이카쿠를 보고 즈이호가 환하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즈이호: 에헤헤~ 나가토 님 함대는 이미 출항했는데 즈이카쿠 언니는 왜 아직 본섬에 있는 거야?
즈이호: 혹시 몰래 빠져나온 거라 돌아갈 데가 없는 거야?
즈이카쿠: 아니야―! 난 무츠 님의 병간호를 맡았으니까! 딱히 몰래 빠져나오거나 지각한 게 아냐!
즈이호: 무츠 님의 병간호…….
즈이호는 무츠의 저택이 있는 방향을 힐끗 쳐다봤다.
즈이카쿠: …아무튼!
즈이호: 즈이카쿠 언니. 즈이호의 집으로 올래?
즈이카쿠: 그래도 돼?!
즈이호: 짹짹♪ 전에 호쇼 씨가 즈이호의 집을 지어줄 때 엄~청 크게 지어줬거든!
즈이호: 그래서 집에 빈방도 많아! 평소에 류조도 자주 놀러와서 묵고 가고! 그러니까 즈이카쿠 언니도 와도 돼!
즈이카쿠: 그렇구나…. 그럼 신세 좀 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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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잠시 후. 거대한 마당 앞에 차가 멈춰섰다. 달빛을 받은 대문은 유난히 크고 위엄이 넘쳐 보였다.
즈이호: 즈이카쿠 언니, 다 왔어~
즈이카쿠: 이게 즈이호네 집이야!? 미카사 대선배 집만큼이나 커 보이는데!
즈이호: 에헤헤~ 호쇼 씨가 꼭 해주고 싶다고 해서….
즈이호: 짹!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빨리 안으로 들어가자.
즈이호: 집에 재료도 많으니까 즈이카쿠 언니한테 맛있는 밥을 만들어 줄게!
즈이호가 주방에서 저녁을 만드는 동안 즈이카쿠는 정원을 거닐었다.
즈이카쿠: 정원이 잘 가꾸어져 있네. 저기 화단도 보이고….
즈이카쿠: 어? 근데 화단에 여름꽃이 이렇게 많은데, 왜 다 시들었지…?
즈이카쿠: 정원은 잘 관리하고 있는데 화단만 내팽개쳤다기엔 또 이상하고…?
즈이호: 즈이카쿠 언니, 밥 다 됐어~ 에헤헤~ 화단에 꽃들 어때? 예쁘지~?
즈이호: 낮에도 예쁘지만, 밤에 보는 것도 또 다른 멋이 있거든♪
즈이카쿠: 즈이호. 저기… 화단 말인데…….
즈이호: 어어어?! 왜 이렇게 됐지? 어제만 해도 멀쩡했었는데…….
즈이호: 하루만에 이렇게 시들어 버릴 수가 있어……?
즈이카쿠: 그러고 보면 아까 오는 길에도 들꽃이 많이 시들어 있었어.
즈이카쿠: 그때는 별 신경 안 썼지만, 이건 역시…… 보통 일이 아니네.
즈이호: 즈이호의 화단만 시든 게 아니었구나……. 아! 설마 '대결계'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즈이카쿠: 대결계? 뭐야 그게?
즈이호: 중앵을 덮고 있는, 우리를 지켜주는 영구 대결계 말야!
즈이카쿠: 아… 뭔가 나가토 님께 들은 것 같기도 하고…….
즈이호: 짹. 즈이카쿠 언니는 이런 거에 별로 관심이 없었나 보네.
즈이호: 대결계는 중앵 전역을 뒤덮는 결계로,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우리를 지켜주고 있어.
즈이호: 결계를 조정하면 섬의 날씨를 바꿀 수도 있어. 예를 들면 폭풍우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메마른 곳에 비를 내리게 할 수도 있대.
즈이호: 아무튼 우리 중앵한테는 엄청 엄청 중요한 대단한 결계야!
즈이카쿠: 전혀 몰랐어! 혹시 보안 걸린 내용이야?
즈이호: 음… 잘은 모르겠지만 야마시로 언니는 알고 있었을걸?
즈이카쿠: 그럼 즈이호는 어떻게 알았어?
즈이호: 야마시로 언니가 알려줬어!
즈이카쿠: …그랬겠지.
즈이카쿠: 아, 잠깐만…. 그럼 나가토 님이 신목에서 드리는 제사도 혹시 대결계하고 관련이 있는 거야?
즈이호: 응. 나가토 님은 중앵의 어호(御狐)잖아. 하지만 겉으로는 야마토 씨가 관리하고 있어.
즈이카쿠: 겉으로?
즈이호: 야마토 씨는 계속 '천암문(天巖門)'에 틀어박혀 계시잖아. 근데 대결계를 유지하는 신목은 모두 천암문 밖에 있으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어!
즈이호: 그래서 대결계 업무는 실제로는 무사시 씨가 담당하고 있어!
즈이카쿠: 그럼 꽃이 갑자기 시든 건 대결계의 조정 기능이 고장 나기라도 했다는 건가?
즈이호: 응! 그래도 별거 아닐 테니까 금방 고쳐질 거야!
즈이호: 그치만 꽃들이 불쌍해…. 한창 이쁠 때인데… 짹….
똑똑.
류조: 즈이호, 계십니까~! 놀러왔습니다~!
즈이호: 류조?
즈이호: 즈이카쿠 언니, 여기 있는 거 비밀로 해야 되지…? 가서 숨을래?
즈이카쿠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주방 옆방에 몸을 숨겼다.
즈이호: 있어~ 지금 열어 줄게~
류조: 즈이호, 돌아오셨군요! 하루 종일 기다렸습니다!
류조: 야쿠모산은 재밌으셨습니까?
즈이호: 에헤헤~ 여전히 경치가 좋았어! 근데 더 재밌는 일이 있었는데….
즈이호: 어? 근데 하루 종일 기다린 거야!?
즈이호: 류조, 오늘 바다에서 훈련하는 임무 있지 않았어?
류조: 그게… 임무가 취소되었습니다. 출격 전에 갑자기 바다에 나가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류조: 이상해서 알아봤지만, 함선은 물론이고 민간 선박도 전부 출항 금지령이 떨어졌더군요….
류조: 그래서 즈이호라면 뭔가 알고 있지 않을까 싶어서 서둘러 찾아왔습니다!
류조: 아, 그런데 즈이카쿠 공께서는 어디 계십니까?
즈이호: 즈즈즈즈이카쿠 언니!?
류조: 그렇습니다! 즈이호와 같이 집에 들어가는 모습을 이 눈으로 똑똑히 보았습니다! …아직 여기 계십니까?
즈이호: 에에!? 설마 하루 종일 기다렸다는 게, 우리집 앞에서…….
류조: 네! 계속 집 앞 나무 뒤에 숨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즈이호: ………….
즈이호: 즈이카쿠 언니는… 저녁 준비를 하고 있어. 들어가서 같이 밥먹으면서 얘기하자!
즈이호: 그리고 즈이카쿠 언니가 여기 있다고 다른 사람한테 말하면 안 돼!
류조: 옙!
들통나고 만 즈이카쿠는 마지못해 두 사람 앞에 나섰다.
세 사람은 함께 밥을 먹으며 오늘 본 일들에 대해 의논했다.
즈이카쿠: 출항 금지라…. 대결게가 고장 나서 바다로 나가지 못하는 걸까….
즈이호: 음… 하지만 대결계는 오래 전부터 작동되고 있었고, 작은 고장도 몇 번 났었지만 전부 금방 고쳐졌는걸?
즈이호: 출항 금지령이 나온 적은 한번도 없었어…….
류조: 혹시… 이번 고장은 엄청 심각한 게 아닐까요?
즈이호: 그건 모르겠어….
즈이카쿠: 어떻게 확인해 볼 방법은 없을까?
즈이카쿠: 직접 보면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잖아?
즈이호: 그렇지만… 즈이호는 대결계를 검사할 권한은 없어.
즈이호: …참. 야마시로 언니는 권한을 가지고 있어!
즈이호: 근처에 살고 있으니까 다 같이 가서 물어보자! 분명 들어줄 거야!
즈이카쿠: (야마시로라면 확실히 결계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을 거 같긴 한데….)
즈이카쿠: (나 혼자 가서 부탁하면 안 들어 주겠지…….)
즈이호: ?? 즈이카쿠 언니?
즈이카쿠: 아무것도 아냐. 오늘은 너무 늦었으니까 내일 가는 걸로 할까?
즈이호: 응! 그러자!
류조: 그럼 오늘은 이제 자유 시간이로군요!
류조: 남의 집을 방문하기에는 너무 늦었지만, 게임을 하기에는 딱 좋은 시간입니다!
류조: 히요, 준요도 불러서 같이 게임하는 건 어떻습니까!
류조: 두 사람도 임무가 취소되어서 지금쯤 한가할 겁니다. 사람은 많을수록 더 재밌으니 말입니다!
즈이호: 응응! …아! 즈이카쿠 언니는 괜찮아…?
즈이카쿠: 괜찮아. 어차피 내일 야마시로를 만나고 나면 내가 몰래 남아 있다는 것도 다 들통날 테니까.
즈이카쿠: 앞으로 있을 조사에서 어쩌면 두 사람의 힘이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지금은 사이좋게 지내는 게 좋겠지!
류조: 응? 몰래 남아? 조사? 무슨 말씀이십니까?
즈이호: 아무것도 아냐! 류조는 빨리 두 사람 불러와~ 그동안 무슨 게임 할지 고르고 있을 테니까!
류조: 음! 맡겨 주십시오!
신목의 수심을 마음속에
현실과 꿈이 역전된다
아마기 언니. 우리의 세계를 넓혀가도록 해요.
~04. 먹에 물든 꿈
잠시 후 류조는 히요와 준요를 데리고 돌아왔다.
다 같이 늦게까지 게임을 즐긴 후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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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앵 본섬. 성역. ???
카와카제: 멈춰라. 누구냐!?
쇼카쿠: 우리는 중앵신생연합함대입니다. 「중앵」의 무녀의 상태를 보러…….
즈이카쿠: (어라…? 이 장면은……?)
카와카제: …물러가라. 어호의 휴식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
미카사: 어호라…. 자네는 아마기를 섬기는 시종인가?
미카사: 우리는 긴히 아마기와 의논해야 할 일이 있네. 미안하네만 길을 비켜 주겠나?
즈이카쿠: (어? 나가토 님이 아니라… 아마기 씨?)
카와카제: 어호님께서는 이미 무거운 짐을 너무도 많이 지고 계시다.
카와카제: 따라서 나는 약속했다. 여기 잠들어 계신 동안 그 누구도 어호님을 깨우게 두지 않겠다고!
카와카제: 설령 같은 동포라고 하여도 말이다.
쇼카쿠: 이런 고집불통이 제일 성가시다니까요…. 억지로라도 지나가겠다면요?
카와카제: 그 도리를 관철할 셈이라면 싸움으로 너희의 각오를 증명해 봐라!
즈이카쿠: (뭔가 이상한 거 같은데…?)
쇼카쿠: 즈이카쿠, 정신 차려! 공격해 오고 있잖니!
――――!!
카와카제: 무훈함이라고 들었건만 이 정도인가…!
미카사: 과연 아마기의 시종이다. 뛰어난 실력이구나.
쇼카쿠: 콜록콜록…. 즈이카쿠, 얼른 가!
카와카제: 누구도 보내지 않겠다!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대선배!?
즈이카쿠: (아니야……. 이런 흐름이 아니었는데……!)
――――!!
아마기: 카와카제. 물러나세요.
아마기: 당신에게 문지기를 맡겼습니다만, 손님 상대로 이런 험한 짓을 하라고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아마기: 즈이카쿠, 쇼카쿠, 미카사 대선배. 죄송합니다. 카와카제의 실수로 여러분을 다치게 하고 말았습니다.
아마기: 괜찮으시다면 제 집으로 모시겠습니다.
즈이카쿠: …어어……. 아마기…씨?
즈이카쿠: 진짜 아마기 씨야…?
아마기: 네. 네. 아무래도 신목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탓에 모두들 제 얼굴을 잊어 버린 것 같네요.
즈이카쿠: 으음…… 그러니까, 만나서 반가워. 아마기…씨.
즈이카쿠: 하지만…… 역시 뭔가 이상해….
아마기: 이상합니까? 그리 말씀하시니 저도 궁금하네요… 후후후.
아마기: 즈이카쿠. '어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세요?
즈이카쿠: 하지만 중앵의 어호는…….
즈이카쿠: 여기 잠들어 있었던 건………….
??: 일어나――
??: 빨리 일어나――
----
즈이호: 즈이카쿠 언니! 드디어 일어났구나!!
즈이카쿠: 어라…… 즈이호?
즈이카쿠: 뭔가 엄청 이상한 꿈을 꿨어……. 깨워줘서 고마워…….
즈이호: 아아… 이상한 게 꿈속에서만이라면 좋았을 텐데….
즈이호: 빨리 창밖을 봐봐! 여기저기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고 있어!
즈이카쿠: ……창밖?
즈이카쿠는 창문 쪽을 돌아봤다. 커튼은 즈이호가 이미 걷어놓은 채였다.
창밖으로 바깥 상황을 똑똑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
높았던 나무는 낮은 모습으로, 오래된 건물은 다시 새것처럼 바뀌었다. 마치 모든 것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것처럼 보였다.
즈이카쿠: …나 아직 꿈꾸고 있는 거 아니지? 왠지 시간이 역행한 거 같은데…!?
즈이호: 꿈 아니야! 아까 류조가 바깥을 둘러보고 왔는데 전부 이런 상황이었어!
즈이카쿠: 즈이호의 집은 괜찮아?
즈이호: 응! 즈이호의 집은 야마토 씨의 결계가 직접 지켜주고 있거든!
즈이호: 집이 지어지고 얼마 안 됐을 때 이부키 씨가…….
즈이카쿠: 어흠!
즈이호: 아, 맞다! 아까 무사시 씨한테 연락이 왔어!
즈이호: 이 이상한 현상은 대결계가 누군가한테 침입당해서 그런 거래! 그래도 일시적인 거라 금방 원래대로 돌아간대!
즈이호: 원래대로 돌아오면 침입한 적들을 요격하러 출격하래!
즈이카쿠: (…정말로 나가토 님이 떠난 후에 본섬에 큰일이 터졌어!)
즈이카쿠: (좀 더 자세한 정보를 모아서 나가토 님께 보내야겠다!)
쐐기는 박혔고, 개념은 고정되었다
의식의 법진도 완성되었다
아아, 아마기 언니. 곧――
~05. 암운 도래
중앵 본섬. 야쿠모산
오늘 밤은 유난히 달이 빛나는 밤이었다.
하지만 어느새 구름이 짙어져 하늘에 걸린 달을 가렸다.
유심히 관찰하자 그 달빛 사이에서 나뭇가지 그림자가 보였다.
무사시: ……의식이 시작되었군.
통신: ――――
아카기: 예상대로 의식이 진행되면서 부정 또한 구현되었어요.
아카기: '부정의 그림자'가 만들어낸 적들이 공격해 오고 있으니, 요격 준비를 하세요.
무사시: 알았다.
통신을 끊고, 무사시는 예정대로 중앵 함선들에게 명령을 내리기 시작했다.
무사시: (적이 발생한 원인은 얼버무렸지만…….)
무사시: (그래도 적은 적일 뿐. 소정의 배치로 섬멸하기만 하면 된다.)
무사시: (지금 이 적들이 오늘 나타날 유일한 적이라면 좋겠건만…….)
한숨을 쉬고 무사시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에 걸려 있는 붉은 달. 그리고 은하수를 관통하는 신목의 가지가 눈에 들어왔다.
잠시 후.
통신: ――――
키이: 무사시 씨. 아까 전부터 동료들 사이에서 환시, 환청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키이: 환각 증상으로 인해 불상사가 일어날까봐 일단 다들 데리고 항구로 돌아왔어. …다음 지시를 내려줘.
무사시: 상황은 알겠다. 그대로 항구를 방어하며 명령을 기다리거라.
키이: 알겠어!
무사시: (환시와 환청…. 무형의 부정은 이 정도의 침식성을 일으키진 못할 텐데…. 도대체…….
통신: ――――
미카사: 무사시. 적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네. 필시 낙관할 만한 상황은 아닐 게야.
토사: 이쪽은 이미 공격을 멈추고 해안 방어 시설과 연계하여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토사: 그리고 적과 교전할 때 나도 환시·환각 증상을 겪었다.
토사: 무사시.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지?
무사시: ……한 시간.
통신: ――――
카츠라기: 큰일 났어, 무사시 씨!
카츠라기: 원래 즈이호하고 같이 출격하기로 했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안 와서 정찰기를 띄워 봤거든.
카츠라기: 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모르는 META하고 싸우고 있었어!
무사시: …META?
미카사: 교전 위치의 좌표를 보내 주게. 바로 지원 병력을 보낼 테니.
카츠라기: 응! 지금 보낼게!
토사: …한 시간이나 기다릴 필요는 없겠군.
무사시: ……그래.
상황을 간략히 정리하고, 무사시는 아카기와의 통신 채널을 열었다.
무사시: 보다시피 상황이 점점 통제를 벗어나고 있어.
무사시: 어쩌면… 정말로 불가능할지도 몰라.
무사시: 아카기. 이제 그만해.
아카기: 이제 와서 무슨 농담이에요? 무사시.
아카기: 부정의 그림자의 출현도, META도, 결국 침식이 예상치보다 살짝 높았을 뿐이에요.
아카기: META화도 결국 일시적인 것. 나중에 결계로 정화하면 문제없어요.
아카기: 법진이 가동된 지금, 의식 성공까지는 앞으로 한 발짝만 남았어요……. 이제 와서 그만 둘 수는 없어요.
아카기: 아니, 그만 두지 않겠어요.
아카기: 아마기 언니만 부활한다면 모든 게 다 잘 될 거예요.
아카기: 그때까지만 버티면 돼요.
아카기: 그게 힘들다면…… 도망치시든지요.
통신: ――――
아카기는 매정하게 통신을 끊었다.
무사시: 일이 이 지경까지 왔구나.
무사시: 진츠. 결전 병기의 상태는?
진츠(META): 핵의 신뢰성만 충분하다면 단시간은 가동시킬 수 있습니다.
진츠(META): ……하지만 그 '핵'은…….
무사시: 아카기의 불길이 저렇게 타오르는 것은 다름 아닌 나의 도움 때문이야.
무사시: 그러니 내가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해야 하겠지.
무사시: 진츠. 최종 점검을 진행하거라.
진츠(META): ……알겠습니다.
진츠(META): 무운을 빕니다. 무사시 님.
~06. 과거에 뿌리박은 집념
――――!!
미카사: 즈이호, 괜찮은가?!
즈이호: 미카사 대선배…! 즈이호는 괜찮아. 빨리 히요하고 준요를 구해줘!
히요(META): 크윽… 머리가…… 베고 싶어…!
준요(META): 세계는 불타오르고…… 아하하하하! 그래, 전부 불타버려!
미카사: 진정하거라, 즈이호!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해 보거라.
미카사: 저들은 정말로… 우리가 아는 히요와 준요인 게냐?
즈이호: 우으으…. 네에……. 사실은…….
즈이카쿠: 저희는 무사시 씨의 명령을 받고, 카츠라기와 합류하려고 출격했어요.
즈이카쿠: 그런데 육지를 벗어나자마자 히요와 준요의 상태가 이상해졌어요.
즈이카쿠: 먼저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했고, 그리고 이상한 사람 그림자를 봤고….
즈이카쿠: 즈이호가 검사하려고 할 때 두 사람이 갑자기 검은 안개에 휩싸였어요. 그리고 이렇게….
즈이카쿠: 예전에 철혈 함대하고 같이 행동할 때 그쪽의 U-556이란 애도 이렇게 된 적이 있었는데….
즈이카쿠: 분명 이 바다 어딘가에 함선을 META화하는 침식원이 존재할 거예요!
즈이카쿠: 미카사 대선배! 빨리 전원을 육지로 돌려보내야 해요!
미카사: 즈이카쿠? 자네는 왜 여기 있는 겐가?
즈이카쿠: 아아아! 그게… 무츠 님의 몸이 안 좋아서 나가토 님이 저한테 병간호를 하라고――
미카사: 됐다! 상황은 대략 알겠으니 바로 동료들에게 철수 지시를 내리마!
즈이카쿠: 미카사 대선배……. 감사합니다!
즈이카쿠: 그리고 하나 더 보고드릴 게 있어요!
즈이카쿠: 이 해역의 침식 정도는 철혈에서 겪었던 거와 비교하면 훨씬 약해요!
즈이카쿠: 히요하고 준요의 META화도 생각보다 많이 진행되진 않았으니까요!
즈이카쿠: 빨리 두 사람을 무력화하고 침식을 정화하기만 하면 분명 원래대로 돌아올 거예요!
미카사: 다행이구나…! 하지만 저 둘을 무력화하려면…….
즈이호: 즈이호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즈이호: 전에 야마시로 언니한테 받은 일회용 구속진이…… 분명…….
즈이호: 찾았다! 이걸 사용하면 두 사람을 잠깐 동안 제압할 수 있을 거야! 그때 다 같이 때려서 기절시키면…!
즈이카쿠: 나이스, 즈이호!
미카사: 무력화하는 건 좋다만 정화는 누가 하는 게냐?
즈이카쿠: 그건…….
통신: ――――
야마시로: 미카사 대선배! 여러분! 죄송해요! 방금 얘기 다 들어 버렸어요…!
야마시로: 야마시로의 집이라면 방어 결계도 있으니까, 액막이와 정화 의식도 할 수 있을 거예요!
야마시로: 힘드시겠지만… 두 사람을 이쪽으로 데려와 주세요!
미카사: 야마시로……고맙구나!
야마시로: 아뇨… 당연한 일이니까요…….
미카사: 그럼… 전원, 히요와 준요을 기절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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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야마시로의 저택
히요와 준요를 야마시로의 집으로 옮기고, 바로 정화 의식을 거행했다.
즈이카쿠 말대로 다행히 두 사람의 META화는 심각한 수준이 아니었다. 둘은 곧 의식을 회복했다.
즈이카쿠: 히요, 준요. 괜찮아? 아직도 아파?
히요: 큭……. 악몽을 꾼 기분이야.
히요: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기억과 감정으로 인한 악몽….
히요: 머릿속으로 비집고 들어와, 강제로 내 정신과 융합시키려고 하는 느낌…….
히요: 정말 최악이었어…!
준요: 그래, 정말로…. 지금은 정화 받아서 그런지 다시 태어난 기분이야.
준요: 이런 불쾌한 감각, 너희는 경험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
즈이호: 으아앙… 무사해서 다행이야…!
히요: 하지만… 하늘을 보면 상황은 더 심각해진 거 같은데.
준요: 새빨간 구름, 시든 거목……. 마치 또 다른 세계가 우리 위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 같아….
즈이호: …설마 대결계도 침식당한 걸까?
히요: 글쎄. 미카사 대선배는?
즈이카쿠: 대선배는 바로 무사시 씨를 만나러 갔는데, 아직 안 오셨어.
히요: 그래. …음, 이제 괜찮아! 피난 오는 사람도 갈수록 늘어나는 거 같으니까 도와주러 갈게!
준요: 나도 갈래!
류조: 남을 돕는 것은 무사의 미덕! 류조도 가겠습니다!
즈이호: 야마시로 언니도 벌써 갔어! 우리도 도우러 가자!
호쇼: 괜찮으시다면 저희도 같이 갈 수 있을까요?
즈이카쿠: 호쇼 씨? 진츠?! 너희도 왔구나!
진츠: 무사시 님이 이곳을 합류 지점으로 정하셨습니다. 곧 본섬의 모든 기동 전력이 이곳으로 모일 겁니다. …저희도 그렇고요.
진츠: 다만 여러분께서 출발하시기 전에 우선은 상황을 설명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말입니다.
즈이카쿠: 응. 사실 우리 지금 제대로 뭐 아는 게 없거든. …진츠, 부탁해도 될까?
진츠: 네. 그럼 여러분. 하늘에 나타난 이계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즈이호: 침식된 대결계가 만들어낸 환상?
진츠: 아뇨. 저 거목이 바로 대결계의 '핵'입니다.
진츠: 부정의 그림자가 바다에 출몰했지만, 아직 대결계에는 침식이 미치지 못했습니다.
진츠: 다만 대결계를 덮은 위장이 벗겨져, 원래 모습이 드러났을 뿐입니다.
즈이카쿠: ……원래 모습……?
진츠: 네. 오래 전 일입니다만…….
진츠: 과거 아카기 씨가 순양전함이었다는 사실은 아십니까? 그리고 그녀에게는 '아마기'라는 언니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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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카쿠: 그, 그랬었구나……. 전혀 몰랐어…….
즈이카쿠: 즉 지금 이변은 이름 모를 외부의 적이 우리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즈이카쿠: 전부 아카기 선배가 일으킨 일이라고!?
호쇼: 네. 하지만 아마기 씨의 혼을 신목에 묻은 지 얼마 되지 않아, 저희는 신목에서 '부정'의 기운을 발견했습니다.
호쇼: 대현자셨던 운젠 님과 나가토 님, 그리고 무사시 님이 두 차례에 걸쳐 침식의 재앙을 물리치셨죠….
호쇼: 그 두 번째 전투는 즈이호도 가까이서 봤었죠?
즈이호: 응…. 엄청 무서웠어……. 운젠 씨말고는 누구도 '부정'에 저항하지 못했어…….
진츠: ……이야기를 되돌리겠습니다. 아카기 씨의 원래 의도는 아마기 씨의 혼을 신목 밑에 안장하고 와타츠미의 힘을 빌려 수복하는 것이었겠지만…….
진츠: 유감스럽게도 신목과 연결된 아마기 씨의 자아는 이미 '부정'에 침식되었으리라고 판단됩니다.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는 그걸 다 알면서도… 이런 위험한 계획을 실행하려 했던 거야!?
진츠: 네. 그리고 계획은 이미 그녀의 손을 떠나 버렸습니다.
진츠: 바다에 나타난 '부정', 마음을 현혹시키는 환상, 그리고 META화를 일으키는 침식은 모두…… '아마기'의 혼이 침식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진츠: 아카기 씨도 마음속으로는 각오하고 계셨겠지만….
진츠: 결론적으로… 자신의 집념에 매몰되고 만 것이죠.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 정말로 어떻게 된 거야…?)
즈이카쿠: (자기 언니인지 아닌지도 모를 불확실한 존재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중앵을 위험에 빠트리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잖아!)
즈이카쿠: (그럼 혹시 '성역'에서 쇼카쿠 언니한테 한 일도 전부 이것 때문에…!?)
즈이카쿠: (지난 몇 년간 해왔던 모든 일이…… 전부 오늘을 위한 계획이었던 거야?)
즈이카쿠: (언니 아마기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 자기 입으로 중앵을 이끌어가겠다고 말했으면서…….)
즈이카쿠: (개심했다고 믿었는데……. 따라야 할 선배라고 생각했었는데…….)
즈이카쿠: (잠깐만, 즈이카쿠. 화가 나는 건 알겠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봐.)
즈이카쿠: (………….)
즈이카쿠: (만약 죽은 사람이 쇼카쿠 언니였다면…?)
즈이카쿠: (내가 선배의 입장이었을 때, 만약 언니를 부활시킬 가능성이 생겼다면……?)
즈이카쿠: (……모르겠어……하지만…….)
즈이카쿠: (나는 중앵을…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리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아…!)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도 분명 그런 건 원하지 않을 거야……. 아마기 씨도 물론….)
즈이카쿠: (응! 아카기 선배를 믿는 아마기 씨도… 이런 결과는 바라지 않을 거야!)
즈이카쿠: (아카기 선배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 해…!)
호쇼: 갑자기 이런 말을 들어도 바로 이해가 되지는 않으시겠죠.
호쇼: 그럼 저희는 먼저 가 볼 테니, 여러분은…….
즈이카쿠: 호쇼 씨. 대선배하고 무사시 씨가 어디서 만나고 있는지 알아?
호쇼: 네에… 그런데요…?
즈이호: 아! 즈이카쿠 언니, 또 엿들으러 가는구나~!
~07. 저지 준비
대화는 슬슬 막바지에 이르렀다.
무사시: 저택에 설치한 결계는 곧 임계치에 도달해. 게다가 외부의 META화 침식도 강해지고 있어.
무사시: 대선배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대안을 마련할 여유는 이제 없어.
미카사: 허나…….
무사시: 의식은 대결계를 기반으로 삼고 있어.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대결계는 외부의 침입을 막아주지. 즉 중앵은 지금 철저히 고립된 상태야.
무사시: 외부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는 우리가 먼저 내부에서 대결계에 틈을 만들어야 해.
무사시: 의식의 법진은 이미 대신목에서 내 소유의 용궁으로 옮겨졌어.
무사시: 야마토급과 와타츠미의 연결을 고려하면, 지금 신목을 통해 아카기의 법진으로 이동할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어.
무사시: 미카사 대선배. 바깥의 지휘권은 당신께 맡길게.
무사시: 내가 만약 아카기를 저지해낸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무사시: 실패한다고 해도 반드시 자전으로 대결계에 틈을 만들겠어. 그때는 대선배의 작전으로 가자.
무사시: 지금은 전력을 보전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해.
무사시: 설령 내가 쓰러지더라도 나가토 님과 시나노, 그리고 모두가 있어. 중앵은 이 정도로 미래를 잃지 않을 거야.
무사시: 그럼 이렇게 하는 걸로 하자.
일방적으로 대화를 끝내고 무사시는 일어나 방을 나섰다.
----
방 바깥
즈이카쿠: ……"이렇게 하는 걸로 하자"?
즈이카쿠: 무사시 씨는 아카기 선배의 계획을 도왔지만, 직접적인 원흉은 아니고, 지금 혼자서 아카기 선배를 막으려고 하고 있다…….
즈이카쿠: ……어? 누가 방에서 나오는 거 같은데?
즈이카쿠: 큰일 났다…!
무사시: …….
즈이카쿠: 무, 무사시 씨…….
무사시: 오늘은 수고가 많았다. 앞으로도 열심히 하려무나.
즈이카쿠: 네, 무사시 씨!
말을 마친 무사시는 그대로 떠났다.
즈이카쿠: 으아아! 갑자기 무사시 씨가 나와서 머리가 하얘져서 무사시 씨를 막아야 한다는 걸 잊었어!
즈이카쿠: 의식의 법진에는 '부정'의 힘이 가장 많이 모여 있을 거야…. 이대로 무사시 씨를 보내면 안 돼!
즈이카쿠: ……그래! 즈이호라면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걸 가지고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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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카쿠는 복도를 걸어 나와 저택 한구석에서 망을 보고 있던 즈이호와 합류했다.
자신이 들은 내용을 알려주자, 늘 밝은 표정의 즈이호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즈이카쿠: 아무튼 무사시 씨를 막아야 하는데… 뭐 쓸 만한 거 없을까?
즈이호: 짹……. 의식의 법진이 용궁에 있구나…….
즈이호: 아! 시나노 씨가 전에 용궁 미니어처를 주셨는데, 이게 도움이 될까?
즈이호: 무사시 씨는 와타츠미와 이어진 야마토급만이 신목을 이용해 법진까지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고 했지?
즈이호: 그치만 즈이호, 나가토 님하고 시만토 씨도 비슷한 걸 할 수 있다고 에전에 들었었어.
즈이호: 맞다! 저번에 시만토 씨한테 신목을 이용해서 순간 이동하는 법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이 옥패를 주셨어!
즈이호: 와타츠미 조각으로 만들어져서 엄청 귀한 거라고 그랬는데…. 어쩌면 이걸 사용하면 우리도 순간 이동할 수 있을지도 몰라!
즈이호: 짹♪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즈이호: 자, 즈이카쿠 언니!
즈이카쿠: 고마워! ……말이 나온 김에 말인데….
즈이카쿠: 거기에 가면 '부정'도 있을 거고, 아마 적도 있을지도 몰라.
즈이카쿠: 그러니까 무기라든지, 침식을 막아주는 방어구라든지, 도움이 될 만한 건 많을수록 좋지 않나 해서….
즈이카쿠: 뭐든 좋아! 많이 가져가면 그만큼 승산도 늘어날 테니까!
즈이호: 짹! 즈이호가 찾아볼게♪
즈이호: 어디… 이건 운젠 씨가 주신 거…….
즈이호: 이건 이부키 씨가…….
즈이호: 이건 대선배가……, 나가토 님이……, 야마토 씨가……, 무사시 씨가…….
즈이호: 이건 아카기 씨가……, 카가 씨가……, 토사 씨가……, 호쇼 씨가…….
즈이호: 그리고…… 그리고……….
즈이호가 꺼내든 물건들로 탁자가 가득 찼다.
즈이카쿠: (이, 이 정도면 즈이호에게 뭘 안 준 사람을 찾는 게 더 빠르겠는걸…….)
즈이카쿠: (즈이호…… 무서운 아이……!)
참인가, 거짓인가
형상을 흉내낸 것인가, 신과 상통하는 것인가
앞으로 한 걸음――
~08. 결전 병기
즈이카쿠: 콜록콜록……. 머리가 어지러워…….
즈이카쿠: 신목을 통해서 이동하면 원래 이런대…? 콜록콜록…….
즈이카쿠: …이 느낌. 의식의 핵심 구역에 온 것 같네.
검붉은 하늘 아래 무수히 많은 피안화가 땅을 덮고 있었다.
흐르는 강물은 마치 전설 속의 삼도천처럼, 그 수면에 하늘의 푸른 불빛이 반짝였다.
공중에 떠다니는 에너지는 중앙에 있는 시든 거목으로 천천히 흘러 들어가고 있었다.
즈이카쿠: 꺼림칙하네……. 빨리 무사시 씨를 찾아야 돼…!
즈이카쿠는 정찰기를 띄웠다. 곧 피안화의 바다 저편에서 무사시의 모습을 찾아냈다.
즈이카쿠: 하아…하아…… 무사시 씨, 기다려 주세요! 같이 가요!
무사시: ……즈이카쿠? 설마 여기까지 쫓아올 줄이야.
무사시: 대체 어떻게 들어온 거지?
즈이카쿠: 시만토 씨가 와타츠미 조각으로 만들었다는 옥패 덕분에요!
무사시: 중앵 본섬에 이런 물건이 아직 남아 있었다니….
무사시: 네 몸에서 은은한 금빛이 나는 것을 보니, 야마토가 예전에 즈이호에게 주었던 물건도 가지고 있는 것 같구나.
즈이카쿠: 은은한 금빛……?
무사시의 말을 듣고, 그제야 즈이카쿠는 희미한 금빛 광채가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사시: 그 옥패는 단 한 번만 사용할 수 있다. 이렇게 왔으니 다시 돌려보낼 수도 없겠구나.
무사시: 즈이카쿠. 이 앞에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지 아느냐?
즈이카쿠: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이란 건 알아요!
즈이카쿠: 무사시 씨가 두렵지 않다면, 저도 두렵지 않아요!
무사시: ……그래. 네가 있으니 승산도 조금은 올랐겠구나.
즈이카쿠: 무사시 씨. 이제 뭘 하면 돼요?
무사시: 의식을 막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무사시: 법진의 중심에 있는 아카기를 쓰러트리고 의식을 이어받아 멈추는 것.
무사시: 혹은 의식의 수호 결계를 파괴하고 외부와 이어지는 틈을 만드는 것.
무사시: 나는 본디 수호 결계를 파괴하려 하였으나….
즈이카쿠: 어? 아카기 씨를 막는 게 더 빠르지 않아요?
무사시: 의식에는 이미 상당한 힘이 모여 있다. 의식이 끝나기 전에 중심에 가까워질수록, 이를 집전하는 아카기가 행사할 수 있는 힘 또한 더욱 커지지.
무사시: 그러므로 아카기를 쓰러트리기는커녕, 접근하는 것만으로도 상당한 저항에 부딪힐 것이야.
무사시: 이에 비하면 수호 결계를 파괴하는 것은 당장 의식을 멈출 수는 없지만, 새로운 활로를 열어주지.
무사시: 지금 의식의 수호 결계는 중앵 본섬의 대결계와 하나가 되었다.
무사시: 수호 결계를 파괴하는 것은 곧 중앵의 봉쇄를 부수는 것.
무사시: 이리 하면 외부의 사람들이 들어와 함께 아카기에 맞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무사시: 만에 하나 상황을 통제할 수 없게 되었을 때… 섬 안의 사람들을 결계의 빈틈을 통해 대피시킬 수도 있지.
즈이카쿠: 그럼 저도 수호 결계를 파괴하는 걸 도울게요! 무사시 씨!
무사시: …아니. 너는 아카기를 막으러 가렴.
즈이카쿠: 네? 하지만 아까 중심으로 갈수록 아카기 선배의 힘이 강해지고 저항도 커진다면서요?
무사시: 그건 네가 혼자일 때의 얘기지.
무사시: 나는 이제부터 수호 결계를 파괴하고 다닐 것이야. 그리하면 아카기도 나를 주목할 수밖에 없겠지.
무사시: 너는 그 틈을 노려 아카기에게 다가가거라.
무사시: 야마토… 그리고 네가 가진 그 모든 도구가 너를 보호할 거란다. '부정'의 침식 또한 너를 해치 못하겠지.
즈이카쿠: 네! 반드시 아카기 선배를 막을게요!
무사시: 후후후. 훌륭한 기개로다.
무사시: "이 일격으로 네가 나아갈 길을 열어 주마“
무사시의 온몸에서 자전이 솟구쳐 하늘을 찔렀다.
투구, 완갑, 흉갑……. 속이 빈, 약 100m에 이르는 거대한 갑옷 무사의 그림자가 허공에 나타났다.
즈이카쿠: 무사시 씨…… 이게 뭐죠!?
무사시: ……이것은, 후후. 내가 오늘을 위해 준비한 비장의 수라고 생각하렴.
무사시: 자, 즈이카쿠. 준비하거라.
무사시: "경호에 비친 뇌운, 나의 천검과 함께 자전을 발하라.“
무사시: "베어 터져라――“
갑옷 무사는 하늘을 향해 참격을 가해, 말 그대로 결계의 천지를 갈랐다.
무사시의 공격에 화답이라도 하듯 무수한 요마가 수평선 너머에서 나타났다.
바다와 하늘에서, 마치 백귀야행처럼 이매망량이 떼를 지어 덮쳤다.
즈이카쿠: 무사시 씨…… 저건……?!
무사시: ……아카기에게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는 존재들이지.
무사시: 허면 네가 나아갈 수 있도록 재차 길을 터 주마.
무사시: "두우를 쏘는 천균의 굉뢰여. 나의 천검과 함께 만리를 멸하라.“
무사시: "베어 터져라――“
바다를 가르는 일격에 요마 화생의 파도가 양단되고, 커다란 틈이 생겼다.
무사시: 쿨록콜록…… 우읍……!
즈이카쿠: 무사시 씨?! 괜찮으세요!?
무사시: 나는 괜찮다! 얼른 아카기에게 가거라!
즈이카쿠: …네! 무사시 씨…… 무운을 빌게요!
삼도천. 활짝 핀 피안화
황천을 끌어당겨 하늘을 태운다
언니…… 드디어 당신을……
~09. 후퇴
중앵 본섬. 의식이 진행됨과 함께 검은 안개의 적이 거리를 덮쳤다.
――――――!!
키누: 다들 침착해! 자리를 비우지 마!
키누: 지상에서의 기동력은 좋지 않지만, 그건 적들도 마찬가지다!
키누: 적은 숫자만 많을 뿐 뚜렷한 목표도 없고 지휘 체계도 없어!
키누: 이성이 없는 짐승에 불과해. 냉정하게 대응하면 각개 격파할 수 있어!
하타카제: 허나 이 정도 수라면 단순히 날뛰는 것에 불과하다고 해도 상대하기 버겁지.
하타카제: 우리는 괜찮아도, 야마시로의 저택과 주변을 보호하는 결계는 오래 가지 못할 게야.
하타카제: 자네도 히요와 준요가 META화 되는 것을 봤잖은가.
하타카제: 결계가 깨지면…… 우리도 궁지에 몰리겠지.
키누: 맞아. 언제까지고 수비에만 일관할 수는 없어…. 하지만 후퇴하려고 해도, 어디로――
쾅――――!!
키누: …!? 누가 저기서 싸우고 있는 거지…?
키누: 그리고 저 금빛은 대체…!?
----
야마시로의 저택. 잠시 후
이부키: 미카사 대선배, 여러분. 키타카제와 무츠키급과 함께 지원하러 왔습니다.
미카사: 이부키! 마침 잘 왔네!
미카사: 보다시피 침식의 힘이 점점 강해지고 있어. 이곳의 결계도 이미 풍전등화네.
미카사: 이부키. 혹시 이곳의 결계를 강화할 수 있겠나?
이부키: 대선배. 그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이부키: 침식은 의식이 진행될수록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곳을 고수하는 것은 장기적인 계책이 될 수 없어요.
이부키: 침식이 한계를 넘어서기 전에 모두 야쿠모산으로 철수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이부키: 야쿠모산의 결계는 야마토 씨가 설치한 것입니다. 이즈모의 수호도 있으니 그 강도는 '천암문'에 못지않습니다.
이부키: 진입로는 오직 험한 산길 한 곳뿐이니 방어하기에도 좋습니다.
미카사: 야쿠모산이라……. 내 언제 그곳에 가보리라고 이즈모와 약조했다만…. 지금은 아직 그때가 아니고, 하물며 이런 상황에서는…….
이부키: 대선배. 지금은 시세를 살필 때입니다. 우선은 눈앞의 위기를 극복해야만 뒷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미카사: …그래. 허면 결계를 벗어나 침식의 영향을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방법은 있는 겐가?
이부키: 걱정 마세요.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하고 왔습니다.
이부키: 무츠키급 여러분. 법진을 펼쳐 주세요.
이부키의 말과 함께 각각 제기를 든 무츠키급은 제 위치에 섰다. 이내 침식을 막는 원형진이 만들어졌다.
법진 안은 눈부신 빛으로 뒤덮였고, 무수한 금빛 나비들이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이부키: "법진 안에 천지 있으리.“
이부키: 대선배. 즉시 모두를 법진 안으로 모아 주세요! 이제부터 야쿠모산으로 철수합니다!
~10. 흩날리는 뇌명
용궁. 의식의 결계
고요한 수면 위에 무사시는 쓰러졌다.
무사시: 더는 소리 하나 없는가….
무사시: …바다를 메울 정도의 이매망량을 여기까지 중화시킬 수 있다니…….
무사시: 과연 진츠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구나. 결전 병기가 완성된다면…….
무사시: 하지만 이 병기는 아무나 다룰 수 있는 것이 아니야.
무사시: 내가 '핵'이 되어서 다행이구나.
무사시: 시나노였더라면…… 여기까지, 는………….
몸에서 힘이 빠져 나가면서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시간의 흐름이 점점 느려지는 것 같았다.
무사시: 중앵을 생각하는 아카기의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힘을 빌려주어 중앵을 이끌도록 했다.
무사시: 사람된 그 아이의 마음을 애틋이 여긴 나머지 우행을 돕고 말았다.
무사시: 허나 그 아이가 이토록 광기에 휩싸여 있을 줄은 몰랐구나.
무사시: 아아… 변명은 하지 않겠다.
무사시: 이런 결말 또한 필연. 후회는 하여도 두려워하지는 않는다…….
무사시: 인생 오십 년, 천하에 비하면 덧없는 꿈과 같으니… 한 번 태어나서 죽지 않는 자 그 누구인가….
무사시: 후후후…….
무사시: …이제 이 최후의 일격으로 무명의 절경에 희망의 빛을 가져오리라――
무사시: "세상의 장막을 끊고, 내 몸 피안 건너는 잎사귀가 되리라.“
무사시: '베어……봉하라――“
사라져가는 갑옷 무사의 그림자가 최후의 일격을 가했다.
검격은 붉은 달을 쪼개고 하늘을 갈기갈기 찢었다. 의식의 수호 결계에 커다란 균열이 만들어졌다.
무사시: …나의 사명은 여기까지구나…….
무사시: 남은 길은…… 그대들에게 맡기마……….
무사시: 아아……. 참으로 기나긴 하루였다……….
무사시: 이토록 피곤하니…… 이만…… 쉬어야겠구……나……….
눈을 감고 미소를 지은 채 무사시는 차가운 수면에 얼굴을 맡겼다.
갑자기 금빛 나비가 나타나 무사시의 몸을 환하게 비췄다.
그리고 한순간에 무사시도, 나비도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11. 맡겨진 의지
야쿠모산을 향한 공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
이부키: 이즈모. 모두 야쿠모산에 들어왔습니다! 결계를 닫아 주세요!
이즈모: 무리다. 적의 공격이 너무 거세서 이대로는 닫을 수 없어…!
미카사: 우리가 나가마. 적의 관심을 끌면 자네의 일도 한층 수월해지겠지.
이즈모: 미카사 대선배…. 음. 적의 공격이 약해지면 15분 안에 결계를 닫을 수 있어.
미카사: 좋다!
미카사: 키누, 하타카제, 마츠카제, 오이테. 함께 가자꾸나!
----
산길을 따라 진격한 일행은 검은 안개의 적을 창처럼 가르기 시작했다.
――!!
마츠카제: 정말로 이상한 적들이야……. 마치 에마키(絵巻)에서 그대로 뛰쳐나온 것 같아…!
하타카제: 여우, 토끼, 물고기, 까마귀, 뿔 난 오니까지…….
하타카제: 흠. 벌레는 별로 없구나.
오이테: 다행이군……. 사람만한 벌레는… 으으, 생각하기도 싫어!
키누: (뭐지 이 긴장감 없는 분위기는…. 나만 묵묵히 싸우고 있는 건가……?)
미카사: 참으로 그립구나. 이 일원으로 함께 싸워 본지가 얼마만이더냐?
하타카제: 감회에 젖는 건 나이가 들었다는 증거이네만?
하타카제: 일전에 무사시의 대국에서 함께 싸우지 않았는가.
미카사: 마츠카제와 오이테는 없었으니 논외일세.
하타카제: 하하하하…… 그렇구만.
미카사: (이 야쿠모산에도 이토록 많은 적이 나타나다니…….)
미카사: (무사시. 과연 자네는 무사히 목적을 이룬 겐가…….)
잠시 후
이부키: 미카사 대선배. 곧 결계 봉인 술식이 완성됩니다! 빨리 철수하세요!
미카사: 알겠네!
키누: 후우… 드디어 끝인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대량으로 밀려오니 끝이 없군…!
오이테: 적이 또 온다. 대선배. 얼른 철수하지.
미카사: 자네들은 모두 부상을 입었지 않나. 먼저 가게.
미카사: …뒤는 내가 맡을 테니.
마츠카제: 미카사 대선배!? 그게 무슨 말이야!?
미카사: 이는 명령일세! 아니면 여기서 전원 죽고 싶은 겐가!?
미카사는 부상당한 동료들을 뒤로하고 적들을 마주했다.
그녀는 씩 미소 짓고 검은 안개 속으로 뛰어들었다.
검은 안개를 긁어내는 포연이 전장에 휘날렸다.
몸에 입은 상처는 더는 헤아릴 수 없었다.
이제는 오로지 본능과 의지만으로 싸워 나가며, 적을 교란할 뿐――
미카사: (이토록 절망적이고 실력 차가 현저한 싸움도 오랜만이구나.)
미카사: (처음 이런 싸움을 겪은 것은… 아마 세이렌과의 첫 교전이었지.)
미카사: (오늘의 열매는 어제의 원인….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만….)
미카사: (아카기를 강제로 막을 기회라면 몇 번이나 있었고, 무사시를 설득할 기회도 몇 번이고 있었다.)
미카사: (허나 결국 나는 내버려두고 말았지.)
미카사: (언제나 소극적으로 타협하고, 언제나 사후에 수습하고…….)
미카사: (아마기……. 나는 그저 자네를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을 뿐일지도 모르겠네.)
미카사: (자네를 마주하고 앉아, 자네의 계책을 듣고, 자네와 대국을 즐기고…….)
미카사: (…이런. 그래서 나는 아카기를 막을 수 없었던 게로군….)
미카사: (허허허……. 이 또한 내가 짊어져야 할 책임인 겐가.)
미카사: (야쿠모산의 결계는 닫혔다. 이로서 중앵 본섬 내의 전력도 최대한 보전되었다고 할 수 있겠지.)
미카사: (나가토……. 방자한 대선배라 미안했네….)
미카사: (……뒷일은 자네에게 맡기겠네…….)
시야가 완전히 어두워지기 전, 미카사는 아침 해처럼 빛나는 나비 떼를 보았다.
~12. 떨어지는 꽃잎
결계의 중심. 시든 거목 뿌리에서는 침식당한 의식이 계속 진행되고 있었다.
아카기: 모자라…… 아직 모자라…….
아카기: 꽃이 아직 피지 않았어…….
아카기: 아마기 언니의 혼을 살리려면 자양분이 더 필요해…….
아카기: 이대로 의식이 끝나선 안 돼. 절대 끝나게 둘 수 없어…….
아카기: 설령 통제할 수 없게 된다고 해도…….
아카기: 아마기 언니…. 당신이라면 분명 잘 수습할 수 있을 거야…….
아카기: 나는 중앵을 이끄는 존재가 될 수 없었어…. 하지만 언니, 당신은 달라!
아카기: 언니야말로 중앵을 이끌고, 나를 이끄는 존재…….
아카기: 당신만 돌아온다면, 모두 잘 될 거야…….
아카기: 설령 모두 불타 버린다 해도…. 당신이라면 반드시 원래대로 돌려줄 거야……. 그렇지? 아마기 언니?
아카기: ……그런 거죠?! 당신이라면 분명 해낼 수 있어요!
아카기: 그러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언니를 되살리겠어요…….
아카기: 이제 조금…… 조금만이면… 조금만 더 하면 되는데……!
아카기: 왜? 어째서…? 왜 마지막 하나가 모자라지…?
아카기: …………….
아카기: 카가……. 너와 나는 아마기 언니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고, 언니의 혼의 마지막 조각을 보충하기 위한 가장 좋은 제물이야….
아카기: 알지? 의식만 마치면 아마기 언니는 되돌아올 거야.
아카기: 그러니…… 카가?
아카기: 나와 같이 가자.
카가: ……………아아.
카가: '아카기'. 같이 가자.
카가: 이 의식의 마무리를 짓자――
거목을 등진 카가는 여우 가면을 벗고 아카기를 돌아보며 미소 지었다.
카가: "나락에서 황천에 이르리."
시든 가지가 카가의 가슴을 관통했다. 입가에서 떨어지는 피가 마치 진홍색 꽃망울처럼 선명하게 가지를 수놓았다.
카가: 큭……. 각오는 했지만…….
카가: 역시……아프…네……. 쿨럭…….
아카기: ……카가!?
아카기: ……이건… 언니가 준 장식……?
아카기: 네가 한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던 게…… 왜 지금 나한테 있는 거야?!
아카기: 왜…… 왜 나를 지켜준 거야?!
아카기: 왜 너만…… 우리 같이 가기로 했잖아!?
카가: 나 혼자면…… 충분해……….
카가: 아마기 씨가 그때 내게 빌려준 것을… 네게 돌려줬을…… 뿐이야……….
카가: 그 사람이… 한 번 더 너를 지켜준 거야…….
카가: 이걸로……나는…… 너를………….
아마기: "…………………아카기를, 잘 부탁드립니다…."
카가: 약속은……지켰어……. 아마기 '언니'…….
카가: 아카기……. 더 이상은 널 지켜줄 수 없어…….
카가: 네가 만든 인과는……너만이 풀 수 있어…….
카가: 네가 사랑하는… 소중한 존재들도…….
카가: 이제부터는…… 너 혼자서……….
피로 맺힌 꽃망울이 하나둘씩 피어나기 시작했다.
이미 목적은 달성했다는 듯, 거목은 가지를 거두어들였다. 곧 카가의 모습은 수관 사이로 사라졌다.
이윽고 시든 가지에 검붉은 벚꽃이 만발했다.
~13. 지휘관
의식은 끝났다. 현세와 피안의 다리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뤄져야 했을 부활. 행해져야 했을 재회는 무엇 하나 일어나지 않았다.
아카기: "벚꽃이 만개할 때 아마기 언니께서 다시 꽃바다에 모습을 드러내리라――"
아카기: 후, 후후후. 아하하하하…….
아카기: 하하하하하하하하하!!
아카기: 결국…… 결국 헛수고였어…….
아카기: 어떤 결말도 각오하고 있었지만…… 이런 식일 줄은 전혀 몰랐어….
아카기: 부활한 건 언니가 아니라 이 시든 벚나무라니…….
아카기: 아아…… 하하, 아하하하하…….
아카기는 카가가 남긴 장식 조각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피가 줄줄 흐름에도 결코 놓지 않았다.
아카기: 생각났어…. AF 전장에서도… 아마기 언니가 날 지켜주셨어….
아카기: 그래서 내 장식은 없어지고… 카가 것만 남은 거야…….
아카기: 지금… 언니가 다시 나를 지켜주셨어…….
아카기: 언니가 남긴 마지막 물건도… 이제는 사라졌어…….
아카기: 아아…. 아마기 언니는 이제 어디에도 없어……. 두 번 다시 만날 수 없어…….
아카기: 아마기 언니도, 카가도, 더는 곁에 없어…….
아카기: 나를 지켜줄 사람은 이제 아무도 없어…….
아카기: 이제…… 아무도………….
아카기: 아하하하…… 하하하하…….
아카기: 카가…… 너는 참 바보야…….
아카기: 너는 진작에 다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날 말리지 않은 거야…….
아카기: 너라면 나는 경계하지 않았을 텐데…. 만약 네가 날 막으려 했다면…….
아카기: 정말로…… 손쉽게 막을 수 있었을 텐데…….
아카기: 너라면…… 너였다면……….
아카기: 대체 왜 이렇게 된 걸까………….
저 멀리서 망량들이 몰려오는 것이 보였다.
아카기: ……후후. 이제 이용 가치가 없어진 나를 처분하려는 거구나.
아카기: 좋아. 현세에서 만날 수 없다면…….
아카기: 저세상에서 다시 만나요. 카가, 아마기 언니…….
―――――!!!
아카기: …함재기 공습?!
즈이카쿠: 선배…… 아카기 선배! 들려!?
즈이카쿠: 침식이 사방으로 퍼지고 있어! 이 이상 의식을 진행해도 선배 뜻대로는 되지 않을 거야! 빨리 멈춰!!
아카기: 즈이카쿠……? 무사시가 솔로몬 제도로 보냈을 텐데… 왜 여기에……?
――――――!!!
즈이카쿠의 함재기 말고도 더 많은 함재기가 줄지어 날아오고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함재기들은 무사시가 결계를 갈라 만들어낸 틈 사이로 들어오고 있었다.
류호: 아카기 씨! 도우러 왔습니다! 괜찮으십니까!
아카기: ……류호…!?
통신: ――
아카기: 류호! 너 왜 돌아온 거야!?
류호: …!! 다행이다…. 아카기 씨, 무사하셨군요!
류호: 나가토 님도 함께입니다. 그리고 다른 진영의 원군까지 있습니다!
아카기: 나가토!? 그리고… 다른 진영까지…?
즈이카쿠: 맞아! 나가토 님이 각 진영의 함대를 이끌고 오셨어!
즈이카쿠: 아직 안 늦었어! 의식의 법진만 파괴하면 다 되돌릴 수 있을 거야!
아카기: 이미 늦었어! 뭘 하든 소용없어!
아카기: 내가 오랫동안 꾸민 수많은 계획, 음모, 준비…… 그 결과가 바로 이거야!
아카기: 이미 희생된 사람들을… 어떻게 되돌릴 수 있다는 거야!
즈이카쿠: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아직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있는데 왜 포기하는 건데!!
나가토: 둘 다 멈추어라! 법진을 파괴해서는 아니 된다!
즈이카쿠: 나가토 님?!
나가토: 의식은 성사되고, 이미 특이점 '나락'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나가토: 지금 법진을 파괴하면 정말로 돌이킬 수 없게 될 것이야!
나가토: 아카기. 비록 그대는 독단적인 행동으로 중앵과 동료, 그리고 그대 자신을 다치게 했지만….
나가토: 그대가 한 모든 일이 헛되지는 않다.
나가토: 그대의 소원인 아마기의 부활은…… 이루어질 수도 있다.
나가토: 또한 이 의식으로 인한 피해와 희생도… 되돌릴 수 있다!
아카기: 그게…… 정말이야…?
나가토: 물론. 나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
나가토: 허나, 그 미래를 찾아낸 것은 내가 아닌 '지휘관'….
나가토: 우리의 지휘관이다.
의식 끝에 특이점 나락이 세상에 나타났다
마음은 이루어지지 않고, 소원은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핏빛 수평선에는 희망이 빛나고 있다
노력은 보상을 받으며, 마음은 공을 이룰 것이다
모든 '인'은 드디어 '과'로 향한다.
모든 진영을 끌어들이는 싸움은 여전히 계속된다
저편의 소리는 여전히 별하늘에 메아리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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