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나’의 힘
알자스 일행이 전투에 가세했다――아니,
알자스 일행이 기록 속 자신과 융합하면서 승리의 저울은 다시 이쪽으로 기울었다.
거룩한 금빛 속에서 엑스의 군세는 점점 패퇴하고 있었다.
도저히 해치울 수 없을 것 같았던 ‘부착 구역’도 빛과 함께 쏟아지는 포화로 조금씩 빛이 바래다 이내 흰 결정체가 되어 산산조각 났다.
푸른색 용오름이 벗겨지면서 IX급 의태수도 외마디 탄식을 남기고 사라졌다.
브렌누스: 심판의 때가 임하였다. 실로 엮은 죽음 속에서 티끌로 돌아가거라.
모가도르: 피라미들은 사라져~
알자스: 알자스, 소탕 모드로 이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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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시각. 지휘함 내부.
지휘관: 강해……. 방금 전까지 고전했던 강적을 순식간에 해치웠어.
지휘관: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로드니: 저도 모르겠습니다.
로드니: 저는 어디까지나 당신 자신을 보여줄 수 있는 기반을 빌려줬을 뿐이에요. 모든 것은 당신 자신의 힘으로 이룬 결과입니다.
지휘관: 나의… 힘?
미스 D: 오오오! 역시 비밀 조수!
지휘관: 미스 D는 뭐 아는 거 있어?
미스 D: 음… 딱히? 그냥 칭찬인데?
퀸 엘리자베스(META): 부착 구역을 중화했다고……? 비장의 카드는 없었을 텐데……?
퀸 엘리자베스(META): 베아른.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베아른(META): 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아까 금빛에 휩싸이는 순간 어쩐지 알자스 일행의 분위기가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습니다.
베아른(META): ……어떤 장비나 비적에도 의존하지 않고 어떻게 이런 일을 해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위치타(META): (방금은 대체 뭐지……?)
위치타(META): (저 아이들….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고 엔터프라이즈와 같은 일을 해냈어…!)
위치타(META): (게다가 기록 안의 존재가…… 순식간에 기록 밖의 존재와 바뀌었어.)
위치타(META): (헬레나도 아니고 실험장β의 기술력으로 그게 가능할 리가…!)
통신: ――――
리펄스(META): ……연결됐다!? 언니, 됐어! 드디어 따라잡았어!
리나운(META): 폐하……. 리나운과 리펄스, 지원하러 왔습니다! 명령을!
퀸 엘리자베스(META): 리나운!? 왜 그렇게 다쳤어…!?
퀸 엘리자베스(META): 리펄스까지…. 왜 여기 온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진작에 전 함대에 철수 명령을 내렸잖아! 대체 왜!?
리나운(META): 폐하께서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으니까…… 마중하러 나왔습니다.
퀸 엘리자베스(META): ……오느라 고생 많았어.
퀸 엘리자베스(META): 사실… 너희가 오기 전까지 상황은 절망적이었어. 나도 싸우다 죽을 각오를 하고 있었고.
퀸 엘리자베스(META): 그런데…… 연달아 일어난 ‘기적’ 같은 일들 때문에… 이렇게 너희하고도 다시 만날 수 있었네.
퀸 엘리자베스(META): …진심으로 고마워. ‘먼 곳에서 온 맹우’ 여러분.
지휘관: ……엘리자베스. 혹시… 눈치챘어?
퀸 엘리자베스(META): 어렴풋이. 혹시 맞았어?
→ …………
→ ……그래
로드니: 당신은 당신의 저항을 완수하고, 다가오는 ‘죽음’조차 역전시켰습니다.
로드니: 모든 것은 허무로 돌아가지만……여러분의 ‘끝’은 그 너머에 있습니다.
로드니: ‘로드니’는 고치를 파괴하고 이 허상을 끝낼 것입니다.
로드니: 자,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가죠.
로드니: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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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사라지고 알자스 일행은 다시 무기질적인 세계로 돌아왔다.
브렌누스: 여기는…… 마르티리움의 고래의 등…?
에페: 우리… 돌아온 거야…?
데스 섀도우: ……40%……50%……60%.
모가도르: 데스 섀도우! 아직 충전 중이라는 건… 우리가 다른 곳에서 싸우는 동안 여기 시간은 거의 흐르지 않았다는 건가?
플뢰레: 그보다 데스 이레이저인가 뭔가부터 멈춰야 하지 않을까?!
알자스: 알자스, 아까 얻은 엄청난 힘이 아직 남아 있는 것 같아…….
브렌누스: 나도 그래. 점점 빠져나가는 것 같지만, 지금이라면 저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을 것 같다.
모가도르: 에헤헤♥ 그럼 힘이 남아 있을 때 단번에 단번에 해치워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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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 이레이저의 충전이 85%가 넘어가기 전에 모든 것이 끝났다.
브렌누스가 조종하는 은사의 검이 잇달아 내리꽂히며 데스 섀도우가 휘감고 있는 검은 안개를 걷어내고 퇴로를 차단했다.
그리고 천마처럼 질주하는 알자스가 유려한 일격을 날렸다.
쇠사슬이 짤그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사신의 창백한 몸체가 찢어졌다.
알자스: 알자스, 최후의 일격!
모가도르: 후우… 끝났다~
브렌누스: 엘레강트한 호흡이었다. 완벽한 승리군.
플뢰레: 힘도 완전히 사라졌네. …어? 혹시 위기일발이었나?
알자스: 고래를 구속하는 미스 D의 가짜가 사라졌으니 통제권도 미스 D한테 돌아갔겠지…? 이제 빨리 지휘관을 찾자!
알자스: 우리가 벌써 고래를 포획한 걸 알면 지휘관도 깜짝 놀랄 거야!
에페: 그, 그게……. 다들 밑을 봐봐…!
모가도르: 밑에? 마르티리움?
모가도르: 아. 싸우던 중에도 고래가 계속 이동했나 봐. 어느새 가장 바깥 고리까지 왔어….
플뢰레: ……그럼 다시 맨 안쪽 고리로 돌아가야 한다는 거야?
브렌누스: 이번엔 미스 D도 없으니 이동하려면 죽음을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겠군….
알자스: 그, 그럴 수가―!!
~25. 빛나는 중앙
빛이 사라지자 다시 시야에 마르티리움이 들어왔다.
미스 D: 해냈어 조수! 다시 돌아왔어!
미스 D: 여기는 마르티리움의 세 번째 고리! 즉 가장 중심부야!
미스 D: 드디어 접혔던 공간이 다 펼쳐졌어!
미스 D: 흐흥! 이제 고래도 못 도망치겠지!
미스 D: 그럼~ 고래는 어디 있을까~~?
미스 D: 에에에에엑!? 가장 바깥쪽 고리로 날아갔잖아!?
미스 D: 조수! 지금 바로 가서….
지휘관: 잠깐만. 뭔가 이상해.
주위를 둘러봤다. 마르티리움의 중심인 이곳은 다른 고리보다 훨씬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눈길을 끄는 것은 중앙 광장에 서 있는 거대한 조각상이었다.
날개 모양으로 조각된 대리석 여러 장이 노란 크리스탈을 감싸고 있었다. 얼핏 보면 무척이나 거룩한 광경이었지만…….
자세히 보면 흠잡을 곳 없이 하얀 대리석과는 별개로 이질적인 ‘하얀색’이 온 거리를 뒤덮고 있었다.
마치 살아 있는 듯한, 균사처럼 번식하고 퍼지는 하얀색이었다.
지휘관: …침식성 복합체?!
지휘관: 왜 갑자기 침식성 복합체가 마르티리움에 나타난 거지?!
지휘관: 설마 데빌과 함께 있었던 META가 한 짓인가…?
미스 D: 으으으…… 징그러워…. 조수, 얼른 가자.
통신기를 켜고 알자스 일행과 엘리자베스한테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통신기는 지지직거리는 소리와 함께 완전히 망가졌다.
지휘관: 데빌…! 이번엔 통신장치 자체를 파괴한 건가!
지휘관: 지금은 가용 전력이 없어. 엘리자베스의 지원도 끊어진 이상 너무 위험해…!
귓가에 데빌의 환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지휘관: 미스 D, 맨 바깥쪽 고리로는 어떻게 갈 수 있지?
미스 D: 일단 마르티리움을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면 돼!
미스 D: 나가는 방법도 알아! 가운데 빛나는 곳이야!
지휘관: 침식성 복합체가 가장 두터운 곳인가….
지휘관: 아무래도 거기서부터 조사할 수밖에 없을 것 같네.
~26. 합창
광장에 접근하자 누군가가 앞을 가로막았다.
하타카제(META): 드디어 만났군. 지휘관.
하타카제(META): 내 소개가 필요한가?
지휘관: 하타카제 META…….
하타카제(META): 그래. 하타카제다.
지휘관; IX급 의태수를 부른 건 네 짓인가?
하타카제(META): 그래. 그것은 어차피 허상의 호수에서 일어난 잔물결 같은 것. 잃는다 해도 손해는 아니지.
하타카제(META): 인정하지. 자네에게는 많이 놀랐네.
하타카제(META): 그리고 폐도 끼쳤지.
하타카제(META): 자네도 봤겠지? 허상 속에 있던 ‘로드니’라도 자칭하는 존재를.
하타카제(META): 만약 무사히 고치가 부화한다면 그녀는 ‘그것’이 되어 위대한 존재로 태어날 예정이었다만……
하타카제(META): 아쉽게도 그녀는 스스로 그 과정을 끝내기로 했네.
하타카제(META): ……고치를 부수고, 자신의 숙명도 부수고.
하타카제(META): 그런 선택을 하게 만든 건, 자네겠지?
→ ……
하타카제(META): 대답하지 않아도 괜찮네.
→ 그래
하타카제(META): 흠. 역시나.
→ 그녀도 선택할 권리가 있어
하타카제(META): 그래서 최악의 선택을 하게 한 건가?
하타카제(META): 하아…. 참으로 아쉽게 됐어.
하타카제(META): 이렇게 된 이상 고치 조각과 이 ‘죽음’을 구현한 도시까지, 내가 고맙게 활용하도록 하지.
하타카제의 말과 함께 건물을 덮고 있던 침식성 복합체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무수한 촉수가 하늘로 그 팔을 뻗어 소리 없는 찬송가를 합창했다――
어느덧 마르티리움의 금빛 광채는 기괴한 보라색으로 변했다.
지휘관: (…여전히 모두와 연락은 되지 않아. 하지만 분위기가 이렇게 확연하게 변했으니 분명 이상을 눈치채고 달려올 거야.)
지휘관: (그때까지는 어떻게든 시간을 벌어야 돼…….)
지휘관: 도시의 색이 변했는데, 뭘 한 거지?
하타카제(META): ――“×ĚŃřźşÉí”
지휘관: 무시하는 거냐?
지휘관: (전혀 들어 본 적 없는 말이야. 애초에 ‘언어’가 맞기는 한가…?)
지휘관: 미스 D. 하타카제가 뭘 하고 있는 건지 알겠어?
미스 D: 마르티리움의 통제권을 노리는 거 같아!
지휘관: 방금 무슨 말을 했는지는 알겠어?
미스 D: 몰라! 난 번역 기능 없어!
지휘관: 막을 방법은 없어?
미스 D: 해볼게! 근데 내가 쟤하고 싸우면 조수는 누가 지켜?
지휘관: (나는 신경 쓰지 말라고 하고 싶지만… 실패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 조바심은 금물인가….)
하타카제 META의 섬뜩한 낭송이 이어졌다.
하타카제(META): “śřşó”
하타카제(META): “ÓÚ´Ë´ŚŐŔˇĹ°É”
하타카제가 팔을 벌림과 동시에 대리석 조각상들도 날개를 펼쳤다.
거대한 크리스탈이 빛을 발하고, 하얀 사람 그림자가 하늘에서 내려왔다.
지휘관: 로드니?!
지휘관: 아냐. 생긴 건 똑같지만… 이 기운은… 그녀가 아냐!
하타카제(META): 후후. 예리하군.
하타카제(META): 그래. 저건 고치 조각으로 키운 복합체를 뭉쳐서 만든 거짓 그림자에 지나지 않아.
하타카제(META): 그래도 충분히 대단해 보이지 않나?
빛에 감싸여 있으면서도 주변의 빛을 퇴색시키는 로드니.
무표정한 얼굴, 기도하듯 맞잡은 손, 바람에 나부끼는 머리카락, 그리고 천천히 날갯짓하는 두 날개.
단지 허공에 떠 있는 것만으로도 그 위압감은 마르티리움을 능가하는 것 같았다.
퀸 엘리자베스(META): 이건 ‘공간 충격’을 일으킨 로드니가 아니야.
퀸 엘리자베스(META): 인위적으로 만든 기반에 ‘로드니’의 개념을 탑재하고, 보이지 않는 것을 강제로 고정시켜 탄생한 꼭두각시….
퀸 엘리자베스(META): 그런데도 이렇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믿을 수 없어. 이런… 이런 짓을 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니…!
헬레나(META): 그렇게 잘난 척하더니 결국 이 꼴이야? 네가 모르는 건 아직 산더미처럼 많아.
퀸 엘리자베스(META): 상당히 불손한 녀석이네.
퀸 엘리자베스(META): 게다가 내 탐지도 모두 피하고…. 대체 누구야?
헬레나(META): 너와 달리 지휘관의 진정한 아군이야.
헬레나(META): 대답해. 지휘관을 아무도 몰래 이런 위험한 곳에 데리고 오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네게 대답할 의무는 없어.
퀸 엘리자베스(META): 하지만 네가 지휘관의 편이라고 주장한다면 내 잠재적인 맹우라고 봐도 되겠지.
퀸 엘리자베스(META): 간단해. 실험장β의 위기를 극복할 핵심 인물로서 지휘관은 이 모든 걸 알 필요가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아니,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해. 직접 봐야지.
헬레나(META): 세계α, 안티 엑스의 진짜 목적, 그리고 엑스에 대해서까지…….
헬레나(META): 너무 많이 아는 건 독이라는 말 몰라?
헬레나(META): 아직 지휘관이 받아들이기에는 너무 일러!
퀸 엘리자베스(META): ……이르다고?
퀸 엘리자베스(META): 보놈 리샤르와 아비터가 지금도 실험장β의 문 밖에서 싸우고 있는데, “너무 이르다고”?
퀸 엘리자베스(META): 너, 너무 과잉보호하는 거 아냐?
헬레나(META): 너는 몰라.
헬레나(META): 아무튼 지금은 이런 걸로 입씨름할 때가 아냐. 마지막으로 하나만 물을게. ……나를 방해하려고 했던 사람은 네 부하야?
퀸 엘리자베스(META): 지금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 난 네 존재도 몰랐는데 어떻게 방해를 해?
헬레나(META): ……알겠어.
위치타(META): 너는…… 헬레나?
헬레나(META): 네가 아는 헬레나는 아냐.
위치타(META):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위치타(META): 흥. 역시 히류 말이 사실이었군.
헬레나(META): 네가 묻고 싶은 건 지금 이 자리에서 입에 담기에는 적합하지 않아. 대답할 생각도 없고.
위치타(META): ……그래 그래, 알겠어.
위치타(META): 너는 지금 막 온 건가? 목표는 녀석인가? 아니면 고래?
헬레나(META): 둘 다 아냐. 난 지휘관을 데리러 왔어.
위치타(META): ……….
헬레나(META): 네 다음 질문에도 난 대답하지 않을 거야.
위치타(META): ……여전하네.
위치타(META): 좋아. 적어도 목표가 겹치지 않는 건 다행이네. 우린 이제부터 저 녀석을 처리할 거야. 이견 없지?
헬레나(META): 그래, 없어.
퀸 엘리자베스(META): 우리도 고래만 포획하면 돌아갈 거야.
헬레나(META): 지휘관은 지금 당장 나하고 가야돼.
퀸 엘리자베스(META): 흐응. 지금 지휘관한테 함대를 버리고 가라는 거야?
헬레나(META): ……….
아비터 데빌XV: 어머, 다들 재밌어 보이는데 나도 좀 끼워줄래?
퀸 엘리자베스(META): 아비터 데빌……!
위치타(META): 아직도 있었나?
아비터 데빌XV: 클라이맥스 도중에 퇴장하는 관객이 어디 있어?
위치타(META): 흥. 계속 남아 있을 셈이라면 너까지 해치워 버리겠어.
아비터 데빌XV: 아하하하! 너희만으로?
아비터 데빌XV: 장담하는데 ‘로드니’ 앞에서 너희는 30분도 채 못 버틸걸?
아비터 데빌XV: 뭐, 그 전에 너희 소중한 지휘관이 잿더미가 되어 버리겠지만.
아비터 데빌XV: 너희가 여기서 전멸하는 꼴을 보지 못하는 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모르겠네~
퀸 엘리자베스(META): ……우리 잠깐 손잡는 게 어때?
위치타(META): 그래. 이 건방진 꼬맹이한테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겠어.
헬레나(META): ……이번만이야.
아비터 데빌XV: 후후후. 얘기는 다 끝났어?
아비터 데빌XV: 그럼――클라이맥스답게 화려하게 춤춰 보자!!
~27. 세 번째 ‘죽음’을 향해
로드니: ―――!!!
쾅―――!!!!!
미스 D: 조수! 바깥은 위험하니까 내 곁에서 절대 떨어지지 마!
지휘관: 그래. 하지만 이대로는……!
조각상 주변은 전화의 중심이었다.
엘리자베스, 잔불, 심지어 뒤로 빠져 있던 헬레나도 지금은 무대 앞으로 나와 함께 공통의 적에 맞서고 있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지금까지의 나의 경험과 인식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나는 마치 폭풍 앞의 나뭇잎처럼 미스 D의 보호 아래 간신히 버티고 있었다.
지금의 전투를 기록하는 것만이 최선이었다.
감히 지휘를 할 생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그런 와중에 또 다른 함대가 폭풍 속으로 뛰어들었다.
알자스: 지, 지휘관! 알자스가 함대를 이끌고 지원하러 왔어!
플뢰레: 휴우……. 다행히 안 늦었네…!
모가도르: 이쪽 전세는 정말…… 큰일이네.
지휘관: 알자스…?
지휘관: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다들 무사한 거야?
브렌누스: 아아. 우리는 고래 위에서 데스 섀도우와 싸우고 있었다.
브렌누스: 집검자에게 이끌려 들어간 공간에서 얻은 힘이 사라지기 전에 성공적으로 데스 섀도우를 쓰러트렸다.
브렌누스: 하지만 전투 중 고래가 첫 번째 고리로 이동하는 바람에 우리도 같이 끌려갔다.
브렌누스: 호위 역을 자청했던 주제에 집검자를 떠나다니……. 면목없군.
지휘관: 그럼 첫 번째 고리에서 다시 여기까지 온 거야?
지휘관: 미스 D는 계속 나하고 같이 있었는데… 그럼 설마…….
브렌누스: 이 공간의 규칙을 따랐지.
플뢰레: 에헤헤…. 사실 그렇게 무섭지도 않았어.
지휘관: 다들 미안해. 먼저 연락을 했어야 했는데…….
에페: 괘, 괜찮아…. 원래 지휘관한테 갈 생각이었으니까….
알자스: 알자스, 지휘관과의 회선을 계속 점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연락이 안 됐어!
지휘관: 그래. 마르티리움 중심부에 들어오면서 통신기가 망가졌거든.
알자스: 그래서 지휘관의 명령을 받으려고 직접 찾아온 거야!
모가도르: 구헤헤헤♥ 걱정해줘서 고마워, 지휘관~
모가도르: 뭐, 그 공간에서 얻은 힘도 사라졌고 솔직히 저기서 벌어지고 있는 전투는 우리가 끼어들 수 있는 수준이 아니지만.
모가도르: 그게 우리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니지.
모가도르: 지금 ‘로드니’는 아비터와 침식의 지원을 받고 있어.
모가도르: 우리가 로드니를 직접 상대할 수는 없지만, 하타카제 META의 빈틈을 노려서 침식성 복합체를 처리하는 것쯤은 충분히 할 수 있는데~?
알자스: 응! 알자스는 절대 지휘관을 떠나지 않아!
지휘관: 모가도르 말이 맞아. 지금 전장의 초점은 로드니에게 맞춰져 있지만, 로드니가 이번 싸움의 전부는 아냐.
지휘관: 하타카제 META는 아직도 뭔가를 꾸미고 있고, 데빌은 현재 모습을 감추고 있으니까….
지휘관: …고마워. 이제 뭘 해야 할지 알았어.
지휘관: 전 함, 진형을 갖춰라! 이제 우리의 싸움을 시작할 시간이다!
~28. 재조각
전장의 한구석에서 알자스 일행은 나름대로 분투하고 있었다.
――――!!
알자스: 보고! 알자스, 3시 방향 적의 격파 확인!
모가도르: 만세~♪ 침식 확산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어~
지휘관: 좋아! 이 기세로 크리스탈까지 밀고 나간다!
지휘관: 하타카제 META는 저 크리스탈을 이용해 이 마르티리움을 통제하고 있을지도 몰라!
플뢰레: 지휘관! 이쪽은 화력에 밀려서 예정 구역으로는 아직 진입 못할 거 같아.
지휘관: 그 교전 지역은 우회하고 바로 다음 구역으로 진행해.
지휘관: 너희 목표는 전투가 아니라 하타카제 META의 위치를 파악하는 거야. 무엇보다 다치지 않게 조심해!
에페: 아, 알겠어…!
브렌누스: 집검자. 전장에 데빌의 드론이 조금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본체의 위치는 파악하지 못했다.
지휘관: 드론과는 교전하지 마. 작전대로 수색에 집중해.
브렌누스: 알겠다.
지휘관: (로드니는 협공으로 인해 점점 무너지고 있어.)
지휘관: (하지만 하타카제 META는 침식성 복합체를 내보내고 나서는 전혀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어.)
지휘관: (데빌도 그렇고….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게 분명해….)
지휘관: (……설마 이대로 로드니를 쓰러트리기를 기다리고 있는 건가?)
지휘관: 미스 D. 로드니의 상태는 어떻지?
미스 D: 멀쩡해 보이지만 슬슬 붕괴 직전일걸?
지휘관: …붕괴? 붕괴되면 어떻게 되는데…?
미스 D: 몰라!
지휘관: (헬레나한테 연락해 볼까? 싸우는 중일 테지만…… 어쩔 수 없지.)
통신: ――
지휘관: 헬레나, 들려?
헬레나(META): 응. 곧 끝날 거야. 몸조심해.
지휘관: 난 괜찮으니까 걱정 마. 그보다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
헬레나(META): ……어, 지금?
지휘관: 응, 미안하지만 상황이 급해서…. 지금 당장 알아야 해.
헬레나(META): 알겠어. 뭐든지 물어봐.
지휘관: 저 ‘로드니’는 단순히 침식성 복합체로만 구성된 가짜인 게 확실해?
지휘관: 가짜가 어떻게 이렇게까지 강력할 수가 있지?
헬레나(META): 침식성 복합체는 어디까지나 접착제 역할만 해. 중요한 건 고치 조각이야.
헬레나(META): 고치란 원래 로드니가 스스로 세상에 태어나기 위해 준비한, 현실 세계의 자신의 개념을 고정하기 위한 기반이야.
지휘관: 기반…….
헬레나(META): 기록 속 공간에 나타난 엑스는 하타카제 META의 짓일 거야. 로드니를 완전히 침식시키려고 했겠지.
헬레나(META): 하지만 네게 영향을 받은 로드니는 스스로 고치를 부숴버렸어.
헬레나(META): 이것으로 엑스의 침식은 막았지만, 현실 세계로 이어지는 통로도 무너지고 말았지.
지휘관: 하타카제 META는 남은 조각으로 어떻게든 힘만 있는 인형을 만들었다는 거야?
헬레나(META): 맞아.
지휘관: 즉 침식을 없애면 고치도 산산조각 나서 사라지는 건가?
헬레나(META): 응.
지휘관: 혹시 파괴하지 않고 저 로드니의 존재만을 이 세계에 남길 수도 있어…?
헬레나(META): …어렵지만 불가능한 건 아냐.
헬레나(META): 하지만 그렇게 할 거면… 안전상의 이유로 저 로드니의 힘을 대폭 제한해야 해.
지휘관: 상관없어. 추측에 불과하지만, 하타카제와 데빌은 너희가 로드니를 파괴하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
지휘관: 놈들의 속셈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대로 이루어지게 놔두면 안 돼.
헬레나(META): 알겠어. ‘D’, 로드니에게 접근하는 걸 도와줘. 가까이 가야만 작업을 할 수 있어.
미스 D: 고래가 없으면 못한다고 말했잖아!
헬레나(META): 괜찮아. 내가 도와줄게.
헬레나(META): 자원 변환, 데이터 전송 모드 실행――
파란 모자이크로 이루어진 격류가 통신기를 뚫고 나와 미스 D를 감쌌다.
다음 순간 미스 D와 헬레나는 로드니의 배후에 나타났다.
로드니: …………?
미스 D: 어? 어떻게 된 거야? 우와아아아――
헬레나(META): 해킹 개시…… 완료.
헬레나(META): 오버라이트…… 완료.
헬레나(META): 로드니. …재조각되어 META가 되어라.
부드러운 푸른빛이 로드니를 감싸며 너덜너덜하던 몸을 빠르게 수복했다.
침식의 기운도 맑은 기운에 휩쓸리듯 순식간에 사라졌다.
모든 것이 끝나자――
로드니(META): …당신이 저를 이곳으로 불렀군요.
헬레나(META): 아니었다면 너는 산산이 흩어져 사라졌을 거야. 감사는 지휘관에게 해.
로드니(META): ………….
로드니(META): 알겠습니다.
이렇게 마르티리움 상공에서의 전투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끝났다――
~29. 끝나지 않은 사냥
마르티리움 중심부. 조각상 앞.
알자스: 알자스, 크리스탈로 향하는 통로를 확보!
――――!!
하타카제(META): 거기까지다 애송이.
모가도르: 하타카제 META…….
알자스: 지휘관. 하타카제 META를 발견했어! 지시를 내려줘!
지휘관: 역시 저 크리스탈이 핵심인가 보군. …걱정 마. 로드니는 이미 무력화됐고, 놈도 더는 도망갈 곳이 없어.
하타카제(META): 후후, 후후후후……. 자네들은 정말로 나를 놀라게 하는구만.
하타카제(META): 하지만 잊지 말거라. 이 마르티리움의 통제권은 아직 내 손에 있다는 것을.
퀸 엘리자베스(META): 과연 그럴까?
눈부신 빛과 함께 마르티리움 상공에 또 다른 구조물――‘카멜롯’의 성이 나타났다.
하타카제(META): …뭣!?
퀸 엘리자베스(META): 네가 뒤에서 이것저것 꾸미는 동안 내가 아무것도 대비하지 않았을 거 같아?
퀸 엘리자베스(META):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았던 건 내 열차가 손상을 입을까 걱정돼서였어.
퀸 엘리자베스(META): 지금 네 본체가 나타났고, 마르티리움의 침식도 지휘관이 거의 다 정리했어.
퀸 엘리자베스(META): 과연 네가 계속 통제를 유지할 수 있을까?
퀸 엘리자베스(META): “영광스러운 천구 궤도에 열차는 오직 하나뿐”――내 열차에서 나가!
하타카제(META): 큭……!
하타카제(META): 실험장β…… 두고보자……!
하타카제(META): 앞으로 한 발짝이었는데 이런 실수를 하다니….
하타카제(META): 내 패배다. 하지만 자네들의 승리도 아냐!
퀸 엘리자베스(META): 입만 살아가지고!
퀸 엘리자베스(META): 자, 이제 청소만 좀 하면 침식 문제는 완전히 해결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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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티리움 중앙에 있는 조각상의 날개가 다시 펼쳐졌다.
거대한 크리스탈은 이번에야말로 신성한 빛을 발하며 도시를 빛내고 있었다.
곳곳의 침식성 복합체가 빛 속에서 타올랐다. 이내 마르티리움은 다시 거룩한 모습을 되찾았다.
퀸 엘리자베스(META): 후우… 됐어, 완벽해.
퀸 엘리자베스(META): 이제 고래만 회수하면…….
의문의 소리: ――――!!
미스 D: 이 소리는… 고래다!
미스 D: 으아아아아! 고래다! 고래가 도망가고 있어!!
굉음과 함께 고래는 마르티리움 상공으로 날아올라 저 멀리 헤엄쳐 갔다.
알자스: 데스 섀도우를 쓰러트렸으니 지금 고래의 통제권은 아무도 가지고 있지 않을 텐데….
지휘관: ……이런! 데빌 짓인가!
지휘관: 녀석이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건 하타카제 META가 싸우는 동안 고래를 빼앗기 위해서였어…!
지휘관: ……보기 좋게 당했군…….
위치타(META): 아아. 여전히 교활한 녀석이군…. 녀석이 큰소리 쳤던 건 우리 주의를 다른 데로 돌리기 위해서였어.
헬레나(META): ……나도…. 미안해.
미스 D: 아니 아니 지금은 사과하고 있을 때가 아니잖아!
미스 D: 고래! 빨리 고래를 쫓아――!!
퀸 엘리자베스(META): 잠깐! 차량 회수가 먼저야!
미스 D: 열차는 됐어! 고래 고래 고래!
미스 D: 내 고래―――――!!!!
퀸 엘리자베스(META): …………………………………………아 진짜!
지휘관: 일단 퀸즈 라이트호로 돌아가자.
헬레나(META): 잠깐. 지휘관은 가면 안 돼.
지휘관: 헬레나?
퀸 엘리자베스(META): 내 생각도 그래. 이어지는 추격전은 예측하기도 어렵고 매우 위험할 거야. 원래 이번 작전에 상정되었던 내용도 아니고.
퀸 엘리자베스(META): 지휘관은 아이리스 함선들하고 같이 귀환해. 무사히 돌아가는 것까지가 작전이야.
엘리자베스는 단호하게 돌아가라고 말한 뒤, 내게 소책자를 넘겨줬다.
퀸 엘리자베스(META): 카멜롯의 조작 방법을 간단하게 정리한 노트야. 나와 있는 대로만 하면 실험장β로 돌아갈 수 있어.
헬레나(META): 그럴 필요 없어. 내가 알려줄 거니까.
퀸 엘리자베스(META): ……왜 거기서 발끈하는 거야…. 뭐, 좋을 대로 해.
헬레나(META): …….
헬레나(META): 그리고 마르티리움을 이대로 놔둘 수는 없어.
헬레나(META): 그렇게 큰 ‘공간 충격’ 현상이 있었으니 다른 세력들도 곧 이리로 몰려들 거야. 안전을 위해선 이곳의 모든 흔적을 없애야 해.
헬레나(META): ……마르티리움은 내가 차량으로 바꿔서 실험장β로 돌려보낼게.
퀸 엘리자베스(META): 고마워. 그럼 부탁할게.
미스 D: 비밀 조수, 바이바이! 나중에 봐!
차량 몇 개를 잃은 ‘퀸즈 라이트호’가 공간에서 사라질 무렵, 잔불 일행도 출발 준비를 마쳤다.
위치타(META): 재조각된 로드니 META는 이미 위협성을 잃었어.
위치타(META): 그리고…… 아마 우릴 따라오려고 하진 않을 거야. 네게 맡겨도 될까?
헬레나(META): 응. 너희도 가는 거야?
위치타(META): 그래. 데빌을 쫓는 건 우리 임무가 아냐.
위치타(META): 공간 충격 현상을 일으킨 존재도 확인했고, 우리도 슬슬 돌아가야지.
위치타(META): …같이 싸울 수 있어서 좋았어. 여전히 든든하네. 헬레나.
헬레나(META):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위치타(META): 아하하하하! 그럼 슬슬 가 봐야겠군.
위치타(META): 헬레나. 연이 닿으면 또 보자고.
위치타(META): 그리고 실험장β 친구들. 다시 보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어.
지휘관: 뭐, 장담은 못하겠네….
지휘관: 우리도 같이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어. 프리드리히에게도 안부 전해줘.
위치타(META): 아아, 그래.
헬레나(META): 지휘관. 일단 알자스 일행을 데리고 카멜롯으로 돌아가. 나도 곧 따라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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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갑작스럽게 빛나는 성에서 벌어진 사냥은 일단 막을 내렸다.
각지에서 모인 사람들은 다시 자신이 있을 곳으로 흩어졌다.
각각의 이상을 품고, 각각의 미래를 계산한다.
저편의 소리는 아직도 별들의 바다에서 메아리치고 있었다――
~30. 숨겨진 일
???
카멜롯. 정원.
잠시 후.
차량 3량이 정원의 푸른 잔디밭에 조용히 놓여 있었다.
헬레나(META): 마르티리움 구현 해제. 전투 흔적, 잔류 정보들도 모두 제거된 걸 확인했어.
헬레나(META): 휴, 드디어 널 집으로 데려갈 수 있겠네.
헬레나(META): 표정을 보니 아직 궁금한 게 남았나 봐?
지휘관: 로드니 META 말인데….
헬레나(META): 지금 매우 불안정한 상태라 데려가서 다시 치료해야 돼.
헬레나(META): 하지만 곧 다시 만날 수 있을 거야. 약속할게.
지휘관: 다행이네.
헬레나(META): 더 궁금한 거 있어?
→ ……없어
헬레나(META): 음…….
헬레나(META): ‘재조각’… 아직 궁금하지?
지휘관: 알려줄 거야?
헬레나(META): 위험하고 불안정한 META화의 특수 단계라고 생각하면 돼.
→ ‘재조각’에 대해서
헬레나(META): 전에도 말했지만 위험하고 불안정한 META화의 특수 단계야.
헬레나(META): 다만… 아까 재조각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로드니는 구할 수 없었을 거야.
지휘관: 그럼 멤피스와 베스탈은….
헬레나(META): 응? 그 둘이 왜?
지휘관: 아니, 아무것도 아냐.
헬레나(META): 그래.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자.
헬레나(META): 그럼 이번엔 내가 질문해도 돼?
→ 뭐든지 물어봐
→ 너도 모르는 게 있어?
헬레나(META): 후훗. 나는 내가 아는 것밖에 몰라.
헬레나(META): 이번 작전에 참가한 META는 엘리자베스 말고 또 누가 있어?
지휘관: 없어. 원래 엘리자베스가 부하를 데려오고 싶다고 하긴 했는데, 결국 혼자 참가했어.
헬레나(META): ‘혼자’구나…….
지휘관: 무슨 문제라도 있어?
헬레나(META): 아니야. 슬슬 돌아가자.
~31. 어둠 속의 응시
칠흑 같은 어둠 속. 계기판만이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방안에 들리는 전류의 노이즈와 기계 소리로 미루어 볼 때 이곳은 제어실 같았다.
아비터 데빌XV: 어둡네…….
어둠 속에서 소녀는 무수한 배선 한가운데를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아비터 데빌XV: 강제로 구동하면…… 동력 시스템 작동이 한계인가…….
아비터 데빌XV: 우선 보안 시스템 해킹에 전념하고….
아비터 데빌XV: 그 다음은 조명을 복구해야겠어.
아비터 데빌XV: 하아……. 정말 어둡네…….
셰필드(META): ………….
셰필드(META): 네. 정말 어둡군요.
~32. 잠깐의 여유
실험장β. 외곽 방어선
아비터 러버즈와 엠프레스가 엑스의 침공을 막기 위해 설치한 방어선의 외곽.
끝없는 공방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보놈 리샤르: 재밌네――
보놈 리샤르: 너희, 슬슬 포기하지 그래?
보놈 리샤르: 잠깐 들른 것뿐인데 이렇게까지 하기 있기야~?
보놈 리샤르: 너희 자신을 좀 봐. 이렇게 견고한 방어선을 쌓았지만 대체 무슨 소용이 있어?
보놈 리샤르: 내가 들어갈 것도 없이 실험장β 안은 이미 엉망진창이잖아.
보놈 리샤르: 여기서 날 막는 건 의미가 없어.
아비터 러버즈VI: 로직, 불성립.
아비터 러버즈VI: 널 들여보내면 상황이 더 악화될 거야.
아비터 러버즈VI: 말했어. 네 전장은 여기라고.
아비터 러버즈VI: 인내심이 많다고 하지 않았어? 더 인내해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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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양. 어느 곳.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모래사장, 뜨거운 태양, 시원한 음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쿠우는 느긋하게 바캉스 중~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이놈이고 저놈이고 자긴 바쁘다고 쫑알쫑알쫑알…. 너흰 계속 바쁘게 지내!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쿠우는 여기서 느긋하게 쉴 테니까~
방송: (경보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공습경보?!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나 아무것도 안 했는데…?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설마 세이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치만 여기 유니온 뒷마당이잖아?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대체 뭐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어?
~33. 긴급 지원
실험장F-45733. ???
아비터 스트렝스VIII: 예정 시간보다 14시간 13분 늦었지만 목표 지점에 도착했다.
아비터 스트렝스VIII: 잔불이 예상보다 더 끈질겼다. 아마 이곳에도 인원을 파견했겠지.
아비터 스트렝스VIII: 그리고 중간에 알 수 없는 재밍도 받았다.
아비터 스트렝스VIII: 그 충격이 아니었다면 더 빨리 도착할 수 있었을 텐데.
아비터 스트렝스VIII: 대체 우릴 방해한 건 누구지?
아비터 템퍼런스XIV: 불명. 데이터베이스에 일치하는 결과 없음.
아비터 스트렝스VIII: 그렇다는 건…… 어떤 실험장에서도 기록되지 않았고, 우리와 싸운 적도 없는 적인가.
아비터 스트렝스VIII: 재밌군.
아비터 허밋IX: 템퍼런스. 허무에서 정보를 찾을 수 있을 가능성은?
아비터 템퍼런스XIV: 검색, 분석 중. 네거티브.
아비터 템퍼런스XIV: 현재 구역은 이미 완전히 정리되었다. 굉장히 우수한 기법.
아비터 템퍼런스XIV: 현시점에서 나조차도 동등한 결과를 낼 수는 없다.
아비터 템퍼런스XIV: 타워, 혹은 매지션은 되어야 이 정도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
아비터 허밋IX: 그들은 협력 요청에 응하지 않았어. 이곳에 왔을 가능성은 없다.
아비터 템퍼런스XIV: 그렇다면 그 둘과 동격 수준을 가진 존재라고 인정할 수밖에 없다.
아비터 템퍼런스XIV: 아무튼. 이곳은 텅 비었다.
아비터 템퍼런스XIV: ‘공간 충격’ 현상의 발생원, 발생 원인의 규명, 불가능.
아비터 템퍼런스XIV: 임무 실패. 보고서 제출 후, 임무 목록의 첫 번째 임무를 속행한다.
아비터 허밋IX: 보고서 제출 중.
아비터 허밋IX: ……엠프레스의 긴급 연락을 수신.
아비터 스트렝스VIII: 실험장β에 통제 불능의 리스크를 확인. 즉시 상황을 안정시킬 것?
아비터 스트렝스VIII: 엠프레스는 왜 실험장β에?
아비터 템퍼런스XIV: 이유. 특별한 실험장이니까.
아비터 템퍼런스XIV: 특히, 그 ‘지휘관’.
아비터 템퍼런스XIV: 공격하는 것, 공격하지 않는 것, 모두 금지. ……귀찮아.
아비터 템퍼런스XIV: 러버즈가 있는 방어선 지원을 요청.
아비터 허밋IX: 엠프레스는 아직 상세한 담당 구분을 정하지 않았다. 지금 신청하면 돼.
아비터 허밋IX: 후우. 실험장β로 돌아가자.
~34. 태평양의 이상
아이리스 성도. 회의장.
지휘관 휴게실.
‘고래 사냥’ 작전 종료 후.
마음을 다잡고 휴게실 문을 열었다.
실내는 출발 전 모습 그대로였다. 화가 잔뜩 난 멤피스도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 휴. 어떻게든 됐구나. 엘리자베스하고 리슐리외가 잘 처리해 준 것 같아.
지휘관: 이번 작전도 되짚어 볼 부분이 많네. 오는 길에 가볍게 정리해 보긴 했지만….
지휘관: 아직 기억이 생생할 때 나머지 부분도 정리하자.
통신기: ――――
지휘관: 응? 오자마자 연락이……?
지휘관: 발신자는…… 샌디에이고 사령부?
지휘관: “태평양 해역에 상세 불명의 혼란이 발생.”
지휘관: “많은 군사 기지로부터 서로 모순되는 정보가 대량으로 전송됨.”
지휘관: “PH와의 연락도 두절되었으나, 이는 단순한 통신 장애로 판명.”
지휘관: “지휘관은 안전상 계속 아이리스에 남아 회의 업무를 주관할 것.”
지휘관: “태평양 해역은 당분간 엔터프라이즈가 담당하며, 자세한 내용은 확인되는 대로 추후 재연락함.”…….
지휘관: 대체 무슨 상황이야….
지휘관: ‘상세 불명의 혼란’?
지휘관: 샌디에이고 사령부의 연락이 이렇게 모호했던 적은 없었어.
지휘관: 아무튼 태평양에서 유니온 상층부도 설명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 분명하지만, 아직 피해는 없다는 거지.
지휘관: 나중에 엔터프라이즈하고 새러토가한테 연락해 봐야겠어.
지휘관: 그나저나… 태평양인가…….
지휘관: 북방연합, 중앵, 동황이 태평양과 직접 접하고 있지.
지휘관: 그리고 로열, 철혈, 아이리스도 거점을 두고 있고.
지휘관: 일단은 모두한테도 한번 물어볼까.
지휘관: ‘상세 불명의 혼란’…… 좋지 않은 예감이 들어.
지휘관: 기분 탓이면 좋겠는데.
~35. 불타는 마음
비바람, 긴긴 밤에 내리치며
외로운 배 한 척, 거친 바다를 떠돈다.
폭풍 언제 그칠지 모르니 배 언제 뒤집힐지도 모르누나.
빛은 어디에 있고 희망은 어디에 있을꼬.
………….
아아. 환상에 춤추는 꿈속의 나비가 되어
그림자를 쫓고, 중앵에 빛을 가져오기를――
----
제사의 섬. 아침.
노시로: 중앵이 위기에 처했을 때 하늘의 선택을 묻는 제사……. 설마 그걸 집전할 날이 올 줄이야.
류호: 네. 이럴 때일수록 더욱 시나노 님의 힘은 중요합니다.
류호: 희망의 상징이신 시나노 님이 직접 제사를 지내신다면….
류호: 이 어둠 가운데 중앵이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빛을 회복할 수 있을 겁니다.
노시로: 네. 그렇지만… 지금 시나노 님의 몸 상태를 생각하면 이런 큰 부담을 짊어질 수 있을까요….
류호: 그러니 주최 위원인 저희가 조금씩이라도 분담해야죠.
노시로: 네. 적어도 시나노 님의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노시로: 류호. 연무의 대전 편성과 그 준비를 부탁드립니다.
노시로: 스루가는――괜찮나요? 아까부터 잠자코 있는데.
스루가: 아! 저, 그게… 저는 신경 쓰지 마세요.
노시로: 전에도 말했지만 편하게 계셔도 됩니다. 함께 일하고 있는 사이니 예의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습니다.
스루가: 하아…. 그럼 하나만 여쭤볼게요. 제사 전 연무는 원래 저희 업무는 아니지 않았나요?
노시로: ………어흠. 다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류호: 후후. 연무도 제사의 일부이니 소홀히 해서는 안 됩니다.
류호: 그리고 모처럼 오랜만에 열리는 제사이니 조금 떠들썩해도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스루가: 저는 그냥 아무 일 없이 잘 끝났으면 좋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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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노: (……이곳은… 제사의 섬?)
시나노: (나는 분명 아이리스 회의장에 있었는데… 어째서 이곳까지….)
시나노: (아아… 또 꿈을 꾸고 있는 것인가….)
시나노: (이것은… 내가 잠들어 있을 무렵, 류호 일행이 제사를 집전하는 광경….)
시나노: (말도 하지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하고……. 나는… 그날과 같이…….)
----
(똑똑)
키누: 류호. 슬슬 아카기 씨가 제사의 섬에 도착할 거다.
노시로: 류호 씨. 우선은 당신 차례군요.
류호: ……네. 맡겨 주세요.
류호: 이번 제사는 중앵의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제사가 될 것입니다.
류호: …중앵을 위해서라도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됩니다!
류호: 그럼 여러분, 각자 맡은 자리에서 힘내십시오!
모두: 네!
류호: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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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노: ……그날 나의 꿈에서도 나온 광경들….
시나노: 경치는 비슷하지만 세부는 달라…….
시나노: 아아, 그리고 이곳은 분명 나의 침실인데….
시나노: 어째서, 이토록 쓸쓸하게 느껴지는지…….
----
“예전에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되었다.”
“펄럭이며 날아다니는 나비가 진실로 기뻐 제 뜻에 맞았더라.”
“그런데 갑작스레 깨고 보니, 곧 놀랍게도 장주였다.”
“장주가 꿈에 나비가 된 것인가, 나비가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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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 튀어 오르는 홍, 적, 주.
시나노: ……신목은 시들고, 미즈호의 섬은 타오른다.
시나노: ……헤매는 파멸의 꿈, 모든 것을 재로 되돌리는 빨강.
시나노: ……어째서….
시나노: ……얼른 깨어나 이 전조를 모두에게 전해야만 하는데…….
시나노: ……어째서… 나는 일말의 힘도 느낄 수 없는 것인가…….
홍, 적, 주――그것이 다가온다. 꿈이 찢어지고, 꿈이 깨지고, 꿈이 무너진다.
시나노: ……아아. 꿈속에도 나의 자리는 없는가…….
시나노: 고독, 나약함……. 나는 전과 다름없이….
시나노: 운명을 따르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시나노: ……하지만 그것도 좋을 터….
홍, 적, 주. 포기하지도, 도망치지도 않고 시나노는 그것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시나노: 나의 뒤에 있는 것을 불태우고 싶다면…… 나를 먼저 태워 보거라…!
그녀가 불길에 삼켜질 즈음, 귓가에 맑고 또렷한 풍경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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