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접경지
중앵 낙도. 성역.
즈이카쿠: 여기는……「성역」? 어떻게 여기 온 거지…?
쇼카쿠?: “약속……지킬 거야……반드시….”
쇼카쿠?: 내가 널 위해 여기서 희생했던 거 기억하니?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즈이카쿠: 아냐…. 그 성역에서 나를 구해준 건 쇼카쿠 언니의 장기말이었어…….
쇼카쿠?: 정말 그럴까?
쇼카쿠?: 네 기억은 정말로 옳다고 할 수 있니?
쇼카쿠?: 뭐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아. …즈이카쿠, 이리로 오렴.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아니, 넌 누구야?
쇼카쿠?: 이리로 오렴, 즈이카쿠. 걱정하지 않아도 돼.
즈이카쿠: 그럴 리가 없잖아!
즈이카쿠: 여기는 악몽 속…. 그리고 네가 바로 아카기 선배와 울리히 씨에게 환각을 보여준 원흉이구나!
쇼카쿠?: ……왜 말을 안 듣는 거니……. 후후후.
말이 끝나자 쇼카쿠의 환상은 검은 기운로 변해 즈이카쿠를 감싸려 들기 시작했다.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행세를 하는 녀석은… 용서 못해!
즈이카쿠: ――하아아압!!
유려한 검격과 함께 함재기 식신이 치솟아 검은 기운을 단칼에 갈랐다.
…하지만 조각난 기운은 더 많은 그림자로 형태를 바꾸어 갔다.
즈이카쿠: 알고 있다 해도 쉽게 깰 수 없는 게 악몽이지….
즈이카쿠: 숫자로 밀어붙일 셈인가 본데, 네 뜻대로 되진 않을 거야.
즈이카쿠: 이곳은 중앵의 성역. 나 즈이카쿠가 가장 활약했던 장소―― 너 같은 이매망량이 날뛰게 두지 않겠어!
즈이카쿠는 각오를 다지고 칼과 의장을 가다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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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이어진다.
정신을 차려 보니 풍경은 산속으로 이어지는 토리이 계단으로 바뀌어 있었다.
즈이카쿠: ……응? 장소가 달라졌네…? 이번에는 뭐지?
즈이카쿠: 후우…. 즈이카쿠, 심호흡하고 침착하게 따져 보자.
즈이카쿠: 우선은 성역에서 가짜 쇼카쿠 언니를 만났는데, 베니까 무수한 그림자로 분열되어 버렸어.
즈이카쿠: 그 다음은…, 그러니까 풍경 소리가 들렸고, 갑자기 이곳으로 오게 됐는데…….
즈이카쿠: 여긴 대체 어딜까….
즈이카쿠는 주위를 둘러봤다. 그 때 계단 안쪽에서 희미하게 풍경 소리가 들려왔다.
그쪽을 바라보니 희미하게 사람 그림자가 보였다.
아까와는 다르다. 그 모습을 보자 즈이카쿠의 마음속에서는 그리움, 사랑, 안도감――수많은 감정이 피어올랐다.
즈이카쿠: 기다려! 당신은……….
――즈이카쿠의 꿈은 폭발하는 훈련탄 소리와 함께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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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이제나우(META): 왜 갑자기 멈춘 거죠? 즈이카쿠.
그나이제나우(META): 「탑」까지는 아직 거리가 꽤 남았습니다.
즈이카쿠: 아, 괜찮아! 그냥 저번에 꿨던 이상한 꿈이 생각나서.
그나이제나우(META): 멋대로 훈련탄을 사용했던 건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그때는 별다른 수가 없었어요.
즈이카쿠: 아, 그나이제나우를 탓하는 게 아니야. 괜찮아! 그냥 꿈속에서…… 아니다.
즈이카쿠: 갑자기 멈춰서 미안해! 얼른 따라가자!
~20. 반전
경면해역. 상부 공간.
「문」을 통과한 함선들은 다시 어딘가로 전송되었다.
그러나 목적지는 예측했던 공중 도시가 아니었다.
울리히 폰 후텐: 「주기」는커녕 도시로 진입조차 못한 건가……?
울리히 폰 후텐: 이러면 주기를 미끼로 사용한다는 가설은 폐기인데…….
레겐스부르크: 저기 봐! 붉은 바다와 푸른 바다가 뒤바뀌었어!
레겐스부르크: 게다가 「미드가르드의 탑」도 빛을 발하고 있는 게 아니라, 위에서 빛을 받고 있어!
공간이 통째로 반전된 것 같았다.
거꾸로 매달린 도시는 사라지고, 대신 조금 전까지 바닷속에서 반짝이던 별들이 다시 하늘에 떠 있었다.
하늘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미드가르트의 탑 중심부로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울리히 폰 후텐: 이번에도 「경계선」은 여전히 존재하는 것 같군.
울리히 폰 후텐: 문제는 이제 탑으로 돌아가려면 붉은 바다를 통과해야 한다는 거지.
울리히 폰 후텐: ……비스마르크. 역시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직접 확인해 보는 게 좋을 거 같은데.
비스마르크Zwei: 해수를 채취해 보자. 샘플링할 곳도 몇 군데 있었으면 좋겠는데.
비스마르크Zwei: 야드. 함재기를 이용할 수 있을까?
야드: 되지 않을까요? 해볼게요.
잠시 후. 채집 용기를 매단 함재기는 수면 위를 가볍게 통통 스치면서 해수를 채취했다.
오토 폰 알벤슬레벤: 대단하네…. 함재기로 그런 것도 할 수 있어?
야드: 흐흥. 야드는 착한 아이니까 훈련을 소홀히 하지 않거든요.
잠시 후――
울리히는 해수가 들어간 시험관을 들고 탑에 쏟아지는 빛줄기에 비춰 찬찬히 관찰했다.
울리히 폰 후텐: 무색 투명. 특별한 점은 없군.
울리히 폰 후텐: 붉은 바다와 푸른 바다 둘 다 마찬가지다. 그냥 평범한 바닷물이야.
즈이카쿠: 그래? 그럼 왜 빨갛거나 파랗게 보이지…?
울리히 폰 후텐: 어디까지나 가설이지만… 붉거나 파랗게 보이는 건 이 경면해역의 상태를 나타내는 걸지도 몰라.
울리히 폰 후텐: 「문」을 지날 때마다 변화하는 바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바닷속에 있는 것처럼 보였던 별들.
울리히 폰 후텐: 지금까지 이 모든 현상은 우리 행동에 지장을 주지는 않았어.
울리히 폰 후텐: “붉은 바다에 접촉하지 말 것”이라고 생각했던 건 우리의 선입견이었던 거야.
울리히 폰 후텐: 실제로 붉은 바다에 발을 내딛어도 비스마르크의 의장 설비에는 어떠한 이상 수치도 나오지 않았어.
즈이카쿠: 음, 그러니까… 이 빨갛거나 파란 바다는 딱히 특별한 효과가 있는 건 아니라는 거야?
울리히 폰 후텐: 그래. 색깔은 그저 투영된 거라고 생각하면 되겠지.
즈이카쿠: 하지만 이 정도로 대규모 투영을 하려면 그만큼 거대한 장치가 있어야 하는데….
즈이카쿠: 그리고 556도 바다에서 나온 기운에 침식된 거잖아?
즈이카쿠: 그나이제나우도 저 붉은 바다에는 META화 침식 기운이 있다고 그랬고.
그나이제나우(META): 방금 채집한 샘플에서는 비슷한 기운을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침식의 흔적도 없고, 그 기색조차 없네요. ……신기하군요.
비스마르크Zwei: 상태를 나타낸다면 그건 어떤 상태인지….
즈이카쿠: 비스마르크?
비스마르크Zwei: 아무것도 아니야. 가설을 검증하려면 증거가 더 필요해.
즈이카쿠: 그럼 일단 이대로 탑으로 가야한다는 거지?
비스마르크Zwei: 그래. 계속 여기서 망설이고 있을 수는 없어. 탑으로 가자.
야드: 와앗!? 비스마르크 씨. 후방에 적이 나타났어요!
야드: 여기 막 들어왔을 때 본 강화 세이렌 IV형이에요! 수는… 엄청 많아요!
비스마르크Zwei: 이 타이밍에…? 우리를 탑으로 몰아넣겠다는 건가?
즈이카쿠: 어차피 가려고 했으니까 번거롭게 상대할 필요 없지 않아?
비스마르크Zwei: 그래. 물자는 한정되어 있어. 무의미한 소모전은 피하고 싶군.
비스마르크Zwei: 탑으로 직행한다. 이 거리라면 적 본대에 쫓기는 일은 없을 거야.
비스마르크Zwei: 만약 접근하는 선봉이 있다면 내 게리온과 레겐스부르크의 레지나로 대응한다.
비스마르크Zwei: 시간이 없어. 가자!
~21. 흔적
―――!!
게리온과 레지나의 호위 하에 일행은 빠른 속도로 붉은 바다를 건너고 있었다.
세이렌 양산함대도 이득이 없다고 판단했는지, 추격의 손길은 조금 늦춰진 상태였다.
몇몇 소규모 함대가 격파된 후, 세이렌은 색적 범위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야드: 게리온도 레지나도 생긴 건 무섭지만 착한 아이구나.
게리온: ▁▂▃▄▅▆▇█████
게리온은 날개에 붙은 잔해를 털고 비스마르크에게 돌아갔다.
비스마르크Zwei: 수고했어 게리온……. 응?
무언가를 느낀 비스마르크는 게리온을 어루만졌다.
비스마르크Zwei: (이 해역에 META가 출현한 흔적이 있어…?)
게리온은 그렇다는 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레겐스부르크: 비스마르크, 왜 그래?
비스마르크Zwei: 이 해역에 있는 건 우리만이 아닌 것 같군.
비스마르크Zwei: ……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META의 흔적이 있다.
야드: 네?
다들 본능적으로 그나이제나우에 시선이 쏠렸다.
그나이제나우(META): ……저일 리가 없잖아요. 비스마르크가 갑자기 그런 농담을 할 사람도 아니고.
즈이카쿠: 그, 그렇지~
즈이카쿠: 그래도 그나이제나우는 몰랐던 거야…? 같은 META인데?
그나이제나우(META): 바다 전체가 META화 침식 기운으로 가득 차서 판별이 어렵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당신들이 가지고 있는 추적 장치가 제 코보다는 신뢰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나이제나우(META): 그걸 직접 사용해 보는 게 낫지 않을까요?
오토 폰 알벤슬레벤: …그, 그러네.
오토 폰 알벤슬레벤: 근데 긴급 작전이라 아무도 안 가져왔을 거 같은데….
오토 폰 알벤슬레벤: 응? 비스마르크 씨는 갖고 있어?
비스마르크Zwei: 게리온에 탑재되어 있어.
비스마르크Zwei: 그리고 확인된 META의 파장과 일치하는 기록은… 아쉽게도 없는 것 같아.
레겐스부르크: 게리온 자체에 좌표 추적 기능이 있는 거야?!
비스마르크Zwei: 그래. META에 특화된 의장이니까 좌표 추적은 당연히 필수 기능 중 하나지.
레겐스부르크: 대단하네……. 다시금 내 레지나와 게리온의 차이를 실감했어.
그나이제나우(META): 기록에 없는 META…….
그나이제나우(META): 그렇다면 아까의 그 거대한 충격파도 설명이 되는군요.
즈이카쿠: 그것도 META의 능력이야?
그나이제나우(META): 아닙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저는 단 한 번, 그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그… META화된 동료가, 마지막까지 목숨을 버릴 각오로 싸웠을 때…….
즈이카쿠: ……미안해. 이상한 말을 꺼내서.
그나이제나우(META): ………괜찮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의 공격을 받아내는 건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나이제나우(META): 만약 전투 중인 META가 존재한다면…, 상당한 실력자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울리히 폰 후텐: ……「잔불」인가?
그나이제나우(META): 잔불 중에는 그 정도로 강한 함선이 있을지도 모르죠.
그나이제나우(META): 그들은 싸울 때 우리처럼 부수적 손상에 대해서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울리히 폰 후텐: 잔불이라면 샤른호르스트 때처럼 협상의 여지가 있을 수 있어.
울리히 폰 후텐: 설령 아비터와 싸우게 되더라도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면 역전의 한 수가 될 거야.
울리히 폰 후텐: (그리고, 잔불이라면 프리드리히의 행방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고.)
울리히 폰 후텐: (그 환각이 진짜일 리는 없지만, 그래도――)
비스마르크Zwei: …………….
비스마르크Zwei: (그 충격은 무슨 장치에서 나온 게 아니라 어느 강력한 META의 전투 과정에서 나온 거라고……?)
비스마르크Zwei: (그렇다면 붉은 바다에서 나오는 침식 기운의 원천은 대체 어디지……?)
울리히 폰 후텐: ……그 META를 찾아야 해!
울리히 폰 후텐: 비스마르크, 당장 수색 명령을 내려줘!
비스마르크Zwei: …응? 아…… 그래.
비스마르크Zwei: 아군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불확실한 요소를 방치할 수는 없지.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탑」에 도달하는 게 먼저야. 우선은 예정대로 움직이자.
~22. 모래시계
경면해역. 상부 공간.
U-556(META): 비스마르크 언니. 우리는 순찰하러 안 가봐도 돼?
비스마르크Zwei: 괜찮아. 그리고 지금은 순찰 인원에게 게리온을 붙여줬거든.
비스마르크Zwei: 그동안 생각을 정리하고 네 의견도 듣고 싶어.
U-556(META): 응! 언니한테 도움이 된다면 뭐든지 할게!
비스마르크Zwei: 후훗. 그럼 솔직하게 감상을 들려줘. 이 경면해역은 어떤 것 같니?
U-556(META): 글쎄……. 음…… 으으으으으으음………….
비스마르크Zwei: 너무 깊게 생각할 필요 없어. 문득 떠오르는 것만 알려줘도 괜찮아.
U-556(META): 문득 떠오르는 거? ……루프? ……모래시계?
U-556(META): 응! 모래시계가 더 맞겠다!
비스마르크Zwei: 모래시계…?
U-556(META): 뭐랄까, 엄청 엄~청 큰 모래시계 같은 느낌인데….
U-556(META): 봐봐. 처음에는 「탑」 근처 바다는 파란색이었잖아?
U-556(META): 우리가 「문」을 통과할 때마다 붉은 바다가 점점 다가왔고….
U-556(META): 그리고 거꾸로 매달린 도시가 나타나고 나서 통과했더니 그때는 빨강과 파랑이 완전 역전됐어!
U-556(META): 그러니까, 「탑」은 모래시계의 중심부고, 「문」은 시간의 경과를 나타내고….
U-556(META): 처음에는 파랬던 바다가 점점 빨간색이 되고, 전부 빨갛게 되면….
U-556(META): 다시 모래시계가 뒤집히고, 붉은 바다가 파랗게 되고, 그리고 다시 붉은 바다가…….
U-556(META): 맞아! 「붉은 바다」가 「모래」고, 우리가 「문」을 통과하면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는 거야!
U-556(META): 봐봐. 「탑」도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뀌었잖아? 저 빛이 모래시계의 양쪽을 잇는다는 하면 되려나?
U-556(META): 거꾸로 된 도시가 보였던 건 우리가 모래 위에 타고 있어서 그랬을지도 몰라!
비스마르크Zwei: 이 경면해역이 「모래시계」고, 붉은 바다가 떨어지는 「모래」….
비스마르크Zwei: 「문」을 사용할 때마다 시간만 경과하고 장소는 달라지지 않는다――「모래」가 떨어져 붉은 바다가 넓어진다.
비스마르크Zwei: 아니, 잠깐만. 그렇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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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카쿠: 응. 그치만 우리가 처음 왔을 때는 「붉은 바다」는 없었어.
울리히 폰 후텐: ………….
즈이카쿠: 아. 울리히는 그때 환각 상태였으니까 모를 수도 있겠네.
즈이카쿠: 아무튼 우리는 붉은 바다는 못 봤어.
울리히 폰 후텐: 내가 기억하는 건 「문」을 통과해 제어실로 향하고 있었다는 것뿐이다.
울리히 폰 후텐: 그때는 저 거대한 입방체도 없었어…….
즈이카쿠: 그래? 우리가 왔을 때 입방체는 있었거든.
레겐스부르크: 즉 시간의 경과가 아니라 우리의 행동에 따라서 변했다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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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Zwei: 울리히가 왔을 때 붉은 바다――즉 「모래」는 관측되지 않았다.
비스마르크Zwei: 우리가 이곳에 들어왔을 때 처음으로 붉은 바다가 관측되기 시작했다.
비스마르크Zwei: 지금 붉은 바다의 면적이 줄어든 것은 우리가 모래시계의 잘록한 「통로」 부분을 지나고 있기 때문이다.
비스마르크Zwei: 모래시계가 뒤집히기 전에 우리는 「모래」 위에 타고 있었다. 그래서 울리히 일행은 거꾸로 된 도시를 볼 수 있었다.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지금은 「모래」가 우리 머리 위에서 떨어지고 있다.
비스마르크Zwei: 즉 반대로 말하면, 침식 경로는――
비스마르크Zwei: ……!?
U-556(META): 언니, 왜 그래!? 안색이 나빠졌어!
U-556(META): 여, 역시 내가 말을 잘못 했나……?
비스마르크Zwei: ……미안. 걱정 끼쳤구나.
비스마르크Zwei: 어디까지나 추측이긴 하지만, 미적거릴 시간은 없겠어.
비스마르크Zwei: 556. 다시 제어실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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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556(META): 언니, 저건――!?
제어실의 거대한 모니터에 불길한 광경이 표출되고 있었다.
U-556(META): 철혈 함대가…… 전부 당해버렸어!?
불길에 휩싸인 바다. 떠다니는 잔해들. 쓰러진 철혈 함선들――그 중에는 비스마르크의 동생인 티르피츠도 있었다.
비스마르크Zwei: ………괜찮아. 그냥 환상이야.
비스마르크Zwei: (침식 센서에도 반응이 있어. 역시 여기서 모래시계의 통로 부분인가.)
통신기: ―――――
(사선)그나이제나우(META): 비스마르크. 주변 해역 조사가 끝났습니다. 별다른 소득은 없었어요.
그나이제나우(META): 다른 META의 기색도 사라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게리온: ……………….
울리히 폰 후텐: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일러. 그 META만 찾을 수 있다면 이곳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거야.
비스마르크Zwei: 마음은 이해하지만 무작정 돌아다녀서는 물자만 소모할 뿐이야.
비스마르크Zwei: 그렇게나 강한 META가 있다면 찾아다니지 않아도 조만간 만나게 될 거야.
울리히 폰 후텐: ………알겠다. 곧 돌아가마.
비스마르크Zwei: 「문」에서 합류하자. …아직 실험해보고 싶은 게 하나 남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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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556(META): 언니. 정말 괜찮아……?
비스마르크Zwei: 그래. 제어실의 침식 작용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것 같아.
비스마르크Zwei: 아무튼 실험 말인데…. 556, 통신기로 모두에게 연락해줘.
비스마르크Zwei: “이 경면해역은 「모래시계」 구조를 띄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스마르크Zwei: “지금부터 「문」을 통과해 시간을 경과시킨 후, 「모래」――즉 붉은 바다가 확장되는지 확인하겠다.”
비스마르크Zwei: “만약 확장되지 않거나 오히려 줄어들었다면, 우리는 모래시계의 「위」에 있는 것이다.”
U-556(META): 아! 그럼 모래를 완전히 제거하면 잘록한 부분에 있는 도시를 조사할 수 있겠네!
비스마르크Zwei: 아직 결정된 건 아냐. 그리고 그렇게 쉬워 보이지도 않고.
비스마르크Zwei: “어흠. 반대로 붉은 바다가 넓어졌다면, 우리는 모래시계 「아래」에 있는 것이다.”
비스마르크Zwei: “침식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시바삐 탈출 방법을 찾아야한 한다――”
~23. 침식 습격
경면해역. 상부 공간.
「문」의 작동이 끝나자 함선들은 곧바로 주변 상황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레겐스부르크: 붉은 바다가 넓어졌어…. 그렇다면 우리는 모래시계의 아래쪽에 있는 거야.
레겐스부르크: 그리고 전송되는 위치도 점점 미드가르드의 탑에서 멀어지고 있어…….
U-556(META): 모래시계 위에서 떨어지는 모래가 점점 우리를 밀어내고 있는 거야?
U-556(META): 이러다가 모래에 파묻히면 침식도 떨어져서…….
비스마르크Zwei: 우리 추측대로라면 그럴 테지.
즈이카쿠: 침식이 ‘떨어져’?
비스마르크Zwei: 그냥 비유 표현이야. 실제로는 검은 안개나 정체불명의 적 같은 형태로 조우하겠지.
게리온: ▁▂▃▄▅▆▇█████!?
비스마르크Zwei: 바로 나타났군.
즈이카쿠: 함재기로도 확인했어!
즈이카쿠: 여전히 사람인지 배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탑에서 무더기로 나와서 이쪽으로 오고 있어!
야드: 이번엔 전방에서 오는 거예요? …정말 귀찮네요.
야드: 야드는 계속 착하게만 굴었는데 대체 왜 그러는 거예요!
야드: 비스마르크 씨, 어쩌실 건가요? 역시 도망칠까요?
비스마르크Zwei: (침식을 실체화한 듯한 적…. 아까와 같은 충격파 공격을 두 번이나 받는 건 위험해.)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이곳의 침식 자체는 그리 심하지 않아. …어쩌면 성질을 검증할 수 있는 기회일지도 몰라.)
비스마르크Zwei: 울리히. 네게 지휘를 맡길게. 포격으로 적의 발을 묶어줘.
울리히 폰 후텐: 어쩔 셈이지, 비스마르크?
비스마르크Zwei: 조금 알아보고 싶은 게 있어. …게리온!
게리온: ▁▂▃▄▅▆▇█████
게리온은 포효하며 날아올랐다.
비스마르크와 게리온은 안개에 휩싸인 미지의 적을 향해 돌진했다.
오토 폰 알벤슬레벤: 비스마르크 씨!? 대체 뭘 하는 거야?
울리히 폰 후텐: 게리온은 META화 침식에 저항력이 있고, 심지어 흡수 및 정화하는 능력도 가지고 있다.
울리히 폰 후텐: 비스마르크는 이를 믿고 가까이에서 적의 성질을 분석할 셈이겠지…….
울리히 폰 후텐: 우리는 여기서 포격으로 견제한다! 전원, 전투 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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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용이 포효하며 적을 향해 급강하했다.
주저할 틈은 없었다. 비스마르크는 가장 가까운 무언가를 향해 돌진했다.
비스마르크Zwei: …이 거리에서도 명확한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스마르크Zwei: 「형언할 수 없는 무언가」――눈앞의 존재는 그렇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이건 어떠냐!?
비스마르크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손이 닿는 순간 미지의 적은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듯이 연기가 되어 사라졌다.
손에는 아무런 감촉도 남아 있지 않았다. 문자 그대로 연기를 잡은 느낌이었다.
비스마르크Zwei: ……내 의도를 간파한 건가.
비스마르크Zwei: 게리온. 삼킬 수 있겠어?
게리온: ▁▂▃▄▅▆▇█████!?
비스마르크Zwei: ………? 삼키지 않는 게 좋겠다고?
비스마르크Zwei: 그렇게나 위험한가?
게리온: ▁▂▃▄▅▆▇█████
비스마르크Zwei: …알겠다. 이 정도면 평범한 화력으로도 상대할 수 있겠지. 동료들과 협력하여 적을 몰아내자!
~24. 다른 길
경면해역. 상부 공간.
울리히 폰 후텐: 비스마르크. 적은 대충 정리했다.
울리히 폰 후텐: 너는 괜찮아? …조사는 잘 되었나?
비스마르크Zwei: 유감이지만 놓쳤어.
비스마르크Zwei: 그래도 아무것도 얻지 못한 건 아냐.
비스마르크Zwei: 이 녀석들은… 우리가 알고 있는 세이렌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존재야.
비스마르크Zwei: 단지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적은 세이렌이기에 우리 눈에 그런 식으로 드러나는 걸 거야.
비스마르크Zwei: 우리가 저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건, 아마 저들의 존재가 우리의 인지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이겠지.
비스마르크Zwei: 어쩌면 저들은……임시로 「그림자」로 칭하도록 하지. 저 그림자들은 어떤 존재의 부정확한 투영일 수도 있어.
비스마르크Zwei: ……어느 쪽이든 우리에겐 너무 위험해.
즈이카쿠: 투영……? 전에도 그런 말 하지 않았었나?
비스마르크Zwei: 그래. 그때는 확신할 수 없었지만 이제 어느 정도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어.
비스마르크Zwei: 그리고 모래시계 내 우리의 위치도 거의 확정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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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폰 후텐: 붉은 바다――즉 모래가 퍼지면 퍼질수록 침식과 조우할 가능성이 증가하는 건가.
울리히 폰 후텐: 여전히 터무니없는 소리로군……. 하지만 세이렌도 침식 자체를 예측할 수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걸가.
즈이카쿠: 용골이 침식당하면 환각을 보거나 검은 큐브를 사용했을 때의 반동처럼 손상을 입는 거야?
비스마르크Zwei: 기본적으로 META화와 침식은 똑같아.
비스마르크Zwei: 로열과 북방연합, 그리고 지휘관이 조우했던 「그림자」, 「검은 용오름」 역시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어.
비스마르크Zwei: 우리의 경우는 556을 습격한 검은 안개, 너희가 봤다는 환각, 그리고 방금 싸웠던 그림자가 이에 해당해.
비스마르크Zwei: 「모래」――즉 침식이 퍼지면 퍼질수록 그 미지의 적들이 나타난다고 볼 수 있겠지.
즈이카쿠: 과연…. 그래서 세이렌은 그것들과 싸우는 거구나. 그 그림자들은 이곳에서도 침입자에 속하니까.
그나이제나우(META): 네. 그렇다면 아비터의 스페어 보디가 탑을 노렸던 것도 납득이 되는군요.
그나이제나우(META): 그곳을 경유해서 침식이 점점 이 경면해역으로 퍼져 나가니까요.
즈이카쿠: 잠깐…. 이곳에 정말로 아비터의 주기가 존재한다면, 지금 미지의 적이 아비터의 주기에 공격을 가하고 있다는 거야?
비스마르크Zwei: ……아마 그것 때문에 우리를 이용한 거겠지.
비스마르크Zwei: 이곳이 함정이라는 판단은 옳았지만, 아비터의 함정은 아니었어.
비스마르크Zwei: ――원흉은 아비터 또한 노리고 있어.
즈이카쿠: ……그 한 명 더 있었다는 META인가?
비스마르크Zwei: 솔직히 잘 모르겠어. META는 성질이지 진영이 아니야.
비스마르크Zwei: 같은 META라도 행동 양식이 충돌할 수 있어.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잠시나마 우리에게 추적당한 이상 원흉이 아닐 가능성이 높아.
비스마르크Zwei: 우리처럼 걸려든 것일 수도 있고, 원흉을 막으려는 것일 수도 있고….
울리히 폰 후텐: “한시바삐 탈출 방법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했던 건….
울리히 폰 후텐: 아비터를 공격할 정도의 능력을 가진 적이 이 세계에 영향을 미칠까봐 그런 건가?
비스마르크Zwei: 그래……. 아마도 적잖은 피해겠지.
울리히 폰 후텐: 느낌이 너무 안 좋아. …서둘러 돌아가야 해.
비스마르크Zwei: 그래. 우리가 없어도 철혈은 움직여.
비스마르크Zwei: 유사시 지휘권을 가지고 있는 오이겐이 「문」을 계속 가동해 이곳으로 넘어오게 된다면 침식은 계속 확산될 거야.
비스마르크Zwei: ……한시라도 빨리 돌아가야 해.
레겐스부르크: 하지만 「문」을 사용하면 침식이 더 확산된다고 했잖아.
레겐스부르크: 대체 어떻게 하면 되는 거야?
비스마르크Zwei: 아무튼 더 이상 「문」은 사용하지 않는다.
비스마르크Zwei: 우리만이라도 침식을 더 이상 확산시킬 수는 없어.
비스마르크Zwei: 「문」을 사용하지 않고 주기가 있으리라고 추정되는 거꾸로 매달린 도시로 이동을 시도한다.
비스마르크Zwei: 단서가 남아 있을 만한 곳은 거기밖에 없어.
비스마르크Zwei: 우리는 지금까지 통로는 미드가르드의 탑밖에 없다는 착각을 하고 있었어.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아까 전투 중에 게리온에게 조사를 시켜봤는데,
비스마르크Zwei: 그곳에서 META의 흔적은 감지되지 않았어.
비스마르크Zwei: 즉 그 알 수 없는 META는 우리와 같은 길을 사용하지 않았다는 거야.
비스마르크Zwei: 그 길을 찾는 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야드: 하지만, 미드가르트의 탑 말고 이동 수단은 보이질 않는데요…….
비스마르크Zwei: ……입구는 제어실에 있을지도 몰라.
비스마르크는 울리히의 악몽에서 보았던 안개, 그리고 안개가 걷히면서 반짝인 빛을 떠올렸다.
비스마르크Zwei: 계속 마음에 걸렸었어.
비스마르크Zwei: 악몽은 형체가 없어. 그런데 왜 제어실에 있는 것만 구체적인 형상을 가지고, 그걸 보는 모든 사람에게 반복적으로 재생할 수 있는 거지?
비스마르크Zwei: 그곳의 영상은 무언가 느낌이 달라…….
비스마르크Zwei: 어쩌면 이 공간이 보여주는 여러 투영과도 비슷한 성질일 수 있어.
비스마르크Zwei: 그 영상 자체도, 어느 채널의 투영일지도 모르지…….
비스마르크Zwei: ――조사해볼 가치는 있을 거야.
~25. 경로
경면해역. 상부 공간.
비스마르크Zwei: 여기부터는 나와 울리히만 있으면 돼. 나머지는 안전한 거리에서 기다려줘.
비스마르크Zwei: 그나이제나우. 우리가 조사하는 동안 「탑」과 제어실을 지켜줘.
그나이제나우(META): ……제가 지휘를 맡는 겁니까?
그나이제나우(META): ……알겠습니다. 맡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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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실.
모니터에는 아직도 전멸한 철혈 함대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울리히 폰 후텐: 이래서 나만 데리고 온 건가?
비스마르크Zwei: 그래. 비록 거짓 환상이지만, 어쨌든 보여줄 만한 모습은 아니지.
울리히 폰 후텐: ……이성이 거짓이라도 단언해도, 한 번이라도 동요한 마음은 이를 쉬이 받아들일 가능성이 높지.
울리히 폰 후텐: 네가 말한 또 다른 길이 이 영상 속에 있는 건가?
비스마르크Zwei: 어쩌면.
비스마르크Zwei: 부유섬 요새에서 지금까지 네가 꿨던 악몽을 기억하고 있어?
비스마르크Zwei: 검은 태양, 자신을 부르는 탑, 그리고 프리드리히의 죽음.
비스마르크Zwei: 네 악몽은 계속 변화했어.
울리히 폰 후텐: 그랬던… 것 같군. 모두 악몽으로 치부하긴 했지만.
비스마르크Zwei: 그리고, 허밋의 스페어 보디가 공격하기 전까지 나는 여기서 이걸 조사하고 있었어.
비스마르크Zwei: 너와 같은 방법으로 악몽에 들어갔고, 그 속에서 무언가를 발견했지.
울리히 폰 후텐: 나와 같은 방법으로……? 설마!
비스마르크Zwei: 그래. 이건 악몽 따위가 아니라 몇 번이고 출입이 가능한 안정된 공간이야.
비스마르크Zwei: 다른 길이 존재한다면, 이 안에 숨어 있을지도 몰라.
비스마르크Zwei: 울리히. 나는 아까처럼 이 영상 속 공간을 조사할 거야.
비스마르크Zwei: 그 동안 나는 현실에는 관여할 수 없어.
비스마르크Zwei: 만일 적의 공격이 거세지거나, 내가 5시간 넘게 이 안에 있다면 그 때는 나를 깨워줘.
비스마르크Zwei: 알겠다. 조심해, 비스마르크.
비스마르크는 모니터에 가볍게 손을 대었다.
그 순간 꿈과 현실의 경계가 다시 허물어졌다.
~26. 드림 링크
격전을 치른 바다는 아직도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티르피츠가,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쓰러져 있었다.
게리온: ▁▂▃▄▅▆▇█████……….
게리온이 날개를 퍼덕이자 강한 바람이 잔해 위에 덮인 연기와 화염을 날려버렸다.
비스마르크는 쓰러져 있는 자매함에게 손을 뻗었다――
비스마르크Zwei: ………티르피츠.
하지만 게리온이 그 손을 가로막았다.
비스마르크Zwei: ……그래. 여기서 일어난 일은 현실이 아니야.
비스마르크Zwei: ………….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비스마르크는 숨을 가다듬고 일어나 게리온을 향했다.
비스마르크Zwei: ……그래. 해야 할 일을 하자.
비스마르크Zwei: 게리온! 환각의 「경계선」을 향해 나아가 안개를 걷고 길을 밝혀라!
게리온: ▁▂▃▄▅▆▇█████
게리온의 강한 날갯짓에 수평선에 있는 검은 안개의 벽이 사라졌다.
비스마르크Zwei: ……의문의 비행체는 나타나지 않았지만… 아무래도 길은 찾은 것 같군.
수평선 너머 해무로 뒤덮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바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넓었다. 비스마르크는 놀라면서도 조심스럽게 앞으로 나아갔다.
마침내 전방에 한 줄기 빛이 보였다.
게리온: ▁▂▃▄▅▆▇█████!!
게리온은 낮게 으르렁거리며 빛이 있는 방향으로 가속해 날아갔다.
비스마르크Zwei: 저게 바로 모래시계의 오리피스로 가는 길인가……!
망설임 없이 비스마르크도 빛을 향해 달려갔다.
――비스마르크는 게리온과 함께 빛 속으로 사라졌다.
~27. 문명의 잔향
밝게 물든 시야가 점차 가라앉고, 눈앞에는 황폐한 풍경이 나타났다.
무너져 반쯤 바다에 잠겨 있는 문명의 폐허. 그 앞에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수녀 옷을 입은 그 여성은 등을 돌리고 있었다. 회색 태양이 그런 그녀의 쓸쓸한 그림자를 수면에 드리우고 있었다.
그림자 주위에는 빛나는 무언가가 흩어져 있었다.
게리온: ……………….
비스마르크Zwei: ……저 아이는 대체…….
비스마르크는 게리온에게 대기하라는 신호를 보내고, 홀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분위기만큼이나 쓸쓸한 표정. 그리고 주변에 흩어져 있었던 것은――
비스마르크Zwei: 부서진…… 멘탈 큐브?!
부서진 멘탈 큐브. 그 수많은 조각들이 햇빛을 반사하며 빛나고 있었다.
???: 어째서… 이런 일이…….
???: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어…….
???: 미안해요…. 미안해요…….
???: 분투하고 있었던 여러분이 아니라…… 나만 살아남다니…….
???: 고쳤어야 했는데…….
???: 제가 여러분을 치유했어야 했는데…….
???: 저만 살아남다니…….
???: 의미가 없잖아요…….
???: …아직, 늦지 않았어요.
???: 조각은 최대한 모았습니다…….
???: 조립해서, 원래대로 되돌리면…!
???: 다시 맞출 수만 있다면……!!
혼자 중얼거리던 여성은 갑자기 미친 듯이 큐브 조각들을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비스마르크Zwei: 괜찮나?! 정신 차려!
대답은 없었다.
손에 상처가 나 피가 흘러도 그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비스마르크Zwei: (이 아이는… 꿈이 아니라 여기에 갇힌 함선인가…?)
비스마르크Zwei: 이야기를 들어봐야겠어.
울리히 때와 마찬가지로 게리온은 조심스레 그녀 옆에서 포효했다.
그녀는 살짝 몸을 떨더니 천천히 비스마르크 쪽으로 몸을 돌렸다.
순간 놀라움을 보인 그녀였지만, 금방 다시 원래의 허망한 표정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베스탈(META): ……이곳은 한때 가장 번화한 도시 중 하나였습니다.
베스탈(META): 지금은 당신 발밑에 있지만요.
베스탈(META): 여기는 NY항. 저쪽은 랜드마크가 밀집한 구역.
베스탈(META):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네요.
베스탈(META): 처음 뵙겠습니다――저는 공작함 베스탈입니다.
비스마르크Zwei: 철혈 소속 전함 비스마르크다. 너는… META…인가?
베스탈(META): 네. 잘 알고 계시네요.
비스마르크Zwei: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지?
베스탈(META): 제가 드릴 말씀이군요. 어째서 이곳에 오신 거죠?
비스마르크Zwei: 동료를 구하기 위해서다.
베스탈(META): ……자기 자신이 아니고요?
META 베스탈은 비스마르크 쪽으로 손을 뻗었다. 무언가 진단을 하는 듯 했다.
베스탈(META): 그렇군요. 당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릅니다.
그녀의 시선이 게리온 쪽으로 옮겨갔다.
베스탈(META): 하지만 이것도 임시방편일 뿐, 당신도 그 대가를 알고 계실 테죠.
비스마르크Zwei: ……아아.
베스탈(META): 그럼에도… 혹시 모르니 의사로서 설명드리겠습니다.
베스탈(META): 당신의 용골은 큰 손상을 입었고, 침식 상황도 매우 심각합니다.
베스탈(META): 이는 일반적으로는 도저히 고칠 방법이 없습니다.
베스탈(META): 하지만 당신은 이 침식을 주기적으로 외부에 전가하여 용골의 손상을 피하고 있습니다.
베스탈(META): 제 말이 맞나요?
비스마르크Zwei: 거기까지 아는 건가….
베스탈(META): 아무리 개념을 보강하였다 해도 의장은 함선과 동격의 존재가 아닙니다.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베스탈(META): 당신이 계속 싸우는 한 침식은 멈출 수 없어요.
베스탈(META): 비록 느릴지라도, 결과는 변하지 않습니다.
베스탈은 게리온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경계심이 강한 게리온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비스마르크Zwei: ……뭘 한 거지?
베스탈(META): 침식 허용량이 늘어나도록 내부 구조를 조정했습니다. 좀 더 오래 버틸 수 있을 거예요.
베스탈(META): 보답은 필요 없으니 사양하지 마세요.
비스마르크Zwei: (그뿐만이 아니야. 의장의 컨디션이 한결 나아졌어….)
비스마르크Zwei: (이게 그녀의 META로서의 능력인가?)
베스탈(META):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죠?
비스마르크Zwei: 너는… 어떻게 이곳에 왔지?
베스탈(META): 「미드가르드의 탑」――당신들은 그렇게 부르시죠?
베스탈(META): 탑에 이상이 생긴 것을 발견해서 조사하러 왔는데, 보시다시피 꿈에 사로잡혀 버렸습니다.
비스마르크Zwei: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지?
베스탈(META): …………….
베스탈(META): 딱히 예정은 없네요….
베스탈(META): 이 경면해역을 조종하는 배후는 제가 감당할 수준을 뛰어 넘었습니다.
베스탈(META): 저는 이 방면의 전문가가 아니에요.
베스탈(META): 외부와 연락이 닿으면 탈출할 수도 있겠지만,
베스탈(META): 지금은 어쩔 수 없군요.
비스마르크Zwei: 그렇다면 우리가 협력을 요청하면… 받아줄 건가?
베스탈(META): 거절할 이유도 없지요.
베스탈(META): 미리 말씀드리지만 저는 「잔불」이 아닙니다.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이 점은 확실히 말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비스마르크Zwei: 그렇다면… 프리드리히의 행방은 모르겠군.
베스탈(META): 네.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비스마르크Zwei: 현 상황에 집중하자. 거꾸로 매달린 도시에 대해 알고 있나?
베스탈(META): 거꾸로 매달린 도시? 그것을 보셨나요?
비스마르크Zwei: 그래. 중앙에 있는 탑도 봤지. 혹시 정체를 알고 있나?
베스탈(META): 아마도 이 경면해역의 중추 시설일 겁니다.
베스탈(META): 하지만 이해할 수가 없군요. 왜 그곳을 조사해 보지 않았나요?
비스마르크Zwei: 하아…. 이곳의 구조를 파악한지도 얼마 되지 않았어. 너무 터무니없는 말은 하지 말아줘.
비스마르크Zwei: 우리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찾는 중이야.
비스마르크Zwei: 미드가르드의 탑을 작동하면 침식만 확산될 뿐, 도달하는 방법을 모르겠어.
베스탈(META): 그래서 이렇게 꿈속에서 답을 구하고 있는 것이군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비스마르크Zwei: 그것 말인데… 실은 단서가 하나 있다.
비스마르크Zwei: 네가 어디까지 정보를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이해도 달라지지만….
베스탈(META): ………가르쳐 주세요.
비스마르크Zwei: 그래. 그럼――
----
베스탈(META): 환각에서 다른 환각으로 전이한다…….
베스탈(META): 그런 것은 헬레나만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비스마르크Zwei: ……헬레나?
베스탈(META): 아뇨. 당신의 제안도 일리가 있습니다.
베스탈(META): 마음을 구현한 꿈이니 그 출구 또한 마음에 의해 만들어지겠죠.
베스탈(META): 이곳의 구조만 해석해 낸다면 실현될 수 있는 이야기입니다.
비스마르크Zwei: 그렇다면 다행이군….
베스탈(META): 네.
베스탈(META): 당신이 이곳에 오기 전까지는 두 번의 꿈을 보았었죠.
베스탈(META): 그것을 한층 더듬어 가면 침식이 이동하는 잘록한 통로에 닿을 수 있을 겁니다.
베스탈(META): 실례지만… 우선은 여러분의 꿈으로 안내해 주시겠어요?
비스마르크Zwei: 물론이야. 게리온, 이제 돌아갈 시간이다――
~28. 허상 구축
빛이 사라지자 새로운 환각이 비스마르크 앞에 나타났다.
포화의 굉음 속에 적진을 누비는 함선들이 있었다.
자이들리츠: …프리드리히 공,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아까부터 튀링겐과는 연락이 닿지 않고 있습니다!
자이들리츠: 이대로는……!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아직 때가 아니야. 계속 싸우렴.
뤼초: 적이 또 포위하고 있어!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요격해.
아비터 허밋IX: ……어느 정도 준비는 하고 온 줄 알았는데. 시간 낭비네.
아비터 허밋IX: 사라져라.
프리드리히와 대양함대의 모습은 연이은 포화에 삼켜졌다.
비스마르크Zwei: ……………….
베스탈(META): 왜 그러시죠? 동요하셨나요?
비스마르크Zwei: …아니, 환각의 배경은 동일하지만 시간대가 조금 이른 것 같아서 말이야.
비스마르크Zwei: 이것들은 정말 ‘만들어’ 낸 건가?
베스탈(META): 이는 정보를 「기록」하는 방법일 뿐입니다.
베스탈(META): 내용 중 일부는 주기의 시뮬레이션에서 비롯되고, 다른 일부는 실험장의 실제 사건 기록에서 비롯됩니다.
베스탈(META): 하지만 세이렌은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기술을 무기화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마음을 현혹시키는 무기가 탄생한 것이죠.
비스마르크Zwei: 즉, 이 장면이 다른 「가지」에서 일어났을 수도 있다는 거로군.
베스탈(META): 날카로우시네요.
베스탈(META): 네. 그 말씀이 맞습니다.
비스마르크Zwei: ………그럼 더더욱 캐물을 필요는 없겠군.
비스마르크Zwei: 아무튼 이 환각이 시간적으로 연결된 거라면 우리는 지금 환각을 거슬러 올라가는 중일지도 몰라.
비스마르크Zwei: 그렇다면 환각의 근원에 닿을지도 모르는데….
베스탈(META): ……네. 가능할 거예요.
베스탈(META): 당신이 보았다던 검은 비행체는 어디에 있죠?
베스탈(META): 제가 짚이는 바가 있습니다.
비스마르크Zwei: ……기억이 맞다면……. 이쪽이다. 게리온!
의장을 몰아 비스마르크는 꿈의 「경계선」이 되는 안개를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게리온: ▁▂▃▄▅▆▇█████!!!
광풍이 안개를 날려 검은 비행체를 드러냈다.
이전과 달리 비행체는 노출을 감지한 순간 뿔뿔이 흩어지기 시작했다.
비스마르크Zwei: 이번엔 놓치지 않는다…! 게리온!
베스탈(META): 잠시만요! 괜찮습니다…. 그 비행체를 조종하는 존재를 알았습니다.
베스탈(META): 저것은……… 아비터 XV… 데빌의 함재기입니다.
비스마르크Zwei: 데빌……? 허밋이 아니라?
비스마르크Zwei: 이곳에 아비터가 둘이나 존재하고 있다고…!?
베스탈(META):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요…….
베스탈(META): 환각으로 이루어진 길은 반드시 끝이 있을 거예요. 아까와 같은 방법으로 우선은 출구를 찾도록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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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안개를 빠져나가자 탑과 거꾸로 매달린 도시가 나타났다.
비스마르크Zwei: ……미안. 조금 늦어졌군….
비스마르크Zwei: 그런데 정말로 환각에서 깨어난 건가? 어쩐지 위화감이…….
베스탈(META): 걱정 마세요. 이곳은 「현실」이 맞습니다.
베스탈(META): 저는 직접적으로 이곳에 들어왔지만, 당신은 의식만이 들어왔으니 차이가 나는 겁니다.
베스탈(META): 돌아가면 괜찮아질 거예요.
베스탈(META): ……역시. 이곳은 허밋의 주기가 있는 장소로군요.
베스탈(META): 저 매달린 도시가 바로 허밋의 주기입니다.
비스마르크Zwei: 역시 그렇다면…….
베스탈(META): 네.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현재 허밋의 주기는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베스탈(META): ……잠시만요! 동료와의 통신 회선이 복구되었어요…!
베스탈(META): 이곳은 아지 완전히 봉쇄되지 않았나 보네요. …다행이다!
베스탈은 통신기를 조작하기 시작했다.
베스탈(META): 헬레나, 들리나요?
헬레나(META): 베스탈! ……겨우 연락이 닿았구나.
헬레나(META): 지금 어디야? 상황은?
베스탈(META): 허밋의 주기가 있는 공간인데…… 상황이 좀 복잡해졌어요.
베스탈(META): 여기는 「비스마르크」도 있고, 데빌의 함재기도 있습니다…….
헬레나(META): 데빌……?
베스탈(META): 네. 데빌도 관련된 것 같아요.
베스탈(META): 아무튼 지금 정보를 보내겠습니다. 통신이 언제 끊길지 모르니까요.
헬레나(META): 알겠어. 일단은 진정해. ……정보 잘 받았어.
헬레나(META): ……이상하네.
헬레나(META): 왜 비스…… 아니, 그 아이들이 여기에….
헬레나(META): 이쪽 정보도 보낼게. 상황 파악에 도움이 될 거야.
베스탈(META): …네. 저도 잘 받았습니다.
베스탈(META): 이럴 수가……. 데빌이 잔불의 행동을 읽은 건가요?!
헬레나(META): 모르겠어. 하지만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
헬레나(META): 지금 도움을 요청 중이긴 하지만, 그래도….
헬레나(META): 유감이지만 현 상황에서 네 위치로 침입하는 건 불가능해.
헬레나(META): 인근 해역에 허밋의 스페어 보디가 있을 거야.
헬레나(META): 그걸 파괴해. 가능한 한 빨리. 이미 이 통신도 데빌에게 들켰을지도 몰라.
헬레나(META): 그렇게만 하면 남은 건 내가 알아서 할게.
베스탈(META): ……네. 알겠습니다.
헬레나(META): 미안해.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베스탈을 보낸 내 잘못이야.
베스탈(META): 아뇨. 괜찮아요, 헬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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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스마르크Zwei: 방금 통신은……?
베스탈(META): META 헬레나입니다. 든든한 동료죠.
베스탈(META): 여쭤보고 싶은 것들이 많으시겠지만, 우선은 제가 설명드리겠습니다.
베스탈(META): ……우선 프리드리히는 괜찮습니다. 그녀가 잔불과 함께 허밋과 교전한 것은 사실입니다.
베스탈(META): 그 사이 허밋의 주기가 있는 이곳에 아비터 데빌이 침입했습니다.
베스탈(META): 이유는 불명이지만 결과적으로 정말 위험에 처한 것은 허밋입니다.
비스마르크Zwei: 응? ……침입했다고?
비스마르크Zwei: 세이렌끼리 싸우기도 하나?
베스탈(META): 아뇨. 세이렌은 모두 「레이」의 하위 프로그램이니까, 일반적인 의미에서 싸우는 일은 없지만… 특별한 실험 하에서는 충돌하기도 합니다.
베스탈(META): 다만 아비터끼리 싸우는 것은 저도 처음 보네요…….
비스마르크Zwei: 그럼 허밋의 주기를 파괴하면 녀석을 쓰러트릴 수 있나?
베스탈(META): 글쎄요…. 하지만 그 주기가 허밋이 가진 자원 전부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베스탈(META): 만약 같은 시설이 다른 경면해역에도 있다면, 그것을 포함해 전부 파괴해야 허밋을 쓰러트렸다고 말할 수 있을 거예요.
베스탈(META): 물론 정보 취득이 목적이거나, 아니면 허밋이 가진 힘을 빼앗을 셈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지겠지만…….
베스탈(META): 헬레나의 추측에 따르면 아마 이것이 데빌의 목적이 아닐까 합니다.
비스마르크Zwei: 악몽, 침식, 기록 조작 모두 데빌의 소행인 건가…?
베스탈(META): 환각 및 조작은 허밋의 능력입니다. 이미 데빌이 허밋이 가진 영역을 침범하기 시작했다는 뜻일 거예요.
베스탈(META): 침식에 관한 능력은 현재 세이렌 중에선 데빌만이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베스탈(META): 데빌이 이상한 상태가 된 것도 그 영향이 아닐까 하지만….
베스탈(META): 이 부분은 저희 쪽에서도 의견 통일이 안 되어 자세히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베스탈(META): 아무튼 데빌의 본체가 와 있다면 승산은 전무합니다.
베스탈(META): 하지만 허밋의 스페어 보디뿐이라면, 힘을 합치면 이길 수 있어요.
비스마르크Zwei: 그 부분은 동감이다. 우리는 이미 한 번 허밋의 스페어 보디를 격퇴했었으니까.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말투로 보건대 그때는 진심이 아니었을지도 몰라.
베스탈(META): 허밋과 한 번 교전하셨었나요…?
비스마르크Zwei: 무슨 문제라도 있나?
베스탈(META): 문제라기보다는…… 말씀대로 그때의 허밋은 진심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커요.
베스탈(META): 우선은 당신의 동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는 게 좋겠습니다. 자, 나가죠.
비스마르크Zwei: ……하나만 더. 내 몸 상태에 관해서는――
베스탈(META): 안심하세요.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29. 임계점
잠시 후. 「미드가르드의 탑」 제어실.
울리히 폰 후텐: ……뭣!?
베스탈(META): 죄송합니다, 많이 놀라셨나요…?
베스탈(META): 저는 베스탈입니다. 처음 뵙겠습니다, 울리히 폰 후텐.
비스마르크Zwei: 아까 우리가 흔적을 찾았던 또 하나의 META야.
비스마르크Zwei: 울리히. 동료들을 모아줘. 방금 겪은 일들을 설명해 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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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겐스부르크: 허밋의 힘을 빼앗기 위해 데빌이 우리를 이곳에 몰아넣고 반복적인 침식으로 주기의 방어를 약체화시켰다…….
오토 폰 알벤슬레벤: 이곳에서 탈출하려면 주기를 일시적으로 해킹해서 제어권을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고?
야드: 이놈이고 저놈이고 다 나쁜 놈들뿐이네요.
오토 폰 알벤슬레벤: 그래도 뭐, 상대가 아비터 본체가 아니라서 다행이야.
오토 폰 알벤슬레벤: 데빌도 허밋도 우리를 해치울 셈이었다면 진작에 왔겠지.
오토 폰 알벤슬레벤: 맘에는 안 들지만, 그래도 이 꺼림칙한 곳에서 얼른 탈출하고 싶어!
베스탈(META): 데빌의 본체는 허밋의 본체와 맞서느라 저희에게까진 손을 못 대는 상황일수도 있습니다.
베스탈(META): 그렇다고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건 아니에요.
베스탈(META): 데빌은 전장 지원 특화 아비터입니다. 주요 능력은…….
베스탈(META): 시간이 없으니 가는 길에 자료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비스마르크Zwei: 그래. 정보는 중요하지.
비스마르크Zwei: 붉은 바다가 벌써 이곳까지 밀려왔군.
비스마르크Zwei: 내가 자리를 비운 사이에 탑을 가동한 적이 있나?
레겐스부르크: 아니. 우리는 아무 짓도 안 했어. 물론 탑도 가동한 적 없고.
레겐스부르크: 그런데도 붉은 바다는 점점 넓어졌어.
베스탈(META): 데빌이 이 공간을 조종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임계점을 돌파한 침식이 자발적으로 확산 중인 건지….
베스탈(META):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바로 행동하죠.
베스탈(META): 데빌이 완전히 주기를 장악하기 전에 스페어 보디를 쓰러트려야 합니다.
베스탈(META): 스페어 보디의 권한을 모두 데빌에게 빼앗긴다면… 영영 이곳에서 빠져나갈 수 없겠죠.
베스탈(META): 이 제어실의 「기록」을 이용하면 주기가 있는 거꾸로 매달린 도시에 갈 수 있을 거예요.
비스마르크Zwei: ……그 전에, 이 아이를 좀 봐주겠어?
그러면서 비스마르크는 U-556의 손을 끌고 베스탈 앞으로 데리고 왔다.
베스탈(META): …어머. 이 아이는…….
베스탈(META): (침식의 영향이 보이지만…… 어쩌면…….)
베스탈은 무릎을 굽혀 U-556을 확인하고는 비스마르크를 향해 눈을 돌렸다.
비스마르크Zwei: 556은 이곳에 왔을 때 META화 침식으로 옛 상처가 재발했어.
비스마르크Zwei: 외부 요인은 게리온으로 어떻게든 제거했지만, 외모는….
베스탈(META): 그런 사정이 있었군요.
베스탈(META): 걱정 마세요. 아직 되돌릴 수 있는 단계입니다.
베스탈(META): ……제게 맡겨 주세요.
비스마르크Zwei: …고맙다.
베스탈(META): 천만에요. 하지만 조치를 취한 후 당분간은 절대 전투에 참여해서는 안 됩니다.
비스마르크Zwei: 명심하지.
U-556(META): 아, 잠깐만!
U-556(META): 베스탈도 META니까 META에 대해서 잘 알지?
베스탈(META): ……네에.
U-556(META): 아직 위기에서 벗어난 게 아니니까, 이럴 때는 전력이 많은 게 좋지?
U-556(META): 나는 바다의 퍼시발. 비스마르크 언니와 모두를 지키고 싶어!
U-556(META): 싸우지도 못하는 짐짝이 되긴 싫어!
U-556(META): 그러니까 그게… 되돌리는 게 아니라, 응급처치만 해주면… 안 될까?
U-556(META): 다 고치는 건 전부 끝나고 나서 해도 되잖아!
베스탈(META): 어느 정도 위험성이 있지만….
베스탈(META): 당신의 각오를 봐서…… 알겠습니다.
베스탈(META): 응급처치는 해드리겠습니다. 다만……
베스탈(META): 응급처지로는 한계가 있다는 걸 기억하세요.
베스탈(META): 전투 중 제가 멈추라고 하면 반드시 멈춰야 합니다. 아시겠죠?
U-556(META): ……응!
~30. 최후의 도박
비스마르크를 선두로 함선들은 제어실 모니터를 통해 「기록」 속 세계에 들어왔다.
하지만 이들이 거꾸로 매달린 도시를 찾았을 때, 공간의 모습은 이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야드: 구역 전체가 침식됐어요…!
오토 폰 알벤슬레벤: 하늘까지 완전 빨갛게 물들었네….
레겐스부르크: 너무 늦은 건가…!
울리히 폰 후텐: 데빌이 이미 모든 제어권을 확보했다면 스페어 보디를 쓰러트리는 것은 의미가 없다――
울리히 폰 후텐: 그렇다면 데빌의 본체는 치는 것 말고는 남은 수가 없나….
베스탈(META): 그건…… 그렇겠지만…….
베스탈(META): 헬레나와 통신할 수 있었다면 좋을 텐데…….
즈이카쿠: 이제 와서 돌아갈 수도 없잖아! 싸워야지!
즈이카쿠: 내 함재기가 스페어 보디를 확인했어! 바로 근처야!
즈이카쿠: 근데 상태가 좀 이상해서…. 다들 볼래?
다 같이 즈이카쿠의 정찰기가 보낸 화면을 보았다.
화면 속 스페어 보디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저 조용히 바다 위에 서 있었다.
아비터 허밋IX: ………….
――이전에 만났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비스마르크Zwei: …세이렌은 META화하지 않는다. 맞지?
베스탈(META): 이젠……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베스탈(META): 세이렌…… 안티 엑스는 큐브를 에너지원으로만 사용합니다.
베스탈(META): 그래서 에너지 소진이나 효율의 저하는 있을 수 있지만 그 존재나 개념 자체는 바뀌지 않을 텐데….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데빌의 이상한 상태에 관해서는 너희 내부에서도 합의가 되지 않았다고 그랬었지?
비스마르크Zwei: 만약 이게 침식이 아니라면, 다른 의견은 뭐지?
베스탈(META): …다른 가설이 하나 있긴 합니다.
베스탈(META): 데빌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다른 아비터와 마찬가지로 정상적으로 작동 중이라는….
베스탈(META): 이들의 모티브가 된 타로처럼 「정위치」와 「역위치」의 두 가지 성질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베스탈(META): 하지만 이것 역시 증거가 없고, 문제점도 많은 가설이라…….
베스탈(META): 저희 사이에서도 계속 이견이 있는 거예요…….
베스탈(META): 아무튼 여러분이 이전에 싸웠을 때와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시면 안 됩니다.
베스탈(META): 스페어 보디라도 데빌의 지원이 있다면 전력은 몇 배나 강화되니까요.
베스탈(META): 두 명의 아비터를 상대한다고 생각하셔야 될 거예요.
베스탈(META): ……저도 이런 상태의 아비터와 싸워보는 것은 처음입니다…….
베스탈(META): (만일 헬레나와 연락이 닿는다면… 만일 애리조나가 도와주러 온다면….)
베스탈(META): (만일 내가 싸울 수 있었더라면……!)
베스탈(META): (엔터프라이즈……. 도와줘……!)
즈이카쿠: 이, 일단 진정해. 베스탈!
즈이카쿠: 근데 말야. 데빌이 완전히 제어권을 얻은 게 아니라, 얻은 것처럼 행동하고 있는 건 아닐까?
즈이카쿠: 정말로 만반의 상태라면 그냥 저렇게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리가 없잖아?
즈이카쿠: 그러니까 즉 시간을 끌고 있다는 거지! 지금 쓰러트리면 괜찮을 거야!
베스탈(META): (즈이카쿠…….)
베스탈(META):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베스탈(META): 데빌은 교활한 세이렌이니까 단순히 저희를 기만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베스탈(META): 힙을 합친다면 반드시……!
비스마르크Zwei: 준비는 끝난 것 같군. 그럼 계획대로 허밋의 스페어 보디를 노린다.
U-556(META): 이젠 우리가 공격할 차례야!
비스마르크Zwei: 그래. 세이렌에게 놀아나는 것도 여기까지다.
비스마르크Zwei: 전 함, 공격 개시!
~31. 아비터 허밋IX/*0x0F*/
비스마르크의 지휘 하에 함선들은 적을 향해 진격했다.
아비터 주변에서 수비를 굳히고 있던 인포서들은 곧바로 요격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그나이제나우(META): 인포서들의 상태도 이전과는 달라졌군요.
비스마르크Zwei: 각 함, 서두르지 마라! 침착하게 전진하라!
그나이제나우(META): 엄호하겠습니다!
게리온: ▁▂▃▄▅▆▇█████
레겐스부르크: 레지나, 돌아와! …쳇. 평소보다 더 꺼림칙한 놈들이군.
베스탈(META): 허밋의 스페어 보디와 마찬가지로 데빌의 지원을 받아 더욱 강화되었군요….
베스탈(META): 역시 이 해역은, 이미…….
야드: 야드의 함재기도 엄청난 손실을 입었어요!
야드: 첫 번째로 발진한 함재기들이 거의 돌아오지 못했어요!
야드: 지금은 제공권을 사수하는 것만으로도 벅차요! 2차 공세는 불가능해요!
즈이카쿠: 적 함대에 섞여 있는 데빌의 드론을 처리해야 해!
베스탈(META): 그러려면 전자전에 아주 능숙한 함선이 필요합니다.
즈이카쿠: ……아하하. 역시 그냥 싸울까?
비스마르크Zwei: 목표를 기억하렴, 즈이카쿠.
즈이카쿠: 허밋의 스페어 보디를 쓰러트리는 거지! 알고 있어!
즈이카쿠: 그치만 계속 인포서 뒤에 숨어서 안 나오잖아!
비스마르크Zwei: 전과 같은 전술로 가자.
비스마르크Zwei: 울리히. 네가 지휘를 맡아. 적을 견제하면서 시간을 끌어줘.
비스마르크Zwei: 그 사이에 내가 허밋에게 접근할 테니.
베스탈(META): …정말 괜찮겠어요…? 비스마르크.
베스탈(META): 같이 힘을 합하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요.
베스탈(META): 만약… 만약 당신을 유인하려는 함정이라면….
비스마르크Zwei: 괜찮아, 베스탈.
비스마르크Zwei: 지금까지 이곳에서 겪은 일들이 우리 마음속에 너무도 많은 망설임, 의심, 두려움, 불안을 심어 놨지.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세상은 함정과 속임수만으로 움직이는 게 아냐.
비스마르크Zwei: 나는 나를 지탱하는 동료들을 믿고, 나아가 미래로 향하는 길을 개척하겠어.
비스마르크Zwei: ……그것이 철혈의 지도자로서 내가 해야 할 일이다.
베스탈(META): 비스마르크……. 알겠습니다. 당신의 등과 날개를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비스마르크Zwei: 고마워. 베스탈.
U-556(META): 비스마르크 언니. 나도 같이 가도 돼?
U-556(META): 이번엔 절대로 언니 곁을 떠나지 않을 거야…!!
비스마르크Zwei: ……그래. 가자!
----
울리히의 지휘 아래 함선들은 고전하면서도 인포서를 떼어놓는 데 성공했다.
비스마르크는 게리온과 U-556의 엄호를 받으며 아비터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치고 나갔다.
아비터 허밋IX: >오더 확인. 시퀀스 A를 집행한다.
U-556(META): 언니! 허밋이 공격하기 시작했어!
비스마르크Zwei: 막아라, 게리온!
게리온은 날개를 접어 아비터의 포격을 장갑으로 받아냈다.
U-556(META): 와왓!? 대단해 언니!
아비터 허밋IX: >목표의 강도가 예상을 상회함. 시퀀스 B로 변경.
아비터 허밋IX: >「시스템 IX=XV 지원 모듈」 접속. 출력 20%
게리온: ▁▂▃▄▅▆▇█████!!
비스마르크와 게리온은 기죽지 않고 거센 파도와 함께 아비터를 향해 돌진했다.
아비터 허밋IX: >………….
아비터 허밋IX: >「시스템 IX=XV 지원 모듈」 접속. 잠항 드론 기동 · 출력을 70%로 변경.
U-556(META): 언니, 나도 싸울게…!
비스마르크Zwei: 556. 물속의 적은 네게 맡기마…!
비스마르크Zwei: 내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절대 부상하지 마! 알겠지?
비스마르크Zwei: 자아 가라! 바다의 퍼시발이여!
U-556(META): 응! U-556, 지금부터 잠수 지원을 실시한다!
U-556(META): 언니도 조심해!!
U-556이 무사히 잠수한 것을 확인한 후, 비스마르크는 육안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속도로 빠르게 돌진했다.
비스마르크Zwei: 의장 동력 전면 재확인. 큐브 출력 조정. 용의(龍艤) 프레임 적용.
비스마르크Zwei: 세이프티 Nr.1 개방! 큐브 에너자이저, 리미터 해제!
게리온의 주포가 허밋에게 지근탄을 때려 박았다.
허밋은 순간적으로 물러나 초탄을 회피했다. 뒤이어 두 번째 포탄은 허밋의 뒤편에 착탄했다.
광학 무기 발사와 동시에 세 번째 포탄이 마침내 직격했다.
함선의 포격으로 아비터의 장갑을 일격에 뚫기란 어렵다.
그렇다면 수를 늘리면 된다. 포신이 타버릴 정도로 쏘아대고, 엔진이 과열 직전까지 갈 정도로 광학 무기의 출력을 돌린다.
폭발의 화염은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작열하는 사선이 바다를 증발시켰다.
그럼에도――한층 강화된 스페어 보디의 코어에는 닿지 않았다.
아비터 허밋IX: >목표 강도가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함. 시퀀스 C로 변경.
아비터 허밋IX: 「시스템 IX=XV 지원 모듈」 접속. 출력 100%
아비터 허밋IX: 「시스템 IX=XV 지원 모듈」 재접속. Devil 프로세서 출력 3%
비스마르크Zwei: 프리드리히, 대양함대…. 지옥에서 돌아온 내게 동료들이 준 새로운 힘이다.
비스마르크Zwei: 이 이상 멋대로 놔두지 않겠어!
비스마르크Zwei: 세이프티 Nr.2, 3, 7 개방!
게리온: ▁▂▃▄▅▆▇█████▌██▌██▌██▌
비스마르크Zwei: 철혈의 힘을 똑똑히 봐라――!
----
―――――――――――!
아비터 허밋IX: >목표 강도가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함. 시퀀스 F로 변경.
아비터 허밋IX: 「시스템 IX=XV 지원 모듈」 재접속. Devil 프로세서 출력 5%
아비터 허밋IX: >양력 필드 발동. 입체 기동 모드로 이행.
오토 폰 알벤슬레벤: 뭐, 뭔가 몸이 가벼워지지 않았어?!
울리히 폰 후텐: 녀석이 부유 능력을 발동시켰다.
레겐스부르크: 도망치려는 건가…? 하늘에 매달려 있는 도시로?!
야드: 함재기가 적의 화망에 가로막혀서 요격하기도 힘들어요!
즈이카쿠: 나도 그래! ……뭔가 방법을 생각해야 해. 이대로 도망치게 둘 수는 없어!
비스마르크Zwei: ……도망칠 셈인가.
비스마르크Zwei: 556. 세계 최초로 하늘을 나는 잠수함이 되어 보고 싶지 않아?
U-556(META): 어…… 되고 싶어!!
비스마르크Zwei: 그럼 이리 오렴. 얼른.
비스마르크Zwei: 세이프티 Nr.5 개방! 「모래시계」여! 잠시 네 힘을 빌리도록 하마!
비스마르크Zwei: 비상하라! 게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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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밋은 속도를 내어 공중의 도시를 향해 날아갔다.
하지만 거대한 그림자가 뒤에서 바싹 따라붙었다.
U-556(META): 나―날―고―있―어―――!!!
비스마르크Zwei: 놓치지 마라! 게리온!
게리온: ▁▂▃▄▅▆▇█████▌██▌██▌██▌!!!!
아비터 허밋IX: >목표 강도가 예상을 큰 폭으로 상회함. 시퀀스 G로 변경.
아비터 허밋IX: >「XV」 하부 단말 인포서 제어 권한 취득.
아비터 허밋IX: >전 개체, 기동 시퀀스로 이행.
U-556(META): 비스마르크 언니!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어!
U-556(META): 데빌의 부하인 두 인포서야!
U-556(META): 숫자도 엄청 많아! 설마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나?
비스마르크Zwei: (서로 노림수가 통했군. 데빌.)
비스마르크Zwei: (주기를 장악한 지금, 너는 우리가 허밋의 스페어 보디를 쓰러트리더라도 인포서를 이용해 우리 전력을 분단, 각개격파하면 이 공간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어.)
비스마르크Zwei: (하지만 그러면 허밋뿐만 아니라 인포서 제어에도 자원을 배분해야 할 테지.)
비스마르크Zwei: (즉 처리 프로그램이 혼란스러운 지금이야말로 네 해킹 방어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다!)
비스마르크Zwei: 556. 겁먹지 마렴. 스페어 보디만 쓰러트리면 모든 게 끝나.
U-556(META): 아, 응! 비스마르크 언니!!
허공에 떠 있는 허밋의 몸에서 수상한 빛이 번쩍였다.
아비터 허밋IX: >국지 정화 프로세스 기동. 에너지 충전 중.
비스마르크Zwei: 세이프티 Nr.4, 6, 8, 9 모두 개방.
게리온: ▁▂▃▄▅▆▇█████▌██▌██▌██▌██▌██▌―――!!
비스마르크Zwei: 내 전부를 건 일격이다. 가라! 게리온!
명령을 받은 게리온의 세 머리가 일제히 포효를 내질렀다.
그 철의 거구에 무수한 빛의 무늬가 떠올랐다.
비스마르크Zwei: (고마워. 나의 자랑스러운 퍼시발. 그리고 모두들.)
비스마르크Zwei: 안티 엑스. 나는 너희가 부여한 운명을 거부한다!
비스마르크Zwei: 이 몸, 이 힘, 그리고 이 타오르는 각오는, 비흑의 파멸에 결코 굴하지 않는다――!
비스마르크Zwei: 내 사정거리에, 내 의지가 닿는 끝에 진리 있으리!!
모든 힘을 개방한 최대 최강의 공격이 격돌했다.
에너지의 분류가 사방을 들끓게 했다.
힘겨루기에서 패한 것은―――허밋이었다.
데빌의 지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힘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렇게 싸움은 끝났다――
~32. 「탑」
허밋의 보디가 쓰러짐과 동시에 이변이 일어났다.
붉은 바다 밑에서 감자기 거대한 금속 고리가 떠오르더니 미드가르드의 탑을 통째로 에워쌌다.
거꾸로 매달린 도시에서 서서히 낙하하기 시작한 비스마르크는 그 고리가 거대한 입방체들과 결합된 것을 확인했다.
순식간에 「고리」와 「탑」이 마치 일체화된 것처럼 서로를 하나로 묶었다.
비스마르크Zwei: 저게 베스탈이 말했던 동료, 인가.
비스마르크Zwei: 생각보다 더 터무니없는 힘이로군…….
바다에 착수한 비스마르크는 몰려오는 현기증에 그만 무릎을 꿇었다. 그러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떨어진 게리온에게 검은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U-556(META): 언니! 괜찮아!?
비스마르크Zwei: 오지 마!
U-556(META): 괜찮아… 언니…… 이거 봐.
멈추지 않고 다가오는 U-556. 그 몸에도 검붉은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U-556(META): 에헤헤……. 힘을 너무 많이 썼나봐…….
비스마르크Zwei: ……아직 인포서가 남아 있다. 싸울 수 있겠어?
U-556(META): 응!
애리조나(META): ……아직 그럴 때가 아니에요.
애리조나(META): 저는 전함 애리조나. 베스탈의 동료입니다.
애리조나(META): 지금부터는 제게 맡겨 주세요.
544845544F574552: 45 78 65 63 75 74 65 63 6F 6E 74 72 6F 6C 70 72 6F 74 6F 63 6F 6C 2E
-Execute transport protocol.
544845544F574552: 49 6E 69 74 69 61 6C 69 7A 65 70 75 72 69 66 69 63 61 74 69 6F 6E 70 72 6F 67 72 61 6D 2E
-Initialize purification program.
탑을 둘러싼 거대한 고리가 빛을 발하더니 순식간에 공간을 하얗게 물들였다.
얼마 후, 빛이 점점 약해지기 시작했다――
레겐스부르크: 붉은 바다가… 사라졌어?!
야드: 세이렌들도 전부 사라졌어요…….
야드: 그리고――
오토 폰 알벤슬레벤: 비스마르크 씨! 556! 무사해?
비스마르크Zwei: ………여기는――
방금 전까지 있었던 붉은 바다가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공간 자체에서 느껴지는 침식의 기운도 완전히 사라지고 없었다.
도시 한가운데 있었던 비스마르크와 U-556도 어느새 동료들 곁으로 돌아왔다.
베스탈(META): ……그, 그럴 수가…….
베스탈(META): 애리조나. 당신 「탑」을 사용했군요――
애리조나(META):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어요.
베스탈(META): 헬레나는… 헬레나는 어디 있죠?
애리조나(META): 헬레나는…… 지금 해야 할 일이 많아요.
애리조나(META): 그보다 저 두 사람을 그냥 내버려 둬도 되겠어요?
베스탈(META): 두 사람…? 설마…….
정신을 차린 베스탈은 비스마르크와 U-556을 돌아봤다.
검은 안개가 두 사람을 완전히 뒤덮고 있었다.
베스탈(META): 아…….
베스탈(META): 아아아……!!!!
베스탈(META): 그렇게 될 때까지 힘을 사용하다니!!
베스탈(META): 죽는 게 두렵지도 않나요! 다들 물러나세요――!
충격을 받은 베스탈은 허겁지겁 두 사람 곁을 달려갔다.
베스탈(META): 정신 차리세요! 아직 말할 수 있겠어요?!
비스마르크Zwei: 나는 괜찮아…….
비스마르크Zwei: 이미 손을 써뒀어……. 용골 침식까지는 가지 않을 거야…….
비스마르크Zwei: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테니…….
비스마르크Zwei: 556을…… 부탁해…….
베스탈(META): ……U-556. 알겠습니다.
베스탈(META): ………U-556. 제 목소리가 들리나요?
U-556(META): ……어두워……. 비스마르크 언니…… 어딨어…….
베스탈(META): ………………….
비스마르크Zwei: 늦은 건가…?
베스탈(META): …………………아뇨.
베스탈(META): 아직 구할 수 있습니다.
베스탈은 U-556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 손에는 파란 큐브가 들려 있었다.
그와 동시에 부드러운 빛을 발하는 큐브 십여 개가 연달아 나타나더니 천천히 U-556, 그리고 베스탈 주위를 회전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U-556을 덮고 있던 검은 안개가 점차 큐브 속으로 흡수되어 갔다.
……잠시 후 U-556의 표정은 편해졌지만, 부유 중인 큐브의 색깔은 점점 짙어졌다.
(쩌저적―――)
순간 베스탈이 들고 있던 큐브가 붉게 물들더니 산산조각이 났다.
괴로운 것인지 베스탈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베스탈(META): 큭……으으윽…!
즈이카쿠: 괘, 괜찮아!?
베스탈(META): 괜찮아요……. 네. 조금만 쉬면…….
베스탈(META): (이것으로… 후회없이 떠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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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이카쿠의 부축을 사양하고 베스탈은 일어섰다.
누워 있던 U-556도 META의 흔적은 사라지고 완전히 평소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U-556: ………으으응…….
야드: 이걸로 돌아온……거죠?
오토 폰 알벤슬레벤: 556!!
U-556: 와아아앗!? 지금 온몸이 흠뻑 젖었으니까 안으면 안 돼―!
레겐스부르크: 아직 체력이 회복된 건 아니니까 자제 좀 해.
오토 폰 알벤슬레벤: 아, 미안…….
오토 폰 알벤슬레벤: 걱정했잖아…. 다시는 못 돌아오는 줄 알았어.
U-556: 에헤헤헤…. 이젠 괜찮아.
애리조나(META): 무사히 해결된 것 같군요.
애리조나(META): 그럼 뒷수습은 당신에게 맡기겠습니다. 관련 자료를 보냈으니 확인 부탁해요.
베스탈(META): ……확인했습니다. 알겠어요.
애리조나(META): ……그럼 나중에 보죠.
베스탈(META): ……………….
비스마르크: 이제 돌아갈 수 있는 건가?
베스탈(META): 네. 저도 원하는 것을 손에 넣었습니다.
베스탈(META): 미드가르드의 탑을 다시 가동하면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 거예요.
베스탈(META): ……놀랍네요. 정말로 회복될 줄이야.
베스탈(META): …아니, 그렇지만도 않군요.
베스탈(META): 당신 자신은 그대로. 하지만 또 하나의…… 게리온은 당분간 움직일 수 없겠네요. …그렇죠?
비스마르크: ……이제 어떻게 할 거지?
비스마르크: 우리와 함께 가자…고 하는 건 힘들겠지.
베스탈(META): 네. 저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베스탈(META): 그보다 원래 세계로 돌아가면 반드시 그쪽의 미드가르드의 탑을 파괴해 주세요.
베스탈(META): 바로 그게 이번 사건을 초래한 원인이니까요.
비스마르크: ……파괴?
비스마르크: 철혈이 그 시설을 짓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썼는지 알고 있나?
베스탈(META): 네. 알고 있습니다.
베스탈(META): 그리고 탑을 파괴한다는 결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도 알고 있습니다.
베스탈(META): 하지만 미드가르드의 탑의 좌표는 이미 마킹되었습니다. 「문」을 닫는 정도로는 소용없어요.
베스탈(META): 그냥 내버려두면 언젠가는 그 침식이 「문」으로 흘러나와 당신들의 세계로 퍼질 겁니다.
베스탈(META): 그런 상황은 당신도 원하지 않겠죠.
비스마르크: ……알겠어. 미드가르드의 탑을 파괴할 것을 약속하지.
베스탈(META): 네. 이곳은 오래 머물 만한 곳이 아니니 얼른 출발하세요.
----
정상으로 돌아온 미드가르드의 탑은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거대한 장치가 굉음을 내며 돌아갈 길을 열어 주었다.
U-556: 베스탈! 고마웠어――!
U-556의 외침을 끝으로 철혈 함선들의 모습은 바다에서 사라졌다.
베스탈(META): 언젠가 다시 만날 거예요.
배웅이 끝나고 난 뒤, 베스탈이 들고 있던 통신기가 울렸다.
베스탈(META): ……슬슬 연락이 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베스탈(META): ……이제 어떻게 할 셈이죠?
베스탈(META): ――아비터 Tower XVI.
~33. 이변의 끝. 그리고……
부유섬 요새. A1 사무 구역.
비스마르크: 일단은 끝난 것 같군.
비스마르크: ……후우. 엘리자베스 쪽 문제는 잘 해결되었으려나.
비스마르크: 혹시 모르니 연락해 보자.
비스마르크는 통신 채널을 열었다.
호출 버튼을 눌렀지만 돌아오는 것은 잡음뿐이었다.
비스마르크: ……?
무언가 이상함을 느낀 비스마르크는 철혈 본토 및 세계박람회에 파견 나간 동료들에게 차례로 연락을 시도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역시 잡음뿐이었다.
비스마르크: 통신망은 여전히 복구되지 않은 건가……? 이상한데…….
레겐스부르크: 비스마르크. 이쪽 조사도 끝났어.
비스마르크: ……동료들의 상태는 어때?
레겐스부르크: 여전히 정신을 잃은 상태야
비스마르크: ………그밖에 다른 이상은?
레겐스부르크: 의학적으로는 아무 이상 없어.
레겐스부르크: 말 그대로 자고 있는 것 같아.
비스마르크: 계속 모니터링 부탁해.
레겐스부르크: 알겠어.
비스마르크는 집무실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다. 미드가르드의 탑이 내뿜는 빛이 점점 약해지고 있었다.
그들은 돌아오자마자 「문」을 닫고 시설을 폐쇄했었다.
비스마르크: 이변의 영향은 이것으로 사라져야할 터인데….
비스마르크: 역시 파괴해야 하는 건가.
비스마르크는 완전히 침묵한 탑을 바라보며 계산을 시작했다.
비스마르크: ……………….
비스마르크: 울리히. 들리나?
울리히 폰 후텐: 그래. 무슨 일이지?
비스마르크: 미드가르드의 탑 점검은 끝났나?
울리히 폰 후텐: 아직 진행 중이다. 철저히 조사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해.
울리히 폰 후텐: …초기 검사 결과만 놓고 보면 별다는 문제는 없는 것 같다.
울리히 폰 후텐: ……….
두 사람: 비스마르크――― / 울리히―――
비스마르크: ………후후. 아무래도 같은 말을 하려던 것 같군.
울리히 폰 후텐: ……정말로 파괴할 건가?
비스마르크: ……그래.
비스마르크: 미드가르드의 탑의 역할은 끝났어. 프리드리히였어도 같은 결정을 했을 거야.
비스마르크: …마지막으로 미드가르드의 탑의 모든 로그와 프로젝트 자료를 다운받아줘.
비스마르크: 완전성 확인 및 백업 후, 원본은 탑과 함께 처분한다.
울리히 폰 후텐: 알겠다. 바로 착수하지.
~34. 노획
??? ???
진홍색으로 물든 바다 위에 불타는 잔해가 널려 있다.
물 위에 쓰러져 있는 프리드리히는 조용히 먼 하늘을 바라봤다.
의장은 심하게 파손되어 있었지만, 그 눈에는 확연한 의지가 깃들어 있었다.
―――!!
「엔터프라이즈」가 날린 마지막 일격으로 「아비터 허밋IX」은 마침내 무릎을 꿇었다.
엔터프라이즈(META): ……양동하느라 수고했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천만에.
엔터프라이즈(META): 이쪽은 끝났다. 각 함, 상황을 보고하라.
후소(META): 공간 봉쇄가 완료되었습니다. 이제 허밋은 다른 아비터의 도움을 받을 수 없어요.
샤른호르스트(META): 그뿐만이 아냐. 녀석은 지금 자신의 「주기」와도 분리되어 있어.
히요(META): 「템퍼런스」는 이미 철수하기 시작했어.
준요(META): 「스트렝스」도 마찬가지야. 허밋의 갑작스러운 연락 두절에 상당히 초조해 하는 것 같았어.
타카오(META): ……이런 무모한 계획이 정말 성공할 줄이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이 계획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잔불의 힘, 대양함대의 연막, 비스마르크의 기지, 그리고――)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변수가 되는 아가의 존재 덕분…….)
엔터프라이즈(META): 슬슬 사냥감을 만나보도록 하지.
----
엔터프라이즈(META): 또 만났군. 허밋.
아비터 허밋IX: ……………뭘 꾸미고 있는 거지?
엔터프라이즈(META): 별거 아냐. 네 스페어 보디 중 하나를 기동하면 어떻게 될지 확인하고 싶을 뿐이다.
아비터 허밋IX: 그게 계획이라고?
아비터 허밋IX: 잔불은 여전히 아무런 생각도 없는 것 같군.
아비터 허밋IX: ……헛된 짓은 이만 포기해라.
엔터프라이즈(META): 네 생각을 읽어 볼까?
엔터프라이즈(META): “레이의 허가 없이는 그게 가능할 리가 없다”, 맞나?
엔터프라이즈(META): 하지만 내가 「창조주」 본인의 긴급 식별 코드를 가지고 있다면?
아비터 허밋IX: ……!? 설마 그럴 리가….
엔터프라이즈(META): ……언젠가 안쥬가 내게 딱 한 번 자랑한 적이 있었지.
엔터프라이즈(META): 그게 생각났다.
아비터 허밋IX: ……………….
아비터 허밋IX: 협박해도 소용없어, 「코드 G」. 그걸 사용한 순간 바로 「레이」에게 발각될 거야.
아비터 허밋IX: 그리고 보디를 하나 더 기동해서 어쩌겠다는 거지?
아비터 허밋IX: 자동적으로 네트워크를 통해 데이터 동기화가 이루어질 텐데.
아비터 허밋IX: 네가 하려는 짓은 그저 적을 하나 늘리는 것뿐이야.
엔터프라이즈(META): 네 「주기」를 수정한 다음 그렇게 할 생각이다.
아비터 허밋IX: ………주기를?!
엔터프라이즈(META): 일일이 사람 같은 반응 보이지 마. 넌 이미 어떻게 될지 계산으로 알고 있겠지.
엔터프라이즈(META): 자폭해도 소용없어.
엔터프라이즈(META): 이 공간은 너를 가두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야.
엔터프라이즈(META): 이미 주기와의 연결이 끊겼다는 건 알고 있겠지?
아비터 허밋IX: 연결 차단……. 그런 기술과 설비는 어디서 얻었지?
엔터프라이즈(META): 안티 엑스――안쥬의 요청으로 네놈들의 테스트에 참가했었던
엔터프라이즈(META): ………바로 그 때다.
아비터 허밋IX: 그런 걸 가지고 있으면서 지금까지 한 번도 사용해 본 적이 없다니.
엔터프라이즈(META): 너희 안티 엑스의 설비에는 관심 없어――
엔터프라이즈(META): 그렇게 생각했던 시기도 있었지만, 마음이 바뀌었다.
아비터 허밋IX: ……………….
엔터프라이즈(META): 그렇게 된 거다. 네 패배야, 허밋.
엔터프라이즈(META): 곧 네 주기의 좌표를 알아낼 수 있어. 그러면――
――갑자기 공기를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려왔다.
엔터프라이즈(META): ……!? 이건…….
히류(META): 엔터프라이즈! 정체불명의 거대한 물체가 그쪽으로 향하고 있다!
엔터프라이즈(META): 뭐라고!?
544845544F574552: 53 74 61 72 74 75 70 62 61 63 6B 75 70 70 72 6F 74 6F 63 6F 6C 2E
-Start up backup protocol.
544845544F574552: 45 78 65 63 75 74 65 74 72 61 6E 73 70 6F 72 74 70 72 6F 74 6F 63 6F 6C 2E
-Execute transport protocol.
~35. 아비터들
??? ???
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제어 장치 앞에서 무언가를 조작하고 있었다.
등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누군가가 방에 들어왔다.
아비터 타워XVI: 데빌, 바빠?
아비터 타워XVI: 타이밍이 안 좋았나?
아비터 데빌XV: 타워야? 네가 올 줄은 몰랐는데.
아비터 타워XVI: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아비터 타워XVI: 지금까지 어디 있었어?
아비터 타워XVI: 허밋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거지?
아비터 데빌XV: 귀찮게…….
아비터 데빌XV: 너도 나랑 비슷하잖아?
아비터 데빌XV: 이렇게 하자. 이번에는 순순히 포기할게. 그럼 됐지?
아비터 타워XVI: 이번 일은 봐줄게. 하지만 내 렌즈로 난리를 피웠던 일은 어떡할 거야?
아비터 데빌XV: 그건 쥐를 들여보낸 네 잘못이잖아.
아비터 타워XVI: 친칠라야.
아비터 데빌XV: 그거나 그거나.
아비터 데빌XV: 아무튼 나는 바빠. 지금부터는 서로가 하는 일은 간섭하지 않기로 하자. 어때?
아비터 타워XVI: 그건 이 질문의 대답 여하에 따라 결정할게.
아비터 타워XVI: ――네 배후에 있는 건, 누구지?
~36. 암류
어느 곳.
달빛을 받으며 홀로 묵묵히 항행하는 함선이 있었다.
갑자기 그녀의 속도가 점점 느려졌다.
???: 여기부터는 비시아 성좌의 영해이다. 신속하게 이름, 소속, 목적을 보고하라.
라 갈리소니에르: 알제리~ 거기 있는 거 다 알아.
알제리: 어머, 들켰니?
라 갈리소니에르: 네 실력이 무뎌져서 그래♪
알제리: 그렇게 나온다면 시합이라도…… 응?
라 갈리소니에르: 오늘은 내가 진 걸로 하고 패스~
알제리: …너, 다쳤니?
라 갈리소니에르: 그냥 스친 거야. 기지로 가서 쉬면 나을 거야.
라 갈리소니에르: 성좌의 상황은 어때?
알제리: 뭐랄까…… 다들 몰래 무언가를 꾸미는 느낌?
라 갈리소니에르: 그럼 내가 너무 늦은 건 아니지?
라 갈리소니에르: 클레망소 님이 뭐 한 말은 없어?
알제리: 있어.
알제리: 일단은 기지로 돌아가자. 그래도 상처는 치료해야지.
~37. 별을 쫓는 자
방 안에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르코 폴로: “들어라. 모든 진영이 한 자리에 모였다.”
마르코 폴로: “그 중에는 벽돌과 아스팔트를 줍거나 빼앗기는 사디아 함선이 있었다.”
마르코 폴로: “하얀 성을 세우려는 로열 함선도 있었고, 하늘에 닿을 탑을 쌓으려는 철혈 함선도 있었다.”
마르코 폴로: “오 화려한 아발론이여. 웅장한 미드가르드여!”
마르코 폴로: “이렇게 사람들은 모여, 그들 자신의 영광을 퍼트리려 하고 있었다――”
마르코 폴로: ―――――존귀하신 신이시여.
마르코 폴로: ―――――이 죄인들을 보고만 계실 것인지요!
----
잠시 후――
트렌토(META): ……저기, 끝나셨나요?
마르코 폴로: 응 물론이지! 넌 뭘 봤어?
트렌토(META): 흔들리는 촛불, 거꾸로 된 탑, 그림자 없는 별들……일까요?
마르코 폴로: 다 그럴 듯해서 전혀 모르겠네! 그것도 조만간 일어날 일들이지?
마르코 폴로: 자, 이 마르코 폴로가 본 건――
마르코 폴로: 슬슬 다가오는 대활약이야! 아하하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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