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하층
내가 보매 어린 양이 일곱 인 중의 하나를 떼시는데 그 때에 내가 들으니 네 생물 중의 하나가 우렛소리가 같이 말하되 오라 하기로
이에 내가 보니 흰 말이 있는데 그 탄 자가 활을 가졌고 면류관을 받고 나아가서 이기고 또 이기려고 하더라
둘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둘째 생물이 말하되 오라 하니
이에 다른 붉은 말이 나오더라 그 탄 자가 허락을 받아 땅에서 화평을 제하여 버리며 서로 죽이게 하고 또 큰 칼을 받았더라
셋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셋째 생물이 말하되 오라 하기로 내가 보니 검은 말이 나오는데 그 탄 자가 손에 저울을 가졌더라
내가 네 생물 사이로부터 나는 듯한 음성을 들으니 이르되 한 데나리온에 밀 한 되요 한 데나리온에 보리 석 되로다 또 감람유와 포도주는 해치지 말라 하더라
넷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넷째 생물의 음성을 들으니 말하되 오라 하기로
내가 보매 청황색 말이 나오는데 그 탄 자의 이름은 사망이니 음부가 그 뒤를 따르더라――
임플래커블: 여기, 는……?
임플래커블: 대체 뭐가 일어난 거야…? 나는…….
리슐리외: 임플래커블 씨. 조급해 하지 마시고, 침착하시고, 심호흡을 하세요.
임플래커블: 스읍― 하아― 스읍― 하아―……. 기분 나빠…….
임플래커블: 정화가 끝났다고 생각하고 하늘을 올려다 봤더니, 그 다음 마치 세탁기에 던져진 것처럼 전부 빙빙 돌아가고…….
붉은 바다에 어두운 도영이 드리웠다. 고개를 들어 보니 일식 같은 검은 태양이 하늘에 걸려 있었다.
임플래커블: 블랙…홀? 우리 블랙홀 내부로 빨려들어간 거야?
임플래커블은 주위를 둘러봤다. 성당 섬은 완전히 사라져 있었고, 수평선까지 이어지는 수많은 건물들이 보였다.
임플래커블: 이곳이 바로 “당면한 과제와는 무관한 곳”――성당의 「하층」이야?
임플래커블: 리슐리외 추기경. 설명해줄래?
리슐리외: ……네. 이곳이 성당의 하층이자, 성당의 표상 아래 숨겨진 진짜 모습입니다.
임플래커블: 그리고 경면해역의 「본체」 맞지?
임플래커블: 아이리스나 비시아가 이런 곳을 만들 수 있을 리가 없어.
임플래커블: 이곳은 틀림없는 세이렌의 영역――게다가 오랫동안 여기 존재하고 있었어.
리슐리외: 예. 아마 그럴 겁니다.
임플래커블: 성당 아래에 숨겨진 비밀이 경면해역이었다니…. 추기경. 설명해줘.
리슐리외: 이곳은 본디 저희가 탈환한 세이렌 요새의 일부입니다. 성당 건설 당시부터 존재했던 곳이죠.
임플래커블: 그렇다는 건… 경면해역의 제어권까지 빼앗았다는 거야?!
리슐리외: 네.
임플래커블: 어쩐지 이상하다 했어…. 세이렌과 싸웠다는데 경면해역에 대한 언급이 한마디도 없었다니.
임플래커블: 우리를 속인 거야?
리슐리외: ………….
임플래커블: ……그래서 우리는 왜 여기로 온 거야?
임플래커블: 우리가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어서 입막음 하려고…?
리슐리외: 결단코 아닙니다. 저희가 이곳을 관리해 온 것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습니다. 적절한 때가 오면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임플래커블: 지금이 바로 그 적절한 때인 것 같네.
임플래커블: 다시 살펴보자. 네가 일부러 우리를 보낸 게 아니라면, 우리는 왜 여기에 온 거지?
임플래커블: 정화 설비는 다 이상 없이 가동되지 않았어?
리슐리외: ……모르겠습니다. 적어도 제가 아는 바로는 정화 절차는 이곳과는 무관합니다.
리슐리외: 안전을 위해 하층과 상층은 완전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허가 없이 하층에 들어가는 것은 상층의 정화 절차를 수행하는 것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리슐리외: 다만……….
임플래커블: 다만, “비시아 성좌가 이곳을 개조한 것이 아니라면”.
임플래커블: 그들은 섬의 수비대를 철수시키면 반드시 누군가가 이곳을 접수하고 조사를 진행할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임플래커블: 만약 양산함 함대라면 「장기말」로 쫓아버리면 돼. 그럼 다음에는 함선으로 이루어진 조사대가 방문할 테니.
임플래커블: 로열은 정화 설비를 가동할 수 없을 테니 결국 장기말에 전멸했을 거야.
임플래커블: 반면 아이리스 교국의 전문가가 정화 설비를 가동한다면 이곳, 하층으로 보내졌을 테고.
리슐리외: ……지금 당장 움직여야 합니다.
임플래커블: 응? 왜? 장기말 군대라도 오고 있어?
리슐리외: 상황을 보아하니 이곳은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된 것 같습니다.
리슐리외: 당장 움직이지 않으면 큰 위험에――
히어로: 임플래커블! 얼른 피해야 돼!!
히어로: 엄청 큰 로봇 기사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임플래커블: 로봇……기사??
히어로의 긴급 통신에 상황 분석에 열중하던 임플래커블과 리슐리외는 현실로 되돌아왔다.
멀리 수평선부터 히어로가 엔진의 출력을 올려 배후에서 닥쳐오는 거대한 위협에 전속력으로 달아다는 모습이 보였다.
검은 갑옷을 두르고 저울을 연상시키는 의장을 손에 든 그것은 마치 묵시록의 기사 같은 무서운 존재감을 발하고 있었다.
베아른: ………「심판형 무장 기구 · 기근」
리슐리외: 제 기억과는 많이 다르지만, 분명 4기사 중 한 명입니다!
임플래커블: 로열 네이비, 요격을……!
리슐리외: 안 됩니다! 지금 저것과 맞서서는 안 돼요! 승산이 없습니다!
리슐리외: 베아른, 근처에 아직 작동하고 있는 「개념 닻」은 없는지 찾아 보세요! 얼른 철수해야 합니다!
베아른: 알겠습니다!
임플래커블: 저게 뭐길래? 그냥 덩치 좀 큰 장기말 아냐?
리슐리외: 그런 게 아닙니다! 아무튼 도망가야 해요!
리슐리외: 안전한 곳에 도착하면 저것의 정체와 대책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리슐리외: 지금은 저를 믿어 주세요……!
임플래커블: ……그래. 원래 너희 시설이니 나보단 잘 알겠지…. 안내해줘!
~16. 개념 닻
경면해역. ???
성당 시설 조사 함대 본대.
- Data Corruption//- Fatal Error Detected//
베아른의 안내로 일행은 어느 건물에 도착했다.
베아른: 후우…. 부서진 게 많았지만 이곳의 개념 닻은 정상 작동하는 것 같습니다. 여기라면 안전하겠죠.
히어로: 진짜 괜찮은 거야? 저 로봇 기사를 이런 평범한 건물에서 어떻게 막아?
히어로: 무슨 비장의 무기라도 있어??
리슐리외: 그런 것은 없습니다. 이곳은 단지 평범한 건물입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개념 닻의 가호로 인해 그 기사는 이곳에 접근할 수 없을 겁니다.
임플래커블: 아까부터 「개념 닻」이니 「가호」니…. 대체 다 뭐야?
리슐리외: 「가호」는 상층의 「정화」와 마찬가지로 이 성당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하는 개념입니다.
리슐리외: 그리고 「개념 닻」은 그 가호를 보강하는 것으로, 본디 지하 깊숙이 묻힌 성물 중 하나입니다.
리슐리외: 가호의 개념이 작용하는 범위 내에서는 오염도 무효화되기 때문에 오염된 존재와 기사는 접근할 수 없습니다.
리슐리외: 상층에서는 정화 설비로 시설을 통제하고 있지만, 하층에서는 이 개념 닻으로 통제하고 있습니다.
리슐리외: 보시다시피 효과는 제대로 발휘되고 있습니다만……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임플래커블: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네가 이곳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건 알겠어.
리슐리외: 그리고… 음…, 「로봇 기사」는….
임플래커블: 일부러 이쪽에 맞출 필요는 없어.
리슐리외: 방금 본 「기사」는 원래 이 하층에서 자연 발생한 것입니다.
리슐리외: 하층 역시 상층과 마찬가지로 4개의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그리고 각각의 구역에 「정복」, 「전쟁」, 「기근」, 「사망」이라는 4기사가 나타났습니다.
임플래커블: 자연……발생……???
리슐리외: 네. 장기말도 함선도 아닌, 아이리스의 「신앙」에서 발생한 존재입니다.
임플래커블: 세이렌이 만든 것도 아니고, 경면해역에서 자연 발생한 새로운 존재라니….
리슐리외: 물론 4기사가 처음부터 이곳에 존재했던 것은 아닙니다.
리슐리외: 그것은 이 시설이 막 가동되었을 때입니다…….
리슐리외: 심판정이 발견한 세이렌 설비 중 일부는 통제가 불가능했지만, 그들은 기껏 얻은 전리품들을 파괴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리슐리외: 그래서 그들은 통제 불능 설비는 모두 하층 경면해역에 쌓아두고, 비교적 안정적이었던 상층을 통제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리슐리외: 여러분께서 보신 공장처럼 즉시 전력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시설들 말이죠.
리슐리외: 하지만 공장에서 장기말의 생산이 시작되자, 어째서인지 하층에서도 멋대로 생산이 시작되기 시작했습니다.
리슐리외: 하층에 주둔하던 연구팀과의 연락이 끊겼음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4기사가 탄생한 후였습니다.
리슐리외: 당시 4기사의 전투력은 대단하지 않았습니다. 심판정은 약간의 병력만으로 하층을 점령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곧 상황은 크게 달라졌습니다.
리슐리외: 상층 공장에서 생산이 계속되는 한, 하층의 4기사는 파괴되어도 몇 번이고 계속 부활했습니다.
리슐리외: 또한 오염된 장기말이 많아질수록 4기사는 더욱 강해졌습니다.
리슐리외: 처음에는 4기사가 장기말을 제어하는 개념체였고, 각각의 개념을 보강하면 4기사도 통제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리슐리외: 어쩌면 4기사 쪽이 성당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강화했을 뿐일지도 모릅니다.
임플래커블: 세이렌은 처음부터 그걸 노렸을지도 몰라.
임플래커블: 그래서 섬도 일부러 탈환하게 놔둔 거고.
임플래커블: 왜 아이리스는 하층의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 않은 거지? 경면해역과 안의 모든 장비를 통째로 파괴하면 되잖아.
리슐리외: 그것이… 이 경면해역에는 제어 장치가 없습니다.
임플래커블: ………뭐?
리슐리외: 저희는 여러 차례 이곳을 수색했지만 경면해역을 해제할 방법을 찾지 못했습니다.
리슐리외: 그 와중에도 계속해서 4기사를 쓰러트렸지만, 그들은 점점 더 강해졌습니다.
리슐리외: 이대로 장기말 생산을 계속하면 무서운 세이렌 병기가 탄생할지도 모른다…….
리슐리외: 그렇게 판단한 저희는 생산을 중단하고 하층을 봉인하기로 했습니다.
리슐리외: 그리고 베아른의 제안으로 개념 닻을 묻어 4기사의 약화를 꾀했습니다.
리슐리외: 효과는 있었습니다. ……아이리스가 분열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임플래커블: 그 후 비시아가 이곳을 인수했고, 의도적이었든 아니었든 간에 공장은 생산을 재개했어.
임플래커블: 그렇게 오염도 확산되고, 하층의 4기사도 점점 강해졌다는 거지?
리슐리외: 네. 일이 이렇게 되어 면목이 없습니다. 추기경으로서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
임플래커블: 괜찮아. 네가 이 시설을 지은 것도, 통제 불능으로 내버려둔 것도 아니잖아. 네 탓이 아냐.
임플래커블: 아무튼 너도 이 상황을 해결할 생각인 거지?
임플래커블: 베아른이 무심코 하층을 입에 담았을 때 제지한 건, 어디까지나 아이리스의 힘만으로 4기사를 처리하고 싶어서 그랬던 거 아냐?
리슐리외: 네. 정화가 완료되고 장기말의 생산이 멈춘 지금 4기사는 더 이상 강해질 수 없습니다.
리슐리외: 만일 이곳을 방치하고 오염이 계속 발생하도록 놔뒀으면 4기사들은 언젠가 남극 지역에 큰 위협이 되었을 것입니다.
리슐리외: 그렇게 되면 더 이상 비시아와 아이리스만의 문제가 아니게 됩니다.
리슐리외: 본디 아이리스 교국의 짐이었지만, 비시아의 철수 소식이 널리 알려지는 바람에….
임플래커블: 그래서 비밀에 부치려고 했었구나.
임플래커블: 설령 경면해역을 해제하지 못하더라도 4기사를 쓰러트리고 장기말과 생산 시설을 전부 파괴할 수 있다면 충분한 거야?
리슐리외: 네. 이는 아이리스 함선의 책무입니다.
리슐리외: 4기사의 개념에 해당하는 장기말을 제거하는 것은 그들을 약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 같습니다.
리슐리외: 걱정하지 마십시오. 아이리스의 추기경으로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이 성당을 다시 장악하고 문제를 해결하겠습니다.
리슐리외: 물론 로열 여러분도 무사히 돌려보낼 것입니다.
임플래커블: 너무 딱딱하게 굴지 마. 추기경.
임플래커블: 너희 혼자 이 문제를 해결하려 들면 손해가 막심할 거야.
임플래커블: 기왕 이렇게 됐으니 우리도 도와줄게.
임플래커블: 동맹이니까 서로 돕는 건 당연하잖아.
리슐리외: 임플래커블 씨……. 큰 빚을 지게 되겠군요.
임플래커블: 그래. 기꺼이 도와줄 테니까.
리슐리외: 후후후. 네.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찬찬히 생각해 봐야겠네요.
임플래커블: 시간은 많으니까 나중에 생각하고, 지금은 당면한 일부터 처리하자.
임플래커블: 우선은 탈출 방법을 찾는 게 먼저겠지?
임플래커블: 지금의 전력으로는 4기사를 이기지 못할 것 같으니까.
리슐리외: 그것이… 죄송합니다. 저도 이 경면해역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모릅니다.
임플래커블: ………응?
리슐리외: 저도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온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리슐리외: 심판정은 언제나 이곳이 완벽한 통제 하에 있다고 보고했습니다.
리슐리외: 하층의 출입 방법 같은 사소한 것은 보고서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임플래커블: 그래, 사소하다고….
리슐리외: 심판정은 아이리스 교국의 암부 조직입니다. 믿음직하고 충실한 함선들이 많이 속해 있죠.
리슐리외: 하지만 도무지 행동을 종잡을 수 없는 부분도 많습니다….
리슐리외: 베아른. 개념 닻을 제안한 사람은 당신이었지요. 하층에 대해 더 아는 것은 없습니까?
베아른: 분명 제가 제안한 것은 맞습니다만….
베아른: 죄송합니다 추기경님. 저도 탈출 방법은 모릅니다.
베아른: 경면해역의 영향은 배제하더라도 이곳의 구조는 이미 개념 닻을 제안했을 때와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베아른: 그것이 세이렌 때문인지, 비시아의 개축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임플래커블: 쉽게 탈출할 수 있다면 함정이 아니지….
임플래커블: 최악의 경우는 출구라는 게 아예 없을 수도 있어. 그러면 제어 장치를 어떻게든 찾아내 파괴해야 해.
리슐리외: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도 이곳의 제어 장치는 찾지 못했습니다.
임플래커블: 그때와는 시간이 많이 흘렀어. 세이렌을 상대해본 경험도 많아졌고, 어쩌면 그때 놓쳤던 것들을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임플래커블: 그리고 다른 방법도 없잖아?
임플래커블: 정찰기를 띄울게. 나머지는 아이리스든 뭐든 빌어나 봐야지♪
~17. 전쟁의 상징
성당 섬 하층.
실라: 임플래커블 님, 리슐리외 님. 각 함의 정찰 보고를 취합한 결과입니다.
임플래커블: 어머. 빠르네.
임플래커블: 경면해역 도처에 적이 도사리고 있으며, 건조물이 몇 개 있긴 하지만 제어 장치로 생각되는 구조물은 없다….
임플래커블: 잠깐만, 좀 이상한데…. 추기경. 4기사는 각자의 개념에 따라 한 무리의 장기말을 조종한다고 하지 않았어?
리슐리외: 네. 4기사는 기본적으로 각 함대의 리더 역할을 합니다.
리슐리외: 기사들이 다시 태어날 때마다 시설이 곧바로 장기말 함대를 생산해 주죠.
임플래커블: 그렇다면 뭔가 앞뒤가 안 맞아. 4기사에 해당하는 4가지 다른 색의 성당은 있지만, 적은 붉은색 단 한 종류밖에 없어.
임플래커블: 다른 3가지 색의 적은 어디 있지?
베아른: 방금 정찰에서 식별할 수 없는 수많은 잔해가 발견되었습니다. 아마 4기사들이 서로 싸웠고, 그 중 한 명만 승리한 것이 아닐까요?
임플래커블: 서로 싸웠다고?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어?
베아른: 아뇨. 저희도 이런 상황은 처음입니다.
베아른: 그리고 세이렌이 실험 목적으로 장기말들을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닙니다.
임플래커블: 그러면 좀 말이 되네.
임플래커블: 그런데 아까 리슐리외가 말했지? 장기말이 늘어나면 그만큼 개념이 보강된다고.
임플래커블: 성당 상층에서 가장 많이 생산되던 건 사망을 뜻하는 녹색 장기말이었어.
임플래커블: 그럼 이론상으로는 사망을 뜻하는 기사와 그 군대가 제일 강해야 하는 거 아냐?
임플래커블: 그런데 왜 전쟁을 뜻하는 붉은 세력만 보이는 거지?
히어로: 흐흥. 조연의 두뇌는 고작 그 정도지!
히어로: 붉은 군대만 남아 있다는 건 당연히 붉은 군대가 가장 강하니까 그런 거잖아!
임플래커블: ………히어로. 붉은 기사가 최강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어.
임플래커블: 「묵시록의 4기사」 간에 강약의 순위는 정해져 있지 않아.
임플래커블: 어째서 녹색 기사가 아니라 붉은 기사가 하층의 실질적인 지배자가 되었을까….
히어로: 음……좀 더 생각해 볼게….
실라: 전쟁이라는 개념이 유난히 강화되어서 그런 걸까요?
임플래커블: 나도 동감이야.
임플래커블: 추기경. 나는 지금부터 실험을 하나 할 거야. 만약 내가 이상 징후를 보인다면 어떤 식으로든 나를 막아줘.
리슐리외: …무엇을 하실 생각이시죠?
임플래커블: 그냥 검증 차원에서. 맞았는지 틀렸는지는 금방 나올 거야.
임플래커블은 심호흡을 한 뒤,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읊조리기 시작했다.
임플래커블: “둘째 인을 떼실 때에 내가 들으니 둘째 생물이 말하되 오라 하니…”
임플래커블: “이에 다른 붉은 말이 나오더라 그 탄 자가 허락을 받아 땅에서 화평을 제하여 버리며…”
그 목소리와 함께 임플래커블의 몸에서 장기말과 같은 붉은 안개가 서서히 퍼지기 시작했다.
리슐리외: 이게 대체……! 임플래커블 씨, 당장 멈추세요!
리슐리외의 말은 들리지도 않는다는 듯 임플래커블은 계속 입술을 움직였다.
임플래커블: “서로 죽이게 하고 또 큰 칼을 받았더라……”
로열 오크: 임플래커블… 들려? 임플래커블……!
리슐리외: …어쩔 수 없군요. 죄송합니다――
―――!!!
임플래커블: ………꺄악! 아야야야…… 리슐리외 추기경?
리슐리외: 공포탄을 사용했습니다. 다친 곳은 없으십니까?
임플래커블: 다치진 않았지만 아파….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임플래커블: 그래도 날 쐈다는 건 뭔가 변화가 있어서 그런 거겠지?
리슐리외: 네. 장기말처럼 몸에서 붉은 안개를 내뿜기 시작했습니다.
임플래커블: 마치 「전쟁」이라는 개념에 사로잡힌 것처럼. 그렇지?
임플래커블: 역시 이 공간에서는 「개념」의 영향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어.
임플래커블: 4기사가 이곳의 통제권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면 전쟁의 개념이 이 공간 구석구석까지 퍼졌을 거야.
임플래커블: 장기말과 양산함은 기계이기 때문에 「사망」과 「기근」이라는 개념은 존재하지 않아.
임플래커블: 「정복」은……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붉은 기사가 이곳을 통제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정복」이라는 개념을 강화하고 있을지도 모르지.
리슐리외: 그렇다면 하얀 기사도 강화되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임플래커블: 아무튼 너희는 당시 어떻게 4기사와 싸웠지?
리슐리외: 작전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때 저희는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보이는 대로 하나하나 제압했습니다.
리슐리외: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려면 심판정의 기록을 살펴봐야 합니다만….
임플래커블: 순서! 성당의 정화 설비를 특정 순서로 가동시킨 것처럼, 4기사를 잡을 때도 순서가 중요해.
임플래커블: 인을 떼는 순서와 반대로 해치운다면 끊임없는 부활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임플래커블: Vert, Noir, Rouge, 그리고 Blanc 순서대로 갈 거야. 처음 두 기사가 약해져 있다는 걸 감안하면, 이를 기회로 공략법도 파악해야 해.
임플래커블: 그리고 아직 남아 있는 개념 닻을 이용하면 공격과 후퇴를 적절히 병용할 수 있을 거야.
임플래커블: 내 작전이 어때? 추기경?
리슐리외: 확실히… 시도해 볼 만한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임플래커블: 좋아. 그럼 잠깐 상황을 보다가 녹색 기사를 만나러 가자.
~18. 사망의 상징
경면해역. 사망의 구역.
성당 시설 조사 함대 본대.
- Data Corruption//- Fatal Error Detected//
―――!!!
히어로: 퀘스트 지점 도착―――☆
히어로: 흐흥! 허접 기사는 얼른 나와서 내 경험치가 되어줘~☆
히어로는 의욕이 넘치고 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아거스: 이곳이 녹색 기사가 나타나는 해역이군요…. 무척이나 삭막하네요….
로열 오크: 여기까지 오는 도중에 마주친 적들도 모두 정신을 놓은 것 같았어.
임플래커블: 대체 무슨 상황이람…. 느낌이 좋지는 않으니까 다들 조심해서 조사하자.
잠시 후 일행은 어느 탁 트인 장소에서 녹색 기사로 추정되는 존재를 발견했다.
거대한 몸뚱이가 바다에 쓰러져 있었다. 두르고 있던 갑옷은 대부분 파괴되어 너덜너덜한 상태였다.
실라: 낫 모양 무기…. 그렇다는 건 녹색 기사겠군요….
로열 오크: 벌써 당한 거야…?
아거스: 죄, 죄송합니다…. 너무 심하게 파손되어 있어서 공중 정찰에서는 구별하지 못했어요….
히어로: 뭐 보스전이 하나 줄었으니까 좋은 거 아냐?
임플래커블: 아니, 별로 좋지는 않아….
임플래커블: 아까도 말했지만 기사들은 특정한 순서대로 잡아야 해.
임플래커블: 실라. 뭔가 남아 있는 단서는 없어?
실라: 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포격에 의한 손상과 거대한 참격의 흔적입니다.
실라: 장기말이나 양산함은 이러한 피해를 입힐 수 없습니다. 따라서 다른 기사의 소행으로 보입니다.
실라: 특히 참격이라는 점에서 검을 가지고 있는 붉은 기사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
실라: 「사망」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 기계에게 이곳은 그다지 싸우기 좋은 장소는 아닌 것 같네요.
임플래커블: 「META」도 이런 피해를 입힐 수 있어. 확인은 해 봤니?
실라: 현재까지 추적 장치에는 아무런 반응도 없습니다.
임플래커블: 반응이 없다라…. 그럼 상황이 더 복잡해질 일은 없겠네.
리슐리외: 임플래커블 씨. 갑자기 META 얘기는 어째서…?
임플래커블: 추기경은 아직 모르겠지만, 최근 로열의 유물들이 META에게 도난당한 사건이 있어서 말야.
리슐리외: 로열에 적대적인 행동을 하는 META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리슐리외: 알겠습니다.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플래커블: 천만에. 아무튼 녹색 기사는 쓰러졌어.
임플래커블: 아까 봤던 검은 기사는 우리보다 확실히 강하니까 섣불리 공격해서는 안 돼.
임플래커블: 다른 기사들의 동향도 궁금한데. 붉은 기사와 하얀 기사는 둘 다 아까 정찰에서 위치를 파악하지 못했어.
임플래커블: 다행이 장기말이나 양산함들은 붉은 기사 소속밖에 없는 것 같아서 움직이긴 편하겠지만…….
임플래커블: 붉은 기사가 다른 기사들을 모두 쓰러트리면 답이 없어.
임플래커블: 우선은 다른 두 기사의 존재를 확인해야 돼. 그럼 원래 작전대로 할 수 있어.
리슐리외: 그렇다면 병력을 나누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리슐리외: 아이리스는 붉은 기사를 수색할 테니 로열은 흑백 기사를 수색하는 것은 어떠십니까?
임플래커블: 괜찮겠어? 붉은 기사가 제일 강할 텐데?
리슐리외: 그렇게 따지자면 하얀 기사의 전력도 미지수입니다. 서로 어느 정도의 위험은 감수할 수밖에 없습니다.
임플래커블: 좋아 그럼. 다들 불필요한 전투는 최대한 피하렴. 최우선은 나머지 세 기사의 위치를 파악하는 거야!
~19. 기근의 상징
경면해역. 기근의 구역
성당 시설 조사 함대 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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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거스와 로열 오크는 검은 기사의 행방을 쫓게 되었다.
아거스: “백 개의 눈으로도 적을 찾을 수가 없구나”……. 이 해역에도 목표는 없네요.
아거스: 어머? 이건…… 잔해? 그것도 생긴지 얼마 안 됐어요.
아거스: 이 잔해를 따라가다 보면 목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로열 오크: 역시 항모는 대단하네. 이렇게 넓은 해역도 수색할 수 있고.
로열 오크: 육안에 의지하는 나 따위는 아무런 도움도 안 돼…. 선배 기사인데…….
아거스: 저는 로열 오크 씨와는 달리 접근하는 적과는 싸울 수 없어요. 너무 자신을 비하하지 마세요!
아거스: 그러니까… 찾았다. 이 망원경을 써보시겠어요?
로열 오크: 망원경……?
아거스: “위스커 사의 해군의 휴일 테마 메모리얼 텔레스코프. 렌즈와 프레임으로만 구성되어 있으며, 중배율의 조망은 최고.”
아거스: …라고 패키지에 쓰여 있네요.
로열 오크: 그런 게 왜 있어…?
아거스: 허미즈 씨에게 드릴 선물로 준비했거든요. 저번에 보자를 선물해 주셔서 그 답례로….
아거스: 당분간은 작전 때문에 만날 수 없으니 로열 오크 씨가 먼저 사용해 보시는 건 어떠세요?
로열 오크: 알겠어. 그럼 기꺼이…….
로열 오크: 망원경을 쓰더라도 아거스보다 멀리 볼 수는 없지만….
아거스: 그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나으시죠?
로열 오크: 응!
통신: ――――
베아른: 아이리스의 베아른입니다. 로열 여러분, 들리십니까?
베아른: 방금 리슐리외 님께서 붉은 기사를 발견하셨습니다.
베아른: 양산함을 쫓느라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현재는 접근하여 붉은 기사를 추적하고 있습니다.
베아른: 호위함대의 전력 또한 조사할 예정입니다. 이상입니다.
아거스: 베아른 씨는 벌써 목표를 발견하셨네요! 나도 열심히 해야지…….
아거스: …아. 로열 오크 씨! 저도 목표를 발견했습니다!
아거스: 목표, 검은 기사는 현재 붉은색 양산함과 교전 중입니다! 게다가 손상까지 입은 것 같아요.
로열 오크: 손상? 정말로 기사들끼리 서로 싸우고 있구나….
로열 오크: 다음에 쓰러트려야 할 기사가 바로 이 검은 기사지? 이대로 양산함에게 당한다면…….
아거스: 그러면 싸우지 않고 끝나겠죠? …아, 임플래커블 씨의 연락입니다!
임플래커블: 임플래커블이야. 다들 들려?
임플래커블: 하얀 기사를 수색하던 중 중요한 것을 발견했어.
임플래커블: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얀 기사는 무사해. ……상태가 조금 묘하긴 하지만.
임플래커블: 히어로와 함께 정복 구역 외곽에서 대기하고 있을게. 조사가 끝나는 대로 이쪽으로 합류해줘.
아거스: 알겠습니다, 임플래커블 씨.
아거스: 저와 로열 오크 씨도 검은 기사를 발견했습니다. 현재 양산함과 교전 중이고, 이미 피해를 입은 상황입니다.
아거스: 아무튼 바로 그쪽으로 향하겠습니다.
리슐리외: 아이리스 함대는 현재 적의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합류하려면 다소 시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임플래커블: 어머.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리슐리외: 괜찮습니다. 붉은 기사 본체가 아니라 양산형 함대뿐입니다.
임플래커블: 좋아 그럼. 나는 여기서 기다리고 있을게.
~20. 정복의 상징
상층의 성당 Blanc에 해당하는 경면해역 내부 건물――
입구의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적은 보이지 않았고, 중심부로 향하는 길이 무방비하게 드러나 있었다.
하지만 임플래커블과 히어로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히어로: 으으윽…… 에잇!
히어로는 빛의 벽을 향해 힘껏 주먹을 내질렀다. 하지만 홀로그램 무늬가 순간 일그러진 것 외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히어로: 이상하네~ 임플래커블. 포격 좀 해봐도 돼?
임플래커블: 그러렴. 안전거리 유지하고.
――――――――!
히어로: 포탄을 튕겨냈어!?
히어로: 그냥 빛이잖아? 뒤쪽 모습도 제대로 보이는데 왜 이렇게 튼튼해??
임플래커블: 곤란하네…. 세이렌의 해역 봉쇄 장치와 비슷한 구조일까?
임플래커블: 에너지 공급 장치를 파괴해야만 지나갈 수 있을 것 같아.
임플래커블: 「신궁의 벽」을 통과하는 방법은 분명…… 응? 히어로, 뭐 하니?
히어로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빛의 벽에 몸을 기댔다.
히어로: 좋은 생각 났어!
히어로: 이 경면해역에서는 「개념」이 영향을 미친다고 했지?
히어로: 이렇게 벽에 대고 “열려라―”라고 생각하면 열릴지도 몰라!
임플래커블: 어어……… 일단 해볼래?
히어로: 응! 일단은 개념을 보강하기 위해 벽에 열쇠를 그리고….
히어로: 잘~ 봐둬! 주인공인 내가 맹활약하는 순간을!
히어로: 열려라 참깨!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히어로: ……어째서? 건방진 벽이네!
임플래커블: 접근하는 방법이 틀렸나?
임플래커블: 나도 해볼게.
임플래커블은 손을 맞잡고 조용히 기도하기 시작했다.
임플래커블: “……저희의 모든 것을 아시는 전능하신 주님…….”
임플래커블: “……제가 주를 따르고, 주의 이름을 부인하지 않았음을 기억하소서…….”
임플래커블: “……저의 앞을 가로막는 벽이 열리기를 간절히 소망하나이다…….”
빛의 벽은 묵묵부답이었다.
히어로: 뭐야. 임플래커블도 못 하네.
임플래커블: “문을 열다”라는 말은 너무 구체적인가….
임플래커블: 뭐, 아직 시간은 있으니까 다른 것도 시도해 보자.
----
아거스: 임플래커블 씨…? 뭐하고 계세요?
임플래커블: 보다시피 벽에 가로막혔어. 어떻게 하면 앞으로 갈 수 있을지 고민 중이야.
히어로: 포격도 기도도 아무 효과 없어! 주인공인 나도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구.
로열 오크: ……기도? 벽에다가?
임플래커블: …히어로가 하는 말은 신경 쓰지 마.
임플래커블: 중요한 건 방법을 찾는 거지. 누구 아이디어 있는 사람 없어?
아거스: 빛의 벽이 아니라 일반 벽을 뚫으면 되지 않을까요…?
아거스: 조금 거친 방법이긴 하지만, 빛의 벽을 통과하는 것보다는 쉽지 않을까 해서요….
임플래커블: 그것도 누가 먼저 시도해 본 것 같아. 저기 봐.
임플래커블은 거대한 균열이 나 있는 시설 내벽을 가리켰다.
그 균열 사이로 빛의 벽과 같은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확인하니, 확실히 갈라진 틈 너머로 빛의 벽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거스: 이 균열은…… 다른 기사가 낸 흔적일까요?
임플래커블: 글쎄? 우리처럼 이 벽을 뚫을 방법을 찾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임플래커블: 하얀 기사가 아직 건재한 건 이 벽 덕분일 거야.
로열 오크: 기사도 못 뚫는 거라면 내 포격도…. 아!
임플래커블: 혹시 폭격 생각하니? 그것도 해봤어.
임플래커블: 천장은 뚫려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함재기가 그 위를 저공비행하면 어째서인지 통제 불능이 돼.
임플래커블: 나도 벌써 함재기 몇 대를 잃었어.
임플래커블: 벽을 지은 게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도 들어가지 못하게 하려는 것만은 분명해.
아거스: 그럼 에너지 공급 장치를 찾아야 하나요…?
임플래커블: 보통은 그렇지. 하지만 단서가 필요해.
임플래커블: 그리고 에너지 공급 장치가 벽 너머에 있을 수도 있어.
로열 오크: 그럴 수가……. 그러면 하얀 기사를 쓰러트릴 수 없잖아….
임플래커블: 영원히 이 경면해역에 갇히는 건…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은 상황이네.
임플래커블: 그래도 짐작가는 게 있어. 여기는 아이리스의 시설이니 리슐리외 추기경의 의견을 들어 보자.
임플래커블: 실라. 간식 좀 준비해 줄래? 두 사람이 올 때까지 잠시 휴식이야.
~21. 마음의 열쇠
경면해역. 정복의 구역.
실라: 임플래커블 님. 홍차를 가져왔습니다. 샌드위치도 있으니 드십시오.
임플래커블: 고마워. 근데 홍차 정도는 내가 직접 끓일 수 있다고 했었는데.
실라: 홍차 준비는 메이드의 의무입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여 죄송합니다.
임플래커블: 매정하네. 홍차 끓이는 새로운 방법을 써보려고 했는데.
임플래커블: 혹시 너 이러면서 나 놀리는 거야?
실라: 가당치도 않습니다. 임플래커블 님이 내리시는 홍차는 재료를 낭비할 뿐입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씀드리자면, 맛없습니다.
임플래커블: …….
히어로: 후아아암…. 배부르니까 이제 졸리네…. 리슐리외는 아직이야―?
로열 오크: 혹시 뭔가 잘못된 건 아닐까……?
임플래커블: 괜찮아. 오면서 내친김에 다른 시설을 조사하거나 그러는 거겠지.
임플래커블: 걱정할 필요 없으니 다들 푹 쉬고 있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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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슐리외: 오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임플래커블: 괜찮아? 다친 데는 없어?
리슐리외: 네. 이상 없습니다.
리슐리외: 양산형 함대를 뿌리치고, 이 경면해역에서 탈출할 방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아무런 성과가 없었습니다.
리슐리외: 여러분께서는 어떠신지요?
임플래커블: 보다시피 이 빛의 벽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고 있어. 지금은 차 마시면서 쉬는 중이야.
리슐리외: 빛의 벽? ……설마, 이건 분명 「신궁의 벽」입니다!
리슐리외: 여러분께서 작동시키신 겁니까?
임플래커블: 여기 왔을 때부터 있었어.
임플래커블: (세이렌의 봉쇄 장치는 신궁의 벽과 같은 구조일까?)
리슐리외: 틀림없습니다. 이것은 이전에 비시아가 점거한 성당에서 본 신궁의 벽의 완성판입니다.
리슐리외: 비시아가 이 기술에 대해 계속 연구하고 있었던 걸까요? 기사들을 제어하기 위해?
임플래커블: 그건 말이 안 돼. 이 기술이 발전된 건 최근일 거야. 그런데 이 기사는 누가 가둔 걸까? 비시아? 아니면 심판정?
임플래커블: 둘 다 이상하긴 해. 만약 비시아라면 왜 상층의 문제는 무시하고, 하층의 기사들은 자유롭게 놔둔 거지?
임플래커블: 신궁의 벽이 실제로 기사들을 가둘 수 있다면, 왜 하나만 세운 걸까?
임플래커블: 봉인의 난이도가 너무 높아서? 아니면 전부 봉인할 생각은 없어서?
리슐리외: 어쩌면 상층의 상황과 비슷했을지도 모릅니다. 봉인을 하고 싶었어도 설비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됐기에 버려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리슐리외: 아니면 세이렌의 함정일 수도 있겠지요…….
임플래커블: 맞아. 4기사를 가두는 게 아니라 그 반대일 수도 있어.
임플래커블: 이 경면해역에 일부러 방문하는 사람이 있다면 분명 4기사를 제거하는 게 목적이겠지.
임플래커블: 움직이지 않는 하얀 기사를 미끼로 병력을 유인한 다음 일망타진하는 거지.
임플래커블: …아무튼, 리슐리외 추기경. 이 신궁의 벽을 어떻게 해제하는지 알아?
리슐리외: 에너지 공급 장치를 파괴하는 것이 가장 보편적입니다만….
리슐리외: 이 경면해역의 특성을 생각하면 개념 부여로 벽을 무력화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임플래커블: 이미 해봤는데 소용없었어.
임플래커블: 만약 이렇게 하면….
임플래커블: “일곱째 인을 떼실 때에 하늘이 반시간쯤 고요하더니”
임플래커블: “내가 보매 하느님 앞에 일곱 천사가 서 있어 일곱 나팔을…”
리슐리외: 멈추세요!!!
임플래커블: 꺄악!? 깜짝이야….
리슐리외: 당신이 전에 두 번째 인 구절을 외웠을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잊으셨어요?
리슐리외: 신앙이나 의지가 충분히 강하지 않다면 이 경면해역에서 개념을 형상하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임플래커블: 왜? 내가 개념에 삼켜질까봐?
리슐리외: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해보도록 하죠.
임플래커블: 후후후. 그럼 얌전히 경청하겠습니다~
임플래커블은 한 걸음 물러서 말없이 추기경을 지켜봤다. 물론 신앙에 관해서는 추기경이 자신보다 훨씬 강할 것이다.
벽을 마주한 리슐리외는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기 시작했다.
리슐리외: “……저희의 모든 것을 아시는 전능하신 주님…….”
리슐리외: “……제가 주를 따르고, 주의 이름을 부인하지 않았음을 기억하소서…….”
리슐리외: “……저의 앞을 가로막는 벽이 열리기를 간절히 소망하나이다…….”
눈부신 빛과 함께 신궁의 벽이 열렸다――
~22. 함정
일행은 시설 내부로 들어섰다.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신궁의 벽을 만났지만, 리슐리외의 기도로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다.
임플래커블: 역시 추기경이네. 내 믿음과는 비교도 안 돼.
임플래커블: 아니면 아이리스가 개발한 기술이니까 아이리스 함선을 편애하는 걸까?
리슐리외: 「신궁의 벽」은 본디 성물에 기재된 것을 근원으로 하고 있습니다.
리슐리외: 제가 그 근원에 대해 임플래커블 씨보다 잘 알고 있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습니다.
임플래커블: 어느 쪽이든 너를 믿어야지 뭐.
히어로: 임플래커블. 주변에 안 움직이는 양산형 허접들이 잔뜩 있어.
임플래커블: 이 경면해역의 산물이겠지. 안개가 없는 건 기동 중이 아니라서 그런가?
임플래커블: 안 움직이는 거면 그냥 두면 되지 않을까?
히어로: 그치만 경험치 아깝잖아― 해치워도 돼?
임플래커블: 무모하게 굴지 마. 혹시라도 안쪽에 있는 하얀 기사를 깨워버리면 허접 사냥이 아니라 바로 보스전이 될걸?
임플래커블: 힘이 남아돌면 가서 하얀 기사의 상태나 정찰하고 오렴.
임플래커블: 대신 만지거나 쏘는 건 금지야.
히어로: 어쩔 수 없네에…. 나한테 맡겨☆
----
히어로: 목표 「하얀 기사」 발견♪
히어로: 이 녀석 맞지? 벽 안쪽에 얌전히 앉아 있는 거.
히어로가 있는 홀에 들어선 일행은 빛의 벽 안쪽에 봉인된 거대한 하얀 기사를 발견했다.
임플래커블: 다른 양산함이나 장기말처럼 움직이질 않네. 자고 있나?
임플래커블: 이렇게 좁은 데서 저런 덩치하고 싸우고 싶진 않은데.
히어로: 하얀 기사 말고도 또 다른 걸 찾았어!
히어로: 봐봐, 여기!
히어로는 홀의 천장을 받치는 기둥 중 하나로 달려갔다.
거대한 기둥의 그늘에 신궁의 벽으로 만든 공간이 있었다.
그리고 그 안으로 함선들과 비슷한 크기의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임플래커블: ……안에 누가 있는데?
임플래커블: 히어로, 아는 사람이니?
히어로: 얼굴이 잘 안 보여……. 아이리스 사람 아냐?
리슐리외: 라 갈리소니에르…? 심판정 사람이 대체 왜 여기에!?
리슐리외: 지금 벽을 열 테니 좀 도와주세요!
----
라 갈리소니에르(META): 후아아아암……… 엄청 오래 잔 기분이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지금 몇 시야? 좋은 아침? 아니면 좋은 밤?
리슐리외: 당신… 이 세계, 아니 이 「가지」의 사람이 아니군요.
라 갈리소니에르(META): 맞아~ 처음 뵙겠습니다, 이 「가지」의 리슐리외 추기경님~ 저는 「잔불」 소속 라 갈리소니에르에요♪
임플래커블: 잔불?!
임플래커블: (추적 장치는 역시 무쓸모였어…. 설마 이런 데서 META를 만나다니.)
라 갈리소니에르(META): 너 누군지 알아. …로열의 항모 임플래커블이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뭐하러 왔어? 여긴 로열 본섬에서 엄청 떨어진 곳인데?
임플래커블: 우리 유물을 털어간 도둑을 잡으러 왔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뭐? 내가 왜 거기까지 가서 도둑질을 해? 그런 건 하나도 재미없잖아.
임플래커블: 그럼 너는 뭘 하러 왔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야 당연히 놈들의 실험장을 깨부수려고 왔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너희도 봤잖아? 이 실험장이 계속 돌아가면 너희 가지에 끔찍한 일이 벌어질걸?
라 갈리소니에르(META): 저건 안티 엑스가 묵시록의 4기사 개념을 이용해 개발한 병기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뭐, 멈추는 법도 간단해. 장기말 생산을 끊고 4기사를 역순으로 쓰러트리면 돼.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리고 쟤들은 장기말과 마찬가지로 서로 싸우고, 개념으로 보강되기 때문에 명백한 강약도 있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럼 할 일은 하나잖아?
라 갈리소니에르(META): 난 일단 봉쇄 장치를 꺼서 놈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해놨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 다음에 검은 놈을 유인해서 녹색 놈한테 갖다 박고, 녹색 놈이 충분히 약해진 틈을 타 녀석을 해치웠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말로 하니까 쉬워 보이지만 걔들은 저래봬도 묵시록의 4기사야. 파괴하기 힘들었다니까?
라 갈리소니에르(META): 아무튼 같은 방식으로 검은 놈을 붉은 놈한테 유인했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근데 빨간 게 너무 강해서 그런지 검은 놈은 질 것 같으면 계속 도망가더라?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래서 하얀 놈을 이용해서 둘 다 차례로 없애버리려고 했는데 그만 실수했지 뭐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애초에 어떻게 여기까지 들어왔는지는…… 잔불의 힘이라는 걸로♪
임플래커블: 혼자 잘 떠드네…. 잔불의 힘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왜 여기 갇힌 거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왠지 재밌을 거 같아서 못 참고 공격했는데… 함정에 빠졌어……. 그야 쉽게 탈출할 수 있으면 함정이 아니잖아?
임플래커블: ……너 정말 잔불이야? 전해 들은 인상과는 많이 다른데.
라 갈리소니에르(META): 가입한지 얼마 안 돼서 그런가?
임플래커블: 그래, 그렇다면 뭐….
임플래커블: 그런데 잘도 이런 번거로운 작전을 생각해냈네. 잔불의 전투력이라면 직접 싸워도 승산이 있지 않아?
라 갈리소니에르(META): 여기 안티 엑스도 강한데? 그리고 계략으로 이길 수 있는데 왜 직접 싸워?
임플래커블: 계략? 네가?
라 갈리소니에르(META): 응? 뭐라고 했어?
임플래커블: 아냐 아무것도.
임플래커블: 그건 그렇고, 잔불은 좀 더 중요한 목적과 일이 있잖아?
임플래커블: 세이렌의 특정 실험장을 파괴하는 사소한 일도 포함되는 거야?
임플래커블: 설마 하는데… 네가 신입이라 떠맡은 건 아니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잔불도 아니면서 멋대로 지껄이지 마!
라 갈리소니에르(META): 우리는 너희 생각보다 훨씬 오래 전부터 안티 엑스하고 싸워왔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함정에 걸렸지! 근데 그게 뭐! 너희한테 한소리 듣고 싶지 않거든!
임플래커블: 진정해. 아무튼 세이렌과 싸운다는 목적은 똑같네.
임플래커블: 실험장을 파괴할 거지? 그러면 공동 전선을 펴서 함께 싸우는 건 어때?
임플래커블: 도와준 은인에게 보답도 할 겸 말야? 후후후.
라 갈리소니에르(META): 같이 싸우자고? 뭐 상관없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하지만 보답이라고 생각하지 마. 네가 아니었어도 누군가 와서 날 풀어줬을 거야. 잔불은 그렇게 냉혹한 조직이 아냐.
라 갈리소니에르(META): 난 단독 행동을 선호하긴 하지만, 이것만 지키면 당분간은 너희 곁에서 지켜줄게.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러니까 어디 가서 내가 너희 도움 받았다고 말하지 마!
~23. 기근의 기사
경면해역. 기근의 구역
성당 시설 조사 함대 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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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래커블: 이것으로 로열이 만난 「잔불」은 세 명이네…. 실라는 라 갈리소니에르를 어떻게 생각해?
실라: 쾌활하고 성실해 보입니다. 작전도 우연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저희와 일치합니다. 하지만…….
임플래커블: 하지만?
실라: 너무 말이 많습니다. 도움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렇게까지 저희에게 정보를 알려줄 필요는 없을 텐데요.
실라: 정확한 이유는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무언가 위화감이 느껴집니다.
임플래커블: 천천히 생각해도 돼. 나도 동감이니까.
임플래커블: 말만 들으면 아무 문제 없지만, 뭔가 잘못된 기분이 들어.
임플래커블: 잔불에 대한 불신이 빚어낸 착각일까? 아니면….
임플래커블: 아무튼 그 애를 잘 감시해.
실라: 알겠습니다.
----
라 갈리소니에르(META): 어이~ 검은 기사의 좌표를 찾았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손상은 4, 50% 정도인가….
라 갈리소니에르(META): 저렇게 많은 양산함에 둘러싸여 있는데도 나름 잘 싸우고 있네.
라 갈리소니에르(META): 어쩔래? 혼자 행동하고 있으니까 치려면 지금이 딱인데.
리슐리외: 기회를 놓칠 수는 없어요. 공격을 개시합시다.
리슐리외: 제가 전열에 동행하겠습니다. 임플래커블 씨. 잠시 베아른을 맡아 주십시오.
임플래커블: 좋아. 로열 오크. 포격전은 네가 지휘하렴. 리슐리외와 라 갈리소니에르를 도와 검은 기사를 공격해.
임플래커블: 나와 아거스, 베아른은 공중 지원을 맡을게.
리슐리외: 알겠습니다. 지원 쪽은 부탁드립니다.
로열 오크: 아, 응! 결코 실망시키지 않겠어!
리슐리외: 목표, 「심판형 무장 기구 · 기근」. 전투 개시!
----
――――!!
리슐리외: 영거리 포격으로도 장갑을 관통할 수 없다니….
리슐리외: 그렇다면…!!
――――!!
히어로: 리슐리외의 공격을 피했어?! 저렇게 너덜너덜한데!
실라: META가 왜 직접 싸우지 않고 계략 운운했는지 수긍이 가네요.
실라: 세이렌의 자율 병기라고는 하지만 상위 개체에 필적하는 전투력입니다.
로열 오크: 그럴 수가….
로열 오크: 이미 부상까지 입었는데 리슐리외 추기경이나 잔불의 힘을 빌려도 이길 수 없는 거야…?
임플래커블: 아니, 잔불은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어.
임플래커블: 라 갈리소니에르. 아까 같이 싸우겠다고 약속했잖아? 거기서 뭐 하고 있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돕고 있는데? 지금 기도하는 거 안 보여?
임플래커블: 기도…? 상대가 항복이라도 하게 해달라고?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럴 리가 없잖아! 상대에게 파멸이 있기를 기도하는 거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자비하신 아이리스시여. 당신의 그 거룩한 말씀을 듣고, 그 고귀한 의지를 따르옵니다…….”
라 갈리소니에르(META): “……내 적을 당신의 적으로 여기시고, 내 원수를 당신의 원수로 여기소서…….”
라 갈리소니에르(META): “……제게 힘을, 모든 불의와 죄악을 씻어낼 힘을 주옵소서!”
라 갈리소니에르의 기도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상쾌한 바람이 몸을 휘감고 지나간 것처럼 전장의 거북한 분위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검은 기사의 움직임도 둔해지면서, 싸움의 균형은 서서히 기울기 시작했다.
리슐리외: 검은 기사가… 약해지고 있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응! 이 틈에 공격을 집중하자!
라 갈리소니에르(META): 잔불 소속 경순 라 갈리소니에르――마음껏 날뛰어 주겠어! 아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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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폭발과 함께 거구를 자랑하던 검은 기사는 산산조각이 되어 무너져 내렸다.
라 갈리소니에르(META): 됐다! 끝! 이 라 갈리소니에르의 힘을 똑똑히 봤겠지!
임플래커블: 신입이어도 역시 잔불이구나. 그래, 다시 봤어.
임플래커블: 네가 우리 편이라 정말 다행이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일시적인 동맹이지만 그래도 칭찬받으니 기쁘네♪
리슐리외: 라 갈리소니에르. 방금은 대체…….
라 갈리소니에르(META): 기도했잖아. "구하라, 그리하면 주실 것이요", 몰라?
라 갈리소니에르(META): 이게 이 실험장의 규칙이야.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야지.
임플래커블: 개념의 구현화 말이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정답! 그치만 모든 걸 구현할 수 있는 건 아냐. 어디까지나 「신앙」에 관해서만.
라 갈리소니에르(META): 「묵시록의 4기사」라는 개념 자체도 아이리스의 경전에 있는 거니까. 그 외에도 적용될 거야.
임플래커블: 「전쟁」과 「정복」가 「사망」이나 「기근」보다 강해진 것도 그거 때문이잖아. 거기까지는 이미 알고 있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오호라. 그래서 기도해 봤어?
임플래커블: 맞아. 심판의 날의 한 구절을 외웠는데 갑자기 내 몸에 무슨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어…. 리슐리외 추기경이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임플래커블: 정말 그렇게 위험한 거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당연하지! 개념을 구현한다는 건 정신을 이 경면해역에 접속하는 거하고 똑같아.
라 갈리소니에르(META): 이왕 기도할 거면 다른 거로 해. 4기사는 절대 아니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아무튼, 너희도 본격적으로 기도하는 게 좋을 거야.
임플래커블: 왜?
라 갈리소니에르(META): 내가 너희를 위해 기도하는 것도 한계가 있어. 너희도 이 규칙을 이용하지 않으면 붉은 기사한테 순식간에 얻어 터질 거야.
임플래커블: 붉은 기사가 그렇게 강해?
라 갈리소니에르(META): 당연하지. 「전쟁」이라는 개념으로 보강된 녀석이니까, "싸우는" 시점에서 이미 강력해지는 거야.
라 갈리소니에르(META): 뭐, 그걸 상회하는 믿음이 있다면 또 다르지만.
라 갈리소니에르(META): 아이리스에게 기도하면 괜찮아. 너희도 그렇게 벽을 넘은 거잖아?
리슐리외: 임플래커블 씨. 상황이 상황이니 진심으로 기도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임플래커블: 세이렌을 이기기 위해서라면야 상관없어. 여기서 해도 괜찮아?
리슐리외: 아뇨. 기도는 거룩한 행동입니다. 맹우인 당신이라도 아이리스의 이름을 더럽히는 행동은 용납하지 않을 것입니다.
임플래커블: 그럼 그럴싸한 곳을 찾아봐야겠네.
임플래커블: 적합한 장소를 한번 찾아보자.
~24. 네 기도에 응답하는 자 누구냐
경면해역을 탐색하던 일행은 「개념 닻」이 보존된 성당을 찾는 데 성공했다.
임플래커블: 조금 허름하긴 하지만 따지고 있을 때가 아니지.
임플래커블: 추기경. 시범을 보여 줄래?
리슐리외: 네. 잘 보고 따라하십시오.
반파된 성당 한가운데서 리슐리외는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아 경건하게 기도하기 시작했다――
리슐리외: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리슐리외: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리슐리외: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리슐리외: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리슐리외: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리슐리외: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리슐리외의 기도에 호응하듯 금색의 빛이 점점 모여들어 리슐리외가 가지고 있던 아이리스의 깃발에 깃들었다.
기도를 마치자 깃발은 마치 태양빛을 받은 스테인드글라스처럼 찬란하게 빛났다.
이를 보는 자마다 힘과 용기가 솟아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라 갈리소니에르(META): 훌륭하네.
라 갈리소니에르(META): 역시 리슐리외 추기경이야. 나조차도 기도의 힘을 느낄 수 있었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이 정도면 붉은 기사하고 쉽게 싸울 수 있을 거야.
리슐리외: 후우…………. 임플래커블 씨, 당신 차례입니다.
리슐리외: 갈리소니에르의 말대로 아이리스를 향한 기도는 안전한 것 같습니다.
임플래커블: 다행이네. 그럼 나도 해볼게.
임플래커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그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임플래커블: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소서……"
임플래커블: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임플래커블: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가 용서하오니 저희 죄를 용서하시고……"
임플래커블: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임플래커블: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리슐리외 때와 달리 빛은 보이지 않았다. 임플래커블 주위는 여전히 캄캄한 채였다.
임플래커블: ……….
임플래커블: ……………?
라 갈리소니에르(META): 네 기도는 닿지 않았나 보네. 푸훕.
임플래커블: 뭐… 그래. 「신궁의 벽」 때도 이랬으니….
임플래커블: 나는 리슐리외 추기경처럼 마음이 깨끗하진 않으니까♪
라 갈리소니에르(META): 신궁의 벽? 그 때는 어땠는데?
임플래커블: 지금처럼 추기경의 기도에만 반응했어.
리슐리외: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리슐리외: 이곳은 경면해역이긴 하지만 또한 아이리스의 성당입니다.
리슐리외: 심판과 4기사의 개념은 모두 아이리스의 인지 체계에서 만들어진 것입니다.
리슐리외: 당연히 이 모든 것은 「신앙」이라는 개념 하에 존재합니다.
임플래커블: 내 신앙은 명확하지 않다는 건가.
리슐리외: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지금이라도 아이리스의 가르침을――
임플래커블: 고맙지만 됐어, 추기경.
임플래커블: 「신앙」이라는 개념이 중요한 거지 신앙의 대상은 누가 되었든 상관없잖아?
리슐리외: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만 그렇다고 4기사에게 기도하지는 마십시오.
임플래커블: 세이렌의 인형한테 기도하는 취미는 없어. 후후후. 신앙의 대상이라면, 로열에게도 확고한 믿음의 대상이 되는 존재가 한 분 계시잖아?
임플래커블은 미소를 지으며 어딘가에서 엘리자베스 모양의 작은 조각상을 꺼냈다.
리슐리외: 그건… 퀸 엘리자베스? 여왕을 향해 기도하실 겁니까?
임플래커블: 세이렌이 아이리스 신앙과 로열 신앙을 구별이나 하겠어?
임플래커블: 혹시 모르지. 기도하면 누가 들어줄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일단 해봐. 기대는 안 하지만.
임플래커블: 후후후♪ 그러면, 내가 가장 신뢰하는 존재에게….
임플래커블: "태양처럼 우리의 땅을 비추는 거룩한 이름"
임플래커블: "우리의 안전한 피난처의 수호자, 우리의 영광의 봉화"
임플래커블: "당신의 지혜의 빛이 일곱 바다를 건너 우리를 지키시기를 바라옵니다."
임플래커블: "그 결단의 칼로 혼란한 세상에 진실을 밝히시고"
임플래커블: "우리에게 고난을 이기고, 시련을 견디고, 악을 물리치고 평화를 가져올 수 있는 힘을 주소서."
임플래커블: "당신의 이름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우리에게 깨달음을 주소서."
임플래커블: "우리의 폐하이신 엘리자베스 여왕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이번에는 임플래커블의 기도가 응답받았다.
임플래커블이 꼭 쥔 조각상에서 금색 빛이 떠올라 성당 천장으로 향했다.
빛은 하나로 뭉쳐 구체를 이루다가 다시 터지면서 그 자리에 있는 함선들에게 빛의 파편을 쏟아냈다.
임플래커블: …감사합니다, 폐하.
아거스: 이것이… 폐하의 은총?
로열 오크: 무척이나 따뜻하고… 집에 있는 것만 같은 안정감이 들어….
히어로: 잘은 모르겠지만 좀 강한 버프가 걸린 느낌? 이거라면 붉은 기사도 쓰러트릴 수 있을 거 같아☆
라 갈리소니에르(META): 말도 안 돼…… 성공했네?
임플래커블: 무엇을 신앙하는지는 상관없어. 중요한 건 믿는다는 사실이야.
리슐리외: 당신 역시 당신만의 확고한 신앙이 있었군요…. 다만 그것이 아이리스가 아니었을 뿐…….
임플래커블: 그래. 후후후♪ 아무튼 이러면 다 끝난 거지?
임플래커블: 리슐리외도 정신 차리고. 아직 두 명의 기사가 남아 있잖아.
임플래커블: 기도의 효과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니 얼른 움직이자.
~25. 전쟁의 기사
라 갈리소니에르(META): 붉은 기사의 위치를 확인! 다들 준비됐어?
임플래커블: 좋아. 기도의 효과도 아직 지속되는 거 같아.
임플래커블: 그나저나 휘하의 양산함들이 엄청나게 많네.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야 당연하지. 군대가 커야 계속해서 싸울 수 있잖아!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래도 걱정 마. 붉은 기사는 본체도 엄청 강하니까!
임플래커블: 방금 내가 잘못 들었니?
라 갈리소니에르(META): 뭐가? 격려하는 거 맞는데? 강한 놈이랑 싸우는 거 재밌잖아!
임플래커블: 하아…. 너 말고는 아무도 그걸 격려라고 생각 안 할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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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슐리외: 임플래커블 씨. 붉은 기사가 접근하고 있습니다.
임플래커블: 후후후. 「전쟁」이라는 이름답게 호전적이네.
임플래커블: 외관도 멀쩡해 보여. 힘든 싸움이 되겠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괜찮아 괜찮아. 너희 여왕 폐하가 지켜보고 계시잖아♪
임플래커블: 남의 일처럼 말하지 마. …너도 싸우는 거지?
임플래커블: 잔불의 가세가 없으면 아무리 그래도 위험해.
라 갈리소니에르(META): 같이 싸우겠다고는 했지만 언제 어떻게 싸울지는 안 정했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내가 어떻게 싸울지는 내가 정할 거야. 두뇌파는 두뇌파답게 머리를 써야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너희는 정면에서 적을 유인해. 나는 측면으로 가서 약점은 없는지 확인하고 올 테니까♪
라 갈리소니에르(META): 하하하하! 재밌게 싸워 봐!
임플래커블: 쟤 아까보다 더 건방지지 않아?
리슐리외: 등을 맡길 정도의 신뢰감은 없다는 거겠죠.
리슐리외: 이제는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일단 저희끼리 싸웁시다.
임플래커블: ………로열 함대, 정면 돌파야.
임플래커블: 여왕 폐하의 은총이 함께 하신다! 적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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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크: 주, 주변의 양산함에서 장갑을 떼어 내서 자가 수복 하고 있어…!?
실라: 전투를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그야말로 전쟁의 기사로군요.
실라: 양산함을 계속 복원재로 사용할 수 있다면 싸움이 길어질수록 저희가 불리해집니다.
히어로: 탄약을 다 쓰면 하얀 기사도 이길 수 없게 돼!
아거스: 지금은 하얀 기사를 생각할 때가 아닙니다…! 우선은 눈앞의 적부터……!
임플래커블: 아니야. 지금이 바로 「정복」에 대해 생각해 볼 때야.
임플래커블: 이 공간에서 4기사가 뜻하는 개념에 강약이 존재한다는 거 기억하지?
임플래커블: 「정복의 기사」가 무력화된 현재 이 해역에서 정복의 개념을 나타내는 것은 없어.
임플래커블: 그럼 만약 내가 정복이라는 개념의 그릇이 된다면?
임플래커블: 히어로가 상층의 성궤에서 찾은 활은 정복의 상징. 활을 들고 양산함들을 「정복」할 수 있다면 「전쟁」의 개념을 약화시킬 수 있을 거야.
임플래커블: 즉 내가 하얀 기사가 되는 거지. 갈리소니에르, 어떻게 생각해?
라 갈리소니에르(META): 내가 하얀 놈을 이용해서 빨간 놈을 없애겠다고 한 건 그런 뜻이 아니었다구!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래도 뭐 재밌는 작전이네! 시도할 만한 가치는 있을지도 몰라.
리슐리외: 저는 반대입니다. 이 경면해역의 개념에 정신을 동화시키는 것은 너무 위험합니다.
리슐리외: 정 하실 셈이시라면 제가 대신 하게 해주십시오.
임플래커블: 아니. 추기경은 믿음이 너무 강해서 기사가 될 수 없을 거야. 이건 내가 해야 돼.
임플래커블: 괜찮아. 폐하의 은총이 나와 함께하니까.
임플래커블: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저번처럼 또 깨워주면 되잖아?
리슐리외: 하지만……!
임플래커블: 히어로. 활 좀 줘!
정복의 상징인 활을 들고, 임플래커블은 붉은 기사를 향해 시위를 당겼다.
임플래커블: “……내가 보매 어린 양이 일곱 인 중의 하나를 떼시는데 이에 내가 보니 흰 말이 있는데……”
임플래커블: “……그 탄 자가 활을 가졌고 면류관을 받고 나아가서……”
임플래커블: “……이기고 또 이기려고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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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대의 대검이 기사의 장갑 틈새를 강타했다.
연이은 폭발이 잦아든 후, 붉은 기사의 몸을 휘감고 있던 불꽃과 안개는 사라졌다.
로열 오크: 하아…하아…하아……. 이걸로…끝이야…!
임플래커블: 로열 기사에 걸맞는 활약이었어. 폐하께서도 자랑스러워하실 거야.
로열 오크: 아, 아니…. 나는 그냥 마무리만 한 거니까…. 임플래커블이야말로 칭찬받아야지.
히어로: 제일 활약한 건 내가 찾은 활이잖아~? 돌아가면 살롱에 전시해 놔야지♪
히어로: …응? 활 색깔이 원래 이렇게 칙칙했나? 여기는 또 왜 갈라졌지? 어? 어어어어어???
눈을 동그랗게 뜬 히어로 앞에서 활의 균열은 점점 퍼져 나갔고, 이윽고 양 끝에 닿은 순간――
팍 하는 소리와 함께 활은 산산조각이 났다.
히어로: 아―――! 부서졌어어어!?
히어로: 전리품으로 가져가고 싶었는데――!
임플래커블: 이미 엎질러진 물을 보고 울어 봐야 소용없지. 나중에 추기경에게 복제품이라도 받을 수 있는지 물어볼게.
히어로: 오옷! 땡큐♪
임플래커블: 붉은 기사도 잡았으니 이제 마지막 하얀 기사를 쓰러트리면 이 실험도 멈출 수 있을 거야.
로열 오크: 하지만 우리가 다른 기사들을 모두 「정복」했으니까 하얀 기사는 가장 강할 거야.
로열 오크: 우리도 체력과 탄약이 많이 떨어졌고, 아까처럼 다른 기사의 힘을 빌릴 수는 없을까…….
임플래커블: 글쎄. 하지만 경전에 따르면 5번째, 6번째, 7번째 인이 더 있는데――
라 갈리소니에르(META): 안 돼 안 돼! 또 그런 짓을 하면 내가 멈출 거야!
임플래커블: 왜? 아까는 아무렇지도 않았고, 이 세 가지는 어떠한 개념의 상징이 존재하는 게 아니잖아?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것들이 구현화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 개념들이 존재하지 않는 게 아냐!
라 갈리소니에르(META): 이 경면해역 자체가 마지막 3개의 봉인을 뜻하는 걸수도 있다고!
라 갈리소니에르(META): 나머지 개념까지 여기서 구현된다면 무슨 재앙이 일어날지 알기나 해?
라 갈리소니에르(META): 세상이 끝장나는 걸 보고 싶지 않다면 그만둬!
임플래커블: …인정할게. 내 생각이 짧았어.
임플래커블: 그럼 「잔불」 라 갈리소니에르, 너는 하얀 기사를 어떻게 공략할 생각이었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원래는 서로 맞붙여서 충분히 힘을 빼놓은 후에 둘 다 잡을 생각이 었는데 이제는 무리네.
임플래커블: 후우…… 곤란하게 됐네.
라 갈리소니에르(META): 곤란해? 뭐가? 내가 볼 땐 다 끝났는데?
라 갈리소니에르(META): 하얀 기사는 아직 빛의 벽 속에서 잠들어 있잖아?
임플래커블: 그래. 당장은 우리에게 위협이 안 되겠지만….
임플래커블: 그렇다고 상황이 바뀌진 않아. 너는 언제든지 이곳을 떠날 수 있겠지만, 우리는 그 녀석을 물리쳐야 돼.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랬지! 뭐, 잠들어 있는 기사를 쓰러트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을까?
라 갈리소니에르(META): 예를 들면 빛의 벽을 잘 배치해 토막낸다던가…….
라 갈리소니에르(META): 뭐 자세한 건 가 봐야 알겠지. …근데 왜 너희 「가지」의 심판정은 그런 생각을 안 한 거야?
리슐리외: ……우선은 그 방안이 실현 가능한지 확인해 보도록 합시다.
라 갈리소니에르(META): 너한테 물어봐도 모르겠구나! 좋아, 그럼 얼른 출발하자~
~26. 유구를 뒤로 하고
경면해역. 하얀 기사가 봉인된 시설.
베아른: 제어실을 조사한 결과 확실히 「신궁의 벽」을 조작하여 휴면 중인 기사를 해체할 수 있습니다.
라 갈리소니에르(META): 내 말이 맞지~? 그럼 리슐리외 추기경님, 부탁해도 되지?
리슐리외: (그녀 말대로 심판정은 이 기사를 제거할 방법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왜 실시하지 않았을까요?)
조작 패널을 앞에 두고 리슐리외는 살짝 망설였다.
리슐리외: …그런데 왜 저입니까?
라 갈리소니에르(META): 누구나 상관없지만, 이곳에서 「개념」과 상징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봤지?
라 갈리소니에르(META): 만약 임플래커블이 조작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알겠어?
라 갈리소니에르(META): 아이리스의 추기경인 네가 모든 것을 끝내게 되는 상황이 제일 상징적이지 않을까?
리슐리외: 알겠습니다. 그럼…….
리슐리외는 눈앞의 조작 패널을 바라봤다.
디자인은 많이 달라졌지만 그 본질은 아직 아이리스가 하나였을 때와 다르지 않다.
리슐리외는 기억에 따라 설정을 완료하고 실행을 눌렀다.
리슐리외: 이러면 됐겠죠?
라 갈리소니에르(META): 아마도? 얼마 안 걸릴 거야.
굉음과 함께 신궁의 벽이 움직이면서 하얀 기사를 조각냈다.
머리, 몸통, 갑옷, 심지어 말까지……. 「정복」의 기사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았다.
신궁의 벽이 움직임을 멈추었을 때, 거대한 인간형 병기는 한낱 고철 덩어리로 변해 있었다.
리슐리외: 이걸로… 끝이군요.
성당 섬. 외부 해역.
성당 시설 조사 함대 본대.
11:54 – 작전 개시 6일째 아침.
임플래커블: 으윽……… 또 「검은 태양」이……….
리슐리외: 괜찮으십니까? 임플래커블 씨. 악몽이라도 꾸셨습니까?
임플래커블: 뭐어…. 그 경면해역에서 본 광경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임플래커블: 리슐리외 추기경. 그건 대체 뭐였어?
리슐리외: 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편하게 들어 주십시오.
리슐리외: 그 태양에서는 온도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단순히 성당의 하층으로 통하는 문 역할을 했을지도 모릅니다.
임플래커블: 결국은 모른다는 거구나. 영 씁쓸하네….
임플래커블: 그래도 이변은 해결됐으니 더 파고들 일은 아니지.
실라: 임플래커블 님. 잔불이 사라졌습니다.
임플래커블: 잔불답네. 아주 신출귀몰해.
임플래커블: 그냥 놔둬. 우리한테 빚진 것도 없고, 남아달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임플래커블: 우리도 슬슬 귀환하자. 리슐리외 추기경. 뒤는 잘 부탁해.
리슐리외: 물론입니다. 성당 탈환 및 이변 해결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임플래커블: 괜찮아 괜찮아♪ 무슨 일 있으면 또 연락해.
리슐리외: 알겠습니다.
임플래커블: 또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을게. 후후후.
리슐리외: 네. 여러분께 아이리스의 가호가 있기를.
성당 섬이 수평선 너머로 사라졌을 무렵――
임플래커블: 한동안 META와 같이 행동했는데…, 추적 장치에 뭐 남은 거라도 있니?
실라: 그것이… 돌아가서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이상하게도 장치에는 아무것도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히어로: 쟤들 스텔스 기능이 강화된 거 아냐? 아니면 추적 장치가 망가졌나? 출발하기 전에 검사해 봤어?
실라: META와의 조우 기록 자체가 드문 탓에 추적 장치를 실제로 확인해 보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임플래커블: 이건 기록해 둬야겠네. 돌아가면 장치 다시 점검해 봐.
실라: 라 갈리소니에르가 우리에게 뭔가를 숨겼을까요?
임플래커블: 그럴 수도 있지. 아직도 비밀리에 우리를 적대하는 META가 있다는 걸 잊지 마.
임플래커블: 아거스가 기동한 긴급 제어 시스템은 관리자 권한보다 더 높은 권한을 요구했어.
임플래커블: 그 권한은 뭐지? 그 권한은 왜 만들어졌고 누가 보유하고 있지?
실라: 그건… 정보가 부족해서 대답드릴 수 없습니다.
임플래커블: 후후. 머지않아 알게 될 거야.
임플래커블: 이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으니까――
~27. 아포칼립스 I
성당 섬. 가이드 비콘 타워.
아이리스 함대.
자정. 작전 개시 7일째.
0시를 알리는 시계가 울렸다.
사건의 뒤처리로 지친 리슐리외는 책상에서 잠들어 있었다.
█ █ █·█ █ █ █ █ █
리슐리외: ………또 이 광경이야.
리슐리외: 인세에 나타난 칠흑의 태양…….
█ █ █ █ █: ▇▆▅■▎▃▌█▆▎▇█▎■▄▆▋▂▁▅▎▌█▊▇▊▇
리슐리외: 목소리……? 대체 어디서……?
█ █ █ █ █: ▅▁▂▋▄▊■▆▎▅▁▂▋▄▊■▆▎▇▆▅■
리슐리외: 죄송합니다. 잘 안 들립니다…….
리슐리외: 누구신지 모습을 보여 주시겠어요…?
█ █ █ █ █: █▊▇▊▇▅▁▂▋▄▊▌█▌
리슐리외: …………장 바르?
█ █ █ █ █: █▎■조▋▂▁▅▎▌심해▇▊▇
리슐리외: ……조심해? 무엇을……?
█ █ █ █ █: █▆▎날█▎█
█ █ █ █ █: █▎█▎보러▅█▎█▎▌와▅▎▌█
리슐리외: 장 바르……. 기다려요, 장 바르!
(일러)
리슐리외: 장 바르…….
리슐리외: ………방금은… 꿈?
리슐리외: 꿈……이겠지……?
~28. 아포칼립스 II
█ █ █·█ █ █ █ █ █
임플래커블: ………악몽을 꿀 거라고 생각했어.
임플래커블: 이 정도면 내 직감도 꽤 예리해졌지?
아무도 임플래커블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에는 검은 태양만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임플래커블: 할 일도 없으니 관찰이나 해볼까.
임플래커블: 케르겔렌에서는 너 때문에 두 번이나 놀랐어. 넌 대체 어떤 존재야?
검은 태양을 바라보며 임플래커블은 결심했다.
한걸음 내딛으려고 할 때, 갑자기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 █ █ █ █: ▇▆▅■▎▃▌█▆▎▇█▎■▄▆▋▂▁▅▎▌█▊▇▊▇
임플래커블: ………폐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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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플래커블: ………폐하. 무슨 말씀을…….
???: 잘 안 들린다면 아직 희망이 있어.
???: 내 앞에서 사라져라 악령들아!
――――!
폭음과 함께 조금 전까지 알 수 없는 말을 걸어오던 「엘리자베스」는 사라졌다.
그 대신 나타난 것은――
???: 뭘 그렇게 빤히 쳐다 봐?
임플래커블: 퀸 엘리자베스… META?!
퀸 엘리자베스(META): 왜 그렇게 놀라? 부른 건 너잖아.
퀸 엘리자베스(META): META화가 안 됐네…. 이상해.
퀸 엘리자베스(META): 나는 어떻게 부른 거야? 아까 그것들과는 어떻게 얽혔고?
퀸 엘리자베스(META): 흐응…… 재밌네.
임플래커블: 저는… 말씀을 따라가지 못하겠습니다.
임플래커블: 이건 꿈입니까?
퀸 엘리자베스(META): 너한테는.
퀸 엘리자베스(META): 얼른 일어나. 여기는 네가 올 곳이 아냐.
임플래커블: 하지만 아직 묻고 싶은 것이――
퀸 엘리자베스(META): 부탁이 아니라 명령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돌아가”
~29. 아포칼립스 III
█ █ █·█ █ █ █ █ █
울리히 폰 후텐: ……나는 아직 부유섬 요새에 있을 텐데.
울리히 폰 후텐: 그렇다면…… 이 기분 나쁜 광경은 꿈이겠군.
아무도 울리히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하늘에는 검은 태양만이 이글거리고 있었다.
울리히 폰 후텐: 검은 태양…. 무슨 종교적 상징인가?
울리히 폰 후텐: 어째서 내 꿈에….
█ █ █ █ █: ▇▆▅■▎▃▌█▆▎▇█▎■▄▆▋▂▁▅▎▌█▊▇▊▇
울리히 폰 후텐: 프리드리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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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리히 폰 후텐: 무슨 말을 하는 거지……? 모르겠어.
█ █ █ █ █: █▎■조▋▂▁▅▎▌심해▇▊▇
울리히 폰 후텐: 조심하라고? 무엇을?
█ █ █ █ █: █▆▎날█▎█
█ █ █ █ █: █▎█▎보러▅█▎█▎▌와▅▎▌█
울리히 폰 후텐: 방금 뭐라고…?
█ █ █ █ █: █▊▇▊▇▅▁▂▋▄▊▌█▌
울리히 폰 후텐: 잠깐만, 아직 얘기 안 끝났어…!
~30. 사냥
???.???
――――――――!
셰필드(META): 늦어서 죄송합니다. 상황은 어떻습니까?
헌터(META): 한 발 늦었어. 「고래」는 달아났다. 남은 건 피라미뿐이야.
셰필드(META): 유감이군요. 다른 수확은 있습니까?
헌터(META): 응. 여기 회수한 정보. …볼래?
셰필드(META): ………과연. 무작위로 보이는 「회유(回游)」에는 역시 목적이 있었군요.
헌터(META): 그들이 무엇을 하려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이래도 심판자의 계획은 진행되는 건가?
헌터(META): 아니면 이것 역시 심판자의 계획?
셰필드(META): 왜 저한테 물으시죠?
헌터(META): 셰필드는… 좋은 과거를 가지고 있으니까.
셰필드(META): 저보다 더 좋은 분은 몇 분 더 계시죠. 정말 궁금하다면 「미스 D」에게라도 여쭤 보십시오.
헌터(META): 물어봤어. 먼저 「고래」를 잡지 않으면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겠대.
셰필드(META):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실례하죠.
헌터(META): 응….
셰필드(META): 그 전에 먼저 돌아갑시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재는 재로, 먼지는 먼지로”
“살아 있는 한”
“살아 있는 한 완수해야 하는 일”
“성공할 확률은 희박하지만 그래도 해야 하는 일”
“―――진실을 찾는 것”
“그것을 위해서라면 나는 짐승처럼 쫓고, 사냥할 거야,”
“너도 그럴 각오가 되어 있다면”
“네 충성의 맹세를 받아들이겠어”
“아니라면… 그래”
“내게 기도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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