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조난
아남극해. 성당 섬 「케르겔렌」
로열 해군 남극 함대.
성당 시설 조사 함대 선발대.
시설 내부. 가이드 비콘 타워.
아거스: 로열 오크 씨. 무슨 이상이라도 있나요?
로열 오크: 이, 이상 없음……일 거야. 아마도…….
로열 오크: 몇 번이나 돌아봤지만 정말 음침한 곳이네…. 아거스. 성좌가 정말로 여기에 수비대를 배치했었어?
아거스: 정보에 따르면 그렇습니다….
아거스: 하지만 저희가 오기 전에 이미 철수했다고 하네요.
아거스: 어쩌면 로열 오크 씨처럼 이곳의 분위기를 견디지 못했을 지도 모르죠.
로열 오크: 그럴지도. 그래도 철수해 준 덕분에 이 시설을 점거할 수 있었던 거지만….
아거스: 하지만 가치 있는 정보는 아무것도 없네요.
아거스: 폐하께서도 그렇고, 분대를 지휘하는 임플래커블 씨도 "사소한 것 하나라도 놓치지 마."라고 하셨지만….
아거스: 시설 배치도 같은 것 빼고는 별다른 건 찾지 못했네요.
로열 오크: 이 시설에는 분명 무언가 있을 거라고 폐하께서 말씀하셨는데. 역시 내가 모두의 발목을 잡은 탓에――
아거스: 그렇지 않아요. 단서를 찾지 못한 건 아거스도 마찬가지니까요….
로열 오크: 큭…! 아거스까지 처벌받는다면 기사대의 영광에 먹칠을 할 뿐 아니라 내가 로열에서 설 자리도 없어질 거야….
로열 오크: 더 열심히 찾아봐야겠어…!
아거스: ("함께 힘내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뭔가 대화가 어긋난 것 같네요……)
아거스: 괘, 괜찮습니다 로열 오크 씨! 다들 당신을 신뢰하고 있으니까요!
아거스: 폐하께서도 원래 분대의 기함으로 로열 오크 씨를 지명하셨잖아요.
아거스: 로열 오크 씨가 임플래커블 씨에게 양보하셔서 그렇게 된 거죠.
로열 오크: 내가 기함을 맡았으면 분명 폐하의 기대를 저버리고 말았을 거야….
로열 오크: 속도도 느리고, 운동 신경도 없고, 덜렁거리고, 무엇보다 운이 나쁘니까….
아거스: 로열 오크 씨. 그렇게 스스로를 폄하하지 마세요.
아거스: 폐하께서도 말씀하셨잖아요. 이 성당 시설에는 "분명 무언가 있을 것"이라고. 그렇지 않으면 함대가 주둔하고 있지 않았겠죠.
아거스: 계속 조사하다 보면 분명 수확이 있을…… 앗.
아거스: 로열 오크 씨. 죄송합니다만 지금 그쪽에서 무언가 움직이지 않았나요? 경보가 뜬 것 같습니다….
로열 오크: 응? 움직인…꺄악!?
아거스: 진정하세요, 로열 오크 씨! 상황을 말씀해 주세요…!
로열 오크: 괜찮아. 그냥 갑자기 소리가 나서…. 유, 유령은 아니겠지?
아거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으스스한 성당이라면 유령이 나타날지도 …….
로열 오크: 히이이이익!?
아거스: 앗! 죄송합니다, 그냥 농담이었어요!
아거스: 지금 CCTV를 확인하겠습니다. …로열 오크 씨가 계신 구역은… 찾았다! 여기네요.
아거스: 이제 CCTV 영상을 이곳에 연결하면….
아거스: 응? 접속이 안 되네요….
로열 오크: 직접 확인해 봐야 할 것 같네. 알겠어.
로열 오크: …됐다. 아거스. 아직도 경보가 울려?
아거스: 방금 경보는 멈췄습니다. 하지만 아직 CCTV 복구가 안 돼서….
로열 오크: 이건가? 어디… 푸훕… 콜록콜록!
로열 오크: 케이블이 끊어졌어. 쌓인 먼지를 보건대 꽤 오래 전부터 이랬던 거 같아.
아거스: 시설 담당자가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걸까요…?
로열 오크: 그럴지도…. 혹시 경보도 오보였나?
아거스: 이 시설은 오랜 옛날 「해군의 휴일」이라는 시기에 건설되었다고 해요.
아거스: 하지만 방금 로열 오크 씨는 무슨 소리를 들으셨죠…?
로열 오크: ………………!!
아거스: ?! 적을 찾으셨나요…!?
로열 오크: 아니…. 큰소리로 말하면 혹시 나올까 해서…….
아거스: 아, 아하하…. 그러셨군요. 그럼 잠깐 여기 설비를 한번 체크해 볼까요?
아거스: 그러니까, 여기를 이렇게 하고… 이렇게…….
아거스: 성당 설비 자가 진단 시퀀스, 기동――
시스템 음성: "오더 확인. 지금 자가 진단 시퀀스를 실행합니다. 소요 시간: 3,600,000초"
아거스: 꽤 시간이 걸리네요…….
로열 오크: 꽤 오래된 시설이니, 어쩔 수 없지.
아거스: 모니터에 뭐라고 나와 있어요.
아거스: 성당 시설 긴급 제어 시스템…. 관리자 권한 설정과… 시설 내 자동 방어 시스템 기동….
아거스: 이러면 되겠어요! 관리자로 아거스와 로열 오크를 등록. 제어 시스템을 잠시 활성화하면….
아거스: 됐다. 시설 내 방어 시스템을 기동하면 누가 침입했을 때 바로 알 수 있을 거예요.
로열 오크: 거기에 자동으로 처리까지 해준다면 임플래커블이 올 때까지는 안심이네.
아거스: ……명령을 입력… 됐다.
시스템 음성: 「오더 확인. 긴급 제어 시스템 기동합니다. 공장 구역의――」
아거스: ……?
아거스: 로열 오크 씨. 공장 구역에 오류가 발생한 것 같아요…!
로열 오크: 내 쪽에서도 보여. 장치들이 일제히 오류를 터뜨리고 있어.
아거스: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어, 어쩌지…. 성당 시설 곳곳에서…….
시스템 음성: 「긴급 제어 시스템, 고장 발생」
시스템 음성: 「복원 프로그램 실행 실패……. 재기동… 재기동…」
시스템 음성: 「경고…경고…데이터 파손…. 상위 결재 시스템 승인 바람……」
아거스: 큰일났네요…. 어, 그러니까… 제어 권한 갱신을…….
아거스: 관리자보다 높은 권한이 필요하다고요…?
아거스: 하지만 그런 권한을 어떻게…….
아거스: 로열 오크 씨, 무언가 이상해요! 일단 이곳을 탈출해서 합류하죠!
로열 오크: ……안 돼……너무 많아…….
로열 오크: ……포위……반격 중…….
아거스: 로열 오크 씨, 응답해 주세요!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아거스: 통신이 재밍 당하고 있어……. 설마 경면해역!?
아남극해에 있는 아이리스 교국의 성당 시설
이 외딴 섬에 건설된 시설은
아이리스의 성유물을 보관하는 비밀 창고로,
혹은 심판정 및 상층부의 연구 시설로 알려져 있다
모두가 세계박람회에 주목하고 있는 이때
돌연 수비대가 철수한 이 섬을 무대로
여왕의 명을 받고 찾아온 조사 함대가 지금
성좌에 얽힌 음모에 휘말리려 하고 있다――
~02. 본대
성당 섬 「케르겔렌」주변 해역. 새벽.
로열 해군 남극 함대.
성당 시설 조사 함대 본대.
(똑똑)
실라: 늦은 시간에 실례합니다. 임플래커블 님. 순찰함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임플래커블: 으음…후우………. 이런 시간에?
임플래커블: 미안. 잠깐 준비 좀 할게. 기다려줘.
…………
임플래커블: 이제 됐어, 실라. 그래서?
임플래커블: 이런 시간에 연락이라니, 대체 무슨 일이야?
임플래커블: 그리고 아거스 쪽이 아니라 순찰함대가 연락을 했다고?
실라: 네. 성당 섬에 이상 사태가 발생했다는 보고입니다.
실라: 어젯밤 갑자기 발생한 통신 장애로 섬과의 연락이 두절되어, 순찰 중인 함대가 이곳으로 연락을 취한 것 같습니다.
임플래커블: 연락 두절? 어쩐지 예감이 안 좋아…. 연결해줘. 상황을 확인할게.
임플래커블: 21:00, 순찰함대가 아거스와 정시 연락을 시도….
임플래커블: 그러나 통신 재밍을 확인. 내보낸 정찰기도 행방불명.
임플래커블: 21:35, 성당 섬에서 구난 신호를 포착.
임플래커블: 21:45, 성당 섬 쪽에서 정체불명의 적에게 포격을 받고 해당 해역을 탈출….
실라: 네. 긴급 대응 프로토콜에 따른 연락이었습니다.
실라: 이전 18시 정시 연락 때는 아무 이상 없었었는데….
임플래커블: 그 몇 시간 사이에 뭔가가 일어난 모양이네.
임플래커블: 먼저 연락을 받았으니 무언가 행동을 취했겠지, 실라?
실라: 선발대에 연락을 시도했지만 재밍으로 인해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실라: 죄송합니다 임플래커블 님.
임플래커블: 괜찮아. 폐하께서도 분명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 하셨던 곳인걸.
임플래커블: 오히려 아무 일도 없는 게 이상하겠지.
실라: 바로 구원하러 가시겠습니까?
임플래커블: 물론이지. 동료가 위험에 처했으니.
실라: 그럼 순찰함대에게도 연락을 해놓겠습니다.
임플래커블: 실라, 하나만. 네 지혜를 빌려줘.
임플래커블: 이 사건의 배후는 누굴까?
임플래커블: 곧 알게 되겠지만, 그 전에 네 생각을 듣고 싶어.
실라: 정확히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요? 임플래커블 님.
임플래커블: "적"이 누구라고 생각해?
실라: ……갑자기 고난도의 질문이시군요.
임플래커블: 로열에는 적이 많은걸. 세이렌, META, 관계가 나쁜 다른 진영 등….
임플래커블: 첫 번째로 비시아는 어때? 성당을 탈환하려고 보낸 부대일까?
실라: 그럴 가능성은 낮습니다.
실라: 비시아 호교 기사단의 움직임은 저희가 철저히 감시하고 있습니다.
실라: 폐하의 눈을 피해 공략부대를 집결하여 잠입하기란 어렵습니다.
실라: 그리고 이미 한번 철수한 곳인데 다시 되찾으려 한다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요?
임플래커블: 좋아. 그럼 두 번째, 철혈 함대는?
임플래커블: 성당 안에 있을지도 모르는 기술 유산들은 철혈도 탐낼 만한 것들인데?
임플래커블: 가질 수 없다면 적어도 다른 진영에게 넘어가기 전에 파괴하려고 들 수도 있지 않겠어?
실라: 외람되지만 그 역시 가능성이 낮습니다.
실라: 스캐퍼 플로에서 세이렌 컴파일러를 격파한 이래 철혈은 상층부의 지시 계통을 벗어났습니다.
실라: 철혈은 현재 각 진영에 우호적이고 협력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라: 아마 철혈의 이미지를 개선하려는 것이겠죠.
실라: 실제로 비스마르크가 지휘권을 다시 넘겨받은 이후로 어떠한 공격적 행보도 보인 적이 없습니다.
실라: 현재 저희와 정면충돌하는 것은 비스마르크의 현 방침과 맞지 않기 때문에 철혈일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임플래커블: 중앵은… 말도 안 되지.
실라: 네. 그들에게 이곳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실라: 그래서 상황을 종합하자면, 세이렌이나 적의가 있는 「META」에 의한 공격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라: 세이렌이라면 언제나 대비하고 있으니 굳이 신경을 기울일 필요는 없겠죠.
실라: 더불어 동맹이 배신했을 가능성은 지극히 낮습니다. 현재 실력도, 저희와 충돌할 이유도 없는 아이리스가 성당을 되찾으려면 외교적 수단밖에는 없습니다.
실라: 유니온은 저희가 성당에서 유의미한 정보를 얻은 후에야 접근할 것입니다.
임플래커블: 역시 로열 메이드야. 마지막으로 사디아는?
실라: 저를 시험하시는 겁니까, 임플래커블 님?
임플래커블: 어머, 들켰니?
실라: 저는 이번 작전의 부관으로서 맡은 바 임무에 충실할 뿐입니다.
실라: 제 대답이 만족스러우셨길 바랍니다.
임플래커블: 흠잡을 데 없었어.
임플래커블: (같은 메이드대라도 모든 메이드가 실라처럼 유능하지는 않을 테지만.)
임플래커블: 부디 오해하진 말아줘. 우리가 함께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고, 이제부터 더 위험한 곳으로 가야 하니까 살짝 떠본 거야. 너무 마음에 두지 마.
실라: 물론입니다. 임플래커블 님.
임플래커블: 그러고 보니 세계박람회와 로열 본섬에서 전시품이 도난당했다는 건 이미 들었지?
실라: 네. 세계박람회에서는 세이렌, 로열 본섬에서는 「META」의 흔적이 탐지되었다고 들었습니다.
임플래커블: 그래. 우리에게 적대적인 「META」가 존재한다는 뜻이겠지….
실라: 유니온에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임플래커블: 그건 안 돼. 폐하께서는 이 조사에 너무 많은 이목이 끌리는 걸 원치 않으셔.
임플래커블: 그래서 조사대도 소수로 편성했고, 순찰함대도 직접적인 교전을 하지 않은 거야.
임플래커블: 그리고 「META」와 싸우면 반드시 진다는 보장도 없잖아?
임플래커블: 일단 아거스, 로열 오크, 히어로, 그리고 너와 나, 이 인원으로만 대처할 거야.
임플래커블: ……슬슬 히어로도 다 왔겠네. 나는 폐하께 상황을 보고할 테니 너는 먼저 가 있어.
실라: 알겠습니다. 그럼 실례하겠습니다.
임플래커블: 폐하의 이름에 맹세코 이번 작전은 반드시 완수하겠어.
~03. 도착
성당 섬 「케르겔렌」 주변 해역.
로열 해군 남극 함대.
성당 시설 조사 함대 본대.
히어로: 선발대 아무나 들려~?
통신: ……………….
히어로: 한 번 더 해볼까…. 어흠. 여기는 로열 함대 소속 히어로!
히어로: 선발대 아거스, 로열 오크! 들려―!?
통신: ……………….
히어로: 우왓, 갑자기 안 되는데?! 고장 났나??
실라: 출발 전 점검에서는 정상이었습니다. 히어로 씨.
실라: 반응이 없는 건 아마 이 해역이 재밍의 영향권 내에 있어서 그런 것이겠죠.
실라: 즉 저희는 이미 이변 속에 발을 들여놓았다는 뜻입니다.
히어로: 흐응~
실라: 아직 아거스 님의 구난 신호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임플래커블: 아직 걱정할 때가 아냐. 로열 기사대가 그렇게 쉽게 당할 리 없어.
임플래커블: (로열 오크도 실력은 충분해. 평소처럼 운이 나빠서 무슨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몰라.)
임플래커블: (어느 쪽이든 지금은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
실라: 바로 섬에 상륙하시겠습니까?
임플래커블: 서두르다간 우리까지 당할 수 있어. 우선 주변의 안전을 확보하자.
실라: 선행하겠습니다. 부디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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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당 섬 「케르겔렌」 주변 해역.
임플래커블: ……아이리스의 가호가 있기를, 인가….
임플래커블: 이상해. 적은커녕 전투가 벌어진 흔적도 없어.
임플래커블: 섬의 구조는 대충 파악했지만, 역시 선발대의 위치를 확인하려면 내부를 조사하는 수밖에 없겠어.
히어로: 정말로 들어가? 던전 탐사는 좋지만 한 번에 전부 돌아보는 건 싫어~
히어로: 히어로라면~ 일단은 건물을 쾅―하고 날려버려서 난리를 피울 텐데~
임플래커블: 실라. 상륙 지점은 어디가 좋을까?
실라: 남서쪽의 「가이드 비콘 타워」로 하시죠. 로열 오크 님도 그곳을 조사하고 계셨습니다.
임플래커블: 분명 마지막 정기 연락에서 거기서 시설 제어 장치를 찾았다고 했었지.
임플래커블: 제어 장치를 중심부가 아닌 연안부에 설치한 건 무슨 의도가 있어서 그런 걸까?
실라: 연안부에 있는 장치는 가짜, 진짜 장치는 다른 곳에 있는 건지…….
실라: 아니면 성당 안에 두는 것은 너무 위험해서 그랬을 수도 있겠군요.
임플래커블: 그럴지도. 우리도 마지막에 연락이 닿은 타워부터 찾아보자.
히어로: ……………응? 혹시 내 제안은 완전히 패스야!?!?!?
히어로: 아무리 하는 말이 정론이라도 조연이 주인공인 나를 무시하고 이야기를 진행하다니 너무하잖아!
임플래커블: 그래― 히어로가 주인공이니까 가장 열심히 활약하겠지―?
히어로: 응! 그러니까 무시하지 마!
임플래커블: 그래 그래― 사과의 뜻으로 히어로에게 선봉을 맡길게♪
히어로: 물론이지♪ 주인공인 히어로가 가장 앞에 서는 게 당연하잖아☆
~04. 등불
―――!!
히어로의 용사의 검?이 제어실 문을 두 동강 냈다.
히어로: 똑똑☆
히어로: 임플래커블! 여긴 아무도 없는데?
임플래커블: 역시 없는 건가…. 뭔가 단서는 없는지 각자 조사해 봐.
실라: 임플래커블 님. 이쪽으로.
히어로: 뭐어라고!? 히어로가 먼저야!
임플래커블: 그럼 조연 메이드부터 들려줄래?
“남극 함대, 성당 조사 함대 및 이 메시지를 수신한 로열 함선에게 전합니다!”
“여기는 성당 조사 함대 선발대! 현재 정체불명의 적에게 포위된 상태입니다!”
“부탁드려요! 즉시 지원 바랍니다――!”
“반복합니다! 여기는 남극 함대, 성당………….”
실라: 이게 순찰함대가 포착 구난 신호일까요…?
임플래커블: 발신원은 여기가 틀림 없어. 아직도 계속되고 있고.
실라: 하지만 임플래커블 님도 저도, 섬에 들어오기 전까지는 이 신호를 포착하지 못했습니다.
임플래커블: 이곳의 재밍이 비정상적으로 강한 건지, 아니면 순찰대가 재밍 직전에 신호를 포착한 건지…….
실라: 으음― 판단하기 어렵네요.
임플래커블: 그럼 다음은 우리 주인공인 히어로 차례네.
실라: 잘 부탁드립니다. 히어로 씨.
히어로: 뭐, 척 보고 바로 알았지만 말야?
히어로: 조작 패널의 레버와 버튼은 다른 장치와는 달리 먼지가 안 쌓여 있어.
히어로: 게다가 레버를 엄청 잡아당긴 흔적도 있으니 이건 십중팔구 아거스가 한 게 아닐까!
히어로: 다시 말해~ 이변이 일어났을 때 아거스는 여기서 열심히 대처하려고 했다는 뜻!
히어로: 밖에 전투 흔적이 없는 건 이변이 안에서 일어나서 그렇고!
임플래커블: 흐응…. 제법이네.
히어로: 정말 쓸모없는 어른들 뿐이라 곤란하네~☆
실라: 과연 히어로 씨. 훌륭한 활약이십니다. 실라는 이런 단서밖에는 찾지 못했습니다.
실라: 아거스 님이 남긴 메모와 이 시설의 대략적인 시설 배치도, 그리고 로열 오크 님과의 통신 기록입니다.
실라: 모쪼록 확인해 주십시오. 후후후.(힐끗)
히어로: 조, 조연 주제에……!
임플래커블: 자 자, 그쯤 해둬.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한번 보자――
임플래커블: 시설 조사 중 동체 센서에 오작동 발생. 점검하려 했지만 카메라 기동에 실패.
임플래커블: 자가 진단 시퀀스를 실행. 화면의 안내에 따라 긴급 제어 모드로 이행.
임플래커블: ……………어쩐지 머리가 아프네.
실라: ……아거스 님의 고지식이 역효과를 내고 말았군요.
실라: 그 후 갑자기 시설 전체가 폭주. 로열 오크 님은 적과 교전 상태에 들어갔고, 아거스 님은 구난 신호를 타전하셨습니다.
실라: 그리고 두 분은 「Blanc」이라는 구역에서 합류하기로 하셨습니다.
실라: 기록은 여기까지입니다.
임플래커블: Blanc… 하얀 성당……?
임플래커블: (그럼 「Rouge」, 「Vert」, 「Noir」라는 곳도 있나…?)
임플래커블: (그러네. 알기 쉽다고 할까, 아이리스답게 신앙 하나는 독실하구나.)
히어로: 흐응― 우리 아까 섬 돌아봤을 때 분명 하얀 성당도 봤었지?
히어로: 그렇게 멀리 있지도 않고, 거기가 첫 번째 던전이네!
임플래커블: 가까운 곳이라 다행이야. 반대쪽이었으면 이동하는 것만으로 고역이었을 텐데.
임플래커블: 운이 좋으면 금방 두 사람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실라: 그럼 이동하죠. 임플래커블 님. 육로로 향하시겠습니까?
임플래커블: 아니. 의장을 전개해서 바다로 갈 거야.
임플래커블: (이 성당 시설은 어딘가 이상해. 폐하께서 일을 크게 벌이고 싶지 않아 하시는 것도 이해가 가.)
임플래커블: (남쪽의 외딴 섬인데, 규모가 「신궁」의 성당은커녕 로열의 지중해 요새보다 거대해.)
임플래커블: (대체 어떻게 이런 걸 세운 거지? 그리고 “언제”?)
임플래커블: (로열의 정보망이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걸 보면…… 역시 아이리스의 상층부가 관련되어 있나.)
실라: 이변과 관련해서는 재밍말고 별다른 영향이 없다는 건 불행 중 다행이네요.
임플래커블: 아거스. 터무니없는 짓을 했구나…….
~05. 직언
성당 Blanc. 해안가.
실라: 어머. 바다에 접해 있는 시설이지만 입구는 이쪽에 없는 것 같습니다.
임플래커블: 그럼 섬 중앙까지 가서 육로로 되돌아올 수밖에 없다는 거야?
실라: 네. 의도적인 설계로군요.
실라: 힘들겠지만 가실까요? 임플래커블 님, 히어로 씨.
임플래커블: 별로 등산하고픈 기분은 아니야. 우리 주인공? 맡길게.
히어로: 봤지~! 역시 내가 처음에 한 말이 맞잖아♪
히어로: 착탄 예측, 사격 제원 이상 없음…. 3, 2, 1… 열려라 참깨☆
――――――!!!
히어로의 포격으로 성당 외벽에 큰 구멍이 뚫렸다.
임플래커블: 이러면 돌아갈 필요도 없지. 후후후.
----
성당 Blanc. 내부.
일행은 거대한 홀을 나아갔다.
임플래커블: 규모가 상상 이상이네. 모든 공간이 방이 아니라 홀로 되어 있는 것 같아.
임플래커블: 통로도 사람이 아니라 대형 무기 운반 용도로 설계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커…….
임플래커블: 실라. 배치도로 보면 여기는 어디쯤이니?
실라: Blanc의 4번 무기고와 5번 무기고 사이입니다.
임플래커블: 무기고…, 이곳은 아이리스의 군사 기지였을까?
실라: 이 앞은 갈림길입니다. 위로 올라가면 「기도실」, 그리고 아래로 가면 「조각실」과 「성물 진열실」로 이어지는 것 같습니다.
실라: 그리고 이 시설의 중심부는 이곳에서 조금 더 깊은 지하에 있는 것 같습니다.
실라: 로열 오크 님과 아거스 님이 농성하고 계신다면 그곳이 최적의 위치가 아닐까 합니다.
임플래커블: 서두르고 싶긴 하지만… 성물 진열실을 들렀다 가자.
실라: 임플래커블 님? 혹시 성물에 관심이 있으십니까?
임플래커블: 설마. 내가 그렇게 독실해 보여?
임플래커블: 아이리스의 재산을 훔칠 생각은 없어. 버려진 걸 회수하고 조사가 끝나면 리슐리외 추기경에게 넘겨줄 거야.
임플래커블: 성물이 없더라도 남아 있는 흔적에서 이 시설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임플래커블: 성물과 군사 기지. 얼핏 보기엔 관계없는 것들이지만 과연….
~06. 전조
성당 Blanc. 성물 전시실.
히어로: 주인공 이 몸, 당당하게 입성☆
히어로: 자아 허접들아, 이 새 장비의 시험 사격 대상이 되어라―!
실라: 황공하게도 허접 메이드 실라가 히어로 씨의 상대를 맡겠습니다.
실라: 부디 사양 마시고 공격해 주세요. 그 대신 히어로 씨가 패배했을 때의 “얼굴”을 실라에게…… 후후후♥
히어로: 흐, 흐흥~! 도망치지 않고 이 히어로에게 다가오는 거야?
히어로: 주인공인 나를 방해한 죄, 뺑뺑이 퀘스트 형에 처해 줄게!
실라: 그건 벌이 아니랍니다 히어로 씨. 메이드는 봉사, 즉 뺑이치는 것이 일이니까요♪
히어로: 그, 그럼 내 경험치가――
임플래커블: (짝짝짝짝)
임플래커블: (뭐하는 거야 쟤들…….) 실라, 네가 연기에 소질이 있는 줄은 몰랐네.
실라: 히어로 씨의 흥에 맞춰드리려고 했습니다만, 흉한 모습을 보여드려 죄송합니다.
임플래커블: 뭐어, 그럭저럭 재밌었어. 덕분에 음침한 기운도 좀 사라진 것 같네.
임플래커블: 그래서 히어로? 그 활은 어디서 났니?
임플래커블: 혹시 저 성궤에서 찾은 거야?
히어로: 응. 상자 4개 중에 3개는 비어 있었고 이것만 찾았어.
히어로: 상자에 작게 “봉인은 풀렸으니 이를 심판의 때로 삼으니라”라고 적혀 있네. …뭔가 요크가 쓴 포엠 같아.
임플래커블: 4개의 궤… 활… “심판의 때”?
실라: 임플래커블 님? 무언가 짚이는 점이라도 있으십니까?
임플래커블: 아직은. 그래도 분위기로 봐서 대충 짐작은 가네.
――――!!
그때 임플래커블 뒤의 반대편 복도에서 희미하게 사람의 그림자 같은 것이 나타났다.
실라: 임플래커블 님!
――――――!!
실라는 순식간에 의장을 전개하여 그 그림자에 공격을 가했다.
폴 액스 같은 것으로 공격을 방어하려는 그림자였지만 순식간에 뚫리고 말았다.
히어로: 인카운트! 내 활로――
임플래커블: 벌써 실라가 쓰러트렸어.
히어로: 엑. 조연 주제에 내 경험치를 빼앗다니! 흥!
실라: 죄송합니다. 다음부터는 허가를 받고 행동하겠습니다.(꾸벅)
히어로: 그럼 됐어.
임플래커블: 이건… 비시아의 라 갈리소니에르……?
실라: 그저 「장기말」입니다. 위협적인 상대는 아닙니다.
임플래커블: 장기말, 그리고 「조각실」……. 예상대로라면 예상대로이긴 한데.
(――――)
히어로: ?? 지진? 갑자기 흔들리는데…?
임플래커블: 뭐, 그렇겠지.
실라: 임플래커블 님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실라: 대량의 장기말에 둘러싸였습니다.
임플래커블: 이 임플래커블이 상대해 주지!
~07. 원군
히어로: 하아…… 하아…….
히어로: 장기말이라도 이렇게 많이 튀어나오면 놀라지―!
히어로: 뭐, 어차피 허접들이니 내 상대는 못 되지만!
실라: 중과부적은 아니지만 이대로 좁은 방에서 계속 싸우다간 저희 의장이 먼저 고장 날 거예요.
임플래커블: 맞아. 이렇게 좁은 공간에선 함재기를 띄울 수 없어.
임플래커블: 좀 더 화력을 발산할 수 있는 넓은 공간이 필요한데…….
실라: 임플래커블 님. 구조상 벽을 뚫으면 바다로 통하는 길이 나올 것 같습니다.
실라: 다만 우선 지상으로 올라가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물에 잠길 테니까요.
임플래커블: 물독에 빠진 생쥐 꼴이 될 수는 없지.
임플래커블: 히어로! 실라! 돌아가자!
임플래커블: 무기고로 돌아가서 벽을 부수고 바다로 나가는 거야!
----
성당 Blanc. 내부.
히어로: 에에잇! 바람구멍이나 먹어라☆
――――――――――!
임플래커블: 주인공 같은 활약이었어. 후후후.
히어로: 주인공 같은이 아니라 주인공! 뭐, 앞으로도 많이 활약할 테니까 지켜보라고~
임플래커블: 우리가 날뛰면 날뛸수록 아거스 쪽으로 가는 적도 줄어들겠지.
실라: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지금은 스스로를 먼저 생각하세요, 임플래커블 님.
실라: 더 많은 적이 따르고 있습니다. 뒤는 제가 맡을 테니 전진하십시오.
임플래커블: 네 네.
----
성당 Blanc. 해안.
――――――――!
히어로: 바다가 나왔어!
임플래커블: 고마워 히어로. 이제 마음껏 싸울 수 있겠어.
임플래커블: 용서 없이, 자비 없이――자아 없는 장기말에 로열 함대의 실력을 보여줘라!
――――――――――!
리슐리외: "용서 없이, 자비 없이", 그 말씀대로입니다.
임플래커블: 이 목소리는… 리슐리외 추기경?
리슐리외: 오랜만입니다. 임플래커블 씨.
임플래커블: 폐하의 예상보다 아이리스의 행동이 더 빨랐네….
아거스: 죄송합니다 임플래커블 씨…. 리슐리외 추기경께서 저희의 구난 신호를 포착하고 구해 주셨습니다.
아거스: 리슐리외 추기경이 아니셨다면 저와 로열 오크 씨는…….
로열 오크: 미안해…. 기사대로서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임플래커블: 괜찮아. 후우… 둘 다 무사해서 다행이야.
임플래커블: 그래서 추기경께서는 이 외진 곳까지 무슨 일로?
리슐리외: 나중에 설명 드리겠습니다. 지금은 협력해서 눈앞의 적을 처리하죠.
리슐리외: 교국의 성소에 눌러앉은 거짓 그림자를, 아이리스의 이름으로 몰아냅시다!
~08. 리슐리외의 의도 I
임플래커블 일행은 아이리스 함대와 합류하여 성당에서 끌고 나온 「장기말」들을 전멸시켰다.
리슐리외: 베아른. 장기말들이 무력화되었는지 확인하세요.
베아른: 네. 성당도 「성물」도 제 책임 하에 조사해 놓겠습니다.
리슐리외: 임플래커블 씨.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임플래커블: 나야말로, 아거스와 로열 오크를 구해줘서 고마워.
리슐리외: 그리 겸손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희는 같은 아주르 레인 동맹이니까요.
리슐리외: 아거스 씨에게 이번 성당 조사는 임플래커블 씨의 지휘 하에 실시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임플래커블: 뭐, 그렇긴 한데…?
임플래커블: 아무튼 이렇게 추기경과 다시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야.
리슐리외: 네. 아이리스로서도 「신궁」의 성당 사건 이후 다시 로열 함대와 함께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임플래커블: (일러스트리어스가 말했던 그「신궁」일까?)
임플래커블: 후우… 아이리스와 합류한 이상 숨길 수는 없겠지.
리슐리외: 무엇을 말씀이십니까?
임플래커블: 사실 이 성당 조사 건에 대해서 폐하께서는 아이리스에겐 비밀로 해두셨어.
임플래커블: 그런데 추기경께서는 어떻게 우리와 비슷한 시기에 성당에 도착한 거지?
리슐리외: 충분히 혼란스러우실 수 있겠군요. 설명 드리겠습니다.
리슐리외: 비시아가 수비대를 철수한 시점에서 저도 이 섬을 조사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리슐리외: 이 성당 또한 아이리스의 유물. 성당에서 나오는 소식은 일반적인 경로 외에도 특별한 수신 수단이 있기에 아거스 씨의 구난 신호를 받고 급행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임플래커블: 특별한 수단……?
리슐리외: 네. 그리고 로열의 순찰함대 역시 수신할 수 있도록 저희가 받은 신호를 증폭하였습니다.
임플래커블: (그럼 지금까지 로열 함대의 행동은 모두 추기경의 손바닥 안이었다는 거네.)
임플래커블: (로열의 체면을 세워 주려고 직접 우리에게 연락한 게 아니라 신호 증폭에 그친 거로구나.)
임플래커블: 그나저나 무인 시설 조사인 줄 알았는데 귀찮아졌네.
임플래커블: 추기경만 괜찮다면 공동 조사를 권하고 싶은데. 이 성당에 대해 알려 주겠어?
리슐리외: 네. 이 성당 시설은 옛날 아이리스가 아직 하나였을 때 세워진 것으로, 비시아의 이탈로 인해 아이리스의 세력권에서 벗어나 있었습니다.
리슐리외: 아무래도 오랫동안 유지 보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여러 가지로 고장이 난 것 같습니다.
임플래커블: 고장…? 아까 장기말도 고장 때문이야?
리슐리외: 그런 셈입니다. 설명하면 길어집니다만…….
리슐리외: 대책은 이미 강구해 두었습니다. 로열 함대 여러분. 저희를 따라와 주십시오.
~리슐리외의 의도 II
성당 Blanc. 정화 시설.
베아른: 11, 15, 17번 회로 복구가 끝났습니다. 시스템 재기동 가능합니다.
리슐리외: 후우…. 잘 된 것 같네요.
리슐리외: 「장기말」일망타진 및 생산 공장 파괴라는 최후의 수단을 사용하지 않아도 되어 다행입니다.
임플래커블: 추기경은 이곳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지?
리슐리외: 베아른과 저는 이곳에서 실행된 여러 프로젝트를 승인했습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지금 와서 보니…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것들이 달라졌군요.
리슐리외: 「신궁」의 성당과 마찬가지로 비시아가 이곳을 어느 정도까지 개수했는지, 내부에 무엇이 숨겨져 있는지 저는 모릅니다.
리슐리외: 기술적 측면에 관해서는 베아른이 조금 더 설명 드릴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은 저희도 알 수 없습니다.
임플래커블: 뭐, 우리보다야 많이 알고 있네.
임플래커블: 아무튼 이제부터는 뭘 하면 되지?
리슐리외: Blanc 구역의 중심부로 가도록 하죠. 하지만 그 전에 이 시스템이 가동 완료되기까지 기다려야 합니다.
리슐리외: 그때까지는…휴식, 이겠군요.
실라: 임플래커블 님, 리슐리외 님. 홍차를 가져왔습니다.
리슐리외: 감사합니다.
임플래커블: 실라? 홍차 정도는 나도 대접할 수 있는데.
실라: 네. 하지만 홍차 준비는 로열 메이드의 의무입니다. 모쪼록 헤아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실라: 로열 오크 님과 아거스 님도, 여기 있습니다.
로열 오크: 아, 고마워. 베아른과 히어로 것도 부탁해.
실라: 물론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임플래커블: 기다리는 동안 상황을 좀 정리해 볼까?
임플래커블: 우선은 아거스. 네가 겪었던 이상한 일에 대해 말해줘.
아거스: 아, 네. 그때 저는 제어실에서 모니터링을 하고 있었고, 로열 오크 씨는 성당 Blanc 내부를 조사하고 계셨습니다.
아거스: 그러다가 긴급 제어 시스템을 가동했는데 갑자기 로열 오크 씨가 장기말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아거스: 이대로라면 로열 오크 씨가 위험할 것 같아 서둘러 구난 신호를 보내고 제어실을 나왔습니다.
아거스: 지하 통로를 지나 성당 Blanc으로 향하던 도중 저도 장기말에게 습격을 받았지만
아거스: 어떻게든 로열 오크 씨와 합류할 수 있었습니다…….
아거스: ……그때는 이미 통신이 재밍되던 상황이라 만약 로열 오크 씨가 이동 중이라면 어쩌나 하고 조마조마했습니다.
아거스: 다행히 로열 오크 씨는 적에게 포위되어 있긴 했지만 용감하게 싸우고 계셨습니다….
로열 오크: 도움을 청한 건 나니까, 만약 나를 못 찾으면 걱정할 거 같아서…….
임플래커블: 옳은 판단이야. 그래서 두 사람은 어떻게 됐지?
아거스: 저와 로열 오크 씨는 후퇴하면서 구역 안쪽에 있는 거대한 홀에 도착했습니다.
아거스: 성당 내 대부분의 방이 넓긴 했지만 그곳은 유난히 더 넓었습니다. 마치 「연병장」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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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크: 아거스, 여긴 어딜까…?
아거스: 죄송합니다. 배치도를 비콘 타워에 두고 와버렸어요…….
아거스: 하지만 아마 지도에도 이곳이 어떤 장소인지는 나와있지 않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로열 오크: 위쪽이 무기고니까 이곳은 연병장이나 막사가 아닐까…?
로열 오크: 밑에 장기말들이 저렇게 많은 걸 보면….
아거스: 후우………. 움직이지 않는 게 다행이네요….
로열 오크: 얼마나 되는 거지? 수백… 아니 수천…?!
아거스: 끄, 끝이 없어요…!
아거스: 마치 장기말로 이루어진 군대 같네요….
아거스: 이게 바로 폐하께서 밝히고 싶어 하셨던 성당의 비밀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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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열 오크: 장기말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그 정도의 수가 몰려온다면 절대 이길 수 없어….
로열 오크: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밑에 있던 장기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로열 오크: 리슐리외 추기경이 아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로열 오크: 아무튼 그 장소에서 탈출하던 도중 이번엔 너희가 싸우는 소리를 듣고 이렇게 합류할 수 있었던 거야….
임플래커블: 장기말로 이루어진 군대…. 이게 바로 비시아가 성당에 숨겨 놓은 계획이었나…?)
임플래커블: 추기경. 이 계획은 옛 아이리스 시절부터 진행된 거야?
리슐리외: 이는 본디 심판정이 제안한 계획이었습니다. 장기말로 구성된 거대한 함대를 만들어, 함선이 없는 상황에서도 교국의 안전을 지키려 한 것이죠.
리슐리외: 하지만 도중에 문제가 생겨 중단되었습니다.
임플래커블: 중단? 장기말을 이렇게나 잔뜩 만들어 놓고?
임플래커블: 이 정도 수면 나름대로 충분한 전력일 텐데?
리슐리외: 아마 통제할 수단을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비시아가 이렇게 방치해뒀을 리가 없겠죠. 그리고…….
임플래커블: 그리고…?
리슐리외: 장기말도 기계입니다. 기계는 당연히 고장이 날 수 있습니다.
리슐리외: 저희는 실험을 통해 장기말 군대의 규모가 커질수록 돌출 행동을 하는 개체도 늘어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리슐리외: 이는 비정상 장기말들이 정상 장기말에까지 영향을 미쳐 연쇄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었습니다.
리슐리외: 심판정은 이 현상을 「오염」이라고 명명했습니다. 그리고 이런 오염을 억제하는 수단이 방금 보신 정화 설비입니다.
임플래커블: 그래서 섬 전체가 내부를 방어하기 위해 설계된 거였군. 그런데 이렇게 솔직하게 알려줘도 괜찮아?
리슐리외: 여러분께서는 모두 이번 사건의 피해자시니까요.
리슐리외: 이미 발생한 사실이니 아이리스의 추기경으로서 솔직하게 사정을 설명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리슐리외: 그리고 가능하다면 이 사건을 해결할 때까지 여러분의 힘을 빌리고 싶습니다.
임플래커블: 좋아. 그럼 이 오염된 장기말들을 아까 설비를 이용해 정화하면 될까?
리슐리외: 네. 이번 일은 유지 보수가 미비한 노후 설비를 억지로 가동시켜 발생한 것이라고 판단됩니다.
리슐리외: 현재 4개 성당의 정화 설비가 모두 정지되었고, 이로 인해 장기말 군대는 완전히 통제 불능이 되었습니다.
리슐리외: 따라서 모든 정화 설비를 재가동하고, 각 성당의 통합 제어실로 향하여 장기말을 일제 가동 및 모두 파괴하면 됩니다.
리슐리외: 그리하면 이 이변도 자연스레 가라앉을 것입니다.
임플래커블: 잠깐만. 성당 4개를 모두 들러야 한다고?
임플래커블: 클릭 한 번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스터 시스템 같은 건 없어?
리슐리외: 유감스럽게도 그런 장치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임플래커블: 그럼 하나 더. 여기 통신 재밍은 어떻게 해결할 수 없어?
임플래커블: 장기말을 전부 해치워야 한다면 큰일일 텐데.
리슐리외: 그게… 지난번과는 다르게 이 성당 시설은 세이렌 시설 위에 존재합니다….
임플래커블: 그러니까 이 재밍은 경면해역에 가까운 녀석이라는 거지…?
임플래커블: 후우… 귀찮네….
베아른: 리슐리외 님. 정화 설비가 재가동 되었습니다. 통합 제어실로 출발하죠.
리슐리외: 네. 로열 여러분 저를 따라오시기 바랍니다.
~10. 기도
성당 Blanc. 통합 제어실.
로열 오크: 도, 동쪽 통로 제압 완료!
실라: 남쪽 다리도 이상 없습니다.
히어로: 북쪽 소탕 퀘스트도 끝났어☆
임플래커블: 수고했어. 더 이상 적은 없는 것 같네.
임플래커블: 추기경 쪽은 어때?
리슐리외: 방금 적이 마지막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희도 모두 정리했습니다.
리슐리외: 베아른. 상황을 보고해 주세요.
베아른: 정화 설비는 무사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오염」도 관측되지 않으니 이 구역은 이제 괜찮을 겁니다.
리슐리외: 알겠습니다.
아거스: 착각일지도 모르지만… 아까까지 있었던 음침한 느낌이 사라진 것 같네요.
아거스: 뭐랄까… 안심이 된다고 할지, 진정이 된다고 할지….
임플래커블: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아거스: 그뿐만이 아니에요…. 이 구역에 맴돌던 희미한 안개도 사라진 것 같아요…!
아거스: 다시 보니 정말 예쁜 곳이네요…. 하얀 벽에 금박 장식, 화려한 천장의 아치…. 아이리스의 성당은 이렇게나 예쁘군요.
아거스: 분위기만 바뀌었을 뿐인데 받는 느낌이 이렇게 다를 줄이야…….
임플래커블: 그러게. 문제는 이곳은 설계 목적상 공장이나 군사 요새 같은 곳이라는 건데.
임플래커블: 설마 성당을 군함으로 개조할 생각을 했었던 건 아니지?
리슐리외: 음… 심판정은 실제로 과거에 그러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자체 자원을 투입하여 시제함 한 척까지는 만드는 것에 성공했지요.
리슐리외: 「전역기도함」이라는 이름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임플래커블: 정말로 만들었어!? 그런 정보는 여태껏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리슐리외: 오래 전 일입니다. 심판정은 그것이 완공되자마자 바로 전장으로 투입했습니다.
리슐리외: 그렇게 첫 항해가 바로 마지막 항해가 되었지요.
임플래커블: 그래. 아쉽네.
임플래커블: 아무튼 이 구역은 끝이지? 다음엔 어디로 가면 돼?
리슐리외: 다음은 성당 Rouge 구역입니다. 저를 따라 오십시오.
~11. 추측
성당 Rouge. 연병장.
로열 오크: 이 홀은 나와 아거스가 「장기말」군대를 본 곳과 구조가 같아.
로열 오크: Blanc의 연병장보다 훨씬 커 보이긴 하지만….
리슐리외: 성당은 각각 고유의 특징이 있긴 하지만 구조상 대동소이합니다.
리슐리외: 로열 오크 씨의 말대로 이 Rouge의 연병장은 다른 곳보다 다소 큽니다.
리슐리외: 통합 제어실까지는 외길이기 때문에 이곳에 폭주한 장기말들을 모으면 일망타진할 수 있을 겁니다.
아거스: 즉 이곳에 방어선을 배치하자는 말씀이시군요?
리슐리외: 네. 자료에 따르면 네 개 성당 중 이 성당의 장기말이 가장 많습니다. 힘든 싸움이 될 것입니다.
임플래커블: (확실히 싸우기 좋은 장소긴 해.)
임플래커블: (좀 너무 넓은 것 같기는 하지만….)
리슐리외: 임플래커블 씨?
임플래커블: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해.
리슐리외: 아뇨, 더 말씀드릴 내용은 없습니다. 임플래커블 씨께서 무언가 하실 말씀이 있으시다면….
임플래커블: (뭔가 말해야 할 분위기네…. 어쩔 수 없지.)
임플래커블: 폐하의 말씀을 기억하도록. 각자가 책무를 다하고, 임무를 다하여 작전을 완수하여라.
임플래커블: 아이리스와 협력하여 영광의 승리를 쟁취하자!
――――――――!
첫 번째 장기말이 연병장에 난입했다. 이윽고 격렬한 전투가 벌어졌다.
전함과 항모들은 이미 연병장 고지에 진을 치고 있었다.
붉은 안개를 내뿜는 장기말들이 쉴 새 없이 밀고 들어왔지만 집중포화에 의해 하나둘씩 순식간에 쓰러졌다.
전투는 일방적이었다. 미리 우위를 선점하고 있어서 그런지, 생각할 필요조차 없는 노동이 되었다.
함재기를 조종해 적에게 차례차례 화력을 투사하던 임플래커블의 머릿속에 문득 어떤 생각이 스쳤다.
임플래커블: ――Blanc, 다음은 Rouge.
임플래커블: ――"이를 심판의 때로 삼으니라."
임플래커블: ――그러고 보면 이 성당은 제1차 세이렌 반격전 때 지어졌지만, 그 후로도 여러 차례 증축되었다고 했어.
임플래커블: ――역시…….
----
붉은색 장기말의 잔해가 연병장에 겹겹이 쌓여 있었다.
그 붉은 장판은 세상 끝까지 뻗어나갈 것만 같았다.
아거스: 리슐리외 씨와 베아른 씨가 지금 마지막 색적을 하고 계십니다. 실라도 동행하고 있어요.
아거스: 다들 아무런 부상도 입지 않았습니다. 임플래커블 씨는 괜찮으세요?
임플래커블: 보다시피 상처 하나 없단다. 후후후.
임플래커블: 추기경 덕분이지. 이곳의 구조를 속속들이 알고 있어서 최소한의 노력으로 대군을 격파할 수 있었어.
임플래커블: 좀 더 듣고 싶은 게 많긴 하지만.
아거스: ……임플래커블 씨?
임플래커블: 아무것도 아냐. 그냥 혼잣말.
임플래커블: 아거스. 며칠 전 순찰할 때 어땠어? 정말로 이상한 점은 없었니?
아거스: 음……. 시설들이 정말 낡아 보였고 정비도 제대로 되지 않은 것 같았어요.
아거스: 전기 설비에서 몇 차례 폭발이 일어나긴 했는데…. 성당에서 있을 법한 일은 아니죠?
임플래커블: 그 밖에는?
아거스: 그거 말고는… 보고서에서도 언급했지만 특별히 주목할 만한 일은 없었습니다.
임플래커블: 물리적 현상이 아니라… 뭔가 좀 더… 심리적인?
임플래커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지만… 감정적이거나 심리적인 이상은 없었어?
아거스: 그러니까… 처음 여기 왔을 때는 약간 우울했어요. 숨막히게 들어선 건물의 분위기 때문에 그랬을 거예요.
아거스: 로열 오크 씨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고요.
임플래커블: 지속적인 느낌이었지? 그 사건 이후에는 어땠어?
아거스: 네…. 사건 이후에도 우울감은 더 강해졌어요.
아거스: 하지만 정화 설비가 가동된 이후로는 그런 느낌은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아거스: 잘 설명하기가 힘드네요. 역시 그냥 착각이었을까요….
임플래커블: 혹시 또 뭔가 느낀다면 알려줘. 멘탈 문제는 육체적 문제보다 더 큰 우려의 원인이 될 수도 있으니까.
임플래커블: 아무튼 다음 성당으로 가자.
아거스: 네? 리슐리외 씨가 어디로 가야 할지 벌써 알려주셨나요?
임플래커블: 아니. 하지만 그 정도야 간단하지.
임플래커블: 검은 성당 「Noir」야.
~12. 성당의 기록 I
성당 섬 「케르겔렌」 시설 내부.
성당 Noir 구역.
성당 시설 조사 함대 본대.
히어로: 죽어라 죽어☆
히어로: 허접은 주인공인 히어로의 좋은 경험치가 될 운명이지♪
로열 오크: 아…! 너무 앞서가지 마…. 진형을 유지해――
아거스: 로열 오크 씨. 제가 뒤를 맡을 테니 전진하셔도 괜찮아요.
무기고로 「장기말」들을 유인한 함선들은 또 다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
오염된 장기말은 성당 Rouge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상당한 숫자였다.
이윽고 성당 Noir에서의 전투도 무사히 종료되었다.
아거스: 임플래커블 씨! 저와 로열 오크 씨가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요.
임플래커블: 뭐지?
아거스: 전투 중에 전장의 규모가 생각보다 훨씬 넓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거스: 그러니까… 성당 내부의 면적은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더 큰 거예요!
임플래커블: 맞아. 드디어 알아차렸구나.
아거스: 죄송합니다. 저희가 더 철저히 조사했어야 하는데….
임플래커블: 네가 사과할 일이 아냐. 괜찮아.
임플래커블: 사실 처음 보는 사람이 발견하기란 쉽지 않지. 성당의 건축가가 일부러 방문객을 혼동시키려 한 것 같아. 그리고 모든 성당이 똑같은 구조인 것도 아니고.
임플래커블: 어떤 곳은 처음부터 거대하게 지어졌고, 또 어떤 곳은 특정한 상황에서만 공간이 팽창하는 것 같아.
임플래커블: 나도 의도적으로 눈여겨본 끝에 결론을 내린 거야.
임플래커블: 실라. 혹시 리슐리외와 베아른이 전장을 정리하는 동안 뭔가 이상한 행동을 하지는 않았니?
임플래커블: 예를 들면, 무언가를 숨기려고 했다던가?
실라: 죄송합니다, 임플래커블 님. 별다른 점은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임플래커블: 좋아…. 그럼 내가 직접 물어보는 수밖에.
임플래커블: 리슐리외 추기경. 정화 작업은 잘 되고 있어?
리슐리외: 네. 설비는 정상 가동 중입니다. 앞으로 15분 이내에 끝날 겁니다.
임플래커블: 장기말 군대, 실제 건물 부지보다 훨씬 큰 공간――
임플래커블: 이 성당 시설은 세이렌과 관련이 있는 거지?
리슐리외: ……네. 세이렌 기술을 재활용하여 만들어낸 것입니다.
임플래커블: …응? 순순히 인정하네?
리슐리외: 오늘은 어쩐지 솔직해지고 싶은 기분이네요.
리슐리외: 애초에 여러분은 스스로 이 현상을 깨달을 만큼 오랫동안 성당에서 싸웠습니다. 저는 처음부터 숨길 생각은 없었습니다.
임플래커블: 그럼 처음부터 다 알려주지 그랬어?
리슐리외: 안 물어 보셨으니까요.
임플래커블: …….
리슐리외: 이는 첫 번째 이유이고, 두 번째 이유는 당신께서 진실을 탐구하는 것을 즐기시는 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리슐리외: 게다가 메이드를 시켜 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하셨죠. 제가 로열에 의심을 살 행동을 할 이유는 없지 않겠습니까?
임플래커블: …….
임플래커블: 이곳의 모든 게 다 세이렌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거야?
리슐리외: 그것에 대해 말하자면 먼저 이 성당의 역사에 대해 설명해야 합니다.
리슐리외: 오래 전 세이렌과의 전쟁 도중, 아이리스는 이 섬을 발견했습니다.
리슐리외: 처음에는 소규모 조사대와 함대를 파견하여 거점 구축을 시도하였습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세이렌의 습격이 있었고, 섬은 순식간에 함락되었습니다.
리슐리외: 당시의 전황을 고려하자면 바로 함대를 철수시키고 섬을 포기해야 했었습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그날 성좌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섬을 탈환하라는 교령을 내렸습니다.
리슐리외: 이에 심판정은 세이렌을 치기 위해 차례로 함대를 파견했습니다.
리슐리외: 그들은 명령을 충실히 수행했습니다. 끔찍한 대가를 치른 후, 아이리스는 케르겔렌 섬의 지배권을 되찾는 데 성공했습니다.
리슐리외: 그 후 조사에서 섬 전역에 걸쳐 세이렌이 남긴 비전투 시설이 발견되었습니다.
리슐리외: 아마 이곳을 병참 기지로 삼으려 했었던 것 같지만, 아이리스 함대의 맹공으로 인해 포기하게 된 것입니다.
리슐리외: 지금 생각해 보면 성좌는 그 당시 아무도 몰랐던 정보를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임플래커블: 그럼 너희는 세이렌 시설 위에 군사 요새를 짓고 이를 대외적으로는 성당이라고 불렀던 거야?
리슐리외: 지금 여러분께서 보시는 성당은 그 당시의 모습은 아닙니다.
리슐리외: 근본은 같지만 증축과 개수를 거치면서 여러 손길이 가해졌죠.
임플래커블: 좋아. 알겠어. 그럼 각 구역에 붙은 이름의 의미는 뭐지?
리슐리외: 정확히 무엇을 말씀하시는지요…?
임플래커블: Blanc, Rouge, Noir, Vert.
임플래커블: 활, 칼, 저울, 낫.
임플래커블: 정복, 전쟁, 기근, 죽음.
임플래커블: 4개의 성당이 뜻하는 건… 심판의 날에 나타난다는 「묵시록의 4기사」 맞지?
리슐리외: …….
임플래커블: 이것도 내가 말하지 않았다면 과연 알려줬을까?
리슐리외: …아뇨. 그건 처음부터 알려드릴 생각은 없었습니다.
리슐리외: 아이리스 교국이 종말론 연구에 관여했다는 소문이 나돌면 성좌의 이미지에 타격이 갈 테니까요.
리슐리외: 하지만 여러분께서 이곳으로 오고 난 후, 저는 조만간 들키게 되리라고 각오는 하고 있었습니다.
임플래커블: 우리의 신앙은 다르긴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같은 뿌리에서 나왔어.
임플래커블: 이런 개념들도 아주 낯설지는 않아.
임플래커블: 너희는 무엇 때문에 이런 걸 연구한 거지? 세상을 심판하려고?
리슐리외: 아닙니다. 저희는 장기말 군대를 일괄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이러한 「개념 장치」를 만들었습니다.
리슐리외: 이 섬을 장악한 성좌는 곧 장기말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을 모두 확보했습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생산된 장기말을 통제할 수 있는 기술은 어디서도 찾지 못했습니다.
리슐리외: 연구 끝에 우리 기술자들은 4기사의 개념을 이용해 4개 함대를 움직이는 장치를 고안했습니다.
리슐리외: 그것이 바로 이 4개의 성당입니다.
임플래커블: 4기사의 기능에 따라 함대를 세분화하고 「심판」이라는 개념으로 장기말의 전투 행동을 통제한다?
임플래커블: 꽤 혁신적인 시스템이네.
리슐리외: 발상은 좋았지만 결국 완전히 실현되지는 못했습니다.
리슐리외: 그 이유는 아까도 말씀드린 오염 문제 때문입니다.
임플래커블: 성당의 오염도 단순한 고장이 아니라 좀 더 추상적인 개념이지?
임플래커블: 그럼 말이 되네. 왜 세이렌은 장기말을 조종할 때 이런 문제를 겪지 않았는지.
임플래커블: 그래서 처음부터 통제 시스템을 개발한 거야? 이… 거대하고 원시적인 기계들로?
리슐리외: 네. 베아른은 성당 2기 건설 공사 당시 수석 엔지니어였습니다. 그녀 덕에 내부의 많은 장치들이 결실을 맺게 되었죠.
임플래커블: 수석 엔지니어…. 그래서 성당의 장치를 다 알고 있는 거였군.
임플래커블: 정화 설비도 심판의 날의 이미지에서 차용된 거야?
리슐리외: 네. 이는 세상의 모든 죄악을 정화하는 것을 뜻합니다.
리슐리외: 이제 단 하나의 성당만 남았습니다. 그곳의 정화 설비를 재가동하면 그 다음은 저와 베아른이 맡아서 처리하겠습니다.
~13. 악화
성당 섬 「케르겔렌」시설 내부.
성당 Vert.
성당 시설 조사 함대 본대.
베아른: 음… 곤란하네요.
임플래커블: 베아른? 왜 그래?
베아른: 생각보다 상황이 나쁩니다.
베아른: 이곳은 세이렌 시설 위에 세워진 첫 번째 성당이기 때문에 시설도 가장 노후되었습니다.
베아른: 따라서 오염 상황도 다른 곳보다 훨씬 심합니다.
베아른: 이곳이 경면해역화 된 것도 이 오염이 원인일지도 모릅니다.
임플래커블: 그래? 아거스가 긴급 제어 시스템을 가동해서 그런 게 아니라?
베아른: 아거스 님의 행동은 단지 오염을 다른 구역으로 증폭시켰을 뿐입니다.
베아른: 이 문제는 꽤 오래 전부터 진행되었던 것 같습니다.
베아른: 게다가 성가시게도 현재까지 이곳의 공장은 계속 가동되고 있습니다.
베아른: 비시아가 섬을 봉쇄하고 철수한 것도 이곳이 이미 통제 불능이 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베아른: 지금까지는 봉인이 유지되고 있습니다만….
임플래커블: 즉 비시아가 철수한 진짜 이유는 무슨 대외 전략 변동 때문이 아니라 섬 장악에 실패해서였다고….
임플래커블: 아거스가 아니었어도 언젠가는 문제가 터졌을 거야….
임플래커블: 만약 폐하께서 우리를 보내시지 않으셨더라면….
임플래커블: 뭐, 그래도 우리 아이리스의 추기경이신 리슐리외 님께서 문제를 해결해 주셨겠지?
리슐리외: …정말로, 로열 분들께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임플래커블: 괜찮아. 폐하께서도 당연히 동맹을 도우라고 하셨을 거야.
임플래커블: 하지만 만약 베아른의 말대로 이곳의 공장이 예전부터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면 생산된 장기말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임플래커블: 성당에 들어온 이후로 지금까지 별다른 저항도 없고, 오히려 다른 곳보다 훨씬 순조로워.
베아른: 아직 충분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아 저도 명쾌히 답을 드릴 수는 없지만, 아마 「하층」으로 보내졌을지도――
리슐리외: 베아른.
베아른: 어흠. 죄송합니다. 정화 설비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야 하니 저는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임플래커블: …방금 살짝 무서웠어. 추기경.
임플래커블: 베아른이 언급한 「하층」이란 뭐지?
리슐리외: 성당 시설 중 하나로, 장기말 회수와 처분에 관한 시설입니다.
리슐리외: 그곳 상황도 그리 낙관적이진 않을 테지만… 저희가 당면한 과제와는 무관하니 신경 쓰지 마십시오.
리슐리외: 4개 성당의 정화만 모두 완료하면 문제는 해결될 겁니다.
리슐리외: 추후 이 섬이 다시 아이리스 교국의 통제 하에 들어오면 제가 인원을 모아 처리하겠습니다.
리슐리외: (이곳에 더 이상 다른 사람을 끌어들일 수는 없습니다. 지휘관님은 더더욱…….)
임플래커블: 추기경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임플래커블: 이 시설은 원래 아이리스 것이니 추기경이 어떻게 사용할지는 자유야.
리슐리외: 이번 일에 대해 로열 여러분께 많은 신세를 졌습니다. 부디 폐하께 제 감사를 전해 주십시오.
임플래커블: 후후후. 알겠어.
리슐리외: 감사합니다. 그럼 베아른이 정화 설비를 가동할 때까지 여기서 잠시 대기하도록 하지요.
리슐리외: 실라 씨. 간식을 준비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실라: 알겠습니다, 리슐리외 님.
~14. 심판
성당 섬 「케르켈렌」 시설 내부.
임플래커블: 여긴 대체 뭐야? 섬을 조사할 때는 이런 건물은 없었는데?
리슐리외: 이곳은 모든 정화 설비가 가동되었을 때 나타나는 심판정 요새입니다.
리슐리외: 이는 즉 마지막 성당 Vert의 정화가 완료되었다는 것을 의미하죠.
리슐리외: 마지막으로 이곳의 장치를 조작하면 모든 이변이 수습될 것입니다. 죄송합니다. 이 시설은 심판정에 속한 것이기에 평소에는 엄중이 은폐되어 있어서….
임플래커블: 마지막 장치가 심판정 요새에 있다는 건 이 성당 건축에 처음부터 심판정이 개입했다는 걸까?
리슐리외: 네. 그리고 「전역기도함」도 이 근방에서 격침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슐리외: 애초에 그 함은 심판정 소속이었으니 전투에는 참여하지 않아도 되었습니다만.
리슐리외: 성좌로부터 섬을 탈환하라는 교령이 떨어지자 심판정은 기도함을 최전선으로 보냈습니다.
리슐리외: 심판정이 심혈을 기울여 제조했기 때문에 당시 기도함은 아이리스의 양산함 중 최고의 전력을 자랑했다고 합니다.
리슐리외: 세이렌과의 전투에서도 큰 활약을 했었지만…
리슐리외: ……결국 가라앉아 버렸죠. 정말 유감입니다.
임플래커블: 벽에 걸린 깃발이 비시아 게 아니네? 예전 아이리스 것 같아.
리슐리외: 네. 부실한 관리가 이런 결과를 가져오는군요.
리슐리외: 제게는 무척이나 그리운 광경입니다. ――부디 아이리스의 축복이 있기를.
임플래커블: 기도할 거야? 밖에서 기다려 줄 수 있는데.
리슐리외: 아뇨, 괜찮습니다. 사건이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니 기도할 때가 아닙니다.
리슐리외: 추후에도 기도할 시간은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리슐리외: 베아른. 마지막 정화 설비를 가동하세요. 「심판」 절차를 수행합시다.
베아른: 알겠습니다――
베아른이 레버를 조작하자 거대한 정화 설비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윽고 마음을 짓누르던 분위기가 가벼워졌고, 왠지 모를 팽팽한 불안감도 풀리기 시작했다.
임플래커블: 이것으로…… 문제는 해결된 거겠지?
임플래커블: 히어로. 활은 슬슬 추기경에게 돌려줘.
히어로: 응? 돌려줘? 그치만 이거 내가 루팅한 건데――
임플래커블: 돌려줘. 아이리스의 성물을 면전에서 가져갈 셈이야?
리슐리외: 아뇨. 괜찮습니다.
리슐리외: 그 활은 상징물일 뿐이지 진짜 성물이 아닙니다. 원하신다면 기념품으로 가져가셔도 좋습니다.
히어로: 야호~! 추기경 고마워☆
임플래커블: 나도 로열 네이비를 대표해서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할게. 이번 작전에 협력해줘서 고마워.
임플래커블: 네가 아니었다면 아거스와 로열 오크를 구하지 못했을 테고, 남극 지역의 전략 배치에도 영향을 미쳤을 거야.
임플래커블: 돌아가면 폐하께 이곳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 드릴 거야.
임플래커블: 혹시 전달할 말이 있다면 지금 알려줘.
리슐리외: 아닙니다. 성당을 되찾고 옛 아이리스의 깃발이 나부끼는 것을 보게 된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리슐리외: 따로 폐하께 전할 말씀은 없습니다. 그저 감사의 인사만 전해 주십시오.
임플래커블: 그래? 알겠어. 그럼――
임플래커블: ……리슐리외. 하늘에 뭔가가…….
리슐리외: 하늘………?
그리하여 빛이 없는 연옥이 천공에 나타날 것이며, 이는 인세의 밖에서 오리라.
이는 만상을 삼키리니, 종언에 도래하는 영원의 상징이라.
묵시가 도래하니 너 고개를 들어 태양을 보아라. 심판의 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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