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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지는 사상의 환계 下

킹루클린 2023. 3. 19. 22:41
가급적이면 게임을 켜놓고 같이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줄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연출들이 간혹 있습니다.
특히 마지막 챕터는 반드시 게임과 같이 보시는 걸 권장합니다.
 
겹쳐지는 사상의 환계 下
 
 ~14. 채터 트래블
 
「리얼리티 렌즈」 가상현실공간. 구성 요소: ??? 전세기 「출장완전편해1호」 내부.
 
동료들과 함께 짐 정리를 마치고 안쥬 박사는 기내 소파에 완전히 몸을 누였다.
 
안쥬: 후우……………. 역시 편하게 쉴 곳이 있다는 건 최고야….
 
안쥬: 하루를 꼬박 일했네. 이제야 겨우 쉴 수 있어….
 
그나저나 이 전세기 이름…….
 
안쥬: 응? 내가 붙인 이름인데 왜?
 
…………깊게 생각하지 말자.
 
안쥬: 뭐야 그 기묘한 얼굴은. 자, 커피라도 마시면서 편하게 있어.
 
박사는 뜨거운 커피를 이쪽으로 건네곤 근처에 있는 보고서를 집어 들고 훑어보기 시작했다.
 
겨우 쉴 수 있다고 그랬지만, 아무래도 그녀의 휴식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의미 같다.
 
아니면 적당히 아무거나 읽으면서 머리를 비우고 있을 뿐일지도 모른다.
 
한 번 의심받긴 했지만, 역시 이 세계에 대해 알려면 그녀에게 물어보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사모스 섬으로 이동하기 위한 절차 등으로 어제는 대화할 기회가 없었다.
 
안쥬: ……뭐야? 왜 그렇게 쳐다 봐?
 
안쥬: 커피가 써?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까――
 
→ 『파이널 카운트다운』이라는 영화 말인데
 
안쥬: 아아. 군함이 타임 슬립하는 거?
 
안쥬: 그러고 보니 그 영화 리샤르가 주연이었지?
 
안쥬: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 관계자니까 먼저 봤었고.
 
안쥬: 나도 엑스트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안쥬: 일정이 잘 안 맞아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
 
안쥬: 그래서 묻고 싶은 게 뭔데? 시간 여행?
 
안쥬: 나는 망설임 없이 과거를 바꿀 거야.
 
안쥬: 정해져 있는 미래를 부수는 걸지도 모르지만, 그게 꼭 나쁜 일이 된다고는 할 수 없잖아?
 
안쥬: 오히려 미래가 좋아질 가능성도 있지.
 
안쥬: 그리고 생각해 봐. 시간 여행이 아니어도, 사람은 항상 미래를 더 좋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안쥬: 미래를 좋게 만든다는 목적을 위해서라면 과거를 바꾸는 것은 합리적이고 올바른 선택이라고 생각해.
 
안쥬: 뭐, 오스타 녀석은 다른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오스타 박사는 뭘 연구하고 있는지 물었다.
 
안쥬: 걔는 말야…. 여러 가지 하고 있어. 팀도 너무 커져서 완전 뒤죽박죽이야.
 
안쥬: 지금은 거의 최고 레벨 심부름 센터야.
 
안쥬: 최근에는… 아마 인공지능을 연구하고 있었을걸?
 
안쥬: 조수군은 「제로」를 만난 적이 있었나?
 
안쥬: 「안티 엑스」라는 프로젝트의 일부인데, 인간형 신세대 병기를 만들려고 하는 거 같아.
 
……제로?
 
어느새 옆에는 과자가 담긴 쟁반을 든 요크타운이 서 있었다.
 
안쥬: 아, 요크타운. 무슨 일이야?
 
요크타운II: 박사님하고 지휘관님도 디저트 좀 먹을래?
 
요크타운II: 새로 산 즉석 과자 제조기도 잘 작동하고 있어.
 
안쥬: 과자 말이지……아니, 잠깐만. 즉석 과자 제조기?
 
안쥬: 돈은 내가 낸다고 하긴 했다만 이건 기념품의 범주가 아니잖아!?
 
안쥬: 자백해 요크타운! 누구 짓이야?! 너야? 호넷? 아니면 조수군?
 
요크타운II: 호넷이 샀어. 음, 전세기 안에서 과자를 만들 수 있으면 재밌을 것 같다고…….
 
안쥬: 그래서 요크타운은 아무 말 못하고 그대로 흘러간 건가….
 
안쥬: 그래 뭐… 끝난 일이고. 이미 사버린 건 어쩔 수 없고…. 맛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
 
안쥬 박사는 혼자 투덜거리며 일어나 과자 제조기로 걸어갔다.
 
이 전세기는 설비나 호화로운 인테리어를 보면 단순한 민항기는 아닌 것 같은데….
 
요크타운II: 이 전세기는 군이 안쥬 박사님한테 내준 거야.
 
요크타운II: 유니온 상업 연합이 에너지 큐브의 최신 기술을 사용해서 만든 거라고 들었어. 어떤 날씨에도 안정적으로 날 수 있대.
 
요크타운II: 후후후. 나도 타보는 건 처음이야.
 
안쥬: 조수군! 이 과자 제조기 쩔어!
 
뭔가 말하려던 요크타운이었지만 안쥬 박사의 큰 소리에 가로막혔다.
 
안쥬: 진짜 대박이야! 조수군도 해봐! 뭐든 다 만들 수 있어!
 
요크타운II: 지휘관님. 우리도 갈까?
 
 
 
 ~15. 사모스 섬
공중 여행이 끝나고, 전세기는 사모스 섬의 공항에 착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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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리고, 가기 전에 선물을 하나 줄게. 「사모스 섬」을 조사해 보면 좋을 거야.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그곳에는 아가가 궁금해하는 게 있을지도 모르니까.
 
궁금한 것…. 말만 들어서는 모르겠다.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 후후후. 사실 나도 자세히는 모른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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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도 사모스 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었다.
 
가상 공간 속이지만, 그녀가 말했던 무언가가 있을까…?
 
노샘프턴II: 따스한 햇볕, 모래사장…. 역시 관광지답네.
 
호넷II: 완전 리조트 아일랜드잖아~!
 
안쥬: 그래. 그래서 휴가라고 했잖아.
 
호넷II: 근데 여기 군의 비밀 연구 시설이 있다고도 하지 않았어? 아무리 봐도 그럴 법한 시설은 안 보이는데…….
 
호넷II: 애초에 군 시설이 있는데 관광객을 모셔도 돼?
 
안쥬: 너네가 여기 처음이란 걸 잊고 있었네. 원래 몇몇 연구 시설들은 이래.
 
안쥬: 안에서 뭘 연구하는지가 비밀인 거지, 시설 자체가 비밀인 건 아니니까.
 
안쥬: 그 대학 매점 옆에도 비밀 실험을 하는 실험실이 있을지도 모르지?
 
안쥬: 뭐 아무튼, 완전히 위장에 손 놓은 건 아냐.
 
안쥬: 일단 대외적으로는 “해양생물 연구소”라는 명패를 계속 내걸고 있거든.
 
안쥬: 아주 옛날에는 진짜 해양생물 연구소였다고 하던데.
 
안쥬: 어느새 군이 인수해서 지금은 오스타 박사의 연구 센터가 된 거야.
 
안쥬: 걔가 이 장소를 고른 것도 뭔가 꿍꿍이가 있어서 그런 것 같지만.
 
안쥬: 뭐, 누가 알겠어. 여기 관광지니까, 일하다가 적당히 해변에서 놀고 싶어서 그랬던 거 아닐까?
 
안쥬: 맞다! 다들 수영복 준비했어?
 
호넷II: 어어어…… 아니?
 
요크타운II: 나도…. 다들 안 챙겼을 것 같은데…….
 
랭글리II: 진심으로 휴가라고 생각했던 사람은 아마 없을걸요.
 
안쥬: 그래. 일단 수영복부터 챙겨야겠네.
 
이곳에 단순히 놀러 온 것은 아닐 것이다.
 
→ 또 뭘 도우면 되지?
 
안쥬: 지금은 괜찮아! 일단은 얘들 수영복부터 생각하자고!
 
안쥬: 아, 그렇다고 살 필요는 없어. 여기는 그 녀석 연구 시설이니까.
 
안쥬: 경비의 개인 장구를 만드는 설비조차 자작하는 그 녀석이라면 분명 수영복이나 일반 옷도 만들 수 있을 거야!
 
안쥬: 대충 디자인 요점만 알려주면 자동으로 나올걸?
 
그런 대단한 설비가 있다고……?
 
요크타운II: ……그런데 정말 괜찮아?
 
안쥬: 아 괜찮다니까! 일부러 도와주러 온 거니 이 정도는 당연히 해줘야지.
 
호넷II: 그럼 상관 없지만….
 
이 숲을 빠져나가면 시설 입구야. 다들 길 잃지 말고 잘 따라와!
 
 
 
 ~16. 제로?
숲을 빠져나가자 오래되어 보이는 시설의 입구가 나타났다.
 
안쥬: 권한 인증… 완료. 됐다.
 
안쥬: 흐흥. 열려라 참깨~!
 
안쥬: 자, 얘들아. 오스타의 연구 센터, 「사모스 해양생물 연구소」에 온 걸 환영해!
 
호넷II: 으, 응.
 
안쥬: 반응 약해! 여기가 바로 그 「비밀 연구 시설」인데? 뭐 다른 감상은 없어?
 
호넷II: 평범하다고 할까. 보기엔 이름 그대로, 그냥 연구소 같네…….
 
안쥬: 위장할 거라면 철저하게! 그 녀석은 그런 부분에 굉장히 집착하니까.
 
허먼II: 저기 있는 거… 수족관이야…?
 
안쥬: 응. 여기가 진짜 해양생물 연구소였을 때의 흔적이네.
 
호넷II: 호오, 설비도 유지보수가 잘 되어 있네……. 안에 물고기도 들어 있고…. 어쩐지 배고파졌어.
 
호넷II: 그럼 여기 식당의 메인 요리도 생선인가!
 
안쥬: 섬이니까 뭐 해산물이 메인이겠지.
 
안쥬: 예전에 대학 다닐 때 오스타와 같이 수족관에 가본 적이 있었어.
 
안쥬: 전시물은 그냥 평범했는데, 거기 식당 추천 요리가 오징어구이인 거 있지!
 
안쥬: 방금 전까지 오징어를 보고 왔는데 바로 오징어를 먹게 된 거야.
 
안쥬: 죄책감을 느끼면서 레몬을 뿌렸던 일이 수족관 내용보다 더 기억에 남더라니까―!
 
요크타운도 조수군하고 엔터프라이즈를 꼬셔서 데이트라도 가보는 건 어때?
 
요크타운II: 그 오징어구이… 전시하던 걸 잡은 건 아니지…?
 
안쥬: 당연히 그건 아니지! 따로 마련해 놓은 거겠지.
 
안쥬: 혹시 오스타 녀석, 그때 그 기억을 못 잊어서 해양생물 연구소를 고른 거 아냐?
 
안쥬: 아무튼 요 앞의 수수한 건물이 우리 목적지야.
 
안쥬: 뭘 연구하고 있는지는 들어가 봐야 알겠지.
 
동료들과 함께 건물 입구에 들어서자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났다.
 
입구 바로 옆에 있는 스마트 록에서 홀로그램이 투영되었다.
 
저 홀로그램의 모습은――
 
??: 어서 오십시오. 안쥬 박사님.
 
TB!?
 
안쥬: 오랜만이야 제로. 오스타는 안에 있어?
 
제로?: 오스타 박사님께서는 안쪽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제로?: 하지만 맡으신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당분간은 여러분을 응대하실 수 없습니다.
 
제로?: 그런 고로 여기부터는 제가 내비게이트… 시설을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제로?: 「인공해상작전기구·자기진화형지능 X섬멸기구」의 준비는 이미 완료되었습니다. 바로 확인하시겠습니까?
 
안쥬: 「ANTI-X」 말하는 거지? 안내해줘.
 -역주: Artificial Navy Transformational Intelligence, Class X. ANTI-X
 
제로?: 알겠습니다. 실험 구역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발밑에서 가벼운 진동이 느껴졌다. 무슨 기계가 작동한 것 같다.
 
눈앞의 바닥이 열리고, 지하로 이어지는 비탈진 길이 나타났다.
 
요크타운II: 연구 시설은 지하에 있는 건가?
 
안쥬: 맞아.
 
안쥬: 자, 이제 “해양생물 연구소”의 실체를 밝혀보자!
 
 
 
 ~17. 안티 엑스
사모스 해양생물 연구소. 지하통로.
 
호넷II: 우리 얼마나 내려온 거야?
 
랭글리II: 글쎄요. 2, 30m 되려나요.
 
호넷II: 그리고 갈림길은 몇 개였지?
 
랭글리II: 그건…… 왜 물어 보시나요?
 
호넷II: 나중에 탐험할 때 헤맬까봐 그러지. 지휘관은 어때?
 
제로?: 내비게이트 없이 행동하는 것은 권장하지 않습니다.
 
제로?: 이곳의 통로는 모두 각각의 실험 구역으로 통합니다.
 
제로?: 또한 통행 권한이 없으면 그 어떤 실험 구역 입구도 통과할 수 없습니다.
 
제로?: 만약 불법 침입한 경우 경비 시스템이 작동하고 알람이 울리게 되오니, 양해 바랍니다.
 
호넷II: 그, 그래……. 미안 미안.
 
제로?: 괜찮습니다. 안내 표시등을 따라 계속 이동해 주십시오.
 
허먼II: 요크타운 언니. 여기 왠지 답답해….
 
허먼II: 아까 전하곤 완전 달라…. 허먼, 여기 싫어…….
 
요크타운II: 조금만 참으렴. 안쥬 박사님과 오스타 박사님의 성격은 전혀 다르니까.
 
요크타운II: 지휘관님도 함께 계시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안쥬: 역시 이렇게 됐구만.
 
요크타운II: 역시……?
 
안쥬: 군이 뒤를 봐준다는 건 꼭 좋은 일만은 아니라는 거야.
 
안쥬: 오스타 녀석, 실은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어.
 
안쥬: 자신의 연구뿐만 아니라 군의 갑작스럽고 끝없는 요청에도 대응해야 하거든.
 
안쥬: 결국 프로젝트 팀은 여러 차례 확장, 붕괴, 재구성되고, 짊어지고 있는 프로젝트도 점점 늘어났지.
 
안쥬: 마감 기한은 물론 지켜야 하고, 각 프로젝트의 기밀 수준을 균형 있게 유지해야 하니까, 하나하나 관리하는 것도 고생이지 뭐.
 
안쥬: 그러니까 시설의 세세한 인테리어까지는 손을 쓸 여유가 없는 거야. 다들 너그럽게 봐주자고.
 
안쥬: 물론 너무 딱딱하게 굴 필요도 없지만. 나만 따라오면 아무 문제 없을 거야.
 
랭글리II: 많은 사정이 있군요.
 
호넷II: 이해했어! 내가 고른 데이트 장소도 아닌데 뭐.
 
제로?: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로?: 곧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문이 열리니 노란 선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시키는 대로 뒤로 물러나자, 연구 구획을 가르는 거대한 게이트가 열리고 제조 공장 같은 실험실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로?: 공방이 개방되었습니다. 다음 오더까지 대기 모드로 이행합니다.
 
제로?: 테스트 참가 예정인 ANTI-X 보디는 이 앞에 있습니다. 오스타 박사님의 작업이 종료될 때까지 편히 계십시오.
 
말을 마치고 “제로”라고 불렸던 TB를 쏙 빼닮은 소녀의 홀로그램은 사라졌다.
 
호넷II: 우와, 지하에 이런 넒은 시설이……!
 
호넷II: 압도적이네…. 천장에 달린 설비만 따져도 가격이 장난 아닐 거 같아….
 
랭글리II: 저 푸른 빛을 발하는 설비만으로도 안쥬 박사님의 전세기 이상의 가치가 있을 것 같네요.
 
노샘프턴II: 저쪽 통로와 이어진 건… 항구?
 
노샘프턴II: 이 깊이에서 항만 시설뿐만 아니라 밖으로 통하는 항로까지 뚫다니…….
 
노샘프턴II: 대체 어디로 이어지는 걸까…….
 
눈앞의 장관에 압도될 것만 같다.
 
최신 기술이 들어가 있을 게 분명한 무수한 기계들. 축구장 몇 개분에 달하는 돔 형태의 공간. 그 앞으로 이어지는 지하수로. 그리고…….
 
칠흑색 의장에 등을 기대고 난간에 앉아 있는 소녀――
 
안쥬: 어, 저거?! 조수군, 진짜 말도 안 돼!
 
소녀와 의장이 뿜어내는 존재감, 그리고 분위기――
 
「아비터」라는 단어가, 내 머릿속에 떠올랐다.
 
안쥬: 쟤…… 백발이 아니야…!!
 
……………
 
→ ………뭐?
 
안쥬: 제로, 좀 나와 봐! 얘 이름 좀 알려줘!
 
제로?: 네. 안티 엑스 보디 「Devil XV」입니다.
 
안쥬: 또 타로야? 그 녀석도 여전하네.
 
정말 아비터인가? 타로에서 따온 명명 규칙은 개체의 형식을 나타내는 거였나…?
 
오스타 박사는 아비터의… 아니, 세이렌의 창조주인가?
 
안티 엑스…. ANTI-X….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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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오(META): 뉴욕을 습격한 것은 『안티 엑스』……. 그 기계들이 그대들을 이곳으로 유인하여 우리와 맞닥뜨리게 하기 위해 꾸민 일에 불과하다.
 
타카오(META): 소인도 그녀도 모두 타버리고 남은 잔불일진저. 그대들이 의문을 가질 정도의 존재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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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라고 불린 아이가 처음에 안티 엑스를 언급했을 때의 호칭을 떠올렸다.
 
「인공해상작전기구·자기진화형지능 X섬멸기구」. 이것이 세이렌의 정체였나….
 
그런데 「리얼리티 렌즈」는 왜 이 세계를 보여주는 거지? 왜 나는 지금 보고 있는 것들을 진실이라고 인식하고 받아들이는 거지?
 
멤피스: 지휘관, 괜찮아? 어디 안 좋아…?
 
이 모든 것들이 진실이 아니라면, 왜 나는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 있는 거지?
 
확인해야 해. 지금은――
 
→ 멤피스. 세이렌 말인데――
 
그녀는 분명 「리얼리티 렌즈」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녀는――
 
멤피스: ……앗. 지휘관. 무슨…….
 
안쥬: 조수군, 괜찮아? 안색이 너무 안 좋은데? 그리고 「세이렌」이 뭐야?
 
착각이 아니다. 멤피스는 세이렌이라는 말을 듣고 동요했다.
 
하지만 악의가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캐묻는 건 이 자리를 벗어난 다음에 하자. 그게 그녀에게도 좋을 것이다.
 
→ 대충 둘러댄다
 
안쥬: 너, 지금 말 돌리는 거지?
 
안쥬: 「세이렌」, 「아비터」…. 둘 다 들어본 적은 없지만, 그 녀석이 지을 만한 이름이네.
 
안쥬: 너 설마 오스타하고 몰래 연락 주고받는 사이야?!
 
→ 더 열심히 둘러댄다
 
안쥬: …………꿈에서 들은 단어들이라고?
 
안쥬: 뭐, 그럴 때도 있지.
 
안쥬: 인간이 꾸는 꿈은 뇌 속 정보의 재구성이지만, 그렇다고 꼭 알고 있는 개념만이 꿈속에 반영되는 건 아니야.
 
안쥬: 꿈은 나름대로의 규칙이 있어.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꿈도 있고, 전혀 알아먹기 힘든 꿈도 있어.
 
안쥬: 어떻게 보면 가상 공간과 같지. 꿈속의 사건들이 반드시 기억에서 오는 건 아냐.
 
안쥬: 네가 말했던 「세이렌」도 전에 읽었던 신화, 동화 등에서 반영된 것일 수도 있고, 갑자기 튀어나온 개념일 수도 있어.
 
요크타운II: (호넷. 박사님이 왜 갑자기 꿈에 대한 강의를 하는 거지?)
 
호넷II: (나도 몰라…. 그치만 멈추지 않으면 안 끝날 거야…….)
 
호넷II: (제로. 저 안티 엑스 보디를 기동시킬 수 있어?)
 
제로?: (네. Devil XV는 현재 대기 모드입니다만, 언제든지 정상 가동 모드로 이행할 수 있습니다.)
 
작은 소리로 대화 중인 동료들을 무시하고, 안쥬 박사의 강의는 점점 클라이맥스를 향해 간다…….
 
호넷II: (그럼 부탁 좀 할게. 쟤를 깨워서 안쥬 박사님의 주의를 끌어줘.)
 
제로?: (알겠습니다. 프로그램을 기동합니다.)
 
잠시 후, 기계에서 몇 번 알람 소리가 들렸다.
 
흑발의 소녀――안티 엑스 「Devil XV」는 나른한 듯이 눈을 뜨고, 팔을 들어 기지개를 켰다.
 
데빌XV: 응……? 누가 나 깨웠어?
 
데빌XV: 아, 너희가 안쥬 박사하고 그 일행들이구나.
 
데빌XV: 사모스 해양생물 연구소에 어서 와. 나는 데빌. 데빌XV야.
 
데빌XV: 테스트 계획은 이미 수신했고 입력까지 다 됐으니까 괜찮아.
 
데빌XV: 그럼 잘 부탁해.
 
안쥬: ……………….
 
안쥬: ……………대박.
 

안쥬: 얘 완전 귀엽잖아―!?

 
 
데빌이 깨어난 걸 알아차리자 안쥬 박사는 빛의 속도로 그녀 곁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스마트폰을 꺼내 손에 들고 찰칵찰칵 사진을 마구 찍어대기 시작했다…….
 
호넷II: 지휘관 해방 성공!
 
안쥬: 사진 찍자 데빌!
 
안쥬: 자, 웃으세요! 카메라 보고~
 
안쥬: 응응 지금 딱 좋아!
 
안쥬: 3, 2, 1――
 
멤피스: 박사님. 여기 있는 건 모두 반출이 엄금된 최고 기밀이야.
 
멤피스: 아무리 찍어도 나갈 때는 전부 삭제해야 돼.
 
안쥬: 깜빡했다~!
 
안쥬: 그랬었지…. 아냐, 나라면 분명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 그래!
 
안쥬: 찍은 사진은 다 오스타한테 보낸 다음에 삭제.
 
안쥬: 밖에 나간 다음, 그 놈한테 프로젝트 교류 명목으로 다시 전송받는다. 이러면 해결!
 
멤피스: 해결될 리가 없잖아!?
 
안쥬: 아니아니아니 가능하잖아! 규칙을 어긴 것도 아니고!
 
 
제로?: 지휘관님, 안쥬 박사님. 오스타 박사님의 작업이 끝났습니다. 오스타 박사님은 현재 사무실에서 기라디고 계십니다.
 
호넷II: 홀로그램이 아니라…… 본체네?!
 
안쥬: 흐응. 제로의 보디도 귀엽네.
 
안쥬: 너희는 여기서 데빌하고 얘기라도 나누고 있어.
 
안쥬: 조수군, 따라와! 오스타를 만나러 가자.
 
 
 
 ~18. 더 마이스터
사모스 섬 비밀 연구 시설. 오스타의 사무실.
 
오스타: 이제 됐다, 제로. 가서 볼일 보거라.
 
제로?: 알겠습니다, 오스타 박사님.
 
오스타: 어땠나? 새로운 안티 엑스는?
 
오스타: 안쥬가 만든 부조리한 인형들과는 근본부터가 다르지?
 
안쥬: 되게 귀여운데? 옵저버나 테스터, 퓨리파이어하곤 다르게 하얀 머리도 아니고.
 
세이렌…. 안티 엑스의 외모에 모두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 것은 오스타 박사의 설계 때문이었나.
 
오스타: 이미 검증된 기술을 유용하는 것은 효율적인 접근법이지. 누구와는 달리 나는 외모에 따른 인격 인식의 차이를 고려하지 않으니까.
 
안쥬: 뭐 어쩌라고. …그래서 본론이 뭐야?
 
안쥬: 그냥 새 안티 엑스를 보여주고 싶어서 일부러 이리로 부른 건 아니지?
 
안쥬: 한번 맞혀 볼까? 신기술이라도 썼어?
 
오스타: 그렇고 말고. 이 녀석에는 네가 사용하는 멘탈 큐브와 유사한 기술이 사용되었다.
 
오스타: 너희들이 II형 의장 개발에 멘탈 큐브를 접목한 것처럼, 나도 큐브를 안티 엑스에 응용한 것이지.
 
안쥬: 멘탈 큐브를…… 안티 엑스에 썼다고!?
 
안쥬: 무슨 소리야…? 걔네는 용골이 없으니까 빼낼 정보도 없을 텐데…?
 
안쥬: 용골에는 군함이라는 개념과 인간의 명확한 감정이 응축되어 있어서 이를 끌어낼 수 있었던 건데.
 
안쥬: 순수하게 가공된 개념에 어떻게 멘탈 큐브를 썼다는 거야……?
 
오스타: 네 말대로, 안티 엑스와 함선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오스타: 함선은 멘탈 큐브에서 정보를 빼내어 용골이라는 개념 하에 인격을 가진 개체로 구현된 것이다.
 
오스타: 한편 안티 엑스는 단순히 기계 장치와 유사 인격을 합친 존재지. 아이러니하지만 이쪽이 더 “인형”에 가깝다.
 
오스타: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주목해야 할 것은 여기 있는 지휘관이 함선을 만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용골을 보강할 수 있는 병기를 만들기 위해 멘탈 큐브를 사용하여 II형 의장을 개발했다는 점이지.
 
오스타: 안티 엑스의 개념은 가공적이지만, 각종 병기는 그렇지 않다. 이에 착안해 우리는 멘탈 큐브의 일부 특성을 이용해 변형된 에너지 큐브를 만들었고, 이를 용골이 아닌 무기의 개념을 끌어내는 데에 사용했다.
 
오스타: 자네가 II형 의장을 개발한 것처럼, 나는 안티 엑스의 병장을 만든 것이다.
 
오스타: 그 결과 제작된 신형 병장은 더 강력한 성능을 지니게 되었지만, 부분적으로 함선의 의장의 성격을 띠게 되었다.
 
오스타; 허나 안심해라. 자네도 알다시피 내가 흥미가 있는 것은 기술일 뿐이지, 안쥬의 인형들… 네 함선들이 아니야.
 
오스타: 기본적으로 안티 엑스는 정교한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구축된 존재다. 병장은 자유롭게 교체 가능하며, 어느 특정 개체에 고정되지 않는 방식이다.
 
오스타: 정리하자면 약간의 허점을 이용했다고 할 수 있겠군.
 
안쥬: 호오……. 이거 한 방 먹었는데….
 
안쥬: 아무튼 에너지 큐브 병장을 장착한 데빌은 기존 안티 엑스보다 성능이 향상된 거지?
 
오스타: 물론이지. 이제 이론만 완성하면 보디와 병장의 대량 생산에 필요한 기술적 한계도 뛰어넘을 수 있을 거다.
 
오스타: 어디까지 진척되었는지는 비밀에 부쳐두지. 조만간 안티 엑스와의 공동 실험을 통해 알게 될 테니.
 
오스타: 그리고, 안쥬의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만…. 실험 수행에 있어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배제하고 싶은 리스크가 있다.
 
오스타: 그래서 너희의 협조를 구하고 싶어서 부른 것이다. 이러면 답이 됐나?
 
안쥬: 좋아. 이해했어.
 
안쥬: 그나저나 진짜 대단하네…. 어떻게 양산화까지 잘 된다면 분명 안티 엑스가 차세대 스마트 병기가 될 거야.
 
오스타: 그때는 「X-Practice」라는 의미가 바뀌겠지.
 
안쥬: 외계인과 싸운다는 의미에선 「Xenotermination」이 될 테고. 조수군은 뭐 더 궁금한 거 있어?
 
함선의 「창조주」, 그리고 세이렌의 「심판자」가 있는 이 자리라면 오랫동안 가지고 있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세계가 정말 기억으로 만들어졌다면, 말이지만.
 
→ 이 기술을 이용하면……
 
용골에 손상을 입거나, 선천적으로 용골에 결함을 가진 채로 태어난 함선을 본체의 안전이 보장된 상태에서 치료할 수 있을까…?
 
안쥬: 오……… 뜬금없네. 뭐 이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손상의 성격과 경중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안쥬: II형 의장은 2개째의 큐브에서 정보를 끌어내고, 이를 의장의 형태로 구현해서 원래 함선에게 부여하는 거야.
 
안쥬: 이 “서브” 큐브는 기존 용골을 강화할 뿐만 아니라 “메인” 큐브의 일정 수준의 손상을 보강해주기도 해.
 
오스타: 인간으로 비유하자면 병든 장기를 클론으로 대체하는 것이지.
 
안쥬: 너무 생생해! 적절한 비유긴 하지만.
 
안쥬: 아무튼 에식스급의 II형 의장을 받은 요크타운 같은 경우는 기존 요크타운급 용골이 가지고 있는 문제들을 어느 정도 부담할 수 있다는 거야.
 
안쥬: 하지만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냐. 용골 자체의 이상이 해소된 건 아니니까. 소위 대증요법이라는 거지.
 
안쥬: 정상적인 조건 하에서는 서브 큐브가 메인 큐브의 손상을 보강해주긴 하지만.
 
안쥬: 심각한 손상을 입은 경우는 방법이 없어. II형 의장도 이를 어찌하진 못해.
 
안쥬: 함선의 메인 큐브를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안쥬: 이를 해결하려면 그야말로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수밖에 없겠지. 
 
즉 손상 정도가 복구 가능한 수준이라면 치료할 수 있다는 뜻인가.
 
오스타: 안티 엑스에 비하면 심각한 단점이지. 안티 엑스는 모두 인공 보디와 프로그래밍 된 유사 인격으로 이루어져 있다.
 
오스타: 보디든 병장이든 모두 교체 가능한 소모품이다.
 
오스타: 본체만 멀쩡하다면 보디를 몇 번이나 교체하든 문제 없다.
 
오스타: 본체 역시 스페어만 있으면 리부팅이 가능하다.
 
오스타: 개체에 이상이 생겨도, 공용 네트워크에 접속 중이라면 신속하게 에러가 수정된다.
 
오스타: 네트워크 연결을 거부하는 개체는 자원 사용에 제한이 걸리며, 다른 개체들이 이를 판별하고 무력화할 수 있게 된다.
 
안쥬: 무력화…. 우와아, 오스타는 자비가 없네….
 
오스타: 무력화가 반드시 “제거”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야, 안쥬. 이는 개체와 전체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다.
 
오스타: 연결이 끊긴 개체를 즉시 이상 개체로 판정하면, 조기 발견과 회수에도 도움이 되니까 말이야.
 
오스타: 자네가 안티 엑스에 더 관심이 있다면 기꺼이 환영하지. 뭣하면 자네 전용 팀을 만들어 줄 수도 있어.
 
안쥬: 뭐야! 내 조수 빼가지 마!
 
오스타: 흥. 그러면 바로 실험 얘기로 넘어가지.
 
안쥬: 좋아. 근데 그 전에 너하고 얘기하고 싶은 게 있어. 실험은 조수군한테 맡겨도 되지?
 
오스타: 물론이다.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함선과는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을 거야. 실험에 사용할 안티 엑스에 관한 일은 모두 데빌이 처리할 거다.
 
안쥬: 그럼 조수군, 뒷일은 부탁해.
 
말을 마치자 안쥬 박사는 오스타 박사와 함께 사무실 안쪽에 있는 문 안으로 사라졌다.
 
두 사람과의 대화에서 어딘가 모르게 위화감이 느껴졌다.
 
어느 쪽인가 하면 「그라나트」에서 안쥬 박사에게 추궁을 받았을 때의 감각에 가깝다.
 
박사들이 말한 것들은 나도 어쩐지 “처음부터 알고 있던 것”만 같았다.
 
두 사람과 더 이야기할 수 있다면…….
 
 
→ 포기한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실험 준비도 해야 하니 일단은 모두와 합류하자.
 
→ 안쪽 문을 연다
사무실 안쪽 문의 문고리를 잡았다.
 
열리지 않는다. 열리지 않는다. 마치 내 자신이 「문」이 아니라 「벽」이라고 인식하는 것 같았다.
 
――「리플레이어」, 라는 단어가 생각났다. 이것은…… 기록의 재생인가……?
 
문득 「리얼리티 렌즈」 속에서 마주친 존재를 떠올렸다.
 
멤피스: 지휘관? 박사님한테 들었어. 다음 실험 준비를 맡았다면서?
 
멤피스: 다들 준비는 마쳤어. 언제 출발할까?
 
다시 한 번 문에 손을 대려는 순간, 뒤에서 멤피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마치 나를 막으러 온 것 같다.
 
멤피스: 그럼 일단 사무실에서 나가자.
 
 
 
 ~19. 데빌 렉처
사모스 섬 인근 훈련 해역.
 
 
데빌XV: 실험 시작 전에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할게.
 
데빌XV: 내 프로덕트 넘버는 「Devil XV」. 데빌이라고 불러도 돼.
 
데빌XV: 제2세대 안티 엑스로, 특화 분야는 전장 지원이야. 전면전은 좀 서툴러.
 
데빌XV: 그리고 오늘은 안티 엑스와 함선 간의 협력 및 대항 훈련을 실시할 거야. 메인은 협력이고.
 
호넷II: 그러면 일단 같이 표적함 같은 걸 쏘고, 그 다음에 너하고 싸우는 거야?
 
데빌XV: 응. 알기 쉽게 설명해줘서 고마워.
 
요크타운II: 다른 안티 엑스는 없는 거니…? 설마 너 혼자 우리를 상대하는 건 아니지…?
 
데빌XV: 양산형 병기도 있지만, 2세대 보디는 나뿐이야.
 
호넷II: 오스타 박사의 소중한 작품이니까 적당히 해주자고.
 
데빌XV: 아니, 그럴 필요 없어. 내 전투 능력을 확인하는 실험이니까 전력을 다해줘.
 
데빌XV: 지금 이 보디와 병장의 기본 스펙, 실험 계획에 대한 데이터를 전송했어. 한번 확인해 봐.
 
호넷II: 오? 어디 보자……. 엥? 단말기가 이상한데…?
 
호넷II: 용량이 너무 큰가…. 노샘프턴, 네 스토리지 좀 빌려줘.
 
노샘프턴II: 데이터가 그렇게 크다고? 응, 권한 부여했어.
 
랭글리II: 이건……… 엄청나게 방대한 양이네요.
 
랭글리II: 일단 목차만 훑어봤는데, 데빌의 보디에 관한 세부사항이 다 나와 있는 것 같아요.
 
랭글리II: 이렇게 말하면 실례일지도 모르지만,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양은 아니네요.
 
랭글리II: 그리고 이렇게 세세한 부분까지 알 필요는 없을 것 같고요.
 
랭글리II: 어디까지나 저희는 실험에 협력하는 입장이니까, 너무 많이 알게 되면 오히려 결과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랭글리II: 실험…이기보단 훈련이지만. 아무튼 계획은 여기 있네요. 이건 잘 읽어놔야죠.
 
랭글리II: 그런데 데이터가 크긴 하지만 스토리지가 꽉 찰 정도는 아니던데. 왜 호넷의 스토리지만 한도가 초과된 거죠?
 
호넷II: 왜 그럴까…? 어제 샹그릴라가 추천해 준 영화를 너무 많이 받았나…….
 
호넷II: 모처럼 외부망 쓰는 건데 내부망에서 못하는 건 다 해놔야지!
 
호넷II: 값도 제대로 치렀다고? 불법 다운한 거 아냐!
 
노샘프턴II: ……….
 
랭글리II: ……….
 
요크타운II: 저기, 지휘관님? 방금은 못 들은 걸로 해주면 안 될까…? 박사님이 알면 아마…….
 
허먼II: 요, 요크타운 언니! 허먼, 이 부분 잘 모르겠어!
 
호넷II: 나, 나도! 나도 잘 모르겠네……. 아하하하…….
 
요크타운II: 으음. 랭글리, 설명을 부탁해도 될까…?
 
랭글리II: 하아…. 알겠습니다. 우선은 데빌 보디의 병장 배치부터――
 
허먼II: ………….
 
허먼II: 으으음………….
 
허먼II: 으그으윽……………….
 
호넷II: 아까부터 랭글리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호넷II: 허먼은 괜찮아? 머리에서 김이 나는데?
 
허먼II: 으에에에…………엑!? 방금 어디까지 얘기했지?
 
랭글리II: 여기예요. 더 모르는 부분이 있나요?
 
랭글리가 설명해줘도 허먼은 따라가지 못하는 것 같다.
 
이론 수업이 아니니까 좀 더 알기 쉬운 뭔가가 있으면 허먼도 금방 이해할 텐데.
 
좋아. 이렇게 하자.
 
데빌에게 도움을 받자. 지금은 적이 아니라 서로 협력하는 아군이니까.
 
데빌XV: 내 전투지원 드론의 기능을 시연해 달라고? 좋아. 지금 날릴게.
 
허먼II: …! 갑자기 의장의 상태가 좋아졌어! 데빌의 드론 덕분이야?
 
호넷II: 거기에 더 가벼워진 것도 같은데…. 대체 무슨 능력이야?
 
랭글리II: 아까 설명드렸잖아요. 데빌의 드론은 분리형 지원 모듈을 사용해서 범위 내 의장의 출력 밸런스를 조정하고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어요.
 
랭글리II: 지원 모듈이 많을수록 성능 상승폭이 커집니다. 그리고…….
 
허먼II: 아, 아무튼 허먼, 힘이 넘쳐흐르는 기분이야! 시험해보고 올게!
 
호넷II: 아! 나도! 가 아니라 그쪽으로 가면 안 돼 허먼! 금방 데려올게!
 
랭글리II: 아직 말 안 끝났는데…….
 
한숨을 내쉬는 랭글리. 아무래도 좀 우울해 보인다.
 
랭글리II: 역시 지휘관님은 대단하세요. 저는 아직 멀었네요….
 
요크타운II: 너, 너무 기죽지 마렴…. 나는 잘 듣고 있었어.
 
요크타운II: 슬슬 시간이 됐으니까, 지휘관님. 두 사람이 돌아오면 실험을 시작할까?
 
이 이상 데이터만 보는 것도 의미가 없다.
 
시간도 됐으니 나머지는 실전에서 직접 느껴보도록 하자.
 
 
 
 ~20. 배틀 코퍼레이션 I
데빌XV: 표적함이 배치되었어. 저쪽이야.
 
수평선 너머로 군함 한 척이 천천히 시야에 들어왔다.
 
요크타운II: 저 배는…… 홀로그램인가?
 
데빌XV: 아니, 내가 방금 이 훈련해역에 풀어놓은 양산함이야.
 
요크타운II: 풀어놨다… 라니? 아까까지 레이더에는 아무것도 없었는데.
 
데빌XV: 그렇겠지. 저 배는 내가 여기 풀어놓기 전까지는 없었으니까.
 
요크타운II: 없었어……? 그럼… 어디선가 데려온 거니?
 
데빌XV: 응. 정확히 말하면 방금 “조립한” 거야.
 
데빌XV: 이 해역에 들어왔을 때부터 조립하기 시작했어. 부품은 내 의장 속 제조 공장에 보관 중이었고.
 
데빌XV: 다 완성되면 의장에 있는 장치를 사용해서 원하는 장소에 배치하는 거야.
 
데빌XV: 옛날에는 배 하나 만드는 데 4일 정도 걸렸지만, 우리 안티 엑스 기술로는 40분 정도면 만들 수 있어.
 
요크타운II: 데빌 혼자 자동 제어로 원거리 전송까지 가능하다니…….
 
요크타운II: 후방의 조선소를 최전선으로 옮겨온 격이네. 바로바로 전력을 보충할 수 있다니…….
 
랭글리II: 그야말로 싸우는 방법을 바꾸는 기술이군요.
 
세이렌 양산함들도 이렇게 건조·배치되는 걸까….
 
멤피스: 어느 시대고 싸움의 양상은 계속 바뀌었어.
 
멤피스: 우리 함선이 일반적인 군함을 쓸모없게 만든 것처럼, 안티 엑스도 마찬가지인 거지.
 
멤피스: 놀라운 기술이긴 하지만, 결국 또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고 끊임없이 바뀔 거야.
 
노샘프턴II: 미래에는 어떻게 될지 더 궁금해지네.
 
노샘프턴II: 아무튼 저 표적함을 공격하면 되는 건가?
 
데빌XV: 응. 실탄으로.
 
데빌XV: 우선은 내 드론의 지원 없이 격침시켜봐.
 
데빌XV: 그 다음은 내가 한 척 더 배치하면, 드론 지원을 받은 채로 해보는 거야.
 
호넷II: 좋아. 맡겨둬.
 
데빌XV: 항모는 조금만 기다려줘. 함재기도 의장의 일부니까 성능이 향상되긴 하지만, 이 실험은 포격 성능에 초점을 맞추고 있거든.
 
호넷II: 그런가…. 그럼 허먼, 노샘프턴, 멤피스. 힘내~
 
 
 
 ~21. 배틀 코퍼레이션 II
훈련해역. 얼마 후――
 
노샘프턴II: 표적함 격침 확인. 포격 실험 종료.
 
노샘프턴II: 성능 향상도 좋지만, 적의 약점 탐지와 상태 분석이 훨씬 도움이 되네.
 
노샘프턴II: 거기에 조준 보정과 적 우선 목표 표시까지.
 
호넷II: 슈팅 게임의 에임 어시스트 같은 느낌이야?
 
노샘프턴II: 아마도? 안 해봤지만….
 
데빌XV: 다음은 뇌격 실험이야. 뇌격기의 뇌격도 포함되니까 이번에는 항모도 참가할 수 있어.
 
요크타운II: 지원 드론들은 뇌격기를 얼마나 강화해 주는 거니?
 
데빌XV: 단일 목표 조준 지원, 정보처리 능력 향상을 통한 멀티 록 기능, 비행 자세 제어에 따른 사선 예측 정확도 향상,
 
데빌XV: 마이크로웨이브를 사용하여 이미 발사된 어뢰의 궤적 변경 등등――
 
데빌XV: 그 무기의 원래 성능보다 더 나은 성능을 이끌어낼 수 있어.
 
요크타운II: 대체 어떻게……. 대단하네….
 
데빌XV: 오스타 박사님이 과학으로 실현했을 뿐이야.
 
데빌XV: 그 밖에도 여러 가지를 지원할 수 있어. 나머지는 실험 중에 스스로 확인해봐.
 
호넷II: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궁금한데…! 지휘관, 개시 신호 부탁해!
 
데빌XV: 지금 표적함을 배치할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줘.
 
 
 
 ~22. 데빌즈 인포서
데빌과 협력하여 포격에 뇌격, 폭격, 정찰, 전자전 등 수많은 실험 항목을 소화했다.
 
이제 드디어 전력 테스트라는 명목의 대항훈련이 시작될 차례다.
 
호넷II: 힘들 줄 알았는데…… 그 드론 덕분에 편했어!
 
호넷II: 나이스 서포트, 데빌!
 
호넷II: 만약 전장에 나가게 된다면 그때도 잘 부탁할게!
 
데빌: 물론이야. 그럴 기회가 온다면.
 
요크타운II: 실전……. 가능하면 전쟁만은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어.
 
호넷II: 하하하. 농담이야, 농담. 요크타운 언니!
 
요크타운II: 괜찮아 호넷. 함선으로 태어난 만큼 우리가 무슨 사명을 띠고 있는지는 알고 있어.
 
요크타운II: 정말 전쟁이 일어난다면, 나는 도망치지도 숨지도 않을 거야.
 
눈앞에 있는 요크타운과 내가 아는 요크타운의 기억이 겹친다.
 
비록 시공간은 다르지만, 그녀는 틀림없는 요크타운이다.
 
그러면 슬슬 다시 훈련을 시작해보자.
 
데빌XV: 이쪽은 준비 끝났어.
 
데빌XV: 대항훈련에서는 지휘관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가 중요할 거야.
 
데빌XV: 아까도 말했지만, 내 특화 분야는 전장 지원. 전면전은 그리 뛰어나지 않아.
 
데빌XV: 그렇다고 이 보디의 전투력을 얕보지 말아줬으면 해.
 
데빌XV: 지원 드론도 그렇고, 방위 병장도 갖추고 있고, 함선들의 공격을 피할 수 있을 정도의 기동력도 있어.
 
데빌XV: 지원 드론으로 양산함들의 성능을 강화시키고, 너희를 각각 포위할 수도 있지.
 
데빌XV: 단일 전투력은 너희에 비하면 빈약하겠지만, 그렇다고 너희가 내게 접근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거야.
 
데빌XV: 너희를 하나하나 고립시키고, 각개 격파할 테니까.
 
요크타운II: 지휘관님처럼 전장을 부감하는 타입이란 말이네…. 하지만 너도 마찬가지야.
 
요크타운II: 우리가 먼저 양산함들을 격파하고 너를 포위한다면 별다른 수가 없을걸.
 
허먼II: 맞아. 흥, 데빌은 허먼 혼자여도 충분해.
 
데빌XV: 글쎄? 내가 아까 양산 병기에 대해 말했던 거 기억하고 있지?
 
데빌XV: 주위를 봐.
 
랭글리II: 레이더에 미식별 신호가 다수? 벌써 둘러싸여 있어요!
 
요크타운II: 이것들이 다… 양산 병기? 하지만 다들 너처럼 인간형인데….
 
데빌XV: 그래. 하지만 이 아이들은 나와 달리 「주기」의 직접적인 통제를 받지 않아.
 
요크타운II: 아까 양산함처럼 지금 제조된 거야…?
 
데빌XV: 아니. 내 보디는 아직 인포서를 생산할 능력이 없어. 다 미리 숨겨두었던 거야.
 
데빌XV: 너희가 발견하지 못했던 건, 이 해역에 들어왔을 때 너희 의장을 이미 해킹했기 때문이고.
 
호넷II: …!? 설마 아까 데이터를 넘겨줬을 때…!?
 
노샘프턴II: 그래서 잠깐 단말기가 무거워졌던 건가…. 정말로 호넷이 영화를 너무 많이 받은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데빌XV: 그러니까 얕보지 말라는 거야. 이 보디에는 전자전 능력도 탑재되어 있으니까.
 
데빌XV: 그럼 배치에 대해 설명할게.
 
데빌XV: 제공 무기를 탑재한 항모형 인포서 XV 「Temptation」.
 
데빌XV: 포격 무기를 탑재한 전함형 인포서 XV 「Restriction」.
 
데빌XV: 안티 엑스의 통합 전술 시스템과 너희 지휘관의 지휘 중 어느 쪽이 더 나은지 시험해보자고.
 
데빌XV: 애초에 내 전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나 모르겠지만.
 
랭글리II: 인포서… 인포서…. 아, 있네요. 지휘관님. 저 인간형 안티 엑스는 엄청난 성능을 가지고 있어요.
 
랭글리II: 전력을 다하지 않는다면 순식간에 지고 말 거예요.
 
아비터 보디와 인포서…. 수없이 많이 싸웠던 적이기에 그 강함은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데빌이 정말 정면으로 싸우는 것에 약하다면 승산은 있다.
 
→ 모두를 격려한다
 
요크타운II: 응. 열심히 할게. 지휘관님.
 
데빌XV: 마지막으로 물어보고 싶은 거 있어?
 
호넷II: 2개만 물어봐도 돼?
 
데빌XV: 물론. 실험 조건에 영향을 주지 않는 선에서.
 
호넷II: 첫 번째. 혹시 우리도 지원 드론으로 강화해 줄 거야?
 
데빌XV: 아니. 안티 엑스만 강화하도록 설정할 거야.
 
호넷II: 그럼 두 번째. 이번에 사용하는 건 훈련탄이야? 아니면 실탄?
 
데빌XV: 실탄 써줘?
 
호넷II: 에이 농담도~ 그러다 혹시라도 오스타 박사님의 소중한 아이를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버리면 어쩌려고.
 
데빌XV: 후회하게 해줄게. 함선 호넷.
 
호넷II: 흐흥! 언니와 같은 그레이 고스트의 이름을 물려받은 자로서 약한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데빌XV: 하하하하! 그럼…… 이제부터 벌어질 실전, 기대하고 있을게.
 
 
 
 ~23. 두 마이 베스트
서로의 함대가 지정된 위치에 도착했다. 곧 대항훈련이 시작될 것이다.
 
지휘함 갑판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있는데 갑자기 요크타운이 다가왔다.
 
요크타운II: …………….
 
무언가 말하고 싶어하는 표정이다.
 
요크타운II: 후후후. 지휘관님 앞에서는 역시 숨길 수가 없구나.
 
요크타운II: 실은 다시 한 번 고맙다는 인사를 하러 왔어.
 
요크타운II: 알다시피 나는 오랫동안 계속 슬퍼하기만 했어.
 
요크타운II: 하지만 당신을 만나고,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비로소 마음속 어둠에서 벗어날 수 있었어.
 
요크타운II: 하지만 얼마 전부터 불안해지기 시작했어. 지금 이 아름다운 순간들이 끝이 날까봐, 두려워졌어.
 
요크타운II: 당신이 보여준 빛이 꺼지고, 다시 어둠 속으로 떨어지게 된다면? 불안감은 점점 커져만 갔어.
 
요크타운II: 당신은 언제나 여전히 부드럽고 다정하지만….
 
요크타운II: 무언가… 멀게만 느껴져….
 
요크타운II: 정확히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요크타운II: 미안해, 지휘관님. 방금 한 말은 잊어줘.
 
요크타운II: 지휘관님이 아니라 내 탓일 수도 있으니까….
 
요크타운II: 언제나 다정하게 대해줘서 고마워. 그냥 내가 너무 생각이 많은 걸지도 몰라.
 
아니, 그녀는 틀리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이곳의 요크타운이 함께했던 내가 아니다.
 
우리가 함께 공유했던 추억도, 나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그래도……….
 
호넷II: 요크타운 언니~ 지휘관~
 
호넷II: 방해해서 미안. 언니. 이거 다 끝나면 지휘관한테 선물 주는 거 잊지 마♪
 
요크타운II: 호, 호넷!? 어느새…?
 
요크타운II: 아앗…. 통신 채널을 끊는 걸 깜빡했어…!
 
호넷II: 휘익~♪ 진도를 아주 그냥 쭉쭉 빼던데?
 
요크타운II: 저, 전부 다 들었니?
 
호넷II: 휘익~♪ 진도를 아주 그냥 쭉쭉 빼던데?
 
요크타운II: 아……………………………………………………………….
 
요크타운은 부끄러움을 못 이겨 고개를 푹 숙이고 말았다.
 
→ 방금 말한 선물은 뭐야…?
 
요크타운II: 어? 호, 호넷이 아무 말이나 해본 걸 거야. 지휘관님, 저기, 진심으로 받아들이지 마….
 
요크타운II: 호넷도, 중요한 훈련을 앞두고 이상한 말 하지 마렴!
 
멤피스: ………요크타운 말이 맞아.
 
멤피스: 나도 느꼈어…….
 
멤피스: 하늘, 바다, 육지, 심지어 주변 모든 공기에서 느껴지는 슬픔을…….
 
요크타운II: 멤피스………? 괜찮니…?
 
요크타운II: 목소리가 떨리고 있어…. 미안, 내가 이상한 말을 해서…….
 
멤피스: …나야말로 미안. 요즘 일이 많아서 그런지 피로가 좀 쌓였나봐.
 
멤피스: 다 끝나면 가서 푹 자야겠어. 그럼 모두 원래대로 돌아올 거야.
 
멤피스: 응.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갈 거야…….
 
모든 것을 포기한 듯한 어조로, 「멤피스」는 말했다.
 
틀림없다. 그녀는 이 세계가 일시적인 꿈이라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대체 누구지? 내가 아는 「멤피스」는 아닌 것 같다――
 
호넷II: 찬성! 나도 다 끝나면 마음껏 휴가를 즐길 거야!
 
호넷II: 해변에서 놀고, 영화도 보고, 벙커힐처럼 밤낮이 바뀐 생활도 오케이!
 
멤피스: ……그래. 그러기 위해서라도 우선은 눈앞의 일을 끝내야겠지.
 
멤피스: 지휘관. 데빌에게 우리도 준비됐다고 알려줘.
 
드디어 전투가 시작된다.
 
 
 
 ~24. 아비터 바이올레이션
안티 엑스 Devil XV와의 대항훈련은 밀리는 듯 하면서도 팽팽했다.
 
아군 항모의 함재기가 대공 포화를 뚫고 여러 차례 데빌을 공격했지만, 아직까지는 큰 피해를 입히지 못했다.
 
호넷II: 의장이 저렇게 큰데 어떻게 저렇게 날아다니지!?
 
호넷II: 2세대 안티 엑스, 도저히 같은 동력원을 쓰고 있다고는 상상도 안 가는 기동성이야…!
 
요크타운II: 대량의 에너지 큐브를 써서 강제로 출력을 올리는 것 같아.
 
요크타운II: 어뢰도 빗나가고 급강하 폭격기도 제대로 조준을 못하고 있어. 전투기는…!
 
랭글리II: 요크타운. 시제형 대공 미사일이 탑재된 함재기의 제어권을 양도할게요.
 
랭글리II: 데빌의 동력부나 부유 장치를 파괴할 수 있다면 훨씬 대처하기 쉬워질 거에요.
 
요크타운II: 지휘관님. 랭글리의 미사일 전투기와 협동해서 데빌의 동력부를 타격하는 공중 위장 공격을 요청해도 될까?
 
→ 허가한다
 
미사일 의장은 아직 보편적으로 운용되는 기술은 아니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함재기에 탑재할 만큼 발달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를 사용하면 확실히 저 까다로운 부유 능력을 무력화할 수 있을 것이다.
 
요크타운II: 해냈어! 지휘관님, 미사일 6발 모두 명중이야! 이제 데빌도 바다로 추락……
 
요크타운II: 하지 않네…….
 
호넷II: 아직 팔팔하게 날고 있어, 요크타운 언니!
 
요크타운II: 말도 안 돼…. 훈련탄이라도 일단 명중만 하면 동력부가 자동으로 꺼질 텐데…. 혹시 제대로 안 맞았나…?
 
…………무언가 이상하다.
 
노샘프턴II: 지휘관. 인포서의 함재기가 그쪽으로 가고 있어! 방금 공격으로 화났나봐!
 
허먼에게 요크타운을 지키라고 지시했다.
 
허먼II: 응! 함재기는 허먼이 전부 떨어트릴 거야!
 
―――――――!!!
 
허먼II: 아야야…. 훈련탄인데 엄청 아파…….
 
허먼II: 아니, 훈련탄이 아냐! 지휘관! 요크타운 언니! 상대는 실탄을 사용하고 있어!
 
허먼II: 안티 엑스, 열받았다고 반칙을 쓰다니…!
 
요크타운II: 실탄!? 랭글리, 진짜니?
 
랭글리II: 진짜예요. 제가 요격하러 보낸 함재기도 격추됐습니다. 분명 실탄을 사용하고 있어요…!
 
정찰기의 영상을 확대해서 데빌을 자세히 살펴봤다.
 
그녀가 풍기는 분위기는 더 이상 「안티 엑스」가 아니었다. 그것은 「적」이자, 세이렌 「아비터」 그 자체였다.
 
폭주한 듯한 그 검은 살의에 동료들은 긴장감을 머금고 있었다.
 
요크타운II: 지휘관님…… 이제 어쩌지…?
 
모두에게 지휘함을 중심으로 재집결하고 실탄 교체를 지시했다.
 
데빌은 그 자리에 가만히 있었다. AI 프로그램 오류로 인한 폭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요크타운II: 알겠어…! 얘들아, 다들 모여!
 
멤피스: 지휘관. 일단 훈련을 중단하는 게 낫지 않을까?
 
멤피스 말이 맞다. 정말 데빌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라면 큰일이다. 훈련을 중단하자는 통신을 보내자.
 
저쪽이 전투태세를 해제하면, 왜 실탄을 사용했는지 추궁하도록 하자.
 
멤피스: 알겠어.
 
멤피스: 데빌. 여기는 멤피스. 너는 규칙을 어겼어. 즉시 무장을 해제하고 수면으로 내려와!
 
멤피스: …………반응이 없네.
 
멤피스: 자발적으로 통신 채널을 닫았어……? 어떻게 이런……!
 
……이 상황이 멤피스의 통제 밖이라고?
 
「리얼리티 렌즈」 실험을 시작할 때, 접속한 것은 나와 앵커리지뿐이었다.
 
만약 이 「멤피스」가 도중에 접속한 거라면, 훨씬 뛰어난 기술력을 가지고 있는 「아비터」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데빌은 가상 공산의 산물이 아니라 「아비터」 그 자체―― 최악의 가능성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공포와 오한이 온몸을 엄습했다.
 
계획을 변경한다. 사모스 섬을 향해 전속 전진. 안쥬 박사와 오스타 박사에게 연락을 취하라――
 
모두: 로저―!
 
 
 
 ~25. 월드 디솔루션
「리얼리티 렌즈」 가상현실공간. 구성 요소: 지휘관·아비터 Devil·??? 사모스 섬 주변 훈련해역.
 
허먼II: 인포서를 하나 쓰러트렸어!
 
허먼II: II형 의장을 장착한 허먼의 힘이 어때!
 
요크타운II: 아까보다 인포서의 방어력이 견고해지고 있어. 조심해!
 
요크타운II: 생각 없이 싸우다간 불필요한 손실만 낼 거야!
 
랭글리II: 데빌이 일직선으로 이쪽을 향해 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1분이면 육안 가시거리에 들어와요!
 
폭격기나 뇌격기는 공중에 떠 있는 아비터 상대로 효과적인 타격을 주지 못했고, 전투기의 공격도 견고한 장갑을 뚫지 못했다.
 
설마 미사일이 전부 훈련용 모의탄이었을 줄은……. 전함이 있었다면…….
 
멤피스: 사모스 섬과 연락이 되지 않아…. 박사님들과의 연락도 마찬가지야.
 
재밍인가?
 
멤피스: 아니, 통신 시스템은 정상이야. 단순하게…… 연락이 되지 않는 거야.
 
멤피스: 그래도 괜찮아 지휘관! 다른 방법을 생각해볼게…!
 
노샘프턴II: 지근거리에 소속 불명의 함영 다수 출현! 어디서 나타난 거지…!?
 
적의 원군인가…?! 설마 세이렌의….
 
노샘프턴II: 정찰기가 보낸 영상이 도착했어. 잠깐만….
 
노샘프턴II: …………뭐야…이게…? 아무것도… 안 보여!?
 
노샘프턴이 보낸 영상에는 「그것」들이 있었다.
 
노샘프턴II: 지휘관은 뭔지 알겠어?
 
화면 처리가 끝났지만 적은 여전히 흐릿하게 보였다.
 
안개가 낀 듯, 눈에 보이긴 하지만 외형이나 유형을 특정할 수가 없다.
 
마음속 한구석에 공허함이 느껴졌다. 나는 전에 이것들을 만난 적이 있다.
 
북방연합 해저. 「빛의 도시」에서. 하지만…….
 
어떻게 위기를 극복하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
 
----
 
――――!
 
그롬키: 이 적들, 강해!
 
무르만스크: 뭐랄까, 묘하게 연무에 휘감긴 것 같은 느낌이….
 
탈린: 세이렌처럼 보이지만 세이렌이 아닌 무언가처럼 느껴지는 상대…!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그렇다면 똑같다! 어차피 세이렌이든 이놈들이든 우리가 잘 모르는 존재이지 않나!
 
키로프: 나도 동감이다! 한데 모아서 샅샅이 조사해주지!
 
소비에츠카야 벨로루시야: 그런 점이 키로프답군! 하하하!
 
키로프: 우리의 혁명(레볼루치야)이 끝날 때까지, 나는 쓰러질 수 없다!
 
키로프: 공격이 먹히지 않는 상대도 아니고 맞지 않는 상대도 아니다! 그렇다면 쓰러트릴 뿐!
 
키로프: 다들 계속 쏴라! 지휘관 동지와 그리먀시가 탈출할 때까지 전선을 지켜라!
 
----
 
빛의 도시, 안쥬와 오스타, LI 방어선, 기록 장치, 「외적」과의 싸움의 결말――
 
머릿속에 기억이 되돌아오기 시작한다.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싸우십시오.”
 
멤피스: 왜… 왜 저것들이 여기에 나타난 거야…?!
 
멤피스: 분명 이 세계의 구성요소에서는 배제되어 있었을 텐데…!
 
멤피스: 이 공간에 있는 모두가 깨어 있다고 해도 있을 수 없는 일인데…!
 
멤피스: 데빌의 메모리에, 그 싸움의 기억이 있었나…!?
 
멤피스: 아니면 「타워」? 자연 연산 시스템?
 
멤피스: 내가… 내가 대체 뭘 했다고…!?
 
멤피스: 누가 저 기억을 일깨운 거야!?
 
요크타운II: 멤피스! 왜 그래!? 정신 차려…!
 
멤피스: 저 기억… 「그 싸움」의 기억을 가져온 건 나야…!
 
멤피스: 지휘관과 앵커리지를 관측한 내 잘못이야…!
 
멤피스: 지휘관을 이곳으로 도망치게 한 내 잘못이야!
 
멤피스: 자연 연산 시스템에 접속한 내 잘못이야!!
 
멤피스: 이곳에 파멸의 기억이 존재한다는 걸, 이미 「타워」가 알아차리고 말았어!
 
멤피스: ……더는 통제를 회복할 수 없어…!
 
멤피스: 이제 여기서 도망칠 수 없어…!
 
멤피스: 지휘관의 의식을 구출하지 못했어……!
 
멤피스: 이 세계가 붕괴하면, 지휘관의 뇌도 같이 타버릴 거야…!
 
멤피스: …미안해 …미안해…! 내 탓이야…. 내가…….
 
멤피스: 내가 지휘관을…… 나의 지휘관을…… 흑…….
 

멤피스: 나는,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멤피스」를 껴안았다.
 
요크타운II: 멤피스,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니?
 
요크타운II: 아까부터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어! 지휘관님이 어떻게 된다는 거야?
 
멤피스: 미안해…… 흐흑…… 미안해…!
 
멤피스: 지휘관…… 도와―――――
 
???: 아직 끝이 아니야! 멤피스, …지휘관!

 

 
요크타운II: 이번엔 누구야…? 어디에서?
 
호넷II: 이 목소리는…… 헬레나!?
 
???: 「리얼리티 렌즈」 접속 확인. 데이터 클로킹, 해제.
 
 
헬레나(META): 너 혼자 짊어지게 놔두지 않을 거야. 멤피스.
 
호넷II: 뭔가 분위기가 다른데…. 진짜 헬레나야!?
 
멤피스(META): 훌쩍……. 헬레나…….
 
요크타운II: 너희는…… 누구니?
 
헬레나(META): 말하자면 길어져. 나중에…… 아니, 되도록 간략하게 설명할게.
 
요크타운II: 응. 부탁해.
 
헬레나(META): 나는 헬레나. 하지만 너희가 아는 「헬레나」는 아니야.
 
헬레나(META): 똑같이 여기는 멤피스지만, 너희가 아는 「멤피스」는 아니야.
 
헬레나(META): 그리고 우리는 너희와 마찬가지로, 지휘관의 편이야.
 
헬레나(META): 그러니 지휘관을 구하기 위해 온힘을 다할 거야.
 
헬레나(META): ……이 정도면 됐을까? 지휘관.
 
요크타운II: 지휘관님. 이 아이들을 믿어도 괜찮을까?
 
답은 명확하다.
 
→ 믿어
→ 지금은 동료야
 
요크타운II: 알겠어. 지휘관님이 그렇게 말한다면.
 
헬레나(META): …오랜만이야. 지휘관.
 
멤피스가 이 가상 공간에 속한 사람이 아닌 줄은 눈치채고 있었지만
 
설마 너까지 연루되어 있을 줄이야.
 
그럼 「별바다」가 습격당했을 때 내 옆에 있었던 건…….
 
헬레나(META): 그래. 지휘관이 「리얼리티 렌즈」를 사용해 앵커리지의 용골에 접속하려 했을 때
 
헬레나(META): 실수로 「리얼리티 렌즈」의 기원인 자연 연산 시스템에 연결되는 바람에 거기 남아 있던 안쥬 박사의 기억을 보게 되었어.
 
헬레나(META): 그리고 불행하게도 아비터 「데빌」에게 추적당했지.
 
헬레나(META): 안쥬 박사의 보안 프로토콜이 이를 감지했을 때 가상 공간은 자기붕괴했고, 네 의식은 아무것도 없는 공간으로 내던져졌어.
 
………………
 
----
 
리플레이어: ……잠깐만. 뭔가가 이쪽으로 오고 있어.
 
리플레이어: 너 뭔가 씌었구나. 네 뒤를 따라왔나봐!
 
 
리플레이어: …………………….
 
리플레이어: 경고: V클래스 위협의 접근을 확인했습니다. 보안 프로토콜에 따라 AI 및 기록 제거를 실시합니다.
 
앵커리지: 선생님-!
 
앵커리지: 얼른… 여기서 도망치자…!
 
 
앵커리지: 선생님…! 위험해…! 안 돼…!!
 
----
 
모두 그 때부터였다. 그 다음 나는 멤피스가 무리하게 구축한 “「별바다」가 습격당했다”는 설정의 가상 공간으로 끌려 들어갔다.
 
하지만 여전히 아비터가 추적해 왔기 때문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복수의 용골과 동시 접속을 시도해 자연 연산 시스템에 재접속――
 
겹겹이 쌓인 기억과 기록, 이미지의 사상을 구현하여 각자의 생각이 반영된 이 세계를 만들어낸 것이다.
 
헬레나(META): 그게 멤피스가 자신을 탓한 이유야. 이 세계는 연결된 존재의 모든 사상 정보를 반영하고 있어.
 
헬레나(META): 너도, 멤피스도, 데빌도, 그리고 자연 연산 시스템의 근본에 묻힌 기록까지――
 
헬레나(META): 데빌에게서 끌어낸 건 지휘관의 정신이 그대로 오염되는 걸 막기 위해서였어.
 
헬레나(META): 그리고 멤피스가 기억에 있던 미완성의 II형 의장의 정보를 주려고 했어.
 
헬레나(META): 그런데 거기에 함선을 향한 네 마음이 반영되면서 그대로 II형 의장을 지닌 그녀들이 구현된 거야.
 
헬레나(META): 오산이 있었다면, 그건 데빌 역시 이곳에 침입할 수 있었다는 거겠지.
 
헬레나(META): 그래서 중간에 그녀의 보디가 폭주하게 된 거야.
 
헬레나(META): 그렇게 여기까지 이르게 된 거지.
 
상당히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었지만, 어느 정도 요점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남아 있다. 「타워」는 대체 이 모든 일들과 무슨 관련이 있는 거지?
 
헬레나(META): 지휘관. 때로는 모르는 게 더 행복한 일일 수 있어.
 
………?
 
헬레나(META): 아무튼 아직 멤피스가 상정했던 최악의 상황은 아니야.
 
헬레나(META): 데빌만 쓰러트리면 나는 이 가상 공간의 통제권을 장악할 수 있고, 「헬레나」와 협력해서 너를 원래 있던 곳으로 돌려보낼 수 있어.
 
헬레나(META): 지휘관도 기억하지?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응?
 
 
→ 요크타운, 같이 싸우자
요크타운II: …응! 지휘관님!
 
→ 헬레나, 잘 부탁해
헬레나(META): …응. 멤피스도, 정신 차려.
 
멤피스(META): 아……응!
 
 
 
 ~26. 솔루션 시킹
「리얼리티 렌즈」 가상현실공간. 구성 요소: 지휘관·아비터 Devil·「구조의 이치」
 
헬레나(META): 데빌의 인포서가 벌써 전개를 마쳤어. 본체를 공격하려면 먼저 준비가 필요해.
 
헬레나(META): 우선은 악마의 “눈”을 제거하자. 항모형 인포서 XV 「Temptation」 말이야.
 
헬레나(META): 멤피스. 정보 지원 부탁해.
 
멤피스(META): 응. 「Temptation」의 위치, 성능과 약점 정보를 데이터 링크에 공유했어.
 
랭글리II: 어떻게 데이터 링크에 직접 개입한 거죠…!?
 
멤피스(META):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멤피스(META): 지휘관. 이 목표들에 대해 동시 공격을 지시해. 지난 대항훈련에서 내 양산함들에게 그랬던 것처럼.
 
적의 약점을 알아냈다. 그럼 다음은――
 
헬레나(META): 재밍 대책과 통신망 강화. 벌써 하고 있어.
 
META 함선들의 서포트를 확인하고, 동료들에게 안티 엑스――세이렌을 향한 공격을 지시했다.
 
요크타운II: 맡겨줘, 지휘관님.
 
호넷II: 지금부터는 호넷 님의 리벤지 매치다!
 
――――――――!!
 
랭글리II: 목표 격파를 확인! 해냈습니다, 지휘관님!
 
랭글리II: 함재기의 속도, 위력 등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되었어요. 헬레나, 당신이 한 건가요?
 
헬레나(META): 맞아.
 
요크타운II: 데빌의 고도가 떨어지고 있어! 곧 착수할 거야.
 
헬레나(META): 이제 전력을 다하겠지. 공중에 뜬 상태에서는 전투 병장에 일부 사용 제한이 걸려 있으니까.
 
헬레나(META): 전함형 「Restriction」은 신경 쓰지 마. 저건 대처법을 모르는 상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데빌의 함정이야.
 
헬레나(META): 제공권이 없다면 데빌의 전함은 눈 먼 몽둥이에 불과해.
 
헬레나(META): 자, 인포서가 대형을 갖추기 전에 몰래 파고들어서 본체를 치는 거야!
 
헬레나는 그렇게 말했지만, 항공 공격 제2파가 준비되려면 시간이 더 필요하다.
 
헬레나(META): 함재기가 아니야. 말 그대로 우리가 직접 파고드는 거야.
 
헬레나(META): 해킹에만 성공하면 저 보디의 대부분의 기능을 정지시킬 수 있어.
 
헬레나(META): 보통은 원격으로 하지만, 아직 이 가상 공간의 통제권을 되찾지 못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헬레나는 어디선가 검은 주사기 같은 장치를 꺼냈다.
 
헬레나(META): 그러니 품으로 파고들어서 이걸 데빌의 가슴에 찔러버릴 거야.
 
그래서 직접 파고들 필요가 있는 거였군.
 
하지만 너무 위험한 작전이다.
 
헬레나(META): 맞아.
 
헬레나(META): 방어를 굳힌 인포서를 뿌리치면서 데빌의 근접 방어 병장의 탄막을 피하고 저 거대한 의장을 타고 올라가야 해.
 
헬레나(META): 하지만…… 우리에게 남은 유일한 방법이야.
 
헬레나(META): 인포서가 다시 진형을 짜면 그 뒤로는 소모전이 될 거야. 그렇게 되면 우리의 패배야.
 
헬레나(META): 데빌은 전력을 무한히 제조해낼 수 있다는 걸 잊지 마.
 
허먼II: 그러니까 빠르고 기동성이 높은 함선이 필요한 거지?
 
허먼II: 허먼이 할래! 허먼한테는 식은 죽 먹기야!
 
허먼II: 지휘관! 허먼을 보내줘!
 
노샘프턴II: 나도 갈게. 허먼에게만 짐을 지울 수는 없으니까.
 
노샘프턴II: 허먼이 데빌 앞에 도달하기 전까지 온힘을 다해 보호하겠어.
 
…부디 조심해.
 
멤피스. 최적 경로를 부탁해. 나머지는 공격을 전환하면서 허먼이 나아갈 길을 열어줘!
 
 
 
 ~27. 타워 디스트럭션
―――――――!
 
허먼II: 이게…! 허먼을 맞추기엔 백 년은 일러!
 
아비터 데빌XV: ………쳇!
 
―――――――!
 
노샘프턴II: ………큭!
 
허먼II: 노샘프턴! 괜찮아!?
 
노샘프턴II: 괜찮아! 허먼! 찔러버려!
 
허먼II: 응!! 이쪽이다! 안티 엑스!
 
허먼II: 지휘관과 동료들을 아프게 한 벌이다―――!!
 
――――――――!!
 
아비터 데빌XV: …………!?
 
허먼II: ……!? 요크타운 언니! 데빌의 공격이 멈췄어!
 
요크타운II: 잘했어 허먼!
 
허먼II: 지휘관, 여기야! 에헤헤헤! 허먼이 얼마나 대단한지 똑똑히 봤지!?
 
헬레나(META): 해킹 프로세스――완료!
 
헬레나(META): 데빌 보디, 그리고 인포서의 접속을 차단했어.
 
멤피스(META): 설마…… 정말로 해낼 줄이야….
 
헬레나(META): 나와 지휘관을 의심하기라도 한 거야?
 
멤피스(META): ……설마. ……후후후, 아하하하….
 
헬레나(META): 지휘관. 데빌 보디에 모든 화력을 집중해서 파괴하도록 지시해.
 
헬레나(META): 아비터의 연결이 끊어지면, 「별바다」와 「리얼리티 렌즈」를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어.
 
드디어 들아갈 때로군. 요크타운――
 
요크타운II: 응. 알겠어.
 
호넷II: 친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쩔 수 없지. 조종당해서 지휘관과 동료들을 위험에 빠트리다니…….
 
전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완벽하게 위기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헬레나 말대로, 적어도 이곳에서 탈출할 수는 있을 것 같다.
 
호넷II: ……!? 하늘에… 금이 갔어?!
 
허먼II: 히익!? 어떻게 된 거야…???
 
노샘프턴II: 다들 위를 봐! 하늘이 갈라지고 있어…!
 
석양이 지고 어두워진 하늘에 거대한 균열이 나타났다.
 
갈라진 틈 속에서 의문의 기계가 눈부시고도 창백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헬레나(META): 공간 정화 시스템…….
 
밖에서 강제로 「리얼리티 렌즈」를 정지하면 이렇게 되는 건가?
 
헬레나(META): 아니야. 이건…….
 
갈라진 틈에서 무수한 빛이 나와, 닿은 모든 존재를 「정지」시켰다.
 
인포서도, 형체 없는 적들도, 심지어 잔해조차 놓치지 않았다.
 
허먼II: 지휘관! 데빌도 못 움직이게 됐어!
 
허먼II: 혹시 박사님들의 신병기일까?
 
호넷II: 아니야! 빛이 이쪽으로도 향하고 있어!
 
호넷II: 도망가야――
 
통신기에서 호넷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 모두 도망쳐……!
 
동료들의 식별신호가 점점 사라져 간다.
 
허먼, 노샘프턴, 호넷, 랭글리……. 지휘함에서 떨어져 있던 동료들이 하나하나씩 사라졌다.
 
헬레나(META): 요크타운! 지휘관 옆에 붙어 있어!
 
헬레나(META): 유감이지만… 다른 아이들은 이미 늦었어…!
 
요크타운II: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헬레나?…….
 
요크타운II: ……호넷, 괜찮니? 응답해!…….
 
요크타운II: ……노샘프턴! 응답해줘…….
 
요크타운II: ……랭글리! 어디 있니?…….
 
요크타운II: ……허먼! 부탁이야, 대답해줘……….
 
반응이 없다.
 
통신 채널에는 섬뜩한 정적만이 남아 있었다.
 
→ 헬레나!!
→ 헬레나, 설명해줘!
 
헬레나(META): 알아. 설명할게.
 
헬레나(META): 지금 이 공간에 연결된 아비터는 「Devil」만이 아냐. 「Tower」도 있어.
 
헬레나(META): 「탑」의 아비터, 「Tower XVI」는 한정적이지만 자연 연산 시스템에 액세스할 수 있어.
 
헬레나(META): 그래서 똑같이 시스템에 연결된 이 공간에도 간섭할 수 있는 거야.
 
헬레나(META): 그리고 저 빛이 공간 정화 시스템….
 
헬레나(META): 이 공간 안에 있는 모든 것을 「무」로 리셋하는 거야.
 
헬레나(META): 내가 처음 「리얼리티 렌즈」를 해킹했을 때, 「Tower」에겐 들키지 않았어.
 
헬레나(META): 데빌은 이론적으론 정화 시스템에 액세스할 수 있지만, 자기 자신도 사라지게 되니 쉽게 사용할 수 없었을 거야.
 
헬레나(META): 하지만 그녀는 연결이 끊겼고, 이 공간 안에 이상 현상이 만연했기 때문에 결국 타워가 알아차리고 만 거야.
 
헬레나(META): 자연 연산 시스템에 이상이 발생했으니 제거해야 한다.
 
헬레나(META): 단순한 원리야. 「Tower」에게는.
 
저걸 멈출 방법은 없어?
 
헬레나(META): 유감이지만, 불가능해.
 
헬레나(META): 「Tower」는 다른 아비터와 달리 해킹할 수도, 의사소통을 취할 수도 없어.
 
헬레나(META): 이 세계가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건 이미 알지?
 
헬레나(META): 이 공간에 있는 것은 「Tower」에게는 모두 데이터일 뿐이야.
 
헬레나(META): 데이터나 프로그램에 버그가 생기면 들어가서 그걸 고치잖아?
 
헬레나(META): 지휘관도 에러가 발생한 프로그램을 계속 붙잡고 있지는 않지?
 
요크타운II: 헬레나……. 그렇다는 건….
 
요크타운II: 나는 이 세계가 만들어낸 데이터, 에 불과하다는 거니?
 
헬레나(META): 유감이지만, 맞아.
 
요크타운II: 호넷, 허먼, 노샘프턴, 랭글리도?
 
헬레나(META): 그래. 똑같아.
 
요크타운II: 안쥬 박사님과… 오스타 박사님도?
 
헬레나(META): 그래. 똑같아.
 
헬레나(META): 나, 멤피스, 지휘관, 그리고 어디에 있을지 모를 앵커리지를 제외하고는……모두 만들어진 거야.
 
요크타운II: …………내 감정도… 기억도… 모두 만들어진 거라고?
 
요크타운II: 전부……거짓이었어……?
 
헬레나(META): …………그건……….
 
멤피스(META): 헬레나! 정화 시스템의 빛이 우리 쪽으로 오고 있어!
 
――! 요크타운!
 
----
 
요크타운(META): …….
 
요크타운II: 너는 누구니……? 여긴 어디지……?
 
요크타운II: 나도 데이터로서… 제거된 거니……?
 
요크타운(META): 아니. 헬레나가 특별한 보호 메커니즘을 적용했어.
 
요크타운(META): 내가 누구인지는 이미 알고 있을 거야.
 
요크타운(META): 그리고… 네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요크타운II: ………….
 
요크타운II: 너도…… 「요크타운」이구나…….
 
요크타운II: 멤피스가 말했던 「파멸의 기억」을 지닌, 미래의 요크타운.
 
요크타운II: 그리고 나는 네가 스스로의 기억 데이터로 만든, 오직 이 공간에만 존재하는 요크타운 META의 대행자…….
 
요크타운II: 전부, 기억났어…….
 
요크타운(META): 그래. 나는 아직 지휘관님을 만날 수 없어.
 
요크타운(META): 미안해. 이런 일을 겪게 해서…. 나 대신 이 모든 걸 감당하게 해서…….
 
 
● 중섭
『요크타운II: 아니, 고마워.
 
요크타운II: 다시 한 번 안쥬 박사님과 동료들, 그리고 지휘관님과 함께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줘서…….
 
요크타운II: 내 머릿속의 기억도, 가슴속의 감정도… 모두 거짓이 아니야…….
 
요크타운II: 이제 됐어……. 정말 고마워.
 
요크타운(META): ………멘탈 큐브 네트워크는 연결되어 있어.
 
요크타운(META): 이 이틀 동안 일어난 모든 일을 기억할 것을 약속할게.
 
요크타운(META): 너도, 호넷도, 노샘프턴도, 랭글리도, 허먼도.
 
요크타운(META): 모두 멘탈 큐브 네트워크 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거야.
 
요크타운II: 꿈속에 이따금 나오곤 하는 모험 이야기처럼?
 
요크타운(META): 그래. ……꿈속의 모험 이야기처럼.
 
요크타운II: ……그 정도면 충분해. 고마워.』
 
 
● 일글섭
『요크타운II: …아니. 고마워.
 
요크타운II: 비록 나라는 존재가 거짓일지라도, 안쥬 박사님과 동료들, 그리고 지휘관님과 함께한 행복한 시간들은…….
 
요크타운II: 모두 다… 지휘관님의 마음속에 살아 있을 테니까. 지휘관님이… 우리를 영원히 기억할 테니까….
 
요크타운II: 그 사실을 알려줘서…, 정말 고마워.
 
요크타운(META): 그래. 이 세계가 사라지더라도, 지휘관님은 계속 기억할 거야.
 
요크타운(META): 약속할게. 이 기억이 더 밝은 미래를 만드는 데 쓰일 거란 사실을….
 
요크타운(META): 호넷도, 노샘프턴도, 랭글리도, 허먼도, 요크타운도.
 
요크타운(META): 네가 그랬듯이… 지휘관님 옆에서 행복해질 수 있을 거야.
 
요크타운II: ……그러기 위해서라도, 지휘관님을 무사히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야겠지?
 
요크타운(META): 그래. 지휘관님을 꿈에서 깨워드리자.
 
요크타운II: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싸워라.”』
 
 
요크타운II: 알려줘. 이제 나는 뭘 하면 돼?
 
요크타운(META): 지휘관님을 구하기 위해, 가라앉을 때까지… 마지막까지 싸워줘.
 
요크타운II: 알겠어. 그게 내 바람이기도 한걸.
 
요크타운II: 그런데 지휘관님을 구할 방법은 확실한 거니?
 
요크타운(META): 그래. 헬레나가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어. 하지만 시간이 더 필요해.
 
요크타운(META): …………너를 희생시켜서… 정말로 미안해….
 
요크타운II: 나도 참. 정말로 괜찮다니까?
 
요크타운II: 정말로 미안하다고 생각한다면… 부탁 하나만 들어줄래?
 
요크타운II: ……나중에 지휘관님을 만나면…… 내가 고른 선물을 전해주겠어?
 
요크타운(META): ……약속할게.
 
요크타운II: 고마워. 그럼 안녕, 또 다른 나――마지막 싸움이 아직 기다리고 있으니까…!
 
----
 
요크타운! 괜찮아!?
 
요크타운II: 지휘관님…. 걱정 마. 나는 괜찮아.
 
요크타운II: 당신이 준 II형 의장과 헬레나 덕분에, 이제 조금은 움직일 수 있어.
 
헬레나(META): ……만났구나. 또 다른 너와.
 
요크타운II: 헬레나. 계획은 잘 진행되고 있니?
 
헬레나(META): 응. 바깥에 있는 헬레나와 연락해서 탈출로를 확보했어.
 
헬레나(META): 멤피스가 안내해 줄 거야. 요크타운, 너는 나와 여기 남아서 적의 발을 묶어야 해.
 
요크타운II: 후후후. 들었지, 지휘관님? 이제 집에 갈 시간이야.
 
하지만 너는――
 
요크타운II: 걱정하지 말라고 했잖아?
 
요크타운II: 당분간은 정화 시스템도 날 건드릴 수 없고, 헬레나도 여기 있어.
 
요크타운II: 지휘관님이 도착할 때까지, 여기서 시간을 벌게.
 
요크타운II: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까지.” 맞지?
 
그래도………….
 
요크타운II: 괜찮아. 아무 말도 하지 마.
 
요크타운II: 당신의 요크타운이 내린 결정이니까. 제발… 내 결정을 헛되게 하지 말아줘.
 
…………….
 
헬레나(META): 사모스 섬 해양생물 연구소 입구. 거기서 탈출할 수 있어.
 
헬레나(META): 서둘러. 지휘관.
 
멤피스(META): 빠르게 갈 테니까 잘 따라와.
 
요크타운II: 안녕히, 나의 사랑하는 지휘관님. 당신이 바라는 모습으로, 언젠가 다시 만나요―――
 
 
 
………………….
 
포화 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나는 뒤돌아보지 않는다.
 
하지만 이 기억을―――
 
천사 같던 그녀의 모습을―――
 
영원히 가슴에 새길 것이다―――――
 
 
 
 ~28. 스트링 IV 「컴파일러」
사모스 섬 해양생물 연구소. 지하도 입구.
 
멤피스(META): 여기서 쭉 직진하면 탈출할 수 있어.
 
멤피스는 어떻게 할 거지?
 
멤피스(META): 헬레나를 도울 거야.
 
멤피스(META): 걱정 마. 우린 우리대로 탈출할 방법이 있으니까.
 
멤피스(META): 얼른 가. 오래 있으면 위험해.
 
멤피스는 지하도 입구로 내 등을 떠밀었다.
 
멤피스(META): ……미안해, 지휘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게 하지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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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랑, 딸랑. 풍경 소리가 들린다.
 
어느새 몸이 무중력감에 휩싸였다.
 
하지만 「리얼리티 렌즈」가 가동될 때의 느낌과는 달리 이번엔 어딘가 편안한 느낌마저 들었다.
 
여기는……… 또 다른 가상 공간인 것 같다.
 
사모스 섬에 있는 오스타 박사의 연구 시설과 닮았지만, 무엇인가 달랐다.
 
→ 안쥬……?
 
안쥬: 또 멍때리고 있는 거야 조수군?
 
이곳은……? 래피……?
 
래피II: 응. 지휘관, 쿡쿡.
 
자연 연산 시스템에 남아있는 데이터로 만들어진 또 다른 가상 공간인가?
 
그나저나 래피, 그 모습은…….
 
안쥬: 백주대낮에 잠이라도 덜 깼니?
 
안쥬: 뭐 됐다. 넌 항상 이러니까.
 
안쥬: 알겠어? 너는 II형 의장 시제품을 장비한 래피를 데리고 나와 같이 막 오스타에게 온 참이야.
 
안쥬: 이번 목적은 II형 의장 시제 테스트. 그리고 그 녀석의 신작 안티 엑스를 보러온 거야.
 
안쥬: 이해했어? OK?
 
이해했다. 하지만….
 
이곳도 「리플레이어」의 기록이 보여주는 세계 같은 건가?
 
안쥬: 그보다 얘, 어때?
 
안쥬 박사가 보여준 화면에는 래피말고도 또 한 명, 졸려 보이는 듯한 하얀 머리 소녀가 있었다.
 
안쥬: 이번에는 좀 귀엽지~ 안 그래?
 
소녀의 얼굴은 낯이 익었다. ――상위 개체 「컴파일러」다.
 
이곳의 모든 것은 반출이 엄금된 최고 기밀이다.
 
사진 찍어도 어차피 나갈 때 다 지워야 할 텐데….
 
안쥬: 깜빡했다~!
 
안쥬: 그랬었지…. 아냐, 나라면 분명 방법을 찾아낼 수 있어…… 그래!
 
안쥬: 찍은 사진은 다 오스타한테 보낸 다음에 삭제.
 
안쥬: 밖에 나간 다음, 그 놈한테 프로젝트 교류 명목으로 다시 전송받는다. 이러면 해결!
 
시험 삼아 멤피스가 했던 말을 따라해 봤는데, 안쥬 박사는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오스타: 누가 내 이름을 부른 것 같았는데?
 
오스타: 이 아이가 바로 새로운 「안티 엑스」의 보디다. 어떠냐?
 
안쥬: 귀엽다! …근데 제로하고 닮았는데?! 봐봐, 머리색이라던가…….
 
박사는 아무래도 하얀 머리 여자아이를 좋아하는 것 같다.
 
안쥬: 그치 그치! 오스타는 이런 취향이지~
 
오스타: 영뚱한 소리 하지 마라. 이건 아직 진행 초기 프로젝트다. 기존의 것을 참고하는 게 뭐가 나쁘단 거냐.
 
오스타: …아무튼, 이 녀석의 코드 네임은 「컴파일러」다.
 
안쥬: 네이밍 센스는 여전하네.
 
오스타: 소감이 고작 그거냐. 기대하던 내가 잘못이군.
 
----
 
딸랑. 다시 풍경 소리가 들렸다.
 
눈앞의 모든 것이 갑자기 멈추더니, 순식간에 불규칙한 색깔 블록으로 변했다.
 
이번엔 뭐지……?
 
몸을 움직이려 해도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멤피스: ……의식이 아직……되지 않았어…….
 
멤피스: ……들려………지휘관…….
 
의식을 잃기 직전, 멤피스가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함재기를 리콜하라!」
「작전은 중지다! 모든 함재기를 리콜하라!」
「함장 리샤르가 전 승조원에게 고한다!」
「지금부터 한 번 더 폭풍에 돌입한다! 단단히 준비하라!」
「우리는 집으로 간다――」
-파이널 카운트다운
 
 
 
 ~29. 리얼리티 비전
삑… 삑… 삑….
 
눈을 뜨니 이번에는 「별바다」의 모습이 보였다.
 
멤피스: 지휘관?! 다행이다… 무사히 깨어났구나!
 
베스탈: 바이탈은 정상입니다. 몸도 의식도 이상은 없어요.
 
헬레나: 다행이야……. 어서 와, 지휘관….
 
………
 
→ 다녀왔어
 
긴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 기분이다.
 
하지만 꿈속에서 일어난 일은 또렷이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나보다 더 걱정되는 사람이 있었는데――
 
→ 앵커리지는 어때?
 
멤피스: 괜찮아. 지휘관보다 먼저 일어났는데, 아무 문제 없어.
 
멤피스: 그리고 용골의 이상 데이터도 모두 사라졌어.
 
멤피스: 정말이지. 남보다 지금은 자기 걱정을 먼저 하는 게 어때?
 
베스탈: 지휘관님이 「리얼리티 렌즈」 안에 계시는 동안 여기서도 많은 일이 있었어요.
 
베스탈: 누군가가 헬레나에게 「별바다」의 액세스 코드를 알려줘서 무사히 「리얼리티 렌즈」를 정지할 수 있었답니다.
 
멤피스: 헬레나. 이제 지휘관도 구출했으니, 설명해줄 수 있어?
 
헬레나: 그게……….
 
또 하나의 헬레나…. 「META」 헬레나가 알려줬겠지.
 
헬레나: 마, 맞아! 지휘관이 그걸 어떻게 알아?
 
그냥, 나도 많은 일이 있었거든… 이라고 적당히 얼버무리자.
 
멤피스: 뉴저지와 있었을 때 만났던 그 「META」 함선 말야?
 
그래. 일이 참 많았지.
 
동료들에게는 나중에 자세히 설명해주자.
 
나는 TB를 불렀다.
 
TB: 네. 내비게이터 TB입니다.
 
「제로」라는 이름, 들어본 적 있어?
 
TB: 오더를 확인했습니다. 데이터를 검색 중입니다.
 
TB: 863,000,000건의 데이터가 검색되었습니다. 세부 검색을 위해 정보를 추가해 주십시오.
 
그 중에 네가 아는 개체가 존재할까?
 
TB: 오더를 확인했습니다. 데이터를 검색 중입니다.
 
TB: 0건의 데이터가 검색되었습니다. TB의 데이터베이스 내에 지휘관님이 말씀하신 특징을 가진 개체에 관한 기록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역시 평범한 수단으로는 안 되나.
 
그리고 한 가지 더. …사실 이게 본론이다.
 
TB에게 내가 「리얼리티 렌즈」 안에 들어가 있을 때의 로그나 데이터가 남아 있는지 물었다.
 
TB: 실험 중 발생한 데이터 오버플로로 인하여 현재 해당 로그의 검증과 분석이 어렵습니다.
 
TB: 해당 데이터의 정리가 완료되면 분석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II형 의장」……과 관련된 자료는 없나?
 
TB: 오더를 확인했습니다. 데이터 검색 중입니다.
 
TB: 「II형 의장」에 관한 분석된 데이터를 발견했습니다.
 
TB: 현재 요크타운, 호넷, 랭글리, 허먼, 노샘프턴에 관한 자료 분석이 완료되었습니다.
 
래피는 없어?
 
TB: 래피에 관한 「II형 의장」 자료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다시 검색하시겠습니까?
 
래피와는 거의 교류하지 않았으니 로그가 축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문제 없다. 이 자료들만 있으면――
 
멤피스: II형 의장……이 뭐야?
 
………….
 
→ 추가 큐브를 이용하여――
→ 용골을 보강하는――
 
아무튼 멤피스. 새러토가에게 연락해서 최대한 빨리 「별바다」로 합류하라고 해줘.
 
요크타운과 렉싱턴을…… 반드시 구해내겠어.
 
 
 
 ~30. 개더링 스톰
로열. 어느 곳.
 
벨파스트: ……주인님의 안부는 확인하셨습니까?
 
벨파스트: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아직 「별바다」에 계시는군요.
 
벨파스트: ……그리고?
 
벨파스트: ……「별바다」에 대한 조사도 부탁드렸습니다만.
 
벨파스트: ……과연. 매우 중요한 정보로군요.
 
벨파스트: ……폐하께 보고 드리겠습니다.
 
벨파스트: ……유니온이 주인님을 모시고 위험한 일을 벌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만.
 
벨파스트: ……계속해서 보고 부탁드립니다.
 
벽에 걸린 지도에 박혀 있는 압정 사이로, 또 한 가닥 붉은 실이 연결됐다.
 
소문, 기록, 복잡한 단서가 뒤얽혀 새로운 위험의 징후를 나타내고 있었다.
 
벨파스트: 유니온의 행동을 종잡을 수가 없네요…….
 
벨파스트: 폐하의 말씀대로, 「폭풍」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31. 인비테이션
세계박람회. 철혈 파빌리온.
 
프린츠 오이겐: ♪~♪~
 
Z2: 기분이 좋아 보이시네요, 오이겐 씨.
 
프린츠 오이겐: 당연하지. 후후후, 이게 뭔지 알겠니?
 
Z2: 이건…… 각 진영의 특별계획함에 관한 자료입니까?
 
프린츠 오이겐: 맞아. 모으느라 힘들었어.
 
프린츠 오이겐: 동황의 특별계획함이 남긴 했지만…. 뭐, 그 하얼빈이라는 애는 박람회에 참가하지 않았으니 어쩔 수 없지.
 
Z2: 오이겐 씨 같은 사람에게 탈취당할까봐 참가시키지 않은 것이겠죠. 네.
 
프린츠 오이겐: 쩨쩨하긴~ 우리는 최첨단 루프레히트를 내놨는데.
 
Z2: 루프레히트 씨는 일부러 과시하려 내보낸 것이 아닙니까? 네. 동황과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프린츠 오이겐: 됐어 됐어~ 그래서 울리히는 괜찮니?
 
Z2: 지금까지는 이상 없습니다.
 
Z2: 저도 보고 드릴 일이 하나 있습니다. 동황 대표단은 내일 귀환하겠다고 합니다.
 
프린츠 오이겐: 내일?! 왜 그렇게 서두른대…?
 
프린츠 오이겐: 아직 지휘관도 안 왔는데…. 뭔가 수상하네.
 
프린츠 오이겐: 틸레. 동황은 오늘 밤 무슨 예정이라도 있니?
 
Z2: 모르겠습니다. 네. 내일 출발하니까 그 전날 밤에 굳이 일정을 잡았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만.
 
프린츠 오이겐: 좋아. 얼른 준비하자. 저녁을 대접하겠다는 핑계든 뭐든 좋으니까 그 아이들을 우리 파빌리온에 초대하렴.
 
 
 
 ~32. 비 온 후 누각
중앵 본섬. 무사시의 저택.
 
정원에는 진츠와 꼭 닮은 여성이 마당을 청소하고 있었다.
 
진츠(META): ……그렇습니까. 간발의 차였군요.
 
진츠(META): ……제 쪽은 괜찮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진츠(META): ……베스탈에게 걱정을 끼쳤군요.
 
진츠(META): ……무사시 씨가 오십니다. 다음에 또 연락하겠습니다.
 
무사시: 그대는 참새와 대화하는 것을 즐기나 보군.
 
진츠(META): 날씨가 좋아서 조금 들뜬 것 같습니다.
 
진츠(META): 하여… 무사시 씨께서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무사시: 바람결에 오미쿠지를 뽑으러 들렀단다.
 
진츠(META): 오미쿠지…. 무사시 씨께서 길흉을 물으실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무사시: 나, 그리고 나의 계획에 관해서 말이야.
 
무사시: 길흉, 을 보아하니….
 
무사시: “번개가 앞뜰에 치고”
 
무사시: “불꽃이 하늘을 향해 치솟는다.”
 
무사시: “마음을 다해 녹을 좇으나”
 
무사시: “애석하게도 문이 닫히는구나.”
 
무사시: 진츠. 계획은 조금 더 신중하게 진행하는 편이 좋을 것 같구나.
 
 
 
 ~33. 정치와 신앙
???
 
리슐리외: 테리블. 잔을 박람회 대표로 추천한 것은 그녀를 멀리 떼어놓기 위해서죠?
 
리슐리외: 잔이 참가하는 걸 바라지 않는 작전이라도 제안할 건가요?
 
르 테리블: 그런 것은 아닙니다. 다만 신앙심이 두터운 잔의 귀에는 들어가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말이죠.
 
르 테리블: 정치는 신앙을 갉아먹는 독이랍니다. 
 
르 테리블: 리슐리외 님께서는 아이리스의 「성당」이 이 남쪽 대륙에만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은 이미 알고 계시겠죠.
 
리슐리외: ……………….
 
리슐리외: 클레망소가 무슨 말을 했죠?
 
르 테리블: 제가 알아야 하는 것. 전부입니다.
 
리슐리외: 심판정의 움직임은 어떻습니까?
 
르 테리블: 심판정과 그 부속 세력은 여전히 클레망소 님께서 확고히 장악하고 계십니다.
 
리슐리외: 아직도 그녀와 연락하고 있나요?
 
르 테리블: 글쎄요. 그 분은 자신이 연락하고 싶을 때만 연락을 하시니까요.
 
리슐리외: ……알겠습니다.
 
리슐리외: 신앙이 시험받는……심각한 상황이로군요.
 
 
 
 ~34. 리샤르의 수수께끼 타임!
보놈 리샤르: 헬로-! 이 영상을 보고 있는 바로 당신!
 
보놈 리샤르: 진짜로 만나기 전에 우선 가볍게 친목을 다지고 싶어서 말야.
 
보놈 리샤르: 어디 보자~ 수수께끼 풀이는 어때?
 
보놈 리샤르: “보라! 저 성에는 왕이 살고 있다!”
 
보놈 리샤르: “창문으로는,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왕의 눈이 보인다!”
 
보놈 리샤르: “왕의 밑으로는, 여섯 명의 충실한 장군이 따른다!”
 
보놈 리샤르: “왕의 위로는, 무수한 병사들이 벽에 달라붙어 있다!”
 
보놈 리샤르: 해양생물이야! 네가 과연 맞힐 수 있을까?
 
보놈 리샤르: 그럼 카운트다운 할게―
 
보놈 리샤르: 제로! 하하하하하하!
 
보놈 리샤르: 답은――소라게야!
 
보놈 리샤르: 성은 소라게가 지고 다니는 소라 껍데기!
 
보놈 리샤르: 고둥이나, 골뱅이나, …사람이 버린 쓰레기 같은 데도 들어간대!
 
보놈 리샤르: 여섯 명의 충실한 장군은, 집게발과 그 옆으로 달린 네 개의 발!
 
보놈 리샤르: 이를 이용해서 이동하거나 사냥감을 잡기도 해!
 
보놈 리샤르: 그리고 다른 게들처럼 껍데기 안에는 다리가 네 개 더 있어! 치사하지~!
 
보놈 리샤르: 벽에 달라붙은 병사는 껍데기에 붙어서 공생하는 말미잘!
 
보놈 리샤르: 식물처럼 보이지만, 사실 얘네 육식성 동물이야!
 
보놈 리샤르: 뼈가 없어서 느리지만.
 
보놈 리샤르: 소라게와 협력하면 이동 범위가 넓어지고, 소라게가 먹다 남은 부스러기도 먹을수 있어!
 
보놈 리샤르: 운반해주는 대신 독이 있는 촉수를 이용해 소라게의 천적을 쫓아낸대!
 
보놈 리샤르: 그야말로 왕을 지키는 병사라고 할 수 있겠지?
 
보놈 리샤르: 똑똑하고, 협력도 잘하고, 자신의 장단점을 잘 활용하고 있는 소라게는 역시 대단하네!
 
보놈 리샤르: 그래서 상위 개체인 아비터의 모티브로 쓰이는구나! 아하하하하하하!!
 
보놈 리샤르: 그럼 안녕! 다음에 또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