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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람회 전야

킹루클린 2023. 8. 11. 07:55

박람회 전야

 ~01. 카멜롯 습격
 

――――!!

경면해역 「카멜롯」――전송 장치 「아발론의 문」이 존재하는 곳.

로열의 여왕 엘리자베스는 「문」을 이용해 META와 접촉하고 후드의 치료법을 찾았다. 하지만 그로 인해 정체불명의 존재 「보놈 리샤르」의 주목을 끌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 「문」을 향해 사방에서 포격이 쏟아지고 있었다.


리펄스(META): 언니, 저 정체불명의 적들…….

리펄스(META): 전에 리샤르가 조종하던 것들이랑 닮지 않았어?

리나운(META): 제 생각도 그래요.

리나운(META): 결국 그 괴물에게 꼬리를 잡혔군요….

리나운(META): 그런데 대체 어떻게 이곳에 침입한 거지…….?

리나운(META): 카멜롯의 전송 장치를 경유하지 않고 그냥 허공에서 갑자기 나타난 거 같은데.

리나운(META): 리펄스. 이곳을 드나들 수 있는 길은 「문」 말고는 없는 게 확실하죠?

리펄스(META): 언니도 모르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아.

리나운(META): …………그렇겠네요….

리펄스(META): 아무튼 그쪽 전황은 괜찮아?

리나운(META): 네. 계속 소탕 중입니다. 그런데…… 적이 약하다고는 하지만 수가 너무 많군요.

리나운(META): 적이 어디로 침입했는지 알아내지 못하면 상황은 점점 악화될 거예요.

리나운(META): 길어질수록 우리가 불리합니다. …리펄스. 폐하께 연락은?

리펄스(META): 구원 요청은 했는데 답장이 없어. 애초에 폐하가 쓰는 통신기는 성능이 너무 낮다니까! 「잔불」하고 같은 걸 쓰면 좋을 텐데.

리나운(META): 리펄스, 만들 줄 아나요?

리펄스(META): 언니도 못하는 걸 내가 어떻게 해.

리나운(META): …………그렇겠네요….

――――!!

뱅가드: 로열 기사대 등장! 리나운, 리펄스, 고생했어!

모나크: 미안하다. 기다리게 했군.

퀸 엘리자베스: 이 엘리자베스 님께서 친히 원군을 데리고 왔어. 상황은 어때?

리나운(META): ……폐, 폐하?!

리나운(META): 어, 어떻게 직접 오신 겁니까…?

퀸 엘리자베스: 당연히 상황을 확인하러 왔지.

퀸 엘리자베스: 문에 이상이 생겼다는 연락을 마지막으로 통신이 끊겼잖아.

퀸 엘리자베스: 당연히 문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내가 와야 하지 않겠어?

퀸 엘리자베스: 뭐어…… 이런 상황일 줄은 몰랐지만.

리나운(META): ……적어도 이번에는 홑몸이 아니셔서 다행입니다.

퀸 엘리자베스: 문은 중요한 시설이니까 그만큼 신경을 많이 써야지.

퀸 엘리자베스: 실은 전력을 더 많이 데려오고 싶었지만, 긴급한 상황이라 이 정도가 고작이었어.

퀸 엘리자베스: 아무튼, 현황은 어때?

리나운(META): 적은 약해서 위협이 되진 않지만, 침입 경로나 목적이 아직 불분명합니다.

리나운(META): 적의 외형과 움직임으로 미루어 볼 때, 「보놈 리샤르」를 가장한 적의 첨병일지도 모릅니다.

퀸 엘리자베스: 응. 내 생각도 그래.

퀸 엘리자베스: 그래도 저번처럼 터무니없는 용오름은 아직 안 나타난 것 같네.

퀸 엘리자베스: 어쩌면 보놈 리샤르는 그리 쉽게 이동하지 못하는 걸지도 몰라. 가령 어떤 조건을 충족시킬 필요가 있다던가….

퀸 엘리자베스: 좋아…. 전 함, 문으로 간다.

퀸 엘리자베스: 전송 장치를 정지시키고 경면해역을 폐쇄할 거야. 농성에 들어갈지도 모르니 마음 단단히 먹어.

퀸 엘리자베스: 만약 정말로 보놈 리샤르의 침공이라면… 반드시 여기서 막아내야 해.

뉴캐슬: 폐하, 전방에 해무가 나타났습니다. 급격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 해무……?

――――――!!

리펄스(META): 누가 있어!

로열 오크: 히익! 쏘, 쏘지 마세요! 아군입니다!

히어로: 히히히~ 로열 오크가 허둥대는 사이에 히어로가 뒤를 잡아서 백스텝 크리를….

아거스: 아거스, 지원하러 왔습니다! 여왕 폐하, 무사하십니까!

임플래커블: 임플래커블, 남극 함대를 이끌고 가세할게.

임플래커블: 폐하를 해하는 적은 우리가 토벌하겠어.

퀸 엘리자베스: 남극 함대…………?

퀸 엘리자베스: 너희 성당 시설 조사 마치고 돌아오는 길 아니었어?

퀸 엘리자베스: 어떻게 여기 온 거야!?

임플래커블: 폐하께서 아발론의 문에서 고전하고 있다는 연락을 받았어.

임플래커블: 그래서 이 해무… 세이렌 컴파일러가 남긴 전송 장치를 이용해서 급하게 온 거야.

퀸 엘리자베스: …잠깐 잠깐! 나도 여기 도착한지 얼마 안 됐어! 그리고 고전이라니 무슨 말이야?!

퀸 엘리자베스: 그리고 해무라니…. 세이렌 기술은 어떻게 알아냈고 또 어떻게 사용한 건데?

퀸 엘리자베스: 누가 알려준 거야? 누가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도운 거야?

임플래커블: 누구라니……으음….

임플래커블: ………폐하 본인?



 ~02. 툰드라에서 맞는 아침
동유럽 어느 곳.
북방연합. 장갑 열차.
전함 소비에츠키 소유즈.

덜컹덜컹. 열차의 규칙적인 흔들림은 승객들에게 졸음을 유발했다.

어느 샌가 소비에츠키 소유즈의 의식은 어둠 속으로 멀어져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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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태양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분명…… 열차 안에서 서류를 확인하고 있었을 텐데."

소비에츠키 소유즈: "피곤해서 살짝 졸았던 것 같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렇다면 이곳은…… 꿈속일까요?"

소유즈의 혼잣말에 대답하는 존재는 없었다. 그저 검은 태양만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타오르는 검은 태양……. 열기는 느껴지지 않네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오히려 차갑게 느껴지는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 광경은 대체——?"

???: ▇▆▅■▎▃▌█▆▎▇█▎■▄▆▋▂▁▅▎▌█▊▇▊▇

소비에츠키 소유즈: "로시야 동지……?"

???: ▅▁▂▋▄▊■▆▎▅▁▂▋▄▊■▆▎▇▆▅■

소비에츠키 소유즈: "죄송합니다. 잘 들리지 않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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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차가 브레이크를 밟는 소리와 함께 소비에츠키 소유즈는 눈을 떴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타오르는 태양.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로시야의 그림자. 이상한 꿈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평소 생각하고 있던 것이 꿈에 나타난 걸까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금은 눈앞의 일에 집중합시다. 얼른 끝내고 돌아가야겠어요.

소비에츠키 소유즈는 들고 있던 서류를 정리하고 내릴 준비를 했다.

'극해의 폭풍'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소비에츠키 소유즈는 작전의 핵심으로서 본부에서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비밀 동맹인 아이리스의 심판정 대표 클레망소로부터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특별계획함을 입수하고 싶다는 연락이 도착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해당 계획에 관여 중인 흑해 조선소에서 연구에 난점이 생겨 진행에 차질이 생길 위험이 있다는 연락을 타전했다.

따라서 소비에츠키 소유즈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작전 본부를 떠나 흑해 조선소로 향할 수밖에 없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특별계획함 「샹파뉴」…….

열차 방송: "소비에츠키 소유즈 동지. 열차가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열차 방송: "정보부의 크론시타트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리시기 전 짐이나 기밀 서류를 잊지 않도록 주의해 주십시오."

소비에츠키 소유즈: ……기한에 다다르면 자연히 해결법을 찾을 수 있겠죠.



 ~03. 관의 단서
 

박람회 폐막 4일 전.
세인트헬레나 섬. 심판정 비밀 요새.

리슐리외가 막 서류 검토를 끝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리슐리외: 들어 오십시오.

르 테리블: 실례하겠습니다, 리슐리외 추기경님.

리슐리외: 테리블? 이리 앉으세요.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르 테리블: 비밀 요새 수리 제1단계가 종료되었습니다.

르 테리블: 전반적으로 매우 순조롭습니다. 세부 내용은 보고서로 정리했으니 한 번 훑어 보십시오.

리슐리외: 수고했어요, 테리블.

르 테리블: 아닙니다. 그나저나 추기경님께서도 안색이 많이 좋아지셨군요. 저번에 드린 심판정의 약이 효과가 있었습니까?

리슐리외: 네…. 약을 마신 뒤로 며칠 간은 꿈에 검은 태양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리슐리외: 테리블이야말로 많이 피곤해 보이는데, 괜찮으신가요?

르 테리블: 요 근래 제대로 된 휴식을 취한 적이 없긴 하지만…… 괜찮습니다.

리슐리외: 너무 서두를 필요 없습니다. 천천히 하도록 하세요.

르 테리블: 감사합니다. 이 섬에 잠시 머무르자고 제안한 건 저니까요.

르 테리블: 이미 확인이 완료된 자재 목록은 이쪽에——

(똑똑)

리슐리외: 들어 오십시오.

라 갈리소니에르: 리슐리외 님!

라 갈리소니에르: 클레망소 님이 지금 사디아에 가서 박람회에 참석하고 있대!

라 갈리소니에르: 지금이라면 심판정의 방비도 허술할 테니까, 갈리소니에르 스파이 작전을 결행하려면 지금뿐이야!

르 테리블: 진심입니까…? 그냥 자재 점검 작업에 싫증이 난 게 아닙니까?

라 갈리소니에르: 무슨 말이야, 테리블!

라 갈리소니에르: 애초에 그런 점검 작업에 내가 도움이 될 리가 없잖아! 그냥 사서 고생만 하는 거지!

라 갈리소니에르: 그렇다면 차라리 내가 맞는 분야에서 활약하는 게 낫지 않겠어?

르 테리블: …조금만 더 참으세요.

르 테리블: 이곳에 조금 더 머물렀다가…… 「관」을 찾는 것은 그 이후에 해도 괜찮습니다.

리슐리외: 테리블. 저희에게 또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르 테리블: ……심판정은 만일에 대비하여 관의 위치를 특정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했다고 발견한 자료에 적혀 있었습니다.

르 테리블: 그리고 그 장치는 이 세인트헬레나 섬에 숨겨져 있다고 합니다….

르 테리블: 관을 빼앗은 적들이 그대로 관을 가지고 이동 중이라면, 위치는 물론이고 적의 정보 또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르 테리블: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진다면 반드시 장치를 찾을 수 있을 테니, 그 때까지는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려 주셨으면 합니다.

리슐리외: 만약 그 장치가 여기 없으면 어떻게 하죠?

르 테리블: 그 때는…………으음……….

르 테리블: 아무튼 세인트헬레나 섬의 조사가 끝나기 전에는 섣불리 움직이지 않는 편이…….

통신: ………….

베아른: 리슐리외 님. 유니온 함대가 세인트헬레나 섬에 도착했습니다.

베아른: 동행 중인 성기사 '생 루이'가 리슐리외 님께 안부 인사를 전해 왔습니다.

리슐리외: 특별계획함, 성기사 생 루이……. 믿음직한 동료가 또 한 명 늘었군요.

리슐리외: 유니온 함대를 맞으러 가야합니다. 테리블, 갈리소니에르. 죄송하지만 이야기는 나중으로 미루도록 하죠.

무언가 생각하는 바가 있는지, 리슐리외는 분주하게 방에서 나갔다.

르 테리블: 특별계획함이라면 확실히 든든한 전력이니까요.

르 테리블: 갈리소니에르. 그렇게 심심하다면 생 루이와 특훈 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리슐리외 님의 도움도 될 테고요.

라 갈리소니에르: ……특별계획함과 특훈하는 건 뭐랄까…. 예전에 가스코뉴와 특훈할 때의 트라우마가 생각나서.

라 갈리소니에르: 역시 다른 일을 찾아볼게!

르 테리블: 아직도 화해하지 않은 건가요? 그렇게 심했습니까?

라 갈리소니에르: 그게…… 가스코뉴는 좀 그렇잖아?

라 갈리소니에르: "——'화해'의 의미, 현재 모듈로는 이해 불능."

라 갈리소니에르: "——행동의 필요성. 전무한 것으로 판단됨."

라 갈리소니에르: 이러는데 대화가 될 리가 없지.

르 테리블: 그것 참 힘들긴 하겠군요…….

르 테리블: 그나저나 아직 약 남으셨죠? 한 병 더 받을 수 있겠습니까?

라 갈리소니에르: 테리블…… 너 예비용이라는 거 거짓말이지.

라 갈리소니에르: 그 '검은 태양'하고 관계가 있는 거야…?

르 테리블: ————비밀입니다.



 ~04. 불온한 기색
박람회 폐막 3일 전.
박람회장. 대성당 파빌리온.

비시아 성좌 소속 중순양함 포슈는 걸레를 들고 휴게실을 왔다갔다 하고 있었다.

한편 창가에 앉아 있는 경항모 조프르는 자신과는 관계 없다는 듯 독서에 열중하고 있었다.

포슈: 저기이…….

포슈: 조프르, 듣고 있어?

포슈: 심판정의 일원이자 고귀한 아이리스의 천사님. 혹시 괜찮으시다면 저를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포슈: 클레망소 님이 폐막식 기간 동안 여기 묵으신다고 그랬잖아!

조프르: 청소는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프르: 애초에 오지 않을 가능성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포슈: 오지 않는다고? ……심판정 내부에서 무슨 소식이라도 돌았어?

조프르: 아닙니다. 다만 최근 벌어진 일들로 추측해보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조프르: 클레망소 님께서 지금 어디에 계시는지 아십니까?

포슈: 글쎄……. 사디아를 관광하고 있지 않을까?

포슈: 모레… 그러니까 폐막식 전날에 회장에 도착하실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조프르: 네. 그럼 케생은 언제 오는지 아십니까?

포슈: ……케생?

포슈: 아아. 내일 도착해서 폐막식 준비를 도울 거라고 들었어.

조프르: 케생이 단독으로 행동하는 것이 이상합니다.

포슈: 솔직히 나는 걔에 대해 잘 몰라……. 뭐가 이상한데?

조프르: 케생은 클레망소 님의 측근입니다. 웬만해서는 클레망소 님과 별도로 행동하지 않습니다.

조프르: 웬만해서는, 그렇지만…….

포슈: 그렇지만?

조프르: 그녀가 마지막으로 단독 행동을 했던 때는 몇 년 전 툴롱에서였습니다.

포슈: …….

조프르: 그리고 며칠 전, 장 바르 님도 클레망소 님의 부탁을 받고 툴롱으로 향했습니다.

포슈: 흐음. 뭔가 수상쩍긴 하네. …근데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건데?

조프르: 우선은 그 무의미한 청소부터 그만두십시오.

조프르: 그리고——

조프르: "Attendre et espérer."

조프르: 희망을 가지고 기다립시다——



 ~05. 박람회로 가는 길
NA해역. 안전 항로.

컴파일러를 격파한 이후로 NA해역의 상황은 나날이 호전되고 있었다.

「별바다」에서 실험을 돕고 있던 사이에 몇명 항로는 다시 통행을 재개한 것 같았다.

II형 의장 연구도 어느 정도 일단락되고 겨우 세계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게 되었지만,

아직 NA해역 상공은 여객기가 지나다닐 정도로 안전하지 않아서, 호위 함대를 편성해 사디아 제국을 향해 원양 항해를 시작했다.

멤피스: 날씨도 맑고 바다도 잔잔하니 여행하기 좋은 날씨야.

멤피스: 그나저나 시간 참 빠르네. 박람회도 벌써 끝날 때가 다 됐구나.

멤피스: 개막식은 시간이 안 맞아서 놓쳤지만, 그만큼 폐막식은 신나게 즐기고 오자.

멤피스: 응? 지휘——지휘관!

멤피스: 헬레나! 지휘관이 들고 있는 서류를 다 압수해!

멤피스: 모처럼 쉬러 가는 거니까 업무는 정해진 시간 내에서만 하라고 했잖아!

헬레나: …휴가 중에 일하는 거 자체가 이상하지 않아?

멤피스: 더 따끔하게 말해줘, 헬레나! 지휘관이 무슨 변명을 할지 궁금하니까.

헬레나: 지휘관. 우리 휴가 때는 일하지 말자…?

………….


→ 쉬고는 싶은데……
내가 일하지 않으면 일이 나를 찾아온다니까.

→ 좀 힘들지도……
쉬는 와중에도 일은 점점 더 쌓이니까.


멤피스: 이래서 휴가 중 업무 시간을 따로 잡아놓은 거야….

헬레나: ……그래도 힘들겠네…. 지휘관, 힘내.

통신: ———

뉴저지: 여기는 유니온 NA함대 기함 뉴저지!

뉴저지: 거기 사디아로 가는 지휘관! NA해역에서의 호위는 내가 이끄는 분함대가 담당할게!

뉴저지: 흐흥~ 아무 걱정 말고 휴가 잘 즐기고 와!

컴파일러전 이후로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어쩐지 뉴저지와는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것 같다.

요즘은 어떻게 지내는지 물어보자.

뉴저지: 완벽해! 근데…….

뉴저지: 솔직히 할 게 없어. 너무 심심해….

뉴저지: 있지, 허니. 좀 들어 봐——

멤피스: 저기…… 이거 공용 회선이거든?

뉴저지: ……지휘관, 들어 봐!

뉴저지: 요새는 순찰을 돌아도 양산형 세이렌이 한 척도 안 보인다니까.

뉴저지: 그것도 열흘 연속으로!

뉴저지: 지금까지 바글바글거리던 세이렌이 정말로 줄었구나, 라고 컴파일러를 쓰러트린 뒤로 처음으로 실감이 났어!

……말만 들으면 무슨 멸종 위기종에 대해 얘기하는 것처럼 들린다….

뉴저지: 진짜 그런 느낌이라니까?

뉴저지: 하도 적이 없으니까 요즘은 매일 보고서나 읽고, 정기 순찰 돌고, 나머지는 바다를 보며 멍 때리는 것뿐…….

뉴저지: 엔터프라이즈는 좋겠다아~ 세이렌하고 많이 싸울 수 있으니까~

멤피스: 바다의 평화를 되찾는 게 우리 목표라는 거 기억하고 있지?

멤피스:  지금 이 평화가 오히려 바람직한 거야.

멤피스: 그리고 세이렌이 NA해역 전체에서 사라진 것도 아니잖아.

멤피스: 전에 스캐퍼 플로에서 로열 함대를 습격한 세이렌은 어디서 온 건지 알아냈어?

뉴저지: 역시 멤피스. 단숨에 정곡을 찌르다니.

뉴저지: 그러니까, 모르겠어!

뉴저지: 로열 함대가 격퇴한 이후로 행방이 묘연해.

뉴저지: 뭐, 그런 게 다시 나타나는 일이 없도록 이렇게 매일 순찰하고 있는 거긴 한데.

뉴저지: 다음에 나타나면 진짜 본진까지 몰아붙여서 일망타진 해줄 테다!

방금 이야기는 머리에 담아두는 게 좋을 것 같다.
 
통신: ――

킹 조지 5세: 로열 소속 전함 킹 조지 5세가 지휘관과 유니온 함대에 인사를 전한다.

킹 조지 5세: 이번 사디아행에는 우리 로열 함대도 동행할 예정이다.

킹 조지 5세: 유니온과 마찬가지로 전 과정을 호휘할 테니 걱정 붙들어 매도록 해. 후후후.

→ 든든하네.

킹 조지 5세: 천만에. 로열 함대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지.

킹 조지 5세: 그리고 폐하의 전언이 있다.

킹 조지 5세: "세계박람회가 끝나도 로열의 파빌리온은 당분간 철거하지 않고 그대로 놔둘 거야."

킹 조지 5세: "일반 개방은 하지 않지만, 하인을 위해 특별히 전세를 내 줄 테니 꼭 보러와."

킹 조지 5세: "그리고 나는 공무 때문에 폐막식에는 참석 못하게 됐어. 미안해, 하인."――이라고 말씀하셨다.

킹 조지 5세: 박람회장 업무에 관해서는 일러스트리어스에게 전권을 위임했으니 필요하다면 그녀에게 물어보면 될 거야.

경면해역 일 때문에 개막식은 놓쳤다고 들었는데, 폐막식도 오지 못하게 되다니.

그녀의 성격상 이런 떠들썩한 행사에는 꼭 참가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킹 조지 5세: 물론 참석하고 싶어 하셨지. 성대한 등장 무대도 준비했었는데 아쉽게 됐어.

킹 조지 5세: 아무튼 우리로서는 지휘관이 박람회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를 바랄 뿐이다.
 
뉴저지: 나도 나도! 지휘관이 멋진 휴가를 즐기기 바라!

좀 오버하는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두 사람에게는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다.

뉴저지: 오버라니. 마지막으로 휴가를 쓴 게 언제인지 기억나긴 해?

뉴저지: 그보다 사디아 근처 항로에서는 아직도 낙오된 세이렌이 나타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뉴저지: 그렇다면 NA해역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거지?

뉴저지: 만약을 대비해서 내가 회장까지 계속 호위하는 건 어때?

뉴저지: 지휘관의 안전도 확보할 수 있고, 좋은 생각 아냐?

멤피스: 사심이 잔뜩 들어갔네….

킹 조지 5세: 걱정할 필요 없다, 뉴저지.

킹 조지 5세: 지브롤터 해협부터 사디아까지는 워스파이트가, 그 후 박람회장까지는 일러스트리어스가 안내와 호위를 맡을 예정이니까.

킹 조지 5세: 로열은 지휘관이 지중해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 호위할 것이다.

멤피스: 뭐, 현장에는 에식스나 다른 사람들도 있으니 게으름 피울 생각은 버리고 NA해역 감시에 집중하도록 해.

뉴저지: 히잉……. 알겠어.



 ~06. 용기병의 귀환
아프리카 동쪽 해안. 케이프 하푼 주변 해역.

철혈의 부유섬 요새 방문을 마친 구축함 카라비니에레는 귀로에 올랐다.

카라비니에레: 후우. 아프리카 주변 세이렌은 여전히 활동적이네요.

카라비니에레: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안전하겠죠.

카라비니에레: 그나저나 정말 여러 일들이 있었네요….

카라비니에레: 철혈의 부유섬 요새, 중앵에서 온 손님, 기술적인 이야기에 축제나 전설 이야기까지….

카라비니에레: 어떻게 잘 정리하면 그럴싸한 이야기 보따리가 많이 나올 것 같네요!

카라비니에레: 헤헤. 벌써부터 레코가 듣고 놀라는 모습이 상상되네요.

카라비니에레: 아, 그래도 한번에 다 말하기는 아까우니 조금씩 적당히 풀어야겠어요.

카라비니에레: 사디아로 돌아가면 우선은 푹 쉬어야겠죠!

카라비니에레: 대욕탕, 푹신한 침대, 정통 피자가 정말 그립네요…….

통신: ――

카라비니에레: 연락이…… 리토리오 님?

카라비니에레: 혹시 벌써 새로운 임무가…?!

통신: ――

카라비니에레: ……어, 어흠!

카라비니에레: 여기는 구축함 카라비니에레입니다! 고생 많으십니다, 리토리오 님!

리토리오: 수고했어. 오는 길은 괜찮고?

카라비니에레: 네. 길에서 낙오된 세이렌과 몇 번 조우했지만, 어떻게든 잘 넘겼습니다!

카라비니에레: 탄약이 다소 줄었을 뿐, 전력에는 영향 없습니다!

리토리오: 그거 다행이군. 갑자기 호출해서 미안했다. 게다가 단독 행동까지 시키고.

리토리오: 아무튼 무사하다니 됐다. ……나중에 기념 파티를 준비할 테니 기대해줘.

카라비니에레: 처…… 천만의 말씀입니다! 저는 단지 임무를 완수했을 뿐이지 말입니다!

카라비니에레: 기념 파티라니…… 너무 황송합니다!

리토리오: 그래? 나는 좋을 것 같은데. 장기 임무였으니 고향의 미식이 그립지는 않았나?

카라비니에레: 그렇다면…, 기꺼이 받들겠습니다!

리토리오: 좋아. 구체적인 사항은 내가 베네치아에서 로마로 복귀한 다음에 정해 보자.

카라비니에레: 괜찮습니다! 저보다는 리토리오 님의 일정이 중요하지 말입니다!

카라비니에레: ……그런데 로마에 계시지 않으셨습니까?

카라비니에레: 아, 혹시 세계박람회 일이십니까? 폐막식 때문에 다들 정신이 없다고 들었습니다만…….

리토리오: 원래 예정대로라면 그랬겠지. 그런데 안타깝게도 상황이 조금 달라졌거든.

리토리오: 며칠 전에 베네토와 나는 수상쩍은 일을 발견했지.

리토리오: 원로원이 베네치아를 경유해서 골동품을 수집하고 있더군.

리토리오: 박람회 기간 중에도 계속 그랬던 것 같아.

리토리오: 그래서 베네토와 조사를 해봤는데, 모든 골동품은 최종적으로 마르코 폴로의 수중으로 들어가더군.

리토리오: 그리고 그것들 중 일부는 비밀리에 지중해 주변 각지로 보내졌고.

리토리오: 그 중에는 박람회장으로 보내진 것도 있지만, 콜로세움 지하의 창고에 보관되지도 않았고, 파빌리온에 전시되지도 않았어.

리토리오: 결국 어디로 갔는지는 알아내지 못했지.

리토리오: 대규모 절도·횡령치고는 수상하지 않나?
 
카라비니에레: 확실히 이상하긴 합니다….

카라비니에레: 마르코 폴로 님도 무언가 생각이 있으실 테니 직접 여쭤 보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리토리오: 당연히 물어봤지. 하지만 원로원의 비밀 행동이라면서 대답을 거부하더군.

리토리오: 그래서 이렇게 혼자 베네치아 인근에서 조사를 하고 있지.

카라비니에레: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제 다음 임무는 리토리오 님과 함께 골동품의 행방을 조사하는 것입니까?

리토리오: 응? 아냐 아냐. 이건 카라비니에레하고는 별 상관 없어. 미안, 중간에 얘기가 다른 길로 샜군.

리토리오: 네 다음 임무는 본디 박람회 치안 유지 활동이었지? 그 대신 수에즈 운하 주변의 항로의 안전을 확보해 주었으면 해.

리토리오: 그리고 하나 더,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

리토리오: 운하로 가는 도중 동황 함대의 흔적을 발견하면 바로 보고해줘.

리토리오: 현재 동황 진영은 다른 볼일이 있다며 회장에서 철수한 상태야. 폐막식도 물론 불참이고.

리토리오: 하지만 내 직감으로는 아직 이 근처에 머물고 있을 것 같단 말이지……. 그러니까 조사 좀 부탁해.

카라비니에레: 알겠습니다!

카라비니에레: 아. 만약 제가 동황 함대와 조우하게 된다면 어떻게 행동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리토리오: 그냥 평범하게 인사하고 아첨이나 좀 해줘.

리토리오: 가능한 한 그들 곁에 오래 머물도록 해.

리토리오: 회장에서 철수했으면서도 아직 지중해에 머물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단 말이지.

카라비니에레: 아, 아첨……. 으으…… 알겠습니다!

리토리오: 그럼 부탁할게. 카라비니에레.

리토리오: 성과가 있으면 연락해. 그럼 이만.



 ~07. 꿈
 

꿈속.
일어날지도 모르는 미래.
시나노.

풍경 소리가 들린다. 뒤이어 귓가에 파도 소리가 울린다.

캄캄한 하늘 아래 선명한 색의 토리이가 서 있었다.

시나노: 공허와 진실의 틈새. 꿈으로 이어지는 휴식의 환계…….

시나노: 평소에는…… 직접 꿈을 꾸는 경우가 많지만….

시나노: 가끔은 몇 번씩…… 방문하기도 하는데….

마치 토리이에 의해 세계 자체가 둘로 나뉜 것만 같았다. 각각 역방향에서 흘러오는 파도가 서로 세차게 부딪치고 있었다.

시나노: 환상이기에, 조용할 때도, 소란스러울 때도 있지만…….

시나노: 오늘밤은…… 유난히 거친 듯 보이는구나…….

시나노: 지금부터 꿀 꿈은… 그리 유쾌한 것이 아닐진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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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속에서 시나노는 어떤 '과거'를 보았다.

책더미 뒤에서 약간 흥분한 듯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르코 폴로: ……정말? 「관」이 어디 있는지 찾았어?

마르코 폴로: ……내 명령을 따르는 사람은 적지 않지만, 진심으로 나를 돕는 사람은 드물지.

마르코 폴로: 그런 의미에서, 넌 정말 믿음직한 존재야!

마르코 폴로: 어디에 숨겨져 있는지 알았으니 이제는 행동할 차례지.

마르코 폴로: …철혈하고 로열? 왜?

마르코 폴로: 어머. 내 계획을 방해할까봐 걱정하는 거야?

마르코 폴로: 뭐어, 확실히 이것저것 꾸미고 있는 거 같기는 한데….

마르코 폴로: 그래도 비스마르크는 별 문제가 아냐. 엘리자베스는 좀 귀찮긴 하지만….

마르코 폴로: 알겠어. 대책을 강구해 볼게.

마르코 폴로: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그들이 말하되 자,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자 하였더니."

마르코 폴로: "주께서 보시고 이르시되 이 무리가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우리가 내려가서 거기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그들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자 하시고,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셨더라."

마르코 폴로: 후후후. 네 도움은 절대 잊지 않을게.

마르코 폴로: 내 야망이 이루어질 때, 네 소원도 반드시 이루어질 거라고 믿어――

시나노: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있구나…….)

시나노: (방의 양식으로 보건대, 사디아임에 틀림이 없고…….)

시나노: (저 목소리는…… 사디아의 마르코 폴로…….)

시나노: (하지만 누구와 이야기하고 있는지…… 잘 들리지 않는구나…….)

시나노: ('마르코 폴로와 누군가의 대화'라는 꿈…….)

시나노: (갑갑함은 있지만 소란스럽지는 않으니…. 내가 느낀 징조와는 맞지 않는구나…….)

시나노: (어쩌면, 이 꿈에는 깊은 진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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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경이 바뀌었다. 검은 태양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빛나고 있지만 열은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검은 공동과도 같았다――

시나노: ……검은 태양…. 이제껏 꾼 꿈에서도… 이런 광경은 처음이구나….

시나노: ……두렵고, 불길한 광경…….

시나노: 환계의 소란의 근원은, 혹시 이것으로부터――

"――심판의 때가 도래했다."

시나노: ……심판…?

시나노: ……심판이라니… 대체……?

"――그대가 목도한 것이 곧 땅으로 내려올지니라."

시나노: 내가… 목도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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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의 때가 도래했다."

"――그가 곧 땅으로 내려올지니라."


박람회 폐막식까지
앞으로 10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