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징조
박람회 폐막식 2주 전.
사디아 제국 대성당.
예배당은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촛불만이 홀로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바닥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폭풍우를 맞닥뜨린 잔가지처럼 힘없이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트렌토(META): ……조짐이 나타났다.
트렌토(META): ……구름은 걷히고
트렌토(META): ……성스러운 빛이 땅을 밝게 비춘다.
트렌토(META): ……위대한 존재가 마침내 강림한다.
트렌토(META): ……빛나는 영광으로 충만한 화신.
트렌토(META): ……그리고……….
마르코 폴로: 그만! 여전히 의미는 모르겠지만.
마르코 폴로: 즉 「위대한 존재」의 화신이 드디어 나타난 거지?
마르코 폴로: 좋아! 얻은 정보는 정확했어.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호!
마르코 폴로: 이 마르코 폴로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는지 몰라!
마르코 폴로: 위광을 퍼트리기 위한 위업의 마지막 조각이 드디어 갖춰졌어!
마르코 폴로: 자, 위대한 존재――「신」이여!
마르코 폴로: 모든 소원이 이루어질 날이 다가오고 있어.
마르코 폴로: 아하하하! 오호호호호!
마르코 폴로는 크게 웃으며 성당을 떠났다.
활짝 열린 문으로 들어온 바람이 마지막 촛불을 꺼트렸다.
트렌토(META): ……그리고 다시 구름이 드리우고
트렌토(META): ……세계는 거짓의 빛에 싸인다.
트렌토(META): ……그것은 「신」이 창조한, 영원한 허구의 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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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재생: 심판정과의 회담. 레드 액시즈 성립 전.
>>C: "순진하구나 리슐리외. 높으신 분들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않아."
>>C: "철혈의 침공은 조만간 시작될 거야."
>>R: "각오하고 있습니다."
>>R: "문제는 그것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벌어질 것인가, 겠죠."
>>C: "그렇지…. 우선은 정보 수집을 강화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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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재생: 심판정과의 회담. 레드 액시즈 성립 전.
>>R: "회의 결과와 로열의…… 높으신 분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죠?"
>>C: "「우리 시대의 평화」……를 위한 선언 말이야?
>>R: "로열이 처음부터 비밀리에 철혈과 동맹을 맺었을…"
>>R: "그럴 가능성은 없겠죠?"
>>C: "그런 정보는 받은 적이 없어."
>>C: "로열은 단지 관망하고 있을 뿐일지도 몰라."
>>R: "그렇다면 그들을 움직이게 해야겠군요."
>>R: "곧 로열의 사절단이 방문하니, 우선은 그녀들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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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유 아이리스 주력함대.
검은 태양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리슐리외: …………또 이 꿈이야…….
리슐리외: ……장 바르. 거기 있나요?
█ █ █ █ █: ▇▆▅■▎▃▌█긴급▇█▎■▄▆▋▂▁▅태█▊▇▊▇
리슐리외: ………당신은…….
리슐리외: 마르세예즈……?!
█ █ █ █ █: █▊▇위험▅▁▂▋▄▊상█▌
리슐리외: ……위험한 상황……?
█ █ █ █ █: █▆얼른▇█
█ █ █ █ █: █▆리스█▎█
█ █ █ █ █: █▎█▎구▅█▎█▎▌원▅▎▌█
█ █ █ █ █: █▆도와▇█▂▁▅십시오█▎█
??: 추기경님?
??: 리슐리외 추기경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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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 테리블: 괜찮으십니까? 추기경님?
리슐리외: ……으음…… 머리가 조금 무겁네요…….
리슐리외: 죄송합니다. 깜빡 졸고 말았습니다.
리슐리외: 이제 괜찮아요. 그보다 테리블, 무슨 일이죠?
르 테리블: 중요한 보고가 있습니다.
르 테리블: 방금 심판정의…… 클레망소 님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르 테리블: "때는 무르익었다. 아이리스의 정통을 되찾을 시간이다."
리슐리외: ……알겠습니다.
르 테리블: 그다지 동요하지 않으시는군요.
리슐리외: 「성좌의 관」은 아이리스의 정통의 상징. ……하지만 상징은 상징에 불과합니다.
리슐리외: 믿는 자들의 신의가 있어야만 비로소 정통성이 확립되는 법이죠.
리슐리외: 그렇다고 이 연락이 무의미한 것은 아닙니다.
리슐리외: 심판정이 제게 관에 대한 정보를 전해 주었다는 것은 즉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리슐리외: 성좌의 관에 도달하는 열쇠는… 몰타에 있습니다.
리슐리외: 그리로 향하도록 하죠.
르 테리블: 그럴 필요는 없습니다. 추기경님.
르 테리블: 성당 섬에서의 추기경님의 활약으로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관이 있는 곳으로 직행할 수 있게 되었어요.
리슐리외: 그런가요?
르 테리블: 세인트헬레나 섬. 심판정이 예전에 로열의 허가를 받고 비밀 요새를 건설한 곳입니다.
르 테리블: 그리고 그곳에 마르세예즈가 지키고 있는 관이 있습니다.
리슐리외: 마르세예즈……?
르 테리블: 네. 공식적으로는 침몰했다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계속 그곳에 숨어서 관을 보호하고 있었습니다.
리슐리외: 테리블. 솔직히 이런 얘기는 별로 믿고 싶지 않지만….
리슐리외: 요 며칠간 꾸었던 꿈에 그녀가 나왔었습니다.
르 테리블: 검은 태양이 나오는 꿈…… 말씀이십니까?
르 테리블: 확실히 그건 흉조라고 볼 수밖에 없겠군요….
리슐리외: 테리블. 관은 어찌되었든 마르세예즈가 걱정입니다. 연락할 방법이 있나요?
르 테리블: 아뇨. 세인트헬레나 섬은 세간에는 무인도로 위장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전파가 통하지 않아 연락을 취할 수는 없습니다.
르 테리블: 어쩌면 클레망소 님은 무언가를 알아차려서 저희를 그곳으로 보내려는 것일지도 모르겠군요.
리슐리외: 그럼 즉시 출항합시다.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02. 엑소더스
몇 년 전.
비시아 성좌 사령부.
심판정 소속 마르세예즈의 기억.
평소에는 시끄럽던 지휘 시설이 오늘은 유난히 조용했다.
통신기에서 들려오는 장 바르의 목소리만이 전선에서 벌어진 일을 말해주고 있었다.
통신: "적대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주르 레인에게 공격당한 그 시점에서, 이미 답은 나와 있었다!"
통신: "그런 위선자들을, 우리는 절대로 따를 수 없어!"
통신: "비시아 성좌는 지금 존망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우리 주변에는 적들 뿐이다. 그런데 그게 어쨌다는 거냐!"
통신: "명령한다! 전 함, 지금 즉시 자침하라!"
테이블에 앉아 있는 소녀는 사령부가 다시 소란스러워질 때까지 멍하니 연설에 귀를 기울였다.
그것은 오랫동안 듣지 못했던 끔찍한 불협화음과도 같은 소음이었다.
마르세예즈: (영광스런 비시아의 호교 기사단이…… 이렇게……….)
마르세예즈: (철혈의 군세도 이미 코앞까지 와 있습니다.)
마르세예즈: (이제는… 어떻게 해야 하죠……?)
마르세예즈: (아이리스를 지키려면, 저는 대체 어떻게…….)
누군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마르세예즈는 생각을 멈췄다.
조프르: 마르세예즈. 여기 있었군요.
조프르: 이 시설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따라오세요.
마르세예즈: 조프르. 저는……
마르세예즈: 저는 어디에도 가지 않겠습니다.
마르세예즈: 성좌는 조만간 항복을 결정할 것입니다.
마르세예즈: 그것이 아주르 레인일지, 철혈일지는 모르겠지만 결국은 똑같습니다.
마르세예즈: 심판정 역시 바빠지겠죠.
마르세예즈: 수도를 무방비한 상태로 두기 위해서…….
마르세예즈: ……아무튼 조프르. 목적이 뭐죠?
조프르: 심판정의 제안을 가지고 왔습니다.
조프르: 대피하여 전력을 온존하십시오――
마르세예즈: 대피……? 아이리스의 성재를 관장하는 심판정이 지금 싸워 보지도 않고 도망치라는 말씀입니까…?
마르세예즈: 저는 가지 않겠습니다.
마르세예즈: 과거에도 그래왔고, 지금도,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전투 천사가 속할 곳은 오직 전장뿐입니다.
마르세예즈: 저는 괜찮으니 먼저 대피하세요.
조프르: 저는 도망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조프르: 우리에겐 아직 아이리스의 희망의 불씨를 전할 수 있는 방안이 남아 있습니다.
조프르: 그리고 그것을 맡을 수 있는 사람은 마르세예즈 당신뿐입니다.
마르세예즈: 희망의 불씨……?
마르세예즈: 무슨 말씀이신지 잘 모르겠습니다…….
마르세예즈: 심판정은 언제나 주화파이지 않았습니까……?
조프르: 그래서 당신에게 맡길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관을 지키는 것은 당신의 의무입니다. 그렇죠?
조프르: 「성좌의 관」을 가지고 유럽을 떠나세요. 멀수록 좋습니다.
조프르: 관은 아이리스의 정통을 상징하는 것. 결코 누구도 손대게 할 수 없습니다.
마르세예즈: ……네. 관을 지키는 것은 제 의무입니다. 설령 목숨을 잃는다 하더라도.
마르세예즈: 하지만 심판정이 제게 명령할 권리는 없습니다. 저는 오직 성스러운 아이리스만을――
조프르: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항명은 두렵다는 겁니까?!
조프르: 프리드리히의 군대가 빠르게 진군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당면한 상황을 고려했을 때 벌어질 수 있는 결과는 오직 하나입니다.
조프르: ――아이리스는, 조만간 세상에서 사라질 것입니다.
조프르: 이제 당신을 보낼 수 있는 것은 심판정밖에 없습니다.
조프르: 시간이 없습니다, 마르세예즈. 즉시 관을 가지고 이곳을 떠나십시오.
마르세예즈: ……저는 클레망소를 믿지 않습니다. 그녀가 한 일을 본 후로는 더더욱.
마르세예즈: 하지만…… 당신은 믿습니다. 조프르.
마르세예즈: ……알겠습니다. 마르세예즈, 임무를 받들겠습니다.
마르세예즈: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다시 뵙겠습니다.
조프르: ………네. 당신의 앞길에 아이리스의 가호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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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대서양 어느 곳.
자유 아이리스 주력함대.
베아른: 리슐리외 님. 곧 정찰기가 세인트헬레나 섬 상공에 도착합니다.
리슐리외: 알겠습니다. 함대 진로는 이대로 전속력을 유지하세요.
베아른: 알겠습니다.
리슐리외: 테리블. 세인트헬레나 섬의 방비 능력에 대해 알려 주시겠어요?
르 테리블: 화력은 별로지만 수비력은 뛰어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르 테리블: 심판정의 비밀 요새는 해안이 아니라 내륙 산간에 위치해 있습니다.
르 테리블: 퓨리파이어와 같은 세이렌 상위 개체라면 몰라도 일반적인 전력으로는 함락시키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르 테리블: 설령 상위 개체가 나타났다 한들 공격 지점을 결정하는 것도 힘들 것입니다.
르 테리블: 종합하자면…….
르 테리블: 이 시설은 매우 잘 은폐되어 있으며, 위치를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할 수 있겠네요.
리슐리외: (섬의 방비가 그렇게 강력하다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요. 다행이네요….)
베아른: 안개 속에서 세이렌 함대를 발견했습니다.
베아른: 저희와 진행 방향이 일치하는 것을 보면 어쩌면 목적지도 같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르 테메레르: 분명 그럴 거야! 세인트헬레나 섬을 공격하려는 게 틀림없어!
로피니아트르: 섬의 방어가 예상보다 견고하다는 것을 깨닫고 호출한 증원 함대일지도요….
르 테메레르: 그치만 증원이 가고 있다는 건 아직 섬이 함락되지 않았다는 거지?
베아른: 인간형 개체…… 인포서도 확인되었습니다.
베아른: 자료를 대조해 보면….
베아른: 인포서XV 「Temptation」, 「Restriction」과 양산형의 혼성 함대로 보입니다.
리슐리외: 유니온이 제공한 정보에 따르면 저 둘은 아비터 「Devil XV」의 인포서입니다.
리슐리외: 상황이 좋지 않군요…….
베아른: 리슐리외 님. 세이렌 함대가 진형을 전환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저희를 알아차린 것 같습니다.
리슐리외: (지금은 생각해 봤자 다른 수가 없어요.)
리슐리외: 아이리스 함대, 전진! 세이렌을 격멸합니다!
~3. 관이 숨겨진 곳
>>수신: 철혈이 국경 인근에 병력을 증강 중. 새 군사 행동의 가능성이 있음.
>>송신: 수신 양호. 계속 상황을 주시하도록.
>>――――――
>>수신: 철혈의 첩보망 및 정보 기구의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음.
>>수신: 분석 결과 대규모 군사 행동을 위한 정보 수집 활동으로 추정됨.
>>송신: 수신 양호. 계속 상황을 주시하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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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신: 철혈이 대규모 침공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됨. 신속한 방어 대책 수립을 요함.
>>송신: 수신 양호. 현재 육군이 방어선을 공고히 하여 만전을 기하고 있음.
>>――――――
>>수신: 'Fall Gelb'으로 명명된 기밀 정보를 포착함.
>>심판정은 해당 정보의 신빙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함. 상층부에 전달 바람.
>>송신: '딜 계획'이 이미 진행 중에 있음. 조만간 로열의 지원군이 도착할 예정임.
>>원활한 작전 진행을 위해 철저한 기밀 엄수를 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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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 테메레르: 하아…하아……!
르 테메레르: 리슐리외 님. 적 세이렌 함대 전멸을 확인했어!
로피니아트르: 인포서는 역시 까다롭네…….
베아른: 정찰기가 세인트헬레나 섬 상공에 도착했습니다. 곧 정찰을 시작합니다.
리슐리외: 부디 늦지 않았기를……!
리슐리외: 테리블. 요새가 방금 만났던 인포서들을 막아낼 수 있을까요?
르 테리블: 인포서 말씀이십니까? 다소는 버틸 수 있겠죠.
르 테리블: 세이렌이 이 섬의 산을 평평하게 만들지 못하는 이상은 말입니다.
리슐리외: 그렇다면 아비터 본체가 나타났을 경우에는――
르 테리블: 유감이지만 바로 함락될 겁니다.
르 테리블: 아비터 본체의 전력이라면 섬 자체를 완전히 날려버릴 수도 있습니다.
르 테리블: 그런데 왜 아비터가 이곳에 있는지 모르겠군요.
르 테리블: 「성좌의 관」은 아이리스의 정통의 상징이지만, 세이렌에게는 한 점의 유물에 불과할 텐데.
리슐리외: ……중요한 것은 실제로 인포서가 나타났다는 사실입니다.
리슐리외: 지금은 서둘러 마르세예즈를 구출해야만 합니다.
리슐리외: 우리가 먼저 도착한다면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04. 생추어리
몇 년 전.
대서양 어느 곳.
마르세예즈의 기억.
소녀는 대양을 질주하고 있었다.
그대로 나아가자 수평선 너머로 불타는 강철의 폐허가 나타났다.
마르세예즈: 세이렌 함대가 여기까지 오다니…….
마르세예즈: 여기도 더는 안전하지 않아요.
마르세예즈: 서쪽으로 갈 수밖에 없겠어요.
마르세예즈: 아프리카 대륙에는 안전한 곳이 있을지도――
마르세예즈는 방향을 바꾸고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속도를 줄였다.
그 때 레이더에 어떤 신호가 잡혔다. 그녀 쪽으로 다가오는 한 그림자가 있었다.
마르세예즈: ……!
르 테리블: 오랜만입니다, 마르세예즈 님.
마르세예즈: ……르 테리블?
마르세예즈: 테리블… 정말 당신입니까!?
마르세예즈: 케비르 항 이후로 소식이 없어서, 저는 당신이 이미…….
르 테리블: 전사했거나, 어딘가에서 자침했다고 생각하셨나요?
마르세예즈: 네에…… 죄송합니다. 너무 안 좋은 이야기가 많아서….
마르세예즈: 아무튼 무사해서 다행입니다. 설마 여기에서 만나다니.
르 테리블: 저도 놀라움을 잊을 정도로 기쁩니다. 후후후.
르 테리블: 사실 심판정 밑에서 이런저런 일을 수행하고 있었습니다.
마르세예즈: 케비르 이후로 계속…?
르 테리블: 네. 계속.
르 테리블: 종적을 감춰야 했기 때문에 연락을 드릴 수 없었습니다.
르 테리블: 뭐, 제 이야기는 이쯤 합시다. 그보다――
르 테리블: 다음 피난처를 찾고 계시는 거죠?
마르세예즈: 네. 이 해역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습니다. 저는 더 서쪽으로――
르 테리블: 그렇다면 좋은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마르세예즈: 혹시 리슐리외 추기경님께서 계신 곳입니까?
마르세예즈: 그렇다면 저는――
르 테리블: 유감이지만 아닙니다.
르 테리블: 세인트헬레나 섬. 심판정의 비밀 요새가 있는 곳. 그곳이라면 안전합니다.
르 테리블: 같이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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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인트헬레나 섬 인근 해역.
자유 아이리스 주력함대.
거포의 포성이 섬 주변에 울려 퍼졌다.
고요했던 바다는 세이렌의 포화에 붉게 타오르고 있었다.
르 테메레르: 너무해……….
로피니아트르: 세이렌… 정말로 산을 지워버릴 기세네요…….
리슐리외: 베아른. 정찰 상황은 어떻습니까?
베아른: 세이렌 함대가 이미 주변 해역 대부분을 점거하고 있습니다. 인포서도 확인되었습니다.
베아른: 다만 섬의 자동방어시설도 소수이지만 살아 있습니다. 내부 시설도 아직 완전히 파괴되진 않았을 것으로 보입니다.
리슐리외: 완전히 포위당한 게 아닌가요?
베아른: 네.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섬 주변 특정 해역에는 전력을 배치하지 않았습니다.
로피니아트르: 화력을 집중하다 보니 일시적으로 진형이 무너지고 있는 걸까요…?
르 테메레르: 그게 아냐, 피이! 거기 있어야 할 함대는 분명 아까 우리가 쓰러트린 지원 함대였을 거야!
르 테메레르: 응! 리슐리외 님, 그쪽으로 섬에 상륙하자!
리슐리외: 기다리세요. 허투루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
리슐리외: 섬의 분위기가 이상합니다. 테리블… 아니, 베아른.
리슐리외: 「오염」의 흔적이 관측되지는 않습니까?
베아른: 「오염」, 말씀이십니까?
리슐리외: 네. 성당 섬 케르겔렌과 마찬가지로 이곳에서도 오염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베아른: 죄송합니다 리슐리외 님. 저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베아른: 이곳은 경면해역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가진 장비로는 감지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리슐리외: ……알겠습니다. 우선은 세이렌 함대를 물리치도록 하죠.
리슐리외: 테리블. 심판정의 비밀 회선으로 마르세예즈와 연락할 수 있겠나요?
르 테리블: 아뇨. 아까부터 시도 중입니다만 답장이 없습니다.
르 테리블: 마르세예즈 님의 위치를 파악할 다른 방법이 있을 겁니다.
르 테리블: (자동방어시설 만으로는 이 정도의 잔해가 나오기는 어렵습니다.)
르 테리블: (분명 마르세예즈 님이 요새를 박차고 나온 거겠죠.)
르 테리블: (그렇게나 조심하라고 말했었는데 결국 아무 소용 없었네요.)
르 테리블: (이래서 전투 바보는…….)
리슐리외: 테리블이 마르세예즈를 찾는 동안 우리는 세이렌을 유인하도록 하죠.
리슐리외: 전 함, 방금 송신한 좌표를 향해 진격을 개시합니다. 세이렌을 세인트헬레나 섬에서 떼어냅시다!
르 테메레르: 응? 세이렌 함대가 밀집한 곳을 공격하는 거야?
리슐리외: 네. 세이렌도 전력을 배치하지 않은 곳에 굳이 우리가 들어갈 이유는 없습니다.
리슐리외: (그쪽에서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전투 중에도 조심하는 편이 좋겠어요.)
~05. 회귀
같은 시각. 세인트헬레나 섬.
―――――――!
포격과 함께 새로운 인물들이 전장에 난입했다.
라 갈리소니에르: 그래! 그래야지!
라 갈리소니에르: 아하하하! 좋아 좋아~!!!
알제리: ……갈리소니에르. 누가 공격하라고 했지?
라 갈리소니에르: 아하하♪ 미안 미안, 나도 모르게.
리슐리외: 알제리?! 갈리소니에르도…?!
라 갈리소니에르: 어, 어라?
라 갈리소니에르: 어쩐다…. 우리 들킨 거 같은데 얌전히 가서 얘기나 할까?
알제리: ………………하아아…….
리슐리외: 신궁 사건 이후로는 처음이죠? 알제리, 갈리소니에르.
리슐리외: 두 사람 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알제리: 그러네. 오랜만이야, 추기경님.
알제리: 당신도 건강해 보여서 다행이네.
라 갈리소니에르: 나도 그런대로 잘…… 지내는데.
라 갈리소니에르: 음………….
알제리: ………….
르 테리블: 과묵한 갈리소니에르라니, 보기 드문 광경이네요.
라 갈리소니에르: 나도 때와 장소는 가릴 줄 안다고…… 어?
라 갈리소니에르: 테리블이야!? 진짜 테리블이야??
르 테리블: 진짜……?
알제리: 정말 테리블이니? 지금까지 어디 있었던 거야!
알제리: 네가 갑자기 실종됐을 때는 정말이지…….
알제리: 온갖 끔찍한 소문들이 나돌았어. 이미 가라앉은 줄 알았는데….
르 테리블: ……네?
르 테리블: 여기저기 다니긴 했지만,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제 행적이 누설되지 않았다니.
르 테리블: 정말로 제가 어디 있었는지 모르고 계셨었나요?
라 갈리소니에르: 당연하지! 먼저 연락한 적도 없잖아!
르 테리블: 이래봬도 심판정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몸이라….
라 갈리소니에르: 나도 같은 심판정 소속인데 연락 하나 없는 건 너무하지 않아?
르 테리블: 같은 심판정이라고 해도 서로 간의 업무는 비밀에 부치는 것이 정상 아닙니까?
르 테리블: 지금 여러분께서 왜 이곳에 계시는지 제가 전혀 모르는 것처럼 말입니다.
르 테리블: '그래서' 여러분은 무슨 일로 오셨죠?
라 갈리소니에르: 으으으음……….
르 테리블: 여러분께서도 현재 세인트헬레나 섬의 상황을 보셨을 겁니다.
르 테리블: 각자가 무슨 목적으로 왔는지는 차치하고 우선은 세이렌을 물리치기 위해 힘을 합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라 갈리소니에르: ……알제리 생각은 어때?
알제리: 테리블이 추기경을 이곳으로 안내했다는 건 이미 이 섬의 비밀을 알고 있다는 뜻이겠지.
알제리: 더는 숨길 필요도 없겠네.
알제리: 우리는 심판정으로부터 세인트헬레나 섬으로 가서 「성좌의 관」을 회수하고, 마르세예즈와 함께 본토로 호송하라는 임무를 받았어.
르 테리블: 역시… 여러분도 똑같군요.
르 테리블: (기묘하네요…. 클레망소는 왜 같은 정보를 아이리스와 비시아 양쪽에 흘렸을까요…?)
알제리: 너희도…. 그렇다면 역시 충돌은 피할 수 없겠네.
르 테리블: 그게 아니죠, 알제리 님.
르 테리블: 마르세예즈 님의 구출과 「관」의 회수. 서로 목적은 똑같지 않습니까?
알제리: ………….
르 테리블: 어이쿠. 사실 이러는 사이에 벌써 마르세예즈 님의 위치를 파악했답니다.
르 테리블: ……응? 왜 저런 곳에…….
르 테리블: 베아른 님, 당장 정찰기를 송신해드린 좌표로 보내세요!
르 테리블: 절벽을 중점적으로 살펴 보세요! 마르세예즈 님은 아마 거기 있을 겁니다!
베아른: 절벽……?
르 테리블: 왜 비밀 요새에서 나와서 찾기 쉬운 해안 절벽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리슐리외: (좌표가 세이렌이 배치되지 않는 구역과 가까워…?)
리슐리외: 베아른, 조심하세요.
베아른: 알겠습니다, 추기경님.
베아른: 추기경님. 정찰기가 이상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베아른: …추기경님의 예감이 적중한 것 같습니다.
베아른: 해당 구역은 성당 섬의 「오염」과 비슷하게 검붉은 안개로 뒤덮여 있습니다.
베아른: 안개 속에 적으로 추정되는 존재도 확인 되었――이건…?!
베아른: 정체불명의 적성 존재를 다수 확인! 마르세예즈가 교전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리슐리외: 정체불명? 세이렌이 아닌 겁니까?
베아른: 네. 적의 유형은 그게――정찰기의 눈으로는 형상, 무장을 포함해 전혀 분간할 수가 없습니다…….
르 테리블: (안개 속의 정체불명의 적…….)
르 테리블: (저게 마르세예즈가 요새를 뛰쳐나온 원인인가?)
르 테리블: (아무튼 저것들이 산간 지역까지 진출하면 더는 감당할 수 없어.)
리슐리외: 테리블. 저 적들에 대해 아는 게 있나요?
르 테리블: 아뇨. 저런 건 들어본 적도 없습니다.
르 테리블: 어쩌면 세이렌은 저것과 접촉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병력을 배치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군요.
르 테리블: 이대로는 마르세예즈 님이 위험합니다. 알제리 님, 갈리소니에르. 죄송하지만 함께 가주시겠습니까?
르 테리블: 리슐리외 님께서는 주력함대를 이끌고 따라와 주십시오.
알제리: ……그래. 마르세예즈 구출이 최우선이지.
르 테리블: 그렇죠. 출발합시다!
알제리: 갈리소니에르. 우리도 가자.
리슐리외: 마르세예즈 구출이 최우선입니다. …다들 조심하세요. 금방 따라가겠습니다!
~06. 성도가 불타던 날
몇 년 전.
아이리스 교국. 수도.
마르세예즈의 기억.
아이리스의 빛나는 성도는 포화의 불길에 휩싸여 있었다.
화려하게 포장된 도로는 일찍이 위대한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지금은 또 다른 무자비한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는 퍼레이드에 사용되고 있었다.
불타는 성도의 처참한 모습은 곧 문자로, 사진으로, 온갖 전달 수단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갈 것이 자명했다.
마르세예즈: 사열대에 서 있는 사람은… 장 바르…….
마르세예즈: 심판정뿐만 아니라 호교 기사단까지…….
마르세예즈: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거겠죠.
마르세예즈: 적어도 기사단은 심판정보다 오래 버텼군요.
마르세예즈: 저는 마르세예즈. 아이리스의 전투 천사…. 성좌의 결정에 의문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
마르세예즈: 비록 저항을 멈추고 타오르는 성도를 지켜보라고 할지라도.
마르세예즈: 비록 아이리스와 비시아가 갈라지는 것을 목도하라고 할지라도.
마르세예즈: 전투밖에 모르는 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습니다.
마르세예즈: 아이리스의 가르침밖에 모르는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습니다.
마르세예즈: 배에 불과한 저는, 아무것도…….
마르세예즈: ………….
마르세예즈: 아직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남아 있을 겁니다.
마르세예즈: 교국은 저를 필요로 하고, 이 땅은 저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마르세예즈: 아이리스가 저를 필요로 하는 한, 저는…….
마르세예즈: 마르세예즈는…….
마르세예즈: 쓰러질 수도, 도망칠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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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인트헬레나 섬. 인근 해역.
▇█▎■▄▆▋▂
검붉은 안개로 뒤덮인 바다 속을 리슐리외는 힘겹게 나아가고 있었다.
리슐리외: 이 안개는…… 도대체 뭐죠…?!
리슐리외: 앞으로 나아갈수록 벽처럼 밀어내고…….
리슐리외: 이대로는 호흡도…….
리슐리외: 힘이… 들어가질 않아……!
――――――――!
포격으로 떨쳐내려고 했지만, 안개는 곧 원래대로 돌아왔다.
???: 수없이 저항하고 수없이 실패했다.
???: 네가 하는 짓은 완전히 무의미하다.
???: 그만 포기해. 언니.
리슐리외: 장……바르……?
리슐리외: 아니… 당신은 장 바르가 아니에요!
리슐리외: 장 바르는 절대 그런 말을 하지 않아요…!
리슐리외: 이것은 환상…. 성당 시설의 「오염」과 똑같아…….
리슐리외: 냉정하자, 리슐리외……. 냉정하자…. 환상에 현혹되지 않도록…….
???: 냉정, 이라고?
???: 오히려 분노해야 하지 않나?
???: 너는 동료도, 동생도, 심지어 조국까지 버렸다.
???: 지금까지 이를 악물고 온갖 모욕을 견뎌내면서 얻은 것은 결국 뭐지?
???: 끝없는 조롱, 멸시. 비방, 학대…… 그뿐이다.
???: 그런데 어떻게 냉정해질 수 있지?
리슐리외: ……그만하세요…!
――――――――!
???: 흥. 이제야 알았나.
???: 그래. 그 감각이다! 자신의 분노를 받아들여!
리슐리외: 입, 다물어……!!!
검은 태양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리슐리외: 부디 제게 인도를…. 이 환상을… 이겨낼 힘을……!
눈앞에 있던 흉측한 허상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의식이 원래대로 돌아왔다. 리슐리외는 깃발을 세게 쥐었다.
그러나…….
리슐리외: 하아…하아……. 환상은… 사라졌네요….
리슐리외: 그리고 아까 느꼈던 답답한 공기도…….
문득 자신이 들고 있는 깃발에 무수한 빛이 모여 있음을 깨달았다.
리슐리외: 기도를 드리면 심상이 모여 「개념」으로 현현한다.
리슐리외: 아무래도 제 기도가 응답받은 것 같군요…….
리슐리외: ……역시 이곳은 심판정의 핵심 시설임이 틀림없어요.
리슐리외: 성당만이 아니라 더 넓은 범위에서의 개념의 공격….
리슐리외: 그것을 물리적으로 응용한 것이 「묵시록의 4기사」였다면, 지금의 태양은…….
리슐리외: 클레망소… 당신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예요……!
――――――――!
멀리서 들리는 포격의 굉음이 리슐리외의 사고를 중단시켰다.
리슐리외: 마르세예즈, 모두가 아직 싸우고 있어요……!
리슐리외: 이 힘이 남아 있는 한 모두를 도와야 합니다…….
리슐리외: 심판정… 아니, 아이리스의 비적에 대해서――언젠가는 꼭 설명을 들도록 하겠습니다.
리슐리외: 아이리스의 미래를 인도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07. 도피행
몇 년 전.
세인트헬레나 섬. 심판정 비밀 요새.
마르세예즈의 기억.
르 테리블: 이것으로 대강 안내해 드렸는데, 어떠십니까? 마르세예즈 님.
마르세예즈: 산 속에 이렇게나 큰 공동을 파낼 줄이야…….
마르세예즈: 군사 계획에 이런 거대한 규모의 요새는 없었습니다. 인가와 주도를 한 것은 심판정이라고 들었는데.
마르세예즈: 대체 건설 자금은 어떻게 확보한 거죠?
르 테리블: 글쎄요…. 심판정의 비자금일까요?
르 테리블: 자세한 것은 저도 모르겠습니다.
르 테리블: 심판정 역시 비밀 조직이니 외부에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많은 것도 어쩔 수 없겠지요.
마르세예즈: 성좌는 줄곧 심판정의 권력을 경계해 왔었습니다.
마르세예즈: 보아하니 왜 그랬는지 이해가 되는군요.
르 테리블: 마르세예즈 님. 지금이 그런 것을 따질 때입니까?
르 테리블: 아무튼 이 요새의 통제권은 이제 당신 손 안에 있습니다.
르 테리블: 「성좌의 관」을 수호하는 임무 역시, 말입니다.
마르세예즈: …저와 함께 이곳을 지키는 것이 아닙니까?
르 테리블: 아쉽지만 아직 할 일이 많이 남아서 말입니다.
르 테리블: 조사해야 하는 것도, 지켜봐야 하는 것도, 뭐 여러 가지가 있으니까요.
르 테리블: 마르세예즈 님을 홀로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지만, 이 역시 아이리스의 의지이자, 우리가 부여받은 임무입니다.
르 테리블: 때가 되면 다시 올 터이니 그 때까지는 참아 주십시오.
마르세예즈: 네. 전투 천사 마르세예즈. 목숨을 걸고 관을 지키겠습니다.
르 테리블: ………….
르 테리블: 마르세예즈 님. 언젠가 관과 자신의 목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때가 온다면 부디 망설임 없이 후자를 선택하시기 바랍니다.
르 테리블: ……이 땅에 아이리스의 피는 이미 충분히 흘렀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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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세인트헬레나 섬. 인근 해역.
▇█▎■▄▆▋▂
뻗어가는 안개가 이윽고 달빛마저 가렸다.
그것은 마치 의지를 가진 것처럼 계속 꿈틀거리고 있었다.
귀를 기울이면 멀리서 바람과 함께 울부짖는 소리도 들리는 듯했다.
마르세예즈: 역시 왔군요. 관을 빼앗으려는 사악한 존재.
마르세예즈: 모습은 숨길 수 있어도 그 악의의 송곳니와 발톱은 숨길 수 없습니다.
마르세예즈: 이곳은 심판정의 요새. 아이리스의 원적을 막는 방패이자, 아이리스의 비적을 지키는 성스러운 장소.
마르세예즈: 적은 이미 방벽을 허물었습니다. 그렇다면 영광스럽게 맞서 싸울 수밖에요.
마르세예즈: 테리블… 죄송합니다.
마르세예즈: 저는 아이리스의 천사. 싸우기 위해 태어난 존재.
마르세예즈: 「관」과 제 목숨 중 하나밖에 선택할 수 없다면, 저는 주저하지 않고 관을 선택할 것입니다.
마르세예즈: 어떤 상황에 처하든, 어떤 적을 상대로든.
마르세예즈: 관에 손을 대려면, 저를 밟고 넘어서야 할 것입니다.
마르세예즈: 신성을 더럽히는 마귀의 무리――
마르세예즈: 거룩한 아이리스의 이름으로 당신들을 격멸하겠습니다!
장검은 거룩한 빛을 발했다.
관을 지키려는 소녀의 순결한 의지는 형체 없는 악의를 몇 번이고 물리쳤다.
하지만 적은 끝이 없었다.
이미 한계를 넘은 상황. 압도적으로 불리한 가운데 소녀는 점점 절벽으로 내몰렸다.
그 앞은 바다가 아닌 패배의 심연. 마침내 그녀의 최후가 찾아온 것만 같았다.
마르세예즈: ……여기까지…인가…….
그 때 시야를 가리는 검붉은 안개 저편에서 작은 빛이 보였다.
마르세예즈: 저 빛…… 저 목소리는……. 리슐리외 추기경님…?
마르세예즈: 어떻게, 여기에……?
마르세예즈: 아니, 지금은 그보다…… 싸우는 게 먼저야!
희망을 얻은 소녀는 다시 검을 치켜들었다. 검에서 나온 빛이 안개를 내몰았다.
빛 속에서, 깃발을 치켜든 리슐리외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마르세예즈: 추기경님, 관을 넘겨드리겠습니다!
마르세예즈: 부디 관을, 지켜 주십시오…!!
마르세예즈는 거룩한 빛을 향해 관을 던졌다.
그 순간 소녀의 모습은 다시 안개 속으로 삼켜졌다――
~08. 성관(聖冠)의 관(棺)
>>우리 군대는 패배했다.
>>전선은 이미 무너졌고, 철혈군은 빠르게 진격하고 있다.
>>사디아 역시 전쟁에 합류하여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현재 모든 병력은 성좌의 명령에 따라 수도에서 철수했다.
>>수도는 현재 무방비 상태이다.
>>나는 이미 심판정 산하 각 부대에 전력을 온존하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정보 기구를 포함한 각 부서는 잠복 상태로 들어가 장기전을 대비 중이다.
>>호교 기사단을 포함한 모든 함대는 장 바르의 지휘 하에 각지로 분산 배치되었다.
>>하지만 심판정 함선은 장 바르와 사령부의 지시를 전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는 밀명을 전파했다.
>>명령이 상충할 경우 심판정의 명령을 우선한다.
>>추기경은… 로열로 가는 사절로 위장해 아이리스를 떠나는 식으로 대피시킬 예정이다.
>>……홍수를 피할 수 없다면, 방주를 준비하는 것이 현명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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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을 맡긴 후, 마르세예즈가 지각하는 세계는 점차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시야는 검게 물들고, 귀를 찌르는 소리가 울렸다. 소녀의 의식은 점점 안개 속으로 삼켜져 갔다.
마르세예즈: ……끔찍한 소음…….
마르세예즈: 하지만 곧…… 조용해지겠지…….
마르세예즈: 이것으로…… 모든 게…… 사라질 거야…….
소녀는 두 눈을 감고 의식이 멀어져 가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그 때 귓가에 그립지만 낯선 목소리가 들렸다.
목소리: ……의식을……붙잡으세요…….
목소리: ……포기하지 마……….
목소리: 포기하지 마세요……!
어둠 속에 빛이 내리쬐었다.
마르세예즈: ………빛?
리슐리외: “지옥의 악마들이여.”
리슐리외: “아이리스의 추기경, 리슐리외가 고하노라.”
리슐리외: “이 땅은 아이리스의 성지.”
리슐리외: “이 땅이 봉한 것은 영광스러운 존재의 비적.”
리슐리외: “그러므로 악의 발호를 결코 용서치 않으리라.”
리슐리외: “먼지는 먼지로, 재는 재로.”
리슐리외: “거룩한 깃발 아래 불에 타 사라질지어다――!”
마치 안개가 빛에 걷히는 것처럼 꿈틀거리는 존재는 점점 희미해지고 사라졌다.
안개가 사라지면서 함선들을 휘감고 있던 흉흉한 기운도 사라졌다.
마르세예즈는 정신을 차리고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마르세예즈: 리슐리외 추기경님께서 적을 격퇴해 주셨군요…….
마르세예즈: 그렇지만… 무언가 이상한데…….
리슐리외: 마르세예즈! 괜찮아요? 정신 차리세요…!
마르세예즈: 추기경님…. 성좌의 관은…….
리슐리외: ……죄송합니다, 마르세예즈. 관은 빼앗겼습니다.
마르세예즈: …………!
마르세예즈: 그, 그럴 수가…….
가까스로 이성의 끈을 유지하던 마르세예즈였지만, 충격적인 사실에 그만 그 끈을 놓치고 말았다.
연달아 밀려오는 피로감에 소녀는 의식을 잃었다.
리슐리외: ……뒤는 제계 맡겨 주세요.
잠시 후 함선들은 남은 세이렌을 소탕하고 마르세예즈를 안전한 곳으로 후송했다.
하지만 관은 되찾지 못했다.
검붉은 안개도, 정체불명의 적들도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사라졌다.
해안에 남은 포격의 흔적만이 이곳에서 벌어졌던 격전을 조용히 증언하고 있었다.
~09. 크라운 퀘스트
얼마 후. 세인트헬레나 섬.
심판정 비밀 요새.
아이리스·비시아 함대.
라 갈리소니에르: 역시 심판정 비밀 시설이야. 견고하게 지어졌네.
라 갈리소니에르: 밖이 저렇게나 엉망인데 안은 거의 피해를 입지 않았어.
알제리: 목소리가 너무 크잖니. 부상자도 있는데.
라 갈리소니에르: 으아아, 미안…….
마르세예즈: ………….
라 갈리소니에르: 마르세예즈. 아직도 화났어?
마르세예즈: ……아닙니다.
라 갈리소니에르: 완전 화났네 뭐!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마르세예즈: ……갈리소니에르와는 상관 없는 일입니다.
리슐리외: ……라 갈리소니에르. 마르세예즈는 아마 제게 화가 났을 겁니다.
라 갈리소니에르: 추기경님, 고생했어――
라 갈리소니에르: 바깥은 이제 괜찮아…?
리슐리외: 화재도 거의 진화되었고, 세이렌의 습격 징후도 보이지 않습니다.
리슐리외: 「관」이 더 이상 여기 없다는 것을 깨달았겠죠.
마르세예즈: ………이런 말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건 알고 있지만.
마르세예즈: 추기경님. 그 때 추기경님은 제가 아니라 관을 지키셨어야――
리슐리외: 제가 「성좌의 관」이 아니라 당신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리슐리외: 그 때 그대로 관을 주워 도망쳤다면 탈출을 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랬다면 당신이…….
마르세예즈: 저는 아이리스의 전투 천사입니다. 관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목숨조차 아끼지 않을 것을 맹세했었는데…!
리슐리외: 당신을… 더는 아이리스의 동료를 잃고 싶지 않았습니다.
리슐리외: 저는 관이 아니라 동료 마르세예즈의 목숨을 선택했습니다.
리슐리외: 당신의 의지를 짓밟은 것은 사과드립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비슷한 일이 벌어져도, 저는 몇 번이고 같은 선택을 할 것입니다.
리슐리외: 아무리 관이 정통의 상징이라고 하더라도, 동료를 희생하면서까지 얻고 싶지는 않습니다.
마르세예즈: ……리슐리외 추기경님…. 저는 역시…… 이해할 수 없습니다…….
마르세예즈는 더 할 말이 있는 것 같았지만, 이내 눈을 감고 침묵을 지켰다.
리슐리외: 지금은 푹 쉬도록 하세요. 마르세예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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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인트헬레나 섬. 인근 해역.
알제리: 이만 헤어질 시간이야. 리슐리외 님.
리슐리외: ……알제리?
알제리: 관은 빼앗겼으니 더 이상 머물 필요는 없잖아?
알제리: 돌아가서 클레망소 님께 보고 관을 탈환할 준비를 해야지.
알제리: 마르세예즈는… 그 아이는 리슐리외 님께 맡길게.
리슐리외: 알제리……. 역시 저희와는 함께하지 않는 건가요.
알제리: 우리도 우리 나름대로 입장과 사명이 있어. 그럼 이만. 잘 지내.
르 테리블: 두 분 다 멈추십시오.
르 테리블: 어… 자유 아이리스 해군을 대표하여 비시아 성좌 소속 알제리, 라 갈리소니에르 2명에게 고합니다!
르 테리블: 귀함들은 아이리스의 시설에 무단 침입하였으며, 아이리스 함대에 대해 의심스러운 행동을 취했습니다!
르 테리블: 당장 멈추고 아이리스 함대에 투항하십시오! 그렇지 않으면 귀함들을 무력으로 나포하겠습니다!
르 테리블: 뭐, 이미 포위당했으니 이쯤 하면 되겠죠.
라 갈리소니에르: ……아. 잠깐 우리 관계를 까맣게 잊고 있었네.
라 갈리소니에르: 너무 자연스럽게 협력해서 싸우다 보니 그만…. 으으음…….
라 갈리소니에르: 알제리. 아무리 봐도 강행 돌파는 힘들 거 같은데 그냥 항복하는 건 어때?
라 갈리소니에르: 어차피 임무도 실패했고, 돌아가서 클레망소한테 뭐라 할 말도 없잖아?
라 갈리소니에르: 실패는 용납되지 않는다고 했지만, 항복에 대해선 아무 말도 없었잖아~
알제리: ……….
알제리: 테리블도 갈리소니에르도, 처음부터 이걸 노린 거니?
알제리: 그렇다고 내가 “자, 그럼 항복”이라고 말할 수 없는 입장인 건 알잖아.
리슐리외: 믿지는 않겠지만, 방금은 저도 당신만큼이나 놀랐습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알제리. 이것만은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리슐리외: 아이리스와 비시아는 본디 하나였습니다. 제가 해왔던 모든 일 역시 아이리스를 다시 하나로 만들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리슐리외: 어떤 시련이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제 결심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입니다.
리슐리외: 하나된 아이리스라는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저는 절대로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리슐리외: 클레망소와 심판정, 장 바르와 기사단도… 분명 같은 마음이리라고 믿습니다.
리슐리외: 저희가 서로 다툰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건 서로가 선택한 길이 달랐을 뿐이지, 그 신념까지 달라서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리슐리외: 모두의 노력 덕분에 비적은 회수되었고, 성당 시설도 안정화 되었으며, 푸른 항로의 평화 역시 안전하게 지켜져 왔습니다.
리슐리외: 우리는 이미 같은 목표를 위해 협력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는데, 이 이상 분열된 상태로 있어야만 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겠습니까?
리슐리외: 여러분도 이미 알고 계실 것입니다.
리슐리외: 증오의 불길은 사그라들었습니다. 어제의 적은 오늘의 친구가 되었고,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는 합심하여 세계박람회를 개최하는 쾌거를 이룩했습니다.
리슐리외: 더디게 보일지라도 세계의 흐름은 확실히 바뀌고 있습니다.
리슐리외: 그렇다면 저희는 어떻게 되는 거죠? 더는 아이리스의 통일은 남들의 관심 밖의 문제가 되어 버렸습니다.
리슐리외: 혹자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우리를 분열된 상태로 유지시키려 하기도 합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그것이 우리가 노력하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못합니다. 우리는 과거에 머물지 말고 계속해서 나아가야만 합니다.
리슐리외: 알제리. 당신이 윗선의 명령에만 복종하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리슐리외: 우리는 아이리스의 미래를 인도해야 합니다. 결코 사악한 저류에 휩쓸리게 두어서는 안 됩니다.
알제리: 리슐리외 님…….
리슐리외: 알제리. 부디… 우리와 함께 싸워 주세요.
알제리: 내가 빠지면, 클레망소 님이――
리슐리외: 걱정하지 마세요. 그 아이는 스스로를 챙길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리슐리외: 비시아의 동료들과 함께 그녀를 찾아가 분열된 조국을 하나로 만들 날도 머지 않았습니다.
르 테리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시다면 이 세인트헬레나 섬의 시설을 ‘영원토록’ 자유롭게 이용하셔도 괜찮습니다.
르 테리블: 하지만 이미 포위되었다는 사실은 잊지 마십시오.
르 테리블: …어흠. 두 분께 다시 한 번 고합니다.
르 테리블: 지금 투항하면 아이리스의 깃발 아래 함께 싸울 권리. 저희와 어깨를 나란히 할 권리를 얻으시는 겁니다.
알제리: 정말……. 어쩔 수 없네.
알제리: 순식간에 포위당하고 이런 제안까지 받으면 항복할 수밖에 없잖아.
알제리: 리슐리외 님. 당신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이미 일어난 일을 없었던 것으로 할 수는 없어.
리슐리외: 네. 대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갈 수는 있죠.
알제리: 그래. 어두운 미래가 아니라, 밝은 내일을 향해서….
리슐리외: 돌아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알제리.
~10. 추적
세인트헬레나 섬. 심판정 시설 내부.
시설에서 하루 동안 휴식을 취한 후, 함선들은 다음 행동에 대해 협의했다.
마르세예즈: 「성좌의 관」 수색 및 탈환을 제안합니다.
마르세예즈: 비록 상징에 불과할지라도, 그것은 결코 사악한 자의 손에 넘어가서는 안 됩니다.
르 테리블: 제 입으로 가치가 없다고 말하긴 했습니다만, 저도 마르세예즈 님의 제안에는 동의합니다.
르 테리블: 클레망소 님이 정보를 흘린 것에도 무언가 의도가 있을 것이고, 거기에….
르 테리블: 관을 빼앗아 간 그 정체불명의 적에 대해서도 조사해야 합니다.
리슐리외: 관의 수색과 탈환은 확실히 중요합니다.
리슐리외: 다만 관보다는 세이렌과 그 정체불명의 적이 더욱 신경 쓰이는군요.
리슐리외: 세이렌이 어떻게 이 비밀 요새와 관의 존재를 알아냈는지, 그리고 왜 관을 탈취하려고 했는지.
리슐리외: 또한 정체불명의 적과 아비터와의 연관성도 규명할 필요가 있습니다.
라 갈리소니에르: 그럼 내가 일단 심판정으로 돌아갈까?
라 갈리소니에르: 여기서 일어난 일은 우리 말고는 아무도 모르잖아?
라 갈리소니에르: 그러니까 내가 스파이로 성좌에 돌아간 다음에 심판정의 정보망을 이용해서 여러모로 조사를 해보는 거야.
알제리: 좋은 생각이네. 리슐리외 님은 어때?
리슐리외: 네. 그렇다면 아이리스 본토의 정보도 얻어낼 수 있겠죠.
라 갈리소니에르: 그럼 된 거지? 바로 출발할게! 아하하, 엄청 기대되는데!
르 테리블: 아아, 잠시만요 갈리소니에르, 리슐리외 님.
르 테리블: 아, 정보 수집에 관해서 말씀드리자면, 이 비밀 요새에도 중요한 자료가 많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르 테리블: 잘 찾아보면 분명 추후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르 테리블: 물론 전부 확인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죠.
르 테리블: 그러니 좀 더 이곳에 머무르면서 조사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라 갈리소니에르: 그치만 모두 다 여기 남아 있을 필요는 없잖아? 점검이나 조사는 몇 명만으로도 충분한걸.
라 갈리소니에르: 따로따로 움직이는 게 더 좋지 않아?
르 테리블: 물론이죠. 당신이 스파이 행세를 하면서 클레망소 님의 눈을 속일 수만 있다면요.
라 갈리소니에르: ……으음. 역시 생각 좀 더 해볼까…….
르 테리블: 리슐리외 님. 이는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르 테리블: 이곳에 머물면서 정보를 조사하고, 또 이 시설을 추후 활동의 작전 기지로 삼을 수도 있을 겁니다.
리슐리외: 즉 너무 서두르지 말자는 뜻이군요.
리슐리외: 갈리소니에르. 당신이 심판정으로 복귀하는 것에 이의는 없지만, 지금은 테리블의 제안을 따르도록 합시다.
르 테리블: 대단히 감사합니다, 리슐리외 님.
르 테리블: 아, 갈리소니에르. 아직 심판정의 「약」이 남아 있다면 제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르 테리블: 리슐리외 님께서 꾸셨던 악몽은 성당의 메커니즘과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리슐리외: ……네?
르 테리블: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합니다만, 케르겔렌의 성당 시설에 다녀오신 이후로 악몽을 꾸기 시작하셨죠?
르 테리블: 시설 및 그 주변에서 근무하던 심판정 인원들이 유사한 증상을 호소하여 이를 완화하기 위한 약을 제작한 적이 있습니다.
라 갈리소니에르: 잠깐만…. 응 아직 남아 있어.
갈리소니에르는 「약」이 담긴 작은 병을 건넸다.
라 갈리소니에르: 내 경험상 이 정도면 충분한 양일 거야.
르 테리블: 한 병 더 주십시오. 예비용으로.
라 갈리소니에르: ……어?
르 테리블: 왜 그러시죠?
갈리소니에르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한 병 더 꺼내 테리블에게 건넸다.
르 테리블: 감사합니다, 갈리소니에르.
르 테리블: ………그럼 추기경님, 다음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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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적에게 모든 적대 행위를 중단할 것을 요청했다.
>>괴로운 결단이지만 다른 선택권은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많은 사람들이 가슴을 쓸어내릴 것이다.
>>마치 모든 것이 끝났다는 것처럼.
>>비열하기 짝이 없는 행동이지만, 결국 그럴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더러운 거래에 분노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
>>분노로 가득 차 결정을 내린 사람에게 저주를 퍼붓는 자도 있을 것이다.
>>좋다. 분노는 저항의 토양이 되고, 승리를 향한 첫걸음이 된다.
>>아이리스 교국의 싸움은 끝났다.
>>하지만 내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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