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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은 자의 천칭 上

킹루클린 2023. 8. 22. 13:12

 ~01. 지금까지의 이야기
“전쟁은 끝났습니다. 바다에는 다시 평화가 찾아왔습니다.”
“전 세계는 행복에 젖어들었습니다.”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지휘관. 지금…… 지금이라는 시간을 즐기렴.”

…………
사디아 제국 주최. 세계박람회.
유니온에서 연구를 마친 지휘관은 드디어 세계박람회에 참가할 수 있었다.
이제 동료들과 함께 평화를 기원하는 축제를 즐길 일만 남았다.
…………라고 생각했지만.




 ~02. 폐막식의 이변

 

??? ???
사디아 제국 세계박람회장. 콜로세움 주변.
폐막식 당일.

청랑한 날씨 가운데 세계박람회장 내를 걸었다.

축제의 주 행사장인 콜로세움 근처로 다가가자 유쾌한 가락이 들려왔다.

곧 시작될 폐막식을 보기 위해 주위에서 사람들이 속속들이 모여들었다.

인파로 인한 소란스러운 분위기와 열기가 행사장을 온통 뒤덮었다.

멤피스: 역시 세계박람회구나….

멤피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꽤 한산했었는데, 폐막식 당일이 되니 이렇게 시끌벅적할 줄이야.

멤피스: 후훗. 나도 두근거리네.

헬레나: 응. 멤피스가 이렇게 신나할 줄은 몰랐어. 후후.

멤피스: 사람들이 이렇게나 들떠 있는걸. 나도 분위기는 읽을 줄 안다구.

멤피스: 맞다. 헬레나, 지휘관. 행사가 시작되기 전에 기념품이라도 사두는 게 어때?

멤피스: 그 마르코 폴로 ‘님’께서 폐막식 연설을 맡았으니까 진지하게 경청해야지.

마르코 폴로 ‘님’?

마르코 폴로가 ‘님’을 붙일 정도의 아이였나…?

헬레나: 지휘관도 눈치챘구나.

헬레나: 멤피스도 그렇고, 행사장에 있는 사람들의 분위기가 좀 너무 과열된 것 같아.

눈을 돌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을 관찰해봤다.

평범한 행사 분위기를 넘어서 무언가 ‘광신적’으로까지 느껴졌다.

뭔가 이상하다. 아무리 세계박람회라고는 하지만 이렇게까지는――

멤피스: 응? 지휘관? 왜 그래?

멤피스: 이상하다니, 실례잖아. 마르코 폴로 ‘님’이 등장하는 세계박람회니까 신나는 게 당연하지.

멤피스: 기념품이 매진되기 전에 확보하는 게 좋겠어. 자, 가자!

→ (역시 이상하다…)
→ (잘못 들은 게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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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로세움 중앙에서 마르코 폴로는 세계박람회 폐막식 연설을 하고 있었다.

정신을 차려 보니 나와 헬레나, 그리고 기념품을 껴안고 있는 멤피스는 어느새 관중석에 앉아 있었다.

어라? 언제 콜로세움 안으로 들어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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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어.

마르코 폴로: 나는 사디아의 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 그리고――「신」의 지상 대행자야!

마르코 폴로: 아아, 이 얼마나 기쁜 날인가!

마르코 폴로: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싸우지 않아도 돼.

마르코 폴로: 세이렌에 시달릴 일도 없어!

마르코 폴로: 세계의 법칙은 고쳐졌고, 무상한 「신」이 이곳에 내려왔어!

마르코 폴로: 그래! 우리는 이제 「신」의 나라에 있는 거야!

마르코 폴로: 기뻐하렴! 이 자리에 있는 너희들은 모두 그 분의 증인이 되었어!

마르코 폴로: 영원한 평화에 갈채하라!

마르코 폴로: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갈채하라!

마르코 폴로: 사디아의 위광에 갈채하라!

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에게 갈채하라!

마르코 폴로: 「신」에게 갈채하라!!

황당무계한 내용임에도 우레와 같은 박수가 행사장을 뒤흔들었다.

열광을 넘은 광신의 분위기가 콜로세움을, 행사장을, 바다를, 푸른 별을 뒤덮을 기세였다.


→ 멈춰야 해
……저 황당한 연설을 막아야 해.

나는 재빨리 멤피스의 통신기를 낚아채곤 연설에 끼어들었다.

마르코 폴로: 지, 지휘관……? 네가 어떻게…….

마르코 폴로: 자, 잠깐! 아니야! 이건――

연설을 방해받은 마르코 폴로는 무척이나 당황한 표정이었다.

역시 뭔가 꾸미는 게 있는 모양이다.

→ 대체 무슨……
주변을 둘러보니 멤피스와 다른 동료들도 박수를 치고 있었다.

역시 이상하다. 모두가 무언가의 영향을 받고 있다.

하지만 행동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좀 더 정보를 모아야 한다.

 


생각을 더듬으려는데 갑자기 졸음이 엄습했다.

눈앞에 있는 세계가 순식간에 어두워져 갔다――



 ~03. 심판의 상징

 

검은 태양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콜로세움에 있었는데, 어느새 다시 세계의 풍경이 바뀌었다.

여기는 어디지…………?

생각을 반영하는 세계――「리얼리티 렌즈」에서의 광경이 순간 떠올랐다.

이곳은 꿈의 세계인가…? 아니면………….

→ 저 검은 태양은…

적어도 이곳은 내가 아는 현실 세계는 아닌 것 같다.

꿈치고는 리얼하지만, 아까 콜로세움도 그렇고

적어도 직감적으로 적의가 느껴지지는 않았다.

검은 태양은 열을 방출하지도 않았다. 그저 ‘거기 있을’ 뿐이었다.

→ 조금 더 관찰해보자

검은 태양――의 공동 속을 유심히 들여다보았다.

눈이 점점 익숙해진 덕인지, 공동 속에 무언가가 보였다.

→ 기계……장치?

뚜렷하게 보이지는 않았지만, 검은 태양의 내부라고 할 수 있는 곳에 분명 거대한 장치가 있었다.

볼 수 있는 것은 빙산의 일각. 장치 본체는 ‘이 세계’에는 없는 것 같았다.

더욱 의식을 집중하려 하자 등에 전류가 흐르는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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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속 같다.

옛 유적 안에 있는 듯했다.

→ 호흡이…… 힘들다.

고요한 검은 태양과는 달리 이번에는 명확한 적의가 느껴졌다.

………이대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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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중압감에 의해 의식이 날아가려는 순간――

풍경 소리가 들렸다.



 ~04. 꿈에서의 해후

 

딸랑딸랑. 풍경 소리가 계속해서 울려펴졌다.

중압감이 사라지고, 정신을 차려보니 이번에는 기묘한 공간으로 전이된 것 같았다.

→ 저건… 중앵의……?

시선 끝에 중앵식의 토리이가 있었다.

마치 경계선처럼, 토리이를 사이로 양쪽에서 파도가 밀려왔다 빠져나가기를 반복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별들과 함꼐 신기루 같은 누각이 거꾸로 뻗어 있었다.

→ 또 꿈인가…?

거꾸로 매달린 거리는 엄청나게 넓었다. 마치 우리가 본디 대지에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듯했다.

더욱 앞을 바라보니, 또 다시 기계 장치의 일부가 시야에 들어왔다.

검은 태양――공동 속에 있는 기계와 마찬가지로 여기 있는 기계 또한 본체는 다른 곳에 있는 것 같았다.

……………….

→ 토리이 쪽에 누군가가 있다

다시 토리이 쪽을 바라보니 검붉은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내 시선을 알아차린 듯, 검붉은 ‘그녀’가 뒤를 돌아봤다.

얼굴도 복장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그리운 느낌이 들었다.

내가 말을 걸기도 전에 검붉은 그녀는 훌쩍 사라졌다.

----

시나노: ………그대는….

등 뒤에서 아는 목소리가 들렸다.

→ 시나노……
→ 여기는 역시 「꿈」인가……

시나노: 역시…… 그대인가…….

시나노: 내가 보는 꿈속에서 그대와 다시금 만나게 되다니…. 운명인가 인연인가….

시나노에게 아까 봤던 사람 그림자에 대해 아는 것은 없는지 물어봤다.

시나노: ……검붉은 사람의 그림자? 본 기억이 없다. 미안하구나….

시나노: 이 세계에서 본 존재는, 그대가 처음이니라…….

시나노가 보는 꿈의 세계는 무척이나 많아서 자기 자신도 전부 파악하고 있지는 못한다고 한다. …꿈이니까 당연하겠지만.

시나노: 이 수천(水天)의 꿈은 「꿈의 틈새」…. 허상과 현실을 잇는 몽계의 휴식 공간…….

시나노: 내게는 본래의 세상과는 또 다른 고향.

시나노: 꿈을 볼 때는, 이 수천에 잠시 몸을 쉬는 경우도 많으니라…….

시나노: 허나…… 이번 꿈은, 시기가 나빠서…….

시나노: 세계박람회 폐막식을, 놓치게 되었구나…….

이것은 즉… 시나노가 폐막식 시작 직전에 잠들었다는 뜻일 것이다.

중앵 대표단의 대표를 맡고 있다고 들었는데… 과연 재난이 아닐 수 없다.

시나노: 그대도… 세계박람회에 왔는가…?

시나노: ……내가 보는 「꿈」에 나타난 것이, 현세에 있는 지휘관이라니…… 심히 다행이구나…….

그러고 보면 남의 꿈에 들어가다니 참으로 묘한 일이다. 더욱이 서로가 ‘꿈에서 만들어진 존재’도 아니니.

시나노: 그대를 꿈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그대와 같은 꿈을 꾸고 있다니…….

시나노: 몇 번 만났다고는 하지만, 이러한 상황은 처음이니라…….

시나노: 몹시, 기쁘구나…….

중앵의 장갑항모 시나노. 그녀는 꿈을 보는 신기한 힘을 가지고 있다.

일찍이 아처피시 일행과 경면해역에 갇혔을 때 꿈을 보고 있던 시나노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녀는 꿈을 단순히 예지나 일어날 수 있는 미래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그 사건 이후로 다소 시각이 바뀐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 꿈을 시나노가 자주 꾸고 있다면… 단순한 꿈이 아닐지도 모른다.

하늘에 거꾸로 매달려 있는 거리. 그리고 그 안쪽에 있는 정체불명의 기계 장치, 검은 태양.

그리고 몇 번이나 들렸던 의문의 풍경 소리――

시나노: …풍경 소리. 나도 들은 적이 있다…….

시나노: 허나 꿈을 볼 때마다 들리는 것은 아니고, 어쩌다 가끔씩….

시나노: 그 소리는, 꿈의 세계의 ‘길잡이’일지도…….

시나노: 소리를 더듬어 가면 묘한 꿈을 볼 수도 있지만….

시나노: 악몽에서 벗어나려고 할 때도, 종종 들리느니라….

시나노: 허나 모두 좋은 꿈으로 인도되리라고는 할 수 없는 법…. 어제 보았던 꿈도, 실로 두려웠도다…….

시나노: 풍경 소리가 이끄는 광경…. 금빛 하늘에 검은 태양이 비치고…….

시나노: 불꽃이 있으나 열을 느낄 수 없으며, 영혼마저 얼리는 차가운 공동――

시나노까지 그 무서운 꿈을 꾸었다면… 역시 일단은 정보를 공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정보를 시나노에게 알려줬다.

----

시나노: 그대도 검은 태양을 보았는가……?

시나노: 꿈이라고는 하지만, 몇 명이나 시달렸다면 경시할 수 없음이러니….

시나노: 내가 본 검은 태양 꿈에서는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느니라…….

시나노: 누구인지는……으음……. 잘 기억나지 않는구나 미안하다…….

시나노: 꿈을 본 것은 이른 아침…. 그리고 깨달으니 다시 꿈에 빠져버려서….

시나노: 그 사이의 기억이…….

시나노: 그대도… 깨달으니 꿈을 꾸고 있었다고…….

내 기억도 시나노와 마찬가지로 이른 아침에 멈춰있다.

동료들과 함께 유니온 파빌리온에서 나와 콜로세움으로 가는 도중. 그 후 행사장에서 마르코 폴로의 연설을 듣는다.

그 때 위화감을 느꼈던 이유가 이거였구나…….

시나노: ……그대도, 나와 똑같구나…….

시나노: 단순한 꿈이라면 좋겠지만…. 만일 ‘사실’이 될 수 있다면 재앙의 근원이 될지도….

즉 이 꿈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한다.

시나노: 허면 나와 그대가 보는, 이 꿈에서 깨어나면――


문득, 풍경 소리가 울려 퍼졌다.

시나노: 이 소리는…… 혹, 깨어남으로 인도하는 소리……?

시나노: 지휘관. 현세의… 세계박람회에서 다시 보기를 기원하마…….

시나노: 괜찮다면, 이 연락 수단을――



 ~05. 갈라진 낙원

 

현실.
사디아 제국 세계박람회장. 콜로세움 주변.
폐막식 당일.

청랑한 날씨 가운데 세계박람회장 내를 걸었다.

축제의 주 행사장인 콜로세움 근처로 다가가자 유쾌한 가락이 들려왔다.

멤피스: 역시 세계박람회구나….

멤피스: 며칠 전까지만 해도 꽤 한산했었는데, 폐막식 당일이 되니 이렇게 시끌벅적할 줄이야.

멤피스: 후훗. 나도 두근거리네.

헬레나: 응. 멤피스가 이렇게 신나할 줄은 몰랐어. 후후.

멤피스: 사람들이 이렇게나 들떠 있는걸. 나도 분위기는 읽을 줄 안다구.

기시감 있는 광경. 익숙한 대화. 하지만 직감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이건 꿈이 아니야

멤피스: …응? 지휘관, 안색이 안 좋은데? 어디 아파?

헬레나: 지휘관… 괜찮아!?

컨디션은 문제없다. 하지만 꿈에서 본 그 광경에 대처해야 한다.

멤피스. 이제 폐막식이 시작되기 전에 가서 기념품을 사야지?

멤피스: ……그렇지. 이제 기념품을 사러…. 지휘관? 어떻게 내가 하려고 하는 걸 알았어?!

누군가가 “꿈속에서 OO을 봤으니 지금은 XX을 해야 해.”라고 말한다면――보통은 믿기 어렵겠지.

하지만 위기는 다가오고 있다. 지금은 간략하게 설명할 수밖에 없다.

멤피스: 잠깐, 잠깐만 지휘관. 대체 무슨 소리야?

헬레나: 역시 어디 아픈가봐…. 바로 의료진에게 연락할게!

……역시 우리 총명한 지원 담당들. 만만치 않다.

그렇다면 증인을 한 명 더 세워볼까.

→ 시나노를 만나러 간다

예정 변경을 알리고 중앵 파빌리온까지 가는 최단 경로를 탐색했다.

동시에 에식스에게 연락해서 일단은 유니온 함선에게 전투 대기를 명했다.

멤피스: 지, 지휘관!? 진짜 왜 그래? 중앵 파빌리온에 가는 건 그렇다 치고 왜 전투 준비를?

헬레나: 혹시 아까 얘기…… 진심이었어?

물론 진심이다.

멤피스: ……믿을게. 정말 위기가 닥쳐오는 거라면… 나도 돕겠어!

헬레나와 멤피스를 데리고 중앵 파빌리온으로 서둘렀다.

스루가: 정말, 다음번엔 절――――대 함부로 뛰어다니면 안 돼…!

시마카제: 스루가 공, 죄송합니다! 으으, 설마 미아가 되다니….

알프레도 오리아니: 오늘은 폐막식이니까 당연히 붐비지! 미아가 될 수밖에 없는걸!

알프레도 오리아니: 그럼 여기부터는 이 알프레도 오리아니가 중앵 파빌리온 VIP 구역으로 안내하겠습니다!

알프레도 오리아니: 취재 덕분에 행사장 구조는 파악하고 있으니까 이번엔 잘 도착할 거야~

스루가: 하아… 번거롭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알프레도… 씨.

시마카제: 아하하하….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알프레도 공!

사디아 측 스태프가 중앵 함선을 안내하고 있는 것 같다.

VIP 구역이라면 시나노가 있을 확률도 높다. 가서 물어보자.

멤피스: 어? 직접 가서 물어보게?

멤피스: 레드 액시즈인데……. 자칫하면 외교 문제가 될 수도 있어!

그건 여러 가지 깊은 사정이 있지만 설명할 시간은 없다.

멤피스: 괜찮을까……. 갑자기 그런 말이나 하면 이상하다고 생각할 거 같은데…?

헬레나: …괜찮아 멤피스. 지휘관과 시나노는 「꿈」에서 만난 적이 있어.

AF 사건 당시 그 자리에 있었던 헬레나가 멋진 어시스트를 넣어 주었다.

멤피스: 그, 그렇구나…….

멤피스: 그럼 이대로――

헬레나: 지휘관, 위험해!!

그것은, 아무런 전조도 없이 나타났다.

이형의 거대 기계가 갑자기 하늘에서 나타나, 그 질량으로 눈앞의 건물을 짓밟았다.

헬레나: ……저, 저건 도대체!?

멤피스: 헬레나, 얼른 대피 경로를 확보해줘!

헬레나: 응…!

멤피스: 지휘관, 괜찮아!? 정신 차려!

붕괴의 여파로 인해 분진에 좀 휩쓸리긴 했지만, 딱히 다친 곳은 없다.

멤피스: 다행이다…….

멤피스: 대응 중인 전 함선에게 알린다! 코드 블랙! 최우선 목표의 안전을 확보한다!

멤피스: 반복한다! 코드 블랙!



 ~06. 혼란

 

세계박람회장 내.

――――――!!

시마카제: 우와아아앗!? 위, 위험했다…. 스루가 공, 괜찮으세요!

스루가: 으응. 어떻게든 간발의 차로 피했어….

스루가: 이건 대체 뭐야!?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알프레도 오리아니: 으아아아아!? 파빌리온 건물이 산산조각 났어!!

시마카제: 알프레도 공, 진정하세요!

알프레도 오리아니: 그, 그렇지! 진정하자 진정해…. 이건 셔터 찬스야!

찰칵!

알프레도 오리아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위기의 순간도 카메라에 담아야 하는 것이 바로 저널리스트!

알프레도 오리아니: 둘 다 얼른 대피해! 여긴 내가 어떻게든 할게!

시마카제: 시마카제도 같이 싸우겠습니다! 둘이 싸우는 게 승산이 높으니까요!

시마카제: 자, 스루가 공. 얼른 시나노 씨에게 가세요! 여긴 시마카제가――아야!

스루가: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저런 걸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그러면서 스루가는 시마카제와 알프레도를 각각 옆구리에 끼고 훌쩍 벗어났다.

다음 순간 이형 기계의 다리가 세 사람이 있었던 자리를 짓밟았다.

이 혼란 속에서는 반격은커녕 상황 파악도 쉽지 않다.

멤피스: 지휘관, 왜 그래? 갑자기 멈춰서.

내가 피하는 것보다 저들을 돕는 게 먼저다.

→ 항공 공격을 지시한다

멤피스: 알겠어. 연락은 우리한테 맡겨.

멤피스: 헬레나. 에식스에게 저 커다란 녀석의 좌표를 보내줘!

멤피스: 그리고 인원이 조금 늘어날지도 모른다고 전해줘!

멤피스: 거기 세 사람! 빨리 이쪽으로 와!

―――!!!

시마카제: 오오! 감사합니다 유니온 여러분!

시마카제: 스루가 공! 알프레도 공! 저희 살았습니다!

스루가: 당신은…… 유니온의 멤피스?

알프레도 오리아니: 사람이 많을수록 안전하겠지! 우리도 합류하자!

스루가: (그래…. 지금은 세세한 걸 따질 상황이 아냐…!)



 ~07. 지휘관의 책무

 

잠시 후.
세계박람회장. 유니온 파빌리온.
지하 셸터.

항공 지원 덕분에 동료들과 합류해서 가까스로 피난 시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왜 이런 곳에 피난 시설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었지만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갈수록 상황은 완전히 명확해졌다.

에식스: 방폭문 폐쇄. ……됐다.

에식스: 이제 안전합니다. 지휘관님.

→ 이 셸터는…

에식스: 셸터 말씀이세요?

에식스: 지휘관님이 세계박람회에 참가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새러토가 씨가 보안 강화를 지시했었습니다.

에식스: 따라서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이 긴급 대피소를 준비해놓고 있었습니다.

에식스: 설마 정말로 쓰게 되다니…….

다른 진영도 알고 있어…?

에식스: 아뇨. 다른 진영에는 비밀입니다. 서류상으로는 귀중품과 자재를 보관하는 안전 창고입니다.

멤피스: 하아…. 새러토가 씨. 또 나 몰래 이런 걸….

멤피스: 뭐, 이번만은 훌륭하다고 할 수밖에 없겠네.

멤피스: 보아하니 통신과 전투 지휘용 설비도 갖추어져 있고, 일단 여기를 임시 거점으로 할까?

안전 가옥을 확보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현재 상황을 파악하는 것이다.

…동료들에게 다른 거점과 연락을 취해 현재 행사장 내 상황을 정리하도록 일렀다.

헬레나: ……NY시티에도, NA해역에 있는 뉴저지하고도 연락이 안 돼.

헬레나: 근데 뭐랄까…. 통신기 반응이 좀 이상해.

헬레나: 재밍 당했다기 보다는, 통신 대상을 찾을 수 없다…는 느낌.

에식스: 이쪽도 마찬가지입니다. 행사장 내, 그리고 주변 해역의 통신은 대체적으로 원활합니다.

에식스: 하지만 행사장 밖으로는 통신이 나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에식스: 따라서 다른 거점이 현재 어떤 상황인지는 파악하기 힘들 것 같습니다.

에식스: ……헬레나 말대로 통신 회선이 재밍된 건 아닌데….

에식스: 아. 지휘관님이 오시기 전에 저희가 미리 상황을 정리해 놓은 게 있습니다.

에식스: 별로 낙관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한번 보시죠.

에식스가 행사장 안내도를 건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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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식스: 여기가 지금 저희가 있는 유니온 파빌리온입니다.

에식스: 싸울 수 있는 인원은 모두 지하 셸터 내부로 이동했으며, 현재로서는 안전합니다.

에식스: 폐막식 메인 행사장인 콜로세움은 이미 제1차 공격으로 완전히 파괴되었습니다.

에식스: 잠정적으로 「드로이드」라고 명명했습니다만, 아무튼 행사장 내에는 그 거대한 적이 적어도 10기는 있는 것 같습니다.

에식스: 함재기에 의한 공격은 별로 효과가 없다는 것 외에 새로 밝혀진 정보는 없습니다.

에식스: 그리고 로열과 아이리스는 이쪽입니다.

에식스: 마찬가지로 파빌리온이 큰 피해를 입었고, 함대를 집결시켜 몰타로 탈출할 것으로 보입니다.

에식스: 다음은 사디아, 중앵, 동황, 북방연합, 철혈, 비시아입니다.

에식스: 사디아 함대는 파빌리온 인근에서 전개 중이며, 현재 시설을 지키고 있습니다.

 

에식스: 중앵도 같은 상황입니다만, 어떻게 한 번은 드로이드 격퇴에 성공한 것 같습니다.

에식스: 동황은……. 그게, 현장에 남아 있는 동황 함선이 없어서 피해를 면한 것 같습니다.

에식스: 북방연합은 파빌리온이 완파되었고, 함선들의 상황도 알 수 없습니다.

에식스: 철혈과 비시아는 파빌리온 인근에서 전개 중이며, 현재 드로이드와 교전 중입니다.

에식스: 세부 내용은 불명이지만, 특별계획함도 전투에 참가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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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식스: ……일단, 행사장 내의 상황은 이상입니다.

에식스: 지휘관님의 지시대로 계속 정보 수집 및 각 진영과의 연락을 취하도록 하겠습니다.

………….


→ 동료들을 치하한다
에식스: 아닙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니까요.

→ 에식스를 칭찬한다
에식스: 에헤헤……. 그래도 엔터프라이즈 선배에게는 아직 멀었어요….

에식스: 어흠! 그리고 지휘관님이 맡기신 일이니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멤피스: ……그런데 정말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네….

추최 측인 사디아 제국은 이 습격을 감지하지 못했다.

그리고 너무 갑작스럽게 벌어져서 각 진영 모두 유효한 반격을 하지 못하고 있다.

저 정체불명의 적의 전력은 아직 미지수. 하지만 단일 진영의 힘만으로 쓰러트릴 수 없음은 자명하다.

그렇다면 각개격파 당하는 일이 없도록 우선은――

통신: ――!!

일러스트리어스: 통신 회선이 복구되었군요. …여기는 로열 소속 항모 일러스트리어스입니다.

일러스트리어스: 현재 로열과 아이리스 함선은 세계박람회 남동 해역에 집결해 있습니다.

일러스트리어스: 여러분께서도 보셨듯이 갑자기 나타난 정체불명의 적이 행사장을 습격하고, 우리의 파빌리온에 대한 파괴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리어스: 해당 적에 대처하기 위해, 지금부터 로열과 아이리스 함대는 일시적으로 몰타로 철수하여 전력을 재정비할 예정입니다.

일러스트리어스: 이 통신을 듣고 계신 함선 여러분. 부디 저희와 합류하여 힘을 모아 주세요.

일러스트리어스: 저희는 1시간 후에 출발할 예정입니다.

일러스트리어스: 상황이 해결될 때까지, 로열의 몰타 거점은 전 진영에 개방합니다.

일러스트리어스: 합류는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일러스트리어스: 반복합니다. 여기는 로열 소속 항모 일러스트리어스…….

모니터에서 로열과 아이리스 함대의 위치를 확인했다.

합류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만일 드로이드가 추격해올 경우 무사히 몰타에 도달할 수 있을지…….

샹그릴라: 지휘관님. 일러스트리어스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방금 통신대로 합류를 권하고 있습니다.

샹그릴라: 유니온의 전력도 더해지면 분명 탈출 성공률은 올라가겠지만…

샹그릴라: 어떻게 하시겠어요?

힘을 합친다는 방향성 자체는 옳다. 하지만 외부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간 드로이드의 표적이 되기 쉽다.

또한 현재 상황이 불명확하니 몰타로 철수하기 보다는 행사장 주변에 남아 정보를 파악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몰타로 향하는 것도 상황에 따라 검토는 하되, 일단은 유니온 파빌리온으로 집결하기로 하자.

――각종 연락 사항을 정리하여 샹그릴라에게 일러스트리어스 쪽에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샹그릴라: 알겠습니다.

스루가: 지휘관님. 저희 쪽은 시나노 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스루가: 그게… 시나노 씨가 지휘관님과 단 둘이 이야기하고 싶다고 하십니다.

스루가는 미심쩍다는 표정으로 통신기를 건넸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시나노와 알게 된 계기가 너무 파격적이라 설명하기도 어렵고….

시나노: 지휘관이 무사함에 감사할 따름이구나….


→ 중앵의 상황은?
시나노: 걱정할 필요 없다…. 아직 버틸 수 있으니….

→ 시나노의 상황은?
시나노: 걱정해 주어서 고맙구나…. 나는 괜찮다…….


시나노: 그대와 꿈에서 헤어진 후로 나도 몇 가지 준비를 했다…. 다행히, 허를 찔리진 않았구나….

시나노: 다만, 저 적이 존재하는 상태에서는 도무지 그대와 합류할 겨를이 없다….

시나노: 그대의 지견… 지혜를, 빌리고 싶구나….

시나노: 혹 나와 그대가 꿈을 멈추려고 해서 이리 된 것인가……?

시나노: 그리하여 배후자가 스스로 거짓과 평화의 환상을 찢고… 그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낸 것인가……?

시나노: 그대는 이 상황을, 어찌 헤쳐 나갈 것인지…?

이유는 모르겠지만, 적이 나타난 이상 힘을 합쳐 격퇴할 수밖에 없다. 시나노에게도 유니온 파빌리온으로 집결하자는 뜻을 전했다.

시나노: 그대 밑에서 함선들을 규합하여 싸운다……. 좋구나….

통신: 그렇다면 유니온의 셸터보다 더 좋은 합류 지점이 있어.

멤피스: 누가 통신 회선에 끼어들었어?!

멤피스: 누구지? 아니… 이건…….

프린츠 오이겐: 미안 미안. 위장을 해제하는 걸 깜빡했네. 철혈의 프린츠 오이겐이야.

프린츠 오이겐: 지휘관의 훌륭한 지휘는 잘 들었어.

프린츠 오이겐: 우리 철혈은 전력을 집중하자는 의견에 적극 찬성이야.

프린츠 오이겐: 도망치기 위해 제각기 싸우다가는 목숨이 몇 개라도 모자랄 테니까.

프린츠 오이겐: 아무튼 합류 지점 말인데, 비시아의 파빌리온을 추천할게.

프린츠 오이겐: 비시아에 「신궁의 벽」이 설치되어 있다는 거 알아?

프린츠 오이겐: 기술력을 과시하려는 의도였겠지만, 상황이 이러니 믿음직하네.

프린츠 오이겐: 유니온 셸터는 지하에 있어서 견고하지만, 공간도 협소하고 함대 전개도 쉽지 않잖아?

프린츠 오이겐: 비시아의 시설은 넓고 육상에 있어서 바로 전력을 전개할 수 있어.

케생: 비시아 성좌 소속 케생입니다. 저기, 신궁의 벽이 무사히 전개되었습니다.

케생: 여러분을 환영하오니 부디 이쪽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프린츠 오이겐: 들었지? 지휘관. 어떻게 생각해? 현재 뽑을 수 있는 최고의 수가 아닐까?

확실히 오이겐 말대로 거점을 비시아 파빌리온으로 옮기면 메리트가 많아진다.

프린츠 오이겐: 통신에 끼어든 건 사과할게. 예상은 했겠지만, 행사장 내 각지의 통신을 도청하고 있었어.

프린츠 오이겐: 뭐, 그건 유니온도… 다른 진영도 마찬가지잖아?

프린츠 오이겐: 다만 철혈 통신 설비의 성능이 더 좋았을 뿐이지.

프린츠 오이겐: 아무튼 지휘관. 슬슬 답을 들을 수 있을까?

「신궁의 벽」의 신뢰성. 통신 설비 준비. 시설 자체의 견고함――솔직히 확신할 수는 없다.

그래도 현재 상황에서는 이점이 더 많아 보인다.

에식스: 지휘관님의 판단을 믿습니다.

샹그릴라: 네. 본디 세계박람회는 이념에 관계없이 각 진영이 모이는 행사이니까요.

멤피스: 어느 진영이 주도적으로 움직이는지는 별로 중요하지 않다… 라는 거네.

오이겐에게 승낙의 뜻을 전했다.

그리고 철혈이 파악하고 있는 현재 다른 진영의 상황에 대해 공유를 요청했다.

프린츠 오이겐: 어머. 우리 정보를 알고 싶어?

프린츠 오이겐: 사디아에 관해서는 너희가 가지고 있는 정보와 똑같아. 시설 방어에 전념하고 있어.

프린츠 오이겐: 비시아 파빌리온에서 합류하기로 이야기는 되었고, 그 아이들은 철혈 함대가 인수해서 데려갈 거야.

프린츠 오이겐: 북방연합은… 로열 함대와 합류하려고 일시적으로 행사장 탈출을 시도했지만.

프린츠 오이겐: 네 연락을 받고 다시 복귀 중인 것 같아.

프린츠 오이겐: 조금 있으면 합류할 수 있을 거 같으니까 북방연합은 지휘관이 좀 챙겨줘.

프린츠 오이겐: 동황은…… 뭐, 며칠 전에 행사장을 떠났으니까 부재중이네.

프린츠 오이겐: 이 참사를 피하다니 운도 좋아. 후후후.

프린츠 오이겐: 우리 쪽 정보는 이상이야. 이러면 됐지?

일단은 대략적인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일단 사디아는 철혈과, 이쪽은 북방연합과 합류하는 것으로 하고…. 전력에 여유가 있는 중앵은 바로 비시아 파빌리온으로 보내도 문제는 없을 것 같다.

시나노: 스루가와 시마카제는 잠시 그대에게 맡기마…. 그럼….

시나노 일행의 무사를 빌면서 로열에도 변경된 합류 지점과 경로를 전했다.

에식스: 지휘관님. 북방연합 함대가 무사히 인근 해역에 도착했습니다.

아브로라: 지휘관님께서 무사하셔서 다행이에요~

아브로라: 통신 회선이 복구되질 않아서 우선은 로열 함대에 합류하려고 했었는데…

아브로라: 지휘관님과의 통신이 회복되었으니 지금부터 북방연합 함대는 지휘관님의 지휘 하에 들어가겠습니다.

아브로라: 아, 그리고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만….

아브로라: 현 상황에서 유니온 파빌리온은 이상적인 집결지가 아닙니다.

아브로라: 행사장은 이미 포위되었고, 각 진영은 제각기 전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아브로라: 지금은 진영 간의 선입견을 버리고 모든 역량을 모아 위기에 대처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브로라에게 오이겐과 나눴던 대화, 그리고 내가 내린 결단에 대해 알려줬다.

아브로라: 어머. 모두 같은 생각이어서 다행이네요.

지금 상황에서는 이념도, 레드 액시즈도 없다.

지휘관으로서, 모든 진영을 규합해 평화의 제전을 파괴한 적을 물리치는 것에 전념할 뿐이다.

아브로라: 후후후. 역시 지휘관님이세요. 그럼 잠시 후에 뵙겠습니다~

이제 로열과 아이리스의 답신만 온다면――

----

일러스트리어스: 알겠습니다, 지휘관님. 로열도 보내주신 합류 지점으로 향하겠습니다.

잔 다르크: 아이리스도 동행하겠습니다. 지휘관님께 거룩한 힘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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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우…… 각 진영과의 연락은 얼추 끝난 것 같다.

시마카제: 괴, 굉장해요……. 아까까지는 다들 정신이 없었는데 어느새 정리가 끝났네요!

시마카제: 과연 지휘관공이십니다!

스루가: (작게) 일하시는데 옆에서 떠들지 마!

시마카제: 으아아아! 죄송합니다!!

두 사람 덕분에 방 안의 분위기도 많이 누그러졌다.

…하지만 혼란스러운 상황을 다소 정리할 수 있었다고는 해도, 사태가 호전된 것은 아니다.

적의 정체, 습격 동기, 약점――아직 모르는 것들이 많다.

즉 전원이 합류하고 나서부터가 실전이라는 뜻이다.

알프레도 오리아니: 오오―! 역시 지휘관! 표정 좋고!

(찰칵)

알프레도 오리아니: 『위기 속 각 진영을 단결시키는 지휘관』――응! 이걸로 가자!



 ~08. 사신 강림
얼마 뒤.
세계박람회. 비시아 성좌 파빌리온.
주변 해역.

정체불명의 적이 방출하는 소형 병기를 소탕하면서 각 진영 함선들은 무사히 비시아 파빌리온에 도착했다.

포슈: 이걸로 다 모였나? 조프르!

조프르: 동쪽의 「신궁의 벽」을 재기동. 최대 출력!

랑돔타블: 공격이 온다! 충격에 대비해!

――――――!!!!

드로이드의 몸통박치기를 받은 신궁의 벽은 크게 일그러지긴 했지만 깨지지는 않았다.

공격이 효과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드로이드는 그 거구를 돌려 천천히 멀어졌다.

신궁의 벽의 방어 성능을 계산하고 있자니, 아이리스와 비시아 함선들이 모여들었다.

케생: 괘, 괜찮습니다. 이 정도 공격이라면 충분히 신궁의 벽이 막아낼 수 있어요.

케생: 드로이드도 사라졌으니 지금은 일단 안전…한 거겠죠?

케생: 저희가 공격하지 않는 한, 저쪽이 먼저 공격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쉬프랑: 그냥 멋대로 날뛰고 있는 거 같아.

쉬프랑: 쉬프랑 언니의 총명한 머리로 생각해 봐도 놈들의 목적을 모르겠는걸.

기샹: 기계 병기라서 「드로이드」라는 이름을 붙였구나. 단순하지만 나쁘진 않네.

케생: 이대로 버틸 수 있겠죠…? 존귀한 아이리스여, 부디 제게 이 불안을 극복할 힘을――

케생: 죄, 죄송합니다…! 지휘관님도 오셨는데……. 안쪽으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

케생의 안내를 받아 파빌리온 회의장에 왔다.

사디아의 총기함 베네토를 포함해 오이겐, 시나노…. 각 진영의 동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각 진영의 함선들이 한자리에 모인 광경은, 무심코 폐막식을 떠올리게 했다.

시나노: 지휘관…….

프린츠 오이겐: 오랜만이야. 지휘관.

프린츠 오이겐: 이렇게 얼굴을 마주하는 건 처음이지? 후후후.

비토리오 베네토: 사디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지휘관님.

비토리오 베네토: …이런 상황에서 인사를 드리게 될 줄은 몰랐지만요…….

진영 대표가 두 명. 그리고 주최 측 대표가 한 명.

평소와 다름없어 보이는 오이겐이나 시나노와는 달리 베네토는 많이 침울해 보인다.

비토리오 베네토: 적어도 폐막식만이라도 즐겨 주셨으면 했는데, 이런 사건이 일어나다니.

비토리오 베네토: 사디아 함선 대표로서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프린츠 오이겐: 마음은 알겠지만 그쯤 해둬. 베네토.

프린츠 오이겐: 일어난 일은 어쩔 수 없잖아. 여기부터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하지?

프린츠 오이겐: 그 드로이드 말인데, 해체해서 여기저기 조사해 보면 재밌을 거 같지 않아?

비토리오 베네토: 말씀 감사하지만 지금은 좀 진지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적의 수, 그리고 전투 능력…. 이 싸움은 더는 이곳에 있는 함선만으로 대응 가능한 수준을 넘어섰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우선 사디아 제국의 전 함선을 소집하도록 하겠습니다.

볼차노: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만… 아직 해역 외부와의 통신 회선이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볼차노: 알렉산드리아와 타란토는 물론이고 로마의 상황도 어떠한지 파악할 수가 없어서….

볼차노: 최악의 경우, 사디아 전 지역이 드로이드와 싸우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그런 상황은 생각하고 싶지 않네요.

일러스트리어스: 베네토 님. 제가 한 말씀 드려도 괜찮을까요?

일러스트리어스: 이번 습격에서 사디아는 틀림없는 피해자입니다.

일러스트리어스: 하지만… 정말 사전에 아무런 조짐도 없었을까요?

일러스트리어스: 저렇게 많은 수의 거대 병기가 갑자기 습격을 가하는 일은… 아무리 세이렌이라도 지금까지는 그런 일이 없었으니까요….

비토리오 베네토: 그건……….

프린츠 오이겐: 좋은 지적이네. 애초에 저 적은 세이렌과 다른 존재일지도 몰라.

프린츠 오이겐: 세이렌한테도 거대 병기가 없는 건 아니지만, 낌새가 너무 달라….

일러스트리어스: 네. 죄송합니다, 저희도 짚히는 바가 전혀 없네요….

세이렌이 아니라고 단언하기는 아직 이르다.

…하지만 오이겐 말대로 드로이드는 분위기나 행동 양상이 세이렌과는 너무도 다르다.

그렇다면 저것들은 대체 뭐지……?

----

 

정찰 중인 동료로부터 드로이드가 안개와 같은 물질을 계속 방출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일부는 공중에서 응결하여 구름 같이 되었으며.

일부는 땅에 떨어져 이끼처럼 지표를 뒤덮었다.

그 물질은 마치 자가 증식하는 것처럼 끝없이 늘어나 건물도, 나무도, 섬도 모두 먹어 치웠다.

----

조프르: 말씀 도중에 죄송합니다.

조프르: 벌써 몇 번째인지 모르겠지만 또 나쁜 소식입니다.

조프르: 정찰기가 세계박람회 행사장 외부 해역에서 드로이드의 존재를 확인했습니다.

조프르: 거의 모든 지역에서 새로운 드로이드가 출현 중이고, 의문의 물질 역시 계속 방출하고 있습니다.

조프르: 이제는 지중해와 해안 전역이 침식 범위 내에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군요.

조프르: 일부 해역… 아니, 육상 시설도 모두 뒤덮인 상태입니다.

조프르: 가까이서 확인할 수는 없지만, 외부와 연락을 취할 수 없는 것은 아마도 시설이 그 물질로 뒤덮인 탓이라고 생각됩니다.

조프르: 그리고 이 「구름」 말입니다만, 아무래도 함재기를 집어삼키는 것 같습니다.

조프르: 날린 함재기가 구름 속으로 들어가자마자 통신이 두절되어, 그야말로 ‘삼켜지고’ 말았습니다.

조프르: 아마도 통제를 잃었거나, 함재기가 파괴되었거나 둘 중 하나겠지요.

하쿠류: 조프르 말이 맞아. 나도 몇 대 정도 삼켜졌어.

하쿠류: 마치 괴물이 식사를 하는 것처럼 말야.

샹그릴라: 구름 속에 숨어 있는 무언가에게 파괴된 것이 아니라, ‘구름 자체에 삼켜졌다’…….

샹그릴라: 정황 증거뿐입니다만, 그렇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네요….

샹그릴라: 「구름」은 우리의 적이 되었다, 고.

에식스: 응? 샹그릴라, 그게 무슨 말이야? 

에식스: 구름이… 우리의 적?

비토리오 베네토: 그 수수께끼의 물질이 사디아의 바다도, 대지도, 하늘도 전부 덮어버렸다니…….

비토리오 베네토: 어떻게…… 어떻게 그런 일이…….

쉬프랑: 기샹. 혹시 아이리스하고 비시아도……?

기샹: 지금 얘기로 보면 아마도 그럴 거야.

기샹: 만약 세이렌의 소행이라면, 이건 경면해역일지도 모르겠어.

기샹: 육해공 전역에 이상이 발생하는 것을 볼 때 경면해역의 특징에는 부합하지만….

기샹: 이렇게 넓은 면적을…. 지중해 전체를 뒤덮은 경면해역이라니….

기샹: 그야말로 신의 「비적」이네….

시나노: 아아. 이러한 악몽과도 같은 것이 현세에 존재한다니…….

시나노: ……악몽……. 나는, 이 존재를 본 기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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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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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노: ……그럴 수가……….

시나노: ……이것은…… 세상에 풀려나서는 안 되는 것…….

연이어 들려오는 나쁜 소식에 회의장은 답답한 분위기에 휩싸였다.

답답함이 한계에 다다르려던 순간, 마치 추격타를 넣는 듯 통신이 들려왔다.

통신: 오~호호호호호!

통신: 이 얼마나 장관인가! 아하하하!

멤피스: 또 회선에 끼어들었어?

멤피스: 이번엔 또 누군데!

비토리오 베네토: 잠깐만요. 이 목소리는…….

비토리오 베네토: 마르코 폴로!?

조프르: ……밖에서 믿기 어려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조프르: 나와서 직접 확인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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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들과 함께 비시아 파빌리온 밖으로 나왔다.

「신궁의 벽」이 발하는 빛으로 인해 금빛으로 물든 하늘에, 거대한 옥좌가 떠 있었다.

옥좌 양쪽으로 날개가, 그리고 대좌로 보이는 곳에는 복잡한 기계가 있었다.

등받이에는 눈동자를 본뜬 듯한 커다란 보석이 박혀 있었고, 그리고――

‘그녀’가 거기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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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평안하신가? 가련한 범인들이여.

비토리오 베네토: 마르코 폴로……? 정말 당신인가요? 이게 대체 무슨…?

마르코 폴로: 어머, 이걸 보고도 모르겠어? 모처럼 이해하기 쉬운 연출로 한 건데.

마르코 폴로: 「신의 나라」가 하늘과 바다에 나타났어.

마르코 폴로: 그 분은 지상으로 내려왔고, 그리고 그 대행자로서 내게도 엄청난 힘을 주었어.

마르코 폴로: 그러니까 즉, 지금부터는 나를 ‘마르코 폴로 님’이라고 부르도록 하렴! 오~~호호호호!

비토리오 베네토: 엉뚱한 소리를…….

비토리오 베네토: 평소 같으면 단순한 장난으로 치부했겠지만…. 이 세계박람회를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 겁니까!

비토리오 베네토: 사디아의 위광을 퍼트리기 위해 얼마나 많은 자금과 자원을 쏟아부었는지, 입안자인 당신이 제일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비토리오 베네토: 이런 바보 같은 짓은 지금 당장 그만두세요! 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 사디아의 위광…? 호오. 위광 말이지.

마르코 폴로: 근데 그런 시시한 학예회 같은 놀이로 무슨 위광을 퍼트리겠다고?

마르코 폴로: 그리고 바보 같은 짓이라고 했겠다?! 이건 그 분이 가져다 준 위대한 구원이야!

마르코 폴로: 평화와 통일이 찾아올 기회인데….

마르코 폴로: 모든 사람이 영원한 영광과 행복에 젖을 수 있는데….

마르코 폴로: 누군가가 예민하게 굴어서 하마터면 망칠 뻔 했잖아!

마르코 폴로: 그러니까 여기서 너희들을 전부 굴복시켜주겠어! 오~호호호!

비토리오 베네토: 마지막 경고예요. 마르코 폴로.

비토리오 베네토: 당신의 행동은 조국에 대한 배신, 아니 전 진영에 대한 선전포고입니다.

마르코 폴로: 그래? 상관없어.

비토리오 베네토: 신궁의 벽을 해제하세요. 제가 이 멍청이를 제정신으로 돌려놓을 테니까요!


→ 베네토를 진정시킨다
이대로 놔두면 베네토가 뛰쳐나갈 게 뻔하다.

만약 지금 상황을 전부 마르코 폴로가 만들었다면, 그녀의 힘은 틀림없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능가할 것이다.

전력 차가 명백한데 베네토를 그녀와 싸우게 둘 수는 없다…!

비토리오 베네토: …! 지휘관님? …죄송합니다. 마음만 조급해서….

→ 마르코 폴로를 관찰한다
프린츠 오이겐: 베네토. 진정해.

프린츠 오이겐: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건 알겠지만, 주변 상황을 잘 파악하렴.

프린츠 오이겐: 지금 상황을 전부 마르코 폴로가 만들었다면, 그녀의 힘은 틀림없이 여기 있는 모든 사람을 능가할 거야.

프린츠 오이겐: 도망이라면 몰라도, 정면으로 덤비려고?

비토리오 베네토: ………윽…!


기샹: 성녀 잔. 마르코 폴로의 머리 위에 있는 저건 뭐지?

잔 다르크: 네. 틀림없습니다. 「성좌의 관」입니다.

잔 다르크: ……하지만 어떻게?

잔 다르크: 왜 마르코 폴로가 관을 가지고 있는 거죠?

조프르: 혹시… 관을 마르코 폴로에게 빼앗긴 겁니까?

조프르: 그렇다면 마르세예즈는… 세인트헬레나 섬의 요새는…….

조프르: 설마……. 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호호호!

마르코 폴로: 놀랄 이유가 있니? 「관」은 응당 가져야 할 사람의 손에 넘어갔을 뿐인데.

마르코 폴로: 나, 마르코 폴로. 그 분의 대행자야말로 이 관에 걸맞은 존재야.

마르코 폴로: 아니, 오히려 이 관을 내가 차지한 것에 대해 감사하게 여겨야지.

마르코 폴로: 뭐, 아무리 발버둥쳐도 결국은 가련한 범인.

마르코 폴로: 조금 있으면 신의 나라가 세상을 뒤덮을 거야.

마르코 폴로: 그렇게 되면 싸움도 전쟁도 없어지고, 사람은 영원한 이상향에서 살아갈 수 있어.

마르코 폴로: ……물론, 범인인 너희들의 불안과 의심은 이해해.

마르코 폴로: 하지만! 위업은 이미 이루어졌어!

마르코 폴로: 너희들은 알 필요가 없고, 나도 대답할 의무는 없어.

마르코 폴로: 이제는 모든 잡음이 찬송가로 바뀌기만을 기다릴 뿐――

마르코 폴로: “그 분이 지상에 강림한다.”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호호!

마르코 폴로는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깔깔대며 웃었다.

그리고는 흥미를 잃었는지, 이내 거대한 옥좌를 돌려 어디론가 날아가 버렸다.

금빛 하늘에 남겨진 것은, 지금도 계속 퍼지고 있는 「구름」뿐이었다――



 ~09. 배신?
사방에서 계속 굉음이 울렸다.

마르코 폴로가 떠난 이후, 목적 없이 돌아다니던 드로이드들은 일제히 비시아 파빌리온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비토리오 베네토: 마르코 폴로……. 대체 왜…….

주세페 가리발디: 그렇게 비탄에 젖어 있을 때가 아냐. 베네토 님.

주세페 가리발디: 저 드로이드들 당장이라도 여기를 덮칠 거 같은데.

볼차노: 마르코 폴로는 진심으로 우리들을…….

에식스: 저기… 해역 주변에 양산형 같은 함들이 다수 출몰했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양산형? 누군가가 보낸 원군인가요?

에식스: 아마 아닐 겁니다…. 사디아 도장도 아니고, 드로이드들도 교전하지 않고 있습니다.

에식스: 바로 화상을 보내겠습니다!


에식스가 보낸 화상을 자리에 있는 전원에게 공유했다.

기샹: 어머. 세이렌도 아닌 것 같은데.

쉬프랑: 이런 양산형은 본 적이 없는걸….

쉬프랑: 잔하고 포슈 생각은 어때?

잔 다르크: 죄송합니다. 본 적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없는 것 같기도 하고…….

포슈: 아! 심판정의 「전역기도함」이 아닐까? 옛날에 시제함만 한 척 만들어진 그거!

포슈: 아니, 그렇다는 건…. 우와…. 전역기도함을 양산한 거야…?

포슈: 조프르. 뭐 아는 거 있어?

조프르: 글쎄요……. 심판정의 함대로 보이긴 합니다만.

조프르: 그 이상은 모르겠습니다.

조프르: 본 적도 없고, 클레망소 님께 들은 바도 없습니다.

조프르: 클레망소 님의 측근인 케생이라면 무언가 알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조프르는 비시아의 구축함 케생의 어깨를 가볍게 쳤다.

"네가 대신 설명해" 라는 의사 표시겠지.

케생: 저어, 그러니까, 이 양산함은…….

통신: ――

클레망소: 케생. 잠깐 괜찮을까?

케생: 클레망소 님……. 죄송합니다. 살짝 긴장해서….

클레망소: 그럼 문제없겠네. 후후후.

클레망소: 케생. 지금 바로 비시아 성좌 함선 전원을 박람회장에서 데리고 나오렴.

클레망소: 그 드로이드인지 하는 것들이 공격하는 일은 없을 테니까 겁먹지 말고.

클레망소: 케생, 알겠니?

케생: 알겠습니다!

클레망소: 그래. 수고하렴. 기다리고 있을게.

지금 목소리는… 분명 심판정 대표 클레망소다.

조프르: 회장에서 데리고 나와? 무슨 소리죠…?

조프르: 케생. 무슨 말을 들은 건가요?

케생: 아, 아뇨…. 데리고 나오라는 것밖에는….

케생: 클레망소 님의 명령이니까, 따를 수밖에 없어요….

비토리오 베네토: (드로이드를 풀어 놓은 게 마르코 폴로라면…. 왜 비시아, 아니, 심판정이…….)

기샹: (글쎄…? 클레망소가 마르코 폴로와 손이라도 잡은 걸까?)

잔 다르크: 클레망소 님. 당신의 목적은 대체…….

멤피스: 마르코 폴로와 클레망소가 뭔가 연관되어 있는 건 확실해 보여.

멤피스: 그렇다면 저 양산함들은 아군이 아니란 말이네….

현재로서는 비시아와 마르코 폴로는 한패라는 인식이 짙어졌다.

하지만… 왜 이 타이밍에 그 사실을 밝힌 거지? 애초에 비시아가 배신자라면….

프린츠 오이겐: 흐응. 의외의 전개라는 건 바로 이걸 두고 하는 말이구나.

케생: 죄송합니다…. 여러분과 함께 싸울 수 없게 되어서….

케생: 하지만 이것도 분명 아이리스의 의지…. 클레망소 님께서 그리 말씀하신다면, 따를 수밖에….

케생: 비시아 성좌는 여러분의 적이 될 생각은 없습니다. 부디, 그것만은 알아 주세요……!

파먀티 메르쿠리야: 심판정의 속내가 어떤지는 제쳐두고~

파먀티 메르쿠리야: 비시아 애들을 여기서 데리고 가버리면 드로이드들이 거리낌없이 움직일 수 있게 되는 거 아냐?

프린츠 오이겐: 지휘관. 이 아이들을 여기 조금 더 억류해 두는 건 어때?

프린츠 오이겐: 만약 저쪽이 공격해 온다 해도 인질이 있는 쪽이 안심이 되니까.

머리를 굴려 심판정――클레망소의 의도가 무엇일지 생각했다.

드로이드가 코앞까지 닥쳐왔다. 지체할수록 가망이 없어진다. 여기서 굳이 배수진을 강제할 이유는 없다.

게다가 만약 배신이 정말이라고 한다면, 배신한 것은 '비시아 성좌' 전체인가? '심판정'인가? 아니면 '클레망소'의 단독 행동인가?

→ 클레망소의 요구는?

한번 뒤흔들어 보자.

케생: 클레망소 님의 요구 말씀이세요? 네. 저희가 무사히 탈출하는 것, 하나입니다…….

만약 정말로 우리를 없앨 생각이라면 「신궁의 벽」을 해제하면 그만이다.

케생: 죄송합니다. 신궁의 벽에 대해서는 아무 말씀도 없으셨습니다….

케생: 이대로 두어도 괜찮다는 뜻이겠죠.

케생이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다. 그렇다면――

→ 비시아의 동료들을 맡긴다

케생: 감사합니다! …그러니까, 선하신 아이리스의 가호가 있기를…!

프린츠 오이겐: 어머, 그냥 보내주게?

어떻게 보면 이건 일종의 도박일지도 모른다.

만약 클레망소가 신궁의 벽을 해제할 수단을 가지고 있다면, 한참 전에 그것을 사용했어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케생 일행이 처음부터 클레망소와 행동을 같이하고 있었다면, 이 비시아 시설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프린츠 오이겐: 그래? 지휘관 생각은 그렇단 말이지…. 하지만 만약에 빗나가면?

이유는 얼마든지 들 수 있지만, 결정적인 근거는 역시 동료에 대한 신뢰다.

비시아가 지금까지 명확한 적대 행위를 꾸민 적은 없다.

마르코 폴로의 상태로 보건대, 클레망소 역시 무언가에 의해 광기에 빠졌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동료들을 의심암귀의 희생양으로 삼을 수는 없다.

함선들에 대한 신뢰는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프린츠 오이겐: 신뢰… 말이지. 설령 적이 되었다고 해도?

그 적이 남을 해한 적이 없고, 아군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당연히 믿고 말고.

프린츠 오이겐: 후후후. 알겠어. 지휘관의 결정에 따를게.

프린츠 오이겐: 나도 믿겠어. 아주르 레인의 지휘관. 그리고 우리을 소중히 대해주는 사람을.

시나노: 나도, 동의한다…….

비토리오 베네토: 알겠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변화를 주어 상황을 타개하는 편이 낫겠죠.

비토리오 베네토: 지휘관님과 마찬가지로, 저도 비시아가 아직 아군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케생: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잔 다르크: 실례합니다, 케생.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잔 다르크: 비시아는 지금, 올바른 길을 걷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케생: 그, 글쎄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케생: 하지만 '길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좋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로이드가 움직일 때마다 발생하는 굉음을 뒤로 한 채, 비시아 함선들은 그대로 파빌리온을 떠났다.



 ~10. 구름 와처
로열 함선 집결지. 이베리아 지브롤터 해협 요새.
드로이드 출현 후.

(――――――!!!)

요크: 소속 불명함에게 고한다! 귀함은 이미 나의 영역…이 아니라 로열의 경계 구역을 침입했다!

요크: 반복한다! 소속 불명함에게 고한다! 귀함은….

요크: 반응이 없네요. 워스파이트 님.

요크: 공격할 기색도 안 보이고, 말없이 다가오기만 하는데…. 한 번 더 불러볼까요?

워스파이트: 그렇게 하렴. 공격하지는 말고. 지금은 천천히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야.

요크: 알겠습니다!

런던: 워스파이트 님. 인근 해역과 해안부에도 이형의 기계가 나타났다는 보고입니다!

런던: 자력으로 이동하고 있는 것 같은데… 어떻게 하시겠어요?

워스파이트: 여기서도 보이는군.

워스파이트: 놈들에 대한 정보는?

런던: 세이렌의 병기 같지도 않고, 타 진영의 기술로 제작된 것 같지도 않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렇다 할 정보가 없네요….

워스파이트: 알겠어. 다른 거점과의 연락은?

런던: 네. 현재 복구 중에 있습니다.

런던: 몰타와는 순간적으로 연락이 돼서 현재 이곳과 비슷한 상황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금방 다시 끊어져 버렸습니다.

런던: 박람회장과 로열 본토와의 연락도 아직 복구 중입니다.

런던: 광역 정찰에 따르면 지중해와 NA해역이 이어지는 부근이 전부 안개로 뒤덮인 것 같습니다.

런던: 수면부터 하늘까지 벽처럼 덮혀 있고, 높이는 관측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런던: 양산형 잠수함도 내보내 봤지만, 그게….

런던: 정찰기도 잠수함도, 안으로 들어간 순간 통제 하에서 벗어나 실종되었습니다.

런던: 저희는 지중해에 갇힌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서포크: 네에…. 구름이 평소하고 달라서 마치 괴물이 된 거 같아요.

런던: 서포크 생각도 그렇군요. 비상 사태이니 만큼 신중하게 나아갈 필요가 있겠습니다.

워스파이트: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 인가.

워스파이트: 저 이형의 기계가 방출하는 의문의 물질이 점점 퍼지고 있어. 이대로라면 이곳도 시간 문제야.

워스파이트: 요크. 그 소속 불명함들에게 발포 경고도 했나?

워스파이트: 네! 했습니다만 아직까지도 반응이 없습니다!

워스파이트: 그럼 적이겠지.

워스파이트: 더 이상의 말은 불필요해. 폐하께서 이곳을 사수하라고 명하신 이상――

워스파이트: 전 함, 방어 시설의 원호를 받으면서 적을 섬멸하라!



 ~11. 기사단과 비적
로열 함대 집결지. 몰타. 임시 시설.
드로이드 출현 후.

넬슨: 전원, 신속하게 움직여!

넬슨: 가동 중인 레이더를 확인하고 그 끈적끈적하고 기분 나쁜 것들을 닦아내!

넬슨: 미가동 중인 레이더는 즉시 가동해! 얼른!

넬슨: ……아크 로열. 그쪽은 어때?

아크 로열: 이쪽으로 달려드는 적은 없지만…. 그 사디아 제국이… 참담할 따름이군.

아크 로열: 넬슨. 그 끈적한 물질에 대해서는 좀 알아냈나?

넬슨: 아니. 처음에는 진균류인 줄 알았지만 금속의 성질도 가지고 있어. 태울 수도 없고 꽤나 딱딱해.

넬슨: 어쩌라는 거야 진짜…….

아크 로열: 부상자는? 부상자는 없나?

넬슨: 없어. 괜찮아. 그냥 좀 꺼림칙할 뿐이야.

넬슨: 로드니와 저비스, 재너스, 포춘이 지금 제거 작업을 하고 있어.

로드니: 어머, 부르셨나요~


로드니: 저희도 괜찮아요. 사실 방금 ‘비밀 병기’를 찾았거든요.

넬슨: 비밀 병기?

로드니: 네. 세계박람회 기념품점에서 팔던 샴푸에요.

로드니: 판매량이 저조해서 일부 재고가 저희 쪽으로도 넘어왔는데….

로드니: 의외로 그 끈적한 물질을 녹이는 데 효과가 있었답니다♪

넬슨: 대체 무슨 상황인지…. 하아… 나도 도울게.

아크 로열: 샴푸가 약점이라. 우스운 소리지만 지금은 대응이 우선이야.

아크 로열: 얼른 이 정보를 공유해야겠어.

르 테리블: 과연. 샴푸가 유효하군요…?

르 테리블: 실례지만 샘플을 좀 받을 수 있겠습니까?

아크 로열: 산더미처럼 있으니 마음대로 가져…… 응?!

아크 로열: …르 테리블?!

르 테리블: 예. 르 테리블입니다.

아크 로열: 하아…. 대체 어디서 나타난 거지?

르 테리블: 비밀 통로라는 것으로 하죠.

르 테리블: 그보다 리슐리외 추기경님의 전언을 가지고 왔습니다.

르 테리블: 이 임시 거점의 책임자 분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습니다만….

르 테리블: 일러스트리어스 님은 박람회장에 계시니… 현재는 넬슨 님이십니까?

아크 로열: 그건 상관없는데 비밀 통로라는 말은 좀 걸리는군.

아크 로열: 이 몰타에 우리도 모르는 비밀 통로가 있다고?

르 테리블: 몰타와 연이 있는 것은 아이리스도 마찬가지입니다. 한때 어느 위대한 기사단의 주둔지였죠.

르 테리블: 비적이 숨겨져 있는 이곳은, 어떻게 해서든 사수해야 합니다.

아크 로열: 리슐리외의 부탁이 아니어도 당연히 그럴 거다. 여차할 때 박람회장에서 탈출하는 동료들의 퇴로를 지켜야 하니까.

아크 로열: ――물론, 우리 동생들도 말이지.

아크 로열: 예, 예에…. 미력이나마 저도 돕겠습니다.



 ~12. 제도의 반격

 

사디아 제국. 로마. 판테온.
드로이드 출현 직전.

거대한 유적 안에서 화려한 옷차림의 소녀가 고요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요란한 목소리가 이를 깨트릴 때까지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로마 씨!

레오나르도 다 빈치: 겨우 찾았다! 왜 아직도 여기 있는 거야?

로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로마: 오늘은 세계박람회 폐막식이라고 들었는데…. 참석하지 않아도 괜찮습니까?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건 내가 할 말이야! 로마 씨야말로 폐막식에 안 가도 돼?

로마: 폐막식 연설은 제가 아니라 마르코 폴로가 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로마: 게다가 개막식 때의 사건도 있었으니……. 이제 성가신 일에 휘말리는 것은 사절입니다.

로마: 다 빈치. 저는 괜찮으니까 얼른 행사장으로 가세요.

레오나르도 다 빈치: 가고 싶어! 당연히 가고 싶은데!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로마 씨를 혼자 두지 않겠다고 알프레도와 약속했단 말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로마 씨도 같이 가자~ 그냥 관객으로 참가해도 되잖아!

로마: 관객으로……. 으음, 잠시 생각 좀 하겠습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 사이에 알프레도하고 연락해야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어라? 연락이 안 되네?

레오나르도 다 빈치: ……권외? 신호가 안 잡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무리 사람이 바글바글하다고 해도 군용 채널까지는――


――――――!!!

레오나르도 다 빈치: 연결됐다! …어어? 로마 씨의 통신기가 울리는데?

로마: …로마입니다. 그쪽은?

마르코 폴로: 로마는 판테온에 있었구나! 찾고 있었다고!

로마: 마르코 폴로? 박람회장에서 연설을 준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지금 여유 부릴 시간이――

마르코 폴로: 상황이 달라졌어. 박람회장에 일이 터졌거든.

마르코 폴로: 아니, 지금 사디아 전역이 비상이야.

마르코 폴로: 비상조치 계획에 따라 현재 원로원이 내게 사태를 처리할 전권을 부여했어.

마르코 폴로: 지금부터 사디아 제국의 모든 군사력은 이 마르코 폴로의 통솔 하에 들어갈 거야.

마르코 폴로: 로마. 너는 당장 세계박람회장으로 가서 전투 준비를 하고 다음 명령을 기다려.

로마: 베네토 언니는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까?

마르코 폴로: 회장은 지금 엉망이야. 베네토가 어디 있는지는 몰라.

로마: 그렇습니까….

로마: …박람회장에서 폐막식 연설을 해야 할 당신이, 지금 그 자리에 있지 않고 오히려 국가의 무력을 장악하려 하고 있군요.

로마: 마르코 폴로. 아무리 비상사태라 하더라도 제국 해군이 원로 한 사람의 말만 듣고 움직일 수 없다는 내용은 아십니까?

마르코 폴로: 어머……. 정치는 별로 안 좋아하지 않았어? 언제 이렇게 똑똑해졌대?

로마: 제 직감이 당신을 믿을 수 없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로마: 개막식 사건 이후로 박람회장에는 줄곧 이상한 기운이 감돌았습니다.

로마: 당신이 연락하고 나서 이 판테온의 분위기――본디 사디아에 있어야 할 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로마: 무슨 짓을 한 거죠? 마르코 폴로, 당신은 누구입니까? 

마르코 폴로: 거기까지 안다니. 좋아. 그럼 가르쳐 줄게.

마르코 폴로: 이곳은 이미 「신」의 나라야. 그 분이 강림하시면 모든 전쟁은 끝날 거야.

마르코 폴로: 그러니 기뻐하며 기다리도록 해! 오~호호호호!

마르코 폴로의 통신이 끝나자, 판테온 밖에서 귀를 찢는 굉음이 들렸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으아아아아! 커다란 로봇이 공중에서 낙하하고 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머, 멋지다! ……가 아니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우리를 공격할 셈이야! 로마 씨, 빨리 도망….

로마: 전쟁의 뿔피리가 울렸습니다.

로마: 다 빈치, 전투 준비를 하세요! 치고 나가겠습니다!



 ~13. 혼란의 타란토
사디아 제국. 타란토.
드로이드 출현 직후.

리베치오: 우와~! 민들레가 떨어지고 있어~!

마에스트랄레: 민들레가 아냐! 이건 대체….

니콜로소 다 레코: 끄에에에엑…. 세이렌이 습격할 때 이런 기분 나쁜 걸 내보낸다는 말은 못 들었는데…!


아퀼라: 타란토 주변은 이미 아수라장입니다…. 베네토 씨와 리토리오 씨와도 연락이 닿질 않네요….

아퀼라: 아브루치. 역시 저희도 출격하는 게…….

두카 델리 아브루치: 상황이 불분명하니 경솔하게 행동해서는 안 돼.

두카 델리 아브루치: 사디아는… 우리가 급발진해서 손해을 본 경험이 너무 많아.

아퀼라: 그렇죠…. 어쩌면 곧 연락이 올지도 모르니까요.


통신: ――――――!!!

마르코 폴로: 여기는 마르코 폴로야. 누구 없어?

아퀼라: 어머! 마르코 폴로 씨!

아퀼라: 다행이에요. 여기는 아퀼라입니다. 마르코 폴로 씨는 아직 행사장에 계시나요?

아퀼라: 그쪽 상황은 어떤가요?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죠?

마르코 폴로: 역시 거기도 이변이 발생했구나.

마르코 폴로: 보다시피 사디아 전역이 현재 비상사태야.

마르코 폴로: 비상조치 계획에 따라 현재 원로원이 내게 사태를 처리할 전권을 부여했어.

마르코 폴로: 지금부터 사디아 제국의 모든 군사력은 이 마르코 폴로의 통솔 하에 들어갈 거야.

마르코 폴로: 아퀼라, 그리고 타란토에 있는 함선들은 전투 준비를 마치고 박람회장으로 가서 다음 명령을 기다려.

아퀼라: 박람회장 구원이죠? 알겠습니다.

아퀼라: 응? 그러고 보니 행사장에는 베네토 씨도 계시지 않나요? 비상조치 계획의 권한 부여 우선순위는 총기함인 베네토 씨가 먼저였던 것 같은데…….

아퀼라: 혹시 베네토 씨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요?

마르코 폴로: 베네토 베네토 베네토…. 왜 어딜 가든 베네토인데?

마르코 폴로: 역시 나는 이 길을 계속 나아갈 수밖에 없어….

마르코 폴로: 너희 따윈 이제 몰라! 흥이다!

통신: ―――――!!!

아퀼라: 응? 왜, 왜 그러세요 마르코 폴로 씨…?

아퀼라: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안 알려 주시는 건가요…?

두카 델리 아브루치: 아무래도 별로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두카 델리 아브루치: 하지만 비상사태라는 것 하나는 확실하군.

두카 델리 아브루치: 지금도 이 알 수 없는 물질은 점점 퍼지고 있어.

니콜로소 다 레코: 크크크큰일이야―!


니콜로소 다 레코: 밖에 엄청나게 큰 세발 로봇이 나타났어!!!

니콜로소 다 레코: 게다가 하얀 안개를 뿌리면서 이쪽으로 오고 있어!

두카 델리 아브루치: 하얀 안개…… 설마.

두카 델리 아브루치: 저 로봇이 하늘을 뒤덮는 하얀 물질을 내뿜고 있는 건가!

아퀼라: 전투를 준비합시다! 아브루치, 레코!



 ~14. 위대한 계획

 

지중해 어느 곳.
비시아 함대. 박람회장 탈출 이후.

비시아 함대는 박람회장을 빠져나와 지중해 모처로 향했다.

클레망소의 말대로 드로이드는 일행을 습격하지 않았다.

포슈: 이쯤 되면 누가 봐도 박람회를 습격한 나쁜 놈은 우리가 되잖아.

포슈: 케생. 이제는 외부인도 없는데 슬슬 설명해 주지 않을래?

포슈: 대체 이게 다 무슨 일이야? 클레망소 님은 뭘 노리고 있는 거야?

케생: 저도 정말 모르겠습니다….

케생: 클레망소 님은 단지 아주 위대한 계획이 있다고만 말씀하셨어요.

케생: 어떤 계획인지는… 아무 말도 없으셨습니다.

케생: 시키는 대로만 잘 하면 반드시 성공할 거라고…… 그렇게만 말씀하셨습니다.

조프르: 그 정도 설명만 듣고 맹목적으로 믿을 수 있는 건 케생뿐일 겁니다.

조프르: 상층부는 물론, 같은 심판정 동료에게도 알려줄 수 없는 계획이라니….

조프르: 클레망소 님. 당신은 대체 무슨 생각을….

통신: ――――

클레망소: 케생. 첫 번째 좌표에 도착했구나.

클레망소: 떠나는 과정에서 잡음은 없었니?

케생: 아, 네!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지휘관님 덕분에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습니다.

케생: 지휘관님, 정말 다정하신 분이셨어요….

클레망소: 다정할 뿐만 아니라 총명하기까지 한 사람이지.

클레망소: 좋아. 이제 두 번째 좌표를 보낼 테니 전투 준비를 하고 그쪽으로 이동하렴.

클레망소: 다만 좌표에 도착하기 전까지는 어떤 존재와 만나더라도 절대 공격하지 마.

클레망소: 도착하면 또 연락할게.

케생: 알겠습니다. 클레망소 님.



 ~15. 작은 단서

 

사디아 제국. 베네치아.
드로이드 출현 이후.

리토리오: 여기인가. 설마 정말 이런 곳에 있었을 줄이야.

리토리오: 원로원이 몰래 운반한 골동품을 보관하는 창고――

리토리오: 토리첼리. 어떻게 생각해?

토리첼리: ……딱히……?

토리첼리: 계속 말했지만… 나… 골동품 감정 같은 건 할 줄 모르고…….

토리첼리: 이런 건 다 빈치를 부르는 게 낫지 않았을까….

리토리오: 좀 봐줘. 그 아이는 잡아두기 정말 힘드니까.

토리첼리: 으으…. 확실히 다 빈치는 항상 바쁘니까…….

토리첼리: 후후후후. 하지만 내가 물속으로 잠수하는 게 더 빠를 거야…….

리토리오: 아무튼 토리첼리. 부탁한다.

리토리오: 나와 베네토는 오래 전부터 수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단서를 찾을 수 없었어.

리토리오: 이제는 과학자로서 너의 감에 의지할 수밖에 없어.

토리첼리: 알겠어…. 알겠으니까…….

토리첼리: 여기, 어둡고 아무도 없으니까… 평소 작업 환경이랑 비슷해…. 그러니까….

토리첼리: 내가 조사할 때… 절대 아무 소리 내지 마…….

토리첼리: 후후, 후후후…. 바로 조사해 볼게…….

리토리오가 발길을 돌려 창고에서 나가려는 순간――

리토리오: ……검은 태양. 로마 다음은 나인가.

리토리오: 이건… 의심할 여지없이 무언가의 징조로군.

리토리오: 즉 나는 이 광경을 보기 위해 이곳에 초대받았다는 건가.

리토리오: 누가 초대했는지, 또 어떤 목적인지는…….

통신: ――――――

클레망소: 오랜만이야, 리토리오.

리토리오: 이 목소리는……클레망소!?



 ~16. 소중한 목숨
비시아 성좌. 툴론 주변 해역.
드로이드 출현 이후.

닥쳐온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 비시아 함대는 출격을 개시했다. 그러나――

장 바르: 귀항하라고!? 클레망소, 진심으로 말하는 거냐?!


장 바르: 정체불명의 물질이 대지를 빠르게 뒤덮고 있고, 괴상한 적들이 마구 날뛰고 있어!

장 바르: 우리의 국토를… 사람들을 지켜야 해!

클레망소: 물론 알고 있어. 그러니 정박지로 돌아가렴.

클레망소: 출항은 금지야.

클레망소: 전투 준비는 마음대로 해. 다만 툴롱을 직접적으로 노리는 게 아닌 이상, 유탄이 날아와도 대응 사격은 금지야.

장 바르: 웃기지 마, 클레망소! 지금 상황에서 손가락이나 빨면서 기다리라고?

클레망소: 아아~ 같은 말을 자꾸 반복하고 싶지는 않은데….

클레망소: 가스코뉴. 장 바르를 ‘설득’해 줄래?

가스코뉴: 장 바르. 정박지 대기 명령을 수락할 것을 요함.

가스코뉴: 수락을 거부할 경우, 강제 설득 프로토콜을 이행한다.

장 바르: …………….

장 바르: 칫. …네놈, 대체 뭘 노리는 거지……?

클레망소: 착하지, 장 바르. 일이 다 끝나면 알려줄게.

장 바르: …………제길!!

장 바르는 있는 힘껏 통신기를 내던졌다.

됭케르크: 통신기에 화풀이해도 소용없어. 고장 나면 수리도 해야 되고….

장 바르: 이런 멍청한 소리를 들으면 누구나 그럴 거야.

장 바르: 동료에게 칼을 겨눌 수는 없다. …항구로 돌아가자.

팽르베: 장 바르 씨. 너무 노여워하지 마세요. 클레망소 님도 무언가 생각이 있으실 거예요.

팽르베: 두 분은 축복받은 자매함이니까, 분명 마음이――

장 바르: 클레망소는 변했어.

장 바르: 그 녀석은 더는 내가 알던 사람이 아냐.

팽르베: 하지만, 당신만은 믿어 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장 바르: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지금은 무리다.

장 바르: 한 번 구원받았다고는 하지만, 그 때의 일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

장 바르: 차가운 물에서 나와 눈을 떴을 때, 나는 맹세했어.

장 바르: 이번에는 다른 선택을 하겠다고.

장 바르: 역사는 결코 되풀이되지 않을 거야.

장 바르: 아이리스 함대를, 더는 놀아나게 두지 않겠어.



 ~17. 심기일전
창밖을 내다보았다. 세계가 마치 하얀색으로 물든 것 같았다.

땅도 바다도 전부 하얀 물질로 뒤덮여,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드로이드 말고도 괴상한 적들이 점점 수면 위로 나타났다.

「신궁의 벽」의 방호와 연합함대의 분전으로 인해 적은 계속 줄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전략적으로 보면, 상황은 점점 악화될 뿐이었다.

일러스트리어스: ……지휘관님. 저 의문의 물질에 대해 새로운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일러스트리어스: 어쩌면 끊임없이 나타나는 적들의 출처를 알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일러스트리어스는 정찰기가 포착한 사진을 보냈다.

첫 번째 사진에서는 하얀 물질로 뒤덮인 대지에 크고 작은 고치들이 산재해 있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각각의 고치는 가느다란 실 같은 것으로 이어져 있어, 하나의 거대한 기관을 형성하는 세포처럼도 보였다.

그리고 두 번째 사진에서는 괴상한 적들이 고치를 뚫고 나오는 모습이 찍혀 있었다――

멤피스: 진짜 기분 나쁘네……. 대체 뭘까…?

시나노: 만물을 흡수해 양분으로 삼고… 꺼림칙한 존재를 품어내며, 증식한다…….

시나노: 악몽과도 같은 광경…. 하지만 현세에서 일어난 일 같지는 않으니…….

시나노: 새로운 형태의 경면해역이거나… 혹은 나의 「꿈」일지도……?

멤피스: 미안한데 약간 현실 도피성 발언처럼 들리거든….

다른 진영 아이들은 시나노의 힘을 모를 테니 살짝 귀띔을 해주었다.

시나노: 멤피스의 말이 옳다…. 내게도 확증은 없으니… 의심받는 것이 도리….

시나노: ‘드로이드’라는 적이 나타난 이후로, 나는 참으로 현실과 동떨어진 느낌을 받았다….

시나노: 이다지도 많은 사람을 끌어들일 수 있는 꿈은, 내가 평소에 여행하는 꿈과는 궤를 달리하는 것이니라…….

시나노: 허나 이것이 나와 그대만이 꾸고 있는 것인지, 모든 함선들이 꾸고 있는 것인지는 미지의 영역이어니….

그러고 보면 AF 때도 시나노는 경면해역에서 일어난 일을 꿈이라고 착각했었다.

만약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라면….

시나노의 판단이 맞다면, 이곳은 현실이 아닌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특별한 공간이다.

그렇다면 공간을 유지하는 핵심 장치가 있을 것이다.

경면해역과 마찬가지로 그 해역의 중추를 찾아내 파괴하면, 지리멸렬한 소모전에서 벗어나 단숨에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

그것이 마르코 폴로인지, 무언가의 기계 장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위해서는 통신을 회복하고 지중해 전역의 전력을 규합해야 한다.

→ 에식스에게 연락한다

에식스: …신호가 잡혔습니다! 지휘관님!

에식스: 전술지휘회선 「스페이스 니들」, 전 진영 광역 통신 시스템과의 접속에 성공!

에식스: 파빌리온 간 데이터 전송 라인 및 시그널 어레이, 기동 개시!

에식스: 통신 재개 카운트다운, 스탠바이, 스탠바이….

에식스: 3…2…1… 지금이다! 헬레나! 스위치 온!

통신: ――――요새로부터――――수신――――응답 바람――――

통신: 몰타――――행사장――――응답 바람――――

한참동안 조용하던 통신기에서 요란한 호출음이 들리더니, 이내 무전이 쏟아져 나왔다.

통신과 함께 각종 정보가 물밀 듯이 들려오고 있다.

좋은 소식은 지중해 곳곳의 요새들이 저항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나쁜 소식은… 마르코 폴로가 「신의 나라」라고 불렀던 이 공간의 영향 범위가 생각보다 훨씬 넓고 심각하다는 것이다.

한시라도 빨리 저항 중인 요새들과 통신 채널을 구축하고 지휘 계통을 통일해야 한다.

멤피스: 지휘관. 나한테 맡겨.

기샹: 일손은 많을수록 좋지? 나도 도울게.

아브로라: 네. 저와 파먀티 메르쿠리야도 돕겠습니다.

프린츠 오이겐: 이런 일은 좀 서툴지만 대신 잘하는 사람을 소개할게.

프린츠 오이겐: 틸레. 지휘관을 도와줘.

Z2: 네. 알겠습니다.

시나노: 노시로. 그대도…….

노시로: 알겠습니다, 시나노 씨.

동료들의 협력 덕분에 겨우 현황을 정리할 수 있었다.

전력을 재편성하면 어느 정도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지브롤터 요새에도 드로이드가 나타났지만,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었다.

따라서 워스파이트에게 협력을 요청했고, 현재 그녀는 주력함대를 이끌고 이쪽으로 향하는 중이다.

몰타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적의 공세가 거세 수비대가 거의 포위된 상황이었다.

따라서 오이겐에게 철혈 함대를 이끌고 몰타로 향하라고 요청했다.

적 소탕을 마치고 섬의 안전이 확보되면, 수비대와 함께 다시 이곳으로 집결할 예정이다.

툴롱에는 비시아의 주력함대가 주둔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에는 형식적 대응만 했을 뿐, 정보 공유 및 연합 작전 요청은 전부 거절당했다.

우선은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


사디아 제국의 경우――

마르코 폴로가 원로원의 이름을 빌려 사디아 각 거점의 함대를 휘하에 넣으려고 시도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베네토가 건재하다는 이유로 응한 사람은 없었고, 현재 통신이 재개되면서 베네토가 모든 병력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타란토 주변은 아퀼라 함대가 적을 격파하고 현재 정비 및 전력 재편을 실시 중이다.

 

리토리오와 토리첼리는 베네치아에서 원로원에 대한 조사를 벌인 것으로 보인다.

드로이드 출현 이후 곧바로 대피하여 현재는 대피 시설 내부에서 고립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베네토가 타란토 함대를 베네치아로 보내 구출하려 했으나, 리토리오 왈 “다른 방법으로 탈출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 없다.”고 하는 걸 보면 당분간은 문제없어 보인다.

사디아 제국의 수도 역시 습격당했지만, 주둔 중이던 로마 일행의 대응과 본토의 지원으로 무사히 적을 막아낸 것으로 확인되었다.

로마는 수도의 안전을 확보한 뒤 박람회장으로 집결하겠다고 했으며, 또한 중요한 정보를 전해주었다.

마르코 폴로가 거대한 비행 옥좌를 타고 무언가 의식을 치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마지막으로 알렉산드리아에 주둔하고 있는 고리치아 일행의 경우, 연락이 완전히 끊겨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폐막식 전 강력한 모래폭풍이 발생한 것으로 보아 단순히 날씨의 영향일 가능성도 있지만, 만일에 대비해 타란토 쪽에서 정찰기를 보내도록 했다.


……회장 내의 동료들. 지중해 전역에 위치한 사디아, 아이리스 비시아, 로열 함대.

드로이드는 강력하고, 소형 적까지 합치면 이쪽의 수십 배 이상이나 되지만…… 아직 승산은 있다.

자, 다음 수는――



 ~18. 성좌 추방

 

과거 분화로 한 도시를 궤멸시키기도 했던 유럽에서 가장 위험환 활화산, 베수비오.

해발 1,200미터에 이르는 정상에서 검은 옷을 입은 화려한 여성이 분화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허공에 떠 있는 수많은 홀로그램이 그녀가 단순히 경치를 감상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었다.

클레망소: 멀리 바라보고 싶으면 높은 곳에 올라가라.

클레망소: 맑은 공기는 머리를 상쾌하게 해주고 쌓인 피로를 풀어주지.

클레망소: 이제 준비는 끝났어.

클레망소: 남은 건 동풍이 불기만을 기다리는 것.

통신: ――――

마르코 폴로: 클레망소! 지금 어디 있어!? 들려?!

클레망소: 마르코 폴로니? 그래, 지금 로마 근교에 도착했어.

클레망소: 길이 온통 「신의 흔적」으로 덮여 있어서 움직이기 정말 힘들었단다~

마르코 폴로: 더 빨리 출발하라고 그랬잖아!

클레망소: 그러다 의심받으면 어떡해? 나는 심판정의 대표인걸.

마르코 폴로: ……하아. 완전 엉망진창이야.

클레망소: 어머. 너답지 않네. 계획이 별로 순탄치 않나 봐?

마르코 폴로: 잘 진행되고 있는 부분도 있어. 하지만 그 밖에는 완―――전 엉망이야.

마르코 폴로: 진짜 짜증나! 박람회장에 있는 멍청이들은 아직도 계속 저항 중이야.

마르코 폴로: 사디아 제국의 함대만이라도 확보하고 싶었는데, 다들 베네토 베네토거리면서 날 깔보기나 하고!

마르코 폴로: 몇몇은 오히려 반항까지 했다니까!

마르코 폴로: 너야말로 어떻게 된 거야! 「신궁의 벽」은 원격으로 못 꺼?

클레망소: 그렇게 쉽게 해제할 수 있다면 아이리스의 비적이라고 할 수 없지.

클레망소: 하지만 결국은 신의 이름을 빌린 위물. 네 「신의 기계」가 있으면 쉽게 돌파할 수 있을 텐데?

마르코 폴로: 그래! 그 기계가 본 실력만 내면…….

마르코 폴로: 아니, 아직 안 돼. 지금은 이쪽에 집중해야 돼.

마르코 폴로: 아직 「신」의 강림은 완벽하지 않아. 지금은 신의 기계를 다룰 여유가 없어.

마르코 폴로: 지휘관만 없었다면 다 잘 됐을 텐데…….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었을 텐데!

마르코 폴로: 비시아 함대는 네 명령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지?

마르코 폴로: 그 아이들에게 박람회장 진압을 맡겨.

마르코 폴로: 약속했잖아. 내 계획이 파탄나면 너도 곤란할 텐데!

클레망소: 물론이지. 비시아 함대는 방관하지 않을 거야.

클레망소: 지금 툴롱에 연락할게.

----

클레망소: 장 바르. 들리니?

장 바르: 클레망소……? 드디어 마음이 바뀌었나?

클레망소: 그래. 출격해도 좋아. 장 바르.

클레망소: 준비는 이미 다 마쳤지?

장 바르: 당연하지. 저 괴물 놈들을 이 이상 내버려둘 생각은 없어.

장 바르: 어디의 적부터 처리하면 되지?

클레망소: 박람회장. 적은 박람회장에 있어.

클레망소: 장 바르. 함대를 이끌고 신의 기계와 협력하여 회장에 있는 모든 인원을 청소해.

장 바르: ………뭐라고?!

장 바르: 그 괴물들과 협력해서… 박람회장을 청소하라고?!

클레망소: 그래. 한 명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죽여.

클레망소: 걱정 마. 비시아 함선은 이미 회장에서 전부 철수했어.

클레망소: 지금 거기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정죄받아 마땅한 자들이야.

클레망소: 로열, 유니온, 북방연합, 아이리스, 철혈, 중앵, 사디아.

클레망소: 우리의 동맹을 배신하고, 우리의 적을 침략하고, 혼란을 틈타 약탈하며, 방관하기만 했던 냉담자들.

클레망소: 그곳에 있는 모든 진영은 우리가 겪었던 고난과 관계가 있어.

클레망소: 지금 그걸 일망타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에 우리 눈앞에 있는 거야.

클레망소: 설마 생각해 본 적 없니?

클레망소: 우리는 저들의 함대를 끝장내고, 이어서 저들의 나라를 멸망시킬 거야.

클레망소: 과거에 우리가 겪었던 굴욕을 청산하고, 우리가 겪었던 고난에 대한 복수를 하리라.

클레망소: 지금이 바로 「심판」의 때야. 장 바르.

장 바르: 클레망소…… 너, 지금 무슨…….

장 바르: 감정에 이성이 먹혀 버린 거냐……?

장 바르: 설령 우리와 그들 사이의 과거에 여려 원한이 있었다고 해도…….

장 바르: 지금은 그럴 때가 아냐…! 하늘에서 내려온 괴물들…. 그 「신의 기계」야말로 우리가 쓰러트려야할 진정한 적이잖아!!

장 바르: 이대로 내버려 두면 우리의 세계, 우리 문명은 모두 멸망하고 말 거야!

장 바르: 타 진영과 협력하지는 못할망정, 같은 함선에게 총부리를 돌리라니.

장 바르: 클레망소. 너는 이 괴물들이 우리의 동맹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장 바르: 지금 이러는 와중에도 저 놈들이 우리의 땅을 휩쓸고 있는데…!!

클레망소: 말주변이 꽤 늘었구나, 장 바르.

클레망소: 그런데 그거 아니? 저것들은 ‘우리가 지켜야할 것’은 아무것도 파괴하지 않았어.

클레망소: 심판의 날이 밝았으니 죄 있는 자는 마땅히 벌을 받고 신의 나라를 영접하기 위한 터를 닦아야 돼.

클레망소: 아이리스가 겪은 참상을, 우리가 겪은 참상을 절대 잊지 마.

장 바르: ……완전히 미쳤군, 클레망소.

장 바르: 네 미친 계획에 동조할 거란 생각은 마라.

장 바르: 저 괴물들과 함께 박람회장을 공격하라는 명령은… 결코 따르지 않겠어.

클레망소: 장 바르. 복수하고 싶지 않니?

장 바르: 물론 나는 원한을 잊은 적이 없어. 하지만 계속 증오에 사로잡혀 있어서는 안 돼.

장 바르: 아이리스 함대가 누군가의 꼭두각시가 되어 조종당하는 일은 더는 없을 거야.

장 바르: 이제 우리는 동료를 지키기 위해 출항하겠다.

장 바르: 네 ‘동맹’이 나를 방해한다면, 없애버릴 거다.

장 바르: 너 역시 나를 방해한다면… 없애버리겠어!

클레망소: 아하하하하! 심판정 대표인 나는 네 동료가 아닌가봐?

장 바르: 클레망소는 내 동생이다. 결코 거짓 신 따위를 섬기지 않아!

장 바르: 호교 기사단이 네 명령을 따르는 일은 없을 거다.

장 바르: 물론 네 뒤에 숨어서 성좌의 관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광대 역시 마찬가지고!

마르코 폴로: 뭐, 뭐라고오――――!?!?!?

마르코 폴로: 신의 대행자인 이 마르코 폴로에게 감히 그런 불경한 말을…! 극형에 처하겠어!

마르코 폴로: 클레망소는 나서지 마. 내가 혼쭐을 내줄 테니까!

클레망소: 그래――“아이리스의 성좌의 관의 이름으로 장 바르와 그녀를 따르는 역도들을 비시아 성좌에서 추방한다.”

장 바르: ……잘 해봐라. 클레망소.

 


엄벌을 선포하고 클레망소는 조용히 통신 회선을 끊었다.

클레망소: 이거 광풍이 불겠는걸.

클레망소: 이제 어떻게 할 거지? 지휘관?



 ~19. 옳은 일
세계박람회장. 비시아 파빌리온.
얼마 후.

멤피스: 지휘관, 툴롱에서 비시아 함대가 적과 교전에 들어갔다는 연락이 왔어!

멤피스: 비시아는 결국 마르코 폴로의 편을 들지 않았구나!

좋은 소식이지만 심판정의 개입을 고려하면 아직 비시아가 아군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다.

그들은 박람회장을 빠져나간 뒤 양산함들을 투입해 우리를 위협했다.

한편으로는 어떤 함선도 적의를 표한 적이 없으며, 「신궁의 벽」도 아직 제대로 가동되고 있다.

어쩌면 비시아도 사디아와 마찬가지로 이성을 잃은 클레망소가 혼자 폭주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멤피스: 지휘관, 어떻게 할 거야?

→ 네 생각은 어때?

멤피스: 뭐어…… 함정일수도 있지만, 구하러 가야 한다고 봐.

멤피스: 지휘관 말대로 비시아는 완전히 우리에게 등을 돌리지 않았어.

멤피스: ……지금은 모두가 함께 공동의 적과 싸우고 있는 상황이야.

멤피스: 클레망소가 제정신이 아닌 건지, 아니면 사이에서 간을 보고 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멤피스: 그래도… 걸어볼 가치는 있을 거야.

내 생각도 마찬가지다.

…워스파이트를 연결해줘. 로열의 지브롤터 함대는 현재 서지중해에 있으니 충분히 구조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거야.

멤피스: 알겠어!



 ~20. 분화
베수비오 화산은 평온에 싸여있다.

드로이드가 방출하는 의문의 물질――「신의 흔적」은 어째서인지 이곳까지는 침범하지 않았다.

사방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소음도 이곳에서는 들리지 않았다.

마르코 폴로: 클레망소, 지금 어디야??

클레망소: 그래. 네가 알려준 은신처로 가고 있어~

클레망소: 심판정 함대도 거의 다 왔으니 슬슬 박람회장으로 갈 차례네.

마르코 폴로: 좋아! 드디어 좋은 소식이 왔네.

마르코 폴로: 「신」의 강림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아직도 이렇게 발버둥치는 녀석들이 남아 있다니……. 그래도 너는 의지가 돼서 다행이야.

마르코 폴로: 마지막 전투 전에 좋은 걸 알려 줄게.

마르코 폴로: 그 은신처는 이 마르코 폴로가 엄선한 곳이야.

마르코 폴로: 원로원의 비밀 시설과는 한 구역 정도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마르코 폴로: 그래. 플랑드르가 있는 그 시설 말야.

마르코 폴로: 후후. 특별계획함 플랑드르. 신앙의 개념을 최대로 발휘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

클레망소: 그래? 그 애가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는 줄은 몰랐네.

마르코 폴로: 아하하하. 놀래 주고 싶어서 일부러 말 안 했지~

마르코 폴로: 걔는 비시아 성좌 소속이니까 나보다 네가 이끄는 게 자연스럽지 않겠어?

마르코 폴로: 자. 플랑드르를 데리고 네 심판정 함대와 함께 박람회장으로 가.

마르코 폴로: 「트렌토」도 도와줄 거야.

마르코 폴로: 신의 위광에서 눈을 돌리는 자들을 회개시키도록 해!

클레망소: 알겠어. 마르코 폴로.

클레망소: 이쪽은 걱정하지 말고 의식에만 전념해줘.

클레망소: 어머, 벌써 끊어버렸네.

클레망소: 이렇게 일찍 카드를 다 내보이다니, 역시 성급하구나. 마르코 폴로.

클레망소: 후후후. 조금은 이 클레망소의 상대가 될 줄 알았는데….

클레망소: 아쉽게 됐어.

클레망소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눈앞의 홀로그램 패널을 몇 번 터치했다.

케생: 여기는 케생. 좌표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어떻게 하면 될까요…?

클레망소: 잘 들어, 케생. 곧 플랑드르라는 특별계획함이 그쪽으로 향할 거야.

클레망소: 개발 과정에서 사디아와 협력하긴 했지만 그 아이는 우리의 동료야. 절대 공격하면 안 돼.

클레망소: 도착하면 모두와 합류시키렴.

클레망소: 그리고 전투 태세를 유지한 채로 지금 보낸 새로운 좌표로 이동해.

클레망소: 적은 곧 거기 도착할 「트렌토 META」야.

클레망소: 그쪽은 아군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기습을 가해도 좋아.

클레망소: 신속하게, 일격에 제압하렴.

클레망소: 물론 격침해서는 안 되고, 도망치게 놔둬도 안 돼. 어디까지나 제압이야.

클레망소: 끝나면 내게 보고하고 다음 명령을 기다려.

클레망소: 어머, 케생. 너무 충격적이어서 벌써 내용을 잊어버린 거니? 다시 한 번 말해줄까?

케생: 아, 아닙니다, 클레망소 님! 전부 기억했어요!

케생: 모든 것은 아이리스의 의지대로….

클레망소: 그래. 아이리스의 의지대로.

케생과의 통신을 마치고 클레망소는 모든 패널을 닫았다.

그녀가 왕홀을 높이 들어올린 순간――

베수비오 화산이 분화했다.

클레망소: 개념 병기. 심판정의 최고 걸작, 「정복」을 관장하는 「Blanc」

클레망소: 하늘을 가리는 연기. 솟구치는 화염. 그리고 모습을 드러내는 종말의 기사.

클레망소: 후후후. 클라이맥스에 걸맞는 광경이네.

클레망소: 자, 슬슬 가볼까?

클레망소: 마르코 폴로. 네게 단 한 가지, 거짓말을 하지 않은 게 있어.

클레망소: 「신의 흔적」으로 뒤덮인 길은 정말 걷기 힘들구나――



 ~21. 작별이다 친구여

 

날개 달린 옥좌에 앉아 있는 마르코 폴로는 발밑의 세계를 내려다보며 「신」의 알현을 기다리고 있었다.

관과 옥좌가 빛을 발하고 있다. 의식의 성공이 가까워졌다.

바다가 거칠게 일렁인다. 빛조차 들지 않는 심연에서, ‘무언가’가 부상하려 하고 있었다.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호! 이 기척! 틀림없는 신이야!

마르코 폴로: 위대한 사디아! 위대한 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 자, 새로운 시대의 시작이다――

――――――!!!!!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이 마르코 폴로의 주의를 끌었다.

마르코 폴로: ……뭐? 베수비오 화산!? 이런 떄에……?

마르코 폴로: 아니…! 뭔가가 뛰쳐나왔어…….

마르코 폴로: 뭐야 저게…? 하얀 갑옷, 활, 그리고… 말?

마르코 폴로: 하아?! 하늘을 날고 있는데 말은 왜 타는 건데?

마르코 폴로: …아니 아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 저건 대체 뭔데 베수비오 화산에서 튀어나온 거야!?

마르코 폴로가 동요하는 사이 거대한 기사는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마르코 폴로: !!!!

마르코 폴로: 활을 겨눴어!? 잠깐, 여길 노리고 있잖아!

마르코 폴로: 젠장! 피하기엔 늦었어…!!

―――!!!

마르코 폴로: 꺄아아아아아아아!!!

활에서 발사된 레이저는 옥좌 상부를 스쳐지나갔을 뿐인데도 엄청난 폭발을 일으켰다.

그 충격과 후폭풍에 옥좌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마르코 폴로: 으아아아아!? 날개에 피해가!? 균형이 안 잡혀…!?

마르코 폴로: 어, 어디에든 긴급 착수해야 돼!!

통신: ――――

마르코 폴로: 클레망소의 통신…?!


마르코 폴로: 클레망소! 지금 어디야!?

마르코 폴로: 너도 그 거대한 기사 봤지!? 저건 대체 뭐야?!

 

마르코 폴로: 베네토가… 지휘관이 준비한 비밀 병기야!?

마르코 폴로: 꺄아아아아! 더는 옥좌가 못 버텨!

마르코 폴로: 회장으로 가지 말고 일단 이쪽으로 와서 좀 도와줘!!

클레망소: “첫째 인을 떼실 때에 이에 내가 보니 흰 말이 있는데.”

클레망소: “그 탄 자가 활을 가졌고 면류관을 받고 나아가서 이기고 또 이기려고 하더라.”

클레망소: 그 아이는 묵시록의 4기사. 심판정의 비적이자 또 다른 「신의 기계」.

클레망소: 「정복」의 개념이 강화됨에 따라 나도 심판정 함대의 제어권을 되찾았지.

클레망소: 체크메이트야. 마르코 폴로.

마르코 폴로: 뭣!? 설마 너, 처음부터 다 노린 거야!?

마르코 폴로: 날 속인 거냐고!? 클레망소―!!

클레망소: 아하하하. 이제야 깨달았니?

클레망소: 너는 좋은 친구지만, 네 「신」에게는 이르지 못했나 봐.

마르코 폴로: 크윽――!! 클레망소… 너까지 날 배신해…?!

마르코 폴로: 같은 꿈을 가진 너만은…, 같은 뜻을 가진 너만은 믿고 있었는데…!!

마르코 폴로: 친구라고 생각했었는데…….

클레망소: 네 꿈에 대해선 충분히 공감해. 도움을 준 것도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하고.

클레망소: 너와의 우정은 거짓이 아니야. 지금도 그렇게 생각해.

클레망소: 그렇기에, 너를 멈출 수밖에 없는 거야.

클레망소: 사디아의 미래, 그리고 네 목숨을 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어.

마르코 폴로: 대체…… 왜…….

클레망소: 너는 좋은 의미에서 광대. 이런 짓을 할 사람이 아냐.

클레망소: 너는 네 사랑하는 나라와 동료들을 배신했어.

클레망소: 그러니 이번 사태의 책임은 이를 독단적으로 자행한 마르코 폴로 한 사람이 지게 하면 돼.

클레망소: 이번 사태에서는 사디아 역시 피해자일 뿐이야.

클레망소: 오히려 수습 여하에 따라 평판이 더욱 올라갈 수도 있지. 지휘관과의 커넥션을 만든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클레망소: 위광을 퍼트리기 위한 첫걸음으로는 최고라고 생각하지 않아?

마르코 폴로: 결국 너도…… 범인에 불과했구나…….

클레망소: 그래. 나는 평범한 악녀야. 하지만 여전히 네 친구지.

클레망소: 약속할게. 너를 구슬려 「장기말」로 쓰려고 했던 거짓 「신」. 그 자가 결코 이 세상에 강림하게 두지 않을 거야.

클레망소: 네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부수도록 놔두지 않겠어.

클레망소: 그리고, 네가 씻을 수 없는 죄인으로 전락하게 두지도 않을 거고.

마르코 폴로: 이제는…… 다 쓸데 없어……. 무의미해…….

마르코 폴로: 왜…… 이렇게 된 거지…….

마르코 폴로: 아아……. 앞으로 한 발짝이었는데…….

마르코 폴로: 내 이상…….

마르코 폴로: 내 세계……….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마르코 폴로는 부서진 옥좌와 함께 바다로 추락했다.

이윽고 세계는 다시 정적에 휩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