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서프라이즈」
~01. 극지의 에스키모
어느 날. 모항.
베일리: “반짝이는 밤하늘과 달빛에 빛나는 빙하――”
베일리: “매섭게 휘몰아치는 바람 속을――”
베일리: “순백을 등에 지고 두텁게 껴입은 소녀가, 작살을 움켜진 채로 조용히 전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벤슨: 응응. 그래서? (꿀꺽)
베일리: “그대로 조심스레 앞으로 나아가자, 함께 있던 두 마리의 사냥개도 똑같이, 다른 방향에서 사냥감을 향해 다가갔다.”
베일리: “이윽고 그녀는 사냥감을 향해 휙 작살을 던져서 훌륭하게 식량을 확보했다.”
커크: 와아… 멋있다….
베일리: 흐흥, 에스키모는 역시 이런 이미지겠지!
벤슨: 오랫동안 극지의 빙하에 살고 있던 사냥꾼…. 무서운 사람이면 어떡하지….
베일리: 어? 벤슨 언니도 에스키모 만난 적 없어?
벤슨: 없어―! 그치만 정보에 따르면 곧 지휘관의 비서함으로 착임한대~
커크: 그럼 집무실에 가면 볼 수 있겠네. 어떤 사람일까…?
???: 오―아―!
베일리: 응? 나무 뒤에서 함성 소리가!?
???: 두구두구두구두구!
벤슨: 이번엔 드럼 소리!?
???: 이얏호우! 에스키모가 궁금하다고? 흐흥, 그럼 그 진실을 알려주지!
커크: (꿀꺽x2)
에스키모: 짜잔! 트라이벌급 구축함 에스키모, 오늘부터 비서함에 착임―! 잘 부탁해!
베일리: 스스로 에스키모라고 하는 소녀가 나무 뒤에서 나타났다!
벤슨: 작살은… 없네. 사나운 사냥개도… 곁에 없어. 다행이다! 그냥 귀여운 미소녀라서!
커크: 극지풍의 두꺼운 옷에 설산 장비도 가지고 있어! 멋있다….
에스키모: 에헤헤. 아까 이야기는 다 들었어. 재밌긴 했는데, 다들 상상했던 거랑 달라서 좀 미안하네.
벤슨: 아냐 아냐. 오히려 새로운 동료가 무서워 보이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야! 난 벤슨. 여기는 베일리하고 커크야~
에스키모: 다들 잘 부탁해! 일단은 지휘관한테 가봐야 하니까, 다음에 또 얘기하자―!
벤슨: 노 프라블럼!
베일리: 생각하고 달리 엄청 기운 넘치는 사람이네. 흐흥, 이거 여러모로 재밌겠는걸~
~02. 우주에서 온 토끼토끼별 아이스크림
모항. 집무실.
에스키모: 흥흥흥♪ (신나게 파일을 정리하고 있다.)
한여름의 정오라는 가장 나른한 시간대인데도, 에스키모는 생생했다….
에스키모: 오옹? 지휘관의 시선이 느껴지는데…. 아! 점심 휴식시간인가!
에스키모: 에헤헤. 지휘관, 오전에도 수고했어! 오늘은 덥네…. 차갑고 열사병도 예방할 수 있는 걸 찾아볼까?
(똑똑)
베일리: 지휘관, 에스키모. 좋은 거 가져왔어~
에스키모: 이건… 토끼토끼 모양 아이스크림?
에스키모: 차갑고 열사병 예방도 되는 걸 찾아오겠다고 하자마자 동료가 아이스크림을 갖다 주다니!
베일리: 헤헤헤. 오늘은 너무 더우니까…. 다들 축 쳐져 있는 걸 보고 새러토가가 힘내라고 아이스크림을 만들어줬어.
새러토가가 만든 아이스크림…? 설마!?
베일리: 응! 새러토가가 함재기로 재료들을 다 준비해줘서 벤슨 언니하고 같이 모형을 찍었어.
베일리: 일명 “우주에서 온 토끼토끼별 아이스크림”!
베일리: 다른 사람들한테도 갖다 줘야지. 지휘관, 에스키모. 일 열심히 해~
토끼토끼 모양 아이스크림 한 박스를 내려놓고 베일리는 방을 나갔다.
에스키모: 후우―! 지휘관도 하나 어때?
에스키모: 으으응~ 이 세상에 아이스크림이라는 멋진 게 존재한다는 사실에 감사!
정말 그래.
에스키모: 그치만 아직 뭔가 부족한 느낌이야….
에스키모: 더위 대책…. 더 큼직한… 으음. 아, 맞다!
손에 든 아이스크림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던 에스키모의 눈에서 무언가가 번뜩인 것 같았다.
→ 에스키모에게 물어본다
에스키모: 헤헤헤. 아직 비밀!
에스키모: 지휘관은 아이스크림 먹으면서 집무실에서 푹 쉬어―! 잠깐 나갔다 올게!
~03. 사전 준비, 그 첫 번째
모항. 매점.
아카시: 냐아…. 기간한정으로 여름 세일 중이다냐. 와서 한번씩 보고 가라냐….
아카시: 에스키모냥? 어서와라냐….
에스키모: 야호―! 아카시냥 오늘은 별로 기운이 없네.
아카시: 요즘 계속 더위가 기승을 부려서 일부러 나와서 쇼핑하는 사람도 줄었다냐!
에스키모: 아하하, 그랬구나…. 사실 아카시냥이 도와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
아카시: 냐아? 말해봐라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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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 으음…. 분명 그 기계라면 창고에 한 대 있다냐. 하지만 아주 오래 전에 고장 나서 빌려가도 쓸 수가 없다냐.
에스키모: 어떻게 좀 해줘! 망가진 함선의 설비쯤은 손쉽게 고치는 아카시냥 같은 훌륭한 수리함이라면 그 기계도 고칠 수 있잖아?
아카시: 그건 당연하다냐! 하지만 고장의 원인도 모르고, 고치려면 꽤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냐….
아카시: 애초에 그걸 빌려서 뭘 할 셈이냥?
에스키모: 음~ 아카시냥은 비즈니스 파트너 같은 거니까 알려줘도 되겠지!
에스키모: (소근소근 속닥속닥)
아카시: (우냐? 음음… 그렇구냐!)
아카시: 그러면… 그걸 기회로 매대를 열고 장사하면 매상도 살아날 거다냐!
아카시: 걱정 마라냐! 에스키모냐. 그때까지는 전력으로 기계를 고치겠다냐!
에스키모: 진짜?! 앗싸―! 만세!!! 잘 부탁해, 아카시냥!
~04. 사전 준비, 그 두 번째
며칠 후. 모항. 집무실.
요 며칠간 에스키모는 무언가 몰래 준비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저번의 그 “비밀”과 관계가 있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비서함 일 역시 잘 해내고 있다. 기운이 넘치네….
에스키모: 흥흥흥♪
에스키모는 콧노래를 부르며 숨기는 건 요만큼도 없다는 표정으로 신나게 일하고 있다.
역시 궁금하다….
→ 에스키모에게 요즘 뭘 하고 있는 건지 물어본다
에스키모: 에헤헤. 호기심을 참지 못한 지휘관이 언제 물어보려나, 막 생각하고 있던 참이야~
에스키모: 어느 계획을… 아니, 서프라이즈라고 하는 게 좋으려나? 아무튼 준비하고 있어.
에스키모: 지금 지휘관한테 알려주면 서프라이즈가 아니게 되니까, 기대하고 있어!
평소에는 털털해 보이지만 이럴 때는 철저하다.
에스키모: 아, 근데 장소를 구하는 게 좀 까다로워서….
에스키모: 모항 실내 수영장, 하루만 전세 내도 돼? 서프라이즈 준비에는 아무래도 하루는 걸리니까!
에스키모: 응? 도와줄 거지? 부탁해, 지휘관!
실내 수영장이라…. 여름이고, 다들 보통 수영할 거면 바다로 가니까 실내 수영장은 애물단지이긴 했다.
뭐, 하루라면….
→ 허가한다
에스키모: 이얏호! 만세!! 지휘관 고마워!
에스키모: 이걸로 가장 귀찮은 문제는 해결!
에스키모: 남은 준비는….
에스키모처럼 기운이 넘치는 애조차 하루를 꼬박 써야만 준비할 수 있을 정도의 서프라이즈라니…. 조금은 기대가 되기도 한다.
그동안 실내 수영장이 무사했으면 좋겠는데….
~05. 선전은 중요!
모항. 학원 광장.
에스키모: 계속되는 폭염에 지쳐 피서 장소를 찾고 있는 당신을 위해!
에스키모: 내일, 모항 실내 수영장에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어!
에스키모: 빅 서프라이즈야! 꼭 와줘―!!
아침 일찍부터 에스키모는 광장에서 열심히 선전하고 있다. 기운 넘치는 그녀의 목소리는 많은 사람의 마음에 와닿았다.
에스키모: 지휘관, 안녕―! 자, 내일 이벤트 전단지~
직접 만든 전단지까지 준비한 건가….
에스키모: 지휘관 덕분이기도 하니까, 비번인 내일은 꼭 놀러와!
에스키모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서프라이즈. 드디어 그 정체가 밝혀질 날이 찾아왔다.
→ 간다고 약속한다
에스키모: 야호! 그럼 기다릴게!
벤슨: 어? 실내 수영장에서 서프라이즈 이벤트?
베일리: 어제 하루 왜 휴관이지 했는데…. 역시 에스키모하고 관계가 있었네!
베일리: 전에 생각했던 대로 재밌게 됐어!
커크: 음… 설마 수영 대회? 돌아가면 수영복 준비해 놔야지.
에스키모: 어, 수영복? 그런 거 필요 없어! 오히려 반대로 껴입어야 돼!
벤슨: 수영장… 물… 에스키모다운 행사…. 설마 낚시 대회!?
벤슨: …물고기로 가득한 연못가에 앉아, 진지하게 낚시를 하고 있는 초 커여운 미소녀 벤슨의 가련한 모습….
벤슨: 좋아! 지금부터 낚시도구 준비해야지!
에스키모: 아니, 그것도 아냐! 빈손으로 와도 돼!
에스키모: 대신 전단지 뒤에 적혀 있는 주의사항은 꼭 읽어줘!
그러고 보니 전단지 뒤에 무언가 써져 있다.
“내일 하루, 모항 실내 수영장에서 모두를 위한 서프라이즈를 준비했습니다. 꼭 놀러와주세요!”
“PS: 적당한 방한 대책은 필수!”
…방한 대책?
~06. 한여름의 눈세계
다음 날. 모항. 실내 수영장.
어제 에스키모의 선전이 효과를 봤는지, 길거리에서 같은 목적지로 향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
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로 짐작하건대, 아무래도 에스키모가 준비한 서프라이즈는 대성공인 것 같다.
3, 2, 1. 문을 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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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 이게 바로, 모두를 위해 준비한 빅 서프라이즈! 어때? 같이 마음껏 즐기자!
아브로라: 한여름에 인공눈을 내리게 하다니… 대단한 서프라이즈군요. 북방연합의 겨울 생각이 나네요….
베일리: 눈이다 눈! 와아~ 벤슨 언니 봐봐! 여름인데 눈이 엄청 왔어~ …눈싸움 하자~
벤슨: 눈싸움은 나중에! 일단은 슈퍼 빅한 토끼토끼 눈사람을 만들자!
커크: 응응! 나도 도울래!
실내에 들어서자, 마치 한겨울 같은 찬바람이 몰아쳤다.
수영장 안… 아니, 애초에 수영장 형태가 아니었다.
내린 눈으로 덮은 건지는 모르겠다만, 거기에는 작은 오두막 같은 게 여럿 세워져 있었다.
에스키모: 에헤헤, 어때 지휘관! 놀랐지? 놀랐구나!
→ 놀랐어
에스키모: 엣헴. 저번에 아이스크림 먹었을 때 생각난 게 이거야. 여름이 너무 더워서 힘들다면, 겨울로 바꾸면 되잖아?
에스키모: 그렇게 돼서 이것 좀 봐~! 실내 수영장에서 사전 준비를 하고, 아카시의 인공 제설기를 빌려와서 하루 내내 가동시키면 눈세계 완성!
대단한 행동력이다. 그나저나 역시 아카시도 한 패였나….
아카시: 아카시의 기간 한정 오두막 매점, 개점이다냐~
아카시: 놀다가 지치면, 오두막에 들어가면 따뜻한 음료와 음식을 즐길 수 있다냐!
비즈니스 센스가 흘러 넘친다….
쿵!
수영장 쪽에서 갑자기 눈덩이가 날아왔다. 다행히 빗나갔지만.
폭스하운드: 아깝다! 살짝 빗나갔네―
폭스하운드: 지휘관, 에스키모. 모처럼 여름에 눈싸움 할 수 있게 됐는데 그렇게 가만히 서 있으면 안 되지!
폭스하운드: 마침 2라운드가 시작되는데 같이 할래?
에스키모: 할래 할래! 잠깐만! 지금 그리로 갈게!
에스키모: 가자, 지휘관. 오늘은 하루 종일 눈세계를 즐겨 보자!
~07. 에스키모에게 “즐거움”이란
모두와 즐겁게 눈싸움을 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저물어 있었다.
더운 여름날을 잠깐 겨울로 바꾼다는 건 꽤 좋은 아이디어였다.
에스키모: 하아… 신나게 놀았네. 지휘관은 어때? 즐거웠어?
→ 즐거웠다
에스키모: 에헤헤. 그럼 됐어! 날이 저무니까 다들 돌아갈 준비 중이네. 지휘관도 얼른 가서 쉬어!
에스키모: 에스키모는 뒷정리를 해야 하니까. 다시 원래대로 돌려놔야지.
→ 나도 남아서 돕는 게 빨리 끝나지 않을까?
에스키모: 응? 지휘관도 남아줄 거야? 만세―! 그럼 같이 치우자!
----
뒷정리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다. 이걸 에스키모는 혼자 준비한 건가….
에스키모: 확실히 사전 준비 때는 바빠서 좀 피곤했지만, 모두가 웃는 얼굴을 보니 피로가 전부 날아갔어! 그걸 위해서 열심히 준비한 거니까.
에스키모: 모두의 웃는 얼굴을 보면 에스키모도 웃는 얼굴이 된다구!
에스키모: 이렇게 모두와 함께 신나게 노는 게 제일 즐거우니까!
에스키모: 아, 그러고 보니 지휘관은 어떤 생선을 제일 좋아해?
좋아하는 생선…?
그건 갑자기 왜?
에스키모: 흐흥. 이 서프라이즈의 폐막은 다음 서프라이즈의 개막을 의미하니까~
에스키모: 모항 사람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일을 계속 해나갈 거야!
에스키모: 다음 번에는… 벤슨이 말했던 낚시 대회라도 할까.
에스키모: 그때는 지휘관도 같이 준비 도와줄래?
에스키모와 모항 사람들의 웃는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이런 이벤트가 더 있어도 괜찮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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