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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 캐릭터 스토리 ~스위트 데이는 두 사람의 비 모양

킹루클린 2023. 3. 28. 08:12
스위트 데이는 두 사람의 비 모양
 
 
 ~01. 헬레나가, 사탕?
이른 아침. 집무실 앞.
 
집무실에 다 와 가니 문 앞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헬레나: 지휘관, 안녕. 오늘부터 비서함을 맡게 된 헬레나야.
 
헬레나: 미안. 지휘관보다 먼저 집무실에 들어가는 건 실례가 아닐까 해서….
 
그러고 보니 오늘은 헬레나의 비서함 첫날이었군…. 그나저나 헬레나는 두꺼워 보이는 노트를 꼭 껴안고 있었다.
 
헬레나: 응. 우선은 서류 정리구나.
 
그렇게 말하며 헬레나는 두꺼운 노트를 책상 위에 펼쳤다.
 
헬레나: 어디, “서류 정리”는… 찾았다.
 
노트에는 예쁜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거기에 컬러풀한 포스트잇도 붙어 있었다.
 
헬레나: …? 아, 지휘관. 궁금해?
 
헬레나: 동료들한테 들은 걸 정리한 비서함 노트야.
 
헬레나: 이런 저런 경험담을 참고하면 든든하지 않을까 해서….
 
이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는 느낌…. 역시 헬레나답다….
 
헬레나: 아차. 지휘관. 음료 준비를 깜빡했네. 차하고 커피 중에 뭐가 좋아?
 
→ 그럼 차로 부탁해. 진하기는 보통으로
 
헬레나: 보통…. 알겠어. 바로 준비할게.
 
순간 곤란하다는 낯빛을 띈 헬레나는 노트를 몇 쪽인가 넘기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녀는 전자저울을 들고 돌아왔다.
 
헬레나: 이러면 정확히 잴 수 있어….
 
헬레나: 집무실에 있는 티 포트의 크기로 봤을 때, 보통 농도로 하려면 대략 5그램의 찻잎이 필요하겠어….
 
헬레나: ……됐다. 지휘관, 여기 있어.
 
확실히… 딱 적당한 진함이다.
 
추측컨대 헬레나가 요리할 때는… 주방은 거의 과학실 분위기가 아닐까…?
 
헬레나: 서류 정리도 끝났어. 확인 부탁해.
 
서류 정리도, 차 준비도, 헬레나는 완벽하게 해냈다. 다만….
 
 
세인트루이스: 지휘관. 저번 출격 보고서를 가지고 왔어.
 
호놀룰루: 정말… 왜 일일이 서류까지 전해주러 와야 하는데….
 
서류를 확인하고 있자니 세인트루이스와 호놀룰루가 찾아왔다.
 
세인트루이스: 헬레나. 어때? 잘하고 있니?
 
헬레나: 어, 세인트루이스 언니?
 
헬레나: 그게, 빌려온 조리 기구를 돌려줘야 되니까… 잠깐 갔다 올게….
 
세인트루이스: 어머, 가버렸네….
 
세인트루이스: 지휘관. 헬레나 덕분에 업무도 편하지? 성실한 아이니까.
 
그건 그렇지만, 너무 세심하다고 할까….
 
세인트루이스: 무슨 말인지 알겠어. 글쎄… 약간 사탕 닮지 않았니?
 
사탕?
 
세인트루이스: 응. 달콤하지만, 이에 들러붙는 그런 느낌…?
 
세인트루이스: …아무튼 서류는 전했으니 이만 돌아갈게. 지휘관, 힘내.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우선은 이대로 지켜 보도록 하자.
 
 
 
 
 ~02. 다가오는 폭풍
저녁 무렵.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다.
 
헬레나: 지휘관. 비가 오네. 거세지기 전에 돌아가자.
 
일이 아직 좀 남아 있다. 이것만은 끝내고 가고 싶은데.
 
하지만 헬레나는 먼저 돌아가도 괜찮아. 오늘 비서함 업무는 다 끝났으니까.
 
헬레나: 하지만… 그게…. 지휘관하고 같이 가고 싶어….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헬레나의 마음을 저버릴 수는 없지. 얼른 끝내버리자.
 
 
이런 저런 와중에 고개를 들어 보니 비는 마치 폭포처럼 맹렬하게 쏟아지고 있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 흉흉하게 휘몰아치는 바람에 으르렁대는 천둥소리…. 마치 폭풍이 연주하는 소리 같다.
 
그러고 보니 어제 일기예보에서 오늘은 태풍이 올 거라고 했었지….
 
헬레나: 어, 태풍?
 
→ 미안… 깜빡했어
 
헬레나: 괜찮아.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돌아가면 되니까.
 
창밖의 폭풍에 호응하듯 내 배에서도 천둥소리가 울렸다.
 
…슬슬 저녁이나 먹자. 서랍 속에 컵라면하고 과자가 조금 있다.
 
→ 같이 먹을래?
 
헬레나: 고, 고마워. 지휘관….
 
컵라면을 꺼내려고 손을 뻗었는데 그만 헬레나와 손이 맞닿았다.
 
헬레나: 그게… 괘, 괜찮으면 지휘관 몫도 내가 준비할게. 비서함이니까….
 
헬레나: 일단은 알람을 3분에 맞추고, 그 다음엔….
 
헬레나는 노트를 참고하면서 어떤 식으로 어레인지 할지 체크하고 있는 거 같았다.
 
이런 때에도 노트가 도움이 되는구나….
 
헬레나: 자, 다 됐어. 지휘관, 여기.
 
이건… 맛있다!
 
태풍으로 발이 묶인 상황이라 더 그렇게 느끼는 건가…?
 
헬레나: 사실 중앵 동료한테 들은 레시피야. 우메보시하고 감자칩을 이용해서….
 
집무실에 있는 과자 종류까지 파악하고 있다니…. 헬레나의 정보망을 얕볼 수는 없겠군.
 
헬레나: 혹시 궁금하면 나중에 레시피 정리해서 알려줄까…?
 
――――!
헬레나: 꺄악! 지, 지휘관, 어떻게 된 거지…?
 
갑자기 굉음이 들린 다음, 집무실이 깜깜해졌다.
 
 
 
 
 ~03. 일렁이는 등불 上
모항. 집무실.
 
비상등에 의지해 헬레나와 함께 두꺼비집을 찾았다.
 
다가가자마자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아무래도 쉽게 고칠 만한 건 아닌 거 같다.
 
헬레나: 지휘관. 아마 창고에 긴급용 소형 발전기가 있었을 거야….
 
헬레나: 그걸 쓰면 일단 오늘 밤의 조명은 어떻게든 될… 거라고 생각해.
 
헬레나: 지휘관. 같이… 찾아 볼래?
 
건물의 구조가 복잡한 데다가 정전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으니 금방 길을 잃고 헤맬 것 같다….
 
여긴가? 아니… 여기는 기록보관실이고. 그럼 여기? …도 아닌데….
 
헬레나: 지휘관. 창고는 아마 저쪽일 거야….
 
→ 어떻게 그렇게 잘 알아?
 
헬레나: 아니, 저번에 한 번 와 본 적이 있어서 어렴풋이 생각날 뿐이야….
 
헬레나: 아마 일단은 오른쪽. 그리고 왼쪽으로 틀고, 또 왼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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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레나의 안내 덕분에 바로 창고를 찾을 수 있었다.
 
이렇게 복잡한 구조를 한 번 온 걸로 기억하다니…. 대단하다.
 
창고에 온 건 좋은데, 보관되어 있는 비품을 뒤지면서 원하는 걸 찾아내려고 생각하니 막막하다…….
 
헬레나: 발전기가 있는 곳은 분명… 12열 첫 번째 선반….
 
헬레나: 있다! …다행이야, 기억이 틀리지 않아서.
 
장소까지 기억하고 있었던 건가….
 
→ 엄청난 기억력이네
 
헬레나: …으응. …왠지 모르게 여기가 아닐까 싶어서 그냥….
 
헬레나: 발전기용 연료도 찾아야 하는데….
 
어둠 속에서 헬레나는 수줍은 듯이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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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전기를 무사히 가동시켜서 집무실의 조명이 돌아왔다.
 
헬레나: 조명이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다음은….
 
헬레나: 어?! 미안해! 조작을 실수했나?
 
헬레나의 조작에 실수는 없었다.
 
아마 연식이 오래 돼서 성능이 떨어진 것 같다…. 일단은 안 쓰는 설비는 전원을 뽑고 책상 조명만 켜기로 했다.
 
책상 조명의 따뜻한 빛이 비추는 집무실 한구석에서, 옆에 앉은 헬레나와 함께 한숨을 돌렸다.
 
 
 
 
 ~04. 일렁이는 등불 下
겨우 얻은 불빛에 의지해서 헬레나와 함께 업무를 끝냈다.
 
그렇지만… 폭풍은 잦아들 기미가 없었다. 일단은 헬레나와 얘기라도 좀 하기로 했다.
 
헬레나: …무슨 얘기부터 할까?
 
――헬레나는 좋아하는 게 뭐야?
 
헬레나: 좋아하는 거… SG…일까?
 
――역시 SG인가…. 좀 더 일반적인 수준에서는 없어?
 
헬레나: 글쎄…. 귀여운 옷?
 
(오늘 일에 대한 답례로 다음에 선물이나 해주도록 하자.)
 
――그럼 싫어하는 건?
 
헬레나: 싫어하는 거….
 
헬레나는 고개를 숙이고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헬레나: …실은, 싸우는 게 싫어….
 
헬레나: 동료들이 다치는 걸 볼 때마다 가슴이 찢어지는 거 같아….
 
헬레나: 내가 더 강해진다면… 동료가 다치는 걸 바라보기만 하는 무력한 나 자신과 결별할 수 있을 텐데….
 
그렇게 말하고 헬레나는 다시 입을 다물었다.
 
아무래도 질문을 잘못 고른 거 같다….
 
책상 조명의 불빛에 의지해 두 사람 몫의 차를 컵에 따랐다.
 
 
→ 아무 말 없이 컵을 헬레나 앞에 둔다
헬레나: 나, 나한테…? 고, 고마워 지휘관.
 
→ 미안. 무거운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
헬레나: …고마워. 지휘관.
 
 
컵을 든 채, 헬레나는 오랫동안 창밖을 응시하며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무언가 각오를 다진 듯, 진지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며 이렇게 물었다――
 
헬레나: 지휘관도, 분명 꺼리는 일이 있지?
 
헬레나: 그런 일에 대해서 지휘관이라면 어떻게 대처하는지 알고 싶어.
 
헬레나: 그래서 지휘관처럼, 노력해서 극복하고 싶어….
 
헬레나: …어, 극복하는 것에 구애받지 않아도 괜찮, 아?
 
그래. 헬레나는 스스로의 페이스대로 해나가면 돼.
 
――그리고 오늘은 헬레나 덕분에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됐어. 아직 제대로 감사의 말을 하지 못했네.
 
――고마워, 헬레나. 너는 이미 충분히 대단해.
 
헬레나: 그, 그래…?
 
헬레나: 지휘관에게 인정받다니. 너무 기뻐.
 
헬레나의 표정이 다소 누그러진 것 같았다.
 
 
 
 
 
 ~05. 폭풍의 소나타: 제1악장
――――!
 
헬레나: 꺅!? 이번엔 뭐가…?
 
폭풍의 맹공을 견디지 못한 유리창이 깨지면서 순식간에 집무실에 비바람이 몰아쳤다.
 
헬레나: 지휘관, 다치진 않았어!?
 
아무도 창가에 서 있지 않아서 다행이다…. 서류는 엉망이 됐지만….
 
그보다 이대로는 집무실 전체가 난장판이 될 거야.
 
헬레나: 그러네. 창문을 어떻게든 해야겠어.
 
헬레나는 우선 서류가 날아가지 않도록 두꺼운 책을 서류더미 위에 올려놓았다.
 
헬레나: 이러면 서류는 괜찮을 거야. 지휘관. 책장 뒤에 우그러진 골판지가 있었지…?
 
시키는 대로 골판지를 가져 왔다.
 
헬레나: 유리가 깨진 부분에 맞춰서 테이프로 고정하면….
 
헬레나: 됐다. 젖어버린 서류를 수거하자. 나중에 말리면 어떻게든 될지도 몰라.
 
헬레나와 함께 깨진 창문을 막고 서류를 대충 수거했다.
 
………….
 
바람이 거세다…. 골판지로는 막을 수 없을 것 같다.
 
헬레나: 일단 서류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자!
 
헬레나: 꺅!
 
어둠 속에서 발이 엉켜 넘어질 뻔한 헬레나를 잽싸게 부축했다.
 
헬레나: 고, 고마워…. 비 때문에 바닥이 젖었네. 지휘관도 조심해. 나 대걸레 가지고 올게.
 
어쩐지 헬레나는 평소와는 다르게 허둥대는 것 같았다.
 
아마 그녀 자신은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06. 폭풍의 소나타: 제2악장
헬레나와 함께 집무실의 서류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고 바닥을 걸레로 밀었다.
 
짧은 시간 안에 일이 너무 많이 벌어졌다. 잠깐 숨 좀 돌리자.
 
――――!
 
우르릉 쾅쾅 멈추지 않는 천둥소리. 아무래도 새벽까지 태풍이 이어질 것 같았다.
 
소파에서 쉬고 있는데 헬레나가 살그머니 손을 잡았다.
 
헬레나: 미, 미안. 지휘관이 편하게 있었으면 해서….
 
헬레나: 괜찮다면 바로 뗄게….
 
→ 헬레나의 호의에 기댄다
 
처음에는 살짝 떨리던 헬레나의 손은 점차 진정됐다. 헬레나의 체온이 손바닥을 통해 전해졌다.
 
포근한 온기가 마음을 놓이게 했다.
 
집무실 안은 마치 폭풍 가운데 등대처럼 따뜻하고, 아늑했다.
 
잇다른 작업으로 피로가 쌓였는지 잠이 오기 시작했다――그러던 와중에 무언가가 어깨에 기대왔다.
 
헬레나: Zzzzz…….
 
첫날부터 이렇게 일이 연속으로 터졌으니 당연히 피곤하겠지.
 
조만간 동료들도 올 테니, 지금은….
 
 
 
 
 ~07. 폭풍의 소나타: 에필로그
모항. 다음 날.
 
???: …….
 
???: 정말. 언제까지 잘 거야?
 
…나도 모르게 헬레나의 무릎을 베고 자고 있었던 것 같다. 어느새 날이 밝았나.
 
호놀룰루: 둘이 꼭 붙어서 뭐하는 건데….
 
헬레나: 어… 세인트루이스 언니? 호놀룰루…? 무슨 일이야?
 
세인트루이스: 둘 다 밤새 돌아오지 않았으니까, 태풍 때문에 발이라도 묶였나 해서.
 
세인트루이스: 비도 그쳤으니 이렇게 확인하러 온 거지.
 
호놀룰루: 헬레나. 그보다 어젯밤에는 아무 일도 없었어?
 
그게….
 
 
호놀룰루: …그렇다면 일단 믿어줄게.
 
헬레나: …새삼 어제 봤던 것보다 상황이 더 심각하네.
 
헬레나: 창문도 새로 발주해서 교체해야겠고, 타버린 전선도 수리해야 해…. 다음 태풍이 올 때까지 단단히 준비해 놔야지.
 
헬레나: 지휘관. 전선을 어떻게 할지 아카시하고 상의하고 올게.
 
→ 그래. 맡길게.
 
헬레나: 그럼 먼저 실례할게.
 
뺨을 붉히며 헬레나는 황급히 집무실을 빠져나갔다.
 
호놀룰루: 수상해…. 역시 돌아오면 어젯밤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헬레나한테 물어봐야겠어.
 
세인트루이스: 당연히 달콤한 추억 아니겠니? 후후후.
 
세인트루이스: 앞으로도, 헬레나를 잘 부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