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전화의 천사, 단죄하는 심판정
이것은 「레드 액시즈」도 「비시아 성좌」도 존재하지 않았던 시절,
아이리스의 빛을 받드는 사람들이 모여 바다와 대지에서,
「아이리스」라는 기치 아래 싸워나가는 함선들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다――
아이리스 교국령. 어느 곳.
종소리가 울렸다. 건물 지붕에서 쉬고 있던 작은 새들이 황급히 날아올랐다.
조프르: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요.
조프르: 슬슬 오늘의 “업무”를 시작해야겠어요.
기도를 마친 후, 함선 “조프르”는 출구로 걸어갔다.
라 갈리소니에르: 이런 시간에도 기도를 하다니 조프르는 진짜 성실하네~
조프르: 딱히요. 달리 할 일도 없었으니까요…. 그보다 갈리소니에르가 여기 있다는 건――
라 갈리소니에르: 하하하. 이 건물 지하에 있는 샛길 좀 쓰려고.
조프르: 그런 것 치고는 너무 당당하지 않습니까?
라 갈리소니에르: 그런가? 어차피 이 시간이면 여기엔 조프르하고 나밖에 없을 텐데?
르 테리블: 혹 다른 사람에게 들키기라도 한다면 큰일나겠죠. 후후후.
조프르: 과신도 죄입니다. 갈리소니에르.
라 갈리소니에르: 우왓, 르 테리블이잖아!
라 갈리소니에르: 분명 아까 확인했을 때는 나하고 조프르 말고 아무도 없었는데?
라 갈리소니에르: 테리블은 어디서 나온 거야?
르 테리블: 당신이라면 알고 계시겠죠. 그보다 갈리소니에르 님께서는 조프르 님과 함께 계셨던 게 아닙니까?
조프르: 아니에요. 갈리소니에르는 평소처럼 어쩌다 불쑥 나타났을 뿐입니다.
조프르: 방금 저지른 실태의 속죄로서 잠시 아이리스에 기도를 바치도록 할까요.
르 테리블: 네. 저도 동의합니다.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라 갈리소니에르: 맘대로 얘기를 진행시키지 마! 내 의사는 무시야?
라 갈리소니에르: 진짜 둘이서 모였다 하면 맨날 딱딱한 얘기만 하고 재미없어….
라 갈리소니에르: 그보다 재밌는 소문을 들었는데…. 최근에 아이리스에서 밀반출되던 유물들이 있었다는 거 알아?
라 갈리소니에르: 뒤로는 철혈의 상층부가 연관됐다고 하던데―!
르 테리블: 밀반출…? 흠. 어떤 품목이었을까요?
라 갈리소니에르: 으음. 성좌 궁전의 소장품…이라고 하면 알려나?
라 갈리소니에르: 어때? 재밌어 보이지? 같이 어쩐 일인지 보러 갈래?
르 테리블: 흥미가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지금은 다른 볼일이 있어서요. 유감이지만 갈리소니에르 님과 함께할 수는 없겠군요.
라 갈리소니에르: 네 네, 알았어…. 조프르는? 오늘 “업무”는 어때?
조프르: 오늘은 로열과의 파티에 참석합니다. 공교롭게도 거기서 장시간 발이 묶여 있을 것 같군요.
라 갈리소니에르: 오늘이야? 그렇구나… 헤에….
라 갈리소니에르: 그럼 됐어. 나 혼자 알아볼 테니 조프르는 “업무” 열심히 해.
잠시 후. 건물 안에는 다시 조프르 혼자 남게 되었다.
갈리소니에르와 테리블이 떠난 방향을 언뜻 본 뒤, 「천사」는 다시 아이리스의 성상을 향해 정중히 기도를 올렸다.
~02. 기사공주와 언니들
조프르: 이 앞에 있는 건물이 파티장이군요. 격식 있는 모양새를 보아하니 상당히 중요한 인원들이 참가하겠어요.
파티장 인근 정원까지 온 조프르.
살짝 앞에 있는 모퉁이 너머로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려왔다.
???: 여기서는 안 돼, 르 말랭. 대기실까지 조금만 더 버텨봐.
???: 더는 무리…. 지쳤어…… 못 걸어…….
???: 지금은 아무도 없으니까… 그걸 해도 안 들키겠지?
???: 결정했어. 랑돔타블. 그걸 나한테 해줘!
???: 그런가…. 그게 언니인 네 의지라면 사양하지 않겠다! 하압!
???: 으으응~ 기분 좋아아~
조프르: ……………?
조프르: ……………….
조프르: 공공장소에서… 대체 뭘 하는 걸까요.
조프르: 잠깐만 보고 가죠.
르 말랭: 으으으… 아파…. 아픈데 기분 좋아……!
르 말랭: 여기도 해줘… 그리고 여기도……. 응응 주물러줘~
랑돔타블: 팔? 흠, 알겠다.
랑돔타블: 르 말랭. 평소에 너무 쉬는 게 아닌가? 좀 더 체력 단련을 하는 게 좋겠어.
르 말랭: 이건 필요한 휴식이에요. 평소에 체력을 온존함으로써 전장에서 소비되는 스태미너 소모를 줄이는 겁니다.
랑돔타블: 과연! 그런 거였나……!
랑돔타블: 트리옹팡도 르 말랭에게 마사지 해주는 게 어때?
르 트리옹팡: 너무 어리광 받아주지 마세요 랑돔타블 언니.
르 트리옹팡: 그보다 얼른 클레망소 님께 보고를 드리러 가야죠?
르 말랭: 그치만… 진짜로 더 못 걷겠는걸…….
르 말랭: 보고는 내가 열심히 할 테니까 좀만 더 여기 주물러줘….
르 트리옹팡: 어쩔 수 없네요…. 이번 작전은 르 말랭 언니가 제일 열심히 하셨으니까요…….
르 트리옹팡: 어디…, 다리를 주무르면 되는 거죠? 저도 도와드릴게요.
르 말랭: 트리옹팡, 랑돔타블……. 좋은 동생들을 둬서 다행이야…….
조프르: 작전에서 돌아온 기사공주와 그 자매들이군요.
조프르: 나태는 죄입니다. 남이 보고 있지 않다고 해서 이렇게나 풀어지다니……….
조프르: ……방금 작전에서의 공적으로 탕감한 것으로 할까요. 후후.
조프르: 지금은 그냥 넘어가드리도록 하죠.
~03. 추기경과 솔직하지 못한 여동생
조프르는 파티 대기실 앞에 도착했다. 아무래도 이미 선객이 와 있는 듯 했다.
문을 두드리려다, 방안에서 두 사람이 논의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조프르: 장 바르와 리슐리외 추기경님이시군요.
이야기는 계속 이어졌다. 둘 다 바깥에 있는 조프르를 눈치채지 못한 모양이다.
리슐리외: 유럽 대륙에서 벌어지는 작전과 아이리스의 차후 외교 방향……. 상층부의 회의 내용은 이상입니다.
리슐리외: 어느 정도는 예상 범위 내였다고는 하지만, 너무 순조롭지 않나요?
리슐리외: 비스마르크는 대체 무슨 생각일까요…. 아니, 오히려 아이리스의 상층부는 뭘 계획하고 있는 걸까요….
리슐리외: 클레망소의 의견도 그렇지만, 장 바르, 당신의 의견도 듣고 싶군요.
장 바르: 그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장 바르: 우리가… 아니, 비스마르크가 뭘 꾸미고 있던 간에 이걸로 아이리스는 철혈에게 한 걸음 양보를 한 셈이다.
장 바르: 세이렌 기술의 회수와 해석. 그리고 대 세이렌 신규 전력……. 겉보기엔 번지르르한 말만 늘어놓고 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그게 끝이 아닐 거야.
장 바르: 너도 알고 있을 텐데? 여기서 벌어지는 일이 어떤 건지.
장 바르: 호교 기사단이 이 문제에 깊이 파고들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얼마나 큰 피해가 닥칠지 상상도 안 될 지경이야.
장 바르: 심판정과 성좌에게도 정보를 수집하게 해야 해.
리슐리외: ……클레망소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장 바르.
리슐리외: 하지만 지금 성급하게 움직인다면 진영 간에 잡음만 발생하고 말 거예요.
리슐리외: 본토와 「성당」이 함락되지 않는 한, 설령 철혈이 움직인다고 해도 아이리스의 존속이 직접적으로 위협받는 일은 없습니다.
장 바르: 그건 그렇지만 성좌가 우리 뜻대로 움직일지…. 내가 너무 의심이 많은 걸 수도 있지만….
리슐리외: 심판정 사람들과 테리블에게도 조사를 지시했습니다. 당장 불안해봤자 아무 소용없어요.
리슐리외: 엘리자베스도 나름의 계획의 있을 테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조프르: ……비시아 성좌는 아이리스 내부에서도 불안 요소….
조프르: 일개 함선인 제가 들을 정보가 아니었군요. 잊어버리도록 하죠.
조프르: 추기경님과의 인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일단은 파티장으로 갈까요.
의도치 않게 들은 정보를 망각의 저편으로 던져 버리고, 조프르는 서둘러 파티장으로 향했다.
~04. 호위 기사와 종자들
파티 홀. 입구 앞 복도.
마이예 브레제: 그―러―니―까 지금은 관계자 외 출입금지이니―라!
로피니아트르: 테메, 역시 포기하자. 초대장을 잃어버린 우리 잘못이니까….
르 테메레르: 부탁이야 마이예! 같은 아이리스의 동료로서!
마이예 브레제: 흥! 안 된다고 하면 안 되는 것이니―라! 리슐리외 님께서 이 마이예 브레제에게 직접 이곳의 방어를 맡기셨어! 오늘은 절대 아무도 놓치지 않을 거야!
마이예 브레제: 그리고 초대장을 놓고 온 거면 숙소로 가서 다시 갖고 오면 되잖아??
르 테메레르: 그게… 오늘 파티에 나오는 특별한 과자를 먹고 싶어서!
르 테메레르: 여기서 숙소까지 엄청 멀잖아? 그 거리를 왕복하면 분명 그 사이에 다 없어져 버릴 거야><
로피니아트르: 테메도 정말…. 오늘 파티는 원래 로열 분들을 위한 자리라구?
로피니아트르: 과자는 다음에 됭케르크 씨한테 만들어 달라고 부탁하면 되잖아…….
르 테메레르: 그렇긴 하지만… 우리도 원래 초대받은 건 맞잖아. 빨리 회장에 들어가고 싶은걸.
르 테메레르: 응! 로열 사람들한테 설명도 해줄 수 있고! 이 과자는 이런 이름인데 엄청 맛있어― 라던가!
르 테메레르: 갑자기 두 명이나 빠지면 일손이 부족해져서 모처럼 와준 손님들을 대접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구!?
마이예 브레제: 그, 그렇게 말해도 못 들어가!
마이예 브레제: 리슐리외 님께서 말씀하셨어! 이곳을 통과하려면 초대장을 보여주라고! 르 테메레르는 초대장을 가지고 있는가?
르 테메레르: 안 가지고 있지만 아이리스를 위해 최대한 열심히 안내할게! 부탁해! 마이예!
마이예 브레제: 그렇다면 지나갈 수 없노―라! 어떻게든 지나가고 싶다면 이 나를 쓰러트려봐라! 흥흥!
르 테메레르: 으으… 이렇게 된 이상 피이야. 같이 돌격해서…….
조프르: 여기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 아이리스를 위한 일입니까?
조프르: 테메레르의 과자는 제가 챙겨둘 테니 얼른 숙소로 돌아가서 초대장을 가지고 오세요.
르 테메레르: 조프르 씨! 감사합니다!
르 테메레르: 마이예, 미안했어! 피이, 얼른 가자!
조프르: 폭식은 죄입니다. 하지만 아이리스에 봉사하려는 마음을 봐서…….
조프르: 벌써 가버렸군요.
마이예 브레제: 조프르 공, 고마워!
마이예 브레제: 하지만! 만약 테메레르가 억지로 들어가려고 했으면 이 마이예 브레제가 강제로라도 막았을 것이니―라!
조프르: 직무에 대한 충실은 미덕입니다. 그러나 여기서 동료들과 싸우는 것은 득책이 아니며,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겠죠.
마이예 브레제: 으으. 딱히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죄송합니다…….
조프르: 괜찮습니다. 저도 당신을 탓할 생각은 없습니다.
조프르: 로열의 참석자 분들은 벌써 도착했나요?
마이예 브레제: 아직… 예정 시간까지 얼마 안 남았어.
조프르: 알겠습니다. 그럼 그 전에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초대장은 여기 있어요.
마이예 브레제: 흠. 초대장 확인 완료! 조프르 공, 어서 들어와!
~05. 성녀와 지혜자
파티 홀. 입구 앞 복도.
잔 다르크: 입구에서의 소동을 잘 수습하셨군요. 그대와 아이리스에게 축복이 있기를.
조프르: 모든 것은 아이리스의 인도하심 대로. 혹시 들렸습니까?
잔 다르크: 그렇게나 큰 소리로 떠들었으니 당연히 들렸습니다.
잔 다르크: 조프르가 중재하지 않았더라면 알제리가 직접 과자를 가지고 가려던 찰나였죠.
조프르: 그렇습니까. 아무래도 제가 알맞은 시기에 왔던 것 같군요
알제리: 고마워. 네가 아니었다면 로열이 오기 전에 과자를 다시 준비해야 했을 거야.
알제리: 추기경께서는 벌써 도착했니?
조프르: 네. 지금 대기실에서 장 바르와 함께 계실 겁니다.
알제리: 그래. 로열의 기술 제휴 건, 잘 진행됐으면 좋겠는데.
알제리: 잔하고 같이 다시 회장을 둘러보고 올게. 조프르는 손님 확인을 부탁해.
조프르: 로열 기사대의 하우와 사우스햄튼급의 뉴캐슬, 이었죠?
조프르: 킹 조지 5세급의 기사와 전 메이드 총괄…….
조프르: 금번 내방은 로열도 상당히 중요시하고 있는 것 같군요.
조프르: 애초에 상층부의 생각이 이미 정해져 있는 이상, 여왕이 나온다고 해도 이야기가 바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조프르: “심판”밖에 할 수 없는 제게는 지나친 이야기로군요.
알제리: 조프르. 벌써 입구까지 왔어.
조프르: 알겠습니다. 내빈 분들은 잘 부탁드립니다.
알제리: 그래. 배치대로 말야.
조프르: 이쪽도 준비되었습니다. 파티의 개막을 맞이합시다.
~06. 파티
알제리: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로열 여러분.
알제리: 추기경 리슐리외를 대신하여 여러분을 모시게 되어 진심으로 영광입니다.
알제리: 요 근래 세이렌과의 전화로 인해 마음에 여유를 가지기가 매우 어려운 것은 잘 알고 있습니다만――
알제리: 부디 오늘만은 마음을 놓으시고 양 진영의 친목을 다지는 좋은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알제리: 다시 한번 로열과 아이리스 양 진영의 우호가 더욱 돈독해지기를 기원하며 건배합시다.
알제리: 아이리스의 거룩한 인도와, 여왕 폐하의 영광을 위하여――
건배가 끝난 후, 가벼운 음악과 함께 참석자들은 각자 환담을 나누었다.
하우: 아이리스만 아니라 우리 로열의 음악도 있구나.
뉴캐슬: 네. 저희의 방문을 위해 미리 준비해 주신 것 같습니다.
뉴캐슬: 로열의 음악을 틀어 줌으로써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또 내방객들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하려는 뜻이겠지요.
뉴캐슬: 하지만 요리는 역시나라고 할까. 단연 아이리스의 요리가 메인이로군요.
하우: 괜찮지 않니? 아이리스 요리의 고급스럽고 섬세한 맛은 손님을 대접하는 파티에 잘 어울리니까.
하우: 어머, 생각해 보니 로열의 파티에서도 아이리스의 요리가 메인이네…?
뉴캐슬: 그렇습니다. 요리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그야말로 저희에게 익숙한 평온――완벽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뉴캐슬: 하지만 로열 메이드의 일원으로서, 디저트만큼은 아이리스에 밀리지 않는다고 자부합니다.
하우: 그러면 메이드대를 데리고 주방에서 일손을 도와줄래? 후후. 맛있는 게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니까.
뉴캐슬: 알겠습니다. 엔터프라이즈. 같이 주방으로 갈까요?
엔터프라이즈(경순): 네.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우: 어머, 당신은… 아이리스의 조프르… 씨? 였지?
하우: 나는 킹 조지 5세급의 하우야. 잘 부탁해.
하우: 괜찮으면 이거 받아줄래?
조프르: 아, 감사합니다.
조프르: (이 달콤한 향기는… 갓 구운 쿠키군요.)
조프르: 이 쿠키는 금일 파티 메뉴에는 없는 것이죠?
하우: 맞아. 모처럼이니까 로열 메이드대도 주방 일을 돕겠다고 했거든.
하우: 맛있는 게 늘어나는 건 좋은 일이고, 모두의 입맛을 만족시킬 수 있다면 더 화기애애하지 않겠어?
조프르: 로열 메이드대가 만든 간식입니까……. 과연.
조프르: 잘 먹겠습니다.
조프르는 받은 쿠키를 먹었다. 문득 고개를 들어보니 하우가 물끄러미 바라보는 있는 것을 깨달았다.
조프르: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습니까? 하우… 님?
하우: …아, 미안해. 나도 모르게 그만.
하우: 등에서 갑자기 빛의 날개가 돋아나서 살짝 놀랐을 뿐이야.
하우: 뭐랄까, 「천사」 같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프르: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저는 천사가 아닙니다.
조프르: 다만, 「천사」라고 하시니… 분명 아이리스의 함선들 중에는 그렇게 불리는 아이들이 몇 명 있습니다.
조프르: 맡은 직분 상 그렇게 불리고는 하지만, 아이리스의 성례를 맡은 몸으로서 분에 넘치는 명예입니다…….
하우: 겸손하기까지. 조프르 씨는 정말 천사인가봐~
조프르: 가, 감사합니다…….
조프르의 심정에 호응하듯 날개가 한번 툭 흔들렸다.
하우: ……! 저기, 날개… 만져 봐도 돼?
조프르: 금지된 것은 아닙니다만 성물에 손을 대는 건――
조프르: 아니, 좋습니다. 맛있는 쿠키도 대접받았으니 조금 정도라면요.
하우: 고마워! 그럼 기꺼이…….
하우: 어머? 어머머? 환영 같아 보였는데 제대로 날개다운 감촉이 있구나…….
하우: 고마워, 이제 충분해. 그건 그렇고 나도 쿠키 만들 줄 알거든. 실은 동료들에게도 꽤 호평이야.
하우: 오늘은 막 도착해서 준비가 안 되어 있지만, 내일이라도 괜찮다면 와줄 수 있을까?
하우: 내가 직접 만든 쿠키를 맛보여 줄게. 후후후♪
하우: ……아! 물론 민폐가 아니라면, 말야….
조프르: 네. 내일이라면 괜찮습니다.
하우: 다행이다! 그럼 내일 로열 함선들이 묵고 있는 숙소에서 기다릴게.
한편, 알제리는 대화 중인 두 사람을 지켜보고 있었다.
알제리: 슬슬 조프르가 연설할 차례인데….
알제리: 뭐 조금은 저대로 놔둘까. 저 아이의 “업무”를 생각하면 이런 기회는 좀처럼 없으니까.
알제리: 그럼 나도 파티를 즐겨 봐야지. 로열 메이드대가 만드는 과자는 어떤 건지… 살짝 보고 올까?
~07. 하루의 끝
파티가 끝나고 로열 함선들은 숙소로 출발했다. 조프르도 회장에서 나와 집으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랑돔타블: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군. 바래다 주지.
조프르: 마음만 받겠습니다. 혼자 돌아갈 수 있습니다.
조프르: 이곳은 아이리스의 교국령. 함선들이 모이는 장소――이곳만큼 안전한 장소는 또 없을 테니까요.
조프르: 만일 불손한 자가 나타난다 해도 호되게 당하는 건 오히려 그쪽이 되겠지요.
조프르: 랑돔타블도 돌아가야 하지 않습니까? 아니면 경비 임무라도 있으신가요?
랑돔타블: 아니. 그냥 볼일이 좀 있어서.
랑돔타블: 그것도 소득 없이 끝나서 이제 돌아갈 참이지만.
조프르: ……혹시 르 말랭이 이 근처에서 뭔가를 흘렸습니까?
랑돔타블: 맞아! …………아니, 네가 어떻게 그걸!?
조프르: 후후후. 아마 이 잔디밭 어딘가에 떨어뜨렸겠죠.
조프르: 그런데 무엇을 흘린 겁니까?
랑돔타블: 머리끈.
조프르: 왼쪽입니까, 아니면 오른쪽입니까?
랑돔타블: 어어, 오른쪽일 거야….
조프르: 오른쪽 머리끈…. 르 말랭이 누웠던 자리와 기지개를 폈을 때를 생각하면――
조프르: 이거로군요. 맞습니까?
조프르는 잔디밭에서 찾은 머리끈을 랑돔타블에게 보여줬다.
랑돔타블: 빠, 빨라!? 응, 맞아!
랑돔타블: 과연 심판정……. 대단한 관찰력이야…!
랑돔타블: 찾아줘서 고맙다!
조프르: 대단한 일도 아닙니다.
랑돔타블: 낮에 여기서 트리옹팡하고 같이 르 말랭한테 마사지를 해줬었는데…… 역시 보고 있었군….
조프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군요. 일이 끝났으면 돌아가도록 하죠. 슬슬 휴식 시간입니다.
랑돔타블: 흐음… 알았다! 너도 얼른 돌아가 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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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이 어느 아이리스 함선의 방을 비추고 있었다.
조프르: 아이리스의 영광을 찬미합니다. 부디 내일도 우리를 인도하시기를.
조프르: 내일은 하우와의 약속이 있으니 기도를 마치면 로열 숙소로 가야겠군요.
조프르: 직접 만든 쿠키…. 무슨 맛일지 조금 궁금하네요.
조프르: ……………갈리소니에르가 들렀나 보군요.
베개 위에 아무렇게나 휘갈긴 메모가 놓여 있는 것을 발견했다.
조프르: “내일 심판정 회의가 있어! 조프르도 참석해야 하니까 꼭 와!”
조프르: 심판정의 회의…인가요. 또 그 “업무”로군요. 쿠키는… 그 다음으로 미뤄야겠네요.
조프르: 오늘 하루도 무사히 끝났습니다. 바라건대 내일도, 모레도 무사히 지나가기를.
조프르: 아이리스의 가호 아래, 평화로운 날들이 영원히 이어지길 바랍니다.
메모를 소중히 품고, 소녀는 달빛 아래에서 다시 기도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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