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요동친다, 메이드 하트
업무를 마치고 모항 내 로열 카페에 왔다.
일도 끝났으니 여기서 느긋하게 시간이나 때우자. …듣자하니 뱅가드가 메이드 체험 코스의 일환으로 여기서 일을 돕고 있다고 그러던데.
뱅가드: …앗.
진짜로 본인과 눈이 마주쳤다.
뱅가드: 지, 지휘관이 여기 왜…? 아니, 아니지. 지금은 “대사”를 해야지….
뱅가드: 어흠. “어, 어서 오세요 주인님….”
→ 엄청 무리하는 거 같은데…
뱅가드: 역시 그래 보여?
→ 오히려 좋아
뱅가드: 칭찬해 주셔서 영광입니다. 네 마음에 든다면 말이지만.
뱅가드: 하아. 난 메이드 체질도 아닌데. 폐하도 참 너무하셔….
뱅가드: 게다가 가게가 비어 있어서 좀 쉬려고 했더니 하필 지휘관하고 마주치고….
뱅가드: 뭐 어쩔 수 없지. …그래서 주문은? 주방에 전할게.
→ 쉰다는 거 아니었어?
뱅가드: 괜찮아. 로열 기사가 지휘관이 옆에 있는데 게으름 피다가 들키면 큰일이잖아.
뱅가드: 뭐, 지휘관이 주문한 메뉴를 갖다 준 다음에는 정정당당하게 의자에서 쉴 수 있겠지?
뱅가드: …근데 주문 안 해? 내가 대신 골라줄까? 스콘하고 오렌지 주스는 어때?
→ 그럼 그걸로
뱅가드: 주문 감사합니다. 우리 가게는 홍차뿐만 아니라 오렌지 주스도 꽤 맛있거든.
뱅가드: 그럼 조금만 기다려. 바로 가져 올게.
→ 글쎄…
뱅가드: 그럼 역시 홍차로 할래?
→ …………
뱅가드: 알겠습니다―― “주인님께서는 왕가 전통의 미식을 소망하시는군요.”
뱅가드: “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바로 대접해 드리겠습니다!”
뱅가드: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맛있게 드십시오.”
뱅가드: 아, 메이드 말투가 튀어 나왔네…. 아무튼 편하게 먹어. 나도 소파에서 좀 쉬어야지.
→ 메이드 체험 코스는……?
뱅가드: 체질이 아니라고 했잖아…. 메이드 하다간 스트레스 발산은커녕 오히려 배로 쌓이겠다!
뱅가드: 메이드대는 굉장하네…. 매일 이런 생활이라면 절대 못 견딜 거야….
뱅가드: 하아…. 요 며칠간 쌓인 스트레스를 어떻게 풀지…. 지휘관, 내일은 출격시켜 줄 거지?
→ 그래
뱅가드: 만세! 역시 지휘관은 얘기가 잘 통한다니까!
뱅가드: 내일 바다에 나가면 마음껏 날뛰어 주겠어!
→ 조금만 더 힘내봐
뱅가드: 노, 농담이지?
뱅가드: 뭐어… 지휘관이 내 메이드 모습을 보고 싶은 거라면 가끔은……
뱅가드: …해줄 수도 없는 건 아니지만….
뱅가드: …아 됐어! 정말로 쉴 거니까! 지휘관도 천천히 맛있게 먹어.
~02. 업무 미숙. 메이드 워크
철혈 카페 『Scharlachroter Tresen』. 폐점 무렵.
에기르: 응? 이렇게 늦은 시간에 누가… 어, 어흠! 너인가, 지휘관.
에기르: 어서 오세요 주인…, 역시 내 스타일이 아냐! 아무튼 무슨 일이지?
아무래도 에기르가 접객을 맡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옷하고 분위기가…….
에기르: 어딜 보는 거야? 내 옷차림이 이상해?
에기르: 아니면 청소 끝내고 여기 누워서 쉬고 있던 게 문제라는 거야?
에기르: …자, 잘 어울린다고!? 고, 고마워….
에기르: ……아무튼 일단 왔으니 손님 대접을 해줘야겠지. 시간이 늦었지만 그래도 폐점까진 좀 남았으니까.
에기르: 주문을 들어 주겠어.
에기르: 흥. 뭐든지 주문해. 이 정도는 별것도 아니니까.
→ 맥주 아트 부탁해
에기르: 우리 시그니처 메뉴 말이지? 알았어.
에기르: 여기서 기다려. 만드는 법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아마.
→ 서류 정리 부탁해
에기르: 서류 정리? 그건 점원이 아니라 비서함 일이잖아….
에기르: 그리고 나한테 맡겨도 잘할 거라는 보장은….
에기르: 아니 잠깐! 애초에 메뉴판 어디에도 “서류 정리”는 없거든!
에기르: 하아…. 아무리 네 주문이라도 메뉴에 없는 건 안 돼.
에기르: 정 원한다면야 여기 일이 끝난 다음에 다시 부탁해.
에기르: 일단은 간판 메뉴인 탄산음료는 어때? 흥. 한 잔 정도는 베풀어 줄 수 있어.
에기르: 여기서 기다려. 만드는 법은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해. 아마.
에기르: 자, 주문한 음료야. 천천히 즐겨. 더 볼일 없다면 이만 소파에 누워 있을게.
자리에 앉아 있자니 옆 소파에서 에기르의 시선이 느껴진다…….
→ 가게 일은 좀 어때?
에기르: 그러니까 이 정도는 별거 아니라고……!
에기르: 하아…. 뭐 됐다. 이제 와서 허세 부려도 안 믿을 테니.
에기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는 파르제팔 말 따위 믿는 게 아니었는데….
에기르: 걔는 즐기는 거 같았지만… 나는 불만만 쌓이고, 메이드 일 같은 거 하나도 안 맞아!
에기르: 하나하나 말해봤자 끝이 없을 테니 됐어. 어차피 네가 돌아가면 접객도 끝이니.
에기르: 그러면 이 굴욕의 역사도 막을 내리고 내일부터는 평소의 에기르로 돌아갈 거야.
…어쩐지 에기르의 푸념을 상대해야 했지만…. 그녀가 손수 만들어준 음료는 정말 맛있었다. 의외의 수확이었다.
~03. 밤에 녹아드는 메이드 사이트
오이겐의 권유로 모항 뒷산에 있는 뷰가 좋은 카페에 왔다.
프린츠 오이겐: 제시간에 왔구나. 지휘관.
프린츠 오이겐: Guten Abend~ 어때? 보기에 나쁘지 않지?
프린츠 오이겐: 후후후. 야경을 말한 건데?
프린츠 오이겐: ――“주문은 뭘로 하시겠어요? 지휘관님?”
→ 주문?
프린츠 오이겐: 보면 모르겠어? 지금 나는 너만의 “메이드”야.
프린츠 오이겐: 그러니까 메이드답게 그럴듯한 행동을 해야겠지?
프린츠 오이겐: 의외라는 얼굴이네…. 혹시 별로 “메이드”처럼 안 보이니?
프린츠 오이겐: 아니면 야경에만 정신이 팔려서 눈앞에 있는 나를 잊어버린 거야?
프린츠 오이겐: 후후후. 모처럼 기합 넣고 준비한 옷인데, 조금 상처 받았을지도.
프린츠 오이겐: 농담이야. 데이트 중에 그런 짓을 할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으니까.
프린츠 오이겐: 그럼 Mein Schatz? 주문은 뭘로 할래? 와인이라면 마침 추천하는 걸 가지고 올게.
→ 오이겐에게 맡긴다
프린츠 오이겐: 그럴 줄 알았어.
오이겐은 카운터 뒤에서 미리 준비한 와인을 꺼내 두 사람의 잔에 따랐다.
프린츠 오이겐: Prost! 지휘관과, 이 아름다운 밤에 건배.
가볍게 잔을 맞대고, 오이겐은 천천히 와인을 음미했다.
프린츠 오이겐: 맥주와 다르게 호쾌하게 단숨에 마실 수는 없지만, 이런 밤에는 역시 여유롭게 맛보는 와인이 더 잘 어울리네.
프린츠 오이겐: 후우…. 어머, 벌써 다 비웠네. 지휘관도 한 잔 더 어때? 같이 마셔 버리자….
어라? 오이겐의 상태가…. 그러고 보니 오이겐의 술버릇은….
프린츠 오이겐: 후후후. 생각하는 게 얼굴에 다 드러나는데?
프린츠 오이겐: 괜찮다니까~ 이 정도는 아무렇지도 않아. 모처럼 분위기도 좋은데 쓸데없는 걱정으로 파토 내는 건 재미없어….
프린츠 오이겐: 밤은 이제부터라구~
프린츠 오이겐: 하아~ 비스마르크도~ 나도~ 여기 오고 나서 많이 변했지~
프린츠 오이겐: 전부 네 탓이야. ……이렇게 벅찬 느낌을 기억해 버리면……
프린츠 오이겐: 한번 맛보면 더는 되돌아갈 수 없잖아…. 확실히 책임져 줘야해~ Mein Schatz♡
이거 완전히 취했네. 시간도 늦었고 이대로는…….
→ 취한 오이겐을 부축해서 일으켜 세운다
프린츠 오이겐: 아앙~ 벌써 돌아가는 거야? 시작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프린츠 오이겐: 아, 후후후. 알겠다~ 장소를 바꿔서 계속♥ 하자는 거지? …솔직히 말하면 되는데. 정말, 언니처럼 솔직하지 못하다니까~
…야단났네. 일단 숙소까지 바래다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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