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및 관련 글/TB 육성 계획

스캐빈저 육성 계획-내향

킹루클린 2026. 3. 24. 01:10

 ~01. 스캐빈저 육성 계획, 시동! 上
지휘관: '육성 계획 버전 3.0'……? 생각보다 업데이트가 빠르네.

나는 TB가 제출한 기획서를 넘겨보며 '육성 대상' 항목에 시선을 고정했다.

지휘관: 이번 육성 대상은…… 스캐빈저?

TB: 긍정. 지휘관님께서는 내비게이터 육성에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셨습니다. 지휘관님께서 보여준 인내심과 적재적소에 맞는 지도력 덕분에 미리 설정된 성격의 진화가 현저히 촉진되었습니다.
TB: 동시에 제가 '개성'이라는 개념의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큰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렇죠, 지휘관님~?

지휘관: ……TB?

TB: 실례했습니다. '퍼스널 말투 모듈'의 사용은 사용 상황 엄격히 선정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

인공지능인 TB의 말투에서 보기 드물게 명확한 감정의 동요가 나타났다.
논의의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지만, 이 시도는 틀림없이 큰 진전을 의미했다.

TB: 추가적인 분석 샘플을 얻기 위해 새 버전의 기획을 시동했습니다.
TB: 이번 육성 데이터는 내비게이터와 비교하여 '환경의 영향' 및 '차별화 유도 촉진 방식'에서의 귀중한 대조 데이터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휘관: 프로세스는 이전과 어떻게 다르지?

TB: 답변. 주요 차이점으로 팽르베의 협력하에 새로운 변수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TB: 이는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상세히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TB: 또한 육성 대상이 다양한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의 대처 능력을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지휘관: 팽르베가 참여한 메커니즘이라…… 뭔가 점술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TB: 상세한 내용과 튜토리얼에 대해서는 단말기에 접속한 후 직접 탐색 및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TB: 지난 두 번의 경험을 살려 사전에 관련 데이터를 조정했습니다.
TB: 지휘관님. 바로 몰입형 단말기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지휘관: 그래, 부탁해.

TB: 오더를 확인했습니다. 단말기를 집무실로 운송 중――
TB: 시스템 확인. 육성 대상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대상, 스캐빈저-'로라'.
TB: 리퀘스트 실행. 육성 임무를 지휘관에게 인계합니다.

 

눈부신 빛이 사라지자 나는 부드러운 톤과 아늑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방에 서 있었다.

지휘관: (다락방인가? 아늑하게 잘 꾸며놨네……. 이 인형들은 스캐빈저를 위해서 준비한 거겠지?)

작은 곰 인형을 손에 들고 살펴보고 있자니, 문밖에서 희미한 흐느낌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문밖에서…… 설마…?)

나는 살짝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한 어린 소녀가 잔뜩 주눅이 든 채 서 있었다. 소녀는 가슴팍의 프릴을 꽉 움켜쥔 채 어깨를 가늘게 떨고 있었다.

로라: 읏……. 죄, 죄송해요……. 일부러 소리 내려고 한 건 아닌데…….
로라: 조금…… 무서워서……. 그래서 노크를 못했어요…….

소녀는 용기를 쥐어짜 말을 꺼냈지만,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가득했다.
눈물을 잔뜩 머금은 채 동그랗게 뜬 눈동자는 불안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지휘관: (TB나 내비의 첫인상과는 전혀 다르구나.)

나는 쪼그려 앉아 소녀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방금 집어 들었던 곰 인형을 가만히 내밀었다.

지휘관: 무서워하지 마, 로라. 여기는 네 집이야.
지휘관: 보호자로서 내가 지켜줄게.

로라: 집…… 보호자, 보호자님…….
로라: ……응!

곰 인형을 꼭 껴안은 로라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예쁜 미소를 보여주었다.

로라: 보호자님……. 돌봐주셔서…… 고마워요.

나는 로라를 침실로 데려갔다.

로라: 와아……. 보들보들한 만쥬 인형…….
로라: 보호자님……. 로라…, 만쥬 인형하고 놀아도 돼요?

지휘관: 물론이지.

로라: 가, 감사합니다… 보호자님.

로라는 이제 꽤 긴장이 풀린 듯 보였다.

지휘관: '보호자님'인가…….

로라: 앗! 죄, 죄송해요. 로라가 멋대로 불러서…….
로라: 저기, 보호자님은…… 뭐라고 불러드리는 게 좋으세요……?

역주) 여기서 로라가 지휘관을 부르는 호칭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후로 로라 육성 관련 글에서는 ‘아빠’로 지칭합니다.



 ~02. 스캐빈저 육성 계획, 시동! 下
로라: 아빠…… 아빠…… 아빠……!
로라: 응! 오늘부터 보호자님은 로라의 아빠……!



 ~03. 두근두근 첫 등교
Zzz……

오늘은 로라의 첫 등교일이다. 한참을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어서 나는 그대로 방문을 열었다.
아침 햇살이 커튼을 통해 방에 연한 금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침대는 이미 정돈되어 있었지만 로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 로라?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시선을 창문 앞 책상 밑으로 옮겼다. 교복 치맛자락이 아주 살짝 삐져나와 있었다.

로라: 안 보여, 안 보여…….

지휘관: 왜 그래? 오늘은 같이 학교 가기로 했잖니?

로라: 으으…… 와와……. 아빠한테 들켰다……!
로라: 저기, 그게… 일부러 숨어 있던 건 아니에요…….
로라: 침대도 정리했고… 교복도 갈아입었는데…. 그, 그치만 하루 종일 아빠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저, 저는….

나는 몸을 낮추고 로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제야 로라는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휘관: 좋아. 교복도 잘 입었고 가방도 준비됐네.
지휘관: 숨기 전에 용기를 내서 준비를 마친 거야?

로라: 네…….

지휘관: 그럼 조금씩 해 보자. 우선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 줄게. 하교할 때도 거기서 기다릴 테니까 같이 집에 오자.

로라: 네……. 아빠를… 믿을게요!

지휘관: 슬슬 출발할까? 가방은 내가 들어줄게. 신발은 혼자서 신을 수 있겠니?

로라: 네에~

 

로라는 진지하게 신발끈을 묶기 시작했다. 동작은 서툴렀지만 표정만은 아주 진지했다.

로라: 왼쪽…… 됐다!
로라: 오른쪽도…… 됐다!

신발끈을 다 묶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작은 두 손은 무릎 위에서 꽉 주먹을 쥐고 있었다.

로라: 아빠, 저…… 준비됐어요.

지휘관: 그래. 그럼 갈까?

현관문을 열자 아침의 산들바람과 함께 햇살이 들어왔다.
로라는 손을 뻗어 내 손가락을 잡았다. 거리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더는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04. 회전목마
밤의 놀이공원. 회전목마가 환상적인 빛을 발하고 있었다.
그 빛의 언저리에서 로라는 고개를 들고 빛나는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 한번 타 볼래?

로라: ……조금, 타 보고 싶어요…….
로라: 하지만…… 혼자라면…… 무서울 거 같아요…….

로라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그녀는 손가락을 불안하게 꼼지락거리면서도 회전목마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지휘관: 걱정 마. 같이 타자.

로라: ……네!

 

경쾌한 왈츠풍의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로라는 하얀 목마에 앉았다. 우리는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앞으로 나아갔다.

로라: 으으…… 엄청 예쁜데…… 조, 조금 높아요…….
로라: 하지만 아빠가 있으니까 로라는 무섭지 않아요……!

로라는 조심스럽게 손잡이를 쥐고 때때로 내 쪽을 훔쳐봤다. 그 눈동자에는 어딘가 설렘이 섞인 빛이 깃들어 있었다.

로라: 저기…… 아빠……. 손…… 잡아 주실래요?
로라: 너무…… 즐거워서…… 이대로 어디론가 날아가 버릴 것만 같아요…….

그 말을 듣고 나는 망설임 없이 로라가 내민 작은 손을 꼭 잡았다.

지휘관: 걱정 마. 꼭 잡고 있을 테니까.

로라: 에헤헤……. 이렇게 손을 잡고 있으면 어디로도 못 날아가겠네요…….

로라는 기쁜 듯 맞잡은 손을 흔들며 안도의 표정을 지었다.
이내 음악이 멈추고, 목마도 서서히 움직임을 멈췄다. 로라는 조금 아쉬운 듯한 얼굴이었다.

로라: 다음에도…… 아빠랑 손잡고 회전목마 타고 싶어요…!



 ~05. 겨울의 온기
밤바람이 창문 틈새로 스며들어 이 시기 계절 특유의 서늘함을 전했다.

지휘관: 요즘 날씨가 쌀쌀해져서 선물을 준비했어.

로라: 서…… 선물이요?

로라는 조심스럽게 리본을 풀고 상자를 열었다. 그러자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로라: 이건… 목도리?

지휘관: 응. 한번 둘러봐.

로라는 빨간 목도리를 살며시 쓰다듬더니 소중하게 목에 감았다.

 

목도리가 목덜미를 부드럽게 감싸자 로라의 입가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로라: 따뜻해요…….

지휘관: 마음에 드니?

로라: 네……. 폭신폭신해서 기분 좋아요…….

목도리 너머로 기쁨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로라의 눈동자에는 뚜렷한 기쁨이 빛이 반짝였고, 뺨은 발그레 물들어 있었다.

로라: 아빠의 마음 덕분에 로라의 가슴까지 따뜻해졌어요…….
로라: 매일 두르고 다닐래요~

그렇게 말하며 로라는 목도리 속으로 얼굴을 움츠리고는 초롱초롱한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로라: 저, 저기……. 집에서도 하고 있어도 돼요?

지휘관: 그러렴.

로라: 저…… 정말로 소중히 간직할게요…….



 ~08. 그네에서 맺은 약속
로라는 정말 착한 아이다. 아침에는 제시간에 일어나고, 숙제도 성실히 하고, 책을 읽을 때도 매우 조용하다.
덕분에 그녀와의 생활에서 걱정할 만한 일은 거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여러 가지 경험을 시켜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녀를 산책 겸 집 근처의 작은 공원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잔디밭과 화단, 그리고 작은 그네가 있었다. 어느새 그네는 로라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되었다.

 

하늘 가득 노을이 구름을 따스하게 물들이는 가운데 로라는 그네를 타고 있었다.

로라: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갔어요.

지휘관: 정말이니?

로라: 네! 왜냐면…… 지금은 정말 마음이 놓여서… 처음 탔을 때처럼 무섭지 않거든요…….
로라: 그리고 알고 있어요……. 아빠가 바로 뒤에서 보고 있다는 거.

지휘관: 응. 난 언제나 네 뒤에 있을 거야.
지휘관: 다음엔 더 높은 곳으로 가 볼까?

로라: 더 높은 곳이요……?

지휘관: 예를 들면 뒷산의 전망대 같은 곳 말야.

로라는 그네를 멈추고 곧장 뒤를 돌아보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로라: 아빠와 함께라면 어디든 가고 싶어요…… 에헤헤~
로라: 그럼 약속한 거예요…….

로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며시 내 손을 잡았다.
어느덧 내린 황혼이 작은 그네, 맞잡은 손,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함께 걸어갈 머나먼 길을 고요하고 따스한 색으로 물들였다.



 ~09. 가벼운 기대 ①
오늘은 로라와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신나게 놀다가 조금 지쳤을 무렵, 그녀는 보드라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작은 소리로 부탁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왔을 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로라: 아빠, 여기예요――

커다란 풍선 다발을 든 로라는 상기된 얼굴로 총총 달려왔다.

지휘관: 이 풍선들은 뭐니……?

로라: 그게… 갑자기 생각났거든요…….

 

로라: 전에 그네 타고 놀았을 때, 같이 더 높은 곳에 가기로 약속했었잖아요?
로라: 그래서 아까 풍선 파는 노점을 보고…….
로라: 만약 풍선을 잔뜩 모으면 우리도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바람이 불자 풍선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로라는 필사적으로 까치발을 들어 봤지만 날아오르진 못했다.

로라: 음…. 아무래도 풍선이 아직 많이 부족한가 봐요…….

지휘관: 더 좋은 방법이 있어.

로라: 네?

나는 그녀의 등 뒤에 있는 거대한 관람차를 가리켰다.

지휘관: 같이 탈까?


풍선들로 절반은 가득 찬 곤돌라에서 로라는 지상의 건물들이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로라: 정말 높네요…….
로라: 전에 갔었던 뒷산 전망대보다 훨씬 높아요…….

지휘관: 이 관람차의 꼭대기가 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일 거야.

로라: 그렇구나……. 그러면 로라의 소원은 이루어진 거네요.
로라: 아빠와 함께 소원을 이룰 수 있어서…… 훨씬 더 기뻐요.

곤돌라가 정상에 도달했다. 놀이공원과 거리의 풍경, 그리고 멀리 보이는 바다는 모두 햇빛 아래서 반짝이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풍선을 끌어안고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경치보다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다.



 ~12. 장수풍뎅이의 맛
이전에 도서관에서 장수풍뎅이 도감을 본 이후로 로라는 장수풍뎅이에 관심이 생긴 것 같았다.
그래서 오늘은 날씨도 좋고 해서 함께 조용한 숲을 찾았다.

지휘관: 로라. 오늘은 같이 장수풍뎅이를 찾으러 가 볼까?

로라: 장수풍뎅이……. 저번에 도감에서 봤던 하늘을 나는 갑옷 같은 곤충 말인가요……?

지휘관: 로라는 장수풍뎅이와 친구가 되고 싶니?

로라: 네…… 되고… 싶어요!
로라: 아……! 저거… 장수풍뎅이인가요?

그녀는 나무를 가리켰다. 목소리는 한껏 낮췄지만 그 안에서 숨길 수 없는 흥분이 배어 나왔다.
그곳에는 윤기가 흐르는 장수풍뎅이 한 마리가 조용히 나무껍질에 매달려 있었다.

 

로라는 장수풍뎅이를 조심스럽게 관찰 상자로 옮겼다. 놀랍게도 그녀는 곧바로 두 번째 장수풍뎅이를 찾아냈다.

로라: 이 아이는…… 꽤 작네요…….
로라: 반짝반짝한 게…… 마치 아빠가 주신 초콜릿 같아요…….

그녀는 숨을 죽이고 장수풍뎅이가 천천히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했다.

로라: 으음……. 한입 베어 물고 싶어졌어요…….

지휘관: 먹으면 안 돼!

로라: 앗! 죄, 죄송해요!

그녀는 민망한 듯 얼굴을 붉히면서도 여전히 손 안의 장수풍뎅이를 꼭 붙들고 있었다.

로라: 착하네…….
로라: ……이대로 그냥 이 아이를 지켜보면서…… 친구로 사이좋게 지내도… 될까요?

이내 로라는 두 번째 장수풍뎅이도 조심히 관찰 상자에 담았다.
돌아오는 길, 가만히 관찰 상자를 품에 안은 그녀의 발걸음은 한층 가벼워져 있었다.



 ~13. 심야의 수복 작업
밤이 깊었지만 로라의 방에서는 여전히 따스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지휘관: ……로라? 시간이 늦었는데?

나는 살짝 열린 문을 밀고 들어갔다. 그녀는 책상 앞에서 무언가에 열중하고 있었다.

 

로라: 곰돌아, 조금만 더 힘내……. 이제 곧 끝나니까…….

지휘관: 도와줄까?

로라: ……앗!

내 기척을 느끼자 로라의 손이 멈췄다. 그녀는 부끄러운 듯 뺨을 붉혔다.

지휘관: 지금 꿰메고 있는 거…… 전에 내가 선물해줬던 곰 인형이네?

로라: 맞아요…. 처음 만났을 때 아빠가 주신… 제 첫 번째 친구요…….
로라: 이 아이를 안고 있을 때마다 용기가 생기는 기분이 들어요…….
로라: 그런데 '상처'가 나 버려서…… 저기… 고쳐 주고 싶었어요…….

바느질 동작은 서툴렀지만, 무척 진지한 태도였기 때문에 바늘땀은 촘촘하고 안정적이었다.

로라: 여기는 예쁘게 꿰매야 돼…….
로라: 저, 저기……, 조금만 더… 밝게 해 주실 수 있나요? 조금 잘 안 보여서…….

나는 책상 위의 스탠드를 가까이 가져온 후 밝기를 높였다.

지휘관: 이러면 어때?

로라: 네. 이제 잘 보여요…….
로라: ……곁에 있어 주셔서… 고마워요…….

마지막 바느질을 마친 로라는 가볍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인형을 품에 안았다. 고개를 들어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의 눈빛은 무언가를 기대하는 듯했다.

지휘관: 완전히 멀쩡해졌네. 이렇게 정성을 다해 돌봐줬으니 곰돌이도 정말 기뻐할 거야.
지휘관: 자. 착한 주인님도 이제 슬슬 쉬어야지.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형을 소중히 껴안고 얌전하게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로라: 안녕히 주무세요, 아빠…….
로라: 고마워요……. 언제나 항상…… 로라 곁에 있어 주셔서…….

그녀는 인형을 더욱 꼭 껴안은 채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꿈나라로 여행을 떠났다.



 ~14. 그림 속 풍경
로라에게 그림이란 타인과 말을 나누지 않아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녀는 지금 따스한 오후의 햇살이 비치는 방에서 화구를 정리하고 있었다.

지휘관: 로라.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밖에서 스케치하지 않을래?

로라: 네? 밖에서 스케치요……?

그녀는 팔레트를 품에 안고 손끝으로 가볍게 가장자리를 훑었다.

로라: 아빠와 함께라면…… 갈래요.

지휘관: 그럼 출발하자.

 

교외의 나무 그늘 아래. 로라는 이젤 앞에 앉아 붓을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이따금 고개를 들어 먼 곳의 경치를 바라봤다. 그리고 조용히 내 쪽을 돌아봤다가 곧바로 캔버스로 시선을 돌렸다.

지휘관: 로라. 혹시 필요한 거라도 있니?

로라: 아,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로라: 아빠는…… 평소처럼 그냥 그대로 계씨면 돼요…….
로라: 로라는 그저…… 아직 여기 계시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라서…….

지휘관: 계속 곁에 있겠다고 약속했잖아.

로라: ……네!

그녀는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는 더욱 캔버스에 집중했다.

로라: 이 장소의 빛과 풍경을…… 전부 캔버스에 남기고 싶어요…….
로라: 아빠가 계시는 풍경이야말로… 로라가 가장 그리고 싶었던 거니까요…….
로라: 그러니까 아빠는 아무것도…… 일부러 뭘 하실 필요는 없어요…….
로라: 지금처럼 여기 계시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요…….

해가 저물 무렵, 로라는 화구를 정리하고 캔버스를 천으로 덮은 뒤 소중하게 품에 안았다.

스쳐 지나가는 밤바람이 살며시 그림을 가리고 있던 천을 들춰 올리자――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아래, 미소를 지으며 로라를 바라보고 있는 내 모습이 캔버스 위에 멈춰 있었다.



 ~19.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내일로 ②

 

로라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손에 펜을 쥐고 있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한 모양이다.

지휘관: 숙제가 어렵니?

로라: 아, 그게……. 네……. 조금 고민 중이에요…….
로라: 오늘 학교에서 내준 작문 주제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로라: 아빠에 대해서 쓰려고 생각 중인데… 쓰고 싶은 건 산더미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로라: 그리고…… 이걸 다 쓰면 진로 희망서도 써야 하니까…….
로라: 그래서 작문도 왠지 특별하게 느껴져서…….

나는 옆에 앉아서 그녀가 펴 놓은 새하얀 노트를 바라봤다.

지휘관: 그럼 게임 하나 할까?

로라: 게임……이요?

지휘관: 눈을 감아봐. 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우리 둘만의 시간은 뭐가 있을까?

로라: ……아빠랑 같이 숲에서 장수풍뎅이를 찾고 친구가 되었을 때…….
로라: 그리고…곰돌이 인형을 꿰매고 있을 때, 아빠가 곁에서 조용히 지켜봐 주셨을 때…….
로라: 또…… 나무 그늘에서 스케치를 했던 그날, 몰래 캔버스에 아빠의 모습을 그렸던 일…….

로라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즐겁게 추억을 되새겼다.

지휘관: 쓸 수 있는 게 정말 많네.

로라: 하지만 어떻게 그걸 다 넣어야 될까요?

지휘관: 전부 넣을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의 마음을 기록하는 거니까.

로라: 그러네요…….
로라: 오늘 숙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깨달음을 주셨어요.
로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아빠가 함께 걸어 주신 덕분이네요…….

지휘관: 물론 앞으로도 함께할 거고.

로라: 네……! 어떻게 계속 가야 할지 알 것 같아요!


며칠 뒤. 그녀의 책상 위에 있는 진로 희망서가 눈에 들어왔다.
'장래의 진로'란에는 연필로 적은 작은 글자 한 줄이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도 이제 새로운 장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20. 패션을 향한 첫걸음 ①
커튼 사이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식사를 하고 있는 로라를 비췄다.
그러던 중 문득 로라의 셔츠 소매가 짧아지고, 치마 밑단도 무릎 위에 바짝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옷 사이즈가…… 조금 안 맞는 것 같네.
지휘관: 오늘은 시간이 있으니까 같이 새 옷이나 사러 갈까?

로라는 왠지 즐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옷가게에는 다양한 옷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로라: 이 셔츠 무늬가 멋지다……. 이 치마의 커팅도…….
로라: 으음. 전부 입어 보고 싶네요…….
로라: 아빠.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옷을 품에 안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다시 나온 그녀는 오프숄더 티셔츠와 숏팬츠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로라: 어, 어떤가요?

지휘관: 잘 어울려. ……그런데 상의가 너무 짧지 않니?
지휘관: 그 숏팬츠도…….

로라: 요즘은 이런 패션이 유행이라니까요.

로라는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듯한 짧은 기장의 라운드넥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로라: 이건 어때요?

지휘관: 으음… 역시 기장이 좀…….

로라는 눈을 깜빡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로라: 아빠는…… 딸의 옷차림을 그렇게 걱정하는 분이셨나요?

지휘관: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돼서1…….

로라: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지휘관: 잘 어울리긴 하는데, 역시 천이 좀 부족한걸.

로라: 푸흡…….

결국 서로가 한 걸음씩 양보하여 절충안을 찾을 수 있었다.

로라: 이거라면…… 확실히 패셔너블하면서도 '안전'하겠네요~



 ~22. 소녀의 비밀
최근 로라는 좀처럼 밖에 나가지 않는다.
아무래도 밤샘이 원인인 듯했다. 항상 다음 날 점심때까지 자고 있었다.
점심시간이 된 지금도 그녀의 침실 문틈에서는 빛이 전혀 새어 나오지 않고 있었다.

지휘관: (슬슬 깨워야지.)

나는 침실 문을 두드리고 잠시 기다렸다.
……그러나 대답은 없었다.

지휘관: (……안으로 들어가 보자.)

 

나는 로라의 방 커튼을 열었다.

로라: 으으…… 누, 눈부셔…….

로라는 팔로 햇빛을 가리고 창문을 등진 채 몸을 일으켰다.

로라: ……벌써 점심인가요?
로라: 으응…… 아직 졸려요…….

지휘관: 요즘 왜 자꾸 밤을 새는 거야?

로라: 아…… 그게…… 저기…….

로라는 말을 흐리며 옆쪽 바닥을 힐끔거렸다.

지휘관: (저기 놓여 있는 책은……?)

내 시선을 눈치채자 로라는 서둘러 책을 집어 등뒤로 숨겼다.

로라: 제 '극비 연애 작전 계획서'……! 보면 안 돼요!
로라: 확실히 아빠하고 관련이 있는 내용은 맞지만…… 그래도 이건 로라만의 비밀이란 말이에요……!

그녀의 뺨에 옅은 홍조가 드러났다.

로라: 이제 밤 안 새겠다고 약속할 테니까…… 이 책만은…….

로라는 무척 진지한 표정으로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지휘관: 그래. 대신 앞으로 규칙적으로 생활해야 돼.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로라: 네! 고마워요, 아빠!

그녀는 책을 서재에 꽂고는 살며시 다가와 내 손을 잡았다.

로라: 오늘은 날씨가 좋네요……. 혹시 외출하실 거면…… 밥 먹고 나서 로라가 같이 가 줄게요~



 ~23. 마음에 비치는 아름다운 물건들
어느 날. 시장에서 따스한 색감의 동황 꽃병을 산 적이 있었다.
로라는 이를 계기로 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윽고 그녀의 방에는 화집이나 미술 서적이 늘어 갔다.
마침 오늘 우연히 전시회 티켓 두 장을 얻게 되었다.

지휘관: 이번 주말에 전시회가 있는데, 도자기랑 그림 보러 가지 않을래?

로라: 전시회……요?
로라: 가고 싶어요! 로라도 데려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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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회 당일. 놀랍게도 로라는 나보다 일찍 일어났다.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그녀는 살며시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빠른 걸음으로 도자기 진열장에 다가갔다.
로라는 까치발을 들고 손바닥을 케이스에 댄 채 초롱초롱한 눈으로 안을 들여다 봤다.

지휘관: 로라. 이 미술품들에 대해 알려 줄래?

로라: 네……!
로라: 이건 청화자기… 이건 빙종옥자기… 그리고 이건 백유죽절배예요…!

로라는 마치 가이드처럼 진열장 안의 전시품들을 하나하나 열심히 소개했다.
가끔씩 질문을 던져도 그녀는 곧바로 대답했다. 아무래도 꽤 공부를 많이 한 모양이었다.

전시장을 나서기 전, 그녀는 기념품 가게에서 구입한 전시품 도록을 소중히 품에 안았다.

지휘관: 오늘 즐거웠니?

로라: 네!
로라: 작품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어요…….
로라: '아름다움'이라는 건 물건으로 남길 수 있는 거군요…….
로라: 로라도…… 아름다움을 만들어 내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로라: 그러면…… 로라가 보고 느낀 온기를…….
로라: 아빠가 '아름답다'라고 느낄 수 있는 것으로 바꿀 수 있으니까요.

그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조용히, 진지하게 미래를 그려 나가고 있었다.
그중에는 아무래도 나도 포함되어 있는 것 같았다.



 ~24. 현에 담긴 마음

최근 로라는 기타 연습을 시작했다.
그녀의 방 앞을 지나갈 때면 항상 띄엄띄엄 끊기는 소리가 들리고, 때로는 가벼운 콧노래도 들렸다.
이에 대해 물어봐도 그녀는 고개를 숙이며 "그냥 좀 연습한 것뿐"이라고 작은 소리로 얼버무렸다.
하지만 손끝에 잡힌 굳은살과 방에 쌓인 두꺼운 악보들을 보면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지휘관: (정말 좋아하는구나.)
지휘관: (기타도 오래 써서 낡았으니 새 기타를 선물하면 분명 기뻐하겠지.)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상가에 있는 유명한 악기점으로 향했다.
기타를 고르고 계산을 한 뒤 돌아가려던 찰나, 갑자기 귀에 익은 멜로디가 들렸다.
부드러운 전주, 여유로운 리듬, 나지막이 읊조리는 목소리.

지휘관: (이 목소리는…… 로라?)

목소리를 따라가니 연습실 안에 로라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문을 등진 채 창가 의자에 앉아 오랫동안 손때 묻은 기타를 품에 안고 있었다.
햇살이 비추는 가운데 그녀의 손가락이 움직이면서 따스한 선율이 흘러나왔다.
나도 모르게 문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말았다.

로라: !?
로라: 어……! 아빠, 어떻게…… 여기에…….

지휘관: 로라에게 줄 새 기타를 고르러 왔는데……. 그런데…… 왜 집이 아니라 여기서 연습하고 있는 거야?

로라: ……그건…….
로라: 사실은! 아빠를 위해서 곡을 만들었어요……!
로라: 완벽하게 연주할 수 있게 되면…… 들려 드리려고 했는데…….
로라: 하지만 집은 방음이 전혀 안 되니까 미리 들릴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로라: 저기…… 이건…… '가족'을 테마로 한 노래예요.
로라: 아빠와 함께 보내는 나날들……. 따뜻하고 편안한 그 마음을 모두 이 노래에 담고 싶었어요…….

로라의 살짝 붉어진 귀를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나는 방금 산 기타를 슬그머니 그녀의 옆에 놓았다.

지휘관: 한번 연주해 보렴.

로라: ……와아, 새 기타…. 예쁘다……!
로라: 정말로…… 제가 받아도 되는 건가요……?

지휘관: 그럼. 원래는 깜짝 놀라게 해 주고 싶었는데 로라보다 한발 늦은 것 같네.

그녀는 새 기타를 바라보더니 촉촉해진 눈망울로 나를 올려다봤다.

로라: 늦었다니, 그렇지 않아요…….1

로라는 새 기타를 고쳐 안고 가볍게 현을 튕겼다.

로라: 지금이 딱 좋은 타이밍이에요.

전주가 흐르는 순간 창밖의 햇살도 그 선율에 호응하듯 부드럽게 변해 갔다.

로라: 들어 주세요……. 아빠에게 바치고 싶은 노래예요.



 ~28. 함께 걷는 미래 ①
오늘은 로라의 졸업식 날이다.
눈을 뜨자 로라가 오늘 입을 정장을 머리맡에 놓아 둔 것이 보였다.
나는 준비를 마친 뒤 정장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갔다.

 

로라는 평소처럼 거실에서 내 옷을 정성껏 개고 있었다.
먼지를 꼼꼼히 털어내고 옷깃을 반듯하게 접는다. 지난 몇 년간 로라가 해 온 '심부름' 중 하나다.

지휘관: 나머지는 내가 할게.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슬슬 준비해야지?

로라: 조금만 더 하면 끝나요.
로라: 맞아요.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에요…….
로라: 아빠가 졸업식에 참석해 주시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로라: 오늘부터 로라는 '보살핌 받는 아이'에서 '당신과 함께 걷는 존재'가 되니까요…….
로라: 예전엔 항상 당신 뒤에 숨어 있었죠……. 처음 학교에 갈 때도 혼자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로라: 당신은 뭐든지 가르쳐 주셨어요. 신발 끈 묶는 법, 마음을 일기에 쓰는 법, 옷을 고르는 법…….
로라: 그리고 용기를 내어 진정으로 세상의 일원이 되는 법까지…….
로라: 그래서 오늘은…….
로라: 당신과 손을 잡고 함께 집을 나서고 싶어요.
로라: 당신이 나를 배웅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당신을 따라가는 것도 아닌――
로라: 함께 졸업식장으로 가고, 그리고…… 우리의 다음 시작을 향해 걸어가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로라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로라: 그럼…… 출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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