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및 관련 글/TB 육성 계획

스캐빈저 육성 계획-외향

킹루클린 2026. 3. 24. 01:17

 ~01. 스캐빈저 육성 계획, 시동! 上
지휘관: '육성 계획 버전 3.0'……? 생각보다 업데이트가 빠르네.

나는 TB가 제출한 기획서를 넘겨보며 '육성 대상' 항목에 시선을 고정했다.

지휘관: 이번 육성 대상은…… 스캐빈저?

TB: 긍정. 지휘관님께서는 내비게이터 육성에서 뛰어난 성과를 달성하셨습니다. 지휘관님께서 보여준 인내심과 적재적소에 맞는 지도력 덕분에 미리 설정된 성격의 진화가 현저히 촉진되었습니다.
TB: 동시에 제가 '개성'이라는 개념의 이해하는 데 있어서도 큰 진전을 이루었습니다……. 그렇죠, 지휘관님~?

지휘관: ……TB?

TB: 실례했습니다. '퍼스널 말투 모듈'의 사용은 사용 상황 엄격히 선정할 필요가 있음을 확인.

인공지능인 TB의 말투에서 보기 드물게 명확한 감정의 동요가 나타났다.
논의의 분위기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았지만, 이 시도는 틀림없이 큰 진전을 의미했다.

TB: 추가적인 분석 샘플을 얻기 위해 새 버전의 기획을 시동했습니다.
TB: 이번 육성 데이터는 내비게이터와 비교하여 '환경의 영향' 및 '차별화 유도 촉진 방식'에서의 귀중한 대조 데이터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지휘관: 프로세스는 이전과 어떻게 다르지?

TB: 답변. 주요 차이점으로 팽르베의 협력하에 새로운 변수 메커니즘을 도입했습니다.
TB: 이는 '현실 세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상세히 시뮬레이션하기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TB: 또한 육성 대상이 다양한 예기치 못한 사태에 직면했을 때의 대처 능력을 관찰할 수도 있습니다.

지휘관: 팽르베가 참여한 메커니즘이라…… 뭔가 점술과 관련이 있을 것 같은데.

TB: 상세한 내용과 튜토리얼에 대해서는 단말기에 접속한 후 직접 탐색 및 체험해 보시기 바랍니다.
TB: 지난 두 번의 경험을 살려 사전에 관련 데이터를 조정했습니다.
TB: 지휘관님. 바로 몰입형 단말기에 접속하시겠습니까?

지휘관: 그래, 부탁해.

TB: 오더를 확인했습니다. 단말기를 집무실로 운송 중――
TB: 시스템 확인. 육성 대상 설정이 완료되었습니다. 대상, 스캐빈저-'로라'.
TB: 리퀘스트 실행. 육성 임무를 지휘관에게 인계합니다.

 

눈부신 빛이 사라지자 나는 부드러운 톤과 아늑한 인테리어가 돋보이는 방에 서 있었다.

지휘관: (다락방인가? 아늑하게 잘 꾸며놨네……. 이 인형들은 스캐빈저를 위해서 준비한 거겠지?)

작은 곰 인형을 손에 들고 살펴보고 있자니, 문밖에서 희미한 흐느낌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문밖에서…… 설마…?)

나는 살짝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한 어린 소녀가 잔뜩 주눅이 든 채 서 있었다. 소녀는 가슴팍의 프릴을 꽉 움켜쥔 채 어깨를 가늘게 떨고 있었다.

로라: 읏……. 죄, 죄송해요……. 일부러 소리 내려고 한 건 아닌데…….
로라: 조금…… 무서워서……. 그래서 노크를 못했어요…….

소녀는 용기를 쥐어짜 말을 꺼냈지만, 목소리에는 울음기가 가득했다.
눈물을 잔뜩 머금은 채 동그랗게 뜬 눈동자는 불안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지휘관: (TB나 내비의 첫인상과는 전혀 다르구나.)

나는 쪼그려 앉아 소녀와 시선을 맞췄다. 그리고 방금 집어 들었던 곰 인형을 가만히 내밀었다.

지휘관: 무서워하지 마, 로라. 여기는 네 집이야.
지휘관: 보호자로서 내가 지켜줄게.

로라: 집…… 보호자, 보호자님…….
로라: ……응!

곰 인형을 꼭 껴안은 로라는 그제야 고개를 들고 예쁜 미소를 보여주었다.

로라: 보호자님……. 돌봐주셔서…… 고마워요.

나는 로라를 침실로 데려갔다.

로라: 와아……. 보들보들한 만쥬 인형…….
로라: 보호자님……. 로라…, 만쥬 인형하고 놀아도 돼요?

지휘관: 물론이지.

로라: 가, 감사합니다… 보호자님.

로라는 이제 꽤 긴장이 풀린 듯 보였다.

지휘관: '보호자님'인가…….

로라: 앗! 죄, 죄송해요. 로라가 멋대로 불러서…….
로라: 저기, 보호자님은…… 뭐라고 불러드리는 게 좋으세요……?

역주) 여기서 로라가 지휘관을 부르는 호칭을 정할 수 있습니다. 이후로 로라 육성 관련 글에서는 ‘아빠’로 지칭합니다.



 ~02. 스캐빈저 육성 계획, 시동! 下
로라: 아빠…… 아빠…… 아빠……!
로라: 응! 오늘부터 보호자님은 로라의 아빠……!



 ~03. 두근두근 첫 등교
Zzz……

오늘은 로라의 첫 등교일이다. 한참을 문을 두드려도 대답이 없어서 나는 그대로 방문을 열었다.
아침 햇살이 커튼을 통해 방에 연한 금빛을 드리우고 있었다. 침대는 이미 정돈되어 있었지만 로라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지휘관: 로라?

나는 의아하게 생각하며 시선을 창문 앞 책상 밑으로 옮겼다. 교복 치맛자락이 아주 살짝 삐져나와 있었다.

로라: 안 보여, 안 보여…….

지휘관: 왜 그래? 오늘은 같이 학교 가기로 했잖니?

로라: 으으…… 와와……. 아빠한테 들켰다……!
로라: 저기, 그게… 일부러 숨어 있던 건 아니에요…….
로라: 침대도 정리했고… 교복도 갈아입었는데…. 그, 그치만 하루 종일 아빠를 못 본다고 생각하니까……. 저, 저는….

나는 몸을 낮추고 로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그제야 로라는 내 손을 잡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휘관: 좋아. 교복도 잘 입었고 가방도 준비됐네.
지휘관: 숨기 전에 용기를 내서 준비를 마친 거야?

로라: 네…….

지휘관: 그럼 조금씩 해 보자. 우선 학교 정문까지 데려다 줄게. 하교할 때도 거기서 기다릴 테니까 같이 집에 오자.

로라: 네……. 아빠를… 믿을게요!

지휘관: 슬슬 출발할까? 가방은 내가 들어줄게. 신발은 혼자서 신을 수 있겠니?

로라: 네에~

 

로라는 진지하게 신발끈을 묶기 시작했다. 동작은 서툴렀지만 표정만은 아주 진지했다.

로라: 왼쪽…… 됐다!
로라: 오른쪽도…… 됐다!

신발끈을 다 묶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봤다. 작은 두 손은 무릎 위에서 꽉 주먹을 쥐고 있었다.

로라: 아빠, 저…… 준비됐어요.

지휘관: 그래. 그럼 갈까?

현관문을 열자 아침의 산들바람과 함께 햇살이 들어왔다.
로라는 손을 뻗어 내 손가락을 잡았다. 거리로 향하는 발걸음에는 더는 망설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06. 토끼와의 하루
로라: 아빠, 오늘은 어디 가는 거예요?

지휘관: 그건 아직 비밀이야.
지휘관: 미리 알려 주면 깜짝 선물이 아니게 되니까.

로라: 그, 그런가?

지휘관: 곧 도착이야……. 로라, 발밑 조심하렴.

로라: 자, 자꾸 기대돼서. 에헤헤…….

 

로라: 아! 토끼다……!

지휘관: 신선한 채소를 가져왔으니까 먹여 주면 친구가 될 수 있을지도 몰라.

로라: 응. 열심히 해 볼게요!

긴장해서 꼬리를 빳빳이 세운 로라는 잎사귀를 집고 천천히 손을 뻗었다.

로라: 와아…… 먹었다!
로라: 채소 많이 먹고 쑥쑥 자라라~
로라: 아빠도 해 볼래요? 다들 착한 애들이에요.

로라는 나를 끌어당겨 토끼들 앞으로 데려갔다. 그녀는 내 손바닥에 부드러운 잎사귀를 살며시 올려놓았다.
나는 토끼에게 손을 내밀었다. 토끼는 잎사귀 냄새를 맡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로라의 손에 있는 잎사귀를 먹기 시작했다.

로라: 어…… 어라?
로라: 이, 이 아이들 입맛에 안 맞았을 뿐이야……. 더 신선한 걸로 다시 해 봐요!

나는 새 잎사귀를 받아 다시 토끼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로라가 갑자기 다가와 앙 하고 잎사귀를 입에 물었다.

로라: 응… 맛있어…….

나는 잎사귀를 먹어 버린 로라를 데려가서 곧장 입을 헹구게 했다.

지휘관: 왜 갑자기 잎사귀를 먹은 거야?

로라: 그치만…… 토끼가 아빠를 믿지 않는다고 해도…….
로라: 로라는 계속, 계속 믿고 있으니까요.



 ~07. 꽃 피는 나무 아래
로라: 와아, 예쁘다…….

로라는 창가에 앉아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있었다.

로라: 아빠, 오셨어요? 이것 좀 봐요……!

로라는 내 옆으로 다가와 열심히 까치발을 들며 잡지를 내밀었다.
잡지에는 분홍색과 하얀색 꽃들이 가득한 풍경이 실려 있었다. 마침 꽃이 만개할 시기기도 했다.

로라: 아빠…… 같이 꽃구경 가고 싶어요!

지휘관: 일요일이라면 시간이 되긴 하는데…… 일기예보에서 주말에 비가 온다고 하더라고. 나들이는 좀 힘들지도 모르겠네.

로라: 하지만…… 다음 주까지 기다리면 못 보게 될지도 모르는데…….

지휘관: …….

로라: 다음에 가야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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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아침. 나는 살며시 로라의 방문을 두드렸다.

로라: 후아암…… 5분만 더……. 일어나면 학교 갈 거니까…… 어라? 오늘 쉬는 날 아니에요?

지휘관: 오늘은 멀리 나들이 갈 거야. 졸리면 차 안에서 자도 돼.

로라: 네에~

창밖의 빗방울이 차창을 타고 미끄러지면 가느다란 물줄기 흔적을 남겼다.

로라: 일기예보대로…… 정말 비가 오네…….
로라: 아빠, 우리 어디로 가는 거예요?

지휘관: 어디일 거 같아?

로라: 으음…… 어렵네요…….

로라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차의 미세한 흔들림과 함께 그녀는 다시 잠에 들었다.

잠시 후.

지휘관: 로라, 도착했어.

로라: 으응……? 어, 여기는……!

 

로라: 와아, 정말 예쁘다……. 공기까지 향긋해…….
로라: 어라…… 비는? 아까는 비가 내리고 있었는데?

지휘관: 아까 일기예보를 보니까 교외는 맑아질 예정이라고 하더라고.

로라: 그, 그랬구나……. 아빠, 대단해요!

지휘관: 여기 풍경은 어때? 마음에 드니?

로라: 응. 너무 좋아요~
로라: 바구니도 가득 차 있고……. 혹시 어젯밤에 아빠가 몰래 준비하던 게…….

지휘관: 응. 오늘 같이 나들이 가려고 준비한 거야.

로라: 오렌지, 바나나, 샌드위치…… 전부 맛있겠다!
로라: 응, 너무 좋아요~!

지휘관: 그거 다행이네.

로라: 아빠, 정말 좋아~

지휘관: ……크흠. 나는 잠깐 쉬고 있을게. 놀 거면 근처에서 놀고, 너무 멀리 가지는 마.

나는 돗자리 위에 누워 눈을 감았다.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이 눈꺼풀 위로 형형색색의 그림자를 드리웠다.
이내 작고 따스한 그림자가 살며시 품속으로 파고드는 것을 느끼며 우리는 함께 평온한 시간을 보냈다.



 ~08. 그네에서 맺은 약속
로라는 정말 착한 아이다. 아침에는 제시간에 일어나고, 숙제도 성실히 하고, 책을 읽을 때도 매우 조용하다.
덕분에 그녀와의 생활에서 걱정할 만한 일은 거의 없었지만, 왠지 모르게 여러 가지 경험을 시켜 주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그녀를 산책 겸 집 근처의 작은 공원에 데리고 다니기 시작했다.
그곳에는 잔디밭과 화단, 그리고 작은 그네가 있었다. 어느새 그네는 로라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가 되었다.

 

하늘 가득 노을이 구름을 따스하게 물들이는 가운데 로라는 그네를 타고 있었다.

로라: 오늘은…… 어제보다 조금 더 높이 올라갔어요.

지휘관: 정말이니?

로라: 네! 왜냐면…… 지금은 정말 마음이 놓여서… 처음 탔을 때처럼 무섭지 않거든요…….
로라: 그리고 알고 있어요……. 아빠가 바로 뒤에서 보고 있다는 거.

지휘관: 응. 난 언제나 네 뒤에 있을 거야.
지휘관: 다음엔 더 높은 곳으로 가 볼까?

로라: 더 높은 곳이요……?

지휘관: 예를 들면 뒷산의 전망대 같은 곳 말야.

로라는 그네를 멈추고 곧장 뒤를 돌아보며 기대에 가득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로라: 아빠와 함께라면 어디든 가고 싶어요…… 에헤헤~
로라: 그럼 약속한 거예요…….

로라는 자리에서 일어나 살며시 내 손을 잡았다.
어느덧 내린 황혼이 작은 그네, 맞잡은 손,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함께 걸어갈 머나먼 길을 고요하고 따스한 색으로 물들였다.



 ~10. 가벼운 기대 ②
오늘은 로라와 놀이공원에 가기로 약속한 날이다.
신나게 놀다가 조금 지쳤을 무렵, 그녀는 보드라운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다고 작은 소리로 부탁했다.
그러나 아이스크림을 사서 돌아왔을 때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로라: 아빠, 여기예요――

커다란 풍선 다발을 든 로라는 상기된 얼굴로 총총 달려왔다.

지휘관: 이 풍선들은 뭐니……?

로라: 그게… 갑자기 생각났거든요…….

 

로라: 전에 그네 타고 놀았을 때, 같이 더 높은 곳에 가기로 약속했었잖아요?
로라: 그래서 아까 풍선 파는 노점을 보고…….
로라: 만약 풍선을 잔뜩 모으면 우리도 하늘을 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바람이 불자 풍선들이 일제히 흔들렸다. 로라는 필사적으로 까치발을 들어 봤지만 날아오르진 못했다.

로라: 음…. 아무래도 풍선이 아직 많이 부족한가 봐요…….

지휘관: 더 좋은 방법이 있어.

로라: 네?

나는 그녀의 등 뒤에 있는 거대한 관람차를 가리켰다.

지휘관: 같이 탈까?


풍선들로 절반은 가득 찬 곤돌라에서 로라는 지상의 건물들이 점점 작아지는 모습을 지켜봤다.

로라: 정말 높네요…….
로라: 전에 갔었던 뒷산 전망대보다 훨씬 높아요…….

지휘관: 이 관람차의 꼭대기가 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곳일 거야.

로라: 그렇구나……. 그러면 로라의 소원은 이루어진 거네요.
로라: 아빠와 함께 소원을 이룰 수 있어서…… 훨씬 더 기뻐요.

곤돌라가 정상에 도달했다. 놀이공원과 거리의 풍경, 그리고 멀리 보이는 바다는 모두 햇빛 아래서 반짝이고 있었다.
알록달록한 풍선을 끌어안고 미소 짓는 그녀의 모습은 그 어떤 경치보다도 마음을 평온하게 해주었다.



 ~11. 한여름의 스플래시 배틀
덥고, 매미는 울어대고, 멀리 있는 풍경은 열기로 인해 일그러져 보이는 한여름.
이 무더운 주말 오후. 로라와 함께 워터파크에 왔다.

 

로라: 받아라! ……으아앗! 또 맞아 버렸네요……!

로라는 물총을 내리고 얼굴에 묻은 물을 닦았다. 그녀는 분하다는 듯 볼을 부풀렸지만, 이내 다시 기세등등한 미소를 지었다.

로라: 저도 계속 지기만 한 건 아니라고요.
로라: 지금까지 반격해서 아빠한테 10번은 맞혔으니까, 아빠의 절반 정도는 강하다는 뜻이에요!

지휘관: 확실히 조준 실력은 좋구나.

로라: 당연하죠. 아빠가 키워 주셨잖아요.

칭찬을 듣자 로라는 눈을 반짝이며 허리를 쭉 폈다.

로라: 휴식 시간도 끝났으니까…….
로라: 다음 전력 공격에 대비하세요, 아빠……!


놀다가 지친 우리는 물가에 나란히 앉아 휴식을 취했다.
로라는 살며시 내 어깨에 기대어 흐트러진 호흡을 가다듬었다.
이 여름 오후, 물보라와 웃음소리로 가득 찼던 시간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가장 소중한 보물이 되었다.



 ~15. 빗속의 한때
로라가 거울 앞에서 빙글 한 바퀴 돌자 치맛자락이 가볍게 휘날렸다.

로라: 교복――완벽! 머리――문제없음! 오늘의 컨디션도 최고!
로라: 아빠, 다녀오겠습니다~
로라: 어라? 비가 오네……. 장화로 갈아신어야겠다…….

지휘관: 길이 미끄러울 텐데 학교까지 데려다 줄까?

로라: 이제 어린애도 아니고 혼자서도 괜찮아요.

로라는 갑자기 말을 멈추더니 다른 생각이라도 떠오른 듯 눈을 반짝였다.

로라: 에헤헤. 아빠가 데려다 주신다면 꼭 좀 부탁드릴게요!

지휘관: 알았어. 가방 들어줄게.

로라: 야호~!

 

빗소리가 추적추적 들리는 가운데 로라는 연노란색 우비를 입고 경쾌한 발걸음으로 내 곁을 따라왔다.

로라: 아빠, 이거 보세요. 이 우비 귀가 달려 있어요! 귀엽죠?
로라: 아빠! 달팽이가 있어요! 한 마리, 두 마리…… 줄지어서 가고 있네요!
로라: 아빠, 전봇대에 새들이 잔뜩 앉아 있어요! 깃털이 젓는 게 싫지도 않은 걸까요?

지휘관: 천천히 걸으렴. 신발에 물 들어가겠다.

로라: 그럴 리가――없잖아요――!

한참을 걷던 중, 로라는 문득 자신이 너무 앞서갔다는 사실을 깨닫고 걸음을 멈추고 내게 손을 내밀었다.

로라: 손잡고 걷는 거, 정말 오랜만이네요…….
로라: 어릴 때는 외출할 때마다 손을 잡았었는데.

지휘관: 로라가 길을 잃을까봐 그랬지.

로라: 그럼 지금은…….

그녀는 한 걸음 다가와 손을 내민 채, 거절은 허락하지 않겠다는 투로 말을 꺼냈다.

로라: 손 안 잡으면 두고 갈 거예요~

나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로라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빗물이 묻어 있었지만, 로라의 손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로라: 흐흥~
로라: 이리로 오세요. 우산 같이 써요~

빗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그녀의 웃음소리는 빗속에서 밝은 멜로디처럼 맑게 울려 퍼졌다.



 ~16. 아름다운 겨울을 남기고
로라는 문을 열었다. 세상은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여 있었다.

로라: 와아! 눈이 와요! 신난다, 신난다!

로라는 흥분해서 뛰쳐나갔지만, 금세 처마 밑으로 되돌아와 손을 비비며 후후 입김을 불었다.
나는 코트를 가져와 떨고 있는 그녀에게 입혀 주었다.

지휘관: 오늘은 추우니까 방한 대책을 단단히 세워야 해.

로라: 에헤헤, 알겠어요~

로라는 손을 뻗어 흩날리는 눈을 조심스럽게 받으려 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눈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로라: 앗, 녹아 버렸네요…….

지휘관: 눈이란 원래 그런 거야. 내려도 금방 녹아 버리지.
지휘관: 눈이 그치면 길가에 쌓인 눈도 사나흘만 지나면 다 녹아 버릴걸.

로라: 그렇구나…….
로라: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요!
로라: 다른 방법으로 이 눈을 조금 더 오래 남게 해 봐요!

 

추위에 코끝이 빨갛게 얼었지만, 그럼에도 로라는 한가득 미소를 지은 채 양손으로 열심히 눈을 긁어모았다.
몸통과 머리 부분으로 쓸 커다란 눈덩이 두 개를 만들어 쌓고, 팔 대신 나뭇가지를 꽂고, 얼굴을 그리고…….
이내 눈사람이 완성되자 마지막으로 산타 모자와 목도리를 가져와 씌워 주었다.

로라: 에헤헤~ 완성이에요!
로라: 눈사람은 쌓인 눈보다 늦게 녹는다고 들었으니까…….
로라: 이러면 눈송이도 조금 더 오래 남을 수 있겠죠!

살짝 뒤로 물러난 로나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자신의 작품을 돌아봤다.

로라: 아빠는 정말 꼼꼼하시네요! 눈사람도 이렇게 귀엽게 꾸며 주시고.
로라: 이번에는 로라가 보답할 차례예요!
로라: 슬슬 들어갈까요? 마시멜로를 듬뿍 넣은 핫초코를 타 드릴게요~



 ~17. 견습 항해사 일지

 

부드러운 햇살 아래 우리가 탄 작은 배는 천천히 호수 한가운데로 나아갔다.
습한 미풍이 불자 로라는 문뜩 눈을 반짝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로라: 우리 항해 놀이해요. 아빠가 선장님이고 로라가 항해사 할게요.

지휘관: 흠. 로라 항해사. 현재 항로 상황을 보고하라.

로라: 네, 넵! 선장님! 전방 수역은 트여 있고, 풍향은…… 남동풍입니다!

나는 웃음을 참으며 노를 젓기 시작했다.

로라: 저기, 선장님. 이 배에는…… 키가 없는 건가요?

지휘관: 노로 방향을 조절할 수 있으니까 이게 바로 우리의 키란다. 로라 항해사도 키를 잡아 보겠나?

로라: 응!!!

노 하나를 내밀자 로라는 진지한 표정으로 받아 들었다.

로라: 선장님! 지금부터 좌현…… 아니, 우현 전타!

호수 한가운데 있는 섬이 시야에 들어옴과 동시에 물새 몇 마리가 섬에서 날아올랐다.

로라: '수수께끼의 섬'을 발견했습니다! 선장님, 상륙해서 정찰할까요?

지휘관: 항해도의 기록에 따르면 저곳은 철새 보호 구역이다. 로라 항해사. 우리는 안전한 거리에서 관찰하도록 하지.

로라: 로저!
로라: 와아……. 크고 하얀 새 세 마리랑 회색 작은 새 두 마리가 같이 날아가고 있어요!


곧 '항해'가 끝날 시간이 다가왔다. 작은 배는 천천히 호수 중심을 지나 맞은편 선착장으로 다가갔다.
기슭에 도착하자 나는 그곳에서 발견한 갈대로 로라에게 작은 배지를 만들어 주었다.

지휘관: 로라 항해사, 첫 항해를 훌륭히 마쳤구나.
지휘관: 관례에 따라 이 견습 배지를 수여하마.

로라: 와아……! 고마워요, 아빠!

로라는 배지를 가장 눈에 띄는 위치에 달고 몇 번이고 각도를 조정했다.

로라: 선장님! 다음 항해는 언제인가요?

지휘관: 로라 항해사만 준비된다면 언제든 출항 가능하다.

로라: 에헤헷…. 로라 항해사, 언제든 출발 가능합니다~!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배지에 이 오후의 모든 발견과 즐거웠던 시간이 새겨졌다.



 ~18. 사랑하는 당신과 함께 내일로 ①

 

로라는 책상에 엎드려 있었다. 손에 펜을 쥐고 있지만 아무것도 쓰지 못한 모양이다.

지휘관: 숙제가 어렵니?

로라: 아, 그게……. 네……. 조금 고민 중이에요…….
로라: 오늘 학교에서 내준 작문 주제가…… '내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거든요.
로라: 아빠에 대해서 쓰려고 생각 중인데… 쓰고 싶은 건 산더미 같은데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로라: 그리고…… 이걸 다 쓰면 진로 희망서도 써야 하니까…….
로라: 그래서 작문도 왠지 특별하게 느껴져서…….

나는 옆에 앉아서 그녀가 펴 놓은 새하얀 노트를 바라봤다.

지휘관: 그럼 게임 하나 할까?

로라: 게임……이요?

지휘관: 눈을 감아봐. 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우리 둘만의 시간은 뭐가 있을까?

로라: 그건…… 같이 눈사람을 만들었을 때요. 통통한 눈사람에게 귀여운 산타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줬었죠…….
로라: 그리고 선장님이랑 항해사 놀이를 했을 때도 기억나요……. 호수 한가운데서 작은 배를 몰 때 예쁜 철새들을 봤었죠…….
로라: 또 비 오는 날 학교까지 데려다 준 아빠와 우산을 같이 썼을 때도…….

로라는 손가락을 꼽아가며 즐겁게 추억을 되새겼다.

지휘관: 쓸 수 있는 게 정말 많네.

로라: 하지만 어떻게 그걸 다 넣어야 될까요?

지휘관: 전부 넣을 필요는 없을지도 몰라. 가장 중요한 건 '지금'의 마음을 기록하는 거니까.

로라: 그러네요…….
로라: 오늘 숙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었는데, 아빠가 깨달음을 주셨어요.
로라: 곰곰이 생각해 보면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도 전부 아빠가 함께 걸어 주신 덕분이네요…….

지휘관: 물론 앞으로도 함께할 거고.

로라: 네……! 어떻게 계속 가야 할지 알 것 같아요!


며칠 뒤. 그녀의 책상 위에 있는 진로 희망서가 눈에 들어왔다.
'장래의 진로'란에는 연필로 적은 작은 글자 한 줄이 있었다.
그녀의 이야기도 이제 새로운 장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21. 패션을 향한 첫걸음 ②
커튼 사이로 스며든 아침 햇살이 식사를 하고 있는 로라를 비췄다.
그러던 중 문득 로라의 셔츠 소매가 짧아지고, 치마 밑단도 무릎 위에 바짝 붙어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옷 사이즈가…… 조금 안 맞는 것 같네.
지휘관: 오늘은 시간이 있으니까 같이 새 옷이나 사러 갈까?

로라는 왠지 즐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옷가게에는 다양한 옷들이 가지런히 진열되어 있었다.

로라: 이 셔츠 무늬가 멋지다……. 이 치마의 커팅도…….
로라: 으음. 전부 입어 보고 싶네요…….
로라: 아빠. 잠시만 기다려 주실래요?

로라는 그렇게 말하며 옷을 품에 안고 탈의실로 들어갔다. 다시 나온 그녀는 오프숄더 티셔츠와 숏팬츠로 갈아입은 상태였다.

로라: 어, 어떤가요?

지휘관: 잘 어울려. ……그런데 상의가 너무 짧지 않니?
지휘관: 그 숏팬츠도…….

로라: 요즘은 이런 패션이 유행이라니까요.

로라는 허리 라인을 강조하는 듯한 짧은 기장의 라운드넥 티셔츠를 집어 들었다.

로라: 이건 어때요?

지휘관: 으음… 역시 기장이 좀…….

로라는 눈을 깜빡이더니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로라: 아빠는…… 딸의 옷차림을 그렇게 걱정하는 분이셨나요?

지휘관: 감기에 걸리진 않을까 걱정돼서1…….

로라: 그렇다면 이건 어때요?

지휘관: 잘 어울리긴 하는데, 역시 천이 좀 부족한걸.

로라: 푸흡…….

결국 서로가 한 걸음씩 양보하여 절충안을 찾을 수 있었다.

로라: 이거라면…… 확실히 패셔너블하면서도 '안전'하겠네요~



 ~25. 이 달콤함을 당신과 함께
어느 주말 오후, 로라와 함께 상가를 거닐었다. 그녀는 명랑한 작은 새처럼 경쾌한 발걸음으로 걷고 있었다.

로라: 봐요! 저 케이크 가게 앞에 줄이 엄청 길어요~
로라: 같이 가 봐요!

 

우리 차례가 되어 안으로 들어가자 달콤한 향기가 물씬 풍겼다.
로라는 총총걸음으로 진열대 앞까지 다가갔다. 알록달록한 케이크가 그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로라: 와아! 복숭아 초콜릿 밀푀유! 광고대로…… 엄청 예쁘다!


로라는 고개를 들어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로라: 저 말차 딸기 파르페도 엄청 맛있어 보여요…….
로라: 어쩌지,, 둘 다 먹고 싶은데……. 아빠는 뭘 더 드시고 싶으세요?

로라는 얼굴을 찌푸리며 꽤 고민하는 모양이었다.

지휘관: 둘 다 사도 돼.

로라: 정말요!?
로라: 하지만…… 역시 그건 저한테 너무 과분한 거 같은데…….

지휘관: 나도 같이 먹을 거야.

로라: 야호~ 아빠 완전 좋아~

로라는 다시 눈부신 미소를 지었고, 목소리도 탄력을 받아 높아졌다.
우리는 정성껏 포장된 두 개의 케이크 상자를 들고 함께 가게 밖 테라스석에 앉았다.

로라: 잘 먹겠습니다~!

로라는 케이크를 작게 한 입 떠서 입으로 가져가더니 만족스럽게 눈을 가늘게 떴다.

로라: 으음~! 맛있어요~!

그리고는 한 숟가락 듬뿍 떠서 그대로 나에게 내밀었다.

로라: 아빠도 드셔 보세요! 아~ 하세요.
로라: ……맛있죠! 앗, 잠깐…… 잠깐만요…….
로라: 이, 이거 혹시… 간접 키스가 되는 건가……!? 괘…… 괜찮아, 괜찮을 거야!
로라: 그러고 보니 저쪽에도 엄청 맛있는 푸딩 가게가 있대요……! 다, 다음에 또 같이 가실래요?
로라: 그럼 약속한 거예요~

평범한 주말 오후는 뜻밖의 사건과 약속으로 인해 더욱 특별한 시간이 되었다.



 ~26. 사진에 새겨진 봄
봄 햇살이 기분 좋은 오후. 공원에 만개한 꽃들이 부드러운 구름처럼 하늘을 분홍빛으로 수놓고 있었다.

로라: 와아~! 정말 장관이네요!

나는 가벼운 봄옷을 입은 로라와 함께 손을 잡고 공원 꽃밭 사이를 걸었다.

로라: 보세요! 저 나무의 꽃! 정말 예쁘게 폈어요!
로라: 저기라면 분명 사진이 엄청 잘 나올 거예요!
로라: 가요~!

 

나는 로라에게 이끌려 나무 밑으로 향했다. 그녀는 손으로 꽃잎을 살포시 받아내는 듯한 포즈를 취했다.

로라: 이 포즈는 어때요?

지휘관: 예쁜데.

로라: 에헤헤~ 그럼 이 다음은 아빠한테 전부 맡길게요.
로라: 설렐 정도로 예쁜 사진을 찍어 주셔야 해요!

나는 카메라를 들어 흩날리는 꽃잎 속에 있는 로라의 모습을 포착했다.
마침 산들바람이 불고, 꽃잎 몇 장이 로라의 머리칼을 스치는 순간 나는 타이밍 맞춰 셔터를 눌렀다.

로라: 보여 주세요~
로라: 와아……! 아빠 사진 이렇게 잘 찍으셨어요!?
로라: 더 많이 찍어요! 다른 포즈도 해 보고 싶어요!

셔터 소리와 로라의 웃음 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즐거운 순간들이 하나둘씩 사진에 담겼다.

로라: 예쁘다! 사진이 다 너무 예뻐서 도저히 하나만 고를 수가 없어요.

만족스럽게 카메라 앨범 속 사진을 보던 로라는 갑자기 반짝이는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로라: 이제 아빠랑도 같이 찍어야죠~

그녀는 내 팔짱을 끼고 나무 밑까지 간 뒤, 타이머를 맞추고 카메라를 세워뒀다.

로라: 자, 카메라 보세요. 치즈~

그렇게 말하며 로라는 내게 몸을 기대고 팔를 더 꼭 끌어안았다.

찰칵.

하늘에 흩날리는 꽃잎과, 봄보다 더 눈부신 소녀의 미소가 사진에 담겼다.



 ~27. 첫 점
마트에서 장을 보고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거실은 의외로 조용했다.
로라를 부르려던 그때, 반쯤 열린 침실 안쪽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라: 이 카드는, '별'…….

로라는 침대에 엎드린 채 타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진지하게 책을 읽고 있었다.

로라: '별' 카드, 정방향……. 책에 따르면 아빠가 마음에 품고 있는 사람은…….
로라: 아빠!? 어, 언제 오셨어요!?

로라의 얼굴이 뺨부터 귓불까지 순식간에 달아올랐다. 그녀는 황급히 눈앞의 카드를 베개로 감췄다.

로라: 장보러 가신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휘관: 배고플 거 같아서 조금 일찍 돌아왔어.

로라: 윽……. 아무튼 전 진지하게 타로 점을 공부하고 있었을 뿐이에요! 진지한 거거든요!

지휘관: 호오? 그럼 나중에 나도 점 봐 줄래?

로라: 물론이죠! 고민이 있다면 뭐든 물어보세요! 로라의 점은 깜짝 놀랄 정도로 잘 맞으니까요~
로라: 아까 그 카드도 딱 맞았거든요! 책에 따르면 정방향 '별'은 좋은…….

로라는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몹시 부끄러운지 순식간에 얼굴이 새빨개졌다.

로라: ……조, 좋은…….

지휘관: 좋은… 뭐?

로라: 아…… 아무것도 아니에요! 말로 뱉으면 안 맞게 되거든요! 이건 타로 점의 규칙이에요!

더 이상의 질문을 피하려는 건지 로라는 다짜고짜 내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로라: 배고파요~ 저녁은 아빠가 만든 오므라이스 먹고 싶어요~!

지휘관: 케첩은 두 배로, 맞지?

로라: 응!!

저녁을 준비하려 주방으로 향하자 총총걸음으로 내 뒤를 쫓아오던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이렇게 물었다.

로라: 저기…… 아빠…….
로라: 밥 다 먹고 나면…… 내일의 연애 운을 봐 드릴까요?
로라: …'별' 카드의 의미를 아주 조금만 알려드릴게요~



 ~29. 함께 걷는 미래 ②
오늘은 로라의 졸업식 날이다.
눈을 뜨자 로라가 오늘 입을 정장을 머리맡에 놓아 둔 것이 보였다.
나는 준비를 마친 뒤 정장으로 갈아입고 거실로 나갔다.

 

로라는 평소처럼 거실에서 내 옷을 정성껏 개고 있었다.
먼지를 꼼꼼히 털어내고 옷깃을 반듯하게 접는다. 지난 몇 년간 로라가 해 온 '심부름' 중 하나다.

지휘관: 나머지는 내가 할게.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슬슬 준비해야지?

로라: 조금만 더 하면 끝나요.
로라: 맞아요. 오늘은 정말 중요한 날이에요…….
로라: 아빠가 졸업식에 참석해 주시기 때문만은 아니에요…….
로라: 오늘부터 로라는 '보살핌 받는 아이'에서 '당신과 함께 걷는 존재'가 되니까요…….
로라: 예전엔 항상 당신 뒤에 숨어 있었죠……. 처음 학교에 갈 때도 혼자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았어요.
로라: 당신은 뭐든지 가르쳐 주셨어요. 신발 끈 묶는 법, 마음을 일기에 쓰는 법, 옷을 고르는 법…….
로라: 그리고 용기를 내어 진정으로 세상의 일원이 되는 법까지…….
로라: 그래서 오늘은…….
로라: 당신과 손을 잡고 함께 집을 나서고 싶어요.
로라: 당신이 나를 배웅하는 것도 아니고, 제가 당신을 따라가는 것도 아닌――
로라: 함께 졸업식장으로 가고, 그리고…… 우리의 다음 시작을 향해 걸어가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로라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로라: 그럼…… 출발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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