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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캐릭터 스토리 ~마녀와 운명의 밤

킹루클린 2025. 6. 18. 16:43

마녀와 운명의 밤

 ~01. 마녀의 초대장
모항. 집무실

밀려 있던 일이 일단락되고 한숨 돌리려 하는 순간, 문 반대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들어와.

문이 천천히 열리고 아우구스트가 들어왔다.
그녀는 검은 바탕에 금장식이 들어간 봉투를 손에 들고, 우아한 발걸음으로 내게 다가왔다. 그 눈빛은 평소보다 약간 많은 뜻을 품고 있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예상대로 지금은 한가한가 보네.

지휘관: 무슨 일 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운명의 별의 궤적은 내일 밤 교차한다"……. 네 스스로 이에 대한 답을 도출해 봐.

그녀는 봉투를 내밀었다. 고급 종이에서는 신비한 향기가 났다.

지휘관: 이건…… 초대장이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나의 사역마. 운명의 의식으로 향할 각오는 되어 있나?

나는 초대장에 적힌 글자를 열심히 읽어 나갔다.

지휘관: 내가 이해한 게 맞다면… 이거 캠프 권유지?
지휘관: 하지만 왠지 평범한 캠프가 아닌 거 같은데…….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평범한 캠프라면 이렇게까지 하진 않지.

우아하게 맞은편 의자에 앉은 아우구스트는 그 긴 머리를 천천히 빗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네게는 숨을 돌릴 기회일지 모르겠지만.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나에게는…… 너를 운명의 궤적으로 이끌 절호의 기회야.

지휘관: 뭔가 맘 편할 일은 아닐 것 같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편하다고는 말한 적 없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하지만 너는 거절하지 않았지. 각오는 되었다고 봐도 되겠지?

지휘관: 그래. 갈게.
지휘관: 그런데 캠프는 준비가 많이 필요하잖아?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걱정할 필요 없어. 필요한 물건 목록은 이미 다 작성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내일 아침, 같이 쇼핑하러 가는 거야.

지휘관: 빈틈이 없네….
지휘관: 내가 간다고 대답할 거라 확신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나는 그런 실수는 하지 않아.

지휘관: 뭐, 이번에는 정답이었던 거 같군.
지휘관: 정말로 목록에 있는 것 말고는 아무것도 준비 안 해도 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기대'만 하고 있으면 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미지를, 그리고 찾아올 운명을 '기대'하고 있으렴.

지휘관: ……알겠어. 약속 시간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내일 아침 6시, 정문 앞에서.

지휘관: 6시…… 꽤 빠르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태양이 높이 떠오르면 별의 속삭임이 지워져 버려. 그런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아.


→ 서로 지각하지 말자고
지휘관: 서로 지각하지 말자고.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에스코트하는 사람이 안 올 리가 없잖아? 내 페이스에 맞추면 돼.

지휘관: 에스코트라니, 전부 아우구스트가 리드해 주는 거야? 왠지 좀 위험할 거 같은데……?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리스크야말로 운명의 항신료지.

→ 내일 보자. '마녀님’
지휘관: 내일 보자. '마녀님.‘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꽤나 허물없네. '지휘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아무래도 자기 역할에 익숙해졌나 봐?

지휘관: 네 페이스에 맞추고 있는 것뿐이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래. 그렇게 때문에 네가 재밌는 거지.


아우구스트는 일어나 옅은 미소를 짓고 집무실을 떠났다.
자리에 맴도는 잔향이 앞으로 시작될 신비로운 여정에 대한 기대를 품에 안겼다.



 ~02. 마녀의 시련
다음 날 아침. 제시간에 아우구스트와 약속한 장소에 도착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적극적인 사역마에 대한 칭찬은 아끼지 않을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잘했어. 나의 '지휘관', 나의 사역마.

지휘관: 소중한 권유였는데 망치고 싶지 않았거든.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아우구스트와 함께 상가로 향했다.
막 문을 연지 얼마 안 된 가게들이 즐비했다. 바닷바람과 갓 구운 빵 냄새가 섞여 있었다.

지휘관: 일단 뭐 살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우선은――'별빛을 담는 것'부터야.

지휘관: ……'별빛을 담는 것'?
지휘관: 그냥 평범한 캠프 용품을 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럼 너는 뭘 생각했지?


→ 소형 발전기?
지휘관: 소형 발전기?
지휘관: 전기가 있으면 조명을 켤 수 있고, 그러면 별빛 외의 빛을 얻을 수 있잖아….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꽤나 리얼한 추측이네.

→ 천체 망원경?
지휘관: 천체 망원경?
지휘관: 별빛을 렌즈에 담는다고 하면 말이 되잖아.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하지만 망원경은 '담는 것'이 아니라 '관찰하는 것'이지?


아우구스트의 목소리에는 희미한 웃음이 섞여 있었다. 마치 내가 당황하는 모습을 즐기는 것 같았다.
더 해당되는 게 없을까 고민하던 사이에, 그녀는 우아하게 발길을 돌려 조명 전문점으로 들어갔다.

지휘관: 거기 답이 있는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따라와.

아우구스트는 진열장으로 다가가 주저 없이 별들이 반짝이는 것 같은 무드 등을 집어, 가느다란 손끝을 부드러운 빛으로 환하게 비췄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별빛은 어두운 밤을 밝히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사람'의 기억에 남기 위해 존재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리고 그 사람은 별에 다가가고, 이해하려 하는 존재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런 반짝임이야말로 딱 좋아.

아우구스트는 뭔가 잘 형언할 수 없는 감정을 말로 하면서 무드 등을 내게 건넸다.
무드 등을 바라보는 사이 뭔가가 떠올랐다.
말로는 표현하기 애매하지만, 그녀 나름의 작명법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다음은――'과거의 반짝임'이야.

지휘관: 으음…….
지휘관: 이 앤티크 오일 램프 말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나쁘지 않은 선택이네.

지휘관: 흠. 아우구스트와의 수수께끼 놀이는 의외로 즐겁네.
지휘관: '마녀의 시련'이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어머. 내 말투에도 익숙해졌나 봐?

지휘관: 꽤 도전하는 보람이 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도전? 아니야. 나는 너를 이끌고 있는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마녀는 남의 사고방식을 억지로 바꾸려 들지 않아. 하지만 다가오는 자를 사랑하고, 인도하지.

이후의 쇼핑에서도 물건의 '진명'을 추측하는 놀이는 계속되었다. 맞추기도 했고, 틀리기도 했다.
반나절 동안 상가를 돌며 대충 목록에 나와 있는 물건을 챙겼다.

지휘관: '심연의 눈'은 눈 무늬가 수놓아져 있는 검은 벨벳. '운명의 잔향'은 방울 한 묶음…….
지휘관: 정말로 캠프 용품 맞아?
지휘관: 굳이 말하면 무슨 의식용 도구 같은데….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별도 때로는 재를 둘러서 그 빛을 돋보이게 할 필요가 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네가 이해하지 못하는 건, 그 별이 밤에 보여주는 모습을 모르기 때문이야.

지휘관: 그러니까 밤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렇구나" 하고 납득하게 된다고?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아니. 그때까지 네 시선을 사로잡을 생각이야.

아우구스트는 침착한 표정으로 내 옷깃을 여몄다. 그리고 차가운 손끝이 목덜미를 스쳤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고작 캠프라 하더라도 계약의 시작점이 될 수도 있어.

입가에 신비한 미소를 띤 그녀의 옆모습을 햇살이 부드럽게 비췄다.
그 순간 그녀가 말한 '밤에 보여주는 모습'이 어떤 광경일지 괜히 기대하게 되었다.



 ~03. 운명의 땅
쇼핑을 마치고 아우구스트와 함께 교외로 향했다.
도시의 번잡함은 점점 멀어지고, 경치는 완만한 언덕과 빽빽한 숲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이름 없는 오솔길 앞에서 멈췄다. 표지판도, 이정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휘관: 다 온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래. 이 앞부터는 걸어가야 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이제 와서 꼬리 말고 도망치지는 않겠지?

나무 그늘로 뒤덮인 좁은 오솔길로 아우구스트가 먼저 발을 내딛었다.
가지와 이파리가 머리 위에서 얽히고, 틈새로 쏟아지는 햇빛이 그녀의 투명한 피부에 얼룩무늬를 그렸다.

지휘관: 길이 험해졌네…….
지휘관: 설마 대충 아무데로나 정한 건 아니지…?

아우구스트는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뒤돌아서 내 턱을 가볍게 쥐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마녀를 의심하다니, 벌을 받아야겠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장소는 이미 정해 놨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오늘 밤 이 하늘에서 운명의 별의 궤적이 교차해. 그것을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은 나뿐이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너는 그저 따라오면 돼.

숲을 벗어나자 시야가 단숨에 트였다.

지휘관: 경치 좋네……. 여기가 네가 고른 야영지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사역마. 마음에 들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여기는 고지고, 나무들로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충분한 공간이 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리고 저쪽으로는――호수도 한눈에 볼 수 있지.

지휘관: 생각보다 더 탁 트여 있네.
지휘관: 경치를 즐기기에는 딱이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즐긴다'라…. 후후. 드디어 핵심을 건드렸군.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오늘 밤, 우리는 여기서 운명의 교제를 즐길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서로의 운명의…… 유일한 관측자가 되는 거지.

아우구스트는 천천히 공터 중심으로 걸어가 살며시 양팔을 벌렸다. 운명의 개막을 고하는 듯한 몸짓이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들어 봐. 바람이 속삭이기 시작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밤의 장막이 내리면 그 목소리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거야.

아우구스트의 말을 듣고, 여기서 함께 밤을 보낸다는 사실을 떠올렸다.

지휘관: 확실히 경치는 더할 나위 없지만…….
지휘관: 장소가 장소니 만큼 인기척은 전혀 없네…….
지휘관: 정말 괜찮은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위험할까봐 그래?

지휘관: 아우구스트의 안전도 지켜야 하니까.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운명이 스쳐 지나가려 하고 있어. 모두가 그것을 지켜볼 자격이 있는 것은 아냐.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설령 방해꾼이 나타난다 하더라도…….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걱정할 것은 내가 아니라, 그 자들이야.

지휘관: ……알았어. 아우구스트 말대로 할게.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걱정 마. 이 장소는 오늘 밤, 우리 두 사람만의 것이야.


→ 두 사람만의…… 나쁘지 않은 어감이야
지휘관: 두 사람만의…… 나쁘지 않은 어감이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래. 우수한 사역마에게 주는 상으로서…….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앞으로 있을 모든 과정에서 더욱 가까이 있는 것을 허가할게.

→ 아우구스트 님이 명하신 대로
지휘관: 아우구스트 님이 명하신 대로.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래. 순종은 때로는 지배가 아니라 상대에 대한 신뢰를 의미하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운명은 추구하는 자에게 응답해. 그리고 나는――누구도 헤매게 하지 않을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자, 시작하자. 우리의 임시 보금자리――아니, 캠프를.



 ~04. 별을 밝히는 땅
야영지 확인을 마치고 짐을 푼 다음, 준비에 들어갔다.

지휘관: 일단 텐트부터 칠까?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래. 이 근처에. 너를 위해 준비한 '무대'야.

아우구스트는 텐트를 칠 곳을 가리키며 추가로 자재 묶음을 건넸다.

지휘관: 대단하네…. 이런 정교한 디자인의 텐트를 찾아올 줄이야.

텐트 천에는 수수께끼 같은 복잡한 문양이 그려져 있었고, 가장자리에는 앤티크풍의 금실이 입혀져 있었으며, 작은 스팽글까지 수놓아져 있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이것은 일시적인 보금자리일 뿐만 아니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오늘 밤, 너와 나만을 담는 작은 세계가 될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러니까 제대로 세워줘. 나의 '지휘관.‘

아우구스트의 지시대로 천을 펼치고, 팩을 박고, 프레임을 조립했다.
본체를 조립한 뒤, 추가로 그라운드 시트와 방수 원단, 간이 윈드 스크린을 설치했다.

지휘관: 왜 그래? 갑자기 아무 말도 없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내 역할을 다하고 있을 뿐이야.

텐트에서 나오자 야영지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사방에 꽃들과 무드 등이 펼쳐져 있었다. 그것들은 불규칙하면서도 신비한 아름다움을 그리고 있었다.

지휘관: 신뢰와 실적의 마녀 센스라는 건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오늘 밤 별빛이 평범한 것을 비추지 않게 하기 위해서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러니까 야영지도 상응하는 존재로 만들어야지.

지휘관: 그럼 백열전구가 없는 밤에 익숙해져야 하겠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리고 별들이 너를 위해 빛나는 것에 감사하도록 해.


→ '오늘 밤의 별이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지휘관: '오늘 밤의 별이 기억해 주기를 바라며.‘

→ 아우구스트를 믿어
지휘관: 아우구스트를 믿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래. 기대를 품는 자는 부드럽게 운명을 맞을 수 있지.

지휘관: 그래서 이 다음에는 뭘 하면 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돌을 주워 와. 영역을 만들 거야.

지휘관: '영역'?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나의 '영역'이야. 완성되면 외부의 잡음은 더는 우리에게 간섭할 수 없어.

그리 어려운 작업은 아니어서 반신반의하며 아우구스트의 지시를 따랐다.
한편 아우구스트는 오늘 산 무드 등과 벨벳을 사용해 캠프를 장식하고 있었다.

지휘관: 준부터 해서 꽤 손이 많이 가는 의식이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오늘 밤을 위한 거야. 조금도 생략하지 않았음에 감사하도록 해.

나는 화초와 둥근 돌, 그리고 빛으로 둘러싸인 야영지의 가장자리에 서서, 다시금 아우구스트에게 시선을 돌렸다.
석양을 등진 아우구스트는 야영지뿐만 아니라 공간 자체를 자신의 영역으로 바꾼 것 같았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이것으로 거의 완성이야. 경계선은 정해졌고, 점과 선도 연결되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하지만…… 중요한 것 하나가 아직 부족해. 그것 없이는 이 영역은 진정으로 완성되었다고 할 수 없어.



 ~05. 마녀의 영역
석양이 서쪽으로 지는 가운데, 야영지 전체가 황금빛에 휩싸였다.

지휘관: 뭔가 잘 표현할 수 없는 향기가 나는데…….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아로마를 피웠으니까.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차분한 향의 오래된 약초와… 수지를 섞은 배합이야.

지휘관: 기묘한 향기긴 한데 확실히 맡고 있으니까 마음이 가라앉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리고 향기는 가장 쉽게 사람의 연상을 불러일으키는 마법이기도 하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이제 더는 이곳을 평범한 '야영지'라고 생각하지는 않겠지?

지휘관: 그렇긴 한데…… 그치만 아우구스트 말대로 아직 뭔가 부족한 기분이야.

나는 야영지를 둘러봤다.
텐트와 생활용품이 가지런히 늘어선 가운데, 야영지 주변을 뒤덮은 화초들이 부드러운 색채를 더해주고 있었다.

지휘관: 모든 게 전부 완벽할 텐데….
지휘관: 대체 뭐가 부족한 거지…….

문양, 그리고 등불. 돌과 담쟁이덩굴이 빚어내는 공간. 하지만 어딘가 허전했다.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한 그림 같은데, 그 움직임을 감지하게 하는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이제 깨달았나 보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색, 향기, 모양, 빛…… 전부 갖춰졌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단 한 가지, 빠진 것이 있다면…….

지휘관: 소리구나?

아우구스트는 벨벳 봉지를 꺼내 조심스럽게 끈을 풀고 안에서 은방을 몇 개를 꺼냈다.
은방울들은 모두 아담했고, 표면에는 정교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것들은 한데 모여 차가운 빛을 반사하고 있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냥 장식이 아니야. 음률이라는 닻을 내리기 위한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제각각의 음절이 운명의 잔향을 일깨우지.

지휘관: 어디 매달면 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사방향. 각기 바람이 통하는 곳에.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바람이 불면 방울이 이 영역을 일깨울 거야.

아우구스트는 야영지 네 모퉁이에 은방울을 하나씩 매달았다.
마지막 방울을 매다는 순간 바람이 살며시 불었다. 맑은 방울 소리가 점점 들리기 시작했다.
하나, 또 하나. 소리는 서로 호응해서 리듬을 만들었다. 마치 하늘로부터 무언가를 수신한 것처럼 울렸다.


→ 의식이 시작된 거야…?
지휘관: 의식이 시작된 거야…?

→ 많이 준비해 왔구나
지휘관: 많이 준비해 왔구나.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영역은 완성됐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한 걸음 나아가면 더는 돌이킬 수 없어…. 지휘관은 준비됐어?

방울 소리가 끊임없이 울렸다. 아우구스트는 야영지 중심에 서서 신비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진정으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했다는 듯, 온몸으로 금빛을 받고 있는 그 모습에는 기묘한 분위기가 감돌았다.
나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그저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어서 와. 나의 사역마.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나의 영역에 온 걸…… 환영해.



 ~06. 마녀의 연회
석양의 잔광을 빌려 아우구스트와 저녁 식사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우구스트가 메인이었기 때문에 나는 어디까지나 서포트로 일관했다.
그녀는 천문도가 그려진 천을 펼치고 그 위에 식재료를 하나씩 늘어놨다. 그 행동은 마치 의식처럼 무척이나 정중했다.

지휘관: 요리까지 '마녀' 스타일로 가는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물론이지. 오늘 밤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는 않거든.

그녀는 바구니에서 잼을 꺼내 호밀빵에 얉게 바르고, 정체불명의 보라색 채소 잎사귀를 여러 장 올렸다.
냄비에서는 과일이 들어간 고기 수프가 조용히 끓고 있었다. 그 진한 향기 밑에는 약간의 미지가 섞여 있었다.

지휘관: 수프 냄새가…… 좀 이상한데.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운명의 맛'이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신맛 속에 달콤함이 있지. 부드러우면서도 따끔한 게 마치 오늘 밤 우리들의 거리 같은걸.

아우구스트는 고풍스러운 모양의 유리병을 꺼내, 안에 든 액체를 컵에 따랐다.
진홍빛 액체가 모닥불 빛을 받아 핏빛처럼 보였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리고 이것이 '별의 피'야. 기뻐하렴. 내가 조합한 것이니까.

지휘관: 이름이 왠지 위험해 보이는데.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위험과 수확은 한끗 차이나 마찬가지지.

모든 준비가 끝나자 아우구스트는 첫 번째 접시를 내밀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받아. 나의 '지휘관'. 한 숟갈도 뜨지 않는다면 큰 상처일 거야.

지휘관: ……혹시 몰라서 묻는 건데 재료들은 다 먹을 수 있는 거 맞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이것에 입을 댄 자는 마녀로 기억되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너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내게서 벗어날 수 없어.

아우구스트의 입꼬리가 희미하게 치켜올라갔다. 목소리에는 익숙한 위험함과 다정함이 뒤섞여 있었다.
모닥불 빛이 아우구스트를 비췄다. 그녀의 눈동자는 조용하지만 맹렬하게, 별하늘처럼 춤을 추고 있었다.
접시를 집어, 잼을 바른 검은 빵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지휘관: ……의외로 맛있네.

이어서 고기 수프도 한 숟갈 떠 입에 넣었다.

지휘관: 고기의 감칠맛이 진해. 산뜻한 과일 맛과 잘 어우러져.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마녀가 독약을 넣었을 거라고 생각했어?

지휘관: 아까 아우구스트가 준비하던 수프나 수상한 잼을 보면 뭔가 환상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럼 이것도 네게는 환상처럼 비치는 걸까?

그녀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내 뺨과 입술을 훑어, 확실한 온기를 남겼다.

지휘관: ……아니.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좋은 반응이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거부감을 나타낼 줄 알았거든.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냥 보기만 해도 겁을 먹는 아이도 있는데, 너는 달라.


→ 이미 저주에 걸려 버린 걸지도 몰라
지휘관: 이미 저주에 걸려 버린 걸지도 몰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저주일지라도 그것은 네가 원하고 받아들인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너는 처음부터 '평범'하지 않았으니까.

→ 아우구스트를 믿으니까
지휘관: 아우구스트를 믿으니까.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믿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래. 그래도 기억해둬……. 한번 시작하면 '믿음'만으로는 그치기 어려우니까.


아우구스트는 내 컵에 '별의 피'를 따랐다. 진홍빛 액체가 우아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우리는 함께 은잔으로 건배했다. 맑은 소리가 울렸다.
진홍빛 액체를 입에 댔다. 먼저 과일의 단맛, 다음으로 희미한 쓴맛, 그리고 말로 표현하기 힘든 여운이 혀끝에 조용히 번졌다.

지휘관: ……이런 맛은 처음이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오늘 밤을 위한, 그리고 너만을 위한 맛이야.

내 반응을 시험하려는 건지, 혹은 의도적으로 거리를 좁히려는 건지, 아우구스트는 몸을 가까이 기댔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저녁 식사는 끝이야. 나의 사역마.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함께 별의 강으로 가자.



 ~07. 함께 별의 강으로
석양이 지평선 너머로 완전히 가라앉고, 밤의 장막이 드리웠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럼, 다른 빛으로 바꿔 볼까.

아우구스트가 가볍게 두 번 손뼉을 치자, 텐트 주변의 광원들이 줄줄이 사라졌다.
어둠 그 자체가 부름에 응답한 것처럼 주변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이에 호응하듯 바람도 멎은 것만 같았다.

지휘관: 드디어 '마녀' 의식의 시작인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래. 눈을 감고 어둠에 익숙해지렴.

나는 살며시 눈을 감았다. 다가오는 아우구스트의 기척을 느끼며, 어깨를 나란히 하고 앉았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천천히 눈을 떠, 나의 사역마. 별의 강이 우리를 위해 밝혀졌어.

머리 위에 펼쳐진 별하늘은 손을 뻗으면 닿을 만큼 가깝게 느껴졌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손을 내밀어.

부드럽고 차가운 감촉. 별빛이 어루만지듯 그녀의 손의 감촉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녀는 밤하늘에 있는 별을 가리켰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저게 첫 번째 별이야. 기억해둬.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다음은 저 별, 그 다음은 저 별……. 조금 왼쪽.

하나, 또 하나 별을 가리키며 그녀는 밤하늘에 실을 자아내듯 별을 이어갔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저게 왕관자리야.

지휘관: 마치…… 별로 된 왕관 같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그렇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전설에 따르면 술의 신이 연인에게 준 왕관이라고 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밤에만 모습을 드러내며, 인간 세상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빛을 발하는 것.


→ 이런 걸 볼 수 있다니…
지휘관: 이런 걸 볼 수 있다니……. 오늘 밤은 운이 좋나 봐.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더 행운인 것은, 네가 별을 올려다볼 때 내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지.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이 행운을 가슴에 새기도록 해. 나의 사역마.

→ 저 왕관을 받을 수 있어…?
지휘관: 저 왕관을 받을 수 있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딱히 상관은 없어.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나의 사역마는 무엇이든 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으니까.


아우구스트는 갑자기 몸을 펴고, 각도를 재려는 듯 별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이 왕관은 이제 네 거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오늘 밤, 내가 네게 대관해 주겠어.
 
그녀의 손끝이 살며시 내 이마에 닿았다.
마치 별하늘에서 흘러내린 무언가를 정성껏 미간에 씌우는 것처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타인이 다가가려 해도 별들은 응답하지 않아. 그것은 선택받은 자를 위해서만 내려오는 것이니까.

지휘관: 나를 선택한 건 별이야? 아니면 아우구스트…?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둘 다. 하지만 상관없지?

그녀의 손끝이 뺨을 훑으며 턱끝에서 살며시 멈췄다.
아우구스트의 시선이 거리낌없이 내 몸을 꿰뚫었다.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아무래도…… 도망칠 생각은 없나 보네.

지휘관: 도망갈 여지를 주지도 않을 거잖아?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역심을 배운 사역마라니.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완전히 굴복시킨다면 어떻게 될지, 더욱더 기대돼.
아우구스트 폰 파르제팔: 오늘 밤 어디까지 나아갈 것인지는…… 네가 결정하도록 해.

두 사람 사이에 쏟아지는 별빛은 어느덧 열기를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