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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 갇힌 신광 下

킹루클린 2025. 3. 2. 23:30

 

 ~16. 사디아 교국. 대성당
트렌토와 볼차노의 매복을 물리친 뒤, 일행은 무사히 로마에 도착했다.
성당에 돌아오자마자 마르코 폴로 일행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지금도 분 단위로 늘어나고 있는 보고서를 받았다.

조수에 카르두치: 양시칠리아 왕국, 베네치아 공화국, 제노바 공화국, 밀라노 공국 각지의 1~3급 노드는 모두 소실되었어.
조수에 카르두치: 그동안 밀라노 공국은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어.
조수에 카르두치: 그리고 피렌체 공화국은 현재 제노바 공화국 함대와 대치하고 있어.
조수에 카르두치: 피렌체의 노드는 아직 함락되지 않았지만 이전의 파괴 공작으로 1급 노드가 정상적으로 작동하지 않고, 2~3급 노드는 작동되기는 하지만 최대 전력으로 운영할 수 없어.
조수에 카르두치: 한편 제1공사관과 제2공사관이 있는 구역은 베네치아 공화국의 침공을 받고 있어.
조수에 카르두치: 현재 노드가 위치한 10개의 공사관 구역 중 2급과 3급 노드는 이미 절반 이상이 사라졌어.
조수에 카르두치: 하지만 볼로냐와 안코나에 있는 1급 노드, 그리고 라벤나를 포함한 2급 주 노드들은 아직 우리 통제 하에 있어.
조수에 카르두치: 제4공사관 관할 구역의 상황이 가장 심각해. 양시칠리아 왕국의 첫 기습 이후 각급 노드가 모두 함락되어 추기경단은 전면 철수를 지시했어.
조수에 카르두치: 제3공사관 구역도 낙관적이지 않아. 1급 노드가 있는 페루자는 아직 우리 손에 있지만, 2급과 3급 노드 손실률이 이미 40%를 넘었어.
조수에 카르두치: 수도 관할 구역은 아직까지는 가장 피해가 적어. 적들은 신의 무기고에 있는 무기를 두려워하는지 이곳에는 한 발짝도 발을 들이지 않았어.
조수에 카르두치: 현재 가장 중요한 특급 노드 및 1~3급 노드는 모두 무사해.

마르코 폴로: ……뭐? 그 짧은 시간에 이렇게나 당했다고!?
마르코 폴로: ……잠깐만. 이 보고서 뭔가 이상하잖아.
마르코 폴로: 병력 손실률은? 장비의 피해 상황은 어떻게 된 거야?

조수에 카르두치: 그쪽은 아직 집계 중이야. ……다만 각 전선의 공격은 모두 '신광의 기반'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주요 군사 시설에 피해는 없어.
조수에 카르두치: 각지의 행정 기관도 주공격 목표가 아닌 것 같아. 거의 모든 인원이 무사히 철수해서 인명 피해는 적었어.

마르코 폴로: 음……. 목표는 명확하네. 신광의 그물이야.

조수에 카르두치: 정보에 따르면 적군은 각지의 노드를 점령한 후 파괴하지 않고 어떤 개조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해.
조수에 카르두치: 아무래도 신광의 기반을 개조하는 데 '영야의 깃발'이라는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
조수에 카르두치: 추측이지만, 영야의 깃발은 본질적으로 안드레아 일파가 보유한 META화 힘과 같을 거야. 아마도 신광의 그물에 대항하기 위해 준비한 수단이겠지…….
조수에 카르두치: 최종 목적은 신광의 기반을 침식, 변형시켜서 신광의 그물을 손에 넣으려는 걸 거야.

마르코 폴로: (침식… 변형…. META화의 힘은 파괴만이 아닌 거야?)
마르코 폴로: (이곳은 META화의 힘을 꽤 잘 쓰고 있는 거 같네. 재밌다고 하면 재밌지만…….)
마르코 폴로: (그렇다고 해도 저쪽도 신광의 그물을 노리고 있다고 하니까… 귀찮아졌네.)
마르코 폴로: (응? 이상하네. 안드레아 일파의 목적이 '신의 굴레에서 해방'되는 거라면, 결국 세이렌의 지배에서 벗어나겠다는 거잖아.)
마르코 폴로: (그런데 왜 지배의 수단인 세이렌 시설을 파괴하지 않는 거야?? 그 위험성을 모르나?)
마르코 폴로: (무엇보다 그냥 내버려 두면 교황인 내 입장이 난처해지잖아!)
마르코 폴로: (세이렌을 방해하는 건 그렇다 치더라도 왜 나까지 말려들게 하는 거야……. 아 진짜 성가시네…!)

조수에 카르두치: 성하. 뭔가 떠올랐어?

마르코 폴로: 카르두치. 노드가 이렇게나 파괴됐으면 이제 신광의 그물은 못 쓰는 거 아냐?

조수에 카르두치: 아니. 아직 그렇게까지 비관적인 상황은 아냐.
조수에 카르두치: 현재 기술 부서가 로마 근교의 신광의 그물을 개별적으로 가동할 수 있도록 긴급 조정을 실시하고 있어. 두 시간 내에 작업이 완료될 거야.
조수에 카르두치: 신광의 그물의 핵심은 모두 로마 근교에 집약되어 있으니까.
조수에 카르두치: 로마만 무사하다면 설령 다른 노드를 모두 잃더라도 신광의 그물로 수도를 완전히 방어할 수 있어. 출력을 높이면 교국 내 대부분의 지역도 커버 가능할 거야.

마르코 폴로: 그러면 저들의 다음 표적은 로마겠군.

조수에 카르두치: 그렇게는 안 되지. 한번 신광의 그물이 가동하면, 로마의 노드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절대로 깨지지 않아.
조수에 카르두치: 그리고 이미 모든 노드는 로마 성내에서 보호받고 있어.

마르코 폴로: 저쪽도 바보는 아니잖아? ……이렇게나 본격적인 걸 보면 분명 뭔가 대책을 강구했을 거야.
마르코 폴로: 아…… 알았다! 굴레를 부수려 하면서도 신광의 그물을 파괴하지 않고 수중에 넣으려는 이유!
마르코 폴로: 분명 바보 같은 얘기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보니 내가 잘못 생각했었어!
마르코 폴로: 프리드리히랑 똑같아. ……스스로 세이렌의 굴레를 벗어나려고 하는 사람이 바보일 리가 없지.

조수에 카르두치: 성하……. 뭔가 안드레아를 높이 평가하는 것 같은데…… 무슨 뜻이야?

마르코 폴로: 설명은 나중에! 어쨌든 안드레아는 아마 동귀어진을 노리고 있는 거야!

조수에 카르두치: '동귀어진'……?

마르코 폴로: 각지의 신광의 기반을 장악하고 전환하고 있는 건, 신광의 그물을 영구히 지배하기 위해서가 아냐.
마르코 폴로: 안드레아가 장악한 부분과 우리가 장악하고 있는 부분을 부딪쳐 그 힘을 상쇄하고, 결국 서로 파괴하려는 게 목적이야!
마르코 폴로: 만약 상대가 더 많은 노드를 장악한다면 그만큼 이 계획의 성공률은 올라가겠지.
마르코 폴로: 잘되면 최소한의 비용으로 신광의 그물을 파괴할 수 있고, 그럼 갑작스럽게 장벽을 잃은 우리는 순식간에 무너질 거야.

조수에 카르두치: 그러니까 신광의 그물을 장악하려는 건 그걸 이용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확실하게 파괴하기 위해서……라는 거야?

마르코 폴로: 틀림없어! 안드레아가 신광의 그물을 천천히 장악하고 있는 건 우리를 현혹시키기 위해서야.
마르코 폴로: 사태가 장기전으로 흘러갈 거라고 착각하게 한 다음, 로마로 후퇴한 우리를 일망타진하려는 거야!
마르코 폴로: 진짜 교활하네…. 이런 적을 상대한 경험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감쪽같이 속았을 거야!
마르코 폴로: 그리고 안드레아의 진격 루트는…… 강도 육지도 아냐. 바다가 분명해!

조수에 카르두치: ……바로 추기경단에 연락해서 전략을 다시 세우도록 해야겠어.
조수에 카르두치: 만약 신광의 그물로 방어선을 재편하는 작전이 불가능하다면, 추기경단이 이전에 제안했던 '최종 심판 의식'의 실행도 검토해 봐야겠어.

마르코 폴로: ……최종 심판 의식은 또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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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를 간단히 보고 필요한 준비를 마친 후, 마르코 폴로와 라파엘로는 대성당 지하의 숨겨진 통로를 따라 의식의 장소로 향했다.
'최종 심판 의식'――얼마 전 마르코 폴로가 연 9호 신의 무기고에서 발견된 내용이며, 발견과 동시에 이를 행하기 위한 공간도 개방되었다고 한다.
이 의식은 교황 혼자서 집전해야 하며, 따라서 원래는 마르코 폴로 혼자 왔어야 했다.
그러나 마르코 폴로는 무슨 생각인지 혼란을 틈타 라파엘로도 데리고 왔다.
길을 따라 걷다 보니 신의 무기고와 비슷한 분위기의 큰 방에 도착했다.

라파엘로: 이 앞의 의식의 장소야. 교황 성하는 홀 중앙의 제어 콘솔로 가고, 난 여기서 기다리고 있으면 되지?
마르코 폴로: 응. 여기서 기다려. 한번 살펴보고 올게.

마르코 폴로는 홀 중앙에서 거룩한 빛을 발하고 있는 거대한 조각상을 올려다봤다.

마르코 폴로: 보기에는 꽤 거창하지만…… 뭐어…….

시선을 돌리자 그곳에는 세이렌의 양식을 떠올리게 하는 검은 금속판에 푸른 무늬가 새겨진 콘솔이 있었다.

마르코 폴로: 그래 봤자 세이렌이지…….

최종 심판 의식에서는 먼저 선택된 함선 교황이 신이 남긴 최종 심판기와 직접 소통하며 시련을 극복해야 한다.
시련을 이겨 낸다면, 최종 심판기가 곳곳에 잠들어 있는 신의 군단을 깨워, 교국의 모든 적을 일소하고 신의 위광을 영원토록 빛낼 것이라고 한다――

마르코 폴로: 그래, 좋아. 대체 날 조종해서 뭘 하려는 건지…… 확인해 주마.

마르코 폴로가 두 손을 콘솔에 올리자, 눈앞의 경치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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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날. 불신자들의 군세가 임박한다."
"둘째 날. 로마에 재앙이 찾아온다."
"셋째 날. 사르데냐는 긴 어둠에 빠진다."
"넷째 날. 이윽고 신의 군단이 깨어난다."
"다섯째 날. 영야의 영역이 무너진다."
"여섯째 날. 제2차 신광의 성재가 행해진다."
"일곱째 날. 신의 빛 아래에서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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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마르코 폴로는 의식을 되찾았다.

마르코 폴로: ……일곱째 날. 신의 빛 아래에서 영원하라, 인가.
마르코 폴로: 이게 세이렌이 짠 줄거리구나……. 안드레아의 말이 맞았어.
마르코 폴로: 위기에 빠진 교황 앞에 나타난 필승 작전. 보통 사람이라면 도저히 거부할 수 없겠지.
마르코 폴로: 유감이지만 난 보통 사람이 아니라고. 세이렌이 만든 무대 따위는 애초에 관심 없어.
마르코 폴로: 흐흥. 그래도 의식을 위해 모인 힘을 낭비하는 건 아깝지…….
마르코 폴로: 어차피 신앙이나 희망을 걸고 '무언가'를 깨울 거라면…… 세이렌이 아니라 내가 믿는 걸로 해 주겠어!

작전을 정하고 마르코 폴로는 라파엘로가 있는 곳으로 돌아갔다.

라파엘로: 어때? 의식은 잘 진행될 거 같아?

마르코 폴로: 당연하지. 하지만 나한테 더 좋은 생각이 있어.

라파엘로: 더 좋은 생각? 역시 날 데려운 이유가 있구나?

마르코 폴로: 넌 안드레아 일파가 떠들고 다니는 이야기가 진실이라고 생각해? 아니면 거짓이라고 생각해?

라파엘로: 엑…. 나는 그냥 화가인데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마르코 폴로: 그럼 만약 안드레아가 너한테 돈을 주면서 그림을 의뢰했어. 그럼 너는 그려? 안 그려?

라파엘로: 당연히 그리겠지? 전에도 몇 번 있었고.

마르코 폴로: 그럼 내가 돈을 준다면?

라파엘로: 더더욱 그려야지. 뭘 그리면 돼?

마르코 폴로: 아주 좋아! 내 의뢰는…….

마르코 폴로는 자신의 모든 묘사력을 쥐어짜 설명했고, 직접 몇 가지 도면을 그리기도 했다. 그제서야 라파엘로는 자신이 무엇을 그려야 할지 이해할 수 있었다.

라파엘로: 이거…… 진짜로 그려야 돼? 뭔가 익센트릭을 넘어서 기괴해 보이는데?
라파엘로: 이게 정말로 '신'의 모습이야? 신이 이런 모습인 줄은 처음 알았어….
라파엘로: 의식에…… 정말로 이런 그림이 필요해?

마르코 폴로: 라파엘로. 내가 교황이야, 네가 교황이야?

라파엘로: 당연히 네가 교황이지.

마르코 폴로: 그럼 의식에 대해 내가 더 잘 알까, 네가 더 잘 알까?

라파엘로: 당연히 네가 더 잘 알겠지.

마르코 폴로: 아오, 이 화상아……. 보수 두 배로 줄게.

라파엘로: 네, 알겠습니다아! 교황님께서 말씀하시는 대로 그릴게요오~!

마르코 폴로: 아주 좋아! 신이여. 내가 바치는 장대한 무대를 똑똑히 보아라!

 

 

 

 ~17. 문 V-VI
??? ???

찬양 소리는 멎었지만 눈앞에는 여전히 순백의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문 안팎의 개념도 사라지고, 거리의 원근도 무의미해지고, 공간과 시간도 점차 의미를 잃어갔다.
끝없는 순백 속에 어떤 사람의 모습이 떠올랐다.

하타카제(META): ……이상하군. 이곳은 왜 이리 조용하지?
하타카제(META): 분명 오는 길은 내내 사나운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는데…….
하타카제(META):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는 겐가…?
하타카제(META): '검시' 시작. 이곳의 현실을 비추어라…!

하얀 공간 내에 순간 허영이 형성됐지만 이내 사라졌다.

하타카제(META): ……이 정도로 레벨이 높다니…….
하타카제(META): 기다리게. 그 모습, 어디서 본 적이 있어……. 자네는… 안티 엑스인가?
하타카제(META): 이곳이 이렇게 평온한 것은 자네 때문인가?
하타카제(META): ……과연. 자네는 위로 올라갔지만, 그곳에 갇혀 버린 겐가……?
하타카제(META): 나는 위에 있는 자네를 도울 수 없네……. 허나 한 가지 계책은 있지.
하타카제(META): 나를 해방시켜 준다면…… 자네의 '강림'을 도우마!

그러자 또 다른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마르코 폴로: 상황은 일촉즉발인데……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마르코 폴로: 신이시여. 당신의 힘이 필요해.
마르코 폴로: 난 알고 있어……. 네가 이 세상에 강림하고 싶어한다는 걸…….
마르코 폴로: 그 힘을 사용해서 신의 나라를 만들 거야……. 모든 위험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영원한 영광과 행복의 낙원을…….

지휘관: (……마르코 폴로?)

무심코 손을 뻗어 혼자 중얼거리는 그림자를 건드리자, 주위는 다시 끝없는 순백으로 돌아갔다.
나는 내가 아직 문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찬양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찬양 소리: OL PZ YLHKF AV JVUCLYZL

지휘관: ……"그것은 목소리와 대화할 준비가 되었다."

찬양 소리: IL AOLPY CVPJLZ VUL VY THUF

지휘관: ……"그것이 하나의 목소리든, 수많은 목소리든."

찬양 소리: VUSF LJOVLZ YLTHPU PU AOL LUK

지휘관: ……"마지막에 남는 것은 메아리뿐."



 ~18. 대담한 계획
다섯 번의 수정을 거쳐 드디어 마르코 폴로가 만족할 만한 작품이 완성되었다.

마르코 폴로: 음……. 아주 좋아! 역시 대화가야. 정말 아름답게 잘 그렸어!

라파엘로: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이네요!
라파엘로: (작게)역시 맨 처음 걸로 하잔 말은 안 해서 다행이야…….
라파엘로: 으흠. 아무튼 그림도 생겼는데 이 다음은 어떻게 해?

마르코 폴로: 후후. 나는 '최종 심판 의식'의 순서를 바꿔서, 그 결과를 수정할 거야!
마르코 폴로: 쉽게 말하면 신의 무기 같은 걸 깨우는 게 아니라 진짜 신을 강림시킬 거야!

라파엘로: ……?

마르코 폴로: 뭐야, 그 눈…. 이 마르코 폴로가 실패할 것 같아?

라파엘로: 에이 설마~ 이쪽 일은 성하가 제일 잘 알고 있는걸!
라파엘로: 그냥 솔직히 말하면…… 이 그림 속의 신은 정말이지… 이상하달까…….

마르코 폴로: 신의 무기하고 그렇게 다르지도 않잖아.
마르코 폴로: 나도 더는 숨기지 않을게. 안드레아가 말했던 이야기니 굴레니 하는 것들은 모두 사실이야.
마르코 폴로: 실제로 나는 아까 그 콘솔에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봤어.
마르코 폴로: 내가 얌전히 의식을 치르면 이 세계는 두 번째 '신광의 성재'를 맞이할 거야.
마르코 폴로: 그리고 성좌가 온 땅을 지배하며, 세계는 영원히 신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겠지.
마르코 폴로: 왜냐면 이 신의 또 다른 이름은 '세이렌'이거든.
마르코 폴로: 이 세계는 세이렌의 실험장이야.
마르코 폴로: 놈들의 실험 주제는 '신앙'이고, 너희들은――모두 놈들의 실험 도구야.
마르코 폴로: 그래. 이 세계는 우리. 너희를 옭아매는 굴레야.

라파엘로: 이 세계가, 우리…….

마르코 폴로: 사실 너도 어렴풋이 알고 있었지?
마르코 폴로: 다 빈치도 그렇고. 아니면 너희가 일부러 '심상'이란 말을 쓰지도 않았겠지. 솔직히 꽤 좋은 호칭이야.

라파엘로: 아하하하……. 역시 못 속이겠네~
라파엘로: 확실히 나는 "성좌와 신앙을 개혁하자"는 안드레아네의 큰 방침에는 찬성하지만….
라파엘로: 걔들이 이렇게 급진적인 데다 전쟁까지 일으킬 줄은 몰랐다구!

마르코 폴로: 내가 나타나고, 설마 정말로 신의 무기를 깨울까봐 노심초사했겠지.
마르코 폴로: 그런데 왜 아무도 나한테 혹시 싸울 생각이냐고 물어보지 않은 거야!?

라파엘로: 어어…….. 마르코 폴로는 싸우고 싶어?

마르코 폴로: 당연히 아니지!
마르코 폴로: 진작에 나한테 말했으면 기꺼이 협력한다고 했을 텐데!
마르코 폴로: 같이 세이렌을 막을 계획을 세우면 좋잖아!

라파엘로: ……교황이 자진해서 성좌에 반역하는 거야?

마르코 폴로: …적어도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다"라고 해줘.

라파엘로: 그치만 이미 양 진영이 싸우기 시작했고… 이제 와서 어쩔 수도 없지….

마르코 폴로: 아직 늦지 않았어! 신광의 그물 노드를 많이 잃긴 했지만, 다행히도 서로의 인적 손실은 거의 없었어.
마르코 폴로: 군대도 아직 움직일 수 있고……. 그러니까 연극을 하기에는 딱이라는 거야!
마르코 폴로: 후후후. 지난번에는 실패했지만, 이 마르코 폴로는 충분히 반성하고 배울 줄 아는 여자야!
마르코 폴로: 기껏 얻은 기회니까…….
마르코 폴로: 이번에는 반드시 성공하고 말겠어!

라파엘로: ……'지난번'?

마르코 폴로: 얘기하면 길어지니까 다음에 알려 줄게.

라파엘로: 그럼 '연극'은 뭐야? 뭘 하는 건데?

마르코 폴로: 사실 작전은 이미 생각해 놨어. 하지만 우리 둘만으로는 부족해…….

라파엘로: 그럼 카르두치네도 끌어들이자! 다들 입으로는 아무 말도 안 하지만, 무슨 생각하는지는 다 알고 있으니까 안심해!

마르코 폴로: 어머. 마침 나도 같은 생각하고 있었는데.
마르코 폴로: 너는 일단 돌아가서 의식 준비에 문제가 생겼다고 하고 모두를 여기로 불러모아.
마르코 폴로: 그런 다음――



 ~19. 빛과 어둠의 대결?

 

잠시 후. 의식의 장소에서 밀담을 마친 마르코 폴로 일행은 부대를 재편성했다.
전력을 끌어모아 방어선을 좁히고, 일부러 안드레아 일파가 각지의 신광의 그물 노드를 점령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동시에 전군을 로마 주변에 집결시켜, 대규모 의식을 치르기 위해 필사적으로 시간을 벌고 있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행동을 감지한 안드레아 도리아는 마르코 폴로가 예상했던 대로 해상에서 주력함대를 이끌고 엄습했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오랜만이야, 라파엘로. 설마 네가 사디아 교국의 함대를 이끌고 있다니.
안드레아 도리아(META): 교황…… 마르코 폴로는 어디 있지?

라파엘로: 음~ 성하는 지금 바빠서 성가신 일은 나보고 대충 처리하라고 그랬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대충'이라……. 의식 준비에 꽤나 자신이 있는 것 같네.
안드레아 도리아(META): 시간을 벌기 위해 일부러 신광의 그물의 노드를 내 주기까지 하다니…….
안드레아 도리아(META): 솔직히 현명한 처사는 아니야.

라파엘로: 글쎄 어떠려나~ 아직은 비밀로 할게♪

바르톨로메오 콜레오니: 안드레아. 라파엘로는 시간을 끌고 있어요.

안드레아 도리아(META): 알아. 인사도 했으니 이제는 정면으로 싸울 뿐.

라파엘로: 좋아~ 그럼 나도 정면으로 갈게!
라파엘로: 다 빈치, 알프레도. 작전대로 가자!
라파엘로: 다른 녀석들은 부탁해. 나는 직접 안드레아를 찾아가서 설득할 테니까!

 

----

 

쾅――!

신광의 그물의 힘으로 강화된 라파엘로는 안드레아의 코앞까지 달려갔다.
안드레아도 전환된 영야의 영역의 힘을 행사하기 시작했고, 순식간과 빛과 어둠이 세상을 양분했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라파엘로. 너는 이미 내 함정에 빠졌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나도 시간을 끌고 있다는 생각은 안 해 봤니?
안드레아 도리아(META): 정말 내가 신광의 그물에 속수무책일 거라고 생각해?

라파엘로: 딱히? 마르코 폴로 성하는 네가 '동귀어진'으로 신광의 그물을 파괴할 셈이라는 걸 이미 알고 있거든.

안드레아 도리아(META): 동귀어진…… 꽤 재밌는 말이네. 거기까지 알고 있다면 왜 이런 계획을 세운 거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 의식이란 게 너희가 모든 것을 걸 정도로 가치가 있는 거야?

라파엘로: 의식이고 자시고 안드레아가 더 중요해.
라파엘로: 내가 여기까지 온 건 너하고 얘기하고 싶어서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렇게까지 날뛰어 놓고 이제 와서 무슨 얘기를 하겠다는 거야? 혹시 우리 쪽으로 전향하려고?

라파엘로: 아니, 구도상으로는 우리가 정의고 너희가 악이잖아…….
라파엘로: ……그냥 물어보는 건데 만약 내가 전향한다고 하면 얼마나 쳐줄 수 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사디아 교국이 제시한 보수의 두 배는 어때?

라파엘로: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이번에는 안 돼♪ 날 설득하려면 너희가 아는 세계의 진실을 가르쳐줘.

안드레아 도리아(META): ………….
안드레아 도리아(META): 내가 했던 말은 모두 사실이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성좌가 오랜 세월 숭배해 온 신은 태고부터 존재했던 기계…… 요컨대 로봇 같은 거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우리의 신앙은 전부 그 녀석들이 창설한 거야. 그리고 그 거짓 신앙 위에서 우리가 세운 모든 것들은 전부 계획된 '실험'의 일환…. 즉 '대본'이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너희가 지금 사용하고 있는 신광의 그물을 비롯한 신의 유산은 이 세계에 매우 위험해.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들의 존재 의의는 단 하나. 신앙이라는 이름을 가장하여 우리를 그들의 꼭두각시로 만드는 거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녀석들의 '대본'에 무슨 결말이 준비되어 있는지 알아?
안드레아 도리아(META): 아무리 우리가 철저하게 복종하고 기꺼이 꼭두각시가 되더라도, 결국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건 죽음과 파멸뿐이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들은 이걸 '리셋'이라고 불러. 충성파든 반대파든 모두 똑같이 멸망하는 거지.

 

라파엘로: 음~ 사실 나는 그 '신'이라는 걸 진심으로 믿고 있지는 않았어. 나는 그냥 '질서'를 따르고 있었던 거지.
라파엘로: 원래 난 너희 입장에 찬성하는 쪽이었어.
라파엘로: 설마 연맹을 끌어들여 전면전을 벌일 줄은 상상도 못했지만…….

안드레아 도리아(META): 가능한 한 쌍방의 피해는 최소화할 거야. 너도 봐서 알지?

라파엘로: 그치만 완전 0은 아니잖아?
라파엘로: 내가 성좌 쪽에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네가 한 말은 모두 맞아.
라파엘로: 잠들어 있는 신의 기계, 그리고 그 주인은 언젠가 다시 나타나 세계를 파멸시키겠지.
라파엘로: 근데 그게 내일인지, 아니면 만 년 뒤인지는 모르잖아?
라파엘로: 물론 안드레아가 틀렸다는 건 아니지만, 너희가 일으킨 전쟁 때문에 그 '대본'에 적힌 내용은 점점 가속화되기 시작했어.
라파엘로: 우리는 아직 모두 준비가 안 됐는데 말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제 시간이 없어. 이미 함선 교황이 탄생했고, 성좌는 신의 무기를 기동하기 위한 열쇠를 손에 넣었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너희가 9호 신의 무기고에서 뭘 발견했는지 알고 있어. 같은 시설이 교국 내에 최소 6개나 더 있다는 것도 알고 있고.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 힘을 손에 넣은 성좌는 금세 막을 수 없을 정도로 강해져서, 신의 '실험'을 집행하는 꼭두각시로서 우리 모두에게 단단히 족쇄를 채울 거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렇기에 아직 족쇄가 견고하지 않고 우리의 문이 닫히지 않은 지금, 전력을 다해 행동을 개시할 수밖에 없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희망은 오직 그 길뿐이야.

라파엘로: 음음. 방향성은 좋지만 너무 편협하지 않아?

안드레아 도리아(META): ……편협하다고?

라파엘로: 응. 어쩌면…… 어디까지나 어쩌면이지만…… 마르코 폴로도 이런 사정을 이미 파악하고 있었다면?
라파엘로: 그리고 너희보다 더 많이 알고 있고, 너희처럼 이 상황을 타개하고 우리를 깨려고 한다면?

안드레아 도리아(META): ……?

라파엘로: 아까부터 계속 그냥 얘기하러 온 거라고 그랬잖아!
라파엘로: 실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성하는 대담한 작전을 생각했어♪
라파엘로: 일석이조이자 윈윈…….
라파엘로: 한번 들어볼래?

----

조금 전. '최종 심판 의식'의 장소.

의식에 문제가 생겼다는 핑계로 카르두치네를 불러 모은 뒤, 마르코 폴로는 방금 라파엘로에게 말했던 내용을 다시 한 번 모두에게 설명했다.
과연 라파엘로가 예상했던 대로 모두들 순순히 마르코 폴로에게 협력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나서 마침내 마르코 폴로는 자신의 계획을 말하기 시작했다.

마르코 폴로: 알겠지? 지금부터는 경험자인 내 지시에 따르도록 해!
마르코 폴로: …아군 병력은 이미 로마에 집결시켰어. 그리고 안드레아 쪽도 병력을 집결하는 중이고.
마르코 폴로: 신은 분명 지금부터 우리가 본격적인 대전을 치르리라고 생각할 거야.
마르코 폴로: 하지만 그렇게는 안 되지!
마르코 폴로: 먼저 안드레아와 비밀리에 협상해서 겉으로는 싸우는 척하지만 뒤로는 손을 잡아야 해.
마르코 폴로: 그리고 신이 보는 앞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병력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거야.
마르코 폴로: …다들 알겠지만 나는 교황이라서 신의 무기를 어느 정도 통제할 수 있어.
마르코 폴로: 양측이 합의 하에 병력을 모두 집결시킨 뒤에, 의식을 수정해서 신의 무기가 신앙의 힘으로 강화되지 못하도록 하고.
마르코 폴로: 그리고 신의 무기에게 자폭 명령을 내리거나, 방어 시스템을 끄거나, 말도 안 되는 지시를 내리거나 해서 놈들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거야.
마르코 폴로: 그렇게 적이 약해진 틈을 타 로마 성에 모여서 단번에 친다!
마르코 폴로: 신의 군단은 우리 손에 완전히 섬멸되고, 세계는 우리에서 해방된다.
마르코 폴로: 나는 여전히 교황일 테고, 교국의 군대도 여전히 성좌 소속이겠지.
마르코 폴로: 그리고 모두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해피 엔딩♪
마르코 폴로: 아, 병력 이동에 관해서는 걱정할 필요 없어. "의식 장소에서 받은 신탁입니다~"하면 다들 군말 없이 따를 거야.

라파엘로: 허어……. 그게 돼?

조수에 카르두치: 참신…… 아니, 기상천외라고 해야 할 정도네….

마조레 바라카: 후후후. 꽤 리스키해서 오싹오싹하네!

마르코 폴로: 그치? 그럼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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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란 나머지 아연실색한 안드레아에게 라파엘로는 마르코 폴로의 계획을 끝까지 설명했다.

라파엘로: 대략 이런 거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마르코 폴로…… 기괴함을 넘어서 거물이네….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아주 매력적인 작전이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하지만 역시 마르코 폴로를 믿을 수는 없어. 너도 알지? 그녀는 결국 신의 명령에 따라 신의 조선소에서 태어난 선택받은 자니까.

라파엘로: 흠흠. 신에게 반역을 꾀한다는 증거를 원하는구나……. 걱정 마. 교황 성하는 지금 '신에 대한 신앙'을 '마르코 폴로에 대한 신앙'으로 바꾸고 있는 중이야.
라파엘로: 다 끝나면 마르코 폴로는 신의 무기 따위와 다르다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신이 만든 신앙 체계 밖에서 '신앙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고?

라파엘로: 심상은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거니까.
라파엘로: 뭐, 일단은 거리를 두고 대치 상태를 유지하자고! 교황 성하가 어떤 걸작을 완성할지 기다려 보자!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래. 그 아이의 가치를 한번 지켜보겠어.



 ~20. 말없는 조각상
??? ???

끝없는 순백 속에 나는 마침내 '그것'의 앞에 이르렀다.

 

▅하▊▇로▅■팬트▇▆▅: ………….

지휘관: 역시 너였구나. 여기까지 오는 길에 봤던 장면도 다 네가 보여준 거야?

▅하▊▇로▅■팬트▇▆▅: ………….

대답은 없었다. 멀리 있는 '하이어로팬트'는 마치 완공되지 않은 조각상처럼 그저 조용히 서 있었다.

지휘관: 전부 봤어.
지휘관: 그러니까… 너는 이 공간에 갇힌 거지?
지휘관: 하타카제 META와 손을 잡은 것도, 마르코 폴로에게 신의 나라를 건설하도록 유도한 것도, 모두 여기서 나가기 위해서였지?
지휘관: 네게 음모나 악의는 없었을 테지만, 네 행동이 끼친 영향은 너도 그렇고, 네 통제를 넘어서고 있어.

▅하▊▇로▅■팬트▇▆▅: ………….

조각상은 침묵을 지켰지만, 그 보석 같은 눈동자에는 한 줄기 빛이 스친 것 같았다.

지휘관: 지금 마르코 폴로가 겪고 있는 비정상적인 상황도 너와 관련이 있겠지.
지휘관: 그녀에게 무슨 짓을 시킨 거지?

마치 밀려오는 해조처럼 잔잔한 순백이 떨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 없는 파도가 밀어닥쳤다――

 

파도 외의 경치는 빠르게 사라졌고, 이내 허무만이 남았다.
이어서 순백의 물결 사이로 마르코 폴로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르코 폴로: "신이시여. 내 모든 신앙을 당신께 바칩니다.“

찬양 소리: V NVK, P NPCL FVB HSS TF MHPAO

찬양 소리가 울리자 순백의 물결이 다시 허공을 뒤덮었다.

마르코 폴로: "내가 너와 함께하는 것처럼 너도 나와 함께하리.“

찬양 소리: P HT DPAO FVB, HUK FVB HYL DPAO TL

찬양 소리가 울리면서 그것의 모습도 함께 떠올랐다.

마르코 폴로: "부디 다시 세이렌에게 맞설 수 있는 힘을――“

찬양 소리: WSLHZL, NYHUA TL AOL ZAYLUNAO AV YLWLS AOL ZPYLUZ VUJL TVYL

찬양 소리가 울리면서 '드로이드'라고 불리는 거대 병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또 다른 순백의 물결이 밀려와 모든 것을 순백으로 바꾸었다.

끝없는 순백은 정적을 되찾았지만,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가 그 보석 같은 눈동자에서 마르코 폴로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하이어로팬트와 그녀는 깊은 관계를 맺은 것 같았다.
모든 것을 목격한 후 나는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어디서부터 물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지휘관: …그녀는 네 힘을 써서 세이렌과 싸우려 하고 있어.
지휘관: 너는 그걸… 어떻게 생각하지…?

조각상은 아무 말도 없었다.



 ~21. 이변

 

마르코 폴로의 의식의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로마에서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이질적인 신앙의 힘이 샘솟아 신광의 그물을 타고 퍼져 나갔다.
익숙하면서도 낯선 기운이 아펜니노 제도 상공에 모여 마치 새로운 존재의 탄생을 세계에 알리는 듯했다.

라파엘로: 오. 의식이 끝났나 보네♪ 봤지? 신의 군단은 나타나지 않았고, 너희도 모두 살아 있어.
라파엘로: 무엇보다 이 심상의 힘은 절대 가짜일 리 없지.
라파엘로: 어때? 이제는 믿을 수 있겠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마르코 폴로…. 점점 더 궁금해지네.
안드레아 도리아(META): 정말로 신이 남긴 의식을 바꾸고… 거기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신앙을 만들어 낸 거야?

라파엘로: 자세한 건 잘 모르겠지만 그런가 봐?
라파엘로: 우리를 위협하는 모든 적을 멸망시킬 수 있는 진정한 '신'을 향한 거래.

안드레아 도리아(META): …터무니없이 수상해.

라파엘로: 내가 그 신의 초상화도 그렸는데, 뭐 이상하긴 했어!
라파엘로: 그래도 마르코 폴로는 교황이니까 어느 정도 신앙심은 있지 않겠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너는 그 '신'을 믿어?

라파엘로: 안 믿어. 하지만 못 믿을 것도 없잖아?
라파엘로: 아. 교황 성하 연락이다…. 너하고 얘기하고 싶대!

안드레아 도리아(META): 알겠어.

이렇게 해서 마르코 폴로와 안드레아는 통신기 너머로 첫 회담을 실시했다.
지금까지의 경위를 모두 보아서인지, 회담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두 사람은 각 세력을 대표해 정전 협정을 체결한 뒤, 곧바로 향후 연합 작전 방침을 수립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통신: ――――

줄리오 체사레(META): 안드레아. 우리 본토가 신의 군단의 기습을 받았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뭐…, 신의 군단!?

줄리오 체사레(META): 베네치아 공화국, 제노바 공화국, 밀라노 공국도 동시에 습격당했다. 신속히 대처해야 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라파엘로: 엑, 에엑!? 나는 아무것도 몰라!

마르코 폴로: 신의 군단이 갑자기 각국을 습격하기 시작했다고!?
마르코 폴로: 우리가 감시하고 있는 9개의 신의 무기고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어. 그러니까….
마르코 폴로: 이 일은 나하고 무관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습격은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어. 아마 우리도 모르던, 각지에 이미 잠들어 있던 신의 군단이 있었겠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 일은 너와 무관하다는 걸 인정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아마도 신이 우리에게 위협을 느끼고 강제로라도 '최종 심판'을 시작한 것 같아.

마르코 폴로: 흥. 할 수 있으면 해 보라고 해. 지금의 나는 나조차도 두려울 정도로 강하니까!
마르코 폴로: 그리고 호칭도 바꾸자. 양쪽 다 '신'이라고 부르면 헷갈리잖아?
마르코 폴로: 날 따라서 '세이렌'이라고 불러.

안드레아 도리아(META): 세이렌…? 좋아. 그럼 네 쪽 '신'은 뭐라고 부르지?

마르코 폴로: 당연히 그냥 '신'이지! 헷갈리지 않으려고 호칭을 바꾼 건데 이쪽까지 바꾸면 본말전도잖아!?
마르코 폴로: 크흠…. 어쨌든 로마 주변 세이렌 병기는 내가 통제할 수 있지만, 각지에서 이미 가동된 것들은 나도 어쩔 수 없어.
마르코 폴로: 세이렌 놈들, 눈치 하나는 빠르다니까! 이번엔 허를 찌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마르코 폴로: 겨우 손을 잡고 행동을 개시하려고 할 때 이런 식으로 치고 들어오다니… 말도 안 돼!

안드레아 도리아(META): 천 년 이상 다져 온 우리이니 쉽게 놓아 줄 리가 없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하지만 우리도 아직 패배한 건 아냐. 적어도 로마는 아직 네 통제 하에 있잖아.
안드레아 도리아(META): 우선은 로마 주변의 세이렌을 해치우자.

마르코 폴로: 그래 맞아. 우선은 차려진 밥상부터 먹어 보자고!



 ~22. 문 VII
??? ???

끝없는 순백 속에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그 눈동자에 비치는 광경은 시시각각 변해 갔다.

지휘관: 저건…… 마르코 폴로? 이것도 '기록'인가?
지휘관: 아니,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보아하니 왠지 현재진행형으로 바쁜 거 같아.
지휘관: 이상한 의식도 치르고, 군사를 배치하기도 하고…….
지휘관: 몸은 누워 있는데 정신은 어떻게 이렇게 생생하게 움직일 수 있는 거지…?

조각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휘관: 상황을 볼 때…. 하이어로팬트. 너는 어떤 이유로 어딘가에 갇혀 있어.
지휘관: 지금 눈앞에 있는 건 내가 관측할 수 있게 투영된 존재에 불과해.
지휘관: 너도 어느 정도 나를 관측할 수 있겠지만… 얼마나 많은 정보가 서로에게 전달되고 있는지는 모르겠어.
지휘관: 만약 내가 네게 답을 구하려면, 명확한 의지를 가지고 소원을 빌어야 할까?
지휘관: 전에 마르코 폴로가 그랬던 것처럼.

조각상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지휘관: (손해 보는 것도 아닌데 한번 해 보자…….)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마르코 폴로가 있는 곳에 대한 정보를 알려줘.

 

조각상에게 소원을 빌었다.
그러자 곧 문 하나가 떠올랐다.
문에 손을 대자 눈앞의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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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00000000-3
옵저버: 실험 기관 전개 이상 없음. 각 본체 정상 설치 중.
옵저버: 핵심 실험 항목, '심상' 생성과 응용. 확립 성공.
옵저버: 신앙 체계에 대한 간섭을 개시.

기록 04000101-7
옵저버: 신앙 체계 구축 완료. 사상 유도, 제2단계로 이행.
옵저버: 심상에 의한 효과를 확인. 단 발생 메커니즘에 불분명한 점 있음.
옵저버: 실험장에 운석 샘플 도입 준비 착수.
옵저버: 멘탈 큐브 실험은 계속 연기. 사상 유도가 제3단계로 이행되는 대로 투입 예정.

기록 04760101-1
옵저버: 심상 효과의 초기 재현 성공. 그러나 발생 메커니즘은 여전히 불분명.
옵저버: 사상 유도. 곧 제3단계로 이행.
옵저버: 멘탈 큐브를 실험장에 투입.
옵저버: 테스터, 퓨리파이어, 컴파일러 시스템에 작업 할당 완료.
옵저버: 행동 코드, '신광의 성재.‘

기록 04770330-14
옵저버: 심상 효과의 안정적 재현에 성공. 단 발생 메커니즘은 여전히 해명 불가.
옵저버: 단일 사상에 따른 심상의 불안정성 확인.
옵저버: 운석 샘플을 통한 심상 효과의 안정적인 증폭을 확인.
옵저버: 특정 환경에서 운석 샘플로 증폭된 심상 효과가 멘탈 큐브의 구조를 변화시킨 것으로 확인.
옵저버: 실험장에 오리진 큐브 투입 준비 착수.
옵저버: 사상 유도. 곧 제4단계로 이행.

기록 04791201-17
옵저버: 신앙에서 탄생한 심상이 정제 후 상반된 두 개의 성질로 양극화됨을 확인.
옵저버: 증폭 실험 실시 중.

기록 04791202-4
옵저버: 순수 샘플이 사상 전파 형태로 운석 샘플을 통한 동화를 증폭할 수 있음을 확인.
옵저버: 증폭 실험 실시 중.

기록 04791207-8
옵저버: 순수 샘플이 사상 전파 형태로 오리진 큐브의 침식을 증폭할 수 있음을 확인.
옵저버: 증폭 실험 실시 중.

기록 04791210-44
옵저버: 정방향 샘플과 역방향 샘플 사이에 중화 현상 확인.
옵저버: 증폭 실험 실시 중.

기록 04791210-176454
옵저버: 경고-순수 샘플의 폭주 가능성 30%에 육박.

기록 04791210-333762
옵저버: 경고-순수 샘플의 폭주 가능성 50%에 육박.

기록 04791210-778690
옵저버: 경고-순수 샘플의 폭주 가능성 70%에 육박.
옵저버: 심상 중화 실험 연구소 가동 중지 예정.

기록 04791211-145876
옵저버: 경고-순수 샘플의 폭주 가능성 90%에 육박.
옵저버: 심상·메타 양방향 간섭 실험 연구소 가동 중지 예정.

기록 04791211-6708655
옵저버: 국소 정화 프로그램 실행 준비.

기록 04791211-16946671
옵저버: 긴급 명령 확인. 국소 정화 프로그램 중지.
옵저버: 명령에 따라 실험장 ES-131618(7.728, 55.597, 17.334-62167144220)의 통제 권한 이관 프로그램 실행.
옵저버: 이처-아비터 시스템,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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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순백 속에서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의문은 일부 풀렸지만, 곧 다른 의문이 차례차례 떠올랐다.

지휘관: 실험장 ES-131618……. 네가 인계 받은 실험장…….
지휘관: 하지만 넌 지금 이런 상태야……. 그런데도 제대로 관리할 수 있어?
지휘관: 네가 마르코 폴로를 부른 건,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서 그런 거야?
지휘관: 그럼 나를 부른 건? ……마찬가지로 내가 도와줬으면 하는 게 있어서?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끝없는 순백 속에서 내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23. 양방향 간섭

 

사디아 교국. 수도

조수에 카르두치: 교황 성하께서 내린 일련의 명령으로 세이렌 군단은 성공적으로 혼란에 빠졌어.
조수에 카르두치: 현재 교국 내 세이렌 섬멸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야.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 당연히 그래야지! 안드레아는? 그쪽은 무사히 지휘 본부를 이전했어?

조수에 카르두치: 응. 이미 완료됐어.
조수에 카르두치: 그리고 영야의 영역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 성하의 명령대로 피렌체 공화국의 신광의 기반을 내줬어.
조수에 카르두치: ……안드레아 일파가 전선 돌파를 위해 은밀히 손을 써 왔던 덕분에…… 우리 쪽의 진전도 순조롭네.

마르코 폴로: 결과적으로 잘 된 거잖아. 지금은 한배를 탔으니까, 그쪽 전력에 여유가 있으면 우리는 좀 쉴 수도 있고 좋은 게 좋은 거지.
마르코 폴로: 아무튼 다른 곳의 전황은 어때?

조수에 카르두치: 현재 세 개의 세이렌 군단이 각국의 영토를 가로질러 로마로 향하고 있어.

마르코 폴로: 어머. 나를 노리나 보네.
마르코 폴로: 아주 좋아. 세 갈래로 나눠졌으면 각개 격파하기도 쉬우니까.
마르코 폴로: 그리고 신광의 그물에는 노드가 많이 있는데, 노드와 노드를 잇는 네트워크는 어떻게 작동해?
마르코 폴로: 그때는 무슨 '도어 네트워크'라고…….
마르코 폴로: 베네토가 그랬었는데…….
마르코 폴로: 사용법은…… 좋아! '도어 네트워크'를 사용해서 적의 허를 찌를 거야!

라파엘로: …도어 네트워크가 뭔데…?

마르코 폴로: 각 노드가 위치한 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통로 같은 거야.

라파엘로: ……카르두치. 신광의 그물에 그런 기능이 있어?

조수에 카르두치: ……적어도 나는 들어 본 적 없어.

마르코 폴로: ……에엑!?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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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끝없는 순백의 세계.

지휘관: ………….

나는 조각상의 눈동자를 통해 마르코 폴로의 상황을 확인했다.

지휘관: 거짓 신 사건 때의 도어 네트워크는 클레망소가 컴파일러의 기술을 사용해 개량했던 거였고, 원래 그녀의 계획에 들어 있지도 않았어.
지휘관: 그런데 도어 네트워크가 가동됐을 때 마르코 폴로는 이미 바다로 추락한 상태였는데……. 언제 베네토에게 그런 말을 들었단 거지?
지휘관: 예전에 시나노가 베네토를 데리고 마르코 폴로의 꿈 속에 들어갔을 때인가?
지휘관: ……진짜, 방심할 수가 없네.
지휘관: 그나저나 심상의 힘으로 무기를 구현하다니…. 저번 세계박람회 때도 그렇고….
지휘관: 아, 아니다. 그때는 로마하고 다 빈치였지….
지휘관: 아무튼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마르코 폴로가 어떻게 나올지… 어디 실력 좀 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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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덤불이 만연한 황량한 세계. 신앙과 르네상스의 심상들이 하늘에서 서로 충돌하고 있었다.

마르코 폴로: ……? 나 사령부에 있었는데……. 여긴 어디야?
마르코 폴로: 수리하고…… 비행선단?
마르코 폴로: 혹시…… 박람회 개막식을 재현하고 있는 건가…?
마르코 폴로: 과연……. 이건 '신'의 계시일 거야.
마르코 폴로: 확실히… 신앙의 힘은 신광의 그물을 통해서 이곳에 모여 있어…!
마르코 폴로: 비행선단이라…… 좋네.
마르코 폴로: 하지만 르네상스의 심상이라면 역시 피렌체에서 전개하는 게 가장 효과적이겠지. 이 부분은 다 빈치한테 맡기자.
마르코 폴로: 그러면 신앙의 심상은…… 구현시킨다면…….

마르코 폴로의 머릿속에 하얀 말, 붉은 말, 검은 말, 그리고 녹색 말이 떠올랐다.

마르코 폴로: …그 여자의 센스가 나쁘지 않다는 걸 인정할 수밖에 없겠네…….
마르코 폴로: 심판형 무장 기구……. 너희로 정했다!



 ~24. 문 VIII-X
다 빈치는 피렌체 공화국으로 향해 비행선단을 만들기 시작했고, 라파엘로는 신광의 그물 핵심 노드로 가서 심판형 무장 기구 설계를 시작했다.
마르코 폴로 교황의 현명한 지휘 아래, 전세는 희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마르코 폴로: 이것만으로는… 아직 부족해.
마르코 폴로: 신광의 기반을 바탕으로 신의 나라를 재현해, 신을 강림시킬 수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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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끝없는 순백의 세계.

지휘관: 어라?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

마르코 폴로가 방금 내린 일련의 지휘는 분명 내가 방금 생각했던 내용이었다.

지휘관: 갑자기 텔레파시가 통했다, 라는 전개는 당연히 아닐 테고…. 그렇다면…….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네가 내 생각을 마르코 폴로에게 전한 거구나?
지휘관: 그래서 마르코 폴로는 무기를 구현하기 시작했고, 다음으로는 너를 강림시킬 준비를 하고 있는 거야. …그렇지?
지휘관: 이게 네 진짜 목적이었어?
지휘관: …저곳에서 거짓 신 사건을 재현에서 다시 강림하고자 하는 거야?

조각상은 아무 말도 없었다.

지휘관: 아니…. 단순히 그게 목적이었다면 일부러 날 끌어들일 필요는 없었겠지.
지휘관: 분명히 또 다른 목적이 있을 거야.
지휘관: 이대로 마르코 폴로가 그 의식을 치르도록 내버려두는 건 너무 위험해.
지휘관: 세계박람회 때는 경면해역으로 제약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돌이킬 수 없는 사태를 초래할 뻔했어.
지휘관: 이번에는 어떻게 수습할 생각이야?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네 계획을 알려줘.

 

조각상에게 소원을 빌었다.
그러자 곧 문 하나가 떠올랐다.
문에 손을 대자 눈앞의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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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04800501-17
아비터 채리엇VII: 가동 중단을 조금만 더 늦췄으면 좋았을걸. 레이디 하이어로팬트. 지금쯤이면 실험 기관의 리셋 프로토콜이 사르데냐 섬을 완전히 청소했을 텐데.
아비터 채리엇VII: ……제가 당신을 숨길 수고가 늘었잖아요.
아비터 채리엇VII: 작업 수행 지식이 하나도 없다는 건 알아요. 그래서 META화 연구 시설도 고쳐놨어요.
아비터 채리엇VII: 또 해야 할 일이 있나요?
아비터 채리엇VII: ………예의상 물은 건데 당신 정말 사양할 줄을 모르네요.
아비터 채리엇VII: …이걸 전부 고치라고? 진심이에요?
아비터 채리엇VII: …"나는 못해"라고요?
아비터 채리엇VII: 서투른 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아비터 채리엇VII: 당신은 자기진화형지능무기로서의 긍지가 없나요?!
아비터 채리엇VII: …제가 당신을 돕기로 약속한 걸 행운으로 생각하세요.
아비터 채리엇VII: 다음에 또 이런 일이 생기면 데빌한테 연락해요. 이런 협력은 더는 사양이에요.
아비터 채리엇VII: …신의 유적은 알겠어. 신의 무기고도 그렇고. …그런데 신의 정원하고 신의 조선소는 뭐야…?
아비터 채리엇VII: 됐어요. 제가 졌어요. 당신 실험이 흥미로운 건 사실이니까.
아비터 채리엇VII: 멘탈 큐브는 요청대로 '신이 내린 선물'이라는 설정으로 할게요.
아비터 채리엇VII: 실험이 최종적으로 어떤 결과가 될지…… 궁금하네요. 후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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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순백 속에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지휘관: (…본의 아니게 하이어로팬트의 알려지지 않은 일면을 본 것 같군.)
지휘관: (채리엇. 전차라는 이름의 아비터인가.)

그리고 또 다른 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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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14531224-472
안드레아 도리아: '베일'을 넘었을 뿐인데 하늘과 바다가 이렇게 급변하다니….
안드레아 도리아: 체사레. 소문이 사실이었어…. 사르데냐 섬은 파괴되지 않았어. 신에 의해 숨겨졌을 뿐이야!
안드레아 도리아: 처참해…. 마치 큰 전쟁이라도 겪은 것 같아…….

줄리오 체사레: 안드레아. 비교적 멀쩡한 건축군을 찾았다. 읽을 수 없는 글자가 있으니까 좀 와서 봐 주겠나?

안드레아 도리아: 응. 어디 보자…….
안드레아 도리아: 음……. '심상·META 양방향 간섭 실험 연구소'…?

줄리오 체사레: 연구소라니… 이런 데에?

안드레아 도리아: 눈치챘어? 이 특별한 공간에 들어온 뒤로… 어디서나 느낄 수 있었던 신에 대한 신앙의 힘이 느껴지지 않아.

줄리오 체사레: 정말이군….

안드레아 도리아: 신이 숨긴 이 전장에는 분명 중대한 비밀이 잠들어 있을 거야….
안드레아 도리아: 어떻게든 이 사실을 통제한 후 조사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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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순백 속에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지휘관: …이게 실험장 ES-13161에 이렇게 많은 META가 있는 이유구나.
지휘관: 그들은 세이렌이 남긴 시설을 이용해 자신의 의지로 META화를 택했어….
지휘관: 제어 가능한 META화 기술이라……. 정말로 제어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리고 또 다른 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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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04800924-51
아비터 채리엇VII: 보안 시스템 재구축 완료.
아비터 채리엇VII: 다양한 실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255단계로 세분화된 설정도 추가했어요.
아비터 채리엇VII: 1번부터 255번 버튼까지 다 모아서 여기 넣어 놨으니까, 다른 데는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아비터 채리엇VII: 251번부터 255번 예비안도 함부로 건드리지 마세요. 그건 당신을 위해 준비한 몇 가지 긴급 플랜의 가동 버튼이니까요.
아비터 채리엇VII: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도 여기 한 대 배치해 뒀어요.
아비터 채리엇VII: 적다고 생각하지 마요. 이 수준의 실험장이라면 천 년분의 연합 함대를 모아도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 한 대에 비길 수 없으니까요.
아비터 채리엇VII: 아무튼 며칠만 더 있으면 매뉴얼이 완성돼요. 그러면 더 이상 여기에 볼일은 없을 거예요.
아비터 채리엇VII: 결과가 궁금하긴 하지만, 몇백 년 동안 지켜보고 싶지는 않아요.
아비터 채리엇VII: 결과 나오면 연락 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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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순백 속에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잠시 기다려 봤지만, 문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지휘관: 즉 실험장 ES-13161의 방어 시스템은 채리엇에 의해 구축되었으며, 오직 너만이 통제할 수 있다.
지휘관: 하지만 네 현재 상황 때문에 실험장의 방어 시스템은 자동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휘관: 그 방어 시스템 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것은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으로, 실험장의 각 세력이 뭉치더라도 그 전투력에는 비길 수가 없다…….
지휘관: 따라서 마르코 폴로를 이용해 너를 강림시키는 것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기회…?
지휘관: 의식으로 인한 부차적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사르데냐 섬의 경면해역에서 의식을 준비하라고 암시를 걸었다?
지휘관: …확실히 그곳은 계속 안드레아 도리아 META의 통제 하에 있었지.
지휘관: 얼추 이해는 됐어. 현재 마르코 폴로 일행이 직면한 상황은 심각해.
지휘관: 그녀가 의식의 부작용을 어디까지 억제할 수 있을지 걱정이지만….
지휘관: …결국 나보고 뭘 도와달라는 거야?
지휘관: 모든 일은 이미 네가 명확하게 안배해 놓은 거 아냐?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끝없는 순백 속에서 내 목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25. 유인 작전
사디아 교국

갑작스러운 일련의 환상이 끝나자 마르코 폴로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마르코 폴로: (방금 환상…. 사르데냐 섬은 '신광의 성재'로 파괴된 게 아니라 경면해역에 숨겨져 있던 거구나…….)
마르코 폴로: (안드레아는 진작에 이 비밀을 알고 있었어. 그러면서 사르데냐 섬과 META화 연구소를 손에 넣었고…….)
마르코 폴로: (그리고 이 실험장의 방어 시스템의 핵심은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이라는 거대 병기…….)
마르코 폴로: (흠흠…. 결국 신은 천국의 빛으로 이를 없애라는 계시를 내리신 건가……?)

머릿속으로 대강 단서를 정리한 후, 마르코 폴로 교황은 결론을 내렸다.

마르코 폴로: (계시는 명확해. 그렇다면 작전대로 움직이는 게 좋겠어.)
마르코 폴로: (작전의 관건은 적의 유인 및 섬멸이야…….)
마르코 폴로: (섬멸은 문제가 되지 않아. 아무리 강해도 '신의 나라'만 제대로 구현된다면 대량의 드로이드를 투입시키면 되니까…… 아마 괜찮을 거야!)
마르코 폴로: (문제는 어떻게 유인하냐인데……. '메카아비트레이터'라는 건 아직까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잖아!)
마르코 폴로: (후우…. 세이렌은 아직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있어……. 좀 더 몰아넣어야겠어.)
마르코 폴로: (신의 나라 의식을 미끼로 삼을 수도 있지만… 의식은 준비 시간이 필요하고, 눈에 띄면 매복의 의미가 없지…….)
마르코 폴로: (뭔가 좋은 방법 없나……. 그래. 라파엘로는 꾀가 많으니까 한번 물어보자.)

통신: 삑――

라파엘로: 음……. 어떻게 하면 세이렌을 몰아넣을 수 있냐고?
라파엘로: 그럼 로마를 파괴하는 척하는 건 어때?
라파엘로: 예를 들면 저번에 말했던 '동귀어진' 작전을 더 화려하게 쾅―하고 보여주는 느낌이랄까?
라파엘로: 세이렌의 목표는 META 측과 교황 측을 충돌시키는 거잖아?
라파엘로: 그렇다면 그 목표가 달성되기 전에 수도가 META 측에게 파괴될 거 같으면 역시 초조해지지 않을까?

마르코 폴로: 아주 좋아! 마침 안드레아가 영야의 영역의 핵심 노드를 사르데냐 섬으로 옮기고 있으니까….
마르코 폴로: 적을 끌어낼 뿐만 아니라, 그 표적을 사르데냐 섬으로 돌릴 수 있어……. 이러면 유인 작전은 완성이야!
마르코 폴로: 당장 안드레아에게 연락…… 아니. 너는 계속 심판형 무장 기구 구현에 집중해. 내가 직접 안드레아에게 연락할게.
마르코 폴로: 메카아비트레이터만 쓰러트리면 나머지는 다 오합지졸이야!
마르코 폴로: 오~호호호! 아주 멋진 작전이야!



 ~26. 문 XI
??? ???

마르코 폴로가 부랴부랴 사르데냐 섬으로 향할 때, 나도 조각상의 눈동자를 통해 모든 것을 알게 됐다.

지휘관: 역시 그런 거였구나…….
지휘관: 하지만 마르코 폴로의 반응을 보니… 네가 보여준 건 원래의 '기록'이 아니라 가공된 '환상'인가?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었지만, 답은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다면 나와 같은 것을 보았을 마르코 폴로가 '하이어로팬트'에 반응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

지휘관: 맞혀 볼까? 사실 너는 '신'이 아니라고 하고 싶었지만, 마르코 폴로가 처음 오해한 뒤로 해명할 타이밍을 놓쳤고, 그 후에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그냥 지금까지 방치한 거지…?

그런 재미있는 가설이 문득 떠올랐다.

▅하▊▇로▅■팬트▇▆▅: ………….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했지만, 어쩐지 그 시선은 나를 피한 것 같았다.

지휘관: ……지금까지 네가 준 정보로 마르코 폴로는 정말 '메카아비트레이터'를 상대할 수 있을까?
지휘관: 채리엇은 분명 메카아비트레이터의 전투력은 이 실험장의 모든 군사력의 총합과 맞먹는다고 했었지?

▅하▊▇로▅■팬트▇▆▅: ………….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했지만, 이번에는 시선이 더욱 널뛰는 것 같았다.

지휘관: ……네가 왜 나까지 끌어들였는지 좀 알 것 같아.
지휘관: 마르코 폴로의 '신의 나라'는 '심상'의 힘을 행하는 반면, 안드레아의 '영야의 영역'을 구성하는 것은 META화 침식의 힘이지.
지휘관: '동귀어진'이라는 표현, 그리고 네가 보여준 기록에 나왔던 중화 현상을 감안하면, 그 힘이 너희가 이 실험장에 설치한 전력의 공략법이 될 수 있어.
지휘관: 실험 기관 중에서 주로 전투를 담당하는 테스터, 퓨리파이어, 오미터도 모두 똑같은 능력을 사용했던 거 같은데….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대답해줘.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도 그런 자기 적응형 배리어를 가지고 있어?

 

멀지 않은 곳에 문 하나가 떠올랐다.
문에 손을 대자 눈앞의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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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비터 채리엇VII: 맞아.

----

그리고 다시 끝없는 순백으로 돌아왔다.

→ ?
→ ??
→ ???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켰다.

지휘관: …그래. 자기 적응은 한 방향에서 극에 도달하면 다른 방향으로 쉽게 변환되기 어려워지지. 그 성질을 이용하는 거야.
지휘관: 철을 고온으로 가열했다가 빠르게 냉각시켜 부서지기 쉽게 하는…… 이른바 '담금질'을 하는 거지.
지휘관: 메카아비트레이터가 나타나면 우선 안드레아가 영야의 영역의 힘을 이용해 배리어를 최초 타격한다.
지휘관: 동시에 라파엘로 등 사르데냐 연맹의 나머지 함대는 가능한 한 많은 신광의 그물의 노드에 영야의 깃발을 설치하여 META화 침식의 힘을 강화한다.
지휘관: 마르코 폴로는 사르데냐 섬의 경면해역에서 의식을 준비하고, 신의 나라가 완성되기 직전에 의식을 중단하고 때를 기다린다.
지휘관: 그리고 안드레아가 메카아비트레이터의 힘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신의 나라 중심부로 '유인'한다.
지휘관: 그러면 자기 적응형 배리어는 META화 침식 대처에 모든 에너지를 돌릴 테니, '섬멸'을 개시하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이 된다.
지휘관: 이때 마르코 폴로는 의식을 재개하여 적의 발을 묶고, 모든 심상의 힘을 동원하여 단번에 공격을 가한다…….
지휘관: 이게 현재 그녀들이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야.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이 작전을 마르코 폴로에게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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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이미 사르데냐 섬으로 이동한 사르데냐 연맹 연합 작전 사령부에서 안드레아도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적을 섬멸하는 이 부분 말인데, 너무 조잡하지 않아?
안드레아 도리아(META): 만약 전력을 다해 공격한 뒤에도 신의 무기를 쓰러트리지 못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적의 정보가 적은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최악의 상황이 발생했을 때의 대비책이 필요해.

마르코 폴로: 무슨 말인지는 잘 알겠어……. 잠깐만. 지금 신탁을 받아 볼게.

트렌토(META): 받는다니……. 애초에 신탁이 원한다고 바로 받을 수 있는 건가요?

줄리오 체사레(META): ……재밌군.

주위의 의문의 시선을 외면한 마르코 폴로는 눈을 질끈 감았다가 잠시 후 다시 떴다.

마르코 폴로: 알았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빠르네…. '신'이 뭐라고 했어?

마르코 폴로: 신 가라사대――'담금질'이야!
마르코 폴로: 세이렌의 배리어의 성질을 이용해서 단시간 내 상반된 두 가지 성질의 공격으로 친다. 그러면 배리어의 방어 한계를 돌파할 수 있을 거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뭐?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게…… 신탁이야?

마르코 폴로: ……그런데? 환상 속의 그림자가 그랬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 신은 정말…… 보통이 아냐…….

마르코 폴로: 후후후. 그치? 나도 동감이야!
마르코 폴로: 방침은 정해졌으니 이제 세부 작전을 세워 보자!



 ~27. 결전 I

 

작전의 세부 사항이 마련되자 함선들은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지금 사르데냐 연맹은 처음으로 진정한 의미에서――하나의 '연맹'이 되었다.
연합 작전 사령부에서 차례로 떨어지는 지령에 따라 각국 함대는 세 개로 나뉜 세이렌 군단을 요격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사르데냐 섬에 위치한 영야의 영역의 핵심 노드가 가동되면서, 로마를 파괴하겠다는 의도를 여지없이 보여줬다.
이 도발적인 행위는 당연히 세이렌 방어 시스템의 반격을 야기했다.

 

세 개 군단이 이미 발이 묶인 상황에서, 바다 한가운데서 갑자기 네 번째 세이렌 함대가 출현했다. 그 속에는 거대한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의 모습이 있었다.

조수에 카르두치: 교황 성하의 명명법에 따르면, 현재 복수의 '양산형' 함대와 '인포서'라고 불리는 개체가 출현했어.
조수에 카르두치: 제1세이렌 군단은 제노바 공화국과 밀라노 공국이 대응하고 있고, 제2세이렌 군단은 베네치아 공화국과 사디아 교국 함대가 대응하고 있어.
조수에 카르두치: 제3세이렌 군단은 시칠리아 왕국 함대가 대응 중이야.
조수에 카르두치: 각국 함대는 최선을 다해 적을 저지해서 마지막에 나타난 제4세이렌 군단을 고립시킬 거야.
조수에 카르두치: 따라서…… 각국의 지원은 제한적일 거야.
조수에 카르두치: 현재 메카아비트레이터는 사르데냐 섬을 향해 일직선으로 진격. 약 30분 뒤에는 그쪽 사정권 내에 들어가.
조수에 카르두치: 제4군단의 양산형 함대와 인포서는 각각 아직 임무가 배정되지 않은 피렌체 공화국 함대와 연맹 혼성 함대가 대응할 거야.
조수에 카르두치: '담금질' 작전 관계상, 심판형 무장 기구를 포함한 성좌 근위대는 첫 번째 공격에 참여하지 않을 거야. 신광의 그물도 마찬가지고.
조수에 카르두치: 다 빈치와 알프레도의 비행선단이 지속적인 항공 지원을 해 줄 테지만, 그 외의 지원은 기대할 수 없어.
조수에 카르두치: 마르코 폴로 성하는 지금 '유인' 작전 완수와 '섬멸' 작전 진행을 위한 의식을 준비 중이야. 그러니까…….
조수에 카르두치: ……'채리엇'은 너희에게 맡길게.

볼차노(META): 사르데냐 연맹의 기사로서 반드시 사명을 완수하겠습니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최강의 신의 무기….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 전쟁이 어떤 결말을 맞이할지 나름대로 많은 상상을 했어. …설마 이렇게 될 줄은 몰랐지만.

트렌토(META): 연맹의 각국이 단결하여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아주 멋진 상황이네요.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래. 내가 상상했던 최고의 결말보다 훨씬 좋아.

줄리오 체사레(META): 승리해야만 '최고'가 될 수 있는 거야. 안드레아.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렇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최후의 적은 눈앞에. 그리고 기다렸던 희망 또한 우리 눈앞에 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우리는 반드시… 우리를 돌파할 거야!

 

----

 

쾅――!

바르톨로메오 콜레오니: 안드레아. 이쪽은 인포서와 교전 중입니다.
바르톨로메오 콜레오니: 적의 전투력이 예상보다 높아서 속전속결은 이미 불가능해졌어요. 적의 발을 묶는 데 전념하겠습니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알겠어.

알프레도 오리아니: 비행선단은 순조롭게 싸우고 있어!
알프레도 오리아니: 적은 공중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장비가 없는 거 같아. 양산형 함대는 이미 우리 손에 너덜너덜해졌다구!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렇게 돼서 우리는 여력이 좀 되는데, 공중 지원 보내 줄까?

안드레아 도리아(META): 아니. 계획대로 가자.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알겠어~

----

쾅――!

트렌토(META): 안드레아! 공격은 여전히 통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영야의 영역의 간섭 효과조차 관찰되지 않아요!

안드레아 도리아(META): ……출력이 아직 부족해. 카르두치. 각 노드 탈환을 서둘러!

조수에 카르두치: 각지에서 이미 분투 중이야……. 더 서둘러 볼게.

줄리오 체사레(META): 슬슬 예비안을 고민해야 하는 것 아닌가?

안드레아 도리아(META): 아직 때가 아니야. 다음 공격을 준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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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볼차노(META): 안드레아. 공격은 여전히 효과가 없습니다….
볼차노(META): 이대로는 앞으로 한 시간 내에 핵심 노드가 위협당하게 됩니다.

조수에 카르두치: 안드레아. 교황 성하께 의식 준비가 완료되었다는 연락이 왔어!
조수에 카르두치: 현재 적이 매복 범위 안에 들어섰으니 언제든지 '신의 나라'를 전개할 수 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안 돼. 아직 가동되지 않은 노드가 너무 많아. 영야의 영역의 출력이 예상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대로는 적에게 압박감을 줄 수가 없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너희는 계속 노드를 탈환하고 영야의 깃발을 설치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우리는…… 슬슬 예비안을 실행해야겠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연구소 시스템을 과부하시켜서 META화 침식을 새 임계값까지 끌어올려…!

조수에 카르두치: ……정말 그래도 괜찮아?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래. 우리는 이미 다 각오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고작 몸 상태를 약간 희생해서 힘을 얻는 것뿐이야.

조수에 카르두치: (작게) ……성하가 너희 계획을 들었을 때 보인 반응을 생각하면 전혀 아닌 거 같은데.

줄리오 체사레(META): 흥. 난 진작에 그 뭔지도 모를 안전 프로토콜을 깨고 싶었어.
줄리오 체사레(META): 바로 준비하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카르두치. 아직 '섬멸' 계획을 발동할 때가 아냐. 이대로 계속 영야의 영역 확대에 집중해줘.
안드레아 도리아(META): ……승리의 기회는 단 한 번뿐. 우리가 얼마나 고전하게 되든…….
안드레아 도리아(META): 내가 신호하기 전까지는… 다들 마음 단단히 먹어.




 ~28. 결전 II
쾅――!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 ――――

짙은 안개 속에서 거대한 기계가 전방위로 사각지대 없는 포화를 쏟아내고 있었다.

조수에 카르두치: 안드레아. 탈환한 노드가 90%에 도달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좋아. 그렇다면…… 시스템을 과부화시켜서 '영야의 영역'으로 적을 완전히 집어삼키는 거야!

안개가 더욱 짙어지면서 피처럼 붉은빛이 한 줄기씩 안을 누볐다.
영야의 영역이 하나의 실체로 응축되는 모습은 마치 거대한 짐승이 깨어나는 것 같았다.
안개 속을 질주하는 안드레아 함대의 연계는 짐승의 일부라도 된 것처럼 점점 더 세련되게 변했다.

쾅――!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 ――!!!

안개를 두른 포탄이 메카아비트레이터의 견고한 배리어에 착탄했다. 눈부신 섬광이 여러 차례 솟구쳤다.

트렌토(META): 안드레아. 상대의 반격 속도가 느려지고 있습니다. 배리어의 밝기도 다소 감소했어요…!

줄리오 체사레(META): 그럭저럭 잘 된 것 같군.

안드레아 도리아(META): 드디어 이때가 찾아왔어……. 마르코 폴로 교황!

마르코 폴로: 알겠어! '담금질' 작전을 시작한다!
마르코 폴로: 신이시여. 마르코 폴로의 부름에 응답하소서! 부디 이 땅에 천국을――
마르코 폴로: 뭐……?!

안드레아 도리아(META): 마르코 폴로.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잖아. ……의식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어?!

마르코 폴로: ……신이…… 아직 때가 아니라고 하셨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아직 때가 아니라고? 후우…….
안드레아 도리아(META): 어쩔 수 없네…… 최종 수단을 쓸 수밖에.

마르코 폴로: 어쩔 셈이야?! 상대의 배리어는 META의 공격에 최적화되어 있을 텐데!

안드레아 도리아(META): 핵심 노드, 연구소, 그리고 사르데냐 섬의 다른 모든 시설을 터트릴 거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 시설들은 방대한 에너지원을 가지고 있어. 한꺼번에 터트리면 대규모 충격파가 발생하겠지.

마르코 폴로: 그 다음은 어떻게 되는데?

안드레아 도리아(META): 우리는 연구소를 재건할 능력이 없어. 설비가 모두 파괴되면 새로운 META는 생겨나지 않겠지.

마르코 폴로: META……. 뭐, 좋아. 없다고 큰일 나는 것도 아니니까.
마르코 폴로: 그럼 너희는 폭발에서 안전한 거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문제없어.

마르코 폴로: 아주 좋아! 그럼 그렇게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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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끝없는 순백의 세계. 조각상의 눈동자를 통해 그녀들의 대화와 전세 변화를 모두 알 수 있었다.

지휘관: META를 발생시키는 에너지원이라니……. 설마 특수 멘탈 큐브… 그러니까 오리진 큐브를 말하는 건가?
지휘관: ……오리진 큐브를 터트리려는 거야!?

검은 용오름이 모든 것을 유린하는 광경이 떠올랐다.

지휘관: 하이어로팬트. 저들을 막아야 해! 큐브를 터트린다면 누구도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없어……!

멀지 않은 곳에 문 하나가 떠올랐다.

지휘관: ……그 작전이 잘 될 거라는 거야?
지휘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문에 손을 대자 눈앞의 세상이 완전히 바뀌었다.

----

콜레트: 하아…. 내 실험은 성공했어. 오스타.

오스타: ……결국 에너지 큐브를 폭탄처럼 기폭시키는 방법을 찾은 건가.

왠지 낯익은 실험실 안에서 오스타와 콜레트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콜레트: 일단은 진지한 연구 프로젝트인데 사람을 폭탄마처럼 말하지 마.
콜레트: 업계의 편견이 아무리 크더라도, 나는 여전히 폭발 추진 엔진은 전망이 밝은 과제라고 생각해.
콜레트: 에너지 큐브는 엄청난 에너지를 가지고 있지만, 폭약처럼 단시간에 에너지를 방출할 수는 없다고 여겨져 왔지.
콜레트: 하지만 멘탈 큐브……. 특히 META화된 멘탈 큐브는 자극을 가하면 파괴적인 충격파를 안정적으로 일으킬 수 있어.
콜레트: 멘탈 큐브와 에너지 큐브의 근원은 같아.
콜레트: 멘탈 큐브가 META화의 성질을 가지고 있다면, 에너지 큐브도 못할 이유가 없어.
콜레트: 그러나까 발상을 바꿔서 에너지 큐브의 META화를 밝혀내는 게 자연스러운 흐름이 아닐까?

오스타: 발상과 실천은 별개의 문제지. ……에너지 큐브의 성질은 멘탈 큐브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그걸 어떻게 META화했지?

콜레트: OXS(오시스)의 기업 비밀이야. 네게 알려 줄 생각은 없어. 만약 사용하고 싶다면 나중에 비즈니스 계약 절차를 밟을까?

오스타: 흠…. 그보다는 안전성이 궁금하군.

콜레트: 걱정도 많네. 저번에 네가 보여줬던 멘탈 큐브 출력 모니터와 리미터, 기억하지?
콜레트: 그걸 바탕으로 우리 팀은 META화 에너지 큐브에 적합한 버전을 개발했어. 이름은 일단 'M형 리미터'라고 붙였고.
콜레트: M형 리미터가 탑재된 META화 에너지 큐브는 요구되는 출력이 기폭 임계값을 초과하는지 여부에 따라 두 가지 다른 상태를 보여.
콜레트: 만약 출력이 임계값 이하라면 리미터가 작용해서 외부로 에너지를 방출하지 않고, META화의 특성도 발현되지 않아. 그냥 돌멩이가 되는 거지.
콜레트: 반대로 출력이 임계값을 넘으면…… 퍼엉.
콜레트: M형 리미터가 즉시 비활성화되고, 강렬한 에너지가 충격파가 되어 외부로 방출되지.
콜레트: 동시에 큐브 자체의 외피는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분해되기 때문에 2차 피해도 막을 수 있어.
콜레트: 그런데…… 아직 이 특수한 에너지 큐브의 이름은 생각하지 못했어.
콜레트: 'META 에너지 큐브…… 아니다. 'M형 에너지 큐브'는 어때? 줄여서 M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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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순백의 공간에서 조각상은 맑은 눈동자로 나를 바라봤다.

지휘관: ……META화의 성질을 가진 에너지 큐브…….
지휘관: 그것도 기폭 가능이라니…….
지휘관: ……그런 거였어!?

 

----

 

끊임없는 폭발 속에서 안개가 응축된 검붉은 괴수가 거대 기계를 향해 노도와 같은 맹공을 퍼부었다.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 ―――!

안드레아 도리아(META): 지금이야!!

마르코 폴로: 다시 한 번! '담금질' 작전을 시작한다!
마르코 폴로: 카르두치. 각 노드에 즉시 영야의 깃발을 해제하고 신광의 그물을 재가동하라고 연락해!

조수에 카르두치: 알겠어…!

마르코 폴로: 라파엘로. 당장 심판형 무장 기구를 전선에 투입해!

라파엘로: 흐흥. 같이 신나게 놀아 보자! 나와라! 나의 걸작들!

마르코 폴로: 그리고 마조레 바라카. 성좌 근위함대 전원을 이끌고 출격해!

마조레 바라카: 드디어 내 차례구나. 바로 갈게!

마르코 폴로: 아주 좋아! 그럼 마지막으로――
마르코 폴로: 신이여, 내게 힘을. 이 땅에 천국을 주소서――!



 ~29. 결전 III

 

이리하여 '영야'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세상은 밝고 거룩하고 평화로운 분위기로 가득 찼다.
순백의 공간에 찬양 소리가 울려 퍼졌다.

마르코 폴로: "나는 교황, 마르코 폴로다.“

찬양 소리: P HT THYJV WVSV, AOL HWVZASL

마르코 폴로: "신의 군단이여, 내 명령을 들어라.“

찬양 소리: V HYTF VM NVK, OLLK TF JVTTHUK

마르코 폴로: "그 칼날로 악도를 멸할 것이다.“

찬양 소리: ZTPAL AOPZ LCPS DPAO FVBY ISHKL

 

----

 

쾅――!

라파엘로: 교황 성하! 나 제 위치에 도착했어!
라파엘로: 와아, 다들 모여서 시끌벅적하네……!
라파엘로: 이게 '신의 나라'…. 이게 바로 우리의 아군, '신의 군단'…….
라파엘로: 미쳤다…… 영감이 막 떠올라……. 지금 당장 그리고 싶어!
라파엘로: 어흠. 심판형 무장 기구, 돌격―!

마르코 폴로: ……그림은 이긴 다음에 그려!

----

쾅――!

마조레 바라카: 교황 성하. 성좌 근위함대가 지원하러 왔어!

조수에 카르두치: 교황 성하. 가세할게.

마르코 폴로: 나이스 타이밍! 신광의 기반 전환도 끝났지?

조수에 카르두치: 복구 불가능한 손상을 입은 노드 절반을 제외하고는 모두 전환 완료되어 신광의 그물에 연결됐어.

마르코 폴로: 아주 좋아! ……그럼 내가 조금만 더 강화해서….
마르코 폴로: 자, 가라! 철저히 때려눕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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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옥좌에 앉아 하늘 높이 솟은 마르코 폴로의 지휘 아래 공격은 노도처럼 쏟아졌다.
또 한 번의 일제 사격 후, 메카아비트레이터의 베리어가 갑자기 사라졌다. 수많은 포격이 장갑에 착탄해 맹렬한 폭발을 일으켰다.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 ―――!

마르코 폴로: 휴……. 드디어 이 쓸데없이 딱딱한 배리어를 깨부쉈네!
마르코 폴로: 다음은 장갑이야. 전군, 계속 공격해! 장갑을 전부 뜯어내 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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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순백 속에서 조각상의 눈을 통해 배리어가 부서지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해져 왔다.

▅하▊▇로▅■팬트▇▆▅: ………….

조각상의 눈동자에 한 줄기 기괴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
다음 순간, 나는 갑자기 나타난 소용돌이에 삼켜지고 말았다.



 ~30. 신과 함께

 

??? ???

빛이 사라진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지휘관: ……세이렌의 본체?

거짓된 하늘 아래 강철의 도시가 허무의 바다 위에 조용히 서 있었다.

▅하▊▇로▅■팬트▇▆▅: ………….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순백의 빛 한 가닥으로 내가 나아갈 길을 안내해 주었다.
이름 모를 거리를 벗어나, 광장을 가로질러, 골목을 지나, 마침내 도시 중심에 우뚝 솟은 탑에 다다랐다.
순백의 빛에 몸을 맡기고 층층이 쌓인 마루를 뚫을 기세로 상승하다가,
어느 큰 방에서 멈췄다.

 

그곳에는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의 홀로그램이 조용히 떠 있었다.

메카아비트레이터 채리엇: ………….

동시에 홀로그램 근처에 수백 개의 버튼이 설치된 패널을 발견했다.

지휘관: ……이건 채리엇이 남긴 보안 시스템 제어판?!

다가가서 확인해 보니 버튼은 1번부터 255번까지 존재했고, 전체적으로 주변의 첨단 장비와 비교하면 구식이라고 불러도 될 정도로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지휘관: ……이건가.
지휘관: 이 255개의 버튼은 채리엇이 하이어로팬트를 위해 준비한 보안 시스템의 설정 버튼이야.
지휘관: 그 밖에는…….

빽빽하게 배열된 버튼 옆에 따로 구분된 구역이 있었다. 그 안에는 커다란 빨간 버튼이 하나 설치되어 있었다.
자세히 보니 옆에 작게 글자가 쓰여 있었다. "보안 시스템 긴급 정지 버튼. 비상시 외에는 누르지 말 것.“

▅하▊▇로▅■팬트▇▆▅: ………….

지휘관: ……확실히 메카아비트레이터의 배리어는 벗겨냈지만, 아직 쓰러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해.
지휘관: 녀석을 해치우려면 네가 간섭할 수 있도록 약체화시킬 필요가 있어…….
지휘관: 이제야 알겠어. 내가 이 버튼을 눌러 달라는 거지…?

▅하▊▇로▅■팬트▇▆▅: ………….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나는 그 의도를 헤아릴 수 있었다.

→ 긴급 정지 버튼을 누른다

방의 불빛이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했다. 메카아비트레이터의 홀로그램도 점점 희미해지다가 이내 완전히 사라졌다.

지휘관: 후우……. 이러면 됐나?

통신: ――――

지휘관: ……통신기?

통화 버튼을 누르지 않았는데도 통신기는 소리를 내며 멋대로 연결했다.

????: 응? 누가 버튼을 눌렀네……?
????: 하이어로팬트? 너 또 무슨 사고를――

▅하▊▇로▅■팬트▇▆▅: …………,,,

눈부신 물결이 밀려와 모든 것을 다시 순백으로 바꾸었다.



 ~31. 에필로그
??? ???

끝없는 순백 속에서 나는 조각상과 마주하고 있었다.

지휘관: 아까 통신을 걸어온 건…… 설마 채리엇이야?

▅하▊▇로▅■팬트▇▆▅: …………,,,

조각상은 여전히 침묵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전보다 더욱 생기가 도는 것 같았다.

그 순간 순백의 세계는 순식간에 무너져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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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사르데냐 연맹은 떠들썩한 모습이었다.

라파엘로: 해냈다!
마르코 폴로: 해냈다!
라파엘로&마르코 폴로: 이겼다―!

메카아비트레이터의 잔해 앞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승리를 기뻐하며 환희에 휩싸였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 목표물의 완전 파괴를 확인! 작전 성공이야!

마조레 바라카: 배리어는 단단했는데 정작 내용물은 이렇게 연약하다니…….
마조레 바라카: 흐흥. 허울만 좋았네.

조수에 카르두치: ……조마조마했지만 무사히 이길 수 있어서 다행이야.

알프레도 오리아니: 꿈만 같아……. 정말 이긴 거야?

조수에 카르두치: 응. 각지에서 속속 희소식이 들어오고 있어. 메카아비트레이터를 쓰러트린 것과 거의 동시에 세이렌 군단은 모두 침묵했어. 우리의 승리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우리는 깨졌다……. 드디어 성공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제 마음껏 이 바다를 누빌 수 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런데 마르코 폴로는…… 이 '신의 나라'를 어떻게 처리할 셈이야?

마르코 폴로: 걱정 마. 위협이 사라졌으니 당연히 멈출 거야.
마르코 폴로: 전투 후의 제반 사항에 대해서는…… 축하연이 끝난 다음 천천히 협의해 보자.
마르코 폴로: 세계의 운명을 조종하던 세이렌도 쓰러트렸으니까, 대화만 하면 반드시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마르코 폴로: 그래서 나의 위대한 작전을 기념하는 축하연 말인데…….

마르코 폴로는 갑자기 말을 멈췄다. 그녀의 눈에 순간 망설임이 스쳤다.

조수에 카르두치: 마르코 폴로 성하?

마르코 폴로: 미안해. 계획이 바뀌었어.
마르코 폴로: 나는 곧 신의 부름을 받아 떠날 거야. 축하연과 협의는 너희들끼리 알아서 잘 하도록 해!

라파엘로: 뭐어?! 이렇게 갑자기!?
라파엘로: …으아앙! 마르코 폴로, 너는 언제나 우리의 영원한 교황일 거야!
라파엘로: 위대한 걸작을 만들어서 너를 영원히 기릴게!

마르코 폴로: ……하지 마!
마르코 폴로: ……내가 죽는 것처럼 말하긴 했지만, 그런 거 아니니까!

라파엘로: 어? '신의 부르심'이면 그런 뜻 아니었어?

마르코 폴로: 당연히 아니지! 내가 처음에 왔을 때 말했던 거 기억나? 난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고 했잖아!
마르코 폴로: 원래 세계로 돌아갈 뿐이야.

라파엘로: 그랬었지~ 그냥 거짓말 아니었어줄……?

마르코 폴로: 당연히 아니지!
마르코 폴로: 그래그래. 알겠으니까 그런 표정 짓지 마. 두 번 다시 못 돌아오는 것도 아니니까.
마르코 폴로: 아까 말한 걸작은 무조건 그려. 기대하고 있을게.

라파엘로: 응! 약속할게!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이렇게 갑자기 이별이 찾아올 줄이야.
안드레아 도리아(META): 갑자기 나타났다가 갑자기 돌아가다니… 마치 바람 같네. 후후후.

마르코 폴로: 미안하지만 내가 원래 그래!
마르코 폴로: 그럼 뒤처리는 잘 부탁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응. 걱정 마, 마르코 폴로. 모두와 함께 사디아 교국과 사르데냐 연맹의 질서를 바로잡을 테니까.
안드레아 도리아(META): 함께 자유롭고 아름다운 미래로 나아갈 거야.

마르코 폴로: 응. 기대할게.
마르코 폴로: 그럼…… 시간도 거의 다 됐네.

마르코 폴로는 아쉬운 눈으로 모두를 둘러봤다.

마르코 폴로: 그럼, 나중에 또 만나――

 

교황 마르코 폴로는 눈을 감고 조용히 수면에 누웠다.
점차 사라지는 빛이 그녀의 얼굴을 비췄다. 그녀의 얼굴은 마치 행복한 꿈을 꾸는 것처럼 평온했다.
마르코 폴로는 하늘에서 모두에게 둘러싸여 잠든 교황 마르코 폴로를 조용히 지켜보았다.
그리고는 빙긋 웃으며 등을 돌려 떠났다.
마르코 폴로는 사르데냐 연맹을 떠났지만, 사르데냐 연맹의 마르코 폴로 교황은 영원할 것이다.

'우리에 갇힌 신광' END



 ~32. 인수인계
NA 해역 중심부 특이점

정신을 차렸을 때 나는 마르코 폴로가 있는 선실의 해치를 열려던 순간으로 돌아와 있었다.

지휘관: …여기는……. 돌아온 건가?
지휘관: 시간이…….

회중시계의 바늘은 단 몇 초만 지나 있을 뿐이었다.
'레이디 해트'는 멀지 않은 곳에서 여전히 단잠에 빠져 있었다.

지휘관: 깨어나지 않은 건가…….
지휘관: 이번 일로 마르코 폴로와 하이어로팬트와의 관계는 더욱 깊어졌어.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모르겠네…….

통신: ――

카스미(META): 지휘관. 데이터 기록은 끝났어?

지휘관: 응. 다 끝났어. 레이디 해트는 아직 자고 있어. 그쪽으로 인계할게.

카스미(META): 응. 바로 갈게.

지휘관: 아. 그리고 헬레나에게 전해줘.
지휘관: 볼일이 끝나면 바로 연락 달라고. 꼭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카스미(META): 알겠어.

베스탈(META): 지휘관님. 특이점 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요. 부디 얼른 돌아가세요.



 ~33. 언젠가 다시 만날 거야
??? ???

마르코 폴로는 끝없는 순백 속을 방황했다. 시간도 공간도 이곳에서는 의미가 없는 것 같았다.

마르코 폴로: 으으…… 최악이야!
마르코 폴로: 어딜 봐도 다 똑같은데……. 대체 어디로 가야 돌아갈 수 있는 거야.
마르코 폴로: ……피곤해. 교황의 옥좌가 그리워…….

그렇게 중얼거리며 마르코 폴로는 옥좌에 앉았다.

마르코 폴로: ……?!!

마르코 폴로: 더 멋진 옥좌로!

그렇게 중얼거리자 마르코 폴로는 아까보다 더 멋진 옥좌에 앉아 있었다.

마르코 폴로: 이, 이게 대체……?!

라파엘로: 우와~! 교황 성하, 그 옥좌 엄청 멋있다~!

마르코 폴로: ……라파엘로?! 네가 여긴 어쩐 일이야……?!

라파엘로: 그게…… 축하연에서 조금 많이 마셨었는데…….
라파엘로: 그런데 여긴…… 어디야?

마르코 폴로: 으음…….
마르코 폴로: 그게 말인데…….
마르코 폴로: 나도 전혀 모르겠어!



 ~34. 튤리파의 새싹

 

아이리스 교국. 수도

그 뒤로 며칠이 지났다. 더 이상의 사건 사고는 없었고, 나도 완전히 일상생활로 돌아갔다.
헬레나에게 하이어로팬트의 상황을 알리자 그녀는 몇 가지 테스트를 해 보고 싶다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연락은 없었다.
세계 각지에 남은 세이렌 시설에 대한 작전도 착착 준비가 진행되고 있었다.
현재 가장 진척이 빠른 것은 NA 해역 소탕 계획이었다. 가장 먼저 파괴당한 컴파일러의 본체가 있었던 곳이라 그런지 작전 수립이 가장 용이한 것 같았다.
이번 작전은 로열, 아이리스 ,철혈, 그리고 북방연합의 공동 작전이 될 예정이다――

(똑똑)

멤피스: 지휘관. 비스마르크가 초대장을 보냈어. 내일 있을 외교 만찬에 참석해 달래.

지휘관: 비스마르크가 나를…? 별일이네.
지휘관: 응? 잠깐만. 이건…….

초대장을 받자, 풍차와 튤립을 조합한 문장이 눈길을 끌었다.

지휘관: ……튤리파 왕국인가.
지휘관: (과연…. 그래서 비스마르크가 관리하는 거구나.)
지휘관: (설마 준비 중인 '저지대 조약'에 관련해서 말하려는 걸까?)
지휘관: (아니면 튤리파 왕국의 함선화 계획에 진전이 있었나……?)
지휘관: (흐음……. 재밌어졌네.)
지휘관: 반드시 참석하겠다고 답장해줘.
지휘관: 멤피스도 내일 같이 가자.

멤피스: 어!? 알겠어!

지휘관: 어쩌면 할 일이 많아질지도 모르겠어.

멤피스: ……그러게.



 ~35. 트러블
끝없는 별들의 바다에서 오랜 추격전이 마침내 끝을 맞이했다.

쾅――!

미스 D: 도둑 도둑 도둑!
미스 D: 내 고래 돌려줘~~!

셰필드(META): 끈질긴 해충이군요……. 하지만 이제 끝입니다.

퀸 엘리자베스(META): 그 기세야! 상대는 이미 한계니까 더 화력을 높여!

쾅――!

아비터 데빌XV: 큭……. 집요하기는…….
아비터 데빌XV: 어차피 데이터도 많이 얻었으니까…… 가지고 싶으면 가져가!
아비터 데빌XV: 하지만 이걸로 이겼다고 생각하면 큰코다칠 거야!
아비터 데빌XV: 반드시 돌아오겠어!

쿵――!

아비터 데빌의 스페어 보디가 포화 속에서 산산조각 나면서 싸움은 겨우 끝났다.

미스 D: 에헤헤헤~
미스 D: 고래 고래 고래! 드디어 고래를 되찾았어!!
미스 D: 고마워 셰필드!
미스 D: 네가 아니었으면 우린 계속 고래 꽁무니만 쫓아다녔을 거야!

셰필드(META): ……어쩌다 근처에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을 뿐입니다.
셰필드(META): 이 전투에서 이길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여왕 폐하의 결단과 끈기 덕분입니다.

미스 D: 그렇지~ 고마워 엘리자베스!

퀸 엘리자베스(META): 감사 인사는 나중에 해. 이제 고래도 되찾았는데 뭔가 변한 게 느껴져?

미스 D: 음~~
미스 D: 으~~음~~…….
미스 D: 어어…….
미스 D: 으응……?

퀸 엘리자베스(META): 왜 그래?

미스 D: 까먹었어…….
미스 D: 엘리자베스……. 나, 고래를 어떻게 쓰는지 까먹었어!

퀸 엘리자베스(META): ……뭐?

미스 D: 넌 쓰는 법 알아?!

퀸 엘리자베스(META): …………….
퀸 엘리자베스(META): 어… 어쨌든 고래는 되찾았으니까 사용법은 금방 알아낼 수 있을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실험장β의 새 좌표도 거의 계산이 끝났고, 자세한 검증은 돌아가서 천천히 하자!

미스 D: 으으으으으……. 알겠어…….
미스 D: 근데 고래는 어떻게 데리고 가?

퀸 엘리자베스(META): 내 퀸즈 라이트호는 고래 한 마리쯤은 여유롭게 실을 수 있으니까 걱정 마!

셰필드(META): ……폐하. 그보다 주변 상황이 이상합니다.

퀸 엘리자베스(META): 이 느낌은…… 성가신 놈이 나타났네….
퀸 엘리자베스(META): ……실수했어. 출발 전에 차량을 회수했어야 했는데.

미스 D: 엘리자베스. 왜 그래?

퀸 엘리자베스(META): 성가신 놈이 나타났어.
퀸 엘리자베스(META): 셰필드하고 같이 고래를 회수한 다음에는 얌전히 차량 안에 머물러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내가 잠깐 다녀올 테니까.



 ~36. 그녀

 

빛이 사라지자 밝은 교실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여기는……. 마담 M께서 내게 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
지휘관: (……헬레나가 밖에서 눈에 불을 켜고 찾아다니고 있는데 배짱도 좋군.)

바깥은 온화한 날씨에 부드러운 바람, 그리고 맑은 햇살이 비추고 있었다.
그러나 교실 안은…….

지휘관: ……마담 M이 없는데?
지휘관: 그럼 난 왜 부른 거지?

나는 교실 안을 대충 돌아다니며 책걸상을 움직이고 교단을 톡톡 두드려봤지만, 마담 M은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지휘관: 이상하네…….

마침내 내가 교실을 나와 바깥 상황을 살펴보기로 결심한 그 순간――

(똑똑똑)

 

???: 저기, 실례합니다…….
???: ……오늘은 여기서 수업한다고 들어서…….

지휘관: ……?!!!

문을 열고 들어온 인물의 모습과, 기억 속의 어떤 모습이 빠르게 겹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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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샤르의 목소리: 유니온 항모, 보놈 리샤르 주연! 영화 『파이널 카운트다운』 대호평 상영 중!
리샤르의 목소리: 꼭 영화관에서 봐줘! 정말 기쁠 거야!

광고: 『파이널 카운트다운』――대망의 해전 블록버스터 등장!
광고: 지금 티켓을 구입하시면 추첨을 통해 PH항 2박3일 투어 티켓을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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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펄스(META): 저 용오름… 아니, 저 목소리는… 보놈 리샤르!?

리나운(META): 틀림없어요! 하지만 저 아이가 어떻게…?

퀸 엘리자베스: '보놈 리샤르'…? 그게 누군데?

리나운(META): 저희가 있던 '가지'의 함선 중 하나입니다. 안티 엑스의 관리 단말인 '제로'가 유일하게 소체에 접속하지 못했던 존재였죠.
리나운(META): 아무리 과거의 정보에 접속해도 보놈 리샤르만은 절대로 재구성할 수 없었습니다.
리나운(META): 그리고 저희가 아는 한 어느 '가지'에서도 보놈 리샤르가 출현한 적은 없습니다….
리나운(META): 저희도… 그녀가 그 '사건'을 일으킨 이후로는 처음 봤습니다.
리나운(META): 리샤르가 왜 당신들을 쫓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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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너는…….

→ 누구야?!
→ 보놈 리샤르?!
→ 리샤르 양?!

눈앞의 광경이 급속도로 무너져 갔다.
의식이 완전히 어둠에 잠기기 직전, '보놈 리샤르'의 눈에서 당황함을 엿본 것 같았다.

 

고요한 밤. 익숙한 침대. 익숙한 천장.

지휘관: 방금은…….
지휘관: 그냥 꿈, 인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