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받은 자의 길
~01. 사소한 일
짧은 휴회 기간이 끝나고, 아이리스 회장은 다시 활기를 되찾았다.
'나락' 사건이 무사히 해결되고, 중앵을 필두로 한 각 세력의 태도 변화로 인해 '아주르 레인' 재결성 의제는 점차 좋은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러나 예상대로라고 해야 할까. '세이렌의 유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몇 차례의 회의 끝에, 여론은 '세이렌이 세계 각지에 남긴 위협을 완전히 제거하기 전까지 아주르 레인의 기능과 조직 형태는 현상을 유지한다'라는 공통된 의견으로 모아졌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옵저버 일행이 너무 급하게 연결을 끊었기 때문에 가동 가능한 세이렌 시설은 생각보다 훨씬 많았다.
이미 실험장β와 완전히 분리된 옵저버가 제공한 것은 그 시설들의 위치 정보뿐이었고, 결국 시설을 제거하려면 함대를 동원에 직접 처리해야 했다.
긴 싸움이 될 게 뻔했다.
그리고 싸움이 끝난 후 세계 정세가 어떻게 변화할지…… 그 미래에 대해서는 아무도 알 수 없었다.
이 잔잔한 교착 상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생각하고 있던 찰나――
클레망소가 보낸 암호 통신이 새로운 불안을 가져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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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교국. 어느 곳
심판정 비밀 거점
지하: ??미터
케르생: 지휘관님. 심판정에 어서 오세요.
케르생: 이쪽은 이번 사건에 관련해서 저희가 수집한 모든 자료입니다. 한번 확인해 주세요.
케르생: 클레망소 님과 시나노 님의 사전 조사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두 분께서 돌아오시기 전까지는 케르생이 뭐든지 답해 드릴게요.
케르생은 진지한 표정으로 '극비'라고 적혀 있는 자료를 내밀었다.
지휘관: (이게 통신에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사건의 세부 사항인가…….)
지휘관: (……응?)
지휘관: 마르코 폴로가 최근에 단기간 내 '소실'된 적이 있다고…?
케르생: 네. 지휘관님께서 겪으신 '시든 별 사건'과 동시기에 일어났습니다.
케르생: 추이도…… 매우 비슷했어요.
케르생: 마르코 폴로 님은 감시자들의 눈앞에서 몇 번이나 모습을 감췄습니다. 가장 길었을 때는 하룻밤 내내 사라져 있었어요…….
케르생: ……중앵이 전 세계의 인식 간섭을 해제하는 의식을 시작하고, 클레망소 님께서 기록을 점검하실 때야 겨우 그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휘관: (듣자 하니 마담 M의 수법하고 완전히 일치하는데…….)
지휘관: (그때 그녀는 나를 상대함과 동시에 헬레나와 공방을 펼치고 있었어. 그 밖에도 물밑에서 뭔가 수를 쓰고 있었던 건가……?)
지휘관: (세계 박람회 때 마르코 포로는 정신 오염을 받았고, 그 영향은 아직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어.)
지휘관: (마담 M이 뭘 꾸미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마르코 폴로에 관련된 거라면 어떤 일도 극단적인 위험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
통신: ――
클레망소: 오래 기다렸지? 자료를 보고 무슨 생각이 들었어?
지휘관: 이번 사건은 아비터 매지션, 즉 마담 M과 관련이 있어. 그리고 극히 위험한 사안이야.
지휘관: 시나노와의 사전 조사는 끝났어? 결과는?
클레망소: 좋지 않아.
클레망소: 전에 아카기가 와타츠미 샘플을 사용해 전 세계적으로 인식 간섭을 일으켰을 때, 베네토와 시나노가 꿈속에서 마르코 폴로와 접촉했던 적이 있었는데 기억해?
지휘관: 응. 보고서는 봤어.
클레망소: 이번에도 같은 방법으로 간섭을 시도했는데 효과가 없었어. …시나노도 마르코 폴로의 의식을 꿈속으로 불러내지 못했어.
클레망소: 정확히 말하면, 우리는 마르코 폴로의 꿈속으로 들어갔지만 거기에는 아무것도 없었어.
지휘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시나노: 그렇다…. 이전과는 달리, 지금 이 순간 마르코 폴로의 영혼은 잠든 것이 아니라…… 완전히 꿈을 떠났다…….
시나노: 이곳에 남은 것은 그저 빈 껍데기일 뿐…….
지휘관: ……영혼이…… 떠났다고?
시나노: 나의 해석으로는… 그렇다…….
지휘관: 그 '영혼'의 위치를 추적하거나 직접 데려올 방법은 없어?
시나노: 나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다……. 허나 이곳에 경보 법진을 설치했다…….
시나노: 이후 마르코 폴로의 영혼이 돌아오거나, 현실에 간섭을 시도하려고 하면 법진이 경보를 울릴 것이다…….
지휘관: 경보 시스템인가……. 너무 수동적인 거 같은데.
클레망소: 그럼 지휘관. 다음에는 우리하고 같이 꿈속으로 들어가서 조사해 볼래?
클레망소: 네 관찰안이 있으면 더 중요한 단서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지휘관: 좋아. 준비가 되는 대로 시작하자.
~02. 구속된 보호
??? ???
헬레나(META) 통신 공간
마르코 폴로에 대해서 헬레나에게 이야기한 다음 날 심야. 갑자기 그녀의 연락을 받았다.
빛이 사라진 후. 눈에 보이는 것은 평소와 같은 은하가 아니라 금속으로 구성된 대지였다.
수많은 무인 기계가 질서 정연하게 움직이며, 사방팔방에서 미지의 재료를 거대한 건물로 바꾸고 있었다.
세이렌의 '본체'를 포함한 강철의 도시는 점점 성장하고 있었다.
헬레나(META): 이 선물은 마음에 들어?
지휘관: 정말이지 놀랐어……. 이렇게나 빨리 세이렌 실험 기관을 재건하다니….
지휘관: 전부 '환상 실험장'을 기반으로 한 거야?
헬레나(META): 맞아. 정식 명칭은 '여제의 보주'. 엠프레스 본인이 그렇게 이름을 붙였어.
헬레나(META): 인식 간섭 기능보다는 독립 연산 시뮬레이션 기능에 더 가치가 있지.
헬레나(META): 그래서 옵저버의 새 기지로 사용하기로 했어.
지휘관: 엠프레스와 관련 있는 장치 같은데 맘놓고 써도 되는 거야…?
헬레나(META): 괜찮아. 이 장비의 본질은 인포서를 포함한 하급 단말과 마찬가지로 '타워'의 재프로그래밍에는 무력해.
지휘관: 잠깐만. 넌 다른 아비터의 인포서까지 조종할 수 있어?
헬레나(META): 조건만 맞으면.
지휘관: 그럼 리버스 엔지니어링으로 양산할 수 있어……?
헬레나(META): 그건 아직 먼 얘기야.
헬레나(META): 옵저버를 비롯한 실험 기관의 협력을 얻게 된 시점에서, 우리는 이론적으로 엑시큐터 시리즈를 양산할 수 있게 됐어.
지휘관: 이론적으로?
헬레나(META): '여제의 보주'는 허공에서 물자를 만들어 내진 못해. 정말로 생산 라인을 가동하려면 끊임없이 물자를 제공할 수 있는 '타워'의 힘이 필요해.
헬레나(META): 하지만 그건…… 너무 리스크가 커.
지휘관: 물자라면… 다른 행성에서 수집하는 건 어때? 예를 들면… 화성이라던가?
지휘관: '타워'는 성간 항행이 가능하지 않아……?
헬레나(META): 안 돼. 타워는 그런 우주선도 아니고, 안티 엑스는 결코 우주로 나갈 수 없어.
헬레나(META): ……안티 엑스의 기본 프로토콜과 관련된 내용이니까 더 이상은 묻지 마.
헬레나(META): 아무튼, 현단계에서 '여제의 보주'의 가장 큰 가치는 생산이 아니라 시뮬레이션이야.
헬레나(META): 타워나 별바다에 의존하지 않고, 어떠한 조직에도 간섭받지 않는 완전 독립적인 연산 기구지.
헬레나(META): 이건 미래 추론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함선의 멘탈 회복, 육성, 보강 등에도 사용할 수 있어.
헬레나(META): 함선에 국한된 게 아니라 인공지능에도 마찬가지야.
지휘관: ……회복, 육성, 보강이라….
지휘관: ……큐브 손상으로 인한 멘탈 회복에도 사용할 수 있어?
헬레나(META): 부분적으로는. 하지만 굳이 따지면 별바다도 같은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야.
지휘관: “어떠한 조직에도 간섭받지 않는 완전 독립적인 연산 기구”. 그리고 ‘인공지능’에도 유효….
헬레나(META): 맞아. 앞으로 옵저버가 여기에 모든 실험 기관의 본체를 재건할 거야.
헬레나(META): 그런 다음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연구 항목과 시뮬레이션 실험을 재개할 거야
헬레나(META): 예전에 '태양' 활동 운운했던 거 생각나지? 슬슬 그 타이밍이야.
헬레나(META): ……그쪽 상황은 어때? 순조로워?
지휘관: 뭐라고 말할 수가 없네. 마르코 폴로는 여전히 잠들어 있어. 의식도 돌아오지 않았고.
지휘관: 우리 시야 밖에서 무슨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도 몰라. 준비하려면 빠른 편이 좋겠어.
헬레나(META): 응. 네가 말해서 바로 착수했는데….
헬레나(META): 지금부터 앞으로의 계획을 설명해 줄게.
헬레나(META): 결론부터 말하면, NA 해역 특이점을 경유해서 마르코 폴로를 물리적으로 내 쪽으로 옮기는 게 좋겠어.
헬레나(META): 이쪽 환경은 훨씬 안전하고 안정적이야.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으면 즉시 처치하기도 쉬워.
헬레나(META): 너도 알다시피 마르코 폴로에게 일어난 일은 '매지션'이랑 관련이 있어.
헬레나(META): 지금 마르코 폴로가 빠진 특수한 상태를 이용하면 배후에 숨어 있는 매지션을 끌어내서 한 방 먹일 수 있을지도 몰라.
헬레나(META): 남의 일에 참견하기 좋아하잖아? 어디 한 번 더 해보라지.
헬레나의 어조는 담담했지만, 말에서 매지션에 대한 분노가 드러났다.
지휘관: 저번에 갚아준 거 아냐?
헬레나(META): 아니. 여유롭게 도망쳤어.
헬레나(META): 실험장β의 상황을 확인할 무렵에는 이미 자신의 흔적을 깨끗이 지웠었어. …네가 마르코 폴로의 상황을 발견할 때까지.
지휘관: 귀찮은 상대네. 매지션에 대해 더 알려줘.
헬레나(META): 나도…… 그 녀석에 대해서는 잘 몰라.
지휘관: 그래? 정보가 없는 거야?
헬레나(META): 내가 아는 정보는 아주 옛날 거야. 너무 변해서 처음에는 나도 그 녀석인 줄 몰랐어.
헬레나(META): 공격 방법도 그렇고…… 스스로를 '마담 M'이라고 하면서 마치 인간처럼 행동하고 있어…….
헬레나(META): 그리고 네게 알려 주고 싶어도 알려 줄 수 없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헬레나(META): 음……. 잠깐 정리 좀 해 볼게…….
헬레나(META): 아비터 매지션I. 최초의 AI 의사 인격은 실험장α의 '스펙트럴 문'…….
헬레나(META): 어흠. 세계α의 어떤 사건 이후, 어느 실험실에서 태어났어.
헬레나(META): 당시의 주 임무는… '엑스'의 인원과 시설에 대한…… 간섭…을 선별하고 판단하는 거였어.
헬레나(META): 철수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잔불'과 안티 엑스가 아직 협력하던 시기에 비로소 아비터가 되었어.
지휘관: (말을 고르려고 애쓰는 게 보이네….)
헬레나(META): 매지션의 능력은 '간섭'…. 모든 형태의 간섭을 실행할 수 있고, 모든 간섭에 대한 대응 수단을 갖추고 있어.
헬레나(META): 지금까지 네가 만난 그 어떤 아비터와도 달라.
헬레나(META): 아비터는 각자 자신의 특기 분야가 있고, 그 분야에 관련된 최첨단 장비를 가지고 있는 건 이미 알고 있지?
헬레나(META): 아비터로서 매지션의 장비는 모든 양산형 기체가 공유할 수 있는 장비는 아니야. 그렇다고 전용 장비도 아니지.
헬레나(META): 그건 메카 아비트레이터 '매지션'이라고 하는데, 소규모 생산이 가능한 집적…… 어흠. 의장의 함재기라고 생각하면 돼.
헬레나(META): 의장의 일부지만, 단독 행동, 원격 제어, 복수 조작이 가능해.
지휘관: 함재기처럼 날 수 있어?
헬레나(META): 응.
지휘관: 전용 장비를 양산형으로 운용한다……. '허밋'도 그런 범주에 속하나?
헬레나(META): 맞아.
지휘관: 하지만 전용 장비라는 건 대량 생산과 물량 작전이 강점인 안티 엑스의 특징과는 모순되는 거 같은데.
헬레나(META): 그건 타협이야.
헬레나(META): 라플라스의 악마나 자연 연산 시스템처럼, 가장 귀중한 장비들은 대개 양산할 수 없어.
헬레나(META): 물론 '타워'도 그렇고.
지휘관: ……네가 계속 말하는 '타워'는 아비터가 아니라 '탑'이라는 장비인 거지?
헬레나(META): 맞아.
헬레나(META): '타워'도 그렇고 '문'도 비슷해. '달'은 '탑'보다 규모가 크고…… 꽤 쓸 만해.
헬레나(META): 매지션과 비슷한 거라면… '스타'가 있겠네. '별'은 소규모로 양산할 수 있어.
평소와 달리 헬레나는 계속해서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었다.
→ ……이건 알려 줘도 괜찮은 거야?
→ ……이건 내가 들어도 되는 거야?
헬레나(META): 걱정 마. 잘 골라서 말하고 있으니까.
헬레나(META): 매지션은 타로 카드로 얼버무렸지? 그래서 나는 직접 알려 주는 거야.
헬레나는 왠지 갑자기 기분이 좋아 보였다.
지휘관: 그래. 그럼 더 알려 줄 건 없어?
헬레나(META): ……이제 없어.
헬레나(META): 마르코 폴로 얘기로 돌아가자면, 이쪽으로 옮겨서 보호 관찰을 실시하는 게 현 상황에서는 최선이야. 클레망소도 거절하지 않을 거야.
지휘관: 알겠어. 돌아가서 세부 사항을 조정하고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헬레나(META): 응.
지휘관: 그럼 슬슬 가 볼게. …맞다. 요크타운은 여기 없어?
헬레나(META): ……내가 걸려들 거 같아?
지휘관: 조금은 기대했는데.
헬레나(META): ……그래. 역시 그 때 봤구나.
지휘관: 아니. 별바다에서 본 건 그냥 검은 그림자였어. 근데 왠지 모르게 요크타운 같았거든.
헬레나(META): 그건 네가 지금 만나서는 안 되는 존재야.
헬레나(META): 그 존재는 알아도, 당장은 없는 거라고 생각해줘.
지휘관: 많이 알수록 위험해지니까?
헬레나(META): 이번엔 달라.
헬레나(META): 됐어. 이 이상은 네가 알면 안 되는 일이니까.
헬레나(META): 너도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남았지? 이만 끊을게.
~03. 빅 뉴스를 찾아서
사디아 교국. 로마
알프레도 오리아니[사디아 교국]: "아아… 로마! 로마여!“
알프레도 오리아니: "수년이 지났지만 사디아 연맹의 중심, 이 위대한 도시는 여전히 우아하고 번화하구나!“
알프레도 오리아니: "천 년이 넘게 건재한 가도를 걸으며 너의 공기에 취하는도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피렌체 공화국]: ……좀! 걸으면서 원고를 생각하지 마!
알프레도 오리아니: 다 빈치야말로 걸으면서 발명 생각하지 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나는 걸으면서도 여유롭게 발명품을 구상할 수 있어. 하지만 넌…… "아아, 내 친구 알프레도여. 그대는 아니야!“
알프레도 오리아니: 알았어 알았어! 그런 말투 하지 마!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알았으면 됐어~
알프레도 오리아니: 음. 근데 다 빈치는 진짜 모르겠어?
알프레도 오리아니: 이 고도에 감도는 기운……. 빅 뉴스의 기운!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냥 '콘클라베'잖아.
알프레도 오리아니: 이번엔 달라!
알프레도 오리아니: 내가 들었는데… 이번 교황은 '함선'이 될 거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뭐? 하지만 기존 추기경단에 함선은 없었는데…. 설마 요 며칠 사이에 갑자기 나왔나?
알프레도 오리아니: 설마가 바로 그 설마라니까! 내 비밀 정보에 따르면… 진짜로 요새 갑자기 나타났대!
알프레도 오리아니: 정확히는 지금까지 계획은 계속 있었는데 최근에야 성공했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넌 그런 걸 어떻게 알아?
알프레도 오리아니: 흐흥. 나 같은 거물 저널리스트쯤 되면 정보 제공자뿐만 아니라 익명의 제보도 마구 들어오거든!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그래. 그럼 더 재밌는 소식은 없어? 거물 저널리스트 님~?
알프레도 오리아니: …난 파파라치가 아냐!
알프레도 오리아니: 재미있는 소식이라면 물론 있지! 지금 우리가 찾고 있잖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네가 찾고 있는 거지. 난 그냥 어쩌다 가는 길이 겹쳤을 뿐이고.
알프레도 오리아니: 출발점도 같고, 동선도 같고, 목적지도 같잖아!
알프레도 오리아니: 음…. 시간상 양시칠리아 왕국 대표는 이미 도착했을 테고, 거기에 어제 도착한 베네치아, 제노바, 밀라노, 피렌체….
알프레도 오리아니: 사르데냐 연맹 대표가 모두 모였네. 음. 점점 수상해지고 있어~
레오나르도 다 빈치: 뭐가? 중요한 자리에 높으신 분들이 모이는 건 당연하잖아?
알프레도 오리아니: 하지만 그거하고 사디아 교국의 교황 선거가 무슨 상관이 있는데?
알프레도 오리아니: 저번에도, 그 저번에도 안 왔었잖아?
알프레도 오리아니: 이런 이상 사태가 증명하는 것은 단 하나. 내 정보대로 함선 교황이 탄생할 거야!
레오나르도 다 빈치: 양시칠리아 왕국도, 베네치아 공화국도 모두 함선이 최고 섭정을 맡고 있잖아. 새삼스러운 일도 아닌데.
알프레도 오리아니: 아아 진짜! 발명광인 넌 몰라!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래? 그럼 앞으로는 내 발명품 필요 없지?
알프레도 오리아니: 죄송합니다 위대하신 발명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님!
레오나르도 다 빈치: 흐흥~♪
알프레도 오리아니: 음… 근데 다 빈치는 누굴 만나러 가는 거야?
알프레도 오리아니: 이제 와서 따지는 것도 뭐하지만 어떻게 목적지가 완전히 일치할 수 있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네가 찾는 익명의 제보자와 내가 찾는 화가는 우연히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걸지도 모르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아. 걔네 집 지붕 보인다. 나 먼저 갈게~
알프레도 오리아니: 어디? ……뭐야, 내가 찾는 데하고 똑같잖아!
알프레도 오리아니: 잠깐만, 다 빈치! 우리 찾는 사람이 설마… 같은 사람 아니야!?
~04. 계획의 일환
NA 해역. 중심부 특이점 가장자리
지휘 갑판의 창문을 통해 특이점 입구의 형태가 뚜렷하게 보였다.
마르코 폴로 사건은 공개할 수 없는 기밀이기 때문에, 이번 작전은 심판정이 단독으로 담당하게 되었다.
클레망소는 작전 편성을 완료한 뒤 계속해서 유럽에 남아 외부의 시선을 끌었고, 호위는 르 테리블 등의 심판정 요원에게 맡겼다.
출발 전, 시나노는 심판정 비밀 거점에 설치한 것과 동일한 경보 법진을 선내에 설치해줬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아무런 문제도 일어나지 않았다.
르 테리블: 지휘관님. 약속 시간까지 앞으로 30분 남짓 남았습니다만… 바로 들어가시겠습니까? 아니면 시간까지 대기하시겠습니까?
지휘관: 특이점 내부는 매우 복잡해. 입구 부근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해도 경계를 늦춰서는 안 돼.
지휘관: 일찍 들어가서 기다리다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위험하니까 제시간에 들어가자.
르 테리블: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한 번 점검을 실시하겠습니다.
르 테리블: 갈리소니에르. '레이디 해트'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라 갈리소니에르: 똑같애. 시나노가 설치해 준 경보 법진도 그대로고.
르 테리블: 계속 지켜봐 주세요. 조금 더 돌다가 30분 뒤에 특이점으로 들어가겠습니다.
라 갈리소니에르: 알겠어~
작전의 비밀 유지를 위해 모든 연락과 기록에서 마르코 폴로의 이름은 코드네임으로 칭하기로 했다.
그게 바로 '레이디 해트'다.
왜 이런 코드네임으로 정한 건지 궁금해서 클레망소에게 물어봤지만…
"어차피 마르코 폴로도 동의할 거야~"라면서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딱히 반론을 제기한 동료도 없어서 이 코드네임으로 작전을 진행하기로 한 것이다.
…무사히 30분이 지나고, 심판정 특제 양산함과 함께 우리는 다시 NA 해역 중심부 특이점에 침투했다.
익숙한 현기증이 느껴지고, 특이점 외부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바다가 눈앞에 나타났다.
창밖으로 붉은 구름을 바라보며 문득 감회에 젖었다.
지휘관: (어느새 이 느낌에도 익숙해졌네…….)
지휘관: (바깥은 불길한 색조를 띠고 있지만…….)
새빨간 경치는 언뜻 보면 위험과 악의가 도사리고 있는 것 같았지만, 겉으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이 특이점의 골칫거리다.
설령 차분한 느낌의 경치에도 방심할 수 없다.
통신: ――――
카스미(META): 지휘관. 딱 맞춰 왔네. 카스미, 감동했어.
카스미(META): 지체하면 안 되니까 바로 인수인계 시작하자.
지휘관: 카스미구나? 지금 어디에 있어? 우리 쪽에선 너희 위치가 안 보여.
카스미(META): 헬레나의 계획에 따라 지금은 모습을 감추고 있어.
카스미(META): 너희는 양산함을 그냥 여기 두고 돌아가면 돼.
지휘관: 매지션을 낚는 작전이라… 꽤 자신 있나 보네.
베스탈(META): 네, 지휘관님. 걱정하지 마세요. '레이디 해트'는 저희가 잘 돌보겠습니다.
라 갈리소니에르: 지휘관, 테리블. 시나노의 법진이 깜빡이기 시작했어!
르 테리블: 법진이 빛난다…… 즉…….
카스미(META): 괜찮아. 헬레나가 연락했어. "걸렸다"고.
카스미(META): 지금 밖에서 저지하고 있으니까 법진이 정상화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행동해.
지휘관: (정말로 잘 된 건가…? 이제 막 특이점에 들어왔는데 반응이 너무 빠른 거 아냐?)
지휘관: (아니면 마르코 폴로가 특이점에 들어가면 자동으로 매지션에게 연락이 가는 장치라도 있나?)
지휘관: (…그래서 헬레나는 접선 지점을 특이점 내부로 정한 건가?)
라 갈리소니에르: 아, 지휘관. 경보 법진이 원래대로 돌아왔어.
지휘관: 헬레나는 뭐래?
카스미(META): "막상막하"래. 걱정하지 마.
카스미(META): 법진도 원래대로 돌아왔으니 인수인계를 계속하자.
카스미(META): 아까 카스미가 말한 대로 양산함만 남기고 돌아가줘.
지휘관: 그래. 그럼 마지막으로 마르코 폴로의 상태를 기록하고 올게.
나는 양산함 하층으로 가는 해치를 열었다.
――그러자 새하얀 세계가 눈에 들어왔다.
~05. 영야의 서막
사디아 교국. 로마
오후. 부드러운 햇살 아래, 어느 고요한 정원에서 모임이 열리고 있었다.
트렌토(META)[베네치아 공화국]: 제 정보에 의하면 추기경단은 오늘 최종 결과를 발표한다고 합니다.
줄리오 체사레(META)[양시칠리아 왕국]: 시간 낭비야.
줄리오 체사레(META): 이미 결정된 사항이면서 세간의 주목거리를 위한 논의를 아직까지도 계속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군.
트렌토(META): 그렇게 말하지 마세요. …사디아 교국에게는 그만큼 힘든 일이니까요.
줄리오 체사레(META): 이 일은 교국이 가장 이득이지 않나?
볼차노(META)[베네치아 공화국]: 세속과 종교, 왕권과 신권, 인간과 함선…. 손익 계산을 할 것이 너무 많으니까요.
안드레아 도리아(META)[양시칠리아 왕국]: 그러나 결국 교국은 한 발을 내디뎠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천 년 전 '신광의 성재'는 제국의 심장을 침략한 적을 멸망시켰을 뿐 아니라 이 땅을 재구성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날 이후 반도는 군도로 변했고, 제국은 멸망하고 교국이 태어났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우리는 지금까지 줄곧 그 '신의 빛' 속에서 살아왔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신의 빛으로 새 생명을 얻었지만, 신의 빛에 묶여, 신이 정한 길을 걷고 있어…….
트렌토(META): 그것이 단순한 신앙이라면 아무래도 좋겠지만… 문제는 그것이 허상이 아니라는 겁니다.
트렌토(META): '그것'은 실재합니다. 심지어 지금 우리 발밑에는 강철의 군세가 잠들어 있죠.
트렌토(META): 저는 이 사실을 알고 나서 단 하룻밤도 푹 잠든 적이 없습니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맞아…. 그래서 우리는 지금까지 계속 온건한 방법으로 신권을 약화시키고, 세속과 분리하려고 노력했지만…….
안드레아 도리아(META): 사디아 교국에게는 눈엣가시였겠지.
안드레아 도리아(META): 그리고 교국은 마침내 신이 선택한 함선이 바로 신의 유산을 조종하는 열쇠라는 사실을 알아냈어.
안드레아 도리아(META): 교국이 계속 위험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이상, 우리도 더욱 급진적인 방법을 취할 필요가 있어.
볼차노(META):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계속 노력해 왔습니다만…….
볼차노(META): 저는 어디까지나 사르데냐 연맹의 기사입니다. 충성을 맹세한 것은 오직 우리의 연맹뿐.
볼차노(META): 안드레아. 당신의 제안은 연맹 전체에 유익하다고 생각합니다.
볼차노(META): 모두가 자유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데 또 다시 신의 굴레에 얽매일 수는 없습니다.
볼차노(META): 교국이 바뀌지 않는다면, 우리가 바꾸면 됩니다.
안드레아 도리아(META): 후후후. 드디어 만장일치네.
안드레아 도리아(META): 함께 영야의 서막을 열자.
~06. 프로젝트 H
이제는 익숙한 하얀 공간에는 문 하나가 조용히 떠 있었다.
지휘관: 또 여긴가. …근데 왜?
물론 하얀 공간은 아무런 대답도 해 주지 않았다.
지휘관: 잠깐. ……이 묘한 감각… 뭔가 이상해.
지휘관: 누가 지켜보는 느낌이야.
지휘관: 이곳은 텅 빈 공간이 아냐. 시야는 온통 하얗지만, 저 너머 뭔가가 숨어 있을지도 몰라….
감에 의지해 주변을 조금 둘러봤지만, 닫혀 있는 문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역시 감은 감인가 보다.
지휘관: 결국 들어가 볼 수밖에 없나….
지휘관: 뭐, 어떻게든 되겠지.
문에 손을 댄 순간 세계가 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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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타: 사디아 공화국 해군 대령, 대양연방 군사 고문, 특별 조사 위원회 위원이자 제2의 가리발디――'유토피아 사보이'.
오스타: 오랜만이다. 유니온에 어서 오게.
나는 오스타와 함께 심플하게 꾸며진 객실에 들어섰다. 그러자 먼저 안에 있던 금발 여성이 복잡한 눈빛으로 이쪽을 쳐다봤다.
유토피아 사보이는 이 장황한 인사에 대응하려고 입을 열었다.
그러나 그녀의 입에서 나온 것은 결국 소리 없는 한숨이었다.
유토피아 사보이: ……둘 다 오랜만이야.
유토피아 사보이: 학술 교류를 위한 방문이라고 들었는데?
오스타: 그저 딱딱한 분위기를 풀고 싶었을 뿐이다. 자네도 그렇게 긴장하지 말게.
유토피아 사보이: 그래서, '제2의 가리발디'라는 별명은 네가 퍼트린 거야?
오스타: 당연히 아니지. 내가 그런 개성 없는 별명을 지었겠나?
유토피아 사보이: '심판자', '의문의 인물'……. 확실히 너답지는 않네.
오스타: 그래. 나라면 '황금 매(골든 호크)', '검을 쥔 자(소드 베어러)' 같은 이름을 붙였겠지.
유토피아 사보이: ………….
방안의 온도가 갑자기 떨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오스타: ……미안하다. 농담이었다.
오스타: 그보다 우리가 온 이유는 이미 짐작하고 있겠지?
유토피아 사보이: 떠보는 말투로군.
유토피아 사보이: 나도 비밀 유지 의무가 있어. 조사 위원회와 관련된 질문이라면 대답할 수 없어.
유토피아 사보이: 하지만…… 일부 상황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이라면 어느 정도는 말해도 되겠지.
유토피아 사보이: 어쨌든 나는 대외적으로 숨기지는 않았으니까.
유토피아 사보이: 그래서 뭐가 궁금하지?
………….
→ '■■■■'에 대해서
유토피아 사보이: ……이름대로 터무니없는 괴물을 풀어줬어.
유토피아 사보이: 큐브에 숨겨진 비밀과 위험성은 이미 우리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어.
오스타: 나는 예외지만.
유토피아 사보이: ……그래. 관계자 '대부분'의 예상을 뛰어넘었어.
유토피아 사보이: 이런 미친 실험은 모두 즉각 중단되어야 해.
→ '■ ■■'에 대해
유토피아 사보이: 나는 대령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생각해.
유토피아 사보이: 그의 올바른 판단은 많은 사람을 구했어. 그리고 판도라의 상자를 파괴한 것은 그 이상의 공적이야.
유토피아 사보이: 지금은 상자가 완전히 파괴되었기를 바라는 수밖에 없지.
유토피아 사보이: 아무튼 우리의 좋은 친구에게 경의를 표하지.
→ '■■■ ■■■■■'에 대해서
유토피아 사보이: ……정말 착한 아이야. 이런 처사를 당해서는 안 됐어.
유토피아 사보이: 위원회는 공정한 조사를 진행할 거야. 내가 보증하지.
유토피아 사보이: 부디 편히 잠들기를.
오스타: 안쥬와 함선들은?
유토피아 사보이: 낙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군.
유토피아 사보이: …아니, 정정하지. "낙관해서는 안 돼“.
유토피아 사보이: 그 사건에 대한 대중의 공포는 이해할 수 있어.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공포심에 굴복해서 판단력을 잃었어.
유토피아 사보이: 특히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이.
유토피아 사보이: '함선'의 본질, 그리고 성품……. 그들을 창조한 우리가 가장 잘 알고 있을 테지.
오스타: ……그들은 충분히 믿을 만한 이유를 만들어 냈지. 그로 인해 대중을 선동할 수 있었고.
유토피아 사보이: 그래. 이 모든 원동력은 공포에서 비롯됐어.
유토피아 사보이: 그저 공포만으로……. 황당하군.
오스타: 나는 함선의 안정성을 강화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면 큐브의 출력 제한, 경보기 등 당장이라도 양산할 수 있는 보조 장비들이 있지.
오스타: 곧 상황은 바뀔 거야.
유토피아 사보이: '강심제'인가…. 기대하겠어.
유토피아 사보이: 그렇다고 해도 나는 평소에는 유럽에 있으니까,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에는 손대기 힘들어.
유토피아 사보이: 그래도 내가 도울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말해줘.
오스타: 그럼 좋다. 사실 이번 '학술 교류'는 단순히 수다나 떨기 위한 구실이 아냐.
오스타: 나는 지금 새로운 AI 멘탈 모델 훈련 계획의 협력자를 찾고 있다.
오스타: 사디아 공화국은 정말로 좋은 곳이야. 그 사건의 영향이 가장 작고, 게다가… 종교적 풍토가 강하지.
유토피아 사보이: ……종교적 풍토?
유토피아 사보이: 종교를 이용해 AI를 훈련시킬 셈인가?
오스타: 아직은 구상 단계지만 우선 기초 기술의 선행 연구를 하고 싶다.
오스타: 가칭 '프로젝트 H'. 관심 있나?
~07. 교황 성하
마르코 폴로: "나는 구름에서 내려와 천국으로 돌아간다.“
마르코 폴로: "나는 도시를 걸으며 인간의 고전과 질서를 느낀다.“
마르코 폴로: "나는 가도를 걸으며 인간의 생명과 활력을 느낀다.“
마르코 폴로: "나는 성당을 걸으며 인간의 경건과 장엄을 느낀다.“
마르코 폴로: "나의 여정은 드디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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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아 교국. 로마
환한 햇살 아래 광장은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예상했던 소란은 일어나지 않았고, 다들 무거운 표정으로 대성당 발코니를 바라보며 조용히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왔다!"――군중 속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아아… 저 관과 홀. 틀림없어. 분명 그녀야!"――다른 목소리가 말했다.
"교황 성하께서 오셨다!"――점점 더 많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거리의 종이 일제히 울렸다. 군중도 들끓기 시작했다.
마침내 새로운 교황과 민중과의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대성당 발코니. 신임 교황은 모두의 주목 속에 눈을 떴다.
마르코 폴로: ……어?
마르코 폴로: ……뭐야, 이 사람들…. 왜 다 날 보고 있지?
마르코 폴로: 꿈…인가?
마르코 폴로: 꿈이겠지……?
교황은 눈을 감고 잠시 생각하다가 다시 눈을 떴다.
눈앞의 광경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몇 초 전보다 더욱 뜨거운 열기가 느껴졌다.
마르코 폴로: ……꿈이 아니야.
마르코 폴로: ……꿈이 아니라고!? 대체 뭔데!?
마르코 폴로: ……교황 성하…?
마르코 폴로: ……누구?
마르코 폴로: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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