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법진 안
사디아 제국
구 세계 박람회 회장
중앵 파빌리온
'반혼식'이 거행되는 날이 찾아왔다.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한 일행은 숨을 죽이고 조용히 의식이 시작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흐르는 빛과 함께 금빛 나비가 나타나 공중을 누볐다.
나비에 닿은 결계가 하나, 또 하나씩 움직이며 정연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사디아에 있는 중앵 파빌리온. 그리고 동쪽 끝에 있는 용궁.
두 장소의 의식 법진이 동시에 가동됐다.
멤피스: 이게 중앵의 의식……. 벨이 보여준 영화보다 훨씬 대단하네…….
헬레나: 몸 주변에서 무언가 기이한 힘이 흐르고 있어. ……이게 영혼이야…?
이윽고 보랏빛 나비가 나타났다.
두 색의 빛이 흩날리는 가운데 황폐해진 대지가 다시 생기를 되찾고, 무너진 가옥이 새로워지고, 쓰러진 영혼들이 다시 깨어나는 광경이 보였다.
시나노: ……무사시. 돌아왔구나…….
아마기(항모): 잘됐네요, 아카기. 의식은 무사히 끝났습니다.
아카기: 네…… 다행이에요…….
결계의 빛이 교차하는 가운데 회장에 또 다른 소녀의 모습이 나타났다.
운젠: 야마토 님께서도 의식의 성공에 축하의 말씀을 전하셨습니다.
운젠: 무사시 님은 이미 소생하셨고, 앞으로 해야 할 일을 파악하고 계십니다.
운젠: 반혼이 이루어졌으니 이제 지휘관님을 추적하는 법진을 가동할 때가 되었습니다.
시나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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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나비가 새로 태어나 금빛, 보랏빛 나비와 함께 하늘을 날아다녔다.
결계의 힘으로 만들어직 벽과 바닥이 바뀌고, 숨겨진 무수한 법진들이 드러났다.
머리 위로는 환상의 밤하늘, 주변에는 다양한 중앵의 의식용 결계가 빛나고 있었다.
운젠: '추적 지침'이 되실 분은 누구십니까?
'추적 지침'이란 법진이 관측하는 범위를 설정하고, 지휘관의 위치를 찾는 존재다.
법진이 가동되는 동안 추적 지침을 맡은 사람은 진의 중심에 계속 머물며, 의식의 힘으로 적의 정신 간섭의 영향을 배제할 필요가 있다.
엄청난 힘을 조작하는 부담을 감수하면서, 쏟아지는 방대한 정보에서 지휘관의 흔적을 찾아내야만 한다.
따라서 추적 지침의 역할은 강인한 정신력을 요구받으며, 장시간 지속되다 보면 심신에 심각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아카기: 제가 할게요.
아마기(항모): 저도 있으니까 힘들면 무리하지 말고 교대해요.
아카기: ……알겠어요. 아마기 언니.
아카기: 언니만큼 와타츠미에 대한 친화력은 없지만, 충분히 해낼 수 있어요.
운젠: 다음, '안내 표지'가 되실 분은 누구십니까?
'안내 표지'는 목표를 표시하고 추적을 보조하는 존재다.
본래 의식에는 존재하지 않는 역할이지만, 멤피스가 지휘관에게 손수건을 선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야마토가 법진을 임시로 조정했다.
멤피스: 지휘관이 가지고 있는 건 내 손수건이니까 내가 할 수밖에 없네.
멤피스: 걱정 마. 반드시 지휘관을 데리고 올 테니까!
운젠: 두 분께서는 법진 안으로 오시지요.
아카기: 네. 준비됐어요.
두 사람은 법진 안으로 발을 디뎠다.
그러자 날아다니던 삼색 나비가 원을 그리며 빛의 기둥이 되어 안에 있는 두 사람을 감쌌다.
멤피스: (지휘관…… 기다려.)
아카기: (지휘관님…….)
운젠: 추적 법진이여, 종적을 찾아라…!
~20. 가능성의 한계
빛이 사라지자 밝은 교실이 눈에 들어왔다.
보라색 머리의 여성이 미소를 지으며 교단에서 이쪽으로 걸어왔다.
마담 M: 어때? 이 깜짝 선물은 마음에 들었어?
지휘관: 깜짝 선물이라기 보단 몰카잖아…. 역시 처음부터 알고 있었구나.
지휘관: '별의 짐승'은 대체 뭐야?
마담 M: 글쎄. 네 힘으로는 상대할 수 없다고 말할 수밖에.
마담 M: "지금의 네게 승산은 없어."
지휘관: ……동감이야.
지휘관: 하지만 더 일찍 준비하면 바뀔지도 몰라.
지휘관: 날 3일 전으로 돌려보낼 능력이 있다면, 더 전으로는 안 돼? 3년이나 30년 정도?
마담 M: 거기서 계속 살 셈이야?
지휘관: 그냥 가능성을 얘기한 거야.
마담 M: 처음에는 할 수 있었어. 하지만 지금은 안 돼.
지휘관: 왜? 벌써 두 번이나 과거로 돌아갔었잖아.
마담 M: 3일 내…… 정확히 말하면 4일 이내라는 제한이 있어.
마담 M: 너는 지금까지, 그 세계의 4일 간의 '가능성'으로 돌아갔을 뿐이야.
마담 M: 네가 처음으로 그 세계에 나타난 게 4일 전이었기 때문에, 그 이후라면 존재할 수 있지만, 그 이전은 안 돼.
마담 M: 몇 번이나 '최초의 관측'이 존재할 리가 없잖아?
마담 M: 물론 가지를 바꾼다면 더 이른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마담 M: 네가 원하는 건 그런 게 아니잖아?
지휘관: 맞아.
마담 M: 후후후. 그럼 그 차이를 물어봐도 돼?
지휘관: ……아직 명확한 결론은 없어.
마담 M: 그래. 그럼 계속 생각해 보자.
마담 M: 절망적인 존재, '별의 짐승'과 맞닥트렸는데도 너는 계속할 거야?
지휘관: 당연하지. 누구나 절망할 수 있어. 하지만 지휘관은 안 돼.
지휘관: 애초에 아직 절망적인 상황은 아니야. …아직 해보고 싶은 작전도 있고.
지휘관: 정 안 되겠으면 거점을 옮기라고 설득할 수도 있으니까.
지휘관: 어쨌든, 계속 바꾸어 나갈 거야.
마담 M: 그래. 기대할게.
~21. 결전 준비
T=T-5
양산함 현창을 통해 동료들이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지휘관: (……레지스탕스 기지 주변 해역이군. '별의 짐승'이 나타나기까지 앞으로 5시간도 안 남았어.)
지휘관: (별의 짐승은 무한정 머물지는 못하는 것 같아.)
지휘관: (그렇다면 즉각 철수하고 별의 짐승이 물러날 때까지 몸을 피하는 것이 좋겠지만….)
지휘관: (갑자기 본부를 포기하면 레지스탕스의 피해는 천문학적으로 커질 수 있어.)
지휘관: (애초에 적에게 포위된 상황에서 철수하기도 쉽지 않고…….)
지휘관: (철수가 불가능하다면…… 시간을 끌면서 녀석의 약점을 찾아보는 수밖에.)
지휘관: (무적으로 보여도 과거에 두 번이나 물리친 적이 있으니까, 방법은 있을 거야.)
지휘관: (세이렌이 남긴 시설을 활용하면 녀석이 사라질 때까지 시간을 벌 수 있을지도 몰라…….)
지휘관: (싸울 것인가, 후퇴할 것인가……. 판단은 그녀들에게 맡기자.)
고개를 드니 루메이가 내보낸 정찰기가 멀리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곧 히퍼의 정보가 도착할 터였다.
→ 루메이에게 별의 짐승에 대해 묻는다
프리츠 루메이: '별의 짐승'……? 외부의 짐승의 지배 개체 말인가?
프리츠 루메이: 왜 갑자기 그런 얘기를 하는 거지?
지휘관: 이번에 우리가 싸우는 배후는 바로 그 녀석이야.
지휘관: (시간이 없어. 불필요한 말은 다 끊는 수밖에.)
프리츠 루메이: 농담이라면 웃기지 않는다.
지휘관: 농담이 아냐.
루메이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거짓의 흔적을 찾으려고 했다.
프리츠 루메이: ……얼마나 확신하나?
지휘관: 100%. 게다가 녀석이 나타나기까지 5시간도 안 남았어.
지휘관: 먼저 와서 난동을 부린 히퍼가 별의 짐승에게 깊은 원한을 품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어.
프리츠 루메이: 너는 거기까지 알고 있는 건가…….
프리츠 루메이: 너무 성급히 정찰기를 띄웠군…….
루메이는 시선을 돌렸다.
프리츠 루메이: ……정말로 농담은 아니겠지.
지휘관: 별의 짐승의 약점은 뭐지? 이번이 네 번째 출현이지?
프리츠 루메이: 정말로 나타난다면…… 네 번째다.
프리츠 루메이: 설마 녀석을 해치우려는 건가?
지휘관: 아니. 가능하다면 피하고 싶어.
지휘관: 네 시간 이내에 본부를 이전할 수 있어?
프리츠 루메이: ………….
프리츠 루메이: 인원만이라면 가능하다. 하지만…… 물자와 설비의 95% 이상을 포기해야 한다.
지휘관: 목숨보다 중요한 건 없어.
프리츠 루메이: 목숨만으로는 싸움에서 이길 수 없지.
루메이는 씁쓸한 어조로 고개를 저었다.
프리츠 루메이: 이 섬은 철혈 레지스탕스의 장비 생산과 유지 보수 기능을 갖추고 있는 마지막 거점이다.
프리츠 루메이: 이곳을 잃는다면 급히 이송한 물자만으로는…… 어떤 우군의 지배 영역에도 도달할 수 없어.
지휘관: 피하는 것은 논외인가….
프리츠 루메이: 그래. 싸울 수밖에 없다.
프리츠 루메이: 우리는 안 되겠지만, 너 혼자만이라면…….
지휘관: 동료라고 했으면서 그런 섭섭한 말은 하지 마.
지휘관: 별의 짐승이 세 번째로 출현했을 때 얼마 동안 기승을 부렸지?
프리츠 루메이: 17일 동안이다.
지휘관: 진로상의 모든 것이 파괴되었나?
프리츠 루메이: 세이렌이 남긴 견고한 요새 몇몇은 살아남았다만…….
프리츠 루메이: 설마 기지에서 농성할 셈인가?
프리츠 루메이: 본부 시설의 방어가 아무리 단단하다고 해도, 세이렌이 남긴 대형 요새와는 비교할 수 없어.
지휘관: 지금은 부족하지. 하지만 강화할 수 있을지도 몰라.
지휘관: 세이렌은 원래 이곳에 어떤 대형 장비를 건설하려고 했어.
지휘관: 이터널 스타는 공격 모듈, 기지의 에너지 타워는 동력 모듈이라면, 자연스럽게 경면해역은 방어 모듈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
지휘관: 이터널 스타를 복구했을 때처럼 각 시설의 기능을 재구축하여 본래 힘을 발휘하게 하면…….
프리츠 루메이: 잠깐만. 분명 보고서가 있을 거다.
프리츠 루메이: 찾았다. 출발 전에 기술부에서 준 것이다.
프리츠 루메이: 1호기의 복구가 완료된 후, 홀에 있는 제3, 4 콘솔이 잠시 점등되었다고 한다.
지휘관: 그거다! 다른 구조물에도 통제실이 있어?
프리츠 루메이: 있기는 하다만, 1호기의 통제실이 가장 넓다.
지휘관: 1호기는 단순한 공격 모듈이 아니라…… 제어 중추일 가능성도 있겠군.
지휘관: 시도해 볼 가치는 있겠어.
지휘관: 그리고 히퍼 말인데……. 우리 지휘하에 둘 수는 없나?
프리츠 루메이: 그래. 별의 짐승이 나타난다는 걸 알면 순순히 우리에게 협력할 거다.
지휘관: 그리고 현재 방어 범위는 축소하자. 안팎으로 적을 협공한다는 원래 계획은 포기하고 전력을 보존해야 돼.
프리츠 루메이: 동의한다. 분담해서 준비하도록 하지.
지휘관: 좋아. 그럼 나는 바로 이터널 스타 1호기로 갈게.
프리츠 루메이: Z52. 지휘관을 호위해.
Z52: 헤헤. 맡겨줘!
~22. 물거품
출렁이는 바다 위에서 Z52는 외부의 짐승들 사이를 멋지게 헤쳐 나갔다.
나도 양산함에서 고속 부유정으로 갈아타고 Z52와 함께 적진을 빠져나갔다.
Z52: 썬더 하트, 버스트!!
쾅――!!!
전장의 변화를 감지한 듯 외부의 짐승들은 촉수를 뻗어 우리 진로를 가로막으려 했다.
Z52: 느려 느려!
Z52: 날아라 버스트, 타올라라 썬더 하트!!
콰앙――!!!
촉수의 장벽은 만들어지기도 전에 돌파당했다.
위잉――――
갑자기 공간 속에 기이한 울림이 들렸다. 심장 박동은 물론 부유정의 엔진음까지 멈춘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 느낌은 어디론가 사라졌다.
지휘관: 이 느낌… 저쪽도 초조한가 보군.
지휘관: 작전이 들어맞았어.
지휘관: 조급해하지 마. 곧 상대해 줄 테니.
Z52: 목표 지점이 코앞이야! 프테라 부대, 출동!
덤벼드는 짐승들을 흐트러트린 다음, 드론 무리는 부유정을 끌어올려 이터널 스타 안으로 들여보냈다.
Z52: Z52, 이제부터 본대로 복귀한다!
Z52: 작전이 성공하길 빌게!
Z52: 지휘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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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홀에 있는 제3 콘솔을 훑어봤다.
지휘관: 공방 일체의 방벽, '미드가르드의 벽'.
지휘관: (역시 여기 경면해역은 단순히 레지스탕스 기지를 숨기기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냐.)
지휘관: (공격 모드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건가…? 아쉽지만 방어 모드만 사용할 수밖에.)
로그에 남아 있는 절차대로 콘솔에서 명령을 입력했다.
권한 인증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명령은 물 흐르듯 실행되었다.
경면해역의 보이지 않던 경계가 점점 왜곡되며 배리어 같은 것이 나타났다.
지휘관: 다음은 네 번째 콘솔이군.
방어 모드 기동과 동시에 제4 콘솔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지휘관: 이쪽 로그는…… 주로 에너지 타워에 관한 내용이네.
지휘관: 몇 년이나 지났는데 손상 하나 없고 멀쩡하군.
지휘관: 이름은…… '미드가르드의 탑'?
지휘관: (어디서 들어본 이름인데. 이것도 기억하고 관련이 있는 건가?)
전에 뒤스부르크가 에너지 타워에 숨겨진 비밀이 담겨 있다고 말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는 계속해서 정보를 살펴봤다.
지휘관: 관련 기록하고 권한이 전부 잠겨 있어.
지휘관: 흐음…. '요르문간드'의 진도가 40%에 도달한 후에 개방?
지휘관: 요르문간드?
지휘관: 세이렌은 대체 여기서 뭘 하려고 했던 거야…?
더 뒤져 봤지만 그 이상의 유의미한 단서는 찾지 못했다.
위잉――――
또 다시 그 기이한 소리가 울렸다.
하늘의 별 하나가 갑자기 눈부시게 퍼져나가 순식간의 하늘의 절반을 뒤덮었다.
지휘관: 저번보다 빨라…! 역시 위기감을 느꼈나…!?
지휘관: 그럼 나도 지금까지 준비한 결과물을 보여 주겠어…!
지휘관: 이터널 스타, 공격 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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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된 하늘에서 푸른 별이 빛났다.
프리츠 루메이: 로드 클래스…… 정말로 나타났군.
프리츠 루메이: 경면해역이 변하고 있는 걸 보니 지휘관의 작전도 성공한 모양이야.
Z9: ……괘, 괜찮겠죠……?
프리츠 루메이: 다른 선택지는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싸우는 것뿐이다.
수많은 촉수가 하늘과 바다의 간극을 봉합하려는 듯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터널 스타가 쏘아 올린 포화로 인해 조각난 촉수들이 우박처럼 바다로 떨어졌다.
위잉――――
기이한 소리가 계속 들렸지만, 그 안에 담긴 에너지는 모두 경면해역의 장벽에 막혔다.
프리츠 루메이: 잘 되어 가고 있군.
어드미럴 히퍼(META): 흥! 꼴좋다! 맘대로 날뛰는 것도 여기까지야!
어드미럴 히퍼(META): 드이어 복수할 수 있어…!
프리츠 루메이: 히퍼. 흥분하지 말고 작전대로 움직여라.
어드미럴 히퍼(META): 알고 있어!
어드미럴 히퍼(META): 하지만 배리어로 저 녀석을 막을 순 없을 거야….
프리츠 루메이: 시간은 벌 수 있다. 대책은 그 사이에 세우면 돼.
프리츠 루메이: 각 함. 촉수에 화력을 집중하라! 별의 짐승의 강림을 지연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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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뒤스부르크: 이 소리는… 에너지 타워가 폭발했어!?
프리츠 루메이: 이런……. 배리어가 뚫리기 전에 먼저 에너지 타워가 과열된 건가…!
어드미럴 히퍼(META): 너희는 충분히 노력했어.
어드미럴 히퍼(META): 이제부터는 정정당당하게 저 녀석하고 싸울 거야.
어드미럴 히퍼(META): 동생들의 원수…… 내가 갚아주마!
어드미럴 히퍼(META): 더 이상 그때의 나약한 내가 아냐……!
어드미럴 히퍼(META): 어드미럴 히퍼급…… 최고의 전과로 삼아주지!!
드넓은 별하늘을 향해 히퍼는 선전포고를 했다.
별의 짐승: 주제를 모르는군.
별의 짐승: 반디의 빛은,
별의 짐승: 하늘의 별에 비길 수 없다.
별의 짐승: 나는 별의 짐승.
별의 짐승: 별을 이끌고 나타나,
별의 짐승: 별을 품고 사라진다.
별의 짐승: 나에게 복종하라.
별의 짐승: 나의 이름을 찬양하라.
별의 짐승: 나의 명령에 따르라.
어드미럴 히퍼(META): 후후…….
어드미럴 히퍼(META): 잘도 지껄이는군…!
별의 짐승: 그렇다면,
별의 짐승: 이전처럼,
별의 짐승: 멸망하라.
별의 짐승: 이전처럼.
별의 짐승: 나는 별의 짐승.
별의 짐승: 별을 이끌고 나타나,
별의 짐승: 별을 품고 사라진다.
별의 짐승: 천지가 더럽혀졌으니,
별의 짐승: 부서지고 다시 태어나라.
눈부시게 하얀 빛 속에 이터널 스타를 비롯한 모든 것이 천천히 무너져 내렸다.
――――
귓가에 카드를 섞는 소리가 들렸다.
~23. 염원
사디아 제국
구 세계 박람회 회장
중앵 파빌리온
외부와 차단된 법진 안은 그야말로 다른 세계가 펼쳐져 있었다.
항구에는 화물선이 분주히 오가고 있었다.
멤피스: 여기는…… NY 시티?
멤피스: 우리 NY 시티에 온 거야?!
아카기: 아니. 이건 그냥 진법을 통해 보는 풍경일 뿐이야.
아카기: 지휘관님은 유니온과 관계가 깊으니까 여기서부터 찾아보자.
아카기: 어때? 뭔가 느껴져?
멤피스: 아무것도 안 느껴져…….
아카기: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하나씩 해보자.
하늘에서 금빛이 쏟아져 아카기를 중심으로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분주했던 NY 시티 항구는 거품처럼 사라졌다.
멤피스: 항구가 사라졌어!?
아카기: 검색이 끝났으니 범위에서 제외했을 뿐이야.
아카기: 일일이 놀랄 셈이니?
멤피스: …….
멤피스: 다, 다음으로 가자!
혼돈의 바다. 이상 기상이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었다.
멤피스: 여기는 버뮤다구나!
아카기: 뭔가 느껴져?
멤피스: ……아니.
아카기: 다음.
해질 무렵의 섬. 등불이 간간히 빛나고 있었다.
멤피스: AF 기지까지 볼 수 있다니……. 이거 너무 반칙 아냐?!
멤피스: 향후 군사 행동에…….
아카기: ……지휘관님을 찾는 데 집중해.
멤피스: 미, 미안……. 하지만 여기서도 안 느껴져.
아카기: ……이대로는 너무 느려.
멤피스: 어쩔 셈이야……?
아카기: 흥……. 당연히 속도를 높여야지.
아카기: ……우선은 태평양 전체야.
높은 하늘. 태평양에 흩어진 섬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아카기: 큭……! 콜록콜록……!!
멤피스: !? 너무 무리하는 거 아냐?!
멤피스: ……안색이 안 좋아! 아카기, 괜찮아!?
아카기: 콜록콜록…… 괜찮…아!
멤피스: 피를 토했잖아…! 일단 쉬어!
아카기: 바보 같은 소리 작작 해! 죽는 것도 아닌데…!
아카기: ……이번엔 어때?
멤피스: 아주 조금이지만 뭔가 있어!
아카기: 어디!? 빨리 알려줘!
멤피스: 여기가 아니야! 좀 더 북쪽!
아카기: 좀 더 북쪽…? 설마 극지방?
아카기: 다음…!
얼음의 절해. 살을 에는 듯한 찬바람이 휘몰아쳤다.
아카기: 하아…하아……. 이번에는…!?
멤피스: 감응이 강해졌어! 여기야! 여기 있어!
아카기: 범위를 좁힐게! 다음…!!
깊고 푸른 세계. 얼음 덩어리처럼 보이는 거대한 정육면체가 해저에 조용히 서 있었다.
멤피스: ……여긴 어디야?
아카기: 범위만 좁혔지 장소는 바꾸지 않았어. ……아마도 극지방 아래일 거야.
아카기: 설마 바닷속 경면해역인가……?
멤피스: 아, 더 강해졌어……!
아카기: …아무래도 여기가 맞나 보네. ……다음!
멤피스: 주변의 풍경이…… 그대로네?
멤피스: 게다가 이 빛은 뭐야……?!
아카기: 어떤 힘이 법진에 맞서고 있어…….
아카기: 흥……. 밑에 뭘 숨기고 있는지 보자…!
아카기: 열어라……!
아카기: 열어!!
아카기: 열어열어열어열어열어!!
별이 빛나는 전장. 불길이 거세게 타오르고 있었다.
멤피스: 훨씬 더 강해졌어! 지휘관은 분명 이 근처에 있을 거야!
아카기: 지휘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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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따사로운 햇살이 책상과 의자에 내리쬐고 있었다.
멤피스: 여기는…….
아카기: ……교실?
~24. 순간, 마음, 이어짐
빛이 사라지자 밝은 교실이 눈에 들어왔다.
마담 M: 아쉽네. 에너지 타워가 버티질 못하다니.
마담 M은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지휘관: 그러게. 처음에는 잘 될 줄 알았는데.
마담 M: 말했잖아. "지금의 네게 승산은 없다", 고.
지휘관: 난 포기하는 습관은 없거든. 얼마든지 발버둥칠 거야.
마담 M: 다음 계획은 뭐야?
지휘관: 우선은 너와 몇 가지 논의할 게 있어.
마담 M: 그래, 좋아.
지휘관: '별의 짐승'은 지금까지 단 네 번 출현했으며, 마지막으로 나타난지 수십 년이 지났다.
지휘관: 내가 저 세계에 발을 들인 건 마침 녀석이 출현하기 일주일 전……. 그건 뭐 좋아.
지휘관: 하지만 이번 싸움에서는 저번보다 일찍 나타났어.
마담 M: 그 이유는 뭐라고 생각해?
지휘관: 레지스탕스 기지가 세워져 있던 세이렌 시설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야.
지휘관: 루메이 일행이 질버슈테른 섬 탈환 작전을 펼칠 때부터 적은 이미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었어.
지휘관: 아마도 그 시점에서 별의 짐승은 우리 행동을 눈치채고 있었겠지.
지휘관: 그리고 내가 이터널 스타를 복구하고, 미드가르드의 벽을 기동하자, 놈은 경계하기 시작했어.
지휘관: 그래서 결국…… 이전보다 빨리 강림하게 된 거야.
지휘관: 세이렌이 남긴 '요르문간드'라는 건 대체 뭐야?
마담 M: 실험 기관이 남긴 별의 짐승을 위협할 수 있는 존재야.
지휘관: 실험 기관……. 역시 이것도 '엑스'하고 관련이 있는 건가?
지휘관: 하지만 외부의 짐승은 내가 기억하는 엑스하고는 너무 다른데….
마담 M: '외부의 짐승'은 엑스의 힘이 현실 세계에 일시적으로 투영된 형태일 뿐이야.
마담 M: 엑스와 관련은 있지만, 엑스 그 자체는 아냐.
지휘관: 그렇군, 그래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야.
지휘관: 실험장에 엑스의 첨병이 침입했는데 왜 아비터는 움직이지 않지?
마담 M: 흐응? 왜 내가 아비터에 대해 알 거라고 생각해?
지휘관: …나는 네가 그들 중 하나라고 의심하고 있거든.
지휘관: 안 그래, 마담 M? 아니… 아비터 I, 매지션!
마담 M: 후후후. 글쎄…. 만약 내가 매지션이라면…… 지금 이렇게 너와 함께 사태에 대처하고 있잖아?
지휘관: ………….
마담 M: 세이렌 시설의 별의 짐승을 끌어들였다고 생각한다면 다음에는 아예 에너지 타워를 파괴해 버리는 건 어때?
마담 M: 별의 짐승의 경각심이 사라지면 위기도 사라지겠지.
지휘관: 그럴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 다음은?
지휘관: 인류는 항상 발전을 거듭해. 별의 짐승은 언젠가 반드시 위협을 느끼고 다시 강림할 거야.
마담 M: 하지만 그건 먼 미래의 이야기야. 적어도 당장은 무사할 수 있잖아?
지휘관: 별의 짐승이 올 때마다 세계의 힘은 점점 더 약해져.
지휘관: 실제로 두 번째로 나타났을 때 세이렌이 멸망했지. 다음에 별의 짐승이 찾아왔을 때 녀석을 격퇴할 수 있으리라고는 장담할 수 없어.
지휘관: ……이번이 마지막 기회야.
마담 M: 말했을 텐데? "지금의 네게 승산은 없다", 고.
지휘관: 그래. '지금'의 나는 이길 수 없지.
지휘관: 하지만 '과거'…. 혹은 '미래'의 나라면 어떨까?
가슴 주머니에 넣어뒀던 손수건이 희미하게 빛났다. 부드러운 빛에서 동료들의 마음이 느껴졌다.
지휘관: 그래서 네가 내 기억을 차단한 거구나.
지휘관: 언제까지나 네 뜻대로 날 유도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 매지션.
교실 안은 손수건에서 방출된 강한 빛에 휩싸였다.
빛이 사라지자 밝은 교실 안에 낯익은 모습들이 나타났다.
멤피스: 지휘관!?
아카기: 지휘관님!?
지휘관: 멤피스… 아카기!?
머릿속의 안개가 걷히면서 실험장β, 아주르 레인에 대한 기억이 단번에 되살아났다.
해방된 기억들이 파도처럼 밀려오고, 소중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재차 빛났다.
감각 또한 날카로워져, 뇌가 전에 없던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지휘관: (에너지 큐브, 멘탈 큐브, 운석 샘플, 와타츠미…….)
지휘관: (집념… 환상…… 영혼…… 재생…….)
지휘관: (그런 거였나……!)
멤피스: 드디어 찾았다! 지휘관, 괜찮아!?
지휘관: 괜찮아. 너희는 어떻게 날 찾은 거야?
아카기: 야마토가 준비한 추적 법진 덕분이에요.
두 사람은 내게 축하연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해줬다.
지휘관: 그런 일이 벌어졌었다니……. 야마토에게는 또 빚을 졌군.
지휘관: 너희도 고생했어.
멤피스: 아니야. 당연한 일인걸.
아카기: 네. 이제 돌아갈까요?
지휘관: 아니. 아직은 안 돼. 중요한 일이 남아 있어.
지휘관: 그래도 걱정 마. 너희가 와 준 덕분에 승기가 보였어. 곧 원래 세계로 개선할 거야.
아카기: ……승기? 개선? 지휘관님, 그게 다 무슨 말이죠…?
지휘관: 자세한 건 나중에 얘기해 줄게. 아카기. 와타츠미 사용법 좀 알려 줄래?
아카기: 당신 또 무슨 위험한 일을 꾸미고 있군요. …제발 자신의 몸을 더 소중히 여기세요.
지휘관: 아카기에게 그런 말을 들을 줄은 몰랐는걸.
아카기: ……지휘관님….
지휘관: 시간이 없어. 어서 설명해줘.
아카기는 잠시 흐트러진 모습을 보였지만, 이내 와타츠미의 활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지휘관: (염원과 마음인가…. 아마기가 되살아난 것도 이해가 가는군.)
지휘관: 알겠어. 고마워, 아카기.
지휘관: 법진에 너무 오래 있으면 너희 심신에 해로울 거야. 어서 돌아가.
아카기: 안 돼요. 연결이 끊기면 다시는 당신을 찾을 수 없을 거예요.
지휘관: 그래? 그럼…… 미안하지만 내가 돌아올 때까지 조금만 더 기다려줘.
멤피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지휘관, 힘내! 함께 집으로 돌아가자!
빛이 사라지자 멤피스와 아카기는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졌다.
그 대신――마담 M은 책상에 앉아 지근거리에서 내 눈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담 M: 전부 기억났어?
지휘관: 그래. 기억났어.
마담 M: 설마 여기까지 쫓아올 줄은 몰랐네.
마담 M: 이렇게나 강한 관계를 맺고 있다니. 그 아이들은 이미 네게 떼려야 뗼 수 없는 존재구나.
지휘관: 당연하지.
지휘관: 너야말로 그동안 몰랐던 건가? 아니면 모르는 척했던 거야?
마담 M: 글쎄. 그래도 놀란 건 사실이야.
마담 M: 논의는 여기까지. 이제 선택의 시간이야.
마담 M: ……계속할 거야?
지휘관: 그래.
마담 M: 꽤 자신 있나 봐?
지휘관: 두려움은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해.
지휘관: 도망치면 시간은 벌 수 있겠지만, 결국 같은 국면에 부딪히게 되지.
지휘관: 그렇다면 버틸 수 있을 때 포기해서는 안 돼.
지휘관: ……그리고 꽤 승산 있는 작전이 떠올랐거든.
마담 M: 후후후. 기대되네.
~25. 또 다른 계획
T=T-8
양산함 현창을 통해 동료들이 싸우는 모습이 보였다.
지휘관: (돌아왔구나….)
지휘관: ('미드가르드의 벽'을 기동하지 않는다면 별의 짐승이 강림하기까지는 약 5시간 뒤.)
지휘관: (그 사이에 계획만 잘 실행할 수 있다면……!)
고개를 드니 루메이가 내보낸 정찰기가 멀리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곧 히퍼의 정보가 도착할 터였다.
나는 이전처럼 루메이에게 별의 짐승이 출현한다는 걸 믿어달라고 설득했고, 히퍼 META에게 연락하게 했다.
하지만 이후의 행동은 이전과는 달랐다.
프리츠 루메이: ……'에너지 미네랄'로 히퍼 META의 전력을 강화하고 싶다고?
지휘관: 응. 과거에 비슷한 선례가 있었어?
프리츠 루메이: 내가 알고 있는 한 그런 사례는…… 아니, 잠깐.
프리츠 루메이: 에너지 미네랄로 직접 함선의 전력을 강화한 사례는 없지만….
프리츠 루메이: 인류의 황금시대 때 에너지 미네랄로 만든 '휴대용 의장 수리 장치'라는 것이 있었다.
프리츠 루메이: 전투 중에 즉시 의장을 수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신체나 멘탈 큐브 손상까지 어느 정도 복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프리츠 루메이: 어디까지나 간접적이지만 전력 강화로 이어지는 셈이지.
지휘관: 큐브 손상을 복구? 그럼 META화 침식을 당한 큐브도…?
지휘관: 그거 아직도 가지고 있어?
프리츠 루메이: 아니. 옛날에 우연히 몇 개 구했을 뿐이야. 지금은 이미 다 써버렸다.
프리츠 루메이: META화 침식을 정화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군.
지휘관: 그렇군. 아쉽네.
지휘관: (…그래도 아주 유용한 정보를 들었어.)
지휘관: (돌아가면 '별바다'에서 연구해 봐야지.)
지휘관: (그리고 에너지 미네랄이 멘탈 큐브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분명 와타츠미와도 모종의 연관성이 있을 거야.)
지휘관: 에너지 미네랄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은데.
프리츠 루메이: 안 돼. 아직 방사능 오염이 남아 있어서 직접 접촉하면 위험해.
지휘관: 그럼 바로 정화를 시작할 수 있어?
프리츠 루메이: 가능은 해. 기지 에너지 타워에 수리가 완료된 정화 장치가 있지.
프리츠 루메이: 지금 당장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싶은 건가?
프리츠 루메이: 그렇다 해도 최소한 보름은 필요해. 네가 말한 별의 짐승과 싸우는 데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을 거야.
지휘관: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정화된 에너지 미네랄이 필요할 뿐이야.
지휘관: 이 싸움에서 아주 큰 도움이 될 테니까.
프리츠 루메이: ……너는 정말로 에너지 미네랄을 이용해 함선의 전력을 강화하는 방법을 알고 있는 건가?
지휘관: 비슷하긴 한데, 나중에 설명할게.
지휘관: 일단 함대를 둘로 나누자. 나는 회수한 에너지 미네랄을 기지로 이송할 테니, 너는 히퍼를 찾아서 기지로 데려와줘.
프리츠 루메이: 알겠다. 네 계획이 잘 되기를 빌지.
~26. 마음의 구현
두 시간 후
정화 장치는 무사히 작동했고, 덕분에 정화된 에너지 미네랄을 몇 개 얻을 수 있었다.
루메이와 뒤스부르크가 히퍼 META를 데리고 에너지 타워에 도착했다. 나머지 동료들은 경면해역에서 잔적들을 소탕하고 있을 터였다.
어드미럴 히퍼(META): ……이게 내 전투력을 높여 준다고?
어드미럴 히퍼(META): 너 진심이야?
아니나 다를까 히퍼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지휘관: 여기서 좀 더 가공 처리를 해야 돼.
에너지 미네랄과 와타츠미의 공통된 성질을 이끌어내어 함선의 전력을 증폭시키고 이를 히퍼가 사용할 수 있게 만든다.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울 거 같아서 우선 실물을 만들기로 했다.
지휘관: ('마음을 담는다'……즉 히퍼를 향한 마음에 의식을 집중하는 게 종요하겠지.)
아카기가 알려 준 방법에 따라 미네랄 조각을 들어 이마에 가져다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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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자신이 다른 공간에 있음을 깨달았다.
끝없이 펼쳐진, 시간과 방향의 의미조차 사라진 세계.
지휘관: 이 감각…… 낯설지가 않아…….
지휘관: 로드니 META를 처음으로 만났던 곳인가?
지휘관: 아차……!
애매한 의식이 점차 끝없는 허무 속에 녹아 들어간다.
지휘관: 기다려……!
의식이 사라질 즈음에 풍경 소리가 들렸다.
어드미럴 히퍼: 하아? 왜 굳이 선물 소감을 물어보는 거야!
어드미럴 히퍼: 너 바보야?!
어드미럴 히퍼: 흥! 이번만이야!
어드미럴 히퍼: 멍청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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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방금 뭐였지……?)
순식간에 나타난 광경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멍하니 고개를 들자 동료들의 놀란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
뒤스부르크: 지휘관…… 방금… 성공한 거야?!
뒤스부르크: 아무런 설비도 없었고 아무런 처치도 하지 않았는데…. 얼굴에 가져다 댔을 뿐인데…… 에너지 미네랄이 달라졌어?!
프리츠 루메이: 비과학적이다.
어드미럴 히퍼(META): 역시 외부의 손님이라 그런지 어처구니가 없네.
그제야 손에 들고 있던 미네랄이 어느새 예쁘게 포장된 작은 상자로 변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휘관: (…이게 와타츠미의 힘인가?)
지휘관: (어떤 과정으로 이렇게 됐는지는 전혀 모르겠지만… 아무튼 잘 된 거 같네.)
지휘관: (그나저나 이 상자… 설마…….)
지휘관: 히퍼. 이거 받아.
어드미럴 히퍼(META): ……이게 내 전투력을 높여 준다고?
지휘관: '미지'야. 미지에는 '희망'이라는 힘이 담겨 있지.
지휘관: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희망이 넘치는 거야. 운명을 결정하는 건 오직 우리 자신뿐이야.
지휘관: 그러니 우리도, 이 세계도 멸망하지 않을 거야.
지휘관: 이 힘으로 승리를 거두고, 희망찬 미래로 나아가자.
어드미럴 히퍼(META): ……하나도 모르겠다고.
어드미럴 히퍼(META): 뭐, 그래도 선물이니까 일단 고맙다는 말은 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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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루메이와 협력해 가능한 한 짧은 시간 내에 기지의 방어 태세를 재정비했다.
그리고 이터널 스타로 이동하고, 콘솔을 조작하여 경면해역을 방어 모드로 바꿨다.
지휘관: 할 수 있는 건 다 했어. …자, 별의 짐승… 승부다!
~27. 어깨를 나란히
외부 경면해역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경면해역의 보이지 않던 경계가 점점 왜곡되며 배리어 같은 것이 나타났다.
뒤스부르크: 경면해역에 이런 기능이 숨겨져 있었다니……. 지휘관이 가져다 준 기적이네.
Z52: 지금까지 전황은 놀랄 정도로 순조로워!
Z52: 적의 증원이 어디서 나타날지, 그 수는 얼마일지까지 전부 지휘관이 정확하게 알아맞혔어.
Z52: 이제는 신들렸다고 해야 할지 섬뜩하다고 해야 할지 모르겠어……!
Z11: ……지휘관이 아군이어서 다행이에요.
Z9: 전세 변화도 지휘관님이 예측하신 대로예요. ……그렇다면 이 다음은…….
프리츠 루메이: '별의 짐승'이 나타난다. ……각오해라.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모니터상에 적을 나타나는 빛이 하나씩 사라지고 있었고, 승리는 코앞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변은 그 순간에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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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의 별 하나가 갑자기 눈부시게 퍼져나가 순식간의 하늘의 절반을 뒤덮었다.
그 하얀 공간 속에 무수한 푸른빛들이 어른거렸다. 마치 밤하늘이 반전된 것처럼 보였다.
프리츠 루메이: 로드 클래스…… 정말로 나타났군.
Z9: ……괘, 괜찮겠죠……?
프리츠 루메이: 다른 선택지는 없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싸우는 것뿐이다.
공명이라도 하듯 기이한 소리가 파도치듯 울려 영혼마저 전율케 했다.
하지만 그 힘은 미드가르드의 벽에 막혀 배리어에 약간의 파문만을 일으켰다.
수많은 촉수가 하늘과 바다의 간극을 봉합하려는 듯 꿈틀거렸다.
하지만 이터널 스타가 쏘아 올린 포화로 인해 조각난 촉수들이 우박처럼 바다로 떨어졌다.
지휘관: (여기까지는 순조로워……. 승부는 지금부터다.)
지휘관: 히퍼., 준비됐어?
어드미럴 히퍼(META): 이 순간만을 기다렸어! 맡겨줘!
지휘관: 전원, 참수 작전 개시!
콰앙――――!!
프리츠 루메이: 나를 따르라! 모두 단번에 공격한다!
프리츠 루메이: 히퍼를 엄호하면서 길을 열어라!
쾅――――!
무수한 포탄이 반딧불처럼 드넓은 별하늘 속으로 사라졌다.
별의 짐승: 주제를 모르는군.
별의 짐승: 반디의 빛은,
별의 짐승: 하늘의 별에 비길 수 없다.
별의 짐승: 나는 별의 짐승.
별의 짐승: 별을 이끌고 나타나,
별의 짐승: 별을 품고 사라진다.
별의 짐승: 나에게 복종하라.
별의 짐승: 나의 이름을 찬양하라.
별의 짐승: 나의 명령에 따르라.
어드미럴 히퍼(META): 시끄러워! 오늘은 반드시 해치워 주겠어!
어드미럴 히퍼(META): 동생들의 원수를 갚을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해, 어드미럴 히퍼급의 내일을 위해 싸울 거야!
별의 짐승: 주제를 모르는군.
위잉――――
별의 짐승은 기이한 소리와 함께 배리어 밖으로 나온 히퍼를 향해 돌진했다.
그러나 부드러운 빛과 함께 기이한 소리는 사라졌다.
프린츠 오이겐: 우리 허락은 맡고 히퍼를 괴롭히는 거야?
블뤼허: 냐하☆ 히퍼! 같이 이 커다란 놈을 혼쭐내 주자!
결코 나타날 수 없는 두 사람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은 히퍼의 양옆에 뜬 채 포구를 같은 방향으로 향했다.
어드미럴 히퍼(META): 오이겐…… 블뤼허…… 너희가 어떻게…….
어드미럴 히퍼(META): 말도 안 돼……. 이건…….
어드미럴 히퍼(META): 너희는 유령이야……? 환각? 아니면…?
블뤼허: 정말! 진정해, 히퍼~!
블뤼허: 히퍼가 생각하는 대로지만, 그렇다고 다 그런 건 아냐.
블뤼허: 음. 어쩌면 완전 다를지도…….
블뤼허: 아아, 나도 모르겠어!
블뤼허: 오이겐, 도와줘!
프린츠 오이겐: 간단히 말하면 우리는 언니의 염원이 구체화되어 나타난 존재야.
프린츠 오이겐: 어드미럴 히퍼급의 내일을 열겠다고 했는데 어떻게 혼자 싸우게 둘 수 있겠어?
어드미럴 히퍼(META): 정말로…… 너희들 맞아?
프린츠 오이겐: 그래. 다녀왔어. ……잠깐 동안만이긴 하지만.
블뤼허: ……히퍼. 그동안 고생 많았어.
별의 짐승: ………….
별의 짐승: 나는 별의 짐승.
별의 짐승: 별을 이끌고 나타나,
별의 짐승: 별을 품고 사라진다.
별의 짐승: 천지가 더럽혀졌으니,
별의 짐승: 부서지고 다시 태어나라.
눈부시게 하얀 빛이 별하늘에 응축되기 시작했다.
프린츠 오이겐: 쯧…. 감동적인 순간을 방해하다니.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도 정도가 있지.
블뤼허: 괴물 녀석! 블뤼허가 날려버릴 거야!
어드미럴 히퍼(META): 잠깐! 오이겐, 블뤼허. 배리어 안으로 돌아가!
어드미럴 히퍼(META): 저건 너희의 상대가 못 돼!
프린츠 오이겐: 걱정 마, 언니. 함께할 테니까.
블뤼허: 응! 히퍼. 같이 해치우자!
----
콰앙――――!
모든 것을 와해시키는 빛은 부드러운 힘에 부딪혔고, 시간이 지날수록 중화되어 갔다.
전장이 정적에 잠겼고, 만물은 침묵에 휩싸였다.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났다.
빛이 서서히 희미해지면서 별의 짐승도 함께 사라졌다.
어드미럴 히퍼(META): 우리…… 이긴 거야?
프린츠 오이겐: 그래. 완벽한 승리야.
블뤼허: 냐하☆ 자매의 유대는 무적이라구!
어드미럴 히퍼(META): 꿈만 같아……. 정말로 이겼다니.
프리츠 루메이: 블뤼허, 오이겐……!? 설마… 살아난 건가!?
프린츠 오이겐: 오랜만이야, 루메이. 네가 레지스탕스의 리더가 되었구나.
프린츠 오이겐: 아쉽지만 우리는 부활한 건 아니야. 기껏해야 염원이 구체화된 순간의 환영에 지나지 않아.
어드미럴 히퍼(META): 순간의 환영……. 그럼 곧 사라진다는 거야!?
프린츠 오이겐: 응. 네가 바라던 미래가 현실이 되었으니, 우리의 역할도 이제 끝이야.
어드미럴 히퍼(META): 그래……. 그래도 너희가 이렇게 존재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서 안심했어.
어드미럴 히퍼(META): 언제 만나러 갈 수 있어?
프린츠 오이겐: 음……. 건강 잘 챙기고 더욱 강해졌을 때…?
프린츠 오이겐: 그때는 우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어쩌면 처음부터 쭉 함께였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도 있겠지.
어드미럴 히퍼(META): ……어려운 얘기는 잘 모르겠어. 하지만… 건강 잘 챙기고 더욱 강해져서… 언젠가 반드시 너희를 찾아내고 말겠어!
블뤼허: 히퍼! 응원할게!
프린츠 오이겐: 그래. 영양 보충도 잘 하고.
어드미럴 히퍼(META):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바닷바람이 불었다. 프린츠 오이겐과 블뤼허의 환영이 점차 희미해져 갔다.
프린츠 오이겐: 슬슬 시간이 다 됐네……. 지금까지 언니를 돌봐줘서 정말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해.
프리츠 루메이: 걱정 마라, 오이겐. 반드시 이기겠다.
프린츠 오이겐: 믿을게.
――――
귓가에 카드를 섞는 소리가 들렸다. 평소보다 훨씬 부드럽고 느린 속도였다. 마치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시간을 주는 것처럼.
이별의 때가 찾아오고 있었다.
지휘관: 다들, 우리는 위대한 승리를 거뒀어.
지휘관: 오늘 이후 별의 짐승은 더 이상 파멸적인 위협이 아니라 우리의 승리의 상징, 그리고 희망의 상징이 될 거야.
지휘관: 축하해, 프리츠 루메이. 반격 작전은, 오늘 확실한 첫발을 내디뎠어.
프리츠 루메이: 지휘관…… 고맙다.
뒤스부르크: 설마 지휘관… 너도 가는 거야?!
지휘관: ……그래.
뒤스부르크: 우리…… 또 만날 수 있을까?
지휘관: 만날 거야. 분명.
프리츠 루메이: 지휘관. 너는 영원히 우리 철혈 레지스탕스의 지휘관이다. 부디 몸조심해라.
프린츠 오이겐: 후후후……. 지휘관.
프린츠 오이겐: '오랜만'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나중에 봐'라고 해야 할까?
지휘관: (……?!)
~28. 매지션의 점
빛이 사라지자 기지도, 이터널 스타도, 외부의 짐승도 모두 없어졌다.
교실. 따사로운 햇살 가운데 나는 책상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동안의 모든 일이 마치 찰나의 꿈만 같았다.
물론 내가 겪었던 일들이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오이겐이 사라지기 전에 했던 말도 아직 생생하다.
지휘관: (……'오랜만', '나중에 봐'…….)
마담 M: 뭘 멍하니 있는 거야? 안 죽고 살아 돌아오는 바람에 도리어 적응이 안 돼?
지휘관: 오이겐의 환영이 마지막에 했던 말을 생각하고 있었어.
마담 M: 생각할 필요 없어. 솔직하게 가르쳐 주지 않은 걸 고민해 봤자 무슨 소용이 있겠어?
지휘관: 역시 잘 알고 있구나.
마담 M: 그보다 네 얘기로 돌아가자.
마담 M: 이번 탐색이 마침내 결말에 도달했는데… 만족해?
지휘관: 해피 엔딩인 셈이지.
지휘관: 너는 어때? 이 과정 동안 대체 뭘 얻고 싶었던 거야?
마담 M: 하나만 먼저 확인할게.
마담 M: …실험장β에 대한 기억이 차단된 덕분에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을 겪었는지'에 대한 탐구가 더 효과적이지 않았어?
지휘관: …부정하지는 않겠어. 실제로 더 많은 정보를 떠올리고 더 많은 생각을 했으니까.
지휘관: 하지만…….
마담 M: 이 방법은 인정할 수 없어?
지휘관: 그래. 인정 못해. 내가 얻은 정보를 조작하는 건 참을 수 있지만, 내 기억을 건드리는 건 용서할 수 없어.
마담 M: 그래? 실험장β에서의 일부 기억이 거짓이라고 해도?
지휘관: 그래. 현재 내 기억의 대부분은 실험장β에서의 기억이야.
지휘관: 그 전의 삶이 어쨌든, 지금의 '나'는 이미 실험장β와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어.
지휘관: 그 세계는 아무렇게나 폐기할 수 있는 실험장이 아니야. 내가 있을 곳. …나의 또 다른 집이야.
지휘관: 실제로 이번에도 나와 실험장β와의 연결 고리가 없었으면 이기지 못했을 거야.
지휘관: 내가 낸 대답은 네가 준비하고 있던 것하고 전혀 다르겠지?
마담 M: 그래. 다른 길을 택하게 하려고 했었어.
지휘관: '요르문간드'를 완성시키는 거였나…?
마담 M: 왜 그렇게 생각해?
지휘관: 세이렌에 대한 내 생각을 바꾸게 하려는 것도 네 목적 중 하나였겠지.
지휘관: 몇 번이고 실패한 나를 안티 엑스와 협력하도록 유도한다……, 혹은 그와 비슷한 거래를 제안한다.
지휘관: 내가 승낙하면 요르문간드의 완성 방법과 함께 자원을 제공하고, 이를 이용해 별의 짐승을 쓰러트리게 한다…….
지휘관: '안티 엑스는 아군이다'라는 인상을 남긴다. 맞지?
마담 M: 하지만 너는 이미 다른 길을 선택했어. 이제 와서 어떻게 생각하든 의미는 없어.
지휘관: ……매지션. 너 날 기억하지 못하는 거지?
마담 M: 왜 그런 걸 물어봐?
지휘관: 너는 계속 말을 돌리면서도 내게 여러 가지를 가르쳐 주려고 했어. 하지만 내 정체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
지휘관: 내가 '탐색'하는 것과 동시에 너도 '관측'을 통해 내 정체를 확인하고자 했다. 아냐?
마담 M: 후후후. 이것도 일부러 '그렇게 생각하도록' 만든 걸수도 있는데?
마담 M: 아무튼 네 생각은 알았어.
마담 M: 더는 네 기억을 조작하지 않을 거야. 이것만은 보증할게.
지휘관: 갑자기 이렇게 끌고 오는 건?
마담 M: 음…. 그건 기분에 따라서?
지휘관: 그럼 더 이상 루메이 일행의 세계에 간섭하지 마. 나중에 그 아이들과 또 만나고 싶으니까.
마담 M: 알겠어.
마담 M: 시간도 거의 다 됐으니 마지막은 좀 특별하게 가자.
어느새 나는 마담 M과 함께 천막 안에 들어와 있었다.
마담 M: 자, 세 장 골라.
보라색 테이블보 위에 뒷면이 위로 향하게 놓인 타로 카드가 있었다.
지휘관: 타로 점이야?
마담 M: 세 장의 카드는 각각 과거, 현재, 미래를 나타내지.
마담 M: 자.
→ 첫 번째 카드를 고른다
마담 M: 첫 번째. '별', 역위치.
→ 두 번째 카드를 고른다
마담 M: 두 번째. '달', 정위치.
→ 세 번째 카드를 고른다
마담 M: 세 번째…… 후후. 흥미롭네.
지휘관: 뭐가?
마담 M: 아직 알려줄 수 없어. 나중을 위한 재미로 남겨 둘게.
지휘관: 너 너무 숨기는 게 많지 않아?
마담 M: 고르라고만 했지 결과를 알려준다고는 안 했는데?
마담 M: 그리고 '미지'니까 가능성은 무한한 거잖아?
마담 M: 후후후. 이번엔 즐거웠어.
마담 M: 나중에 또 보자. 지휘관.
~29. 에필로그
삼색 나비가 날아다니는 법진 속에서 줄곧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과 재회했다.
멤피스: 지휘관!
아카기: 지휘관님!
멤피스: 돌아왔구나!
아카기: 기다렸어요.
지휘관: 어흠……. 오래 기다렸지? 다녀왔어.
멤피스: 별로 오래 안 기다렸어.
아카기: 오히려 빨리 오셨네요. …일은 다 끝내셨나요?
지휘관: ……빨랐다고?
지휘관: 너희 여기서 얼마나 기다렸는데?
아카기: 3분 정도였어요.
지휘관: (시간의 흐름이 달라……?)
지휘관: (……혹시 법진을 유지하는 두 사람을 위해서 마담 M이 조정해 준 건가…?)
지휘관: (……아비터 중에도 그런 존재가 있는 건가.)
멤피스: 지휘관? 왜 그래, 갑자기……. 아직 더 할 일이 남았어?
지휘관: 아니. 이제 없어.
지휘관: 이런 출장은 이제 지긋지긋해. 일단 돌아가고, 다른 일은 나중에 생각하자.
멤피스: 응, 돌아가자!
아카기: …그럼 가죠, 지휘관님.
"엇갈린 여정“
"뜻밖의 만남“
"파란은 가라앉고, 위기는 사라졌다“
"앞으로는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30. 빙산의 일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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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며칠 동안 헬레나는 눈앞의 패널을 응시하며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
실험장β 좌표 특정 작업――완료까지 앞으로 1시스템 시간.
환상 실험장의 핵심 장치 포획 작업――3시스템 시간 전에 달성 완료.
헬레나(META): 일이 너무 순조로운데…….
헬레나(META): 미스 D가 실험장β에 나타났다는 정보가 극비가 아닌 걸 보면, 매지션이 함정을 파 놓은 게 분명해.
헬레나(META): 그리고 실험장β의 좌표를 특정하기 위해서는 타워와 카멜롯이 계속 통신을 유지할 필요가 있어.
헬레나(META): 저쪽에 있어선 지금이 가장 공격하기 적합한 타이밍일 텐데…….
헬레나(META): 매지션은 왜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거지……?
헬레나(META): 설마 정말로 나를 며칠 간 떼어 놓고 싶었을 뿐인가……?
――――
헬레나의 생각을 읽은 듯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사방팔방에서 강렬한 충격이 덮쳤고, 미리 준비한 미끼가 순식간에 분쇄됐다.
헬레나(META): ……고작 이 정도?
헬레나(META): 아니……. 녀석의 목표는 처음부터 타워가 아니라, 공간을 교란시켜 나와 실험장β와의 연락을 늦추는 거였구나…!
헬레나(META): 옵저버. 그쪽은 정리 됐어?
옵저버: 아직 본체 설치 위치를 선정하고 있는 중이야. 그렇게 빨리 끝날 리가 없잖아.
헬레나(META): ……그래? 그럼 일단 중지해.
옵저버: ……설마 매지션을 치라는 건 아니겠지?
옵저버: 내가 아비터를? …진심이야?
헬레나(META): ……영문도 모른 채 녀석에게 조종당하기 전에 빨리 셧다운 하고 숨으란 거야.
헬레나(META): 안 그러면 이번엔 너를 처리해야만 하니까.
옵저버: ……먼저 실례할게.
헬레나(META): 휴우…….
헬레나(META): 액세스 신청. 안티 엑스 백업 데이터베이스, 아비터 시스템 인포메이션.
헬레나(META): 아비터 백업 데이터, IV에서 XIV까지 호출. 시뮬레이션 보디 구축 시작.
헬레나(META): 매지션……. 전부터 눈에 거슬렸어.
헬레나(META): 이젠 내가 움직일 차례야!
~31. 그리고 미래로
이번 지휘관 소실 사건은 후일 '시든 별 사건'으로 기록되었다.
나는 안전상의 이유로 그대로 며칠간 중앵 파빌리온에 머물게 되었다.
체류 중 아주르 레인 상층부에 보고서를 제출했고, 각 지역 사령부에서 얻은 정보들을 통해 세계가 확실히 정상으로 돌아온 것을 확인했다.
이후 개인 통신으로 엘리자베스 등에게 연락해 NA 해역의 상황을 확인했고, '잔불'의 원군이 끝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사실이나…
실험장β의 현 상황, 헬레나 META가 현재 무언가에 열심히 착수 중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헬레나 META와는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았고, 카멜롯과의 통신도 두절된 것 같았다.
지금까지의 일을 생각하면 아마 M…… 아비터 매지션과 한바탕 격전을 벌이고 있을 것이다.
솔직히 내 힘으로는 어쩔 수도 없고, 서로의 역량은 이미 잘 알고 있으니 굳이 걱정되진 않았다.
그들의 싸움이 빨리 끝나기를 바랄 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드디어 아카기가 중앵으로 돌아갈 날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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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디아 제국
구 세계 박람회 회장
중앵 파빌리온
아카기: 지휘관님. 마중은 이제 괜찮아요.
지휘관: 꽤 중요한 일이잖아? 내가 같이 중앵에 가서…….
아카기: …그럴 시간이 되시나요?
지휘관: 시간은 만들면 되는 거야. 2, 3일 정도는 괜찮을 거 같아.
아카기: 아뇨. 아카기의 처우는 중앵 내부에서 결정해야만 해요.
아카기: 당신이 오면 다들 공정한 판단을 내릴 수 없게 되어요. 그래서는 아카기의 면목이 서지 않아요.
아카기: 그리고 나가토 님, 무사시, 미카사 대선배… 모처럼 중앵이 한 데 뭉쳐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려고 하고 있으니까…….
지휘관: 하지만…….
아카기: 괜찮아요. 아카기는 이미 각오하고 있습니다.
아마기(항모): 너무 걱정 마세요, 지휘관님. 제가 있으니까요.
아마기(항모): 현장을 떠난지는 오래되었지만… 그래도 아직 제 체면을 세워 줄 동료들이 있을 거예요.
아카기: …전에 드렸던 약속, 아직 잊지 않았어요.
아카기: 모든 것이 끝나고 나면… 중앵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지휘관: …알겠어.
아마기(항모): 지휘관님, 그리고 여러분. 저희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아마기(항모): 다시 뵐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중앵 함대는 회장을 떠났다.
멤피스: ……갔네.
지휘관: 왜 그래?
멤피스: 짧은 시간이었지만 생사를 함께했으니까.
멤피스: 처음에는 그냥 나쁜 사람인 줄 알았는데… 같이 있다 보니까 꼭 그런 거 같지도 않았어.
지휘관: 자기가 저지른 일은 자기가 씻어야지. 이걸로 아카기가 새 삶을 맞았으면 좋겠어.
멤피스: 정말. 지금은 아카기보다 자기 자신부터 신경 쓰라구.
지휘관: 응?
멤피스: "시간은 만들면 되는 거야"가 아니지!
멤피스: 지휘관 이제 완전 바빠질 텐데!
지휘관: ……왜? 설마 아주르 레인의…….
멤피스: 그래! 이제 중앵의 태도 변화로 연합 합병 회의가 재개될 거야!
멤피스: 그리고 본체 소멸로 세이렌의 파워 밸런스가 붕괴되면서 발생한 문제들도 있고… 조정해야 할 내용들이 산더미라구!
지휘관: ………….
지휘관: 아주르 레인도 이제부터 여러모로 많이 변하겠군…….
그리고 '실험장'에 관한 것도 생각해야 한다.
이제 세이렌이 사라졌으니 실험장의 실상을 공표해야 하나?
세이렌 실험 기관을 잃은 실험장β의 미래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그동안 아득히 멀게만 느껴졌던 문제들이 어느덧 눈앞에 닥쳤다.
세이렌의 존재는 많은 분쟁을 야기했지만, 한편으로 외부의 적에 대한 단결과 발전 동력도 가져왔었다.
세이렌이 사라진 지금, 이러한 영향은 모두 사라졌다.
아직 엑스의 존재를 모르는 세상은, 아주르 레인을 흔들 수 있는 근본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할 것이다.
――'아주르 레인'은 더 이상 존재할 의의가 있는가?
멤피스: 우리는 줄곧 세이렌을 쓰러트리는 데에만 집중했어.
멤피스: 하지만 모든 실험 기관이 사라졌는데도…… 전혀 이긴 거 같지 않아.
아직 모든 세이렌과의 싸움에서 이겼다고는 할 수 없다.
이 세계를 관찰하고 있는 아비터들, 그리고 여전히 비밀에 싸여 있는 옵저버 제로.
이들의 실험이 계속되는 한, 실험장과 세이렌 사이의 갈등은 결코 해소될 수 없다.
게다가 진정한 위협은 아직 어둠 속에 도사리고 있으며, 시시각각 이 세계를 침식할 기회를 노리고 있다.
아직 절대로 안심할 때가 아니다.
멤피스: 아직은 그 적에 대해서 모든 걸 밝힐 수 없어…….
멤피스: 한동안은 승리를 자축하면서 세이렌의 전리품을 놓고 서로 싸우게 되겠지…….
지휘관: 어쩔 수 없지.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세상을 지키는 것뿐이니까.
지휘관: 아주르 레인의 문제, 세이렌의 문제, 실험장의 문제…….
지휘관: 역시 시간을 내는 건 당분간은 어렵겠어…….
지휘관: 맞다, 손수건 돌려줘야지. 많은 도움이 됐어.
멤피스: 아…… 괜찮아! 그냥 지휘관 줄게!
지휘관: 네가 가장 아끼던 거 아냐?
멤피스: 괜찮아 괜찮아!
멤피스: 정 갚고 싶으면 새 걸로 하나 선물해줘!
멤피스: 음… 내일하고 모레는 마지막 자유시간이지? 한번 같이 구경이나 해볼래?
멤피스: 사디아의 휴일은 어떤 느낌일지 벌써부터 기대돼!
~32. 새 장난감
끝없이 넓은 별하늘에 흥겨운 노랫소리가 들렸다.
보놈 리샤르: La la la la la la~ 신나는 노래를 부르자~♪
보놈 리샤르: La la la la la la~ 온종일 노래를 부르자~♪
보놈 리샤르: 함께 노래 부르자~ 최대한 쉽게~♪
보놈 리샤르: 우울하다면~ 웃는 얼굴로~♪
보놈 리샤르: La la la la la la~ 너희들, 반드시 잡을 거야~♪
보놈 리샤르: La la la la la la~ 전부 잡을 거야~♪
보놈 리샤르: 이게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일~♪
보놈 리샤르: La la la la la la~
메카아비트레이터 매지션: ………….
보놈 리샤르: ……응?
보놈 리샤르: 뭐야 이건……?
보놈 리샤르: 재밌어 보이는데…….
보놈 리샤르: 야~! 재밌는 거! 도망가지 마!
보놈 리샤르: 이리 와~~!
~33. 선택받은 자
마르코 폴로: "나는 도시를 걷는다.“
마르코 폴로: "건물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다.“
마르코 폴로: "나는 대지를 걷는다.“
마르코 폴로: "산과 강이 서로 얽혀 있다.“
마르코 폴로: "나는 바다를 걷는다.“
마르코 폴로: "끝없는 해변이 펼쳐져 있다.“
마르코 폴로: "나는 공중을 걷는다.“
마르코 폴로: "순백의 햇살 속에 세상이 순백으로 물들어 간다.“
마르코 폴로: "나는 순백 속에서 걷는다.“
마르코 폴로: "나는 천국을 걷는다.“
마르코 폴로: "그의 시선이 나를 주시한다.“
마르코 폴로: "찬양의 노래가 울려 퍼진다.“
찬양 소리: P HT AOL OPLYVWOHUA
마르코 폴로: ……"나는 하이어로팬트.“
찬양 소리: NVCLYUVY VM OHYTVUF, WYVTVALY VM KPZJVBYZL
마르코 폴로: ……"조화를 관장하며 교류를 추진하는 자.“
찬양 소리: JOVZLU MLD, NHAOLY HYVBUK
마르코 폴로: ……"선택받은 자여, 내게로 오라.“
찬양 소리: HJJLWA TF WYPUJPWSLZ, HUK LEAVS TF UHTL
마르코 폴로: ……"나의 신조를 받아들이고, 나의 이름을 송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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