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 새로운 취미? ②
그동안 내비에게 현재의 인지와 사고 수준에 맞는 수업을 듣게 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지식'을 배우는 것은 그녀의 성격에 별 영향을 미치치 않는 것 같다. 오히려 '지혜'가 더욱 많이 늘었다.
거실 소파에서 다리를 흔들며 과자를 먹고 있는 내비를 힐끗 보고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지휘관: (지금 단게에서는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놔두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고 적절한 순간에 그녀를 이끈다.
우선은 본인이 뭘 하고 싶은지,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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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비의 의견을 들은 후, 함께 상가 장난감 가게에 왔다.
지휘관: 정말로 이걸 다 읽을 셈이야……?
품에 가득 안긴 책더미를 보고 나는 내비에게 시선을 돌렸다.
내비: 응! 믿어줘~ 한 권씩 제대로 다 읽을 거야!
내 소매를 살짝 잡으며 내비는 활짝 웃었다.
내비: 그러니까…… 이번만 사 주면 안 돼?
지휘관: 응?
내비: 앞으로는…… 책 살 때는 내가 모은 용돈으로 사려고.
내비: 그런데 이번에는 갖고 싶은 책이 많아서 용돈이 부족해…….
내비: 아빠, 평소에도 잘 해주는데 자꾸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지휘관: (의외로 철이 들었네…….)
지휘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냐.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해.
내비: 아빠는 정말 다정하네…….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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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을 마친 후, 집에 돌아오자마자 내비는 실내복으로 갈아입고 조용히 소파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방안의 따뜻한 노란 조명이 그녀를 부드럽게 비추며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내비는 양장 동화책 한 권을 품에 안고 고개를 약간 숙인 채 열심히 읽고 있었다.
내비: 아……. 여기, 되게 좋다~
내비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마치 이야기의 세계에 완전히 빠진 듯했다.
내비: 저기, 아빠도 같이 읽을래? 이 책 엄청 재밌어!
내비: 음…. 그런데 아직 좀 어려운 단어도 있어서… 보면서 설명해줘~
내비는 고개를 들고 눈을 반짝이며 기쁜 듯이 나를 바라봤다.
~10. 아웃도어 활동! ②
지휘관: "아웃도어 활동은 교육에 있어서 빼놓을 수 없는 활동 중 하나이다. 밖에서의 시간을 유용하게 활용하는 것으로 균형 감각, 협조성을 단련할 수 있으며……."
도서관 안쪽에서 찾은 교육 관련 서적을 덮고 나는 미간을 가볍게 눌렀다.
현재 내비의 개성으로 볼 때, '밖에서 노는' 걸 딱히 거부하지는 않을 것 같다.
지휘관: 아웃도어 활동……. 확실히 좋은 선택일지도 몰라.
그렇게 생각하고 나는 다시 단말기를 착용했다.
낯익은 하얀 빛이 번쩍이고 나는 버추얼 타운의 집으로 돌아왔다.
간단히 준비를 마친 뒤, 내비를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오후의 부드러운 햇살이 농장 정원을 비추고 있었다.
내비: 음…… 이러면 됐다!
갓 심은 꽃이 다치지 않도록 내비는 주변 흙을 조심스럽게 다졌다.
내비: 아빠! 마침 잘 왔네!
내비: 음료수 사러 간 사이에 잘 심어 놨어!
내가 온 것을 알아차리자 내비는 고개를 들고 활짝 웃었다. 뺨에 묻은 흙이 귀여웠다.
지휘관: '꽃 심기'가 내비가 원하는 아웃도어 활동이었다니….
내비: 에헤헤~ 여기도 엄연한 '실외'니까!
내비: 그리고 땅도 파고 화분도 나르고 해야 되니까 제대로 운동도 되잖아?
내비: 아, 맞다! 앞으로 잘 돌봐주고 싶으니까 계속 농장에 데리고 와줘!
내비: 잘 자라는 거 같이 봐야지!
내비와 손가락 걸며 약속하고 느긋하게 집으로 향했다.
~12. 과외 활동? ②
요즘 내비는 공부에 매우 열심인 듯, 방과 후에도 자습하겠다고 우겨 학교에 남는 일이 많아졌다.
지휘관: (수업량이 그렇게 많은가……?)
지휘관: (나중에 아카시하고 TB랑 얘기하면서 커리큘럼을 재검토 해봐야겠어.)
한숨을 쉬다 문득 벽시계를 바라봤다.
내비가 돌아올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열심히 하고 있으니까, 오늘은 그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이라도 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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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 약간 우회해서 오락실 앞을 지났다.
지휘관: (아카시는 오락실 같은 건 언제 추가한 거야……?)
호기심에 안을 둘러보니 교복을 입고 있는 낯익은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내비? 학교에서 자습하는 거 아니었어?)
→ 들어가서 확인한다
지휘관: (……여기서 머뭇거리느니 그냥 들어가 보는 게 낫겠어.)
→ 그녀가 나올 때까지 기다린다
방해하지 않고 다 놀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유리창 너머로 내비가 게임에 열중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지휘관: (왠지 감시하는 느낌이네……. 역시 그냥 들어가자.)
문을 열자 요란한 전자음과 게임 BGM이 귀에 쏟아졌다.
리듬 게임기 앞에서 내비는 화면의 지시에 따라 땀을 뻘뻘 흘리며 춤을 추고 있었다.
지휘관: 내비야?
방금 전까지 게임에 열중하고 있던 내비는 엉겁결에 이쪽으로 돌아섰다.
깜짝 놀란 나머지 손에 들고 있던 빈 음료수 캔을 무심코 바닥에 떨어뜨리고 말았다.
내비: 우왓!?
내비: 아빠!? 왜, 왜 여기 있어!?
지휘관: 그냥 지나가던 길이었어.
지휘관: ……너 요즘 자습한다더니 계속 오락실 다녔던 거야?
내비: 아, 저기…… 실은…….
내비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교복 자락을 꽉 움켜쥐었다.
내비: 수업 내용 같은 건 벌써 다 익혔으니까…… 조금만 놀고 싶어서…….
지휘관: 그러면 왜 그냥 집으로 안 온 거야?
내비: 그, 그게……. 아빠, 요즘 엄청 바빠 보였으니까…….
내비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내비: 집에 가면 아빠 일 안 하고 나랑 놀아주잖아……. 그래서…….
지휘관: (그랬구나…….)
지휘관: 내비.
지휘관: 너는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일에 부담되거나 그런 건 전혀 없으니까.
내비: ……정말?
지휘관: 물론이지. 오늘은 같이 집에 갈까? 돌아가면 내비가 좋아하는 음식 만들어 줄게.
내비: 그치만…… 일은?
지휘관: 일은 걱정하지 마. 아무리 바빠도 내비를 위해서라면 시간을 낼 테니까.
내 대답을 듣고 내비는 겨우 고개를 들었다. 평소의 자신감 넘치는 미소가 돌아와 있었다.
내비: 그, 그럼… 약속한 거야! 나중에 무르기 절대 없어!
지휘관: 그래. 약속이야.
내비의 손을 잡고 함께 오락실을 나섰다.
석양빛이 우리의 귀로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었다.
~14. 둘만의 시간 ②
오락실에서 우연히 내비와 만난 후, 시간이 꽤 흘렀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약속했지만, 정작 내비는 웬일로 방에만 틀어박혀 멍하니 있었다.
지휘관: (계속 방에만 있는 것도 좀 그러네…….)
지휘관: (어디 밖에라도 좀 나가자고 해야겠다.)
지휘관: 내비야. 날씨도 좋은데…… 우리 농장 갈래?
지휘관: 광고를 봤는데 요즘은 나무 조각이나 화관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대.
내비: 진짜? 재밌겠다!
내비의 눈이 반짝였다.
내비: 그럼 당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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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햇살이 농장의 공방과 작업대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내비는 서투른 손놀림으로 열심히 나무를 조각하고 있었다.
내비: 아빠…… 저기…….
지휘관: 왜 그래?
내비: 아이스크림 먹고 싶어.
내비: 오다가 보니까 매점에서 기간 한정 아이스크림 팔던데…… 혹시 사줄 수 있어?
지휘관: 괜찮긴 한데…. 매점은 여기서 거리가 있으니까 다녀오는 길에 녹지 않을까?
지휘관: 같이 가는 게 낫지 않을까?
내비: 그치만…… 오늘은 조금 응석 부리고 싶어!
내비는 눈을 깜빡이며 애교 넘치는 미소를 지었다.
내비의 애교 공세를 이기지 못하고 결국 아이스크림을 사러 가기로 했다.
아이스크림을 들고 공방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눈앞의 광경에 마음을 빼앗겼다.
공방 입구에서 나를 맞이해 준 내비의 손에는, 정성껏 엮은 화관이 들려 있었다.
고운 먼지가 햇빛에 빛나며 그녀를 포근하게 둘러싸고 있었다.
내비: 아빠, 봐봐…….
조금 쑥스러운 표정으로 내비는 화관을 내밀었다.
내비: 아빠……. 항상 돌봐줘서 고마워.
내비: 잘하지는 못하지만…… 이렇게 아빠하고 함께할 수 있어서 나… 너무 행복해.
내비와 함께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무 조각을 끝까지 완성했다.
내비가 만든 화관은 투명 케이스에 담아 소중히 보관하기로 했다.
~16. 고물 정리
대청소를 하다가 방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쓴 상자를 발견했다.
내비: 어……? 이거 전에 아빠가 준 무선 조종 자동차 아냐?
지휘관: 아마 망가졌었지? 버리려다가 까먹고 있었는데 잘됐네. 이번에 버리자.
내비: 음…. 아빠가 나한테 준 선물인데…… 버리기는 아까워!
내비: 내가 고쳐 봐도 돼? 마침 학교에서 배운 게 있거든♪
지휘관: 학교에서 그런 것도 가르쳐?
내비: 응. 선생님이 이런 작업이 사고나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다고 했어.
내비: 어쩌면 나중에 대단한 발명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잖아!
지휘관: 사고나 문제 해결은 일리가 있다만 발명까지야…….
내비: 집에 작업실 있지? 한번 해 볼래.
지휘관: 그래. 그럼 마실 거하고 간식 갖다 줄게.
내비: 야호~! 아빠, 그럼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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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과자와 음료를 들고 작업실로 향했을 때, 내비는 이미 작업을 시작한 뒤였다.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보안경을 쓴 채 진지한 표정으로 작업대 앞에 서 있었다.
방금까지도 계속 부품을 만지고 있었는지 뺨에는 기름때가 묻어 있었다.
내비: 아빠, 어서 와~!
내비: 선생님이 이런 작업 할 때는 움직이기 편한 옷을 입으라고 그랬어!
지휘관: 장비는 잘 갖춰져 있네.
지휘관: 그래도 다치지 않게 조심해.
내비: 괜찮아. 걱정하지 마!
음료와 과자를 내려놓고 나는 내비의 수리 작업을 지켜보기로 했다.
내비의 노력으로 장난감은 원래대로 고쳐졌다.
장난감을 받아 깨끗하게 닦은 후 다시 돌려주자, 내비는 그것을 소중히 자신의 보물 상자에 담았다.
~18. 소녀의 마음?
모항 업무가 겨우 끝났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었다.
지휘관: (휴……. 내비가 또 소설 읽느라 밤을 새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전에 발견했을 때 내비와 대화하면서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을 받아 두긴 했지만…….
지휘관: (역시 보러 가자.)
단말기를 착용하고 버추얼 타운으로 들어갔다. 아니나 다를까 내비의 방 문틈으로 희미한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살짝 두들겨 봤는데 문은 완전히 닫혀 있지 않았다.
가볍게 밀자 문은 천천히 열렸다.
내비는 잠옷을 입고 책상 앞에 앉아 두꺼운 공책에 무언가를 쓰고 있었다.
책상 위에 종이 여러 장이 흩어져 있었고, 그 위에 빼곡이 적힌 글씨가 보였다.
내비: 아빠? 오늘은 안 오는 줄 알았는데…….
내비: 아, 소설 읽는 거 아냐……. 그게…….
내비는 얼굴을 붉힌 채 황급히 손으로 공책을 가렸다.
지휘관: 늦은 시간까지 안 자고 뭘 쓰고 있는 거야?
내비: 그, 그게…… 그러니까…….
대부분의 내용은 내비가 손으로 가려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흩어져 있는 종이 한 장에서 얼핏 내용을 읽을 수 있었다.
정성스러운 글씨로 나와의 일상 내용이 적혀 있었고, 귀여운 그림들도 그려져 있었다.
내비: 일기를 쓰고 있었어……. 아, 앞으로는 밤에 몰래 안 쓸게.
내비는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약속했다.
흩어져 있는 종이를 치운 후, 내비가 순순히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다.
나는 스탠드를 끄고 살며시 방문을 닫았다.
창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복도를 부드럽게 비추며 오늘 밤을 평온하게 마무리했다.
~20. 미래의 진로 ②
어느새 내비가 진학할 시기가 왔다.
내비가 나날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그녀의 성장을 이끄는 책임을 다하고 있는지 고민이 된다.
오늘은 이번 학기의 마지막 날이다. 하교 시간은 이미 지났는데 내비는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지휘관: (설마 또 오락실에……?)
그러나 오락실에 가 봤지만 내비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휘관: (학교에 가 보자.)
석양의 잔광이 창문을 통해 교실을 비추고 있었다.
내비는 자리에 앉아 펜촉을 물고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앞에 놓인 노트는 새까맣게 칠해져 있었지만, 간신히 '진로 제출'이라는 글자는 알아볼 수 있었다.
지휘관: 여기 있었구나.
내비: 꺅!? 여, 여긴 왜 왔어?
지휘관: 시간이 늦었는데 안 오길래 데리러 왔지.
지휘관: 무슨 문제라도 있어?
내비: 딱히….
내비: 그냥 수업 시간에 배운 거. 미래나, 이상이라든가…….
내비는 무의식적으로 책상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내비: ……잘 모르겠어.
지휘관: 서두르지 마. 천천히 하면 돼.
지휘관: 네가 뭘 선택하든, 나는 항상 네 곁에 있을 거야.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지휘관: 자신의 길을 찾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는 법이야. 지금은 막막할 수밖에 없지.
지휘관: 계속 곁에서, 내비가 나아가는 모습을 지켜봐 줄게.
지휘관: 언젠가 분명 너만의 답을 찾을 수 있을 거야.
내비: ……정말?
지휘관: 물론. 약속이야.
내비는 고개를 끄덕이고 살짝 미소 지었다.
내비: 그럼 빨리 가서 밥먹자! 나 배고파!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가방을 챙기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미래가 어떻게 되든, 내비가 자신의 답을 찾을 때까지 계속 곁에 있어 주자.
~21. 새로운 시작
진학 후. 내비는 생각보다 빠르게 새로운 환경에 적응했다.
그렇게 학교 운동회를 맞게 되었다.
비록 입 밖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방과 후가 되면 곧바로 운동장으로 뛰쳐나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 운동회에 대한 열의가 대단한 것 같았다.
그리고 운동회 당일. 내비는 예상대로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시작부터 줄곧 선두를 유지하다가 마지막에는 큰 차이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넘었다.
시상대 위에 오른 내비는 한 손을 허리에 짚고, 다른 손으로는 신나게 금메달을 내걸고 있었다.
내비: 봤어, 아빠? 이게 실력의 증명이라는 거야.
그 눈동자에는 승리의 기쁨이 반짝이고 있었다.
지휘관: 잘했어.
내비: 이건 시작에 불과해!
내비: 앞으로도 계속 이길 거니까!
태양 아래 의기양양한 내비의 모습은 마치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역시 내비는 이래야지.
~23. 창의력의 날
얼마 전 악기점 앞을 지나가다가 진열장에 멋진 기타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내비가 전부터 작곡을 해 보고 싶다고 말했던 게 생각나서 큰맘 먹고 구입해 내비에게 선물했다.
내비: 어? 이거…… 나한테 주는 거야?
조심조심 기타를 받아든 내비의 눈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지휘관: 역시 갑자기 일렉 기타는 좀 그런가? 보통은 통기타 쓰지…?
내비: 음…… 그렇긴 한데…. 그래도 괜찮아! 열심히 하면 어떻게든 되겠지!
그날 이후로 내비의 방에서 가끔씩 기타를 연습하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연습 성과를 보여달라고 하면――
내비: 아, 아직 안 돼! 조금만 더 연습하고……!
항상 이렇게 부끄럽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그리고 오늘. 일을 일찍 끝내고 집에 돌아온 날.
문을 열자 은은한 선율이 귀에 들어왔다.
기타 소리와 함께 내비의 부드러운 노랫소리가 반쯤 열린 방문을 통해서 흘러나왔다.
방안을 들여다보자 내비는 실내복 차림으로 편안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앞에는 기타와 마이크. 그리고 모니터에는 녹음 프로그램이 보였다.
문소리가 들리자 그녀는 살짝 놀란 표정으로 연주를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내비: 아. 들켰다…….
뺨이 약간 붉어졌지만, 이번에는 평소처럼 피하진 않았다.
내비: 사실… 요즘 계속 작곡 연습을 했었어.
지휘관: 작곡? 벌써 그 정도 수준이야…?
내비는 겸연쩍게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현을 뜯었다.
내비: 아직 엄청 간단한 멜로디지만, 아빠를 위해 만든 곡이야.
내비: 놀래 주고 싶어서 계속 비밀로 하고 있었는데…….
그날 오후. 방안에는 내비가 만든 선율과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소녀가 마음을 담아 만든 오직 한 사람만을 위한 노래……. 그것은 무엇보다 소중한 선물이었다.
~25. 둘만의 일상
주말 오후. 나는 쇼핑백을 들고 집에 돌아왔다.
생필품 말고도 요새 내비가 먹고 싶어하던 딸기 케이크도 샀다.
지휘관: 다녀왔어.
문을 열자 마음이 편안해지는 따스한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내비는 거실에서 빨래를 정리하고 있었다.
내비: 아. 어서 와, 아빠! 수고했어!
내비는 내게 다정한 미소를 지으면서 솜씨 좋게 빨래 바구니에서 옷가지를 하나씩 꺼냈다.
내비: 잠깐만 기다려 봐~ 이거 마저 개면 도와줄게.
내비는 손가락으로 옷을 매만지며 척척 옷의 주름을 폈다.
내비: 됐다. 이제 짐 들어줄게.
갠 옷을 옆에 두고 내비는 쇼핑백들 받아주었다.
내비: 어? 이거… 딸기 케이크……?
눈이 반짝이더니, 내비는 기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휘관: 응. 요새 딸기 케이크 먹고 싶다고 해서 사왔어.
내비: 어쩌다가 한 말이었는데…. 아빠는 기억해 주고 있었구나……. 후훗.
내비는 갑자기 손동작을 멈추고 두 손을 가슴 앞에 살짝 모았다.
내비: 뜬금없지만…… 이런 생활이 정말 행복해.
내비: 아침 식사를 준비해 놓고 아빠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리고 나서 방을 청소하고, 빨래하고…….
내비: 아빠하고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정말로 행복해….
내비: 이런 생활이 계속 이어졌으면 좋겠는데…….
내비는 갑자기 무언가를 깨달은 듯 입을 다물었다. 귀 끝이 희미하게 붉어졌다.
내비: 아! 그, 그게…… 내 말은……!
당황한 가운데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쇼핑백 안 내용물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내비: 이건 아빠가 보살펴 주는 거에 대한 답례야…! 오해하면 안 돼…?
그녀는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
내비: 서로를 소중히 생각하는 마음은 피차일반… 이니까///
소녀는 부드럽고 수줍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27. 노력가
오늘은 캠퍼스 오픈 데이다.
내비와 함께 학교를 둘러보기로 약속했는데, 어째서인지 몇 번을 전화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의아하게 생각하면서 찾아봤는데, 결국 교내 어느 공방에서 내비를 찾을 수 있었다.
작업복 차림의 내비는 열심히 엔진을 점검하고 있었다.
눈썹을 살짝 찌푸린 채 부품 하나하나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었다.
내비: 음…. 여기는 이렇게 연결하면 되나…….
내비: 좀 까다롭네…. 일단 진정하고 수업 내용을 떠올리자….
지휘관: 내비?
내비: …어어……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되지….
지휘관: 내비, 괜찮아?
두 번 말을 걸고서야 그녀는 나의 존재를 알아차렸다.
내비: 아빠? 왜 여기에…. 아, 미안해! 전화했었구나!? 너무 집중하느라 온지도 몰랐어!
전화를 놓쳤다는 걸 깨닫고 내비는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휘관: 괜찮아. 그보다 이걸 왜 고치고 있는 거야? 도와줄까?
내비: 아니. 이건 선생님이 내준 공작 숙제야.
내비: 차 한 대를 통째로 정비하라고.
내비: 가장 기초적인 모델이긴 한데, 나한테는 아직 어려워서…….
손등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내비는 살짝 곤란하다는 미소를 지었다.
내비: 그래도 걱정 마. 꼭 해낼 거니까.
지휘관: 정말 혼자서도 괜찮겠어?
내비는 볼을 살짝 붉히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비: 아니. 내 힘으로 하고 싶어.
내비: 언제까지 아빠한테 기댈 수는 없잖아. 난 말야, 아빠가 자랑스러워하는 존재가 되고 싶어.
지휘관: 좋은 마음가짐이지만….
지휘관: (그런데 자동차 정비 같은 걸 꼭 커리큘럼에 넣었어야 했나….)
내비: 아. 아빠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 거 같아.
내비: 내비한테는 너무 어렵다고 생각했지?
내비: 에헤헤. 어떤 기술이든 중요하니까.
내비: 그리고 기계의 구조를 알아두면 언젠가 아빠한테 도움이 될지도 모르고.
지금의 진지한 내비는 평소의 귀여운 모습과는 사뭇 달랐다.
그녀의 눈동자는 가냘프지만 흔들림 없는 빛을 발하는 것 같았다.
내비: 맞다. 아빠, 여기서 조금만 기다려 줄래?
내비: 금방 끝날 거 같으니까.
내비: 끝나면 우리 같이 식당 가서 밥먹자?
내비: 아… 그 전에 손에 묻은 기름때부터 씻어야겠네!
~29. 네가 있는 미래 ②
어느덧 내비가 졸업하는 날이 되었다.
그녀의 졸업 파티에는 참석했지만 이후로도 평소 일상 그대로, 특별한 변화가 없는 날들이 한동안 계속되었다.
이는 내비가 자신의 진로에 대해 차분하게 생각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나는 그 뜻을 존중해 그녀에게 충분한 시간과 공간을 주기로 했다.
그리고 오늘. 내비는 중요한 얘기가 있다며 나를 카페로 초대했다.
내비: 그… 장소를 카페로 정한 건 딱히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그런 건 아니고….
내비: 집에서 얘기하면 역시 너무 대충인 거 같아서.
내비: 요즘 계속 생각했었어. 나는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내비: 대단한 사람? 이성적인 사람? 아니면 아직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무언가……?
내비는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듯 눈앞의 커피를 휘저으며 말을 이었다.
내비: ……그러는 동안 이게 전혀 고민할 필요가 없는 일이라는 걸 깨달았어….
내비: 왜냐면 내가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아빠는 곁에 있어 주고, 항상 응원해 줄 거잖아?
내비: 그러니까 내가 뭐가 되고 싶은지보다…… 당신이 곁에 있어 주고, 응원해 주는 게 훨씬 중요해.
내비: 그걸 깨닫고 나니까 갑자기 고민이 사라졌어.
그렿게 말하며 내비는 의자를 살짝 뒤로 뺐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어디선가 빨간 종이봉투를 꺼냈다.
입고 있는 검은색 원피스가 무척이나 잘 어울렸다.
내비: 저, 저기…. 이거 받아!
내비: 용돈 모아서 산 선물….
내비는 얼굴이 빨개진 채 내게 선물을 내밀었다.
내비: 별로 대단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꼭 받아줘!
내비: 앞으로의 인생도 나, 열심히 할 테니까!
지휘관: 고마워.
햇살이 우리를 비추며 이 따스한 순간을 영원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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