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및 관련 글/TB 육성 계획

귀를 기울이면

킹루클린 2024. 2. 13. 22:32


 ~01. 베드 타임 스토리
TB: …졸려…. 이야기, 듣고 싶어….

지휘관: 자기 전에 이야기 듣는 거 좋아하는구나? 다행이다,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어.

TB: …좋아…가 뭐야…?

지휘관: 그러니까…… '좋아'의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어.

지휘관: 사람에게 '좋아'라고 할 때와, 물건에게 '좋아'라고 할 때. 아무튼 계속 같이 있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할까?

지휘관: (음…. 지금의 TB한테는 이렇게 말해도 이해하기 힘들겠지.)

지휘관: (방식을 좀 바꿔 볼걸……. 이건 실패네….)

눈앞의 어린 아이는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다가, 이렇게 말했다.

TB: …아빠가 읽어 주는 거… 좋아….

음. 오늘은 정말 재밌는 이야기를 준비해야겠군!



 ~02. 신메뉴
옷자락이 당겨지는 느낌에 뒤를 돌아보니 TB가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지휘관: 왜 그러니? 배고파?

TB: …응. …밥….

지휘관: 뭐로 할까? 지난주에 TB가 좋아했던 걸로 할까?

TB: …싫어. …이제 맛없어….

지휘관: (TB도 음식에 있어서는 '질린다'는 감정을 느끼는구나….)

TB: …다른 게 좋아….

지휘관: 그럼 이번 주는 다른 요리로 하자. TB, 먹고 싶은 거 말해 봐.

TB: 아빠가 해주는 거면… 다 좋아….

나는 실소를 지으며 TB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나중에 요리도 제대로 연구해 봐야겠다.



 ~03. 새 옷
TB: 아빠…….

지휘관: 왜 그러니 TB?

TB: 공연… 새 옷… 귀여워?

새 옷을 입고 했었던 공연의 감상을 물어보는 건가?

지휘관: 당연히 멋졌지. 새 옷을 입은 TB도 엄청 귀여웠어.

TB: …아빠…도….

지휘관: 도……?

TB: …귀엽고…멋있어….

이 모습의 TB한테 '귀엽다'는 칭찬을 듣다니……. 뭐라 말하기 힘들지만, 조금 감동했다.

지휘관: 응. TB하고 똑같네.



 ~04. 인형
TB: …아무 데도… 없어….

지휘관: 왜 그러니 TB?

TB는 방안을 빙글빙글 맴돌고 있다.
평소처럼 표정에선 아무 것도 읽을 수 없지만… 그럼에도 TB의 초조함과 불안감이 확실히 느껴진다.

TB: 인형… 없어졌어….

인형이면 TB가 항상 가지고 다니는… 그 정체불명의 생물을 말하는 건가?
TB가 학교에 간 사이에 수납함에 인형을 넣어 뒀었다.
이렇게 불안하게 만들다니… 조금은 미안한 생각이 든다.
인형을 꺼내 돌려주자 TB는 그제야 마음이 놓인 모양이다.
그나저나 저 인형은 대체 무슨 생물이지.



 ~05. 용돈에 대해
TB: 아빠. 정말 안 돼요?

TB는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지휘관: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왜 갑자기 용돈을 늘려달라고 하는 거니…?

TB: "성장기의 아이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돈이 필요합니다."

TB: "이는 화폐와 경제 시스템에 대한 인식을 갖추는 데도 도움이 됩니다."

지휘관: 그런 딱딱한 이유를 대도… TB는 아직 어리고…….

TB: 아빠는 아이한테 세뱃돈이나 용돈을 맡아준다고 해놓고 무심코 사용해 버리는 어른인가요?

지휘관: …그래, 내가 졌다. 자, 여기 용돈으로 쓰렴.

용돈 논쟁에서 또다시 TB에게 지고 말았다…….



 ~06. TV 드라마에 대해
TB: 범인은 이미 알았어요.

TB는 TV 앞에 앉아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자신만만하게 자신의 추리를 들려줬다.

지휘관: TB, 숙제는 다 했니?

TB: 분석해 보면… 범인에게는 …가 있어서, 그래서….

아직도 드라마에 빠져 있는 TB는 자신의 견해를 웅얼웅얼 말하고 있다.
분석 자체는 그럴싸하지만….

지휘관: TB, 숙제는…….

TB: 숙제는 결말까지 보고 할 거예요. 지금은 중요한 자료를 분석 중이니까요.

……숙제를 빼먹는 것도 성장의 일환일까…?



 ~07. 운동에 대해
TB: 아빠. 운동에 대해서 물어봐도 돼요?

TB: 요즘 달리기가 슬럼프에 빠져서 좀처럼 기록 갱신을 못하고 있어요.

흠. 어쩐지 오늘 TB가 좀 조급해 보이더라.

지휘관: 먼저 묻고 싶은데, TB는 달리는 것 자체를 좋아해? 아니면 성적 때문에 그러는 거야?

TB: 운동을 꾸준히 하면 건강을 유지하고 활력을 높일 수 있으니까요.

지휘관: 정석적인 대답이긴 한데… 내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네.

TB: …달리는 거 자체가 좋아요.

지휘관: 그렇다면 굳이 기록과 성적에 목맬 필요 없어.

지휘관: 그냥 계속 달리다 보면 무언가 수확이 있을 거야.

그 후 TB의 성적이 향상됐다고 들었다――



 ~08. 반항기…?
TB: 아빠. 옷 세탁하고 건조 돌렸어요.

TB는 인형의 꼬리를 흔들면서 말했다. 보아하니 인형도 빤 모양이다.

지휘관: 응? 근데 인형 가지고 학교에 갈 수 있니?

생각해 보면 며칠 전에도 TB는 인형을 가지고 학교에 갔던 것 같다.

TB: 교칙상 안 되긴 하지만…….

TB: TB는 TB만의 규칙이 있어요.

지휘관: …그래 뭐.

아무래도 TB의 교육 방침에 대해서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있는 것 같다.



 ~09. 취미 동아리-쿨
TB: ……아빠. 이거.

TB가 전단지 뭉치를 내 앞에 늘어놓았다.

지휘관: …다 동아리네? 혹시 내 의견을 묻고 싶은 거니?

TB: ……딱히 아빠 의견을 듣고 싶은 건 아니에요. 그냥 고르다 지쳤을 뿐이에요.

지휘관: (여전히 솔직하지 못하네.)

지휘관: 그럼 TB는 특별히 해보고 싶은 거라도 있니? 그 관점에서 생각해 볼까?

TB: ……딱히 없어요.

TB: ……그래서 오히려 뭐든 상관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결정하기가 힘들어요.

지휘관: (성장한 TB와 얘기하면 때때로 이렇게 뭘 어찌하면 좋을지 모를 때가 있어……. 이게 ‘개성’인가?)

결국 궁금한 동아리에 모두 체험 입부 해보는 건 어떠냐는 제안밖에 할 수 없었다.



 ~10. 취미 동아리-상냥함
TB: 아빠. 지금 시간 되세요? 괜찮다면 동아리 선택을 도와주셨으면 해요….

TB는 난처한 표정으로 전단지 뭉치를 앞의 책상에 놓았다.

지휘관: …동아리? 좋아하는 걸 하면 되잖니?

TB: 그게…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TB: 정확하게 말하면 딱히 좋아하는 게 없어서 더 못 고르겠어요….

TB: 이왕이면 한 번씩 다 체험해 보고 싶기도 하고….

지휘관: 그것도 괜찮지 않니? 좋아하는 걸 찾을 때까지 시도해 보는 것도 방법이야.

TB는 한참을 고민한 끝에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무사히 좋아하는 걸 찾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11. 취미 동아리-활발
TB: 아빠! 빨리 와봐! 이거 고르는 것 좀 도와줘요!

TB는 다짜고짜 내게 전단지 뭉치를 내밀었다.

TB: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어요! 다 해보고 싶어요!

지휘관: 동아리구나…. 그럼 평소에 가장 좋아하는 걸 기준으로 고르면 되지 않아?

TB: 아, 알겠다! 근데 만화 보는 동아리는 없네요? TB가 만들어 버릴까~

지휘관: 만화만 보는 동아리는 안 되지 않을까…. 지금 있는 것 중에 골라봐.

TB: 에엥, 그래요? 잠깐만! 다 고르면 안 된다는 규칙은 없죠?

TB: 흐흥. 그럼 동아리마다 다 참여해야지~! 이걸로 결정! TB 완전 천재야!

네 몸은 몇 개냐고 묻고 싶었지만 혼자 신이 난 TB를 보고 있자니 도저히 찬물을 끼얹을 수가 없었다.
이것저것 시도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고, TB가 진짜 취미를 찾기를 바라자…….



 ~12. 관찰 일기-쿨
TB: (빤―――――히)

 지휘관: TB. 무슨 일 있니?

TB의 시선이 내게 고정된 지 1시간째. 이쯤 되면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TB: ……딱히요. 학교에 제출할 관찰 일기를 쓰고 있는 것뿐이에요.

지휘관: 자, 잠깐만…. 관찰 일기? …대상이 혹시 나니?

TB: ……그런데요.

지휘관: 저기… 다른 생물로 바꿔 보지 않을래? 작은 동물이나 곤충 같은 걸로.

TB: …귀찮으니까 싫어요.

TB는 단호하게 거절하고 관찰을 계속했다.
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적어도 숙제는 빨리 끝낼 수 있겠지.



 ~13. 관찰 일기-상냥함
TB: 저기요~ 아빠는 TB가 학교에 있는 동안 집에서 무얼 하시나요?

TB: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은요? …아, 알고는 있는데 그냥 확인 차 여쭤보는 거예요.

TB: 그리고 자주 보는 방송이나, 좋아하는 옷 소재, 그리고…….

아까부터 TB가 연달아 내 취향이나 일상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대체 뭐지…?

지휘관: TB… 뭐하는 거니……?

TB: 아, 죄송해요…. 설명 드리는 걸 깜빡했네요. 학교에 제출할 관찰 일기에 참고하려구요.

TB: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모르는 항목이 많아서….

지휘관: 아마 관찰 일기의 대상이 보통은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 게 아닐까…?

TB: 네? 그런가요?

고개를 끄덕이며 TB에게 다른 관찰 대상을 권하려고 했지만….

TB: 그래도 저는 역시 아빠가 좋아요. 에헤헤, 계속할까요?

거절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결국 TB의 관찰 일기는 무사히 완성되었다.



 ~14. 관찰 일기-활발
TB: 아빠, 아빠! 이거 채우는 것 좀 도와줘요!

지휘관: …관찰 대상에 대해 쓰세요? 이게 뭔데?

TB: 보다시피 관찰 일기에요. 학교 숙제!

지휘관: 그건 보면 아는데…. 설마 날 관찰 대상으로 삼을 셈이야?

TB: 빙고! 그럼 TB의 관찰 일기가 제일 독특하겠죠? TB 진짜 천재 아니에요?

지휘관: …뭐 독특하다면 독특하긴 한데, 보통 이런 거는 관찰 대상에 인간은 안 들어갈걸.

TB: 엑. 안 되는 거예요?

지휘관: 아, 아니 꼭 안 된다는 건 아니고….

TB: 그럼 괜찮은 거네요! 알 수 없는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구요~

결국… 시키는 대로 TB의 숙제를 돕게 되었다.



 ~15. 소녀의 마음-쿨
TB: ……숙제도 다 했고 오늘 집안일도 다 끝냈어요.

TB: (빤―――――히)

지휘관: 그, 그렇구나. …근데 왜 그러니, TB?

TB: ……이럴 때는 보통 격려나 보상이 있을 텐데요.

지휘관: 으흠. 그러니까 어리광 부리는 거로구나.

TB: ……아니에요. 아빠가 착각한 거예요. 어리광 부리는 거 아니에요.

지휘관: 그럼 오늘 열심히 한 TB를 위해 저녁을 만들어 줄게. 영양 보충 겸 달걀프라이도 추가해서.

TB: ……딱히 보상을 받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지만…. 달걀프라이는 반숙으로 해주세요.

지휘관: 그래그래.

하아. 요즘 애들은 이해하기 어렵구만….



 ~16. 소녀의 마음-상냥함
TB: 아빠. TB가 더 도와드릴 일이 있을까요? 안마라던가….

지휘관: 숙제도 다 했고 집안일도 다 했으니까 이젠 쉬어도 돼.

TB: 하지만 숙제도 집안일도 원래 TB가 해야 하는 일인걸요…. 음… 안마는 괜찮으시다면… 글쎄요….

TB: 아. 오늘 저녁은 제가 만들어도 될까요? 재료는… 당장은 많지 않으니까 영양 보충으로 달걀프라이도 만들어 드릴게요!

지휘관: 아니, 잠깐만! 달걀프라이는 내가 할게!

TB: 네? 그치만…….

지휘관: 달걀프라이는 위험하니까! 내가 할게!

옛날에 TB가 ‘달걀프라이’를 만들 때의 기억이 너무 강렬하다.

TB: 우우. 저녁 다 먹으면 내일 아침까지는 아빠하고 한 마디도 안 할 거예요.

TB: (작게) 이제는 잘 만들 수 있는데…….

선언한 대로 저녁 식사 후 TB는 정말로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하아, 요즘 애들은 어렵네….



 ~17. 소녀의 마음-활발
TB: 오늘 숙제도 집안일도 다 했어요~! TB 완전 착하죠!

이건… 칭찬을 바라는 얼굴이다.

지휘관: 그럼 세상에서 가장 착한 TB는 상으로 뭘 받고 싶니?

TB: 딱히 상 같은 건 없어도 되는데요오~

TB: 요리를 좀 더 배우고 싶어서요…. 냉장고에 달걀도 있으니까 그걸 이용한 요리를 해보고 싶어요.

지휘관: (의욕을 떨어뜨리고 싶지는 않지만 어렸을 적의 일을 생각하면 조금 불안한데….)

TB: ……거기 잠깐! 지금 그 표정, 제가 어렸을 때 만들었던 달걀프라이 생각했죠 방금!

지휘관: 그릇의 한계를 넘을 때까지 태워먹었던 달걀프라이들은 절대 잊지 못할 거야…….

TB: 흥. 뭐예요……. 언젠가 천재 TB가 꼭 완벽한 달걀프라이를 먹여드릴 테니까요!

소녀는 뾰로통한 얼굴로 소파에 앉아 TV를 키고 요리 프로그램을 보기 시작했다.
천재 TB의 완벽한 달걀프라이를 나도 모르게 기대하게 되는 것이었다.



 ~18. 초콜릿에 대해-쿨
TB: ……아빠는 초콜릿 좋아해요?

지휘관: 갑자기 왜?

TB: ……그냥 궁금해서요. 좋아하는지 아닌지만 알려주세요.

지휘관: 글쎄…. 뭐, 에너지 보충용으로는 아주 좋지.

TB: …….

지휘관: 응? 갑자기 왜 그래?

뭐지…. 내가 뭐 잘못 말했나.

TB: ……아뇨. 그냥, 꽤 힘들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 여러 의미로.

지휘관: ……???

그 후 에너지 드링크에 초콜릿을 섞으려고 하고 있는 TB를 발견했다…….



 ~19. 초콜릿에 대해-상냥함
TB: 그러고 보니 아빠는 어떤 초콜릿을 좋아하시는지 아직 모르겠네요….

지휘관: 갑자기 왜?

TB: 그게, 요즘 초콜릿을 만들어 보고 싶어져서요. 이왕이면 아빠의 취향에 맞추려구요.

지휘관: 글쎄…. 별다른 취향은 없는데.

지휘관: 그래도 뭐 초콜릿 자체는 에너지 보충용으로 좋으니까.

지휘관: TB가 하고싶은 대로 만들어도 괜찮아.

TB: 우우…….

지휘관: 응? 왜 그러니?

TB: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기분 탓인가 TB가 좀 화난 거 같은데…?



 ~20. 초콜릿에 대해-활발
TB: 아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볼게요~! 초콜릿 먹을래요?

지휘관: 엉?

TB: 먹고 싶은지 아닌지만 알려주세요~!

지휘관: 딱히 먹고 싶진 않은데. 너무 많이 사서 다 못 먹는 거면 좀 나눠줘도 돼.

TB: 그런 뜻이 아니라요~!

TB: ………마, 만약 TB가 초콜릿을 만들면…….

지휘관: TB가 뭘 만들어?

TB: 됐어! 아무것도 아니에요!

결국 초콜릿 얘기는 거기서 끝났다. …대체 왜 그러지?



 ~21. 구름에 대해
TB: ? 창밖에…….

TB는 창밖의 구름을 가리키고 있다.

TB: 별? 물고기? 말?

TB: 항모? 전함…?

지휘관: 잠깐만. 중간부터 좀 이상한데? 어디 보자…….

나는 TB가 가리킨 방향을 봤다.
진짜다! 아카시는 대체 무슨 기준으로 이 가상 공간을 만든 거지….



 ~22. 적정량에 대해
TB: 적정량…적정량…….

TB는 책을 읽던 도중 무언가 어려운 개념에 부딪힌 것 같았다.

TB: 대체 뭐지…….

지휘관: 너무 많지도 않고 적지도 않은 딱 알맞은 양을 말하는 거야.

TB: 음……….

지휘관: ‘적정량’이라는 말이 딱 정해진 게 없긴 하지….

지휘관: 그럼 우리 같이 답을 찾아볼까?

TB: ……응. 그럼… 같이…….



 ~23. 잃어버린 지갑에 대해
TB: 아빠…….

TB는 무척이나 우울해 보였다.

지휘관: 왜 그래, TB?

TB: 지갑…… 잃어버렸어요….

TB가 말하길 귀갓길에 간식을 샀을 때까지는 지갑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 후 집에 와서 지갑을 꺼내려고 했는데 아무 데도 없었다고.
한 달 치 용돈이 들어 있었는데 그걸 전부 잃어버렸다니….

지휘관: 재앙이군….

너무 안쓰러워서 결국 TB에게 다시 한 달 치 용돈을 쥐여 줬다.



 ~24. 마법에 대해
TB: 아빠. 마법은 있어요?

지휘관: 마법이라… 그게…….

없다고 하면 TB의 꿈을 깨트리게 되겠지?
하지만 있다고 하는 것도 좀 그렇고…….

지휘관: (하아……. 교육은 어렵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서 결국 컵케이크 하나로 얼렁뚱땅 넘어갔다.



 ~25. 책에 대해
TB: 책 읽고 싶어요. 근데 뭘 읽으면 좋을까요…….

지휘관: 교과서는 어때? 헷갈릴 때는 공부지.

TB: ……싫어요.

TB: 재밌는 거 보고 싶은데….

지휘관: 재밌는 책…? 음, 당장 뭐 떠오르는 게 없네.

지휘관: 그럼 우리 나중에 서점 가서 제목이나 표지가 재밌어 보이는 책을 골라 볼까?

TB: 네!



 ~26. 꿈에 대해
TB: 아빠. 꿈이란 건 뭐예요…?

TB는 가끔 개념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데, 그 때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늘 머리를 싸매고 만다.
뭐 이런 식으로 일문일답 하는 것도 즐겁지만.

지휘관: 꿈이라…. 어떻게 보면 미래에 대한 기대지.

지휘관: 마음속에서부터 이루고자 하는 목표라고 할까?

TB의 궁금증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도 지식을 반추하고 ‘개념’으로 되새긴다.
이게 함께 성장한다는 걸까.



 ~27. 음료에 대해
TB: 아빠. 이거 마셔 보고 싶어요….

TB는 광고에서 유리잔에 담긴 금빛 액체를 가리키며 내게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이 음료는 이른바 ‘어른 전용’이다….
잠깐. 지금 TB는 혹시 ‘어른’으로 업데이트 되려는 건가…?
……아무튼 지금의 TB에게는 너무 이르다.
결국 유리잔에 주스를 따라주며 어떻게든 얼버무렸다.



 ~28. 요리에 대해
TB: 아빠. 이 요리… 재밌어 보여요.

TB는 TV에서 나오는 ‘실수 연발 요리 교실 – 나처럼은 되지 마~’를 가리켰다.
이걸 뭐라고 해야 될까…. 어떻게 하면 이렇게 될 수 있는지 사고를 넓혀주는 요리가 소개되고 있었다.

TB: 만드는 법, 배워 보고 싶어요.

‘선명한’ 색과 ‘기묘한’ 형태를 보고 나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지휘관: 이건 안 배워도 괜찮아….

결국 애니메이션으로 TB의 관심을 돌렸다.



 ~29. 과자에 대해
TB: 후우. 배불러….

식탁 위에 이리저리 널려 있는 과자 봉지를 보니 머리가 아파왔다.

지휘관: 과자만 먹으면 몸에 안 좋단다.

TB: 우우.

아무래도 이 정도 설득은 효과가 없는 것 같다.

지휘관: 과자만 먹으면 어른이 될 수 없어.

TB: 그런 거라면….

그 이후로 TB가 과자를 폭식하는 일은 없어졌다.



 ~30. 헤어스타일에 대해
TB: ………….

지휘관: 왜 그러니? 뭐 도와줄까?

TB: 아뇨. 아빠. TB 좀 달라지지 않았어요?

지휘관: 달라져…?

TB를 자세히 살펴봤지만 특별히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지휘관: 혹시 새 스킬이라도 익혔니?

TB: …머리카락, 전보다 5mm 짧아졌어요.

그렇게 말하고 TB는 삐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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