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 진로에 대해
이렇게 TB의 ‘개성’ 육성 계획은 일단락되었다.
아카시가 말하길 여기서부터 TB는 각각의 진로로 나아간다고 하던데….
한층 더 성장한 그녀는 지금 어떤 모습일까…?
~33. 사진 모델
TB: ……지금 표정하고 포즈, 괜찮나요?
빼어난 미모와 카메라 앞에서의 뛰어난 표현력으로 TB는 졸업 후 모델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TB의 업무 계약을 처리하는 반쪽짜리 매니저 같은 역할이 되었다.
왜 반쪽이냐면――
TB: ……3시간 후에 CM 촬영 하나 더 있으니까 진행 부탁드려요.
TB: ……내일 오전에는 오디션이 하나고 있고, 오후에는…… 아니, 내일 오후 일은 취소해 주세요.
‘매니저’가 없어도 TB는 자신의 일정을 잘 관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휘관: 포즈 좋은데.
TB: ……내일 오후엔 같이 놀이공원 가요.
TB: ……그리고 어디가 좋았다는 거예요? 하나도 안 괜찮은데요….
촬영 중간 TB가 작은 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포즈를 바꾸는 순간 그녀의 귓가가 조금 붉은 것을 언뜻 보았다.
~34. 솜씨 좋은 아티스트
TB: ……응? 이러면 눈에 안 좋다고요?
TB: ……익숙해졌으니까 괜찮아요.
TB는 졸업 후 계속 예술의 길로 나아갔다.
집에서 나와 작업실에 틀어박혀 하루 종일 창작 활동을 하고 있다.
연락은 거의 통화로만 이루어진다.
지휘관: 밥은 잘 챙겨 먹어.
TB: ……응. 알아요. 오늘은 집에 가서 잘 거에요.
TB: ……맛있는 거, 만들어 주세요.
그녀는 작은 목소리로 약속했다.
~35. 인기 뮤지션
TB: ……동료들이 오기 전에 튜닝을 끝내야 해.
TB는 졸업 후 뮤지션이 되어 자신의 녹음 스튜디오를 갖게 되었다.
지휘관: 힘들겠네…….
TB: ……괜찮아요. 마음을 움직이는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니까요.
TB: ……지루하면 밖에서 기다리셔도 돼요.
지휘관: 괜찮아. 이렇게 TB를 보는 것도 재밌으니까.
TB: ……네.
믹서기를 만지는 TB의 표정은 매우 진지했다.
돌아가면 그녀가 추천해준 음악을 제대로 들어보자.
~36. 떠오르는 뉴 스타
TB: 저기, 우선은 여러분의 응원에 감사드립니다. ……솔직히 놀랐습니다.
TB: 너무 갑작스러워서 제대로 된 수상 소감도 준비하지 못했는데…….
무대 위의 TB는 트로피를 손에 들고 당당하게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졸업 후 TB는 배우가 되었고, 탁월한 연기력으로 인기를 얻어 많은 상을 받았다.
TB: ……하지만 오늘 이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제게 정말 소중한 분이 그동안 저를 잘 키우고 보살펴 주신 덕분입니다….
소녀는 미소지었다. 그녀가 발하는 빛은 주변의 모든 것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TB: 앞으로도 열심히 하겠습니다――
~37. 달인 요리사
지휘관: 케이크에 골고루 크림을 바르는 게 이렇게 어려울 줄이야…….
TB: 후후후. 예쁘고 맛있는 케이크를 만들려면 인내심이 필수랍니다.
TB는 졸업 후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삼았다.
지금은 이미 유명한 요리사가 되었다.
TB: 그래도 초보자에게는 좀 어렵겠네요……. 제가 팁 하나 알려드릴게요.
지휘관: 팁?
TB: 네. 만드는 과정에서 마음을 담는 거랍니다. 그렇게 하면 쉽게 만들 수 있어요.
TB: 이런 식으로…….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크림과 딸기의 달콤한 향기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오늘의 케이크도 분명 매우 맛있을 것이다.
~38. 유망한 작가
TB: 아아…… 와주셨군요.
TB는 졸업 후 글쓰기에 전념하기로 했다.
잇달아 발표한 소설은 모두 호평을 받았고, 그녀는 전업 작가가 되기로 결정했다.
TB: 보시다시피…… 지금은 소재를 수집하는 중이에요.
지휘관: 다음 소설 주제는 이미 정해졌니?
TB: 음… 다음은 연애 소설을 쓰고 싶어요.
TB: 취재… 도와주실 거죠…?
아주 잠깐, 그녀의 말은 장난기를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39. 촉망받는 선수
TB: 에헤헤. 또 1등!
수건을 쥐면서 TB는 나를 향해 브이를 날렸다.
TB: 대단하죠? 강하죠? 완전 훌륭하죠?
TB: 이 기세면 더 큰 상도 쉽게 받을 수 있을 거예요♪
지휘관: 그래그래….
TB는 졸업 후 자신의 신체 능력을 살려 운동선수가 되었다.
앞으로도 더 넓은 세상에서 멋진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다.
지휘관: 앞으로도 힘내. 너무 우쭐해하지 말고.
TB: 당연하죠! TB를 확실히 지켜봐 주세요!
~40. 비즈니스의 기재
TB: 당신의 사업은 순조로웠으니 더 이상 나 같은 친구는 필요 없다. 그런 거였겠지.
TB: 하지만 도움을 청하러 온 지금도, 존경을 표하기는커녕 날 레이디라고 부를 생각조차 않아. 대체 무슨 행동이지?
재계의 거물로 성장한 TB는 압도적인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TB는 졸업 후 스스로 돈을 벌겠다고 나섰다.
그 후 편의점 아르바이트부터 한 걸음씩 올라가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재계의 신성으로 떠올랐다.
위엄 있게 행동하는 그녀를 보면 어쩐지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아 낯설기도 하다…….
TB: 휴우…… 드디어 쫓아냈네!
TB: 왜 그런 눈으로 봐요! 저런 사람을 제압하려면 이 정도 존재감은 내보여야 한다구요….
TB: 치이……. 어쩌다 보니 이런 자리까지 와버렸지만… 일하는 거 귀찮아! 또 같이 온천 가고 싶어요~!
TB는 푸념을 터트렸다.
음. 역시 익숙한 그대로라 다행이다.
~41. 발랄한 농부
TB: 짜잔! 보세요! 잘 하고 있죠?
TB: 매일매일 힘들긴 하지만…… 그래도 이 충실감, 즐거움……. 다른 일에서는 절대 맛볼 수 없어!
TB는 졸업 후 색다른 삶을 찾아 농장을 물려받았다.
그녀의 노력으로 쇠락하던 농장은 서서히 기세를 되찾았고 지금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TB: 농장 일 좀 도와주실래요? 체력 단련에도 딱 좋고…….
TB: 아! 당연히 급료는 드릴 거예요!
지휘관: 돈 안 줘도 도울 거야.
TB: 헤헤. 그럼 젖소들 사료 좀 챙겨 주세요~
산들바람이 그녀의 머리칼을 휘날렸다.
오늘도 좋은 날씨다.
~42. 반복되는 일상
이렇다 할 취미도, 눈에 띄는 특기도 없이 졸업한 TB는 흘러가는 대로 삶을 살게 되었다.
지금 그녀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었다.
끝나지 않는 사무 작업. 그치지 않는 전화…. 그리고 잦은 밤샘 야근으로 생긴 다크서클…….
만약 다시 시작할 수 있다면 이렇게 피곤한 삶을 살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
~43. 틀어박힌 삶
방임주의로 키운 탓인지 TB는 매사에 의욕을 보이지 않게 되었다.
졸업 후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생활을 하게 됐다.
게임, 콜라, 치킨…. 이것들이 TB의 전부다.
대체 TB가 방에서 나오는 건 언제일까――?
~44. ‘개성’의 결실
지휘관: 이걸로… 끝인가?
아카시: 그렇다냥!
지휘관: 아카시? 어떻게 여기 들어왔어?!
아카시: 음후후후. 개발자니가 크레디트에 나올 수도 있지냐!
아카시: 지휘관이야말로 아카시에게 물어보고 싶은 게 많겠지냐?
지휘관: 뭐… 그야 그렇지만.
지휘관: 애초에 개성을 키워서 직업을 갖는 게 TB에게 어떤 의미지?
아카시: 냥?
아카시: 그건 TB한테 직접 들어보자냐!
아카시: 아. TB가 어떻게 여기 나올 수 있느냐는 영업 비밀이니까 알려줄 수 없다냐~
지휘관: (그것도 묻고 싶었는데….)
아카시: 그럼 아카시는 이만 가보겠다냥. 둘이서 천천히 있다 오랴냐~
아카시가 사라지고 어느새 나타난 TB를 맞이했다.
TB: 오더를 확인했습니다. 분석을 실행합니다. ……분석이 중지되었습니다.
TB: 지휘관님, 죄송합니다. TB가 독단적으로 분석 명령을 중지했습니다. 이 문제는 분석 결과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TB: 지휘관님의 육성 행동으로부터 일반적 정의에 따른 특별한 감정을 얻었습니다.
TB: 이 감정의 출처에 대해서 데이터베이스에 존재하는 개념으로는 합리적인 설명이 불가능합니다만――
TB: 굳이 말하자면, ‘기묘’합니다.
TB: 가상 공간에서 당신과 보낸 시간. 그리고 어떤 직업을 가지게 되더라도 당신은 언제나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다는 안도감…….
TB: 힘들어도 함께라면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휘관: TB…….
TB: 왜 그러십니까? 지휘관님?
지휘관: 감동받았다고 할까, 놀랐다고 할까…. 너 말투가 평소하곤 좀 달라 보인다.
TB: 지휘관님의 육성 행동을 피드백 한 결과입니다. 마음에 들지 않으시면 조정하겠습니다.
지휘관: 아니. 지금이 좋아.
지휘관: 이렇게 말하는 것도 뭐하지만, TB의 후견인으로서 나는 아직 미숙한 점이 많아.
지휘관: 앞으로 TB가 어떤 모습으로 성장하든 나는 언제나 TB의 편이고, TB가 돌아올 항구야. 그것만은 알아줬으면 좋겠어.
TB: TB는 정박지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금 지휘관님의 말은 수사적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TB: 그 말에 포함된 감정 표현은 충분히 이해했습니다. ――지휘관님.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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