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화상협주곡
~01. 빼앗긴 보물
모항. 공원
푸슌: 페이옌, 푸보! 찾았다! 다음은 너네가 술래야!
푸보: 쉿! 조용히 해!
푸보: 지금 술래 얘기 할 때가 아냐! 저기 좀 봐!
푸보: 잘하면 엄청난 비밀 계획을 들을 수도 있다구!
푸슌: 뭐라고!?
페이옌: 빨리 숨어! 들키면 끝장이니까!
페이옌과 푸보는 푸슌을 풀숲으로 끌어당겼다. 세 사람은 함께 멀리서 걸어오는 사람들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클리블랜드: 음… 우리 물건들은 다 젠우한테 있지….
포미더블: 모으는 것도 힘들었어요….
뉴저지: 이제 와서 그래봤자 소용없지…. 그런 중요한 것들은… 젠우만 가지고 있으니까….
포미더블: 이제는 패션쇼 당일 결과를 기다릴 수밖에 없겠네요….
뉴저지: 응. 일단 돌아가자….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았으니까….
일행은 근심이 가득한 얼굴로 자리를 떴다.
페이옌: 으음….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들었어! 더 가까이 가자~
푸보: 더 다가가면 들킬 거야! 저쪽도 조심하고 있으니까!
페이옌: 알겠어…. 그나저나 어딜 봐도 수상하네. 분명 뭔가 감추고 있을 거야!
푸슌: 음…. "모으는 게 힘들었다", "다 젠우한테 있다"…….
푸슌: 아무리 봐도 보물 얘기 같은데….
떠나는 일행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푸슌은 이내 진지한 표정을 지었다.
푸슌: 흠흠과연그런거였나….
――!
풀숲에서 벌떡 일어선 푸슌. 그 머리에는 마른 풀이 엉켜 있었다.
푸슌: 대마왕 젠우가 모두의 보물을 빼앗은 게 분명해!
푸슌: 젠우를 물리치고 모두의 보물을 되찾자!
푸보: …어? 뭔가 재밌겠는데!
푸보: 아니, 아니……. 어흠! 찬성! 반드시 모두의 보물을 되찾아야 해!
페이옌: 그러고 보니 아까 '패션쇼 당일'이라고 했었는데….
푸슌: 패션쇼…. 이틀 뒤에 있는 모항 패션쇼를 말하는 거지?
푸보: 음…. 그리고 시간과 관련이 있다는 건….
푸보: 패션쇼 날 모든 보물은 젠우 게 되어 버린다는 거야!?
푸슌: 그럼 이러고 있을 시간 없어! 빨리 움직이자!
푸보: 잠깐만!
푸보는 턱에 손을 괴고 느긋하게 일어섰다.
푸보: 어흠…. '다산승 소산불승'이라…. 그리고, 그리고……. 에이, 뒤는 별로 안 중요하니까 상관없어!
페이옌: ……?
푸슌: 응? 다산 소산… 그게 무슨 말이야…?
푸보: 이래서 풋내기는 안 된다니까. 즉―― 제대로 계획을 세워야만 이길 수 있다는 뜻이야!
푸보: 그러니까 이번 작전은 먼저 확실한 계획을 세워야 돼!
페이옌: 오오! 페이옌 님은 찬성!
푸슌: 잠깐 잠깐! 그러면 계획을 세우기 전에 더 중요한 게 있어!
푸슌: 일단 이번 작전에 이름을 붙이자!
푸보: 오! 하긴 작전 계획서에는 제목이 있어야지.
푸슌: 이름하여――
푸슌: "타도 젠우 대마왕! 보물 탈환 대모험"!
페이옌: 야호~! 대모험이다~!
푸슌: 대모험이다~!
푸보: 대모험은 어디서 튀어나온 거야!? 에이, 됐어.
푸보: 계획 세우고 올게. 나중에 연락하자!
푸슌: 부탁해~!
~02. 페이즈1: 잠입 수사
밤. 모항 패션쇼 회장 외곽
푸보: 으응, 으으으으으――!
푸슌: 푸보! 힘내! 조금만 더 하면 담을 넘을 수 있어!
페이옌: 푸보의 다리가 갓 태어난 아기 사슴처럼 떨리고 있어!
푸보: 하아…하아…. 겨우 넘었……. 우와아아아아악!!
----
모항. 패션쇼 회장 내
먼지투성이가 된 일행은 몰래 회장 복도를 걷고 있었다.
푸보: 설마 그런 데서 실수하다니…. 이제는 정말 계획대로야! 단번에 보물을 찾아내야지!
푸슌: 다 푸보 때문이잖아! 벽을 넘기는커녕 그대로 우리한테 떨어지다니….
푸슌: 좀 더 모험을 거듭해서 체력을 단련할 필요가 있어!
푸보: 하아…. 나는 군사라고 군사! 일선에 나가는 그런 역할이….
푸보: 꺄아아아아아!!!
페이옌: 우와아아아아아!!!!
푸슌: 왜 그래!?
페이옌: 페이옌 님도 모르겠어!
페이옌: 그치만 푸보의 비명이 너무 무서웠는걸!!
푸보: 바밥바바방금 뭐가 휙 하고 지나갔어!
푸보: 하얗고! 긴 머리에! 기분 나쁜 뭔가가! 저쪽으로!
푸슌: 오오! 나도 봤어! 귀신이다!
푸보: 저, 정말로 귀신이야?
푸슌: 모험왕 푸슌이 틀릴 리가 없어!
페이옌: 페이옌 님도 봤어! 빨리 쫓아가자!
푸보: 자자자잠깐! 그렇게 서두르지 마! 날 두고 가지 마아아―!!
선두에 푸슌, 중앙에 페이옌, 후미에 푸보. 세 사람은 귀신을 쫓아 아무도 없는 런웨이에 이르렀다.
어두컴컴한 행사장 안. 런웨이에는 드문드문 사람의 그림자가 보였다.
푸보: 저, 저거…… 설마 다 귀신이야…?
페이옌: 그냥 마네킹이라구…. 흐흥. 그렇게 무서우면 이 페이옌 님이 푸보를 지켜줄 수도 있는데?
푸보: 아, 안 무섭거든…….
푸슌: 쉿! 잠깐만 조용히 해 봐! 방금 무슨 소리 났어!
탁탁탁… 탁탁탁…
푸보: 바, 발소리!? 그치만 런웨이에는 아무도 없는데…. 여, 역시 귀신이야!?
푸슌: 귀신이 틀림없어!
푸슌: 아까 하얀 귀신에 방금 발소리…. 경비가 삼엄하네. 그렇다면 귀신들이 지키고 있는 건 분명…….
페이옌: 보물이다!
푸슌: 나눠서 찾아보자!
푸보: 나, 나는 페이옌하고 같이 갈게! 내 날카로운 관찰력으로만 찾을 수 있는 것도 있으니까!
----
세 사람은 캄캄한 와중에 회장 안을 샅샅이 뒤졌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푸슌: 젠우 대마왕 너무 깐깐하잖아!
푸슌: 닥치는 대로 찾는 건 별로 좋은 방법이 아닌 거 같아….
페이옌: 어떡해…. 이대로면 이번 대모험은 실패로 끝나고 말 거야!?
푸보: 일단은 상황을 다시 정리해 보자…….
푸보: 보물은 꽤 교묘하게 숨겨져 있을 거야. 게다가 유령이나 귀신 같은 경비도 있고….
푸보: 사전에 세운 계획은 전혀 쓸모가 없어졌어. 이대로라면 오늘 밤 보물을 탈환할 가능성은 한없이 낮아.
푸슌: 그렇다는 건……?
푸보: 형세가 바뀌었으니―― 도망이다아!
----
한편. 모항 패션쇼 회장 무대 뒤
노시로: 괌. 방금 음향 테스트하신 건가요? 아니면 무슨 착오인가요?
괌: 응응. 왠진 모르겠는데 갑자기 발소리 효과음이 나왔어!
괌: 미리 테스트하길 잘했네~ 본방에서 이랬다간 큰일이었을 테니까!
노시로: 그러네요. …CCTV는 이미 확인하셨나요?
노시로: 패션쇼에 사용되는 구역들이 모두 잘 나오고 있나요?
괌: 지금 확인하는 중이야! 모가도르가 한 번 돌아봐 준다고 해서 완전 다행이라니까~
괌: 현재는… 28번 체크 포인트! 봐봐!
노시로: 응? 왜 하얀 목욕 타월을 걸치고 있는 거죠?
괌: 아하하하. 밤은 어두우니까 하얀 타월을 걸치고 있으면 잘 찍혀서 그런 거 아닐까?
노시로: 그렇군요… 응? 2번 체크 포인트 런웨이에…….
노시로: …푸보와 페이옌, 푸슌? 왜 여기 있지?
노시로: 저 아이들은 스태프가 아닐 텐데요?
괌: 아마 또 모험 놀이 하는 거겠지? 워낙 장난꾸러기들이니까!
노시로: 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젠우에게 알려야겠어요.
~03. 페이즈2: 매복
다음날 밤. 다시 돌아온 3인방은 다시 모항 패션쇼 회장으로 잠입했다.
푸슌: 전방… 이상 없음!
페이옌: 좌우측… 이상 없음!
푸보: 휴…. 오늘 밤은 유령도 귀신도 없는 거 같아서 다행이다….
푸슌과 페이옌을 방패삼아 전진한 푸보는 주변을 다시 한 번 꼼꼼히 확인한 뒤, 어느 장소를 골랐다.
푸보: 흠흠…. 런웨이 가장자리가 좋겠네. 기계는 여기다 두자!
페이옌: 후후후…. 특제 기계를 런웨이 밑에 숨겨놓는다.
페이옌: 그 사악한 대마왕도 설마 이렇게 나오리라고는 상상도 못했겠지.
푸슌: 왠지 두근두근거려!
고생 끝에 일행은 가까스로 의문의 기계를 설치 장소까지 운반했다.
힘쓰는 일 담당인 푸슌과 페이옌이 헥헥거리며 땅바닥에 주저앉아 있을 때, 푸보는 런웨이에 올라 두 사람을 위에서 내려다보았다.
푸보: 아직 쉴 때가 아냐!
푸보: '타도 젠우 대마왕! 보물 탈환 대모험' 버전 2의 계획을 떠올려 봐!
페이옌: 으음…. 우선은 기계를 회장까지 나르고, 그리고… 그리고 뭐였지….
푸슌: 대모험이 시작된다! 잖아!
푸보: 아니야!!
푸보: 하아… 어쩔 수 없네. 다시 한 번 내 천재적인 계획을 설명해 줄게!
푸보: 어흠. 다 빈치한테서 빌려온 이 두 가지 장치를 다시 소개하자면….
푸보: 이쪽은 '뻐끔뻐끔 버블 생성 머신'. 대량의 거품을 분사해 바닥을 미끌미끌하게 해서 제대로 서 있지 못하게 하는 거야!
푸슌: 오오! 즉 거품 바다로 젠우 대마왕의 발을 묶어서 우리를 따라잡지 못하게 하는 거구나!
푸보: 정담! 그리고 또 하나는 이거. '화끈화끈 불꽃 투사 머신'! 스위치를 누르면 불꽃을 발사할 수 있어! 이걸로 젠우의 협력자들을 기습해서 깜짝 놀래킬 수 있어!
푸슌: 응응, 안샨 언니라든가!
페이옌: 맞아맞아, 창펑 언니라든가!
푸보: 그치! 언니들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릴 수 있다면 우리도 들키지 않을 거야! 헤헤~
푸보: 그러니까 일단 계획대로 기계를 설치하고, 쇼 예정 시간에 맞춰서 기동하도록 맞춰 두면…….
푸보: 내일 젠우가 등장한 순간 '뻐끔뻐끔 버블 생성 머신'과 '화끈화끈 불꽃 투사 머신'이 동시에 작동하고, 서프라이즈 작전 빅토리!
푸보: 분명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될 테니까 그 틈에 아무도 모르게 보물을 빼앗으면 돼♪
페이옌: 젠우 대마왕한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푸슌: 젠우 대마왕한테 우리의 힘을 보여주자!
푸보: 아주 좋아! 그럼 바로 이 도면에 나와 있는 대로 기계를 배치하자!
페이옌: 알겠어! ……그런데 페이옌 님, 그림을 봐도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어!
푸보: 페이옌! 도면을 거꾸로 들었잖아. …이러면 알겠지?
푸슌: 으음… 그래도 잘 모르겠어…. 푸보, 이건 뭐야? 문어?
푸보: 문어라니! 나야!!
푸보: 하아… 어쩔 수 없네. 그냥 알려줄게….
푸보가 도면을 들고 손짓 발짓을 해가며 필사적으로 설명한 덕분에 두 사람은 가까스로 도면대로 기계를 배치, 조정할 수 있었다.
푸보: 영차…! 이게 마지막이네. 겨우 끝났다….
푸보: …우와아아아악!! 너, 넘어진다!
발이 미끄러진 푸보. 하필 넘어지면서 '화끈화끈 불꽃 투사 머신'의 가동 스위치를 눌러 버렸다!
팡팡팡――――!!
푸보: 자, 작동해 버렸어!? 어어어어떻게 끄지, 이거….
푸슌: 푸보, 무슨 일이야!? 왜 기계가 작동한 거야!?
푸보: …자, 잠깐 '화끈화끈 불꽃 투사 머신'의 위력을 시험해 보고 있는 중이야!
푸보: 이 정도 위력이면 분명 내일 모두를 놀래킬 수 있겠지! 응!
페이옌: 그렇구나~! 역시 푸보!
푸슌: 아니 아니, 이렇게 요란하게 난리 치면 대마왕한테 들키잖아…?
푸슌: 만약 들키면 지금까지 했던 노력이 전부 물거품이 된다구!
푸보: 그, 그렇지! 그럼 일단 끄자! 어어, 어딘가에 끄는 버튼이 있을 텐데….
푸슌: 푸슌의 필살킥을 쾅 날려 볼까?
푸보: 안 돼 안 돼! 다 빈치한테 빌린 거니까 망가지면 안 된다구!
페이옌: 그냥 전원 버튼 누르면 될 거 같은데…. 전원 버튼은… 음, 이 빨간 버튼이겠지!
푸보: 자, 잠깐만. 전원이 꼭 빨간 버튼인 건――
하지만 모험 정신이 풍부한 페이옌은 이미 빨간 버튼을 누르고 말았다!
팡팡팡팡팡팡―――!!!!
페이옌: 우왓! 아까보다 불꽃의 수가 늘어났어!
푸보: 페이옌 바보!!
볼티모어: 누구야!?
푸슌: 위험해! 누가 왔어!
푸보: 들켰으니 어쩔 수 없지……. 플랜B 가동이다!
푸슌: 플랜B!?
푸보: '삼십육계 줄행랑… 도망치는 게 상책'! 빨리 튀어!
~04. 예상 외? 예상 내!
자질구레한 일을 모두 정리하고, 나는 내일 있을 진행 절차를 확인하기 위해 젠우와 함께 패션쇼장에 왔다.
행사장 밖에서 입구를 찾고 있는데 갑자기 당황한 발자국 소리가 들려왔다.
푸슌: 더 빨리 뛰어! 아무도 안 쫓아 오지?!
페이옌: 안 와 안 와!
푸보: 하아…하아…. 너네 너무 빠르잖아…! 기다려…!
푸슌: 푸보는 너무 허약하다구!
페이옌: 자, 잠깐!? 저기 앞에 있는 사람은….
푸슌: 지휘관이다!!
푸보: 뭐, 뭐라고……?! 우와아아아악!!
푸슌과 페이옌은 능숙하게 좌우로 피했지만, 숨이 차서 경황이 없던 푸보는 그대로 내게 달려들었다.
→ 붙잡는다
그야말로 전광석화. 팔을 뻗어 푸보를 안전하게 멈춰 세웠다.
푸슌: 와아…. 대단해!
푸보: 휴~ 고마워, 지휘관!
페이옌: 으아아아아!
→ 슥 피한다
위험한 상황에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다.
푸슌: 지휘관, 대단해!
푸보: 휴우…. 겨우 멈췄다. 안 부딪혀서 다행이야~!
푸슌: 괜찮아 괜찮아!
→ 무슨 일이야? 누구한테 쫓기고 있는 거야?
페이옌: 아냐 아냐! 쫓기기는 누가!
→ 괜찮아?
푸슌: 괜찮아 괜찮아!
푸보: 저기… 음……. 지휘관은 무슨 일로 왔어?
지휘관: 젠우랑 내일 패션쇼 진행에 대해 논의하려고 왔어.
지휘관: 너희 셋은 이런 한밤중에 뭐하는 거야?
페이옌: 으으….
푸슌: 으음….
푸보: 어어….
세 사람은 한쪽으로 물러나 머리를 맞대고 몰래 비밀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페이옌: 지휘관한테 알려줘야 되나?
푸보: 지휘관은 젠우를 찾아왔지. 그리고 내일 패션쇼에도 참석하고. ……혹시 젠우한테 협박당하고 있나!?
푸슌: …아니면 젠우 대마왕이 지휘관한테 무슨 약을 먹였다던가…!?
푸보: 그럼 우리 계획이 들통나면 큰일이니까 지금은 말하지 말자!
푸보: 으으으…. 어떻게 지휘관을 젠우 대마왕의 손에서 구해낼지도 생각해야지!
지휘관: (아니, 다 들리는데…….)
잠시 후, 세 사람은 생각을 정리했다.
페이옌: 지휘관! 우리는 모험하러…….
푸슌: 아냐 아냐! 우린 달리기 시합 하고 있었어… 아마도……. 그, 그렇지! 푸보!
푸보: 마, 맞아 맞아!
지휘관: ………….
페이옌: 후아암~! 페이옌 님, 이제 졸려! 빨리 가서 자자!
푸슌: 지휘관, 안녕!
푸보: 안녕~!
지휘관: ………….
지휘관: (됐다. 일단은 젠우부터 찾자.)
----
몇 분 후. 모항 패션쇼 회장. 대기실
볼티모어: 아, 지휘관이다!
지휘관: 다들 안녕.
일러스트리어스: 지휘관님, 안녕하세요♪
지휘관: 그래, 안녕.
다이센: 안녕하세요. 차를 내오겠습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따뜻한 우유가 좋을까요?
벨파스트: 다이센 님. 따뜻한 우유는 제게 맡겨 주십시오.
지휘관: 아니, 괜찮아. 시간이 아까우니까 다들 하던 일 계속해.
지휘관: 그보다 젠우를 찾고 있는데, 어디 있는지 알아?
하이융: 젠우는 저쪽에서 최종 조정을 하고 있어. 따라와♪
하이융의 안내를 받아 의상 제작 구역에 도착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젠우가 패션쇼 의상을 손보고 있었다.
하이융: 젠우. 지휘관 데려왔어.
지휘관: 젠우, 안녕.
젠우: 마침 잘 오셨네요. 이리 와서 한번 입어 보세요. 직접 입어 보고 조정하는 게 빠르니까요.
지휘관: 피팅? 난 내일 게스트로 참석하는 거 아니었어?
젠우: 맞아요. 하지만 게스트도 새 옷이 필요하죠?
지휘관: 이해는 가지만…… 금시초문인데.
지휘관: 나한테 비밀로 하고 준비한 거야?
젠우: 그런 셈이죠. 게다가 실제로 준비되기까지 나름대로 우여곡절이 있었답니다.
지휘관: ……우여곡절?
하이융: 음…… 그건 내가 설명할게.
하이융: 처음 논의했을 때는 어떤 스타일의 옷을 만들 건지 의견이 모아지지 않았어.
하이융: 그래서 결국 6개 팀으로 나누고, 각자 자신의 생각에 따라 6벌의 옷을 만들게 됐지.
지휘관: ……그러니까 내가 내일 6벌의 옷을 입어 봐야 한다고?
하이융: 아니. 1벌만이야.
지휘관: 응? 그럼 6벌 중에 제일 좋은 거 하나를 고른 거야?
하이융: 아냐. 6벌 모두 폐기당했어.
지휘관: ……???
하이융: 클리블랜드 팀은 거미줄로 옷을 만들려고 했는데, 거미줄 모으는 것도 힘들고 도중에 말벌집을 쑤셔 버렸어…….
하이융: 뉴저지 팀은 '무지개 빛으로 빛나는 검은 원단'을 만들려고 했지만 결국 만들어진 건 검은 원단뿐이었어.
하이융: 그 밖에 포미더블, 마르코 폴로, 다 빈치, 시마카제 등등…… 다들 각자의 문제에 직면해서 말야.
하이융: 결과적으로 6개 팀 모두 옷을 완성하지 못했어.
지휘관: ……다 빈치도 실패했다고?
젠우: 만약 당신이 증기 구동 파워드 슈트도 '옷'이라고 생각한다면요.
지휘관: ………….
하이융: 그래서 결국 젠우가 처음에 제안한 계획으로 돌아가서, 각 팀이 모은 소재를 합해서 개량판을 만들어낸 거야.
지휘관: ……그랬구나. 고생이 많았네, 젠우.
젠우: 괜찮아요. 개인적으로 즐거웠으니까요.
지휘관: (상상도 못한 우여곡절이네……. 다들, 각자 자신만의 모험을 하고 있었구나.)
지휘관: (……어라? 왜 갑자기 '모험'이란 말을 떠올린 거지……?)
지휘관: (아…….)
지휘관: 그런데 아까 회장 밖에서 푸보, 페이옌, 푸슌을 만났는데, 그 애들도 지원 스태프야?
젠우: 그 아이들 말이죠……. 후후후.
젠하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아이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전부 파악하고 있습니다.
젠우: 대부분의 경우는 소란을 일으킬 뿐이지만, 가끔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해주거든요.
지휘관: 좋은 아이디어?
젠우: 네. 런웨이 쪽에 재미있는 것들을 놓고 간 것 같아서, 이미 다 빈치가 확인하러 갔답니다.
하이융: 흥. 다 빈치가 처음부터 우리 편이었다는 건 몰랐겠지. 기계를 빌려줬을 때부터 감시하고 있었는데.
하이융: 아무튼 별일 없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지휘관: 전부 통제 가능 범위 내라면 안심이야.
젠우: 네. 그럼…… 다른 볼일은 없으신가요?
젠우: 그렇다면 바로 새 옷을 입어 볼까요?
지휘관: 여기서 입어……?
젠우: 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사이즈가 맞지 않는 부분이 있으면 바로 고치면 된답니다.
젠우: 탈의실은 이쪽이에요. 입는 법이 조금 복잡하니까 제가 입혀드릴게요.
~05. 페이즈3: 폐막
모항 패션쇼 당일. 회장 내
스포트라이트가 닿지 않는 어두운 구석에서 세 개의 그림자가 관객석으로 슬그머니 숨어들었다.
푸슌: 휴~! 어떻게든 성공했다!
페이옌: 푸보가 계속 우물쭈물하느라 하마터면 창펑 언니한테 들킬 뻔했잖아!
푸보: 기계 상태를 확인했을 뿐이야! 어제 그 난리가 있었는데 혹시라도 들켰으면 큰일이잖아!
푸보: 일단 지금까지는 아무도 발견하지 못한 거 같아. 다 정상 작동 중이고…….
푸슌: 쉿! 다들 모여 있으니까 조용히 해. 들키면 끝이야!
푸보는 두 손으로 자신의 입을 틀어막고 미안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 때, 흔들리는 네온이 런웨이를 선명하게 비추며 동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윽고 런웨이 위에 모델들이 속속 등장하기 시작했다.
뉴저지: 짜잔! 뉴저지 등장!
장 바르: ……이런 떠들썩한 분위기도 나쁘지 않군.
브레스트: 여러분, 안녕하세요~ 오늘 밤은 다 함께 아름다운 시를 지어 보아요~
플래셔: 으으…… 다들 너무 예뻐……. 나중에 젠우 씨한테 동황풍 옷 만드는 법 알려달라고 해야지…….
앵커리지: 예쁜 옷……. 앵커리지도, 좋아!
페이옌: 와아~ 페이옌 님도 입어 볼래!
푸보: 페이옌, 지금은 그런 말 할 때가 아냐!
푸보: 명심해! 지금은 지휘관을 구하고 보물을 되찾는 게 먼저야!
푸슌: 그러고 보니 지휘관은? 객석에 없는 거 같은데?
푸슌이 고개를 갸우뚱하는 그 때, 회장 내 조명이 꺼지고 스피커에서 화려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괌: 자, 지금부터는 오늘 밤 가장 설레는 순간! 젠우와 지휘관이 무대에 올라 가장 귀중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이겠습니다~!
푸슌: 뭐어?! 지휘관이 보물과 함께 나온다고!?
페이옌: 그, 그러면 지휘관도 '뻐끔뻐끔 버블 생성 머신'과 '화끈화끈 불꽃 투사 머신'에 놀라게 되잖아!?
푸보: 설마 지휘관이 이렇게까지 대마왕에게 놀아나다니……!
푸보: 으그극……. 관객석에서 지휘관을 구출하는 것보다 훨씬 난이도가 높잖아……!
푸보: ……이렇게 된 이상, 플랜C로 갈 수밖에!
페이옌: 플랜C는 또 뭐야?
푸보: 지금부터는 따로 행동하는 거야! 난 혼란을 틈타서 지휘관을 데리고 나갈 테니까, 보물은 너희한테 맡길게!
푸슌&페이옌: 알겠어!
----
괌: 자, 지금부터는 오늘 밤 가장 설레는 순간! 젠우와 지휘관이 무대에 올라 가장 귀중하고 아름다운 작품을 선보이겠습니다~!
괌의 목소리와 함께 승강대가 천천히 움직이면서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위로 나를 올려 보냈다.
동료들에게 인사를 하려던 찰나, 갑자기 조그마한 소녀가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왔다.
푸보: 지휘관! 빨리 따라와!
푸보의 긴장된 표정을 보고 나도 짐짓 긴장한 척했다.
지휘관: 무슨 일이야?
푸보: 설명할 시간이 없어! 어쨌든 젠우가 모두의 가장 소중한 보물을 빼앗았어! 게다가 지휘관까지 끌어들이려고 해!
푸보: 푸슌! 페이옌! 빨리 보물을 찾아!
푸슌: 모험왕 푸슌 등장!
페이옌: 페이옌 님도 왔어!
다른 두 명도 무대 위로 올라왔다. 모든 것이 푸보의 계획대로 진행되는 것처럼 보였다.
안샨: 푸슌――! 너 또 민폐를 끼쳤구나!
푸슌: 안샨 언니!? ……망했다…… 이제 다 끝났어…….
창펑: 푸보, 페이옌. 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요오~?
페이옌: 창펑 언니! 페이옌은 아무것도 안 했어! 으으…… 지휘관, 살려줘어….
흠. 젠우의 계획대로군.
푸보: 들어 봐, 창펑 언니! 우린 그냥 대마왕에게서 모두의 보물을 되찾으려고 했을 뿐이야!
지휘관: ……보물? ……대마왕?
나는 젠우를 바라봤다. 그녀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푸슌: 앗, 대마왕이다!
페이옌: 대마왕이 나타났다…!
하이융: 머릿속에서 멋대로 무슨 이야기를 지어낸 건지는 모르겠지만…….
하이융: 일단 진짜 있었던 일을 알려줄게.
하이융은 어젯밤 내게 했었던 말을 그대로 다시 설명했다.
푸슌: 어……? 그럼 젠우는 정말로 옷만 만들고 있었던 거야……?
푸보: 지휘관이 입고 있는 이 옷이 모두의 보물……?
하이융: 그래. 이 옷은 모두가 함께 노력한 결과물이야! 뭐, 제일 열심히 한 건 젠우지만.
안샨: 대체 뭘 어떻게 해야 그런 생각을 하는 거야.
페이옌: 잘못했어요…….
푸슌: 이야~ 잠깐 소란이 있었어요~…
푸보: 자, 잠깐만……. 시간이 다 됐는데……!!!
창펑: 시간……?
두두두두둥――
푸슉――팡팡팡팡팡팡팡팡!!!!
'뻐끔뻐끔 버블 생성 머신'과 '화끈화끈 불꽃 투사 머신'이 동시에 가동되었다.
푸보: 지휘관, 위험――어라?
푸보: 어떻게 된 거지?
푸보: 불꽃 투사 머신이 다 구석으로 가 있네……?
푸보: 게다가 거품 양도 적고, 터져도 런웨이가 미끄러워지지도 않아…….
레오나르도 다 빈치: 그야 믈론 내가 어젯밤에 재설정했으니까 그렇지!
레오나르도 다 빈치: 런웨이에서 쓰는 거니까 안전 제일!
푸보: 그렇다는 건… 우리 계획은 처음부터 들통 나 있었다는 거야!?
하이융: 당연하잖아?
푸슌: "타도 젠우 대마왕! 보물 탈환 대모험"…… 원통하다!
지휘관: 방해 계획은 실패했지만 기계 연출은 대성공이네.
화려한 불꽃이 만발하고, 부드러운 거품이 빛을 반사하며 무대를 꿈의 세계로 바꾸어 갔다.
동황풍의 옷을 입은 동료들의 모습과 맞물려 선경을 방불케 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페이옌: 예쁘다……. 이러면 페이옌 님의 모험도 실패라고 할 수는 없겠지?
푸슌: 그럴지도?
푸슌: 그러면 젠우 대마왕……이 아니라 "신춘 패션쇼를 기념하는 대모험"은 대성공이다―!
안샨: 하아…. 이름만 바꿨다고 내가 용서할 거 같아?
푸슌: 아, 아하하하…….
창펑: 푸보, 페이옌……. 우리도 찬찬히 얘기를 나눠 봐야겠죠~?
푸보: 창펑 언니, 이건 오해야!
페이옌: 페이옌 님은 아무것도 몰라――!
알프레도 오리아니: 지휘관! 다들! 이쪽 봐봐! 사진 찍을게~!
→ 카메라를 보며 웃는다
찰칵.
동료들의 웃음소리 속에 패션쇼는 무사히 막을 내렸다.
'신춘화상협주곡'. 끝.
푸보: 다음에는 더 확실한 계획을 세워서…….
푸보: 아니, 아니야 언니…!
푸보: 이제 안 해! 절대로 안 할 테니까――!!!
'스토리 및 관련 글 > 중·소형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모항 패션 특집! 춘절 2025 (1) | 2025.01.25 |
---|---|
모항 패션 특집! 게이밍 나이트! 1~2 (2) | 2024.12.31 |
위험 발명 접근 중! ~의뢰 편 (0) | 2024.11.26 |
위험 발명 접근 중! ~일상 편 (0) | 2024.11.25 |
모항 휴일 할로윈 (2) | 2024.11.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