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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 패션 특집! 게이밍 나이트! 1~2

킹루클린 2024. 12. 31. 12:15

 

● 모항 패션 특집! 게이밍 나이트! 1
 ~01. 보스 토끼의 휴식 시간
지휘관: …….

약속대로 루메이가 마련한 임시 대기실에 들어섰다가 나도 모르게 숨을 헉 들이쉬고 말았다.
빈티지한 장식, 장검과 라이플, 바닥에 널브러진 돈다발…….

지휘관: (얼마 전에 마피아 영화를 봤다고 들었었는데, 설마 영화에 너무 심취했나……?)

프리츠 루메이: 지휘관. 앉아라.

얌전히 루메이의 옆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녀는 옆에 있는 작은 탁자에서 서류를 집어 내게 건넸다.

프리츠 루메이: 오늘 널 부른 것은 다름이 아니라 인터뷰를 하기 위해서다.

지휘관: 인터뷰…?

프리츠 루메이: 이번 모의점은 내가 점장을 맡는다. 이른바 '보스 토끼'다.
프리츠 루메이: 따라서 유일하고 중요한 고객인 네 감상을 묻는 것은 점장으로서 당연한 책무다.

지휘관: 그러니까 이건 설문지라는 거야?

프리츠 루메이: 아니. 이건 내가 작성한 모의점의 새로운 규칙이다. 이 인터뷰를 통해 네 의견과 평가를 알려 주었으면 한다.
프리츠 루메이: 이 정도면 충분하겠지. 만약 부족한 것이 있다면 당장이라도 수정하겠다.
프리츠 루메이: 너를 위한 대접은 절대 타협할 수 없으니 말이다.

지휘관: 그, 그렇구나….

곧바로 루메이가 준 서류를 훑어봤다.

지휘관: "출퇴근시 근무 카드 체크는 필수. '길을 잃어서', '졸려서'를 이유로 한 지각, 조퇴는 엄금."

프리츠 루메이: 근태는 기본 중의 기본이다. 제시간에 출근하지 못하면 네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휘관: "근무 중에는 업무 내용과 무관한 모든 활동을 금지한다."
지휘관: 여기 '(자발적이든 비자발적이든)'이라는 괄호는 왜 있는 거야?

프리츠 루메이: 자발적인 업무 태만은 물론, 자신의 의지와 관계 없는 활동……. 가령 고양이의 대응에 따른 업무 외 활동도 있어서는 안 된다.
프리츠 루메이: 전자는 당연히 금지이지만, 후자는 그 자리에 있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함으로써 피할 수 있을 것이다.

말을 마치고 루메이는 손에 들고 있는 장식용 대검을 바닥에 쿵! 하고 내리쳤다.

지휘관: '규칙'으로서는 문제 없지만….
지휘관: 그래도 좀 더 편하고 다른 동료들이 기분 좋게 일할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드는 게 좋을 거 같아.

프리츠 루메이: 안 된다. 그런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는 네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

지휘관: 개인적으로도 루메이가 조금 긴장을 늦췄으면 좋겠어.

프리츠 루메이: ……뭐라고?

지휘관: 내 경험도 중요하지만 루메이의 경험도 중요하니까.

그러자 루메이는 드물게 당혹감을 보였다.

지휘관: 네가 어떤 '룰'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지휘관: 그냥 편하고 자유롭게 이 시간을 즐겨줘.

루메이의 표정은 살짝 풀렸지만 그 눈에는 약간의 동요가 배어 있었다.

프리츠 루메이: 규칙을 철저하게 엄수하지 않아도 되니까 지금의 시간을 즐기라고?

지휘관: 그래. 그 규칙에 관한 것도 나중에 생각하자. 지금은 현상 유지만 해줘.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프리츠 루메이: 알겠다. 네 의견은 진지하게 검토하겠다.
프리츠 루메이: 하지만…….
프리츠 루메이: 나는 어떻게 하면 되지? 지금을 즐기라니, 그런 건 익숙하지 않아서….


→ 일단 웃어 볼까?
지휘관: 아무튼 일단 웃어 볼래? 지금 표정이 너무 딱딱하니까.

프리츠 루메이: ……알겠다. 웃어 보지.

루메이는 약간 뻣뻣하게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 그 모습은 어설펐지만 무척이나 귀여웠다.

→ 그냥 마음 가는 대로 해!
지휘관: 깊게 생각하지 마. 그냥 마음 가는 대로 움직여!

프리츠 루메이: ……마음 가는 대로?

지휘관: 아니, 그냥 농담이야.


지휘관: 내 의견을 너무 많이 고려할 필요는 없어. 그냥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돼.

프리츠 루메이: 하고 싶은 일?

루메이는 살짝 시선을 내렸다. 언제나 늠름한 얼굴이 살짝 홍조를 띠기 시작했다.
아까까지 팽팽했던 자세가 조금 느슨해지고, 손의 힘도 풀리면서 그녀의 새끼 손가락이 내 손가락에 살짝 닿았다.
그 순간 그녀의 몸이 가볍게 떨렸다. 잠시 주저하는 것 같았지만, 이내 손가락을 내 손가락에 걸었다.

프리츠 루메이: 그렇다면… 룰과 규칙을 잊고 그저 네 곁에 있어도…… 괜찮을까?



 ~02. 질주하는 데이트
도착 연락을 받고 엘리베이터 홀로 향하자 마침 엘리베이터에서 뛰쳐나온 Z52와 마주쳤다.
한손에는 핸드폰을 들고, 다른 손으로는 흘러내리는 타이즈를 잡아당기면서…….

Z52: 지휘관, 지금 엘리베이터에서…….
Z52: 아! 마중 나온 거야?

나를 확인한 Z52는 통화를 끊고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와 동시에 방금까지 잡아당기고 있었던 타이즈가 다시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Z52: 우와앗!?
Z52: 지휘관, 잠깐만! 논슬립 테이프 좀 찾아볼게…….
Z52: 어, 어디다 뒀지? 이거 사러 가느라 늦을 뻔한 건데……. 왜 못 찾겠지?

지휘관: 도와줄까?

Z52: 아냐 아냐, 괜찮아! 안 그래도 오래 기다리게 했는데!
Z52: 이 타이즈 이렇게 잘 흘러내릴 줄이야……. 미리 입어 볼걸!
Z52: 오늘 입었을 때부터 계속 흘러내리는 느낌이었고, 아까 뛰어올 때도 바람이 쌩쌩 불어서…….


→ 일단 논슬립 테이프부터 찾아볼까?
지휘관: 일단 테이프부터 찾아서 타이즈를 고정시키자. 얘기는 그 다음에 하고.

Z52: 아, 맞다! 근데 벌써 찾았어!
Z52: 이렇게 붙이면…….

지휘관: 봉투 이리 줘. 들어 줄게.

→ 봉투 들어 줄까?
지휘관: 봉투 이리 줄래? 내가 들어 줄게.
지휘관: 일단은 타이즈부터 고정한 뒤에 얘기하자

Z52: 찾았다! 그래도 지휘관이 들어 준다고 했으니까…….


Z52: 에헤헤…. 지휘관, 고마워!

Z52는 봉투를 내게 건네고, 옷 안쪽에 논슬립 테이프를 붙였다.
헐렁거렸던 옷이 그녀의 몸에 착 달라붙었다.

Z52: 됐다!

Z52는 몇 번 점프해 더 이상 옷이 흘러내리지 않는 것을 확인한 뒤 환하게 웃었다.

Z52: 이제 괜찮아! 지휘관, 얼른 모의점 가자!
Z52: 늦은 만큼 많이 보충해야지!

지휘관: 그래. 아까 핸드폰으로 미리 케이크하고 음료도 주문해 놨어.

Z52: 야호~! 그럼 지휘관, 전속 전진――!!

Z52는 내 손을 잡고 금방이라도 뛰쳐나가려고 했다.

Z52: 그런데 모의점 이쪽 맞지? 지휘관?

지휘관: 어… 사실 저쪽이야.

Z52: 에에에에엑?!




 ~03. 비밀 특훈
(똑똑똑)

뒤스부르크가 있는 대기실 문을 두드렸다.

뒤스부르크: 지휘관? 아직 약속 시간이 아닌데…. 아~ 혹시 내가 보고 싶어졌어? 후후후.
뒤스부르크: ……….
뒤스부르크: 자, 잠깐만……. 설마……?!

지휘관: ……??

뒤스부르크의 당황한 목소리가 들려 무심코 문을 밀고 대기실로 들어갔다.

뒤스부르크: 지, 지휘관?! 왜……?!

내가 들어온 걸 보고 다소 어색하게 소파에 앉아 있던 뒤스부르크는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지휘관: 괜찮아? 무슨 일이야?

뒤스부르크: 아무것도 아냐. 그게…… 그냥 물컵을 엎지를 뻔했어.

주위를 둘러봤지만 컵은커녕 물이 쏟아진 흔적도 찾아볼 수 없었다.

지휘관: (뭐, 말하기 싫다면야 어쩔 수 없지…….)

뒤스부르크: 사소한 건 됐고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자.
뒤스부르크: 조금 이르지만 그래도 지휘관이 일찍 왔으니까 오늘의 '특훈'을 시작해 볼까?

지휘관: 특훈이라고 듣긴 했는데 정확히 뭘 하는 거야…?

뒤스부르크: 그게…… 어떻게 하면 '주인님'인 너한테 잘 봉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이야.
뒤스부르크: 모의점 하는 건 처음이라… 잘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거든.
뒤스부르크: 그러니까 처음부터 널 상대로 특훈을 해 두면 가게 안에서도 잘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지휘관: 흠. 그런 거였구나.

뒤스부르크: ………….

가볍게 심호흡을 했지만 뒤스부르크는 여전히 긴장한 모습이었다.

뒤스부르크: 주, 주인님… 어서 오세요…. 오늘은 뒤스부르크가 모시겠습니다….

평소의 여유로운 모습은 어디 갔는지, 뒤스부르크는 불안한 듯 팔을 끌어안고 쓰다듬었다.
얼굴에는 홍조가 떠오르고, 귀까지 분홍색으로 물들었다.

뒤스부르크: …… 아, 안 돼. …이 차림으로는 역시……!

지휘관: (차림…? 그러고 보니 뒤스부르크가 입고 있는 옷은 모의점 제복이 아닌 거 같은데…….)
지휘관: (설마…….)

→ 옷을 잘못 입었어?

지휘관: 그거 모의점 제복 아니지…? 옷을 잘못 입은 거야…?

뒤스부르크: 역시 지휘관 눈을 속일 수는 없구나…….
뒤스부르크: 응. 이건 다른 데 쓸 옷이야……!
뒤스부르크: 모의점 제복이 들어 있는 상자하고 비슷해서 헷갈렸어…….
뒤스부르크: 이, 이런 걸 입고 있으니까… 당연히 부끄럽잖아?!

뒤스부르크는 시선을 피했다.

뒤스부르크: 그리고 여긴 거울도 없으니까 제대로 입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뒤스부르크: 만약 이상하면……. 너한테는 보이고 싶지 않았는데…….


→ 잘 어울려
지휘관: 어울린달까, 지금 뒤스부르크 엄청 귀여운걸.
지휘관: 그러니까 그렇게 긴장할 필요 없어.

→ 엄청 귀여워
지휘관: 지금 뒤스부르크 엄청 귀여운걸.

뒤스부르크: 정말…?

지휘관: 정말이야.


지휘관: 그래도 신경 쓰이면 특훈은 잠깐 중단해도 돼. 가서 옷부터 갈아입자.

뒤스부르크: 아니. 네가 그렇게 말해줘서 안심이 됐어.
뒤스부르크: 그리고… 왠지 긴장도 풀리는 거 같고…….
뒤스부르크: 특훈은…….

잠시 생각한 뒤, 뒤스부르크는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긴장이 풀려서인지 방금 전까지 끌어안고 있었던 팔도 자연스럽게 내려갔다.

뒤스부르크: 주인님께서 좋다고 하셨으니까…….

뒤스부르크는 내게 몸을 기댔다. 난색 계열의 조명이 그녀를 평소보다 더 요염하게 보이게 했다.

뒤스부르크: 이 모습으로 계속 '봉사'하겠습니다♥



 ~04. 두근두근 앙코르
포미더블: 으으으…… 가위… 잡았다! 앗…… 안 닿네…… 어?
포미더블: 지, 지휘관님!? 왜 벌써 왔어요!? 아직 약속 시간 아니잖아요!?

포미더블의 '아지트'에 들어가자마자 터무니없는 광경이 눈에 들어왔다.
한쪽 다리는 리본에 묶여 높이 매달려 있었고, 몸은 균형을 잃은 채 침대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포미더블은 가위를 손에 든 채 당황하며 바둥거렸다.

포미더블: 그만 보고 빨리 나가세요! 그리고 문도 닫으세요!


→ 그냥 있는다
문을 닫고 포미더블을 향해 다가갔다.

포미더블: 뭐 하는 거예요?! 이 이상 다가오면…… 화, 화낼 거예요!?

지휘관: 그러다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 도와줄 테니까 가위 이리 줘.

포미더블: 네? 포미더블을 걱정해 주는 거예요……?
포미더블: 네에……. 가위 여기 있어요. 포미더블을 도와 주세요….

→ 방을 떠난다
지휘관: (이런 꼴을 남에게 보이긴 싫겠지…. 일단 혼자 있게 해 주자.)

포미더블의 말대로 방에서 나가 문을 닫으려고 할 때….

포미더블: ……지, 지휘관님?! 왜 진짜로 가는 거예요!

포미더블: 빨리 와서 포미더블을 도와 주세요! 안 그러면…… 아, 앞으로 평생 지휘관님하고 말 안 할 거예요!

문을 닫고 포미더블을 향해 다가갔다.

포미더블: 포미더블을 방치하려 하다니…. 아무튼 지휘관님! 빨리 도와 주세요!


가위를 받고 일단 포미더블의 다리에 손을 얹었다.
부끄러워서 그런지 그녀의 피부가 조금 달아오른 것 같았다.

지휘관: 일단 진정해. 리본 자르다가 실수로 베이기라도 하면 큰일이니까.

포미더블: 이런 상황에서 진정하라는 건 무리잖아요…!

입으로는 투덜거리면서도 포미더블은 다리의 힘을 뺐다.

포미더블: 지, 지휘관님…! 조금만 더 가까이 와 주세요!
포미더블: 저 다리에 쥐 날 거 같아요…! 기댈 수 있게 어깨 좀 빌려 주세요…!

지휘관: 그래 그래.

포미더블에게 다가가자, 그녀는 천천히 다리를 내 어깨에 걸었다.
좁혀진 거리 속에서 그녀의 흐트러진 숨소리가 선명하게 들렸다.

지휘관: 리본 자를 거니까 움직이지 마.

포미더블의 다리에 묶인 리본을 자르고, 그대로 발뒤꿈치를 손으로 받치며 다리를 내려놨다.

포미더블: …감사합니다…….

지휘관: 응?

포미더블: 부끄러우니까 두 번은 말 안 할 거예요!

지휘관: 그래…. 그보다 왜 그런 꼴로 있었어?

포미더블: …….
포미더블: 하아…. 이미 다 보여줬으니 그냥 사실대로 말할게요….
포미더블: 사실은 방을 좀 꾸미고 나서 솔로 라이브를 하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리본이 엉켜서 엉망이 될 줄은 몰랐어요….
포미더블: 진짜 창피하니까요! 절대 소문내면 안 돼요! 그냥 다 잊어 버리세요!


→ 절대 말 안 할 테니까 안심해
지휘관: 걱정 마. 아무에게도 말 안 할 테니.

포미더블: …그럼 약속해 주세요.

지휘관: 말은 안 할 거지만, 잊기는 힘들 거 같은데….

포미더블: 뭐라고요?! 노력해서 잊으세요!
포미더블: 애초에 기억해야 할 더 중요한 일이 있잖아요!?

→ 이렇게 귀여운 포미더블을 잊으라니 무리야…
한번 놀려 봤더니 그녀의 얼굴이 금세 빨갛게 물들었다.

포미더블: 지, 진짜 부끄러우니까요! 그런 말은 두 번 다시 하지 마세요!
포미더블: 뭐어… 귀여운 포미더블의 모습만 기억하겠다면 용서해 주겠지만…….
포미더블: 대신 지금부터는 열심히 기억해서 절대 잊지 마세요!


포미더블은 침대 옆의 전자 기타를 멋지게 집어 품에 안았다.

포미더블: 방금은 약간의 사고였고… 이제부터 지휘관님을 위한 솔로 라이브를 시작하겠어요!
포미더블: 지휘관님. 포미더블을 확실하게 지켜봐 주세요♪



 ~05. 크리스마스 서프라이즈
지휘관: ……비스마르크?

선물 보관용 방이라 분명 아무도 없어야 할 텐데 방안에는 낯익은 그림자가 있었다.

비스마르크: ……지휘관?!

크리스마스 느낌의 옷을 입고 허둥대는 비스마르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선물 개봉하러 왔는데… 혹시 내가 타이밍을 잘못 잡았나? 밖에서 기다릴까…?

비스마르크: 아, 아니…….
비스마르크: 미리 연락하는 걸 잊은 내 탓이야. 미안해.

지휘관: …….
지휘관: ('연락하는 걸 잊었다'…. 비스마르크가 그런 실수를 할 리가 없지.)
지휘관: (몰래 들어와서 선물을 넣으려다가 들키고 만 건가. 괜히 미안하게 됐네….)

비스마르크: 혹시 지금 내 깜짝 선물을 망쳤다고 생각하고 있는 거야?

지휘관: 아하하… 역시 널 속일 수는 없네.

비스마르크: 나도 동감이야.

지휘관: 준비 중에 망쳐 버려서 미안하지만…….
지휘관: 기왕 이렇게 된 거 나한테 직접 건네주면 되지 않을까?

비스마르크: 직접… 건네줘……?

비스마르크는 말을 더 잇지 못하고 볼을 빨갛게 물들였다.

비스마르크: 실은… 내가 선물인데…….

그녀의 시선을 쫓다 보니 그제야 그녀의 밑에 선물 포장지가 깔려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휘관: 어어… 그러니까 '비스마르크가 선물'이라고?

비스마르크: 어흠…. 사실 오이겐의 조언이었어.
비스마르크: 말로 하는 감정 표현이 서투르면 행동으로 보이라고 해서… 그대로 따랐을 뿐이야.

비스마르크는 안절부절못하며 고개를 숙였다.
그녀는 근처에 있던 잔을 밀어내고 다시 나와 눈을 맞췄다.

비스마르크: …이런 일은 처음이라… 취기를 빌면 조금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술을 좀 마셨어….
비스마르크: 별로 효과는 없었던 것 같지만…….

지휘관: 그렇지 않아.

비스마르크: 지휘관?

지휘관: 비록 깜짝 선물은 실패했지만, 결과만 보면 성공했어.
지휘관: …비스마르크의 마음은 잘 전해졌으니까. 고마워.
지휘관: 이렇게 행복한 날에 비스마르크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기쁘니까.

비스마르크의 눈동자가 점점 밝아지더니 이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녀는 그대로 내게 다가왔다.
밖에서 피어나는 불꽃의 반짝임도, 눈앞의 반짝이는 눈동자에는 미치지 못했다.
귓가에 따뜻한 입김이 느껴졌다.

비스마르크: 지휘관. 메리 크리스마스.



 ~06. 한가한 악마에게 휴식 시간을
에기르: 지휘관. 좋은 느낌의 음반 하나 골라서 틀어 봐.

휴게실에 들어서자마자 소파를 점거하고 있던 에기르가 주문을 날렸다.

지휘관: 그래.

플레이어에 음반을 세팅한 후, 커피 머신 앞으로 걸어갔다.

지휘관: (이후에도 일이 있으니까 커피라도 한 잔 마셔야지.)

내가 마실 커피를 내리고 에기르에게도 한 잔 줄까? 하고 물어보려던 찰나――

에기르: 설탕 많이. 아니면 못 마시니까.

지휘관: 알겠어.

어쩔 수 없이 손에 든 커피에 설탕을 듬뿍 넣고 그녀 옆의 작은 테이블에 놓았다.

에기르: 지휘관?

귓가에 에기르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녀는 다리를 내 쪽으로 뻗었다.
신고 있던 하이힐은 이미 어딘가에 나뒹굴고 있었다. 에기르는 발끝으로 내 무릎을 쿡쿡 찔렀다.

지휘관: 왜 그래?

에기르: 아니. 그냥 오늘 너 웬일로 ‘얌전’하길래.
에기르: 드디어 심연의 신에게 굴복하기로 한 걸까?

지휘관: 하아…… 뭐.

내 반응이 기대에 어긋났는지 에기르는 다리를 더 올려 도발적으로 내 허벅지까지 쓱 훑었다.

→ 그녀의 발목을 잡는다
→ 에기르를 제지한다

에기르의 발목을 붙잡아 그녀를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에기르: …!?
에기르: 이, 이거 놔!

당황한 에기르는 다리를 접으려고 했다.

에기르: 이제 안 놀릴 테니까 놔줘! ……꺄악!?

살짝 불쌍해져서 발목을 놔 주었다.
에기르는 재빨리 다리를 접고 얼굴을 붉히며 눈을 부릅떴다.
그리고 어색한 분위기를 달래려는 듯 커피를 홀짝거리더니 다시 말을 걸었다.

에기르: ……계속 서 있으면 힘들지 않아? 와서 앉아!
에기르: 자, 여기 자리 비었으니까!

그녀는 옆의 빈자리를 톡톡 두드렸다.

→ 그럼 실례…
→ 두 명이 앉기엔 좀 작은데…?
지휘관: 이거 1인용 아니야? 나까지 앉으면 불편할 텐데?
지휘관: 역시 난 괜찮…….

에기르: 내가 괜찮다고 하는데 왜 네가 신경 쓰는 거야?
에기르: 자, 빨리 앉아!

에기르의 옆에 걸터앉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더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 정도 노력으로는 어림도 없었다. 나와 에기르의 몸은 완전히 밀착되었다.

에기르: 여, 역시 됐어! …날 위해서 계속 일해 줬으니까 네가 앉아!

에기르는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섰지만, 너무 당황해서 그런지 그만 균형을 잃고 말았다.

지휘관: 위험해!

부드럽게 달아오른 몸이 내 품으로 넘어졌다.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내 코끝을 스치며 그윽한 향기를 남겼다.

에기르: ……꺅!?

이번에는 바둥거리지 않고 그대로 힘을 빼고 내게 몸을 맡겼다.

에기르: 이, 이번만이야…!///

 

 

 

● 모항 패션 특집! 게이밍 나이트! 2
 ~01. 꼭두각시 환몽에 빠지다
(통통통통!)

강렬한 드럼 비트와 함께 무대 위 상자를 가리고 있던 천이 확 벗겨졌다.

시나노: 광화일섬, 흔들리는 환몽. 찰나 속에 모습을 드러내는 마술… 그대의 눈에는 어떻게 보였나?

색종이가 흩날리고 조명이 상자 속 시나노를 비췄다. 눈을 마주친 순간 그녀는 감미로운 미소를 지었다.


→ 대단했어!
지휘관: 참신하고 대단했어!

시나노: 좋아해줘서 기쁘구나……. 그대를 위해 준비한 동천에 온 것을 환영한다….

→ 어떻게 된 거야?
지휘관: 어떻게 된 거야? 설마 시나노가 또 내 꿈속에 들어온 거야?

시나노: 그렇다…. 그대의 꿈에 파고들어, 이와 같은 마술의 무대를 꾸몄다…….


시나노: ……아아……하마터면 가장 중요한 것을 잊을 뻔했구나…….

그렇게 말하며 시나노는 천천히 손을 들어 장난스럽게 V자를 만들었다.

시나노: 구축함 아이들에게 배운 ‘제스처’……. 이것으로 그대에게 기쁨을 전할 수 있다고…….

그 다음 시나노는 상자 속에서 몸을 움직이려고 했지만, 꼬리로 상자가 가득 차 있어서 마음대로 움직일 수 없었다.

시나노: 아아… 상자의 크기가 생각보다 조금 작아… 답답하구나…….

지휘관: 꿈속인데 상자 크기를 조절할 수는 없어?

시나노: 마술의 오묘함은 상자에 숨겨져 있다……. 안이하게 바꾸면 그대의 경희(慶喜)를 잃게 될 것이야…….

지휘관: 흐음? 역시 상자에 무슨 장치가 있는 건가?

시나노: 궁금하다면…… 가까이 와서 확인해 보거라…….

무대 위로 올라가 상자 주변을 조사해 봤지만 특이한 장치는 발견하지 못했다.

지휘관: (상자 주변엔 별다른 게 없는데… 그럼 장치는 유리 자체인가?)

조사하는 동안 나른하면서도 요염한 눈초리로 내 움직임을 쫓던 시나노 앞에 섰다.
그녀와 나를 가로막는 유리에 손을 댔다.
시나노 또한 유리 너머로 살며시 손을 포갰다.
따뜻한 숨결로 인해 유리에 김이 서렸다.
그 신비로운 바다 같은 푸른 눈동자에는 정념이 담겨 있었다.

시나노: 장치는 찾았는가……?

지휘관: 아니, 아직.

시나노: 후후후…. 허면 상자 안을 살펴보겠느냐……?

지휘관: 상자 안? 장치를 찾아야 열 수 있는 거 아냐…?

말이 끝나기도 전에 눈앞의 유리는 부드러운 빛 알갱이로 변해 사라졌다.
앞에 있던 시나노는 내게로 푹 쓰러졌다. 섬세하고 부드러운 손가락이 내 손가락을 단단히 휘감았다.
얇은 옷감으로는 감출 수 없는 온기와 부드러움이 느껴졌다.

시나노: 이것이 바로 장치의 진수…….

조명이 점점 어두워지고, 폭신폭신하고 포근한 꼬리가 나를 부드럽게 감쌌다.

시나노: 그대에게 전하는 꿈은… 이제 막 시작했을 뿐이다…….



 ~02. 취한 마음
나폴리: 지휘관. 나는 좀 누워 있을게. 고마워…….

내 부축을 받으며 나폴리는 잠시 당구대에 누웠다.
나폴리는 흐리멍덩한 시선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녀의 볼은 발갛게 물들어 있었다.

나폴리: 미안해……. 지휘관한테 포커를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이런 추태를 보여서…….
나폴리: 갑자기 왜 이렇게 어지러운 거지…….

지휘관: 나폴리는 술에 약해?

나폴리: 응? 술……?

나폴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옆에 놓인 잔을 바라봤다.

나폴리: ……이거 술이었어?

지휘관: 어? 몰랐던 거야…?

나폴리: 으응……. 전에 비슷한 맛이 나는 음료를 마신 적이 있어서 이것도 그런 줄 알았어….
나폴리: 그런데 이렇게 보니까 확실히 포장이 다르긴 하네…….
나폴리: 지휘관, 정말 미안해. 나 혹시 또 폐를 끼친 걸까?
나폴리: 항상 지휘관을 곤란하게만 하고…….


→ 신경 쓰지 마
지휘관: 신경 쓰지 마. 하나도 곤란하지 않으니까.

→ 오히려 의지해줘서 기뻐
지휘관: 그렇지 않아. 오히려 의지해줘서 기뻐.
지휘관: 애초에 딱히 곤란하지도 않고.


나폴리: 말은 기쁘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지휘관에게 응석만 부릴 수는 없으니까…….

나폴리는 당구대를 손으로 받치고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부축하려고 손을 뻗었지만, 그녀는 다시 당구대에 눕더니 살며시 내 소매를 잡았다.

나폴리: 미안해, 지휘관……. 아직 어지러워서…….
나폴리: 아직 할 일이 남았지? 먼저 가서 일해도 돼. 여기서 날 돌보느라 시간 낭비할 필요 없어…….

나폴리의 목소리에는 아련한 외로움이 감돌았다.

나폴리: 혼자 있어도 괜찮아. 여기 좀 더 누워 있어야 할 거 같지만…….

나폴리는 내 소매에서 손을 거뒀다. 그러나 이번에는 내 손을 살짝 쥐었다. 마주한 손바닥이 서로의 온도를 전달해 주었다.


→ 여기 있을게
지휘관: 여기 같이 있어 줄게. 혼자 두면 걱정되니까.

→ 나폴리가 중요하니까
지휘관: 나중에 야근 좀 하면 무마할 수 있어. 지금은 나폴리가 더 중요해.
지휘관: 걱정하지 마. 같이 있어 줄게.


어느새 나폴리의 눈에서 흐리멍덩한 취기가 사라졌다.
그녀는 눈을 깜빡였다. 긴 속눈썹이 교활하게 빛나는 눈을 능숙하게 가렸다.
나폴리는 응석부리는 토끼처럼 내 손바닥에 볼을 비비기 시작했다.

나폴리: 그러면…… 조금만 더, 나하고 같이 있어줘, 지휘관…….



 ~03. 카메라, 야옹
어드미럴 나히모프: 지휘관. 이 표정하고 자세는 어때? 뭐 문제 있으면 바로 알려줘.


→ 자세에 대해 조언한다
지휘관: 왼쪽 다리를 조금만 내리면 화면에 더 잘 나올 거야.

→ 표정에 대해 조언한다
지휘관: 조금만 더 밝게 웃어 볼까?


지휘관: 전체적으로 조금만 릴랙스 해보자.

첫 촬영이 끝나고, 나히모프는 완전히 늘어지며 그 자리에서 몸을 쭉 폈다.

지휘관: 힘들어?

어드미럴 나히모프: 괜찮아. 힘들다기 보단 그냥 좀 긴장해서.
어드미럴 나히모프: 그래도 지휘관이 와줘서 정말 다행이야.
어드미럴 나히모프: 그 전에는 좀처럼 의욕이 안 났어서…….
어드미럴 나히모프: 후우…. 그런데 왜 광고 주연으로 나를 고른 거야?
어드미럴 나히모프: 다른 애들이 훨씬 더 귀엽고 잘 어울리는데.

→ 나히모프도 잘 어울릴 거 같아서
→ 나히모프도 귀여워

어드미럴 나히모프: 아…… 응.

표정은 여전히 담담했지만 나히모프는 눈을 돌려 나를 피했다. 그 움직임에 맞춰 고양이 귀도 가볍게 흔들렸다.

지휘관: 그런데 다들 토끼 귀인데 왜 나히모프는 고양이 귀야?

어드미럴 나히모프: 이건 관측 보조 설비야. 고양이 귀가 아냐.
어드미럴 나히모프: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만…….
어드미럴 나히모프: 이게 나한테 더 잘 어울릴 거 같아서 골랐어. 지휘관도 나히모프가 이런 스타일의 설비를 착용하는 게 더 좋지?

어조는 여전히 무감정했지만 발갛게 달아오른 홍조는 감출 수 없었다.


→ 고양이 귀 좋지
지휘관: 고양이 귀가 좋긴 하지. 다음에는 토끼 귀도 해볼까?
지휘관: 뭐, 나히모프는 어떤 걸 달아도 귀엽겠지만.

→ 뭐든 좋아
지휘관: 뭐랄까, 그냥 달고 싶은 걸 달면 돼.
지휘관: 나히모프는 전부 다 귀여우니까.


어드미럴 나히모프: 응. 알겠어.
어드미럴 나히모프: 그럼…….

그때 팔에 뭔가가 닿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나히모프의 '꼬리'가 구불거리며 내 팔을 휘감았다.

어드미럴 나히모프: 앗!? 자, 잠깐만……! 케이블이……!
어드미럴 나히모프: 기쁘다고 해서 멋대로 지휘관한테 달라붙지 마!

'꼬리'를 풀고 난 후, 나히모프는 전보다 눈에 띄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지휘관: (이대로라면 긴장해서 다음 촬영은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어떻게 달랠까 생각하던 도중 문득 나히모프가 '고양이 귀'를 조정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그래!

어드미럴 나히모프: 왜 그래, 지휘관?

지휘관: (고양이 카페에서 습득한 궁극의 손기술을 보여줄 때가 왔군!)

→ 머리를 쓰다듬는다
→ 턱을 간질인다

어드미럴 나히모프: 으음…….

그러자 나히모프는 넋을 잃은 채, 기분 좋다는 듯 눈을 가늘게 뜨고 긴 속눈썹을 희미하게 떨었다.
쓰담쓰담 타임은 한동안 이어졌다

어드미럴 나히모프: 지휘관…… 냐……냐옹~♡



 ~04. 로드 토끼와 모의점 알바
할포드: 사랑하는 손님, 이쪽으로 앉으세요. 식사든 대화든 제가 함께해 드리겠습니다~

지휘관: 응?
지휘관: (기분 탓인가? 표정이 왜 죽은 거 같지……?)

할포드를 찬찬히 관찰했다. 분명 달콤하고 환한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동자에는 전혀 생기가 없었다.

지휘관: (일하기 좋아하는 할포드가 그럴 리가 없는데…….)
지휘관: (아카시에게 약점이라도 잡혔나?)

할포드: ……뭘 그렇게 쳐다봐?

할포드는 미소를 거두고 볼을 잔뜩 부풀리며 나를 바라봤다.

지휘관: 아카시한테 협박이라도 당한 건가 해서. 그게 아니라면 지금 텐션은 설명이 안 되는걸.

할포드: 아니야! 협박이라니, 나는 그냥…….

그녀는 한숨을 쉬며 봉제 인형 '도라'를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잠시 머뭇거리다 말을 이었다.

할포드: 일이 너무 편해서 불만이었을 뿐이야…….
할포드: 그도 그럴 게 '귀여운 말투'로 지휘관하고 얘기하는 게 전부인걸.
할포드: 이런 일로 보수를 받아도 되는 걸까…….
할포드: 그리고 상대가 지휘관이면 어딜 봐도 일이 아니라 포상이잖아…….

→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 되잖아?

지휘관: 그럼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되지 않아?
지휘관: 그냥 나하고 대화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편해지지 않을까?

할포드: 으음……. 왠지 그럴 것 같기도……?
할포드: …아니, 안 돼! 일은 일일 뿐이지, 다른 거하고 뒤섞이면 안 돼!
할포드: 이래봬도 진지하게 하고 있는 거니까!
할포드: 지휘관과 대화하는 일이니까 인형까지 엄선해서 확실하게 트레이닝 했다구!

부끄러움을 감추려는 듯, 할포드는 봉제 인형을 얼굴 높이로 들어올렸다.

지휘관: 인형으로 트레이닝 했다고? 얘네 말도 해?

할포드: 그냥 비유야! 봉제 인형이 말을 하겠니? 예쁘게 꾸며준 게 다야!
할포드: 할포드 제정, '치유의 마음가짐' 제1조. 귀여운 외모로 종복을 치유할 것.
할포드: ……어때? 귀여운 도라한테 치유 받았어?
할포드: 아니라면… 다, 다른 거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도 돼!
할포드: 치유 받을 때까지 계속 있을 테니까!

지휘관: 여기 있는 것 중에 아무거나 마음대로 골라도 되는 거야?
할포드: 물론이지!

→ 그럼 할포드로 해도 돼?

지휘관: 그럼 할포드로 해도 돼? 너도 여기 있으니까.

할포드: 하아?!

소녀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내 말뜻을 되새기더니, 이내 볼이 붉어지고 눈동자에는 당혹감이 떠올랐다.

할포드: 난 봉제 인형이 아니야! 심야의 바다를 달리는 패밀리의 127번째 로드라구!
할포드: 지휘관은 내 종복이잖아! 왜… 왜 그런 요구를……!


→ 농담이야
지휘관: 미안 미안. 할포드가 일이 너무 쉬워서 불안해 하길래 그냥 기분 좀 풀어주려고 했어.
지휘관: 이제 좀 편해졌어?

할포드: 뭐야, 그냥 농담이었어……?
할포드: 흥! 그럼 진짜로 만들어 주겠어!

→ 네가 마음대로 고르라고 했잖아
지휘관: 할포드도 말했잖아.
지휘관: 여기 있는 것 중에 아무거나 마음대로 고르라고.
지휘관: 마음에 드는 걸로 고르라고 했지만, 인형 중에서만 고를 수 있다고는 안 했지?

할포드: 지휘관…… 너…….


할포드는 일어나더니 볼을 부풀린 채 다가와 내 무릎 위에 살짝 앉았다.
부드러운 토끼 귀가 내 볼을 스쳤다. 소녀는 붉게 물든 얼굴을 천천히 내 어깨에 묻었다.

할포드: 손님. 이러면…… 치유되시나요?



 ~05. 토끼 아가씨의 기원
지휘관: (가장 최근에 승인 받은 모의점 부지는 여기인가…….)

(끼―)

이상한 소리가 내 생각을 중단시켰다. 나는 소리가 들린 곳을 바라보았다.

다이센: 어머, 지휘관님? 무슨 일로 오셨나요?

다리에 장식용 붉은 끈이 감긴 채 대좌 위에 누워 있는 다이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붉은 줄이 부드럽게 당겨졌고, 줄에 달려 있는 장식이 흔들리면서 소리를 냈다.

지휘관: 다이센……? 이게 대체 뭐야…?

다이센: 아……. 지휘관님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드렸네요….
다이센: 새로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곳이라 조금 꾸며 볼까 하다가 그만 이렇게 엉켜버렸답니다….
다이센: 다이센의 불찰로 지휘관님을 대접할 수 없게 되었네요…. 부디 용서해 주세요.

지휘관: 괜찮아. 그보다 혼자 해결할 수 없는 상황 같은데… 도와줄까?

다이센: 송구합니다. 번거롭게 해드려서….

다이센은 '살았다'라는 표정을 지었다.

다이센: 지휘관님께서 와 주시지 않았다면, 계속 이 끈에 걸려 있었겠죠…….

고개를 끄덕인 뒤 대좌로 다가갔다. 그런데 끈이 상상 이상으로 복잡하게 엉켜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지휘관: 혹시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 장식을 망가트리면 안 된다던가.

다이센: 괜찮습니다. 장식은 애초에 다이센의 불찰로 망가져 버렸으니까요…….
다이센: 나중에 다시 정돈하면 됩니다.

지휘관: 알았어.

다이센의 다리에 감긴 붉은 끈을 조심스럽게 풀기 시작했다.
오랜 시간 감겨 있었던 탓인지 다이센의 피부에 엷은 자국이 남았다.
칙칙한 붉은 끈이 만든 자국이 투명한 피부 가운데서 유달리 눈에 띄었다.

다이센: 지휘관님……////

지휘관: 미안. 아팠어?

다이센: 아니요, 그냥……. 지휘관님. 그렇게 다정하게 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
다이센: 다이센은…… 조금 거칠어도 받아들일 수 있으니까요.


→ 역시 신중하게 하자
지휘관: 역시 신중하게 할게. 장식이 부서지면 아깝잖아.
지휘관: 다이센이 정성껏 꾸민 거니까, 노력을 헛되게 하고 싶지 않아.
지휘관: 무엇보다 다이센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 다이센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지휘관: 다이센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으니까…….
지휘관: 그리고 이 장식들은 다이센이 정성껏 꾸민 거잖아? 그 노력을 헛되게 할 수는 없지.


다이센: 아……. 알겠습니다.

지휘관: 얼마 안 남았어. 다리를 조금만 올려 줄래?

다이센: 네……. 이러면 될까요……?///

다이센이 다리를 들어 준 덕분에 감겨 있던 끈을 모두 풀 수 있었다.

다이센: 지휘관님, 감사합니다.

지휘관: 별거 아냐. 그보다 보고서에는 여기가 '기원 구역'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지휘관: 왜 모의점에 기원 구역을 넣은 거야?

다이센: 으음…. 아카시가 요즘 '유행'이라고 하면서 나중에 동료들에게 '명소'로서 개방할 수도 있다고 그랬거든요.
다이센: 그리고 '초회 기원 특전 추첨' 같은 기획도 생각하고 있다고…….
다이센: 뭐, 기획 쪽은 이제 못 하겠지만요♪

지휘관: 왜?

다이센: 다이센이 이미 장식을 달면서 기원해 버렸으니까요.
다이센: "지휘관님이 평안하고 만사가 형통하시기를", "다이센이 영원히 지휘관님 곁에 있을 수 있기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