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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 패션 특집! 나일 문화전

킹루클린 2025. 3. 10. 16:44

모항 패션 특집! 나일 문화전

 ~01. 사랑과 미의 베스트 시크릿
전시관의 미로 같은 복도를 따라가다 보니 갑자기 빛이 번쩍였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장소에 발을 들인 것 같았다.
주위에 희미한 향기가 감도는 가운데, 갑자기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훗훗후~♥ 성전에 길 잃은 생쥐 한 마리가 들어왔네♪
???: 이곳의 수호자로서 불청객에게 벌을 줘야겠는데~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리니 그곳에는 화려한 의상을 입고 마치 품평을 하듯 나를 바라보고 있는 라파엘로가 있었다.

지휘관: 불청객이라니. 나?

당황한 내 모습을 보자 라파엘로는 재빨리 설명하기 시작했다.

라파엘로: 응? 이번 행사는 몰입형 체험이라는 거 잊었어? 자자, 지휘관도 얼른 몰입해!

지휘관: (…그러고 보니 나일 문화전에 왔을 때 그런 비슷한 설명을 들었던 거 같기도 하고.)
지휘관: (그나저나 설마 롤 플레이 체험형일 줄이야….)

라파엘로: …응? 응응응응?
라파엘로: 불경한 자여. 수호자 앞에서 딴청을 피우다니….
라파엘로: 벌로 석상으로 만들어 주마~

지휘관: (바로 시작인가…. 뭐, 일단은 따라 주자.)


→ 용서를 빈다
지휘관: 수호자님! 저는 그저 길을 잃은 불쌍한 관광객일 뿐입니다!
지휘관: 성전을 범한 것은 본의가 아니니 부디 용서해 주세요…!

라파엘로: 후후. 너의 태도를 보아서 이번에는 넘어가 주도록 하지.
라파엘로: 허나 이 일이 교훈이 될 수 있도록 한 가지 조건을 걸겠DA!

→ 관람 동선 문제를 지적한다
지휘관: 나는 그냥 길만 따라갔을 뿐인데 이리로 들어왔다는 건…
지휘관: 애초에 동선 설계에 문제가 있는 거 아냐?

라파엘로: 그그그그건….
라파엘로: 그냥 넘어가 줄 수도 있지만 한 가지 조건을 걸겠다!


지휘관: 조건?

라파엘로: 간단! 이 항아리에 담긴 '영원주'를 전부 마시면 돌려보내 주마!

라파엘로는 그렇게 말하며 정교한 술항아리를 꺼냈다.
항아리에는 칙칙한 금색 무늬가 새겨져 있었고, 안에 있는 액체는 은은한 빛을 발했다.

라파엘로: 자~ 전부 마시거라!

그녀는 어디선가 술잔을 꺼내 안의 액체를 따르기 시작했다.
한 잔, 또 한 잔…. 몇 잔을 마셔도 항아리의 내용물은 조금도 줄지 않았다.

지휘관: …어?

라파엘로: 에헤헤…. 이제야 알았어?

당황한 내 모습을 보며 라파엘로는 우아하게 몸을 뻗고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라파엘로: 이건 신의 은총을 받은 항아리야! 그 은혜는 무궁무진하다구☆
라파엘로: 자, 침입자여. 어쩔래? 깨끗하게 단념할래?

지휘관: ……과연. 하지만 나는 포기를 모르는 성격이거든.

심술궂은 '신'에게 저항하듯 오기로 몇 잔을 더 들이켰다.
그러나 내 저항을 비웃기라도 하듯 항아리 속의 액체는 줄어들 기미가 없었다.

라파엘로: 응후훗…. 이렇게 완벽한 소재는 처음인데 쉽게 놔줄 리가 없잖아♪
라파엘로: 그래도 걱정 마~ 석상으로 만들지는 않을게~
라파엘로: 나는 사랑과 미의 수호자…. 완벽한 예술품인 너를 해칠 수는 없지!
라파엘로: 그러니까 너는…… 여기 머무는 거야. 영원히.

라파엘로는 목소리를 낮추고 천천히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승리를 확신한 표정을 지었다.

라파엘로: 네 전부는 영원히 그려 낼 만한 가치가 있으니까♪



 ~02. 신의 벌칙 플레이
복도에서 유혹적이고 이국적인 달콤한 향기가 풍겨 왔다.
향기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 문 앞에 도착했다. 문을 열자 예상치 못한 풍경이 펼쳐져 있었다.
마조레 바라카는 침대에 나른하게 누워 다리를 천천히 흔들며, 싱싱한 복숭아를 손에 들고 지루하다는 듯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마조레 바라카: 어머… 지휘관이네?
마조레 바라카: 혹시 견학하다가 피곤해서 쉬러 온 거야?

바라카는 몸을 살짝 틀며 수상한 미소를 지었다.
평소와는 사뭇 다른 이국적인 모습이 신선해서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봤다.
내가 가만히 있는 것을 보고 바라카의 눈에 장난기가 스쳤다.

마조레 바라카: 흐응~? 왜 아무 말도 없어? 지휘관?


→ 사실 묘한 향기에 이끌렸어…
지휘관: 구경하다가 복도에서 묘한 향기가 나길래.
지휘관: 궁금해서 무심고 향을 따라왔어.

마조레 바라카: 후후. 그렇구나.

바라카는 복숭아를 입술로 가져가 입을 맞춰 희미한 자국을 남겼다.

마조레 바라카: 그 향기는 과일과 향신료가 섞인 향일 거야.

→ 사실 구경하다가 길을 잃었어…
지휘관: 여기 너무 넓어서 그만 길을 잃었어….
지휘관: 그나저나 네가 있는 이 방도… 견학 코스의 일부지?

마조레 바라카: 물론이야.
마조레 바라카: 이쪽으로 먼저 왔다는 건… 지휘관과 나는 운명적인 인연으로 이어져 있는 것 같네♪

그렇게 말하며 바라카는 복숭아게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마조레 바라카: 지휘관. 기왕 온 김에….
마조레 바라카: 이 극상의 공물…… 한번 먹어 볼래?

바라카는 손에 든 복숭아를 가볍게 흔들었다. 열매는 햇살 속에서 먹음직스러운 광택을 발하고 있었다.

지휘관: 공물? 이 과일이?

마조레 바라카: 그래~ 이번에 내가 받은 역할은 한가롭게 공물을 즐기는 신이야.
마조레 바라카: 조금 더 역할에 몰입해서 금역을 침범한 지휘관에게 벌을 줘야 할까~♪

일부러 말꼬리를 늘이며 나쁜 계획이라도 꾸미는 듯 발을 휘휘 젓는 바라카.

마조레 바라카: 그래도 뭐, 갑자기 벌을 주는 것도 재미없지…….
마조레 바라카: 우리 게임 할까? 번갈아가면서 퀴즈를 내는 거야.

바라카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복숭아 표면을 살짝 스쳤다.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 나를 향해 요염한 미소를 지었다.

마조레 바라카: 틀린 사람은….

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기대에 찬 눈빛을 보냈다.

마조레 바라카: 얌전히 상대방에게 벌을 받는 거야♥

공기 중의 향기가 더욱 농밀해졌다. 방안은 매혹적인 분위기로 가득 찼다.


→ 제안을 승낙한다
지휘관: 재밌겠네…. 좋아. 하자.

마조레 바라카: 어머~ 단번에 승낙하다니, 역시 지휘관은 멋지다니까♪

→ 거절한다
지휘관: 나한테 별로 이득이 없는 거 같은데…. 역시 안 할래.

마조레 바라카: 어머. 설마 지휘관, 이 상황에서 거절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해?
마조레 바라카: 안 놀아 주면 여기서 못 나가.

지휘관: 음…. 여기서 나가게 해 주는 걸 조건으로 걸겠다? …그럼 어쩔 수 없군. 좋아.

마조레 바라카: 후후~ 그래야지♪


바라카는 기지개를 켜며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마조레 바라카: 그럼 첫 번째 퀴즈….
마조레 바라카: 신인 내가 지휘관에게 뭘 하고 싶은지…… 맞춰 봐? 후후후♥



 ~03. 이역만리 몽상향
유유한 물소리에 이끌려 긴 복도를 벗어나자, 오아시스 속 아름답게 꾸며진 ‘침실’에 도달했다.
장막이 가볍게 흔들리는 가운데 햇빛이 얇은 비단 너머로 침대 가장자리에 쏟아졌다.
막 눈을 뜬 지안은 침대에 앉아 윤기 나는 머리를 부드럽게 빗고 있었다.
그녀는 내가 온 것을 눈치채고, 어딘가 기쁜 눈으로 맞아주었다.

지안: 휴…. 눈을 뜨자마자 꿈에 나타난 운명의 사람을 만나게 되다니.
지안: 후후후. 이것은 어쩌면 운명의 인도일까요……?

지휘관: (과연. 이런 설정인가…….)
지휘관: 그게…….

지안: 쉿. 설명하실 필요 없어요.

그녀의 맑고 매혹적인 목소리는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띠고 있었다.

지안: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여행자여. 지금 필시 어리둥절하실 겁니다. 그렇죠?
지안: 왜 당신을 '운명의 사람'이라고 부르는지, 또 이곳은 어디인지…….
지안: 하지만 제 입장에서는 중요하지 않답니다♪
지안: 여행자님. 당신은 지금까지의 여정에서 수많은 절경을 보셨겠죠.

지안은 내게 윙크하며 평소의 장난스러운 기색을 내비쳤다.
'평소와 전혀 다른 분위기의 옷을 입고, 맡은 역할을 열심히 연기하고 있더라도…….'
'저는 여전히 당신의 지안입니다.‘
라고 나에게 전하려는 것 같았다.

지휘관: 음… 그래.
지휘관: 이 구역도 그렇고, 다른 구역에서도 멋진 경치를 많이 보고 왔지.

지안의 손가락이 침대 위에 매달린 장막을 스쳤다. 얇은 비단이 바람에 가볍게 흔들렸다.

지안: 그렇게 많은 곳을 지나오셨으니 여행자님은 분명 피곤하시겠죠.
지안: 지금 당신께는 평온한 땅이 필요합니다. ……모든 고민을 다 받아줄 수 있는 따뜻한 품 말이죠.

햇살이 장막 너머로 빛의 고리를 그리며 지안의 몸에 부드러운 빛을 발했다.
그녀는 다시 손을 들어 머리를 매만졌다. 무척이나 편안한 모습이었다.
호흡에 따른 가슴의 흔들림조차도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안정과 평온을 느끼게 했다.

지안: 여행자님. 이곳에 머물러 주시겠어요?

달콤하고 아련한 간청이 담긴 말투가 그녀의 유혹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들었다.
나도 모르게 한 발짝 내딛으려다가 멈칫했다.

지안: 후후후. 아직 망설이시는 것 같군요.

그녀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머리카락이 부드럽게 미끄러져 내려와 햇빛 속에서 은은하게 빛났다.

지안: 알고 계시나요? 어둠이 내리면 이곳의 밤하늘은 유난히 황홀하답니다.
지안: 낮에 햇살에 비친 궁전의 모습 또한 절경이고….
지안: 그리고 저는 밤낮으로 당신 곁에 있겠지요…….
지안: 여행자님. 운명의 신께서 제게 점지하여서 이렇게 당신을 만나게 해 주셨습니다.
지안: 그런데 왜 당신은 운명을 거스르고… 이 찰나의 만남을…….
지안: 저와 영원히 함께해 주시겠어요…?

바닷바람처럼 부드러운 목소리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지안: 이 궁전에서…….
지안: 우리만의 미래를 길이길이 만들어 가요♪

지안은 손가락 끝으로 내 턱을 살짝 들어올렸다. 그녀의 따스한 숨결이 뺨에 닿았다.
여행자의 대답은, 다가오는 그녀의 부드러운 입술에 묻혀 버렸다――



 ~04. 열사의 심판
전시관 내 거대한 문 앞에 한 사람의 모습이 서 있었다.
낫을 들고 바람에 나부끼는 옷을 입은 실라는 우아하고 신비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나를 보자 그녀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 눈동자에는 약간의 장난기가 깃들어 있었다.

실라: 어서 오세요. 실라의 주인님.

실라는 갑자기 말을 끊고 신비로운 미소를 지었다.

실라: 아니, 지금은 단지 '여행자'시군요.

지휘관: 여기는… '심판의 문'?

실라: 후후후. 네. 벌써 알아차리셨군요.

실라는 손에 든 낫을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을 이어갔다.

실라: 이곳을 통과하려면 심판을 받아야 하지만…….
실라: 주인님이라면 그냥 지나가셔도 괜찮답니다?


→ 심판을 받는다
지휘관: 나도 심판받고 싶어.

실라: 후후. 실라의 심판을 원하시는군요.
실라: 그렇다면 물론 해 드리겠습니다. 주인님께서 만족하실 때까지 몇 번이고…. 후후후♪

→ 문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묻는다
지휘관: 이대로 문을 지나가면… 뭐가 있지?

실라: 주인님께서는 무엇을 보고 싶으세요?
실라: 문 뒤는 천국일 수도, 지옥일 수도 있답니다…….
실라: 만약 확실한 답을 알고 싶으시다면, 여기서 실라에게 심판을 받는 것을 추천드려요. 후후후♪

실라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낫을 가볍게 돌렸다.

지휘관: 좋아. 그럼 심판받을게.


실라: 하지만 심판의 결과는 별로 중요하지 않답니다.
실라: 중요한 것은 주인님께서 제게 어떤 영혼을 보여 주시는지…….

말을 마치자 실라는 눈을 감고 마치 '영혼'을 느끼려는 듯 낫을 몇 번 휘둘렀다.

실라: 아아. 벌써 결과가 나왔어요.
실라: 정말 안타깝지만… 주인님의 영혼으로 볼 때 행선지는 아마 지옥일 거예요.

그녀는 눈을 뜨고 나를 향해 교활한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 ……?

실라: 후후후. 역시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시네요.
실라: 방금은 그저 농담이었습니다.

실라의 표정이 다시 부드러워졌다.

실라: 실라가 지금 심판의 신명을 맡고 있다고는 하지만….
실라: 주인님의 운명을 결정하다니, 메이드에게는 너무도 과분한 역할입니다.
실라: 그렇다면 이 문은 과연 어디로 통하는지…….
실라: 주인님께서 직접 결정해 주세요.

지휘관: 내가 정해도 돼?

실라: 네. 주인님은 실라의 주인님이시니까요♪

실라가 우아하게 절을 하자, 낫이 공중에서 금색 호를 그렸다.

실라: 이번 심판의 신명 역은 재미있긴 하지만.
실라: 역시 실라는 남을 심판하는 심판자보다…….

실라의 목소리는 어느새 부드러워져 있었다.

실라: 메이드로서 주인님께 봉사하는 매일이 훨씬 즐겁답니다.

실라는 옆으로 비켜서서 문을 향해 '들어가세요'라는 손짓을 했다.

실라: 자, 주인님. 계속 앞으로 나아가세요.
실라: 실라는 한낱 메이드로서 평생 곁에서 모실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