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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리 병원에서 온 편지 ~정보, 엔딩

킹루클린 2025. 3. 31. 23:31

● 장소 정보

 

 ~01.
입원동
햇살 속의 입원동은 모가도르 간호사가 담당하는 치유의 피난처다. 무의식적으로 심신이 편안해지던 가운데, 문득 머리 위에 감시 카메라가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입원동의 감시 시스템은 무척 강력하다. 80K 해상도, 정밀한 얼굴 인식, 보행 인식 기능을 갖췄고, 단말기는 방수 방진에 운석 충돌에도 견딜 수 있도록 견고하게 만들어졌다고 한다. 아쉬운 것은, 전기 회로는 이미 단절된 것 같다.
관리실을 수색하던 중 단절된 감시 시스템을 확인하러 온 이글, 스트례미텔니와 하마터면 마주칠 뻔했다. 다행히 산타페가 나타나서 두 사람의 시선을 돌려 주었다. 병원 내에서 몇 안 되는 정상적인 존재. 사이가 좋은 것도 이해가 간다.

대기실
며칠간의 관찰로 간호사들의 교대 루틴을 파악할 수 있었다. 매일 저녁 7시가 되면 당직 간호사 보로실로프는 언제나 일찍 퇴근하여 '아무도 없는 10분간'의 공백이 생긴다.
간호사실에 잠입하여 당직 책상 위 보로실로프의 메모를 찾아냈다. 메모는 책상 한가운데에 놓여져 있었다. 마치 "비밀은 여기 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권속화' 직원 관찰 일기"
……피관찰자는 정신적으로 매우 흥분 상태에 있으며, 신체 기능은 양호. 그러나 이글 의사와 스트례미텔니 간호사의 '권속화' 진행은 정체되어 있음. 앞으로도 밀접한 감시를 요함.

병실
산타페의 병실은 난잡하면서도 생활감이 넘쳤다. 침대 위의 베개만이 정돈되어 있었다. ……혹시 베개 밑에 뭔가 중요한 거라도 숨겨져 있나?
베개 밑에는 산타페와 워싱턴의 사진이 있었다. 사진 속의 두 사람은 함께 장난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워싱턴은 터질 듯한 웃음을 짓고 있었다. 내가 아는 워싱턴 간호사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사진의 빈칸에는 산타페의 갈등이 적혀 있었다. "어떡해! 이대로 정부 일을 계속하다간 피해자는 전원 구조 명목으로 강제로 끌려갈 거야! 당연히 워싱턴도……. 임무와 친구, 둘 중 하나만 골라야 해……."



 ~02.
입원동(지하)
입원동의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관계자 외 사용 금지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하려면 우선 화면의 생체 인증 패널을 통과할 필요가 있다.
최첨단 기술 제품이니 만큼 기능적인 안정성 확보는 어렵다. 칸의 천장 부분 비상구를 열고 입원동 지하로 무사히 침입할 수 있었다. 이곳은…… 폐기된 실험실 같았다.
"V-01실험체 승격 보고"
……승격 실패. 실험 대상의 하위 개체는 여전히 상위 개체의 완전한 지배를 받고 있으며, 그 행동과 사고는 모두 상위 개체의 통제 하에 있다.

요양 센터
요양 센터의 고급 테라피 서비스는 한때 병원에 많은 수익을 가져다 주었다. 워싱턴 간호사는 그중에서 자신이 제일 좋아한다는 라벤더 향이 물씬 풍기는 스파 구역을 추천해 주었다.
접수처의 로커룸에서 주인 불명의 물건을 다수 발견했다. 그중에 있던 "소문 일기"에는 병원 내 소문이 낱낱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래서 임자가 나서지 않은 거로군.
"소문 일기 그 다섯"
7호실에 사는 사람은 몽유병으로 돌아다닐 때 모조 검을 들고 "나는 꿈속에서 사람을 베리라."고 외친다……. 13호실에 사는 사람은 커튼 뒤에 모험 계획서를 잔뜩 숨기고 있다…….

요양 센터(지하)
13호실을 조사하던 도중 커튼 뒤에서 요양 센터 지하 구역 지도를 발견했다. 지도에는 빨간 펜으로 크게 이렇게 적혀 있었다. "그렇게 수익이 좋았는데 왜 갑자기 서비스를 종료했을까?"
요양 센터 지하는 과거 VIP룸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복수의 독립된 방으로 구분되어 수많은 문이 설치되어 있다……. 엄중하게 보호받는 직원용 기숙사가 된 걸까……?
'스즈야'라고 쓰여진 방문 앞에서 'VVIP 언리미티드 프리미엄 골드 카드'를 주웠다. 누가 이런 귀중한 걸 흘린 거지?



 ~03.
작은 숲
병원 남서에서 남동에 걸쳐 작은 숲이 뻗어 있다. 숲은 방문자를 거부하지 않지만, 번화한 장소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숲을 피할 것이다.
한밤중에 산타페가 병실을 빠져나갔다가 약 1시간 뒤에 돌아오는 것을 목격했다. 그녀가 향한 곳은…… 작은 숲 같았다.
발자국을 따라 숲속 적당한 높이의 나무에서 유니온산 휴대용 무전기를 발견했다. 이게 산타페가 한밤중에 병실을 빠져나간 이유겠지.

물류 센터
물류 센터는 병원의 업무 프로세스나 의료품 등 각종 자재를 다방면에 걸쳐 관리하는 수수하지만 매우 중요한 부서다. 담당인 스즈야 간호사는 세심하고 끈끈한 일처리로 밸리 병원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물류 센터의 디지털 아카이브에서 결재가 끝나고 송신 대기 중인 보고서를 몇 통 찾았다. 수신처는 각국 정보기관이었다.
"V-01실험체 결과 보고"
실험체 상태: 사망
사인: 상위 개체의 간섭을 받아 실험체는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했다

물류 센터(지하)
물류 센터의 비밀을 나열하면 재고 목록보다 더 길어진다고 하던데 실로 그대로다. 그러나 가장 큰 비밀은 꽉 찬 서류 캐비닛 뒤 지하 구역으로 가는 비밀 통로다.
물류 센터 지하 구역에서 대량의 현금이 보관된 창고를 발견했다. 게다가 창고 밖 탁자에는 밸리 병원 의 대차 대조표가 놓여 있었다.
"밸리 병원 4분기 재무 감사 보고서(내부용)"
……4분기 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5% 감소. 부채 비율은 170%에 육박. 자금 융통은 3개월 내에 파탄할 전망. 또한 내달 말이면 30억의 차입금 상환 기간이 다가온다…….



 ~04.
정원
정원을 둘러싼 키 큰 산울타리는 복잡한 미로벽을 형성해 외부의 시선을 차단하고 있다. 미로를 돌파하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오히려 병원 측이 의도적으로 무언가를 숨기려는 태도가 더 많은 생각을 들게 했다.
미로의 중심에 있는 순백의 정자는 비정상적으로 청결하며, 새로 칠해진 흰색 페인트에서는 숨쉬기 힘들 정도의 자극적인 냄새가 났다. 최근에 누군가가 이곳을 전면적으로 재조성한 것이 틀림없다.
정원 연못을 지나다가 배수구에 단단히 들러붙어 있는 과자 봉지가 눈길을 끌었다. 이것은 밀러가 가장 좋아하는 과자의 봉지다. 여기 머물렀다면 지금은 어디 있는 거지?

벚나무
마침 벚꽃이 만개한 계절이다. 밸리 병원에는 벚나무 아래 시체가 묻혀 있으며, 그 배신감과 정념이 아름다운 꽃을 키운다는 소문이 있는 듯하다.
벚나무 밑동에는 잡초가 한 포기도 보이지 않았다. 자세히 살펴보자 흙이 부드러운 곳이 있었는데, 아마도 최근에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갈아엎은 것 같다.
꺼림칙할 정도로 흙이 부드러운 곳을 삽으로 파내자 통신 배지를 발견했다. 배지에는 붉은 꼬리를 가진 여우가 인쇄되어 있었다. ……'천호 그룹' 물건인가?

연구 센터
이 연구 센터는 일찍이 논란을 일으켰던 의학 실험이 행해지던 곳이었다. 지금도 보로실로프 간호사의 감독 하에 여전히 이성과 과학이 오가는 장소일까…?
나의 이성은 일종의 충동적인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연구 센터에 머무르면서 이 감각은 점점 강해지고 있다……. 당장 떠나야 해.
밸리 병원의 연구원은 분명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 '금단의 힘'을 연구하고 있다. 이 힘은 전설의 혈족에서 유래했고, 이것이 일으키는 현상은 '권속화'라고 불리는 것 같다.



 ~05.
연구 센터(지하)
연구 센터 접수실의 환기 덕트에서 삐- 소리가 들렸다. 덕트 너머는 넓은 공간과 연결되어 있는 건가…?
덕트를 따라가자 먼지가 가득한 배전실에 도착했다. 스마트 배전 시스템을 조작해 살펴보니, 연구 센터 지하 구역에는 관리실과 이름 없는 방 2군데가 아직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관리실에는 아무도 없었고, 여러 대의 모니터에는 지루한 모래 폭풍이 나오고 있었다. 그중 한 대의 모니터에는 어딘지 모를 밀실에서 홀로 웅크리고 있는 소녀의 모습이 있었다. 저건 행방불명된 밀러다!

주차장
북적이는 시가지와는 대조적으로 밸리 병원 주차장 입구의 전광판은 항상 '공간 있음'으로 나와 있었다. 주차된 차는 빈말로도 많다고 할 수 없었다.
앞유리가 먼지로 뒤덮여 있다고는 하지만 구급차는 국제적인 유명 브랜드에서 구입한 것으로, 성능도 전장 구호 활동에 적합한 우수한 물건이다. 과거 밸리 병원이 가지고 있었던 풍부한 자금력을 말해주는 것 같았다.
탁월한 방어력을 갖춘 이 차량은 소형 이동 요새라고 할 수 있다. 중요 목표의 보호와 수송에 사용할 수 있고, 필요에 따라서 용의자를 가두는 이동식 감방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주차장(지하)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주차장에는 잡초가 우거져 있었다. 온갖 고생 끝에 겨우 지하 구역으로 통하는 내리막길을 발견했다.
지하 주차장은 누가 봐도 창고로 변해 있었다. 의료용 섬유 제품 상자와 산소통이 아무렇게나 쌓여 있었고, 벽에는 손으로 쓴 '화기엄금' 경고가 있었다.
가장 안쪽에 탱크 몇 개가 조용히 서 있었다. 석유 등을 저장하는 기술 기준에 적합한 설계이고, 공기 중에 탄화수소 특유의 자극적인 향이 감돌고 있는 것을 보면 아마 내용물은 가솔린일 것이다.



 ~06.
수위실
수위실은 외부 정보 교류의 핵심 지점이다. 전략적으로도 중요한 이 장소에서의 물품 교환으로 인해 병원 주변 생활 시설 부족으로 인한 불편이 교묘하게 해소되고 있었다.
보로실로프 앞으로 온 택배를 찾았다. 내용물에 대해 적힌 스티커에는'반항기의 소녀가 추천하는 펑크 스타일의 이목을 끄는 JK 미니스커트가 소악마와도 같은 두근거림을 준다.'라고 나와 있었다. ……사람은 겉보기와는 다른 것이다.
수위실을 몇 번이나 감시한 결과 보로실로프는 매일 새 택배가 도착했는지 확인하러 오지만, 정작 옷들은 한번도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옷들은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정문
병원 게이트는 견고한 철제 문으로 되어 있고, 그 폭은 대형차들이 나란히 다닐 수 있을 정도다. 문 상부에는 빛바랜 병원 문장이 끼워져 있고, 옆의 벽에는 의료진 전용 우편함이 줄지어 있었다.
금속제 우편함은 비바람에 계속 노출된 탓에 대부분은 칠이 벗겨져 떨어질 것만 같았다. 스즈야의 우편함만이 잘 손질되어 있어, 자주 사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스즈야의 우편함에서 신용카드 청구서를 발견했다. 미납 금액은 통상 간호사 월급의 10배. 이 정도 거액의 지출을 유지하기 위한 다른 수입원이 있음에 틀림없다.

뒷문
밸리 병원 뒷문은 폐쇄된지 오래되어 녹슨 철문 옆의 '통행금지' 간판도 이미 빛이 바랜 채 흐릿했다. 사람보다 낙엽이 이 잊혀진 곳을 더 자주 찾았던 것 같다.
뒷문 앞에 쌓인 폐기 자재를 치우고, 부식이 진행된 자물쇠도 쉽게 떼어냈다. 눈앞에는 숲속으로 이어진 오솔길이 있었다. 그야말로 절호의 탈출로였다.
숲의 오솔길은 도시 북쪽의 번화한 항구로 통했다. 여객선, 상선, 화물선이 쉴 새 없이 오가고, 귓가에 길게 울리는 낮은 기적 소리는 먼 곳을 향한 외침으로 들렸다.



 ~07.
오피스
어째서인지 밸리 병원 봉직의 이글은 이 호화로운 오피스를 독점하고 있는 것 같다. 잠긴 유리 케이스에는 다양한 맛의 지방 연소 소스가 진열되어 있었다……. 특별한 보안 의식 때문에 그런 건지, 아니면 다른 사정이 있는 건지…?
자물쇠를 강제로 열자 소스병 뒤에서 통신기 2대를 발견했다. 한쪽은 케이스에 귀여운 눈 결정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다른 쪽은 정교하고 고전적인 금속 장식이 달려 있어, 로열의 격식을 느낄 수 있었다.
정시 통신 기록에 따르면 이글과 스트례미텔니는 병원 내 특수 능력 실험 상황을 공동으로 조사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병원 내에 갇힌 이들에 대한 구출 작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진료 센터(지하)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간호사실 안쪽에 있었다. 입구에는 '수리 중'이라는 팻말이 놓여 있었다. 잠입하려면 담당 간호사 프랭클린을 어떻게든 그 자리에서 떼어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프랭클린의 주의를 끌기 위해 병실에서 기다리고 있다고 전하자, 프랭클린은 반갑게 간호사실을 떠났다. 이렇게 지하 구역에 무사히 잠입할 수 있었고, 거기서 약품 관리실을 발견했다.
이글과 스트례미텔니가 담당하는 약품 관리실 냉동고에는 특제 진정제가 여러 병 숨겨져 있었다. 주사하면 '권속화' 경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 아마도 두 사람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이것 때문일 것이다.

복도
거인의 갈비뼈 같은 하얀 복도의 돌기둥은 천사의 거룩한 빛이 그려진 아치형 천장화를 떠받치고 있었다. 햇빛이 아치를 통과할 무렵 벽감에 숨겨진 비밀 공간을 발견했다.
'피의 향연', '밤의 소녀의 참회', '창백한 신부의 소네트'……. 고딕 소설은 이성의 속박을 찢고 욕망으로 가득 찬 필요 이상의 판타지를 자아낸다……. 누가 여기에 소설을 숨겼을까?
이 책을 남긴 인물은 비밀 공간 벽에 한 문장을 새겨 놓았다. "우리가 동경하는 영원한 낙원에서 장미는 결코 시들지 않는다. 데이 워커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시간 자체가 관 속의 티끌이 될 때까지."



 ~08.
진료 센터
진료 센터의 대로는 많은 인파를 예상해 넓게 설계됐지만 지금은 인적도 드물어서 고양이들에게 점거당했다. 담당 간호사 프랭클린이 의도적으로 봐준 결과인 것 같다.
생물 샘플 보관고에서 밀러의 건강 진단 데이터를 발견했다. 체지방률 완벽, 단백질 대사 완벽, 허리·엉덩이 비율 대략……. 그러나 가장 중요한 몇 페이지는 찢어져 있어서 복원하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다.
"V-01 능력 개발 보고서"
……21번째 활성화 실험은 실패. 바로 22번째 실험을 시작할 예정. 출자자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불가결. 이전 실험 데이터에 따르면 이 실험의 잠재력은 거의 무한이라고 하며…….

밸리 병원 上
오래 전부터 조용한 교외에 존재했던 병원. 그곳에서는 외래 진료, 의학 연구, 간호 케어 등의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밀러가 마지막으로 목격된 장소이기도 하다.
3년 전, "병원 주변에 머물던 노숙자들이 일제히 실종됐다."라는 수수께끼 같은 소문이 밸리 병원을 논란의 장소로 만들었다. 그러나 이제 이 사건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잊혀져 가고 있었다.
병원 외관 설계와 배관 배치를 자세히 조사한 뒤에야 어떤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병원 지하에는 상당한 넓이의 비밀 구역이 있을지도 모른다.

밸리 병원 下
이미 여러 나라의 정보기관이 병원을 조사하기 시작했고, 어쩌면 가까운 곳에 요원이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이 병원… 혹은 백의 아래에는 도대체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자료실 아카이브에서는 '혈족'이나 '권속' 같은 기묘한 단어가 발견됐다. 여기서는 초자연적인 연구라도 하고 있는 것일까?
수지가 현저하게 불균형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장기간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유는, 밸리 병원이 3년 전부터 중앵의 천호 그룹 대표 아카기로부터 정기적으로 고액의 자금을 제공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야말로 이곳의 진정한 지배자임이 틀림없다!



● 캐릭터 정보

 

 ~01. 모가도르
입원동 담당 간호사 모가도르. 입원 수속을 할 때 꽤 '열정적인' 도움을 받았다.
솔직하고 귀엽지만 일단 진지해진 모가도르는 흔들리지 않는 신념을 관철한다. 질서에 어긋난 행위가 있다면 그녀는 가차없이 숙청할 것이다.
범상치 않은 높은 체온, 이상하게 예민한 후각, 그리고 홍채 속에서 일렁이는 진홍색……. 모가도르는 이미 '권속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봐도 무관할 것이다.

 

 ~02. 프랭클린
프랭클린 간호장이 진료 센터에서 몇 년간 보고 들은 것을 책으로 엮는다면 분명 조마조마 두근두근한 모험 소설이 될 것이다.
친절하고 포용력 있고 창의성과 호기심이 넘치며 다년에 걸쳐 우수 직원으로 뽑힌 프랭클린은 수없이 많은 표창장을 수여 받았다. 이제는 누렇게 빛이 바랜 표창장들이지만 그녀는 소중히 여기고 있다.
'권속화'로 감정이 뒤틀리고 망집에 사로잡힌 프랭클린은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동료들을 모두 생존시키려고 한다. 색다르고 가슴이 두근거릴 모험이었지만, '지배욕'이라는 이름의 함정에 빠져 버렸다.

 

 ~03. 워싱턴
부트 캠프 단골인 요양 센터 담당 간호사 워싱턴은 폭주한 정신 이상 환자를 30초 안에 비폭력적으로 얌전하게 만들 수 있다. 전술적 소양은 뛰어나지만 간호사로서의 기술은 아직 미숙하다.
흥이 나면 워싱턴은 가끔 유니온 특유의 속어를 입에 올린다. 유니온 출신이라는 소문도 있어 산타페와 이야기가 끝이 없다고 한다.
잠재력을 끌어내고 힘을 받아들인다면 승리는 언제나 손안에 있다. '권속화'는 워싱턴이 바라는 전부였지만, 월등한 힘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이다.

 

 ~04. 스즈야
물류 센터 담당 간호사가 되기 전 스즈야는 채혈실의 비장의 무기였다. 세계 규모의 '한 방 채혈 콘테스트'를 5연패 했다는 소문이 있다.
친절하고 겸손하며 누구에게나 정중하게 대하는 그녀지만, 그 행동에서 미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의도적으로 다른 간호사들과의 관계를 피하고 나의 동향을 살피는 모습…. 혹시 내 입원 목적이 들킨 건가?
'권속화'는 확실히 스즈야의 정신을 갉아먹고 있지만, 그녀는 내면에 깃든 충동에 굴하지 않고 있다. 반드시 잃어버린 일상을 되찾을 거야―― 누가 그녀에게 그런 희망을 보여줬을까?

 

 ~05. 보로실로프
연구 센터 담당 간호사 보로실로프의 정체는 북방연합의 잠입 요원이다. 사실 그녀의 정체보다는 스스로 정체를 밝힌 그녀의 행동에 더 놀랐다.
생각을 바로 입에 담지 않고, 천천히 시간을 들여 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선호하는 보로실로프…였지만, 지금은 이상할 정도로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것도 어떤 '계획'의 일부일까?
보로실로프는 이미 진홍의 열광에 완전히 지배되었다. '권속화'의 정도는 누구보다 심각하다. 이 정체 모를 힘은 대체 왜 그녀를 대변자로 선택한 것일까?

 

 ~06. 이글
이글. 현재 밸리 병원에 유일하게 재직하고 있는 성형외과 의사로, 정신 상태는 양호 그 자체다. 직원 정보에 따르면 반년 전에 취직했지만, 병원의 경영 상황을 감안하면 도저히 현명한 판단이라고는 말하기 어렵다.
의사로서 이글의 태도는 무척이나 성실해 더할 나위 없다. 그러나 전문 지식의 수준은 놀라울 정도로 낮다. 엑스레이 사진을 거꾸로 거는 의사를 믿을 만한 환자는 없을 것이다.
이글의 의사 면허증 번호는 공식 데이터베이스에서 대조할 수 없고, 지나치게 로열의 전통적 '미식'에 집착하는 점을 감안하면 결론은 확실하다. 이글은 로열에서 보낸 잠입 요원이다.

 

 ~07. 스트례미텔니
이글과 같은 시기에 취직한 간호사 스트례미텔니의 정신 상태는 매우 양호하다. 늘 작은 체구가 일에 방해가 된다며 고민하던 그녀는 '어른용 하이힐'을 신기로 했다. ……의외로 잘 어울린다.
스트례미텔니는 뛰어난 의료 훈련을 받아 간호사의 본직을 단독으로 해낼 수 있지만, 그 구호 이념은 극히 지역색이 강하다. 그야말로 본가의 보드카 의료 철학이다.
스트례미텔니는 북방연합의 잠입 요원으로, 목적은 병원과 실종된 요원 보로실로프의 조사다. 내게 정체를 간파당했을 때 그녀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상으로 눈덩이를 몇 개 주었다.

 

 ~08. 산타페
같은 병실의 환자 산타페는 의사의 지시에 따라 얌전히 자는 일이 한번도 없었다. 그녀는 늘 남의 말에 숨겨진 소문을 정확하게 포착한다. 마치 머릿속에 고정밀 가십 레이더를 탑재하고 있는 것 같다.
환자복은 산타페의 열정 넘치는 '일일 일선'을 방해할 뿐이다. 이렇게 기운 넘치는 환자는 본 적이 없다. 가벼운 대사 이상이라는 진단, 그리고 비타민 가득한 영양제만 적힌 처방전. 어딜 봐도 건강 그 자체다.
신경이 곤두선 밤은 잠꼬대로 인해 기적적으로 치유됐다. 이 '환자'의 정체는 불 보듯 뻔하다. 유니온은 슬슬 요원 선발 기준을 높이는 게 좋을 것이다.

 

 ~09. 밀러
밀러. 오랜 친우이자 탐정 파트너로, 만나 본 아이 중 가장 모순되고 가장 뛰어난 인물이다. 그녀와는 수많은 사건을 함께 해결했기에 최고의 콤비라는 칭송을 받았다.
반항적인 패션을 하고 있지만 밀러는 엄격한 완벽주의자다. 내게 어울리는 파트너임을 증명하고 싶었기 때문에 밸리 병원의 단독 조사 의뢰를 맡았을 것이다.
밀러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주간보다 야간 행동에 익숙하다는 것.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 그리고 많은 비밀을 숨기고 있다는 것도. 언젠가 그녀는 스스로 진실을 말해 줄 것이다. 나와 그녀는 '최고의 콤비'니까.

 

 ~10. 할포드
파산 직전의 오래된 가문의 아가씨는 어떻게 우아한 생활을 유지해 왔는가? 소문에 따르면 그녀는 귀족 칭호를 빌려줌으로써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놀랍게도 할포드의 재정 상황은 세간의 추측만큼 나쁘지 않다. 정보에 따르면 밀러는 할포드를 도운 적이 있으며, 그들의 집안은 모두 같은 지역 출신이라고 한다……. 하지만 밀러는 한번도 이런 말을 하지 않았다.
"할포드의 성은 꽤 오래되었고, 300년 전 어느 혈족의 대공으로부터 유래되었다고 한다." ……이 설정을 입에 담았을 때 그녀의 표정은 도무지 농담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일단은 믿어두자.

 

 ~11. 아카기
중앵 천호 그룹 대표 아카기. 공개적 활동은 언론의 전면적인 주목을 받지만, 그녀의 사생활에 대한 정보는 극히 드물다.
아카기는 도도하고 고집이 세며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그녀와는 다른 세상에 살고 있었지만, 아카기는 나를 본 순간 자신 안의 세계의 규칙조차 뒤틀릴 정도로 강한 애정을 품게 되었다.
아카기는 모든 것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진홍색 옥좌를 쌓으려 하고 있다. '소수'의 고통과 '적절한' 희생을 통해 세계는 새로운 서장을 연다……. 그녀를 지지해야 할까?



● 중요 정보
 ~01. 창백한 새벽
집결 1
밸리 병원의 내부 사정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
중앵의 천호 그룹 대표 아카기의 지원을 받아, 병원에서는 '혈족'에 관한 초자연적인 연구가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었다. 다만 골칫거리는 다수의 의료 종사자가 '권속화'라고 불리는 정신 이상을 일으킨 것이었다.
이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믿을 만한 동료를 찾기로 했다. 비교적 정신 상태가 안정적인 의사 이글과 간호사 스트례미텔니를 목표로 삼았는데, 조사를 진행하다 보니 놀라운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두 사람 모두 정부 조직이 보낸 잠입 요원이었던 것이다. 로열에서는 이글, 북방연합에서는 스트례미텔니를 파견했다. 두 사람은 다른 진영에 몸담고 있으면서도 잠입 조사를 위해 협력 관계를 맺고 있었다.
스트례미텔니와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는 병원 조사말고도 이곳에서 행방불명된 북방연합의 요원 보로실로프의 행방에 관한 조사도 맡고 있음을 알아냈다.
이글의 오피스에서는 외부와 연락하기 위한 암호 통신 장치를 발견했다. 과거 통신 기록을 살펴보니 정부는 병원 내에 갇힌 사람들의 구출 작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일련의 행동으로 뛰어난 조사 능력을 보여준 덕분에 이글과 스트례미텔니의 신뢰를 얻고, 조사 협력 약속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부족하다. 정보도, 동료도.

집결 2
보로실로프가 관할하는 연구 센터 지하에서 비로소 밀러의 위치를 알아냈다.
그녀는 정밀 기기 투성이의 특수한 수용 시설에 유폐되어 있었다. 밸리 병원은 역시 공개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연구를 실시하고 있었다. 그런데 왜 밀러가 실험 대상으로 선택되었을까? 그녀가 바로 병원이 계속 찾고 있던 옛 전설 속 '혈족'의 샘플인 것일까…?
마침 그때 북방연합의 요원이었던 보로실로프가 직접 접촉을 시도했다. 이상할 정도로 협조적인 태도를 수상히 여기고 경계하며 관찰을 계속한 결과, 그녀의 '권속화' 정도는 상당히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방연합과의 연락을 일방적으로 끊은 경위나, 수위실에 산더미처럼 쌓인 영문 모를 수십 종류의 택배를 고려하여 그녀는 신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집결 3
요양 센터에 환자는 많았지만, 그중에서도 산타페는 분명 가장 이질적인 존재였다. 병실의 침체된 분위기에 맞지 않는 쾌활함. 마치 머리에 레이더라도 박혀 있는 것 같은 소문 감지 능력. 밤마다 하는 잠꼬대. 답은 명백했다. 산타페의 정체는 유니온에서 보낸 잠입 요원이다.
요양 센터 인근 숲을 조사하던 도중 나무에 설치된 무전기를 발견했다. 유니온 본부와 연락하기 위한 통신 거점으로 보였다. 산타페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진정한 신뢰 관게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결정적인 계기가 필요했다.
공통의 비밀이야말로 가장 끈끈한 인연이란 말이 있다. 요양 센터에서 찾은 다양한 소문이 적힌 일기 덕분에 산타페와의 거리를 단숨에 좁힐 수 있었다. 서로 비밀을 공유하다 보니 우리 사이에는 확실한 신뢰 관계가 형성되었다.

엔딩
협력 가능한 요원들을 간추렸다. 다음은 구출 계획 입안이다.
현재 최우선 사항은 강력한 무력 확보지만, 훈련을 거듭한 정부군이라면 잘 메워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이글, 스트례미텔니, 산타페의 협력 하에 로열, 북방연합, 유니온 각각의 정보기관과의 통신 수단을 확립할 수 있었다. 병원 내의 이상 현상이나 '혈족' 실험의 진척에 대해 보고한 결과, 각 기관도 사태의 중대함을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었다.
면밀한 작전을 입안한 후 무장 돌입 작전 결행 시간이 정해졌다. 드디어 작전 시간이 다가왔다.
약속한 새벽. 요원들로 구성된 작전팀은 밸리 병원에 전광석화처럼 공격을 가했다. 압도적인 전력으로 '권속화'한 직원들을 순식간에 제압했다. 병원에 갇힌 모든 인원과 연구 센터 지하에 유폐되어 있던 내 최고의 파트너 밀러는 작전팀에 의해 무사히 구출되었다.
헤어질 때, 요원들은 밀러를 포함한 모든 피해자들에게 전적인 '의료' 지원을 약속했다.
……그로부터 오랜 세월이 흘렀다. 나는 줄곧 밀러가 이전과 다름없는 산뜻한 모습으로 다시 내 앞에 나타날 날을 기다렸다. '최강 탐정 콤비'가 다시 한 번 활약하며 세계에 명성을 떨치는 그 순간을 기다렸지만…… 그녀가 돌아오는 일은 없었다.



 ~02. 적색의 황혼
이능 개발 1
밸리 병원의 내부 사정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
연구 센터 지하에서 밀러의 행방을 알아낸 한편, 병원이 그녀를 초대한 것은 결코 선의에서가 아니라는 끔찍한 진실도 떠올랐다.
수집한 수많은 증거를 대조해 보면, 이 시설을 중앵 천호 그룹의 대표인 아카기의 지원 아래 ‘혈족’을 실험 샘플로 하는 초자연적인 연구를 실시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그리고 밀러가 바로 그 핵심인 실험체인 것이다.
전설 속에만 존재한다고 알려진 의문의 옛 종족이었지만, ‘혈족’의 경이적인 잠재력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 능력의 활성화에 대한 연구의 진전은 완만한 양상이지만, 이미 거론된 성과만으로도 이 종족이 범상치 않은 에너지를 품고 있다는 사실이 충분히 증명되었다. 그러나 초현실의 영역에 경솔하게 발을 들이면 응분의 대가가 수반된다. 병원 내 많은 간호사가 ‘권속화’라고 불리는 정신 이상 증상을 앓기 시작했다.
실험 보고에 따르면 이 증상은 종래의 ‘혈족’의 계급 지배와는 비슷하지만 다른 것이었다. 이론상 하위 개체는 상위 개체에게 완전한 지배를 받아야 하지만, 밀러에 의해 권속화된 자들은 그녀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 때문에 밀러는 지금까지도 계속 구속되어 있는 것일까……?

이능 개발 2
산타페의 베개 밑에서 발견된 사진과, 그녀가 보인 불안 증세는 불온한 사실을 시사했다. 각국 정보기관이 준비하고 있는 구출 작전은 허울뿐이었고, 진짜 목적은 초자연적 연구를 자신들의 지배하에 두는 것이었다.
매우 혼미한 상황이기에 신중하게 편을 골라야 했다.
그때 어떤 위화감을 깨달았다. ‘권속화’한 대부분의 간호사들은 나에 대해 이상할 정도로 열정적이었지만 단 한 사람, 물류 센터의 스즈야만은 냉정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었다. 스즈야의 일상을 관찰해 보니, 아무래도 그녀는 의도적으로 다른 권속화한 간호사들과 관련되는 걸 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 흥미롭게도 내가 그녀를 관찰하듯이, 그녀 또한 내 동향을 살피고 있는 것 같았다.
조사가 진행됨에 따라 새로운 단서가 차례로 떠올랐다.
벚나무 아래에서 발견한 천호 그룹 것으로 보이는 통신 배지. 정문 우편함에 있었던 스즈야 명의의 고액의 신용카드 청구서. 이를 통해 도출되는 결론은 하나. 스즈야의 배후 세력은 병원을 뒤에서 지배하는 천호 그룹의 아카기가 분명했다. 결국 스즈야는 내가 진실에 도달했음을 짐작했다. 그리고 아카기는 그녀를 통해 내게 극비 회담을 제의했다.
이 제의의 승낙 여부로 사태는 크게 바뀌겠지.

이능 개발 3
심야. 스즈야의 안내로 아카기와의 밀회가 성사되었다. 밸리 병원을 뒤에서 조종하는 의문의 부호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그러나 밀회의 내용은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확실히 아카기는 이 일련의 초자연적인 연구를 주도하고 있었지만, 밀러는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상위 개체의 지배를 받는 존재로 바뀌어 있었다. 연구는 밀러의 신병을 일시적으로 구속하고는 있지만, 최종적으로는 ‘혈족’의 계급 지배 사슬을 끊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성공한다면 밀러는 비로소 진정한 자유를 손에 넣을 수 있다고 했다.
그 결말을 지켜볼 수 있도록 아카기는 어떤 제안을 했다. 내게 병원 이사회의 최고 결정권과 그에 맞는 부와 지위를 부여하겠노라고.
천호 그룹을 쥐락펴락하는 아카기는 자신의 야망을 숨기지 않고 말했다. 이 연구들은 천호 그룹이 세계 패권을 얻기 위한 것일 뿐 아니라 그녀 개인의 비원, ‘혈족’의 지배의 힘을 이용해 사랑하는 사람을 영원히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눈동자에 깃든 열정의 불꽃에 나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득실을 저울질한 결과 아카기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성의를 보이기 위해 조사에서 얻은 모든 정보를 그녀에게 공유했다.
정부 요원인 이글, 스트례미텔니, 산타페. 밀러의 현재 상태. 그리고 ‘권속화’된 간호사들.
이렇게 해서 반상의 말은 모두 우리 손아귀에 쥐어졌다.

엔딩
햇빛 아래를 걷는 자들은 어둠 속에서 일어난 격변을 알지 못했다.
밸리 병원을 아카기의 손아귀에 되돌리기로 정한 이상, 방해가 되는 다른 세력을 배제하는 것은 당연했다.
고립무원한 정부 요원이 첫 번째 표적으로 정해졌다. 스즈야가 선수를 쳐서 요원들이 숨기고 있던 통신 장치를 파괴하고 외부와의 연락 수단을 끊었다. 그리고 스즈야의 행동을 일부러 드러내 ‘권속화’한 간호사들이 요원에게 적대 행동을 취하기 시작한 것으로 착각하게 만들었다. 이를 통해 양측의 대립을 부추겨 서로를 소모전으로 끌고 가는 계획이다.
그동안 나는 간호사들의 신뢰를 얻어냈다. “주차장에 있는 구급차를 임시 대피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정보를 퍼트리자, 보로실로프를 포함한 간호사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구급차에 올라탔고, 시원하게 갇혀버렸다.
이제 밀러와 마주할 때가 왔다.
아카기와 손을 잡았다고 말하자,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녀에게 진정한 자유를 주기 위한 선택이라고 해도, 밀러는 끝까지 아무 말 없이 그저 잠자코 있었다.
방해물을 제거하고 병원을 장악한 뒤, 아카기의 추천으로 밸리 병원의 새 이사장이 되었다. 이후 초능력 연구는 속속 결실을 맺었고, 나도 천호 그룹의 재산도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불어났다.
그 와중에도 한 가지. 밀러의 실망에 찬 얼굴은 차마 잊을 수 없었다. 밀러는 두 번 다시 내게 말을 걸지 않았다. 나는 ‘최고의 파트너’를 영원히 잃고 만 것이다.



 ~03. 영원한 밤
이상향 1
밸리 병원의 내부 사정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
수년간 밸리 병원은 중앵 천호 그룹의 대표인 아카기의 자금 지원을 받아 ‘혈족’의 초자연적 능력에 대한 금기 연구를 비밀리에 진행했다.
그리고 그 연구는 이미 통제 불능의 영역에 이르고 있었다. 병워 내에서 ‘권속화’라고 불리는 정신 이상이 간호사들 사이에 만연하기 시작한 것이다.
복도에서 우연히 손에 넣은 ‘혈족’을 테마로 한 고딕 소설은 상황 인식에 새로운 관점을 안겨줬다. 이를 바탕으로 밀러라는 존재를 다시금 바라보니, 전부터 느끼고 있었던 수많은 위화감이 하나의 대답으로 연결되었다. 모든 증거는 그녀가 ‘혈족’이라는 사실을 나타내고 있었다.
조사를 진행하던 도중 연구 센터 지하에서 밀러의 행방불명에 얽힌 경악스러운 진실을 알아냈다. 병원이 그녀에게 보낸 사건 수사 의뢰는 그녀를 이 시설로 유인해 실험체로 감금하기 위한 함정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밀러와 재회할 수 있었다. 게다가 그녀의 상태는 예상과 달리 놀랄 정도로 안정적이었다.
그녀와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그녀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소원을 알게 되었다. 그녀는 안주의 땅, ‘혈족’의 진정한 피난처를 요구하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소원을 완전히 이해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기 위해 힘을 다하기로 결심했다. 이 세상에 혈족을 위한 이상향이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그것을 쌓으리라.
헤어질 때 밀러에게 약속했다. 바로 행동하겠노라고.

이상향 2
밀러를 실험체로 유폐했던 병원 측은 두말할 것도 없이 믿을 수 없다. 그러나 산타페가 몰래 품고 있던 불안감을 적은 사진을 보면 암약하는 정부 정보기관 역시 결코 믿을 만한 존재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밀러는 생각지도 못한 맹우, 할포드를 소개해줬다. 밀러의 소개로 인해 이 몰락한 귀족 영애와 접촉하게 되었다.
교류를 거듭하면서 ‘할포드 양’은 밀러와 같은 ‘혈족’이며, 그녀의 가계도 밀러의 일족과 동향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인간 사회에 신물이 났고, 눈앞의 이익을 둘러싼 다툼에도 흥미를 잃은 상태였다. 그래서 할포드는 전 재산을 매각해 속세에서 벗어난 새로운 은신처를 확보할 계획을 세웠다. 밀러를 끌어들이고, 심지어 그녀가 의도적으로 푼 권속화 정신 이상이 만연해 있는 밸리 병원이야말로 그 계획에 딱 들어맞는 표적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자금이었다. 병원을 매수할 재원의 확보가 바로 할포드의 가장 큰 벽이었다. 다행히 물류 센터 지하에서 발견한 병원 재무 서류가 큰 도움이 되었다. 이 서류들은 병원의 진짜 재무 상황을 폭로하는 내용이어서, 외부로 유출되면 큰 혼란을 야기할 수 있을 터였다. 그 혼란이야말로 다음 계획, 즉 병원 매수를 위한 돌파구가 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정식으로 인수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 전에 아직 정리해야 할 장애물이 남아 있었다…….

이상향 3
병원 직원을 철저하게 조사한 결과, 어느 중대한 사실을 밝혀낼 수 있었다. 의사 이글, 간호사 스트례미텔니, 그리고 같은 병실의 환자 산타페. 이들은 각 나라의 정보기관에서 파견한 요원들이었다. 이 사실은 각국 정부가 이미 밸리 병원 내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변을 깨달았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더욱 성가신 것은, 그녀들은 아직도 외부와의 비밀 연락 수단을 유지하고 있었다. 만약 이 감시의 눈을 적절히 제거하지 못한다면 혈족의 이상향을 구현한다는 계획은 물거품이 될 것이 뻔했다.
다행히 밀러는 그동안의 실험을 통해 병원 측은 물론 각국의 정보기관조차 완전히 속이고 있었다. 그녀는 마음만 먹으면 ‘권속화’가 진행된 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장악할 수 있었다. 스즈야만이 아직도 병원의 배후인 아카기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지만, 권속화의 영향을 깊이 받고 있기 때문에 그녀라고 해서 밀러의 의지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즉 스즈야의 행동이 국면을 좌우할 수는 없게 되었다.
나머지는 각국의 정보기관이다. 이 세계에서 몸을 숨기기 위해서는 철저한 은밀 행동이 요구된다. 가령 사전에 준비한 실험체의 사망 보고와 실험 종료를 통보하는 정식 서류라든가.
이 서류들이 완벽한 기만 공작의 열쇠가 될 것이다.

엔딩
각국 정보기관이 가장 주목한 것은 밸리 병원이 은밀하게 진행하던 ‘혈족’ 실험이었다. 하지만 만약 실험체가 이미 사망했고, 실험 자체가 완전히 종료됐다면? 그렇다면 병원을 주목할 이유가 없어질 것이다.
그래서 병원 내에 잠복해 있던 요원들에게 밀러의 사망 진단서와 실험 종료 보고서를 일부러 노출시켰다. 장기간에 걸친 잠입 임무로 심신이 닳아 있는 가운데, 눈앞에 닥친 확고한 증거를 두고 이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그 결론을 받아들였다.
이내 요원들이 제출한 조사 보고에 따라 각국 정보기관은 조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인원을 철수시켰다. 병원을 떠나는 이들과 이별을 나눌 때,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안아줬다. 진실을 파악한 사람도 있겠지만,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 여기서 막을 내리는 것이 최선의 결말이라는 것을 깨달았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할포드와 함께 계획의 핵심인 밸리 병원 인수 단계로 나아갔다. 할포드의 수완으로 병원의 진짜 재무 상황을 보여주는 내부 문서를 다수의 유력 매체에 유출시켰다. 그 결과 밸리 병원의 심각한 재정난이 세상에 드러나 감사 기관이 개입하게 되었다. 여론의 질타가 높아지는 가운데 천호 그룹의 대표인 아카기는 밸리 병원을 부채로 정리하는 결단을 내렸다.
파산 청산의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와중에 역사 깊은 이 병원은 파격적인 가격에 매수자를 찾기 시작했다. 동시에 계속 기회를 엿보고 있던 할포드가 움직였다.
이곳은 오직 혈족만을 위한 낙원이 될 것이다.
“우리는 태양의 그림자에 잠들며, 달빛의 축복 아래 춤춘다.”
“세계는 곧 역사가 되고, 이 순간은 영원하리라.”



 ~04. 내일로
신세계 1
밸리 병원의 내부 사정은 상상 이상으로 복잡했다. 그러나 전설의 탐정에게 풀 수 없는 수수께끼란 존재하지 않았다.
병원을 덮은 의문을 하나씩 풀어가다 보니 드디어 병원이 필사적으로 은폐하던 초자연적 연구의 존재를 알아냈고, 연구 센터 지하에 갇힌 밀러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인간 사회에 섞여 사는 ‘혈족’. 밀러는 사건 수사 명목으로 밸리 병원에 유인되어 그대로 지하연구 시설의 실험체가 되었다. 그러나 초자연적 영역에 발을 들인 실험의 대가는 너무도 무거웠다. 병원 내 다수의 간호사들에게 ‘권속화’로 불리는 정신 이상 징후가 나타나게 된 것이다.
간호사 보로실로프와 접촉하는 동안 그녀가 완전히 밀러의 편으로 돌아선 것을 알게 되었다. 실험체여야 할 밀러는 내 상상보다 병원에 훨씬 큰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그녀는 연구 데이터의 일부를 수정하고, 보고서의 기록을 왜곡해 “권속화한 대상을 통제할 수 없다.”라고 속였다.
그러나 입원동 지하에서 발견한 어느 보고서에 나는 일말의 불안감을 느꼈다. 하위 개체인 밀러는 과연 어디까지 자신의 이성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 그리고 그녀의 의식에 영향을 끼치는 의문의 상위 개체는 대체 밀러의 판단력에 어디까지 영향을 줄 수 있는 걸까?
의문을 밝히기 위해 보로실로프를 통해 밀러와의 직접 접촉을 시도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이름이 시야에 들어왔다.
‘할포드.’
자신이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라며, 밀러는 내게 할포드라는 ‘혈족’과의 협상을 권했다. 이는 지금까지의 추측을 뒷받침하는 결과가 되었다. 결국 밀러와 진정한 의미로 마주하려면, 먼저 그녀에게 그림자를 드리운 상위 개체와의 정신 지배를 끊어야만 했다.
이 구출 작전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곤란한 상황이 될 것 같았다…….

신세계 2
아직 상위 개체가 밀러에게 끼치는 영향을 차단할 방법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부의 정보기관이 움직이는 빈도가 증가함에 따라, 밀러의 구출은 일각을 다투는 상황이 되었다.
까다로운 것은 병원에서 ‘권속화’한 간호사들이 밀러의 말처럼 “완전히 그녀의 지배하에 있다.”고 말하기 힘든 점이었다. 벚나무 밑에서 발견한 천호 그룹 것으로 보이는 통신 배지. 그리고 정문 우편함에 있던 스즈야 앞으로 온 고액의 신용카드 청구서. 이것들은 적어도 간호사 스즈야가 밸리 병원의 흑막, 아카기와 밀접한 연결을 유지하고 있다는 증거였다.
그러나 금전에 의해 유지되는 충성심이란 쉽게 변절되기 마련이다. 탐정 일을 하면서 오랫동안 모은 돈을 사용해 스즈야를 내 편으로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천호 그룹이 향후 병원 내부에 개입할 가능성을 완전히 차단할 수 있었다.
기회는 정보기관의 움직임을 조사하는 가운데 찾아왔다. 각고의 노력으로 정보기관이 병원 내에 안정적으로 잠복할 수 있었던 비밀을 밝혀낼 수 있었다. 그 비밀이란 진료 센터 약품 관리실에 보관되어 있던 특제 진정제에 있었다. 이 진정제는 하위 혈족이 더 하위의 권속에게 미치는 영향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었다. 어쩌면 상위 개체의 영향도 끊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사태의 진전은 내 추측이 옳았음을 증명했다. 밀러에게 특제 진정제를 투여했더니 그녀는 자신의 의지를 되찾았다. 밀러는 진심을 털어놓았다. 이곳을 떠나 할포드의 그림자로부터 해방되어 함께 자유롭게 살아가고 싶다고.
그녀의 간절한 소원을 두고 나는 맹세했다. 반드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찾아내겠노라고.

신세계 3
단순히 밀러를 병원에서 빼내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성급히 행동했다간 필연적으로 정부 요원의 추적을 받고 만다. 장기적이고 안정적으로 밀러를 할포드의 영향에서 해방시키는 방법이란 참으로 골치 아픈 문제다.
이글과 스트례미텔니를 조사한 결과 이들은 각각 자신의 소속인 로열과 북방연합에 절대적인 충성을 가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보로실로프가 이미 정부의 의심을 사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황을 타개할 열쇠는 같은 병실의 환자 산타페에게 달려 있을 것이다.
이 유니온 요원과 이미 ‘권속화’된 워싱턴 간호사는 절친한 친구다.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정부가 행동에 나서면 워싱턴은 보호 치료 명목으로 정부 시설에 영구히 감금될 것이며, 산타페는 당연히 그런 결과를 원치 않는다. 그렇기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고, 그녀나 다른 요원과의 좋은 관계가 계획의 성공에 강력한 보장이 될 것이다.
…이후 요양 센터의 수많은 비밀이 담긴 소문 일기를 사용해 산타페와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워싱턴의 미래의 자유와 안전을 약속하자 그녀는 망설임 없이 내 손을 잡았고, 예상치 못한 선물도 주었다. 정부 요원이 사용하는 특제 진정제 배합 레시피였다.
이제야말로 완벽한 탈출 계획을 짜야 할 때다. 지하 주차장에 있는 가솔린으로 진실을 감추는 화마를 만들 수 있을 테고, 뒷문에서 북쪽 항구로 이어지는 나무 그늘 사이 오솔길은 좋은 도주 경로가 될 것이다.
대담하고 치밀한 계획이 머릿속에서 서서히 맞춰지고 있었다…….

엔딩
이렇게 밀러와의 미래를 건 완벽한 탈출 작전이 시작되었다.
우선 산타페의 유도로 병원에 잠입해 있던 요원들은 모두 어떤 ‘중요한 증거’를 발굴하러 작은 숲으로 향했다. 그렇게 최고의 관람석에 도달한 이들은 가솔린 탱크, 의료용 섬유 제품, 산소통에 의한 최고의 폭발 3부작을 목격했다.
하늘을 찌르는 불길은 순식간에 연구 센터와 그 지하 시설을 집어삼켰고, 마침 연구 센터에서 초자연적 현상을 연구하고 있던 모가도르, 프랭클린, 워싱턴, 스즈야, 보로실로프 간호사들과 실험체 밀러는 모두 불바다 속으로 사라졌다. 외진 산간벽지라는 지리적인 사정도 있어 뒤늦게 찾아온 소방차는 그저 타버린 폐허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다음 날 화재 소식은 놀라운 속도로 퍼졌고, 대대적인 언론 보도로 밸리 병원은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뒤에서 몰래 연루되어 있던 모든 세력은 하루아침에 증거를 모두 파기하고 황급히 퇴장해야 했다.
세상이 아직도 이 기묘한 화마에 대한 화제로 시끌벅적할 무렵, 나는 ‘화재로 사망했을’ 밀러를 포함한 일행과 함께 항구에서 오랫동안 대기하고 있던 개인 크루저에 올랐다. 상쾌한 바닷바람 속에서 선장인 나는 마지막 사다리를 끌어올렸다.
출항한 크루저는 먼 곳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해외에 구입한 섬이었다. 그곳은 각종 설비가 갖춰져 있고, 세상으로부터도 격리되어 있어 향후 생활에 딱 맞는 장소였다.
멀어진 항구는 이내 하나의 검은 점이 되었고, 과거의 어두운 그림자를 떨쳐낸 밀러는 다시 미소를 지어 주었다.
지금이야말로 함께 운명의 덫에서 벗어나 멋진 내일로 출항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