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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초 캐릭터 스토리 ~스위트 드림을 되찾아라

킹루클린 2024. 12. 9. 21:16

스위트 드림을 되찾아라

 ~01. 수면 부족 뤼초
모항. 집무실

오늘의 일정을 머릿속으로 생각하며 문을 열었는데,
예상치 못한 광경에 그만 몸이 굳어 버렸다.

지휘관: …….

잠꾸러기에 항상 아슬아슬할 때까지 모습을 비추지 않는 뤼초가 의자에 똑바로 앉아 어딘가 허망한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휘관: 뤼초? 아침 일찍부터 무슨 일이야?

말을 걸자 드디어 내 존재를 깨달았는지 뤼초는 나를 돌아보고 힘없이 웃었다.

뤼초: 아… 지휘관…. 안녕… 으응….

지휘관: (뭔가 좀 이상한데…?)
지휘관: 괜찮아?

뤼초: 후아아아암…. 나 말야… 실은… 어젯밤에 잘 못 잤거든….

지휘관: 그러니까… 불면증이라고? 뤼초가?

뤼초: 응. 이상하지? 내가 봐도 이상하니까….
뤼초: 평소에는 1초만에 잠드는 내가 설마 불면증에 걸리다니….
뤼초: 아무데서나 1초만에 잠들 수 있었는데….

지휘관: 어디 안 좋은 거 아냐? 의무실은 가 봤어?

한층 더 나른해 보이는 뤼초의 몸 상태가 걱정되어 체온을 재 보려고 그녀의 이마에 손을 댔다.

지휘관: 열은… 없는 거 같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의무실의 퍼시어스한테 진찰 받아봐.

뤼초: 괜찮아~ 벌써 다녀왔거든. 병이 아니어서 뾰족한 수가 없다고 걔들도 곤란해했어.
뤼초: 기왕 집무실에 온 거… 나 일 좀 시켜줘.

지휘관: 그런 컨디션으로 무슨….

모처럼 의욕을 드러내는 뤼초였지만 일을 시키고 싶진 않았다.

뤼초: 후후후…. 지금 지휘관 얼굴, 완전 웃겨.
뤼초: 혹시… 의욕 만만 뤼초한테 반한 거야?

지휘관: …그런 말은 적어도 일을 한 다음에 해줘.

뤼초: 에엥~ 매정해. 그럼 빨리 일감 줘.
뤼초: 아까부터 머리가 어지러워서 비서함이 뭘 해야 하는지 기억이 잘 안 나~
뤼초: 그러니까 지휘관이 알려줘~

지휘관: 정말 괜찮은 거야?

뤼초: 음…. 일단 해봐야 알 거 같은데.

그러고 뤼초는 아무 서류가 집어 천천히 넘기기 시작했다.

뤼초: 평소처럼 땡땡이치는 것보단 낫잖아?
뤼초: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있는 거보단 여기서 지휘관하고 같이 있는 게 뭔가 더 진정되기도 하고?
뤼초: 그보다 겨우 의욕이 좀 생겼는데 찬물 끼얹기야?
뤼초: 이제 뤼초 걱정은 그만~ 지휘관이 안 알려 줄 거라면….
뤼초: 이 서류들 몽땅 다 세절기에 넣어 버려야지~

지휘관: 그러면 오히려 일을 못하게 되는데?

뤼초: 정말, 농담이야♪ ……아무튼 뭘 하면 돼?


→ 서류를 정리해줘
지휘관: 서류를 긴급도하고 처리 날짜가 가까운 순으로 대강 정리해줘.

→ 커피 좀 타줘
지휘관: 커피 한 잔 부탁해. 에스프레소 더블샷으로.


뤼초: 응. 지휘관의 명령이니까 열심히 해야지~

지휘관: 컨디션 조심하고. 기분이 안 좋아지면 바로 말해.

뤼초: 정말, 알겠다구. 걱정도 팔자라니까♪

입으로는 틱틱거렸지만 뤼초는 어느새 평소와 같은 미소를 띠고 있었다.
점점 기운을 차리는 것 같아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지휘관: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지. 오늘은 뤼초의 상태를 잘 지켜보자.)



 ~02. 상태가 안 좋은 뤼초 씨
잠시 후.

뤼초: 자. 정리한 서류는 여기에 둘게~
뤼초: …왠지 집무실이 뿌옇게 보여….
뤼초: 게다가 흔들흔들….

갑자기 뤼초가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 우선은 서류다!
뤼초가 겨우 정리해 준 서류다. 이대로 놓친다면 다시 처음부터 해야….
아니아니, 지금은 어딜 봐도 뤼초를 도와야 하잖아!

→ 뤼초를 돕는다!
지휘관: 위험해!


쓰러질 뻔한 뤼초를 부축하려고 했지만, 뤼초는 그대로 품속에 쓰러졌다.

뤼초: 하아…. 고마워 지휘관. 반사 신경 좋네….
뤼초: 아까부터 계속 뤼초를 신경 쓰고 있었던 거야?

본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뤼초는 평소와 같은 어딘가나른하고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지휘관: 이대로는 안 되겠어. 우선 불면증부터 해결하자.

뤼초: 에에~ 괜찮은데….

지휘관: 강한 척할 때가 아냐.

그 말을 듣고 뤼초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뤼초: 후후. 그렇게 진지하게 신경 써 주면 거절하기 힘들잖아~
뤼초: 그래그래. 지휘관 말대로 할게.
뤼초: 그럼 어떻게 내 불면증을 해결해 줄 거야?


→ 우선은 따뜻한 코코아라도 마실까?
뤼초: 따뜻한 코코아… 좋네….

뤼초: 그런데… 지휘관. 설마 코코아 한 잔으로 내 불면증이 고쳐질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지휘관: 당연하지. 그래도 코코아를 마시면 조금은 진정될까봐 그런 거야.

지휘관: 자. 소파에 앉아.

→ 우선은 소파에서 쉬자
뤼초: 네에~ 그럼 사양하지 않고….

뤼초: 그런데… 지휘관. 설마 그거만으로 내가 잘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지휘관: 일단은 소파에서 쉬어. 따뜻한 코코아도 한 잔 타올 테니까 그 후에 대책을 생각해 보자.

뤼초: 흐응…. 지휘관. 오늘은 엄청 친절하네.


뤼초는 무심하게 머리끝을 매만지며 손가락으로 내 가슴을 콕 찔렀다.

뤼초: 후아암…. 지휘관이 이렇게 돌봐주니까… 왠지 부끄러워졌어~
뤼초: 안 그래도 어지러워서 못 움직이겠는데… 부끄러워서 눈도 못 뜨겠어.
뤼초: 이렇게 된 이상 지휘관한테 공주님 안기로 소파까지 옮겨 달라고 하는 수밖에♪



 ~03. 불면증 처방전
뤼초를 소파로 옮기고 따뜻한 코코아를 타준 뒤 겨우 불면증 이야기를 꺼냈다.

뤼초: 원인 말이지…. 내가 더 알고 싶을 정도야….

햇볕을 쬐는 고양이처럼 뤼초는 소파에 나른하게 누워 있었다.
코코아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나른한 목소리고 말을 계속했다.

뤼초: 그보다 지휘관. 아무 얘기나 들려줘. 어쩌면 금방 잠들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지휘관: ……그렇게까지 지루한 건가… 내 얘기는….

뤼초: 아니아니. 그런 뜻이 아냐~
뤼초: 지휘관의 목소리를 들으면 진정되니까 금방 졸리거든~

지휘관: 그러면 아까 일할 때도 반쯤은 자고 있었어야 되잖아….

뤼초: 그러네. 이 방법은 안 되겠다….
뤼초: 아아~ 언제쯤 평소처럼 푹 잘 수 있는 거야…?

말투는 평소와 같았지만 눈에는 기운이 없고 오히려 피곤한 빛이 짙게 배어 있었다.

지휘관: 평소처럼…? 흐음. 지금 못 자는 이유가 혹시 그거 아닐까?
지휘관: 낯에 마음껏 자는 바람에 생활 리듬이 무너져서 오히려 밤에 못 자는 거 같은데?

뤼초: 후아암…. 말은 되지만 지금까진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왜 이제 와서 갑자기 잠이 안 오게 된 거야?

지휘관: 티끌이 쌓여서 태산이 됐다고 할까…. 아무튼 앞으로는 낮에 자지 마.
지휘관: 악순환으로 정말 체내 시계가 흐트러질 수 있으니까.

뤼초: 알겠어……. 그럼 지금은 반대로 안 자는 게 낫겠지?
뤼초: 설마 이대로 계~~~~~속 지휘관을 보고 있어야 되는 거야?
뤼초: 뭐, 상관없지만. 어차피 잠도 못 자고 일도 못할 거 같으니까, 이대로 지휘관을 쭉~ 관찰하는 것도 재밌을 거 같아.

지휘관: ‘앞으로’라고 했잖아.
지휘관: 음… 일단 시험 삼아 햇빛이라도 쬐어 볼래?
지휘관: 사람의 체내 시계를 바로잡아 주고, 멜라토닌 분비도 자극한다고 하니까.

뤼초: 나는 함선인데? 그게 먹힐까?

지휘관: 그럼 적어도 산책이라도 하자. 부담이 되지 않을 정도로 가벼운 운동을 하면 졸릴 가능성도…….

뤼초: 그건 그렇지만….
뤼초: 이렇게 해롱해롱하는 상태에서 지휘관하고 나가면 분위기 깨지 않을까…?
뤼초: 그리고 만약 아까처럼 현기증 나서 쓰러지기라도 하면….
뤼초: 길바닥에! 그대로! 버려지거나!

지휘관: 괜찮아. 쓰러질 거 같으면 부축해 줄게. 버리지도 않아.
지휘관: 애초에 지금 분위기 따질 때가 아니잖아. 지금은 뤼초의 몸 상태가 제일 중요하지.
지휘관: 정말로 쓰러지면 내가 책임지고 의무실까지 안고 갈게.

망설이던 뤼초였지만 뺨은 살짝 붉게 물들어 있었다.

지휘관: 굳이 따지자면 “모항 굴지의 게으름뱅이가 드디어 길바닥에서까지…”라는 오해를 살 리스크가 있겠네.

뤼초: 칫. 게으름뱅이라니. 긴급 사태에 대비할 수 있도록 체력을 온존하고 있을 뿐인데.
뤼초: 이왕이면 그러니까… ‘전략적 휴식’이라고 해줘.
뤼초: 진심을 발휘하면 나, 강하다니까♪

지휘관: 네네. 그 강한 뤼초 님은 어디로 가 보고 싶어?

뤼초: 잠깐 생각 좀 하고―



 ~04. 가로수길과 뤼초 님
모항. 가로수길

나무 사이로 쏟아지는 햇빛이 두 사람을 비추며 땅에 희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뤼초와 함께 정처 없이 걷고 있자니 오후의 나른한 바람에 조금씩 졸음이 몰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뤼초: 후우…. 해님이 따뜻해서 기분 좋네~ 역시 나야. 좋은 장소를 골랐어.
뤼초: 평소에는 땡땡이치고 싶을 때만 오지만, 이렇게 산책해 보니 꽤 좋은 거 같애.

뤼초는 감탄을 내뱉더니 가볍게 등을 펴고 기분 좋게 숨을 내쉬었다.

지휘관: 어때? 졸려?

뤼초: 딱히? …그래도 바깥 공기를 마시니까 어지러운 것도 꽤 사라졌어.

잠시 걷다가 문득 뤼초가 내 소매를 잡았다.

뤼초: 저기, 지휘관….
뤼초: 나 혹시… 민폐야?

지휘관: 오늘 업무 말하는 거야?
지휘관: 이 정도는 괜찮아. 돌아가서 열심히 하면 조금 밀린 것 정도는 금방 처리할 수 있어.

뤼초: 오늘만이 아니라…. 지휘관도 알지? 나 평소에도 자주 사라지고…….
뤼초: 그래서… 항상 제멋대로인 뤼초가 지휘관한테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게 아닐까 해서.

지휘관: 흠.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지휘관: 확실히 자주 게으름피우긴 하지만, 그래도 정말 중요할 때에 빠지거나 그러진 않았잖아?
지휘관: 제멋대로에 마이페이스인 것도 뤼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뤼초: 어…? 지휘관 눈에는 이런 뤼초가 매력적으로 보여?
뤼초: 내 입으로 말하기도 뭐하지만 지휘관 참 취향 독특해~

지휘관: …칭찬이야 그거?

뤼초: 당연~ 뭐 지금은 그게 고작이지만….

그렇게 말하고 뤼초는 하품을 하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았다.

지휘관: 졸리면 돌아갈까?

뤼초: 아니. 좀 더 산책이랄까… 뤼초하고 어울려줘.
뤼초: 맞다, 지휘관. 아무 얘기라도 해봐.
뤼초: 이렇게 포근한 분위기에서 지휘관의 목소리를 들으면 어쩌면 엄청 졸릴지도 몰라?

지휘관: 으음…. 그럼 이건 어때?

→ 가게에서 값을 깎으려 했던 때의 이야기
→ 야근해야 할 정도로 일이 많았었던 때의 이야기

뤼초: 우와… 어느 쪽도 재미없고 꿈자리가 사나울 거 같아!
뤼초: 그럼 대신 내가 얘기할래.
뤼초: 뤼초가 꾼 꿈 중에 가장 재미있었던 꿈을 알려줄게♪

지휘관: 그거 꼭 듣고 싶네.

뤼초: 그러니까…. 꿈속에서 지휘관이 커다란 바다표범이 되어서 바다를 느긋하게 헤엄치고 있었어~
뤼초: 그리고 나는 상어가 되어서….
뤼초: 계속 바다표범 지휘관의 뒤를 뒤쫓고 있었어.

지휘관: 어, 음……. 잡아먹으려고 하는 게 포인트야?

뤼초: 후후후. 아냐.
뤼초: 뤼초는 그냥 바다표범 지휘관하고 같이 바다의 경치를 즐기고 싶었을 뿐이야♪
뤼초: 그런데 바다표범이 된 지휘관은 엄청 귀여웠어….

서서히 저물기 시작한 햇살이 변함없이 포근하게 두 사람을 감쌌다.
느긋한 뤼초를 보고 있자니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05. 숙소로 돌아온 뤼초
모항. 뤼초의 방

해가 지고 주변이 어두워질 무렵 뤼초를 방까지 바래다 주었다.

뤼초: 하아…. 드물게 느긋하고 알찬 하루였어….
뤼초: 가볍게 산책할 생각이었는데 결국 상점가에서 인형 뽑기까지 하게 됐고.
뤼초: 그나저나 지휘관. 의외로 인형 잘 뽑네~

뤼초는 방금 마루에 놓은 봉제 인형 전리품이 담긴 두 개의 봉지를 가리켰다.

뤼초: 맞다, 지휘관. 이거 봐봐.
뤼초: 이 바다표범 인형, 지휘관하고 꼭 닮지 않았어?

지휘관: …아까 꿈 얘기 때문에 일부러 바다표범을 고른 거야?
지휘관: 그보다 궁금한데 내 어디가 바다표범하고 닮았다는 거야?

뤼초: …눈매? 왠지 그냥 닮은 거 같애. 착하고 애교 있고.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갖추려는 듯 뤼초는 인형을 내 앞에 내밀었다.

뤼초: 이거 지휘관 줘 버릴까~
뤼초: 얘를 껴안고 자면 나랑 같이 바다를 헤엄치는 꿈을 꿀 수 있을지도 몰라.

지휘관: 음. 그럼 나도 뤼초한테 선물해야겠다.

인형 더미에서 쿠션을 하나 파냈다.
눈을 감고 기분 좋게 새근새근 자고 있는 상어 모양 쿠션이다.

뤼초: 와아~! 언제 땄어? 우리 계속 같이 있었잖아. 얘가 들어 있던 기계에는 안 갔을 텐데….

지휘관: 뤼초가 환전하러 갔을 때 잠깐.
지휘관: 놀래켜 주려고 다른 인형 밑에 숨겨 뒀었어.

뤼초: 그럼 사양하지 않고 받을게~

뤼초는 바다표범 인형을 내게 건네주고, 대신 내가 내민 상어 쿠션을 흐뭇하게 끌어안았다.
푹신푹신한 쿠션에 얼굴을 비빈 다음 손가락으로 상어의 졸린 눈가를 사랑스럽게 더듬었다.

뤼초: 조금 닮았을지도…. 푹신푹신하고 새근새근 자는 걸 좋아하는 상어.
뤼초: 후아아암…. 지휘관. 새근새근 얘기를 하고 있었더니 진짜로 졸리기 시작했어….

지휘관: 그럼 숙면을 위한 준비라도 할까? 단번에 졸음을 최대한으로 높힐 방법을….

뤼초: 고마워.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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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따뜻한 우유, 숙면 효과가 있는 아로마에… 졸음을 유발하는 화이트 노이즈 음향 기기까지.
지휘관: 좋아. 이 정도면 괜찮겠지.

준비를 마치고 침실 문을 살짝 열었다.

지휘관: 뤼초…?

침대 위의 뤼초는 이미 눈을 감고 편안한 숨소리를 내고 있었다.
상어 쿠션을 꼭 끌어안은 그녀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

지휘관: (숙면 촉진 코스는 허사가 됐지만… 뭐, 드디어 잘 수 있게 됐으니 다행이네. 조금만 더 상황을 지켜볼까.)
지휘관: (아차. 일단 나가서 남은 업무 서류들을 챙겨와야겠다.)

소리를 내지 않고 침실을 나와 뤼초의 방을 떠났다.

 

 

 

 ~06. 밤샘 지킴이
모항. 뤼초의 침실

푹 잠든 줄 알았던 뤼초가 눈을 번쩍 떴다.

뤼초: 음…. 결국 못 잤어…….
뤼초: 지휘관이 걱정할까봐 자는 척하긴 했는데….
뤼초: 으음… 조금 더 노력해 볼까….

낮에 했던 산책이 효과가 있었는지, 노력의 결과 뤼초는 드디어 꾸벅거리기 시작했다.
몽롱한 의식 속에서 문이 살짝 열리는 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익숙한 누군가가 곁으로 다가온 것 같기도 하고… 그냥 애매한 꿈인 거 같기도 하고….

뤼초는 다시 눈을 떴다.

뤼초: 하아… 역시 무리인가…….
뤼초: 그래도 아까는 꿈이었겠지…. 아무리 그대로 지휘관은 벌써 돌아갔을 테니까….
뤼초: 아아~ 자는 척하지 말고 그냥 솔직하게 곁에 있어달라고 말하는 게 좋았으려나…….
뤼초: 이럴 때 지휘관이 있어 줬으면…….

상어 쿠션을 끌어안은 채 생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가, 문득 문틈으로 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

뤼초: 어… 왜…?

호기심과 기대를 품고 뤼초는 슬며시 침실을 나왔다.


문을 연 순간 뤼초는 눈앞의 광경에 놀랐다.

뤼초: (지… 지휘관?)

따뜻한 스탠드 불빛이 비추는 곳에는 서류가 잔뜩 쌓인 탁자에 엎드려서 자고 있는 지휘관의 모습이 있었다.
언제나 야무진 얼굴에 피곤한 빛이 조금 깃들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안도감이 들었다.

뤼초: (…아까는 꿈이 아니었구나….)
뤼초: (또 못 자는 건 아닐까 걱정돼서 일부러 일감까지 챙겨와서 지켜봐 주고 있었다니….)
뤼초: (일이 이렇게 쌓인 것도 내 불면증 때문인데.)
뤼초: 응…… 그럼 이번에는 내가 지휘관을 위해 힘내 볼까♪

소파에서 평소 선잠용으로 쓰는 담요를 집어 지휘관에게 덮어줬다.
그리고 아직 못 다한 서류를 지휘관이 깨지 않게 살살 빼낸 다음, 옆에 앉아 처리하기 시작했다.

뤼초: 평소에는 자주 땡땡이치지만… 가끔은 이렇게 어필해야지. 지금만 멋대로 해주는 거니까♪

달빛과 스탠드가 자아내는 빛 속에서 뤼초는 자기도 모른 채 다정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07. 잘 자, 뤼초
모항. 뤼초의 방

지휘관: …….

잠에서 깬 직후 아주 잠깐 자신이 어디에 있는 건지 알아차리지 못했다.

뤼초: 아핫☆ 지휘관, 안녕~
뤼초: 서류는 내가 다 끝냈으니까 더 자도 돼.

스탠드 빛이 그녀를 오렌지색으로 물들였다.

지휘관: 안녀엉… 어? 뤼초 너 자던 거 아니었어?
지휘관: 미안. 혹시 불빛 때문에 깬 거야?

뤼초: 으응, 그런 거 아냐. 그냥 자는 척하고 있었던 거야.

지휘관: 자는 척?

뤼초: 응. 오늘은 하루 종일 내 불면증을 해결해 주려고 노력했잖아? 그래서 더 민폐 끼치기는 싫어서….
뤼초: 아아~ 이런 얘기는 이제 그만. 어차피 잠도 안 오니까 이렇게 일을 돕고 있었던 거야.
뤼초: 애초에 비서함이 할 일이잖아? 지휘관을 야근하게 만들어서 미안해.

지휘관: 아니야.
지휘관: 오히려 뤼초의 불면증을 해결해 주려고 했는데 내가 먼저 잠들어 버리다니….

(꼬르르륵)

두 사람의 배가 동시에 울렸다.

뤼초: 아하하하……. 배고프다.
뤼초: 그야 그렇겠지. 돌아오자마자 침대로 직행했으니……. 지휘관도 아무것도 안 먹었지?

지휘관: 응. 뤼초가 자는 걸 확인하고 바로 서류를 가지러 갔고….
지휘관: 그 뒤로 계속 일했으니까 아직 아무것도…….

뤼초: 즉 둘 다 저녁을 걸렀다는 거네?

지휘관: 뭐, 주방에 재료가 있을 테니까 야식이라도 만들어 볼까.
지휘관: 배가 고프면 잠도 안 올 테니, 뭐라도 좀 먹으면 낫겠지.

뤼초: 어, 그럼 나도 도울…….

지휘관: 일 많이 도와줬으니까 뤼초는 방에서 좀 쉬고 있어. 금방 올게.
지휘관: 담요를 덮어준 보답도 해야지.


야식을 들고 방으로 돌아오자, 뤼초는 이미 담요를 덮은 채 꿈나라로 여행을 떠난 뒤였다.
호흡에 맞춰 속눈썹이 미세하게 떨렸다. 뤼초는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지휘관: (참……. 이번엔 정말로 잠든 건가.)
지휘관: 잘 자, 뤼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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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항. 뤼초의 방

커튼 너머로 들어온 빛이 방바닥에 드문드문 그림자를 드리웠다.
천천히 눈을 뜨자, 뤼초는 자신이 침대에 누워 이불까지 잘 덮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뤼초: 으응~ 언제 침대로 왔었지?
뤼초: 어제는 소파에서 잤을 텐데…….

탁자에 아직 온기가 남아 있는 우유가 놓여져 있었다.
그리고 잔 밑에 편지지가 한 장 끼어 있었다.

"오늘 일은 배분해 두긴 했지만 늦게 와도 괜찮아. 우유 잊지 말고 꼭 마셔."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뤼초: 후우……. 지휘관도 이렇게 말했으니까….
뤼초: 또 자야지!

우유를 들이키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어 상어 쿠션을 꼭 껴안았다.

뤼초: 일어나면 도우러 갈게……. 이번엔 절대 안 빠질 테니까…….

따뜻한 약속을 중얼거리며 뤼초는 다시 포근한 잠 속으로 빠져들었다.
지휘관의 배려와 보살핌으로 인해 불면증 문제는 겨우 해결되었다.
그리고 아마…….
이 사소한 문제의 원인은 그녀 자신도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연심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