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편의 소리
~01. 해저 용궁
용궁. 시마카제 함대가 격전 끝에 얻은 웅장한 요새.
지금은 무사시의 손에 넘어가 해저에 조용히 머물고 있었다.
무사시: 처음부터 내 것이었지만, 이제는 ‘공식적’으로 그렇게 되었군.
무사시: 진츠. 경과는 어떻지?
진츠(META): 순조롭습니다. 무사시 씨.
진츠(META): 내일 정오까지는 출항 준비를 마치고 예정대로 제 위치에 도착할 것입니다.
무사시: 수고했어. …우리는 아카기의 계획을 도와야만 해.
진츠(META): 네. 알고 있습니다.
무사시: 다음은… ‘우리 쪽’ 계획은 어떻지?
진츠(META): 그쪽도 문제 없습니다.
진츠(META): 이미 모니터링 설비가 배치되었고, 방어 시스템도 업데이트를 마쳤습니다.
진츠(META): ……필요하시다면 관중석도 준비할 수 있습니다만….
무사시: 그건 괜찮아. 아카기의 계획이 결실을 맺으면 그것으로 충분해.
무사시: 만약 상황이 통제 불능이 된다면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진츠(META): 죄송합니다. 제 실언이었습니다.
통신: ――
키이: 얘기 중에 미안해, 무사시 씨.
무사시: 괜찮아. 무슨 일이지?
키이: 즈이카쿠와 미카사 대선배가 저택을 찾아왔는데… 어떻게 대응할까?
진츠(META): 계획은 이미 가경에 접어들었습니다. 솔직하게 외출 중이라고 대답하면 되겠지요.
진츠(META): 실제로 집에 없으니 거짓말은 아닙니다.
무사시: 만약 즈이카쿠 혼자 왔다면 그런 핑계도 괜찮겠지.
무사시: 하지만 대선배님 앞에서는 실례되는 일이야.
무사시: …이렇게 하자. 내가 대선배를 만나러 가지. 너는 여기 남아 준비를 계속하도록 해.
무사시: 만약 시간이 되어도 내가 돌아오지 않거나 연락이 두절되면…….
무사시: 용궁을 발진시키렴.
진츠(META): 알겠습니다.
진츠(META): 부디 조심하십시오. 무사시 씨.
~02. 방랑자?
북방연합. 어느 곳.
은은한 불빛과 벽난로가 비추는 실내. 테이블 위에는 따끈한 요리가 놓여 있었다.
창밖으로는 살을 에는 듯한 칼바람이 씽씽 불었지만 실내의 온기에는 조금도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그로즈니: 방금 끓인 수프. 맛있어.
키로프(META): (흠……….)
그로즈니: 먹어도 괜찮아. 걱정되면 그로즈니가 먼저 먹어 볼게.
키로프(META): (이런 일은 피하려고 했는데…….)
그로즈니: 후우. ……자. ‘키로프’도 먹어 봐.
키로프(META): (왜 이렇게 된 거지……?)
강구트: 하아…. 의장이 엉망진창이지 않나.
강구트: 동지를 이런 몰골로 만든 놈이 누구인지 알려주게! 원수를 갚아줄 테니!
쿠이비셰프: 잠깐만, 강구트. 그 얘기는 나중에 하자.
소브라지텔니: 그래 맞아! 그 고생을 하면서 떠돌아다녔는데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자고!
소브라지텔니: 아무튼 걱정 말고 푹 쉬어, 키로프 동지! 의장 수리는 이 천재 메카닉한테 맡기라고!
키로프(META): (떠돌아다녀……? 대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폴타바: 그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가 했던 말이 사실일 줄이야….
폴타바: 행색을 보니 고생이 참 많았겠어.
폴타바: 어찌됐든 지금은 이 북방연합을 내 집이라고 생각해도 좋아.
폴타바: 우선은 회복될 때까지 안정을 취하도록 해.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말하고.
키로프(META): (……파먀티 녀석, 대체 이 ‘가지’ 사람들한테 무슨 헛소리를 한 거야…….)
키로프(META): (……하지만 적어도 파먀티가 여기 있고, 게다가 이미 뭔가 행동을 취한 것은 확실해 보이는군.)
키로프(META): (그렇다는 건…… 아직 늦지 않았다는 뜻인가.)
키로프(META): (아직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
키로프(META): (……동지들.)
키로프(META): (……잠시 이곳에 머물도록 하지.)
~03. 여왕특급호
퀸 엘리자베스(META): 환기 시스템 정상. 조명 시스템… 양호.
퀸 엘리자베스(META): 카펫의 부드러움도 완벽해.
화려하게 꾸며진 객차 안에서 검은 옷차림의 여왕이 기분 좋게 자신의 ‘영지’를 돌러보고 있었다.
퀸 엘리자베스: 정말 좋은 열차네. ‘오리엔트 특급’의 디자인을 참고한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외관과 내부 디자인은 참고했어. 하지만 열차 구조는 전혀 달라.
퀸 엘리자베스(META): 들어와 보니 공간이 꽤 넓지?
퀸 엘리자베스: 음…. 확실히 밖에서 볼 때보다 2배 이상은 더 넓네.
퀸 엘리자베스(META): 사실 더 늘릴 수도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다만 ‘열차’라는 개념을 이용했으니까 공간 감각에 어느 정도 제약을 두는 게 좋을 거 같아서.
퀸 엘리자베스(META): 그리고 공간이 작을수록 방어 성능이 올라가니까 결국 이렇게 하기로 했어.
퀸 엘리자베스: ‘개념’을 이용한 공간 왜곡이구나……. 이것도 경면해역 기술의 또 다른 응용 방식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흐흥. 이 엘리자베스의 ‘퀸즈 라이트호’는 경면해역 따위와 비교도 안 되지.
퀸 엘리자베스(META): 뭐 그렇게 생각해도 어쩔 수 없고, 사실 이름도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긴 한데….
퀸 엘리자베스(META): 그럼……. ‘경면차량’이라고 불러줘!
퀸 엘리자베스(META): ‘차량’이니 만큼 차단력, 방어력, 가소성이 ‘해역’보다 훨씬 뛰어나.
퀸 엘리자베스(META): 그리고 더 대단한 건 각각의 차량에 다른 ‘개념’을 부여할 수 있다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 개념을 부여해? 각각의 차량에?
퀸 엘리자베스(META): 그래. 이 퀸즈 라이트호를 예로 들면.
퀸 엘리자베스(META): 이 열차는 총 7개의 차량으로 이루어져 있고, 차량은 모두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공간을 가지고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즉 차량 각각이 독립된 ‘경면차량’으로 존재하고 있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따라서 경면해역처럼 어딘가에 ‘공간 생성 제어 장치’를 둘 필요가 없지.
퀸 엘리자베스(META): 이게 세이렌의 경면해역 기술과 가장 다른 점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그리고 이러한 ‘차량’의 개념을 ‘열차’라는 하나의 개념에 포함시켜 ‘퀸즈 라이트호’로 묶는 거지.
퀸 엘리자베스: 흐음. ‘열차’로 인식되기 때문에 각각의 ‘차량’의 개념도 강화되는 거구나.
퀸 엘리자베스(META): 맞아. 역시 ‘나’야.
퀸 엘리자베스(META): 방어력만 놓고 보면 이 열차 안의 모든 지점의 방어력은 차량 7량의 방어력을 모두 합친 것과 같아.
퀸 엘리자베스(META): 또 필요할 때는 차량을 분리해서 그 개념을 단독으로 운영할 수도 있지.
퀸 엘리자베스(META): 공격자 입장에서는 공격 대상이 ‘열차’, ‘차량’, ‘3번째 공간’ 세 가지로 나누어지기 때문에 개념이 명확하지 않으면 타격 효과가 크게 감소해.
퀸 엘리자베스(META): 따라서 개념 무기 상대로 독보적인 강점을 자랑하지.
퀸 엘리자베스: 궤변처럼 들리는데…….
퀸 엘리자베스(META): 개념적인 측면의 공방전은 원래 그런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이론을 아는 건 어렵지 않아. 하지만 실제 운영에서 자신의 ‘개념’을 강화하려면 상당한 노력을 해야 해.
퀸 엘리자베스(META): 덤으로 이 차량 하나만으로 ‘아발론의 문’과 동일한 비용이 들었어. 1량을 늘릴 때마다 비용은 두 배로 늘어나지.
퀸 엘리자베스(META): 이론적으로는 차량을 더 늘릴 수도 있지만 지금은 7량이 한계야.
퀸 엘리자베스: 2의 6승, 그러니까 64배……?
퀸 엘리자베스: 그 정도 비용을 쏟아부어서 만든 게 고작 열차라고? 아무리 그래도 너무 사치 아냐?
퀸 엘리자베스(META): ‘고작 열차’가 아니야! 그리고…… 어흠. 뭐 됐어.
퀸 엘리자베스(META): 밖에 있는 놈들을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괴상한 기계: 딩딩딩딩――
괴상한 기계: 동동동동――
괴상한 기계: 삐삐삐삐――――――!!!!!!
미스 D: 엘리자베스! 언제 출발해!
미스 D: 빨리 빨리! 더는 못 기다려!
퀸 엘리자베스(META): 최종 점검 중이니까 재촉하지 마!
미스 D: 빨리 빨리 빨리 빨리!
퀸 엘리자베스(META): 서둘러도 소용없어, 미스 D. 만에 하나 정비를 소홀히 해서 사고라도 나면 네가 배상할 거야?
미스 D: 못 해. …무리.
미스 D: 그럼 제대로 점검하면 되는 거잖아. 빨리 빨리 빨리 빨리 빨리!
괴상한 기계: 통신 끝! 삐뽀―
퀸 엘리자베스(META): 진짜 시끄럽네……. 원래는 데려가고 싶지 않았는데.
퀸 엘리자베스(META): 이번엔 상황이 상황이니 참을 수밖에 없지….
퀸 엘리자베스(META): 챙길 거 더 없지? 슬슬 출발할 거야.
퀸 엘리자베스: 어? 지금? 우리 둘이서만 ‘사냥’하러 간다고?
퀸 엘리자베스(META): 난 사냥하러 간다고 말한 적 없어. 다른 곳으로 이동해서 다시 준비해야지.
퀸 엘리자베스(META): …일단은 너희 ‘가지’로 가자. 카멜롯에 열차 한 대 정도 들어갈 공간은 있지?
퀸 엘리자베스: 하아!?
퀸 엘리자베스: 잠깐만! 갑자기 그런 말을 해도 곤란하거든!
퀸 엘리자베스(META): 그건 내가 할 말이야! 갑자기 남의 집에 밀고 들어와서 무전취식한 건 네가 먼저였잖아! 그대로 돌려주는 게 뭐가 나빠?
퀸 엘리자베스(META): 자, 퀸즈 라이트호. 출발!
~04. 충격
‘광활하고 끝없는 곳’――그것이 이 공간에 대한 유일한 감상이다.
하늘도, 땅도, 바다도 없는 순수한 공간.
현실도 아니고 꿈도 아닌 세계.
???: ‘저’는 고통을 느꼈습니다. ‘저’는 울음소리를 들었습니다.
???: ……적막하고, 소란스러운 곳.
???: ……이곳이 ‘저’의 고향입니까?
???: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죠.
???: 아무튼, 지금은 더 이상 아닙니다.
???: ‘저’는 허무에서 태어나, 허무를 가져오고, 결국 허무로 돌아갑니다.
???: 저편에서 온 여행자 여러분. 부디 지켜봐 주세요.
???: ‘로드니’의 종언을――
----
??? ???
아비터 스트렝스VIII: 관측기로부터 실험장 F-45733이 시간 환산 약 3시간 전 물리적 레벨에서 소멸했다는 보고를 수신.
아비터 템퍼런스XIV: F-45733의 좌표를 특정 중.
아비터 템퍼런스XIV: 결과: (2.9143,99.9998,19.9998, -2376029143)
아비터 템퍼런스XIV: 100 플러스 20…? 극한 환경 실험…?
아비터 템퍼런스XIV: 그렇다면 소멸 원인은 아마…….
아비터 스트렝스VIII: 아아. V급 위협으로 인한 공간 충격 현상도 관측되었다. 관측 강도: 특급. 위협 레벨: 매우 높음.
아비터 스트렝스VIII: 우선순위를 조정해 최우선 처리 사항으로 삼아야 한다.
아비터 허밋IX: 스페어 보디의 로컬 성능 부족. 우리 셋의 본체 성능을 80% 이상 이전할 필요가 있다.
아비터 허밋IX: 주변에 가동 중인 아비터에게도 협력 요청을.
아비터 템퍼런스XIV: 연락은 내게 맡겨. 다만 얼마나 모을 수 있을지는 몰라.
아비터 허밋IX: ……진행 중인 작업 일시 중지. 즉시 이동한다.
----
??? ‘잔불’ 임시 거점.
후소(META): ‘낯익은 자’들의 행동이 이상합니다. 이동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히요(META): 응? 드디어 인내심의 끈이 끊어진 건가?
준요(META): 허밋, 템퍼런스, 스트렝스…. 이 조합에 오랫동안 발목이 잡혀 있었죠.
준요(META): 샤른호르스트와 프리드리히 데어 그로세가 새 거점 건설을 마칠 때까지는 뿌리칠 수 없을 줄 알았어요.
엔터프라이즈(META): …방금 전 발생한 공간 충격 현상에 이목이 끌린 걸지도 몰라.
엔터프라이즈(META): 위치타, 킴벌리는 이미 출발했어. 놈들이 원하는 대로 놔둘 수는 없지.
엔터프라이즈(META): 타카오. 여기 지휘는 네가 맡아. 이번엔 우리가 놈들의 발목을 묶어야 해.
엔터프라이즈(META): 그리고 새 거점이 완성되면 원래 계획대로 바로 이동해 추격을 뿌리치면 돼.
엔터프라이즈(META): 위치타 쪽의 합류 타이밍은 현장 판단에 맡기지.
타카오(META): 그래. 에식스 공이 발견한 것을 회수하는 게 최우선이다. 이곳은 소인에게 맡기고 안심하고 가도록.
~05. 제한적 지원
강철로 만든 고층 건물. 어느 소녀는 창밖에 펼쳐진 끝없는 순백을 바라보며 눈앞의 음료를 단숨에 들이켰다.
하타카제(META): 후우… 오렌지 주스라니. 멀쩡하게 마실 수 있는 걸 준비할 줄은 전혀 몰랐어.
아비터 데빌XV: 혹시 감동했어?
하타카제(META): 살짝.
하타카제(META): 음료보다 더 궁금한 건 대체 어떻게 이런 고층 건물을 지었는지로군.
아비터 데빌XV: 우리 아비터만의 비밀이야.
아비터 데빌XV: 이런 새하얀 공간에 계속 있으면 짜증나지 않아?
하타카제(META): 그래. 그래서 여기 오는 건 싫어.
하타카제(META): 슬슬 본론으로 들어가자.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지?
아비터 데빌XV: 딱히 볼일은 없어. 나도 부탁을 받았을 뿐이야.
하타카제(META): 네가? 부탁을?
아비터 데빌XV: 응. 왜냐면…… 엄청 불쌍해 보였으니까….
아비터 데빌XV: 정말로 불쌍했지…. 푸흡, 푸하하하♪
아비터 데빌XV: 계획은 계획대로 실패하고 자기 보금자리까지 빼앗기다니.
아비터 데빌XV: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도와줬다니까.
하타카제(META): ……도통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만?
아비터 데빌XV: 그건 본인한테 직접 물어 봐.
통신: ――
아비터 데빌XV: 파먀티? 부탁 들어줄 사람 구했어. 직접 얘기해 봐.
하타카제(META): ……파먀티?
하타카제(META): 데빌의 말에 따르면 그다지 순조롭지는 않은가 보군?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순조롭지 않은' 수준이 아냐!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대체 무슨 정보를 넘겨준 거야! 하나도 맞는 게 없잖아!?
하타카제(META): ……호오?
하타카제(META): 이상하군. 내 '염탐'으로 얻은 정보를 꾸밈없이 넘겨줬는데.
하타카제(META): 다소 오차가 있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전부 빗나갔다니.
하타카제(META): 설마 실험장β의 중앵은… 알고 있는 정보가 이렇게나 제한적이었던 건가.
하타카제(META): 구체적으로 어디가 다르지?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거의 다! 말로 하면 끝이 없으니까 네가 직접 와서 봐!
하타카제(META): 아쉽지만 중요한 일이 있어서 말야. '녀석'이 신경 쓰여서 도통 자리를 비울 수가 없군.
아비터 데빌XV: 아까 그 공간 충격 말이야?
하타카제(META): 너도 느꼈구나.
아비터 데빌XV: 응. 협력 요청도 받았어.
하타카제(META): 너도 갈 건가?
아비터 데빌XV: 생각 중이야. 너 혹시 갈 거면 나도 태워주면 안 돼?
아비터 데빌XV: 꽤 먼 곳이니까 혼자 가려면 큰일이거든.
하타카제(META): 그럼 그리하지.
아비터 데빌XV: 응. 그러자.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뭐가 '그러자'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럼 쿠우는?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쿠우는 어떻게 하라고?!
아비터 데빌XV: 걱정 마. 기반을 다지다 보면 언젠가 상황이 바뀔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지금 말하는 너도 안 믿고 있으면서.
하타카제(META): 크흠. 파먀티. 우수한 그대라면 역경을 맞더라도 잘 대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네.
하타카제(META): 볼일이 끝나면 바로 그쪽으로 달려갈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볼일이 끝나면"이라니…. 대체 얼마나 더 기다리라고?!
하타카제(META): 흠…… 아직은 모르겠군.
아비터 데빌XV: 이제 얘기 끝났지? 통신 끊을게.
하타카제(META): 그래. 우리도 나눌 얘기가 있으니.
아비터 데빌XV: 그럼 통신 종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잠깐만―!?
----
통신: ――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하아아아아아…….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증원은 꿈도 못 꾸고……. 큰일 났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애초에 '공간 충격'이 대체 뭔데? 그렇게 중요한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뭐, 쿠우하고는 상관없는 일이고…. 됐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다들 느긋한데 쿠우만 열 내고 있을 필요는 없지!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흥! 언제까지고 기다려 주겠어!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러고 보니 이 근방에는 휴양지가 많이 있었지!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바캉스나 가야지~♪
~06. 데스 브리지
칠흑 같은 어둠 속. 계기판만이 희미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방안에 들리는 전류의 노이즈와 기계 소리로 미루어 볼 때 이곳은 제어실 같았다.
???XIII[사신의 아비터]: ……검색……개시.
어둠 속에서 창백한 그림자가 서서히 위로 떠올랐다.
???XIII: ……검증 완료. ‘데스 브리지’ 기동.
인증이 끝나고 창백한 그림자는 다시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교환기[데스 브리지]: 딩동딩동――♪
분위기와는 전혀 다른 과장된 알림음이 울렸다. 이번에는 홀로그램이 허공에 떠올랐다.
아비터 데빌XV[악마의 아비터]: “■■■…푸흡, 푸하하하♪ ……■■■…너무 웃겨서 나도 모르게 도와줬다니까.”
???XIII: ……‘데빌’.
교환기[데스 브리지]: 딩동딩동――♪
아비터 스트렝스VIII[힘의 아비터]: “V급 위협으로 인한 공간 충격 현상…■■■……최우선 처리 사항으로――”
???XIII: ……‘스트렝스’.
교환기[데스 브리지]: 딩동딩동――♪
아비터 러버즈VI[연인의 아비터]: “…■■■…이걸로는…■■■…부족해……■■■네 전장은 여기야…….”
???XIII: ……‘러버즈’.
교환기[데스 브리지]: 딩동딩동――♪
아비터 문XVII[달의 아비터]: “…■■■…좌표가 너무 멀어…■■■…협력 불가능…….”
???XIII: ……‘문’.
교환기[데스 브리지]: 딩동딩동――♪
아비터 엠프레스III[여제의 아비터]: ――경고. ……감청 권한 부족. 경고――
???XIII: ……‘엠프레스’.
교환기[데스 브리지]: 딩동딩동――♪
아비터 타워XVI[탑의 아비터]: ――경고. ……――
아비터 타워XVI: ――“감청 대상이 현재 서비스 지역 권외에 있습니다. 삐 소리가 울리면 메시지를….”
???XIII: ……‘타워’.
교환기[데스 브리지]: 딩동딩동――♪
???[?의 아비터]: “■■■자 얼른…■■■…빨리 빨리…■■■…빨리 발차해….”
???XIII: ……찾았다.
~07. 인터스텔라 드림
아이리스 교국. 회의장.
멤피스: 후우…. 빙빙 돌긴 했지만 결국 네 계획대로 됐네.
멤피스: 오늘 하루도 고생 많았어, 지휘관.
멤피스: 그럼 이제….
멤피스: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네.
멤피스: 급하게 참석해야 할 회의가 있어서 아쉽지만 저녁은 같이 못 먹을 거 같아.
멤피스: 그래도 넌 꼭 챙겨 먹어. 귀찮다고 안 먹지 말고!
→ 알겠어
멤피스: 그래.
→ 네 몫도 좀 챙겨 놓을까?
멤피스: 고맙지만 괜찮아. 긴 회의가 될 거 같으니까.
멤피스: 다 끝나면 내가 알아서 챙겨 먹을게.
멤피스: 아아, 늦겠다…. 그럼 나중에 봐, 지휘관!
멤피스를 배웅하고 나도 회의장을 떠났다.
----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지만, 예상했던 석양은 쏟아지지 않았다.
눈앞에 은빛 찬란한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헬레나(META): 안녕, 지휘관.
지휘관: …우리 이런 식으로 연락하기 전에 미리 경고해 주기로 약속하지 않았어…?
지휘관: 긴급 상황이야…?
헬레나(META): 응……미안해. 경고할 시간이 없었어……
지휘관: 무슨 일인데?
헬레나(META): ……계획…변했어…….
헬레나(META): ……상황이…많이………생각보다…복잡해…….
지휘관: 통신이 불안정해…?
지휘관: 헬레나. 무슨 말인지 잘 안 들려. 통신이 계속 끊기고 있어.
헬레나(META): 끊겨?……잠깐만……확인을……….
헬레나(META): ……설마…재밍원……….
헬레나(META): ……객실에……….
헬레나(META): ………….
지휘관: 헬레나…?!
잡음이 심해지면서 헬레나의 모습이 점점 왜곡되더니 마침내 푸른 점으로 부서져 완전히 사라졌다.
저 멀리 펼쳐진 은하수에서도 무언가 파동이 일렁이는 것 같았다.
지휘관: 헬레나는 이 공간이 아비터 타워의 내부이자 절대적으로 안전한 공간이라고 했어.
지휘관: 방해는커녕 보통은 이곳을 찾는 것조차 불가능하다고….
지휘관: 어떻게 이런 일이…….
지휘관: 헬레나는 마지막에 ‘재밍원’과 ‘객실’이라고 말했어.
지휘관: 문제는 어느 객실이지? 어디?
지휘관: 어쩌면 회의장을 말하는 걸지도 몰라. 돌아가면 건물 전체를 꼼꼼히 조사하라고 해야겠어….
지휘관: 만약 남극에서처럼 이 회의장에 ‘신의 나라’를 일으켜서 우리를 일망타진할 생각이라면…….
지휘관: 그건 재앙이나 마찬가지야.
----
헬레나(META): 이 '가지'는 지금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어.
헬레나(META): 그 아이는 3가지 목적을 언급했고, 아직 2가지가 남았어.
헬레나(META): 조심해, 지휘관.
헬레나(META):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
지휘관: 설마 남극은 그저 예행연습이고 진짜 목표는 여기였나…!
지휘관: …지난 전투에서 헬레나가 마련한 통신망을 해킹했었던 걸 생각하면 이곳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걸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지휘관: 빨리 다른 사람들에게도 알려야 해.
주위를 둘러봤지만 여전히 끝없는 별들만이 보였다.
지휘관: …생각해 보면 여기서 어떻게 나가는지 헬레나한테 물어본 적이 없었네.
지휘관: 어쩌지……?
…….
→ 큰 소리로 외친다
지휘관: 거기 누구 없나요? 여기서 나가는 방법 좀 알려 주세요!
고함소리는 광활한 공간 속으로 순식간에 흩어졌다. 여전히 끝없는 별들만이 보였다.
→ 출구를 찾아본다
지휘관: (이 근방에 출구가 있을지도 몰라. 주위를 둘러보자.)
다시 한 번 사방을 훑어봤지만 여전히 별들만이 눈에 들어왔다.
→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다
지휘관: (꿈처럼 무언가 고통을 받으면 그 충격으로 강제로 깨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단차가 있는 곳을 찾아 뛰어내리려고 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평평한 바닥은 끝없이 길게 이어진 것 같았다. 한참을 찾다가 결국 포기했다.
→ 자살을 시도한다
지휘관: (꿈처럼 무언가 고통을 받으면 그 충격으로 강제로 깨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지휘관: (내가 여기서 죽으면 현실로 되돌아가지 않을까?)
지휘관: (아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이건 꿈이 아니잖아.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어.)
그 때, 귓가에 아련한 풍경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또 풍경 소리…?)
그리고 문 하나가 조용히 서 있었다.
지휘관: 또 그 문이야.
지휘관: 하지만 하얀 공간이 아니라 다른 곳에 나타난 건 처음 보는 거 같은데.
지휘관: 혹시… 헬레나가 남긴 비상구인가?
대답 없이 문은 그저 그곳에 서 있었다.
지휘관: 다른 방법은 없어 보이네….
지휘관: …들어가 보자.
'스토리 및 관련 글 > 대형·전초전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혁휘의 마르티리움 中 (0) | 2024.05.27 |
---|---|
혁휘의 마르티리움 上 (0) | 2024.05.27 |
공명의 패션 (2) | 2024.04.26 |
피안의 향기 (0) | 2024.04.19 |
은계유회 下 (1) | 2024.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