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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휘의 마르티리움 中

킹루클린 2024. 5. 27. 18:12

 ~15. 모든 것의 답
지휘관: 또 여긴가….

미스 D의 손을 잡자 또 다시 허무의 공간으로 내던져졌다.
끝없이 펼쳐진, 시간과 방향의 의미조차 사라진 세계.
…다만 의식이 당겨져 부서질 뻔한 저번과 달리 이번에는 마치 거품에 감싸여 보호받고 있는 것 같았다. 더 명확하게 주변을 인식할 수 있었다.
이 공간은 생각했던 만큼 아무것도 없지는 않았나 보다.

 

???: 차례로 죽음을 포옹하는 것……. 그것이 여러분의 선택입니까.

???: 역시 ‘제’ 선택은 옳았군요.

감정 없는 목소리. 가깝지만 멀리, 다가오지만 멀어져가는 목소리.
어둠 속에서 누군가가 속삭이고 있었다.

???: 생명은 무에서 태어나 죽음과 함께 무로 돌아간다.

???: 허무야말로 모든 것의 답.

???: 시작과 끝 사이에서 발버둥치기보다는.

???: 차라리 이 답을 받아들이고, ‘여러분’의 끝을 맞이하는 게――

지휘관: (목소리는 그렇게 멀지 않은 것 같은데… 정확이 어디인지 모르겠어.)

지휘관: (…확실한 건 이곳에서 마르티리움을 노려보고 있다는 거야.)

지휘관: (이 목소리에 주인은 대체 누구지……. 애초에 여기는 대체 어디야…….)

 

미스 D?: 그래?

미스 D?: 만약 ‘죽음’이 허무로 돌아가는 걸 뜻하지 않는다면?

지휘관: (이 목소리는… 미스 D? 조금 어른스럽게 들리는데….)

???: ………?

???: 제 말이 들리시나요?

???: 당신은 누구죠?

 

미스 D: 으응…… 핫! 넌 누구야! 왜 조수 옆에 있어!

???: ……조수?

미스 D: 그래! 조수! 넌 왜 또 여기 온 거야! 진짜 산산조각 난다니까!

미스 D가 나를 가리키자, 목소리의 주인은 그제야 내 존재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 한 명 더, 있었군요.

→ 저기……
→ 안녕?
→ 미안, 일부러 엿들은 건 아닌데…

???: ……….

???: 여러분은 누구죠? 어떻게 여기에 올 수 있는 거죠?

지휘관: 우리는…….

미스 D: 잡담 금지! 지금이 그럴 때냐!

미스 D: 조수! 여긴 위험하다고 했잖아! 얼른 따라와!

미스 D: 그리고…… 거기 이름 모를 녀석! 너도 같이 갈래?

???: ……같이?

???: 아뇨. ……저는 이곳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미스 D: 이상한 놈이네…. 뭐가 좋아서 이 어두컴컴한 곳에 있겠다는 거야? 그럼 난 몰라!

미스 D: 조수. 마르티리움으로 돌아가자! 꽉 잡아! 또 놓치지 말고!



 ~16. 사모스의 황혼

 

빛이 사라지자 석양의 해변이 눈에 들어왔다.

지휘관: (석양…… 해변…? 마르티리움으로 돌아온 게 아닌가?)

알자스: 알자스, 목표를 발견! 지휘관과 미스 D의 무사를 확인!

브렌누스: 걱정했어, 집검자. 이번에도 늦었군.

미스 D: 맞아 맞아! 왜 조수가 이동할 때만 매번 문제가 생기는 거야! 괜히 고생하게 만들고!

→ 여긴 어디지?
→ 마르티리움이 아니야?

모가도르: 잘 모르겠어~ 우리도 와 보니까 여기였어.

모가도르: 좀 큰 산호섬 같은데 아무것도 없어~

플뢰레: 알자스는 몰라? 여긴 알자스의 상상을 구현한 거 아니야?

알자스: 아, 아냐! 알자스의 기억 모듈에 이런 섬은 없어! 그리고 섬을 상상한 적도 않았어…!

플뢰레: 그럼 어떻게 된 거지? 미스 D가 길을 헷갈린 거야?

미스 D: 내가 헷갈렸을 리가 없잖아! 엘리자베스한테 물어봐!

퀸 엘리자베스(META): 미스 D는 틀리지 않았어. 너희가 있는 곳의 좌표는 확실히 마르티리움 안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내 6호차를 전환한 두 번째 고리. ‘죽음’의 개현을 구현한 곳 말이야.

지휘관: 엘리자베스? 다행히 통신은 두절되지 않았구나….

퀸 엘리자베스(META): 후후. 그쪽에서 고생이 많았나 보네.

퀸 엘리자베스(META): 걱정 마. 내가 지원하고 있는 이상 이런 일은 더 이상 없을 거야.

지휘관: (통신만 잘 된다면 돌발 상황에도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거야.)

→ 도와줘서 고마워.
→ META가 되어도 든든한 폐하!

퀸 엘리자베스(META): 흥. 알았으면 됐어. 감사하게 여겨.

플뢰레: 근데 여기 진짜 마르티리움이야? 밖에서 봤을 때하고는 너무 다른데?

플뢰레: 들어오기 전에는 봐봐. 첫 번째 고리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잖아….

미스 D: 겉은 겉, 속은 속! 여기는 독립된 공간이니까 밖에서 본 분위기하고 다를 수도 있지!

미스 D: 엘리자베스의 열차도 밖에서 볼 때는 안이 그렇게 넓을 줄 몰랐잖아!

플뢰레: 그치만 여기는 달라도 너무 다르잖아! 열차는 차량의 내부나 공간이 달라도 열차인데!

미스 D: ……흠흠. 확실히 같은 ‘죽음’의 개념에 기초한 전환인데 이렇게 달라지는 것도 좀 이상한가….

미스 D: 알았다! 아마 들어온 사람이 너무 많아서 ‘죽음’의 개념이 뒤섞인 거야!

미스 D: 지금 여기는 알자스가 상상한 ‘죽음’만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 다른 사람들의 죽음까지 구현된 거야!

미스 D: 확실해! 그래서 마르티리움하고는 완전히 달라진 거야!

지휘관: (다른 사람들의 ‘죽음’…?)

미스 D: 잠깐 잠깐 잠깐! 겉모습만 그런 게 아냐! 여기는 ‘시간’도 있어!

미스 D: 여기는 시간이 흐르고 있어!

모가도르: ……시간이 흘러? 시간은 항상 흐르는 거 아냐?

미스 D: 바보! 우리 시간이 아니라 이 공간의 시간!

미스 D: 마르티리움을 구현했을 때 엘리자베스는 시간에 대해선 아무것도 건드리지 않았어!

미스 D: 그러니까 그건 단순한 기반, 즉 정지된 세계였어!

미스 D: 그런데 여기! 지금! 이 세계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생겼어!

미스 D: 즉 여기는 이제 ‘정적인 죽음’이 아니야! ‘유동적인 죽음’이야!

모가도르: …유동적인 죽음? 이 공간 자체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한다는 거야?

미스 D: 응응! 시간이 지나면 공간도 변해!

미스 D: 그래서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어!

브렌누스: 하지만 죽음은 죽음이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결국은 죽음으로 통하지 않나…?

미스 D: 그것도 맞아!

지휘관: (그렇다면 주마등인가? 이 세계는 누군가, 혹은 세계 그 자체가 ‘죽어가는’ 기록이라는 건가?)

모래사장과 바다, 푸른 나무와 언덕. 이곳은 흔하게 볼 수 있는 남국의 섬으로 보였다.
…그런데 이내 멀리 있는 건물이 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휘관: (전에 비해 건물들이 많이 바뀌긴 했지만, 저 건물의 위치와 실루엣은…… 틀림없어.)

지휘관: (세계α의 ‘사모스 해양생물 연구소’…!)

지휘관: (그렇다면 세계α의 사모스 섬에서 벌어진 ‘죽음’을 보여주는 건가…?)

에페: 왜, 왠지 무서워…….

에페: 이렇게나 평온한데 실은 ‘죽음’의 구현이라니…….

퀸 엘리자베스(META): 너무 걱정하지 마. ‘죽음’은 어디까지나 이 공간의 규칙에 불과하니까. 이동과 이탈의 수단으로만 활용될 뿐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개념은 이미 재구성된 상태니까 여기서 죽는다고 진짜로 죽는 건 아니야.

퀸 엘리자베스(META): 그리고 방금 확인했는데… 아직까지도 공간 충격으로 접힌 공간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았어.

퀸 엘리자베스(META): 따라서 이 이상 마르티리움을 확장하면서 나아갈 거라면 ‘죽음’의 개념을 활용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알자스: 그, 그러면 정말로 죽으라는 거야?

알자스: 알자스, …가능하다면 지금까지 했던 것처럼 지름길로 가고 싶어…!

미스 D: 내가 있으니까 괜찮아! …라고 말하고 싶지만, 더 좋은 방법이 있어!

미스 D: 지금! 여기서! 고래를 잡는 거야!

플뢰레: 근데 고래는 아무 데도 안 보이는데? 벌써 도망간 거 아냐?

미스 D: 안 도망갔어! 안 도망갔어! 나는 알아! 근처에 숨어 있어!

미스 D: 구체적인 위치는…… 바다?!

미스 D: 그래! 분명 바다야!

미스 D: 바다에 들어가서 찾아보자!

지휘관: 잠깐만 미스 D. 우선은 이 섬, 그리고 저쪽에 있는 건물을 봐봐. 어디서 본 적 없어?

나는 손으로 해양생물 연구소 쪽을 가리켰다.

지휘관: (이 아이가 정말로 아비터라면 오스타의 비밀 연구소도 알고 있겠지.)

미스 D: 음. 해양생물 연구소?

미스 D: 뭔가 익숙한데. 내 집이었나? 너희 집이었나? 우리 집이었나? 아마도?

지휘관: …아마도?

미스 D: 나도 모르니까! 그냥 그런 느낌일 뿐이야!

미스 D: 내 중요한 기억들은 거의 다 고래에 저장되어 있어! 고래를 되찾지 않으면 기억이 안 나!

미스 D: 설마 조수는 저기 있었을 때 일을 기억하는 거야?!

지휘관: 아니, 기억 안 나…. 미안하지만 저기 먼저 가보면 안 될까? 조사하고 싶은 게 있어.

모가도르: 지휘관은 이 섬을 알아?

지휘관: 응. 여기는 버뮤다 해역의 사모스 섬이야. 그리고… 어쩌면 세계α의 사모스 섬일지도 몰라.

퀸 엘리자베스(META): ……세계α? 여기가 세계α의 정보로 구성되어 있다는 거야?!

미스 D: ……그래 뭐. 그럼 조수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우선 해양생물 연구소, 그리고 고래 사냥이다!



 ~17. 라플라스의 악마
기억에 의존하며 해양생물 연구소를 향해 나아갔다.
같은 장소일 텐데 저번에 왔을 때와 비교하면 경치가 상당히 달라져 있었다.
휴양 시설과 관광객을 맞는 가게는 존재하지 않았고, 대신 무수한 방벽과 방어 무기만 설치되어 있었다.
평화의 위장이 완전히 사라지고, 섬 자체가 말 그대로 군사 요지가 된 것이다.

(사이렌 소리)

브렌누스: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는데……. 누가 보안 시스템을 작동시켰나?

알자스: 아니, 알자스는 아니야!

모가도르: 우리는 아닐걸~? 오는 도중에 내가 보안 시스템을 다 처리했거든….

플뢰레: 와아… 언제 했어? 전혀 몰랐어!

에페: 심판정…… 무서워……….

지휘관: 섬 전체에 경보가 울리고 있는 걸 보면 우리를 잡기 위해 작동된 건 아닐 거야.

알자스: 그게… 무슨 말이야? 알자스, 상황 이해 불가…….

퀸 엘리자베스(META): 북서쪽 11시 방향. 섬에서 약 50해리 떨어진 곳에 함대가 나타났어. 너희 쪽으로 향하는 것 같아.

지휘관: 함대? 소속은…?

퀸 엘리자베스(META): ‘침식 구현체’야.

지휘관: 침식 구현체? ‘흉조 현상’에서 발생하는 정체를 인식할 수 없는 적 말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흉조 현상에서만 나오는 건 아냐.

퀸 엘리자베스(META): 침식 구현체는 어디까지나 침식이 구현된 존재야.

퀸 엘리자베스(META): 그리고 네 말대로 지근거리에서 관찰해도 그 정체를 인식할 수 없어.

퀸 엘리자베스(META): 뭐랄까, 관찰할 때마다 외형이 조금씩 변한다고 할까….

퀸 엘리자베스(META): 노획할 수도 없고, 격파해도 잔해도 남지 않는, 마치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행동하는 존재.

퀸 엘리자베스(META): 이 모든 건 침식 구현체가 다른 세계에서 투영된 ‘그림자’여서 그래. 그것도 정보가 불완전한 그림자.

퀸 엘리자베스(META): 정보가 투영되는 과정에서 일부가 누락되는 건지, 인식조차 할 수 없는 모자이크처럼 형성되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비유하자면 오류 데이터지. 놈들이 나타난다는 건 곧 지금 있는 공간이 침식되고 있다는 걸 의미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런데 이번에 나온 손님들은… ‘전진전선’?

퀸 엘리자베스(META): 다들 잠깐만. 이 침식 구현체는 그 공간의 정보에서 나온 적이야!

지휘관: 무슨 말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모두 내가 보낸 채널로 연결해. 저 함대가 섬에 통신을 보내고 있어. 들으면 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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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 “여기는 전진전선 AO 해역 함대다. 지금부터 사모스 섬에 최후통첩을 하겠다.”

통신: “옴타바 화물선 피격 사건‘의 관련자들을 즉각 넘겨라. 신속하게 인포서의 무장을 해제하고 섬의 모든 인공지능 연구 시설을 파괴하라.”

통신: “그렇지 않으면 3시간 후에 강제적인 수단으로 상기 목표를 달성하겠다.”

 

통신: "'대양연방'의 오랜 묵인으로 이 섬은 이미 부패를 낳는 사악한 소굴이 되었다."

통신: "안전성 평가도 받지 않고, 도덕적 구속도 받지 않는 각종 실험이 '과학'이라는 이름 하에 자행되어 왔다.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한 것은 인공지능 병기 실험이다."

통신: "놈들은 로봇에게 무기를 다룰 수 있는 권리를 주고, 프로세스에 따라 인간의 생사여탈을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통신: "그것이 바로 이번 참극의 원인이다. 어찌 인간의 생명을 기계에게 맡길 수 있는가."

통신: "'옴타바 화물선 피습 사건'은 인공지능 병기라는 것이 얼마나 위험하고 통제 불능인지를 전 세계에 다시 증명했다."

통신: "이런 사악한 병기를 이대로 방치한다면 결국 인류의 멸망을 초래할 것이다."

지휘관: (전진전선의 통신…. 무력으로 섬을 점령할 셈인가?)

지휘관: (인공지능 연구와 인포서 함대…. 분명 안티 엑스를 말하는 거야. 역시 여기는 오스타의 연구소가 틀림없어.)

지휘관: ('옴타바 화물선 피습 사건'…. 그게 어떤 사건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휘관: (통신 내용으로 짐작해 보면 아마도 안티 엑스가 화물선을 공격한 사건이겠지.)

지휘관: (그렇다는 건 안티 엑스가 화물선을 선제 공격함으로써 전진전선의 보복을 자초한 건가….)

지휘관: 미스 D. 지금 벌어지는 게 무슨 사건인지 알아?

미스 D: 몰라! 기억 안 나! 하지만 좋은 일은 아냐! 그것도 엄청 엄청 나쁜 일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나도 나쁜 느낌이 들어.

모가도르: 여기서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모가도르: 그나저나 고작 3시간 만에 관련자를 모두 인도하고 무장 해제에 실험실 폭파까지 할 수 있어?

모가도르: 실행에 옮기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인데….

플뢰레: 결국 저쪽의 의도는 처음부터 무력 개입이었던 거지?

통신: ――

안쥬: 조수군! CCTV로 봤어! 왜 아직도 사모스 섬에 있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이건……?!

지휘관: 여긴 내가 맡을게.

지휘관: 안쥬…?

안쥬: 오스타도 떠났는데 왜 아직 안 가고 있어!

지휘관: 안쥬는 '옴타바 화물선 피습 사건'에 대해 알고 있었어? 전선 함대가 벌써 섬에 접근했어. 보복할 셈인가 봐.

안쥬: 왜 그런 당연한 걸 물어보는지 모르겠지만 물론 알고 있지! 요즘 어디나 다 그 얘기니까!

안쥬: 설마 너도 믿는 거야? 안티 엑스가 폭주해서 지나가던 민간 화물선을 덮쳤다고…?

지휘관: (사실 좀 믿긴 하는데…….)

지휘관: (지금까지 세이렌이 해왔던 악행을 생각하면… 그랬을 가능성을 쉽게 부정할 수는 없지.)

안쥬: 하아……. 보복이고 뭐고 단순한 트집이잖아.

안쥬: 전부 전진전선의 자작극이야. …함대를 사모스 섬의 파견할 구실을 마련하기 위한.

안쥬: 진짜 목적은 완성이 임박한 시간도약장치――'라플라스의 악마'겠지.

지휘관: ('라플라스의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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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타: 이 방안으로 가면 분명 잘 될지도 몰라.
 
오스타: 하지만 작전을 완수하려면 교란 장치가 계속 가동되어야만 해. 그 사이에 인원 철수와 방어를 병행하는 것은…
 
오스타: ………….

????: 우리는 다 알고 제안한 것일세. '심판자'. 아니, 오스타 박사.
 
오스타: ……아아. 하지만 연산 기계의 손상도 무시할 수 없다. 군의 협조는 고맙지만 남은 전력으로 과연 얼마나 시간을 벌 수 있을지.
 
오스타: '서광'이 무너지면 시간도약장치의 작동도 멈춘다. '쐐기'에 보내둔 단말의 수가 부족하면 연산 결과에 영항을 끼치게 돼.

안쥬: ……나도 도와줄게.
 
오스타: ……안쥬 박사?
 
안쥬: 그 애들에게 말을 전해뒀는데, 벌써 저쪽이 눈치를 채고 말았어.
 
안쥬: 그러니까 내가 저쪽에 접촉하면 분명 저쪽의 주의를 끌 수 있을 거야. 그 동안 장군의 작전을 실행하도록 해.
 
오스타: ……그러다 죽는다.
 
안쥬: 후우…. 그런 큰 실패를 저질렀으니 어차피 살아남아도 책임을 지게 될 테지?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다하고 싶어.
 
오스타: 알았다. 네 KAN-SEN들은 원하는 만큼 데려가라. 하지만 가능하다면 코드 G는 내 안티 엑스와 동행해 줬으면 하는군.
 
안쥬: 알겠어. 엔터프라이즈뿐만 아니라, 살아남은 모두를 네게 맡길게.
 
안쥬: 대신 합류지점은 가능한 NY시티에서 멀리 설정해. 절대 돌아오지 못하게.
 
오스타: 그래. …너 없이 나 혼자서 그녀들을 잘 제어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구나.
 
안쥬: 그건 우리 총명하고 냉철한 심판자님답게 그 아이들에게 대의와 책임을 주입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안쥬: ……그런 일이 일어나긴 했지만, 우리 목적은 같아. 그리고 당신이 하는 일은 옳다고 생각해.
 
안쥬: 그 아이들이 그걸 받아들일 시간은 부족했지만, 분명 언젠가 너를 이해해 줄 거야.
 
안쥬: 그래. 분명 그럴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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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벨로루시야와 북극해 유적을 탐사할 때 봤던 광경은 바로 이때였구나….)

지휘관: 대양연방은 이 음모를 알고 있어?

안쥬: 당연히 알지. 전선의 계획이 이렇게 순조롭게 진행되는 이유는 연방의 고의적인 묵인 말고 또 뭐가 있겠어?

안쥬: 전진전선이 먼저 사모스 섬을 공격해 사건을 확대하면 대양연방은 개전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지.

지휘관: 개전 책임이라니… 설마…….

안쥬: 그래. 전쟁을 시작한 후, 완전히 '말살'해버린다.

안쥬: 시간을 손아귀에 넣으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냐고 누군가는 생각하고 있을 테니까.

→ …………
→ 세계대전을 일으키면서까지……
→ 이건 미쳤어……!

안쥬: 걱정 마. 나하고 오스타가 이미 계획을 세웠어.

안쥬: '횃불'이 나서서 라플라스의 악마를 탈취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기 전에 모두에 머리를 식혀 주는 거야.

지휘관: (횃불이라면…… 설마 코드 G…?!)

안쥬: 아무튼 사모스는 곧 폭풍의 중심이 될 테니까 빨리 거기서 도망쳐!


통신: ――

통신이 끊겼다.

지휘관: (이때 대양연방과 전진전선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처했던 거군.)

지휘관: (하지만 안쥬와 오스타의 계획이 성공했다면 '라플라스의 악마'도 빼앗기지 않고 아무 일 없었을 텐데…. 이 공간은 왜 '죽음'의 개념에 포함된 거지?)

지휘관: (뭔가 문제가 생긴 건가…?)

모가도르: 있지, 지휘관~ 방금 통신은 지휘관이 아는 사람이야?

지휘관: 이 기록 속에서는 아는 사람이지. 왜?

모가도르: 그 사람이 어떻게 심판정의 통신 채널을 알고 있는 거야?

모가도르: 이번 임무에서는 비밀 유지를 위해 모두 심판정 전용 회선을 사용하고 있잖아. 당연히 지휘관 것도 그렇고.

모가도르: 우리는 이 기록 속에서는 없는 사람인데 아까 그 기록 속의 사람은 어떻게 알고 통신을 건 거야?

지휘관: (듣고 보니 이상하네…. 지금까지는 통신이 재밍되거나 도청되거나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신경도 안 썼는데….)

미스 D: 그런 건 안 중요해!

미스 D: 비밀 조수! 안쥬 말 들었지? 빨리 안전한 곳으로 대피해!

지휘관: 안 돼. 이미 늦기도 했고 지금은 그럴 때가 아냐. 두 사람의 계획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으니 우린 반드시 지금 이 상황을 막아야 돼.

미스 D: 계획에 문제가 생기는지는 어떻게 알았는데?

지휘관: 왜냐면 이 공간의 마지막은…… 결국 '죽음'으로 향하기 때문이야.



 ~18. 횃불의 과거

 

사나운 폭풍 속에서 '횃불'이라는 이름의 함대는 거친 파도를 헤치며 사모스 섬으로 향하고 있었다.

호넷: 하아……. 아까까지만 해도 맑았는데 갑자기 폭풍이라니…….

호넷: 사모스 섬 주변 날씨는 요새 참 기상천외하다니까~

베아른: 급변하는 날씨와 해양 상황은 모두 '라플라스의 악마' 연구의 부산물일 겁니다.

베아른: 가끔은 유령도 나타난다고 하더군요.

아크 로열: 설마……. 살짝 흠칫했다고.

카스미: 카스미는 보고 싶어.

타카오: 카스미가 있으니 어쩌면 가는 길에 정말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타카오: …하지만 이 거친 날씨 덕분에 우리도 이 바다에서 계속 은닉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요크타운: 상층부는 라플라스의 악마를 너무 과신했어. 완성이 임박했다고는 하지만 이렇게 급작스럽게 일을 벌이다니….

요크타운: "전면전이 발생해도 승리하고 모든 일을 없었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없는데.

히류: 맞아요. 전진전선도 너무 성급했어요. 아직 완성되지도 않았는데 대군을 몰고 와서 빼앗으려고 들다니.

멤피스: 이해가 안 되는 건 아냐. 만약 정말로 완성되어 있고, 모두 대양연방의 의도대로 진행된다면 그때야말로 너무 늦어.

히류: ……그렇군요!

엔터프라이즈: "라플라스의 악마는 전 인류를 위한 것이다. 전쟁을 위한 도구도 아니고, 하물며 인류를 멸망시키는 도화선이 되어서는 안 된다."

엔터프라이즈: ……우리가 막아야만 해.

라 갈리소니에르: 당연하지. 오히려 더 이것저것 많이 해주고 싶은걸♪

라 갈리소니에르: 안쥬의 연락 덕분에 안쥬의 위치하고 주변 경비 상황도 알게 됐고.

라 갈리소니에르: 그냥 안쥬도 구출하는 게 낫지 않아?

마르세예즈: 구출까지는 된다고 해도 그 후에는요? 저희하고 같이 도망이라도 치나요?

베아른: 그럴 수는 없죠. 안쥬 박사님에게는 박사님만의 계획이 있습니다.

호넷: 그래 그래! 수감됐을 때도 멋대로 구하려 들지 말라고 했었고, 지금은 가택연금 정도밖에 안 되니까 굳이 조급해 할 필요 없어!

요크타운: 그리고 우리가 겉으로 활약할수록 박사님과 그 일행은 더욱 안전해져. 잊었니?

라 갈리소니에르: 그랬지…. 미안!

킴벌리: ………….

헬레나: 엔터프라이즈. 전선 함대가 이미 사모스 섬에 최후통첩을 내렸어.

헬레나: 연방의 매복함대도 예정 위치에 도착했어.

엔터프라이즈: ……슬슬 우리도 움직이자.

엔터프라이즈: 위치타, 왜 그래? 오늘은 유난히 조용한데……. 혹시 긴장했나?

위치타: 나는…….

위치타: 아하하하. 아니, 그냥 좀 찜찜해서. 잠깐 킴벌리하고 다시 정찰하고 올게!

엔터프라이즈: 그래. 본대에서 너무 떨어지지 마.

위치타: 당연하지. 걱정 마.

----

위치타: ……여기까지 왔으면 안 들리겠지.

위치타(META): 모든 파멸의 시작……. 설마 이 날로 다시 돌아올 줄이야……. 

킴벌리(META): 마르티리움에 새롭게 펼쳐진 공간이겠죠.

킴벌리(META): 다만… 왜 그 시절이 재현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위치타(META): 아마 우리가 알고 있는 '죽음'도 공간의 개념에 섞여 들어간 거겠지.

위치타(META): 오히려 우리의 '죽음'이 너무 공고한 탓에 실험장β 사람들이 인식한 유적이 아니라 사모스 섬이 나타난 거로군….

위치타(META): 역시 우리는 이날 죽어버린 건가? 하하하….

킴벌리(META): ……위치타.

위치타(META): 아, 미안. 농담이다.

위치타(META): 하타카제 META의 흔적은 있나?

킴벌리(META): 이 공간 안에는 있지만 구체적인 좌표는 탐지할 수 없어요. 분명 몸을 숨기고 있겠죠.

킴벌리(META): 하지만 공간 자체가 침식된 건 틀림없습니다. 전진전선과 대양연방의 군함들은 모두 '침식 구현체'로 바뀌어 있어요.

위치타(META): 과연. 아까 자살을 서두른 건 그런 이유였나.

킴벌리(META): 위치타. 기억 나나요? 분명 그날 '흉조 현상'이 나타났었죠.

킴벌리(META): 당시 우리는 그게 뭔지도 모르게 그저 '검은 용오름'이라고 불렀지만요.

위치타(META): …만약 이 공간에서 그때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것에 이르면, 어쩌면 이미 정해진 기록에서 새로운 진실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위치타(META): 이건… 기회일 수도 있어.

위치타(META): 한번 일어난 일은 바꿀 수 없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어.

위치타(META): 가령 그때 우리가 다른 행동을 하고 다른 선택을 했다면….

위치타(META): 보다 나은 미래에 도달했을지도 모르지…….

킴벌리(META): 그건 모르죠. 적어도… 저는 그 참극이 다시 눈앞에서 일어나는 걸 보고 싶지는 않아요.

위치타(META): 그건 동감이야. …그럼 시작해 보자.



 ~19. 별이 빛나는 밤

 

얼마 전. 사모스 섬.

알자스: 하나 궁금한 게 있어…….

알자스: '라플라스의 악마'가 그렇게 중요한 장비라면 왜 더 빨리 안전한 곳으로 옮기지 않았지?

플뢰레: 글쎄? 너무 커서 운반하기가 어려웠나?

알자스: '횃불' 함선들을 통해 탈취할 계획이었던 걸 보면 우리 수납 공간에 들어갈 만한 크기 아니었을까?

알자스: 함선이 할 수 있을 정도면 안티 엑스도 충분히 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브렌누스: 오히려 수송 중일 때가 더 위험할 수 있다.

브렌누스: 엄중하게 보호받는 물건을 빼앗는 가장 좋은 방법은 스스로 도망치게 하는 것이지.

지휘관: 오스타의 계획대로 '횃불' 함대에게 탈취당하기 위해 일부러 라플라스의 악마를 사모스에 남겨뒀을 가능성이 제일 높아.

플뢰레: 그럼 우리는 이제 뭘 하면 돼?

알자스: 알자스, 제안! 전진전선 함대에 연락해서 이게 다 대양연방의 함정이라고 밝히는 거야!

지휘관: 그건 힘들어. 전진전선에게 있어서 라플라스의 악마의 위협은 사활의 문제야.

지휘관: 아무리 함정이라고 밝혀도 쉽게 물러가지는 않을 거야.

지휘관: 게다가… 애초에 우리 말을 믿지도 않을 거고…….

미스 D: 그래! 차라리 오스타한테 연락해서 라플라스의 악마를 숨기자!

지휘관: 아니. 그러면 이번에는 박사들이 대양연방의 적이 되어 버려.

지휘관: 애초에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라플라스의 악마를 숨길 방법이 있었다면, 처음부터 횃불에게 탈취당한다는 계획을 세우지도 않았겠지.

지휘관: ……역시 방법은 하나밖에 없나.

플뢰레: 오! 대양연방과 전진전선의 함대를 모두 쓰러트리기?

에페: 그건 절대 아닐 거야…!

모가도르: 우리가 먼저 가서 라플라스의 악마를 탈취한다. 맞지?

지휘관: 응. 원래 여기 있지 말았어야 할 존재인 우리가 나서는 게 상황을 타개할 최선의 방법이야.

지휘관: (다만… 결국엔 안쥬하고 오스타와 같은 선택을 했네.)

지휘관: (이런 방법으로 과연 살릴 수 있을까…….)

지휘관: (아니, 망설일 시간은 없어. 일단 행동하고 보자.)

----

잠시 후.
다시 일행을 데리고 사모스 해양생물 연구소 근처까지 왔다.
무인화된 센티넬 유닛 외에 경비 인원은 일체 보이지 않았다.
안쥬 말대로 이곳은 연방이 쳐 놓은 함정일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

알자스: 싸우는 소리?

모가도르: 벌써 3시간이 지났으니까. 전선 함대가 사모스 섬의 안티 엑스 함대와 교전하기 시작했을 거야.

지휘관: 얼마 안 남았어. 횃불보다 먼저 라플라스의 악마를 확보해야 돼.

위치타(META): 응? 너희는….

지휘관: (잔불의 위치타? 역시 그녀들도 이 공간에 와 있었나.)

지휘관: (잠깐. '잔불'의 구성원 중에는 세계α의 생존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어. 그리고 '횃불'은 세계α에서 결성된 조직이고. 그리고 이름까지 비슷한 걸 보면….)

지휘관: ('횃불'이 다 타고 남은 건……?)

→ '잔불'은 원래 '횃불'이었나?

위치타(META): 하? 그게 인삿말이야?

위치타(META): 뭐, 틀린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정확하지도 않아.

위치타(META): 잔불은 횃불이 타고 남은 찌꺼기일 뿐이다.

위치타(META): 그걸 알고 또 연구소로 가고 있다는 건 너희도 현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아는 것 같군.

지휘관: 너희도 그래? 너랑 킴벌리도 세계α에서 이 사건을 겪은 거야?

위치타(META): ………그걸 왜 알려줘야 하지?

지휘관: 그래. 그럼 내가 말할게.

지휘관: 아까 안쥬한테서 연락이 왔어. 전진전선의 계획, 대양연방의 음모, 그리고 횃불의 목적까지 모두 알려줬지.

위치타(META): …안쥬가 너한테 연락을 했다고…?!

위치타(META): …왜 너한테 연락을 했는진 모르겠지만 박사는 지금 24시간 감시당하고 있어. 우리에게 연락하는 것조차 큰일이었는데.

위치타(META): 그런데 어떻게 사모스 섬에, 그것도 정확하게 너를 골라서 연락을 할 수 있지?

위치타(META): ……아냐. 그래도 횃불의 계획까지 알고 있다는 건…… 이상한데…….

위치타(META): 그래서… 너는 어쩔 거지? 선수를 쳐서 라플라스의 악마를 빼앗을 건가?

지휘관: 맞아. 이대로면 이 기록 속 공간도 원래대로 '죽음'에 삼켜질 테니까.

지휘관: …내 개인적으로도 횃불이 개입하지 않았으면 하고.

위치타(META): 정말 이상한 놈이군. …하지만 뭐, 공교롭게도 내 생각도 그래.

위치타(META): 걱정 마라. 횃불 함대는 오지 않아.

지휘관: ……오지 않는다고?

위치타(META): 그래, 안 와. 모두 이 해역을 떠나게 했어. 앞으로 일어날 일에 말려들지 않도록.

지휘관: 그럼 너희만으로 라플라스의 악마를 탈취하러 온 거야?

위치타(META): 하하하…. 그날은 결국 아무도 라플라스의 악마에 접근하지 못했어.

위치타(META): ……슬슬 시간이 됐군.

위치타(META): 그렇게 궁금하다면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함께 지켜보자고.

 

----

 

연구소를 뒤로 하고 잔불 일행과 함께 먼 바다를 바라봤다.
전진전선은 이미 인포서 함대의 방어선을 돌파했다. 선두 부대가 가시거리 안에 들어왔다.
그 때 수면 아래와 구름 위에서 매복 중이던 대양연방의 전력도 모습을 드러냈다.
장거리 정찰에 따르면 멀리 세 방향으로부터 더 많은 연방의 함대가 점점 포위망을 좁히고 있었다.
쌍방의 함대가 접촉했지만 교전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배도 전진을 멈추지 않았다.

위치타(META): 그날 엔터프라이즈는 우리를 여기로 데려왔지.

위치타(META): 연구소가 목전이었다. 이제 계획대로 라플라스의 악마를 탈취하면 이 우스꽝스러운 사건을 해결할 수 있었지.

위치타(META): 그리고…… 보다시피다.

그 순간 일식이 일어난 것처럼 주변이 어둠에 휩싸였다. 하늘이 일그러지고 뒤틀리면서 거대한 소용돌이를 만들어 갔다.
이어 바다를 휘감은 '검은 용오름'이 나타나 눈으로 보이는 속도로 퍼져 나갔다.

지휘관: 검은 용오름……. '흉조 현상'인가?

위치타(META): 그래. 흉조 현상이다.

위치타(META): 그때는 우리도 아무것도 모르고 그냥 '검은 용오름'이라고 불렀지.

위치타(META): 흥. 역시 원인을 모르겠어. 정말 순식간에 나타났군.

알자스: 지휘관! 용오름이 급속도로 퍼지고 있어! 곧 이쪽을 덮칠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흉조 현상에 휘말려서는 안 돼!

퀸 엘리자베스(META): 거기서 도망쳐! 지금 당장!

 

의문의 소리: ――――!

굉음과 함께 바닷속에서 고래가 튀어나와 먹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미스 D: 아아! 고래가 또 도망갔어! 엘리자베스! 빨리 남은 부분도 고정해!

퀸 엘리자베스(META): 벌써 하고 있어! 1분만 기다려!

미스 D: 응! 다들 내 주변으로 모여! 여기서 떠날 거야!

위치타(META): 흥. 그래, 얼른 가. 여기는 너희들에겐 너무 위험해.

지휘관: 너희는 안 가? META에게도 침식이 위험한 건 마찬가지잖아.

위치타(META): 그날의 우리는 약했어. 그래서 주의해야 할 일을 너무 많이 놓쳐 버렸지.

위치타(META): 하지만 지금은 달라.

위치타(META): 우리는 여기 서서 마지막을 지켜보겠어.

지휘관: …그래. 그럼 나도 남겠어. 미스 D. 다른 사람들을 데리고 가.

미스 D: 하아?! 그게 무슨 말이야, 조수!

모가도르: 지휘관?!

브렌누스: 너무 위험하다, 집검자!

지휘관: 괜찮아. 지름길로 가지 않아도 '죽음'의 개념을 통하면 다음 구역으로 갈 수 있는 거잖아?

지휘관: 위치타. 너희도 그렇게 해서 온 거지?

위치타(META): 그래.

미스 D: 하지만… 이대로 용오름에 찢기는 건 죽을 만큼 아플 거야!

지휘관: 하지만 그만큼 얻을 수 있는 정보도 있을 거야. 네가 고래를 찾는 것만큼 나에게도 중요한 일이야.

미스 D: 그, 그래……. 파이팅! 조수!

알자스: 안 돼! 지휘관이 남는다면…… 알자스도 남을래!

플뢰레: 플뢰레도!

에페: 에, 에페도……!

지휘관: 안 돼. 너희는 미스 D와 함께 가. 명령이야.

알자스: ……! 아, 알자스. 명령을 수행한다…!

엘리자베스가 준비가 됐다는 신호를 보내자 미스 D는 아이리스 함선들과 함께 사라졌다.
이제 해변에는 세 사람만이 남아 다가오는 용오름을 마주하고 있었다.

킴벌리(META): ……대답해 주세요. 당신은 어떻게 그렇게 많이 알고 있죠?

킴벌리(META): 우리의 비밀도, 안티 엑스의 비밀도……. 다 알고 있고….

킴벌리(META): 왜 우리는 당신에게 그리움을 느끼는 거죠?

킴벌리(META): 왜 엔터프라이즈는 당신에게 손을 대지 못한 거죠?

킴벌리(META): 왜…… 저도 당신에게 손을 댈 수 없는 거죠?

킴벌리(META): 당신은 대체…… 누구죠?

지휘관: 그건 나도 알고 싶어, 킴벌리.

지휘관: 그래서 이렇게 너희와 함께 남기로 한 거야.

킴벌리(META): 그렇…군요.

킴벌리(META): 그럼 다가오는 결말을 지켜봅시다. …같이.

 

더는 말이 없었다. 모두가 정해진 결말을 묵묵히 기다리고 있었다.
검은 용오름은 점점 강해져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기세를 올렸다.
그리고 마치 임계치를 돌파한 것처럼 중심부에서 검은 충격파가 터져 나왔다.
시야가 온통 검게 물들었다.
위치타와 킴벌리는 이미 쓰러졌고, 나도 육체와 정신의 고통에 시달리며 붕괴에 이르렀다.
무너져 가는 가운데, 어렴풋이 의식이 푸른 거품에 싸인 것 같았다.
검게 물든 하늘이 보였다. 불꽃과 연기가 보였다.
별똥별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아아. 이 얼마나 찬란한 밤인가――



 ~20. 자아의 종언
지휘관: 여기는… 전의 그 공간이네.

지휘관: 미스 D는 내가 길을 잃은 거라고 했는데…. 여기는 일종의 죽음의 틈새라고 해도 되는 걸까.

검은 용오름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 뒤 이 공간으로 넘어온 것 같았다.
푸른 거품이 여전히 내 의식을 감싸고 있어 사라지지 않게 하고 있었다.

 

???: ……또 오셨군요.

지휘관: ……….


→ 너는 누구지……?
???: 무의미한 질문입니다.

→ 여기는 어디지……?
???: 허무입니다.

→ 이곳에는 나 혼자뿐인가?
???: 네.


???: 그럼 이번엔 제가 묻겠습니다.

???: 방금 보고 온 광경은 허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아십니까?

???: 모든 것은 이미 정해져 있고, 모든 것은 환상이며, 모든 것은 언젠가 반드시 사라질 것입니다.

지휘관: 그래. 알고 있어.

???: 왜 몸부림치고, 왜 저항하고, 왜 괴로워하면서 죽음을 맞는 거죠?

???: 그 행동에 무슨 의미가 있나요?

지휘관: …진실이든 허상이든 나는 나야.

지휘관: '나'는 언제나 본심을 따르고, 자아를 견지하며, 내가 해야 할 일을 해.

지휘관: 의의는… 내가 알고 있다면 그것도 좋고, 아니면 남에게 맡겨도 상관없어.

지휘관: 내가 믿는 길을 가는 한, 항상 의미가 있는 거야.

지휘관: 그리고 얼핏 무의미해 보이는 일이라도 그것이 어떤 영향을 가져올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니까.

???: ……당신의 대답은 잘 들었습니다.

???: ……당신은 정해진 현실을 바꾸는 것에 대한 환상을 아직 품고 있군요.

지휘관: "현실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다. 믿어 의심치 않는 현실만이 진실이 된다."라고 누군가 최근에 그랬거든.

지휘관: 솔직히 무슨 말인지 잘 몰랐는데.

지휘관: 이제야 내 나름대로 답을 찾은 거 같아.

???: ……그 답은 '헛수고'입니까?

지휘관: 아니. “현실을 쉬이 진실이라고 인정하지 않는 것‘이야.

지휘관: 내 기억에 없는 일은 남에게는 ‘현실’이라도 내게 있어선 ‘진실’이 아니야.

지휘관: 만약 ‘현실’이 정해져 있다고 해도, 그걸 쉽게 ‘진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내게는 ‘진실’이 아니지.

지휘관: 어떤 환경에서든, 어떤 전제 조건이 붙든,

지휘관: 모두가 ‘진실’이라고 해도 나는 부정한다.

지휘관: 내가 직접 경험하고, 선택하는 현실만이 나만의 ‘진실’이기 때문이니까.

지휘관: ……그래서 나는 그것들을 바꾸기 위해 싸울 거야.

지휘관: 아무리 헛수고처럼 보여도, 결코 포기하지 않겠어.

----

 

빛이 사라지자 나무 그림자가 눈에 들어왔다.
나뭇잎 틈새로 스며드는 따스한 햇살, 꽃향기와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평화롭고 잔잔한 풍경이 계속 이어졌다.
나는 어느 소녀와 함께 벤치에 앉아 있었다. 둘 사이에는 과자가 담긴 작은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로드니: 으응……. 정말 좋은 곳이네요.

지휘관: 여기는 어디지?

로드니: 저한테 물어보시는 건가요…?

로드니: 이곳은 당신이 구성하고, 당신이 해석한 광경…….

로드니: 당신이 바라는 ‘끝’입니다.

지휘관: 내가 바라는… ‘끝’?

지휘관: 잘 모르겠는데….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왜 갑자기 이런 장소로…….

로드니: ……하지만 저는 이해했습니다.

로드니: 다녀오세요.

로드니: 당신의 전장으로 돌아가 헛된 저항을 하세요.


로드니: 당신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 ‘지휘관님’.



 ~21. 존재하지 않는 통신

 

빛이 사라지고 어둠이 짙게 깔렸다.
귓가에 엔진의 굉음이 울렸다. 사방에 선혈과 초연 냄새가 가득했다.

지휘관: (여기는 전장인가…? 그리고 내가 지금 서 있는 데는… 양산함?)

퀸 엘리자베스(META): 으아아아아아!? 너, 너 어디서 나타난 거야!!?

지휘관: 엘리자베스? ‘퀸즈 라이트호’에 있던 거 아니었어…?

퀸 엘리자베스(META): 퀸즈 라이트? 벨! 이 수상한 놈을 끌어내!

벨파스트: 알겠습니다, 폐하. ……쿨럭….

퀸 엘리자베스(META): 아, 잠깐! 괜찮아! 벨은 앉아서 쉬고 있어! 내가 어떻게든 할게!

지휘관: (뭔가 반응이 이상한데…….)

지휘관: (아까 사모스 섬처럼 어딘가의 기록을 보여주는 또 다른 공간인가? 그리고 이 엘리자베스는 기록 속의 엘리자베스고.)

지휘관: (…역시 열차에 있는 엘리자베스와는 통신이 되질 않는군.)

지휘관: (벨파스트가 부상을 입었어. …그리 낙관적인 상황은 아닌 것 같네.)

통신: ――

 

로드니: 폐하. ‘엑스’ 함대가 후퇴로를 막고 있습니다….

퀸 엘리자베스(META): ……규모와 타입은?

로드니: V급 의태수, 천 마리 이상의 의태물, 그리고 약 5평방 해리의 부착 구역입니다.

퀸 엘리자베스(META): 겨우 V급 따위에 고전하다니…. 내 함대만 멀쩡했다면…….

퀸 엘리자베스(META): ……항로를 수정해서 우회해. 무의미한 싸움은 피할 거야.

로드니: 네. 알겠습니다.

 

베아른(META): 엘리자베스 폐하. 적이 사방팔방에서 몰려오고 있습니다. 더 이상 우회할 시간은 없습니다.

베아른(META): V급 의태수 정도라면 제가 어떻게든 할 수 있습니다. 방금 전투에서 폐하의 함대가 입은 피해를 감안하면 이곳은 제게 맡겨 주십시오.

퀸 엘리자베스(META): ……돌파한다고 해도 사상자가 대량으로 나올 텐데?

퀸 엘리자베스(META): ……이렇게 하자. 내가 후방을 맡을 테니 너희는 그 사이에 우회해서 도망쳐.

베아른(META): ……설마 자결하실 생각이십니까?

퀸 엘리자베스(META): 이번 참패에는 내 책임도 분명히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러니…… 적어도 벌충은 하게 해줘.

베아른(META): 외람되오나 그것은 도피 행위에 불과합니다. 대국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베아른(META): ……아니, 폐하시라면 그 정도는 이미 알고 계시겠지요.

퀸 엘리자베스(META): ………….

퀸 엘리자베스(META): 200여 척의 군함과 100여 명의 함선으로 이루어진 대함대였는데… 이제는 30%도 안 남았어.

퀸 엘리자베스(META): 다른 전선도 상황은 비슷해…….

퀸 엘리자베스(META): 큭…….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모은 전력인데…….

퀸 엘리자베스(META): ……더는 아무도 죽게 하고 싶지 않아…….

벨파스트: 폐하, 안 됩니다.

 

넬슨: 로열 네이비가 여왕을 저버리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습니다.

넬슨: 송구하오나 폐하. 방금 명령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모가도르: …으…콜록……. 적의 상황 변화는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으니까…….

모가도르: 이건 엘리자베스의 책임이 아냐…….

 

알자스: 폐하, 포기하지 마! 같이 집에 돌아가기로 했잖아!

모가도르: 적의 숫자를 보면…… 뭐 피해는 최대 30% 정도로 통과할 수 있을 거야. 일시적으로 우회할 수는 있겠지만 포위망에 더 깊숙이 말려들지도 몰라….

 

뱅가드: 로열 네이비는 적이 보이면 반드시 싸운다.

뱅가드: 어떤 위기에 처하더라도 함께 맞서 나갑시다. 폐하.

로드니: 네, 폐하. 함께 포위망을 뚫어요!

퀸 엘리자베스(META): ………….

통신: ――――

통신기가 다시 울렸지만 이번에는 엘리자베스의 통신기가 아니었다.

안쥬: 조수군. 드디어 연락이 닿았구나.

지휘관: 안쥬…?

퀸 엘리자베스(META): 안쥬라고?!

안쥬: 어, 엘리자베스? 너 왜 조수군하고 같이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응? 갑자기 나타난 이 녀석이…… 네 조수라고?

안쥬: 그래.

퀸 엘리자베스(META): ……지금은 그렇다고 치자. 안쥬, ‘이사회’ 상황은 어때?

안쥬: 걱정 마. 다들 무사해. 흩어진 함대도 집결 지점으로 속속 도착하고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럼 다행이지만…….

안쥬: 그러니까 너희도 빨리 돌아와.

퀸 엘리자베스(META): 우리는…… 돌파 작전을 준비 중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아군 진영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서… 아마 가능성은 별로 없을 거야.

안쥬: …엘리자베스, 포기하지 마. 희망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어.

안쥬: 다음 전투에서 지휘권을 조수군에게 넘겨줄 수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이 갑자기 나타난 수상한 놈한테? 진심이야?

안쥬: 응. 조수군은 분명 너희를 승리로 이끌 거야. 난 확신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래, 믿어 줄게. 원래도 네 명령을 따르려고 했으니까….

안쥬: 자, 그럼 조수군.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봐. 뒤에 강력한 지원군도 오고 있으니까.

안쥬: 무사히 돌아오길… 기다릴게.

지휘관: 안쥬, 너…….

안쥬: 응? 왜 그래?

지휘관: …아무것도 아냐. 너도 조심해.

안쥬: 내 걱정은 안 해도 돼. 안전한 곳에 있으니까.

안쥬: 참. 절대로 부유전함을 떠나선 안 돼. ‘엑스’하고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도 금지야.

안쥬: …그럼 끊을게.

지휘관: (……이번 안쥬의 모습을 보면 대충 정체가 누군인지 짐작이 가는군.)

지휘관: (그래서 그때 나는 이곳에 나타나지 않았고, 안쥬도 연락을 하지 않았어.)

지휘관: (즉 이대로 놔두면… 이 함대에게는 ‘죽음’이라는 이름의 파멸만이 기다릴 뿐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안쥬가 그렇게 너를 신뢰하는 줄은 몰랐는데. …뭐, 좋아. 네 능력을 보여줘 봐.

베아른(META): 그럼 지휘관님. 첫 번째 명령은 무엇입니까?

지휘관: 각 함의 피해 상황과 가용할 수 있는 무장, 자원 상황을 가능한 한 빨리 취합해줘.

지휘관: 그동안 아직 싸울 수 있는 함선은 제1선, 양산함은 제2선으로 방어선을 펼쳐. 진형을 고수하면서 원군을 기다린다.

베아른(META): 진형을 고수? 전선은 이미 붕괴되었습니다. 원군 같은 건…….

지휘관: 안쥬가 있다고 했으니 있을 거야.

지휘관: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까지, 모두 포기하지 마.

베아른(META): 네. 알겠습니다.

명령을 받은 후 각 함은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나는 갑판에서 음침한 바다를 바라봤다.
먼 곳에서 거대한 폭풍이 몰아치고 있었다.

 

폭풍 아래에서 푸른빛을 발하는 유체 물질이 바다를 뒤덮고 있었다.
그 위로 무수한 개체들이 꿈틀거리며 요란하게 몰려다니고 있었다.

지휘관: 이게 바로 세계α가 마주했던… 그리고 우리가 앞으로 상대해야 할… 피할 수 없는 적…….

지휘관: ‘엑스’……드디어 만나는구나.



 ~22. 존재하지 않는 지원군
――――!!!

전투는 계획에 따라 치열하지만 안정적으로 진행되고 있었다.
지원을 맡은 부유함대는 맹렬한 화력을 쏟아내며 밀려드는 적을 산산조각 냈다.
이사회 함대의 전투력에 대해서는 저번에 컨스텔레이션의 보고서에서 읽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너무 과장이 아닐까 생각했지만, 실제로 보니까 보고받은 것 이상으로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실험장β의 현 전력으로는 양산함은 물론이고 주력함급 함대로 맞선다고 해도 순식간에 제압되지 않을까.
일선에 있는 함선들도 실험장β 함선들보다 출력이 월등했다.
가령 이곳의 알자스는 중파 상태고 의장의 주포도 1문밖에 사용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전투 능력은 실험장β의 온전한 알자스보다 훨씬 높았다.
왜 이런 차이가 있는지는 좀 더 관찰이 필요할 것 같다.

지휘관: (이사회 함대와 세계α의 함선들에 대해서는 일단 이쯤 할까.)

지휘관: (이제는 엑스를 중점적으로 알아보자.)

통신기: ――――

퀸 엘리자베스(META): 지휘관. 소규모 함대가 이쪽으로 접근하고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설마 이게 안쥬와 네가 말했던 지원군이야?

지휘관: (역시 지원은 있었어. 게다가 이렇게 빨리 도착하다니.)

지휘관: (정찰기가 보낸 화상에 따르면 지원군운…….)

지휘관: (위치타 META, 킴벌리 META, 그리고…… 미스 D?!)

잔불의 일격과 함께 남아 있는 엑스는 커다란 구체를 이루며 녹는 듯 수면 아래로 사라졌다.
일단 눈앞의 위기는 무사히 넘겼군.

미스 D: 으아아아앙~! 조수! 드디어 찾았다아아!

미스 D: 왜 이런 데 있는 거야!

미스 D: 엑스다아아! 엑스가 온다! 빨리 도망쳐 도망쳐 도망쳐!

위치타(META): 하아…. 엑스라면 이미 다 박살냈어.

위치타(META): 설마 못 봤냐?

미스 D: 박살내도 곧 다시 부활해서 돌아올 거야! 다음에는 이 정도로 안 끝난다구!

위치타(META): 넌 대체 누구 편이야?!

미스 D: 조수 편이다!

위치타(META): 그래 그래……. 네 조수 저기 있다. 얼른 가 봐.

미스 D: 말 안 해도 그럴 거야! 메롱이다!

→ 미스 D를 돌봐줘서 고마워
위치타(META): 흥. 아무튼 이걸로 끝난 거다. 이제 애 보는 일은 사절이야.

→ 여기서 만날 줄은 몰랐는데…
위치타(META): 그건 내가 할 말이야.

지휘관: 미스 D. 다른 사람들은 어디 있어? 여기는 아직 마르티리움이야?

미스 D: 킁킁. 이 공간의 개념은 아직 ‘죽음’이니까 아마 마르티리움 안일 거야.

미스 D: 하지만 여기는 열차가 전환된 공간이 아냐! 뭔가 다른 걸로 만들어졌어!

미스 D: 아무튼 엄청 복잡해!

미스 D: 조수 몸에 붙어 있던 위치 추적기로 겨우 찾은 거라고!

지휘관: 위치 추적기? 그런 건 언제 달아놨어…?

미스 D: 처음에 조수 침대에서 만났을 때! 나 똑똑하지!

퀸 엘리자베스(META): 하아…. 지원군이란 게 너희였을 줄이야.

퀸 엘리자베스(META): 너희 덕분에 아무런 사상자도 발생하지 않았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런데 너희는 다른 전선에 있었잖아? 어떻게 여기까지 온 거야? 그리고… 왜 그렇게 강해졌어?

위치타(META): 그건…….

위치타(META): 사정이 좀 복잡해서 한마디로 정리하기가 좀 그러네.

퀸 엘리자베스(META): 괜찮아, 이해해. 요 며칠 간 복잡하지 않은 일이 하나도 없었어. 이상한 일도 점점 많아지고.

퀸 엘리자베스(META): 아무튼 만나서 반가워.

퀸 엘리자베스(META): 너희가 와줘서…… 어쩌면 정말로 살아서 돌아갈 수 있을지도…….

위치타(META): 걱정 마. 반드시 살아서 돌아가게 해줄 테니까.

킴벌리(META): 응.

베아른(META): 지휘관님. 더 많은 부착 구역이 ‘고치’의 보호를 받아 부상하고 있습니다.

베아른(META): 규모는 이전의 15배로 추측됩니다. 아무리 지휘관님이 계서도 이 전력 차는 뒤집을 수 없을 겁니다.

퀸 엘리자베스(META): 역시… 이미 이 지역에 매복하고 있었구나…….

지휘관: 그럼 계획대로 돌파하면 돼. 모두 전투를 준비해.

지휘관: 돌파구는 잔불…… 어흠. 위치타와 킴벌리가 뚫는다. 진로가 확보되는 대로 전 함, 발진한다!

베아른(META): 저 둘만으로 괜찮겠습니까?

위치타(META): 충분해. 아까 싸움에서 우리 실력 봤잖아?

위치타(META): 흥. 여긴 우리에게 맡겨!



 ~23. 여왕의 죽음
――――!!!

‘엑스’라고 부르는 이 적들은 실로 다종다양하고 기묘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다.
부드러우면서도 단단한 몸체는 마치 게임에 나오는 메탈 슽라임과도 같았다.
흐르는 액체처럼 부드러웠고, 폭발로도 쉽게 찢어지지 않을 정도로 튼튼했다.
엑스의 유형은 크기와 외모에 따라 구별하는 것 같았다.
작은 것은 ‘의태물’, 큰 것은 ‘의태수’로 부르며, 전투력과 크기에 따라 여러 등급으로 나뉘었다.
한편 엑스가 침식하고 있는 영역은 ‘부착 구역’이라고 불렀다. 부착 구역은 수면뿐만 아니라 공중에도 존재했다.
부유전함이 고도를 너무 높이지 않고 적당히 부유 형태를 취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전장에서 엑스에게 격파된 양산함 잔해들은 엑스의 침식 대상이 되어서 무서운 속도로 재구성되었다.
따라서 지상에서도 같은 행동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엑스는 견고해 보이지만 격파 자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다만… 대형 엑스는 격파해도 그 조각이 각각 소형 엑스가 되어 버린다.
공격할수록 쪼개지고, 쪼개질수록 더 작아져서 ‘부착 구역’의 일부가 된다.
이렇게 부착 구역이 점점 두꺼워지면 그 안에서 다시 새로운 엑스가 태어나게 된다.

지휘관: (지금까지 위치타의 최대 화력을 받아낼 수 있는 엑스는 없었지만, 한편으로 위치타에 의해 소멸된 엑스도 없었어.)

지휘관: (이런 적을 상대로 대체 어떻게 싸워야 하지…….)

――――!!!

충격과 함께 부유전함이 한 차례 흔들렸다. 적의 공격이 실드에 스친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또 다른 전함은 방금 공격에 관통당해 비상 착수를 실시하고 있었다.

미스 D: 이 기운은… IX급 의태수?! 지금? 여기서!?

미스 D: 위험해 위험해 위험해! IX급은 잔불이 둘이 있어도 못 이겨!

미스 D: 이제 끝이다! 망했다아!

모니터를 통해 전방의 부착 구역에 푸른색 용오름이 나타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커다란 무언가가 떠다니고 있었다.

지휘관: 눈……?

미스 D: 바, 방금은 위험했어…. 우리 운이 좋네! 첫 번째 기습을 피하다니!

미스 D: 정면으로 맞으면 완전 끝장이야!

지휘관: 응? 이 공간에서 우리가 생물적으로 죽는 일은 없지 않아?

미스 D: 죽지만 않을 뿐이야!

미스 D: 죽음 말고도 널 없애버리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고!

미스 D: 저기 엑스 봤지?! 넌 저게 단순히 재현된 기록이라고 생각해?

지휘관: 아니야?

미스 D: 땡땡땡땡! 엑스는 엑스야! 진짜고 가짜고 없어!

미스 D: 저게 나타난 시점에서 이 공간은 끝이야!

미스 D: 엑스에 삼켜지면 너도 끝이야! 알겠어?!

미스 D: 그럼 빨리 나 붙잡아! 바로 도망칠 거니까!

지휘관: 지휘관으로서 함대를 버리고 도망칠 수는 없어.

미스 D: ……알겠어! 그럼 몇 번 정도는 내가 막아줄게!

미스 D: 많이는 못 막아!

미스 D: 정말로 버틸 수 없게 되면 강제로라도 끌고 갈 거야!

――――!!!

한 번, 두 번, 세 번…. IX급 의태수의 공격을 지휘함의 실드가 막을 때마다 배가 가라앉지 않을까 걱정될 정도로 맹렬하게 흔들렸다.

지휘관: (저 의태수는 분명 의도적으로 나를 노리고 있어.)

지휘관: (지휘계통을 노리는 건 알겠지만 어째서 저 한 개체만이 나를 공격하는지는 모르겠어.)

지휘관: (애초에 어떻게 내 존재를 안 거지? 혹시 저 의태수도 나처럼 원래 이 기록에 없었던 존재인가?)

지휘관: (여기 없었던 존재라고 하면… 잔불 두 명, 그리고 미스 D….)

지휘관: (그리고 데빌 일행도 있었어. 이건 그녀의 소행인가?)

지휘관: (아니, 잠깐만……. 누가 한 명 더 있어야 할 거 같은데….)

미스 D: 조수! 더는 못 버텨!

미스 D: 얼른 이리 와! 그대로 있다간 죽어!

지휘관: 저 IX급 의태수를 쓰러트릴 방법은 없어?

미스 D: IX급 의태수를? 내가??

미스 D: 고래가 없으면 못해!!

미스 D: 으아아아아 또 공격한다!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 와!

――――!!!

미스 D: 젠장! 늦었다!

미스 D: 바보 바보 바보! 하면 되잖아 하면! 이젠 나도 몰라!!

미스 D: 조수는 바보 멍청이이이이!!

미스 D가 갑판으로 뛰어나가는 것과 동시에 의태수의 공격이 실드를 깨부쉈다.
하지만 지휘함은 뚫리지 않았고, 미스 D도 다치는 일은 없었다.
공격은 미스 D에게 닿기도 전에 빗겨 나가 빛이 되어 사라졌다.

 

로드니: ……그다지 현명한 행동은 아니었습니다.

지휘관: 역시 여기 있었구나.

지휘관: 이 공간을 만든 것도 너지?

로드니: 네.

로드니: 왜 제가 당신을 도울 거라고 확신하셨죠?

지휘관: 왜냐면 넌 ‘로드니’니까.

로드니: ………….

로드니: …‘저’는 로드니. ‘우리’는 로드니입니다. 정식으로 ‘지휘관’이라는 존재에게 인사드립니다.

로드니: 관찰과 고민 끝에 ‘로드니’는 선택을 했습니다.

로드니: 허무라는 이름의 끝이 아니라, ‘로드니’는 당신의 ‘끝’을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로드니: 그러니 당신의 바람대로 이 허상을 바꾸겠습니다.

무중력감과 함께 시야가 급격히 올라갔다.


지금 이 순간, 전장의 전모가 내 눈앞에 펼쳐졌다.
엘리자베스와 위치타, 그리고 알자스 일행이 힘겹게 버티고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금빛 성당에서――
일행은 모두 고전을 거듭하고 있었다.

에페: 이, 이거나 먹어라――!!

――――!!!

 

데스 섀도우: ‘데스 이레이저’, 실행 개시.

데스 섀도우: 실행 준비 중 – 0%……10%……20%.

플뢰레: 듣자 하니 엄청 큰 기술 같은데!

모가도르: 그럼 충전을 막을 수밖에 없겠네…. 하아압――!!

――!!!

에페: 또 피했어…….

알자스: 알자스, 추가 공격!

데스 섀도우: ……30%……40%……50%.

알자스: 으으으……! 피하지 마!

브렌누스: 반격이 온다. 일단 물러서.

――――!!!

브렌누스: 까다롭군. 우리만으로는 이길 수 없어.

모가도르: 하지만 지휘관도 미스 D도 소식불통이야…. 방법이 없어…….

플뢰레: 도망쳐도 계속 따라오고. 끝이 없다구.

플뢰레: 모처럼 고래 등까지 올라왔는데 어떻게 하지?

알자스: 응? 알자스, 지휘관의 시선이 느껴져…. 너희는?

플뢰레: 알자스, 갑자기 무슨 말이야…?

플뢰레: 나는 아무것도…… 안 느껴지는데…?

알자스: 알자스, 확실히 느껴져. 지휘관이 먼 곳에서 우릴 지켜보고 있어….

알자스: 지휘관~! 알자스는 여기야~!!

빛 속에서 알자스는 힘껏 팔을 뻗었다.
나도 무의식적으로 그녀들이 있는 금빛 속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끝에 촉감이 느껴지기도 전에 무중력감이 단번에 사라졌다.
의식이 급속도로 하강함과 동시에 시야도 점점 좁아졌다.
곧 나는 지휘함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 절망의 바다에 무언가 변화가 생긴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전함 외부.

플뢰레: ……여긴 어디야? 어? 우리 왜 여기까지 날아온 거야?

모가도르: 데스 섀도우는 쫓아오지 않았나 봐. 킁킁……. 이 해역은….

모가도르: 그리고 앞에 있는 적들과 우리 뒤에 있는 함대…….

모가도르: 본 적도 없는 광경인데… 왜 갑자기 슬픈 감정이 드는 거지…….

플뢰레: 나도… 갑자기 울고 싶어졌어…….

브렌누스: 나도 느껴져. 마음속에서 치밀어 오르는 분노, 슬픔…….

에페: 으으으…….

알자스: 알자스도 잘 모르겠어……. 하지만 들려. 마음속에서 외치고 싶어하는 마음.

알자스: 알자스는, 뭘 해야 할지 알아! 전력을 개방한다!

베아른(META): 알자스…모가도르……? 이미 대파당하지 않았습니까…?

베아른(META): 어떻게 회복을… 그 몸에 깃든 빛은 대체……?

알자스: 괜찮아, 베아른. 알자스는 완전히 이해했어.

알자스: 아이리스의 기적, 인류가 감히 꿈꿀 수 없는 환상. 성좌 수호자 전함 알자스, 지금 재기동한다!

알자스: 사악한 존재에게 거룩한 심판을――!

----

한편. 그리 멀지 않은 곳.

리나운(META): 큭……. 리펄스, 괜찮습니까?

리펄스(META): 임계점을 넘는 것도… 그렇게 나쁘진 않네……. 콜록콜록.

리나운(META): 비콘은 아직 구원 요청을 보내고 있어요. 폐하께서는 아직 싸우고 계실 겁니다.

리나운(META): 리펄스. 조금 더 버틸 수 있겠습니까?

리펄스(META): 그럼! 빨리… 빨리 가야 돼.

리펄스(META): 폐하가 우릴 기다리고 있어……. 절대 늦으면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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