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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계유회 下

킹루클린 2024. 3. 4. 19:51

 ~25. 현자의 문
심판정 본부. 임시 지휘 본부

‘헬레나’가 구축한 전장 지휘 시스템 덕분에 원거리에서도 전세의 변화를 낱낱이 알 수 있었다.
그녀 말대로 살얼음은 함선들의 발을 묶을 수 없었다.
함재기의 기총소사나, 단순히 엔진의 출력을 올리기만 해도 얼음은 쉽게 깨졌다.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의 실력을 지금까지 만났던 META와 비교하자면 아마 샤른호르스트와 히류 사이라고 할까.
까다로운 상대긴 하지만, 아비터 본체와 같은 규격 외의 상대까지는 아니다.
동료들의 합동 공격으로 이변의 배후는 서서히 궁지에 몰리고 있었다.

지휘관: (일이 너무 쉽게 돌아가고 있어.)

지휘관: (왠지… 뭔가 이상한데…….)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후후후……아하하하하――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하하하하하하■■■■――


아까 귓가에 울렸던 웃음소리가 잊히지 않았다.
이번 전투에 사용된 통신망은 ‘헬레나’가 제공한 것으로, 세이렌이나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는 전혀 간섭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아까는 왜 그리 쉽게 해킹을 당한 거지……?

지휘관: (만약 정말로 우리 통신망을 마비시킬 수 있다면 큰일이야.)

지휘관: (얼른 헬레나에게 연락해서 보안 레벨을 올려달라고 해야겠어….)

통신: ―■――――■■■――

잠깐이지만 귓가의 노이즈에서 비슷한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젠장… 벌써 재밍을 시도하는 건가!

지휘관: 헬레나, 멤피스, 적의 공격에 대비를…….

지휘관: 불이… 꺼졌어…?

멤피스: 응? ……갑자기 모니터가 안 나오는데?

멤피스: 알제리― 미안한데 확인 좀 해줄래?

알제리:어머? 여기 설비는 매일 점검하는데 고장이 났을 리가 없는데…….

헬레나: 이거…… 기계에서 검은 기운이 흘러나오는데……?

클레망소: ……검은 기운?

클레망소: 이런…. 다들 기계에서 떨어져!

클레망소: 적의 공격이야! 알제리, 경보를 울려!

클레망소: 당장 이 건물을 봉쇄해야 돼!

알제리: 알겠어!

경보가 울리는 가운데 심판정 함선들은 클레망소의 지시 아래 탈출을 준비했다.
검은 기운은 점점 강해져 온 방에 퍼졌다.

지휘관: (틀림없는 적의 공격이다…. 하지만 대체 어떻게…?)

지휘관: (여기는 전장에서 만 킬로미터도 더 넘게 떨어져 있는데….)

검은 기운이 그 마수를 뻗쳤다. 시야가 점점 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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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이 몽롱한 가운데――희미한 풍경 소리가 들렸다.

 

 

새하얀 공간 끝에 문 하나가 조용히 서 있었다.

지휘관: …여기는 ‘별바다’에서 앵커리지와 함께 왔던 곳이야.

지휘관: 세계박람회에서 하이어로팬트와 싸웠을 때도 이 공간에 왔던 적이 있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입니까?!

지휘관: ……소비에츠키 소유즈!

→ (의장이 재구성 된 건가?)
→ (분명 남극에 있을 텐데?)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저입니다. 다행히 지휘관 동지가 확실한 것 같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대체 어떻게 된 일일까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각각 유럽과 남극에 있었던 우리가 동시에 기묘한 공간에 나타나게 되다니….

지휘관: 소유즈. 이리로 오기 전에 무슨 이상한 일은 없었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게…… META가 검은 충격파를 방출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 충격파로 아군 측 진형이 흐트러졌을 뿐 아니라 통신망도 마비되었습니다.

지휘관: 우리도야. 검은 기운이 흘러나와서 통신 설비를 고장 냈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리고 저희는 이곳으로 날아왔죠.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것도 적의 공격이 초래한 결과일까요?

지휘관: …아마 아닐 거야. 소유즈는 이 공간에 오는 건 처음이야?

소비에츠키 소유즈: 음……. 사실 아닙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남극 대륙에 막 도착해서 특수 광물을 만졌을 때 이 공간으로 날아온 적이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리고 저 문을 통과하자 이해할 수 없는 광경을 보게 되었죠.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께서는 와본 적이 있으십니까?

지휘관: 응. 여기는 아마 멘탈 큐브와 관련된 곳인 것 같아.

지휘관: 저 문 뒤에 있는 건 큐브에 저장된 정보겠지.

소비에츠키 소유즈: 큐브에 저장된 정보? 그렇다면 모두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까?

지휘관: 그래. 다른 세게… 다른 ‘가지’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

지휘관: 하지만 우리에게는 하나의 ‘가능성’일 뿐이지.

지휘관: 이 세계에는 이 세계만의 현실과 과거가 있으니까.

지휘관: 물론, 미래도.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

지휘관: 그럼 이제 여기서 나갈 방법을 찾아보자.

지휘관: 이곳의 시간 흐름은 현실과는 달라.

지휘관: 즉, 급할수록 돌아가도 상관 없다는 거지. 서두를 필요 없어.

지휘관: 우선은 문 너머로 한번 가보자.

 

 

 

 ~26. 남극의 꿈
소유즈와 함께 눈앞의 문을 밀어젖혔다.
화려한 궁전의 모습이 펼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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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먀티 메르쿠리야: 흐흥~ 흥흐응~♪

파먀티 메르쿠리야: 푸아그라~ 사슴 고기~ 로스트 치킨~♪

파먀티 메르쿠리야: 트러플~ 넛츠~ 수플레~♪

세바스토폴: 다녀왔어, 파먀티.

강구트: 흐음… 향긋한 냄새로군!

아브로라: 쿠우, 고생 많았어요. 후후후. 같이 만들까요?

파먀티 메르쿠리야: 에엥~ 괜찮아~ 거의 다 끝났어.

파먀티 메르쿠리야: 흐흥. 대신 말인데~

파먀티 메르쿠리야: 요리에 어울릴 만한 술을 아직 못 찾았거든~ 저장고에서 한번 찾아봐 줄래?

강구트: 호오? ‘여름 궁전’에서 술을 못 찾아서 고민인 건가?

파먀티 메르쿠리야: ‘어울릴 만한 술’이라고 말했잖아~!

파먀티 메르쿠리야: 오늘은 아이리스 요리를 준비했으니까 평소하고 다른 느낌으로 하고 싶다고.

강구트: 마실 수만 있다면야 다 좋지. 보드카 빼고!

세바스토폴: 그건 아니지!

파먀티 메르쿠리야: 그래! 그건 아니지!

파먀티 메르쿠리야: 그럼 세바스토폴, 오늘 연회의 술은 너한테 맡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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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문을 밀어젖혔다.
아름다운 초원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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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먀티 메르쿠리야: 아브로라, 임무 고생 많았어~

파먀티 메르쿠리야: 돌아왔으니까 이제 머리 좀 비우고 푹 쉬어~

아브로라: 감사합니다. 으응~ 여기 공기가 참 좋네요.

아브로라: ……하지만 쿠우. 막 먼길에서 돌아온 사람에게 승마는 좋은 휴식 방안이 아닌 것 같은데요…?

파먀티 메르쿠리야: 아하핫♪ 사실 서프라이즈를 보여 주고 싶어서 데려온 거야!

아브로라: ……서프라이즈?

파먀티 메르쿠리야: 이거 봐라~ 펑!

파먀티 메르쿠리야(개장): 짜잔~!

아브로라: 어머… 근대화 개장이네요! 기술이 성공한 건가요?

파먀티 메르쿠리야(개장): 보면 알잖아!

파먀티 메르쿠리야(개장): 쿠우가 바로 첫 번째로 개장에 성공한 함선이라구!

파먀티 메르쿠리야(개장): 대단하지♪ 대단하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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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 문을 밀어젖혔다.
불타는 바다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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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강구트…… 세바스토폴……….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왜…… 다들 어디 간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왜…… 나만 살아남은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왜…… 나를 구한 거야…….

목소리는 잠겼고, 눈물은 말라 버렸다.
소녀의 뒤에서 쌍두 수리 깃발이 불길 속에 천천히 타올랐다.
모든 것이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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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번째 문을 밀어젖혔다.
그곳에는 잔잔한 수면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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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아래, 상처 입은 배가 조용히 망을 보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녀가 누구인지 알아보지 못했다.
하지만 약간의 열정과 기쁨, 그리고 끝없는 추위와 외로움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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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섯 번째 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방금은…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의 과거입니까?

지휘관: 그런 것 같아. …그런데 방금 ‘배’는 대체…….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는 그녀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지휘관: 아니…….

소비에츠키 소유즈: 벌써 다섯 번째 문입니다. 계속 가실 건가요?

지휘관: 응. 왠지 모르게 마지막 문일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지휘관: 이제 이곳의 진실과 마주하게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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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 이곳은… 설마?

지휘관: 남극 대륙이군. 너희가 있었던 곳은 아니지만…….

다섯 번째 문 뒤에 펼쳐진 것은 뜻밖의 광경이었다.
누군가의 추억도, 기억도 아닌 남극 전역의 광경이 나타났다.
전장의 중심에 있는 것은 검은 기운에 둘러싸인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
그리고 멀리 익숙한 동료들의 그림자가 보였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마치 일시정지를 누른 영상처럼 완전히 멈춰 있었다.
나와 소유즈는 마치 방관자처럼 하늘 높이 떠 있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 이건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니까 멈춰 있는 거야.

지휘관: 너는… 저기 아래 있는 ‘파먀티 메르쿠리야’야?

파먀티 메르쿠리야: 당연히 아니지.

파먀티 메르쿠리야: 쿠우는 쿠우지만 저기 밑에 있는 사람은 아냐. 그리고 지휘관이 이미 알고 있거나, 앞으로 알게 될 어떤 쿠우도 아냐.

파먀티 메르쿠리야: 음, 뭐랄까…. 모든 ‘쿠우’가 모인 존재가 바로 나야.

파먀티 메르쿠리야: 이러면 알겠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당신은… ‘파먀티 메르쿠리야’라는 개념의 집합체입니까?

파먀티 메르쿠리야: 오! 역시 여기까지 온 만큼 머리가 좋네♪

파먀티 메르쿠리야: 뭐, 하지만 나도 태어난 지 얼마 안 돼서 아직 완전하진 않아.

소비에츠키 소유즈: 함선 ‘파먀티 메르쿠리야’는 예전부터 존재했는데,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겁니까…?

파먀티 메르쿠리야: 예전? 시간에 의미가 있어?

파먀티 메르쿠리야: 탄생에는 조건이 필요한 거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자연스레 이뤄지는 게 아냐.

소비에츠키 소유즈: …만약 여기서 당신을 쓰러트리면 어떻게 되는 거죠?

파먀티 메르쿠리야: 음…… 그건 나도 궁금하네!

파먀티 메르쿠리야: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너희는 쿠우를 쓰러트릴 수 없어. 쿠우도 너희를 쓰러트릴 수 없고.

파먀티 메르쿠리야: 그런 규칙이라고 해야 되나?

파먀티 메르쿠리야: 하지만 전투에 대해선 너무 걱정할 필요 없어.

파먀티 메르쿠리야: 너희도 보면 알겠지?

파먀티 메르쿠리야: 쟤는 이미 완전히 궁지에 몰렸어. 곧 결판이 날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 너희들이 돌아가면 이미 이겨 있을지도 모를걸?

파먀티 메르쿠리야: 그러니까 내버려 둬도 괜찮아!

파먀티 메르쿠리야: 그보다 쿠우하고 얘기나 하자!

파먀티 메르쿠리야: 나도 너희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많거든!

지휘관: 상관은 없지만 이거 하나만 확인하고 가자.

지휘관: 너는 ‘적’이야?

파먀티 메르쿠리야: 엄밀히 말하면 어느 편도 아니야.

파먀티 메르쿠리야: 쿠우도 쿠우만의 생각이 있다고♪

파먀티 메르쿠리야: 함께하면 친구, 방해하면 적! ……같은 느낌?

파먀티 메르쿠리야: 아무튼, 너는 대체 누구야?

지휘관: …아주르 레인의 지휘관?

파먀티 메르쿠리야: 아주르 레인의 지휘관이라는 건 당연히 알지~!

파먀티 메르쿠리야: 내 말은 네 신분이 아니라 너라는 존재는 대체 누구냐는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 어쩐지 굉장히 그리운 느낌이 드는데… 기억이 안 나.

파먀티 메르쿠리야: 보다시피 나는 아직 완전하진 않지만, ‘파먀티 메르쿠리야’인 건 확실해.

파먀티 메르쿠리야: 그런데 기억이 안 나는 일이 있다니, 웃기지 않아?

파먀티 메르쿠리야: 뭐, 지휘관도 아마 모르겠지~

파먀티 메르쿠리야: 그런데 그럼 지휘관은 왜 여기까지 왔어?

파먀티 메르쿠리야: 미리 말하는데 쿠우가 데려온 건 아니다? 나한테는 아직 그럴 힘이 없어.

지휘관: 네가 아니라고? 난 분명 검은 기운이 덮친 후에…….

지휘관: 잠깐. 풍경 소리 안 들려?

파먀티 메르쿠리야: 뭐? …풍경? 뭐야 갑자기?

지휘관: 그게…….

귓가에 풍경 소리가 들렸다.

지휘관: 잠깐――아직 묻고 싶은 게――!

----

눈부신 빛이 눈앞에서 계속 흔들리고 있었다.

지휘관: (이번엔 뭐야……. 빛? 전구… 케이블?)

지휘관: (돌아온 건가….)

멤피스: 지휘관! 드디어 깨어났구나!

베스탈: 다행이에요… 바이탈 사인은 이상 없는데 계속 깨어나지 않으셔서….

베스탈: 기분은 어떠세요? 어디 불편하진 않으신가요?

지휘관: (검은 기운 때문에 기절했던 건가…?)

지휘관: 여긴 어디야…?

헬레나: 심판정 안 의무실이야.

지휘관: 내가 얼마나 기절해 있었던 거지?

멤피스: 30분 정도!

지휘관: 다행이네…. 그리 길진 않아서.

멤피스: 지휘관! 자기 몸부터 걱정해야지!

클레망소: 뭐, 그 정도로 말할 수 있는 걸 보니 벌써 몸은 괜찮나 보네?

지휘관: 클레망소. 지휘 본부는 괜찮아?

클레망소: 걱정 마. 상황은 잘 정리됐으니까.

지휘관: 남극의 전황은?

클레망소: 그쪽도 잘 마무리됐어. 마침 소유즈한테 연락이 와 있어.

지휘관: 일반 회선으로…?

클레망소: 비밀 회선으로~ 이번에는 정말 안 들었으니까 걱정 말고~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휘관 동지. 저희의 승리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드로이드의 소멸을 확인했고, 아비터의 침략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모두 당신의 계획, 지원, 지휘 덕분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번 작전은 각 진영이 일치단결하여 공동의 적에 대처하는 좋은 선례가 되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북방연합을 대표하여 지휘관 동지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당신이 어떤 선택을 하든…

소비에츠키 소유즈: 북방연합은 당신의 힘이 되어, 당신과 함께할 것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럼 승리의 축하연에서 뵙기를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의 패배로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남극에서의 싸움은 우리의 승리로 끝났다.
소유즈의 말대로 남극 대륙은 최악의 상황을 모면했다.
하지만 남은 의문도 많다.
본체와의 연결을 끊은 옵저버, 큐브의 기억 공간, ‘파먀티 메르쿠리야’의 개념 집합체…….
갑자기 들린 풍경 소리, ‘헬레나’가 나를 돕는 진짜 속셈…….
‘서광 계획’도 그렇고… 모르는 것이 아직 산더미처럼 많다.
오늘 밤도 잠 못 이루는 밤이 될 것 같다…….

 

 

 

 ~27. 과거에서 보내는 인사
남극 대륙
작전 해역
30분 전

――――!!!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으으……. 아직도 움직이다니….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설마 방금 게 아무 효과도 없을 줄이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역시 한 번 '녀석'의 침공을 막아낸 실험장이구나. 힘도 잠재력도… 만만치 않아….

소비에츠키 소유즈: …당신의 패배입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런가 보네. '재조각' 시간도 끝났고.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쿠우, 완전 패배―!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뭐 상관 없어. 여기까지 왔으니 나는 만족해.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런 결말로 만족하십니까?

소비에츠키 소유즈: 당신이 했던 말과 행동을 계속 곱씹어 봤지만,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처음에는 당신이 저를 설득… 혹은 세뇌해서 계획에 협조하게 하는 게 목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남극 대륙에 들어오자마자 아무 위화감 없이 우리의 인식에 녹아든 것을 생각하면, 당신은 충분히 그럴 능력이 있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하지만 당신의 설득은 힘을 갖추지 않았고, 인식 간섭도 스스로 해제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 후 벌어진 전투에서, 당신은 저희가 묻지도 않았는데 적극적으로 '서광 계획'에 관한 정보를 대량으로 제공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언행에 모순이 너무 많아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당신의 진짜 목적은 대체 무엇입니까? 왜 우리 세계에 찾아온 거죠?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글쎄~ 그냥 너희를 만나고 싶었을지도 모르고, 그냥 내 심정을 토로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고….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어쩌면 잠시나마 '희망'의 따스함을 느끼고 싶었던 걸지도 모르지…?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아무튼, 지금 너희의 승리가 '녀석'의 패배를 의미하는 건 아냐.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구~

소비에츠키 소유즈: ……무슨 뜻입니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3가지 목적', 기억나?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이번에 당신이 온 목적은 3가지라고…….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열심히 싸워! 정신 똑바로 안 차리면 진짜 죽을 테니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래도…….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만약에 너희가 위기를 극복하고 무사히 살아남는다면~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쿠우처럼 비참한 과거를 짊어지고 동료들의 소망을 떠맡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쿠우는 그 애하고는 근본적으로 달라. 굳이 말하자면 '숙적'일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하지만 소유즈라면…… 분명 그 애를 도울 수 있을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러니까…… 그 애를 잘 부탁해.

소비에츠키 소유즈: ……제가 당신을 도울 이유가 있습니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엥~! 그치만 쿠우, 너희하고 싸울 때 완전 살살 때렸고, 정보도 많이 줬고, 같은 북방연합이라고 해도 귀여움에 몰빵한 그쪽 쿠우하곤 달리 나는 엄청 강하기까지 하니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어때? 그럼 들어줄 거지?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좋습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그럼 열심히 발버둥쳐봐!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너희의 미래, 그리고 북방연합과 러시아 제국을 위해서!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쿠우, 계속 계속 멀리서 지켜보고 있다가……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언제든 틈을 봐서 찾아올 테니까!



 ~28. 은계회유

 

아이리스. 성도
아주르 레인 임시 시설
다음 날 아침

예감은 적중했다.
승리의 기쁨이 채 가시기도 전에 사방에서 세이렌의 습격 보고가 물밀듯이 올라왔다.
SA해역을 시작으로 인도양, 태평양에서도 세이렌 함대가 대거 출몰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정보에 따르면 세이렌은 전력을 모두 남극해로 집중하고 있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의 패배로 유폐됐던 옵저버가 힘을 되찾은 것 같았다.
남극에는 아직 드로이드가 꽤 남아 있으니 세이렌은 드로이드 퇴치를 우선할 것으로 보이지만,
그렇다고 세이렌이 혼전 속에서 우리를 봐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남극에 있는 전 함대에 철수 명령을 내렸다.
연합 함대는 안전해역까지 함께 이동한 뒤, 해산하여 각 진영으로 복귀하게 될 것이다.
처리도 끝났으니 이제 '헬레나'와 논의해 봐야 할 때다…….

----

 

눈앞에는 여전히 찬란한 은하수가 있었다.

헬레나(META): ……슬슬 올 거라고 생각했어.

지휘관: 그 광물에는 특수한 효과 같은 건 없었어.

지휘관: 당연히 큐브의 치료에도 사용할 수 없고, 애초에 생산이 멈췄으니 이제 얻을 수도 없어……. 넌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헬레나(META): 맞아.

지휘관: 그러면 소유즈가 그 광물을 만진 후에 생긴 변화는 대체 뭐지?

헬레나(META): 옵저버가 만든 일종의 장치였어. 제한을 해제해서 너희를 믿게 만든 거야.

지휘관: 그럼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가 언급했던 '재조각'과는 별개의 장치라고 봐도 되나?

지휘관: 더 알고 있는 게 있어?

헬레나(META): '재조각'은 META화의 특수한 단계일 뿐이야. 위험하고 불안정하니까 너무 깊게 알 필요는 없어.

헬레나(META): META화 하면서 성격이 바뀐 아이들을 몇 번 봤었지?

헬레나(META): 왜 성격이 바뀌었는가. 애초에 그렇게 된 에너지와 정보는 어디에서 온 것인가를 알아내면 어느 정도 이해하기 쉬울 거야.

지휘관: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가 검은 충격파를 발산했을 때 나도 지휘 본부 안에서 검은 안개를 맞았어.

지휘관: 그리고 큐브의 기억 공간 속으로 들어가 '파먀티 메르쿠리야'의 개념의 집합체하고 만났지.

지휘관: 조금 얘기하다가 풍경 소리와 함께 쫓겨나고 말았어.

지휘관: 생각해 보면 그 공간에 들어간 것도, 풍경 소리를 들은 것도 처음이 아닌데 나는 아직도 아는 게 전혀 없어.

지휘관: 계속 네게 물어볼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긴 한데….

헬레나(META): 음. 내가 옆에서 같이 본 게 아니니까 어떻게 말을 해줄 수가 없네….

헬레나(META): 나중에 기회가 되면 같이 가보자.

헬레나(META): 어차피 '태양'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으니 이번이 마지막은 아닐 거야.

지휘관: 태양…? 새러토가도 태양 얘기를 했었지….

지휘관: 태양 활동이 활발해진다는 건 뭘 의미하는 거야?

헬레나(META): 개념적으로 말하면 '엷어진다'는 거고, 엷어진다는 건 곧 '섞이기 쉬워진다'는 거지.

헬레나(META): 이건 위험이자 기회야.

헬레나(META): 미안. 지금은 이렇게밖에 말할 수 없어. 때가 되면 다 알려 줄게.

헬레나(META): 지금은 눈앞의 문제에 집중할 때야.

헬레나(META): 파먀티 메르쿠리야 META가 마지막으로 남겼던 경고 기억하지? 

지휘관: 하이어로팬트가 다시 온다는 거야?

헬레나(META): 이 '가지'는 지금 끊임없이 위협받고 있어.

헬레나(META): 그 아이는 3가지 목적을 언급했고, 아직 2가지가 남았어.

헬레나(META): 조심해, 지휘관.

헬레나(META): 이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29. 불청객

 

아이리스. 심판정 본부
??? ???
사건 종료 후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흥흐흥흐흥~♪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했잖아~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어디 보자~ 목표는 이 건물의 지하 던전에 있을 거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찾는 데 시간이 꽤 걸리겠네….

클레망소: 어머. 멋대로 남의 집에 들어오다니 이거 안 되겠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너는… 심판정의 클레망소?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흐응~ 내가 여기 올 줄 알았나 보네?

클레망소: 목적을 알아내는 거야 쉽지. 물론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는 모르겠지만.

클레망소: 뭐, 네가 그 정도로 쓰러질 거라곤 생각도 안 했고…….

클레망소: 사전에 충분히 준비를 해놔서 다행이네.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응? 너희…….

알제리(META): 후후후. 뜻밖이라는 표정이네.

라 갈리소니에르(META): 그렇게 손님이 되고 싶다면 우리가 제대로 대접해 줄게!



 ~30. 희미한 별

 

아이리스. 성도
북방연합 대사관
사건 종료 후

아브로라: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지휘관: 소유즈가 중요한 얘기가 있다고 그러던데.

아브로라: 네. 남극 대륙 밑에 있는 저희의 벙커, '현자의 고리'에 관한 내용이에요.

아브로라: 저번 작전에서 소유즈가 지휘관님께 제공해드린 정보는 사실이지만, 몇 가지가 빠져 있었습니다.

아브로라: 그래서 지휘관님께 완전한 자료를 전달해 달라는 소유즈의 부탁이 있었어요.

지휘관: 완전한 자료…….

지휘관: 단순히 종말을 대비한 벙커가 아닐 줄은 알았지만, 그 밖에 또 뭐가 있었어?

아브로라: 네. 그곳의 진짜 역할은… '지자기'와 관계가 있습니다.

아브로라: 자세한 내용은 여기에 나와 있으니 마음껏 보셔도 괜찮아요.

아브로라: …단 원본 반출은 삼가 주세요. 그리고 이 자료에 관한 것도 저와 소유즈, 지휘관님만의 비밀로 부탁드립니다.

지휘관: 북방연합 내에서도 극비의 극비라는 거야…?

아브로라: 네.

지휘관: 알겠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을게.

아브로라: 이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휘관님.



 ~31. 뜻밖의 패배

 

인도양 어느 곳
사건 종료 후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칫… 심판정에 저런 비장의 패가 있을 줄은 몰랐다구.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마르코 폴로 구출은 다음 기회를 노릴 수밖에…….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당분간은 여기의 하층 단말들을 약화시키는 데 집중해야지!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퓨리파이어의 본체는 이 근처에 있을 텐데…….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퓨~리파이어의~♪ 본체는~♪ 어디 있을까~요~♪

히류?: ………….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이건 뭐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장기말…?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왜 여기에 장기말이 있지?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퓨리파이어가 남극 쪽을 지원하러 갔다고 해도,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설마 자기 본체를 지키는 데 딸랑 장기말 하나만 두진 않았을 텐데?

히류?: …….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먼저 한 발 실례~

―――!!!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얼른 처리하고…… 꺄아아악!?

―――!!!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저, 적습…!?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이 정도의 위력이라니…. 대체 누구야?!

 

소류(META): ………….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얘…, 얘는 또 뭐야!?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어디서 튀어나왔지……?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이런 말은 못 들었다구……!

파먀티 메르쿠리야(META): ……실험장β, 무서워…!

―――!!!



 ~32. 행복한 여왕 폐하

 

??? ???

퀸 엘리자베스(META): "『남극 전역 작전 보고서』-임플래커블"….

퀸 엘리자베스(META): 아까 벨파스트가 보낸 게 이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잘도 이렇게 재미있는 일을 했네.

퀸 엘리자베스: 흐흥. 이번에도 제대로 해냈네.

퀸 엘리자베스: 그래야 바로 이 퀸 엘리자베스의 하인이라고 할 수 있지!

퀸 엘리자베스: 흐흥. 이미 로열의 모든 함대는 지휘관에게 전적으로 협력하라고 벨파스트한테 전해놧어!

퀸 엘리자베스(META): ……그 다음은?

퀸 엘리자베스: 그 다음?

퀸 엘리자베스(META): ……흐응.

퀸 엘리자베스: 그 얼굴은 뭐야!

퀸 엘리자베스(META): 네가 언제까지 여기 있을지 궁금해서.

퀸 엘리자베스(META): 물론 내가 먼저 초대하긴 했지만….

퀸 엘리자베스(META): '미스 D'도 만났고, 질문도 실컷 했고. 이제 남아 있을 이유가 없잖아?

퀸 엘리자베스(META): 원래는 그 메이드가 널 데리러 온 줄 알았는데….

퀸 엘리자베스: 흥. 기왕 왔으니 내킬 때까지 계속 있을 거야!

퀸 엘리자베스: 너희의 다음 '사냥'에 나도 데려가 주겠어?



 ~33. 귀환

 

중앵 본섬
미카사의 저택
사건 종료 후

즈이카쿠: 으아아아 피곤해애애……. 이번 임무는 엄청 길었네…….

즈이카쿠: 그래도 드디어 집에 돌아왔어!

즈이카쿠: 나가토 님이 무슨 일로 급하게 부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즈이카쿠: 뭐 어차피 나도 보고할 게 많으니까.

(똑똑)

즈이카쿠: 쇼카쿠 언니~ 미카사 대선배~ 나가토 님~! 다녀왔어~!

즈이카쿠: …….

즈이카쿠: ……아무도 없나?

즈이카쿠: ……집을 잘못 찾은 건 아니지?

즈이카쿠: 단체로 어디 나가셨나…?

통신: ―――

즈이카쿠: 신호는 가는데 아무도 안 받네……?

즈이카쿠: 대체 무슨 일이지……?



 ~34. 약속대로
버뮤다 해역. 어느 곳

키로프(META): ――무사히 도착했나.

키로프(META): 생각보다 더 까다로웠어.

키로프(META): 아비터 놈들은 대체 무슨 일이길래 '가지' 외곽에 저렇게 방어선을 쳐 놓은 거지….

키로프(META): 보아하니 이 실험장은 아직 문제가 없는 것 같은데.

키로프(META): 설마 '그 녀석'은 이미 아비터에게 쓰러진 건가?

키로프(META): 그렇다면 내 수고도 덜겠지만….

키로프(META): 아니, 아직 행동을 개시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어.

키로프(META): 우선은 정보를 수집하고, 좀 더 지켜보자.

키로프(META): 저건… 제국의 쌍두 수리가 아니라 곰이잖아?

키로프(META): 보러 가볼까…….

키로프(META): ……아니, 역시 그만 두자.

키로프(META): 그래. 모두들…….

키로프(META): ……'태양'의 활동이 활발해지고 있어.

키로프(META): ……얼른 마치고 떠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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