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연회 준비
아이리스. 성도
대회의장
개최 전날
리베치오: 응! 책상도 의자도 배치 완료!
니콜로소 다 레코: 오호… 대단해! 책상 위 비품들도 가지런히 놓여 있어!
리베치오: 자로 확실히 재서 놨으니까!
니콜로소 다 레코: 과연… 그래서 이렇게 각이 딱 맞는구나!
리베치오: 사디아의 접대 실력을 보여주려면 이 정도는 해야지!
리베치오: 근데 레코 선장. 아직 일 다 안 끝났어!
리베치오: 진영 회의가 끝나면 연회장에서 만찬이 있대!
리베치오: 그래서 연회장도 제대로 준비해 놔야돼!
마에스트랄레: 응. ……연회장 쪽이 더 중요하니까 적당히 해서는 안 돼요.
마에스트랄레: 특히 식재료는…… 일정이 촉박해서 트리에스테 씨가 직접 현지 구매하러 가셨어요.
마에스트랄레: 무사히 다 사오셔야 되는데…….
니콜로소 다 레코: 음… 근데 레코 선장,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니콜로소 다 레코: 사디아가 주최하는 회의인데 왜 개최지가 아이리스야?
니콜로소 다 레코: 사디아에서 열었으면 식재료 조달에 문제가 생기지도 않았을 텐데.
리베치오: 확실히 이상해! 똑똑한 마에스트랄레는 왜 그런지 알아?
마에스트랄레: 그게… 외교적 고려, 겠죠? 저도 잘은 몰라요…….
비토리오 베네토: 후후후. 개최지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복잡한 이유가 있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아이리스는 장소를 제공하고 비용의 절반을 부담했지만, 주최권은 사디아가 가져갔죠.
비토리오 베네토: 결과적으로 손해 본 장사도 아니에요.
마에스트랄레: 그렇구나….
니콜로소 다 레코: 베네토 씨! 돌아왔구나!
비토리오 베네토: 네. 막 세부 일정 조정이 끝나서 준비 상황을 좀 보러 왔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후후.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장식들도 사디아의 위광을 잘 드러내고 있네요. 다들 고생 많았어요.
통신: ―――
리토리오: 베네토. 여기는 문제 없어. 그쪽은 어때?
비토리오 베네토: 방금 전에 트리에스테에게 연락을 받았어요. 아이리스의 도움으로 식재료 구매도 문제 없다고 합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내일 만찬은 걱정 안 해도 되겠어요.
비토리오 베네토: 회의장 준비도 거의 마무리되었고요.
비토리오 베네토: 각 진영의 손님들에게 사디아의 위광이 깃든 멋진 대접을 선보일 수 있을 거예요.
리토리오: 그거 다행이군. 여차하면 비행기로 식재료를 실어 보낼 생각까지 했었는데.
리토리오: 그나저나 베네토. 내일 주최자 개막 연설 준비는 잘 되어 가나?
비토리오 베네토: 주최자…연설…….
비토리오 베네토: (작게) 맞다…. 개회식 때 연설을 하기로 되어 있었죠….
비토리오 베네토: 저기… 아직 퇴고가 안 끝나서… 호호….
리토리오: 하아…. 걱정시키지 말라고….
리토리오: ……금방 돌아올게. 기다려!
~02. 오로치
??? ???
옵저버: ……역시. 이 '가지'를 찾은 아비터는 3명이 다가 아니었어.
옵저버: 아비터 엠프레스III…. 잘도 숨겼구나.
옵저버: 그래도 결국 인내심 대결은 내가 이겼나봐.
옵저버: 이 가지의 사상에 관여한 이상, 더는 그림자로는 돌아갈 수 없어.
옵저버: 물론 내가 운용할 수 있는 자원은 관리 단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어설픈 짓만 안 하면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어.
옵저버: 이제 드디어 계획을 계속 진행할 수 있겠어――
아카기: ………옵저버?
옵저버: 오랜만이야, 아카기. 요즘 어때? 잠은 잘 자고? 밥도 잘 먹고?
아카기: ……이런 한밤중에 무슨 일인가 했더니…. 잡담이나 하자고 부른 거면 끊을 거야.
옵저버: 후후후. 남에게 부탁해 놓고는 그런 태도로 나오기야?
아카기: …부탁? 어머, 계속 소식 불명이라 다 없었던 일로 된 줄만 알고 있었지.
아카기: 그리고 내 기억이 맞다면, 우리는 서로 이용하던 사이였을 텐데?
옵저버: 잠깐 사라졌던 건 불가항력 때문이었어.
옵저버: 그리고 이용이라고 하지만, 나는 '특이점'을 열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상관 없어. 꼭 네가 아니더라도.
옵저버: 하지만 너는 아니지. 내 '자원' 없이… 네 소원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아카기: ……….
옵저버: 그런 밉살맞은 표정 짓지 마~ 나도 허투루 시간이나 보내는 건 아니니까. 이거 봐.
아카기: ……자료?
옵저버: 너희 중앵 말로 하자면… '진법도'라고 할까?
옵저버: '와타츠미'의 힘을 내가 만든 '신목' 시스템으로 증폭시키고 싶은 거지? 이게 바로 그 조작 설명서야.
옵저버: 아니면 그간 마음이 바뀌어서 무사시와 함께 만든 그 장난감에 희망을 거는 거야?
옵저버: 그건 입문이라 하기에도 모자라. 이건 말야, 아카기. 내가 너만을 위해 맞춤 제작한 거야.
옵저버: 사양하지 말고 받아.
아카기: ……그래. 그럼 사양하지 않겠어.
옵저버: 그런데 작전명은 정했어?
아카기: 아직 그런 것까진 생각 안 했어. 그런데 왜?
옵저버: 아직이라면 '오로치'는 어때?
아카기: ……'오로치'? 또 무슨 악취미 같은 일이라도 꾸밀 셈이야?
옵저버: 그런 거 아냐. 우연히 데이터베이스에서 본 이름일 뿐이야.
아카기: 오로치……. 야마타노오로치…….
아카기: 후후후… 좋아. '오로치'라는 이름으로 하겠어.
옵저버: 그래그래. 그 장난감에서 오리진 큐브를 꺼내서 코어 시스템에 넣어. 어느 나무인지는 알고 있지?
아카기: 두말할 필요…….
아카기: ……준…비……포석…….
아카기: ……출발……….
통신: ―――――
옵저버: 아카기?
옵저버: 아카기, 왜 그래?
통신: ―――――
옵저버: 하아?
옵저버: 재밍이라고?
옵저버: 아카기가 사용하는 건 내가 준 장비인데?
옵저버: 내 장비가, 내 실험장에서 재밍을 당했다고?
옵저버: ――――말도 안 돼…!!!!
~03. 쉬는 시간
아이리스. 성도
대회의장
저녁 무렵
황혼의 빛이 창밖으로 쏟아져 들어올 무렵. 길고도 길었던 회의는 겨우 일단락되었다.
잠시 휴식을 취하기 위해 곧바로 연회장으로 가지 않고 잠시 건물 복도를 거닐었다.
그렇게 휴게실 밖 발코니까지 오게 되었다.
멤피스: 석양이 비치는 아이리스의 성곽은 정말 풍경화 같네.
멤피스: 지휘관. 회의하느라 고생 많았어.
지휘관: 너도 하루 종일 회의장에 갇혀 있느라 고생 많았어.
멤피스: 하하하……. 그렇지 뭐….
멤피스는 살짝 지친 듯 웃으며 '서기'라고 적혀 있는 목걸이를 가리켰다.
멤피스: 내 소임이니까.
멤피스: …이거 접시에 있었던 사과야. 달콤하고 싱싱해 보이는데 지휘관도 어때?
지휘관: 고마워. 그런데 지금은 당분보다는 뇌를 자극할 수 있는 레몬 같은 게 더 필요할 것 같아….
멤피스: 아하하…. 지휘관이 제일 피곤할 테니….
멤피스: 각 대표들이 연이어 발언하긴 했지만 뭔가 수확이 없었어…. 서로 다른 얘기만 하는 거 같아서 골치가 아프네.
지휘관: 그래. 원래는 아이리스의 '아주르 레인' 복귀에 관한 내용이었을 텐데….
지휘관: 이 간단한 문제가 이렇게까지 복잡해질 줄이야….
멤피스: '레드 액시즈'가 가만히 있을 리 없잖아.
멤피스: 아이리스의 복귀에서 갑자기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의 합병 건으로 얘기가 확 뛰었지….
지휘관: 본래의 '아주르 레인' 재결성…. 상층부의 진짜 노림수는 이거였을지도 몰라.
지휘관: 지금껏 세이렌이 '대본'을 이용하여 양 진영 간의 분쟁을 유발하는 음모를 꾸며 왔다는 사실이 널리 밝혀졌으니,
지휘관: 세이렌의 뜻대로 계속 대립할지의 여부는 충분히 이번 석상에서 논의할 수 있는 화두였어.
지휘관: 이 회의는 사디아가 제안하고 아이리스가 공동 주최한 회의야.
지휘관: 적어도 이 두 진영은 합병을 지지하는 쪽으로 의견이 일치한다고 할 수 있지.
멤피스: 그래도 리슐리외는 심판정 얘기도 있는데 사디아에 주최권을 넘겨주다니 좀 놀랐어.
멤피스: 다른 진영들을 보자면….
멤피스: 유니온은 합병에 찬성이지만 로열과 북방연합은 태도가 살짝 애매하고….
멤피스: 동황은 항상 그랬다시피 "모든 진영의 의견을 존중하며 대화를 통한 평화적인 문제 해결을 지지한다."라는 스탠스고.
멤피스: 레드 액시즈도 의견이 단일되지는 않았지.
멤피스: 사디아는 지지하지만 중앵은 반대하는 입장이고.
멤피스: 철혈은 애매한 태도를 견지하면서 속내를 숨기는 것 같고….
멤피스: 정말이지, 대체 언제쯤 끝날지 모르겠네….
지휘관: NA 해역 소탕 작전 이전의 분위기로 되돌아간 느낌이야.
멤피스: 응… 나도 그래.
멤피스: 그때도 회의만 끝없이 이어졌었는데…….
지휘관: 멤피스는 연합 합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멤피스: 응? 내 의견?
멤피스: 물론 진영이 일치하고 단합하는 것보다 더 좋은 건 없지.
멤피스: 하지만 이 단합은 형식적인 게 아니라 실질적이어야만 해.
멤피스: 형식적인 동맹이라면 결국 서로 내빼기만 할 거야. 그렇게 서로의 발목을 잡고 오히려 약해지는 결말이지.
멤피스: 지휘관이야말로 어떻게 생각하는데?
지휘관: 나도… 똑같아.
지휘관: 진영 간의 간극이 없는 통일된 연합이 되었으면 하지.
지휘관: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설령 합병이 이루어진다고 해도 실질적으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거야.
지휘관: 동상이몽했었던 옛 아주르 레인의 길을 답습하겠지.
지휘관: …역시 책상머리에서 논의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어.
지휘관: 상황을 타파하려면 뭔가 외부의 계기를 만들어야 하는데…….
멤피스: 계기 말이지…. 그럼 이건 어때?
멤피스가 단말기를 통해 자료 하나를 건네주었다.
지휘관: ……응?
지휘관: '거짓 신' 사건 사후 보고. 아이리스 심판정 함대 근황에 대한 보고서……?
멤피스: 응. 모든 일이 끝나고 상황을 정리하던 중에 조금 이상한 점을 발견했어.
멤피스: 지금 아이리스와 사디아가 왜 갑자기 통일 전선을 이뤘는지, 그 이유를 설명해 줄지도 몰라.
멤피스: 그리고 이게 지휘관이 말한 '계기'가 됐으면 좋겠는데.
지휘관: …흠. 이게 사실이라면 조금 시간을 들여서 자세히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
지휘관: 우선은 시간이 늦었으니 연회장으로 가자.
멤피스: 응. 이번에 사디아가 만찬에 엄청 공을 들였다고 하던데.
멤피스: 얼른 가보자!
~04. 반상 외부의 조력
??? ???
눈앞에 은빛 찬란한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지휘관: (……분명 방금 전까지는 침대에 있었는데.)
지휘관: (이건 꿈인가….)
지휘관: (아니면… 의식이 또 어디론가 납치된 건가….)
헬레나(META): 정답은 1번이자 2번이야.
헬레나(META): 오랜만이야, 지휘관.
지휘관: '헬레나'?
헬레나(META): 응. 당신의 '헬레나'야.
지휘관: 지중해 때는 고맙다는 말도 못했네. 그때 도와줘서 고마웠어.
헬레나(META): 천만에. 할 일을 했을 뿐이야.
헬레나(META): 그나저나… 꿈이라고는 하지만 정신 개입을 당했는데도 편안해 보이네.
헬레나(META): 사실은 좀 더 놀랄 줄 알았는데?
지휘관: 뭐,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니까….
지휘관: 네가 날 해치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아니까, 당연하지.
헬레나(META): …응. 난 절대 지휘관을 해치지 않아.
헬레나(META): 본론으로 들어갈게.
헬레나(META): 네가 모르는, 하지만 무척 가까운 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어.
헬레나(META): 이 전투에 관한 건 지금의 네가 알 필요가 없으니까 생략할게.
헬레나(META): 원래라면 좀 더 일반적인 연락 방법을 사용했겠지만, 그 전투의 영향으로 이런 조심스러운 방법을 취할 수밖에 없었어.
헬레나(META): 아무튼…… 네가 전하고 싶은 게 있어.
헬레나(META): 데이터 전송 모드, 실행――
헬레나 주변에 푸른 빛이 떠올랐다가 순식간에 부서지면서 파편이 되어 내 쪽으로 밀려왔다.
지휘관: 이건……?
헬레나(META): 특수한 정보 전달 방식이야. 물론 이것도 안전을 위해서고.
헬레나(META): 피하지 말고 받아줘.
헬레나(META): 이것만은 네가 반드시 알아야 해.
푸른 빛이 시야를 가렸다.
그러자 머릿속에 문득 어느 장면이 떠올랐다.
지휘관: 남극 대륙에서 차세대 의장 연구의 돌파구가 될 수도 있는 특수한 광물이 발견되었다.
지휘관: 이 사실을 알게된 상층부는 함대를 파견했고, 현재 남극으로 향하는 중이다…….
지휘관: 함대 지휘자는 새러토가. 작전명은… '프로즌 엔젤'.
지휘관: ……나는 전혀 몰랐어.
헬레나(META): 어쩔 수 없지.
헬레나(META): 새러토가는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아 보여도 렉싱턴에 관한 일이라면 물불 안 가리니까.
헬레나(META): 지휘관은…… 어떻게 생각해?
지휘관: 상층부와 아주르 레인의 지휘관은 지휘 계통이 달라서 필요에 따라 관할 함대를 동원할 수 있어.
지휘관: 하지만… 이건, 뭔가 잘못된 거 같아.
지휘관: 특수 광물의 진위 여부와 출처는 둘째 치고.
지휘관: 나를 포함해 각 진영이 모여 갈등을 매듭짓고 연합을 재건하려는 시점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건 도저히 우연으로 보이지 않아.
지휘관: ……이건 오히려 세이렌이 도발을 감행하는 방식이야.
지휘관: 만약 유니온이 이 광물을 독점하는 데 성공하고 옵저버가 다른 수단을 이용해 이 소식을 퍼트린다면, 진영 간 새로운 혼란의 씨앗이 퍼지게 되는 거야.
헬레나(META): 내 생각도 마찬가지야.
헬레나(META): '아주르 레인'의 재결성… 그건 나도 찬성해
헬레나(META): 아무튼 정보는 줬어. 앞으로 지휘관이 어떻게 행동하든 나는 너를 지지할 거야.
헬레나(META): 그 전투의 결말에 따라 이 실험장β(베타), 즉 네가 있는 '가지'의 운명이 정해질 거야.
헬레나(META): 생각할 일이나 하려는 일이 있으면 빨리 하도록 해.
지휘관: ……꽤 심각한 상황인가봐?
헬레나(META): 맞아. 후후후.
헬레나(META): 그럼 잘 자, 지휘관. 남은 시간은 좋은 꿈 꾸길 바라.
~05. 어둠 속 맹약
다음날. 아주르 레인 임시 시설 밖.
눈부신 아침 햇살을 바라보며 나도 모르게 하품을 했다.
어젯밤 일 때문에 생각을 거듭하다 결국 뜬눈으로 밤을 새우고 말았다.
지휘관: 오늘은 휴회기에 망정이지….
지휘관: "남은 시간은 좋은 꿈 꾸길 바라"라니… 잘도 그러겠다.
지휘관: 뭐 됐어. 어떻게 해야 할지는 대충 다 생각해 놨으니.
지휘관: 행동으로 옮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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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성도
심판정 본부
어느 곳
안내를 받아 아이리스의 암부 조직, 심판정 본부 지하로 왔다.
어느 설계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공간…….
클레망소: 어머 지휘관. 심판정 본부에 어서 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까지 온 거야?
지휘관: 너라면 이미 짐작했겠지?
지휘관: 그게 아니라면 이런 은밀한 곳으로 안내하진 않았을 테니까.
클레망소: 설마. 그냥 보안상의 이유로 그런 거야.
클레망소: 좋든 나쁘든 지휘관의 행동은 이목을 끌기 마련이니까. 만약 아이리스에 있는 동안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다른 진영 아이들에게 설명할 방법이 없는걸.
지휘관: 서로 모르는 사이도 아니고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자.
지휘관: 우선 내가 심판정을 의심하고 있는 건 아니라는 사실 하나는 확실하게 해둘게.
지휘관: 아무튼 '거짓 신' 사건 이후 너희 함대의 동향 말인데….
클레망소: 후후후. 멤피스 양은 능력은 뛰어나지만 상상력이 너무 풍부하다니까.
클레망소: 심판정 함대는 어디까지나 마르코 폴로에 맞춰주기 위해 움직였을 뿐이야.
클레망소: 단적으로 말하면 그냥 연기지.
클레망소: 결코 수상한 무언가는 없었어. 후후후.
지휘관: 하지만 의심을 산 건 사실이야. 다행히 그 보고서를 읽은 건 나뿐이고, 다른 사람에게 알릴 생각은 없어.
지휘관: 물론 너와 심판정을 위협하려는 것도 아니야.
지휘관: 단지 2가지만, 나를 도와줬으면 해.
클레망소: ………….
클레망소: …그날 박람회장에서도 너는 우리를 믿어줬었지.
클레망소: 좋아. 나도 당신을 믿겠어. '그녀'를 보러 가도 좋아.
클레망소: 두 번째로 원하는 건 뭐지?
지휘관: 철혈과 북방연합으로 정보를 하나 퍼트려줘.
지휘관: 정보원은 없어. 하지만 신빙성은 있어야 돼. 방법은 네게 맡길게.
클레망소: 듣자하니 재미있는 일을 계획하고 있구나, 지휘관.
클레망소: 그래, 알겠어. 심판정의 '업무 능력'은 널 실망시키지 않을 거야.
클레망소: 좀 더 자세한 사항을 들려줘. 지휘관――
~06. 백의 선수
아이리스. 성도
북방연합 대사관
회의 개최 3일 후
소비에츠키 소유즈: 파먀티 씨, 아브로라 씨. 회의하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결과는 이미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조급해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 그치~ 결국 아무것도 진행되지 않았네~
아브로라: 외교 협정만을 의존해서 한번 깨졌던 동맹을 재건하려 하다니. 사디아 제국은 여전히 너무 순진하네요.
아브로라: 아주르 레인이 갈라졌던 것은 세이렌의 사주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념 간의 갈등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아브로라: 이 문제는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않았어요.
아브로라: 설령 임시 협정이 무사히 체결된다고 해도 그것이 진정한 단결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아브로라: 결국은 제2의 분열 사태가 벌어지겠죠.
아브로라: …차라리 현재의 체계를 철저하게 무너트린 다음, 다시 일어서는 것이……
소비에츠키 소유즈: 심판정의 극비 통신 회선을 사용하고 있다지만 절대로 도청되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아브로라 씨.
아브로라: 아…….
파먀티 메르쿠리야: 어흠!
파먀티 메르쿠리야: 근데 설마 아이리스가 이렇게 순순히 개최 장소하고 비용을 제공할 줄은 몰랐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네. 다만 '순순'하다고 치부하기는 좀 그렇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현재 통일 아이리스의 소속 문제는 양 진영에서 매우 까다로운 사안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대로 방치하다간 더 심각해질 수밖에 없어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아이리스는 회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음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회의의 결과는 오히려 부차적인 것입니다.
파먀티 메르쿠리야: 그럼 이 회의가 진짜로 변화를 가져올 거라고 믿는 진영은 사디아 혼자인 거야?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거야 뭐, 사디아니까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하지만 모든 진영이 대표를 파견해 그들의 체면을 세워줬으니 '거짓 신' 사건으로 잃은 위광도 어느 정도는 되찾을 수 있었겠죠.
소비에츠키 소유즈: 아브로라 씨, 파먀티 씨. 희의 쪽은 조금만 더 부탁드립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 이상 의논해도 결론은 나지 않겠지만, 유종의 미는 거두어야 합니다.
아브로라: 네. 여기는 저희에게 맡겨 주세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리고 한 가지 유의해야 할 정보가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크론시타트가 최근 심판정 내 통신망에서 '남극'이라는 단어가 언급되는 빈도가 급격히 증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아이리스가 남극에 보유한 연구 시설이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철혈이 그곳에서 무언가를 발견하여 심판정에 은밀히 전달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미 남극에 주둔 중인 우리 병력들에게 조사를 부탁했습니다. 두 분은 심판정과 철혈의 동향에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아브로라: 남극……. 알겠습니다. 저희도 조사해 볼게요.
~07. 흑의 후수
태평양. 철혈 부유섬 요새
비스마르크: 또 남극인가….
페터 슈트라서: 그래. 옵저버의 흔적이야.
페터 슈트라서: 조사에 따르면 옵저버의 본체는 SA해역, 태평양 중심부, 지중해, 남극해 이 넷 중 어느 한 곳에 있어.
페터 슈트라서: 하지만…… 옵저버는 오랫동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
페터 슈트라서: 지금까지 직접 전투에 나선 적이 없어서 정보가 압도적으로 부족해.
페터 슈트라서: …그 치밀하고 교활한 성격으로 미루어 볼 때, 인적이 드물고 다른 대양과도 연결되어 있는 장소에 본체를 두었을 가능성이 가장 높아.
페터 슈트라서: 그렇게 산출한 곳이 남극해… 바로 이곳이야.
페터 슈트라서: 그런데 경이 말했던 "또"는 무슨 의미지?
비스마르크: 사실 나도 '남극'에 대한 묘한 정보를 들었거든.
비스마르크: 심판정에서 북방연합과 유니온이 최근 남극을 둘러싸고 무언가를 꾸미는 것 같다는 연락을 받았었어.
페터 슈트라서: 그쪽도 옵저버의 본체를 찾는 건가?
비스마르크: 아마 아닐 거야.
비스마르크: 인근 과학 연구소에 조사를 부탁했더니, 남극 산맥의 얼음층에 비정상적인 융해 현상이 발생했다는 연락이 왔어.
비스마르크: 그리고 그 안에서 기묘한 광물을 발견했다더군.
비스마르크: 회수한 샘플을 분석해 보니 그 광물은 우리의 의장과 공명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고―
비스마르크: 이를 이용하면 의장의 출력과 전투 효율을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 같아.
비스마르크: ……그 말을 마지막으로 현지와의 연락이 두절되었어.
페터 슈트라서: 연락 두절…?
페터 슈트라서: 유니온과 북방연합도 그 광물을 노리고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페터 슈트라서: 그래도 그들이 우리를 적대할 이유는 없어.
비스마르크: 내 생각도 그래. 애초에 진영 회의가 열리고 있는시점에 굳이 그런 일을 할 이유도 없어.
비스마르크: 변수 하나를 던져서 진영 간의 분쟁을 유발하는 이런 수단은…… 옵저버가 좋아하는 방식이지.
페터 슈트라서: 옵저버…. 확실히 옵저버와 관련이 있을 수도 있겠어.
페터 슈트라서: 그런데 정말로 옵저버의 본체가 남극해에 있다면 유니온과 북방연합 함대가 위험하지 않을까?
비스마르크: 페터. 당장 함대를 편성해서 남극의 연구소로 가줘.
비스마르크: 현지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을 해야 할 거야.
페터 슈트라서: 알겠어.
~08. 현룡재전
고풍스러운 혼천의. 값비싼 천문 망원경. 손으로 그린 천체도. 홀로그램으로 투영된 우주.
시대적 착오감을 자아내는 각종 가구와 도구들.
마치 고전 박물관에 들어갔더니 관장이 모던팝 패션 스타일이었다는 것에 버금가는 장면이었다.
이셴: 여전히 독특한 분위기네요.
환창: 칭찬 고마워. 여기 차 한 잔 받아. ……오늘은 뭘 물어보러 왔어?
이셴: 최근 일어난 일들에 관해 묻고 싶습니다.
환창: "일"…?
이셴: 네. 천하의 일입니다.
환창: 흠……. 내일은 날씨가 맑아. 햇빛도 맑고, 바람은 없어.
환창: 산책이나 이불 건조 하기 좋을 거야.
이셴: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이셴: 집에 안 가고 천상대에 계신지 오래되셨잖아요? 내일 이불 좀 말려드릴까요?
환창: 아직 괜찮아. ……당분간은 돌아갈 생각도 없으니 두 번 일할 필요 없지.
환창: …농담은 이쯤 하자. ……여기 반년 간의 태양 활동을 기록한 표야.
환창: 대략적이지만….
환창은 글씨가 빼곡히 적힌 공책을 꺼내어 이셴에게 보여줬다.
이셴: 음…. 태양 활동이 점점 활발해지고 있네요.
이셴: 동황의 해안선을 덮고 있던 '폭풍'도 반년 전부터 약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두 가지 일이 관련이 있다고 보시나요?
환창: 확증은 없어. 하지만 태양 활동이 활발해진 덕에 폭풍에 대한 분석도 탄력을 받고 있어.
환창: 머지않아 동황 함대는 폭풍을 돌파할 수 있을 거야.
이셴: 드디어 우리의 항로를 사용할 수 있게 되는군요…….
환창: 그래. 젠하이 일행이 박람회에 한번 가는 것도 무척 힘들었잖아.
이셴: 그나저나 젠하이는 왜 독단적으로 그런 행동을 했을까요…?
환창: 난 너하고 같은 생각이야.
이셴: …저는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요?
환창: 이미 다 알아.
환창: "화는 복을 입고 오고, 복은 화를 입고 온다. 누가 그 끝을 알겠는가?"
-역주) 노자 『도덕경』 58장, '화혜복지소의 복혜화지소복 숙지기극(禍兮福之所倚 福兮禍之所伏 孰知其極)'
환창: 아닌가?
이셴: 아뇨. 맞습니다.
이셴은 공책을 들고 천상대를 떠나려 했다.
환창: 벌써 가는 거야?
이셴: 네. 또 협의해야 할 일이 있어서요. 아직 하실 말씀이 남았나요?
환창: 어젯밤에 점을 쳤는데 들어 볼래?
이셴: ……어떻죠?
환창: "청룡은 뇌화에 갇히며, 주작은 구천에 추락한다."
이셴: …알겠습니다. 협의가 끝나면 그에 맞는 준비를 하겠습니다.
환창: 그래. 그럼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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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판정 비밀 시설.
트렌토: 추기경. 꿈이… 바뀌었어요.
클레망소: 어떻게 변했어?
트렌토: 빙하 위에서 소라고둥이…… 노래하고 있어요.
클레망소: ……지휘관이 옳았어. 침략자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어….
클레망소: 남극도 이 일과 관련이 있다면… 그저 동료들이 무사하길 기도할 수밖에.
트렌토: 저희는 어떻게 하면 좋죠…?
클레망소: 할 수 있는 일을 다 하고 나서는, 기다릴 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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