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유럽의 휴일
아이리스 교국. 수도.
아주르 레인 임시 지휘 시설.
「거짓 신」 사건이 끝난지 3주 후.
넓은 공간. 호화로운 가구. 푹신한 카펫, 그리고 갓 구운 과자…….
임시 지휘실이라기보다는 최고급 호텔 객실 같았다.
아이리스가 합병을 선언한 이후, 곧바로 이들이 어떤 식으로 아주르 레인에 복귀할 것인가가 화두에 올랐다.
진영간 절충을 위해 리슐리외는 지휘관의 파견을 강력히 요청했고――
그래서 나는 대관식이 끝난 이후로도 이렇게 계속 유럽에 머무르고 있었다…….
지휘관: 뭐, 절충이라고 해도 대부분은 사교적 행사 참석이지만.
지휘관: 업무라기보다는 오히려 휴가 같은 기분이네…….
지휘관: 휴가…. 전에도 이렇게 느긋하게 지냈던 적이 있었는데….
지휘관: 아마 학생 시절이었었나…….
지휘관: 그 때는 뉴저지와 새러토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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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어느 곳.
아주르 레인 특별군사학원
과거.
새러토가: ――이상이 함재기 의장 모듈에 대한 소개야! 음… 수업 끝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았네.
새러토가: 자! 교과서 제7장을 펴세요~
새러토가: 항모의 전투지원설비를 설명하기 전에 먼저 항모 편대의 작전 전술을 소개할게♪
새러토가: 오늘은 살짝 훑어 보기만 할 거니까 방학 중에도 예습 잊으면 안 돼!
지휘관: "……항공모함. 거함거포주의와는 확연히 다른 공격 방식을 실행할 수 있는 군함……."
지휘관: "……항공모함의 등장으로 인해 대양의 하늘은 더 이상 세이렌의 것이 아니게 되었다……."
지휘관: "……항공모함은 그 특성상 단독 작전보다는 여러 척의 항모를 편성하여 운용하는 경우가 많다……."
지휘관: "……항공모함을 중심으로 하는 기동함대에 호위함대를 동반시키면 그 장점을 더욱 발휘해 배 이상의 효과를 낼 수 있다……."
지휘관: 과연 대단한 전법이군.
새러토가: 흐흥! 지휘관 눈썰미 좋네!
새러토가: 맞아. 항모가 바로 미래야♪
뉴저지: 하지만 전함이 훨씬 장갑도 두껍고 주포 위력도 강하지?
뉴저지: 반면에 항모의 갑판은 한 대라도 맞으면 함재기를 회수할 수 없잖아.
뉴저지: 게다가 손실된 함재기를 바로 보충할 수도 없고, 세이렌의 중장갑 상대로는 화력이 부족해 보이고…. 역시 거함거포가 좋지~
새러토가: 뉴저지 학생. 새러토가의 수업 제대로 안 들었지?
새러토가: 교과서의 머릿말과 첫 장을 다시 한 번 읽어봐!
새러토가: 흥! 뉴저지의 의장이 아직 보강 중이지만 않았으면 새러토가가 훈련장에서 제대로 가르쳐 주는 건데!
뉴저지: 그치만 내 의장의 보강 방향은 더 두꺼운 장갑과 대구경 화포인걸.
뉴저지: 그리고 전함이 항모에 대해 공부한다고 도움이 될까?
새러토가: 분함대를 지휘하게 되면 쓸 수 있어!
새러토가: 애초에 여기는 전술 지휘를 가르치는 학교라구! 왜 왔는지 목적을 잊으면 안 돼!
뉴저지: 아― 별로 오고 싶어서 온 건 아닌데……. 그치만 미주리가…….
새러토가: 그럼 미주리한테 알려줘도 돼?
뉴저지: 그건 봐줘! 열심히 공부할 테니까!
새러토가: 하아……. 벌써 시간 다 까먹었잖아…. 그럼, 교과서――
그 순간 종이 울렸다.
뉴저지: 수―업―끝―방―학―이―다!
새러토가: ……그래 그래. 이번 학기 수업은 여기까지~
새러토가: 놓고 가는 물건 없게 잘 챙기고 다들 방학 잘 보내고 와♪
(똑똑)
렉싱턴: 새러토가. 아직이니…?
새러토가: 언니! 끝났어 끝났어! 얼른 가자~!
렉싱턴: 후후. 오늘 중으로 유니온으로 돌아갈 거야. 하지만 그 전에 근사한 레스토랑을 예약했단다.
새러토가: 와아! 완전 좋아! …근데 비행기 시간은 괜찮아?
렉싱턴: 괜찮아. 전세기니까 우리가 도착해야만 뜰 거야.
새러토가: 역시 언니! 그럼 빨리 출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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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휘관: ……새러토가가 훨씬 선생님다웠던 시절이었지….
지휘관: 산호해의 그 전투 이후로 모든 게 변해버렸어.
지휘관: ………….
지휘관: II형 의장 기술로 요크타운의 재활에 성공했으니 렉싱턴을 치료하는 것도 시간문제라고 생각했어.
지휘관: 하지만…… II형 의장을 보급하려고 노력했지만 생각보다 별 성과는 없었어.
지휘관: 렉싱턴은 아직도 차가운 생명유지장치 안에 누워 있고…….
지휘관: 「별바다」에 있는 동료들의 연구가 무사히 진행되기를 바라야지.
지휘관: 렉싱턴. 내가 반드시 구해줄게.
~02. 또 하나의 엘리자베스
경면해역 아발론의 문 「카멜롯」
퀸 엘리자베스: 아발론의 문 3번째 아치까지 모두 강화 완료.
퀸 엘리자베스: 다음은 증축된 구역이네――
워스파이트: 폐하…. 슬슬 바깥에 얼굴을 비치셔야 할 것 같습니다. 행사 초대장이 책상을 무너뜨릴 지경입니다….
퀸 엘리자베스: 그럼 책상을 늘려!
퀸 엘리자베스: 워스파이트. 지금은 훨씬 중요한 일이 있어!
퀸 엘리자베스: 아발론의 문의 위험 요소를 완전히 배제할 때까지 아무데도 안 갈 거야!
퀸 엘리자베스: 응! 절대 안 가! 아무데도!
퀸 엘리자베스: ……어디까지 했더라…? 방어 시스템을 설치할 「레드 로즈 블록」, 「화이트 로즈 블록」, 「시슬(Thistle) 블록」…….
밸리언트: …뱅가드. 엘리자베스 님은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거야?
뱅가드: 아이리스의 대관식 이후부터였을까요? 후드 님이 그렇게 되신 후부터 조짐이 있긴 했지만요….
퀸 엘리자베스: 뱅가드!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 으으으……. 다 클레망소 때문이야….
퀸 엘리자베스: 하아…. 됐어. 다음은 카멜롯 성을 대신할 중추 시설, 「크라운 오브 퀸」….
퀸 엘리자베스: 모두 완성되면 문의 방어는 완벽해….
퀸 엘리자베스: 워스파이트. 볼일 끝났으면 그만 돌아가.
퀸 엘리자베스: 업무가 꽤 밀렸지? 밸리언트. 네가 대행하도록 해.
밸리언트: 후후후~ 엘리자베스 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죠~♪
워스파이트: 폐하……. 나중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퀸 엘리자베스(META): 흐응. 꽤 재미있는 방어 장치네.
퀸 엘리자베스: 다른 사람들이 나간지 얼마 안 됐는데 벌써 말해도 괜찮아?
퀸 엘리자베스(META): 괜찮아. 너 말고는 아무도 내 목소리를 못 들으니까.
퀸 엘리자베스(META): 역시 엘리자베스야. 설마 몇 주만에 이렇게까지 하다니.
퀸 엘리자베스(META): 하지만 앞으로 너희에게 닥칠 위험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나저나 과학 수준이 이렇게나 낮은 「가지」가 지중해에서 그렇게 큰 일을 일으키다니.
퀸 엘리자베스(META): 그 때 허공에 쏟아진 빛은 다른 가지에 있던 나조차도 관측할 수 있었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렇기 때문에 너희 세계가 더 위험한 무언가에게 주시되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지.
퀸 엘리자베스(META): 보통은 바로 리셋 절차를 밟는 세이렌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 건 좀 의외지만…….
퀸 엘리자베스(META): 오히려 이 가지에 회생 불능 판정을 내리고 포기한 걸수도 있으니 좋은 일만은 아니네.
퀸 엘리자베스(META): 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이곳의 로열과 그 동맹을 포함한 모든 인력, 물자 등을 안전한 가지로 이동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기보다는 슬슬 탈출 계획을 생각해 보는 건 어때?
퀸 엘리자베스: 싫어.
퀸 엘리자베스: 싸우기도 전에 도망치는 게 어디 있어? 나는 끝까지 이 세계를 지킬 거야.
퀸 엘리자베스: 너야말로 동맹을 맺을 생각이면 이쪽으로 와서 나를 도와줘.
퀸 엘리자베스(META): ……지금 나한테 간청한 거 맞지?
퀸 엘리자베스: 흥. 글쎄?
~03. 대신목
중앵. 무사시의 저택.
무사시: 아카기. 대신목 사건은 이미 끝났어.
무사시: 대현자는 운젠이 되어 신목의 부정을 씻어냈고…… 그리고 아마기의 '환상'이 나타났어.
무사시: 최악의 사태를 모면하기는커녕 예상보다 잘 된 셈이 아닐까?
아카기: 나가토 님의 소모가 심했으니 당분간은 계획을 방해할 수 없겠죠.
아카기: 운젠도 대현자와의 연결이 끊어지고 '운젠'이라는 개념이 확립되면서 더 이상 「소체」에는 간섭할 수 없습니다.
아카기: 시나노 역시 멀리 유럽에 떨어져 있어 와타츠미의 근원이 되는 소체의 제어가 상실된 상황이니 쉬이 탈취할 수 있겠죠.
무사시: ……이미 결심이 섰구나.
무사시: 운젠도 시나노도 그 힘의 본질은 와타츠미에서 비롯되기에 두 사람은 와타츠미와의 자연 친화력이 있어.
무사시: 하지만 너는 아니야, 아카기…. 와타츠미를 후천적으로 변질시켜 조종하려 드는 건 너무 위험해.
무사시: 굳이 해야겠다면 신목과 인연이 있는 우리 야마토급이 하는 편이…….
아카기: 이건 나만이 할 수 있는 일이야, 무사시.
아카기: 신목과 와타츠미와의 연결고리를 이용해 와타츠미에 계속 양분을 주입하는 것.
아카기: 언니를 신목 밑에 안장하여 잠시나마 그 넋을 붙잡아 둔 건 바로 지금을 위해….
아카기: 그러니 내가… 아카기가 직접 해야만 해.
아카기: 아니면 무사시는 와타츠미를 잃으면 그 '결전 병기'를 만들 수 없을까봐 걱정하는 걸까?
무사시: ……그것까지 알고 있는 건가.
아카기: 물론이에요. 중앵 안에서 제 눈을 피해 일을 벌일 수 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아카기: 하지만 상관없어요. 당신이 기대를 걸고 있는 그 결전 병기가 성공한다면 손해는 없으니.
아카기: 설령 '핵'이 될 와타츠미가 없어져도, 운젠이 있지 않나요?
무사시: ……운젠에 대해서는 내가 알아서 할 테니 네가 염려할 필요는 없어.
아카기: ……네에. 뭐, 무사시가 그렇게 말한다면.
아카기: 그럼 이렇게 하죠. 만약 제 노력이 허사가 된다면, 그 때는 이 아카기가 와타츠미 대신 결전 병기의 '핵'이 되도록 하겠어요.
무사시: ……그런 사태는 바라지 않아.
아카기: 일이 어떻게 진행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법이에요. 무사시라고 해도 모든 상황을 예견할 수는 없어요.
아카기: 엎질러진 물은 돌이킬 수 없고, 한 번 쏘아진 화살은 멈출 수 없어요.
아카기: 제가 말하고 싶은 건 그것뿐입니다.
아카기: 자, 그럼… '아마기 언니'의 혼이 신목의 땅에서 충분한 양분을 얻었을 테니.
아카기: 저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겠습니다.
무사시: ……그대의 뜻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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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츠(META): 아카기 씨는 자신이 선택한 길을 믿어 의심치 않는 것 같군요.
무사시: 그것이 수년동안 우리가 고심한 끝에 결정한 최적의 길이니까….
무사시: 진츠. 무언가 걸리는 점이라도 있나?
진츠(META): 아뇨. 방안 자체는 아무 문제 없습니다.
진츠(META): 다만 그 근간…. 지금 되살리려고 하는 아마기는 과연 여러분이 알던 '아마기'가 맞을까요?
진츠(META): 과거 여러분이 신목의 땅에 묻은 것은 아마기의 잔혼에 불과합니다.
진츠(META): 이제 그 땅에서 부정의 그림자가 풀려나 신목을 어지럽힌지 오래 되었으니 아마기의 잔혼이 무사한지는 장담하기 어렵습니다.
진츠(META): 또한 와타츠미는 신목과 이어져 있는데…… 그 특성은 충분히 아시지 않습니까?
진츠(META): 그것이 과연 진짜 아마기일지, 아니면 단순히 소망에서 탄생한 물거품일지…….
무사시: ……이제 아카기는 멈추지 않을 거야.
진츠(META): 네. 하지만 아카기가 운젠에 대해 말했다시피――
무사시: "말조심 하거라. 진츠."
진츠(META): ……죄송합니다. 다시는 입에 올리지 않겠습니다.
진츠(META): ……결전 병기 계획은 계속 하실 생각이십니까?
무사시: 그래. 계속 추진해줘.
진츠(META): 알겠습니다. 이제부터는… 큰일이 벌어지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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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앵. 미카사의 저택.
(덜컹덜컹)
방 밖에서 물건을 나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나가토: ……카와카제. 밖이 왜 이리 시끄럽더냐.
카와카제: 무츠 님의 짐수레 행렬 같습니다.
카와카제: 아마 나가토 님을 문안하러 오신 게 아닐까 합니다….
나가토: 무츠가? 짐이 여기 있는 것을 어찌 알았길래…….
나가토: 흠. 미카사 님께서 알려주신 건가.
무츠: 응! 그치만 미카사 님이 아니었으면 나가토 언니가 어디 있는지 전혀 몰랐을 테니까!
나가토: 무츠! 나는 그저 기력이 난조에 빠졌을 뿐이지 며칠 안에 돌아올 테니 문안은 그만두라고 하지 않았더냐!
나가토: 미카사 님께서야 걱정이 많으시니 그렇다 해도 왜 그대까지 이러는 건가!
무츠: 나가토 언니야말로 왜 혼자 계속 숨기는 거야!
무츠: 단순한 난조가 아니라 계속 무리해서 그러는 거라구!
무츠: 앞으로 반년… 아니, 1년!
무츠: 언니는 1년 동안 확실히 휴식을 취해야 돼!
무츠: 아예 나랑 같이 신목으로 돌아가자. 마침 정비도 끝났으니까 거기서 쉬면 더 빨리 회복될지도 몰라!
미나즈키: 저기…… 나가토 님? 무츠 님?
나가토: ……미나즈키?
나가토: 무츠. 네가 미나즈키를 데리고 왔느냐?
무츠: 아니? 처음부터 같이 오진 않았어.
무츠: 오다가 만났는데 미나즈키도 언니를 보러 간다길래 같이 온 거야.
나가토: 하아……. 무츠, 잠시 객실로 가 있거라. 나는 '미나즈키'와 할 말이 있다.
무츠: 나가토 언니. 혹시 대충 넘어가려는 건 아니지?
나가토: 아니다. 휴양 건은 네 말대로 나중에 잘 생각해 보도록 할 테니 지금은 잠시 자리를 비켜주거라.
무츠: 응! 알겠어!
미나즈키: "나가토 님. 대신목 일은 고생 많으셨습니다."
나가토: 어호(御狐)로서 책임을 다했을 뿐이다. 그보다 야마토. 운젠은 지금 어떠한가?
미나즈키: "이미 대현자와의 연결이 완전히 끊어졌습니다."
미나즈키: "임무에서 해방되어 천지를 운유할 수 있게 되었으나 와타츠미에 대한 통제력은 잃고 말았습니다."
나가토: 역시나……. 그러하면…….
미나즈키: "이미 제 곁으로 불러들였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나가토: 그대의 곁이라. …음. 하면 안심할 수 있겠지.
미나즈키: "천암(天岩)의 문을 한 번 열 것이니 나가토 님만 괜찮으시다면 함께 오셔도…."
나가토: 미안하지만 짐은 아직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네. …이번에는 도망치지 않을 것이야.
나가토: ……그보다 야마토. 천암의 문을 열겠다니…. 그렇게나 큰일이 따른다는 것인가?
나가토: 그대는 대체 무엇을 보았는가?
미나즈키: "………나가토 님."
미나즈키: "즈이카쿠를 속히 불러들여 시만토와 함께 곁을 지키게 하십시오."
미나즈키: "현세를 태우는 불이 곧 타오를 것입니다――"
~04. 소라고둥의 목소리
심판정 비밀 시설.
신생 아이리스 교국. 어느 곳.
지하 ???미터.
클레망소: 트렌토. 몸은 좀 어때?
트렌토: 아하하….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클레망소 씨.
트렌토: 어제부터 불편한 감각은 완전히 사라졌어요.
트렌토: 아, 오늘 치 약도 이미 먹었답니다~
클레망소: 잘 하고 있어. 제시간에 맞춰 약을 먹어야 병의 근원을 없앨 수 있거든.
트렌토: 네, 클레망소 씨. 거듭 감사드립니다…….
클레망소: 후후. 너무 그러지 마. 결국 너를 되살린 건 마르코 폴로가 남긴 '선물' 때문이니까.
클레망소: 지금의 너를 보면 그 아이도 무척이나 기뻐하겠지.
클레망소: 트렌토. 새삼스럽지만 마르코 폴로가 한 짓을 어떻게 생각하니?
트렌토: 글쎄요~ 아직 꿈을 꾸는 것만 같아서요….
트렌토: 사실 꿈이 아니었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남아 있는 기억은 너무 희미해서….
트렌토: 그러니 솔직히 말하면 잘 모르겠어요….
클레망소: 후후. 그렇구나. 딱히 아무런 생각도 없다는 거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해줘서 다행이야.
트렌토: 그보다 클레망소 씨. 마르코 폴로 씨는 무사한가요?
클레망소: 글쎄…. 아직 깊은 잠에 빠져 있어. 생명에 지장이 있는 건 아니니까 안심해.
트렌토: 후우…. 다행이네요.
클레망소: 하나만 더 알려줘. 요즘 잠은 잘 자니? 이상한 꿈을 꾸거나 그러진 않고?
트렌토: 이상한 꿈? 글쎄요….
트렌토: 아. 가끔 이상한 곳에 있는 꿈을 꾸긴 해요….
클레망소: 흐응. 들려줄래?
트렌토: 새하얀 공간이에요. 하늘도 바다도 새하얀 곳.
트렌토: 꿈속에서 저는 새하얀 모래사장에 서 있었고, 주변에는 소라고둥이 가득했어요…….
클레망소: 소라고둥? 네 META화 증상은 진작 사라졌을 텐데….
클레망소: 어쩌면 META와 무관한 뭔가가…….
클레망소: 트렌토. 꿈속에서 무언가 들은 건 없어?
트렌토: ? 없는데요…. 혹시 그 소라고둥은 말을 할 수 있는 건가요?
클레망소: 모르겠어.
클레망소: 그래도 만약 소라고둥이 네게 정말로 말을 건다면 반드시 나한테 알려줘.
클레망소: 마르코 폴로… 아니, 이 「가지」에 있는 모든 사람의 안부와 관련이 있으니까.
클레망소: 부탁할게, 트렌토.
~05. 외층 방어선
??? ???
생기라곤 조금도 느껴지지 않는 무기질적인 공간.
규칙적으로 들려오는 소리 속에서 기계 도시는 확장을 거듭하고 있었다.
금속과 비금속, 천연물과 인공물, 바다와 대지조차도 분해, 재조립, 변형되었다.
일부는 기계 도시 속에 비축되었으며
일부는 기계 도시 그 자체가 되었다――
아비터 엠프레스III: 러버즈의 일은…… 벌써 컨버전 단계야.
아비터 엠프레스III: 때맞춰 잘 온 것 같네.
아비터 엠프레스III: 「가지」 하나 분의 자원을 비축할 수 있다면 승산은 다소 늘어날까….
옵저버 제로: 엠프레스. 실험장β 포기는 허용되지 않아.
옵저버 제로: 자연 연산 시스템은 실험장β에서 검증을 실시하고 있어. 방어전을 준비해.
아비터 엠프레스III: 승률은 지극히 낮아. 의심할 여지 없는 '비합리적'인 결정이야.
아비터 엠프레스III: 그런데도 제로는 시도하고 있어……. 설마 스스로 '실수'를 저지를 셈인가…?
아비터 엠프레스III: …하급 단말과 달리 아비터는 '실수'하는 것이 허용되어 있어.
아비터 엠프레스III: 그게 바로 아비터에게 완전한 인격을 부여한 이유 중 하나일까?
아비터 엠프레스III: 후후후. 지금 생각해 봤자 소용 없겠지.
아비터 러버즈VI: 엠프레스? 연락을 받고 왔어.
아비터 러버즈VI: 이제 같이 행동하는 거야?
아비터 엠프레스III: 그래. 실험장 외곽에 방어선을 쳐야 해.
아비터 엠프레스III: 그리고 현지 하급 단말과 함께 제로를 위한 실험을 실시할 거야.
아비터 러버즈VI: 기한은?
아비터 엠프레스III: 제로가 만족하거나, 우리가 전멸할 때까지.
아비터 러버즈VI: 그래…….
아비터 러버즈VI: 후후. 기꺼이~
~06. 작전 중지
북방연합.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령부.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언ㄴ…… 소비에츠키 소유즈 동지. 상트페테르부르크 사령부에 온 걸 환영한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아이리스 쪽 상황은 이제 괜찮나?
소비에츠키 소유즈: 아직 미묘하지만 유럽은 아브로라 씨와 파먀티 씨에게 맡겨도 되겠지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저희에게 있어 급선무는 이 극해의 일이니까요.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작전 중에 지중해에서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이야. 우연히 소유즈가 근처에 있어서 천만다행이지.
소비에츠키 소유즈: 우연이 아닙니다. 저희도 그 계산 속에 들어간 것입니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그게 무슨……?
소비에츠키 소유즈: 아뇨,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보다 작전 상황은 어떻죠?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중해에서 사건이 발생한 것과 동시에 쿠르스크가 극지방에서 소속 불명의 META를 발견했다는 보고를 제출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맞아. 그 보고 후에 전력을 파견하여 위력 정찰을 실시했어.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하지만 우리가 북극점 요새를 재점령할 때까지 그 META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이상하네요. 만일 META의 목적이 우리보다 앞서 세이렌을 공격하는 것이었다면.
소비에츠키 소유즈: 지중해 사건으로 우리 지휘 체계가 마비된 동안이 최적의 행동 타이밍이었을 텐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그런데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이미 목표가 달성되었기 때문에?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
소비에츠키 소유즈: 단순한 변덕이라고 볼 수는 없겠죠.
소비에츠키 소유즈: 로시야. 수집한 모든 샘플과 보고서를 제게 보내주세요. 특별팀을 결성하여 다시 조사하겠습니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알겠어. 그리고 소유즈. 사실 부득이하게 어제부터 오미터의 본체 수색 작전은 중지됐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왜죠? 「서광」 때문입니까?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맞아. 서광 비콘… 세이렌의 본체를 찾기 위한 추적 조사 장치가 갑자기 작동하지 않게 됐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원인은?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아직 불분명해. …연구 부서가 조사 중이야. 결과가 나오는 데 며칠은 걸릴 거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그런데 서광 비콘이 고장난 것과 같은 시각에, 해당 해역 주변에서 키로프 동지가 지금까지 봤던 세이렌의 함재기와는 다른 비행체를 목격했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그건 눈알 같은 모양으로 말단부에서 푸른 불꽃을 내뿜으며 유연하게 비행하고 있었다고 한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어째서인지 우리 레이더에는 전혀 잡히지 않았고, 함재기를 이용한 추적 시도도 실패했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벨로루시야는 서광 비콘이 고장난 원인이 바로 그 비행체 때문이라고 추측하더군.
소비에츠키 소유즈: 적성 존재 같았습니까? 화력은 어땠죠?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모르겠어. 대공화기로 사격도 해봤지만 반격하지 않고 고속으로 회피하기만 했어.
소비에츠키 소유즈: 세이렌의 신형 유닛이 극해에 나타나 우리의 추적 장치를 무력화하고 전력 정찰 및 화력 테스트를 수행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라는 가능성도 있겠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우리는 이미 북극점 요새를 탈환했고, 해당 해역에서 오미터의 저항을 와해시켰으니 극해의 폭풍 작전의 제1단계 목표는 충분한 성과를 이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소기의 성과를 이뤘으니…… 지금은 발을 뺄 때이군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보고하느라 수고했습니다. 제가 상층부에 작전 종료 요청을 상신하겠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K-1과 K-4 구역을 제외하고 오미터의 세력 범위에 있는 모든 부대를 즉시 철수시키세요.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소유즈!? 북극점 요새와 「왕관」도 포기하는 건가?
소비에츠키 소유즈: 오미터의 본체를 파괴하지 못한 이상 억지로 이 지역들을 통제 하에 두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과거 NA 해역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이렌과의 끝없는 소모전이 될 뿐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유럽의 정세가 급변한 지금, 세이렌도 다음 태세로 이행할 것입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시국이 불안정하니 저희도 수비를 굳히면서 정세를 지켜봐야합니다.
소비에츠카야 로시야: …알겠다.
~07. 별바다로
유니온 상공.
NY시티 사령부 연락기.
MST 01:26
NY시티 해역수비함대 소속 연락기가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을 날고 있었다.
큰 기종은 아니었지만 개조된 객실은 2명뿐인 승객에게는 매우 넓고 쾌적했다.
현재 시각, 새벽 1시 26분.
승객 중 한 명은 이미 잠에 들었지만, 다른 한 명은 기대와 긴장에 뒤척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프린스턴: ……설마 「별바다」가 진짜 존재했다니….
프린스턴: 각계각층의 최고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
프린스턴: 소문에 따르면 바깥세상보다 수십 년은 앞선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하던데….
프린스턴: 그리고… 에헤헤헤…….
프린스턴: 별바다 제작 과정에 깊이 관여한 새러토가 씨도 있고…….
프린스턴: 그 이름높은 알래스카 씨가 책임자로 근무하고 있는 곳!
프린스턴: 하아하아…. 정말 잘됐어, 프린스턴.
프린스턴: 내일부터는 별바다에 배속되어 함께 연구에 참여할 수 있는 거야…!
프린스턴: 설마 나한테 이런 행운이 찾아오다니…….
프린스턴: 정말… 정말 최고야!!
래피: ……프린스턴…시끄러워…….
프린스턴: 미, 미안해 래피…. 내가 깨웠구나….
래피: ……응. ……잘 자……Zzzz….
프린스턴: 잘 자, 래피.
프린스턴: 후우……후후후.
프린스턴: 새러토가 씨… 알래스카 씨… 별바다…….
프린스턴: 기다려라… 밝은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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