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회수 프로토콜
플래셔[회수분석부]: 컨스텔레이션 언니. 인양기가 수상한 반응을 포착했어!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역시…. 우리를 한데 모은 ‘무언가’가 이 근방에 있을 줄 알았어.
플래셔: 발신원은 바닷속이야. …잠깐 보고 올게!
잠시 후 플래셔는 금속으로 된 무언가를 들고 부상했다.
플래셔: 언니, 다녀왔어…!
플래셔: 봐봐. 이런 걸 찾았어…!
괌[전술행동부]: 응? 전에 인양은 데이터에 표시만 하는 거라고 그러지 않았어?
괌: 이번엔 정말로 회수했네?
플래셔: 보통은 데이터만 추출해서 별바다로 보내는데, 지금은 바깥이 잘 돌아가는지도 모르겠고….
플래셔: 일단은 여기도 분석 장치가 있으니까… 이, 이대로 가져왔어…….
괌: 그러고 보니 지금은 직접 분석하는 거 말고는 방법이 없구나.
플래셔: 컨스텔레이션 언니. 이거 산호해에서 찾은 이상 데이터랑 반응이 많이 비슷해…!
컨스텔레이션: 뭐? 잠깐 보여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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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스텔레이션은 플래셔가 인양한 장치를 받아 자세히 확인하기 시작했다.
컨스텔레이션: 음……. 금속 재질에, 대략적인 구조는 받침대와 본체 2가지….
컨스텔레이션: 받침대 두께는 10cm, 본체는 30cm…. 무슨 발신기 같네.
컨스텔레이션: 무게는 재질에 비해 상당히 가벼워…. 패널은 파손되어서 안에 회로가 보이고. 당연히 부팅은 안 돼. …이미 망가졌어.
컨스텔레이션: 부품의 제조 정보도…… 글자가 다 지워져서 모르겠어…….
괌: 뭐 좀 알았어?
컨스텔레이션: 너무 심하게 망가졌어. 현재까지 유용한 정보는 없어.
컨스텔레이션: 외관상으론 수면 위에 떠 있는 발신 장치. 즉 소형 비콘 같아.
괌: 비콘?
컨스텔레이션: 응. 항로 안내하는 거. …어쩌면 이것 때문에 다들 여기로 날아온 걸지도 몰라.
컨스텔레이션: 이 가상 공간은 우리가 알고 있는 데이터에는 존재하지 않아.
컨스텔레이션: 대체 어떻게 만들어낸 걸까? 지휘관이 갔었던 ‘미래’도, ‘별바다’도 ‘리얼리티 렌즈’도 전부 무언가로 연결되어 있다면…….
괌: 컨스텔레이션? 무슨 말인지 하나도 모르겠어><
컨스텔레이션: 우리가 여기로 날아온 이유야. 아직은 추측일 뿐이지만….
컨스텔레이션: 우선 이 비콘을 단서로 여기가 어딘지 알아볼게.
컨스텔레이션: 재신토. 공중 정찰 결과는 어때?
샌재신토[회수분석부]: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해역, 그리고 주변 섬들에는 아무것도 없어요.
샌재신토: 바다에 물고기, 섬에 동물, 식물은 물론 곤충이나 진균류조차 보이지 않아요.
샌재신토: 저 멀리 보이는 산맥 같은 건 폐기물로 이루어진 쓰레기 더미예요.
샌재신토: ……결론은, 이 가상 공간은 거의 인공물로만 구성되어 있습니다.
샌재신토: 그리고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인공섬의 구조물도 확인해 봤는데… 조금 세이렌 스타일 같아요.
샌재신토: 여기 사진입니다.
루이빌[병장설계부]: 이건… 분명해요. 세이렌의 부유섬 요새군입니다.
괌: 구석에 있는 건… 물자 저장고?
컨스텔레이션: 아무래도 세이렌이 이 해역에서 대규모 자원을 채집하고 있는 것 같네.
컨스텔레이션: 이런 거 처음 봤어…….
괌: 아! 어쩌면 세이렌이 숨겨 놓은 후방 병참기지인가?
괌: 갑자기 아이디어가 떠올랐어! 잠깐만 기다려봐―
괌은 고개를 숙여 양손으로 바닷물을 떠서 꿀꺽 삼켰다.
컨스텔레이션: 뭐, 뭐하는 거야?!
플래셔: 괌 언니. 목마르면 플래셔도 물 가지고 있는데…….
플래셔: 이상한 거 함부로 마시면 배탈 나…….
괌: …그냥 추측을 검증한 것뿐이야.
괌: 재신토. 아까 정찰기 띄웠었지? 여기가 ‘바다’라고 확신할 수 있어?
샌재신토: 음… 그랬죠. 무슨 이상한 점이라도 있나요?
괌: 이상해! 여기 바닷물은 짠맛이 안 나.
컨스텔레이션: 뭐? 나도 마셔볼래…….
컨스텔레이션: ……정수처럼 아무 맛도 안 나. 나쁜 예감이 드네.
컨스텔레이션: 플래셔. 해수 분석 장비 가져왔니?
플래셔: 으, 응!
컨스텔레이션: 바닷물 성분을 분석해서 보고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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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래셔: 컨스텔레이션 언니. 결과 나왔어…….
컨스텔레이션: 염분은 물론이고 미네랄도 전혀 검출되지 않았어.
컨스텔레이션: 다시 말해 이 바다는 완전히 순수한 물로만 이루어져 있어.
괌: 그럼 세이렌이 염분과 미네랄을 다 추출했다는 거야?
루이빌: 하지만 세이렌이 그렇게까지 할 수 있는 건가요…?
통신: ――――
래피II[병장설계부]: 래피의 IFF에 이상한 반응이…….
괌: 이상한 반응? 뭔데?
래피II: ……모르겠어……. 식별 신호만 포착했어….
루이빌: 적어도 레이더 감지 범위 내에 있는 건 확실하네요.
루이빌: 이곳 지형이 많이 난잡해서…. 혹시 숨어 있는 세이렌 함대일까요…?
괌: 뭔진 모르겠지만 세이렌은 아닐 거야.
괌: 지금까지 세이렌이 피아를 식별하려고 시도하는 걸 본 적이 없는걸.
래피II: …또 신호가 잡혔어. 아까하곤 패턴이 달라. ……여전히 식별 안 돼…….
샌재신토: 그런데 왜 래피만 수신할 수 있는 걸까요?
괌: 이제 어떻게 하지? 컨스텔레이션?
컨스텔레이션: 매복이라면 상대를 일부러 경계 상태로 만들지는 않을 거야.
컨스텔레이션: 그런데도 식별 신호를 보내는 건 아마 “너희의 존재를 이미 포착하고 있다”라는 사인….
컨스텔레이션: ……이대로 기다려봤자 소용없어.
컨스텔레이션: 래피. 우리도 식별 신호를 보내자. 상대방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고 싶어.
~20. 이사회
함선들은 대형을 이루어 더 이상 바다라고 정의하기 어려운 광활한 수역을 달렸다.
의문의 식별 신호는 여러 차례 패턴을 바꾸었지만 그 때마다 래피도 자신들의 패턴을 바꿔 대처했다.
신호를 파악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서로 간에 미묘한 커뮤니케이션이 성립하고 있었다.
눈앞의 인공섬을 돌아가자 함선들은 마침내 식별 신호의 발신원을 찾을 수 있었다.
루이빌[병장설계부]: …제가 잘못 본 거 아니죠?
루이빌: 저 양산함대… 하늘에 떠 있는데요?
샌재신토[회수분석부]: 잘못 본 거 아니에요. 저 양산함들은 떠 있습니다.
샌재신토: 높이는… 적어도 10m는 되어 보이네요.
래피II[병장설계부]: 레이더에는 전혀 안 잡혔어…….
괌[전술행동부]: 엑. 설마 이 정도 규모의 스텔스 함대라니…?!
괌: 하늘에 떠 있는 100m에 가까운 크기의 양산함…? 그것도 수십 척!?
괌: 으으, 놀라고 있을 때가 아니지…….
믿을 수 없게도 수십 척으로 구성된 부유함대가 함선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초계함 다수에… 전함이나 항모 같은 것도 있네….
괌: 제일 큰 게 함대 기함인가?
컨스텔레이션: 아마도. 전장 1,000m는 될 것 같아. 배라기 보단 공중 요새네….
괌: 전에 우리가 가상 공간 NY시티에서 만났던 것들이 미래 함대 맞지?
괌: 지금 이것들하고 비교하면 완전 장난감이네….
괌: 대체 얘들은 뭐야…?
컨스텔레이션: SF 소설 속 우주함대… 같은 걸까?
통신: ――――
래피II: ……평문 방송. 틀어줄게.
???: 여기는 「이사회」 소속 제5임무함대. 전방에 있는 함대에 고한다.
???: 그쪽의 식별 신호를 해석할 수 없다.
???: 신속하게 함대 번호와 이 해역에 온 목적을 통보하라.
컨스텔레이션: 감정 없는 목소리…. 우리 TB하고 많이 닮았어. 혹시 저쪽도…….
샌재신토: 저는 TB가 더 인간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괌: 지금은 응답하는 게 좋겠지? 컨스텔레이션?
컨스텔레이션: 으, 응. 지금은 상대방의 정체를 모르니까….
컨스텔레이션: ……괌. 역시 네가 응답해줘! 저쪽의 정보를 더 캐내봐.
괌: Gotcha! 미소녀 연예인 괌한테 맡기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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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어흠. 여기는 유니온 소속, 그러니까…… 별바다 실험함대입니다!
괌: 그리고 저희도 궁금한 게 있어요! 「이사회」는 무슨 조직이에요? 여기는 어떻게 온 거죠?
???: 데이터베이스 검색 중. “유니온 소속 별바다 실험함대.”
???: 검색 결과 일치하는 항목 없음.
???: 귀하의 함대는 유니온 소속 비밀부대, 라고 해석해도 되겠나?
괌: 별바다의 보안 레벨을 생각하면 틀린 말도 아니지……. 응! 비밀부대야!
???: 스캔 모듈 기동.
???: ……이상 반응 검출.
???: 경고. 제V종 위협 침식을 검출. 보안 프로토콜에 따라 경계 모드에 돌입한다.
루이빌: 제V종 위협은 뭔가요…?
플래셔: 훌쩍…. 겨, 경고…? 별로 안 좋은 거 같애…….
???: 요구. 귀하의 수중에 있는 이사회 비콘이 파손된 원인을 설명하라.
???: 요구. 비콘의 원래 소지 부대의 행방 정보를 제공하라.
???: 요구. 즉시 무장을 해제하고 검문에 협조하라.
괌: 무, 무무슨 말을 하는 건지 하나도 모르곘어!
괌: 이 비콘은 오는 길에 주운 거야. 얼마 되지도 않았고 원래 누가 가지고 있었는지도 몰라!
괌: 그리고 갑자기 무장 해제라니! 애초에 너희는 대체 누군데?
???: 반복. 여기는 「이사회」 소속 제5임무함대.
???: 요구. 즉시 무장을 해제하고 검문에 협조하라.
괌: 그러니까 이사회가 뭔데―!
???: 감식 결과. 해당 함대의 구성원에게 제V종 위협 침식이 확인됨.
???: 단계. 초기.
???: 증상. 환각. 인지 오류.
???: 침식원. 흉조.
???: 권고 대책. 비살상 무기의 우선 사용. 목표를 무력화한 후 진정 조치, 침식 정화 치료를 실시한다.
???: 대침식 조치, 실행 개시.
샌재신토: 아무래도 저쪽은 우리가 뭔가에 감염되었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괌. 불쌍하게도….
괌: 환각…… 인지 오류……. 내가 그렇게 보인다고??
괌: 나 화났어! 인공지능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완전 고철 덩어리일 거야!
괌: TB의 100분의 1, 아니 1,000분의 1도 못 미쳐! 박살내 버릴 거야!
루이빌: 그래도 비살상 무기를 쓴다고 하니까 예의바른 것 같기도 하고….
괌: 그건 그렇네…. 아니, 그럼 애초에 공격하질 말아야지!
래피II: 할 거면 해봐. 래피는 안 무서워.
컨스텔레이션: (아직 궁금한 게 많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포기할 수밖에.)
컨스텔레이션: (뭐 데이터 수집 차원에서도 하늘을 나는 함대와의 전투 데이터는 보통 구할 수 없으니 손해는 없겠지.)
컨스텔레이션: 저쪽이 비살상 무기를 쓴다고 했으니 우리도 화력을 통제할 거야! 전투 준비!
~21. 부유함대
――――!
래피II[병장설계부]: 래피의 전자전 시스템이 무력화 당했어…….
래피II: 적이 던지는 폭탄을 피해……!
샌재신토[회수분석부]: 함재기는 완전히 저쪽이 우위네요…. 심하게 밀리고 있어요….
샌재신토: 저건 정말 양산함이 날려 보낸 드론인 건가요…?
괌[전술행동부]: 드론 맞아. 그건 확실해.
괌: 하지만 저 배들은 우리가 아는 '양산함'하고는 완전히 달라.
플래셔[회수분석부]: 애초에 공중에 떠 있어서… 우으으….
플래셔: 미안해……. 플래셔, 아무 도움도 안 돼…….
루이빌[병장설계부]: 착하다 착해~ 괜찮아요. 이번엔 적과의 상성이 나빴을 뿐이니까요….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배를 저렇게 띄우려면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할 텐데…. 잠수함 대책이라기엔 너무 과하지 않아……?)
컨스텔레이션: (아니면 이 정도 소비는 별 문제 아닐 정도로 에너지가 풍족하다는 건가…?)
괌: 다들 고전하고 있어…. 컨스텔레이션. 일단 퇴각할까?
컨스텔레이션: ……샌재신토. 퇴각 루트를 계산해줘.
컨스텔레이션: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 보자.
컨스텔레이션: 저쪽이 우리를 가라앉힐 셈은 없어 보이니 그 점을 최대한 이용해야 돼.
컨스텔레이션: 전투 속행!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돌아가자!
~22. 워 프로토콜
―――!!!
괌[전술행동부]: 으으…. 강제로라도 무장을 해제시킬 셈이네…. 벌써 주포가 절반이나 무력화됐어…!
괌: 똑똑하고 귀엽고 믿음직한 컨스텔레이션 양! 슬슬 후퇴하는 게――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솔직히 좀 더 데이터를 모으고 싶지만… 괌 말대로 더 이상 버티는 건 위험하겠지.
컨스텔레이션: 퇴각 루트는 샌재신토가 계산해 놨어. 아까 지도에 표시한 세이렌 기지로 대피하자.
괌: 세이렌 기지로 철수… 그렇구나~ 우리보다 저쪽 체급이 훨씬 크니까 세이렌은 저쪽을 먼저 노리겠지?
괌: 그리고 우리는 난전을 틈타――Escape!
그 때 부유함대 진영에서 거대한 기계가 날아와 일행 앞에 멈춰섰다.
???: 데이터에 오류가 있었어. 이 아이들은 침식당하지 않았어.
???: 기함 명령이야. 전 함 공격 중지.
컨스텔레이션: 저 모습은… 설마…….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나는 이사회 제5임무함대 소속, 워 프로토콜 FORTRESS.
괌: 세, 세이렌이다…!?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
괌: 망했다망했다망했어! 어떡해 컨스텔레이션!
괌: 세이렌 기지로 유인해서 난전을 유도하려고 했는데 저쪽에서 세이렌이 튀어나왔어!!
컨스텔레이션: ……나도 예상 못했어!
컨스텔레이션: 이젠 다른 수가 없어…. 저 양산함들은 세이렌에게 조종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컨스텔레이션: 그럼 아직 승산은 있어.
컨스텔레이션: 지금 나온 저 녀석이 지휘 유닛 같으니까 저것만 쓰러트리면 함대는 와해될 거야…!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잠깐만――
쾅―――!!!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뭐?
~23. 전투 손실 교환
―――!!!
함선들은 고전하면서도 간신히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괌[전술행동부]: …컨스텔레이션, 봐봐! 피해를 입은 드론이 다 후방의 원통 모양 설비로 날아가고 있어!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긴급수리설비인 모양이네. …괌. 나도 하나 깨달았어.
괌: 응? 너도?
컨스텔레이션: 그래. 적은 전투 손실에 상당히 신경을 쓰고 있어.
괌: 그쪽이야!?
괌: 으음. 확실히 세이렌한테 집중 공격을 가했다지만, 그 와중에 유탄이 양산함들을 맞히기도 했을 거야.
괌: 그런데 상대는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은 배들은 즉시 뒤로 물리고, 세이렌도 스스로 방패가 되어 함대를 지키고 있어.
컨스텔레이션: 응. 이유는 모르겠지만 상대는 양산함을 한 척이라도 잃고 싶지 않은 것 같아.
컨스텔레이션: 이 점을 잘 이용하면 어쩌면 저들을 물리칠 수 있을지도 몰라…!
괌: 화력을 집중해서 한 척씩 격파하는 거지!
컨스텔레이션: 응! 각 함, 내가 표시한 적에게 집중 공격해!
~24. 재회와 교착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목표가 적성 행동을 취하는 것으로 판정. 전투 모드로 이행한다.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위협을 배제한――
―――!!!
프린스턴(META): 그만해 포트리스! 저 아이들은 위험 요소가 아니야!
래피II[병장설계부]: …프린스턴……하늘에서 내려왔어….
괌[전술행동부]: 저거… META야?
괌: META가 왜 세이렌하고 같이 있어? 대체 뭐가 어떻게 되는 거야…?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다들 공격 중지! 일단 후퇴해!
프린스턴(META): …정말이지. 통신 회선이 잠깐 내려간 사이에 이런 꼴이라니…….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 공격을 멈추라고 했잖아. 뭐하는 거야?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저쪽이 선제 공격했어.
프린스턴(META): 핑계 대지 마.
프린스턴(META): 레이디――「은여우」의 호출이야. 아마 빨리 통신 회선 문제를 해결하라는 거겠지……. 다시는 이런 일 없도록 해!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알겠어. 여기는 맡길게.
프린스턴(META): 하아……. 너희도 이리 와!
괌: 응? 우리 말하는 거야?
프린스턴(META): 너희말고 또 누가 있어?
프린스턴(META): 너희 정말 유니온 함대 맞아? 왜 이사회 함대를 공격하는 거야?
프린스턴(META): 레이디에게 재검사를 부탁해서 겨우 너희가 침식되지 않았다는 걸 알아냈는데.
프린스턴(META): 이렇게 피아 식별 없이 공격해대면 침식당했다고 오해받아도 할 말 없잖아.
프린스턴(META): 너희 함대 책임자가 누구야?
래피II: 프린스턴… 화났어…….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무언의 눈빛)
괌: (우와아 이건… "괌이 어떻게든 해줘"라는 무언의 눈빛…!)
괌: 에헴. 나는 유니온 소속 CB-2, 순양함 괌이야. 이 함대의 지휘를 맡고 있어.
프린스턴(META): 괌…… 하아. 아니지.
프린스턴(META): 저 뒤에 있는 컨스텔레이션이 이 함대를 맡고 있는 거지?
컨스텔레이션: ……어떻게 알았어?
프린스턴(META): 경험상으로. 이 멤버 구성에서 괌이 지휘를 맡을 리가 없잖아.
괌: 경험상이라니… 너 정말 프린스턴이야?
프린스턴(META): 그럼 누구겠어. 무슨 질문이 그래?
프린스턴(META): 컨스텔레이션, 괌, 래피, 샌재신토, 루이빌, 플래셔. 너희가 누군지는 당연히 알지.
프린스턴(META): 그리고 너희도 아까 나 보고 '프린스턴'이라고 그랬잖아.
프린스턴(META): 이름하고 외모는 같지만… 아무래도 서로 뭔가 위화감이 드나 보네.
프린스턴(META): 우리는 너희 식별 신호를 해석하지 못했고, 너희는 이사회와 포트리스가 뭔지 모르고.
프린스턴(META): ……아무래도 레이디의 말이 옳았나봐. 정말로 시공간 이상 현상에 휘말린 걸까.
프린스턴(META): 하아……. 이러면 당분간은 여기 머무를 수밖에 없겠네.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 임시 거점을 마련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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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의 지시에 따라 부유하고 있던 양산함들이 진형을 바꾸었다.
우선 함대 후방에 있던 군함 몇 척이 천천히 착수했다.
착수한 군함의 갑판이 열리자, 선체 내부에 있던 거대한 포가 드러났다.
그 거포의 구경은 왠지 모를 안도감마저 느껴질 정도였다.
곧이어 공작함과 피해를 입은 양산함들도 착수하여 정비 작업에 들어갔다.
컨스텔레이션: 이게 임시 거점이구나….
컨스텔레이션: 전투에 참가하지 않고 뒤에 있던 배들은 대체 뭔지 궁금했었는데… 내부에 이런 대구경 주포가 숨겨져 있을 줄이야.
컨스텔레이션: 착수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무기인가 보네?
프린스턴(META): 맞아. 저것들은 거점 방어를 담당하는 요새함이야.
프린스턴(META): 사실 우리 함대는 여기 오기 전에 시공간 이상 현상에 휘말렸거든.
프린스턴(META): 너무 급작스러운 일이라 통신 시스템을 포함한 많은 장비가 파손된 상태야.
프린스턴(META): 그래서 조금 전에는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어서 예상치 못하게 너희와 충돌하게 됐어.
프린스턴(META): 이 자리를 빌어 정식으로 사과할게. 정말 미안해.
프린스턴(META): 그리고 걱정하지 마. 우리는 적이 아니야.
프린스턴(META): …이쯤 하면 오해는 풀렸을 테고…. 서로 궁금한 게 많을 테니 안에서 천천히 얘기하자.
프린스턴(META): ……그리고 괌. 통제 구역이니까 사진 촬영은 금지야.
괌: 아하하하하…… 아, 알겠어!
~25. 탐색
이사회 제5임무함대. 임시 거점.
프린스턴(META): 자, 그럼… 눈앞에 있는 너희들과 내가 알고 있는 너희들을 비교하면 다소 차이가 있는데.
프린스턴(META): 이걸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굳이 말하자면 '평행 세계'라는 설명이 제일 이해하기 쉽겠지?
프린스턴(META): 뭐 옛날 SF 소설에서 종종 나오던 설정이지.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난 너희가 하늘을 나는 게 제일 신기해.
프린스턴(META): 필요가 닥치면 과학 기술은 무척이나 빠르게 진보하는 법이야.
프린스턴(META): 그보다 여기는 너희가 사는 세계야?
괌[전술행동부]: 아냐! 우리가 사는 세계는 이렇게 황폐하지 않아.
괌: 그렇게 말하는 걸 보니 여기는 너희가 사는 세계도 아닌가 봐?
프린스턴(META): 응. 우리는… 그러니까, 꽤 먼 세계에서 왔어.
프린스턴(META): 원래 세계에서 항행하던 도중 이사회 비콘의 구난 신호를 포착했었어.
프린스턴(META): 신호 좌표는 당시 위치에서 멀지 않은 곳이라 바로 구조를 준비했지.
프린스턴(META): 그렇게 신호를 더듬어 나아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시공간 이상 현상에 휘말린 거야….
프린스턴(META): 그래서 어쩌다 보니 이 세계까지 오게 됐어.
프린스턴(META): 너희는? 이사회 비콘은 어떻게 입수한 거야?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네가 말하는 비콘은 이걸 말하는 거지?
컨스텔레이션: 말하자면 긴데… 으으, 갑자기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잠기운이…….
컨스텔레이션: 과암…. 나 요 며칠간 계속 작업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 잤거든…. 뒤는…… 맡길게….
괌[전술행동부]: 뭐어? 컨스텔레이――왜 진짜 자는데!?
프린스턴(META): 후후훗. 컨스텔레이션은 항상 저랬지.
프린스턴(META): 신기하네. 전혀 모르는 사람인데 이렇게 익숙하다니.
프린스턴(META): 그럼 괌. 설명 부탁해.
괌: 으음. 그러니까 오늘 아침에 괌이 격납고로 동료를 픽업하러 갔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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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META): 솔직히 10분의 1도 못 알아들었어.
프린스턴(META): 세계 간의 차이가 이렇게 클 줄은 몰랐네…….
프린스턴(META): 하지만 이거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어. 너희는 정말 우연히 비콘을 손에 넣었다는 거.
프린스턴(META): (겨우 집에 돌아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괌: 그렇다니까! 우리도 어쩌다 휘말린 피해자라구! 그보다 이번에는 우리가 질문해도 되지?
프린스턴(META): 응. 물론이야.
괌: 여기 오는 도중에 프린스턴 못 봤어?
괌: 아, 그러니까 너 말고 다른 '프린스턴' 말야.
프린스턴(META): 아니, 못 봤어. 그 프린스턴은 너희가 비콘을 발견하기 전에 잃어버린 거지?
프린스턴(META): 그럼 이 바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몰라. 어쩌면 우리처럼 통신 설비가 고장 났을 수도 있고….
프린스턴(META): ……우리도 도와줄게.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 '프린스턴'을 수색해줘.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오더 확인.
괌: Thank you! 아, 으음…….
래피II[병장설계부]: 째릿―――――
프린스턴(META): 아까부터 왜 계속 포트리스를 노려보는 거야?
프린스턴(META): 그러고 보니 너희 아까 포트리스를 보자마자 갑자기 공격하기 시작했지.
프린스턴(META): ……혹시 그쪽 세계의 포트리스하고 무슨 일 있었어?
괌: '무슨 일' 정도가 아니라구~
괌: 오히려 넌 왜 아무렇지도 않게 세이렌하고 같이 싸우고 있는 거야?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워 프로토콜 FORTRESS」는 이사회에 협력하기 위해 특별 개조된 안티 엑스야.
프린스턴(META): 그리고 나도 이사회 소속이니까 같이 싸우는 게 당연하지.
프린스턴(META): 세이렌은… 대체 뭐야?
괌: 안티 엑스…? 나 알아! 지휘관이 준 자료에 있었던 세이렌의 다른 명칭!
괌: 우리 세계에서 세이렌… 그러니까 안티 엑스는 우리의 적이야!
프린스턴(META): 안티 엑스가 세이렌이야? 그리고 너희 세계의 적이라고?
프린스턴(META): 이해가 안 돼. 왜 함선과 안티 엑스가 적대하는 거야? 왜 서로 싸우는 거야…?
괌: 왜라니…. 갑자기 튀어나와서 멋대로 바다를 점령한 건 세이렌이라구?
괌: 놈들을 때려잡고 인류의 바다를 되찾는 게 함선의 사명 아냐?
괌: 절대로 양립할 수 없는 적. 그게 바로 세이렌이야!
프린스턴(META): ……왜 그렇게 된 거지…….
프린스턴(META): 그럼 '엑스'는? 엑스와의 싸움은 어떻게 됐어?
프린스턴(META): 아까 AI가 너희를 오판한 건 너희 몸에서 '흉조'의 기운이 느껴졌기 때문이야.
프린스턴(META): 너희 설마 엑스하고 안티 엑스 양쪽과 동시에 싸우고 있는 거야?
괌: '엑스'…? 함선의 주적은 세이렌인데…?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프린스턴. 기함 호출이야. 레이디가 부르셔.
프린스턴(META): 응. 지금 갈게. 포트리스, 여기 좀 맡아주……게하면 안 되겠지.
래피II: 째릿――――――
컨스텔레이션: …하아암……. 미안해, 도중에 잠들어 버려서…….
컨스텔레이션: 우린 괜찮아. 그리고 포트리스를 좀 더 가까이서 보고 싶기도 하고.
프린스턴(META): 알겠어. 포트리스, 손님 응대 부탁해.
괌: 컨스텔레이션, 벌써 깬 거야? 잠은 잘 잤어?
컨스텔레이션: ……배고파서….
컨스텔레이션: 가상 공간에서 배가 고플 리가 없는데 이상하네….
프린스턴(META): ……가상 공간?
컨스텔레이션: 아무것도 아냐.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 아직 이르긴 하지만 식사 준비해줘. 나도 돌아오면 먹을게.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오더 확인.
프린스턴(META): 그럼 난 잠깐――
컨스텔레이션: 미안! 마지막으로 하나만…. 너희 세계의 역사책 하나만 빌릴 수 있을까?
컨스텔레이션: 저기, 밥 먹기 전까지 심심하니까….
프린스턴(META): 역사책? …보급함 데이터베이스에 있을 거야.
프린스턴(META): 잠깐만 기다려봐. 지금 복사해서 띄워줄게…….
프린스턴(META): …액세스 거부…? 포트리스, 어떻게 된 거야?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먼저 기함에 다녀와. 「은여우」가 기다리다 화나서 네 권한을 빼앗았을 가능성이 있어.
프린스턴(META): ……그 사람이라면 그럴 법도 하지….
프린스턴(META): 잠깐 다녀올게. 무슨 일 있으면 돌아와서 얘기하자.
----
컨스텔레이션: ………후아아아아……하아…….
괌: 좀 있으면 밥 나올 텐데 웬 한숨이야?
컨스텔레이션: 한숨 아냐. …괌은 말해도 몰라.
컨스텔레이션: 이제 어쩌지….
괌: 괌은 말해도 모른다니―! 내가 너 자는 동안 얼마나 열심히 탐문했는데!
컨스텔레이션: 알아. 하지만…….
컨스텔레이션: 왜 프린스턴의 권한이 갑자기 막혔는지 알겠어?
괌: 글쎄? 불렀는데 빨리 안 와서?
컨스텔레이션: 그게 아냐. 프린스턴과는 달리 「은여우」는 명백하게 우리를 경계하고 있어.
컨스텔레이션: 이제 중요한 정보를 캐내기는 쉽지 않겠네….
~26. 「은여우」
프린스턴이 기함에서 돌아온 것은 한 시간 뒤였다.
프린스턴(META):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권한 문제는 해결됐어?
프린스턴(META): 그게… 시스템이 고장 난 것 같아. ……부끄러운 꼴을 보였네.
프린스턴(META): 벌써 어두워졌으니까 슬슬 밥 먹자.
식탁으로 향한 프린스턴은 산더미처럼 쌓여 있는 간식거리를 발견했다.
프린스턴(META): 이건… 산소 콜라 클래식!?
프린스턴(META): 토르티야에 감자칩까지…?!
프린스턴(META): 이거 다… 너희가 가지고 온 거야?
괌[전술행동부]: 응☆ 너희 식료품은 전부 보존식뿐이길래 우리가 가지고 있던 간식이나 같이 나눠 먹을까 해서♪
프린스턴(META): ……전장에 나가는데 귀중한 창고 스페이스를 간식으로 채우다니, 진심이야…?
괌: 원래 오늘 임무는 이런 장기 원정이 아니었다구~
괌: 너희야말로 이런 보존식은 작전 중에나 먹는 거잖아. 함내 식당에서 요리 같은 거 안 해?
괌: 아니면 원래 이렇게 맛없… 으흠! 검소하게 먹고 다녀?
프린스턴(META): 하아… 작전 중이니까 이런 합성 식품으로 때우는 거지….
프린스턴(META): …과자에 과일이라니… 대체 몇 년만이야….
캔 콜라를 보는 프린스턴의 눈이 반짝였다.
컨스텔레이션: 사양하지 말고 마음껏 먹어.
컨스텔레이션: 아직 잔뜩 있으니까. 후훗♪
프린스턴(META): 정말!? 그럼… 잘 먹을게!
프린스턴(META): …푸하―! 이거지! 역시 이 맛이야…!
프린스턴(META): 제조법이 바뀌면 아무리 재현해도 맛이 달라지니까….
컨스텔레이션: 콜라 제조법이 바뀌었어?
프린스턴(META): 하아…. 원래 제조법이 대전 중에 분실돼서….
컨스텔레이션: 대전…?
프린스턴(META): 아차! …아, 아무것도 아냐!
컨스텔레이션: 그건 말하면 안 된다고 그랬어?
프린스턴(META): ……컨스텔레이션한테는 숨길 수가 없네.
프린스턴(META): 사실 우리 함대에는 대단한 과학자가 한 명 있어.
프린스턴(META): 아까 그 사람이 "시공간 이상 현상과 조우했을 때는 행동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라." 라고 그랬거든….
프린스턴(META): 나비 효과를 피하기 위해서 내가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엄격하게 제한되어 있어.
컨스텔레이션: 과학자는 「은여우」를 말하는 거야?
프린스턴(META): 으으………….
프린스턴(META): 어흠. 레이디가 모두에게 인사를 하고 싶대. 포트리스. 통신 연결해줘.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확인. 통신 연결 중―
은여우: рад встрече(만나서 반가워요), 여행자 여러분. 저는 이사회 상임 위원 중 한 명입니다. 「은여우」라고 불러주세요.
컨스텔레이션: (작게) 「은여우」라는 건 코드 네임이겠지? 은발에 여우처럼 교활해서…?
은여우: …다 들린답니다. 코드 네임은 제가 지은 게 아니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어렵네요.
은여우: 하지만 '은'은 맞습니다. 네, 저는 은발을 가지고 있어요.
컨스텔레이션: ……저기, 직접 만나서 얘기할 수 있어…?
은여우: 죄송하지만 사양하겠습니다. 제가 속한… 제가 지켜본 세계는 여러분에게 결코 아름다운 세계가 아닙니다.
은여우: 그러니 여러 의미에서 직접적인 만남은 피하는 편이 좋겠어요.
은여우: 그리고 서로 캐묻는 것은 그만하도록 해요. 시공간 이상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그 편이 안전하니까요.
컨스텔레이션: 그래……. 저기, 그냥 묻는 건데. 당신은 운명을 믿어?
은여우: 글쎄요…. 그것이 '절대자가 모든 사람을 위해 마련한 고정된 길'을 뜻하는 거라면.
은여우: 저는 믿지 않습니다.
컨스텔레이션: 그럼 우연 속에서 탄생하는 기적은?
은여우: 철학은 제 전공이 아닙니다만… 그게 아까 말한 운명과 관계가 있나요?
컨스텔레이션: 사실 나 별점이 취미거든. 출발하기 전에 점을 몇 번 쳤었는데.
컨스텔레이션: 전부 '잘 될 것이다'라는 결과가 나왔어.
컨스텔레이션: 우리가 이렇게 만난 것도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우연이지만, 마치 운명 같지 않아?
은여우: '꿈은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있죠. 당신은 운명을 믿으니까 '잘 되는 것'에만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요?
은여우: 이렇게 만나기 전까지 여러분은 각종 문제를 겪었고, 심지어 동료와도 떨어졌습니다.
은여우: 그 때 당시 당신은 '잘 될 것이다'라는 결과를 어떻게 생각했을까요?
컨스텔레이션: 그건……….
은여우: 그리고 저희가 만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이사회 비콘 때문이죠.
은여우: 이 비콘은 물리적 손상을 입었을 뿐 아니라 안에 남아 있는 데이터도 엑스에 의해 침식되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은여우: 이미 복구와 정화 작업을 시도했지만 결과는 보장할 수 없어요.
은여우: '잘 될 것'인지 아닌지는 아직 알 수 없는 일이랍니다.
은여우: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는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요.
컨스텔레이션: …………그건 그래.
컨스텔레이션: 그 비콘 안에는 우리를 집으로 돌려보내줄 단서가 숨어 있을지도 몰라.
은여우: '집'…입니까.
컨스텔레이션: 당신 말대로 지금은 서로 캐묻는 건 관두자.
컨스텔레이션: 그래도 이대로는 아쉬우니까 마지막으로 각자에게 몇 가지 궁금한 것만 물어보고 끝내는 건 어때?
은여우: 사양할게요. 저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아요.
컨스텔레이션: 으윽… 말이 안 통해.
은여우: 후후후. 평소에 신중하다는 말 많이 듣는답니다.
괌: 그럼 이렇게 하자. 버라이어티식으로!
은여우: 버라이어티?
괌: 응! 이름하여 '괌의 미래 퀴즈'!
괌: 우선은 우리가 몇 가지 질문을 할게. 은여우는 답변하거나 거절할 수 있어!
괌: 그리고 우리 질문이 끝나면 다음은 반대로 은여우가 우리한테 질문하는 거야!
괌: 우리가 질문한 수만큼 너도 우리한테 질문할 수 있어. 그리고 네가 답변한 수만큼 우리도 반드시 질문에 답변해야 돼!
괌: 이러면 주도권은 온전히 그쪽에 있으니까 교환할 정보 내용을 찬찬히 음미할 수 있지♪
괌: …이거면 어때? 할래?
은여우: …….
은여우: 여러모로 생각을 많이 하셨군요. 알겠습니다.
은여우: 질문 상한은 여러분의 인원수에 맞춰서 6가지로 하도록 하죠.
괌: Gotcha~♪
컨스텔레이션: 괌… 가끔은 좋은 아이디어도 내네.
괌: 만능 엔터테이너의 라이브 캐스팅 실력을 우습게 보지 말라구♪
은여우: ……죄송합니다. 퀴즈는 잠시 미루어야겠네요.
은여우: ……'흉조 현상'――여러분도 잘 아는 검은 용오름이 나타났습니다.
루이빌[병장설계부]: 설마 비콘을 따라 쫓아온 걸까요…?
샌재신토[회수분석부]: 정말이지 끈질기네요….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 너는 기지를 지켜. 내가 함대를 데리고 가서 처리할게.
괌: 우리도 도와줄게!
프린스턴(META): 레이디, 괜찮겠어?
은여우: 네. 다녀오세요.
프린스턴(META): 그럼 다들 날 따라와! 전투 준비!
~27. 흉조 현상
이사회의 부유함대는 이미 정비를 마치고 대기 중이었다.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출격 함대는 총 규모의 10분의 1 정도….
컨스텔레이션: 이 정도만으로 괜찮아?
프린스턴(META): 저 정도 규모라면 충분히 대처 가능해.
괌[전술행동부]: 우린 뭘 하면 돼?
괌: 도와준다고 하긴 했지만 화력 투사로 폭풍을 날려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프린스턴(META): 화력으로 폭풍을 뭉개버릴 수도 있지만 그 정도 화력이 되는 무기는 우리도 별로 없어. 이번에는 단순하게 가자.
프린스턴(META): '흉조 현상'은 침식 구현체가 다수 존재할 때, 또는 특정한 침식 구현체가 출현할 때 나타나는 현상이야.
프린스턴(META): 이는 특정 환경에서만 안정적으로 존재할 수 있어.
프린스턴(META): 이 해역은 '엑스'에 의한 침식이 진행되지 않아서 흉조 현상이 오래 지속될 환경이 아냐.
프린스턴(META): 즉 지금 발생한 현상은 그 에너지가 굉장히 약해서 그냥 놔두면 얼마 못 가 사라질 수도 있어.
샌재신토[회수분석부]: 즉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는 건가요…?
프린스턴(META): 이론적으로는 그래.
프린스턴(META): 그래도 놔두면 주변을 파괴하면서 돌아다니니까 빨리 대처해야 해.
프린스턴(META): 용오름 자체를 공격하는 건 별 효과 없으니까 주변에 나타난 구현체를 파괴하자.
프린스턴(META): 구현체를 파괴할수록 흉조 현상의 와해를 가속화할 수 있어.
프린스턴(META): 너희도 폭풍이 웅웅거리는 소리를 들으면서 밤을 새우고 싶지는 않지?
컨스텔레이션: 당연하지……. 오늘만큼은 푹 자고 싶은걸!
~28. 호환성 없음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프린스턴. 제3세력이 접근하고 있어.
프린스턴(META): 제3세력…? 혹시 저 부유섬들을 만든 사람들인가?
프린스턴(META): 지금까지 아무리 찾아도 안 나오더니 대체 어디서…….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부유섬 공장 시설에서 막 생산된 것으로 추정.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영상 전송 중――
프린스턴(META): 안티 엑스의 하급 작전 단말 같은데……. 그래도 본 적 없는 모델이야.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는 본 적 있어?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없어.
괌[전술행동부]: 우리는 본 적 있어!
괌: 철혈과의 교환 자료에 따르면 저 놈들은 아비터 VI 러버즈의 인포서야.
괌: 클리오네처럼 생긴 게 지원 및 재밍 담당 인포서 VI 'Combination'.
괌: 그리고 좀 무섭게 생긴 건 인포서 VI 'Attraction'. 화력 담당이야.
프린스턴(META): 인포서…? 들어 본 적 없어. 하지만 러버즈는….
프린스턴(META): (분명 차세대 안티 엑스 계획서에 나와 있었어….)
프린스턴(META): (하지만 아직 계획 단계였을 텐데…….)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 저 기계 단말하고 통신 가능해?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시도하였으나 소통 실패. 권한 이행 역시 실패.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저쪽이 사용하는 프로토콜은 본 기체가 사용하는 것과 다른 것으로 추정.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본 기체가 내보낸 드론을 격파한 것으로 보아 적성 개체로 판정.
프린스턴(META): 격파? 말도 안 돼. 절대 불가능해. 뭔가 이상해.
프린스턴(META): ………레이디?
프린스턴(META): ……………응. 알겠어.
컨스텔레이션: 은여우가 뭐라고 했어?
프린스턴(META): 저 '세이렌'들이 우리를 아군으로 인식하지는 않지만, 동시에 흉조 현상과도 교전 중이라고 했어.
프린스턴(META): 일단 지켜보다가 양측이 거의 다 소모되면 동시에 격파하자.
컨스텔레이션: ………은여우가 저걸 '세이렌'이라고 불렀어?
프린스턴(META): 응. 아마 너희가 이해하기 쉽게 그런 거 아닐까?
프린스턴(META): 그리고… 아군이 아니니 공격 받으면 바로 응전하래.
프린스턴(META): ……역시 은여우. 과감한 판단이야.
프린스턴(META): 아까는 멍때려서 미안해. 일단은 위치를 옮겨서 조용히 관전하자.
~29. 다른 노선
세이렌과 침식 구현체의 전투는 상정 이내였다.
함선들은 교전 해역에서 벗어나 정찰기를 이용해 추이를 관전했다.
폭풍이 잦아들고 인포서 함대도 큰 타격을 입자 함선들은 행동에 나섰다.
그들은 우레와 같은 속도로 신속하게 남은 적을 소탕했다.
여기까지 걸린 시간은 1시간 22분.
전투가 끝난 후――
프린스턴(META): ……어쩐지 느낌이 이상해.
프린스턴(META): 침식 구현체야 쓰러져도 잔해를 남기지 않지만, 이 안티 엑스 같은 적도 잔해를 남기지 않고 금방 사라져 버렸어.
프린스턴(META): 전투가 벌어졌던 해역인데 아무것도 회수할 수 없다니.
프린스턴: 이러면 부유섬 쪽을 조사해 보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네.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물자 회수를 병행한다.
프린스턴(META): 물론이야. 창고가 꽉 찰 때까지 든든히 보급해 놔야지.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세이렌에게 강탈당하는 건 많이 봤지만 세이렌을 강탈하는 건 처음 보네…….
컨스텔레이션: 그쪽 세계에서는 현지 조달이 흔해?
프린스턴(META): 응. 사용 가능한 자원은 다 회수해야지. 함대의 연전 능력이 몇 년 더 늘어날 수도 있으니까.
괌[전술행동부]: 인포서를 이렇게 손쉽게 해치우다니 너희 정말 강하구나….
괌: 우리랑 싸웠을 때는 봐줘서 고마워…!
프린스턴(META): 이래봬도 이사회의 임무함대인걸.
프린스턴(META): 이사회 상임 위원회 직속 함대는 도합 7개밖에 되지 않아.
프린스턴(META): 우리 함대는 원래 세계에서도 엘리트 중의 엘리트라는 뜻이지.
프린스턴(META): 그나저나 너희가 말한 것처럼 그렇게 강한 적은 아니었는데.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 어떻게 생각해?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인포서라고 불리는 적성 개체는 외관, 병장, 전투 방식 등의 안티 엑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일부 모듈에서 본 기체보다 앞선 기술이 사용된 것으로 보아, 더욱 발전된 모델로 추측된다.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다만 이 개체들은 일선에 나서는 전투 단말은 아닌 것으로 판단한다.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병장 배치로 보아 후방 지원 혹은 시설 방어용 단말일 것으로 추정된다.
괌: 후방 요원이라고?!
프린스턴(META): 내 생각도 그래. 이 해역도 봐봐. 저 부유섬 요새는 병참 기지처럼 생기지 않았어?
프린스턴(META): 그렇다면 여기 남아 있는 전력도 수비대 정도에 불과하겠지.
괌: 우리는 인포서 상대로도 꽤 힘들게 싸운다구. 방금 거는 살짝 쇼크…….
프린스턴(META): 응. 그래서 하나 궁금한 게 있어….
프린스턴(META): 너희하고 포트리스가 싸울 때는 서로 화력을 통제하느라 몰랐었는데.
프린스턴(META): 지금 싸우는 걸 보니까 좀 이상하거든. 너희가 이렇게 약할 리가 없는데.
래피II[병장설계부]: 째릿――――――
프린스턴(META): 아, 오해하지 마! 내 말은, 너희의 인력이나 병장을 보면 이거보다는 훨씬 강해야 한다는 뜻이야.
프린스턴(META): 혹시 너희 큐브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게 아닐까? 그러면 전투력이 떨어지는 것도 이해가 가는데.
프린스턴: 괜찮으면 포트리스한테 스캔 받아 볼래?
괌: 우리 큐브에 문제가……?
괌: 응, 좋아! 아니, 부탁해!
프린스턴(META): 알겠어. 포트리스, 부탁해.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오더 확인. 스캔 개시――
----
잠시 후.
프린스턴(META): 결과가 나왔는데…. 너희 멘탈 큐브는 인위적으로 수정된 흔적이 있어.
프린스턴(META): 함선의 멘탈 큐브는 한번 형성된 후에는 수정할 방법이 없어.
프린스턴(META): 그러니까 이 수정 행위는 함선의 멘탈 큐브가 되기 전에 행해졌을 거야.
프린스턴(META): 혹시 제조 과정에서 변질된 건 아닐까……?
컨스텔레이션: 우리 큐브가… 인위적으로 수정됐다고?
프린스턴(META): 응. 어떻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확실하게 흔적이 남아 있어.
프린스턴(META): 이건 출력을 억제하는 대신 큐브의 안정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일종의 리미터야.
프린스턴(META): 단언컨대 너희는 큐브 자체가 손상되지 않는 한 META화 되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괌: 음… 그럼 일종의 안전장치인가?
괌: META화 하지 않는 건 좋은 거지?
프린스턴(META): 응? 원칙상으론 그런데….
프린스턴(META): 이렇게 출력을 깎으면서까지 META를 피하려는 건 본말전도 아닐까….
프린스턴(META): 왜 이런 실전적이지 못한 엄격한 규제를 한 건지 이해가 안 되는데….
프린스턴(META): META가 되기 전에 적에게 쓰러지면… 그게 더 안 좋은 거 아냐?
컨스텔레이션: ……프린스턴. 넌 우리가 봤던 META하고 많이 다르긴 하지만…. 힘을 얻는 대신 마음을 잃는다면 그렇게 함부로 손을 댈 수는 없잖아.
프린스턴(META): 그래. 그런 극단적인 META화도 있지.
프린스턴(META): 비극적인 경우긴 하지만 나는 달라.
프린스턴(META): 너희들 META화가 일정 범위 내에선 가역적이라는 거 알아?
컨스텔레이션: 가역적? 되돌릴 수 있다고…?
프린스턴(META): 그래. 설명하자면――
프린스턴(META): 나는 전투 중 META화 정도를 일정 범위 내에서 안정화할 수 있는 장치를 가지고 있어.
프린스턴(META): 전투가 끝나면 이를 정화시켜서 비META 상태로 돌아가는 거야.
괌: 뭐어!? ‘META 변신~!’ 같은 거야?
프린스턴(META): ……? 뭔진 모르겠지만 아마 비슷할걸…?
프린스턴(META): META에 너무 겁먹지 마. 되돌릴 수 있는 범위 내에 있는 한 META화는 넓은 의미에서 안전하니까.
프린스턴(META): 설령 임계치를 돌파했다고 해도 방법이 없는 건 아냐.
프린스턴(META): 임계치를 돌파하면 더 이상 META화를 막을 수 없지만, 그래도 우리는 META가 된 이후 정신과 멘탈 큐브를 안정시키는 방법도 가지고 있어.
래피II[병장설계부]: ……무서워……….
프린스턴(META): 이해는 해. 너희 큐브를 수정한 사람도 META화가 무서워서 그랬던 걸 테니까.
프린스턴(META): 하지만 래피는 걱정할 필요 없어. II형 의장과 META화는 서로 양립할 수 없거든.
프린스턴(META): 너희 큐브의 출력에 리미터가 걸려 있지 않다고 해도, 이미 II형 의장을 받은 래피는 META가 될 수 없어.
래피II: 래피, 안심.
컨스텔레이션: 그럼 리미터를 해제할 방법은 없어?
괌: …………무슨 셈이야?
컨스텔레이션: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야….
프린스턴(META): 잘 모르겠어. 그걸 알아내려면 분석부터 해봐야 할 거 같은데.
프린스턴(META): 포트리스. 가능해?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가용할 수 있는 연산 자원 부족. 우선순위를 변경할까?
프린스턴(META): 아…. 비콘 분석에 실종자 수색, 자원 회수, 양산함 수리까지 동시에 진행 중이니까…… 안 되겠네.
프린스턴(META): 미안해. 이 일은 일단 뒤로 미루자.
컨스텔레이션: ……응.
프린스턴(META): …맞다. 중요한 걸 깜빡했어.
프린스턴(META): 레이디가 너희에게 ‘이사회 협동 메달’를 수여하고 싶대.
괌: 메달? 수여??
프린스턴(META): 응! 이사회의 작전을 도와줬으니까 감사의 의미로!
괌: 우리 딱히 아무것도 안 한 거 같은데? 오히려 오해로 너희랑 싸우기까지 했고….
괌: 메달을 받을 자격이 될까?
프린스턴(META): 이사회 비콘도 회수해줬고 작전도 도와줬으니까 충분해. 사양하지 마.
프린스턴: 그럼…실물하고 디지털 컬렉션 중 어느 게 좋아?
괌: 디지털 컬렉션?
프린스턴(META): 응? 아아… 너희는 그런 건 없지? 그럼 실물로 하자.
프린스턴(META): 사실 나도 실물이 더 좋아.
프린스턴(META): 그럼 프린터 유닛에 제조 명령을 넣어두고…. 응. 완성되면 달아줄게.
프린스턴(META): 나하고 이사회 함대는 조금 더 둘러볼 테니까 먼저 임시 거점으로 돌아가도 돼.
프린스턴(META): 아까 하려던 퀴즈, 마저 해야지? 후후후.
~30. 6가지 질문 上
전투를 마치고 일행은 임시 거점으로 복귀했다.
여전히 은여우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대화는 어디까지나 포트리스를 경유해 이루어졌다.
은여우: 전투에서 용감하게 싸워주신 여러분께 이사회를 대신하여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감사받을 정도는 아니야.
컨스텔레이션: 너희 함대에 비하면, 우리는 정말 아무것도 안 했는걸….
은여우: 그렇게 스스로를 비하하지 마세요. 크든 작든 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으니까요.
은여우: 동황에 방문했을 때 들었던 “먼지가 쌓여 산이 되고 빗방울이 떨어져 바위를 뚫는다”는 속담처럼 말이에요.
은여우: ‘이사회 협동 메달’이 제정된 건 바로 그런 노력을 치하하기 위해서랍니다.
은여우: 이 얘기는 이쯤 하고…. 묻고 싶은 질문은 다 생각하셨나요?
컨스텔레이션: 응. 준비 다 됐어.
은여우: 네. 후후. 어떤 질문이 나올지 벌써부터 기대되네요.
은여우: 자, 컨스텔레이션. 시작하세요.
컨스텔레이션: 그럼… 은여우. 첫 번째 질문이야.
컨스텔레이션: ――이사회 함대는 왜 공중에 떠 있어?
컨스텔레이션: 배를 공중에 띄우려면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될 텐데.
은여우: 네. 당신 말대로 공중에 배를 띄우는 것은 에너지를 더 많이 소모합니다.
은여우: 하지만 저희 함대는 에너지 큐브로 동력을 공급하기 때문에 에너지가 부족해질 염려는 없답니다.
은여우: 그리고――바다와 직접 접촉하는 것은 위험하니까요.
은여우: 수상 항행으로 인한 손실이 공중 이동 방식으로 나가는 비용보다 훨씬 크다는 뜻입니다.
컨스텔레이션: ……응. 바다와 접촉하는 게 위험한 이유는 ‘엑스’와 관련이 있어서 그런 거구나….
컨스텔레이션: ………….
은여우: …네?
컨스텔레이션: (이 사람… 못 들은 척 말을 안 받아!)
컨스텔레이션: 어흠. 그럼 두 번째 질문.
컨스텔레이션: ――이사회는 어떤 조직이야?
은여우: 사실 이게 첫 번째 질문일 줄 알았어요.
은여우: 네. 이 질문도 대답해 드리겠습니다.
은여우: ‘이사 평의회(United Council)’는 인류의 모든 자원을 총괄하여 ‘엑스’에 대항하기 위해 설립된 조직입니다.
은여우: 실권과 자체적인 전력을 가진 초국가적 정치 체제. 다시 말하면 구 국제 연합에 더욱 힘을 실어준 형태입니다.
은여우: 물론 이사회의 권한 및 동원 능력은 과거 느슨했던 국제 연합과는 천양지차예요. 군사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컨스텔레이션: ……국제 연합? 아주르 레인하고 비슷한 조직이야?
은여우: 그게 세 번째 질문인가요?
컨스텔레이션: 아, 아니야. …그냥 물어본 거야.
은여우: 그럼 대답할 필요 없겠네요~ 다음 질문 부탁드립니다.
컨스텔레이션: (흘러가는 식으로 적당히 묻는 건 안 통할 거 같아…. 빈틈이 없어.)
컨스텔레이션: (응. 그럼 날카로운 질문을 한번 해보자.)
컨스텔레이션: 그럼 세 번째 질문.
컨스텔레이션: ――‘엑스’는 대체 어떤 존재야?
은여우: 특정한 적 개체에 명명된 이름――기자회견이었다면 이렇게 대답했겠죠.
은여우: 하지만 이렇게 대답해도 당신은 만족하지 못할 테고, 서로 정보를 교환하는 의미에서도 이런 어설픈 답변은 하지 않겠습니다.
은여우: ‘엑스’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는 것은, 당신의 「가지」에서 그런 존재를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은여우: 그러니 ‘엑스’에 대한 정보는 아직 모르는 편이 좋습니다. 아는 만큼 더 위험해져요. 이건 협박이 아닙니다.
은여우: 따라서, 제 대답은 ‘노 코멘트’입니다.
컨스텔레이션: ――그럼 안티 엑스는?
컨스텔레이션: ‘엑스’에 대항하기 위한 병기라는 건 알아. 근데 안티 엑스는 대체 무슨 존재야?
컨스텔레이션: 이게 네 번째 질문.
은여우: 음…….
컨스텔레이션: 이것도 노 코멘트야?
은여우: 아뇨. 이건 대답할 수 있지만… 안티 엑스 계획의 규모가 너무 방대해서 정리하기가 쉽지가 않네요…….
은여우: 그러니까…… 「인공해상작전기구·자기진화형지능 X섬멸기구」란 즉 가상 적성 존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전략 병기, 「안티 엑스(ANTI-X)」.
은여우: 콘셉트는 피해를 두려워하지 않고, 어떤 환경에서도 가능한 한 오래 작전 능력을 유지하는 것.
은여우: 그래서 탄생 초기부터 철저한 무인 병기였고, 인간 형태나 군함 형태를 막론하고 에너지 큐브 배열로 동력을 공급했습니다.
은여우: 모든 임무에 대응할 수 있도록, 지휘 계통 강화를 위해 복수의 인공 인격의 통제를 받는 지휘 유닛도 존재합니다.
은여우: ……하지만 가상 적의 이미지조차 확립하지 못한 채 군비 경쟁의 산물이 되어가다가 정말로 ‘엑스’라는 존재와 싸우게 되어 버렸죠.
은여우: 행운인지 불행인지…….
은여우: 만족하시나요?
컨스텔레이션: 응. 예상보다 더 많은 걸 얻었어. 고마워.
은여우: 그럼 다음 질문 부탁드립니다.
컨스텔레이션: (지금까지 4가지 질문 중 3가지에 답변을 해줬어.)
컨스텔레이션: (역시 은여우도 우리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는 거야.)
컨스텔레이션: (이제 남은 질문은 2가지. 그럼…….)
컨스텔레이션: 지금까지 잘 답변해줘서 고마워. 그럼 다섯 번째 질문이야.
컨스텔레이션: ――무슨 임무 중이야?
은여우: 노 코멘트.
은여우: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해서 상대방의 여지를 줄인다…….
은여우: 좋은 전술이에요. 역시 렉싱턴의 동생이네요.
컨스텔레이션: (……응? 렉싱턴 언니? 갑자기?)
컨스텔레이션: (맞다. 이 사람들은 II형 의장에 대해 알고 있으니까, 혹시 렉싱턴 언니의 II형 의장에 대해 물어보면….)
컨스텔레이션: (아니, 이런 복잡한 내용은 두세 마디로 답할 수 있는 내용이 아냐….)
컨스텔레이션: (상대는 단순히 II형 의장이 가능한지 여부에 관해 말하겠지.)
컨스텔레이션: (만약 ‘네’라고 하면 결국 아무 의미 없고, ‘아니오’라고 대답한다면…….)
컨스텔레이션: (결국 상대는 지금 렉싱턴 언니가 어떤 상황인지 알지 못하니까…)
컨스텔레이션: (진정해 컨스텔레이션…. 이건 은여우의 계략이야……. 일부러 언니 이름을 말해서 날 어지럽히려는 거야….)
은여우: 마지막 질문이니까 잘 생각하고 말씀하세요. 어린 아가씨.
컨스텔레이션: (지금까지 대답을 받은 질문은 3개. 모두 최소한의 성과는 있었어.)
컨스텔레이션: (이 이상 심도 있는 질문을 해도 아마 제대로 된 답변은 얻을 수 없겠지….)
컨스텔레이션: (그럼 마지막은 내가 제일 궁금했던 걸….)
컨스텔레이션: ――넌 대체 누구야?
컨스텔레이션: 이게 마지막 질문이야.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답변. 이사회 소속 함대 AI. 워 프로토콜 FORTRESS.
컨스텔레이션: ……어?
컨스텔레이션: ……그쪽이 대답하는 거야!?
은여우: 후후후. 딱히 거짓말도 아니고 속임수를 쓴 것도 아닌데요?
은여우: 엄밀히 말하면 당신은 포트리스를 향해 질문을 던지고, 포트리스가 그 질문에 대답하는 것이니까요.
컨스텔레이션: ………큭. 마지막까지 와서 교활한 짓을…!
은여우: 정리하면 저는 당신의 질문 6가지 중 4개에 답했습니다. 당신도 제 질문 중 4가지에는 답변을 하셔야 해요.
은여우: 그게 규칙이었죠?
컨스텔레이션: 그……렇지.
은여우: 그럼 이제 제 차례예요. 컨스텔레이션 아가씨~
~31. 6가지 질문 下
함선들과 은여우의 게임도 후반에 접어들었다.
규칙에 따라 이번에는 컨스텔레이션이 대답할 차례다.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그럼 질문해. 은여우.
은여우: 네. 첫 번째 질문은…….
은여우: ――달의 토양의 성분이 어떤지 아세요?
컨스텔레이션: 달의 토양의 성분…? 아니, 모르겠어.
컨스텔레이션: 나도 언젠가 머리 위에 있는 저 별바다를 탐험하고 싶어.
컨스텔레이션: 하지만 기술력이 있어도 언제 실현될지는 모르겠어.
컨스텔레이션: 세이렌과의 싸움 때문에… 그럴 여유도 없으니까…….
은여우: 그렇군요. 그런데 여러분은 「별바다」라는 기지에서 오셨죠?
은여우: 아직 우주 탐사에 나서지도 못했는데 「별바다」라니, 좀 기묘하네요.
은여우: 두 번째 질문입니다.
은여우: ――별바다는 어떤 곳이죠?
컨스텔레이션: 별바다에 관한 모든 정보는 유니온의 일급비밀이기 때문에 나는 밝힐 권한이 없어.
컨스텔레이션: …애초에 별바다라는 말도 꺼내지 말았어야 했는데.
괌[전술행동부]: ……그랬어?
컨스텔레이션: 응. 우리한테는 ‘내호(內湖) 함대’라는 공식적인 대외 명칭이 있어.
은여우: 그럼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은 ‘노 코멘트’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컨스텔레이션: ……응.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줘.
은여우: 알겠습니다. 그럼 세 번째 질문을 드릴게요.
은여우: ――여러분의 멘탈 큐브는 어디서 왔나요?
컨스텔레이션: 그건 대답할 수 있어.
컨스텔레이션: 멘탈 큐브는 아주르 레인이 설립된 후, 인류의 지혜를 합하여 개발해낸 과학의 기적이야.
컨스텔레이션: 세이렌과의 싸움에 큰 전환점이 되기도 했어.
컨스텔레이션: 멘탈 큐브로 인해 우리 ‘함선’이 태어날 수 있었고, 열악했던 전황도 호전될 수 있었어.
컨스텔레이션: 멘탈 큐브 제조법은 모든 진영이 알고 있어. 자체적으로 생산도 가능해.
컨스텔레이션: 하지만 제조 과정에서 극히 희귀한 광물이 필요해서 생산량은 매우 적어.
컨스텔레이션: …내가 아는 건 이것뿐이야.
은여우: 희귀 광물이 필요하며 생산량은 적다…….
은여우: 그럼 다음 질문입니다.
은여우: ――세이렌의 조직 구성을 알려 주세요.
은여우: 대답하기 어렵다면, 어떤 유형의 세이렌들과 싸웠는지 말해주셔도 괜찮습니다.
컨스텔레이션: ……좀 정리하기 어려운데 괌이 대신 답해도 괜찮아?
은여우: 네. 좋아요.
괌: Got it! 세이렌 일은 현장 담당 괌한테 맡겨줘~
컨스텔레이션: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괌: 아, 알겠어!
괌: 에헴. 세이렌은 기본적으로 다양한 종류의 양산함과 장기말, 인간형 하급 단말로 구성되어 있어.
괌: 거기에 좀 더 지능적인 상위 개체가 있지.
괌: 퓨리파이어, 테스터, 오미터, 컴파일러, 옵저버…….
괌: 상위 개체는 제각기 특기 분야가 있고, 가지고 있는 병장도 달라.
괌: 하지만 이 중 컴파일러의 주기는 우리가 성공적으로 격파했다는 거!
괌: 그리고 상위 개체보다 더 위에는 신출귀몰한 아비터와 이들이 통제하는 인포서가 있어.
괌: 인포서의 전력은 아까 전투에서 봤겠지만.
괌: 아비터는 아무리 너희 함대라고 해도 고전을 면하기 힘들 거야.
괌: 이겨도 손해가 클 테고, 지면…… 뭐 굳이 말할 필요 없겠지.
은여우: 후후. 알겠습니다. 그럼 다섯 번째 질문입니다.
은여우: ――「서광 계획」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나요?
괌: ……서광 계획?
컨스텔레이션: 괌. 이건 내가 맡을게.
컨스텔레이션: ………….
은여우: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이네요. 어린 아가씨.
은여우: 이 질문에 대답을 거부하면 다음 질문에는 반드시 답변해야 합니다.
은여우: 순간 거짓말을 해서 속여넘길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반대로 그건 옳지 못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은여우: 착하고 솔직한 당신은 이런 꾀에는 그다지 능숙하지 않기에 일단 고민하는 것처럼 시간을 법니다…….
은여우: 제 생각이 맞나요?
컨스텔레이션: ……누가 ‘은여우’라는 코드 네임을 지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센스라고 칭찬해 주고 싶네.
컨스텔레이션: (「서광 계획」……. 지휘관이 북방연합에서 회수한 자료에 분명 「서광」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었지….)
은여우: 후후후. 기회가 된다면 그 사람에게 전해놓겠습니다.
은여우: …너무 긴장하지 마세요. 이사회 상임위원의 명예를 걸고, 다음 질문은 절대 당신을 곤란하게 하지 않겠습니다.
은여우: 그러니 마음 편하게 먹고 당신의 생각을 들려 주세요.
컨스텔레이션: ……노 코멘트야.
은여우: 그럼 제 여섯 번째 질문이자 이 게임의 마지막 질문입니다.
은여우: 지금까지 세 가지 질문에 답했으니 이 질문에는 반드시 대답해야 해요.
은여우: 곤란하게 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질문을 안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후후. 대체 어떤 질문을 하면 좋을까요….
컨스텔레이션은 순간 귀를 의심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차분하고 자신감 넘치던 은여우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긴장, 흥분, 불안……. 고조된 감정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는 듯한 떨림이었다.
컨스텔레이션: (설마 지금까지의 질문은 전부 연막이고 처음부터 마지막 질문 하나만 노리고 있었던 거야…?)
컨스텔레이션: 내가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알려줄게. 레이디.
은여우: 네. 어린 아가씨. 마지막 질문이에요.
은여우: ――스베르들롭스크의 근황은 어떤가요?
컨스텔레이션: ……어?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답변을 시뮬레이션 하고 있었지만, 은여우의 입에서 나온 것은 전혀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적당히 내뱉은 질문은 아닐 터였다.
컨스텔레이션: 저기, 스베르들롭스크는 북방연합의 지명… 맞지?
컨스텔레이션: 미안해. 난 북방연합의 지리에 대해서는 잘 몰라.
컨스텔레이션: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고, 최근 상황은 더더욱….
은여우: 그렇군요…….
변조된 목소리 너머로도 컨스텔레이션은 실망과 슬픔을 느낄 수 있었다.
컨스텔레이션: ……혹시 거기가 네 고향이야…?
컨스텔레이션: 그럼 이 질문은 노 카운트! 하나 더 물어 봐!
은여우: ……어린 아가씨. 서로의 비밀이 걸려 있는데 이렇게 크게 양보하는 건 좋지 않답니다?
컨스텔레이션: 괜찮아. 이건 어디까지나 버라이어티…, 게임이니까.
컨스텔레이션: 게임이니까 어느 정도 융통성은 있어야지.
은여우: ……그렇습니까. …그럼 사양하지 않겠습니다.
통신기에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은여우: …질문을 정했습니다. 제가 알고 싶은 것은――
은여우: ――오스타는 잘 지내고 있나요?
컨스텔레이션: ……오스타……? 누구…?
컨스텔레이션: …미안해. 들어 본 적 없는 이름이야….
컨스텔레이션: 이, 이번 질문도 노 카운트! 한 번 더 해!
……통신기 너머에선 아무런 대답도 들려오지 않았다.
컨스텔레이션: ……은여우?
프린스턴(META): 다들 괜찮아? 메달 가지고 왔어.
프린스턴(META): 그리고 좋은 소식도!
----
프린스턴(META): 방해해서 미안해. 퀴즈 게임은 다 끝났어?
컨스텔레이션: 그게…….
은여우: 다 끝났습니다. 프린스턴, 좋은 소식이 뭐죠?
프린스턴(META): 아, 레이디. 비콘 수리와 정화 작업이 끝났어.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메모리 섹터에 인위적으로 수정된 흔적이 있고, 멀웨어도 심어져 있었어.
워 프로토콜-포트리스: 하지만 정화 처리를 마쳤으니, 이제 기동만 하면 비콘 안에 있는 로그를 전부 확인할 수 있어.
괌: 잘됐다! 우리가 이거 때문에 이리로 날아온 거라면, 분명 다시 집으로 돌아갈 힌트도 숨겨져 있을 거야!
괌: 얼른 기동해보자♪
프린스턴(META): 레이디?
은여우: 네. 시작하세요.
은여우의 허락을 얻은 프린스턴은 비콘 작동 버튼에 손가락을 얹었다.
버튼을 가볍게 누르자――
----
이사회 함대, 폐허의 바다, 포트리스, 또 다른 프린스턴――
함선들 주위에 있던 모든 것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이내 주변 풍경은 낯익은 세계로 변했다.
샌재신토: 여기는… 가상 공간 「산호해」……?
샌재신토: 저희 돌아온 건가요?
루이빌: 대체 어떻게 된 거죠…? 그렇게 큰 함대가 순식간에 사라지다니….
컨스텔레이션: ……아마 방금 작동한 비콘과 관련이 있겠지….
래피II: 프린스턴, 찾았다…….
괌: 그러니까, 어느 쪽?
플래셔: 우리 프린스턴이야! 저기, 저기 쓰러져 있어……. 우에에에에엥….
괌: 프린스턴. 정신 차려――!
프린스턴: Zzz… 새러토가 씨… 알래스카 씨……. 환영회… 너무 호화로운데…… Zzzz
프린스턴: 에헤헤헤………Zzzz
컨스텔레이션: ……자고 있네….
괌: 자고 있네…. 좋은 꿈 꾸나봐!
괌: 불쌍한 프린스턴…. 잠에서 깨면 새러토가도 알래스카 언니도 없는 현실로….
괌: 그래도 환영회는 제대로 준비할 테니까! 그 때까진 푹 자고 있어!
컨스텔레이션: ……….
컨스텔레이션: ……마지막 질문, 대답하지 못했어.
괌: 괜찮아 괜찮아~ 대답 못했으면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뜻이니까♪
괌: 나중에 다시 만났을 때 대답하면 돼.
괌: 분명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미소녀 괌의 직감이 들어☆!
컨스텔레이션: ……응.
통신: ――――
TB: TB입니다. 여러분의 신호를 포착했습니다.
TB: 현황을 보고해 주십시오. 또한 어째서 가상 공간 산호해로 이동했는지 사실 검증을 위한 자료 제공을…….
괌: 다들 무사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말하자면 길어지니까 나중에!
래피II: 래피…… 지쳤어……. 이번엔 괌이 설명해…….
괌: 아하하, 알겠어 알겠어! TB는 괜찮아?
TB: 인양한 데이터에 들어 있던 적성 프로그램은 제거되었습니다. 「갤럭시 코어」는 정상 가동 중입니다.
TB: 곧 가상 공간 이탈 시퀀스를 실행합니다.
괌: 오오! 드디어 집에 간다―!
컨스텔레이션: 응……돌아가면 한숨 잘래…….
컨스텔레이션: 밤새워 별을 바라보는 건… 당분간은 관두자…. 후아아아암…….
----
??? ???
???: ………비콘의 빛.
???: ……늦은 건가…….
~32. 회고
「별바다」 코어 블록. 「갤럭시 코어」 살롱.
앵커리지: 다들…… 어서 와…!
괌: 엣헴♪ 모두 무사히 돌아왔어♪
샌재신토: …흐응. 앵커리지. TB와 함께 제어실에서 열심히 노력하고 있었군요?
앵커리지: 응!
TB: 앵커리지의 중요한 발견 덕분에 이번 사고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었습니다.
TB: 참 잘했습니다. 칭찬 도장입니다.
TB: 인양 데이터 분석·처리에는 아직 시간이 필요합니다.
TB: 리스크 유무를 확인한 이후 테스트 블록 실험 부서로 데이터를 전송하겠습니다.
컨스텔레이션: 응. 부탁해.
괌: 어? 근데 우리 인양 데이터는 어디서 얻은 거야? 그 비콘은 결국 은여우네가 가져갔잖아?
컨스텔레이션: 나하고 플래셔가 구했지.
플래셔: 응. 컨스텔레이션 언니하고 같이 내내 주요 목표 표시와 데이터 수집을 하고 있었거든…!
괌: ‘통제 구역 내 사진 촬영은 금지’라고 그랬잖아!
컨스텔레이션: ‘촬영’이 아니라 ‘인양’이니까 세이프.
TB: 이번 사건의 보고 담당자는――
컨스텔레이션: …맞다. 그것도 있었지….
컨스텔레이션: 으응…. 나 더는 무리야…. 한동안 잠을 못 자서…… Zzzz…….
샌재신토: 컨스텔레이션이 잠들어 버렸으니 제가 대신 회수분석 업무를 해야할 것 같네요~
프린스턴: 난 중간부터 정신을 잃어서 아무것도…….
프린스턴: 그래서 다들 무슨 일을 겪었는지 하나도 몰라……. 으으….
괌: 플래셔나 래피한테 맡길 수도 없고……. 어?
괌: 혹시 괌이 보고서 써야 돼!?
컨스텔레이션: 힘내… 괌……Zzzz
괌: ――Noooooooo!!!!
~33. 메시지 도착
아이리스 교국. 수도.
아주르 레인 임시 지휘 시설.
통신 단말로 「별바다」에서 보낸 사고 보고서를 수신했다.
지휘관: 사고라… 그래, 사고긴 하지. …어디 한번 볼까.
지휘관: …데이터 인양 중 미지의 가상 공간으로 전이됨. 그곳에서 「이사회」라고 자칭하는 조직의 함대와 조우.
지휘관: 이 조직의 엠블럼…. 벨로루시야와 바닷속 「비밀 영역」을 조사했을 때 본 적 있어.
지휘관: 그럼 그 시설은 이사회 거였나?
지휘관: 이사회 상임위원, 코드 네임 「은여우」. 그녀는 오스타 박사의 존재도 알고 있었어.
지휘관: 안쥬와 오스타는 이사회에서 일하는 건가?
지휘관: 그럼 그들이 알고 있던 나도 이사회 소속이었을 가능성이 있어…….
지휘관: 그리고 새로운 안티 엑스 개체, 「워 프로토콜 포트리스」.
지휘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세이렌….
지휘관: 그리고 멘탈 큐브의 리미터. 통제 가능한 META화…….
지휘관: ……………….
지휘관: 안 돼. 머릿속에 아무런 정보도 안 떠올라.
지휘관: 지금까지 몇 번인가 기억이 플래시백 된 적이 있어.
지휘관: 생각해 보면 플래시백이 일어난 건 경면 해역이나, 별바다의 가상 공간 속에 있을 때였지….
지휘관: 특히 저번에 리얼리티 렌즈에 접속했었을 때….
지휘관: 다음은――아비터 데빌의 묘한 질문……. “그 가상 공간이라는 게 어디 있는지 알아?”
지휘관: 이상해. 내가 아는 한 갤럭시 코어는 아무 문제 없었어.
지휘관: 어쩌면 이사회의 존재가 모든 의문을 푸는 열쇠일지도….
지휘관: 직접 만날 수 있다면….
지휘관: 하지만 그 비콘은… 악의로 가득한 깜짝 상자 같았어.
지휘관: 마지막으로 검은 용오름…. 「흉조 현상」이라고 했었지. 엘리자베스도 따로 연락해서 그 위험성을 경고한 적이 있었고.
지휘관: …비콘은 절대 복원되어선 안 돼.
지휘관: 현 단계에서 급진적 연구는 필요 없어. 지금은 II형 의장 프로젝트에 집중하자….
~34. 피크닉 준비
경면해역 아발론의 문. 「카멜롯」
퀸 엘리자베스: 방금 하인이 ‘요약본’을 보냈어. 개인 채널이니까 마음껏 봐도 괜찮아.
퀸 엘리자베스(META): …이건……별바다에서 「흉조 현상」과 조우했다고?
퀸 엘리자베스(META): 예상대로 그쪽 「가지」에도 침식이 번지고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나저나 매우 훌륭한 하인이네. 이런 극비 사항까지 다 공유해 주다니.
퀸 엘리자베스(META): 누구하곤 달리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 하지도 않고.
퀸 엘리자베스: 너… 날 비꼬는 건 곧 너를 비꼬는 거나 마찬가지야. 진실을 많이 아는 게 꼭 좋은 일이 아니란 건 서로 잘 알잖아.
퀸 엘리자베스: 이제 질렸어. 나머지 구역은 네가 쓸 곳이니까 네가 개축해.
퀸 엘리자베스: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고.
퀸 엘리자베스(META): 후후후. 알겠어.
퀸 엘리자베스(META): 하지만 서두를 필요 없어. 지금은 더 중요한 일이 있으니까.
퀸 엘리자베스(META): 엘리자베스. 조만간 피크닉 한번 올래?
퀸 엘리자베스(META): 슬슬 「미스 D」를 소개시켜 줄게.
~35. 재차 부러진 칼날
북방연합. 어느 곳.
큰 방 중앙에 있는 장치에 소비에츠키 소유즈가 누워 있었다.
그녀의 의장은 이미 머리가 풀려 있었고, 나머지 부분도 최대한 해제되어 거의 기본 구조만 남아 있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소브라지텔니. 치칼로프. 검사 결과는?
치칼로프: ……결과는 똑같아. 손상이 있어. 원인은 불명.
소브라지텔니: 이상하네…. 이번에야말로 성공할 줄 알았는데….
소브라지텔니: 왜 그럴까~ 지금까지 했던 실험에서는 아무 문제 없었는데~
치칼로프: ‘거짓 신’ 사건에서 소유즈 동지는 드로이드와 강도 높은 전투를 벌였어.
치칼로프: 그 때문에 이전처럼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게 된 거야――
소브라지텔니: 아니면 처음부터 소유즈 동지의 큐브에 일종의 제한이 걸린 게 아닐까?
소브라지텔니: 그래서 신형 의장과 호환이 안 되고 구형 의장밖에 쓸 수 없는 건가?
치칼로프: 증거는 없지만 뭐 일리는 있다고 생각해.
치칼로프: 원인을 모르면 어쩔 수 없으니까 일단은 의장 재료부터 개선해 보자.
치칼로프: 남극 연구소 쪽 채굴 연구에 뭔가 진전이 있으면 좋겠는데….
소비에츠키 소유즈: 연구에 관해서는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소비에츠키 소유즈: 적어도 이번 의장의 내구도는 일반 전투를 견디기에는 충분하니까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우선은 이 안으로 진행해 주십시오.
소비에츠키 소유즈: 현재 시국을 생각하면 하루 빨리 전투 능력을 회복해야 합니다.
~36. 외곽 방어선
??? 외곽 방어선
아비터 러버즈와 엠프레스가 ‘엑스’의 습격에 대비해 세운 방어선.
무수한 요격 무기와 끝없이 펼쳐진 요새가 눈에 들어왔다.
육지, 바다, 하늘――천궁 저편까지 강철 성벽이 우뚝 솟아 있었다.
겹겹이 세워진 요새 사이를 안티 엑스 함대가 일벌처럼 부지런히 오가고 있었다.
순찰 중인 인간형 개체와 양산함. 운반용 대형 공작 기계 탑재함. 무인 함재기에 드론――
이 방어 체계의 지휘관은 스스로를 ‘소녀’라고 정의한 적이 없는 소녀였다.
소녀는 수평선 너머로 다가오는 어둠을 응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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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놈 리샤르: ……아핫♪ 오랜만에 멋진 물건을 내놓았네. 안티 엑스.
보놈 리샤르: 내 환영 선물이야?
아비터 러버즈VI: …제V종 위협의 접근을 확인. 대처. 섬멸.
보놈 리샤르: 흐응. 옛날 이야기라도 할까 했는데에~
보놈 리샤르: 있지. 아까 빛나던 비콘 못 봤어?
보놈 리샤르: 그립네~ 아하하하.
보놈 리샤르: 난 이미 선물을 좀 보냈거든. 너는?
아비터 러버즈VI: ……해당 상황에 대한 대처는 이미 완료했어.
아비터 러버즈VI: ……네 전장은 여기야. 네 적수는 나야.
보놈 리샤르: 러버즈라~ 확실히 싸워본 적은 없지! 에헤헤, 자신감 넘치네~
보놈 리샤르: 한번 맞춰볼까? 네 작전은 최대한 버티면서 소모전으로 끌고 가서 나를 무너뜨리는 거지?
아비터 러버즈VI: ……….
보놈 리샤르: 흐흥…. 비밀 하나 알려줄게.
보놈 리샤르: 나 말야, 의외로 인내심이 많거든♪
~37. 빛을 쫓는 별의 바다
여기는 포트리스. 3,122번째 통신 연락 시도.
응답 없음.
“있지. 아까는 대체 뭐였을까?”
“꿈……이었을까?”
꿈이 아니야. 사실이다.
“하긴… 아직 콜라 몇 병이 냉장고에 남아 있으니까.”
----
“아까 레이디한테 콜라를 가져다 줬을 때”
“레이디가… 그 「은여우」가 뭐라고 했는지 알아?
…?
“‘프린스턴은 「운명」을 믿나요?’”
“진짜 깜짝 놀랐다니까….”
“포트리스. 우리 정말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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