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굿 모닝 별바다
괌[전술행동부]: 카메라 세팅…… OK.
괌: 패러미터 설정…… OK.
괌: 비디오 모드…… Start!
괌: 「별바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러분 좋은 아침이에요! 현재 시각 아침 4시 10분…….
괌: 음… 4시에 좋은 아침이라기엔 좀 이상한 거 같긴 한데….
괌: Anyway~ 이 방송을 볼 때쯤이면 아침이니까!
괌: 좋은 아침으로 OK! 문제 낫씽!
괌: …잠깐. 근데 생각해 보면 만약에 문제가 생겨서 방송 시간이 어긋나면…. 역시 내일 아침에 예약 방송 하는 게 나을까?
괌: 본말 전도잖아! NG! …자, 컷 컷 컷!
괌: 다시! 「별바다」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여러분 좋은 아침이에요~!
괌: 여러분의 이웃 유니온 순양함 CB-2. 미소녀 함선 연예인 괌입니다아~!
괌: 현재 시각 아침 4시 10분! 평소 분주한 격납고는 지금 텅 비어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분위기!
괌: 네! 감이 좋으신 분들은 벌써 아시겠죠~
괌: “설마 시설 내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을 파헤칠 생각이야?!”
괌: Exactly! 정답입니다~♪
괌: 유니온 연구 시설 「별바다」에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 아직 모르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실은――
노샘프턴II[병장설계부]: 괌. 우리 방송 촬영이 아니라 동료 픽업하러 온 거잖아.
노샘프턴II: 그리고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이라니 전혀 들어본 적 없는데.
괌: 그랬지 참! 우리 동료들 맞으러 온 거였지!
괌: 그리고 별바다에서 귀신이 나온다는 소문은 완전 거짓! 여러분 과학의 힘을 믿읍시다! 부디 소문에 휘둘리지 않도록!
노샘프턴II: 그 말투면 오히려 의심스러워지잖아….
괌: 일부러 이렇게 말한 거야♪
노샘프턴II: 아. 슬슬 연락기가 도착하나봐. 카메라는 끄는 게 낫지 않아?
괌: 안 돼 노샘프턴! 연락기가 도착하는 장면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설치한 거란 말야.
괌: 샌재신토가 프린스턴이 도착하는 모습을 찍어달라고 부탁했거든.
괌: 항상 진지한 프린스턴이 놀라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그랬어.
괌: 뭐 딱히 공짜로 해주는 건 아냐.
괌: 대신 컨스텔레이션이 여는 관계자 회의 일정을 받아왔지♪ 오늘은 절대 참석하고 싶지 않은걸!
노샘프턴II: ………방금은 컨스텔레이션이 보면 큰일 나는 거 아냐?
괌: 괜찮아 괜찮아! 나중에 편집할 때 싹 자를 거니까!
괌: 쉿. 무슨 소리 안 들려? 연락기가 도착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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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병장설계부]: 지도 앱에 따르면…… 이쪽인 거 같아.
프린스턴: 격납고가 이렇게나 넓다니…. 산 속에 있는 시설 치고는 아무리 그래도 너무 크잖아….
프린스턴: 어디… 다음은 밑으로 내려가나…? 아니면 이 앞의 복도를 따라…? 으으, 미로에 빠진 기분이야….
프린스턴: 래피, 잘 따라와. 길 잃어서 미아라도 되면 큰일이니까.
래피[병장설계부]: 응…….
프린스턴: 그나저나 이런 거대 구조물을 대체 어떻게 지은 걸까…….
프린스턴: 벽의 재질도 특이한데…. 밖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건축 자재인가?
프린스턴: 으으, 역시 못 찾겠어…. 안내를 받아야 할 거 같은데….
프린스턴: 마침 앞에 누가 있네. 저기―
프린스턴: 어? 루이빌이잖아! 너도 별바다에 배속된 거야?
루이빌[병장설계부]: 프린스턴하고 래피…? 무슨 일이세요…?
프린스턴: 저기… 헤르쿨레스(Hercules)자리… ‘병장설계부’로 가고 싶은데….
루이빌: 죄송해요. 사실 저도 배속된지 얼마 안 돼서 길을 잘 몰라요….
루이빌: 아, 그러고 보니 저도 병장설계부로 가려던 참이었어요….
프린스턴: 응? 그럼 같이 찾아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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괌: 루이빌이다! 프린스턴 쪽도 와 있어!
괌: 슬슬 준비했던 거를…….
괌: 2, 1……Surprise!
(팡 팡 팡 팡)
루이빌: 꺄아아아아!
프린스턴: 뭐, 뭐야?!
괌: 「별바다」에―――어서 오세요!
괌: 별바다에서도 맹활약하는 미소녀 함선 연예인 괌이야! 그리고 얘는 노샘프턴! 오늘 처음 배속된 거지?
프린스턴: 네! 인디펜던스급 2번함 프린스턴, NY시티 함대에서 별바다 근무를 명 받았습니다! 금일 부로 별바다에 착임합니다!
프린스턴: 이쪽은 래피, 그리고…….
루이빌: 루이빌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노샘프턴II: 루이빌은 온지 좀 됐었지? …아무튼 먼 길 오느라 고생 많았어. 여기부터는 우리가 안내할게.
프린스턴: 고마워! ……근데 이 카메라는… 무슨 홍보 영상 찍는 거야?
괌: 응!
노샘프턴II: 아니야.
괌: 엄청 중요한 영상이야!
노샘프턴II: 괌이 회의를 땡땡이치려고….
괌: 촬영 협조 부탁해!
노샘프턴II: 신경 안 써도 되니까 빨리 출발하자.
프린스턴: 어, 어어……………?
괌: 뭐어~ 어차피 너희를 안내할 생각이었으니까 별반 다르진 않아♪
괌: 난 별바다에서 근무한지 오래됐으니까 여기는 잘 알아!
괌: 시설 안내부터 괴담 소문까지 뭐든지 알려줄게♪
괌: 질문 있으면 편하게 물어봐!
프린스턴: ……그럼 궁금한 게 하나 있는데.
프린스턴: 새러토가 씨는 언제 만날 수 있어?
괌: 새러토가? 새러토가는 여기 없는데?
프린스턴: ……………어?
프린스턴: 그, 그럼 알래스카 씨는? 여기 책임자지…?
괌: 알래스카? 아~ 언니가 관리 위원회 쪽에 있는 건 맞는데… 책임자라고 하기엔 좀 어폐가 있고….
괌: 뭐, 비밀 연구 시설이니까 바깥에 알려진 정보하고는 다소 편차가 있을 수 있지.
괌: 아무튼 알래스카는 지금 공무로 출장 중이라 별바다엔 없어.
프린스턴: ……………어어?
프린스턴: 어떻게… 어떻게 이런…….
괌: 우와 엄청 실망한 표정…. 혹시 새러토가하고 알래스카가 보고 싶어서 전근 신청한 거야?
프린스턴: 아, 그런 건 아냐. 프린스턴급 II형 의장 연구에 협력하라는 명령을 받았거든.
프린스턴: 없다니 어쩔 수 없지…. 괌. 괜찮으면 업무에 관한 질문을 해도 될까?
프린스턴: 자료 정리 중에 생긴 의문점들을 정리한 노트인데, 한번 봐줄 수 있어?
괌: (노트에 글자가 빼곡이…!?)
괌: (큰일 났다…. 괌이 제일 서툴러 하는 우등생 타입이야…!)
괌: 그게… 그건 그쪽 전공인 노샘프턴에게 부탁할게♪
노샘프턴II: 아까 누가 뭐든지 편하게 물어보라고 했던 거 같은데….
괌: 미소녀 괌이야! 뭐든지 편하게 물어보랬지 꼭 대답해 준다는 말은 안 했잖아!
괌: 자 자, 이렇게 서서 얘기하는 것도 뭐하니….
괌: 지금부터는 괌이 촬영하고 노샘프턴이 안내와 설명을 맡을 거야.
괌: 업무 분담 확실히 하고 빨리 출발하자구!
여기는 포트리스. 182번째 통신 연락 시도.
응답 없음.
“그래… 그럼 2시간 뒤에 다시 부탁해.”
프린스턴. 현재 72시간 연속 근무 중.
안전성을 고려하면 잠시 쉬어야 해.
“알겠어. 그럼 함대는 맡길게.”
오더 확인. 안녕히 주무세요.
“잘 자.”
~02. 별바다의 시설
「별바다」 연결 통로.
노샘프턴II[병장설계부]: …알다시피 별바다의 각 부서는 코드 네임으로 별자리 이름이 붙어 있어.
노샘프턴II: 가령 지금 가는 병장설계부는 엔지니어링 블록에 속하고, 헤르쿨레스자리라는 코드 네임이 있으니까.
노샘프턴II: 부를 때는 ‘엔지니어링 블록 병장설계부’ 또는 ‘헤르쿨레스자리 병장설계부’가 되는 거야.
노샘프턴II: 프린스턴하고 래피는 거기서 나하고 같이 일하게 될 거야.
노샘프턴II: 괌은… 에이전트 블록의 전술행동부 소속이야. 쉽게 말하면 무력 담당.
괌[전술행동부]: 무력 담당이라니 너무하잖아! 미소녀 연예인이니까 정의의 퍼포먼스라구!
괌: 참고로 우리 코드 네임은 ‘오리온자리 전술행동부’야.
프린스턴[병장설계부]: 별바다라서 코드 네임도 별자리에서 따왔구나.
노샘프턴II: 응. 연구와 실험 쪽은 리서치 블록 페르세우스자리.
노샘프턴II: 의료, 정보, 결재 쪽 기관은 디사이시브 블록 헤븐리 워터.
노샘프턴II: 한번에 외우기는 힘드니까 당분간은 담당 분야만이라도 기억해둬.
노샘프턴II: 시간이 지나면 차차 익숙해질 거야.
프린스턴: 그러고 보니 새러토가 씨는 어느 부서 소속이야?
노샘프턴II: 아. 아까 괌의 말에 오해가 있었던 모양인데, 정확히 말하면 새러토가는 별바다 소속이 아니라는 뜻이었어. 굳이 말하면 고문이나 어드바이저 역할이라고 할까.
노샘프턴II: 근데 자세히는 모르겠어. 미안.
프린스턴: 그럼 알래스카 씨는…….
노샘프턴II: 별바다 관리 위원회 디사이시브 블록 아르고자리 전략부 소속이야.
노샘프턴II: 기밀상 이유로 별바다를 비운 상황이라 몇 달 뒤에나 돌아올 거야.
노샘프턴II: ………그래서 그런지 괌의 내부 방송 빈도도 많아지는 기분이야.
괌: 내부 방송은 알래스카도 동의한 건데?
괌: 뭐 방송 빈도는…… 아하하하…….
괌: …잠깐. 이 시간에 이 루트는… 별로 안 좋은데….
괌: 아아, 진짜 안 좋아.
노샘프턴II: ……안 좋다니?
괌: 아니, 아무것도 아냐!
괌: 프린스턴도 여러 가지 보고 싶을 테니 제어 블록으로 가서 배틀 시뮬레이션이나 해보는 건 어때?
괌: 노트에 적혀 있던 질문들도 일단 시뮬레이션 해보고 나면 답이 나올 거야!
괌: TB한테는 내가 신청해둘게.
프린스턴: 배틀 시뮬레이션……?
프린스턴: 그렇게 쉽게 신청할 수 있는 거야…?
프린스턴: (작게) 노샘프턴. 혹시 알래스카 씨가 없어서 괌이 통제 불능인 게….
괌: 다 들려♪
괌: 아무튼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냐. 여기가 연구 시설이긴 하지만, 기기 사용 예약이 안 잡혀 있으면 부담없이 신청 가능해.
괌: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것보다는 사용하는 게 도움이 되니까.
괌: OK~ TB가 지금 사용 인원 없으니까 괜찮다고 허락해줬어~
괌: 제어 블록 「갤럭시 코어」에서 「미래 세계」로 가는 거야.
루이빌[병장설계부]: 미래… 세계……?
괌: 흐흥~ 그건 기대해.
괌: 설마 여기까지 왔는데 안 간다고 하진 않겠지?
프린스턴: ……그래,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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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괌: 휴…. 이 루트로 가면 안전하겠지…….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괌. 날 찾는 거야?
괌: 커, 컨스텔레이션?! 어떻게 여기에…….
컨스텔레이션: 별들이 알려줬어.
괌: 별자리점으로 그런 것도 알 수 있어?! …아니, 그게 아니라――
괌: 샌재신토가 다 불었구나!
샌재신토[회수분석부]: 어머. 난 ‘아직’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컨스텔레이션: 응. 재신토는 아무 말도 안 했어.
컨스텔레이션: 그런데 괌. II형 의장과 관련된 모든 테스트 항목은 내가 관리하고 있다는 거 잊었어?
컨스텔레이션: 네가 TB한테 보낸 시뮬레이션 신청도 내가 승인해서 통과된 거야.
괌: 괌, 통한의 실수…!
프린스턴: 저, 저기…….
컨스텔레이션: 인디펜던스급 프린스턴이구나.
컨스텔레이션: 만나서 반가워. 프린스턴, 루이빌, 래피. 난 컨스텔레이션이야.
컨스텔레이션: 지금부터 할 시뮬레이션 말인데, 커스터마이징은 끝냈으니까 자세한 건 TB한테 물어봐.
컨스텔레이션: 괌이랑 루이빌은 내가 데려갈게. 뒷일은 부탁해, 노샘프턴.
노샘프턴II: 응. 맡겨둬.
루이빌: 어라? 저는 아직 착임 보고가 끝나지 않은 것 같은데요….
컨스텔레이션: 데이터는 이미 등록됐으니까 괜찮아. 형식상 절차는 나중에 밟아도 돼.
컨스텔레이션: 지금은 일손이 부족한 상황이니까 바로 도와줬으면 좋겠어. 그리고 괌――
괌: 그렇게 됐으니 미소녀 함선 연예인 괌은 지금부터 회의에 참가합니다아~!
괌: 프린스턴, 래피, 잘 다녀와~! 넓은 은하 별바다. 다음 방송에서 다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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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피[병장설계부]: 가버렸어….
프린스턴: 뭐랄까… 활기찬 사람이네.
노샘프턴II: 아하하…. 항상 저러니까 익숙해지면 돼.
노샘프턴II: 셔틀트레인을 타고 이동할 거니까 잘 따라와.
~03. 미래 시뮬레이션
「별바다」 연결 통로.
프린스턴[병장설계부]: 셔틀트레인으로도 20분이라니… 엄청 넓구나….
프린스턴: 별바다는 얼마나 큰 거야……?
노샘프턴II[병장설계부]: 아직 기지 중앙부야. 가장 깊은 「갤럭시 코어」까지는 좀 거리가 있어.
노샘프턴II: 이제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갈 거니까 둘 다 이쪽으로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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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바다 코어 블록. 살롱.
시애틀[발전형함선연구기획부]: 노샘프턴! 좋은 아침임다!
노샘프턴II: 안녕 시애틀, 키어사지. 이제 테스트 끝났어?
키어사지[발전형함선연구기획부]: 정기 검사. 그리고 앵커리지의 상태를 확인했어.
시애틀: 새 동료들과 시뮬레이션 하는 검까! 지금 비어 있으니까 얼른 가지 말임다.
키어사지: 아직 검사 항목이 남아 있으니까, 실례할게.
노샘프턴II: 응. 나중에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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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스턴: 저 두 사람은… 혹시……?
노샘프턴II: 응. 기밀상 별바다 바깥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을 거야.
노샘프턴II: 그래도 그동안 지휘관을 따라 작전에 참가했던 조지아는 알고 있지?
노샘프턴II: 다들 유니온 특별계획함이야. 소속은 삼각형자리 발전형함선연구기획부.
프린스턴: 특별계획함 연구 부서도 있구나…….
노샘프턴II: 저기, 미안. 셔틀트레인을 한 번 더 타야 돼. 그럼 목적지인 X구역에 도착할 수 있어.
래피[병장설계부]: ……멀어……….
프린스턴: 히, 힘내 래피! 이제 얼마 안 남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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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바다 코어 블록. X구역.
TB[주단말]: 제어 블록, 갤럭시 코어 액세스를 확인. 권한 등록 확인.
TB: 이번 시뮬레이션의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TB: 1. 아비터 DEVIL과 교전하여 데이터 수집.
TB: 2. 래피의 II형 의장의 신뢰성과 전투 능력 검증.
TB: 3. 래피의 II형 의장 실험 방안의 타당성 검증.
래피: 래피, II형 의장 없어.
TB: 답변.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배치가 가능합니다.
TB: 브리핑 오더 실행. 시뮬레이션 첫 참가자에게 시뮬레이션 내용 및 프로세스를 소개합니다.
TB: 가상 공간 설정, ‘NY시티’. 데이터 세트, 리얼리티 렌즈에서 회수한 ‘미래’. 제공자=지휘관.
TB: 지오그래픽, 구조물, 민생 공업품, 군사 기술 등이 포함됩니다.
프린스턴[병장설계부]: 미래…? 지금 미래라고 한 거야…?!
프린스턴: 이것만 있으면 과학 기술이 엄청 발전할 수 있지 않을까…?
TB: 부정. 해당 오브젝트의 데이터는 외관뿐입니다. 내부 구조가 불분명하여 기술 재현은 불가능합니다.
노샘프턴II[병장설계부]: 엄청 리얼한 SF 영화라고 생각하면 돼.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냥 그뿐인 거야.
TB: 네. 데이터에서 재현할 수 있는 기술 팩터는 이번 시뮬레이션에 반영 중입니다.
TB: 제1단계. 적 함대와 교전. 전력은 적정 수준으로 조정되었습니다. 환경 적응을 실시하십시오.
TB: 제2단계. 아비터 보디 데빌과 교전. 데빌의 전력은 최대한 복원했습니다.
TB: 목표. 데빌의 격파.
TB: 시뮬레이션 규칙·규정을 설명합니다. ――편집자. 컨스텔레이션.
TB: 1. 함재기를 포함하여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실험 구역을 이탈했을 경우, 시뮬레이션은 중단됩니다.
TB: 2. 가상 공간에서는 TB에 의한 통신 차단이 실행됩니다. 외부 채널에 접속하거나 데이터 송수신은 불가능합니다.
TB: 3. 실험 구역 외부의 표적에 공격을 가했을 경우, 시뮬레이션은 중단됩니다.
TB: 4. 가상 공간에서는 데빌과의 어떠한 형태의 소통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시뮬레이션은 중단됩니다.
TB: 시뮬레이션을 시작하겠습니다. 준비 구역까지 이동하십시오.
~04. OFS 함대
여기는 포트리스. 1,180번째 통신 연락 시도.
응답 없음.
“슬슬 3달째네….”
걱정 마. 비축 물자는 아직 97%나 남았으니까.
“그래. 아직 최악의 사태는 아냐.”
“이대로 버틸 수만 있다면…”
“언젠가 반드시 집에 갈 수 있어.”
가상 공간 「NY시티」. 실험 구역.
밝아진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기묘한 세계가 눈 앞에 펼쳐졌다.
프린스턴[병장설계부]: 이게… 미래?
프린스턴: 대단해…. 우리 미래에 온 거야?!
노샘프턴II[병장설계부]: 진정해 프린스턴. 우린 아직 별바다에 있어. 아까도 말했지만 리얼한 SF 영화 세트 같은 거야….
프린스턴: (리얼한 SF 영화 세트… 리얼한 SF 영화 세트…….)
프린스턴: (하지만 여기가 정말 미래 세계라면… 바깥보다 고작 수십 년 앞선 정도가 아니잖아….)
래피II[병장설계부]: …래피, 강해졌어……. 이 의장은?
프린스턴: 응? 래피의 의장이… 완전히 달라졌어?!
프린스턴: 이게 혹시 II형 의장? 아까 TB가 말했던 의장 테스트인가?
TB[주단말]: 네. 가상 공간 구축 완료. 재현 인자, 정상. II형 의장 데이터 오버라이드, 정상.
TB: 기록을 재생합니다. “가상 공간 NY시티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기록 등록자. 괌.”
프린스턴: 의장 데이터 오버라이드…?
노샘프턴II: 아, 내가 설명할게.
노샘프턴II: II형 의장 개발은 제작에 막대한 자원을 소모하고 시간도 오래 걸려.
노샘프턴II: 그래서 실패를 줄이기 위해 큐브를 소모하는 실물을 만들기 전에 먼저 데이터 테스트를 하는 식이 됐어.
노샘프턴II: 구체적으로는 「갤럭시 코어」로 가상 공간을 생성하고, 안에서 실험에 참가한 함선의 의장 데이터를 II형 의장으로 덮어쓰는 거야.
노샘프턴II: 래피의 II형 의장은 지금 우리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 중 가장 이론적으로 실현하기 쉽기 때문에 이렇게 별바다에 초대해서 테스트를 돕게 된 거지.
노샘프턴II: 물론 의장이 바뀌는 건 가상 공간 내에 있을 때만이고, 덮어쓴 의장은 데이터에 불과하니까 실제 큐브와는 연결되지 않아.
노샘프턴II: 즉 이 안에서 아무리 손상을 입어도 래피에게 실제로 피해가 가지는 않아.
프린스턴: (그래도 이 정도로 실물 의장을 재현할 수 있다니…. 혹시 래피의 II형 의장 데이터는 완성이 임박한 걸까?)
래피II: ……래피, 하나도 모르겠어.
래피II: 그치만… 강해진 건 진짜……. 더 잘 싸울 수 있어.
래피II: TB. 테스트는 언제 시작해?
TB: 적 유닛을 생성하고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TB의 목소리에 따라 수평선 너머로 함대가 구현됐다.
군함들의 무장은 지금까지 프린스턴과 래피가 보아왔던 것과는 전혀 달랐다.
프린스턴: 본 적 없는 군함, 그리고 무장…. 이게 미래 함대?
노샘프턴II: 외관만이지만. 이 적도 지휘관이 회수한 데이터를 토대로 재현한 거야.
노샘프턴II: 뭐 우리가 알아낼 수 있었던 건 외관, 수, 편성, 그리고 대략적인 전술과 스펙상 전투 능력에 불과하지만.
노샘프턴II: 어떤 소재로 되어 있는지, 어떤 구조인지는 전혀 몰라. 당연히 실물로 재현하는 건 불가능이고.
래피II: ……무슨 게임 같아.
노샘프턴II: 응. 게임 같지. 심플한 데이터뿐이라는 의미에서.
프린스턴: 그렇구나….
프린스턴: 저 제일 큰 배가 기함인가?
TB: 네. OFS 함대 기함. 대형 심해 탐사 정보 수집 잠항함 「에피메테우스」.
TB: 적과 아군 전력의 밸런스 재조정을 실시했습니다. 유의하십시오.
TB: 또한 시뮬레이션 규칙·규제를 엄수해 주십시오.
TB: 모의 전투 시작까지 앞으로 1분――
~05. 오늘의 당직은…
「별바다」 코어 블록. 제어실.
제어실. 별바다의 중심이며 가장 보안이 엄중한 구역 중 하나.
「리얼리티 렌즈」를 비롯해 최신 기술의 결정체가 많이 모여 있기 때문에 진입 권한을 가진 함선은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오늘, 실험 데이터의 격류를 바라보는 TB 옆에는 또 다른 함선 소녀의 모습이 보였다――
앵커리지[발전형함선연구기획부]: TB, TB! 래피… 변했어……!
TB[주단말]: 설명. 래피는 II형 의장을 장착했다는 가정 하에 시뮬레이션에 참가합니다.
TB: 래피의 II형 의장은 기존 실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동성, 전자전 능력, 드론 등 신기술 투입이 예상된 표준형에 해당합니다.
앵커리지: 새 의장! 근데 프린스턴은… 없어?
TB: 네. 유감스럽게도 프린스턴의 II형 의장 설계안은 아직 완성되지 않아 오버라이드 할 수 없습니다.
TB: 그러나 본 시뮬레이션에서 데이터를 얻을 수 있으면 II형 의장 개발 사이클 단축 및 연구 코스트 절감이 가능합니다.
앵커리지: …대단해!
앵커리지: TB! 적이 없어졌어…! 아무것도 안 남았어…?
TB: 연산 최적화를 위해 격파 판정된 유닛은 가상 공간에서 삭제됩니다.
통신: ――――
래피II[병장설계부]: 적 함대, 섬멸.
래피II: TB. 이 새 의장, 맘에 들어.
래피II: 근데 적이 너무 적어서 싸우기엔 부족했어…. 적을 더 보내줘.
TB: 오더를 확인했습니다. 실험 목표 달성에 필요한 시뮬레이션 리소스 재계산――계산이 완료되었습니다.
TB: 적 유닛을 재배치합니다. 또한 향후 시뮬레이션에서 적의 전투 능력을 상향 조정합니다.
통신: ――――
랭글리II[세이렌대책부]: TB, 들리나요?
TB: 음성통신회선, 정상. 음성 식별, 인디펜던스급 항공모함, 랭글리.
랭글리II: 미안하지만 시뮬레이션을 일시중지 할 수 있을까요?
랭글리II: 노샘프턴을 이리로 불러 주세요. 요크타운의 임시 테스트에서 그녀의 협력이 필요합니다.
TB: 권한 확인 중. 요청이 승인되었습니다. 실행을 시작합니다.
----
가상 공간 「NY시티」 실험 구역.
노샘프턴II[병장설계부]: ――응. 알겠어.
노샘프턴II: 프린스턴, 래피. 미안해.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가볼게.
프린스턴[병장설계부]: 우리는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래피II[병장설계부]: 래피도 괜찮아…. 강해졌으니까.
노샘프턴II: 아하하하…. 그래. 다음은 아비터 보디――‘데빌XV’가 상대야.
노샘프턴II: 시뮬레이션 데이터라고는 하지만 방심하면 안 돼.
프린스턴: 아까부터 생각했던 건데 이 숫자로 아비터를 상대하는 건 힘들지 않아?
TB: 인원 변경으로 인해 실험 목표를 ‘아비터와의 전투 숙련’으로 변경했습니다. 적을 쓰러트릴 필요는 없습니다.
TB: 데빌에 관한 작전 자료를 공유합니다. 전투 시작까지 앞으로 3분――
프린스턴: 작전 자료 잘 받았어.
래피II: 래피도 받았어…. 목표, 아비터 보디 데빌.
~06. 빛을 쫓는 자
「별바다」 테스트 블록. 바다뱀자리.
함선들이 방에 들어가자 자동 감지 조명이 회의실로도 사용되는 넓은 방을 환하게 비추었다.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편하게 앉아.
괌[전술행동부]: 우리가 빨리 온 건가? 다른 사람은 없네?
컨스텔레이션: 괌이 제일 늦은 거야. 다른 사람들은 각자 임무를 받아서 떠났어.
컨스텔레이션: 하아…. 오늘은 인양 작전에 대해 설명하려고 부른 거야.
컨스텔레이션: 중요한 일이니까 잘 들어.
괌: 어? 나는 정기 회의인 줄 알았는데….
괌: 인양이면 컨스텔레이션 부서에서 맡지 않아? 난 관련 기술 같은 거 몰라서 도움이 안 될 텐데?
컨스텔레이션: 그게… 지금 일손이 부족해서 그래. 그리고 이번 작전은 ‘전투’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아.
컨스텔레이션: 인양 자체는 플래셔한테 맡겨. 벌써 여러 차례 인양 임무를 수행했으니까 이번에도 잘 할 거야.
컨스텔레이션: 너는 그 동안 루이빌하고 함께 플래셔를 지켜주면 돼.
괌: 과연, 요인 호위였구나! 흐흥, 이 멀티 연예인 괌한테 맡기라구!
괌: 그럼 인양 시간과 장소는?
컨스텔레이션: 산호해 해전.
컨스텔레이션: 그 때의 전장을 다시 한 번 조사할 거야.
컨스텔레이션: 저번에는 실패했지만 계획을 완전히 뜯어고쳤어. 이번에는 꼭 성공할 거야.
괌: 인양 작전. 코드 네임은 ‘체이싱 라이트’….
컨스텔레이션이 건네준 데이터 인양 계획서를 읽어나가던 괌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괌: 이번 인양 대상 구역은 그동안 출입이 금지되었던 곳이지?
괌: 이래도 돼? 규정 위반 아냐?
컨스텔레이션: 괜찮아. 새러토가한테서 필요한 모든 허가를 받았어.
괌: ………응……….
컨스텔레이션: ……또 다른 걱정이라도 있어…?
괌: 으~~~음……. 뭐 좋아♪ 해줄게.
컨스텔레이션: ……고마워.
컨스텔레이션: 샌재신토하고 루이빌을 맡길게. 플래셔와 합류한 후 인양 절차를 진행해.
샌재신토[회수분석부]: 로저~ 두 분 다 따라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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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바다 테스트 블록. 바다뱀자리. 인양 준비 구역.
인양이라고는 하지만 데이터가 대상이라 그런지 인양에 관련된 장비는 전혀 눈에 띄지 않았다.
바다를 이동할 소형정이나 발착을 위한 시설도 일절 존재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실험 자재에 둘러싸여 방 한가운데 당당히 서 있는 거대한 「문」이 함선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괌: …저 「문」은, 너희 분석부 함선이 가상 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전용 시설이야?
괌: 어쩐지 기지 내에서 전혀 못 봤다 싶었는데 이 안에 들어가 있었구나―
샌재신토: 맞아요~ 아무래도 다른 부서보다 가상 공간 진입 빈도가 많으니까요~
샌재신토: 하지만 다른 부서에도 비슷한 설비가 몇 대 더 있답니다?
샌재신토: 제각기 조금씩 기능이 다르다고 들었으니 기술의 병행화 연구라고도 할 수 있겠죠?
샌재신토: 플래셔, 다들 왔어요~
샌재신토: 자아, 우선은 서로 인사하죠~ 이쪽은 전술행동부 괌과 병장설계부 루이빌이랍니다.
플래셔[회수분석부]: 아, 안녕하세요…. 잠수함 플래셔야…. 데이터 인양은 맡겨줘….
플래셔: 괌의 방송, 엄청 재밌어서… 사, 사실 플래셔, 팬이야…….
플래셔: 훌쩍…으으으…. 혹시 작전 끝나면 사인, 해줄 수 있어……?
괌: 설마 현장에서 열렬한 팬을 만나다니! No Problem! 끝나면 꼭 크고 예쁜 걸로 사인해줄게!
플래셔: 고, 고마워……!
루이빌[병장설계부]: 그래 그래 착하다 착해……. 쿠키 먹을래요?
괌: …응?
플래셔: 훌쩍… 응, 먹을래……. 근데 플래셔, 어린애 아냐….
루이빌: …어머, 죄송해요…. 저도 모르게 참….
괌: ……과연. 이건… 전파계? 천연?
괌: 흐흥. 좋아 다음에 기회가 되면 콜라보 하자!
샌재신토는 「문」 앞의 콘솔에서 명령어를 입력했다.
문의 프레임이 진동하면서 가벼운 소음이 났다.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진동과 소음이 멈추고, 방에는 조작 콘솔의 규칙적인 기계음만이 들렸다.
이윽고 프레임에서 부드러운 빛이 새어나와 밝은 빛의 문을 형성했다.
루이빌: SF 영화에나 나오는 장면 같네요….
루이빌: 그런데 저희 가상 공간에 가는 거였죠…? 다른 세계가 아니라…?
괌: 맞아. 이렇게 연출한 건 그냥 더 멋있어서 그런 거 아닐까?
괌: 디자인이 세련되거나 쿨한 것도 사용자의 신뢰에 영향을 끼치니까~
루이빌: 네에……. 그래서 인양은 어떻게 진행되는 건가요…?
괌: 그건 말야~ 여러 기술적인 얘기가 되는데~
괌: 괌은 아무것도 몰라! 데헷☆
플래셔: 에헤헤…. 다, 다들 인양은 처음이지?
플래셔: 나한테 다 맡기면 되니까 괜찮아!
루이빌: 착하다 착해~ 믿음직하네요~ (쓰담쓰담)
플래셔: 그, 그런 거 아냐…… 에헤헤……으으……훌쩍….
샌재신토: 후후후. 준비가 끝났으면 슬슬 출발할까요?
괌: Let’s go!
~07. 그리운 기억
「별바다」 테스트 블록. 바다뱀자리. 컨스텔레이션의 사무실.
창문 없는 캄캄한 방. 플라네타리움의 별빛만이 천장에 펼쳐져 있었다.
소녀는 책상에 앉아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아무리 별점을 쳐도 결과는 똑같아…….
컨스텔레이션: 이번에는 잘 될 거야…….
컨스텔레이션: 렉싱턴 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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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공간 「산호해」. 임무 구역.
달빛을 받아 은색으로 빛나는 안개가 끝엎는 바다를 베일처럼 감싸고 있었다.
섬들 사이로 불어오는 바닷바람이 그리운 온기를 가져왔으나, 그 감촉은 허무했다.
과거와 미래, 진실과 거짓이 교차하는 전장. 익숙한 기억과 낯선 기운이 뒤섞여 아찔한 한 폭의 그림을 자아냈다.
괌[전술행동부]: ……이게 가상 공간의 재현이구나…….
플래셔[회수분석부]: 괌은 이런 거… 처음이야…?
괌: 가상 공간에는 몇 번 들어와 봤어. 뭐 주로 전투 테스트 때문이었지만.
괌: 이렇게 재현 속에 들어온 건, 여기가 처음이라고 할까….
플래셔: 그러면 규정을 꼭 지켜야 돼…. 응, 규정 엄수….
루이빌[병장설계부]: “항행계획표를 준수하고 예정 시간 내에 지정된 구역으로 이동한다.”
루이빌: “허가가 날 때까지 무선 침묵을 엄수하고 무기 사용도 엄금한다.”
루이빌: “전투가 벌어질 경우 강제 사출되기 전까지 인양 목표를 향해 가능한 한 전진한다.” …맞죠?
플래셔: 응!
괌: 강제 사출이라니 위험하게 들리네…. 보통 훈련에서 발생하면 시말서 레벨인데….
플래셔: 우, 우리도 원래 사출은 안 돼……. 이번만 특별하다고 해야 되나…?
괌: 우와, 이번만 특례가 많구나….
괌: 어쩐지 나쁜 예감이 드는데…. 오싹오싹하네….
플래셔: 괘, 괜찮아? 작전 중지할까…?
괌: 문제 없음! 그냥 여기 분위기가 좀 무거워서.
괌: 그야 뭐, 앞으로 여기서 벌어질 일을 생각하면 당연히 우울해지지….
괌: 컨스텔레이션이 오기 싫어했던 것도 이해는 가~
플래셔: 그치만 여기는 가상 공간이지 현실이 아냐!
플래셔: 그건 확실히 구별해야 해……!!
괌: 네에 네에~! 알겠습니다.
괌: 그럼 임무 시작하자! 카메라를――
플래셔: 째릿―――――
괌: 카메라 꺼! 촬영 금지! 리허설 금지! …맞지?
플래셔: 응 응. (끄덕)
괌: 으으으……. 괌의 연예인 토크도 봉인인가….
루이빌: 착하다 착해…. 슬슬 출발할까요~
~08. 재밍원
날이 밝아지면서 희망의 새벽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는 전화의 막을 의미했다.
괌[전술행동부]: (산호해 해전의 기록은 많이 봤어.)
괌: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알고 있어. 하지만….)
괌: (그래도 막상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라앉지가 않네….)
플래셔[회수분석부]: 시, 시간 다 됐어…. 빨리 작업 구역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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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후――
괌: 으~~음……. 아까부터 주변 풍경이 흐릿해지지 않았어?
루이빌[병장설계부]: 정말이네요…. 요즘 눈을 너무 혹사했나…?
플래셔: 데, 데이터 인양 장비에서 이상한 반응이 나왔어…. 가상 공간 내에 재, 재밍원이 있어…!
플래셔: 위치는… 작업 구역 안이야…!
괌: 흐응. 그래서 아까 긴급 사출 얘기가 나왔구나….,
괌: 주변 풍경도 자글자글하고…. 이대로 가다간 가상 공간이 무너져 버릴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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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잠시 후――
괌: ……우왓. 주변이 완전히 흐려졌어!
괌: 머리가 빙빙 돌아…. 수면에 서 있는지 가라앉았는지도 분간이 안 가….
루이빌: 뭔가 벽? 같은 게 있어서 나아갈 수가 없네요…….
괌: 루이빌도? 나도 느껴졌어…. 뭐야 이 보이지 않는 벽은!
괌: 괌의 슈퍼 파워로 박살내 버려야지――
플래셔: 기, 기다려! 발포하면 규정 위반이야…!
괌: 그치만 이대로는 진행할 수 없잖아…….
플래셔: 괜찮아! 재밍원 위치는 벌써 찾았으니까 이제 인양 준비할게.
루이빌: 데이터 인양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나요…? 플래셔가 가지고 있는 장비는 일반적인 인양 장비는 아니죠…?
플래셔: …인양은 그냥 비유일 뿐이야….
플래셔: 여기서 인양이란 가상 공간에서 가치 있는 아이템을 표시해서 그 구성 데이터를 분석하고 기록하는 거야.
플래셔: 그 다음 가져가서 다른 연구 부서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독립적인 데이터 세트로 만들어.
루이빌: 대단하네요… 즉 가상 공간에서 재현된 것을 밖으로 꺼내기 위한 인양인 거네요….
괌: 그치~ 가끔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실물을 만들어내기도 해.
괌: 뭐 나도 이렇게 가까이에서 인양 작업을 보는 건 처음이지만.
괌: ……그런데 정말 여기서 보고 있기만 하면 돼?
플래셔: 응! 이미 시작했어.
플래셔: 저기, 심심하면… 여기 개복치 인형 줄 테니까 놀고 있어…!
괌: 완전 귀여워! 이거 플래셔가 직접 만든 거야?
괌: ……어? 왜 내가 어린애 취급 받고 있는 거야?!
괌: 괘, 괜찮아! 플래셔는 작전에 집중해! 나는 괜찮으니까!
~09. 애타는 마음
가상 공간 「산호해」. 임무 구역.
괌[전술행동부]: 후아아아아암……. 지루하네……. 벌써 1만년은 지난 거 같은데?
괌: 플래셔, 아직이야―?
플래셔[회수분석부]: 데이터량이 생각보다 훨씬 많아서 해석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으으…….
플래셔: 훌쩍…. 아, 그래도 곧 끝날 거 같아…!
플래셔: 99.98%……99.99%……100%…… 완료!
괌: 만세! 그럼 이제 집까지 달리기 시합 해도 되는 거지?
플래셔: 소란 피우는 건 안 되지만 달리기 시합은… 아, 아마 괜찮을 거야!
통신: ――――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들려? 지금부터 괌 함대의 무선 침묵을 해제할게. 들리면 대답해줘.
괌: 컨스텔레이션?! 갑자기 무슨 일이야?
컨스텔레이션: 플래셔가 인양한 데이터를 봤어.
컨스텔레이션: 좋은 판단이었어. 재밍원이 된 이 이상 데이터의 정체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지만.
컨스텔레이션: 분명 연구할 가치가 있어.
컨스텔레이션: 어쩌면 그 바다에 묻힌 진실을 알 수 있을지도 몰라…….
컨스텔레이션: 드디어… 드디어 조사가 진척됐어.
괌: 어? 인양 데이터는 현장에서 한번 분석하고 가치 있는 걸 걸러내서 별바다로 가져가는 거 아니었어? 어떻게 벌써 정보를 얻은 거야?
컨스텔레이션: 플래셔가 인양하는 동안 나도 동시에 분석을 하고 있었어.
플래셔: 인양하는 동안? 그, 그거 규정 위반 아냐……?
컨스텔레이션: 괜찮아. 이번만은 특별하니까. 허가도 받았고.
플래셔: 그, 그치만…….
컨스텔레이션: 아무튼 다들 수고했어. 이제 이 가상 공간에서의 조사는 끝이야.
컨스텔레이션: 얼른 복귀해. 다음 조사를 시작하자.
괌: 다음 조사?
컨스텔레이션: 응? 회수한 이상 데이터 내용을 조사해야지.
컨스텔레이션: 안에 뭐가 있는지는 리얼리티 렌즈로 접속해 보면 알 수 있어.
괌: 너무 급한 거 아냐? 아무리 그래도 출처도 모르는 비정상 데이터인데?
컨스텔레이션: 괜찮아. 제대로 산호해 가상 공간 지정 구역에서 회수한 데이터니까 출처는 명확해.
컨스텔레이션: TB에게도 보여줬지만, 결국 리얼리티 렌즈를 사용해야만 분석할 수 있는 거 같아.
컨스텔레이션: 그리고 TB한테 “직접적인 위협은 없다.”라는 판정도 받았어.
컨스텔레이션: 그렇다면 당장 시도해 봐야지?
TB[주단말]: 정정합니다. 회수한 데이터 블록 표층에 산호해 해전이 있었던 연대와 일치하지 않는 이상 데이터를 확인했습니다.
TB: 하지만 해당 표층 이상 데이터에 위험성은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TB: 다만 데이터 블록 내부가 중층 압축 구조로 되어 있어 현시점에서 위험성 평가는 불가능합니다.
컨스텔레이션: 응. 그러니까 안에 뭐가 있는지 리얼리티 렌즈를 써야겠지?
컨스텔레이션: 앵커리지 때도 지휘관이 이상 데이터에 접속해서 문제를 해결했었잖아.
컨스텔레이션: 그러니까 이번에도 같은 로직, 같은 프로세스로 같은 일을 하면….
괌: 컨스텔레이션. 마음은 알겠지만 그 때는 충분한 위험성 평가를 거쳤잖아. 지금하고는 상황이 다른데.
플래셔: ……………훌쩍……우으으…….
괌: 일단 진정 좀 해. 컨스텔레이션은 지휘관하고 다르니까, 우리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상의해 보자.
괌: 봐봐. 플래셔도 놀라서 울잖아.
컨스텔레이션: ……………됐어. 나 혼자라도 할 거야.
샌재신토[회수분석부]: 컨스텔레이션! 당신답지 않아요.
샌재신토: ……꼭 할 거라면 저도 데리고 가세요.
컨스텔레이션: 샌재신토……. 응. 미안해……!
통신: ――――
괌: 컨스텔레이션! …통신이 끊겼네….
플래셔: 우으으… 컨스텔레이션 언니…. 평소에는 안 저러는데…….
괌: 알아…. 역시 렉싱턴 때문에 걱정이 많은가봐….
괌: 똑같이 쓰러졌던 요크타운이 II형 의장으로 건강해졌으니 마음이 급하기도 하겠지.
괌: TB, 컨스텔레이션을 막을 수는 없어? 리얼리티 렌즈를 못 쓰게 하거나.
TB: 요청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해당 실험은 별바다 관리 위원회 프로토콜 PR-1을 통해 신청되었으며, 위원회 전원의 합의가 있어야만 변경될 수 있습니다.
괌: PR-1?! 그거 제일 높은 권한이잖아! 지휘관도 없고 알래스카도 없는데…. 새러토가는 컨스텔레이션한테 대체 얼마나 많은 권한을 준 거야!
괌: 그럼 힘으로 막을 수밖에! TB! 빨리 여기서 내보내줘!
TB: 오더를 확인했습니다. 실험 종료 시퀀스로 이행합니다.
TB: 경고. 가상 공간 규정 위반으로 인해 실행 중인 프로그램에 데이터 이상이 발생하였습니다. 리셋 프로그램을 실행합니다.
TB: 30분 내로 완료될 예정이니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괌: 30분이나……!? 그럼 무조건 늦어!
TB: 시스템 보안을 위해 필요한 절차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괌: 네 네…… 알겠어…….
괌: 으으… 지금처럼 알래스카가 별바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데…….
~10. 아비터 데빌
가상 공간 「NY시티」. 실험 구역.
TB[주단말]: 규정 상기. “4. 가상 공간에서는 데빌과의 어떠한 형태의 소통도 금지되어 있습니다. 이를 어길 경우 시뮬레이션은 중단됩니다.”
TB: 확인 바랍니다.
프린스턴[병장설계부]: 응. 규정 준수할게.
TB: 규정 확인 완료. 아비터 보디를 해당 공간에 재현합니다. 곧 전투 테스트가 시작됩니다.
새까만 장갑을 두른 짐승이 멀리 수평선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짐승의 등에는 거대한 탱크가 장착되어 있었다. 그 안에서 정체불명의 액상 물질이 수상한 붉은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정면의 장갑판은 마치 기사의 투구 같은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검은 옷을 입은 소녀가 앉아 있었다.
데빌XV: 실험 시작 전에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할게.
데빌XV: 내 프로덕트 넘버는 「Devil XV」. 데빌이라고 불러도 돼.
데빌XV: 제2세대 안티 엑스로, 특화 분야는 전장 지원이야. 전면전은 좀 서툴러.
데빌XV: 그리고 오늘은 안티 엑스와 함선 간의 협력 및 대항 훈련을 실시할 거야. 메인은 협력이고.
프린스턴: (평범하게 인사하네?!)
프린스턴: (뭔가 세이렌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하고 많이 다른데….)
데빌XV: 응? 왜 다들 말이 없어?
데빌XV: 질문 있으면 물어봐도 돼.
래피II[병장설계부]: 째릿――――――
데빌XV: 다들 과묵한 스타일인가 봐. 그럼――
쾅――――!!!
래피II: 째릿――――――
데빌XV: 야!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기습하는 건 너무하지 않아?
프린스턴: (어떡해…. 살짝 귀여운 거 같기도….)
프린스턴: (대체 뭐지? 지금까지 싸운 아비터들은 이렇게 말을 걸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쾅――――!!!
래피II: 째릿――――――
데빌XV: 큭……! 그럼 전력을 다해 상대해 줄게!
래피II: 응. 래피, 섬멸 모드 기동……!
~11. 트러블 발생?
―――!!
래피II[병장설계부]: ………어려워. 반응, 적어…….
데빌XV: ……래피. 아직 의장 활용법을 모르는 것 같네.
데빌XV: 포격과 어뢰만 쓰지 말고 장비하고 있는 드론도 활용해 봐.
데빌XV: 그리고 프린스턴도 공격과 엄호는 능숙하지만 슬슬 장비를 바꿔야 하지 않을까?
데빌XV: 아직 한참은 멀었다고 생각하지만 시스템상으로는 내가 패배한 것 같네.
데빌XV: 뭐 좋아. 실험은 끝이야.
래피II: 째릿――――――
데빌XV: 왜 안 가? 다른 볼일 있어?
프린스턴: (어? 실험이 끝났는데 TB가 안 나오네….)
프린스턴: 래피. 경계 태세 유지해. 제어실에 연락해 볼게.
래피II: 응.
통신: ――――
프린스턴: 아무 응답도 없어…….
프린스턴: (이제 어떻게 하지? 별바다에서는 이게 정상인가?)
프린스턴: (아니 아니, 통신이 두절된 건 아무리 생각해도 보통 일이 아니잖아?!)
프린스턴: (…하필 별바다에 온 첫날부터 말썽에 휘말리다니…….)
프린스턴: (이제 어떻게 하지……??)
데빌XV: 어머. 훈련 지휘부와 연락이 안 되나봐?
데빌XV: 나도 한번 해볼게. 통신 회선 접속 테스트. 훈련 지휘부――
데빌XV: ……이쪽도 마찬가지네. 지휘부와 연락이 안 돼.
데빌XV: 해역 자체에 특별한 이상은 없는데. 혹시 그쪽 설비에 문제는 없어?
래피II: 째릿――――――
데빌XV: 그렇게 노려본다 한들…….
데빌XV: 그래 그래. 내가 졌어. 기지까지 데려다 줄 테니 의장에 타도 돼.
래피II: 째릿――――――
데빌XV: ……전혀 타고 싶지 않다는 눈빛이네….
데빌XV: 정신 연령이 낮은 아이를 겁먹게 하는 의장 디자인은 확실히 바꾸는 게 나을지도….
래피II: 째릿――――――
데빌XV: 정말…! 알겠어! 여기서 같이 기다리면 되지?
데빌XV: 일시적인 통신 불량일지도 모르니까 조금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12. 또 다른 가능성
여기는 포트리스. 1,853번째 통신 연락 시도.
응답 없음.
“있지. 우리 집에 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해선 정확한 답변을 제공할 수 없어.
하지만, 희망을 잃지 마.
희망은 영원하니까.
“그래…후후. 네게 격려를 받을 줄은 몰랐네.”
천만에.
가상 공간 「???」 ???
밝아진 시야가 원래대로 돌아오자 컨스텔레이션 앞에는 빙설로 뒤덮인 하얀 세상이 펼쳐졌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수평선… 지평선 너머 자리잡은 금속과 얼음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구조물이었다.
그것은 마치 「왕관」과도 같은 모양이었다.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리얼리티 렌즈 접속, 정상. …이상 데이터 안에 잘 들어온 것 같아.
컨스텔레이션: 여기는 그러니까… 북극의 「왕관」? 산호해에서 많이 떨어진 곳이네….
컨스텔레이션: 음…… 의외라고 하면 의외인데….
컨스텔레이션: 왜 산호해에서 수거한 데이터에 왕관에 관한 정보가 들어 있는 거지…?
컨스텔레이션: 말이 안 되는데…….
샌재신토[회수분석부]: 컨스텔레이션. 큰일이에요…. 제어실과의 통신이 끊겼어요.
컨스텔레이션: ……뭐? 리얼리티 렌즈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수가 없는데…….
컨스텔레이션: 아니, 잠깐만. 지휘관이 앵커리지의 용골을 조사하던 때도 그랬어.
컨스텔레이션: 그 때도 리얼리티 렌즈에 접속하고 잠시 뒤 제어실과 연락이 두절되고 다른 가상 공간으로…….
컨스텔레이션: 역시 오길 잘했어. 이 이상 데이터에는 분명 뭔가가 숨겨져 있을 거야.
컨스텔레이션: 통신이 회복되면 TB가 연락해올 테니까 우선은 신경 쓰지 말고 주변부터 조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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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스텔레이션: 이 왕관은 우리가 알고 있는 왕관과는 좀 다른 것 같아.
샌재신토: 네에…. 왕관 안쪽에 에너지가 가득 차서, 마치 ‘살아 있는’ 것처럼 보이네요.
컨스텔레이션: 그래서 이상한 거야.
컨스텔레이션: 알다시피 왕관은 원래 작동하지 않는 특이점이야.
컨스텔레이션: 로열하고 철혈이 맞섰을 때 엔터프라이즈 META, 통칭 코드G가 출현했었지.
컨스텔레이션: 나중에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 때 코드G는 왕관을 기동하려고 했었어. 세이렌의 퓨리파이어가 이를 막았지만.
컨스텔레이션: 그 후 왕관은 세이렌의 통제 하에 들어갔고, 오미터의 주요 거점이 되었지.
컨스텔레이션: 그랬을 텐데…….
컨스텔레이션: 왜 여기 왕관은 작동하고 있는 걸까….
샌재신토: 혹시 우리가 알고 있는 기록이 잘못된 건 아닐까요?
컨스텔레이션: 그렇다면 더더욱 위험해.
컨스텔레이션: 오랜 시간동안 세이렌은 극지방에서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특이점을 통제하고 있었다는 거고.
컨스텔레이션: 그럼에도 너, 나 우리, 북방연합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뜻이 되니까….
컨스텔레이션: 만약 왕관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그 에너지를 관측할 수 있었을 거야.
컨스텔레이션: 그럴 텐데…. 지금은 움직이지 않고 있을 텐데 움직이고 있어…….
샌재신토: 왕관이 철혈의 「미드가르드의 탑」 같은 인공 특이점처럼 열고 닫을 수 있는 걸까요?
샌재신토: 지금은 작동하지 않지만, 사실 예전에는 정상적으로 작동했다던가….
컨스텔레이션: 그럴 가능성은 있겠지. 하지만 단정할 수는 없어….
컨스텔레이션: 인공 특이점은 작동하는 순간 엄청난 에너지 변동이 생겨.
컨스텔레이션: 그런데 알래스카 관측소는 왕관이 탄생하던 순간 한 차례 에너지 변동을 감지한 이후로는 어떠한 흐름도 감지하지 못했어.
컨스텔레이션: 어쩌면 두 번째 추측이 맞을 가능성도 있고…….
컨스텔레이션: 가장 중요한 건 산호해의 가상 공간에 왜 이런 데이터가 있었냐는 거야.
컨스텔레이션: 타임 트래블인지 패러렐 월드인지――
――――――!!!!!
고요한 밤하늘에 감작스러운 굉음이 컨스텔레이션의 추리를 중단시켰다.
컨스텔레이션: ……무, 무슨 소리지?!
샌재신토: 저건……. 컨스텔레이션! 봐요! 검은 용오름이에요…!
악의로 가득찬 재앙이 왕관 너머 불쑥 나타났다.
첫 굉음이 가라앉은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하늘과 바다 사이를 거대한 벽이 가로막았다.
먹구름이 급속히 퍼지면서 왕관 중심부에 있는 에너지의 빛을 퇴색시켰다.
컨스텔레이션: 이, 이쪽으로 오고 있어…!?
컨스텔레이션: 도망치자! 재신토! 얼른 여길 벗어나야 해――!
----
같은 시각. 「별바다」 코어 블록. 제어실――
TB: 경고. 리얼리티 렌즈에 적성 데이터 발생.
TB: 경고. 격리 프로그램 실행에 실패했습니다.
TB: 경고. 방어 시스템 부하가 곧 임계치에 도달합니다. 적성 데이터가 확산될 우려가 있습니다.
TB: 경고. 경고――
경보음이 울리고 제어실 전체가 무수한 에러 표시로 붉게 물들었다.
앵커리지[발전형함선연구기획부]: 아아아아! 빨개졌어……. 모니터, 빨개졌어……!
앵커리지: TB……. 왜 이래…? 어떡해…!
TB: 앵커리지. 「갤럭시 코어」 구역의 시스템이 적성 프로그램의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TB: 이미 긴급 격리 조치를 실행했습니다.
TB: 그러나 공격이 별바다 내부에서 행해지고 있으며, 속도가 매우 빨라 곧 방어 시스템이 정지됩니다. 크라이시스 모드로 이행해야 합니다.
앵커리지: 크라이시스 모드……?
TB: 네. 제3컨트롤 패널을 강하게 누르십시오.
TB: 오른쪽 바로 아래에 있는 빨간 프레임으로 된 유리입니다. 강하게 눌러서 깨트린 후 가장 큰 버튼을 누르십시오.
앵커리지: 빨간 유리… 빨간 유리…… 있다!
앵커리지: 강하게 눌러서… 응! 에잇!
TB: 오더를 확인했습니다. 권한 확인 중――
TB: 확인 완료. 긴급 오더를 실행, 전 시스템 크라이시스 모드로 이행합니다.
TB: ――대적성 프로그램을 기동합니다.
~13. 폭풍과 폐허
가상 공간 「NY시티」……였던 곳에서 함선들은 허둥지둥거리고 있었다.
번화한 NY시티 거리는 검은 용오름으로 인해 불과 몇 분 만에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프린스턴[병장설계부]: 저것도 「별바다」 시스템이 만들어낸 거야?
프린스턴: 그런데 대체 왜 이런 짓을…….
프린스턴: 실험 구역 외부 표적을 공격하면 규정 위반이잖아. 그냥 연출인가…?
래피II[병장설계부]: 프린스턴. 적이 접근하고 있어…….
프린스턴: 적……?
프린스턴: 저기 있는… 안개 말하는 거야? 잘 안 보여. 배인지도 뭔지도 모르겠어….
프린스턴: 잠깐. 검은 용오름과 함께 나타나는 안개 형태의 의문의 적들――
프린스턴: 지휘관이 공유한 정보에 나와 있었지!
래피II: 적은 ‘안개’야……?
프린스턴: 래피는 아직 못 봤었지?
프린스턴: 간단히 말하면, 이 안개는 보다 고차원적인 무언가를 이 세계에 투영하고 있는 거래…….
프린스턴: 그래서 외관이 정형화되지도 않고, 관측도 할 수 없다는 내용이야.
래피II: 응. 조심할게. ……프린스턴, 전투 준비.
~14. 전투
――――!!!
래피II[병장설계부]: 프린스턴, 괜찮아?
프린스턴[병장설계부]: 원호 고마워, 래피…!
프린스턴: 적이 너무 많아…. 게다가 불쑥 나타나거나 해서 거리를 벌릴 수도 없어….
래피II: 괜찮아. 래피가 어떻게든 할게.
래피II: 래피가 지켜줄게.
~15. 흉조
아비터 데빌XV: 바쁜 와중에 미안해. 갑자기 많은 게 떠올랐거든.
아비터 데빌XV: 너희들 내 데이터로 모의전을 하는 거지?
아비터 데빌XV: 타워 녀석, 쓸데없는 짓만 한다니까…….
프린스턴[병장설계부]: (갑자기 말투가 달라졌어…?!)
프린스턴: 너…… 시뮬레이션 데이터 아니야!?
래피II[병장설계부]: 프린스턴. 규정…….
래피II: ……아!
아비터 데빌XV: 규정? 그래서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했구나.
프린스턴: ……이미 어겼으니 이제는 상관 없겠지…….
프린스턴: 아비터 데빌. 데이터든 아니든 우리는 널 쓰러트릴 거야.
아비터 데빌XV: 쓰러트려? 지금?
아비터 데빌XV: ……지금이 어떤 상황인지 모르겠어?
래피II: 응. 같이 죽더라도…… 래피, 싸울 거야.
아비터 데빌XV: ……혹시나 하는데 너희들 여기서 죽으면 현실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프린스턴: ……그, 그런 거 아냐? 모의전이 끝나면….
아비터 데빌XV: 여기가 어딘지 알아?
프린스턴: 별바다 시스템이 만든 가상 공간?
아비터 데빌XV: ……그 가상 공간이라는 게 어디 있는지 알아?
아비터 데빌XV: 애초에 「갤럭시 코어」가 가상 공간을 생성하는 원리를 알고 있어?
프린스턴: 그건…… 나, 나도 별바다에 온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겠어….
아비터 데빌XV: 그래? 하필 첫날에 이런 트러블에 휘말린 거구나. 아하하하하…!
아비터 데빌XV: 좋네 좋아. 이렇게나 운이 없는 녀석을 보니 어쩐지 기분이 좋아졌어!
아비터 데빌XV: 그럼 기분이 좋으니까 너희에게 알려줄게――
아비터 데빌XV: ……말하면 안 돼? 아니, 그보다 ‘너’ 누구야?
아비터 데빌XV: ……과연. 클로킹 실력 좋네.
아비터 데빌XV: ……그럼 아무 말도 안 할게. 일단은 지켜보기만 하겠어.
아비터 데빌XV: ……‘’널‘ 도와주기만 하면 여기서 내보내 주겠다고?
아비터 데빌XV: ……난 처음부터 혼란을 틈타서 빠져나갈 생각이었는데.
아비터 데빌XV: ……그건 좋은 제안이네. 거래 성립이야.
프린스턴: 데빌.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아비터 데빌XV: 그냥 언어 시스템이 고장 나서 혼잣말 한 거야~
아비터 데빌XV: 나도 너희처럼 저 「흉조」를 싫어하니까.
아비터 데빌XV: 그러니까 이번에는 도와줄게.
아비터 데빌XV: 뭐, 이 보디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비터 데빌XV: 정말 형편없는 모조품이네…. 없는 것보다는 낫긴 해도.
아비터 데빌XV: 아무튼 저 안개는 내가 어떻게든 할 테니까 너희는 저쪽으로 도망쳐.
아비터 데빌XV: 그래. 저 빛나는 쪽으로. …좌표는 래피한테 보냈어.
아비터 데빌XV: 저기로 들어가면 이 가상 공간에서 빠져나갈 수 있어. 자, 얼른 가.
프린스턴: ……래피?
래피II: 응. 좌표 수신했어. …뭔가 빛나고 있어….
프린스턴: 갈 수밖에 없네…….
래피II: 데빌. 이번에는 봐줄게. 프린스턴, 가자.
~16. 비콘
제어실에서는 TB와 적성 데이터와의 교전이 계속되고 있었다.
앵커리지[발전형함선연구기획부]: TB… 또 깜빡였어….
앵커리지: 앵커리지… 유리 부술게…!
TB[주단말]: 괜찮습니다. 앵커리지.
TB: 크라이시스 모드에서 TB는 별바다의 모든 자원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리지: ……응?
TB: 더 이상 유리를 부술 필요는 없습니다.
TB: 현황 보고. 적성 데이터 격리 성공. 샌드박스에 격리했습니다.
TB: 다만 현시점에서 완전 제거는 불가능합니다.
TB: 또한 적성 데이터가 통신 시스템을 공격하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통신 시스템을 모두 오프라인으로 전환하고 해당 데이터의 물리적 격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TB: 따라서 현재 제어실 탈출 및 외부와의 통신은 불가능합니다. 죄송합니다.
앵커리지: 괜찮아. 앵커리지는 여기 있어…….
앵커리지: TB, 힘내!
앵커리지: TB, 파이팅!
앵커리지: TB한테… 그림 그려줄게!
TB: 감사합니다.
TB: 의문이 있습니다. 그림을 언급한 이유를 알려 주십시오.
앵커리지: ? TB도 그림 그렸잖아?
앵커리지: 모니터에 그림, TB가 그렸지? 예뻐!
TB: 모니터에 그림?
TB: 저것은 그림이 아닙니다. 이상이 발생한 구역의 비주얼 표시입니다.
앵커리지: 그치만…… 그림처럼 보여…….
앵커리지: 음…… 비콘?
앵커리지: 알파벳도……. U……C…….
TB: 비콘, 알파벳――분석 모듈 실행 중.
TB: 시각 데이터 대조를 실시합니다――일치하는 대상을 찾지 못했습니다.
앵커리지: TB는…… 안 보여?
앵커리지: 앵커리지가… 그려 줄게!
~17. 시공간 이상
여기는 포트리스. 3,122번째 통신 연락 시도.
응답 없음.
“설마 ‘흉조’와 조우할 줄이야…. 피해 상황은?”
랩터급 3척 중파. 클랴트바급 1척 소파.
기함 ‘칼라브리아 프라이드’ 실드 시스템, 오버히트.
“아직은 괜찮아. 익시온 3호기를 투입해서 수리해.”
“칼라브리아의 실드는… 네게 맡길게.”
“그리고 기함이니까 너무 앞으로 돌격하지 마.”
주변에 시공간 이상 현상이 감지됐어.
“우리 집에 갈 수 있는 거야?!”
~18. 가이딩 크루즈
경고. 이사회 비콘의 구난 신호를 포착했어.
프로토콜에 따라 즉각 구조에 나서야 해.
“이사회 비콘…?”
“그럼……집에서 오는 신호를 받은 거야!?”
좌표 특정 완료.
“침로 변경. 집으로….”
“아니, 구조하러 가자!”
??? ???
시야가 돌아오자 기계 잔해로 가득 찬 세계가 래피의 눈앞에 나타났다.
래피II[병장설계부]: ………도망쳤어.
래피II: 프린스턴, 여긴 어디야?
래피II: ……프린스턴?
프린스턴: 프린스턴…… 어디 있어?
래피의 부름에 대답하는 사람은 없었다. 거울처럼 잔잔한 바다는 마치 죽음의 바다 같았다.
래피II: 프린스턴…… 없어졌어……?
통신: ――――!
괌[전술행동부]: 래피. 들려?
래피II: 괌……?
괌: 휴우…. 아까 빛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게 보여서 조사하러 왔는데, 설마 래피였다니….
괌: 프린스턴하고 노샘프턴도 같이 있어?
래피II: 노샘프턴은 실험 도중 이탈했어….
래피II: 프린스턴은 방금 전까지 래피하고 같이 있었는데…….
래피II: 검은 용오름한테 도망치다가… 갑자기 없어졌어…….
괌: 검은 용오름…? 우리도 마찬가지야!
괌: 근데 프린스턴하고 떨어진 거야!?
괌: 래피는 거기 가만히 있어! 지금 갈게!
----
래피II: ……그래서 아비터가 알려준 좌표로 갔더니 여기로 날아왔어.
루이빌[병장설계부]: 어쩐지 오컬트 사건 같네요…….
플래셔[회수분석부]: 아으으…. 시뮬레이션이라고 생각했던 데빌이 갑자기 달라지다니…… 무서워…….
괌: 이런… 이런 대박 사건을 중계할 수가 없다니…!
괌: 아니, 지금 중요한 건 프린스턴이 ‘출구’까지는 래피하고 같이 있었는데 왜 갑자기 사라졌냐는 거야!
괌: 통신도 안 되고… 혹시 다른 곳으로 날아간 거 아냐?
괌: 미소녀 괌, 터무니없는 문제에 휘말린 예감…!
(번쩍)
컨스텔레이션[회수분석부]: 꺄아아아아!!
컨스텔레이션: 재신토. 거, 검은 용오름은?! 안 쫓아왔지?!
샌재신토[회수분석부]: 후우……. 없는 거 같아요. 안전한 장소로 온 것 같네요….
괌: ……컨스텔레이션?
컨스텔레이션: ……어?
컨스텔레이션: 어, 어떻게 된 거야? 괌, 루이빌, 플래셔에 래피? 왜 다들 여기 있어……?
컨스텔레이션: 여기는………어디지?
괌: 아아― 말하자면 길어지겠지만…….
래피II: 한 번 더 말해야 돼…?
괌: 부탁해 래피!!
----
컨스텔레이션: 래피네는 NY시티 실험 구역에서, 괌네는 산호해에서 검은 용오름에 쫓겼다….
컨스텔레이션: 「갤럭시 코어」에 심각한 고장이라도 났나…?
컨스텔레이션: 내가 이상 데이터를 분석하는 중에 무슨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몰라….
컨스텔레이션: ………다들 미안해.
컨스텔레이션: 다 내 탓이야. 내가 너무 성급해서…….
컨스텔레이션: 플래셔도 그렇고 다들 날 말리려고 했는데….
컨스텔레이션: 내가 조금만 더 신중했더라면…….
플래셔: 으으응…. 컨스텔레이션 언니가 무사하면… 괜찮아….
괌: Yes! 컨스텔레이션 언니가 무사하면 됐어♪
컨스텔레이션: ……왜 괌까지 언니라고 불러?
괌: 연예인이니까 방송 분위기 띄워야지☆
괌: 이미 발생한 일이니까 의기소침해도 어쩔 수 없잖아.
괌: 그리고 아직은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도 있어.
괌: 처음에 이상 데이터를 분석할 때 TB는 위험이 없다고 그랬잖아. 그러니까 리얼리티 렌즈로 조사하지 않았으면 이렇게 되리라는 것도 몰랐던 거고.
괌: 어차피 조사를 하긴 했을 테니까 늦든 빠르든 이렇게 됐을 테고.
괌: 그래도 이렇게 모두 함께 말려들었으니까 다행이지.
괌: 만약 조사했을 때 컨스텔레이션 혼자만 말려들었다면 그거야말로 Worst였을 거야.
컨스텔레이션: ……고, 고마워. 위로해줘서….
괌: 위로가 아니라 합리적인 분석이야~ 그리고 컨스텔레이션, 접속하기 전에 계속 지휘관 예시를 들었지?
괌: 지휘관도 전에 비슷한 상황을 겪었잖아. 그리고 어떻게 됐지? 결국 탈출했지?
괌: 지휘관을 예시로 들었으니 지휘관의 경험에서 배우자. 응?
괌: 아무튼 이제 우울 금지! 별바다를 제일 잘 아는 건 컨스텔레이션이고 직위도 제일 높으니까 믿고 있을게!
컨스텔레이션: …하지만 이 상황은 나 때문에 일어났어. 난 모두를 이끌 자격이 없어….
괌: 아니 그렇게 말해도…. 내가 널 해고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샌재신토: 아하하하…. 이거 아픈 곳을 찔렸네요~
괌: 그런가아~
플래셔: 컨스텔레이션 언니. 힘내…. 언니라면 분명 모두를 데리고 돌아갈 수 있어!
루이빌: 응! 힘내세요, 컨스텔레이션!
래피II: 프린스턴도 찾아야 돼…….
컨스텔레이션: 그, 그렇지…. 쳐져 있을 때가 아냐…!
컨스텔레이션: ……나를 믿는 너희를 위해서라도 책임지고 모두를 집으로 데려갈게…!
괌: 바로 그거야! 분위기 좋고!
괌: 그럼 지금 기록은 괌한테 맡겨!
괌: …근데 상황이 상황이니까 촬영해도 OK?
컨스텔레이션: 응. 긴급 상황에서 기록은 매우 중요하니까.
컨스텔레이션: 원하는 만큼 찍어. 돌아가면 분석부에서 분석한 다음 돌려줄 테니까.
괌: 야호!
괌: 그럼 이제 어떻게 하지?
컨스텔레이션: 그러니까…… 일단 주변부터 조사해 보자…. 응.
컨스텔레이션: 서로 다른 가상 공간에서 이리로 날아온 데에는 분명 무슨 이유가 있을 거야.
컨스텔레이션: 주변을 잘 살펴보고 우선 단서를 찾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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