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안의 향기
~01. 높은 성과
리토리오: 사디아의 동료들이여, 모두 잔을 들게나.
리토리오: 우리의 빛나는 외교적 성과를 위해, 건배!
비토리오 베네토: 건배~!
모두: 건배~!
화려하게 장식된 회장에서는 한창 연회가 진행되고 있었다.
비토리오 베네토: 여러분의 노력 덕에 아주르 레인 재결성에 관한 협의는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그중에서도 특히 아이리스와의 협정 체결은 우리 사디아에게 있어서 가장 눈부신 성과입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위광뿐만 아니라 사디아의 외교력을 각 진영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죠.
비토리오 베네토: 다시 한번 여러분의 공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리토리오: 이로써 앞으로 정세가 어떻게 변하든 원활히 대응할 수 있겠지.
두카 델리 아브루치: 통일 아이리스가 맺은 첫 번째 외교 협정이니만큼 무척이나 중요한 의미를 가지겠지….
두카 델리 아브루치: 그런데 그들은 왜 우리 사디아를 고른 건가?
임페로: 우리 사디아 제국의 잠재력을 본 게 분명해.
임페로: 세계박람회 이후 언니들이 국제 무대에 자주 서게 되고, 그 덕분에 사디아의 영향력도 쑥쑥 커지고 있어.
임페로: 그야말로 좋은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중이야.
임페로: 어쩌면 새 '아주르 레인'에서 중요한 한 축을 맡게 될지도 몰라.
비토리오 베네토: 네. 모두 여러분 덕분이에요.
비토리오 베네토: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사디아의 미래를 위해서도 계속 노력하도록 하죠.
리토리오: 물론이지. 아하하하하.
비토리오 베네토: 그럼 한 번 더 건배할까요?
비토리오 베네토: 사디아의 위대한 위광을 위하여, 건배!
리토리오: 건배!
모두: 건배~!
~02. 집합
경면해역 '카멜롯', 화이트 로즈 블록.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숲이었던 곳이지만, 지금은 웅장한 구조물이 들어서 있었다.
백악의 성채와 정원은 다양한 기능을 가지고 있지만――
그중에서도 하늘 높이 솟은 탑 모양의 '통로'가 이 화이트 로즈 블록의 가장 큰 특징이었다.
오직 엘리자베스와 그녀에게 선택받은 사람만이 아무도 모르게 통로의 곳곳을 오갈 수 있었다.
뱀파이어(META): 여기가 '실험장β'구나~
뱀파이어(META): 화이트 로즈 블록이라 그런지 정말로 백장미가 피었네♪
뱀파이어(META): 착수한지 얼마 안 됐을 텐데 제법 진척이 빠르네.
뱀파이어(META): 뭐, 여기에 계속 상주하려면…….
뱀파이어(META): 개인적으로는 '영야의 블록'이라도 하나 더 생겼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에레버스(META): ………그건 안 돼.
에레버스(META): 그럴 거면 나는 '적멸의 블록'으로 해줘.
헌터(META): ……휴가 온 거 아니니까 그쯤 해둬.
뱀파이어(META): 매정하네. 사실상 휴가나 다름없잖아?
뱀파이어(META): 전술을 가르치고, 장비도 강화하고, 훈련도 시켜주고….
뱀파이어(META): 모두 시시한 일들뿐인걸.
헌터(META): ……이 '가지'에도 강자가 있다고 들었어.
뱀파이어(META): 강자……. 아, 혹시 셰필드의 지인인 그 두 사람?
뱀파이어(META): 어쩐지 안 오려고 했던 이유가 있었네.
에레버스(META): 비밀을 지키라고 했잖아. 잊었어?
에레버스(META): 나는 오자마자 목숨이 걸린 일에 휘말리고 싶지는 않아.
뱀파이어(META): 그건 그래.
에레버스(META): 잡담은 이쯤 하자. …마중이 왔으니까 부끄러운 모습은 보이지 마.
후드: '아발론의 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에레버스(META): 직접 마중 나올 줄은 몰랐어. 만나서 영광이야, 후드 님.
뱀파이어(META): 반가워~♪ 어머, 재밌는 아이를 데리고 왔네?
뱀파이어: 어둠을 걷는 아이가 또 한 명 늘었네.
뱀파이어: 너도 '뱀파이어'지?
뱀파이어(META): 맞아♪ 소감이 어때?
뱀파이어: 완벽하잖아~
뱀파이어: 나도 이런 의장 갚고 싶은걸♪
뱀파이어: 어떻게 META가 되었는지 알려줄 수 있어?
뱀파이어(META): 공짜로 알려줄 리가 없잖아? 우리들의 가장 큰 비밀이니까.
뱀파이어: …그럼 어떤 대가를 지불하면 돼?
뱀파이어(META): 생각 좀 해 보고~
뱀파이어(META): 서로 궁금한 정보로 교환하는 건 어때?
후드: 후후후. 금방 사이가 좋아졌군요.
헌터(META): ……벌써 거래하는 거야?
뉴캐슬: 후드님. 슬슬….
후드: 네. 감사합니다, 뉴캐슬.
후드: 여러분. 마침 티타임이니 괜찮으시면 함께하시겠습니까?
뱀파이어(META): 좋아~ 나는 선혈이 듬뿍 들어간 라즈베리 아이스크림으로 할게!
헌터(META): ……벌써 주문하는 거야.
헌터(META): 에레버스. 이 긴장감 없는 분위기 정말 괜찮을까?
에레버스(META): ……평화로운 곳은 싫지 않아.
에레버스(META): 그러니 아주 조금만 마음을 놓아도…… 응. 괜찮을 거야.
후드: 후후. 이곳도 활기가 넘치게 되었군요.
~03. 불확실한 점괘
동황. ???
하얼빈: '주작이 구천에 떨어지다.' ……환창의 점괘가 이렇게나 빨리 들어맞을 줄은 몰랐네.
하얼빈: 탄복할 따름이군.
치안: 네. 지금 남극의 상황이 매우 위험해요.
치안: 옵저버의 본체가 위험에 처한 탓인지 각 해역의 세이렌 대군이 속속 모여들고 있습니다.
치안: 남극 대륙을 포위하려는 건지 원형으로 방어선을 쌓고 있어요.
치안: 아직 전투는 계속되는 것 같긴 하지만…….
치안: 구체적인 전황은 알 수가 없네요…….
이셴: 다행히 지휘관님께서 남극의 모든 인원을 모아 과학 연구소에서 철수시키셨습니다.
이셴: 현재는 로열과 유니온, 그리고 철혈이 세이렌 방어선을 감시하고 있고요.
이셴: 여차하면 그들이 위험이 남극 외부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아줄 테지요.
안샨: ……남극 대륙은 오랜 기간 평화롭던 곳이었는데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안샨: 과학 연구소를 지으려던 계획은 무기한 연기네요…….
이셴: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죠.
이셴: 남극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세이렌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이셴: 세이렌이 영향력을 잃은 해역에서도 다시 세이렌 순찰함대가 모습을 드러냈어요.
이셴: 컴파일러의 본체를 파괴하고 통제권을 탈환했던 NA 해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셴: 새로이 나타난 세이렌은 신형은 아니지만 지능은 크게 향상되었습니다.
이셴: 스스로 전투를 피하는가 하면 싸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전술적 행동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셴: 마치 보이지 않는 지휘 유닛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것처럼요…….
안샨: 설마… 컴파일러가 부활한 걸까요?
이셴: 그럴 가능성도 있습니다만 현재로서는 목격 보고는 없습니다.
이셴: 모든 세이렌 상위 개체로 범위를 넓혀 봐도 목격 보고는 전혀 들어오지 않았어요.
이셴: 해역에 출몰하는 세이렌은 오로지 장기말과 양산형, 그리고 하위급 인포서들 뿐입니다.
이셴: 참모부는 상위 개체의 행방이 묘연한 것은 세이렌이 전력을 남극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이셴: 세이렌의 지능 향상 및 행동 패턴 변화는 배후에서 조종하는 자가 변경되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이셴: 옵저버는 남극 대륙 전투에 전념하면서 외부 해역의 통제권을 또 다른 상위 개체에게 넘겼을 가능성이 있어요.
이셴: 그리고 아마 그 상위 개체는 저희가 일찍이 싸운 적이 있거나, 아직 보지 못한 아비터일 거예요.
안샨: 일리가 있네요…….
하얼빈: 전 세계의 세이렌을 통제하고 능력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아비터라고?
하얼빈: …규격 외의 강적이 납셨군…….
이셴: 게다가 폭풍 너머에서 대량의 세이렌 순찰함대가 출몰했다는 보고도 있었습니다.
이셴: 저희가 폭풍의 동향을 해석하고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무언가를 꾸미는 것 같습니다.
이셴: 환창의 점괘에 나왔던 또 다른 사건…. 다시 파란이 일지도 모르겠군요.
이셴: 남극보다 훨씬 심각한 일이 닥칠 수도 있습니다.
하얼빈: 좋아, 알겠어. 나하고 안샨을 부른 건 새로운 임무 때문이지?
이셴: 네.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에 현재 두 분께서 수행하던 임무는 일시 중단되었습니다.
이셴: 여러분께서는 이제 치안이 이끄는 폭풍 해석 함대에 합류하시게 됩니다.
이셴: 그리고 안샨. 그 건에 대해서는 허가가 내려졌습니다.
이셴: 만일의 경우에는 현장 판단에 따라 '첨단 장비'의 사용 여부를 결정하시면 됩니다.
치안: 두 분 다 잘 부탁드려요♪
~04. 에이전트의 휴일
아이리스. 어느 곳.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교외의 작은 마을.
평범하고 조용하며 자연이 풍부한 곳.
셰필드: 이상 전파도, 지하 시설도 없고, 수상한 인물도 보이지 않습니다.
셰필드: 여기도 아니군요.
셰필드: 칫…… 단서 하나 없이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꼴이군요.
셰필드: ……요 근래 주인님께서는 급격히 아이리스 고위층과 가까워지셨습니다.
셰필드: 약점이라도 잡힌 걸까요? 아니면 무심코 중요한 비밀을 알아버린 걸까요?
셰필드: 어느 쪽이든 빨리 원인을 조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셰필드: 클레망소는 위험한 여자입니다. 함부로 가까이 대하다간 여러 의미에서 그녀에게 놀아나게 될 뿐입니다.
셰필드: ………응?
조프르: 셰필드. 이런 곳에서 만나게 될 줄은 몰랐군요.
셰필드: ……심판정의 조프르.
조프르: 당신은 로열 대표단의 경호를 맡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프르: 이런 외진 마을에 계신 이유는 무엇입니까?
셰필드: 심판정의 회의장 경호가 완벽해서 제가 더 이상 할 일이 없더군요.
셰필드: 그래서 그냥 경비도 소모할 겸 근방의 관광지를 돌아보고 있었습니다.
조프르: 심판정을 높이 평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조프르: 하지만…… 그렇다고 쉬이 직무를 포기하셔서는 안 되지요.
조프르: 물론 저도 그렇고, 심판정의 입장으로서도 관광을 즐기고 있는 손님의 흥을 깰 생각은 없습니다.
조프르: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라는 말이 있죠. 근처에 제가 좋아하는 명소가 있는데 같이 가보시겠습니까?
조프르: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자, 이쪽으로――
~05. 레돌런트 라인
중앵. 미카사의 저택.
저택 대문에서 조금 떨어진 벤치에 앉아 즈이카쿠는 생각에 잠겼다.
즈이카쿠: 대선배님도 그렇고 나가토 님하고 쇼카쿠 언니도 연락이 안 돼….
즈이카쿠: 급한 일 때문에 외출했다고 해도… 보통은 사람 한 명 정도는 남겨두지 않나?
즈이카쿠: 저택 안에 불이 켜져 있는 걸 보니 누가 있는 거 같기는 한데…….
즈이카쿠: ……응?
즈이카쿠: 대선배님, 최근에 담장 벽을 새로 칠하셨나?
즈이카쿠: 어? 지금 보니 도로 상태도 많이 엉망인데?
즈이카쿠: 그리고 거리의 노점들…. 저번에 왔을 때는 없었던 거 같은데…….
???: 죄송해요 언니…! 준비하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렸어요…!
???: 으으…… 늦을 텐데…. 미카사 대선배님께 한소리 듣겠어요…….
??: 후후후. 괜찮습니다.
??: 어차피 늦었으니 안전을 최우선으로 천천히 가도록 할까요?
??: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말도 있잖아요? 서두르는 나머지 화장을 망치면 본전도 못 찾으니까요.
멍하니 있던 즈이카쿠는 문득 익숙한 목소리를 들었다.
고개를 들어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니 길목에 붉은 옷차림의 사람이 2명 눈에 잡혔다.
즈이카쿠: 방금 목소리…… 말도 안 돼……. 하지만…….
즈이카쿠: 어쩌면…….
즈이카쿠: 거기~! 잠깐만~!!
즈이카쿠는 황급히 일어나 붉은 그림자가 사라진 길목으로 내달렸다. 그러나――
툭.
즈이카쿠: 아야야야…….
???: 음? 괜찮나?
미카사: 누군가 했더니 즈이카쿠로구나. 그리 급하게 어딜 가는 겐가?
미카사: 혹시 길이라도 잃은 게냐? 어쩐지 도무지 보이질 않더라니…….
즈이카쿠: 미카사 대선배?!
즈이카쿠: 왜, 왜 여기 있는 거야?
미카사: 오늘은 네가 돌아오는 날이니 이렇게 길목까지 마중나온 게지.
미카사: 이 거리는 최근에 공사가 잦아서 길을 잃기 쉽단다.
즈이카쿠: 그럼 대선배는 계속 여기서 기다린 거야…?
미카사: 그렇고 말고.
즈이카쿠: (이상하네……. 아까 이 길로 왔을 때는 대선배를 못 만났었는데…….)
즈이카쿠: (어! 주변 모습이 아까하고 달라졌잖아?!)
즈이카쿠: (벽도, 길도, 노점도…….)
즈이카쿠: (……다 꿈이었나?)
즈이카쿠: (………….)
즈이카쿠: (……아니, 그럴 리가 없잖아! 옛날이라면 모를까!)
즈이카쿠: (철혈의 부유섬 요새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고.)
즈이카쿠: (무슨… 특별한 정신 공격일까…?)
미카사: 즈이카쿠? 표정이 안 좋은데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게냐?
즈이카쿠: 미카사 대선배. 나가토 님하고 쇼카쿠 언니는 어디 있어?
미카사: 다 집에서 너를 기다리고 있단다.
즈이카쿠: 다행이다……. 얼른 돌아가자! 대선배!
즈이카쿠: 아까 대선배 집 앞에서 이상한 일을 겪었거든…….
즈이카쿠: 돌아가면 바로 알려줄게!
~06. 여왕의 다과회
??? ???
호화로운 살롱에서 두 여왕이 한가로이 차를 마시며 우아한 다과회를 즐기고 있었다.
퀸 엘리자베스: 후후후…. 역시 우리 명탐정이야.
퀸 엘리자베스: 시대가 바뀌어도 '스코틀랜드 야드'는 그대로구나…….
퀸 엘리자베스: 정말, 좀 더 성실하게 일하라니까!
퀸 엘리자베스(META): 그치?
퀸 엘리자베스: 설마 이런 식으로 속편을 보게 되다니….
퀸 엘리자베스: 평소에 이런 책이나 신문지로 다른 실험장의 정보를 얻는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괜찮은 방식이지?
퀸 엘리자베스(META): 다른 실험장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리스크도 줄일 수 있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리고 편리하고, 재밌기도 하고.
퀸 엘리자베스(META): 무엇보다 다과회에 신문지가 빠질 수 없잖아.
퀸 엘리자베스: 그건 동감이야.
퀸 엘리자베스: …이 기사 좀 봐! 강도가 물건을 빼앗으려 가게에 들어갔는데 하필 그 가게가 총포점이었대!
퀸 엘리자베스(META): 푸훕…. 그, 그래서?
퀸 엘리자베스: …강도는 무사히 잡혔고 부상자는 아무도 없었어.
퀸 엘리자베스(META): 그렇겠지….
괴상한 기계: 딩딩딩딩――
괴상한 기계: 동동동동――
귀에 거슬리는 소리가 살롱의 느긋한 분위기를 깨트렸다.
괴상한 기계: 비상 소집! 목표 발견!
괴상한 기계: 삐삐삐삐――
괴상한 기계: 비상 소집! 목표 발견!
퀸 엘리자베스: ………….
퀸 엘리자베스: …………?
퀸 엘리자베스: ……하아?
엘리자베스는 주위를 둘러보다가 소파 구석에서 빛을 내며 난리를 치고 있는 범고래 인형을 발견했다.
퀸 엘리자베스: …이게 뭐야?
퀸 엘리자베스(META): '미스 D'의 선물이야. 아무래도 다음 사냥 장소를 정했나봐.
퀸 엘리자베스: 이거… 직접 만든 거야?
퀸 엘리자베스(META): 직접 만든 거야.
퀸 엘리자베스: 귀엽다고 해야 되나… 뭐랄까….
퀸 엘리자베스: '사람' 같네.
퀸 엘리자베스(META): 이제 '미스 D'에 대해 좀 알겠어?
퀸 엘리자베스: ………….
퀸 엘리자베스: ……무서워.
~07. 청, 그리고 홍
중앵■■ ■■■■
■■■■ 꽃놀이
■■■■ ■■■■
두 붉은 그림자가 호젓한 돌길을 천천히 걷고 있었다.
아카기: 아마기 언니~ 벌써 저기 보여요~!
아마기: 꽃놀이가 벌써 시작되었군요….
아마기: 그래도 자리가 남은 걸 보니 많이 늦지는 않은 것 같네요.
아마기: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카기: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죄송합니다!
카미카제: 거 보게. 아마기가 지각은 해도 놓치지는 않을 거라고 했잖은가?
카미카제: 자네가 졌으니 과자는 내가 먹겠네☆
진츠: 내기하지 말라고 그랬었는데. 후후후.
나카: 으으으……. 가져가세요오….
호쇼: 아마기 씨. 아카기 씨. 꽃놀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아마기: 아뇨. 저야말로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호쇼 씨.
아마기: 그보다 미카사 님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아직 안 오셨습니까?
호쇼: 미카사 님께서는 오시던 도중 긴급 회의로 인해 불려가셨습니다.
호쇼: 분명 아마기 씨도 끌려가신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답니다….
호쇼: 오시던 도중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나요?
아마기: 그게…….
카가: 분명 아마기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는 녀석 때문이겠지.
카가: 아마기 동생은 너무 응석받이라서 걱정이라니까.
카가: 미카사 대선배가 여기 있었으면 그 방만한 시간 관념에 설교를 한바탕 쏘아줬을 텐데.
아카기: 카가~~~!
아카기: 흥. 당신처럼 머릿속까지 새하얀 바보도 꽃놀이에 다 왔네요~
카가: 당연하지. 나는 초대받았다고.
카가: 그에 비해 어디 사는 누구 씨는 언니의 후광에 빌붙어서 온 거 아냐?
아카기: 어머. 초대받았다니 그거 참 멋진 일이네요~ 그렇죠, 토사?
토사: ……엄한 데로 화살 돌리지 마.
카가: 며칠 못 본 사이에 말주변이 좀 늘었잖아?
카가: 다 그 교활한 네…….
아마기: 후후후후후?
카가: 혀, 현명한 네 언니한테서 배운 거겠지!
아마기: 네 네~ 슬슬 자리에 앉아도 될까요? '카가 씨'?
카가: ……뭘 일부러 물어보는 거야. 맘대로 해.
아마기: 후후훗♪
아카기: ……메롱~
카가를 향해 혀를 한번 내밀어 주고 아카기는 아마기와 함께 돗자리에 앉았다.
좌우로 흔들리는 꼬리는 마치 승리를 선언하는 듯했다.
아카기는 자신이 꽃밭 속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마기?: 오는 길에 꽃 한 송이를 땄답니다.
아마기?: 아카기. 이 꽃의 이름은 뭐죠?
‘아마기’가 보여준 것은 피처럼 붉은 꽃 한 송이.
아카기: ……피안화……?
아마기?: 네.
아마기?: 아름답고, 곱고, 화려하지만, 독이 있죠.
아마기?: 너처럼――
아카기: 나처럼…….
아마기?: 이 꽃을 세상에 피우세요. 이 꽃으로 세상을 빨갛게 태우고, 붉게 물들이세요.
아마기?: ‘내 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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