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및 관련 글/대형·전초전 스토리

어리석은 자의 천칭 下

킹루클린 2023. 8. 22. 14:14

 ~35. 거짓 신 강림

 

세계박람회장. 비시아 파빌리온.
임시작전지휘실.

각지의 신궁의 벽에서 뿜어져 나온 빛이 파빌리온으로 모여들었다.

거룩하고 찬란한 빛이 이변의 중심지를 대낯처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작전을 마친 함선들은 도어 네트워크를 통해 속속 박람회장으로 돌아왔다.

회장 곳곳의 부두들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자연히 회장 주변의 적은 거의 일소되었다.

클레망소: 남은 장소는 3, 2……, 1……….

클레망소: 이걸로 끝이야.

전송 장치가 마지막으로 번쩍였다.

이로서 마침내 리슐리외가 이끄는 아이리스 함대도 회장으로 귀환했다.

자유 아이리스 교국과 비시아 성좌의 함선들은 이미 완전히 하나가 되어 진영에 상관없이 합쳐져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회장 내의 「아주르 레인」과 「레드 액시즈」의 경계도 어느새 사라진 것 같았다.

유니온, 로열, 철혈, 중앵, 아이리스, 동황, 북방연합, 사디아, 그리고 다른 시공에서 온 META까지.

거대한 함대가 지금 마지막 출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거짓 신을 타도하기 위한 열쇠인 「성창」 역시 마지막 준비에 들어갔다.

클레망소: 두 개념이 정면으로 충돌하면 어느 하나는 덮어 씌워지게 될 거야. 즉 모 아니면 도지.

클레망소: 잘만 된다면 이 대함대는 굳이 나설 필요도 없어.

클레망소: 하지만 아니라면, 그 때는 “동료를 좀 더 모았으면 좋았을 텐데”라고 생각하게 될걸?

클레망소: 최종 점검 완료. 「개념 닻」 전체 가동 확인. 「성창」 발사 준비 완료. 명령을 내려줘.

갑자기 진지해진 클레망소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결단을 내렸다.

클레망소: 후후후. 이럴 때는 연출이 또 좋아야 하지 않겠어?

클레망소: 성창 시스템 가동.

클레망소: 자, 거짓 신의 「고치」를 꿰뚫어라!!

파빌리온 상공에 모인 빛이 하나가 되어 빛의 창을 이루었다.

태양처럼 눈부시고, 장엄하고, 순결한 절대적인 빛.

그 신성한 빛줄기가 거짓 신의 고치에 직격했다.

………….

개념 닻의 에너지가 소진될 무렵, 고치를 지키는 어둠의 외피가 뚫렸다.

만연한 빛도 어둠도 사라졌다. 바다에는 평화가――

돌아오지 않았다.

에식스: 고치의 외피 소멸을 확인했습니다!

에식스: 그, 그런데 안에서 더 거대한 드로이드가 나타났어요!

에식스: 게다가 해역에 남아 있던 드로이드들의 행동 양상도 바뀌었습니다!

에식스: 전부 고치 쪽으로 이동하고 있어요!

일러스트리어스: 이쪽에서도 확인했습니다.

일러스트리어스: 고치 속에 있는 드로이드가 「거짓 신」의 본체인 것이겠죠.

일러스트리어스: 클레망소. 혹시 성창을 한 발 더 쏠 수 있을까요?

클레망소: 안타깝지만 에너지는 이미 전부 소진됐어.

클레망소: 결국은 껍데기만 깨는 데에 불과했구나….

클레망소: 원래 그 일격으로 거짓 신을 날려버리려고 했었는데, 아무래도 신의 힘은 상상 이상인 것 같아.

에식스: 지휘관님! 클레망소! 저희는 아직 싸울 수 있습니다!

에식스: 방금 일격으로 고치를 보호하는 어둠을 벗겨낼 수 있었어요! 드로이드를 소집하고 있는 건 약해진 방어를 강화하려는 행동일지도 모릅니다!

에식스: 공격한다면 지금이 기회입니다!

리슐리외: 이 해역의 「개념」은 분명 약해지고 있습니다. 지휘관님, 지금 당장 출격해야 합니다.

일러스트리어스: 로열 함대가 모두 집결했습니다. 지휘관님, 언제든지 명령을 내려 주세요.

소비에츠키 소유즈: 북방연합은 변함없이 지휘관 동지의 결단을 지지합니다. 

젠하이: 동황 함대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지휘관님, 함께 승리를 위해 노력합시다.

시나노: 중앵과 철혈 함대도 준비가 되었으니…… 함께 결전의 바다로 가자꾸나.

비토리오 베네토: 사디아 함대도 준비되었습니다. 위광을 더럽히는 적에게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멤피스(META): 「신」의 힘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돼. 하지만…….

멤피스(META): 우리는 결코 약하지 않아. 그리고 헬레나도 지원해주고 있으니까 분명 괜찮을 거야.

히류(META): 녀석의 정체는…. 아니, 우선은 싸우면서 확인해 보겠습니다. 지휘관, 지원 부탁드립니다!

클레망소: 내 카드는 이미 다 내보였어. 이제는 이 목숨을 지휘관에게 맡길 수밖에.

클레망소: 거짓 신을 쓰러트리고 우리를 승리로 이끌어줘――



 ~36. 결전의 바다

 

전 진영으로 구성된 연합함대는 여러 개의 타격대로 나뉘어 서로 다른 방향에서 「신」을 향해 접근했다.

멤피스(META): 지휘관. 선봉이 진로상의 적을 헤집어놨어. 곧 신의 본체와 교전에 들어갈 거야.

히류(META): 오랜만의 전투로군요…! 일단 저부터 가겠습니다!

에식스: 공중전은 조금 까다롭네요….

에식스: 하지만 저희 쪽 전력도 만만치 않습니다. 함재기에다가, 어어… 비행선도 있으니까요.

에식스: 금방 제공권을 확보하겠습니다!

에식스가 ‘비행선’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 분명히 말을 절은 것을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다 빈치와 로마가 비행선 대선단을 이끌고 왔을 때 함선들 사이에 상당한 화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세이렌이 콜로세움 지하에 남긴 생산 시설을 이용해서 천재 다 빈치가 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 역시 이변 공간 밖으로 나가면 사라지는 것들이었다.

아무튼 전함인 로마는 이로 인해 항공대에 편입되었다.

로마: 겁먹지 마라! 부상을 두려워하지 마라!

로마: 강철 수리들아. 사디아의 적을 분쇄하라!

에식스: 로마! 그건 지휘관님과의 통신 채널이에요!

에식스: 안 들리나 보네요…. 으으, 지휘관님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습니다!

멤피스: 작전은 순조롭게 진행 중이야.

멤피스: 신이 만들어낸 소형 적은 선봉이 이미 섬멸했어.

멤피스: 주변 해역에서 모여든 드로이드들도 우리 저지 함대를 뚫지 못하고 있어.

멤피스: 현재 유일한 변수는 그 신의 본체야.

멤피스: 전투가 시작된 뒤로 전혀 행동하지 않고 있어. 어쩌면 성창이 외피뿐만 아니라 본체에도 손상을 입힌 걸지도 몰라.

멤피스: 이건 조사를 계속 해볼게.

시나노: 그렇다면 내가 공격을 해보겠다….

시나노: 그대의 곁에 있어서인지, 이 공간 때문이지, 몸 상태가 더할 나위 없이 좋구나…….

클레망소: 그건 안 돼.

클레망소: 저 신을 격파하는 것이 우리의 승리 조건이라면, 패배 조건은 지휘관의 전사야.

클레망소: 지휘관이 쓰러지면 연계가 무너지고 사기는 곤두박질치겠지. 그러니 너는 계속 지휘관을 지키도록 해.

클레망소: 그리고 중앵 함대를 통솔하려면 너의 협력과 능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시나노: 그렇다면, 나는 이곳에 있겠다…….

멤피스: 지휘관. 선봉이 거짓 신의 본체에 공격을 가했어.

멤피스: …효과는 없어. 하지만 저쪽도 여전히 움직임이 없네.

멤피스: 후속 전력이 공격 위치에 도착했어. 지휘관, 명령을 내려줘.

화력을 집중해 신의 본체를 타격한다.

자, 다음 단계로 나아갈 시간이다.



 ~37. 최후의 희망

 

지휘함 모니터를 통해 거짓 신의 본체가 선명하게 보였다.

그 중앙에 유령처럼 창백한 소녀가 공중에 떠올라 말없이 눈앞의 전투를 지켜보고 있었다.

멤피스(META): … 안 돼. 지금 공격으로는 저 방어를 깰 수 없어.

저것의 정체는 파악 됐어?

멤피스(META): 짐작 가는 바는 있는데… 좀 이상해….

멤피스(META): 일단 내가 아는 정보에 따르면 저 거짓 신과 가장 가까운 기체는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야.

멤피스(META): 그런데 어떤 데이터나 매개 변수를 입력해 봐도 내 데이터베이스가 저걸 하이어로팬트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어.

멤피스(META): 무슨 변장인 건지, 아니면 뭔가가 하이어로팬트의 보디를 조종하고 있는 건지….

멤피스(META): 후자라면, 아마 그것이 마르코 폴로가 바랐던 진짜 「신」이겠지.

히류(META): 저도 동의합니다.

히류(META): 잔불은 하이어로팬트와 몇 번 마주한 적이 있습니다. 그녀는 말도 잘 통하고, 아비터 중에서는 몇 안 되는 온건파에요.

히류(META): 누군가가 그녀의 힘과 스페어 보디를 이용하고 있는 것이 분명합니다.

히류(META): ……그리고 하나 더. 이 적에게서 매우 안 좋은 예감이 느껴집니다.

히류(META): 본체뿐만이 아닙니다. 저 드로이드도, 소형 적도, 의문의 물질도…….

히류(META): 마치 일종의 징조처럼 느껴집니다. 현 단계에서는 확실하게 말할 수 없지만,

히류(META): 만약 진짜라면…… 당신들은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린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META 멤피스와 히류 모두 어느 정도는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확신이 없어서 그런지 자세히 말하려 들지 않았다.

아직 정보가 부족한 건지, 아니면…….

너무 많은 정보를 알게 되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는 건지.

마르세예즈: 지휘관님. 총공격은 언제 시작합니까?

마르세예즈: ……저 소녀는 아이리스의 소중한 것을 가지고 있습니다. 반드시 탈환해야 합니다.

설마…….

장 바르: 성좌의 관이다. 마르코 폴로와 함께 바다에 빠졌을 텐데, 설마 저 괴물이 회수했을 줄이야.

마르세예즈: 마르코 폴로의 죄는 나중에 묻더라도, 관을 저렇게 더럽혀진 채로 둘 수는 없습니다.

아이리스의 정통을 상징하는 성좌의 관이, 지금 거짓 신의 수중에 있다.

→ ――――잠깐만

소녀의 손에 있는 성좌의 관을 응시하다 문득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성좌의 관이란 본디 신의 것이며, 신의 일부였다.

소녀는 여전히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시선이――

……너였구나. 악몽 속에서 수없이 나타났던 그 모습.

멤피스: 지휘관?! 왜 그래…? 얼굴이 안 좋아 보여….

저것이야말로 세계의 위협. 결코 있어서는 안 되는 존재――

→ 전력으로 목표를 분쇄하라!

----

―――!!!

스루가: 큭! 효과가 없어요! …포탄이 장갑에 닿는 순간 사라져 버려서 흠집조차 낼 수 없습니다!

임페로: 임페로………. 탄약이 떨어졌어. 휴식과 보급이 필요해….

리옹: 작은 적도… 아무리 쓰러트려도 끝이 없네요.

리옹: 하나를 파괴하면 순식간에 다시 하나가 나타나요….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거죠?

셰필드: 터무니없는 말씀이지만.

셰필드: 바닷속도 공중도 그림자나 안개 속도 아닙니다. 저것들은 그대로 나오고 있습니다. 현실의 법칙을 무시하는 것처럼….

노시로: 그대로 나온다…. 시나노 씨. 저희 중앵의 「결계」와 비슷한 원리 아닐까요?

잔 다르크: ……결계?

시나노: ……내 생각도 그렇다….

시나노: 하늘에 숨겨진 「결계」에서 나오는 것은, 외부에서 보기에는 마치 허공에서 나타는 것과도 같다….

시나노: 그리고, 결계의 위치를 속이는 방법은 무수히 많을 터….

시나노: “눈으로 보는 것은 진실도 허구도 아니며, 이상의 동천이야말로 결계이니라.”

시나노: 올바른 방법으로 해제하지 않고 그저 결계의 입구를 공격하는 것은, 수월을 건져 올리려는 것처럼 무의미한 행동일 뿐…….

클레망소: 즉 저 신과 그 권속은 그저 질량 있는 그림자에 불과하고….

클레망소: 본체는 「결계」, 즉 다른 공간에 있다는 거네.

클레망소: 아까 마지막 카드까지 다 써버렸다고 했는데……. 하아…. 어쩔 수 없네.

클레망소: 마르코 폴로의 실험에 협력했을 때, 그녀가 사용했었던 장비가 지금 상황에 도움이 될지도 몰라.

클레망소: 준비하는 데에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지휘관. 버텨줄 수 있지?

멤피스(META): 헬레나도 분석에 시간이 더 필요하대. 지휘관. 페이스 늦추지 말고 힘내!

물론이다. 여긴 내게 맡겨.

→ 공격을 계속하라!

----

▅하▊▇로▅■팬트▇▆▅: “▅■멈▆▅”

갑자기 머릿속에서 감정이 없는 기계 음성 같은 여성의 목소리가 들렸다.

일러스트리어스: 이 소리는… 대체……?

두카 델리 아브루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어…. 의장도 움직이지 않아…!?

크론시타트: 나도…! 지휘관, 아무래도 모두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아……!

히류(META): 아아. 움직일…… 수 없어…. 으으…….

히류(META): 아크 로열…, 머리가……!

아크 로열(META): 크윽! 용골 속의 에너지가 통제를 벗어나는 것 같아……!

아크 로열(META): 멤피스! 괜찮나?!


멤피스(META): 으응……. 아직까지는… 괜찮아…!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해역에 있는 모든 동료들이 일제히 무언가의 영향을 받았다.

시나노: 언령과도 같구나……. 그대도 목소리를 들었는가……?

몸은 움직일 수 있다. 아무래도 내게는 별 영향이 없는 것 같다.

보아하니 시나노도 괜찮은 것 같다.

이 지휘함에는 영향이 미치지 않는 건가…?

클레망소: 그건 아닌 것 같아. 정도는 다르지만… 나도… 똑같아…….

시나노: 이것은 대체……. 함선마다 영향이 다른 것인가….

프린츠 루프레히트: 나도 별 문제 없어. 그냥 손발이 좀 무거운 정도야.

오딘: 오딘, 전투 속행 가능. 컨디션에 영향은 극히 미미하다.

에식스: 양산함대도…크윽…. 별 영향 없습니다! 전투… 가능합니다…!

양산함과 특별계획함은 영향이 적은 반면, META에게는 특히 영향이 큰 것 같다.

지휘함에 있는 동료 중에서는 시나노만 영향을 받지 않았다.

멤피스(META): 이건… META화 침식…은 아니야…….

멤피스(META): 아니지만…. 이 고통……. 왠지 익숙해…….

히류(META): 아아. 방금 걸로 거의 확신했어……!

히류(META): 지휘관……. 지금이라도 철수할 수 있습니까…?!

멤피스(META): 철수라니……. 히류, 너 도망칠 생각이야…!?

히류(META): 혼자 도망치겠다는 게 아냐! 우리 모두… 더 늦기 전에 이곳을 탈출해야 돼…!

멤피스(META): ……미, 미안……….

멤피스(META): 하지만 지휘관을 데리고 도망치면… 이 실험장은……….

클레망소: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지휘관을 데려가면 곤란해.

클레망소: 특별계획함은 영향을 덜 받는다니 다행이네.

클레망소: 가스코뉴, 심상 공간에 강제 접속해!!

----

 

검은 태양이 조용히 타오르고 있었다.

시나노: 검은 태양………….

시나노: 이것이 마르코 폴로가 사용했다는 장비인가…?

클레망소: 그래, 맞아. 제어하기는 어렵지만.

클레망소: 다들 어때? 몸은 괜찮아?

시마카제: 오오! 잘 움직입니다!

멤피스(META): 현실의 대개념 병기를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에너지를 사용해서 강제로 분리된 개념 공간에 연결하는 것.

멤피스(META): 사용 여하에 따라서는 상대의 정신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멤피스(META): 일부 아비터의 병기와 비슷한 기술인데….

비토리오 베네토: 다행이네요…. 마르코 폴로의 장비가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은 몰랐군요.

비토리오 베네토: 그런데 어떻게 돌아가죠?

▅하▊▇로▅■팬트▇▆▅: “▅■하나▆▅”

----

전투가 시작된 이래 처음으로 하이어로팬트가 움직였다.

그녀는 지팡이를 높이 들어 하늘을 향해 가볍게 흔들었다.

――――――――――――

 

검은 태양은 산산조각 났다. 세계는 다시 「신」의 지배 아래로 돌아갔다.

클레망소: 「심판」의 상징을 이렇게 쉽게 파괴하다니?!

클레망소: 출력을 올렸더니 연결이 불안정해졌나? 아니면…….

멤피스(META): 아니야. 저 지팡이. 그리고 개념을 인식하고 통제하는 특성…….

멤피스(META): 저건 스페어 보디가 아니라 「하이어로팬트」의 본체야!

멤피스(META): 조심해! 저 지팡이의 공격을 제대로 맞으면…!

멤피스(META): 산산조각이 나거나 심하면 네 존재에 대한 개념 자체가 지워질 수 있어…!


히류(META): 그렇게 말해도…… 몸이… 다시 무거워졌는데…!


멤피스(META): 저 공격은 단일 목표만 노릴 수 있어! 그리고 사거리도 짧고 준비 시간도 길어!

멤피스(META): 지휘관! 양산함을 방패막이로 세우고 특별계획함 위주로 진형을 재편성해! 모두가 회복될 때까지 시간을 벌어줘!

----

동료들에게서 양산함의 제어권을 넘겨받아 아직 움직일 수 있는 함선들의 방패막이로 삼으면서 겨우 전선을 유지하고 있었다.

생 루이: 이번엔 함재기들인가…! 지휘관, 공중지원을 요청한다!

하쿠류: 잘도 튀어나오는군. 이 하쿠류에게 맡기라고!

멤피스(META): 잠깐…. 저건, 「데빌」의 드론?!

이번에는 허공에서 무수한 드론이 나타났다.

아비터 데빌XV이 부리는 함재기들이 하이어로팬트 주위에 뭉쳤다가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마치 거미가 집을 짓는 모습 같았다.

하쿠류: ……뭐야? 안 싸우고 어디 가!

하이어로팬트는 지팡이를 들어 앞에 있는 함재기를 향해 가볍게 휘둘렀다.

그러자 그 함재기에서 눈부신 금빛이 뿜어져 나와 주변 함재기로 전파되면서 빛의 그물을 만들었다.

…예감이 적중했다.

데빌이 하이어로팬트를 돕고 있다. 지금 이 행동은 전장에 있는 모든 함선들을 동시에 노리는 공격임이 분명하다.

▅하▊▇로▅■팬트▇▆▅: “▅■둘▆▅”

멤피스(META): 연계 공격…!?!?

멤피스(META): 모두 얼른 피해――!!

간발의 차이로 양산함을 움직여 회복 중인 동료들을 모두 지켜냈다.

하지만 지금 공격으로 모든 양산함이 전멸. 심지어 심판정의 개념 병기까지 증발하고 말았다…….

멤피스(META): …………이제야 알았어.

멤피스(META): 데빌의 배후에는 줄곧 하이어로팬트가 있었어!

멤피스(META): 혹은…… 하이어로팬트를 가장한 「무언가」.

멤피스(META):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왜 그때 갑자기 데빌이 이상해졌는지…. 내가 쳐놓은 장벽을 어떻게 파고들었는지….

멤피스(META): 지휘관을 노리는 것도 그 무언가라면…….

히류(META): 저도 한 가지 말하겠습니다. 아비터의 특기 분야에서 그들과 경쟁하려고 들지 마세요.

히류(META): 데빌은 서포트. 그리고 하이어로팬트는 개념의 통제.

히류(META): 녀석은 가장 위협적인 목표가 지휘관이라는 것을 알아차렸습니다.

히류(META): 다음 공격은… 반드시 명중할 거예요.

그야말로 절체절명의 위기다. 그녀의 공격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은…….

→ ……시선이……?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이어로팬트가 고개를 갸웃하며 나를 바라보는 것이 느껴졌다.

시나노: 아비터가… 움직였다……?

----

―――!!!!

움직일 수 있는 함선들은 모두 전력을 다해 하이어로팬트를 공격하고 있었다.

에식스:하이어로팬트가 지휘관님 쪽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에식스: …얼른 막아야 해요……!!

무수한 공격을 받았음에도 하이어로팬트의 속도는 줄지 않았다.

그녀는 거리를 좁히다가 다시 지팡이를 들었다――

멤피스(META): 늦었어……!!

멤피스(META): 헬레나, 뭘 꾸물거리는 거야!?

멤피스(META): 얼른 지휘관만이라도 데리고 나가!

▅하▊▇로▅■팬트▇▆▅: “▅■셋▆▅”

하이어로팬트의 지팡이가 내려오고, 다시 드론 사이에 빛의 그물이 만들어졌다.

이번에야말로 도망칠 수 없다. 최악의 결말을 상상한 그 순간.

――――!!!!

드론 무리 중 일부가 폭발했다.

동료들의 주변을 푸른 빛이 휘감기 시작했다.

헬레나(META): “마지막 빛이 사라질 때까지, 열심히 싸우라”고 했는데.

헬레나(META): 멤피스. 네가 먼저 포기하면 어떡해.

멤피스(META): 헬레나, 너―――

헬레나(META): 괜찮아.

히류(META): 헬레나…? 당신 설마――

헬레나(META): 사람 잘못 봤어. 

헬레나(META): 그 이상 물어보면 배리어를 치울 거야.

히류(META): 알겠어요! 더는 안 물을게요! 당신은 제가 아는 「헬레나」가 아닙니다!

헬레나(META): ……그럼 좋아.

헬레나(META): 지휘관이 시간을 벌어준 덕분에 제때 끝낼 수 있었어.

헬레나(META): 데빌의 본체는 이제 이 근처에 없어. 더는 지원도 못할 거야.

헬레나(META): 하이어로팬트의 ‘속박’도 이 배리어 안에 있으면 괜찮아.

헬레나(META): 같은 수법으로 공격해 와도 충분히 막아줄 거야.

헬레나(META): ……지속 시간은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녀석을 쓰러트릴 때까지는 유지될 거라 믿어.

헬레나(META): 다만 이건 어디까지나 ‘속박’에 대한 대처법이야. 직접 공격은 막을 수 없어.

헬레나(META): 지휘관. 계속 지휘 부탁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해.

히류(META): 대규모 회전은 하이에로팬트의 특기 분야가 아닙니다. 지금이 기회예요.

히류(META): 데빌의 지원도 없고, 속박 공격도 무효화되었으니 이제 전황은 저희 쪽에 있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저렇게나 크니 공격이 빗나갈 걱정도 없고요.

비토리오 베네토: 공격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요.

프린츠 오이겐: 뭐, 그건 지휘관이 어떻게든 약점을 찾아주지 않을까? 후후후.

승리의 희망이 보이기 때문인지 함대의 사기가 회복되고 있었다.

하지만 아직 우려가 남아 있다.

현재 모든 작전은 저것이 「아비터 하이어로팬트V」가 맞다는 가정 하에 세워져 있다.

만일 적이 하이어로팬트가 아니라 그 뒤에 있는 「무언가」일 경우 지금까지의 작전이 모두 허사가 된다.

아직까지도 그녀의 시선이 느껴진다.

감정 없는, 섬뜩하고 기분 나쁜 시선.


▅하▊▇로▅■팬트▇▆▅: “▅■분열▆▅”

아크 로열(META): ……하이어로팬트가 의장을 해제했어……?!

멤피스(META): 가속한다…! 지휘관, 위험해!!!

하이어로팬트는 의장을 버리고 공중에서 급가속했다.

순식간에 지휘함 상공에 도착한 그녀는 이제 아무도 막을 수 없었다.

――갑판에 있는 시나노 외에는.

시나노: ……어림없다!

희미하지만 귓가에 들리는…… 풍경 소리?

――――!!!!

시나노: 나의 공격이…… 명중했다…?

여느 때와는 달리 풍경 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돌았다.

어떤 공격으로도 명중시킬 수 없었던 하이어로팬트였지만, 이번에는 시나노의 기총 공격을 받고 돌진을 멈추었다.

시나노: 맞았다……. 그렇다면……!

▅하▊▇로▅■팬트▇▆▅: “▅■분열▆▅”

시나노: 하이어로팬트가 둘로……? 지휘관…!!

마치 그림자가 빠져나가듯 소녀의 몸에서 또 다른 「하이어로팬트」가 나타났다.

그녀는 유령처럼 벽을 뚫고 순식간에 내 앞까지 왔다.

----

▅하▊▇로▅■팬트▇▆▅: “▅■바타▆▅”

▅하▊▇로▅■팬트▇▆▅: “■▅▅▆▅■▅▅”

맹렬한 부유감과 함께 의식은 어둠 속으로 가라앉았다.



 ~38. 어리석은 자의 천칭

 

??? ???

눈을 뜨고 주변을 확인했다.

은은한 조명이 비추는 지하 시설. 어쩐지 낯익은 가구와 설비.

▅하▊▇로▅■팬트▇▆▅: ……….

하이어로팬트는 옆에서 말없이 지팡이를 높이 들었다.

그 때 복도 멀리서 두 사람의 발소리가 들렸고, 하이어로팬트는 그대로 조각상이 된 것처럼 정지했다.

과연. ‘박사들’인가…?

▅하▊▇로▅■팬트▇▆▅: ……….

하이어로팬트는 의아한 듯 지팡이를 내리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오스타: ……전황이 교착에 빠져서 그런지, 연구에 박차를 가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오스타: 차세대 안티 엑스의 생산이 드디어 본궤도에 올랐어.

오스타: 나는 그 아이들이 미래에 전쟁을 끝낼 수 있는 힘이 되기를 바라며 「아비터」라고 이름 붙였다.

오스타: 아직 최종 목표까지는 많이 멀었지만.

오스타: 자, 소개하지. 이 아이가 아비터 초호기, 「Hierophant」다.

 

안쥬: 초호기…? 첫 번째…?

오스타: 당연하지. 「레이」는 별개야.

오스타: 그 아이는 완전히 독자적으로 개발되었다. 어느 시리즈에도 속하지 않아.

오스타: 이 하이어로팬트야말로 아비터 시리즈의 첫 멤버이자 대외적인 얼굴이 될 거야.

오스타: 따라서 ‘언어’, ‘개념’에 대한 인식 능력을 강화하고, ‘공감력’, ‘친화력’을 높이는 모듈을 탑재했지.

오스타: 업데이트된 양자 지능 분석 시스템으로 인해 대화 상대를 더욱 잘 이해하고, 인간답게 감정을 드러내며 교류할 수 있어.

오스타: 테스트에 참가한 사람들은 아무도 자신이 기계와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오스타: 그뿐만이 아니야.

오스타: 이 아이는 인간 이외의 지성도 이해하며, 그 언어를 시뮬레이션 할 수 있어.

오스타: 아직 가짓수는 적지만, 이미 개, 고양이, 돌고래를 상대로 한 테스트에서 성공을 거뒀다.

오스타: 업데이트를 거듭하면――그래. 이 아이는 바벨탑마저 뛰어넘을 수 있을 거다.

안쥬: ‘더 귀여운 백발 소녀’가 아니라?

오스타: 어흠. 안쥬. 내가 몇 번이나 말했지만――

안쥬: “이미 검증된 기술을 유용했을 뿐”……이라고?

오스타: 잘 알고 있군.

안쥬: 하나 질문해도 돼? 왜 5번 아르카나부터 시작했어?

안쥬: 보통은 첫 번째부터 순서대로 가잖아?

오스타: 지금은 아직 계획 초기 단계다. 솔직히 말하면 이대로 모든 번호를 다 만들 것이라도 장담할 수 없어.

오스타: 그리고 연구에는 영감이 필요하지. 그래서 종합적으로 고려해 하이어로팬트부터 시작하기로 한 거다.

안쥬: 의미는 ‘인도’, ‘배려’, ‘교류’, ‘규범’….

안쥬: 웬일로 비전투용 모델에 이렇게 공을 들인대?

안쥬: 네가 부르길래 나는 또 무슨 신형 살상 무기라도 개발했나 하고 생각했었는데.

오스타: 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이 하이어로팬트의 필요성을 말해주는 증거지.

오스타: 너도 알다시피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은 나날이 귀중해지고 있다.

오스타: 하이어로팬트는 안티 엑스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과 선입견을 잘 해소시켜 줄 거야.

오스타: 정치적 중재에 쓰든, 자원·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발표에 쓰든 큰 도움이 될 거야.

안쥬: 너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구나.

안쥬: 그럼 이런 가능성은 생각해 본 적 없어?

안쥬: 만약 이 아이의 스펙이 계속 올라가면… 언젠가는 「엑스」와도 소통할 수 있게 될 거라고.

안쥬: 소통만 할 수 있다면, 싸우는 것 외에 다른 선택지도 생기는 거잖아?

안쥬: 특히… 이런 상황 밑에서는.

오스타: ……훗.

안쥬: 우와 기분 나빠. 그 표정은 무슨 뜻이야?

안쥬: 조수군. 네 생각은 어때?

(여기서 화살을 나한테 돌린다고?!)

(이 장면은 환상인가? 아니면 「리플레이어」가 재생하는 기억을 보고 있는 건가?)

▅하▊▇로▅■팬트▇▆▅: ………….

하이어로팬트도 답을 기다리는 듯 내쪽을 쳐다봤다.

………………


→ 안쥬를 지지한다
적이라는 개념은 불변인 것은 아니다. 적과 교류할 수 있다면 분명 전투 외의 방법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안쥬: 역시 조수군~ 너는 단지 적성과 능력 때문에 「지휘관」인 게 아니야. 그 아이들이 너를 믿고 따르기 때문에 「지휘관」인걸.

어둠 속에서 안쥬가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은 희미하지만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안쥬: 수고 많아, 하이어로팬트. 조수군이랑 잘 지내고 있지?

▅하▊▇로▅■팬트▇▆▅: ………….

하이어로팬트의 눈이 순간 빛난 것처럼 보였다.

→ 오스타를 지지한다
적과 소통할 수 있다면 약점을 더 잘 알아낼 수 있겠지. 결과적으로 적을 효율적으로 섬멸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오스타: 합리적인 견해로군. 「적」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정의해야 올바른 미래로 나아갈 수 있지.

오스타: 설령 미래에 정말로 「엑스」와 교류할 수 있게 된다 해도, 그 힘 역시 놈들과의 전쟁에 사용해야 해.

오스타: 인류가 흘린 피는 「엑스」의 멸망으로 그 대가를 치르게 해야지.

어둠 속에서 오스타가 걸어 나왔다. 그 모습은 희미하지만 목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오스타: 하이어로팬트. 너의 임무는 일단락되었다. 슬립 모드에 들어가도록.

하이어로팬트는 저항하지 않고 박사의 명령대로 기능 정지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

새하얀 빛 속에서 안쥬, 오스타, 하이어로팬트… 그리고 공간 자체가 사라졌다.


시야 저 편에 문이 나타났다.

순백의 공간에 홀로 서 있는, 어쩐지 그리운 문.

아무래도 슬슬 돌아갈 시간이 된 것 같다.

----

 

눈앞에 박람회장의 모습이 보였다.

정확히 말하면 고즈넉한 달빛에 싸인 박람회장이다.

하늘과 땅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신의 나라」, 마르코 폴로의 허망한 세계는 사라졌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고요한 밤.

하지만 손바닥에서 전해지는 무게가 방금 겪은 모든 일이 진실이라는 것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이리스의 정통의 상징, 「성좌의 관」이 지금 내 손에 들려 있었다.

어쩌면 그 영역의 개념을 지배하고 있었던 것은 하이어로팬트가 아니라 성좌의 관이었을지도 모른다.

물론 나의 생각일 뿐이고, 뒷받침할 증거도 없지만.

――통신기에서 동료들의 연락이 빗발치고 있었다.

하긴, 하이어로팬트와 갑자기 사라졌었으니까.

………빨리 응답하여 동료들을 안심시키자.



 ~39. 발단의 기억 II

클레망소는 인양된 옥좌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르코 폴로, 그녀와 처음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

 

과거. 어느 날.
철혈 어느 곳.

한쪽은 음모를 꾸미는 교국의 암부. 한쪽은 야심 많은 매력적인 광대.

회의는 끝난 지 오래 되었지만 두 사람만은 자리에 남아 건성으로 노트를 끄적이고 있었다.

마르코 폴로: 네가 비시아 성좌 대표 클레망소구나.

클레망소: 네. 당신의 고명은 익히 들었습니다. 마르코 폴로 님.

마르코 폴로: 프리드리히는 한참 전에 나갔는데 너는 왜 아직 여기 있어?

클레망소: 글쎄~ 기억이 아직 남아 있는 동안 회의 내용을 정리하려고.

마르코 폴로: 좋아. 참으로 관료다운 발언이네.

마르코 폴로: 근데 아까 회의에서는 아무 말도 안 했잖아. 너 철혈 싫어해?

클레망소: 그럴 리가. 비시아와 철혈은 절대 깨트릴 수 없는 동맹이고――

마르코 폴로: 스톱. 여기는 우리 말고 없어.

마르코 폴로: 더 이상 그런 딱딱한 말투는 쓰지 마. 이 마르코 폴로는 네가 유망하다고 생각해서 말을 거는 거야.

마르코 폴로: 내 생각도 그래. 쟤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들이야.

마르코 폴로: 쟤들의 제안이 마음에 안 들었다면, 이번에는 이 마르코 폴로의 제안을 들어 볼래?

마르코 폴로: 후후후. 좋아! 함께 위업을 이루자고――



 ~40. 동화의 끝

 

아무도 없는 항구에서 안드레아 도리아는 홀로 바람을 맞고 있었다.

안드레아 도리아: ………….

안드레아 도리아: 큰일이 났네…….

하늘을 올려다 보니 어둠을 가르는 빛줄기가 선명하게 보였다.

안드레아 도리아: ………….

안드레아 도리아: ……으음. 역시 틀어박혀 있는 것만으로는 해결이 안 되네.

안드레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조작판에 쌓인 모래를 손으로 쓸어냈다.

처음부터 이 조작판의 용도를 알고 있고, 몇 번이나 조작해 본 것처럼 능숙한 움직임.

안드레아 도리아: “어둠에 빛을”…….

안드레아 도리아: 나도 힘이 될게.

 

「신궁의 벽」이 가동되었다. 알렉산드리아에서 세계박람회장까지 빛이 연결되었다.

바람이 모래를 몰고 와 아무도 없는 조작판 위를 다시 덮었다.

오아시스의 밤이 전하는 동화는 이렇게 꿈속에 남겨졌다――



 ~41. 과거의 잔불
작전 종료 후.
지중해 어느 곳.

히류(META): 멤피스, 잠깐만! 돌아가는 겁니까?

멤피스(META): 응. 하이어로팬트는 사라졌고, 더 이상 여기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멤피스(META): 지휘관이 불러서 온 거지? …나도 고마워.

멤피스(META): 「잔불」 중에도 말이 통하는 사람이 있구나.

히류(META): 정말 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겁니까?

멤피스(META): 응……? 난 잔불에 들어갔던 적이 없어. 너도 몰라.

멤피스(META): 혹시 다른 멤피스로 착각한 거 아냐?

히류(META): 당신은 지휘관을 특별시하고 있군요. 어디서 알게 됐습니까?

히류(META): 지휘관이, 당신이 찾아 헤매던 존재라고 생각합니까?

멤피스(META): ………말 못해.

히류(META): 저는 단지, 당신의 뿌리를 알고 싶을 뿐입니다.

멤피스(META): ……무슨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어.

히류(META): 그럼 질문을 바꾸죠. 안쥬와 오스타.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멤피스(META): ………말 못해.

멤피스(META): 네가 무슨 의도인지 모르겠지만,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

멤피스(META): 실례할게.

히류(META): 잠깐! 마지막으로 하나만 알려 주세요. ……첫 번째 질문과 같습니다.

히류(META): 정말로…… 저를 기억하지 못하십니까?

멤피스(META): 나는………….

헬레나(META): 멤피스, 왜 그래?

헬레나(META): 모니터링 시스템에 약간의 편차가 생겼어. 괜찮아?

멤피스(META): 괜찮아. 그냥…….

멤피스(META): 이상한 질문을 받아서 그래. ……이제 괜찮아. 다 끝났어.

헬레나(META): 히류. 슬슬 잔불의 임무로 돌아가야 하지 않아?

히류(META): 아아. 그래야죠. 모쪼록 두 분 다 건강히 지내시길.

멤피스(META): ………너도.

멤피스(META): ……헬레나. 잠깐만 기다려줘. 금방 올게.



 ~42. 받을 수 없는 관

 

작전 종료 후.
아이리스. 랭스 대성당.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통해 찬란한 태양빛이 쏟아지고 있었다.

예식을 위해 오랜 기간 사용하지 않았던 성당은 말끔히 청소되었다. 세월이 쌓인 조각상이나 돌바닥 역시 새것처럼 빛나고 있었다.

마치 이 아이리스의 땅처럼――

에식스: 설마 제가 유니온 대표로 초청받다니…. 기… 긴장되네요….

아브로라: 지난 사건에서의 활약을 고려하면 초청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해요. 에식스.

아브로라: 여러분과 함께 지중해의 위기를 해결했을 뿐만 아니라, 이렇게 귀중한 순간을 함께하게 되다니 영광이에요~

젠하이: 이 모든 것이 불과 하루 만에 벌어진 일이라니. 정말 세상만사의 복과 재앙은 변화무쌍할 따름이네요.

프린츠 오이겐: 근데 하루 만에 이런 큰 행사를 치르다니, 너무 빠른 거 아냐?

프린츠 오이겐: 이게 ‘하나가 된 아이리스’의 실행력인가?

프린츠 오이겐: 뭐, 심정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일러스트리어스: 아이리스의 대관식 같은 격식 높은 행사는 본디 폐하께서 직접 오셔야 하지만….

일러스트리어스: 오이겐의 말대로 시간이 너무 촉박하네요….

일러스트리어스: 지휘관님도 그러셨으니, 제가 대신 리슐리외 님과 아이리스에게 폐하의 축복을 전달할 수밖에요. 후후후.

비토리오 베네토: 네. 이 기쁜 날에 모두 함께 아이리스를 축복을 보냅시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성당 문이 열렸다.

신성한 아이리스의 힘을 상징하는 예복을 입은 리슐리외가 단상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클레망소: 과거 리슐리외 추기경은 조국이 위기에 처했을 때 아이리스의 땅을 떠나 동맹의 도움을 구하였다.

클레망소: 혼란스러운 시국에 이 밀행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고, 이후 성좌의 은폐로 인해 결국 인정받지 못하였다.

클레망소: 그러나, 수많은 오해와 음해에 휘말려도, 해외를 전전하는 가운데서도

클레망소: 리슐리외 추기경은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클레망소: 그녀는 오랫동안 올바른 행동을 거듭하였다.

클레망소: 가장 중요한 순간에 분열된 교국을 하나의 깃발 아래 다시 단결케 하고,

클레망소: 세계에 재앙이 닥쳤을 때, 영광스러운 승리를 거둘 수 있었다.

클레망소: 그러므로 나는 성좌를 대표하여 리슐리외가 아이리스를 위해 바친 많은 공적을 치하하노라.

클레망소: 성좌를 대표하여 리슐리외에 대한 부정한 비판과 처벌을 철회하노라.

클레망소: 이곳에 있는 것은 「성좌의 관」. 영광스러운 아이리스의 정통의 상징.

클레망소: 추기경 리슐리외.

클레망소: 그대는 아이리스의 사도로서 전화로 피폐해진 조국을 이끌 것을 맹세하는가?

클레망소: 그대는 아이리스의 신성한 관을 받아들이겠는가?

클레망소: 거룩한 아이리스의 성좌의 자리를 받아들이겠는가?

관을 높이 들고, 클레망소는 무릎을 꿇고 있는 리슐리외의 대답을 기다렸다.

리슐리외: ………….

리슐리외: 정통의 상징. 형태 있는 비적. 「성좌의 관」.

리슐리외: 조국을 떠나야 했던 그 날 이후로, 저는 줄곧 관이 우리에게, 아이리스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왔습니다.

리슐리외: 지켜야 할 성물?

리슐리외: 전승해야 할 옛 기억?

리슐리외: 정통의 상징?

리슐리외: 확실히 성좌의 관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고, 그 하나하나가 모여 우리에게 소중한 존재가 되었습니다.

 

리슐리외: 그러나 이번 싸움에서 저는 또 하나의 관을 보았습니다.

리슐리외: 아심가의 목표.

리슐리외: 사욕에 이용된 도구.

리슐리외: 세이렌 기술의 산물.

리슐리외: 역사의 어느 순간, 우리의 신성한 관은 대체되었습니다.

리슐리외: 우리는 참으로 오랜 시간 동안 거짓 신에게 신앙을 바치고 있었습니다.

리슐리외: 그것이 우리를 파국으로 몰아넣고,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것들을 파괴할 때까지.

리슐리외: 저는 생각했습니다. 이다지도 쉽게 왜곡되는 「신성」이, 과연 우리에게 필요한가?

리슐리외: ……저, 리슐리외는 삼가 성좌의 자리를 받들겠습니다.

리슐리외: 제 고향 아이리스. 거룩한 아이리스의 영광을 다시 빛나게 할 것임을 맹세합니다.

리슐리외: 하지만 이 맹세의 대상은 거룩한 아이리스, 그리고 이 땅의 국민들이지, 관이 아닙니다.

리슐리외: 진정한 지도자는 자신의 관을 선택한다.

리슐리외: 따라서――

리슐리외: 제가 선택한 것은 ‘자유를 사랑하는 국민’!

리슐리외: 제가 선택한 것은 ‘받을 수 없는 무관의 관’!

 

모든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리슐리외는 검을 뽑아 성좌의 관을 베었다.

관은 깨지지도 부서지지도 않고, 검붉은 연기를 내뿜으며 가루가 되어 사라졌다.

잠시 후, 소란이 잦아들고 성당에는 다시 평온이 찾아왔다.

클레망소: ………잘했어, 리슐리외. …나의 언니.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자랑스럽다는 미소가 순간 클레망소의 입가에 나타났다 사라졌다.


리슐리외: 자, 아이리스의 동포들이여.

리슐리외: 숱한 시련과 고난 끝에 자유와 통일은 마침내 우리의 고향으로 돌아왔습니다.

리슐리외: 많은 피와 눈물이 흘렀습니다.

리슐리외: 그러나 오늘날 우리는 단 한 방울의 피도, 단 한 방울의 눈물도 헛되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리슐리외: 하나 된 아이리스를 가로막는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리슐리외: 자유 아이리스 교국도, 비시아 성좌도 이제는 같은 깃발 아래 모여 있습니다!

리슐리외: 하나 된 아이리스에 영광 있으라!

리슐리외: 우리의 조국에 영광 있으라!

박수 속에 대관식은 끝을 맺었다.

아이리스의 새로운 미래가 오늘부터 시작된다――



 ~43. 조사 보고

 

이변 종료 며칠 후.
지중해 어느 곳.

리토리오: 조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중첩」된 세계는 현실이 되지 않았고, 피해 역시 극히 일부의 건물과 기재 등에 국한되었다.

리토리오: 모든 진영은 이번 사건을 아비터의 영향을 받은 마르코 폴로의 비정상적 독단으로 규정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리토리오: 지휘관의 제안으로 마르코 폴로와 클레망소를 포함한 관계자들은 ‘세이렌의 음모를 방조한 죄’로 정직 처분을 받았다.

리토리오: 사디아는 무사하고 폐막식도 성공적으로 끝났으니… 대체적으로 잘 된 셈이지?

비토리오 베네토: 네. ……정말 가슴 졸이는 순간이었습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지휘관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저희의 다년간의 노력이 모두 물거품이 될 뻔했어요.

비토리오 베네토: 마르코 폴로……. 당신이란 사람은 정말…….

임페로: 베네토 언니. 찾아봐도 아무것도 안 나와.

로마: ……벌써 시간이 꽤 흘렀으니까, 어쩌면――

비토리오 베네토: 하아……. 그래요. 이대로 무작정 수색해 봤자 소용없겠죠.

비토리오 베네토: 지금 구역만 끝나면 집에 갑시다. 임페로.

임페로: 네에―

통신이 끝나자 베네토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리토리오: 그 아이를 찾지 못할까봐 걱정하는 건가? 아니면 찾게 되면 일이 귀찮아지니까 걱정하는 건가?

비토리오 베네토: 글쎄요…. 저도 어느 쪽인지 모르겠네요.

비토리오 베네토: ……만약 다시 볼 수 있다면, 그녀와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비토리오 베네토: 제가 그녀를 조금 더 신경 썼더라면 일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을 텐데…….

통신: ――――

리토리오: 통신? 베네토, 네 거야.

비토리오 베네토: ………클레망소가?

비토리오 베네토: …안녕하세요, 클레망소. 무슨 일이죠?

비토리오 베네토: …….

비토리오 베네토: ………응?

비토리오 베네토: 어머………….

비토리오 베네토: ……네. 괜찮아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베네토는 통신을 끊고 수색 활동 중인 사디아 함대를 향해 명령했다.

비토리오 베네토: 어― 이번 사건의 범인 마르코 폴로는 이미 바다 깊은 곳까지 가라앉았다는 확실한 정보를 입수했습니다아~

비토리오 베네토: 피해 기록에 따르면 생존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판단됩니다아~

비토리오 베네토: 따라서 수색 활동은 지금부로 종료합니다~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아~

엄청난 국어책 읽기로 명령을 내린 후, 베네토는 무거운 짐을 벗었다는 듯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귀항을 준비했다.

리토리오: …잠깐. 아까 클레망소와의 통신에서 ‘확보’, ‘혼수’라는 말이 어렴풋하게 들린 것 같았는데…….

비토리오 베네토: 잘못 들은 거 아니에요, 리토리오.

비토리오 베네토: 그러니까 공식적으로는 가라앉은 걸로 마무리하고 이 이야기는 이제 끝내도록 하죠.



 ~44. 실험 연산

 

이변 종료 며칠 후.
지중해 어느 곳.

지중해는 다시 「신의 흔적」에 휩싸였다.

 

아비터 엠프레스Ⅲ: 33번째. 재연산 종료.

아비터 엠프레스Ⅲ: 흰색 물질의 샘플 분석 완료. 결과――

아비터 엠프레스Ⅲ: 「엑스」와 관련 있음.

아비터 엠프레스Ⅲ: 침식 정도가 극히 경미하고 위장도 되어있다. 확인이 늦은 것도 수긍 가능.

아비터 엠프레스Ⅲ: 「하이어로팬트」의 이상 보디. 수집 샘플 분석 결과――

아비터 엠프레스Ⅲ: 「엑스」와 관련 있음.

아비터 엠프레스Ⅲ: 하이어로팬트가 왜 즉시 폐기 처분하지 않았는지는

아비터 엠프레스Ⅲ: 연락이 되지 않아 확인 불가능.

아비터 엠프레스Ⅲ: ………….

아비터 엠프레스Ⅲ: 이번 「엑스」의 침입 사건은 초기 단계에서 저지되었다.

아비터 엠프레스Ⅲ: 하지만 실험장β는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아비터 엠프레스Ⅲ: ……「레이」는 유난히 이 「가지」를 중요시하고 있다.

아비터 엠프레스Ⅲ: 그녀에게 보고하자.



 ~45. “나 보고 싶었어?”

 

??? ???

보놈 리샤르: 어둡고 어두운 숲속의 모닥불처럼.

보놈 리샤르: 넓디넓은 밤하늘의 등대처럼.

보놈 리샤르: 존재감을 발하며, 보는 사람에게 길을 안내해주는

보놈 리샤르: 재밌는 언니들♪

보놈 리샤르: 집, 찾았다♪


보놈 리샤르: “있지, 나 보고 싶었어?”


보놈 리샤르: “나 보고 싶었어?”


보놈 리샤르: “나 보고 싶었어?”

 

보놈 리샤르: “나 보고 싶었어?”

'스토리 및 관련 글 > 대형·전초전 스토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유망월초  (1) 2023.09.15
효야반소  (2) 2023.09.08
어리석은 자의 천칭 中  (1) 2023.08.22
어리석은 자의 천칭 上  (1) 2023.08.22
박람회 전야  (0) 2023.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