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신목의 그림자
이른 아침의 상쾌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쳤다. 피어오른 꽃잎들이 하늘에 휘날렸다.
나가토: 이건…….
꽃잎이 흩날리는 가로수길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다.
그 한 그루 분홍빛에 다가가 살며시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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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앵. 어느 곳.
격식 높은 어호(御狐의) 거처에서 나가토는 눈을 떴다.
나가토: 방금은… 꿈인가…….
나가토: 허나 신목 「중앵」을 만지는 순간 느꼈던 아픔은, 아직도 가라앉지 않는구나…….
불결한 안개 속에서 신목이 썩어 문드러지던 불길한 꿈.
쇠락하고 영락한다. 살아 숨 쉬는 모든 것이 도탄의 고통에 몸부림치는 파멸의 광경.
…………(똑똑)
나가토: 카와카제냐? 들어오거라.
미닫이문이 열렸다. 하얀 머리의 종자, 카와카제가 문 앞에 정좌를 하고 있었다.
카와카제: 밤늦게 죄송합니다. 나가토 님.
나가토: 좋다. 마침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었노라.
나가토: 최근 각지에서 올라오는 중앵의 신목이 시들기 시작했다는 보고는 사실인가?
카와카제: 네, 나가토 님. 진위를 확인했습니다. 보고는…… 모두 사실입니다.
나가토: (허면 단순한 꿈이 아닐지도 모르겠구나.)
나가토: 신목의 고사가 점점 퍼지고 있다라…….
나가토가 옷매무새를 정리하고 일어서자, 카와카제는 방으로 들어가 창을 닫았다.
병풍을 펼쳐 어호의 그림자를 감추고, 순에 따라 환복을 행했다.
잠옷을 벗기고, 긴 머리를 빗고, 물로 몸을 닦았다.
수건으로 몸을 닦고, 외출복을 입는 것을 도왔다.
나가토: 카와카제. 무사시에게 해 뜰 무렵 찾아가겠다고 연락하거라.
카와카제: 나가토 님. 그것이…….
카와카제: 무사시 씨가 이미 밖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02. 꿈의 전조
중앵. 나가토의 거처.
한밤. 별이 반짝이는 하늘에 보름달이 높이 떠 있었다.
누각 한쪽의 노대에 다기가 마련되어 있었다. 카와카제는 두 사람 몫의 찻잔에 청차를 따랐다.
무사시와 나가토――두 사람은 달빛을 맞으며 나란히 앉아 있었다.
바람에 나뭇잎이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광활한 부지에 비하면 무척이나 적막한 광경이었다.
무사시: 나가토 님. 그래서 꿈에서 보았다는 것은….
나가토: 벚꽃이 흩날리는 긴 비탈길을 걷고 있었네.
나가토: 허나 짐이 꽃잎을 만지려고 한 순간 그것들은 모두 사라졌네.
나가토: 신목 역시… 손이 닿자마자 말라죽고 어둠에 휩싸였다네.
나가토: ……남은 것은 정적뿐이었네.
무사시: 나도 꿈에서 비슷한 광경을 봤어.
무사시: 같은 신목이었지만, 나가토 님께서 봤던 것과는 조금 달랐어.
무사시: 내가 본 신목은 단 한 그루뿐. …하지만 가지는 하늘을 찌를 듯이 솟았고, 잎은 태양을 가리는 거대한 나무였어.
무사시: 나가토 님께서 스스로를 봉했던 신목보다도 훨씬 컸어.
무사시: 하지만…….
무사시: 그 신목 역시 시들기 시작했어.
무사시: 활짝 핀 꽃은 순식간에 티끌이 되고, 남은 것은 앙상한 고목뿐.
무사시: …전부 어둠에 삼켜졌어. 마지막은 똑같네.
나가토: 중앵 각지의 신목이 시들기 시작했다는 보고는 받았겠지? 무사시, 그대의 견해는 어떠한가?
무사시: 나가토 님. 신목이 시드는 것에는 어떠한 규칙성이 보여.
무사시: 중앵의 중심 성역…. 나가토 님께서 잠들어 있었던 곳에 가까울수록 관련 보고가 잦아지고 있어.
나가토: 음. 그것은 이미 알고 있네.
나가토: 미즈호의 신목은 모두 연결되어 있어. 시듦이 확산되는 것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은 아니지.
나가토: 허나 이번 신목의 징조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마도…….
나가토: 「부정」이 조만간 대거로 침입해 오리라는 것일세.
나가토는 일어나 카와카제에게 작은 주머니를 건넸다.
나가토: 달이 밝구나. 잠시 산책하고 오마.
카와카제: 나가토 님…….
나가토: 카와카제는 이곳에 있거라. 만일 짐이 내일 새벽까지 돌아오지 않거든, 이 주머니를 무츠에게 건네주어라.
카와카제: 예. 나가토 님.
~03. 성역으로
옅은 구름이 달을 가렸다. 연못에는 잔잔한 물결이 일고 있었다.
나가토와 무사시는 저택을 나와 유유히 돌계단을 걷고 있었다.
문득 미풍이 불어와 낙엽을 쓸어 올렸다.
어린 어호는 소매로 낙엽을 가리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구름은 걷히고 달빛이 온 정원을 푸른빛으로 물들이고 있었다.
무사시: 나가토 님……?
아무도 없는 연못가를 바라보며, 나가토는 비로소 입을 열였다.
나가토: ……무사시. 그대는 이곳을 기억하는가?
나가토: 먼 옛날, 「그녀」가 신목을 빌려 짐에게 소식을 전한 적이 있었지.
나가토: 의식을 거행하여 이곳으로 불러들이게 하도록 말이야.
무사시: ……「대현자」 말이구나.
나가토: 그렇다.
짧은 침묵 후에 나가토는 연못가를 걷기 시작했다.
나가토: 짐과 비슷한 꿈을 보았던 그대라면 이번 이변에 대한 답은 이미 나와 있겠지.
나가토: 그렇지 않더냐?
나가토: 무사시. 이곳에는 짐과 그대 말고는 아무도 없네.
나가토: 심중을 터놓고 말해 보게.
무사시: 나가토 님…….
무사시: 신목이 시드는 이변은 중앵의 「대신목」의 안위와 관련된 불길한 징조야.
무사시: 만약 그쪽까지 영향이 미쳤다면, 이 일련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되겠지.
무사시: ……10여 년 전 그 때처럼.
무사시: 하지만 지금의 우리가 그 적에게 대항할 힘이 있을지는…….
나가토: 「대현자」의 비호 아래 속세와 단절되어 지켜져 왔던 「대신목」――
나가토: 만약 거기에 이변이 생겼다면, 이는 성역 전체가 위험에 처했다는 뜻일세.
무사시: 그래. 신목의 시듦은 몇 년 전 그 이변의 잔향…. 그렇게 말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무사시: 최악의 상황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어.
나가토: ……지금 당장 성역으로 갈 것이야.
~04. 월하의 회상
무사시의 저택. 누각.
소녀는 창밖을 내다보며 잠을 이루지 못했다.
새하얀 천이 그녀의 얼굴을 가리우고 있었다.
(똑똑똑똑)
사카와: 죄송합니다! 방금 이상한 소리가 나서 확인하러 왔어요!
사카와: 으아아. 쉬시는 중인데… 괜찮으세요?
???: 신경 쓰지 마. 나도 잠이 안 와서 이리로 온 거니까.
사카와: 혹시 무사시 님을 찾으시나요?
사카와: 무사시 님은 지금 출타 중이신 거 같은데요?
소녀는 방석을 집어 옆에 내려놓고 가볍게 두들겼다.
???: 어차피 잠도 안 오는데 얘기나 좀 할래?
사카와: 그래요!
사카와: 아! 깜빡할 뻔했네요! …차를 내오는 게 좋겠죠?
???: 그럴 필요까지는 없어.
사카와: 네에…. 그럼 무슨 얘기 할까요?
???: 음…. 옛날이야기 좀 들려줄래?
사카와: 옛날이요…….
사카와: 무사시 님께서 뭐든지 알려드리라고 하셨으니까, 사카와가 알고 있는 거라면 다 대답해 드릴게요.
사카와: 그럼 무슨 얘기부터 할까요?
???: 글쎄…. 10여 년 전 얘기?
사카와: 그거요~ 나가토 님께서 특별 훈련을 열고 연합함대 기함에서 물러나셨을 때 말이죠?
사카와: 사카와도 들은 얘기라 조금밖에 모르는데 괜찮나요…?
???: 괜찮아.
???: 사카와가 알고 있는 것만 들려주렴.
소녀는 천을 걷고 그 신비로운 얼굴을 드러냈다.
사카와를 바라보는 그녀의 진홍빛 눈동자에는 마치 마력이 깃든 듯했다.
긴장한 사카와는 숨을 한 번 들이마시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사카와: 저도 들은 얘기어요~? 몇 년 전 어느 아침――
~05. 해후
중앵. ??년 전.
이른 아침의 상쾌한 바람이 나뭇가지를 스쳤다. 피어오른 꽃잎들이 하늘에 휘날렸다.
꽃잎이 흩날리는 가로수길은 영원히 계속될 것만 같았다.
유다치: 미치시오!
미치시오: 유다치? 안녕하세요~
미치시오: 좋은 아침이에요. 벚꽃이 활짝 펴서 정말 예쁘네요~
유다치: 미치시오는 왜 여기 있어? 이맘때면 항상 정원에서 청소하고 있지 않았어?
유다치: 농땡이구나! 농땡이 피는 거구나!?
미치시오: 유다치도 차암. 청소는 벌써 끝났어요~
미치시오: 무츠 님이 오늘은 중요한 손님이 오신다고 일찍 돌려보내셨답니다~
유다치: 그거 나가토 님 손님 아냐?
미치시오: 글쎄요…. 그런데 희한하네요.
미치시오: 무츠 님도 아무 말 없으셨으니 엄한 추측은 관두죠.
미치시오: 아! 그러고 보니 어제 사쿠라모치를 너무 많이 만들었거든요~
유다치: 진짜!? 미치시오가 만든 사쿠라모치 엄청 맛있으니까! 빨리 어디 자리 잡아서 먹자!
미치시오: 유다치, 너무 서두르지 마요! 맛있는 걸 먹을 때는 장소 선정도 중요하다구요.
미치시오: ……으음. 그런데 어디가 좋을까요…?
유다치: 나가토 님의 정원?
미치시오: 안 돼요! 정말~
유다치: 그럼 저기 잔디밭! 잔디밭에 앉아 꽃구경을 하면서 맛있는 걸 먹는다. 최고잖아!
미치시오: 유다치가 먼저 자리 잡아요. 저는 간식 바구니 가지고 올게요.
미치시오: ……꺅.
미처 앞을 못 보고 부딪혀 넘어질 뻔할 미치시오를 누군가가 단단히 붙잡았다.
하얀 로브를 뒤집어 쓴 장신의 여성은 미치시오의 머리에 붙어 있던 꽃잎을 털어냈다.
미치시오는 미안하다는 듯 상대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고 고개를 숙였다.
미치시오: 죄송합니다! 앞을 제대로 안 봐서…!
……그러나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미치시오가 긴장하며 고개를 들었을 때 어느새 그 여성은 사라지고 없었다.
유다치: 미치시오! 좋은 데 찾았어!
뒤를 돌아보니 잔디밭에서 유다치가 손을 흔들며 외치고 있었다.
미치시오: 아, 네! 바로 갈게요~!
미치시오: (저 사람…… 뭔가 이상하네요.)
~06. 경뢰
구름이 다시 달을 가리웠다. 방 안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사카와: 그 후 나가토 님께서는 기함 자리에서 물러나시고 후계자를 뽑기 위한 훈련을 열겠다고 선언하셨어요….
???: 이상한 손님이 찾아온 것과 그 뒤에 일어난 일이 무언가 연관이 있다는 거니?
사카와: 아뇨 아뇨! 그냥 다 그 무렵에 있었던 일이에요.
사카와: 사실 나가토 님께서 선언하시기 전에 잠깐 자리를 비우셨던 적이 있었어요.
사카와: 그런데 이상하게도 중앵 어디에서도 나가토 님의 모습을 찾을 수가 없었답니다.
사카와: 그게 사실은 말이죠…….
사카와가 갑자기 목소리를 낮추자 소녀도 자세를 바로잡았다.
사카와: 그때 나가토 님께서는 어느 「성역」에 가 계셨어요.
사카와: 그리고 무사시 씨도 동행하셨고요.
사카와: 거기에 사카와도 무사시 씨의 호위로 함께하고 있었답니다.
사카와: 하지만 저는 밖에서 대기하고 있었는지라 성역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몰라요.
사카와: 성역 안에 들어갔던 사람은 나가토 님과 무사시 씨. 그리고 아까 말했던 그 기묘한 손님뿐이었어요.
사카와: ……여기까지가 사카와가 아는 전부랍니다~!
???: 그렇구나…. 그럼 오늘 밤 무사시는 어호님을 뵈러 간 거니?
사카와: 네에…….
???: 혹시 무사시가 최근에 꿈과 관련된 말을 한 적이 있었어?
사카와: 딱히요…? 아, 그런데 요 근래 무사시 씨의 안색이 별로 안 좋아 보이시긴 했어요.
사카와: 혹시 악몽 때문에 잠을 못 주무신 걸까요?
갑자기 저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렸다.
천둥은 몇 번 이어지다가 가늘고 긴 자전(紫電)이 지면을 쪼개자 이내 멎었다.
사카와: 저건…….
???: 무사시의 신호네. 슬슬 출발해야겠어.
???: 아, 맞다. 이거 줄게
???: 이렇게 수다 떠는 것도 오랜만이라 즐거웠어. 후후후.
소녀는 사카와의 손을 잡고 작은 무언가를 손바닥에 쥐어줬다.
사카와: ……종이접기?
손바닥을 펴니 누군가의 머리? 얼굴? 같은 것이 보였다.
이마에는 귀여운 뿔이 두 개 달려 있었다.
사카와: 어머, 이건…… 사카와인가요?
사카와: 후후후. 감사합니다♪
그러나 사카와의 웃음은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방금까지 소녀가 있었던 창가로 가서 달을 내다보았다.
그리고는 전심을 다해 기도를 드렸다.
사카와: 부탁드립니다. 용신님.
사카와: 부디 모두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기를――
~07. 잠 못 이루는 밤
??? ???
불길한 검은 기운이 사방에서 엄습했다.
무사시는 자전의 칼날을 휘둘렀지만 그 어둠을 베어낼 수는 없었다.
나가토: 조람하라! 하아아압――!
나가토의 기도가 발한 빛이 어둠을 걷어냈다.
하지만 빛은 나약했다. 간신히 어둠의 침공을 막고 있을 뿐이었다.
나가토: 이런……!
나가토: …….
나가토: 이렇게 된 이상, 남은 수는 하나.
나가토: 무사시. 어호의 모든 힘을 그대의 칼에 주입한다면, 그 일격으로 최후의 활로를 뚫을 수 있을 것이야.
무사시: ……그건 안 돼.
무사시: 나는 빠져나갈 수 있을지 몰라도, 나가토 님은…….
나가토: 중앵을 지키는 것은 무녀인 짐의 사명이니라.
나가토: 짐은 이미 맹세를 했다…….
나가토: 어호의 위광…… 똑똑히 보아라!
어린 소녀는 마지막 힘을 무사시에게 맡기고는 그녀를 홱 밀쳐냈다.
다음 순간, 검은 기운이 나가토를 삼켰다.
무사시: 나가토 님……!
모든 것이 끝없는 고요와 어둠에 잠겼다.
기억 속의 장면이 마구 뒤섞여 제멋대로 재생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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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토: 「중앵」이 시든다…. 백성의 신앙이 사라져간다…….
나가토: 며칠 전, 짐은 연합함대의 기함에서 물러나라는 명령을 받았다.
나가토: 아니, 사실 그것은 짐의 결정이지만…….
무사시: 나가토 님. 부상이 너무 심해. 이대로는 용골이…….
나가토: 혼은 계속 이어지는 법. 중앵의 미래를 이어받은 자가 있는 한, 짐은 이렇게 떠나도 후회가 없구나.
무사시: 그런 말 하지 마, 나가토 님. 신목 「중앵」이 있는 한 나가토 님은 여전히 희망이 있어.
나가토: ……신목 속에 봉할 셈인가….
나가토: 좋은 방법이지만… 그전에 해야 할 일이 있네.
나가토: 무사시. 그대의 의견을 듣고 싶군. 짐은 앞으로 며칠을 더 버틸 수 있는가?
나가토: …….
나가토: ………….
나가토: ……충분하다. 아마기에게 특별 훈련 준비를 명하거라.
나가토: 훈련 기간 중 짐이 직접 연함함대 기함 자리에서 물러날 것을 선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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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경 소리가 들렸다.
이불에서 일어난 무사시는 창밖에 떠 있는 달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잠시 생각하다가 옷을 입었다.
한밤중이었으나, 소리를 들은 사카와가 급히 달려왔다.
사카와: 무사시 씨? 저기…, 외출하세요!?
무사시: ……너무 큰 소리 내지 마렴.
무사시: 나가토 님과 상의할 일이 있단다.
사카와: 그렇게 말씀하셔도…. 무사시 씨, 안색이 안 좋으세요. 아침에 하는 편이…….
무사시: 긴급한 용건이야. 지체할 시간이 없어.
무사시: 사카와. 누각에 있는 ‘손님’을 잘 보살펴줘.
무사시: 만약 그녀가 뭐라고 묻는다면, 네가 아는 선에서 모두 말해주렴.
방문을 조심스레 닫고, 무사시는 달빛을 받으며 홀로 어두운 밤 속을 걸었다.
뒤돌아보니 누각의 창가에는 아직 희미하게 촛불이 일렁이고 있었다.
긴 밤에 잠들지 않은 사람은 자신만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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