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및 관련 글/캐릭터 스토리&메모리즈

잉그러햄 캐릭터 스토리 ~눈동자에 비친 빛을 위해

킹루클린 2023. 3. 30. 17:20
 
 
 ~01. 신청서
기지개를 켜고 잉그러햄은 업무에 착수하기 시작했다.
 
잉그러햄: 일단은 정리부터 해볼까.
 
잉그러햄: 어디 보자, 오늘 일정은…… 항상 있는 유지보수 말고는….
 
잉그러햄: 의뢰가 이렇게나 쌓여 있었네…. 빨리 처리해야지.
 
잉그러햄: 음…. 지휘관한테 추가 설비하고 물자나 신청해볼까…?
 
쿠퍼: 야호, 잉그러햄!
 
쿠퍼: 한가해서 어슬렁거리다가 네가 곤란해 보이길래.
 
쿠퍼: 무슨 일이야?
 
잉그러햄: 잠깐 생각 좀 하느라. …아, 혹시 저번달에 수리 맡긴 거 찾으러 왔어?
 
잉그러햄: 그건 그게… 2개월 정도 더 걸릴 거 같아. 미안.
 
쿠퍼: 괜찮아 괜찮아! 그냥 지나가다 잠깐 들른 거니까.
 
쿠퍼: 그나저나 진짜 바쁜가 보네….
 
잉그러햄: 보다시피 수리 맡기러 오는 사람들이 줄을 섰어. 하루 일과가 끝나도 자유시간이 전혀 없다니까.
 
잉그러햄: 비번 날에 최대한 많이 처리하는 게 고작이지.
 
잉그러햄: 뭐 그래도 작업에는 시간이 걸리니까, 정신 차려 보면 뭐….
 
잉그러햄은 창고 문을 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물건들을 보고 쿠퍼는 경악했다.
 
쿠퍼: 아, 아무리 그래도 너무 많잖아!
 
잉그러햄: 그나마 이것도 수리 끝난 물건들을 얼추 돌려 주고 남은 거야….
 
쿠퍼: 아무튼! 이 창고는 지휘관이 잉그러햄한테 쓰라고 마련해 준 거지? 지휘관한테 부탁해서 다른 창고를 달라고 하는 게 어때!?
 
잉그러햄: 허가가 난다고 해도 언젠가는 이 창고처럼 꽉꽉 들어찰 테니까 상관 없어.
 
잉그러햄: 애초에 원인은 장소가 아니라 작업 효율 문제고…. 주문할 수 없는 부품들이 너무 많아서 그래.
 
잉그러햄: 효율성을 높히기 위해 나름 대부분의 부품은 직접 만들어서 구비해 놓곤 있지만….
 
잉그러햄: 그러려면 전문 설비가 필요하고, 그럼 또 사용 신청을 해야 하는 거지.
 
잉그러햄: 지금은 어느 정도 쌓였다 싶으면 신청서를 내고 있지만, 그래도 자주 신청할 수는 없으니까 뭐 이렇게 될 수밖에.
 
잉그러햄: 내 전용 공방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쿠퍼: 그거다!
 
쿠퍼: 매번 설비 사용 신청을 낼 바에는 아예 처음부터 다 갖추고 있는 게 빠르겠지!
 
쿠퍼: 지휘관한테 전용 공방을 만들어달라고 하자! 필요한 설비도 전부 포함해서!
 
잉그러햄: …죄다 무식하게 비싼 것들 뿐인데?
 
쿠퍼: 지휘관은 좋은 사람이니까 분명 허가해 줄 거야!
 
잉그러햄: 그럴 거 같긴 하지만….
 
잉그러햄: 일단은 소형 설비만이라도 신청해 볼까~
 
쿠퍼: 응 응. 쇠뿔도 단김에 빼랬으니 바로 신청서를 쓰자~!
 
잉그러햄: 음…. 그래. 처음으론 뭘 사지….
 
 
 
 
 ~02. 의뢰
(똑똑)
 
→ 들어와
 
잉그러햄: 지휘관, 실례할게.
 
잉그러햄: 무슨 일로 불렀어?
 
저번에 제출한 공방 설비 신청서 말인데――
 
잉그러햄: 하아… 역시 안 되는 건가….
 
책상에 놓여 있는 신청서로 눈을 떨어트린 잉그러햄은 낙심한 듯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곧 신청서에 아무런 도장도 찍혀 있지 않다는 것을 발견했다.
 
잉그러햄: 지휘관, 이건…?
 
판단하기 전에 먼저 잉그러햄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제서야 신청을 한다는 건 무슨 곤란한 일이라도 생겨서 그런 건지 묻고 싶었다.
 
잉그러햄: 실은….
 
----
 
그렇군. 사정은 대충 알았다.
 
잉그러햄: 그러면 허락해 주는 거야…?
 
그 전에 잉그러햄에게 하나 질문했다.
 
모항 동료들의 부탁에, 잉그러햄은 어떤 마음으로 수리를 해왔었는지 알고 싶다.
 
잉그러햄: …어떤 마음, 인가….
 
잉그러햄: 한시라도 빨리 고치고 싶다, 겠지. 그래야 다음 일에 착수할 수 있으니까.
 
고친 물건을 동료들에게 돌려줬을 때, 그녀들은 어떤 반응이었지?
 
잉그러햄: 음…. 나는 다 고치면 받으러 오라고 연락하고, 오면 그냥 전해줘서…….
 
잉그러햄: 의뢰한 애가 어떤 반응이었는지는 신경 쓴 적 없는 거 같은데….
 
잉그러햄의 대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일단은 구형 설비의 사용 허가를 내줘서 당장 닥친 상황에 대처하게 하도록 하자.
 
장소는 그 근처의 낡은 창고가 적당하겠지.
 
잉그러햄: 응! 고마워, 지휘관!
 
 
 
 
 ~03. "공방"
 
구형 설비를 옮기기 위해 잉그러햄과 쿠퍼는 부지런히 새 공방 청소에 한창이었다.
 
쿠퍼: 후우…. 드디어… 설비를 놓을 자리가 났어!
 
잉그러햄: 수고했어 쿠퍼…. 도와줘서 고마워.
 
쿠퍼: 별거 아냐. 잉그러햄한테는 항상 도움만 받으니까 이 정도야 뭐.
 
쿠퍼: 근데 브리스톨은 왜 안 불렀어?
 
쿠퍼: 사람이 많으면 빨리 끝나잖아?
 
잉그러햄: 보통 생각하면 그러긴 한데.
 
잉그러햄: 공방에 봉인되어 있던 오래된 물건들을 브리스톨이 보면 오히려 작업 효율이 떨어질 것 같아서….
 
쿠퍼: 아하하…. 그렇긴 해. 정리 다 끝내고 나면 브리스톨한테 "모험" 한번 시켜주자.
 
 
 
해가 질 무렵, 완전히 간이 공방으로 탈바꿈한 낡은 창고를 돌아보며 잉그러햄은 만족스러운듯 고개를 끄덕였다.
 
잉그러햄: 좋아. 이제 일을 재개할 수 있겠어….
 
잉그러햄: 일단은 하던 작업부터 마저 끝내볼까….
 
잉그러햄은 작업대 위에 있는 기묘한 모양의 실드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잉그러햄: 리노의 메카 실드….
 
----
 
리노: …왜 극중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하지 않았을까?
 
리노: 영화에서는 변형이 됐는데 정작 사보니 안 돼서 실망했어….
 
잉그러햄: 이 "비브라늄 실드" 말야?
 
리노: 응 응. 여기 봐봐. 영화에선 자동으로 변형이 되는데 이렇게 수동으로 당겨야 돼.
 
리노: 그래서 당겼는데… 망가졌어.
 
리노: 부탁해, 잉그러햄! 혹시 시간 되면 좀 고쳐 줄래?
 
잉그러햄. 물론이지. 맡겨줘.
 
----
 
잉그러햄: 으음…. 자동 변형 기능이라.
 
잉그러햄: 어차피 다 분해해 봐야 하니까 아예 동력 시스템을 추가하자. 그리고….
 
잉그러햄은 작업대에서 도면을 몇 장 그린 뒤, 고글을 착용하고 실드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04. 서프라이즈
잉그러햄의 임시 공방. 며칠 후.
 
잉그러햄: 받은 의뢰는 다 끝냈고. 남은 건….
 
잉그러햄: …마음, 이라….
 
----
 
잉그러햄: 한시라도 빨리 고치고 싶다, 겠지. 그래야 다음 일에 착수할 수 있으니까.
 
고친 물건을 동료들에게 돌려줬을 때, 그녀들은 어떤 반응이었지?
 
잉그러햄: 음…. 나는 다 고치면 받으러 오라고 연락하고, 오면 그냥 전해줘서…….
 
잉그러햄: 의뢰한 애가 어떤 반응이었는지는 신경 쓴 적 없는 거 같은데….
 
----
 
잉그러햄: …이번에는 직접 전해주러 가자.
 
수리가 끝난 실드는 다른 물건들과 함께 작업대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져 있었다.
 
잉그러햄은 묵묵히 그것들을 들고 공방을 나섰다.
 
----
 
(똑똑)
 
리노: 네에~!
 
리노: 어, 잉그러햄? 잠깐, 너 손에 들고 있는 거 설마…!
 
잉그러햄: 응. 오래 걸려서 미안. 리노가 맡긴 장비 다 고쳐서 전해주러 왔어.
 
잉그러햄: 한번 들어 볼래?
 
리노: 응! 부탁해!
 
잉그러햄: 여기를 꽉 조이고, 그리고 여기도…. 됐다. 느슨한 데 없어? 손 흔들어 봐.
 
리노: 다 괜찮아…! 진짜 고마워!
 
잉그러햄: 신경 쓰지 마. 그리고 이게 끝이 아냐.
 
잉그러햄: 새끼 손가락 부분에 작게 튀어나온 부분이 있지? 거기를 살짝 만져 봐.
 
――!
 
치잉~! 하며 가늘었던 실드가 순식간에 두 배 정도로 커졌다.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그런지 리노는 넋이 나간 모양이었다.
 
잉그러햄: …잘 되네.
 
잉그러햄: 참고로 금속은 무거우니까 실드는 카본 파이버 소재로 새로 만들었어.
 
잉그러햄: 방금 소리는 그냥 음향 효과야. 스피커는 여기고, 시끄러우면 끌 수도 있어.
 
잉그러햄: 원래대로 되돌리는 장치도 추가했어. 검지 쪽에 스위치 있지?
 
잉그러햄: 거기를 3초 동안 누르면 원래대로 돌아가.
 
잉그러햄: …리노? 듣고 있어?
 
잉그러햄: 리노?
 
리노: …자동 변형이 되게, 한 거야?
 
리노: 미, 미안! 리노, 너어어어어어무 감격해서!
 
리노: 이거 진짜 저번에 수리 맡겼던 그 실드 맞아? 어디 뭐 이세계에서 진품 가져온 거 아니지!?
 
잉그러햄: …내친김에 개조한 것뿐이야. 맘에 든다니 다행이네.
 
하지만 리노는 너무 기쁜 나머지 잉그러햄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것 같았다.
 
리노는 "비브라늄 실드"를 이리저리 만져보며 즐기고 있었다.
 
잉그러햄이 보기에 리노의 눈동자는 마치 신기하게 반짝반짝 빛나는 것처럼 보였다.
 
잉그러햄: (이게 모두의 "반응"….)
 
잉그러햄: (지휘관이 보여주고 싶었던 게 이런 거였나….)
 
잉그러햄: (……….)
 
어째서인지 잉그러햄의 가슴 속에서 갑자기 의욕이 불타올랐다.
 
잉그러햄: (설비는 아직 사용할 수 있으니까 이대로 밀린 의뢰를 단숨에 해치우자.)
 
리노와 헤어지고 잉그러햄은 서둘러 공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날, 공방의 불빛은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았다.
 

 

 

 
 
 ~05. 효율보다…
일주일 후.
 
놀라운 끈기로 잉그러햄은 불과 일주일 만에 몇 가지 의뢰를 해치웠다.
 
고친 물건들은 직접 주인에게 전해줬다.
 
어느 정도 일단락이 되고,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한 잉그러햄은…
 
그대로 작업대에 엎드려 잠들어 버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잉그러햄은 몽롱한 의식 가운데 무언가가 자신의 뺨을 찌르는 것을 느꼈다.
 
쿠퍼: 아, 깨웠나? 미안….
 
잉그러햄: …쿠퍼구나. 무슨 일이야?
 
쿠퍼: 별일은 아닌데, 저번에 부탁했던 "변신 디바이스" 기억해?
 
잉그러햄: 아, 그거. 고쳐서 주지 않았어…? 설마 또 망가뜨린 건 아니지?
 
쿠퍼: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잉그러햄: 그럼 뭔데? 우물쭈물하는 게 쿠퍼답지 않아.
 
쿠퍼: 오해하지 않게 전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 중이야.
 
쿠퍼는 배에 힘을 주고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쿠퍼: 사실 계속 물어보고 싶었어. 왜 다들 잉그러햄한테 수리나 제작 의뢰를 하는 거 같아?
 
잉그러햄: 내가 잘 고칠 수 있으니까?
 
쿠퍼: 물론 그렇기도 하지만… 그것만이 아냐.
 
쿠퍼: 예를 들면 아까 말했던 "변신 디바이스"도, 아카시한테 맡겨도 고쳐 주거나 새로운 제품을 주문해줬을 거야.
 
쿠퍼: 하지만 그러면… 돌아오는 건 원래 것과 똑같은 그냥 "변신 디바이스"겠지.
 
쿠퍼: …그럼 "서프라이즈"가 없잖아.
 
잉그러햄: …"서프라이즈"?
 
쿠퍼: 응. 리노의 비브라늄 실드도 그랬지만, 잉그러햄한테 부탁했기 때문에 그런 "서프라이즈"가 돌아온 거지.
 
쿠퍼: 그러니까 얼마나 시간이 걸리든 다들 잉그러햄한테 맡기고 싶어지는 거야.
 
잉그러햄: 그러니까… 이번엔 별 어레인지 없이 마무리해서 조금 실망했다는 뜻?
 
쿠퍼: 아니 아니 실망 안 했어! 이러니까 어떻게 말해야 할지 고민했던 거야!
 
잉그러햄: 응? 아, 뭐 화난 건 아니야.
 
잉그러햄: 근데 일주일째 의뢰에 몰두하다 보니까 심경에 변화가 생겼다고 해야 되나.
 
잉그러햄: 옛날에는 머릿속에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실현할 때의 설렘이 있었는데, 요새는 점점 사라지는 느낌이야.
 
잉그러햄: 쌓여 있는 의뢰를 생각하면 무심코 속도를 앞당기거나 짜증이 날 때도 있어….
 
잉그러햄: 다들 기쁘게 받아줄 걸 생각하면 점점 초조해져서….
 
잉그러햄: 마치 너무 길게 여행하느라 떠날 때의 초심을 잊어버린 것처럼….
 
잉그러햄은 미간을 비볐다.
 
쿠퍼: 내가 처음 변신 디바이스를 부탁했을 때 기억나?
 
쿠퍼: 그때 우리 얘기 많이 했었잖아. …아니, 대부분 나 혼자 말하긴 했지만…….
 
쿠퍼: 아무튼 그때 잉그러햄은 귀찮다면서도 세세한 부분까지 내가 요청한 걸 다 들어줬었잖아!
 
잉그러햄: 하긴…. 쿠퍼가 알려줬던 원작까지 봤었지.
 
잉그러햄: (단순히 효율만 따지자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만….)
 
잉그러햄: (…………응. 지휘관이 전하고 싶었던 건 이런 거였구나.)
 
잉그러햄: (이래서 바로 허가를 안 내줬던 거네…….)
 
마치 마음을 전부 읽힌 기분이었다. 잉그러햄은 부끄러움에 갑자기 뺨이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잉그러햄: 이, 일단은 모두의 말을 듣고 올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면 다시 한번 해볼 거야!
 
잉그러햄: 쿠퍼도 도와줘!
 
쿠퍼: 에헤헤, 로저~!
 
 
 
 
 ~06. 기대받는다는 것
(똑똑)
 
반응이 없다.
 
잉그러햄: (밤이긴 하지만 브리스톨이 벌써 잠들진 않았을 텐데….)
 
(똑똑)
 
잠시 후 문이 살짝 열렸다.
 
브리스톨: 잉그러햄이구나… 안녕….
 
잉그러햄: 브리스톨. 램프 가져왔어.
 
잉그러햄: 가끔씩 접촉 불량이 난다고 해서 체크하는 김에 전자회로를 개량해봤어.
 
잉그러햄: 늦은 시간이긴 하지만, 시험해 볼래?
 
조심스레 묻는 잉그러햄의 목소리에는 약간의 불안감이 배어 있었다.
 
쿠퍼의 말을 듣고 난 후, 정성을 다해 겨우 완성한 첫 번째 의뢰였으니까.
 
브리스톨: 진짜!? 벌써 고쳤어? 고마워, 잉그러햄!
 
브리스톨은 잉그러햄에게 램프를 받고 살짝 흔든 뒤 스위치를 켰다.
 
그러자 마치 숨을 쉬기라도 하는 듯 리듬에 맞춰 빛이 깜빡거리며 켜졌다.
 
브리스톨: 와아…… 멋있다! 어떻게 한 거야?
 
브리스톨: 대단해! 이거라면 레전드 탐색자는 당장이라도 탐색을 재개할 수 있어!
 
브리스톨은 새 장난감을 손에 넣은 아이처럼 방 안을 방방 뛰어다녔다.
 
――그녀의 눈동자는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돌이켜보면 잉그러햄 자신도 눈을 반짝이며 동료들의 의뢰를 해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어려운 아이디어를 실현했을 때. 설계에 영감을 받았을 때….
 
잉그러햄은 생각에 잠겼다.
 
왜 간과하고 있었을까? 효율성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세심한 주의가 아니었다면 리노의 실드에 자동 변형 기능은 붙이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브리스톨의 램프도 이렇게 아름답게 빛내지 못했을 것이다.
 
설비를 사용할 수 있을지 없을지, 의뢰가 많든지 적든지는 상관없다. 잉그러햄이 할 수 있는 일, 해야 할 일은――
 
펄쩍펄쩍 뛰는 브리스톨을 보고 잉그러햄은 미소를 지었다.
 
잉그러햄: (응. 이거야. 이게 바로 모두가 나에게 의뢰를 맡기는 이유일 거야.)
 
잉그러햄: (단순히 고치는 것이 아니라, 그 낡은 흔적을 복구하고 새롭게 만들어내는 것.)
 
잉그러햄: (그리고 생각해 보면 수리가 오래 걸린다고 불평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잉그러햄: (나도 참….)
 
잉그러햄: …….
 
 
 
브리스톨과 헤어지고 돌아가던 중, 잉그러햄은 문득 어떤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그녀는 빠른 걸음으로 공방으로 향했다.
 
지금부터 만들기 시작하면, 아직 늦지 않았을지도….
 
 
 
 
 ~07. 명예
집무실. 며칠 뒤.
 
(똑똑)
 
→ 들어와
 
잉그러햄: 실례할게, 지휘관.
 
찾아온 사람은 잉그러햄이었다.
 
그때 이후 설비 구입에 관한 서류는 모두 결재했다.
 
일주일 안에 남은 설비들도 모두 들어올 것이다.
 
잉그러햄: 저기… 지휘관.
 
결재가 끝난 서류를 잉그러햄에게 건네줬다.
 
하지만 서류를 받는 그녀의 손에서 어쩐지 조금 망설이는 기색이 느껴졌다.
 
이것으로 그녀가 바라던 효율성 문제도 해결될 텐데….
 
고민이 해결되었느냐고 물었더니 잉그러햄은 눈길을 돌렸다.
 
아무래도 내가 했던 말의 의도를 파악한 것 같았다.
 
잉그러햄: 지휘관. 새 설비 말인데….
 
――설비는 모두 마련했으니 잘 사용해줘.
 
――대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네 아이디어를 실현하기 위한 도구로서.
잉그러햄은 서류를 안고, 동의한다는 듯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이러면 대충 마무리 됐군. 밖에 나가서 신선한 공기라도――
 
잉그러햄: …아. 지휘관, 잠깐만!
 
잉그러햄이 나를 불러세웠다.
 
잉그러햄: 그… 조금만 숙여줄래…?
 
잉그러햄: 응. 그대로 있어 봐….
 
잉그러햄은 품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훈장을 꺼내 정성스레 내 가슴에 달아줬다.
 
잉그러햄: 좋아, 됐다.
 
잉그러햄: 별거 아냐 그냥 은으로 도금만 한 거야. 이렇게 훈장 만들어 주는 것도 오랜만이네.
 
→ 고맙다고 인사한다
→ 칭찬한다
→ 머리를 쓰다듬는다
 
잉그러햄: 후후훗…….
 
기왕 산책할 바에 잉그러햄의 공방이나 견학해볼까.
 
잉그러햄: 어?! 아, 안 돼! 되게 지저분한걸!
 
잉그러햄: 그리고 “공방”이라고 불릴 만큼 거창하지도 않아. 그냥 잡동사니 좀 쌓여 있는 창고고.
 
거기서 훌륭한 아이디어가 실현되는 거라면 공방이라고 불려도 충분할 것 같지만….
 
“잉그러햄의 리페어 룸”이라든가, “잉그러햄의 만물상” 같은 이름은 어때…?
 
잉그러햄: 굳이 내 이름은 안 넣어도 되잖아….
 
이름이 들어가는 게 더 귀여울 거 같은데…….
 
잉그러햄: 지휘관……!